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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내륙을 깊숙이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영동 일부 지역만 스치듯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태풍 경로가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9∼11일 전국에 강한 비바람이 예상되는 가운데 강원 일부 지역은 최대 50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지겠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역대급 장마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전국이 수해(水害)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급 피해 남긴 ‘루사’와 비슷한 속도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9일 오전 북상을 시작해 10일 오전 부산 남서쪽 약 90km 해안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날 오후 대구 서북서 약 60km 부근을 지나며 우리나라 한가운데를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보됐다. 9일 오전 남부 지방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고, 10일 오전까지 태풍 강도 ‘강’을 유지하며 전국이 태풍의 강풍반경(태풍 중심으로부터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반경)에 들겠다. 강도 ‘강’은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인 경우로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29도”라며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고온의 수증기가 많아져 태풍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카눈은 천천히 한반도를 훑고 지나갈 예정이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카눈이 남해안에 진입할 때 이동 속도는 시속 15∼20km로, 보통 다른 태풍의 절반 수준이다. 태풍 이동 속도가 느리면 정체 시간이 길어져 피해가 커진다. 앞서 2002년 8월 시속 15km로 한반도를 통과하며 인명 피해 246명, 재산 피해 5조1429억 원 등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와 비슷하다. 루사도 당시 한반도를 관통하며 하루 동안 제주에 1000mm, 강원 강릉 870mm 등의 물 폭탄을 뿌렸다. 2012년 태풍 ‘산바’ 역시 한반도를 관통하며 수백 가구가 침수되고 산사태로 2명이 숨졌다. 카눈처럼 한반도를 아래에서 위로 쪼개듯 치고 올라오는 태풍은 그간 드물었다. 지난해 경북 포항 등에 큰 피해를 남긴 힌남노는 경남 일부 지역만 스치고 지나갔다. 2003년 태풍 매미도 부산 등 영남 지역으로 지나갔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강풍에 노출되거나 강수량이 누적돼 위험하다”고 말했다.● 기상청 “전국에 안전한 곳 없어” 카눈이 오면 태풍 오른편 ‘위험반원’에 드는 강원 영동, 영남 해안 등은 비바람이 거세겠다. 9, 10일 영동은 강수량이 200∼400mm(많은 곳 500mm 이상), 영남은 100∼200mm(많은 곳 300mm 이상)가 예상된다. 풍속도 영남 해안 초속 40m, 강원 영동과 경상 내륙은 초속 25∼35m 등으로 동쪽 지역이 더 거세다. 수도권과 충청 등은 50∼150mm의 비가 예상된다. 강풍 역시 가게 간판이나 주택 지붕을 날려버릴 수준인 초속 15∼30m 수준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전국에 안전한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태풍이 한반도 한가운데를 지나며 반경 250∼300km로 전역이 영향권이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쪽 지역도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태풍의 따뜻한 수증기와 만나 국지성 호우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카눈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은 산사태 우려 지역과 반지하 주택 등 취약지역 주민의 대피를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점검했다. 당초 카눈의 위험반경에 들어있지 않다가 영향권에 들게 된 전남 역시 배수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경남=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9세 이하 청년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1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감소 폭도 커졌다. 반면 외국인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7일 고용노동부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19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만2000명(2.5%) 늘었다. 고용보험이란 근로자가 불가피하게 직장을 잃게 된 경우 이들의 생활 안정과 구직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이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유독 20대만 가입자 수가 줄었다. 29세 이하 가입자는 249만2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3만1000명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60세 이상 가입자는 239만4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2만 명 늘었다. 50대(10만 명)와 40대(1만1000명)도 가입자 수가 늘었다. 고령 노동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세 이하 신규 구직건수는 9만2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 줄어들었다. 반면 60세 이상 신규 구직건수는 8만1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 늘었다. 늘어난 전체 가입자 가운데 35.2%는 외국인 근로자였다.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외국인은 지난달 말 기준 19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1000명 늘었다.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외국인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가입자는 11만4000명 늘었지만 내국인 가입자는 4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4000명(4.4%) 늘었다. 건설업(2만8000명), 제조업(1만1000명), 정보통신업(1000명)에서 많이 늘었다. 총 구직급여 수급자는 6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1000명(3.4%) 늘었다.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51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만2000원(1.5%) 증가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중국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방향을 틀었던 제6호 태풍 ‘카눈’이 급격히 진로를 바꿔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 10일 오후 부산 등 경남 해안에 상륙하면 본격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을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진행 중인 전북 부안 새만금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내다보며 긴장하고 있다. 6일 기상청은 카눈이 9일 오후 늦게 동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풍 반경 기준으로 9일 오후부터 10일 오후까지는 부산 울산 경남, 11일 오전까지는 대구 경북 충북, 11일 오후까지는 강원 경기가 영향권에 놓이겠다. 오키나와에 인명 피해를 입힌 카눈은 현재 태풍 강도 등급 ‘강’이지만 한반도 상륙 땐 ‘중’ 등급으로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최대 풍속은 초속 32m로 주택 지붕이 날아갈 수준의 위력이라 인명,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잼버리 행사장은 태풍 영향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 비바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선천성 면역결핍증후군을 앓는 6세 A 양은 최근 증상이 악화돼 1개월 넘게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원정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원래 다니던 국립대병원에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가 부족해지면서 입원 치료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 양의 집은 서울대병원에서 직선거리로 200km 이상 떨어져 있다. A 양의 어머니는 매주 3번씩 퇴근 후 서울행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와 아이를 밤새 돌본 뒤 다음 날 첫차를 타고 내려가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감염병·응급·중증외상·분만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는 전 국민이 사는 곳 인근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동아일보가 만난 의료진들은 국립대병원이 각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환자를 보는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계적인 규제 적용을 재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역의료 심폐소생술 필요”최근 10년 사이 중증 환자들의 ‘서울 쏠림’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소재 5대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 중 36.4%가 비수도권 출신이었다. 