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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나스닥이 날았습니다. 그만큼 기술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큰 건데요. 21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1.56% 상승 마감했고요. S&P500은 +0.69%, 다우지수는 –0.11%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주식시장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339%로 마감했는데요. 이는 지난주 목요일 기록을 뛰어넘어, 또다시 2007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면서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꽤 오래 이어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주식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키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 조지 마테요는 WSJ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채권금리가 주식투자와 어느 정도 경쟁을 할 만한 지점에 이미 도달한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채권금리 상승이 주식시장, 그중에서도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기술주를 강타했을까요. 그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끈 기술주들이 큰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23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엔비디아입니다. 이날 주가가 8.47%나 급등했죠.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5%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는데요. 엔비디아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AI 기술 관련 투자 심리가 크게 영향 받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이날 나스닥에선 테슬라 주가도 모처럼 7.33% 급등했는데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잇달아 인하한 탓에 주가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이날 반등한 겁니다. 저가 매수가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날 미국 증권사 베어드는 “사이버트럭과 새로운 모델3가 시장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후반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5일 경제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뒤 주식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파월 의장 연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텐데요. 스탠다드차타드의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스티브 잉글랜더는 FT에 “파월 의장은 다소 매파적인 중기 통화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위태롭던 중국 경제를 뒤집어놓을 만한 초대형 폭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입니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6년 연속 매출 1위(2017~2022년)로 ‘우주 최대 부동산 회사’로까지 불렸던 비구이위안이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선언하면서 위기가 중국 금융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한때 버블이 심각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0년 하반기 대대적인 정부 규제 이후 급격한 침체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죠.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도 그 연장선에 있는데요.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고요. 오늘 딥다이브는 비구이위안 자체의 취약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비구이위안은 어떻게 중국 최고의 부동산 회사가 됐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부분 경우처럼 성공으로 이끈 요인이 곧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극단의 회전율 ‘345 모델’‘석공에서 억만장자로’. 비구이위안 창업자 양궈창(楊國強)을 설명할 때 많이 나오는 표현입니다. 17살까지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흙수저 건설노동자가 놀라운 성공 신화를 쓴 거죠.특히 1992년 비구이위안을 창업하자마자 닥쳤던 부동산 침체기를 극복해낸 스토리는 중국에서 ‘마케팅의 고전’으로 통합니다. 당시 비구이위안이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 맨 처음 지은 4000호의 고급 아파트는 고작 3채만 분양이 됐는데요. 쫄딱 망할 위기에서 그는 ‘귀족학교 유치’ 아이디어를 냅니다. 명문으로 유명한 베이징 경산학교(시진핑 딸도 다닌 학교)와 손잡고 국제학교를 설립했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이 프로젝트는 대히트를 쳤습니다.이후 비구이위안은 빠르게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데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썼습니다.①경쟁이 덜한 3선 또는 4선 도시를 공략했습니다.중국은 인구와 경제 수준에 따라 도시를 1~5선 도시로 구분하는데요. 당연히 가장 앞선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의 부동산 개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반케(万科)나 소호차이나 같은 쟁쟁한 업체들이 1선 도시 쪽은 꽉 잡고 있죠.비구이위안은 처음부터 이런 큰 도시 대신 3선이나 4선 도시, 그것도 교외 지역을 공략합니다. 3선이라고 해도 인구가 300만~500만명이나 되다 보니 주택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었거든요. 소득 수준과 함께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는 이들 지역에서 ‘별 다섯 개짜리 주택을 지어주겠다’는 비구이위안의 슬로건은 꽤 잘 먹혔습니다.②절정의 ‘높은 회전율’을 추구합니다.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빨리 승인받고, 빨리 착공하고, 최대한 일찍 분양하고, 빨리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게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죠.비구이위안은 바로 이 점에서 놀라운 역량을 보였는데요. 이른바 ‘345’ 모델입니다. 토지 취득 후 3개월 이내에 공사를 시작해서, 4개월 뒤 자금 확보를 마치고, 5개월 뒤엔 자금을 회수해 재투자한다는 뜻인데요.아니, 그런 속도가 가능해? 중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양궈창 비구이위안 창업자는 이 345 모델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토지 취득 후 3개월 안에 공사를 시작해야 하고, 5개월 안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이 속도를 달성할 수 없지만 나, 양궈창은 할 수 있다.”중소도시 사랑의 결말 건설 승인 절차와 규제가 까다로운 1선 도시와 달리 3, 4선 도시는 승인도 더 빨리 나오고 규제도 아무래도 좀 널럴합니다. 비구이위안이 높은 회전율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중소도시를 공략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부동산 시장 성장기에 이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보였습니다. 덕분에 몸집을 매우 빠르게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비구이위안 매출은 2015년 1000억 위안, 2017년 2000억 위안을 돌파하며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하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 ‘오전에 설계 요구사항을 받으면 그날 당일 밤을 새워서 설계 도면을 완성하라’라고 지시한 게 알려지기도 했죠(나중에 회사측은 하룻밤 만에 그린 건 맞지만 공사 시행을 위한 실시설계가 아니라, 초기 단계의 계획설계라서 가능했다고 해명). 그렇게 단시간에 별 다섯 개짜리 주택을 짓는 게 가능하다고? 부실 공사하는 거 아니야?라는 의심이 일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2018년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공사 현장 곳곳에서 연이어 붕괴 사고가 일어납니다. 여론이 들고 일어났는데요.이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양궈창 당시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왔습니다. 비구이위안이 그렇게 빨리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부실 공사가 아니라 기술력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앞으로는 속도와 효율성을 안전과 품질에 양보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만약 그때라도 비구이위안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건설비용은 엄격히 통제했고 중소도시를 사랑했죠. 비구이위안의 지난해 매출 62%는 3선 또는 4선 도시에서 나왔고요. 개발을 위해 확보해둔 토지의 4분의 3이 이런 작은 도시지역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마진율은 낮지만 많이, 빨리 판매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었죠. 사실 어디든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던 부동산 호황기에야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문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쫙 빠졌다는 점입니다.자연히 부동산 경기 침체기엔 인구유입으로 수요가 받쳐주는 대도시보다는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 공급이 과잉인 중소도시 주택시장이 더 타격을 입기 마련이죠. 3, 4선 도시에 사업을 집중했던 비구이위안이 급격히 어려움에 빠진 이유입니다. 집값이 떨어지자 아무도 집을 사지 않기 시작했고요. 집이 안 팔리면서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거죠.지난 3월 새로 CEO로 취임한 양궈창의 둘째 딸 양후이옌은 “3~5년 안에 1, 2선 도시의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죠. 올해 1~7월 비구이위안의 주택 판매량은 1408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60%나 급감합니다. 상반기 적자 규모만 450억~550억 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달하고요.급기야 이달 초 회사채 이자 상환에 실패한 데 이어, 11일 양후이옌 CEO가 “설립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14일엔 ‘11종 채권 거래 중단’까지 발표했는데요. 이대로라면 9월 초 돌아오는 채권 만기 때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참고로 비구이위안이 중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3121개, 완공해야 할 주택은 거의 100만채에 달합니다.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속보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거고요. 이쯤에서 비구이위안을 위기로 몰아넣은 또 다른 초대형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바로 말레이시아 ‘포레스트시티’입니다.유령 도시 된 숲의 도시30㎢에 달하는 4개의 인공섬을 결합해 건설하는 친환경·첨단 기술 중심의 미래형 도시.비구이위안이 말레이시아 조호주정부와 손잡고 건설 중인 포레스트시티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설명입니다. 조호바루시 외곽 싱가포르 인접 지점의 맹그로브 늪을 메워서 70만명이 사는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프로젝트인데요. 2015년 이미 착공했고, 2035년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20년 동안 총 예상 투자금은 무려 1000억 달러(134조원).착공 후 8년이 지난 현재는? 프랑스 르피가로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숲의 도시가 유령 도시가 됐다.”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섬은 1개. 2개의 골프 코스와 고급호텔 2곳, 국제학교와 수족관 등이 문을 열었습니다. 주택은 2만8000세대가 완공됐고요. 하지만 거주민은 기껏해야 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는데요.왜 이 모양이냐고요? 애초에 포레스트시티는 부유한 중국인들을 위한 세컨하우스로 지어졌습니다. ‘바다 전망 집을 상하이보다 훨씬 싸게 장만하세요’라는 컨셉이었는데요. 문제는 예전처럼 중국 중산층이 말레이시아에 집을 사는 데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일단 2018년 재집권한 마하티르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가 “포레스트시티에 집을 사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인의 집 소유를 막겠다고 한 건데요. 이후 총리실이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오락가락 정책에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가 확 식어버렸습니다. 마침 중국 시진핑 정부가 해외로의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고요(연간 5만 달러 상한). 게다가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까지 겹치며 이동까지 막혔죠.중국인이 안 사면 말레이시아 현지인에 팔면 되지 않냐고요? 현지인은 이걸 살 이유가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인 입장에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지어진 쓸데없이 비싼 아파트이거든요(조호바루시 평균 주택 가격의 약 7배 수준).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트타임스의 르포기사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이런 곳은 정말 숲으로 변하겠다”는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죠.비구이위안은 포레스트시티를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처음 천명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일환이라며 홍보해왔습니다. 하지만 되레 일대일로가 차질을 빚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남을 판인데요. 포레스트시티 프로젝트가 지금 비구이위안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불분명하지만, 그룹의 자금난이 가뜩이나 우울한 포레스트시티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 가능성은 상당히 커보입니다. 한때 15홍콩달러가 넘었던(2018년 초) 비구이위안 주가는 18일 사상 최저인 0.76홍콩달러를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비구이위안은 30년 동안 성공을 이어간 데다, 비교적 모범적으로 경영해왔다(헝다처럼 문어발식 확장은 하지 않음)는 평가까지 받아왔던 기업인데요. 이번 사태로 ‘아니, 비구이위안마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겨본 노련한 기업이라고 해도 급변하는 경제 흐름을 잘 따라가지 않으면 훅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흙수저 성공 신화의 주인공 양궈창 창업자가 이끈 비구이위안. 중국의 3, 4선 도시를 중심으로 한 ‘높은 회전율’ 전략의 효과로 중국 1위(중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는 ‘우주 1위’) 부동산 개발회사가 됐습니다.-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비구이위안이 공략해온 3, 4선 도시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비구이위안은 급기야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 위기에 봉착했습니다.-중국 부동산 기업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던 말레이시아 ‘포레스트시티’ 역시 비구이위안의 침몰을 부채질한 요인입니다. 유령도시가 된 포레스트시티가 비구이위안의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합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치솟는 국채금리에 뉴욕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을 기록했는데요. 다우지수 -0.84%, S&P500 -0.77%, 나스닥 -1.17%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4.258%에서 4.307%로 상승했는데요. 2007년 이후 최고 종가입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4.411%로 상승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이날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일단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9000건으로 예상치(24만건)를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고용시장이 뜨겁다는 뜻이죠. 또 월마트 분기 매출이 6.4% 증가해, 월가 예상치(4.1%)를 웃돌았는데요. 탄탄한 고용시장 덕분에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고 있는 겁니다.아시다시피 경제의 좋은 신호는 종종 주식시장에선 악재로 작용하죠. 미국 경제가 강하면→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이에 대응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채금리가 치솟았고 주식시장,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큰 부담이 된 거죠. 투자자금이 수익률이 높아진 채권시장으로 쏠리는 데다, 기업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 글로벌투자오피스의 마이크 로웬가트는 블룸버그에 “주택착공, 소매 판매, 실업수당 청구가 모두 견실한 경제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준이 9월엔 동결하더라도 이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퍼시픽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단기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은 제롬 슈나이더 역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말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요. 우울한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기회가 왔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장기채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했으니 말이죠. UBS글로벌웰스배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최근의 금리 상승이 매력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채권금리가 꽤 오랜 시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차익을 노리는 채권 투자자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PGIM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로버트 팁은 FT에 “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곧 4% 미만으로 돌아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러한 기대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하얀 석유’ 또는 ‘백색 황금’.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을 일컫는 말입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리튬 수요가 2040년까지 무려 40배로 증가할 거라고 하죠(국제에너지기구).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 경쟁도 아주 치열합니다.그런데 ‘리튬 수요 급증=리튬 가격 급등’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냐고요? 글쎄요. 가격을 결정하는 건 수요만이 아니죠. 공급이 매우 중요한데요. 오늘은 공급 측면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리튬 산업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리튬 삼각지와 자원 민족주의에너지 전환은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석유 시대, 중동의 부상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지금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원료로 쓰이는 금속들이 단연 주인공입니다. 니켈 덕분에 주목받게 된 인도네시아의 ‘자원 갑질’ 이야기는 이미 전해드렸는데요(편).리튬은 니켈이나 코발트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중요한 금속이죠. 정말 모든 리튬이온전지(심지어 전고체 배터리까지!)에 다 쓰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선 리튬 없이는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리튬은 전 세계에서 채굴되지만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호주, 칠레, 중국 순입니다. 하지만 아직 광산이 개발되지 않은 곳까지 합쳐 탐사된 매장량(2023년 기준 총 9800만t)으로 따지면 순위가 좀 달라지는데요. 볼리비아(2100만t)-아르헨티나(2000만t)-미국(1200만t)-칠레(1100만t) 순입니다.딱 봐도 중남미 비중이 상당히 크죠.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3국을 ‘리튬 삼각지’라고 부를 정도인데요. 전 세계 리튬 중 53%가 여기 매장돼있습니다.지난 4월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리튬 국유화’를 선언하며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현재 칠레의 광활한 아타카마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권리는 미국 기업 앨버말(Albemale)과 칠레 화학기업 SQM(소시에다드 키미카 이 미네라)이 갖고 있는데요. 보리치 대통령이 “향후 리튬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생산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들 기업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계약기간이 아직 한참 남아있긴 하지만(앨버말 2043년, SQM 2030년 계약 만료)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거죠.앞서 볼리비아는 2008년에 이미 우유니 소금호수의 리튬 생산 산업을 국유화했죠. 지금은 볼리비아 국영기업 YLB(야시미엔토스 데 리티노 볼리비아노스)가 자국의 리튬산업을 통제하고 있는데요.