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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시·정시모집 통합 방안이 백지화됐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적 관심이 높고 대입 전형에서 중요한 3개 쟁점은 공론화를 통해 정하고, 나머지는 교육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 쟁점은 △학생부(교과·종합)-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간 선발비율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다. 수시·정시 선발시기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을 유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수시와 정시 전형이 분리된 형태로 유지될 예정이다. 정시를 별도 운영하게 되면서 전 과목 절대평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공론 조사에서 여론이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학생부-수능 위주 전형 간 비율도 전국 대학에 획일적인 적용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 결국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결정을 ‘핑퐁’하면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현행대로 수능 상대평가 유지될 듯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간 적정 비율을 정해 일률적으로 권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발 방법의 비율’ 문제는 국민제안 열린마당이나 온라인 의견 수렴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공론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선발방법 비율에 대한 의견은 4차례 대입제도 권역별 공청회에선 35.6%(1371건), 온라인 의견 수렴에선 36.9%(834건)를 차지했다. 당초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전형 간 비율 검토를 요청했으나 대입제도개편특위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수능 등 3개 전형의 종합적인 검토를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에선 학생부교과전형이 50%가 넘는데 논의 자체가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선발방법 비율은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와 연계해 논의한다. 절대평가 도입 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유지 등 수능 평가 방식도 공론화에 넘긴다.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된 결정적인 원인인 만큼 반드시 공론화를 거쳐야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교육부가 제안했던 과목 간 유·불리 보정이 어려운 수능 원점수제는 공론화 범위서 제외했다. 절대평가 시행 이후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한 동점자 원점수 제공 방안도 폐기됐기 때문에 사실상 상대평가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수능 평가방식은 지난해 8월 교육부 원안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 교수는 “당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많아 대입제도 전반을 검토하기로 한 것인데 다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 대입제도개편특위가 현행 수시-정시 분리 체계를 유지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하면서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됐다. 고교 3학년 2학기 교실 붕괴를 막는다는 ‘효용’보다 입시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비교과+수능)이 부활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전형 기간이 단축되면 학종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기술적·전문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학종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 △수능 과목 구조(통합사회·통합과학 포함 여부) △수능-EBS 연계율 개선 등은 교육부로 다시 이관됐다. 앞으로 공론화위는 선발방법 비율과 수능 평가방식을 조합한 4, 5개 대입제도 모형을 만들어 시민참여단 400명의 의견을 묻게 된다. 16, 17일경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대입제도 모형이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대입제도 모형이 도출되면 찬반 여론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능을 무력화시키는 절대평가 도입 여부는 교육부 차원에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진보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재인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공약이 좌초될 수 있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조유라 기자}
고3 교과를 담당하는 서울 A고 남교사 B 씨는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복직했다. 해당 교과를 담당하던 기간제 교사는 갑자기 계약이 종료됐고 방학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교사 육아휴직은 최소 학기 단위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교사들은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 교사가 이를 3개월씩 나눠 사용하고 방학 직전 복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 C고에서도 지난해 3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정교사가 6월 중순 갑자기 복직을 하는 바람에 기간제 교사는 곧바로 계약이 만료됐다. 정교사는 방학 동안 월급을 받은 뒤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해당 학기에 수업과 업무를 오롯이 담당한 기간제 교사는 방학 중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교사들은 학기 동안 보수를 12개월로 나눠 받기 때문에 수업을 하지 않는 방학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예외다. 시도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계약기간 또는 수업시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방학에도 계약이 유지돼야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기간제 교사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교사의 2016년 육아휴직자 복직 현황을 보면 학기 초인 3월(1091건)과 9월(674건) 복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여름방학 직전인 6월(78건), 7월(72건), 겨울방학 직전인 12월(62건)도 비교적 다른 달보다 적지 않았다. 6년 차 초교 교사 D 씨는 “사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두 달 치 임금이 적은 돈이 아니다. 