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북한이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8일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여의도 면적 157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올해 식량 부족 상황에 놓인 북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국가비상재해위원회에 현재까지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국적으로 460여 세대의 살림집과 15동의 공공건물이 완전 및 부분 파괴되거나 침수됐다”며 “4만6200여 정보(약 458km²)의 농경지에서 작물이 넘어지거나 침수 및 매몰됐다”고 전했다. 집계된 농경지 피해 면적이 여의도 면적(2.9km²)의 약 157배에 이르는 것이다. 태풍은 7일 오후 2시경 황해남도 강령반도 옹진군과 해주시 부근에 상륙한 뒤 개성시와 황해북도 사리원시, 남포시를 통과해 오후 6시경 평양시 서쪽과 평안남도 남부의 대동군과 평원군 일대를 강타했다. 해주, 개성, 사리원, 함흥 등지의 도심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가로수와 전신주가 넘어졌으며, 건물이 파손됐다고 조선중앙TV는 7일 전했다. 태풍이 대표적인 곡창 지대인 황해도, 평남 등을 직접 강타해 농작물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일 오전 당 중앙군사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당과 정부의 간부들은 (태풍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으로 300여 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하거나 실종된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이 리영길에서 박정천 포병국장(육군 대장)으로 교체됐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박정천 육군대장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새로 임명하였으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의 지휘성원들을 해임 및 조동(전보)하고 새로운 간부들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명수에서 리영길로 총참모장이 교체된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총참모부 수장이 교체되고, 작전총국의 물갈이에 나선 것.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북한 총참모장은 주로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야전 사령관이 주로 맡아왔기에 정통 포병 출신인 박정천의 승진은 다소 의외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성공에 고무된 김 위원장이 파격 승진 결정과 함께 추가 도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대남, 대미 압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천은 2006년 군 소장(별 한개)에 올랐지만 중장 진급(별 2개)은 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에야 이뤄졌다. 이후 2013년 상장(별 3개)에 올랐고, 2014년 총참모부 부총모장 겸 화력지휘국장에 올랐고, 2015년 영관급이 대좌로 강등되기도 했으나 다시 승진을 거듭해 군 ‘넘버 2’에 올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에서 동해로 발사한 후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한 발사체에 주한미군이 KN-25라는 코드명을 붙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 발사체의 직경(탄두 지름)은 600mm이고 사실상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평가됐다. 주한미군은 이런 분석 결과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미 국방부에 보고했고 한국군과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 발사체를 분석한 뒤 북한이 7월 31일과 8월 2일에 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다른 기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경이 더 크고 탄체도 더 긴 새로운 기종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정찰위성 및 레이더에 포착된 정보 등을 토대로 주한미군은 이 발사체의 직경을 600mm로 평가하고 KN-25로 명명했다. 미군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방사포 등에 KN(Korea North)과 숫자를 결합한 식별부호를 붙여 관련 동향을 감시한다. 앞서 5월 초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첫 발사 직후 주한미군은 이를 신형 SRBM으로 결론 내리고 KN-23으로 명명한 바 있다. 주한미군이 KN-25로 명명한 이 발사체는 직경이 600mm로 북한이 보유한 가장 큰 방사포(300mm·KN-09)의 2배다. 북한의 방사포 주장을 수용하면 중국, 러시아를 능가하는 현존 최대 규모의 방사포를 독자 개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방사포는 지금껏 개발된 적이 없고, 전체적인 비행궤적과 속도(음속의 6.5배 이상)가 탄도미사일과 거의 일치해 주한미군은 SRBM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비행 패턴(정점고도 97km, 비행거리 380여 km)도 전형적인 탄도미사일의 포물선 궤적을 그렸다. KN-25의 발사관은 4개에 불과하고, 수십 분 간격을 두고 쏘는 방식도 방사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KN-25를 ‘다연장 탄도미사일(MLBM)’로 규정한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 1발씩 실어서 쏘지만 북한은 4∼6개의 발사관에 넣어서 연달아 쏘는 형태로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방사포의 장점을 취한 탄도미사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향후 북한이 직경을 더 키운 ‘괴물 방사포’를 선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덩치가 커지면 추진력과 비행거리가 늘어나고, 탄두 중량도 늘어나 파괴력도 커진다.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소형 핵(전술핵)을 탑재하는 ‘핵방사포’를 전력화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차례의 핵실험 등 20여 년간 축적된 북한의 핵기술력을 감안할 때 전술핵 개발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SRBM인 방사포의 덩치를 계속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핵을 장착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가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불렀던 북한 출신 공격수 한광성(21·사진)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유벤투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유벤투스에서 뛰게 된 한광성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팀은 세리에A 우승 35회를 달성한 이탈리아 최고 명문 구단으로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뛰고 있다. ‘풋볼 이탈리아’에 따르면 한광성은 임대 후 완전 영입 조건으로 이적했다. 