입원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비수도권에서 온 ‘원정 환자’라는 뜻이다. 10년 전 30.9%에서 5%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소청과는 주요 필수의료 과목 중에서도 비수도권 인프라가 가장 부족한 분야로 꼽힌다. 올해 모집된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는 53명인데, 이 중 48명이 서울, 경기에 쏠렸다. 비수도권의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7%에 불과해 사실상 고사 상태다. A 양과 같은 희귀질환 환아뿐만 아니라 소아암 환자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지방에 사는 환아는 수개월에 한 번 있는 항암치료를 서울에서 받더라도, 추적 관리는 집 근처에서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지방에 살면 추적 관리조차 어렵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따르면 최근에는 2,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하는 면역 수치 주사조차 지방에서 맞지 못해 서울로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최은화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최근엔 상대적으로 경증인 아이들마저 지역에서 해결이 안 돼 서울로 몰리고 있다. 국립대병원들이 지역의료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에 가까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처럼 기타 공공기관 지정 해제” 현장 의료진들은 국립대병원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총액인건비 제한을 꼽았다. 인건비 규제 때문에 사립 병원들과 연봉 격차를 줄이기 어려워 인력 유출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2021년 국립대병원에서 퇴사한 의사의 58.7%, 간호사의 54.4%는 근속 기간이 2년 이하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 의사의 평균 임금은 1억6600만 원으로, 전체 의사 평균 2억4000만 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여기에 국립대병원들은 시설과 장비에 투자할 때도 국고 지원금이 최대 25% 이하로 제한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 공공의료원들이 장비 구입비 전액을 보전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장비가 낡아 최선의 의술을 펼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젊은 교수가 적지 않다”며 “최선의 진료 환경이 마련되면 국립대병원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규제들은 국립대병원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기에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한 바 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소화기내과 교수)은 “당장 기타 공공기관에서 빼기 어렵다면, 경영 실적을 토대로 매년 받는 ‘경영평가’만이라도 면제해주면 당직비 지급 등 의료진 보상과 지원에 자율성이 생겨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확실한 책임-보상 부여해야”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운영을 위해 정부는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의료체계의 리더 역할을 할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이 없는 울산과 인천을 제외하고는 모든 권역에서 국립대병원이 책임의료기관을 맡고 있다. 하지만 책임의료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수행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이에 따른 보상도 마땅하지 않아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권역 내 병원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유지할 의무를 책임의료기관에 부여하고, 지역 내에서 얼마나 최종 치료가 이뤄졌는지 등을 평가해 성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부여하되,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정부가 산하 노동조합의 집단탈퇴를 막는 내용의 규약을 고수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별노조에 대해 첫 사법 조치를 단행했다.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하고 탈퇴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취지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은 전호일 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위원장을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전공노는 2021년 9월 중앙위원회에서 ‘조합 및 민노총 탈퇴’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임원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약을 만들었다. 한 달 전인 2021년 8월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가 민노총 및 전공노 탈퇴를 의결하자 부랴부랴 조항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올 4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산별노조의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 전공노의 상급단체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자의 입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이 현행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상급단체 탈퇴를 인위적으로 막는 규약은 단결선택권을 제한하며, 노동조합법 제11조에 보장된 노조의 민주성 원칙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이 의결돼 전공노에 ‘규약을 철폐하라’는 시정명령이 내려졌지만, 전공노는 시정기한인 2개월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았다. 이날 전 위원장에 대한 입건은 앞선 불이행에 대한 후속 조치다.정부가 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이유로 사법처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노총이 정부가 과잉대응을 한다고 하는데 ,법대로 집행할 뿐이며 앞으로도 해당 규정이 있는 산별노조에 대해 시정명령 및 사법처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앞으로는 각종 집안 일을 처리해주는 가사근로자의 공식 명칭이 ‘가사관리사’로 바뀐다. 가사관리사를 부를 때 호칭도 기존의 ‘아줌마’나 ‘이모님’ 대신 ‘관리사님’으로 해달라고 정부는 당부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전국고용서비스협회로 구성된 가사서비스종합센터는 가사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및 현장 의견 청취,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가사관리사’를 가사근로자의 새 명칭으로 선정했다. 설문에 참여한 1만623명 중 42.5%가 이 호칭을 선택했다. 이번 명칭 변경은 가사근로자들이 근로 현장에서 ‘아줌마’, ‘이모님’ 등으로 불리며 직업적으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고용부는 새 명칭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홍보해 가사근로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고령화로 가사근로자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도 시범 도입을 앞두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이르면 연내 필리핀, 태국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약 100명이 서울 내 가정에서 육아, 가사일을 시작한다. 맞벌이 부부는 늘어난 데 비해 내국인 가사 및 육아 인력이 부족해지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 경력 단절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서울 중구 로얄서울호텔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서울 지역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이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등 비전문취업(E-9) 비자가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국가(16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들이 우리 정부에서 인증받은 기관과 계약하고, 이 기관과 계약한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최소 6개월 이상 일해야 한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 대해 가사 근로 관련 경력, 나이,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입국 전후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문화, 노동법, 가사·육아 관련 기술, 위생·안전 등 가사 근로 관련 교육도 의무로 받아야 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 이용 시간은 하루 종일, 하루 중 일부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9620원) 이상으로 잠정 확정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 원 정도에서 고용할 수 있어 맞벌이 가정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형 국내 가사 근로자는 보통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받는다. 