주변에서 육아휴직 중 방학에 복직을 권할 때는 솔깃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문제다. 10년 차 고교 교사 E 씨는 “정교사들이 학기 중 휴직, 방학 중 복직을 하면 학생들은 1년 동안 3, 4차례 선생님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학기 단위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학에 맞춰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육아를 담당해야 할 수도 있는데 학기 단위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신, 출산, 육아 모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는데 오직 교사만 육아휴직과 복직 시기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조유라 jyr0101@donga.com·우경임 기자}
고3 교과를 담당하는 서울 A고 남교사 B씨는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복직했다. 해당 교과를 담당하던 기간제 교사는 갑자기 계약이 종료됐고 방학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교사 육아휴직은 최소 학기 단위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교사들은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 교사들이 이를 3개월씩 나눠 사용하고 방학 직전 복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 C고에서도 지난해 3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정교사가 6월 중순 갑자기 복직을 하는 바람에 기간제 교사는 곧바로 계약이 만료됐다. 정교사는 방학동안 월급을 받은 뒤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해당 학기에 수업과 업무를 오롯이 담당한 기간제 교사는 방학 중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교사들은 학기동안 보수를 12개월로 나눠 받기 때문에 수업을 하지 않는 방학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예외다. 시도 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계약기간 또는 수업시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방학에도 계약이 유지돼야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기간제 교사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교사의 2016년 육아휴직자의 복직 현황을 보면 학기 초인 3월(1091건)과 9월(674건) 복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여름방학 직전인 6월(78건), 7월(72건), 겨울방학 직전인 12월(62건)도 비교적 다른 달보다 적지 않았다. 6년차 초교 교사 D씨는 “사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두 달 치 임금이 적은 돈이 아니다. 주변에서 육아휴직 중 방학에 복직을 권할 때는 솔깃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문제다. 10년차 고교 교사 E씨는 “정교사들이 학기 중 휴직, 방학 중 복직을 하면 학생들은 1년 동안 3, 4차례 선생님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학기 단위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학에 맞춰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육아를 담당해야 할 수도 있는데 학기 단위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신, 출산, 육아 모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는데 오직 교사만 육아휴직과 복직 시기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기에 맞춰 육아휴직을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대부분 잘 시행되고 있다”며 “각각 사정이 있는데 일부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홍익대와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9개 기업 간 산학교류를 위한 협약식이 21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협약은 상호 인력교류 및 인력양성을 위해 체결됐다. 이날 협약식에는 △PMC프로덕션 송승환 대표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쇼노트 이성훈 대표 △EMK 인형근 이사 △에이콤 손신형 실장 △알앤디웍스 오훈식 대표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 △클립 서비스 김춘강 이사 등 모두 9개 국내 뮤지컬 제작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9개 기업은 공연예술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인턴십 운영과 강의를 통해 공연기획, 제작, 마케팅 등 현장실무 경험을 전달하고, 홍익대는 학생들의 공연단체 관람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김영환 총장은 “홍익대가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쳐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많은 인재들을 양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PMC프로덕션 송 대표는 “현재 어려운 뮤지컬계의 미래를 밝힐 젊은 인재들이 홍익대를 통해 배출되어 뮤지컬의 밝은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영숙 경북 칠곡군 왜관초 교사(58)는 5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상욱(가명·12) 군과의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상욱이는 한글 이름 석 자를 쓰지 못했다. 대화를 나눠봤지만 한국어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베트남 여성인 상욱이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꾸렸다. 늦은 밤 겨우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상욱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수 없었다. 전 교사는 상욱이의 손을 이끌고 인근 지역아동센터로 데려갔다. 어머니가 없는 낮 시간 동안 돌봐 줄 곳이 필요했다. 학교에는 다문화학생 학습지원을 위한 ‘다솜이 사랑방’을 만들어 상욱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언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했다. 지금 상욱이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 교사는 “아이 한 명을 가르치자 온 가족이 희망을 품고 일어섰다”며 “상욱이를 통해 변화하는 가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상욱이 어머니도 전 교사에게 한글을 배웠고 현재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뛰어난 요리 솜씨를 살려 베트남 식당을 여는 게 상욱이네의 꿈이다. 