향후 완전 영입이 될 경우 유벤투스가 한광성의 소속팀 칼리아리에 지불할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66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3월 이탈리아에 진출한 한광성은 칼리아리(1부), 페루자(2부) 등에서 51경기에 출전해 12골을 넣었다. 한광성은 당분간 유벤투스 23세 이하 팀 소속으로 3부 리그 격인 세리에C에서 뛰면서 1군 진입 가능성을 점검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한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한광성의 유벤투스 입단과 관련해 “조국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미국의소리(VOA)에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길 일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하며 축구 스타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광성이 유벤투스로부터 받는 연봉 등의 상당 부분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즉, 유엔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을 제한한 안보리 제재 결의(2087호, 2094호)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유벤투스가 한광성 영입을 공식 발표한 것을 보면 결국 제재 회피 방안을 찾은 것 같다”면서 “당장 체류비 정도는 지원하되 연봉과 같은 목돈은 제재 해제 이후 지급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황인찬 기자}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의 요격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 무기의 연쇄발사에 이어서 MRBM 이상의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훈련으로 해석된다. 미 육군과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레인 환초 인근 상공에서 사드 요격시험이 진행됐다. 사드의 요격 테스트는 2017년 7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그 이틀 뒤 미국은 사드로 MRBM을 요격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번 시험은 군 수송기가 공중 투하한 표적용 MRBM을 지상의 탐지레이더가 포착한 뒤 이동식발사대에서 요격 미사일을 쏴 격추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사드의 레이더와 발사대, 요격통제소 등을 서로 다른 지역에 배치해 실시한 첫 요격시험이라고 미 육군은 설명했다. 이로써 2005년 이후 실시된 16번의 사드 요격시험이 모두 성공했다고 미 MDA는 전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2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옹호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노동신문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는 촛불 민심의 승리, 촛불 시민이 이룩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의 실망과 불만에 대해선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라며 “(이것이) 계속되면 거세게 일고 있는 반일운동이 미국을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 기자}
‘제2 을사조약’이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파기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북한은 지난달 22일 정부의 파기 결정 이후 침묵해왔다. 그러다가 파기 열흘째를 맞은 2일 노동신문을 필두로 외곽 선전매체까지 동원해 총 5개의 ‘지소미아 기사’를 쏟아냈다. 한미일 대북 공조의 틈을 한층 벌리는 한편 지소미아 복원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데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내짚은 걸음은 더욱 과감하게’란 글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친일 적폐 잔재를 청산하려는 남조선 민심의 강렬한 의지의 반영으로 촛불 투쟁이 이룩한 자랑찬 성과물”이라고 했다. 반면 한미일 3각 공조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불만과 우려에 대해선 “실로 파렴치하고 부당한 내정간섭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남조선 당국에 거듭 압력을 가하고 일본을 공공연히 편들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한국엔 내정간섭을 하고 일본 편만 든다고 비난하며 한미일 공조 흠집 내기에 나선 것.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지소미아 파기 이후 노동신문의 첫 입장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지소미아 파기 후 실무노선을 정하고 후속 조치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앞으로 북한은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 복원은 생각도 말라”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예속을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치욕스러운 한미동맹을 끝장내야 한다”며 “촛불 민심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현 정권이 (지소미아 복원) 재검토를 떠들고 있는 것은 민의를 저버리는 배신적 행위”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복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 등을 겨냥한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는 실질적인 한미일 군사정보 교환이 약화된다는 의미보다는 3국 동맹의 상징과 협력 정신이 훼손됐다는 의미가 크다. 이를 아는 북한 또한 지소미아 파기란 약한 고리를 파고들면서 한미일 공조의 추가 균열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과 연합훈련 재편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 보도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침 연습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이를 복수의 소규모 훈련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VOA에 밝혔다.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훨씬 앞선 한국은 더 이상 미군을 필요로 하지 말고 병력과 장비 등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 미국은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일 북한을 방문해 4일까지 머물며 리용호 외무상을 만날 예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접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일 중국 외무성을 인용해 “왕이 부장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으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이후 두 달 만에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열흘 남짓한 사이 미국의 공개 불만, 정부의 유감 표명이 연달아 나오며 한미 간 급속 냉기류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과 각을 세운 것처럼 미국에도 동등한 동맹 관계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청와대가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을 언급한 것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좋은 관계’ ‘지켜보겠다’고 했다. 