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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대선이 ‘초고령 매치’로 불리고 있는 가운데, 15일(현지 시간)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되자 ‘그 체력으로 대통령은 어떻게 하냐’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외신들은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판에서 꾸벅꾸벅 졸았다고 일제히 전했다. NYT는 “판사가 변론을 듣고 변호사가 자신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와중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느라 입이 벌어지고 고개가 가슴팍까지 떨어졌다”고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점심시간 이후 배심원단 선정 절차가 시작됐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눈꺼풀이 계속 감기자 변호인단이 그의 잔에 음료를 채워주고,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82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sleepy·졸린) 조’라고 부르며 그의 고령을 공격해왔단 점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자신도 법정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로 바이든 대통령과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다만 이날 공판은 TV로 중계되지는 않아 일부 취재진만 현장을 참관했다.민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케이트 베딩필드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붙였던 별명에 빗대 “슬리피 돈(Sleepy Don)”이라고 조롱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고문을 지낸 댄 파이퍼는 “트럼프가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깨어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늙고 약하다면 (대통령이 된 후) 상황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꼬집었다.한편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걸려 있는 4건의 형사재판 중 유일하게 11월 대선 전에 열리는 재판의 첫 공판일이었다.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였던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불륜 관계를 공개하려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막음용 돈을 건넨 뒤 이를 기업 회계장부에 반영해 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0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리셴룽(李顯龍·72) 싱가포르 총리가 다음 달 15일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2년 전 그의 후계자로 낙점됐던 로런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52)이 리 총리의 뒤를 잇는다. 리 총리는 15일 성명에서 “다음 달 15일 총리직을 사임하고 같은 날 웡 부총리가 차기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며 웡 부총리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웡 부총리는 동영상을 통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총리 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오래전부터 “70세가 되는 2022년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자 감염병 대응 등을 이유로 퇴임을 미뤘다. 하지만 장기 집권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고조된 데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9만2000달러(약 1억2700만 원)로 그의 집권 동안 약 3배로 늘었다. 중국의 직접 통치 강화로 서구 자본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홍콩과 달리 ‘아시아의 금융허브’ 위상도 굳혔다. 다만 경제 성장과 별개로 리 총리 일가의 세습 및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은 상당하다. 리 총리의 부친은 초대 총리 리콴유(李光耀·1959∼1990년 집권)다. 리 총리의 전임자 고촉통(吳作棟·1990∼2004년 집권) 전 총리 또한 리 전 총리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았다. 이를 감안할 때 리 총리가 아들 리홍이(李鴻毅·37)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 웡 부총리에게 일종의 ‘징검다리 총리’ 역할을 맡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생인 웡 부총리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및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리 총리의 보좌관을 지내며 그의 눈에 들었고 국가개발장관, 교육장관 등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언론계가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토론 참여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4건의 형사 기소와 다양한 민사 소송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파로부터 고물가와 외교정책 실패 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모두 토론 참석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두고 “대선 후보의 토론 참여는 유권자에 대한 의무”라며 참석을 강하게 요구했다.뉴욕타임스(NYT), AP통신, CNN, 폭스뉴스, 공영 라디오 NPR 등 미 12개 언론사는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선 토론은 1976년부터 지난 50년 간 모든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완주 의사가 있는 대선 후보라면 대선 토론에 대한 참여 의지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양극화된 시기에 미국인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이번 선거의 위험성이 유난히 높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후보자들이 서로 토론하고 국민 앞에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놓고 토론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10월에 총 세 차례로 예정된 대선 토론에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를 주관할 미 대선 토론위원회(CPD)가 공정한 토론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각각 2020년, 2023년 대선 토론 일정을 취소한 이력이 있어 참석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CPD는 오는 9월 16일 텍사스주에서 대선 후보간 1차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후 10월 1일 버지니아주, 같은 달 9일 유타주에서 토론회를 추가로 개최한다. 