전 교사는 다문화학생과 다문화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다문화가정 상담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해체되면 다문화학생에게는 이중, 삼중의 위기가 닥치기 때문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전 교사는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교육자를 찾아 참다운 스승의 모습을 정립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들었다. 2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훈·포장과 상금(대상 2000만 원, 부문별 수상자 각 1000만 원)을 받는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녹조근정훈장 김윤현(경기 다원학교 교사) 박경애(경기 소하중 교사) △옥조근정훈장 김영주(대구 대구불로초 교사) 민병윤(충북 충주중산고 교사) △근정포장 김인묵(경기 샘모루초 교사) 김영학(경기 성호고 교사) 장기현(대구 포산중 교사) 신은주(순천대 교수) 김재근(신성대 교수)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국 대학에 똑같은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는 서울 A대 입학처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립대-사립대, 상위권대-하위권대, 수도권대-지방대, 일반대-전문대 등 대학들은 각각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대입전형을 차별화하고 있다”며 “각 대학의 대입전형은 오랜 기간 대학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것인데 공론화를 통해 하나의 모형으로 만들면 혼란이 크다”고 우려했다.○ 획일화된 대입전형 강요하는 공론화 현재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학생 선발방법 및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입학정원과 예산을 무기로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으나 그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에 전권을 위임했다. 이들의 결정에 대학들의 학생 선발권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18∼21일 서울 소재 대학 5곳과 수도권 및 지방 소재 대학 각각 1곳, 전문대 1곳 등 8개 대학 입학처장의 솔직한 의견을 익명을 전제로 들어봤다. 입학처장들은 공통적으로 획일화된 대입전형이 강제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로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수시 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평가를 조합한 단일한 최종 모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학종 비율이 높아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받고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방대는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위주로 선발하고, 전문대는 수능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A대 입학처장은 “획일적인 대입전형을 정해 주고 ‘따르라’고 하면 오히려 대학별 경쟁력은 사라지고 전국 대학이 서열화된다”고 했다. 영남권 B대 입학처장은 “전 국민을 아우르는 입시제도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상위권 대학은 상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각각 자기 대학에 맞는 대입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전문대 입학처장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과 수능 비율만 쟁점이 되고 있는데 전문대 신입생의 80∼90%는 아예 수능을 응시하지 않는다”며 “일부 상위권 학생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나머지 학생들은 희생을 감수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서울 D대 입학처장은 “대입은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 다른 부분이 영향을 받는 생태계”라며 “촉박한 일정에 무리한 결정을 내려 자칫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대입은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사교육 시장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조금만 바뀌어도 파급력이 매우 크다. 서울 E대 입학처장은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오든 대학은 적응한다. 문제는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사교육 시장만 커져 그 피해를 학생들이 본다는 것”이라며 “변화가 가장 적은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데 대해선 모두 부정적이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입은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수도권 F대 입학처장은 “원전은 정답이 있는 과학인 반면 교육은 정답이 없는 철학의 문제”라며 “주관적 가치가 많이 개입되는 공론화로 조율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G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대학으로선 자율성을 부여하면 가장 좋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큰 틀에서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주되 세부적인 전형은 대학이 각자 특성에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H대 입학처장은 “절차가 아니라 결론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대학들이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조유라·임우선 기자}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장이 17일 “전국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을 정해 일률적으로 권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시와 정시 통합 문제도 공론화위원회가 논의할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당초 교육부는 △학종과 수능의 적정 비율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 △수능 절대평가-상대평가 등 대입 핵심 쟁점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 반드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수능 평가방식을 제외하곤 사실상 ‘현행 유지’를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비율은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보니(공청회 의견을 청취하니)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제시할 수 없다”며 “지방 사립대, 전문대는 수능으로 뽑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전국적으로 (정시) 비율을 20%로만 정해도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종이나 학생부교과전형 위주로 학생을 모집하는 지방대와 전문대가 신입생 모집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시-정시 통합 문제를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수시-정시를) 통합했을 때 수능전형과 학종전형, 교과전형 칸막이가 허물어지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나올 수 있다”며 “통합 문제는 특위에서 공론화 범위를 정할 때 심각하게 토론하고, 특위 차원에서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9등급제(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수험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겪어야 했다. 