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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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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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2-04~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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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21만명 조문… 조금씩 일상찾는 시민들

    7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한산했다. 연휴 기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몰렸지만 휴일이 끝나면서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화랑유원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세월호 충격에 빠졌던 안산 지역은 이제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 분위기다. 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진도 해역에서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분향소에 자리 잡은 영정사진은 어느덧 229개로 늘었다.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지난 연휴 동안(5월 1∼6일) 21만1563명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45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그러나 7일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약 8300명(오후 10시 기준)뿐이었다. 이날 조용히 분향소를 지킨 이들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이었다. 3일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특검 도입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다 6일부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보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향소 앞에서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실 규명을 바랍니다”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이 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5일째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일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신 잠수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선체 수색활동에 투입됐다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일부 유족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 쪽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서울지하철 추돌 사고와 북한 핵실험 징후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유족들 사이에선 “아직 실종자들을 다 찾지도 못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실종자들이 바다 밑에 남아있다. 사건 수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문객이 줄어도 분향소가 운영되는 한 계속해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썰렁해진 분향소를 보고 “이제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산 주민 최모 씨(65)는 “이제 조금씩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어느 정도 조문객들은 다 다녀간 듯하다. 남은 아이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슬퍼하던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 안모 씨(34)는 “슬프고 우울해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남은 실종자들을 빨리 찾아서 뒷수습이 잘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도우려는 지역 내 온정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 지역 기업인 모임인 ‘인천사랑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방현수(20), 이현우(19) 씨 유족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도 이날 700만 원을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내놓았다. 시민들도 십시일반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21000여만 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측이 방 씨와 이 씨가 정식 승무원이 아니어서 장례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인천시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인천=황금천 기자}

    •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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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모은 안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에 ‘수학여행 간다’며 들뜬 표정으로 머리하러 왔었어요.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합동분향소에서 영정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이혜정 씨·40·경기 안산 단원구 와동에서 미용실 운영) 지난 연휴 동안 전국 곳곳은 나들이객으로 붐볐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살았던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은 쓸쓸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던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집은 텅 비어 있었고 동네 미용실과 세탁소 등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문구가 나붙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마주했던 상인들 역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2일 단원고 앞 M문구점. 가게 유리창에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지만 문구점 주인은 메모지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학생들이 보면 더 슬퍼할까 봐 수거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모아 단원고에 기증할 생각이다.” 또 다른 문구점 주인 이경원 씨(55)는 “중학생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크는 걸 보고 내 자식이 크는 것처럼 뿌듯했는데…. 다음 생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주민들도 있다. 안산과 시흥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안모 씨(54)는 “등하굣길에 단원고 학생들이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혼을 많이 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과 실컷 웃고 떠들 게 놔둘걸 그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와동에서 22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홍서 씨(64)는 “17일에 이사하기로 한 집이 새집처럼 수리가 다 돼서 좋아하던 한 가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남학생이 전날 상상도 못한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고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정이 넘치고 아이들도 잘 따르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최 선생은 대학도 수석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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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니, 왜…

    영정 속 친구는 웃고 있었다. 그 앞에 노란 리본이 묶인 국화꽃을 올려놓았다. 그 옆에, 또 그 옆에도 친구가 웃고 있었다.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아니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너무 가슴 아픈 이별이었기에. 옆에서 손을 잡고 조문을 하던 학부모가 아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할머니는 “얼마나 슬프고, 기가 막히면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릴꼬. 저 어린 것들이…” 하며 가슴을 쳤다. 30일 오후 2시 15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단원고 2학년 70명이 도착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이들은 고인이 된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을 20여 분간 둘러보며 오열했다. 고려대안산병원에서 2주간 치료를 받았던 이들은 친구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친구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흰색 셔츠에 검은색 하의로 복장을 맞춰 입고 먼저 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조용히 분향소로 향했다. 이를 본 일반 조문객들은 양옆으로 비켜섰다. 그 사이로 아이들은 친구들의 영정 앞으로 걸어가 국화를 놓고 묵념했다. 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을 확인하느라 수많은 위패를 유심히 살폈다. 잠시 후 익숙한 얼굴이 있는 영정을 확인한 이들은 걸음을 멈춘 채 이내 눈물을 쏟았다. 조문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고려대안산병원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했다. 이들은 퇴원을 앞두고 2층 복도에서 모처럼 얘기꽃을 피웠다. 라면, 과자 등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여느 고교생 같은 모습이었다. 사고의 충격,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은 병원에서 많이 치유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분향소에선 달랐다. 병원에서 인터뷰를 하다 “내 이름 신문에 나와요?”라며 장난을 치던 김모 군(17)은 창백한 얼굴로 어머니의 부축을 받은 채 겨우 조문을 마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학생은 74명. 이 가운데 치료가 더 필요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상태가 좋아져 30일 퇴원했다. 이날 조문을 마친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외부시설에 모여 집단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는 175명(학생 157명, 교원 4명, 일반 희생자 14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다. 29일 분향소가 문을 연 뒤 30일 오후 11시 현재 조문객은 모두 4만3000명을 넘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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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고통 눈감은 상술, 해도 너무 해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가도록 해야죠. 어차피 정부가 지원해 주는데 앙드레 김 스타일의 황금수의는 어떠세요?” 일부 장례업체들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용해 지나친 상술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장례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해 고가의 용품을 사용하도록 유족들에게 강권한다는 것. 복지부가 최근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내 일부 고가의 장례비용에 대한 경비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이 유족에게 권하고 있는 장례용품은 일반 장례식장에서 구하기 힘든 사치품이 대부분이다. 앙드레 김이 운영했던 주얼리 회사가 만든 1800만 원대 황금수의, 1000만 원이 넘는 안동삼베수의와 달마황금수의 등이 대표적이다. 대개 일반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재질에 따라 10만∼4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 수준인 나무관보다 비싼 수입 관을 권한 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스틸로 만들어진 관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500만 원가량이 든다. 나무 아래에 유골을 안치하는 수목장 업체는 4000만 원대 고급 나무를 권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파는 일반 음식이 아닌 호텔에서 추가로 음식 주문을 받거나, 소주 맥주가 아닌 양주를 공급하려는 업체도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김모 양(17)의 친오빠는 “유족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만큼 허례허식은 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아이들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보내주고 싶은 유족의 마음을 노리는 장사꾼은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례비용 상한선은 안전행정부와 유족 대표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의 슬픔을 이용해 호화 물품을 팔려는 비정상적인 장례업체를 집중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 / 안산=김수연 기자}