긍정 여부를 떠나 상황을 좀 더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표현. 미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한 한국을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하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한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 초치에 전격적으로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한 일련의 한미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장 추석 이후 9월 중순 시작될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반환 절차를 금년 내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미군기지 반환 이슈가 방위비 협상을 놓고 한미 간 긴장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용산 기지에 남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르면 2021년 말까지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국력이 성장한 만큼 일본과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대일(對日) 메시지’로만 비쳤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등 여권에선 무조건 미국이 원하는 대로만 가는 게 맞느냐는 기류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가 “동맹 관계여도 국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식 시작되기 전에 올해 분담금의 약 5배인 ‘48억 달러(약 5조8056억 원) 명세서’를 다양한 경로로 강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여과 없이 여권에선 감지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12일 라디오에서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 내 일부 ‘대미 자주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서로 필요에 의한 것이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도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상적인 양국 간 채널 역할을 해야 할 외교부가 좀처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청와대 주도의 대미 외교에 이른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지금 대미 외교는 청와대 안보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외교부는 ‘지원 조직’으로 격하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해 한미 관계가 호전될 동력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반도에 덮친 퍼펙트 스톰(전방위적 악재)을 가장 힘센 동맹국과 헤쳐 나가느냐, 동맹국마저 밀어내고 태풍의 눈으로 뛰어들 것이냐, 한국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박효목 기자}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 선박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부부와 이들이 연관된 대만·홍콩 해운회사 3곳을 제재하는 추가 제재에 나섰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지 두 달이 넘도록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북-미 간 북핵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최선희 “인내심 더 이상 시험 말라” 최선희는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지난달) 27일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북조선의 불량 행동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비이성적 발언으로 우리를 또다시 자극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어 있는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 재향군인회 행사에서 북한을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하는 국가로 부른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독초’로 비난한 지 8일 만에 최선희가 비난에 가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최선희는 “(폼페이오의 발언이)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북한)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미국과의 대화 시작 이후 중단했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선희는 “미국의 외교 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며 대화 기조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최선희의 담화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무협상 지연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북한이 먼저 답할 때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 8월 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에 집중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4월 8일 대성백화점 시찰 이후 넉 달여 만의 경제 시찰 재개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방북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6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미, 실무협상 응답 않는 북에 추가 제재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인 황왕건(黃旺根)과 부인 천메이샹(陳美香) 등 2명, 대만 해운회사 루이방(瑞邦)해운과 루이룽(瑞榮)선박관리, 홍콩 선박회사 루이청(瑞誠)해운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황왕건은 루이방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대주주다. 천메이샹은 루이방 이사 겸 루이룽 소유주다. 재무부는 두 사람이 지분을 가진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도 동결 자산으로 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황왕건은 지난해 4, 5월 사이 170만 L의 정제유를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상위안바오호에서 북한의 백마호로 옮겨 싣는 일에 관여했다. 앞서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6월 북한 선적의 명류1호와도 정제유를 환적했다.