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트럼프가 내 노래를 무단으로 썼다. 어떤 식으로건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깜짝 등장해 감동을 선사했던 팝 가수 셀린 디옹(56)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에서 허락 없이 자신의 노래를 썼다며 항의했다. 디옹은 1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 게시물에서 “미 몬태나주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이 무단 사용된 걸 알았다”며 “영상과 녹음, 이미지 등의 사용은 전혀 승인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어떤 사용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이 하트 윌 고 온’은 영화 ‘타이타닉’(1998년)의 주제가로 디옹의 대표 히트곡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 노래와 영상을 9일 몬태나주 보즈먼 유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디옹은 게시글에서 “정말 그 노래를 썼다고?(…And really, THAT song?)”라며 어이없단 반응을 내비쳤다. 1912년 타이태닉호의 ‘침몰’을 다룬 영화 주제곡을 선거 승리를 염원하는 유세장에서 쓴 걸 비꼰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디옹은 트럼프가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식 공연을 제안했을 때도 거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디옹은 지난달 26일 파리 올림픽 개회식 당시 에펠탑에서 프랑스 샹송의 아이콘인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불러 찬사를 받았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고 있는데도, 역경을 딛고 공연한 모습이 올림픽의 도전정신을 잘 담아냈단 평가다. 디옹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주제곡 ‘더 파워 오브 더 드림(The Power of the Dream)’을 부른 뒤 2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SPS 진단을 받은 디옹은 2020년 3월 공연 이후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보컬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며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 프랑스 현지에선 숨진 연인을 위해 ‘사랑의 찬가’를 만든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닮았다며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프랑스 일간 르몽드)라고 극찬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려다가 허언 논란과 함께 ‘흑인 얼굴도 구별 못 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1월 대선을 좌우할 핵심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밀렸다며 “해리스 등판 뒤 최악의 3주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 기자회견에서 윌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에 대해 “그를 잘 안다. 함께 헬리콥터를 탔다가 추락할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운은 해리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해리스가 ‘끔찍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브라운 전 의장에 대한 질문이 나온 건 그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하기 전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31세 연상인 브라운 전 의장은 당시 검사였던 해리스 부통령을 주요 보직에 임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 NYT에 따르면 브라운 전 의장은 “트럼프와 헬리콥터를 탄 적이 없다.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언급한 2018년에 헬리콥터를 함께 탔던 이들도 “비상 상황도 없었고, 해리스에 대해 대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함께 탔던 ‘브라운’은 흑인인 브라운 전 의장이 아니라 백인인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후보가 헬리콥터에서 위기를 겪은 적이 있긴 했다. NYT에 따르면 1990년대 브라운 전 의장이 아니라 흑인 정치인인 네이트 홀든 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과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가 비상 착륙했었다. 이에 ‘트럼프는 흑인 얼굴도 못 알아본다’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홀든 전 의원은 “브라운은 키가 작고 머리 숱이 없고, 난 머리가 풍성하고 키가 큰데 비슷해 보이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브라운 전 의장도 “트럼프가 흑인을 구별 못 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며 “날 비욘세라 여기면 곤란하다”고 응수했다. 한편 NYT와 시에나대의 8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 3곳에서 50%의 지지율을 얻으며 46%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오차 범위(±4.2∼4.8%) 내에서 앞섰다. NYT는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등판 후 3주나 지났지만 여전히 어떻게 유권자들을 공략할지 헤매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려다 허언 논란과 함께 ‘흑인 얼굴도 구분 못 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1월 대선을 좌우할 핵심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밀렸다며 “해리스 등판 뒤 최악의 3주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후보는 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 기자회견에서 윌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에 대해 “그를 잘 안다. 함께 헬리콥터를 탔다가 추락할 뻔 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운은 해리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해리스가 ‘끔찍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이날 브라운 전 의장에 대한 질문이 나온 건 그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글라스 엠호프와 결혼하기 전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31세 연상인 브라운 전 의장은 당시 검사였던 해리스 부통령을 주요 보직에 임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문제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 NYT에 따르면 브라운 전 의장은 “트럼프와 헬리콥터를 탄 적이 없다.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말한 시점에 헬리콥터를 함께 탔던 이들도 “비상 상황도 없었고, 해리스에 대해 대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함께 탔던 ‘브라운’은 흑인인 브라운 전 의장이 아니라 백인인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트럼프 후보가 헬리콥터에서 위기를 겪은 적이 있긴 했다. NYT에 따르면 브라운 전 의장이 아니라 흑인 정치인인 네이트 홀든 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과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 비상 착륙했었다. 