    •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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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도 운 주말… 2km 긴 줄에 1시간 넘게 기다려 조문

    모두가 ‘상주(喪主)’처럼 슬퍼했다. 조문객 누구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영정 앞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분향소가 처음 열리던 날 22명이었던 영정은 닷새 만에 143명으로 늘었다. 27일에만 24명의 희생자 영정이 합동분향소에 더해졌다. 이제는 희생자의 친구들도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고서야 친구의 사진을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한 위패에는 아직 아이의 죽음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이름을 적지 않았다. 늘 붙어 다녔던 친구의 시신을 찾을 때까지 몇몇 영정은 옆자리를 비워뒀다. 각 영정마다 담긴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 입구부터 2km 남짓 긴 줄이 생겼다. 1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먼발치로 합동분향소가 보였다. 전날에는 햇볕이 뜨거웠고 27일은 봄비가 내렸지만 늘어선 줄은 점점 길어졌다. 해가 진 뒤에도 조문객은 줄어들지 않았고 누구도 불평 없이 차분히 자리를 지켰다. 조문객 옆으로는 수시로 운구차가 지나갔다. 분향소 주변은 건물이 낮고 도로가 좁아 운구차가 유독 커 보였다. 몇몇은 운구차를 향해 목례를 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지금까지 총 16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조문 행렬이 계속되면서 준비된 10만여 송이의 국화가 동났다. 그 대신 검은색 근조 리본이 제단에 올려졌다. ‘어른으로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이렇게 죄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추운 곳에서 당장이라도 구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포스트잇에 각자의 생각을 적어 벽에 붙였다. 내용은 달라도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은 같았다. 검은 옷을 입고 홀로 분향소를 찾은 한 60대 여성은 “봉오리도 제대로 여물지 않은 싹을 어른들이 짓밟았다. 우리 모두가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마다 희생자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도 슬픈 발길이 이어졌다. 비가 내렸지만 분향소가 차려지기 1시간 전부터 100여 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여 분향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시민은 우산도 쓰지 않고 줄을 선 채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분향소 한편에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에 한 초등학생은 ‘형아 누나 지금 살아있어? 춥지 않아? 하늘나라 가서 행복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후 3시 반 분향소를 찾아 노란 리본에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박원순’이라고 적었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크고 작은 촛불기도회도 전국에서 열렸다. 주말 동안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단원고 총동문회와 안산시민이 함께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기도회가 마련됐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김성모 기자}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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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지켜준 우리가 죄인” 이틀간 4만명 추모 눈물