이제 볼리비아에 이어 칠레까지 리튬 국유화라니. 결국 ‘자원 국가주의’가 본격화된 걸까요. 전 세계가 긴장했습니다. 그리고 자연히 관심은 삼각지 중 남은 하나, 아르헨티나에 쏠렸는데요.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상황이 좀 달라 보입니다. 일단 이 나라는 헌법에 따라 리튬 소유권이 중앙 정부가 아닌 주정부에 있는데요. 지난 2월 24개 주 중 한 곳(라리오하주)이 민간 기업의 리튬 채굴권을 중단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23개 주정부는 리튬 산업에 대한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여전히 적극 나서고 있죠.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다 아빌라 광업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리튬에 대한 투자는 멈춘 적이 없어요. 이는 우리가 민간 투자에 개방적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한마디로 ‘해외기업 투자 웰컴’을 외치고 있는데요. 아르헨티나 경제가 워낙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이 연 115%에 달하죠. 당장 일자리와 돈이 급한 아르헨티나 주정부로선 자기네 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채굴해 가겠다는 해외 기업이 반가운 존재입니다. 리튬을 수출할 때 기업이 내야 하는 로열티도 매우 낮은 3%로 잡았죠. 참고로 칠레의 경우,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비율이 최고 40%에 달합니다(리튬 가격이 높아지면 비율도 오르는 구조).그 결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 생산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발표된 프로젝트만 38개에 달하죠. 그 결과 5년 뒤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은 지금의 6배로 증가할 거라는데요. 2027년이면 리튬 생산량에서 칠레를 추월할 전망입니다.리튬 삼각지 3국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건 배터리 생태계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리튬 생산국 카르텔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 민족주의로 리튬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리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조만간 발생하진 않을 거란 뜻이죠.세계은행의 존 배프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원자재 카르텔엔 세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잘 정의된 목표를 공유하는, 소수의 생산자가 있다는 점인데요. 이 기준에서 봤을 땐 리튬 같은 배터리 금속은 카르텔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몇몇 국가가 모일 수 있지만 그것은 실패할 겁니다. 그룹의 외부에서 더 많은 생산자들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직접 리튬 추출? 제 2의 셰일 혁명일까 석유시대의 질서를 뒤흔든 건 미국의 ‘셰일 혁명’이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이 발전된 추출기술을 이용해 셰일가스 생산에 나서면서 미국이 에너지 전쟁의 패권을 쥐게 된 건데요. 리튬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바로 ‘직접 리튬 추출’ 기술 때문입니다.직접 리튬 추출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리튬을 어떻게 생산하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지금은 크게 두 가지 방법입니다. 하나는 호수 지하에 있는 소금물을 퍼낸 뒤 물을 증발시켜 얻어내는 겁니다. 염전에서 천일염을 얻듯이 말이죠.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처럼 광활한 소금호수가 있는 나라에서 쓰는 방법이고요. 다른 하나는 땅에서 고체 형태의 리튬 광석을 캐내는 겁니다. 호주나 중국에 이런 리튬 광산들이 많죠.그런데 두 방법 모두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물을 증발시켜 얻는 염수 리튬의 가장 큰 문제는 호숫물이 사라져버린다는 겁니다. 탄산리튬 1만t을 얻기 위해 200만t의 물을 증발시킨다고 하죠. 그 물로 생활하던 지역 주민들에겐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 “리튬은 오늘을 위한 빵이고, 내일의 굶주림”이라는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지역 주민의 말이 과장이 아닌 거죠.광산에서 캐내는 암석 리튬은 생산과정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해서 문제입니다. 주로 석탄 화력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탄산리튬 1t을 만드는데 약 9.6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군요. 소금호수를 증발시키는 방법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하죠.그래서 새로운 ‘직접 리튬 추출(DLE, Direct Lithium Extraction) 기술’이 주목 받습니다. 소금물에서 리튬을 얻되, 물을 증발시키지 않는 방식입니다. 호수에서 소금물을 퍼내서 탱크를 거치게 하면, 탱크 안 세라믹 구슬(이온 교환 물질)이 리튬을 흡수하고 나머지 물은 다시 호수로 돌려보내죠.기존 방식으론 막대한 양의 소금물을 공기 중으로 자연 증발시키느라 리튬을 추출하는데 12~18개월이나 걸렸는데요.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을 이용하면 2시간 만에 가능해집니다. 효율성도 높아서 같은 양의 소금물로 지금보다 2배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는데요. 상용화된다면 리튬 공급량이 획기적으로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물론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닙니다.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죠.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기업이 여러 곳인데요. 리오틴토(호주 광산업체), BMW, GM 같은 기업은 물론, 빌 게이츠 소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 같은 투자사까지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그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건 미국 스타트업 ‘라일락 솔루션’의 아르헨티나 카치(Kachi) 프로젝트인데요. 내년 상업 생산을 시작해서 2025년부터는 연간 5만t의 탄산리튬을 생산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만약 계획대로 성공한다면(리튬 추출율도 예상만큼 높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될 텐데요. 아직은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엔 좀 이르긴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에 라일락 솔루션의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이 실제로는 형편없다는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리튬 생산량이 계획대로 늘어난다면정리하자면 리튬 수요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는 건 맞지만, 공급 측면에선 자원 민족주의와 생산기술 발전이란 변수가 있어서 중장기 리튬 가격 예측은 쉽지 않은데요. 그럼 멀리 말고 당장 1~2년 뒤는 어떨까요.지난 6월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를 참고할 만한데요. 글로벌 리튬업체들이 발표한 계획 대로라면 내년과 내후년엔 리튬 생산량이 꽤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25년이면 리튬 수요보다 리튬 공급이 더 많아질 거라는데요. 리튬 공급과잉 현상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아니, 그럼 리튬 가격은 오르긴커녕 떨어질 일만 남은 걸까요? 글쎄요.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설 이후 품질 테스트 기간이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데다, 증설 계획이 지연되는 경우들도 과거에 있었다”면서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만약 리튬 가격이 많이 떨어진다면 기업들이 굳이 설비 증설을 서두르지 않게 될 수도 있거든요. 참고로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t당 60만 위안까지 치솟아서 2021년 초와 비교하면 10배나 폭등했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급락해 현재 26만 위안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By. 딥다이브리튬 가격은 리튬 생산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지난해 워낙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터라, 올해 가격 급락 뒤 전망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했는데요. 역시나 변수가 많아서 예측이 쉽진 않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칠레의 리튬 국유화 선언으로 자원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죠. 하지만 리튬 매장량 세계 2위인 아르헨티나는 경제난으로 인해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여전히 적극적입니다. 배터리 금속을 둘러싼 카르텔 형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리튬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직접 리튬 추출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기존 방식보다 더 친환경적이란 장점도 있는데요.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리튬 수요 급증을 예상한 기업들이 빠르게 리튬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계획대로 증설을 한다면 2025년엔 리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예상치를 밑돈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뉴욕증시가 안도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상승했죠. 다우지수 +0.15%, S&P500 +0.02%, 나스닥 지수 +0.12%. 관심을 모았던 7월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는데요. 월가 예상치(3.3%)를 하회한 겁니다. 특히 근원 물가(식료품과 에너지 제외)는 1년 전보다 4.7% 올라서, 6월(4.8%)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인데요. 이는 곧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개장 초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뛰었고요. 하지만 이내 시장을 진정시키는 연준 인사의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는데요.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데이터 포인트는 아닙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단호하게 끌어내리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칫국 마시긴 이르다는 뜻인데요. 사실 연준 인사들은 그동안에도 통화정책 피벗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려 할 때마다 한 번씩 찬물을 끼얹곤 했죠. 블룸버그는 “연준이 차기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들(연준 인사들)은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어조를 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썼습니다. 아마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제롬 파월 의장은 승리를 선언하진 않을 거라고도 내다봤죠. 섣불리 금리인상 종결을 선언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연준의 신중론과 달리 월가에선 9월은 물론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안나 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CPI는 연준의 목표(연 2%)와 일치하는 속도로 근원물가가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디즈니입니다. 전날 분기 실적과 함께 디즈니플러스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4.88%나 뛰었는데요. 디즈니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죠. 덕분에 스트리밍 사업부의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긴 한데요. 대신 2분기 전 세계 구독자 수(총 1억4610만명) 역시 1170만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디즈니는 적자 개선을 위해 10월 12일부터 미국 내 구독료를 월 10.99달러(1만4000원)에서 13.99달러(1만8400원)으로 대폭 올린다고 발표했는데요(무광고 멤버십 기준). 아울러 내년부터는 넷플릭스처럼 계정 무료 공유를 단속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출혈 경쟁을 끝내고,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데요.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재택근무는 과연 사무실 근무만큼의 생산성을 낼 수 있을까요. 현재 경제학계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각국에서 재택근무 관련한 연구 결과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요.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선 여전히 직원의 40%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사무실과 재택근무 병용)가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요. 사무실로 나오라는 기업과 집에서 일하겠다는 근로자 사이의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죠.동시에 재택근무 확산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제기도 나옵니다. 오늘은 팬데믹은 끝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이슈, 재택근무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집에서 일하면 생산성 18% 떨어진다? “일론 머스크가 옳았다.”데이비드 앳킨 MIT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공개한 재택근무 생산성 관련 연구 결과(제목 ‘재택근무, 근로자 분류 및 개발’)를 전하는 언론 기사의 제목입니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개소리”라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말대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게 드러났다는 거죠.실제 연구의 결론은 이겁니다. ‘재택근무 근로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18% 낮았다.’ 5%나 10%도 아니고 18%라니. 상당한 차이인데요.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인가요,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18%는 심한데?’인가요?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연구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에서 235명을 새로 고용해 ‘초급 데이터 입력’ 업무를 시켰습니다. 근로자들은 무작위로 ‘주 5일 출근조’ 또는 ‘완전 재택근무조’로 나뉘어, 총 8주 동안 일했죠. 연구팀은 입력된 데이터의 정확도와 속도를 기준으로 직원의 생산성을 계산했는데요. 일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재택근무조의 생산성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사무실 근무조가 일을 점점 더 잘하게 되면서 그 차이는 더 벌어졌고요.사실 그동안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는데요. 흔히 ‘선택효과’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즉 원래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집에서 일하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영향으로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는 거란 해석인데요(달리 말하면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떤 근로자이냐가 중요하단 뜻).이번 MIT 연구가 다른 건 재택근무할지 말지를 무작위로 정한 겁니다. 선택효과를 배제했는데도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는 걸 확인한 셈이죠(어떤 근로자냐 못지않게 어디서 일하느냐도 중요하다!).물론 연구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저숙련의 저임금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죠. 실제 비슷한 결론(재택근무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8% 생산성이 떨어진다)을 내린 지난 5월의 다른 연구(나탈리 애마누엘 뉴욕연은 이코노미스트의 ‘원격근무를 하시나요? 원격근무의 선택, 처우 및 시장’) 역시 미국 내 콜센터가 대상이었고요.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아닌 신규 채용된 초보 직원들을 가지고 실험했다는 점인데요. 연구팀 역시 “우리가 연구한 집단은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사무실 환경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 일했던 기존 직장인이라면 사무실 근무 규범을 흡수했을 수 있다(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을 수 있다는 뜻)”고 인정합니다.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재택근무 옹호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좀 답답하실 수 있겠습니다(아니, 그래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나쁘다는 거야?). 이쯤에서 재택근무 관련 논쟁의 종합정리판 격인 워킹페이퍼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동저자가 발표한 ‘재택근무의 진화’입니다.완전 재택이냐, 하이브리드냐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2015년 중국 여행사 씨트립의 상하이 콜센터를 대상으로 연구해 ‘재택근무(4일 재택+1일 출근)로 기업 성과가 13% 늘고 퇴직률은 50%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가 주목했죠.하지만 정작 2020년 팬데믹으로 사실상 전 세계에 ‘강제 재택근무’ 시대가 도래했을 때 그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코로나발 재택근무는 기업 생산성의 재앙”이라고까지 경고했는데요. 왜 블룸 교수의 말이 몇 년 새 달라졌을까요. 바로 이 점 때문인데요. 지난달 발표한 워킹페이퍼에서 그는 “연구 결과들을 볼 때 완전한 재택근무(주 5일 재택)은 5~20%까지 생산성이 떨어진다”면서 “하이브리드 근무(예-주 3일 출근, 2일 재택)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사무실 근무와) 비슷하거나 약간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 회사를 아예 안 가는 건 곤란하고, 일주일에 2~3일이라도 가긴 가야 한다는 거죠.완전 재택근무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집중력과 창의성도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특히 주니어 직원들에 대한 피드백과 멘토링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로 꼽히죠.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은 인간의 낮은 자제력인데요. ‘재택근무의 세 가지 적은 침대, 냉장고, 텔레비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죠. 블룸 교수는 “학생들도 자기 관리를 위해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반면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경우엔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성이 더 높아지거나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멕시코 경제학자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 ITAM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3~5%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보고했죠.아, 그러면 세계적인 전문가를 믿고 완전 재택 말고 하이브리드 근무로 가는 게 기업 입장에선 답일까요? 그런데 기업이라면 이걸 고려해야 합니다. 100% 재택근무가 주는 큰 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사무실이 필요 없어져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성이 설사 18%나 떨어지더라도, 사무실 임대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는 거죠. 완전 재택근무라면 임대료만이 아니라 임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 없다면 굳이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 근로자를 고용할 필요 있나요. 달리 말하면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업무라면(데이터 입력이나 콜센터처럼)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해외로 이전하는 게 나을 수 있는 겁니다. 세계 34개국 중 재택근무 비율 꼴찌는주 3일만 회사로 출근하고 이틀은 집에서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K직장인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건만, 미국 빅테크 기업에선 이마저도 못하겠다는 직원들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죠. 구글은 지난 6월 “주 3일 출근을 지키는지를 확인해 성과 평가에 반영한다”고 했다가 “회사가 학교냐”는 직원 반발을 샀는데요. 최근엔 본사 캠퍼스 안에 있는 호텔 숙박권을 99달러(약 13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가(구글 측은 “통근 대신 한 시간 더 잘 수 있어요”라고 홍보) “노 땡큐!”라는 시니컬한 반응만 돌아왔죠.이를 두고 “일주일에 2~3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건 약 8%의 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호세 마리아 바레로 교수)라는 연구 결과가 인용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선 재택근무 덕분에 임금을 덜 올려줄 수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사무실로 다시 출근하게 만들려면 상당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고요.문제는 이렇게 출근을 하네 마네를 가지고 회사와 실랑이를 할 수 있는 근로자는 소수라는 점입니다. 