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0일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회사들은 스스로를 중대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며 “재무부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 불법적인 해상 환적에 연루된 개인,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맹비난했다. 리용호가 담화 형식으로 북핵 협상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을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리용호는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21일 미 신문(워싱턴 이그재미너)과 인터뷰에서 만일 북조선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란 망발을 줴쳐댔다(지껄였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어 리용호는 “족제비도 낯짝이 있는데 이런 망발을 뇌까렸다” “조미협상의 훼방꾼” 등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했다. 리용호가 이렇게 폼페이오에 대한 비난에 나선 것은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대북 제재 해제 및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공개하며 한미 연합훈련 뒤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용호는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갖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미국의 양보가 없다면)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 발사에 최소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을 썼으며 7월 이후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12발 발사에만 최소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독일 방산컨설팅업체 ‘ST애널리틱스’의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통상 미사일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무기화하는 데 본체와 탄두, 엔진, 유도장치, 보조차량 등을 포함해 약 10억 달러(약 1조202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 경제 규모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개발비용을 제외한 제작비용만 미사일 한 발당 최소 100만∼150만 달러는 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7월 25일∼8월 16일 6차례에 걸쳐 12발의 신형 무기를 발사하는 데만 1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RFA는 “100만 달러를 북한 돈 8400원의 환율로 적용하고 쌀 1kg당 5000원의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1000만 달러로 쌀 1만7000t을 살 수 있다”며 “이는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간 먹을 수 있는 분량에 가깝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미 연합훈련 종료일인 20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 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힌 만큼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표가 19일 일본을 찾은 뒤 20∼22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율 강화를 위해 한일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했다. 외교부는 “비건 대표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갖는다”며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10월 초 물러나는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는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동을 가진 뒤 ‘2, 3주 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은 채 발사체 연쇄 도발에 나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함께 잘 사는 나라’,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예로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 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의 농부들과 대규모 콩 농사를 짓고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를 들었다. 아무르강은 러시아 아무르주에 흐르는 강으로 기후가 온난하고 강우량과 일조량이 풍부해 작물이 잘 자라는 곳이다. 러시아 콩 전체의 46.1%가 아무르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농업 투자도 검토되고 있으며 향후 남북이 첨단 농업협력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도 꼽힌다. 충남 서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관련이 깊다.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방북할 때 몰고 간 1001마리의 소가 정 회장이 조성한 서산의 농장에서 자라났다. 이때 소들에게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수입한 콩을 먹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완도 섬마을 소녀가 울산에서 수소산업을 공부하여 남포에서 창업하고…”라면서 ‘수소경제’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74돌 ‘조국 해방의 날(광복절)’을 맞아 축전을 교환하며 4월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의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오늘 조로(북-러) 관계는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은 우리의 첫 상봉에서 이룩된 공동인식과 합의에 기초해 좋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높은 단계에 들어선 (양국의) 친선협조 관계가 앞으로도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확대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축전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우리 사이 이룩된 합의들을 이행해 나가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의 쌍무 협조를 더욱 강화하고 조선반도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이 피식 웃었다. 허둥대는 노광철(인민무력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남북 군사합의서에 서명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포즈를 취한 것과 달리 노광철은 합의서 서명 페이지를 찾지 못해 한참 뒤적거렸다. 10여 초나 흘렀다. 그러자 김정은이 ‘뭔 일인가’ 싶어 노광철을 살펴보다가 상황을 파악하고선 피식 웃은 것. 이렇게 체결됐던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내달 1주년을 맞는다. 하나 벌써부터 남북 간에 ‘위반이다’ ‘아니다’ 신경전이 거세다. 야권에선 북한의 연쇄 도발을 두고 “합의서를 위반했다”고 비판한다. 