    “기도합니다. (바다에서) 나온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나올 이들을 위하여….”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온 국민은 하루가 한 달 같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구조되기를 바라는 소망 글들은 24일에도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임시 합동분향소 게시판을 뒤덮었다. 전날 설치한 게시판에 추모 메시지가 가득 차 별도의 게시판이 추가로 설치됐다. 안산 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아랍어로 ‘R.I.P(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학생과 교사 17명의 위패가 추가돼 전날 48명을 포함해 총 65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영정 사진은 1층을 다 채워 2층까지 늘어났다. 분향소가 문을 연 지 이틀째.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첫 등교를 한 날이었다. 조문객은 전날보다 더 늘어 인근 보도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한참을 기다려 입장한 뒤 분향소 앞에 세 줄씩 서서 국화꽃을 올려놓고 묵념했다. 한 조문객은 “너희도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 쓸쓸히 있는 거니”라고 혼잣말을 했다. 진도 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올라왔다는 한 비구니 스님은 “진도에선 한 가닥 희망이라도 가졌는데 여기선 완전한 이별을 한다니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회복지사 김유신 씨(51)는 “분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휴대전화 속 자녀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진모 군(17)의 이모는 “가족 대부분이 충격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 혼자 둘 수 없어 다시 분향소로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A 씨(62)는 주저앉아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한 죄인인데…”라며 통곡했다. 이날 국가대표 축구팀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 영화배우 김보성 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분향소 측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약 4만 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로 이뤄지는 실시간 추모메시지는 약 4만3500건에 달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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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정사진이 된 학생증…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잎사귀보다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창밖에 우거진 신록을 보는 것조차 사치 같구나. 어른들이 미안하다.”(60대 조문객 정인자 씨·여) 사진 속 아이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열일곱 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찍은 학생증 사진은 영정 사진이 되어 빈소에 걸렸다.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자 이를 보는 학생과 조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열했다.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안산시민, 강원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조문객들은 먼저 떠난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흐느꼈다. 분향소 근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들러 고인들을 추모했다. ○ “기적을 바랐지만…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날 오전 9시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늦은 밤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원모 씨(44)는 “슬프고 어린 영혼들을 달래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는 “깊은 바닷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 기적을 바랐지만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프다”며 울먹였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아파했다. 한 시민은 “내 새끼들인데, 다 내 새끼들인데…”라며 가슴을 쳤다. 한 여성은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바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생명을 이렇게 앗아간 나쁜 놈들!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통곡하는 이도 있었다. 선후배이자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아픔은 더 컸다. 김모 군(18)은 “사고가 난 지 8일째인데 시간이 멈춰선 것 같다. 하루하루를 멍하게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모 양(18)은 “동아리 후배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고교에 다닌다는 한모 양(17)은 “한 달 전에도 함께 수다 떨며 놀았던 친구를 영정 사진으로 만나야 한다니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 “하늘에서라도 행복하길∼” 고인에 대한 예를 마친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구에서 ‘전하지 못한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 벽면에 붙였다. 단원고 희생자인 박모 양(17)의 어머니는 “잠은 잘 잤니?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 해 ―mom”이라고 적었다. 게시판에는 “다음 생엔 이런 아픔 없는 곳에서 태어나야 해” “미안하다. 오늘을 기억할 테니 편히 쉬어라” 등 가슴 절절한 메시지가 담겼다. 빈소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이별 메시지를 적으며 또다시 울었다. 게시판의 사연을 읽는 이들도, 현장을 촬영하던 외신기자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의 편지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활동하는 이근호 선교사는 도농중 학생들이 색종이에 쓴 편지 수십 장을 가져와 분향소 벽면에 붙였다. 이 선교사는 “나 역시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은 편지를 가져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배우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 등이 찾았다. 이날 분향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을 보좌관이 촬영하자 이를 본 단원고 일부 학부모가 “여기 국회의원이 사진 찍으러 온 것이냐”고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분향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추모메시지 전화(010-9145-8879)를 개설했다. 23일 하루 동안 총 3만 건 가까운 메시지가 왔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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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고 임경빈군 영결식… 아빠가 말하는 ‘빈자리’

    아들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듯했다. 마지막으로 만져 본 아들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래도 잠시 보듬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아빠, 나 깼어”라고 말하며 일어날 것만 같았다. 입관하기 전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던 아버지 임모 씨(47·회사원)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성격 급한 것까지 아빠를 닮았어. 구조대를 못 기다리고 그냥 물에 뛰어들었다니…. 조금만 더 버티지, 조금만 더 헤엄치며 기다리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전 7시 반 경기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임경빈 군(17)의 발인이 진행됐다. 아버지의 눈은 충혈됐고 볼은 움푹 파여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들을 보내야 할 때’였다. 친척들이 주위에서 “가지 말라”며 울부짖었지만 아버지는 담담히 화장을 하는 수원시 연화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임 군의 아버지를 만난 건 발인 하루 전인 21일 오전 11시경. 그는 아들이 다니던 단원고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2학년 임경빈 아빠”라고 짧게 소개하며 입을 열었다. 그가 아들과 나눴던 추억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것은 게임 ‘스타크래프트’. 일 때문에 경기 의정부시에서 살던 7년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처음으로 이 게임을 알려줬다. “주말엔 아이와 항상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게임방 이름은 ‘경빈1234’였다.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혼낸 것도 지금은 추억이 돼 버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게임이나 실컷 하라고 할걸….” 임 씨는 임 군 아래 여섯 살 터울의 딸이 있다. 딸이 태어난 뒤 아들에게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과 그렇게 거리가 멀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친구를 무척 좋아하던 아이였다. 동네 친구 중에 김밥집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도 이번 사고로 못 돌아왔어. 하늘나라에서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으려나….” 아버지는 5월로 예정돼 있던 아들의 학교 운동회 얘기도 했다. 임 군은 아버지에게 “올해 예선전에서 모두 탈락해 운동회가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럼 아빠는 안 가도 되겠네’ 하며 웃어넘긴 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먹고사는 게 바빠 아이의 운동회는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였기 때문. 아들은 어쩌면 잠시라도 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을 바란 건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 “자식과 보내는 1분 1초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걸 이제야 알겠다. 돈 버느라 미뤘던 그 시간들이 나중엔 전부 후회로 남아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걸….” 아버지는 아이를 납골당에 안치한 뒤 “아이 방을 청소해야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왜 그렇게 빨리 해? 우리 애를 그렇게 빨리 보내고 싶으냐”며 말렸다. 당분간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두자는 거였다. 하지만 임 씨는 “아내가 혼자 치우면 또 얼마나 많이 울겠느냐. 차라리 내가 먼저 치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임 씨는 아들을 보낸 직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곤 “아들이 부모 속을 썩이더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지금 당장 어떻게 살지 막막하지만, 다시 시작해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먼저 간 아들의 빈자리는 그렇게 커 보였다.안산=홍정수 hong@donga.com·김수연 기자}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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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둔 부모마음 다 같아” 슬픔에 잠긴 다문화 거리