아예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래서 재택근무가 근로자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학력과 나이, 그리고 무엇보다 국적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이를 블룸 교수와 공동저자들이 6월에 낸 보고서(전 세계 재택근무:2023년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 세계 34개국 정규직 직원은 올해 4~5월을 기준으로 평균 주당 0.9일 재택근무를 실시했습니다. 재택근무 일수는 캐나다(1.7일), 영국(1.5일), 미국(1.4일)이 가장 많았고 독일이나 네덜란드, 핀란드(1일)는 평균을 살짝 웃도는 데 그쳤습니다. 그리고 꼴찌는? 바로 한국(주당 0.4일)이었죠.이렇게 나라별로 차이가 큰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단순히 부자나라냐 아니냐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설득력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집 크기인데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직원 집 크기가 큰 나라가 아무래도 재택근무에 유리하죠. 산업 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데요. IT나 금융 같은 서비스 업종 비중이 높은 나라(미국)일수록 재택근무에 적합하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해석도 의미 있어 보이는데요. 미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 기업이 성과 측정과 평가 시스템에서 앞서 있는 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합니다. 직원을 굳이 사무실에서 관찰하지 않고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진 거죠.인구 통계학적으로는 고졸보다는 대졸자가 재택근무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애초에 대면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직군(예-청소, 음식점)에 고졸자가 더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재택근무 확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재택근무는 도덕적으로 잘못됐다. ‘노트북 계층’이 서비스 근로자나 공장 근로자가 누릴 수 없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한 적 있죠.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의 바우터 즈위젠 연구원 역시 “노동시장에서 이미 더 나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 즉 디지털 첨단 기업이나 대기업 근로자, 더 높은 기술을 가지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가 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가와 함께 근로자의 학력, 숙련도, 고용계약 형태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하더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할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죠(동시에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결론).이 밖에도 재택근무가 늘어 사무실 공실과 도심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경제학계에선 걱정거리이죠. 이제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일본에서조차 이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나오는데요(도쿄 도심 출퇴근 인구가 20% 줄고, 직장인들이 예전처럼 야근이나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닛케이 기사).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주당 0.9일로 늘어난 재택근무가 앞으로도 줄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전망합니다. 10~20년 뒤엔 근무일의 30~40%, 그러니까 주 1.5~2일은 재택근무로 정착될 거라는 분석인데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포함한 기술의 혁신이 이를 뒷받침할 거란 그의 예상이 과연 현실화할까요. 물론 재택근무 불모지 한국에선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By.딥다이브재택근무의 상징이나 다른 없는 미국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기업 줌(ZOOM)마저 직원들에게 주 2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다는군요. 주 5일 100% 재택근무는 이제 과거 얘기가 되려나요. 재택근무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주 5일 집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생산성에 18%나 떨어진다는 MIT대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미국 콜센터 관련 연구에서도 재택근무가 8% 정도 생산성을 늦춘다고 합니다.-동시에 100% 재택근무가 아닌 하이브리드근무는 생산성을 낮추지 않거나 되레 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멘토링의 질을 낮추지 않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대면 근무가 필요하다는 뜻이죠.-미국에선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기업과 재택을 유지하려는 근로자 간 갈등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학력과 숙련도, 무엇보다 국적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되곤 하죠. 일종의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인데요. 그래도 대세(하이브리드근무 확산)는 정해졌으니 어떻게 잘해 나갈까를 고민해야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처럼 모두 상승 마감했죠. 다우지수 +1.16%, S&P500 +0.90%, 나스닥 +0.61%. FT는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투심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합니다. 7월 미국 경제는 18만7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해, 월가 예측치(20만개)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시간당 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로 예상보다 강했죠.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밥 슈워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곤 있지만 “경제가 벼랑에서 떨어지진 않았다”라고 해석합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고, 임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증가해 가계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연착륙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설명입니다.시장의 관심은 9월에 연준이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을지에 집중돼있는데요. 일단 연준 인사들은 엇갈린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당분간 제한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가 이미 정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는데요. 반면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지난 6일 열린 행사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매파적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결국 데이터가 좀 나와봐야 방향을 확인할 텐데요. 일단 이번 주 목요일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됩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CPI 상승률이 전월(3.0%)보다 오른 3.3%를 기록할 걸로 예상합니다. 연준이 긴축 종료를 선언하기엔 충분히 않아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펜서 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의 12배로 치솟았습니다. 그만큼 연준이 다음번엔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힌트를 찾는 게 투자에 있어 중요해졌다는 거죠. 특히 CPI 데이터에 주식시장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데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 연금 같은 기관 고객들까지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존스트레이딩의 ETF 거래 책임자인 데이브 루츠는 WSJ에 “그들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그러고 나면 다음 발표가 나올 때까지 다시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8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중국 경제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 정부가 연이어 내수 부양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옵니다.그럼에도 중국 본토 증시의 시가총액 1위인 소비재 기업 주가는 생각보다는 건재합니다. 바로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인데요. 지난해 10월 1300위안 선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다시 올라 어느덧 1900위안에 근접했습니다. 사실 시총 기준 세계 3위인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큰 종목이 주류회사라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한데요. 구이저우마오타이를 (술이 아닌 기업 관점에서)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삼성전자보다 비싼 상장사구이저우마오타이(줄여서 마오타이)가 2일 반기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 695.8억 위안, 순이익 359.8억 위안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증가했죠. 순이익이 매출액의 51.7%나 되고요. 뭐,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왜? 마오타이니까요. 연 20% 수준의 이익 성장세와 50%가량인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 50% 넘는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한마디로 돈 잘 벌고 번 돈은 주주에게 배당으로 팍팍 나눠주는 기업이 마오타이입니다. 이런 마오타이는 중국 증시에서 엄청난 지지 세력을 갖고 있죠. 그 팬덤이 미국의 테슬라 못지않은데요. ‘마오타이신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엔 추종자들이 많은 종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신화를 써왔었기 때문입니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고급전통 바이주(白酒)로 유명한 마오타이는 2001년 상장했지만 한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죠. 2004년까지도 고작 10위안대에 머물렀고요. 이후 좀 올랐지만 2014년까지도 100위안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쯤부터 주가가 좀 오르나 싶더니 이내 수직 상승했고요. 급기야 2021년 2월 최고점인 2627위안을 찍었습니다. 시가총액은 2018년 6월 1조 위안을 돌파했고, 2020년 4월엔 코카콜라를 넘어섰고, 2020년 6월 드디어 상하이 증시 시총 1위에 올랐죠. 현재 마오타이 시가총액은 2조3616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26조원인데요. 전 세계 모든 주류∙음료 기업 중 단연 1위이고요(코카콜라 시총이 348조원). 국내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411조원)보다 높습니다. 물론 중국기업 중 시총이 가장 큰 기업은 텐센트(시총 약 553조원)이긴 한데요.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돼있기 때문에 본토 증시 기준으론 마오타이가 1위입니다. 함께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돼있는 공상은행(중국 최대 은행)이나 페트로차이나(중국 최대 석유기업)와 비교하면 시총이 2배 수준이죠.그 과정에서 마오타이 주식 덕분에 부자 됐다는 투자자들 스토리가 수도 없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우량한 기업의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는 ‘가치투자의 믿음’을 중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심어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힙니다. 아무리 내수시장이 큰 중국이라고 해도 소비재, 그것도 수출 비중이 작은 주류회사가 이 정도로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게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주력 제품인 ‘마오타이’ 술이 갖는 독특함 덕분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허프포스트의 리서치디렉터 이스트랜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럭셔리 제품인 동시에 소비재와 명품, 투자상품의 속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상품입니다.” 대표 상품인 ‘53도 비천마오타이주’의 중국 판매 가격은 약 3000위안(약 54만원, 500㎖ 기준). 저장 기간이 15년 이상인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이 7300위안(131만원)이 넘죠. 마오타이주는 중국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접대나 결혼식을 할 때 주고받는 최고급 선물로 꼽힙니다. 마치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재보다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더해 마오타이주를 사서 쟁여놓고 나중에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 수요까지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유통기한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까요.사실 술은 ‘필수소비재’라서 경기방어적(경기가 나빠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음)입니다. 대신 갑자기 술 마시는 인구가 크게 늘 수는 없으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도 쉽지 않죠. 실제 같은 바이주(중국술)라고 해도, 다른 술들은 요즘 중국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정가보다 대폭 할인 판매되고 있다는데요. 마오타이는 남다른 브랜드 가치 덕분에 예외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한 번도 출고가를 인하한 적 없는 바이주 브랜드’로도 유명하죠. 이 때문에 양하양조(Yanghe), 산서행화촌분주(Shanxi Fenjiu), 사득주업(Shede Liquor) 같은 중국의 주류회사 상장사 주가가 올해 내내 내리막을 면치 못하는데도, 마오타이만은 주가가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투자업계의 마오타이 사랑 그렇다고 해도 2021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마오타이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습니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물려 있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에 마오타이는 지난해 11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을 뿌리는가 하면, 올해 들어서는 9년 만에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주주 달래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그 때문일까요. ‘시장 트렌드를 못 쫓아간다’ 비판과 함께 ‘술에 중독됐냐’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지는데도 투자업계의 스타들은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첸하이 오픈소스펀드의 양더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마오타이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때 이렇게 말했죠.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류 시장은 여전히 꾸준한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겁니다. 주류주의 현재 가치평가는 역사적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하긴 더 좋은 시기입니다.”특히 마오타이 하면 중국 투자업계에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중국 공모펀드계의 아이돌, 장쿤(張坤)입니다. 이팡다펀드(易方達基金)의 소속 펀드매니저인(직급은 차장) 장쿤은 중국 공모펀드 시장에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2분기 기준 총 운용자산 776억 위안). 그리고 장쿤을 이런 반열에 올려준 대표 종목이 바로 마오타이입니다.장쿤은 2012년 처음 펀드 운용을 맡으면서부터 마오타이에 투자했는데요. 2013년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다른 펀드매니저들이 다 팔아치울 때도 오히려 지분을 늘려나갔습니다. 덕분에 2015년 이후 주가 급등기에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죠. 그의 펀드는 2019년엔 연 65.76%, 2020년 84.34%의 성과를 냈습니다. 2020년까지 8년 운용 수익률이 무려 760%. 젊은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쿤쿤’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만들어냈습니다. 진짜로 SNS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지며 아이돌급의 인기를 누린 스타 펀드매니저인데요. 마치 팬데믹 때 테슬라 투자가 대박 나면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인기 끌었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비슷한 느낌이었죠.하지만 마오타이 주가가 2021년 2월 정점을 친 뒤 급격히 꺾이면서 자연히 장쿤의 펀드 수익률도 추락했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E펀드 프리미엄 셀렉션’ 연간 수익률은 2022년 -14.42%로 떨어졌고요. 올해 들어서도 10%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자 아직 대량환매까지는 아니지만 펀드에선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요. 일부는 ‘장쿤, 주식은 할 줄 아냐?’라는 힐난까지 퍼붓는데요.하지만 워런 버핏 신봉자이자 가치투자 주창자인 장쿤은 “10년 이상 보유할 종목이 아니면 1분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투자철학의 소유자로 유명하죠. 그는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텐센트와 함께 그의 펀드가 가장 많이(10% 가까이) 보유한 종목입니다. 그가 지난달 낸 2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왜 마오타이를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그는 “어떤 시대에도 양질의 기업은 항상 부족하다”면서 “해자가 있고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이 가장 신뢰할 만한 수익의 원천”이라는 투자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2035년 중국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다고 믿는다면 현재의 어려움과 비관론은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우여곡절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주식의 실제 위험 수준과 많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위험 수준은 종종 반대”라고도 말하죠. 상당한 확신이자 고집이 느껴지는데요.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평가하지만, 반대로 ‘술 마시는 시대(주류주에 투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옵니다.마오타이 아이스크림으로 얻는 것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중국에서 과연 전통주를 잘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53도나 되는 독한 술을 과연 젊은이들도 많이 찾을까요.장기적 관점에서 마오타이를 바라보면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놀랍게도 마오타이는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말이죠.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직판용 디지털 앱 활성화, 다른 하나는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판매입니다.대부분 술 유통구조가 그렇듯이 마오타이도 대리점을 거쳐서 판매되는 비중이 컸는데요. 이 경우 대리점이 마진을 붙여서 판매해야 하니, 아무래도 출고가는 정가보다 한참 낮을 수밖에 없죠. 마오타이의 대표상품 비천마오타이의 경우 대리점 출고가는 병당 969위안, 정가는 1499위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리점들은 정가를 한참 넘긴 3000위안에 팔고 있죠. 수요가 그만큼 받쳐주니까요.결과적으로 술 한 병 팔아서 버는 돈이 제조업체보다 대리점이 훨씬 많은 셈인데요. 마오타이는 대리점 채널을 줄이고(2017년 2979개→현재 2082개) 직영 판매를 늘려가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직접 판매를 하면 출고가가 969위안이 아니라 1499위안으로 크게 높아지니까요. 소비자 역시 대리점보다 더 싸게 정가에 구매할 수 있고요.그리고 이런 채널 구조조정 전략의 핵심이 지난해 3월 출시한 ‘i마오타이’ 앱입니다. 아예 술 판매용 자체 앱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 앱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앱 마켓 출시 19일 만에 등록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론 4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오타이 측 발표에 따르면 하루 활성 사용자 수가 500만명 이상입니다. 아니, 술 판매 앱을 이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각종 게임과 이벤트 같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 유입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1년까진 매출의 23%에 불과했던 직영 판매가 이제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는데요. 자연히 마오타이 측이 버는 돈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도 말이죠. 아, 물론 전통주를 제외하곤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한국 주류회사들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시장이 또 마오타이에 놀란 부분은 신사업 진출인데요.