이날 공청회에서 노동계와 여성계는 외국 가사 근로자 도입이 저출산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내국인 중년 여성의 일자리를 뺏을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7세, 5세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대디 김진환 씨는 “신원을 증명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찬반을 넘어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올해 4월 경기도의 한 종합운동장. 119구급대가 중증외상을 당한 40대 남성을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옮기기 위해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헬기가 도착하기 직전, 환자가 심정지에 빠졌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환자를 구급차 밖으로 빼내야 했다. 구급차 내부가 좁은 탓이었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고, 기도를 확보하고, 출혈 부위를 누르는 등 여러 대원이 동시에 응급처치를 해야 했지만 12인승 승합차에 기반을 둔 국내 소형 구급차 안에서는 불가능했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 밖에서 초속 20m가 넘는 헬기의 하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위태하게 환자의 심장을 마사지해야 했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119구급차 1811대 가운데 1737대(95.9%)는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소형차다. 소형 구급차는 앞뒤 길이(전장)가 5.12∼5.25m로 짧다. 구급차 내 환자실에 들것을 싣고 나면 누워 있는 환자 머리 위로는 공간이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도를 확보할 때 구급대원이 비스듬히 앉은 채 환자의 목 안쪽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튜브를 삽관해야 한다. 환자 옆에 설치된 좌석도 구급대원 2명과 보호자 1명이 앉으면 꽉 차 구급용 가방을 올려둘 공간만 간신히 남는다. 119구급대는 평소 운전자 1명과 구급대원 2명 등 3인 1조로 활동한다. 심정지 등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2개 팀(최소 5명)이 한 구급차에 함께 탄다. 운전자를 제외한 구급대원 4명이 정신없이 달리는 소형 구급차에 함께 타면 동선이 부딪쳐 부상 위험도 크다. 소방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5인승 승합차인 ‘쏠라티’를 활용한 중형 구급차를 현장에 도입했다. 중형 구급차는 전장이 6.19m로 소형 구급차보다 1m가량 길어 환자 머리맡에 구급대원이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중형 구급차는 전국에 74대(4.1%)뿐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14∼15인승 승합차를 주력으로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구급대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CPR과 기도 확보인데, 국내 소형 구급차는 이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정부와 한국 자동차 회사가 손을 맞잡고 충분한 내부 공간과 기동성을 겸비한 구급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환자 머리맡 공간 없는 소형 구급차, 기도 확보 실패 위험 국내 구급차 96%가 ‘소형’환자 옆에서 기관 삽관 쉽지 않아구급대원도 좁은 실내에 부상 위험日선 도로 사정 맞춰 전용차 제작 20일 오후 2시경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70대 여성 A 씨가 문턱에 걸려 넘어져 일어서지 못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김포소방서 최경훈 반장이 이끄는 119구급대는 올 5월 소방서에 배치된 1대뿐인 중형 구급차(15인승)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A 씨는 오른 다리가 부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 반장과 동료 대원들은 능숙하게 A 씨를 들것에 태워 차에 올린 뒤 다리에 부목을 대고 곧장 인근 병원으로 출발했다. A 씨의 머리맡에 앉은 나하늘 대원은 A 씨가 머리를 다쳤을 가능성을 감안해 동공을 확인하고 호흡을 관찰했다.● “환자 머리맡 공간, 기도 확보 성패 좌우”얼핏 간단해 보이는 현장 응급처치와 이송 장면이지만, 만약 A 씨를 태운 구급차가 중형이 아닌 소형(12인승)이었다면 일련의 과정은 사뭇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소형 구급차는 내부가 좁은 탓에 차량 밖에서 응급처치를 마친 뒤 환자를 태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환자 이송은 늦어진다. 소형 구급차는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없어 환자 상태를 관찰하기도 더 어렵다. 최 반장은 “10년간 소형 구급차만 타다가 중형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해 보니 확실히 응급처치를 할 때 여유가 있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74대(4.1%)뿐인 중형 구급차와 기존 소형 구급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자 머리맡 공간’이다. 이 공간이 기도 확보의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한다.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의 기관지에 튜브를 정확히 끼우고 이를 유지하려면 환자 정수리 위에 앉아 목 안쪽을 봐야 한다. 전국 응급구조과와 간호학과에서 그렇게 가르친다. 그런데 국내 119구급차 가운데 95.9%(1737대)를 차지하는 소형 구급차에는 이런 공간이 없다. 대다수의 구급대원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달리 환자의 머리 옆에 앉은 채 비스듬히 튜브를 끼워야 한다. 1급 응급구조사인 윤상은 대원은 “기관삽관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장비가 도입되긴 했지만, 환자 머리맡에서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좁은 실내서 응급처치… 부상도 잦아소형 구급차의 좁고 낮은 환자실은 구급대원과 환자에게도 위험할 때가 많다. 올 1월 말 경기의 한 119구급대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12세 아이를 이송할 때가 그랬다. 뇌출혈일 가능성이 있어 속력을 높였는데, 아이가 멀미로 누운 채 구토를 하려 했다. 토사물이 기도를 막을 수 있는 상황. 구급대원이 아이를 세워 앉힌 뒤 엉거주춤 서서 봉투를 받쳐야 했다. 그러나 구급차가 퇴근길 정체된 도로를 지그재그로 빠르게 달리는 통에 구급대원이 차 내부에 부딪혔다. 구급대원들은 출동 중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 일쑤다. 허리 디스크는 ‘직업병’일 정도로 흔하다. 심정지나 중증외상 등 중증 응급환자를 여러 구급대원이 동시에 응급처치를 할 땐 특히 동선이 복잡해 부상 위험이 높다. 지난해 전국 119구급대가 실어 나른 중증외상 환자는 1만3573명, 심정지 환자는 3만5073명, 기도가 막힌 환자는 36만2032명이었다. 소방청이 2021년 1월 29개 소방서에서 소형과 중형 구급차를 모두 타 본 구급대원들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중형의 응급 처치 공간이 좋다는 응답률이 81%로 소형(11%)에 비해 선호도가 7.4배로 높았다.● “내부 넓고 기동성도 갖춘 기종으로 바꿔야”상황이 이런데도 소형 구급차를 주력으로 운행하는 이유는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구급차 전용 차량을 만들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일반 승합차를 산 후 전문업체를 통해 개조한다. 2004년경까진 국내 119구급차도 ‘토픽’과 ‘이스타나’ ‘그레이스’ 등 15인승 승합차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승합차 주력 판매 모델을 12인승으로 바꾸면서 15인승 모델 대다수는 단종됐다. 이후 출시된 15인승 승합차는 전폭(차량 너비)이 2m 이상으로 넓어 골목길 운행이 어렵다. 구급대원 사이에서도 현행 중형 구급차가 응급처치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폭이 넓어 꽉 막힌 도로에서 다른 차를 피해 달리기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과 도로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구급차 전용 차량을 만들어 소방 당국에 공급하고 있다. 모두 14∼15인승으로, 환자 머리맡에 공간을 갖춘 구급차들이다. 미국은 구급차를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그중 가장 작은 종류도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있다. 이에 따라 내부 공간이 넓으면서도 기동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차세대 국산 구급차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소방청(당시 소방방재청)은 224억 원을 들여 환자실이 넓고 첨단장비를 탑재한 벤츠 구급차 142대를 소방서에 배치했지만, 전폭이 넓어 골목길 운행이 어려웠고 수입차인 탓에 유지와 개량이 힘들어 폐기했다. 