    “외국인이라 모른다고요? 자식 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죠.” 요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다. 16일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가 3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안산은 외국인 노동자 밀집 거주지역으로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나 영어 간판이 더 많은 ‘다문화 특구’다. 인구 76만 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은 지난달 말 현재 6만5046명. 여기에 불법 체류자 3만∼5만 명(추정)을 포함하면 안산시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외국인으로,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1일 원곡시장 입구에는 안산이주민센터가 설치한 ‘진도 여객선 침몰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서툰 한국말로 “슬퍼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불쌍해요”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요즘 음악 소리조차 낮출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여객선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S 군과 일본인 어머니를 둔 K 양, 중국 동포 부모를 둔 B 양 등 3명. 이들을 잘 알고 지내던 안산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은 “너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다문화가정도 이번 사고에 아파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조선족 A 씨(43·여)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중국에 두고 왔다. 자식만 바라보며 타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여객선 침몰 사고가 터져 자녀를 잃었다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아이 부모는 뭘 생각하며 살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위바둘라 씨(36)는 “뉴스에서 침몰 사고 속보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린 학생들이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는 안산 추모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20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촛불기도회에 참가했던 조선족 C 씨(60)는 “단원고가 바로 옆 동네였는데 그 학생들이 변을 당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주민센터는 27일 원곡초등학교에서 제13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경기를 열 예정이었지만 6월로 연기했다. 센터 관계자는 “나라가 우울한 상황에서 체육행사를 열 수는 없었다. 그들을 추모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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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청소해 놓을게 어서 돌아와”

    “저희가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경기 안산 단원고는 임시 휴교를 23일까지 연장했지만 1, 3학년 학생들은 평소처럼 학교를 찾았다. 실종 학생들의 가족과 지인, 생존자를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 강당에 의자를 놓는 일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봉사활동을 했다. 한 손에 장갑을, 다른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든 20여 명은 하루 종일 학교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다른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서 출입 차량의 주차를 돕거나 대한적십자사 긴급지원본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단원고 1학년 임모 군(16)은 “사고 직후에는 멍한 느낌에 뉴스를 보며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는 게 전부였는데 문득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시 휴교를 했지만 평소처럼 등교해 쓰레기를 줍거나 분리수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한 단원고 졸업생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 졸업생 김모 씨(20·여)는 “대학 수업을 마친 후 후배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잠깐이라도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까지 단원고를 방문했다. 이들은 실종자의 가족과 지인이 모인 4층에서 일손을 도왔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박모 씨(47·여)는 “사고 이틀째부터 매일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마음도 무거울 텐데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학생이나 졸업생들은 모두 “부디 실종자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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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디찬 죽음 앞에서… 통곡의 안산

    “아까워서 어째…. 소중한 내 새끼 이렇게 보내서 어떻게 하나!”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후 10시 반 경기 안산 고려대병원 장례식장. 101호 안산 단원고 김모 양의 빈소에선 통곡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왔다. 유족들은 김 양의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들의 추가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에선 깊은 슬픔이 더 커졌다. 이날까지 안산 고려대병원, 한사랑병원 등 6개 장례식장에 학생 16명, 교사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도, 친구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이 세상 떠난 이 영혼 보소서. 영원한 안식 주시어 잠들게 하소서.” 고려대병원의 장모 군(17) 빈소에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성가가 울려 퍼졌다. 고인과 같은 성당을 다녔다는 한 시민은 “어머니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구김살 없이 밝은 아이였다. 보육원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임모 군(17)의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달려갔더니… 신원을 알 수 없는 남학생 시신이 우리 아이였다.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나 ‘아빠’라고 부를 것 같다”며 흐느꼈다. 고려대병원에는 이날 황모, 장모 군 등 단원고 학생 2명의 시신이 추가로 안치됐다. 유가족들은 “수학여행 간다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니, 아들아, 아들아”라며 통곡했다. 이들을 바라보던 조문객과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남윤철 교사의 빈소에는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교사의 본분을 다하다가 희생된 아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부모의 결정 때문이다. 빈소 앞에서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을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외부 인사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안산시 소재 6개 장례식장을 모두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밖에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종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조문했다.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유족은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사고학생 유족은 “아이가 바다에서 고통을 받으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 나라와 언론이 한 게 무엇이냐.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여객선에서 구조된 단원고 강모 교감이 실종된 학생들에 대한 자책감에 못 이겨 이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는 충격에 휩싸였다. 유족과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 왜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 거냐”며 괴로워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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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믿습니다” “Pray for SouthKorea”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생존을 소망하는 목소리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 사흘째인 18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종자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수십 장씩 올라왔다.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 김민혁 군(18)은 여객선 침몰사고 직후부터 학교 4층 강당에서 SNS에 시시각각 새로운 소식을 올리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250여 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교 교실 칠판이나 노트에 ‘단원고에 희망을’ ‘기적을 믿습니다’ ‘우린 아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꼭 돌아와’라는 내용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이다.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림이나 조각품도 있었다. 김 군은 “인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기적이란 꽃말을 가진 파란 장미를 찍어 보내거나 운동장에 ‘기적’이란 대형 글씨를 적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종자를 응원하고 있다. 한 태국인은 직접 그린 태극기 그림과 ‘한국을 위해 기도한다(Pray for SouthKorea)’라는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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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폭력 아빠 몸서리치던 진규… 동생-친구에게 똑같이 폭력