북한은 우리의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을 꼬집으며 “남한이 위반한 것”이라고 한다. 누가 합의서를 위반한 것인가. 제1조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다. 다만 ‘적대행위’란 범위 자체가 모호하고, 선언적 조항이라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제1조 1항은 보다 구체적이다. ‘쌍방(남북)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자세히 보면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점들을 향후 논의하겠다는 합의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한미 연합훈련이 위반인지는 애매한 대목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도발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다음 날 운영위원회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나서 “위반이 아니다”고 정정했다. 이런 가운데 불필요한 말들까지 나왔다. 회피 기동을 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대한 위협이 높아지자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우리도 가진 기술”이라고 공개해 버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북한 무기보다) 우리가 몇 단계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리가 더 신형을 갖고 있다”며 군사 기밀을 공개한 격이다. 이렇듯 올해 재개된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은 무디거나 엉성하다. 올 들어 벌써 7번째, 그리고 최근 3주 사이 5차례 도발이 이어지자 정부 한편에선 “또 쐈나 보다”는 안일한 인식까지 감지된다. 북한의 도발이 하나의 ‘뉴 노멀’로 자리 잡는 현상인 것이다.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관계부처 장관회의로 낮춰지더니 10일엔 관계장관 화상회의로 대체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묵인 속에 북한이 ‘대미 협상용’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우리가 침묵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북-미는 한국을 통해 대화하지 않는다. 물론 이달 말경 북-미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정부의 숨통은 지금보단 트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수틀리면 언제든 우리를 압박할 수 있고, 미국은 대화 유지를 위해 이를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지금처럼 북한의 도발을 익숙한 일상의 풍경으로 여기는 상황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승리적 전진을 무적의 군사력으로 담보해 나가는 새 무기체계들을 연속적으로 개발, 완성하는 특기할 위훈을 세웠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미사일 개발 과학자들을 격려하면서 최근 잇따라 선보인 ‘신형 단거리 발사체 3종’, 즉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ATACMS(에이태킴스) 신형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직접 ‘개발 완성’을 선언한 것.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 제008호’를 내리며 “(과학자들이) 새로운 무기체계들을 연구 개발함으로써 나라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첨단국방과학의 고난도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우리의 힘과 지혜, 우리 기술에 의거했다”고도 했다. 북한의 급속한 신형 미사일 개발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배경에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다는 일각의 분석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당의 전략적 구상과 의도를 빛나게 실천해 나가고 있다”면서 신형 발사체 개발과 관련된 군 과학자 103명을 특진시켰다. 무기 개발 성공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인 ‘특진 명령’을 내리고 대외에 공표한 것은 처음이다.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개발 이후에도 이번처럼 공개 특진은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 2월과 4월 이미 장성 인사를 했기에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며 “개발자들의 대규모 특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결국 새로운 대남 타격 수단 개발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탄도미사일 개발 핵심 인사로 꼽히는 전일호가 상장(우리의 중장)에 올랐다. 군 당국은 20일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기 전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연합 훈련 뒤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연합 훈련 종료 전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7번이나 한 만큼 이번엔 신형 잠수함에서 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단거리로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잇따른 도발로 대남 타격용 신무기를 공개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12일 미국 국방대가 최근 제안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를 주장하며 핵무장론에 다시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이날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와 핵포럼 소속 의원 36명은 국회에서 ‘한국형 핵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개발 이후 남한은 내 손아귀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배치하면 비핵화 협상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 소형 핵무기 300기 정도는 활용할 수 있는 상태여서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결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미국의 전술핵을 제주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5, 6년 내 (국제사회가 핵을 보유한 것을 인정하며) 북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도 항구적인 핵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북한의 핵능력이 커졌으니 억지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전술핵 전진 배치, 핵억지력 강화 방안이 비핵화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핵무장론을 다시 꺼내든 것은 북한이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안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황교안 대표는 토론회에서 “북한 도발이 일상화돼선 안 된다”며 “유비무환으로 