김포=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일하는 노인의 비율이 지난해 36%가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소득 불안정 등의 이유로 다시 취업하는 고령층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9.0%씩 증가하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 현황과 원인 및 시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2%로, 2018년 이후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노령층 비율이 늘어난 반면, 연금 등 노후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참여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전체 경제활동인구 수는 336만5000명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9.0%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세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16.5% 증가했다. 같은 시기 전체 취업자 수가 연평균 0.9%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노인 취업자 수는 전체 대비 10배 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65∼79세 노동자의 절반 이상(51.7%)은 노동시장 참가 이유에 대해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라고 답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8.0%에 그쳤다. 고령층의 월평균 임금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대별 월평균 임금은 65∼69세 103만 원, 70∼74세 70만 원, 75∼79세 37만 원, 80세 이상 2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정부가 급격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홍수 경보 시간을 앞당기고, 도로나 터널 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극한기후 대응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2021∼2025)’을 발표했다. 최근 극한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면서 이로 인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3년 전 발표한 대책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미래 기후 위험을 반영한 사회 인프라 개선 △기후재난 사전 예·경보 강화 및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 최소화 △기후 감시·예측 시스템 과학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먼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물관리 능력을 키우고 하수도, 대심도 터널 등 관련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다. 홍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하천 설계 목표도 높이기로 했다. 하천의 경우 주로 ‘100년 빈도 강수량’(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수준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제방 등을 쌓고 있다. 이를 200년 빈도로 강화하게 된다. 대심도 터널, 지하 방수로, 강변 저류지 등 홍수 대비 인프라도 늘릴 예정이다. 또한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댐-보-하굿둑을 연계해 물그릇을 키우고 저수지 치수 능력을 보강한다. 지난해 8월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와 이달 미호강 범람으로 인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제2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은 재해를 막기 위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도시 기본계획 수립 시 재해 취약성을 분석하여 방재계획을 수립하고, 폭염과 폭우 등 기후 위험을 고려한 도로·철도의 설계기준을 강화한다. 해일 등에 대비해 해안 도시의 경우 연안별 특성을 고려해 방파제를 보강하고 항만·어항 설계기준도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당국이 미호강의 범람을 제때 인지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기후재난 사전 예·경보도 강화해 기후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홍수 발생 3시간 전에 내려지던 예·경보를 6시간 전으로 앞당긴다. 산불 대비책으로 기존 단기(3일 전)만 제공하던 산불 예측 정보를 중기(7일 전), 장기(1개월 전)까지 제공하고 기상 가뭄 정보도 3개월 이상으로 확대한다. 기후 감시·예측 시스템도 강화할 방침이다. 미래의 인구·에너지 사용 등의 추이까지 고려해 기후변화 예측을 개선하고, 읍면동(1km) 단위로 기후변화 상황 지도를 제공한다. 산사태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산지를 62만 개 구역으로 잘게 쪼개 분석한다. 환경부 등 관계 부처별로 흩어진 기후변화 적응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을 구축해 국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서울 서초구 한 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양천구 한 초교의 교사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집단적인 분노는 그동안 학생 인권에 비해 교권이 외면받아 온 현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지만 그 외 지역에서도 관련 내용이 학칙에 반영돼 학교 생활 전반에 자리잡고 있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교육부, 6개 지역 교육감에게 개정 요청하기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에 개정을 요청하려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생활의 자유’다. 해당 조항은 교사가 휴대전화를 비롯한 학생의 전자기기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촬영 중이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학생이 나오고, 학부모가 자녀 편에 몰래 녹음기를 보내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민원들은 ‘사생활의 자유’ 조항이 교사들의 손발을 묶는 상황을 보여준다. 한 교사는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있어도 저항하기 어려운 게 학생을 스치거나 밀치는 모습이 찍히면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방해 행위를 지적했더니 녹음기를 꺼내 켜고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라고 하더라”고 했다. ‘휴식권’도 개정을 검토할 조항이다.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발달을 위해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일으켜 세우면 “선생님이 지금 내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학생은 성별, 성적,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거론된다. 이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되어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잘하는 학생을 칭찬하고 (수준별로) 차별화된 수업을 해주고 싶어도 차별한다고 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생 인권 비해 교권 보장 미흡 교실 내에서 학생 인권과 교사 권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년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95.2%였다. 반면 한국교총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는 교사의 95.0%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1년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81.8%가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수업 중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학생에게 그만하라고 했더니 “안 멈추면 어쩔 건데.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쥬. 때리지도 못하쥬. 잡지도 못하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교권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는 교권 침해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교원이 요청하면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교육청 역시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고발은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23건에 그쳤다.