당시 대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노무현 정부 말기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쳤다. 또 김 위원장은 “수능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수능은 데이터가 나오니까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정하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수능도 사교육의 영향을 받고 특정 계층에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발언과 관련해 국가교육회의는 “대입특위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대입제도 개편특위가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주최한 4차 대국민 공청회는 보름 전 1차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공론화 범위를 정하기 위한 마지막 공청회였지만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학부모와 학종을 지지하는 교사들은 평행선을 달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22개 진보 교육단체로 구성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등은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정시 확대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학부모들로 구성된 ‘공정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수능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우경임 woohaha@donga.com·조유라 기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논의의 성패는 시민참여단 400명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대입제도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 최종 선택을 맡겼다는 점에서 정부가 ‘시민참여’의 방패 뒤로 숨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고리 원전보다 한층 복잡한 공론화 과정 16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공론화는 지난해 10월까지 석 달간 진행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방식을 차용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참여 의사를 밝힌 2만여 명 중 471명이 뽑혀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건설 재개’로 최종 권고안을 냈다. 한동섭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 대변인은 “시민참여단 400명은 7월 한 달간 4, 5개 대입제도 개편 모형에 관한 자료를 학습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설문조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각각 밝힌 만큼 향후 대입제도는 이들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때보다 논의는 한층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학린 공론화위원은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라 시나리오가 없었지만 대입 개편은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야 해 여러 개의 모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입 개편 모형은 학부모와 교사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각 모형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한 뒤 4, 5개로 압축된다. 대입 개편 공론화 절차 중 눈에 띄는 것은 대입 개편안의 직접적 당사자인 중고교생의 의견을 네 차례에 걸쳐 듣기로 한 점이다. 다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은 시민참여단 400명에서 제외된다.○ 비전문가의 여론조사 뒤에 숨은 정부 당초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공약했으나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59.5%가 공사 재개를 선택하자 이를 수용했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았듯이 정책의 옳고 그름에 앞서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찬반만 결정하면 됐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과정과 달리 대입제도 개편은 최소한 4, 5개의 시나리오를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의견을 요청한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 △정시와 수시 시기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식(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 등이다. 주요 쟁점별 ‘경우의 수’만 수십 개가 만들어진다. 당장 이를 압축해 대입제도 모형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간단치 않다. 만약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 모형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론화 과정 이후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하느냐’와 대중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전문가 집단인 정부는 숨어버리고 아테네식 직접민주주의로 복잡한 교육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입제도 개편은 미래 세대가 희생되기 쉬운 연금개혁과 달리 공론화를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선호도 조사가 아니므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정보 숙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3 딸을 둔 학부모 김모 씨(42·서울 강남구)는 “대입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다”며 “이해당사자인 고교생과 최근 대입을 경험한 대학 신입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가 설문조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표절은 아니지만 연구 부적절행위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14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 부총리의 1982년 석사 논문 ‘기술변화와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논문 136군데에서 다른 문헌의 문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장들을 적절한 인용 표시 없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작이나 표절 같은 ‘연구 부정행위’가 아니라 위반 정도가 경미한 ‘연구 부적절행위’라고 봤다. 