이에 ‘트럼프는 흑인 얼굴도 못 알아본다’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홀든 전 의원은 “브라운은 키가 작고 머리 숱이 없고, 난 머리가 풍성하고 키가 큰데 비슷해 보이나 보다”고 꼬집었다. 브라운 전 의장도 “트럼프가 흑인을 구별 못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며 “날 비욘세라 여기면 곤란하다”고 응수했다.한편 NYT와 시에나대의 8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건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조요 경합 주 3곳에서 50%의 지지율을 얻으며 46%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오차 범위(±4.2~4.8%) 내에서 앞섰다. NYT는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등판 3주나 지났지만 여전히 어떻게 유권자들을 공략할지 헤매고 있다”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트럼프가 내 노래 ‘‘My Heart Will Go On’을 무단으로 쓴 것에 대해 항의한다. 어떤 식으로건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인 팝 가수 셀린 디옹(56)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허락없이 선거 유세 현장에서 자신의 노래를 쓴 것에 대해 항의했다.캐나다 출신인 디옹은 1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게시물에서 “미 몬태나주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와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 ‘My Heart Will Go On’이 무단으로 사용된 것을 알게 됐다”며 “영상과 녹음, 음악 공연, 이미지 등의 사용은 전혀 승인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어떤 사용도 허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y Heart Will Go On’은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로 디옹의 대표적인 히트곡 가운데 하나다.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노래한 곡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 노래와 영상을 9일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틀었다.특히 디옹은 게시글에서 “정말 그 노래를 쓰겠다고?(…And really, THAT song?)”라는 써서 트럼프 캠프를 조롱하기도 했다. ‘배의 침몰’을 다룬 영화 주제곡을 쓴 것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디옹은 트럼프가 2016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2017년 1월 취임식에서 공연을 제안했을 때도 거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디옹은 지난달 26일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당시 에펠탑에서 프랑스 샹송의 대명사인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불러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고 있는데도, 역경을 딛고 공연한 모습이 올림픽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옹은 28년 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경험이 있다.무대 복귀가 어려워 보이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한 치료와 관리 덕이었다. 그는 지난달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현지에선 숨진 연인을 위해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칭찬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지역에서 한인 여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여성은 양극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칼을 들고 있었다는 검찰 발표와 달리 가족들은 생수통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한인 남성 양용 씨가 로스엔젤레스(LA)에서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소수인종에게 가해지는 경찰의 무분별한 총격이 한인 사회에서 더욱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뉴저지한인회와 뉴저지한인상록회, KCC한인동포회관, 뉴저지 민권센터, 시민참여센터, AWCA 등은 뉴저지한인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총격으로 숨진 한인 여성 빅토리아 이 씨(25) 사망사건에 대한 뉴저지주 검찰과 포트리 시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포트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당일 이 씨 가족은 평소 양극성 정신질환을 가진 이 씨가 이날 밤 불안증세를 보이자 911에 신고해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911은 정신질환 관련 신고시 규정에 따라 경찰이 함께 출동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날 오전 1시 25분 경 집에 먼저 도착한 경찰은 문을 부수고 집으로 진입했다.6일 맷 플래킨 뉴저지주 검찰총장은 “경관이 노크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며 “이 씨가 칼을 들고 경관에게 다가와 현장에 있던 토니 피킨스 경관이 발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 씨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들고 있던 건 5갤런(약 19리터) 짜리 생수통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씨 가족을 대리하는 조석진 변호사는 “택배 박스를 열 때 쓰는 접이식 주머니 칼은 아파트 현관 문에서 2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발포에 가슴 인근을 맞은 이 씨는 인근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시58분 경 숨졌다. 이 씨의 유가족들은 “딸을 진정시켜야 하니 들어오지 말라는 외침에도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문이 열리자마자 총을 쐈다”며 “당초 출동을 요청했던 구급차는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고, 경찰의 총에 맞은 뒤에도 구급차나 들것도 없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전했다.한인 사회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바디캠 영상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9년 재정된 뉴저지주 법에 따라 주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 발생할 경우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에게 가해지는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집 안에서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들고 있던 흑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관심을 보여 대선 이슈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을 90%가량 지배한 구글이 불법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했다고 본 것이다. 인공지능(AI) 전환기에 구글의 독점에 대한 철퇴가 향후 세계 테크 시장 재편의 시발점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애플의 아이폰 등에 ‘기본’으로 탑재하려고 수조 원을 제공한 것이 불법 행위란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286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고 명시했다.