    《일곱 살 진규(가명)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다섯 살 여동생의 목에 줄을 감고 이 방 저 방으로 끌고 다녔다. 아버지는 동생을 이미 몇 차례 벽에 집어 던지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동생은 눈을 껌벅이며 숨을 헐떡였다. 진규는 아버지에게 맞을 때 ‘이러다 죽겠다’고 느끼곤 했는데 눈앞에서 동생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날도 주먹질에 앞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애새끼들은 맞아야 정신 차려.” 여동생이 숨진 지 7년. 올해 열네 살이 된 진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법원은 학대로 자녀를 숨지게 한 부모를 살인자로 보지 않지만 진규가 겪는 후유증은 ‘아동 학대가 살인보다 잔인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폭력’의 노예가 돼 있었다. 》2007년 진규(가명·당시 7세)의 아버지는 다섯 살배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아버지가 수감된 뒤에도 진규네 집은 계속 전쟁터였다. 진규가 다른 여동생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빠한테 못된 것만 배웠다”며 진규를 미워했다. 남편에게 맞고 살던 엄마는 딸들을 지키려 아들을 때렸다. 3년 뒤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학대신고를 받고 진규네 집을 찾았다가 혼란에 빠졌다. 진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세를 가진 피해자인 동시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가해자였다. 페트병에 자기 소변을 받아 동네 아이들에게 강제로 먹이기도 있다. 아버지가 진규 남매에게 했던 단골 수법이었다. ‘폭력의 DNA’가 진규에게 옮겨간 듯했다. 진규는 1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2년간 위탁가정에서 지냈다. 그 사이 중학생이 된 진규는 올해 2월에야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두 달쯤 지난 이달 초 진규는 그 집에 홀로 남겨졌다. 엄마가 여동생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날 진규 엄마는 아동보호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진규한테 예전 남편의 모습이 보여요.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전날 진규가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부엌칼을 휘두르며 위협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데 이어 엄마한테마저 버림받은 진규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아버지가 뿌린 불행의 씨앗은 진규와 가족들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 생존본능이 공격성으로 표출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아동학대 피해 후 구조된 청소년 10명과 유년시절 부모에게 학대당했던 30, 40대 성인 10명이 겪은 후유증을 취재했다. 이들은 폭력에서 벗어난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학대에서 갓 탈출한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증상을 보였다. 장기간 심리적 물질적 결핍 상태에 있다가 쉼터 등 안정적인 환경에 놓이자 “이럴 때 최대한 챙겨놓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도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학대를 피하려 가출해 노숙생활을 하다 보니 도둑질이 몸에 밴 사례도 있다. 거짓말 역시 살려는 몸부림이다. 보통 학대 부모들은 폭력의 원인을 아동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약속을 안 지켰다’고 몰아세우며 폭력의 명분을 쌓는다. 학대받는 아동들은 솔직히 말했다가 무참히 구타당했던 적이 많아 상대가 원하는 대로 사실을 가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공격성도 자주 나타난다. 부모와 신뢰관계 형성이 안돼 상대를 잘 믿지 못하는 데다 더는 억압받지 않겠다는 절박함의 표출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서 타인을 괴롭히거나 제압하는 요령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결과다. 피해 청소년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섣불리 ‘문제아’로 낙인찍게 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이들의 후유증을 더 악화시킨다.○ “엄마 계모 맞지?” 아동학대 피해 후 충분한 관심과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지금은 부모가 된 이 피해자들은 몸에 새겨진 학대의 관성이 자녀를 향할 때 극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친부와 계모에게 골프채로 구타당하고 변기에 처박히는 ‘물고문’을 자주 당했던 A 씨(35·여)는 8세와 3세인 아이들에게 종종 손찌검을 한다. 큰아들은 “엄마는 신데렐라에 나오는 계모 같아. 엄마 계모 맞지”라고 농담하듯 말한다. 이 아이 역시 세 살짜리 동생을 자주 때린다. A 씨는 “나한테서 아빠의 모습을, 내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몸의 피를 모두 빼버리고 싶다”고 했다. 친부가 옆집에서 개 잡을 때 쓰는 몽둥이를 빌려와 마구 때리곤 했다는 B 씨(39). 그는 요즘도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저려오고, 뒤에서 누군가가 몽둥이로 때리는 악몽을 자주 꾼다. 계모는 그가 초등학생 때 냉장고를 자물쇠로 채워 놓고 밥을 굶겼다. 그 때 생긴 식탐이 지금껏 이어져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평소엔 조용한 성격이지만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직장 상사가 일방적 의견을 강요할 때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멱살부터 잡았다. 이 같은 분노조절 장애 탓에 다니던 공기업에서 해고됐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지금은 막노동을 하고 있다. 학대 피해 과정에서 형제간 신뢰가 깨져 성장한 후에도 사이가 회복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유년시절 두 살 터울 누나와 함께 8년가량 부모에게 학대당했던 한모 씨(40)는 “매 맞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안 맞고 누나가 맞을 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집을 나온 한 씨는 그 후 누나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한 씨는 “서로가 곤경에 처했을 때 방관했다는 원망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세월이 지나도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신광영 neo@donga.com·배준우 기자}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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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삼인 바로 옆에 또 한삼인… 동대문 상가에 무슨 일이?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H빌딩 2층 건강식품 매장.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농협 홍삼 브랜드 ‘한삼인’ 제품을 팔고 있는 점포는 3곳이었다. 이들은 각각 ‘농협홍삼’ ‘한삼인홍삼’ ‘농협한삼인’ 등의 간판을 단 채 불과 2m 간격을 두고 영업 중이었지만 이 중 농협홍삼 본사와 정식으로 가맹 계약을 맺은 곳은 김모 씨(51)의 ‘농협한삼인’ 점포뿐이었다. 김 씨는 “본사가 ‘반경 1km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주변 소매점들에도 한삼인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가맹점 사방에 ‘한삼인’ 간판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횡포 사태로 ‘갑을’ 논란이 불거진 지 1년이 돼가지만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는 가맹 계약 위반 신고가 554건 접수됐다. 여기에 김 씨를 비롯한 일부 농협홍삼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갑의 횡포’냐 ‘을의 생떼’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한삼인 제기동점을 두고 다툼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농협홍삼은 기존 가맹점주 김 씨에게 가맹권을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이 일대 일반 홍삼 소매점들과 납품 계약을 맺어 시장을 확장하려면 기존에 김 씨와 맺은 “가맹점 반경 1km에는 다른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는 ‘불문 계약’을 해결해야 했다. 양측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농협홍삼 측은 가맹권이 곧 양도될 것이라 확신하고 8월 김 씨의 점포 주변 소매점에 한삼인 제품을 1년 6개월간 납품하기로 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양도 계약이 같은 해 9월 금액 등 조건 차이로 결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가 영업을 재개했지만 이미 농협홍삼과 도소매 계약을 맺은 인근의 일반 소매점들도 한삼인 제품을 진열하고 영업에 나섰다. 김 씨는 “농협홍삼 측이 가맹 계약을 위반해 2012년 7975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109만 원(2012년 대비 26.4%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농협 “가맹과 무관한 납품 계약” 다른 농협홍삼 가맹점주들도 본사의 횡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A 씨(51)는 서울지역에 가맹점을 차린 지 4년 만인 지난해 3월 폐업하고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본사가 재고 처리를 위해 대형 행사장에 제품을 덤핑하는 바람에 가맹점 매출이 떨어졌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다른 가맹점주 B 씨도 “주문한 적 없는 신제품이 본사로부터 ‘밀어내기’식으로 내려왔고 불과 500m 떨어진 대형마트에도 한삼인 제품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떨어졌다”며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농협홍삼 측은 “가맹 계약 당시 약속한 ‘영업권 보장’은 기존 가맹점 주변 1km에 다른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열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 소매점과 단순 납품 계약을 맺는 것은 기존 계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김 씨는 기존에도 인터넷에서 한삼인 제품을 무단 판매하는 등 불량 영업을 했고, 가맹권 양도 계약이 결렬된 뒤 점포를 성실히 운영하지 않고 있다가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달 말 김 씨의 제기동점 인근 소매점들은 한삼인 간판을 철거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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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된 신용카드, 機內에선 통했다