국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거친 비난을 쏟아내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어리석게 날뛰는 남조선 보수패당이야말로 스스로 자멸을 재촉하는 ‘안보 불안 정당’, ‘재앙 정당’”이라며 “미친개는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하듯 우리 민족에게 화난을 몰아오려고 발광하는 반역 무리는 가차 없이 징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선전매체 메아리도 “조선반도 전체를 핵전쟁마당으로 만들려고 날뛰는 보수세력이야말로 이 땅에 평화가 아닌 파멸을 몰아오려고 날뛰는 핵전쟁 미치광이 무리, 재앙 단지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조동주 djc@donga.com·황인찬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내정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은 12일 북한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아니라 선미후남(先美後南)”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청와대를 원색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절실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 약을 올리는 것”이라고도 했다.정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금 전혀 셈법을 안 바꾸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몸이 달았다”면서 “지금은 남북 대화를 할 가능성도 없지만 순서로 봐서 할 필요도 없다. 통미봉남이라는 표현보다는 선미후남으로 (북한이) 순서를 잡았다”고 했다. 북한이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바보’ ‘겁먹은 개’ 등의 막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가끔 정말 절실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애들 문자로 ‘약을 올린다’”면서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 이행을 적극적으로 해달라 하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너무 단계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바로 북-미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미국을 좀 설득해 달라는 것”이라고도 했다.정 전 장관은 다른 라디오에선 “(북한이) 실전 배치를 할 수 있는 단거리미사일을 만들어 놔야 평화협정 협상 과정에서도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靑 정의용-국정원 서훈 ‘투톱’에 이수혁 합류 ▼ 9일 개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라인을 서울고 출신들이 차지했다는 말이 정가에서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73)과 서훈 국가정보원장(65) 등 기존 ‘외교안보 투톱’에 이어 새로 투입된 이수혁 신임 주미 대사 내정자(70)가 서울고 동문이기 때문이다. 그 전까진 정의용-서훈에 한국계인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외교안보 분야의 ‘서울고 3인방’으로 불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올해 들어 북-미 간 하노이 협상 결렬, 북한의 대남 공세가 재개되면서 일각에선 교체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인사와 내각의 연쇄 개편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런 가운데 이수혁 내정자가 외교안보 라인에 합류하면서 청와대-국정원-주미 대사관을 잇는 서울고 3인방 ‘시즌 2’가 탄생한 것. 이 내정자는 정 실장의 서울대 외교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 조성욱-은성수 가세… 홍남기 빼고 대부분 ‘동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단행한 개각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2명 포함돼 현 정부의 경제정책 라인을 서울대 경제학과가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교수와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임명이 확정될 경우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제정책 라인을 서울대 경제학과가 차지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라인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은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다. 강신욱 통계청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등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9일 개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라인을 서울고 출신들이 차지했다는 말이 정가에서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73)과 서훈 국가정보원장(65) 등 기존 ‘외교안보 투톱’에 이어 새로 투입된 이수혁 신임 주미 대사 내정자(70)가 서울고 동문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올해 들어 북-미 간 하노이 협상 결렬, 북한의 대남 공세가 재개되면서 일각에선 교체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인사와 내각의 연쇄 개편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런 가운데 이수혁 내정자가 외교안보 라인에 합류하면서 청와대-국정원-주미 대사관을 잇는 서울고 3인방 ‘시즌 2’가 탄생한 것. 이 내정자는 정 실장의 서울대 외교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1월 국정원 1차장으로 당시 3차장이던 서 원장과 함께 국정원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본 적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할 경우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대남 위협에 나섰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8일 ‘불신과 적대의 골을 더 깊게 하는 배신행위’란 글을 통해 “남조선의 군부호전세력은 얼마 전에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진행한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의 의미와 그를 통한 ‘평양발 경고’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며 “경고를 무시하고 자멸행위에 계속 매달리다가는 북남 관계가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는 파국적 후과가 빚어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불을 즐기는 자는 불에 타죽기 마련이며 도발자들에게 차례질 것은 처참한 죽음밖에 없다. 호전세력이 계속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면 필요한 시각에 모든 것을 무력화시켜 파철더미로 만들려는 우리의 군사적 대응 의지는 확고하다”며 위협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현지 지도하며 “(남조선 당국자가)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평양발 경고’로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