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의 교권 침해 건수(교육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교육부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6개 지역 교육감과 협의해 문제 조항에 대한 개정 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 대한 권한은 각 교육감에게 있어 그 방향과 속도가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의 임태희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고 이날 밝히면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육감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던 경기도에서 지난해 처음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무고하게 신고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만 통과돼도 교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국민의힘은 교사들이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폭력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 조치하고 도를 넘는 교권 침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게 학생 인권을 퇴보시키는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학생 인권과 교권은 흑백논리로 대립되는 게 아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주말 전국에 다시 장맛비가 내리겠다. 이틀간 150㎜ 넘는 비가 오는 지역도 있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1일 브리핑에서 22일과 23일 수도권과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50~1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1일 밤부터 구름이 많아지면서 남해안과 제주도에 30~80㎜의 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서해5도에는 주말 내 50~100㎜가 내린다. 특히 경기 북부에는 최대 150㎜의 비가 예상된다. 강원권과 남부지방에서는 대체로 30~80㎜가 내린다. 충남과 경남, 전남 해안지역 등 많이 오는 지역의 강수량은 100~120㎜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비는 2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4일에는 비구름대가 남하하면서 남부지방 중심으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에 따라 강수 중심지가 바뀔 수 있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마지막 장맛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직 변동성이 크지만 26~27일에 전국이, 28~31일에 중부지방이 정체전선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전국에 평균 591.1㎜ 비가 내렸다. 역대 장마철 강수량 중 4번째로 많은 양이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19일 결정했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인상) 오른 금액이다. ‘1만 원’을 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경제 위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전날(18일)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6시경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반영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209시간 기준)이다. 지난달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26.9% 인상)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9620원)’을 요구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양측은 18일 8차 수정안에서 775원(노동계 1만580원, 경영계 9805원)까지 차이를 좁혔다. 이후 공익위원들이 하한 9820원(2.1% 인상), 상한 1만150원(5.5% 인상)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18일 밤 12시를 넘겨 노사는 10차 수정안에서 180원(노동계 1만20원, 경영계 9840원)까지 차이를 좁혔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후 공익위원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최임위는 19일 오전 노동계 제시안(1만 원)과 경영계 제시안(9860원)을 두고 표결했다. 총 26명의 위원이 참석해 경영계 안이 17표, 노동계 안이 8표를 받았고 무효(기권) 1표가 나왔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2016년(108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기간 심의’였다. 매년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다른 국가들도 임금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25%나 끌어올렸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만 올리기로 했다.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최저임금 6년새 49% 올라… 공익위원들, 불황속 경영계案 몰표 1만원 앞 속도조절해 9860원공익위원 제시한 ‘9920원’ 중재안민노총 위원들 1만원 고집에 무산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최종 심의 결과 9860원으로 19일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2.5%)이다.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은 약 50% 올랐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시간당 1만 원을 넘었다.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임위가 속도 조절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1만 원까지 140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2021년(1.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기획재정부 기준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직후 “(한국)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절대 금액이 절반밖에 안 될 때는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지금은 2.5% 인상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도, 2019년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급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이후 인상률은 급락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470원)과 비교하면 48.7% 오른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프랑스(61.9%), 독일(54.2%), 일본(46.2%) 등보다 높다. 중위임금은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뜻한다. 중위임금 대비 비율이 높다는 건 해당 국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중간값과 비교할 때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절대 금액 역시 아시아 최고 수준인 일본과 비슷할 만큼 높아졌다. 일본의 올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961엔(약 8725원)이다. 엔저 현상을 고려해도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안에 사실상 몰표를 던진 데는 이 같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vs 소상공인 “고용 감소”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임위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고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돼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 중재안(9920원)을 거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용자위원 9명과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동의했지만 민노총 위원 4명이 ‘1만 원’을 고집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중재안은 무산됐다. 결국 중재안보다 60원 적은 금액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1만 원에 가까운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결정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세종=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5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확정했지만 이번에도 노사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7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역대 37번의 최저임금 심의 중 노사 합의를 이룬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제시안을 제시한 뒤 회의를 거듭하고, 공익위원의 중재에 따라 수정안을 제시하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이 금액 범위 내에서 다시 토론이 진행된다. 