    ‘애플 아이패드 미니 16G(40만 원), 시슬리 안티에이징 크림(33만 원), SK-II 스템 파워 크림(24만 원)….’ 지난해 8월 31일 일본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른 설모 씨(31)는 고가 가전제품과 화장품을 줄줄이 주문했다. 그는 이들 제품 값 150만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설 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사라졌다. 하지만 설 씨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였고, 항공기에서 결제한 신용카드는 이미 정지된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경찰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는 일반 카드 가맹점과 달리 실시간 결제 승인이 이뤄지는 단말기 회선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승객의 카드 전표를 착륙 후 카드사에 보내는 ‘무승인 결제’ 방식으로 면세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카드가 정지되거나 이용 한도를 초과한 상태여도 매출 전표가 처리되는 3∼5일 후에야 알 수 있다는 것. 설 씨처럼 카드대금을 낼 수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에게 이미 물품이 팔린 뒤라면 손해는 카드사가 떠안아야 한다. 조모 씨(37)는 지난해 8∼10월 설 씨 등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뒤 기내 면세품 1억8000만 원어치를 구입하게 한 뒤 남대문 수입상가에 되팔았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조 씨를 구속하고 설 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경. 항공사와 카드사는 이런 맹점을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해 금융채무 불이행자 명의의 신용카드 리스트를 기내 결제 시스템에 사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장착하는 데에는 항공기 1대당 수억 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량 고객 리스트가 카드사와 항공사 사이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데다 항공사가 ‘승객 불편’을 핑계로 확인을 소홀히 해 효과가 작다. 실제로 설 씨는 41일 동안 21차례나 일본을 왕복하며 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 5400만 원어치를 결제했지만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또 불량 카드 사용의 책임을 항공사 대신 카드사들이 전부 떠안는 구조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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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탕집-예식장서 ‘한표’ 행사