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겁니다. 마오타이주 맛 아이스크림 말이죠.마오타이는 지난해 5월 컵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는데요(가격 60위안, 약 1만1000원). 술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그것도 비싼 아이스크림이 뭐 얼마나 팔리겠냐고요? 그게 말이죠. 정말 엄청나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년 만에 10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만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이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먹는 걸 자랑하며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나 더우인(중국의 틱톡)에 사진과 영상을 올릴 정도로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본사가 있는 구이저우시의 마오타이국제호텔은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본점 방문 인증샷 찍으러 오는 젊은이들로 로비가 북적거린다고 하죠. 지역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문 열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지고요. 마오타이가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버는 매출은 수억 위안 수준입니다(1000만개 팔아도 6억 위안).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건데요. 하지만 마오타이 브랜드 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신사업입니다. 젊은이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면서 전통기업이 ‘회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오타이가 노린 게 바로 이 부분이죠. 아이스크림 인기에 탄력을 받은 마오타이는 지난달엔 더 저렴하면서(29위안) 무알콜인 스틱형 아이스크림 신제품까지 출시했습니다. 마오타이 함유 초콜릿과 음료수 같은 새로운 제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죠. 식품산업 분석가인 주단펑은 “마오타이가 강력한 IP를 사용해 젊은 소비자 그룹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가했는데요. 어찌 보면 뭘 만들어도 잘 팔리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이 부럽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마오타이 실적이나 주가는 중국 소비시장이 과연 바닥을 찍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중국증시 전반에 대한 전망이 현재 썩 좋진 않죠. 하지만 술맛뿐 아니라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마오타이는 주목할 만한 면이 있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By.딥다이브중국 내수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예상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낸 게 다소 의외인데요. 혹시 소비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일까요, 아니면 마오타이만의 특수한 상황일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 본토 증시의 시총 1위는 고급 전통주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입니다.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 중 가장 높은 시총일 뿐 아니라, 삼성전자 보통주보다도 시총이 더 큽니다. -주가는 2021년 최고점보다 30%나 하락했습니다. 그런데도 팬덤은 아직 상당한데요. 중국의 스타 펀드매니저 장쿤 역시 마오타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있습니다.-온라인 직접판매용 앱을 내놓고 아이스크림 신제품 출시한 마오타이. 수익성을 높이면서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 꽤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의 브랜드라면 참고할 만한 전략입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9%, S&P500 -0.25%, 나스닥지수 -0.10%.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4.198%까지 치솟았다가 4.188%로 장을 마쳤는데요.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금리가 오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①미국 재무부가 이번 분기에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했고요(국채 공급 증가→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 ②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소식이(22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6000건 늘어남)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잠식했습니다. ③2일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도 남았고요.그리고 장 마감 뒤엔 많은 투자자들이 기다려온 두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죠. 바로 아마존과 애플인데요. 아마존은 매출과 수익 모두 월스트리트의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2분기 매출(1344억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어났고, 주당 순이익은 65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이 둔화됐다는 걱정이 많았던 클라우드서비스 사업(AWS)의 매출은 12% 증가했습니다. 예측보다 나은 성적인데요. 클라우드 부문이 고비를 넘겼다는 희망적인 해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아마존 주가는 8% 가까이 오름세를 탔습니다. 애플의 실적은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 2분기 매출(818억 달러)이 전년 대비 1.4% 줄면서, 3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주력제품인 아이폰 판매가 1년 전보다 2.4% 감소한 397억 달러로, 월가의 전망치(402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서비스 부문 매출(212억 달러)은 8%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같은 유료 디지털 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 1년 동안 1억5000만명이나 증가했다는군요. 총 가입자 수는 3년 전보다 두배로 증가해, 10억 명을 넘어섰다는데요. 서비스 부문은 마진율이 70% 이상(하드웨어 부문의 약 2배)일 정도로 돈이 되는 사업이죠.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서비스는 생태계의 강점과 건전성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면서 “고객이 우리 장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2% 넘게 하락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올여름 전 세계가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이란 목표엔 더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탄소중립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 확산과 이차전지 기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수소에너지? 혹시 이건 어떨까요. 구리 전선과 변압기.친환경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요? 네,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성능의 전기차가 나오고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깔아놔도,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탄소중립에서 ‘잊혀진 거인’이었지만 최근 그 존재감이 다시 드러나고 있는 전력망 이야기를 딥다이브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프랑스 남서부 푸아투사량트엔 ‘콩투어 풍력발전소’가 세워져 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8년 뒤에나 말이죠. 풍력발전소 건설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요? 아닙니다. 건설은 1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전력망이죠.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가정∙사무실∙공장으로 보내줄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8년쯤 걸릴 거라고 합니다. 이미 대기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이외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콩투어 풍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맡은 베이와의 마티스 타프트 CEO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전력망 연결 지연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주요 장애물입니다. 우리는 전력망 연결을 위해 5년,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미국 전역엔 공사를 하지 못한 빈 주택부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건설 노동자가 부족하거나 착공허가를 얻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변압기가 부족해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주택건설업자 발언을 소개합니다. “목재와 장비 부족을 걱정해 대비해왔지만 이제 갑자기 전력 변압기를 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106개의 타운홈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6곳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죠.” 미국 공공전력협회에 따르면 주택 프로젝트 5건 중 1건은 변압기 부족 문제로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정용 작은 변압기는 조달하는 데 18개월, 대형 변압기는 20~39개월이 걸립니다.도대체 왜 선진국들이 전기를 연결하지 못해서 이 아우성일까요. 이른바 ‘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관련 수요는 폭발하는 데 공급은 심하게 부족합니다.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전력망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겁니다.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다 갑자기 전기 인프라 혁명이라니. 뜬금없게 느껴지시나요? 그럼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이 예측을 한번 보시죠.①블룸버그NEF 3월 발표 보고서=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2050년까지 전력망에 최소 2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연간 전력망 투자 금액은 2022년 2740억 달러였지만, 2040~2050년 기간엔 연간 871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 전력 케이블은 엄청나게 확장돼, 2022~2050년 동안 총 8000만㎞가 새로 깔려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에 깔린 전력 케이블 전체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새로 설치될 케이블 중 약 6800만㎞는 지상 케이블, 1200만㎞는 지하 케이블, 20만㎞는 해저케이블이 될 전망이다.②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전망치=전 세계가 합의한 목표치(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현재 3000GW에서 2030년 1만GW로 증가해야 한다. 매년 평균 1000GW씩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력망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금액(연간)도 2022년 3300억 달러에서 2030년 5500억 달러로 늘어야 한다.③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2022년 8월 연구 결과=미국 에너지부의 로드맵(2035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전력망 구축) 달성을 위해선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배치돼야 한다. 바람과 태양광이 많은 지역에서 (전기 사용이 많은) 미국 동부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한 송전망이 필요하다. 2035년 미국의 총 송전용량은 현재의 3배가 돼야 한다. 연간 최대 1만 마일의 대용량 라인을 깔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기관의 예측이 썩 와닿지 않는다면 이건 어떤가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주 캘리포니아 전기회사 PG&E가 연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려면 (미국은) 전기 출력이 (지금의) 3배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긴급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전기 수요가 얼마나 될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한마디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을 크게 늘릴 거고, 그러려면 전력망을 엄청나게 새로 깔아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전망입니다. 기존에 깔려있는 석탄발전소용 전력망으로는 커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는 곳은 외딴 지역이나 연안이거든요. 대도시나 공장지대와는 한참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문제입니다. 햇빛이나 바람은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죠. 태양광∙풍력은 기후에 따라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어서 ‘백업용 배전망’이 필수입니다.영국 엑스터대학의 피터 크로슬리 교수는 FT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경제 중심으로 전달하기엔 현재의 전력망은 잘못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새로 다시 깔아야 합니다.문제는 돈, 그리고 금속!그럼 재생에너지라는 물 들어왔으니 당장 기업들이 케이블과 변압기 생산 라인을 왕창 늘리고,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올려야 하지 않냐고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돈 때문입니다.전력망 투자를 늘리는 비용을 누가 댈까요. 국가? 지자체? 발전회사? 아마도 상당 부분은 전기요금을 통해 소비자에 전가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내야 하는 거죠. 썩 내키지 않는다고요? 그게 바로 전력망 투자가 생각처럼 빠르게 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원자재, 즉 금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단 전기 하면 떠오르는 금속은 구리이죠. 전선은 물론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광 발전부품 등에 모두 들어가니까요. 자연히 ‘전기화’가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한데요.문제는 구리가 당장은 아니지만 곧 부족해질 거란 점입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구리 수요가 2035년까지 현재의 두배(2500만t→5000만t)로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세계적인 케이블 업체 넥상스의 크리스토퍼 게랭 CEO는 FT에 “우리는 이제 희소성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구리 공급에 따른 위험을 감안할 때 투자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참고로 구리 자체의 매장량은 충분합니다(국제구리연구그룹 “구리 고갈 가능성 매우 낮음”). 다만 이를 파내서 제련하는 설비가 그렇게 빠르게 늘지 않는 거죠. 이런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고 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찮고요.미국 변압기 업계에서는 또 다른 금속도 논란거리입니다. 바로 강철인데요. 미국 행정부가 배전용 변압기 코어용 강철을 미국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비정질 강철(에너지 낭비 적지만 더 비쌈)’로 바꾸도록 2027년부터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변압기 제조업체들은 괜히 생산설비를 늘려봤자 4년 뒤 그 제품 판매가 불법이 될까봐 주문이 밀려들어도 증설을 안 합니다. 폭풍과 산불이 한 번에 수백 대의 변압기를 파괴하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변압기 대란과 정전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전지판 깔려면답은 모두가 알지만(전력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리로 가기까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는데요. 전력망 부족 현상은 팬데믹 당시의 ‘반도체 대란’처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이쯤에서 전력망과 관련 있는 좀 다른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전기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유럽의 인터커넥터(Interconnector) 프로젝트입니다. 인터커넥터란 떨어져 있는 두 국가를 해저케이블로 연결해 각 국가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건데요. 이미 2021년부터 가동된 영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세계 최장 해저 전력 케이블(720㎞) ‘노스씨링크(North Sea Link)’가 있고요. 영국-덴마크, 영국-독일, 그리스-이스라엘-키프로스를 잇는 인터커넥터도 건설 중이거나 곧 착공됩니다.인터커넥터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나라(예-노르웨이의 수력에너지, 아일랜드의 지열에너지)는 전기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고,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죠.사실 유럽이 인터커넥트 관련해 주목하는 지역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입니다. 사하라 사막 면적의 1.2%를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전 세계가 쓸만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죠.만약 이게 된다면 “아프리카가 세계 청정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강국이 될 수 있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대표)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물론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케이블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망 구축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국제 전력망까지 필요하겠죠. ‘기승전 전력망’인 재생에너지의 세계. 인류 모두의 문제이니 관심을 좀 기울여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전력인프라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엔 호재입니다. 요즘엔 미국의 변압기 수요 급증으로 관련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죠.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을 보면 전력인프라 쪽에 대한 투자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국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면서 전력망 확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케이블이 지금의 두배 수준으로 늘어나야 할 거란 전망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전력망 투자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되기 때문에 생각처럼 빠르게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원자재 문제도 있습니다. 조만간 구리 공급량이 수요를 밑돌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서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면 어떨까요. 글로벌 전력망 구축만 가능하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필수품 전력망을 기억하세요.*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월스트리트 약세론자들의 항복이 시작됐습니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는데요(다우지수 +0.28%, S&P500 +0.15%, 나스닥 +0.21%). 이로써 S&P500 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첫 7개월(1월부터 7월까지)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날까지 S&P500 지수는 19.5%, 나스닥 지수는 37.1% 상승했죠. 마켓워치에 따르면 1년 중 첫 7개월 동안 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할 때 S&P500의 성과는 1997년(28.8%) 이후 26년 만에 최고, 나스닥은 1975년(39.1%) 이후 48년 만에 최고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난 7개월 동안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랠리가 펼쳐졌단 뜻입니다.월가의 약세론자들은 속속 비관론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마이크 윌슨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이날 아침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 주식은 S&P500 지수가 투자자들에게 29%의 수익을 안겨준 최고의 해 중 하나였던 2019년과 같은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썼습니다. 2019년은 연준이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증시가 호황을 이뤘던 시기인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통화정책 완화로 가는 과정 속에서 메가캡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하고, 성장주가 가치주를 앞질렀다”는 게 윌슨의 분석입니다. 그는 “2019년 비유는 그 자체로 더 많은 지수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도 “우리는 더 넓은 범위의 비즈니스 사이클 지표가 개선되는 걸 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죠. 