연구진실성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11일 김 부총리에게 직접 통보했다. 지난해 6월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김 부총리의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인사청문회에서 교육부 장관 자질 논란으로 번졌다. 당시 연구진실성위는 박사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적절행위’라고 결론 냈으나 2006년 이전 석사 논문은 검증하지 않는다는 자체 원칙에 따라 검증에서 제외했다. 이후 표절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10월 본조사에 착수했다. 김 부총리는 연구진실성위 조사 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인용 방식에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나름대로 (문맥으로 보면) 논문에 나타난 글이 타인의 것임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김 부총리 석사 논문 연구 부적절행위는 경미한 사안이라 논문 취소 같은 추후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최지선 기자}
초중고교생이면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기업을 세우고 운영해 보는 ‘청소년 기업가체험 프로그램(YEEP)’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고교생 창업체험교육 확대 계획을 13일 발표했다. 학생들이 일찍부터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창업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창업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교사들의 창업체험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YEEP은 그동안 중고교 학교 단위로만 활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누구든 YEEP에 접속해 ‘가상 창업체험(Go! Startup)’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게임하듯 가상기업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지역사회 신생 벤처기업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체험교육을 하는 ‘지역창업체험센터’를 지난해 5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린다. 전국 모든 권역별로 학생들이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접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정하고자 개설한 온라인 국민토론방에 13일까지 약 한 달 동안 740여 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국민의견 수렴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16일부터 온라인 국민토론방을 열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민제안방을 만들어 초중고교 및 대학 교육 전반에 관한 제안을 받았는데 이를 모두 합쳐도 게시글은 1200여 건 정도다. 지난달 마감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달 동안 10만5000여 명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0.1%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민토론방에 올라온 의견 대부분이 수능 전형과 학종 전형의 적정 비율을 둘러싼 논쟁이다. ‘수능이 공정하다’ ‘학종이 공정하다’는 식의 논쟁이 무한 반복되는 것은 어느 쪽도 타당성을 입증할 기초적 통계나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서다. 보다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국가교육회의나 교육부가 근거자료를 내놓고 토론을 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제도 결정을 떠넘긴 데 이어 고교별 정시 수시 확대가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교별 동아리활동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등 의미 있는 자료를 파장을 고려해 감추고만 있다”며 “이런 상황이면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로 정시 수시 비율을 조정하게 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스승의날 하루 쉬는 게 낫습니다.” “감사조차 받지 못한다니 기운 빠집니다.” 15일은 스승의날이다. 이날 학교장 재량으로 서울에 있는 학교 8곳이 휴업하기로 했다. 송파 삼전초, 중랑 금성초, 성동 한양초, 구로 개웅중, 양천 양정중, 노원 상계고, 성동 금호고, 광진 자양고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휴업을 선택했다. 교사들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음료수 한 병 못 받고 꽃 한 송이도 부담스럽다. 온종일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하소연이 반영됐다. 스승의날 재량 휴업은 새 학년 시작 전인 2월 학교마다 열리는 교육과정협의회에서 일찌감치 정해졌다. 구로구 개웅중 관계자는 “스승의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부담되니 행사를 계획하기도 어렵고, 행사를 하면 어차피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 휴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개웅중은 학생과 교사에게 옛 은사를 찾아가기를 권유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휴교를 결정한 학교도 있다. 송파구 삼전초는 2월 각 가정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 스승의날 휴업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다. 휴업을 원한다는 답변이 다수였다고 한다.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노원구 상계고 A교사는 “스승의날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선물을 해야 하나’ 생각하기 마련인데 아예 재량 휴업을 하니 깔끔하다”고 말했다. 스승의날 행사가 교사와 학생, 서로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지우는 만큼 환영한다는 것. 