부통령 후보간 토론회는 9월 2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오는 17, 18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참여하는 사상 최초의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주요 안건은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이며 올 상반기 중 3국 산업장관 회의 또한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교도통신에 따르면 3국은 17, 18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기간에 맞춰 한미일 3국도 첫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기획재정부 또한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의 개최 시기, 장소, 의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사상 첫 직접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는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더 강한 대응으로 맞서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이 섣불리 재보복을 했다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기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군사 강대국이다. ● 이 “전례 없는 대응” vs 이란 “더 큰 대응 할 것”이란군은 앞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화물선 ‘MSC 에리즈’를 나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선박 나포를 군사 공격의 ‘신호탄’으로 보고 군 경계 태세를 발동했다. 전국에 대국민 행동지침 및 휴교령도 내렸다.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해 무인기(드론),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한 이란의 공습은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습이 끝난 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공격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군사 구조물 표적을 공격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과 향후 미국의 개입에 강하게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TV에 “이스라엘의 보복 시 우리 대응은 오늘(13일) 밤의 군사 행동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후 공격에 가담한다면 미국 기지와 인력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공격은 계획하고 있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은 종료됐으며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美, 이스라엘 지지 동시에 확전 방지 안간힘 미국은 13일 이란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다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양국은 수십년간 앙숙이면서도 서로 직접 공격을 하진 않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통제에서 벗어난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란에 보복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 NYT는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이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러미 보언 영국 BBC 방송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것으로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호주 시드니 교외에 있는 한 대형 쇼핑몰에서 대낮에 40대 남성의 ‘흉기 난동’으로 무고한 시민 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범인을 총을 쏴 진압해 대형 참사를 막은 여성 경찰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호주 공영방송 ABC 등은 “13일 오후 시드니 동부에 있는 본다이정션 웨스트필드쇼핑센터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 5명 등 6명이 숨지고 9개월 영아 등 1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시드니 동부 해안 인근으로 부유층과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쇼핑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난동으로 현장은 도망가거나 몸을 숨기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개월 여아의 어머니가 목숨을 잃은 뒤 일부 시민이 다친 아이를 보호했다”고 전했다.범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경찰 당국은 “용의자는 퀸즐랜드 출신 40세 조엘 카우치”라며 “전과는 없으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hate crime)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BC는 “이번 사건으로 숨진 6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고, 부상자도 12명 중 10명이 여성”이라며 “경찰 당국은 해당 범죄가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기 소지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호주는 이 같은 난동 사건이 흔하지 않다. NYT는 “2017년 마약을 복용한 운전자가 차를 몰고 돌진해 6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이래 호주 최악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장에서 범인을 사살 제압한 여성 경찰 에이미 스콧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스콧은 사건 당시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범인을 혼자 맞닥뜨렸고, 망설임 없이 총을 쏴 사살했다. 이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들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CPR)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낭만적인 프랑스 파리마저 ‘섹스리스(sexless)’ 문화가 번지고 있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의도적이건 아니건 프랑스는 오랫동안 ‘사랑이 꽃피는 나라’로 여겨졌다. 20세기 로맨틱코미디의 아이콘이던 멕 라이언이 출연한 영화 ‘프렌치 키스’(1995년)처럼, 파리는 커플들의 성지로 불렸다. 하지만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는 기존 이미지와 달리 심각한 ‘로맨스 불황’을 겪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최근 “만 18세 이상 프랑스 성인 1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24%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최대 수치로, 2006년만 해도 9%에 그쳤다. 성관계는 각자의 자유지만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선 출생률과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다. IFOP의 프랑수아 크라우스 에디터는 “섹스리스 문화는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프랑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 공포에 빠진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텔레그래프는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도 기혼 부부의 60% 이상이 거의 섹스리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의 약 30%는 1년 넘게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 주목할 건 이런 섹스리스 풍조가 출산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 젊은 세대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2월 미국 학술지 ‘성연구저널(JSR)’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0∼2018년 이탈리아와 그리스, 러시아 등 33개국 청년 18만 명을 조사한 결과, 성경험 숫자가 25개국에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섹스리스는 노화가 주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등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리학계나 의학계에선 환경적 요인이 청년들의 섹스리스를 야기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치솟는 물가와 대출 등 재정적 부담에 연애나 결혼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젠더 및 성생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인디애나대 킨제이 연구소의 저스틴 레밀러 선임연구원은 “우울, 불안과 돈 걱정 등이 젊은이들의 성욕을 감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범람이 성생활에 타격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 IFOP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부부 중에 절반가량이 “넷플릭스 등을 보기 위해” 성관계를 피한다고 답했다. 