씨티그룹도 지난주 금요일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4000에서 4600으로 수정하며 약세론을 접었는데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실적 성장 가속화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 포인트”라고 수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2024년 중반의 S&P500지수 목표치도 4400에서 5000으로 높여 잡았죠. 내년엔 기업 실적이 더 강해질 거라고 내다보기 때문입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항복선언이 이어지는 걸 보니, 역시 주식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매니저인 브라이언트 반크론카이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영웅이 될 때가 아닙니다. 겸손은 주식 투자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입니다.” 이번 주는 목요일에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만한 호실적이 나올까요. 겸손한 자세로 지켜보려 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화재 위험 없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얘기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나오는데도 주요 배터리·완성차 기업이 개발에 열을 올린다. 한국 일본 독일 등 3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앞서는 일본, 뒤쫓는 한국·독일 25일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개관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주요 연구과제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이미 대중화된 리튬이온전지에서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폭발 위험을 없앤 차세대 배터리이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전 세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미래 기술. 현대차는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달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중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에 돌입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창립기념식에서 “올해는 삼성SDI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이미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달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6월엔 2027∼2028년쯤 한 번 충전으로 1200㎞를 달리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선 존재감이 없는 독일 자동차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선 뒤지지 않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BMW그룹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독일에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설치 중이다. 2025년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하고 2030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튬이온전지가 못하는 두 가지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불이 붙지 않는 소재라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이후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 큰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다시 주목받는다.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그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 전문가인 조우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리튬이온전지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양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 KETI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양극 용량을 2배로 키우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다른 하나는 음극재에 흑연을 섞지 않고 리튬 금속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삼성SDI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음극이 따로 없는 ‘무음극 기술(Anode-less)’까지 개발했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 한계치는 kg당 350Wh(와트시)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최고 300Wh 수준까지 나와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엔 에너지 밀도를 kg당 400∼450Wh로 더 끌어올릴 수 있다. ● 대중화는 2030년 이후 전망 문제는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굳이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를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5일 보고서에서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액의 200배 이상”이라며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 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1kg에 1500∼2000달러로, 액체 전해액(9달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 시약 수준으로만 쓰이는 황화리튬이 앞으로 대량 생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이 황화리튬 상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전지보다 수십 배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삼성SDI가 2027년 양산 시점에 목표로 하는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물론 양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전기차나 군사용으로 주로 쓰이고 대중적인 전기차로 확대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소재·부품 관련 연구개발은 진전됐지만 배터리 셀을 설계·제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일본보다 출발이 늦은 한국 기업이 치고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조 연구원은 “도요타도 아직은 전기차에 쓸 정도로 셀을 크게 만드는 공정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받쳐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K팝 역사상 이런 걸그룹은 없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이후 17주 연속 빌보드 핫100 랭크.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그 주인공이다.‘큐피드(Cupid)’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적 인기를 끈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렇게 빨리 뜬 그룹이 이렇게 빨리 전속계약을 깨자고 하다니. 초유의 사태다. 이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까지 들고일어났다.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K팝 산업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법정으로 간 기적의 중소돌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다. 데뷔곡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올해 2월 발매한 ‘큐피드’가 대박을 냈다. 쇼트폼 영상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3월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다. 데뷔 4개월 만으로, 역사상 모든 K팝 그룹을 통틀어 최단기 기록이었다. 초스피드 성공보다 놀라웠던 건 ‘어트랙트’라는 중소 기획사 소속이란 점이다. 4대 대형 기획사(하이브, SM, JYP, YG)가 아닌 작은 회사가 이런 기록을 세우자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렸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결별하기 위해서다. 사유는 크게 세 가지. 소속사가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어트랙트는 곧바로 ‘외부 세력의 강탈 시도’라고 맞섰다. 외부 세력으로는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안성일 프로듀서(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그 근거로 워너뮤직코리아 측과 5월에 통화했던 내용을 이달 초 공개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가 “안성일 대표(프로듀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하자 전 대표가 “못 들어봤다”면서 “바이아웃이 뭐죠?”라고 반문하는 내용이다. 여론은 급격히 소속사 편으로 돌아섰다. 이후 전 대표가 자신의 차와 시계를 팔고 노모의 돈까지 보태 총 80억 원을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격화됐다. ‘통수돌’, ‘배신돌’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전 대표는 “하루빨리 멤버들이 소속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은 아직 대화조차 해보지 못했다. 재판부는 26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노모 돈 보태 80억 원 들였는데”아이돌 그룹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보통 수십억 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로 ‘8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이 확인됐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까. 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데뷔를 준비하는 2년 6개월간 레슨비·제작비·인건비·월세, 그리고 데뷔 이후 제작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까지. 거대 기획사는 자본력이 좋아서 중소 기획사보다 더 많이 쓴다. 우린 퀄리티를 내기 위해 중소 기획사치곤 좀 많이 투자금을 썼다.” K팝 그룹은 철저히 소속사가 키워내는 구조다. 데뷔 몇 년 전부터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각종 레슨으로 실력을 쌓는다.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에도 보컬·댄스·연기·외국어·운동 레슨까지 받았다. 준비 기간이 길다 보니 그만큼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든다. 그래서 그룹 활동 초기엔 당연히 투자금이 수익보다 훨씬 더 큰 마이너스 구조이다. 그룹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3년 차는 돼야 소속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기획과 마케팅에 공들였다. 국내 활동으로 먼저 인지도를 쌓은 뒤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기존 K팝 그룹과 달리, 해외 이용자가 많은 SNS 틱톡으로 직행했다. 틱톡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가 SNS를 주 타깃으로 해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신경 썼다”며 “콘텐츠 힘도 있지만 소속사의 기획이 중요하게 작용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한다.● K팝엔 없던 바이아웃 제안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 원 바이아웃(buy-out)’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바이아웃은 프로축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뜻한다. 어트랙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전 대표가 바이아웃이 뭐냐고 묻자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표현으로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한참 남은 아이돌 그룹을 다른 기업이 거액을 주고 사가겠다고 하는 건 한국에선 매우 낯선 일이다. K팝이 글로벌화했다고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직 좁은 바닥이다. 서로 사정을 빤히 아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가 애써 키워낸 그룹을 돈을 주고 빼오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로 치부된다. 자칫하면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속사가 고생해서 키웠더니 배신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한국 엔터업계 정서엔 맞지 않는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은 달라진 K팝의 시장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마치 프로축구 시장처럼 한층 더 자본주의화하는 모습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K팝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다면 그땐 프로스포츠 선수처럼 K팝 그룹의 바이아웃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기엔 국내 엔터업계가 너무 좁아서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 제2의 피프티 피프티 사태 막으려면연예인이 소속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인용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도 ‘BAE173’의 남도현과 ‘이달의소녀’ 멤버 12명 전원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엔터업계에선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한다. 하 평론가는 “수십억 들여서 기껏 (그룹을) 키워놨는데,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나가버린다면 앞으로 중소 기획사에서 어떻게 신인을 키울 수 있겠냐”면서 “중소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이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중소 기획사는 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약하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스케줄이나 건강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우리처럼 법적 분쟁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기획사가 ‘갑’, 아티스트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면 회사만 비난받기 일쑤여서 아예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기만 할까. 엔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예전 같은 갑을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음악방송이나 시상식에 출연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면서 “일일이 사전 브리핑을 해서 연예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 권리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이남경 사무국장은 “2009년 제정된 표준전속계약서는 뒤바뀐 소속사와 연예인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약서의 불명확한 조항이 전속계약 파기에 악용되는데, 이를 수정해 기획사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아시아 1위, 국가 청렴지수 아시아 1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아시아 1위, 외국인직접투자 성과 지수 아시아 1위. 어느 나라인지 아시겠나요?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천연자원도 나지 않는 영국 식민지였던 작은 도시국가가 1965년 독립한 뒤 급성장한 스토리는 아무리 봐도 놀라운데요.싱가포르가 요즘 초대형 부패스캔들로 들썩입니다. 워낙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국가로 명성이 높은 싱가포르라서 이 사건이 더 흥미로운데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게 부패척결에 나서온 싱가포르 이야기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호텔 거물과 교통부 장관의 부패스캔들‘S 이스와란 장관은 부패행위조사국(CPIB)이 밝혀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이 7월 12일 이런 내용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곧이어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과 말레이시아 출신의 부동산 재벌인 옹벵셍 호텔프로퍼티(HPL) 설립자가 전날인 11일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아니, 싱가포르의 내각 장관이 부패사건으로 체포됐다고?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부패행위조사국이 내각 각료를 조사를 한 게 1986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형 부패 스캔들이 싱가포르에선 참 오랜만인 건데요.조사 중인 사건의 내용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해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야간 대회와 관계있을 거란 관측만 나옵니다. 호텔∙리조트 재벌인 옹벵셍 회장은 2008년 F1 대회를 싱가포르에 유치한 당사자이죠. 지금도 F1 싱가포르 대회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그랑프리 조직위(싱가포르GP)를 이끌고 있고요. 싱가포르GP는 지난해 F1 측과 2028년까지 경주를 열기로 계약을 연장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힘을 보탠 정부 관계자가 바로 S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입니다. 특히 언론은 옹벵셍 회장에 주목하는데요. 싱가포르∙영국∙몰디브∙세이셸에서 고급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 오너인 그는 ‘마이더스 손’으로 통합니다. 1980년 HPL 창업 이후,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기 때문인데요. 싱가포르 자산 순위 24위인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자비한 사업가’란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로 유명하죠.이번 사건을 계기로 1996년에 옹벵셍 회장과 고 리콴유 전 총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도 재조명되는데요. HPL이 리콴유 당시 총리와 그의 아들 리셴룽 당시 부총리(현재 총리)에게 고급 아파트 4채를 할인해주는 특혜를 제공했단 의혹이었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리콴유 총리 부자 모두 무혐의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말이죠.이번 부패행위조사국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나가던 61세 교통부 장관 이스와란의 정치생명엔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1997년 정계에 입문한 이스와란은 2006년 내각에 임명돼 교통부와 함께 무역관계 장관을 겸임 중이죠. 싱가포르경영대학의 유진 탄 법학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인 싱가포르에서 이번 조사가 이스와란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패하지 않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에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못 피한다…초강력 부패조사국이쯤에서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도대체 어떤 기관이길래 내로라하는 현직 장관과 재벌을 조사는 물론 체포까지 하는 걸까요. 부패행위조사국의 역사를 알면 싱가포르가 왜 국제투명성기구 선정 청렴국가 세계 5위(아시아에선 1위)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참고로 미국은 24위, 대한민국은 31위)부패행위조사국은 영국 식민정부 시절이던 1952년 처음 생겨났습니다. 조사관 13명의 작은 조직이었죠. 그 시절 싱가포르는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가난하고 무질서했습니다. 부패는 매우 흔했고,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죠. 특히 경찰의 뇌물 수수가 만연했는데요. 영국 식민정부가 이를 척결하려고 경찰 내부에 ‘반부패부서’를 만들었지만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이래 가지곤 안 되겠다, 독립기관으로 만들자 하고 별도의 조직을 설립한 게 부패행위조사국의 시작이었죠.1959년 36세 나이로 자치정부 초대 총리가 된 리콴유는 ‘부패에 대한 무관용’을 내걸고 부패행위조사국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1960년 부패방지법을 만들어, 공공과 민간의 모든 부패행위를 조사할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죠. 부패가 저질러졌다는 믿을 만한 정보나 합리적인 의심이 있으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증거를 압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부패행위조사국은 총리에게 직보하는 독립기관의 위상을 갖게 됩니다. 다른 장관이나 정부기관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죠. 부패행위조사국 설립 60주년(2012년) 기념 책 서문에서 리콴유 전 총리는 이렇게 썼습니다. “만약 총리가 조사 진행을 거부하면 부패행위조사국은 대통령에게 사건을 가져갈 수 있다. 즉, 아무도 면제되지 않는다.”부패행위조사국은 갈수록 세를 확장하며 대형 부패사건을 속속 적발∙폭로합니다. 처음엔 마약∙도박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에 집중했지만, 1975년 인도네시아 사업가로부터 방갈로를 받은 정부 장관을 해임시키면서 명성이 한층 높아졌죠. 1986년엔 국가개발부 장관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기소 직전 자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리콴유 총리는 “국가개발부 장관처럼 저명한 장관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대중이 알면 뉴스가 야생처럼 퍼질 것”이라며 처음엔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는데요. 