교권이 떨어진 상황에서 학교에서 여는 스승의날은 ‘엎드려 절 받기’이니 차라리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사라지면서 ‘축하받지 못하는 스승의날’ 현상이 나타났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종로구 대동세무고에서 23년 째 교편을 잡고 있는 이용구 교사(51)는 “사제간의 정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고 신범영 교장은 “스승의날 재량 휴업은 행사도 수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깔끔하다”와 “씁쓸하다”로 반응이 갈렸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부담스러워했다. 초등5학년생 자녀를 둔 이모 씨(41·서울 성동구)는 “스승의날 교사와 학생이 서로 피해야 하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당장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하나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재량 휴업을 하지 않는 학교들도 스승의날에 ‘김영란법’ 논란을 막기 위해 선물은 물론 카네이션도 받지 않는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학부모 방문을 제한하기 위해 학교 출입관리도 철저히 할 예정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현장에서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초중고교 수행평가 절반은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에서 토론형·논술형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책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는 한상규 동북중 교사는 글쓰기 열풍에 대해 “책읽기가 지식을 탐색하는 수동적 작업이라면 글쓰기는 지식을 생산하는 능동적 작업”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교육현장에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환 안동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 조사 연구’를 통해 중2 학생 189명의 △설명 △설득 △서사 작문을 수집해 분석했다. 중2 학생들의 세 종류 글에 대한 평가를 모두 합산한 점수(100점 만점)는 49.53점이었다. 평균 50점 이하로 ‘중2 수준 작문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했는가’라는 수준에 못 미쳤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정답 찾기에 익숙해질수록 글쓰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어떻게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시켜야 할까. 글쓰기는 소재 찾기에서 출발한다. 일단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우리 집과 가족, 학교생활 등 친숙한 경험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초등학생에게 일기 쓰기를 권하는 이유다. 진로 갈등, 친구 관계 등 고민을 탐색하다가 글쓰기에 매료되는 경우도 많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저자인 이현아 홍릉초 교사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마음에 남는 책 속 단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한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쓰게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생각 나누기가 중요하다. 책을 혼자 읽기보다 토론을 통해 서로 생각을 공유하면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한 교사는 “독서감상문부터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며 “짧은 독서감상문을 쓰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눠보고, 다시 고치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여간다”고 말했다. 다만 선생님이 ‘이렇게 고쳐라’라며 평가하고 지시하면 아이들은 금방 위축되고 흥미를 잃는다. 중2 남학생 글쓰기 동아리를 지도하는 한 교사는 여학생보다 글쓰기에 흥미가 덜한 남학생에게는 영화감상문, 게임감상문을 쓸 것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악당의 입장에서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추상적인 단어, 관념적인 문장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글쓰기 전도사’인 은유 작가는 체벌을 당한 운동부 학생의 글을 예로 들었다. ‘어른들이 행사한 폭력과 위계질서를 견딜 수 없었다’보다 ‘다시 매를 맞은 날, 참을 수 없어 뛰쳐나왔다’가 좋은 글이다. 은 작가는 “글 쓴 사람이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고민이 드러나지 않으면 ‘흉내 내는 글’에 머물게 된다”고 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글쓰기로 표현력이 늘어나기도 한다. 책읽기가 완성된 요리를 먹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장을 봐서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접시에 담아낸 요리를 먹는 것에 비유된다. 전국교사글쓰기모임을 이끄는 전북교육청 김성효 장학사는 “어떤 주제든 여섯 문단 1000자 쓰기를 꾸준히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여섯 문장을 쓰고, 거기에 살을 붙여 여섯 문단 글을 완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도록 짧은 문장을 쓰고,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하면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이 교사는 초등생에게 그림책 만들기를 추천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림으로,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글로 쓰면서 표현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올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노조 전임과 이들의 휴직을 허가한 시도교육청 10곳 가운데 9곳이 이를 취소하라는 교육부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현재 전교조 소속 교원의 노조 전임과 이들의 휴직을 허가한 시도교육청은 서울 강원 충북 충남 세종 전북 전남 광주 부산 경남 등 10곳이다. 앞서 교육부는 이들 교육청에 노조 전임과 휴직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지난달 27일까지 처리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 직전인 지난달 18일 교육부의 노조 전임 및 휴직 허가 취소 공문을 반려했다. 충북·전북도교육청 등도 전교조 법외노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노조 전임자 휴직 허가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해당 시도교육청은 모두 진보 교육감이 수장이다. 이들은 6·13지방선거에서 다시 교육감에 도전한다. 이 때문에 전교조 표심을 의식해 위법행위를 용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0개 시도교육청 처리 결과가 취합되는 대로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유명 연예인 졸업생들을 배출한 서울 소재 A사립전문대 총장이 입시 업무를 하지 않고도 입학전형료를 수당으로 지급받는 등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9일 A대학을 포함해 사립전문대 3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대학은 2017학년도 입학전형료 2200만 원을 입학 업무를 하지 않은 교직원에게 지급했다. 