인디애나대 연구진도 “온라인의 성적 동영상이나 자극적 채팅 등에서 성적 즐거움을 찾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신경과학자인 오로르 말레 카라스 박사는 “최근 많은 상담자들은 ‘굳이 노력해서 실제 만남을 갖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사회가 발전하며 성평등 의식이 높아진 게 오히려 섹스리스 확산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에선 1981년 “원치 않는데 성관계를 가질 때가 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이 76%에 이르렀으나, 올해 기준 52%로 떨어졌다. 크라우스 에디터는 “현대 여성은 남성의 성관계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과거의 그릇된) 의무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남성 역시 성욕이 적으면 남성성이 부족하다는 편견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로저는 대만의 자존심이다.”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에서 수색구조견 ‘로저’가 대만의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고 중앙통신, 쯔유시보 등이 9일 보도했다. 가오슝 당국은 지진으로 실종되거나 숨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로저를 포함해 총 4마리의 수색구조견을 투입했다. 여덟 살 난 로저는 남부 가오슝 내 실종자와 희생자가 많았던 타로코 협곡 일대 낙석 더미 속에서 21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은 페이스북에 “로저가 바위 더미를 수색하던 중 특정 지점에서 멈춰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구조 요원이 희생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고 호평했다. 연한 갈색의 래브라도리트리버인 로저는 당초 관세청의 마약탐지견으로 키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활동적이고 발랄한 성향을 지녀 차분함이 요구되는 마약탐지견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2017년 받았다. 이후 구조훈련 센터로 옮겨진 뒤 훈련 끝에 수색구조견으로 거듭났다. 2018년 가오슝 일대를 강타한 규모 6.4의 지진 등을 포함해 7번의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가오슝 소방서 구조견 부대의 천즈싼 대장은 미 CNN방송에 “마약탐지견은 지나치게 활달하거나 독립적이어선 안 되는데, 우리가 수색구조견에게 원하는 속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는 이번 수색 현장에서도 기자가 구조대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내민 마이크를 깨무는 등 특유의 성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최근 천 시장이 준 장난감 선물을 곧바로 물어뜯어버린 사진도 퍼져 대만 국민들에게 잠시 웃음을 선사했다. 시 당국이 공개한 로저와 다른 수색구조견 사진에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털북숭이” “영웅 로저에게 더 많은 간식을 선물하라”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로저는 대만의 자존심이다.”3일 대만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한 후 남부 가오슝에서 21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낸 8살 짜리 수색구조견 ‘로저’가 대만의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고 중앙통신, 쯔유시보 등이 9일 보도했다.가오슝 당국은 지진으로 실종되거나 숨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로저를 포함해 총 4마리의 수색구조견을 투입했다. 로저는 실종자와 희생자가 많았던 타로코 협곡 일대의 낙석더미 속에서 이 여성의 사체를 찾아냈다. 천지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은 페이스북에 “로저가 바위더미를 수색하던 중 특정 지점에서 멈춰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구조 요원이 희생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고 호평했다.연한 갈색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로저는 당초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으로 키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활동적이고 발랄한 성향을 지녀 차분함이 요구되는 마약탐지견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2017년 받았다. 이후 수색구조견으로 거듭났다. 2018년 가오슝 일대를 강타한 규모 6.4의 지진 등을 포함해 7번의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로저는 이번 수색 현장에서 기자가 구조대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내민 마이크를 깨무는 등 특유의 성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최근 천 시장이 준 장난감 선물을 곧바로 물어뜯어버린 사진 또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슬픔에 빠진 상당수 국민에게 잠시 웃음을 선사했다는 호평이 나온다.시 당국은 로저와 다른 수색견들이 각종 장난감을 선물받으며 신나게 노는 사진 등도 공개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털복숭이’ ‘‘영웅’ 로저에게 더 많은 간식을 선물하라”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유럽을 상징하는 자연경관 ‘피오르(fjord)’, 이곳에 잠들다.”덴마크에서 빙하 침식으로 형성된 해안지형인 피오르의 생태계가 인간이 초래한 수질오염으로 파괴됐다며 사망을 선언하는 장례식이 열렸다.덴마크 공영방송 DR뉴스 등은 6일(현지 시간)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덴마크스포츠낚시협회가 덴마크 동부 바일레에서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오르 장례식’을 치렀다”고 보도했다.피오르는 빙하가 수만 년 동안 이동, 침식하며 만들어진 U자 계곡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만든 해안지형을 일컫는다. 주최 측은 “북유럽 일대의 고유한 경관인 피오르가 최근 폐수가 지속으로 유입되며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특히 농업 비료의 질소 성분으로 수중 동·식물이 거의 멸종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70시간 동안 피오르 수중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물고기가 단 한 마리만 포착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날 장례식은 실제 장례식처럼 치러졌다. ‘피오르 이곳에 잠들다’는 문구가 적힌 묘비가 세워졌으며, 참석자들은 피오르 바닷물이 담긴 투명관에 헌화를 하는 등 장례 절차를 밟았다. AFP통신은 “덴마크 전역에서 어업 등으로 생계를 꾸려온 이들이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피오르 일대는 과거엔 어종이 넘쳐났지만 물이 오염된 뒤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한 주민의 푸념을 전하기도 했다.