일주일 뒤 부패행위조사국이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들이밀자 결국 공개조사를 승인했죠. ‘아무도 면제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한 겁니다.물론 때로는 부패행위조사국이 너무 오버한다는 비판도 있긴 합니다. 불과 1싱가포르달러(약 950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지게차 운전자를 기소∙투옥한 적도 있기 때문인데요. 진짜 무관용인 거죠.그래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부분은 이런 원칙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2022년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6%가 ‘싱가포르의 부패통제 노력이 좋다’고 응답했는데요. 특히 부패를 잡겠다는 정치권의 의지, 부패범죄에 대한 중형(10만 싱가포르달러 이하 벌금+5년 이하 징역형), 무관용 문화가 낮은 부패율에 기여하고 있다고 봤습니다.장관 연봉 10억, 총리 20억원리콴유 전 총리는 왜 그렇게 부패 척결에 집착했을까요.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가 돼야만 싱가포르에 희망이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천연자원도 나지 않는 작은 도시국가가 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일단 ‘청렴국가’가 돼야만 한다고 본 겁니다.같은 맥락에서 리콴유 총리는 1994년 공무원 연봉을 대폭 올리는 개혁을 단행합니다. ‘최고 인재에 최고 대우’를 내걸고 공무원 연봉을 깜짝 놀랄 수준으로 확 올려버립니다. “싱가포르가 장기적으로 정직하고 유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으려면 관료들에게 적절한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리셴룽 현 총리 2011년 취임식 발언)는 논리입니다. 싱가포르 공무원 연봉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인재들이 민간기업에서 받는 수준과 비슷하게 맞추는데요. 특히 장관급이 되면 연봉이 확 뛰어서 110만 싱가포르달러, 우리 돈으로 10억5000원이나 됩니다. 장관 연봉은 민간 최상위급에 가깝게 맞춘다는 급여공식에 따른 겁니다. 싱가포르 시민 중 소득 상위 1000명의 중간소득을 뽑아서, 그 60%를 초급 장관 연봉을 정하는데요. 총리는 장관의 두배를 받기 때문에 연봉이 220만 싱가포르달러(21억원)입니다.참고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이 40만 달러(약 5억2000만원)입니다. 싱가포르 총리 연봉이 미국 대통령의 4배 수준인데요. 전 세계 국가지도자의 공식 연봉 중엔 단연 1위이죠.그런데 돈을 많이 주면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가 되는 게 맞을까요? 사실 그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닙니다. 다만 2013년 미국 경제학자 르네 보웬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선 주지사가 더 많은 돈을 받는 주에서 최저임금이 더 높고, 전체 세금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데요(따라서 주지사 월급을 올려주면 유권자가 살기 좋아진다는 결론). 어찌 됐든 적어도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에 높은 연봉을 주는 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리콴유 전 총리는 2007년 고위공무원 연봉을 대폭 인상할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런 유명한 발언을 남겼죠. “알다시피 ‘대화의 치료법’는 무능한 정부를 위한 것입니다. 그걸 얻으면 싱가포르는 다시 통합되지 않을 겁니다. 내 자산 가치는 사라질 거고, 안전은 위험에 처할 거고, 우리 여성들은 다른 나라에서 가정부가 될 것입니다. 난 그걸 택할 수 없습니다!” 부패와 FDI의 명확한 상관관계공무원한테 후하게 연봉을 줬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싱가포르의 청렴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싱가포르는 사실 대규모 제조업을 유치할 정도로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고, 천연자원이 나는 것도 아니죠. 그럼에도 외국인직접투자가 밀려듭니다. 인베스트먼트 모니터가 각국의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성과를 평가한 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선 8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선 1위인데요.왜 다른 나라 기업이 싱가포르에 투자하려 할까요. 흔히 다문화 사회, 영어구사력, 물류적 접근성, 비교적 낮은 법인세율(17% 고정 세율) 등이 그 이유로 꼽히는데요. 동시에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는 게 낮은 부패율(높은 청렴도)입니다. 부패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얼마나 갉아먹을까요. 좀 오래된 1997년에 나온 연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요.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청렴도 높음)에서 멕시코(부패율 심함) 수준으로 국가의 부패 수준이 높아지는 건 법인세율을 약 21%포인트 높이는 것과 같은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국가의 청렴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올리는 셈이죠. 왜 그렇게 싱가포르 정부가 부패척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물론 최근 몇 년만 보면 ‘니어쇼어링’ 효과로 멕시코 FDI가 증가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그런 점에서도 이번 이스와란 장관과 옹벵셍 회장의 부패스캔들은 놀랍습니다. 과연 싱가포르 정부가 이번도 철저한 ‘무관용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싱가포르 여당인 인민행동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또다른 스캔들도 며칠 전에 터졌죠. 바로 국회의장(유부남)과 여당 의원(싱글 여성)이 수년간 불륜관계를 이어온 게 발각돼 17일 동반 사퇴한 겁니다. 물론 이건 부패(뇌물)사건은 아니지만 연이은 스캔들에 집권여당 분위기가 흉흉합니다.좋게 말하면 정치적으로 안정됐고, 나쁘게 말하자면 사실상 ‘일당 독재’인 게 싱가포르 정치 지형의 특징인데요. 연이은 악재로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온 인민행동당의 입지가 혹시 흔들리려나요? 전 세계가 싱가포르 스캔들에 주목합니다. By.딥다이브9만1100달러. IMF가 올해 4월 집계한 싱가포르의 1인당 GDP입니다. 미국보다 많을 뿐 아니라 홍콩의 1.7배, 일본과 한국의 2.6배인데요.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이렇게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다니. 참 이례적이라서 흥미로운 국가입니다. 오늘은 강력한 부패척결이라는 싱가포르의 한 단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싱가포르에서 37년 만에 장관과 관련한 부패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재벌과 함께 체포돼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건국 초기부터 부패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독립기관인 부패행위조사국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성역없는 수사를 벌입니다. 청렴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공무원 연봉을 대폭 올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것도 부패 유혹에 빠지는 걸 막으려는 목적이 큽니다. 실제 정부의 부패수준은 해외 직접투자 규모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싱가포르의 부패에 관한 ‘무관용’ 원칙은 계속 유지될까요.*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잘 나가던 나스닥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 주가 급락 탓인데요. 20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2.05%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47% 상승했지만 S&P500 지수는 0.68% 하락했죠.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 주가는 9.74%나 급락했습니다. 올해 1월 초 이후 하루 최대 낙폭입니다. 2분기 매출이 급증하고 순이익도 선방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인데요. 전년 동기(14.6%)보다 5%포인트가 뚝 떨어진 겁니다.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으로 판매대수를 늘리다 보니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마진은 박해진 거죠. 전날 컨퍼런스콜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영업이익률 하락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는데요. 머스크는 “더 많은 차량을 만들기 위해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금리가 더 오르면 테슬라 가격을 다시 인하하겠다고도 밝혔죠.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면 차량 가치가 치솟을 것이기 때문에, 단기마진보다는 판매대수가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당초 ‘2분기가 테슬라 영업이익률의 바닥일 것(하반기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던 월가에서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 필립 후코이는 고객들에 보내는 메모에서 “테슬라가 주당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초과했지만, 마진이 바닥을 쳤다는 확신은 약화시켰다”고 언급했죠. 넷플릭스 주가도 이날 8.41%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85억2000만 달러)가 월스트리트 추정치(평균 86억7000만 달러)에 못 미치기 때문인데요. 라이트셰드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는 “실적은 괜찮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주가를 더 높이 움직일 만큼 충분하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메가캡8’으로 불리던 8개 종목(테슬라∙엔비디아∙구글∙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MS)은 올해의 나스닥 상승장을 이끌어왔는데요. 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와 넷플릭스가 흔들리면서 기술주 중심 랠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전략가 앤티 츠발리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수가) 새로운 최고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감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시장의 극히 일부 종목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예상만큼 좋지 않으면 매우 큰 변동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요즘 국내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다들 이차전지 전문가입니다. 배터리 셀(전지) 업체뿐 아니라 소재 기업까지 활발히 투자하다 보니 양극재와 음극재가 뭔지, 배터리 구조가 어떤지도 훤히 아시죠.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전고체배터리. 생소하신가요? 아니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 쓰는 배터리’ 정도로 알고 있나요?저는 후자였는데요. 전고체배터리 전문가분과 이야기 나눠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더군요. ‘너무 단가가 비싸서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란 편견도 깨게 됐고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차세대전지연구센터에서 전고체배터리 연구팀을 이끄는 조우석 수석연구원과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화재 가능성 제로의 배터리-전고체배터리는 이름부터 ‘전부 고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요. 보통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와는 정확히 뭐가 다른가요.“1800년에 이탈리아 알렉산드로 볼타가 전지를 처음 만들었죠. 이후 지금의 이차전지까지 발전했는데요. 그동안 모든 전지는 양극과 음극이란 고체상태 물질이 있고, 그 가운데엔 ‘전해액’이란 액체가 있습니다. 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에너지를 내는 시스템인데요.전고체배터리는 전해액과 분리막을 없애고 그 부분을 이온을 전도할 수 있는 고체 상태 물질, 즉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씁니다. 따라서 리튬이온전지에선 이온이 ‘고체→액체→고체’로 이동하지만, 전고체배터리는 이동 반응이 고체 상태에서만 일어납니다. 그래서 ‘전고체’라고 부르죠.”-전고체배터리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가 ‘안전성’인데요. 얼마 전에도 전기차가 추돌 후 배터리에 화재가 나서 불 끄는 데 세 시간 걸렸다더라고요. 만약 전고체배터리를 쓰면 이런 화재 위험이 아예 없나요?“기존 리튬이온전지가 사고가 나면 불이 나는 이유는 전해액이 불에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또 일단 불이 나면 양극과 음극 소재가 계속 산소를 공급하며 같이 타기 때문에 상당히 끄기 어렵죠. 이와 달리 전고체전지는 불에 붙는 물질이 아니에요. 모든 소재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화재위험이 없다고 얘기합니다.”-사고가 나서 배터리가 찌그러진다 해도 전고체배터리는 불이 붙지 않는다?“현재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론 그럴 것 같습니다.”-또 전고체배터리는 안전성만 높은 게 아니라 에너지 밀도도 높다더라고요. ‘똑같은 크기(무게)여도 충전 용량이 더 크다’는 얘기일 텐데, 왜 그런가요? “전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올릴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의 두께가 한정됩니다. 두껍게 못 만들어요. 왜냐면 양극을 두껍게 만들수록 그 내부로 액체 상태인 전해액이 침투를 잘 못해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성능이 나올 수 없죠.그런데 전고체전지는 모든 게 고체이기 때문에, 양극에도 사전에 고체 전해질이 섞여 들어가야 해요. 사전에 우리가 이온이 움직일 수 있는 패스(통로)를 만들어주죠. 그러다 보니까 전극을 두껍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깊은 방향으로도 충분히 이온을 전달시킬 수가 있습니다. 같은 면적에 전극을 2배 두께로 올리면 면적당 용량을 훨씬 많이 실을 수 있잖아요. 따라서 그게(양극재를 두껍게 올릴 수 있음) 장점이고요.또 다른 에너지 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리튬 금속을 그대로 음극으로 쓰는 기술이에요. 이게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가장 좋은데, 리튬 금속이 워낙 불에 잘 붙는 위험이 있어서 못 쓰고 있어요. 그래서 흑연이나 실리콘을 섞는 방향으로 (음극재가) 가고 있는데요. 전고체전지는 잘만 컨트롤하면 리튬 금속을 직접 음극으로 쓰는 기술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삼성SDI도 몇 년 전에 발표한 건데 무음극, 에노드 리스(Anode-less)’라는 기술이 있어요. 말 그대로 음극이 없다는 얘기이죠. 집전체 위에 실버(은)와 카파(구리)의 얇은 층을 만들어주면, 충전할 때 양극에 있는 리튬이 나가서 그냥 거기에 리튬 층이 생기는 거예요. (리튬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리튬 층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죠.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상당히 올릴 수 있어요.시뮬레이션해보면 리튬이온전지는 올릴 수 있는 용량이 300~350Wh/㎏ 정도가 최대 한계라고 보는데요. 전고체전지는 400~450Wh/㎏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개발한 기술만으로도 이미 앞서고 있군요.“물론 아직 셀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어요. 대신 부품만 가지고 보면 그 정도 가능성이 있고요. 저희 연구원이 연구하는 게 양극 쪽인데요. 지금 만드는 양극이 리튬이온전지의 2배 정도가 나와요.리튬이온전지를 잘 만들면 면적당 ‘전극 용량’이 4mAh/㎠ 정도 나오는데요. 전고체배터리로는 8mAh/㎠까지, 거의 두배 수준이 나오더군요. 이 ‘8’이란 숫자는 리튬이온전지에선 구현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전고체배터리도 종류가 여럿-전고체배터리가 지금 없는 건 아니잖아요? 일본 무라타제작소에선 웨어러블기기용 전고체배터리를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쓰이나요?“무라타제작소는 아주 작은 마이크로칩 형태 전지를 만들어요. 사이즈가 1㎝ 조금 안 되는. 이건 주로 보청기라든가, 이런 작은 부품에 들어가는 용도로만 쓸 수 있어요. 사이즈가 작으면 에너지를 많이 넣을 수가 없거든요.왜 이런 제품이 가장 먼저 나왔느냐면은 전고체전지도 종류가 되게 많습니다. 종류를 결정하는 건 고체 전해질이에요. 대표적으로 산화물계와 황화물계로 나뉘지요. 무라타처럼 칩 형태로 만드는 건 산화물계입니다. 산화물계는 모래 알갱이 같아서 잘 뭉치지 않는데요. 무라타는 기존에 갖고 있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기술을 이용해 전지를 만드는 겁니다.도요타나 국내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목표로 만들려고 하는 대용량 전고체전지에 들어가는 건 다 황화물 고체전해질입니다. 황화물 고체전해질은 전도도가 높아서 현재의 리튬이온전지에 사용하는 전해액보다 더 우수한 성능이 나오거든요.황화물은 되게 무른 특성이 있어요. 고무지우개 가루처럼 입자들이 잘 뭉쳐요. 그래서 접촉면적을 잘 만들어주고 리튬이온이 잘 통할 수 있게 해줘서 고출력을 낼 수 있죠.”2027년 양산은 과연 가능할까?-전고체배터리를 두고 수년 전부터 ‘이거 나오면 대박이다’, ‘꿈의 배터리다’라고 얘기됐는데요. 최근 관심이 높아진 게 도요타와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정말 되긴 되는구나’라는 느낌인데요. 하지만 일부에선 2027년은커녕 2030년이 돼도 전기차용 전고체배터리는 양산되지 못할 거라고 얘기합니다. 박사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도요타가 전고체전지의 선구자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했어요. 20년 전 소재부터 차근차근 연구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전고체전지 전기차를 시연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2021년 도쿄올림픽(코로나로 1년 연기)에서 유튜브 영상을 공개합니다. 프리우스처럼 생긴 전기차가 번호판을 달고 주행하는 영상이에요.그걸 보면서 도요타가 실제로 전기차에 넣을 만큼 사이즈의 전고체전지 기술을 확보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제 판단으로는 아마 그 전기차가 우리가 흔히 아는 (한번 충전으로) 300~400㎞ 가는 그런 전기차는 아닐 거예요.”-그렇게는 못 갈 거다?“10㎞를 갈 수도 있고요.”-차가 달리긴 하지만 얼마나 달리는지는 모르는 거군요.“왜냐하면 도요타도 100% 전기차에 전고체전지를 쓰겠다는 게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먼저 쓰겠다고 하고 있어요. 그 얘기는 아직까진 크게 셀을 만드는 공정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거죠. 또 가격적인 문제도 아직 있을 거고요.국내의 경우엔 삼성SDI나 현대차가 2027년 전후에 시연하겠다고 얘기하는데요. 제가 볼 땐 아직까지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해서 제품을 팔겠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큰 건 전기차이고 전고체배터리를 전기차에 넣는 게 목표이겠지만, 사실 셀 기술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리튬이온전지도 마찬가지예요. 1992년 소니가 처음 내놨던 배터리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였는데요. 이게 점점 커져서 지금은 그걸 자동차에 집어넣어서 한 번에 400~500㎞ 가게 됐죠. 그동안 물질의 케미스트리 면에서 크게 발전이 있었다기보다는, 셀 기술에 있어서 상당히 진보적으로 치고 나간 겁니다. 한국이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나간 것도 셀 설계 기술과 셀 제조 기술의 노하우 덕분이고요.그것처럼 만약 2027년에 전고체배터리가 나온다면 핸드폰 사이즈 정도가 양산되지 않을까 하고요. 리튬이온전지가 거의 30년에 걸쳐 기술이 발전했던 것처럼, 전고체도 가격을 내리고 사이즈를 점점 키우겠죠. 아마도 2040년 이전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야말로 전고체전지 100%인 순수 전기차가 나오려면요?“물론 (그 전에도) 비싸게는 팔 수 있죠. 예를 들어 포르쉐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상징적으로 전고체배터리를 넣겠다고 하면 2030년 이전에도 나올 순 있어요. 그런데 대중이 전고체전지를 전기차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2030년 이후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말씀하신 대로 가격도 관건이네요. 당분간은 프리미엄급에나 쓰이겠군요.“아마 그럴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또 모르죠. 저도 연구를 하면서 많이 놀라니까요.”-왜 놀라시는데요?“원래 연구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이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는데’라고 하지만 그만큼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전고체전지 연구를 하면서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볼 때가 많아요. 그럼 ‘이건 진짜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죠.배터리는 크게 소재, 부품, 전지(셀) 3개로 나눠 얘기하는데요. 제가 봤을 땐 전고체 소재와 부품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나왔어요. 그런데 셀이 아직 어려운 부분이고요. 가격 문제를 얘기하자면, 보통 ‘전고체는 너무 비싸서 안 돼’ 이런 말 많이 하는데요.”-전고체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서 아예 빛도 못 보고 사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긴 하죠.“가격에서 가장 큰 게 고체 전해질 가격이에요. 황화물 고체 전해질로 많이 쓰는 게 ‘아지로다이트’라는 물질인데, 리튬∙인∙황∙염소 원소들이 조성을 이뤄 만든 물질입니다. 그 원료 중 리튬황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그런데 사실 리튬+황이어서 그렇게 비쌀 필요는 없어요. 지금 비싼 이유는 산업적으로 아직 이 원료를 만드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약 수준으로만 쓰다 보니까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싼 거죠. 그런데 이걸 산업에서 앞으로 많이 필요하니까 만들겠다고 하면 상당히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즉 원료값이 지금 비싼 거지, 이게 계속 비쌀 이유는 없고 대량생산이 되면 당연히 떨어집니다. 대량생산도 쉽게 할 수 있고요. 지금 국내에도 그런 원료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한두군데 있습니다.”-‘비싸서 안 돼’라는 건 지금 기준이고,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군요.