이 가운데 총장이 760만 원을 받았다. 예산으로 지원되는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비도 부당하게 사용했다. 교육 기반 구축이라는 사업 목적과 달리 교수 회의실을 구축하는 데 특성화 사업비 1억5700만 원을 사용했다.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악기 등 기자재 5100만 원어치도 구매했다. 교육부는 이의신청기간(30일)을 거친 뒤 A대학에 대해 총장 해임 등 관련 직원 47명에 대한 징계를 학교법인에 요구할 예정이다. 또 총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경북 B대학과 충북 C대학은 수시모집에서 모집정원보다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충원율 부풀리기’로 적발됐다. B대학은 2007∼2009학년도 수시 1학기 선발에서 당초 모집정원보다 1106명을 더 뽑았다. 수시 1학기 모집 정원은 170∼171명(전체 정원의 10%)이었는데 매해 500명 안팎을 선발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충원율이 60% 이상이어야 국고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수시 2학기와 정시모집에서 충원이 되지 않을까 봐 학생을 초과 모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C대학은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학생을 뽑으면서 모집정원(30명)보다 61명을 초과 모집했다. 교육부는 B, C대학에 총장·입학처장 등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다음 학년도 입학정원의 최대 10%를 모집 정지할 계획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 4명 중 1명(25.7%)은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이었다. 전국 고교 중 서울 지역 고교가 차지하는 비율(13.6%)의 2배에 가깝다. 서울대는 2005학년부터 입학생의 지역별, 고교별 다양한 구성을 위해 지역균형선발을 도입했다. 13년이 지난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 현황’ 분석 결과는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 이름만 지역균형선발…서울 쏠림 뚜렷 지역균형선발은 학교마다 최대 2명씩 추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17개 시도 고교 가운데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 비율을 따져봤다. 그 결과 ‘서울 쏠림 현상’은 강했다. 전국 고교(2360곳) 가운데 17개 시도 고교 비율은 경기(20%) 서울(13.6%) 경남(8.1%) 경북(8%) 순이다. 서울을 포함해 인천(6.4%) 광주(4.7%) 대구(4.5%) 대전(3.3%) 제주(2.1%) 등 특별·광역·자치시 6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도(道) 지역은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 비율이 전국 모든 고교 중 지역 소재 고교가 차지하는 비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균형선발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서울→서울 강남으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서울 안에서 25개 자치구별로 차이가 컸다. 자치구별 소재 고교에서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를 추출한 결과 서초구(90.9%) 동작구(71.4%) 광진구(66.7%) 순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에는 자율형사립고(2곳) 일반고(8곳) 특성화고(1곳) 등 11개 고교가 있다. 이 가운데 10개 고교가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을 배출한 것이다. 반면 성북구(15.4%) 중구(18.2%) 도봉구(20%)는 서울 자치구 중 하위권을 맴돌았다. ○ 도입 당시 서울보다 광역시 입학생 많아 2005학년도 지역균형선발 도입 당시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대는 지역할당제 대신 전국 고교에 동일하게 추천권을 부여했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지역 인재를 고르게 뽑는다는 취지에서 지역균형선발로 명명했으나 인위적인 할당이 어려워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입 첫해 지역균형선발 합격자는 △서울 25.7% △광역시 34.1% △시 32.9% △군 7.4% 등의 분포를 보였다.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개교 이래 서울대 입학생을 처음 배출하는 고교가 나타나는 등 지역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업계는 서울대가 여론을 의식해 지역균형선발이라는 틀은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전형과 마찬가지로 성적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보고 있다. 2015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이 2개 영역 2등급에서 3개 영역 2등급으로 강화됐다. 이 때문에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선발 초기에는 내신 성적 위주로 뽑았는데 입학 이후 학업성취도 등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능 기준이 강화됐을 것”이라며 “수능 기준이 강화되면 지방보다 당연히 서울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교육부가 수원대 사학비리 제보자 인적사항과 감사 내용을 해당 대학 관계자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A 서기관을 직위해제하고 인사혁신처에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중징계를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수원대 실태조사가 실시된 지난해 10월 A 서기관은 수원대와 같은 학교법인 소속인 수원과학대 경영관리실장 B 씨와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대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14일에는 B 씨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날 저녁식사 비용은 1인당 2만1500원으로 3만 원을 넘지 않았지만 직무 연관성이 높은 만큼 상대가 식사비용을 낸 것 자체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다. A 서기관은 이번 조사에서 충청지역 한 사립전문대 총장 비위와 관련해 비리 제보자 인적사항과 교육부의 향후 조치계획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해당 대학 C 교수에게 휴대전화로 전송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인사·감사·민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직무수행 이외 목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사학비리 제보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또 대학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은 사립대 관계자와 사무실에서만 업무 협의를 하고, 외부에서 만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연 어느 시험이 공정한가.’