덴마크 오르후스대의 스티커 마카거 교수는 “덴마크가 피오르를 되살리고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3년간 현 질소 유출량의 45%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을 하루 앞둔 6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민간인 살상과 오폭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 또한 고조됐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7일 “하루 전 가자지구 남부에서 1개 여단만 남겨둔 채 대부분의 지상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남은 ‘나할’ 여단은 남부로 피신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중북부로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기로 했다. 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총리 사퇴 및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민간인 인질들의 가족도 참여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엘라드 카치르 씨(47)의 유해를 수습한 사실을 공개하자 인질 가족과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치르 씨의 여동생 카르미트 씨는 “제때 석방 협상을 했다면 오빠가 구조될 수도 있었지만, 지도부의 정치적 셈법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네타냐후 정권을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 기반인 극우 유권자를 의식해 하마스에 강경 일변도의 정책만 고집하는 바람에 인질들이 제때 풀려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또한 “총리의 퇴진이 없으면 이스라엘이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으로 변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원죄로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독일 정부는 5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국경 개방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국 집권 민주당 의원 37명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약 3년 만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세계 3위 부자가 됐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한때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전기차에 대한 열기가 AI로 옮겨간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매일 전세계 500대 부자들의 자산을 집계해 발표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저커버그 CEO의 순자산은 약 1870억 달러(약 253조 원)로, 약 1810억 달러를 보유한 머스크 CEO를 뒤로 밀어내고 3위를 차지했다. 저커버그가 자산 규모에서 머스크를 앞지른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메타는 지난해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2’를 출시하는 등 AI 산업 최우선 방침을 밝힌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4일 한때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53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반면 전 세계적인 전기차 소비 둔화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테슬라는 올해 주가가 34% 하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전기차가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CEO인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등 다른 여러 사업들에 손을 뻗은 것도 테슬라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북한과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차단하거나 처벌하는 안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3,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한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주요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강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 북한, 중국 등이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이러한 성격의 지원을 차단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며칠 내에 나토 동료들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3, 4일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해당 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회의 첫날인 3일(현지 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또한 취재진에게 이란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및 탄약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의 안보가 유럽과 얽혀 있다”며 이 사안에 공동 대처하자는 뜻을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올 7월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정상을 초청했다”고도 밝혔다. 이들 4개국과 우크라이나 지원, 사이버 전쟁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 등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국은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초대받게 됐다. 한편 나토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 향후 5년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34조 원)의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미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한국의 규제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3월 한미 당국자들이 한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동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했던 대(對)중국 통제 수준에 한국이 맞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상무부는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6월 13∼15일 열리는 G7 정상회의 전에 한국과 합의에 도달하려는 계획이다. 한미일 3국의 장관급 관계자 간 첨단 기술 및 공급망 협력 논의를 위한 회담도 6월 말 예정돼 있다. 미국은 늦어도 이때까지 합의를 이루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규제 발표 후 반도체 장비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 일본 등을 압박해 규제에 합류시켰다. 