“또 하나는 공정 가격입니다.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가장 큰 단점이 수분에 취약한 겁니다. 대기 중 수분과 만나서 반응하면서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고요. 반응할 때 황화수소 가스도 나와요.”-인체에 해로울 것 같은데요.“해로운 거 맞아요. 되게 많은 양이 노출이 되면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일본 하코네 온천 가면 계란 썩은 냄새 나잖아요. 그게 황화수소 가스 냄새거든요. 그 양이 많지 않으면 크게 문제는 없는 거죠. 또 황화수소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으로 깔리고요.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황화수소 가스가 유출된다고 할 땐 인명에 손상을 가할 만큼 큰 위험은 아닐 겁니다.”-그냥 유황 온천 들어가는 수준인 거군요.“문제는 공정이죠. 전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가스가 나온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요. 성능도 저하되고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수분이 없는 조건에서 전지를 만들어야 해요. ‘글로우박스’라고 하는 수분이 제어되는 장비 안에서 전지를 만들 거나, 아니면 ‘드라이룸’이란 시설이 있고요. 그런 건 시설비가 상당히 많이 들죠. 그래서 고체 전해질을 대기 중 노출해도 수분과 반응을 적게 하는 소재로 많이들 개발하고 있어요.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공정비용도 충분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보다는 UAM, 즉 ‘드론 택시’에 더 쓰일 거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전고체전지가 처음 상용화될 만한 부분이 그런 쪽이죠. 항공기나 선박, 아니면 잠수함이요. 그리고 군용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겁니다. 군용은 가격을 안 따지니까요. 비싸더라도 안전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 그쪽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전고체배터리는 한일 대결? 한국의 경쟁력은?-아무래도 전고체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이고, 일본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데요. 한국이 뒤늦게 열심히 투자해서 쫓아가고 있잖아요. 보시기에 한국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앞으로 한국 기업이 그래도 일본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준이 될까요?“전고체전지 중에서도 소재, 즉 고체 전해질만 보면 아직까진 일본 업체가 월등하게 앞서가곤 있어요. 그 부분을 국내 기업 몇군데도 하려고 하고 있고요.”-기업 이름을 얘기해주시면 더 감사한데요.“씨아이솔리드가 있고요. 또 보안 때문에 아직까진 이름을 노출하지 않은 회사들이 많아요. 어쨌든 여러 곳이 하고 있고요. 그런데 아직은 일본 거에 못 따라가고 있어요. 특히 어느 부분을 못 따라가느냐면, 양극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은 상당히 입자를 작게 만들어요.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게 만들어야, 양극 안에 잘 섞여 들어가서 이온이 잘 이동하게 해주거든요. 그렇게 작게 만드는 기술에서 아직까진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저도 연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요.양극 소재도 마찬가지예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서 쓰던 걸 그대로 전고체 전지에 쓰려고 하는데요. 전고체전지 시스템을 이해한 상태에서 양극을 좀 더 튜닝해야 하는데 그런 연구가 아직까진 부족해요.전지(셀) 기술이 가장 궁금할 텐데, 이 분야 세계 넘버원은 도요타입니다. 그런데 도요타가 셀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일본에서 도요타나 다른 관계자를 만나서 얘기해보면 알려주질 않아요. 다만 특허 수를 볼 때 도요타가 1등이라고 생각하고요. 국내엔 삼성SDI와 현대차,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은 아까 말씀드린 무음극(에노드-리스) 기술인데요. 그걸 삼성에서 만들었어요. 삼성 일본 연구소가 기술을 인큐베이팅한 다음, 그게 국내로 넘어왔죠. 아마도 삼성은 그 기술을 사용해 전고체 전지를 만들 거예요. 따라서 삼성의 기술도 상당히 뛰어나고 보고요. 현대차도 공개된 건 없지만 거기 못지않게 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따라서 도요타를 제외한 다른 일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땐 삼성과 현대가 잘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그다음 주목할 건 독일입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고체화학이 강한 나라예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대해서는 독일이 기술을 가진 게 없지만 전고체전지는 자기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독일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이잖아요. 벤츠와 BMW 같은 자동차 업체도 열심히 하고, 독일 바스프도 전고체 관련 소재를 많이 개발 중입니다.”-워낙 배터리는 투자자분들의 관심이 뜨거운 분야인데요. 전고체배터리에 대해서 좀 희망적인 얘기 부탁드릴게요.“리튬이온전지 이후에 많은 차세대 전지 후보군이 있었습니다. 리튬황, 리튬에어, 소디움전지, 전고체 전지 등. 저도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해봤는데요. 전고체전지 연구를 하면서는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상용화될 기술이라고 판단하고요.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국내에서 상당히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국내엔 이를 받쳐줄 정부와 기업도 있다는 게 매우 긍정적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By.딥다이브꿈의 배터리, 전고체배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저는 무엇보다 소재나 부품 기술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셀을 만드는 능력이라는 설명이 흥미로웠는데요. 리튬이온배터리 강국인 한국이 투자를 집중한다면 전고체배터리에서도 얼마든지 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려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해액과 분리막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배터리’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불이 붙지 않는 데다 에너지 밀도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입니다. -관건은 가격. 대량생산으로 원료 가격을 낮추고, 수분과 반응을 덜하는 소재개발이 필요한데요. 프리미엄급 전기차엔 어쩌면 2030년 이전에, 대중적인 전기차엔 아마도 2040년 이전에 전고체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을 겁니다. -이 분야에선 도요타가 단연 세계 1위이긴 하지만, 삼성SDI나 현대차 같은 국내 기업 기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되는데요. 출발은 뒤졌지만 이차전지 기반이 단단한 만큼 한국이 잘 해나갈 분야입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실적시즌이 시작됐고, 일단 출발은 괜찮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는데요. 다우지수 0.22%, S&P500 0.39%, 나스닥 0.93% 상승 마감했죠.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미국 대형은행의 실적은 상당히 양호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실적이 모두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웃돌았죠. 금리가 올랐음에도 1년 전보다 대출이 늘고 신용카드 사용액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있었던 은행권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형은행들은 탄탄하다는 걸 확인했는데요. 이번 주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은행과 함께 테슬라와 넷플릭스도 실적을 발표합니다. 사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계속 하향조정되어 왔는데요. 정말 블룸버그가 집계한 대로 ‘2020년 이후 최악의 실적시즌’이 될지, 아니면 ‘예상보다 괜찮네’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19일 실적발표를 앞둔 테슬라는 이날 주가가 3.2% 오르며 300달러 선에 다가섰는데요(종가 290.38달러). 드디어 전기픽업트럭 신상품인 사이버트럭이 생산됐다는 소식 덕분입니다. 15일 테슬라가 트위터 계정에 미국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처음 생산된 사이버트럭 사진을 올린 건데요. 2019년 시제품을 공개한 뒤 무려 4년 만입니다. 사이버트럭의 생산개시로 미국 전기픽업트럭 시장이 요동칠 판인데요. 원래 이 시장에선 포드자동차의 전기픽업트럭 F-150라이트닝이 선전하고 있었죠. 포드는 17일 부랴부랴 F-150라이트닝 가격을 최대 1만 달러 가까이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장용량 증가와 배터리 원자재 비용 감소(리튬가격 하락)로 가격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포드 측이 밝혔지만, 다들 사이버트럭 영향이라고 보고 있죠. 이날 포드 주가는 5.94% 하락했습니다. 전기픽업트럭 R1T를 생산하는 리비안 주가도 이날 3.34% 하락했습니다. 리비안의 주력제품인 R1T 전기트럭은 시작가격이 7만3000달러(9263만원)로 고가인데요.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흔든다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이버트럭이 얼마에 팔릴지는 아직 모릅니다. 2019년 당시 테슬라가 책정했던 가격은 4만~7만 달러 수준이었는데요. 4년 전 밝혔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일단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테슬라 목표주가를 다시 올려 잡는 추세입니다. 지난주 씨티그룹은 주가 목표치를 215달러에서 278달러로 상향했고요. 웰스파고는 17일 목표가를 170달러에서 265달러로 올렸습니다. 물론 상향해도 지금 주가 수준보다는 낮긴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K팝 역사상 이런 걸그룹은 없었습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이후 최장기인 16주 연속 빌보드 핫100 랭크. ‘괴물 신인’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입니다.‘큐피드(Cupid)’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또다른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낸 겁니다. 이렇게 빨리 뜬 그룹이 이렇게 빨리 전속계약을 깨자고 하다니. 초유의 사태인데요. 이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면서(소속사는 ‘외부 세력 탓’-멤버들은 ‘신뢰 깨졌다’) 여론까지 들고 일어났습니다. 둘 중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여서 자세히 다루긴 어렵습니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K팝 생태계에서 여러모로 새롭고 놀라운 일인데요. 이번 사태로 드러난 K팝 산업의 단면은 무엇인지, 왜 이 사태의 결말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중소돌의 기적’ 그 이후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습니다. 데뷔곡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올해 2월 발매한 ‘큐피드’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틱톡에서 큐피드 영어버전에 맞춰 춤추는 숏폼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3월 ‘빌보드 핫100’에 올라간 겁니다. 종전에 뉴진스가 세운 ‘데뷔 6개월 만에 핫100 진입’이란 최단 기록을 두달이나 당기며 깼는데요. 초스피드 성공보다 더 놀라웠던 건 ‘어트랙트’라는 작은 중소기획사 소속이란 점이었습니다. 이른바 4대 기획사(하이브∙SM∙JYP∙YG)가 아닌 데 이런 대기록을 세운 거죠. 다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영화 ‘바비’의 OST에도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할 기세로 보였는데요. 6월 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냅니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결별하겠다는 거죠. 결별 이유는 크게 세가지. 소속사가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이에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안성일 프로듀서(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하며 ‘외부 세력의 강탈시도’라고 맞섰는데요.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워너뮤직코리아 측과 5월에 통화했던 내용을 이달 초 공개하면서 급격히 여론이 소속사 편으로 돌아섭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가 “안성일 대표(프로듀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하자 전홍준 대표가 “못 들어봤다”면서 “바이아웃이 뭐죠?”라고 반문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전홍준 대표가 자신의 차와 롤렉스 시계를 팔고 노모가 모아둔 9000만원까지 보태 총 80억원을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격화됐습니다. ‘통수돌’, ‘배신돌’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신청 재판에선 정산자료를 제대로 줬냐 안 줬냐, 외부세력이 개입했냐 아니냐가 중요하겠지만 그건 양측 말이 워낙 달라서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대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중 주목해 볼 점은 이겁니다. 80억원이란 투자금, 그리고 200억원짜리 바이아웃 제안.데뷔 8개월, 투자금 80억원이번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놀란 점 중 하나가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밝힌 80억원이란 투자금액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하나 키워서 자리잡게 하는데 수십억원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있긴 했는데요. 대형사도 아닌 중소기획사인데도 80억원을 쏟아부었다니 좀 놀라웠죠. 그래서 이 부분을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 본인에게 직접 물어봤는데요(왜 그렇게 큰 투자비가 드나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2년 6개월(연습생 선발 이후 데뷔 준비 기간) 간 레슨비∙인건비∙제작비(음반과 음원), 헤어∙메이크업∙코디비용, 댄서비, 숙소와 연습실 월세 등등. 그리고 데뷔 이후엔 제작비∙활동 위한 헤어∙메이크업∙코디, 댄서비, 인건비, 자체 콘텐츠 제작비, 마케팅 비용. 얼마나 쓰느냐는 회사 상황에 맞게 (정합니다). 거대 기획사는 자본력이 좋아서 중소기획사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우린 중소기획사치곤 좀 많이 (투자금이) 들어간 거죠. (해외시장에 어필할 만한) 퀄리티를 뽑아야 하니까요.” 아시다시피 K팝 아이돌은 소속사가 키워내는 겁니다. 데뷔 전에 소속사 마련한 숙소에서 몇년씩 합숙하면서 각종 레슨으로 실력을 쌓고 데뷔를 준비하죠. 피프티 피프티 경우에도 멤버들이 보컬∙댄스∙연기∙외국어∙운동 레슨까지 받았다는데요. 그만큼 데뷔까지 준비 기간도 길고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그룹 활동 초기엔 당연히 투자금이 수익보다 훨씬 더 큰 마이너스 구조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룹마다 다르지만 보통 ‘평균적으로 3년차는 돼야 정산 받는다(투자금 회수하고 이익이 나기 시작한다)’고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기획과 마케팅에 공들였습니다. 먼저 국내 활동으로 인지도와 팬덤을 쌓은 뒤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기존 K팝 그룹과 달리, 해외 이용자가 많은 SNS인 틱톡으로 직행했죠. 틱톡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들었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 전략은 들어맞았고, 초고속 성공의 발판이 됐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어트랙트)가 처음부터 SNS를 주 타깃으로 해서 큐피드 영어 버전은 (한국어 버전과) 구성도 다르게 만들며 신경 썼다”면서 “콘텐츠(노래)의 힘도 있지만 소속사의 기획이 중요하게 작용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K팝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낸 겁니다.200억원에 아이돌 사간다? 바이아웃 논란엔터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원 바이아웃’을 제안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아웃(buy-out)이란 용어가 K팝 그룹을 대상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요. 바이아웃은 보통 프로축구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죠.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가리키는데요. 어트랙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전홍준 대표가 바이아웃이 뭐냐고 묻자,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표현으로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을 어트랙트 측이 언제 알았느냐, 이게 멤버 강탈 시도냐 아니냐를 두고서는 양측(전홍준 대표와 안성일 프로듀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섭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한참 남은 아이돌 그룹을 다른 엔터사가 거액을 주고 사가는 일 자체가 한국에선 상당히 낯선 일입니다. K팝이 글로벌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작습니다. 네트워크로 서로 다 연결돼있죠. A회사가 연습생 때부터 키워서 데뷔시킨 그룹을 B회사가 돈을 후하게 쳐주고 사간다? 시장논리로는 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좁은 엔터 바닥에선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손가락질받을 일로 치부됩니다. 자칫하면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속사가 고생해서 키웠더니 배신한다’는 식의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고요. 한마디로 한국 엔터업계 정서와는 맞지 않습니다. 달리 보면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은 달라진 K팝의 위상 또는 시장가치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한데요. 마치 프로축구 시장처럼 한층 더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향후에 K팝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서 시장가치가 훨씬 높아진다면 그땐 프로스포츠선수들처럼 ‘바이아웃’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큰 회사가 ‘1000억을 줄 테니 그룹을 팔아라. 더 큰 글로벌 아티스트로 키우겠다’라고 하면, 그게 아이돌을 육성한 분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방법이 될 수도 있죠. 그 돈으로 새로운 그룹을 또 만들고요. 하지만 아직까진 그렇게 하기엔 엔터업계가 너무 좁습니다. (업계가 생각하는) 상도덕상 맞지가 않아요. 아직은 시기상조이죠.”소속사는 갑, 연예인은 을?아이돌 멤버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피프티 피프티만이 아니라 EXO의 첸백시(이후 소속사 SM과 계약 유지키로 합의), BAE173 남도현(가처분신청 인용), 이달의소녀 멤버들(12명 전원 가처분신청 인용) 사례가 있는데요. 참고로 가처분이란 방식은 2009년 동방신기 멤버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전속계약 기간이 13년이나 됐던 게 쟁점)에서 처음 썼습니다. 정식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려면 2~3년 걸리는데, 그동안 활동을 못하면 가수 생명이 끝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방신기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당시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엔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요. 이를 계기로 2009년 전속계약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제한하는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이 줄잇고 있죠. 사안마다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런 가처분신청은 인용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즉, 법원이 연예인쪽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죠. 과연 이번 피프피 피프티 건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하재근 평론가는 “만약 수십억 들여서 기껏 (그룹을) 키워놨는데,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나가버린다면 앞으로 중소기획사에서 어떻게 신인을 키울 수 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 사건이 중소기획사를 운영하는 분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라고 설명합니다. 중소기획사는 아무래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합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스케줄이나 건강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우리처럼 법적 분쟁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합니다.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기획사가 ‘갑’, 아티스트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면 진실과 상관 없이 회사만 비난을 받기 일쑤여서 아예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는데요.과연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기만 할까요. 엔터업계에서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예전같은 갑을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음악방송이나 시상식에 출연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면서 “일일이 사전 브리핑해서 연예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이남경 사무국장은 “2009년 제정된 표준전속계약서는 뒤바뀐 소속사와 연예인의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약서의 불명확한 조항이 전속계약 파기에 악용되는데, 이를 수정해 기획사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수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어렵사리 성공을 일궈내는 소속사와 아티스트. 