그래도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치거나, 노사 각각 제시한 최종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이 같은 방식을 두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과 중재안을 마련할 때 사용하는 ‘임시 산식’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단순 거시지표만 활용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노동계와 경영계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현행 최임위 의사결정 구조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노총은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제도 취지를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 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으로 사라진 최임위의 자율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도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 갈등을 촉발해 온 현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편하는 제도 개선 조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은 공신력 있는 연방 통계청 직종별 임금수준 자료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프랑스는 독립된 ‘전문가그룹(Groupe d′experts)’이 최저임금 인상률 보고서를 만든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 으로 결정됐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액을 이같이 의결했다. 위원회는 전날(18일) 오후 제14차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만580원(10.0%·이하 인상률), 9805원(1.9%)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노사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820(2.1%)~1만150원(5.5%)을 심의촉진구간으로 정하고 자정을 넘겨 회의 차수를 변경해 15차 회의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타협을 보지 못했다.결국 노사는 19일 오전 5시 50분 경 노동계 제시안 1만 원과 경영계 제시안 9860원을 놓고 표결에 붙였다. 원래 위원회는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각각 9명 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올해는 근로자위원 1명 공석으로 총 26명이었다. 이날 최종 투표에서는 경영계 안에 17표, 노동계 안에 8표, 무효표 1표가 나왔다. 올해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2210원(26.9% 인상), 9620원(동결)을 제시했다. 2590원이라는 큰 격차에서 시작해 막판에 180원까지 차이를 좁혔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 31일심의를 요청한 지 110일 만에 결정됐다. 2016년 심의 때(108일)를 넘어선 역대 최장 기간 심의였다.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은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내달 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확정, 고시하게 된다.세종=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복원을 가장한 생태계 파괴’였다”며 보 건설 이전으로 돌아가야 강물 오염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전문가들은 “보를 증설함으로써 강 수심이 깊어지고, 제방을 보강해 대형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맞받았다. 4대강 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찬반 논란에 휩싸여 왔다. 환경단체들은 “보를 해체해야 4대강 사업 이후 훼손된 하천 생태계를 회복하고 녹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인근 지역에 실지렁이, 붉은깔따구애벌레 등 오염지표종이 늘어나는 것이 관측되는 등 수(水)생태계가 망가졌다. 이 때문에 보를 해체하면 자연스레 원래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닫혔던 보를 일부 개방하자 금강은 모래톱이 늘고 유기물질이 감소해 자정 작용이 활발해졌다”며 보 해체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보 해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보를 해체해야 녹조 발생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가 물을 가둬 놓으면 물길이 막히고, 강 물줄기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녹조가 생성하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약 6600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녔으며, 체내 흡수 시 복통, 알레르기 반응 등을 비롯해 암과 신경계, 생식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단체는 수문을 개방한 금강,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사라졌지만, 아직 개방하지 않은 낙동강에서는 매년 녹조가 번식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들은 ‘홍수 예방’ 측면에서도 보를 해체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보가 없어야 물이 원활하게 흘러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보를 통해 물을 가둬둠으로써 201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녹조 번식 문제에 대해서는 “가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4대강 보를 만들기 이전부터 녹조는 꾸준히 발생했다는 기록이 넘친다”고 반박했다. 수질 개선 및 생태계 복원 역시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하수처리장’의 원리처럼 보를 통해 강물을 가둬두면 부유물질이 강바닥으로 가라앉고 물고기들이 이를 먹이로 먹으며 생태계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10시를 넘겨서까지 제13차 전원회의를 진행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6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620원, 경영계는 9785원을 제시해 835원의 차이가 있었다. 최저임금 결정이 18일에 열릴 14차 회의로 미뤄지면서 심의 기간만 109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의 108일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장기간 심의’를 기록하게 됐다.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6차 수정안 제시에 앞서 5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1040원과 9755원을 제시했다. 이틀 전 11일 회의에서 제시된 4차 수정안은 노사 각각 1만1140원, 9740원이었는데, 노동계는 100원을 낮추고 경영계는 15원을 올린 것이다. 앞서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노사가 각각 1만2210원과 9620원으로, 2590원 차이났다. 이날 6차 수정안에서 835원까지 차이가 좁혀졌지면 여전히 합의에 이르기는 간극이 컸다. 최임위는 오후 10시 반 간사 운영위원회를 열고 다음 회의 일정을 논의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감안하면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적었고, 노사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 방식으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진행되면서 공익위원들은 ‘노사 합의’를 강조하는 기류로 바뀌었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노사 간 합의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과 다르게, 공익위원들 사이에서 ‘노사 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 강력히 제기된 것. 시간을 좀 더 들이더라도 노사간 이견을 좁혀보자는 것이었다. 때문에 최종 결정은 18일 오후~19일 이른 오전 사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18일 회의에서도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예년처럼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을 표결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에서 여러 차례 노사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아직 그 차이가 작지 않다”며 “노사가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합의가 어려운 경우 제도가 허용하는 시한까지 회의를 연장해 논의를 계속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가 말한 제도가 허용하는 시한은 18일 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내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희망 임금 간극은 여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3, 4차 수정안이 제시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3차 수정안에서 1만1540원과 9720원을, 4차 수정안에서 1만1140원과 9740원을 제시했다. 직전 회의에서 제시된 2차 수정안은 각각 1만2000원, 9700원이었는데, 최종적으로 노동계는 860원을 낮췄고 경영계는 40원을 올린 것이다.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1만2210원, 9620원으로 2590원 차이났다. 이번 4차 수정안에서 1400원까지 격차가 좁혀졌지만 합의까지는 다소 간극이 크다. 노사는 이날 회의에서도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과 소득분배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나라의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23.5%로 매우 높아 최저임금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은 통상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한 후 수정안을 통해 격차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협의한다. 