당시만 해도 장비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는 지금처럼 세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legacy)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장비까지 수출 규제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고민은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데다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최첨단 반도체 장비는 물론이고 구형 장비의 중국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면 중국이 거센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 후 중국이 한국 경제에 전방위적 보복을 가한 점을 거론하며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소셜미디어가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미권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스냅챗’이 아이들 교우관계에 불화까지 조장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절친 순위’를 표시하는 스냅챗의 기능이 불안, 질투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스냅챗의 유료 서비스인 ‘친구 태양계(Friend Solar System)’ 기능이 친구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스냅챗은 2000만 명 이상의 미국 청소년들이 사용해 ‘10대들의 소셜미디어’라 부르는 모바일 메신저다. 친구 태양계는 월 3.99달러(약 5400원)를 내고 사용하는 ‘스냅챗 플러스’에 포함된 기능이다. 사용자의 소통 빈도에 따른 친밀도를 태양계 행성에 빗대 보여 주는 방식이다. 사용자 본인은 태양으로 설정돼 있고, 소통이 활발한 이들 순서대로 태양과 가까운 수성, 금성, 지구 등으로 표시된다. 문제는 교우관계에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청소년들에겐 오히려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태양계에 포함되느냐 마느냐, 수성이냐 목성이냐에 따라 질투와 배신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영국의 막시밀리안 밀로비도프(17)는 “내가 친구의 스냅챗 순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고 WSJ에 털어놨다. 칼리 시팅어 양(15)은 “남자친구가 자기는 해왕성으로 뜨고, 다른 친한 남자애는 수성으로 된 걸 보고 화를 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에선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만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가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해 미 41개 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과도한 중독성이 미성년자 정신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달 28일 캐나다 주 교육청 4곳도 같은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소셜미디어가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미권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스냅챗’이 아이들 교우관계에 불화까지 조장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절친 순위’를 표시하는 스냅챗의 기능이 불안, 질투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스냅챗의 유료 서비스인 ‘친구 태양계(Friend Solar System)’ 기능이 친구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스냅챗은 2000만 명 이상의 미국 청소년들이 사용해 ‘10대들의 소셜미디어’라 부르는 모바일메신저다.친구 태양계는 월 3.99달러(약 5400원)를 내고 사용하는 ‘스냅챗 플러스’에 포함된 기능으이다. 사용자의 소통 빈도에 따른 친밀도를 태양계 행성에 빗대 보여주는 방식이다. 사용자 본인은 태양으로 설정돼 있고, 소통이 활발한 이들 순서대로 태양과 가까운 수성, 금성, 지구 등으로 표시된다. 문제는 교우관계에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청소년들에겐 오히려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태양계에 포함되느냐 마느냐, 수성이냐 목성이냐에 따라 질투와 배신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영국의 막시밀리안 밀로비도프(17)는 “내가 친구의 스냅챗 순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고 WSJ에 털어놨다. 칼리 시팅어 양(15)은 “남자친구가 자긴 해왕성으로 뜨고, 다른 친한 남자애가 수성으로 된 걸 보고 화를 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에선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만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가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해 미 41개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과도한 중독성이 미성년자 정신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달 28일 캐나다 주 교육청 4곳도 같은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불법 이민자들은 대부분 마약 딜러나 강간범 같은 범죄자들이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반(反)이민 정책을 설파하는 세계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논리가 있다. ‘불법 이민자들은 사건·사고를 일으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이에 동조하는 극우 매체들은 불법 이민자가 연루된 사건들을 대서특필하기도 한다. 서구 사회는 불법 이민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며 유권자 표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에서 불법 이민이란 답이 28%로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불법 이민자 이슈에 강경한 자세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민자=범죄자’라는 인식은 현실과는 다른 선입견일 수 있다. 지난해 란 아브라미츠키 스탠퍼드대 교수와 레아 부스탄 프린스턴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1850∼2020년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했더니, 최근 170년간 미국에 유입된 이민자 범죄율은 미국 태생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 오늘날 이민자 범죄율은 6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트럼프가 매번 문제 삼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도 1960년대 이후 한 번도 미국 태생보다 범죄율이 높은 적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해당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이민자 집단이 일반적으로 범죄와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 꼽는 젊은 연령대와 저소득, 저학력 경향이 강한데도 범죄율은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브라미츠키 교수는 또 “일부에선 이민자들이 넘쳐나며 나라를 빼앗긴다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민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4%로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튀르키예의 아이셰귈 카야오을루 이스탄불공과대 경제학과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직후인 2012∼2016년 튀르키예 남부 국경지대는 이민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범죄율은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연방 형사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대비 범죄 발생 건수의 비율은 2015년 10%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엔 5.8%까지 떨어졌다. 