    “이모, 여기 수육 1인분 추가요!” 4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은평로에 자리한 ‘전라북도 원조 욕쟁이 영양탕’ 식당. 70m² 남짓한 가게 안에는 구수한 보신탕 냄새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지만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건 ‘욕쟁이 할머니’로 불리는 창업주 이경재 씨(83)의 아들 정홍갑 씨(59). 어머니는 전북 군산시와 서울 종로구에서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줬고 4년 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정 씨의 보신탕집은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에는 문을 닫는다. 식당이 선거 투표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이 ‘기존 투표소 위치에 대한 불만 민원이 많은데 하루만 식당을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해 승낙했다. 공적인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급호텔도 ‘투표소 후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응암1동 주민들은 근처 알로이시오 초등학교와 도티 기념병원에서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소가 고지대에 있다 보니 노인과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응암1동 주민센터 측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게 찾을 수 있고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도 좋은 정 씨의 식당을 새로운 투표소로 선정했다. 응암1동 주민 황병희 씨(57·여)는 “투표하러 동네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식당이 투표소라니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투표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표소를 확정하는 일로 분주하다. 대개 학교나 관공서가 1순위 장소로 꼽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정 씨의 식당처럼 개인 소유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하 주차장, 예식장 등 이색 장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자동차 틴팅(선팅) 전문업체와 중랑구 묵1동의 한 예식장도 이번 선거 때 투표소로 탈바꿈한다. 서대문구 홍제2동 인왕산 자락의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몇 년째 아파트 입구 지하주차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같은 구 홍은동에서는 적당한 투표소 찾기가 쉽지 않자 특급호텔인 ‘그랜드힐튼호텔’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 투표소 선정, 갈수록 ‘첩첩산중’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투표소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섭외는 쉽지 않다. 개인 소유지를 섭외할 때 투표소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사흘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실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사흘이 넘게 걸렸다. 올해 선거에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 주민센터는 야외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는 18대 대선까지 건물 2, 4층을 투표소로 활용했으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아 약 500만 원을 들여 주민센터 앞 주차장에 야외 투표소를 꾸밀 예정이다. 김영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언론팀장은 “소중한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소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투표소가 변경되면 사전에 충분히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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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 보자” 새벽 4시부터 들썩

    6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가 ‘영화 속 세트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전 4시 반 강남대로에서 시작된 ‘어벤져스2’ 촬영 현장에는 열혈 팬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외국인, 가족 단위 구경꾼들이 영화 촬영 현장을 지켜봤다. ‘어벤져스’의 팬이라는 최동훈 군(14·학생)은 “흥분된 탓에 잠을 설쳤다. 꼭 주인공을 만나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강남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전문점의 창가 쪽 좌석은 어벤져스의 팬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일대 커피전문점들은 ‘어벤져스 특수’에 대비해 오전 4시부터 문을 열었다. 인근 건물 3층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영호 씨(44)는 “원래 일요일은 휴무인데 오늘은 ‘어벤져스’ 촬영 때문에 손님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 일부러 나왔다. 평소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강남대로변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정은 씨(34)도 “새벽이라 손님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어벤져스가 우리 상인들에게 효자가 됐다”며 즐거워했다. 날이 밝으면서 강남대로에서는 추격전 촬영을 위한 리허설이 시작됐다.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인근 골목에서는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구경 나온 김동현 씨(37·서울 서초구)는 “강남은 마포대교보다 촬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 측은 시민들과 마찰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는 시민을 제지할 때도 “영화에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오면 재촬영을 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영화 관계자 무전기로는 ‘시민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계속 흘러나왔다. 일부 외국인 스태프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시민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이날 촬영 현장은 도심 속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주연급 배우가 대부분 불참한 데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장면이 계속됐음에도 시민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서울에서 촬영된다는 게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일부 시민은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영화 속 캐릭터 의상을 입고 나와 주위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날 촬영은 오후 2시 40분경 마무리됐다. 강남대로를 지나는 일부 버스가 우회 운행되는 등 통제됐지만 교통대란이나 혼란은 없었다.이건혁 gun@donga.com·홍정수·박성진 기자}