그러나 막판까지 노사가 합의하지 못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해서 표결하는 식으로 결정된다. 과거 결정 시한을 감안하면 13일 열리는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겨야 장관이 다음달 5일 고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4월 지방의 A국립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40대 남성이 공장에서 일하다 폭발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다. 환자의 몸에 고압 산소를 주입하지 않으면 뇌와 폐의 기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는 응급 상황. 하지만 A국립대병원에는 이런 치료가 가능한 고압산소치료기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 1대 남아 있던 낡은 장비를 폐기한 뒤 새 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권역 내에서 대형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다른 병원으로 환자들을 돌려보낸다. A국립대병원에는 권역 내에서 생긴 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다. 하지만 정작 환자를 돌볼 기본 장비조차 없는 것이다. 40대 남성이 실려온 이날은 하필 장비가 있는 다른 병원을 수소문하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이 환자는 폐가 망가져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 A국립대병원이 새 장비 구입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이다 보니 시설이나 장비를 교체, 구입할 때 국고 지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한된 예산을 기존 사업에 먼저 투입하면서 삭감되기 일쑤였다. 지역사회 기업이나 대학 동문에게 손을 벌리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국립대병원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 모집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제3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부하지 않는 이상 병원이 먼저 기부금 모금 행사를 열거나 홍보를 하는 것도 모두 금지된다. A국립대병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264억 원이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은 ‘돈 안 되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느라 의료 수지가 만성 적자다. 민간 병원과 달리 기부금 모집마저 막혀 있어 낡은 장비와 시설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환자들”이라고 지적했다.18년된 심혈관 조영기 툭하면 꺼지고… 27년된 신생아 치료기 사용 의료진 “심혈관 시술중 꺼질까 불안”뇌혈관 MRI 찍으려면 한달 대기의료장비 대여업체서 빌려쓰기도“열악한 환경에 의사도 환자도 떠나” B국립대병원의 심혈관 조영기 중 1대는 2005년 7월에 도입돼 18년째 사용 중이다. 심혈관 조영기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환자의 막힌 심장 혈관을 뚫을 때 필요한 의료기기다. 보통 10년 정도 쓰고 교체해야 한다. 이 병원 의료진들은 낡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오작동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오진으로 이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B국립대병원을 찾은 날에도 이 기기는 시술 도중 작동이 멈춰버렸다.● 낡은 장비들, 수술-시술 도중 ‘먹통’ B국립대병원은 총 3대의 조영기를 보유하고 있다. 노후된 조영기는 되도록 안 쓰는 게 좋지만 환자가 밀리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병원 관계자는 “심장을 다루는 시술이라 노후 의료기기를 사용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대처가 어려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예산 확보 과정에서 준정부기관 수준의 각종 규제를 받기 때문에 노후 의료기기 및 시설 교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 사용 연한이 한참 넘은 의료기기를 그대로 쓰는 이유다. 대당 10억 원을 넘는 기기를 정부 보조나 기부금 모집 없이 국립대병원 재원으로만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B국립대병원은 권역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도 운영하고 있다. 병상 25개는 항상 몰려드는 신생아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권역 내 미숙아 진료나 조산도 이 병원이 전담한다. 하지만 신생아 환자 역시 노후 의료기기로 돌보는 상황이다. ‘신생아집중치료시스템(ICS)’이 대표적인 예다. 인공호흡, 보온, 산소치료가 결합된 진료대로 신생아 환자의 호흡을 돕고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B국립대병원에 설치된 ICS 8대 중 3대는 1996∼1998년 도입됐다. 27년 된 기기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낡은 기기는 체중계 기능이 없고 인공호흡 기능도 신제품에 비해 떨어진다. 고장이라도 나면 빠른 시간 내 수리가 불가능하다.● 비 오면 줄줄 새는 병원… 환자도, 의사도 떠나 B국립대병원 건물에는 외벽 타일이 깨지거나 병실 벽에 균열이 가 있는 곳이 수두룩했다. 고층 타일이 떨어지면 보행자가 다칠 우려도 있었다. 환자가 입원하는 본관 55병상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벽에 금이 가 있어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이 들이친다고 한다. 병원 측은 “의료기기도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에 건물 외벽이나 타일 보수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도 부족해 뇌혈관 사진을 찍으려면 1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차라리 서울에 가서 찍고 오는 게 빠르지 않겠냐”며 하소연했다. 다른 국립대병원 사정도 비슷하다. C국립대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최근 3년 동안 인공호흡기와 침대를 제외한 새 장비가 도입된 적이 없다. 심정지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환자는 이후 3일가량 저체온요법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장비가 없어 외부 대여 업체에서 빌려 쓰고 있다. 이 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뇌압 감지 장치도 없다. 혈액투석기도 턱없이 모자라 수시로 성인 병동에서 빌려온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다른 병원들은 로봇 수술 기기처럼 새로운 의료 기술을 도입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국립대병원은 처지가 열악하다”며 “좌절감을 느끼고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고 지원은 25%에 불과, 기부금 모금도 금지 국립대병원은 교육부의 관할이다. 새 의료기기를 도입하려면 교육부에 국고출연금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이 통과돼도 국고 지원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다섯 건 신청해서 한 건 통과되면 많이 된 거다. 심지어는 국고 지원 없이 우리 돈으로 기기를 사겠다고 해도 불허되는 경우도 있다”며 “방만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병원이 환자 위한 의료기기 구입하는 것이 어떻게 방만 경영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인 지방의료원은 전액 국고 및 지자체 지원을 받아 새 의료기기를 구입한다. 인건비와 적자 보전에 쓰이는 운영비도 지원을 받는다. 지역의료 거점 역할을 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메이오클리닉 등 해외 주요 대학병원들은 전체 수익의 10% 이상을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공공의료에 공헌하는 만큼 기부하려는 개인과 기업들이 적지 않다.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기부금 유치에 나선다. 국내의 경우 기부금품법상 국립대병원의 기부금 ‘모금’이 불법이다. 기부자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돈만 받을 수 있다. 병원이 나서서 기부금 모금 행사 등은 할 수 없다. 국립대병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수익 악화가 심해져 자발적인 기부금 접수만으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국립대병원의 기부금 모금을 허용하는 기부금품법 개정안은 2011년 8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당시 행정안전부가 반대해 법제화가 무산됐다. 기부금을 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번 국회에서도 비슷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전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28일 A국립대병원 흉부외과 진료 대기실. 수술 전후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한 가운데 한 진료실이 비어 있었다. 올 초까지 흉부외과 전문의 B 씨가 환자를 보던 공간이다. 그는 이 병원에서 대동맥 박리 등 초응급 심장병 환자의 가슴을 열고 심장에 메스를 댈 수 있는 유일한 개흉술 의사였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지속되는 ‘온콜(on-call·비상대기)’ 근무를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 A병원은 권역 내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심뇌혈관 환자를 최종 책임지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초응급 심장병 환자를 수술할 의사는 이제 한 명도 없다. 