현지에선 이민자 유입 초기엔 혼란이 가중돼 범죄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IMI) 소장을 지냈던 헤인 데 하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자들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 그 나라에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란다”며 “대다수는 자국민보다 더 법을 잘 준수하려고 애쓰는 사회 구성원들”이라고 말했다. 하스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민자의 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국제 이민자는 1970년 약 9300만 명에서 2017년 2억47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건 맞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세계 인구 역시 크게 늘어 이주자 비율은 약 3%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민자 사상 최대’라는 수치가 틀린 건 아니지만, 사회를 뒤흔들 만큼 영향을 주는 위협 요인이 될 순 없단 설명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기후 위기로 2029년쯤 전세계 시간이 ‘1초’ 빨라질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리게 함에 따라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해진 시간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소속 지구물리학자 던컨 애그뉴 교수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기후 위기로 그린란드, 남극 대륙 등에 있던 수km 두께의 얼음들이 녹아 생긴 물이 적도로 이동하면서 지구가 더 구형으로 변하고 있다. 그 결과 하루 24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던 자전 속도 또한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논문은 자전 속도로 변화로 인한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2029년경 세계 시간을 인위적으로 1초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애그뉴 교수는 “인간이 지구 자전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인류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24시간으로 보는 ‘태양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정하지 않은 지구의 자전 속도 대신, 보다 정확한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현재는 세슘 동위원소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초’로 삼는 세계협정시(UTC)를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자전 속도 변화로 인해 누적된 시간차가 0.9초 이상이 되면, 그해의 말일 또는 6월 30일의 끝에 태양시에 1초짜리 윤초(閏秒)를 더하거나 뺌으로써 UTC와 같게 조정해 왔다. 몇 년에 돌아오는 윤달과 비슷한 원리다.중요한 것은 첫 도입된 1972년부터 가장 최근인 2016년까지 총 27차례에 걸친 윤초는 전부 1초를 추가하는 방식의 ‘양의 윤초’였는데, 기후위기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초는 너무 짧아 우리가 체감할 순 없다. 하지만 디지털 시계를 사용하는 통신, 소프트웨어, 위성항법 등에서는 엄청난 차이로 여겨진다. 가령 2012년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2017년 미 네트워크 기업 클라우드플레어는 윤초를 적용하면서 먹통이 된 바 있다.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WM)의 시간 담당자 파트리지아 타벨라는 “1초 삭감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의 최고 조력자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공연장 테러 용의자들이 테러 직후 원래 벨라루스로 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간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도주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한 러시아의 주장과 배치된다.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테러 발생 수 분 내에 러시아로부터 보고를 받아 국경 태세를 강화했고, 우리 국경으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지한 테러범들이 ‘방향을 틀어’ 우크라이나 국경쪽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 발생 후 “테러범들이 사건 직후 곧장 우크라이나를 향해 도주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뒀다”고 주장한 것과 완전히 배치된다.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24시간 동안 푸틴 대통령과 잠도 자지 않고 연락을 지속했고,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벨라루스 국경을 봉쇄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도 했다. 앞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하고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도 이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별다른 증거도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중 러시아 남서부에 위치한 브랸스크에서 검거된 점을 들어 꾸준히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브랸스크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 모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쿠데타, 세습 독재 등이 만연한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 모범생’으로 꼽히는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4일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해 4월 취임할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 당선인(44·사진)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세네갈이 배출한 최연소 대통령 겸 아프리카 사상 최연소 선출 대통령이다. 14일 감옥에서 풀려난 지 열흘 만에 권좌로 직행한 드라마틱한 사연도 갖고 있다.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야권 연대 후보로 나선 파예 당선인은 개표율 90% 기준 53.7%를 득표했다. 현 집권당인 공화국연합당(APR) 소속 아마두 바 전 총리(36.2%)를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만 실시되는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파예 당선인은 수도 다카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겸손하고 투명한 통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바 전 총리, 2012년부터 집권 중인 마키 살 현 대통령 또한 그의 승리를 인정했다. 이날 다카르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그의 승리를 환영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 1980년생인 파예 당선인은 부패 척결, 인플레이션 해소, 프랑스 식민 잔재 청산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청년층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정계 입문 전 세무조사관으로 일했다. 당초 이번 대선의 야권 유력 후보였던 우스만 송코의 측근으로 활동했고 송코가 명예훼손 등으로 출마 자격이 박탈되자 그를 대신해 출마했다. 당초 파예 당선인 또한 사법부 모욕 등의 혐의로 송코와 함께 구금 중이었으나 대선 열흘 전인 14일 전격 석방됐다. 인구 약 1700만 명의 이슬람 국가 세네갈은 정정 불안이 극심한 인근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기니, 말리 등과 달리 민주주의가 비교적 잘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