    •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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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주일새 5번 멈춘 ‘불안鐵’… “이게 시민의 발이냐” 분통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5시간 넘게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시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서울 지하철 사고가 5번이나 발생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2분 시흥차량기지로 이동하던 9001열차가 숙대입구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구간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이 열차는 코레일 소속으로 2일 오후 10시 50분경 바퀴의 베어링 마모에 따른 발열현상이 일어나 임시로 열차를 세우는 한성대입구역으로 옮겨졌다. 이어 3일 수리를 하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서 시흥차량기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선했다. 탈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고로 오전 10시 23분까지 서울역∼사당역 구간 하행선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상행선도 20분 간격으로 지연 운행됐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본보 취재팀이 찾은 지하철 4호선 서울역은 우왕좌왕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4호선 열차를 타고 서울역까지 온 하행선 열차 승객들은 이곳에서 모두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일부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다른 교통편을 서둘러 알아보거나 역무원에게 항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승강장에서는 열차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계속 반복됐다. 그러나 다른 지하철역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 조치가 미흡해 지하철을 탄 다음에야 운행 중단 사실을 안 승객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용찬 씨(39)는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며 내리라고 해서 황당했다. 버스를 타라는데 어디서 타야 할지 몰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신윤정 씨(20·여)도 “열차 안에서(운행 중단) 안내방송을 듣고 다들 당황하고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1·여)는 “이래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겠나. 차라리 조금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일주일간 발생한 지하철 사고 5번 가운데 4번이 코레일 소속 열차여서 코레일 측의 차량과 시설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이번 탈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잇따른 사고의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하철 사고를 막으려면 코레일 등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관리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철도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거의 없어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시지하철, 광역전철 등 운영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주애진 jaj@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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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 헐크, 우리도 출동준비 끝”

    ‘아이언맨’ ‘토르’ 등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30일부터 시작된다. ‘어벤져스2’는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다음 달 14일까지 약 보름간 세빛둥둥섬과 강남대로 등의 교통을 통제하고 촬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내에서 영상물 촬영 때 이처럼 장시간 교통을 통제한 건 전례가 없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의 대대적인 지원과 인기가 높은 배우들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터넷에선 ‘어벤져스’ 전작의 장면을 서울시내 배경과 합성한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진이나 영상물 촬영은 삼가야 한다.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코리아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촬영 현장이 언론에 유출될 경우 영화에선 촬영분이 편집될 가능성이 높다”며 “영화 내용을 노출시킬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도넛 가게 점장 김수경 씨(35)는 “다음 달 4일 강남대로 촬영 때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는 가게의 특징이 장점이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영화 촬영을 구경하면 장사도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영화 촬영 특수(特需)’를 예상했다. 다음 달 사흘간 영화 촬영이 예정된 마포구 상암동 DMC 월드컵북로 인근 샌드위치 가게 직원 이현희 씨(22·여)도 “스태프와 손님들이 와 샌드위치가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대로는 접근성이 좋아 촬영 때 시민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경찰은 일요일인 6일 오전 강남대로 차도를 통제하고 인도도 촬영 상황에 따라 통제할 방침이다. 촬영을 잠시 쉴 땐 인도를 개방하고 촬영이 시작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면 통제한다는 것이다. 구경하려는 시민들은 카페나 음식점 등을 ‘구경 포인트’로 삼았다. “월드컵 경기 기다리듯 서울 촬영을 기다려 왔다”는 대학생 김지형 씨(26)도 “6일 새벽부터 강남역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잘 보이는 자리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일부 상인에겐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대로변 편의점 주인 김현희 씨(54)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은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오는 피크타임인데, 대로를 통제하면 손님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곳과 달리 주말이 아닌 평일에 도로가 통제되는 상암동 주민들은 출퇴근과 등교 걱정이 앞섰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차호철 씨(62)는 “여긴 지하철이 없어 사람들이 버스만 타는데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영화 촬영지 관련 72개 버스 노선에 임시 버스 노선과 임시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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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등 투자금 120억 들고 中 잠적 탈북사업가

    탈북자 출신 사업가로 유명한 H무역 대표 한모 씨(49)가 귀환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투자금 120억 원가량을 빼돌려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로 27일 피소됐다. 한 씨는 국군포로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보상금 3억∼6억 원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식으로 받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처음부터 이를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27일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장(84) 등 국군포로 10명은 투자금 20억 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사기)로 한 씨 등 H무역 관계자 7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들 외에도 탈북자 400여 명이 투자금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투자액이 밝혀질 경우 정착 지원금이 끊길 것을 우려해 고소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 등은 경기 파주시의 생활용품 수출업체 H무역에 1억∼4억 원을 빌려주고 매달 원금 1.5%(연 18%)를 수익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2010년 한 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달 19일 중국 선양(瀋陽) 출장 도중 회삿돈을 챙겨 잠적했다. 유 회장 등에 따르면 한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H무역 본사 사무실 건물에 ‘국군포로 쉼터’를 만들어 숙식을 제공하고 팔순 잔치와 국내 여행을 주선했다. 국군포로 이모 씨(81)는 “한 씨가 마치 친아들처럼 우리를 극진히 대접했고, 투자 수익금도 은행 금리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국군포로들의 H무역 투자 사실을 알고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물정 모르고 거액의 일시 보상금을 탈북 브로커나 친인척에게 뜯기고 외롭게 지내 사기에 취약한 국군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부 탓도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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