병원은 빈자리를 채우려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 문의조차 없었다. 민간병원보다 약 2억 원 낮은 연봉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은 현행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소속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가 총액인건비로 묶여 있다. 밤새워 수술한 의료진에게 성과급도 줄 수 없고, 연봉 인상률도 정부 결정대로 일괄 적용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도 보장해야 하는데, 당직 의사를 추가로 구하기도 어렵다. 부서마다 의료진 수가 ‘교원 정원’으로 제한돼 있다. A병원이 개흉술 의사를 구하지 못한 최근 반년 새 인근에서 발생한 초응급 심장병 환자들은 수십∼수백 km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분원까지 포함해 전국에 17곳 있는 국립대병원들은 지역 의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보건당국은 권역별로 리더 역할을 할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관리하는데, 16개 권역 중 14곳에서 국립대병원이 책임의료기관을 맡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어린이병원이나 외상센터 등 ‘돈이 안 되지만 꼭 필요한’ 공공·필수의료를 도맡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1곳은 평균 5.4개의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과 인건비를 규제하는 건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정 안정성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야 할 국립대병원에까지 규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지방에서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의원이 줄어들고 있다. 국립대병원이 대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병원 인건비 규제에 낮은 연봉… 심장수술할 의사 못 구해‘에이스’들 급여 불만에 개업의 유출…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도 못받아부족한 방사선사는 정원 규제에다른 직종 의료진이 대신 맡아“급여-의료진 채용 탄력 운용” 지적 C국립대병원에는 ‘인터벤션(중재)’을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1명뿐이다. 인터벤션이란 피부를 절개하는 대신에 가느다란 기구를 넣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치료하는 시술이다. 심혈관질환, 비뇨기질환 등의 치료에 활용된다.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흉터와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 후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이 시술이 가능한 의사가 1명밖에 없다 보니 해당 의사가 쉬는 날에는 환자를 받기가 어렵다. C국립대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충원하기 위해 1년 넘게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지원자가 원하는 만큼의 급여 수준을 맞춰주지 못해 채용에 실패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서울에 몰려 있다”며 “현재 국립대병원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민간 병원만큼 급여를 주기가 어려워 의료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 규제에 ‘스타 의료진’ 채용은 꿈도 못 꿔국립대병원이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서는 기타공공기관도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과 예산 지침 등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역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기타공공기관은 ‘총액 인건비 한도’를 지켜야 한다. 국립대병원 또한 이 한도 내에서 의료진 인건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민간 병원만큼의 급여를 제안하며 의료진을 데려오기가 어렵다. 윤경철 전남대병원 안과 교수(기획조정실장)는 “실력 있는 의사를 데려와서 병원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가장 중요한 건 급여”라며 “이른바 ‘스타급 교수’를 데려오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타공공기관은 총인건비 인상률(올해 기준 1.7%)도 정해져 있다 보니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당직비를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사립대병원으로 의료진 유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국립대병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에이스’들이 점점 더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정형외과에서 제일 수술을 잘하던 전공의가 개업하겠다고 하면 ‘교수로 남아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교수직을 포기하고 ‘촉탁의로 전환해 달라’고 신청하는 국립대병원 교수들도 생겨나고 있다. 촉탁의는 총액 인건비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1년 단위로 병원 측과 계약을 할 수 있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수술이나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병동에 상주하며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일만 전담하는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립대병원 교수라는 자리의 명예나 고용 안정성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라며 “개원하면 연봉을 2배로 벌 수 있다 보니 의료진들은 ‘가족들이 교수를 하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방사선사 부족해도 ‘정원 제한’에 못 늘려국립대병원에 가해지는 규제는 인건비 제한뿐만이 아니다. 특정 직종 의료진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정원 제한’이라는 걸림돌에 가로막힌다. 국립대병원은 직원 증원이 필요할 경우 기획재정부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 인원만큼만 더 늘릴 수 있다. 이 역시 국립대병원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D국립대병원에는 수술실에 근무하는 방사선사가 현재 2명뿐이었다. 병원 측은 ‘정원을 2명 더 늘려달라’고 기재부에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수술실에서 뼈와 관절을 실시간으로 투시하는 특수영상장치(C-Arm)를 다룰 방사선사가 부족해 방사선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다른 직종 의료진이 대신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으로 고생하는 방사선사들도 걱정되고, 결국 그 업무를 대신하는 다른 직종 의료진의 업무 과중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감염관리센터도 이 같은 정원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지난해 5월 총 51개의 음압병상을 갖춘 감염관리센터를 열었다. 현재 이 센터에선 간호사 약 50명이 코로나19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만 배정된 인원이라 올해 말에는 이 정원을 반납해야 한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중환자는 전체 확진자 수 감소와 달리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다른 부서 간호사를 데려오려고 해도 그곳 역시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립대병원 무너지면 취약계층부터 타격”인건비 제한과 정원 제한이라는 규제로 인해 생기는 여러 제약 때문에 국립대병원 의료진 사이에서는 ‘우리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민간 병원과 달리기 경쟁을 하는 셈’이라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물론 국립대병원이 공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을 필요는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국립대병원에 가해지는 모든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방만 경영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인건비 인상률 등 획일화된 기준을 국립대병원에 적용하면 임금 격차에 따른 의료진 유출을 막기 어렵다. 정원 제한도 의료 현장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에 박힌 규제 때문에 병원 역량이 약화되면 결국 ‘서울의 큰 병원’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쏠리는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남는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역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결국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라며 “의료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는 이들과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