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선발 비율이다. 학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수능이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 학생 및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보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만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특위 첫 토론회에서도 학종과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논란’이 계속됐다. 동아일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입수해 수시·정시 비율에 따른 고교·지역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대 수시전형 중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종만을 대상으로 수능전형과 비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합격자까지 포함된 수시전형이 일반고·지방고 선발 효과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능이나 학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종의 일반고 선발 효과도 없어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수시·정시 비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서울대 입학생 배출 고교와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서울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선발 비율을 늘리자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수생 입학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스펙 쌓기를 유발하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일면서 교육부는 최근 대학에 정시 확대를 주문해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2020학년도 정시 비율을 늘렸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정시 확대가 오히려 강남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게 입증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최종 등록 인원 기준)으로 수능과 학종 합격자들을 분석했다. 2014학년도 20%였던 서울대 정시 비율은 2015학년도 29%로 오르자 서울 강남 3구 소재 고교 출신(졸업생 포함) 정시 입학생이 145명에서 215명으로 70명(48.2%) 늘었다.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은 2014학년도 171명에서 2015학년도 279명으로 108명(63.2%)이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고 출신은 333명에서 460명으로 127명(3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후 2016, 2017학년도 정시 비율은 28∼29%대를 유지하다 2018학년도에 26.1%로 다소 줄었다. 그러자 강남 3구 고교 정시 입학생은 194명→191명→176명으로,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은 311명→295명→227명으로 정시 비율에 따라 움직였다. 수시보다 대부분 정시로 입학하는 재수생들도 증가 추세는 비슷했다. 2014학년도 472명이던 재수생 입학생은 정시 비율이 늘어난 2015학년도 581명으로 109명(23%) 늘었다. 같은 기간 재학생 입학생이 2641명에서 2596명으로 45명(―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후에도 재수생 입학생은 계속 늘어 2018학년도에는 614명에 달했다. 반면 학종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지는 이번 분석 결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4년간 정시 비율 증감에 따라 학종 비율이 줄었지만 일반고 입학생 수는 매년 별 차이가 없었다.▼ ‘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연 어느 시험이 공정한가.’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선발 비율이다. 학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수능이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 학생 및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보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만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특위 첫 토론회에서도 학종과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논란’이 계속됐다. 동아일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입수해 수시·정시 비율에 따른 고교·지역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대 수시전형 중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종만을 대상으로 수능전형과 비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합격자까지 포함된 수시전형이 일반고·지방고 선발 효과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능이나 학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종의 일반고 선발 효과도 없어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수시·정시 비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서울대 입학생 배출 고교와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woohaha@donga.com}
2020년 3월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서술이 빠졌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관련된 핵심 표현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 주요 내용이 오락가락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 시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고교 한국사 집필 기준 시안에서 ‘대한민국의 발전’ 단원을 보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적시했다. 현행 교과서 집필 기준에선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서술돼 있는데, 이 내용이 삭제됐다. 평가원은 △1948년 유엔 결의에서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단서가 붙은 점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시비를 다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일관성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에 정치색을 입힌다”고 지적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