그 관계의 끝이 소송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둘 중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는지와 별개로, K팝의 글로벌 위상과는 맞지 않아 보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고 존중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빨리 (멤버들과) 합의가 돼야 K팝의 글로벌 장르화가 되기 시작한 이 시점에 K팝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멤버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By.딥다이브이번 사태를 두고 현재까지 여론은 거의 일방적으로 소속사 편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멤버들에 대한 공격이 워낙 많아서 솔직히 조심스럽습니다. 최대한 입장을 반영하려고 멤버들의 변호인도 접촉했지만 소송 중이어서 개별적으로 입장을 밝힐 순 없다는 답변이더군요. 부디 재능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앞날에 도움이 되고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며 K팝의 새 역사를 써가던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분쟁 중입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례없는 이른 성공과 이른 분쟁을 두고 엔터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소속사가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80억원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중소기획사로서는 과감한 투자를 한 게 들어맞았던 건데요.-이런 피프티 피프티를 인수하기 위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원의 ‘바이아웃’을 제시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아직은 의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국내 엔터 업계를 술렁거리게 만드는 소식이었습니다.-과연 멤버들이 제기한 가처분소송은 인용될까요. 엔터업계, 특히 중소기획사들엔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속사=갑, 연예인=을’이라는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드디어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건가요. 소비자물가지수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도 둔화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가 탄력을 받았습니다. 1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4%, S&P500 0.85%, 나스닥지수 1.58% 상승으로 마감했죠. 13일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입니다. 전날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0% 그쳐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는데요. 이에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주식시장의 키워드로 급부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힌 게 지표로 확인됐으니, 연준의 금리인상도 조만간 마감될 거란 기대가 커진 겁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CIO 크리스 자카렐리는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이달 말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올해 금리 인상이 (이달 말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최악의 인플레이션 싸움이 끝나간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대형기술주로 몰렸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4.72% 급등했습니다. 브라질과 유럽연합에서 바드(Bard) AI 챗봇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도 4.73% 급등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상장을 앞두고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날 눈에 띄는 종목 중엔 니콜라가 있습니다. 니콜라가 수소 공급업체 바요테크에 향후 5년 동안 수소트럭 5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이날 60.87% 급등했는데요. 니콜라 주가(2.22달러)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2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니콜라는 2020년 공매도 업체가 ‘사기’라고 공격해 주가가 폭락했던 그 전기 트럭 스타트업이죠. 2020년 상장 직후엔 주가가 70달러에 육박했던 적도 있었던 종목입니다. 과연 니콜라는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요즘 날씨가 이상합니다. 장마철이라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뜨겁습니다. 지난주 목요일(6일)은 지구 평균 온도가 1979년부터 관측한 이래 가장 높은 날이었는데요. 두번째로 더운 날이 지난주 금요일(7일), 세번째는 수요일(5일)이었습니다. 확실히 이상하죠? 이 더위가 심상찮은 건 이제 시작일 수 있어서인데요. 태평양 수온이 오르는 엘니뇨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역대급 기후변화와 강력한 엘니뇨가 만나게 된 건데요. 벌써부터 설탕과 커피 가격이 뛰고, 일부 국가는 가뭄 대비에 나섰습니다. 먼 얘기 같지만 사실은 바로 지금 우리 생활에 닥쳐온 기후변화와 엘니뇨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지구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재분석기(Climate Reanalyzer)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지표면 2m 높이의 평균 기온을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위성 데이터와 지표면∙열기구 관측,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산출하는데요. 지난 3일의 수치가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처음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7도를 돌파(17.01도)해 ‘역사 상 가장 더운 날’ 기록을 새로 썼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건 이후 기온이 떨어지긴커녕 더 올라서 7월 6일엔 17.23도까지 오른 건데요. 이날은 과거 평균 기온과 1도 넘게 차이 날 정도로 더웠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더위는 난생처음입니다.물론 이는 비공식 기록입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이건 마치 아픈 사람의 체온을 잰 것과 같기 때문이죠.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야 나오는 의사의 공식 진단(공식기록)처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지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건 확실히 보여줍니다. 기록적인 무더위는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지난주 9일 연속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어섰습니다.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기록입니다. 미국에선 6월 말 텍사스 일부 지역을 불태운 무더위로 인해 수천명이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12명은 사망). 멕시코는 치솟은 기온 때문에 올 3월 이후 최소 1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의 맹렬한 폭염은 비하르주 지역에서 44명을 사망케했고요. 캐나다의 전례 없는 대형 산불로 뉴욕까지 미세먼지에 뒤덮여야 했죠. 특히 지난주 역대급 더위 기록에 크게 기여한 건 남극의 유난히 따뜻한 겨울날씨입니다. 남극 대륙 일부와 인근 해양 기온은 과거(1979~2000년) 평균보다 무려 10도 넘게 올랐는데요. 메릴랜드대학의 라구 머터구드 교수는 가디언에 “남극의 바람 전선이 따뜻한 공기를 더 깊은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남극 주변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아니, 왜 이렇게 세계 곳곳의 날씨가 이상한 걸까요? 사실 과학적 관점에선 이 기록적인 더위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예측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하니까요. “극한 더위는 지구 기온 상승의 가장 명백한 결과”입니다(텍사스 A&M대학의 존 닐슨 개먼 교수의 복스 인터뷰). 기후 변화에 있어 1.5도는 중요한 수치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2도 이내, 가급적 1.5도만큼만 오르게 하자고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달 초 EU의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소 연구원들은 지구의 지표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상승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임계점에 다다른 겁니다. 독일 칼스루에공과대학의 하랄트 쿤스트만 교수는 “6월에 1.5도 임계점에 도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이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12만년 전 온도를 넘어설까지구 온난화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도 일부 있지만(예-트럼프 전 대통령)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건 여러 증거가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그게 실제 인류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를 두고 해석이 다를 순 있는데요. 기후 기록이 남아있는 건 1800년대부터이지만 과학자들은 나이테, 빙핵, 해양퇴적물, 산호초 같은 데이터로 더 길고 긴 시간의 기온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올해 7월은 약 12만 년 전의 간빙기 이후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카르스턴 하우스틴 박사의 가디언 인터뷰)이라고 합니다. 간빙기란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시기를 말하는데요. 지금도 지구는 간빙기에 있습니다(1만2000년 전 시작). 그리고 그 이전 간빙기가 12만5000년 전입니다. 지금 사막인 아라비아반도가 푸르른 초원이었던 시기이죠. 이 당시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도 약 1도 정도 더 따뜻했다는데요. 이렇게 반문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보다 더 더웠던 그때도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는데, 간빙기에 기온이 오르는 게 뭐 그리 큰일이지?문제는 방향(기온 상승)보다 속도입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1만 년에 걸쳐 지구 온도가 4도 올랐는데, 산업화 이후 100여 년 만에 1도 넘게 올랐습니다. 특히 1981년 이후엔 이전 100년보다 온난화 속도가 두배 이상으로 더 빨라졌습니다. 12만년 전 간빙기엔 해수면이 지금보다 30피트(9m) 정도 더 높았다고 하죠. 그런데 지금 속도대로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금세기 중반에 12만년 전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번 세기말인 2100년이면 지금보다도 2.7도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요. 그럼 어떻게 되냐고요? 국립기상과학원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험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래도 인류가 적응해 견딜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장담 못 할 일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여서 온난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죠. 기후과학자 제프 베라르델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치병과 달리 우리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신속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엘니뇨가 이제 막 돌아왔다사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워낙 많이 들어와서 혹시 심드렁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엘니뇨(El Niño).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일 엘니뇨 발생을 선언했습니다. 7~9월 엘니뇨가 발생해 올겨울 최소 중간급 이상으로 발달할 확률이 90%라고 전망했는데요. 무려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끝나고 4년 만에 엘니뇨가 돌아온 겁니다. 엘니뇨 자체는 이상기후가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2~7년마다 찾아오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태평양 적도 부근에 불던 무역풍이 약해져서 뜨거운 바닷물이 서쪽으로 가지 못한 채 동쪽 연안에 그대로 쌓여있는 겁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높아지게 되는데요. 1600년대 페루의 어부들 주기적으로 크리스마스 즈음인 12월에 온수층이 두꺼워져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걸 발견하고 ‘엘니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스페인어로 ‘아기예수’).문제는 엘니뇨가 가뜩이나 더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는 겁니다. 평균적으로 지구 온도를 0.2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얼마 전까지 역대 가장 지구가 더웠던 해로 기록됐던 2016년이 그 증거입니다. 2016년은 ‘슈퍼 엘니뇨’가 기승이었던 해이죠. 그럼 혹시 지금의 이 무더위 역시 엘니뇨 때문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기후위기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텐데요. 알아보니 약간의 영향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엘니뇨 탓을 하기엔 좀 이르다고 합니다. 태평양의 난류는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전 세계를 이동합니다. 이 난류가 성층권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대서양과 유럽 기후까지 영향을 받는 건데요. 엘니뇨는 보통 9~12개월 이어지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겁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습니다.엘니뇨의 경제 나비효과올해보다 내년 여름이 더 덥다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데요. 엘니뇨는 단순히 더운 게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기후에 아주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요.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와 남부아시아(인도)는 강수량이 줄어 가뭄이 닥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보통 여름철 상승기류가 생겨서 비가 많이 오는데요. 엘니뇨는 이 지역 공기를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에 건조해집니다. 호주가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죠. 반면 아프리카 동부와 남미 일부는 비가 오히려 많이 와서 홍수를 걱정해야 합니다. 태평양 열대 저기압이 늘어나서 하와이엔 태풍이 몰아칠 수 있고요. 같은 미국에서도 지역별로 달라서, 미국 북부는 더 따뜻하고 건조해지지만 남부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리게 됩니다. 대신 대서양은 오히려 대기가 안정적으로 되어 허리케인 활동은 줄어들고요. 그 결과 엘니뇨는 세계 경제에 주기적으로 손해를 끼쳐왔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83년 엘니뇨는 4조1000억 달러, 1997~98년 엘니뇨는 5조70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고 하죠. 직접적으론 어업과 농업에 영향을 주죠.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가 안 잡히고, 가뭄(또는 홍수)으로 농산물 생산이 줄어드니까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모델링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기간 동안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4%포인트 뛰었다는데요.오랜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겠죠. 이젠 엘니뇨가 시작될 조짐만 보여도 식량 가격이 들썩입니다. 지난달 도이체방크는 엘니뇨 경고가 커지면서 커피, 설탕, 코코아 가격이 급등했고, 다른 작물로 확산할 거라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글로벌 설탕 선물가격은 지난달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엘니뇨 당시 브라질 사탕수수 농장이 홍수로 60%나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엘니뇨 영향권인 국가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엘니뇨에 대비해 천연가스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콜롬비아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공급하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전력 생산에 어려움이 닥칠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태국 정부는 엘니뇨 영향으로 올해 몬순 시즌에 전국 강우량이 평균보다 10% 줄어들 걸로 보고, 물 절약 비상계획 수립에 나섰습니다. 이미 농부들에게 “물을 절약하기 위해 2개 작물이 아닌 단일 작물로 재배하라”고 당부했고요. 노무라홀딩스의 유벤 파라쿠엘레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태국은 대규모 식량 수출국이기 때문에 엘니뇨가 경제 성장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엘니뇨로 가뭄이라도 닥치면 태국은 쌀 생산이 줄어서 GDP가 최대 0.2%포인트 감소하게 됩니다. 세계 2위 금 소비국 인도에선 엘니뇨로 금 수요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도에서 금을 많이 사는 큰손은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많이 사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흉작 때문에 농부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원자재를 넘어 다른 소매 부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고 예상합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사이먼 시겔 애널리스트는 CNN에 “코트∙그릴∙야외가구∙스웨터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는 자연이 그들에게 무엇을 던질지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요. 여행 업계도 엘니뇨의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저널 애트모스피어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기간 동안엔 미국 내 자연명소를 찾은 방문객 수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하죠. 그럼 혹시 엘니뇨와 식품인플레이션을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까요. 대신증권은 최근 팜유 착유공장이나 농장을 소유한 기업에 투자할 만하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과거 엘니뇨 기간에 농산물 팜유 가격 상승률이 특히 높았기 때문입니다(19.2%).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생산량의 대부분(83%)을 차지하는데요. 엘니뇨가 강해지는 4분기가 팜유 수확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뛸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엘니뇨가 국제 곡물가격에 끼칠 영향은 라니냐(태평양 수온 하강이 특징)보다 작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엘니뇨 때문에 호주나 동남아는 곡물 생산량이 줄겠지만(강수량 감소), 미국 남부나 멕시코 지역은 오히려 늘기 때문에(강수량 증가) 상쇄가 되는 겁니다. 참고로 일각에서는 예전보다 엘니뇨가 잦아진 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사실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연구결과(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엘니뇨가 줄어든다)도 있죠.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올해와 내년은 온난화와 엘니뇨가 겹치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세계 경제를 논할 땐 엘니뇨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By. 딥다이브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잦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이 따뜻해지고요. 썩 반갑지 않은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기후 예측이 갈수록 정교해져서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는 거죠. 환경은 물론 산업과 투자의 관점에서도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주인 7월 6일이 관측 사상 역대 가장 지구가 더운 날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서 열사병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명확한 지구 온난화의 증거입니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12만년 전 간빙기 때의 온도도 금세기 중반이면 넘어설지 모릅니다. 인류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특히 걱정인 건 이번 여름에 엘니뇨가 4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설탕 가격이 오르는 등 식량 물가가 들썩입니다. 엘니뇨가 더 강해질 올해 말이나 내년엔 무더위도, 식품 인플레 현상도 더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먼 나라 얘기 같은 엘니뇨 현상을 잘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