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 등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자동검색 엔진으로 하는 조건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써 왔다. 판결문은 “2021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제공한 총 금액이 260억 달러(약 36조 원) 이상이며, 2022년에는 애플에 2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적시했다. 또한 이 같은 검색 시장 독점이 검색 광고 시장 장악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로 연결됐다고도 지적했다. 메흐타 판사는 “검색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이 온라인 광고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독점적 권한으로 텍스트 광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혀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1998년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브라우저 끼워팔기에 대한 반독점 소송 이후 최대 반독점 소송으로 꼽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현대 인터넷 시대에 있어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소송에서 나온 첫 번째 반독점 판결”이라며 “이 획기적인 판결은 다른 많은 빅테크 기업의 소송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과 유럽 등 각국 규제당국이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것으로, 향후 독점 규제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구글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경쟁업체 진입 막아 검색시장 95% 장악… 광고까지 독점[美법원 “구글 독점기업” 판결]‘기본탑재’ 불법행위로 독점체제… 진입장벽 세워 시장지배력 확대구글, 최악 경우 회사분할 가능성도… 국내 플랫폼업계 “규제 세질까 걱정”“(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 이 정도 습관이 형성되면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본 선택값을 바꿔 버리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이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사용해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에서도 지배력을 가속할 수 있다”며 주장한 발언이다. 빅테크 CEO들까지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되며 세기의 재판으로 주목받았던 이번 재판에서 구글이 패소한 것은 빅테크 시장 변화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26년 전 MS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둘러싼 독점 소송에서 MS가 막대한 합의금을 물고 궁지에 몰린 뒤 구글이 인터넷 시대를 장악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 “애플 등에 돈 주고 선탑재로 독점” 이번 소송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빅테크 규제의 신호탄 격으로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독점으로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를 개선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구글이 이기는 이유는 구글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글은 세계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89.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바일 기기에서는 이 점유율이 94.9%에 달한다.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통해 구글은 세계 검색 광고에서 연간 3000억 달러(약 412조 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원이 가장 중요한 반독점 불법 행위로 꼽은 것은 자사 검색 서비스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 ‘기본’으로 탑재하고 막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구글은 2020년 약 100억 달러를 애플에 지급했지만 2년 뒤에는 금액을 두 배로 올렸다. 이를 통해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애플 등에 비용 지급→시장 진입장벽 구축 및 경쟁업체 진입 방해→데이터 수집·검색 알고리즘 강화→광고시장 독점→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지는 독점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아이폰 등에 구글 검색창 사라질 듯 법원이 구글에 내릴 조치에 대한 심리는 9월 6일에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이 구글에 대해 운영 방식 변경을 요구하거나, 최악의 경우 회사를 분할하고 사업의 일부를 매각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현실적 방안은 구글이 검색엔진 선탑재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이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는 검색엔진을 골라서 탑재할 수 있다. 애플이 구글 외에 MS의 빙(Bing) 등 다른 검색엔진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어떤 기업의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탑재할지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며 “MS의 검색엔진이 들어올 수도 있고, 오픈AI의 챗GPT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구글이 즉각 항소하기로 한 만큼 합의 또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최대 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검색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이 35% 정도로 낮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지만 플랫폼 규제 흐름이 거세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과 달리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거대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사안 자체는 다르지만 국내의 플랫폼 규제 담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미국과 유럽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유럽에 비해 빅테크 견제에 미온적이란 평가를 받던 미국은 2020년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배적 기업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소송전을 벌여 왔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과징금 부과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각 주 검찰 등 다양한 정부기관이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5일(현지 시간) 발표된 연방법원의 ‘반독점 판결’ 외에도 다음 달 또 다른 반독점 소송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는 구글이 2500억 달러(약 345조 원) 규모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도구를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법무부는 애플도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떠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15개 주 및 워싱턴DC와 연합해 고소했다. 법무부와 함께 반독점 집행 권한을 공유하고 있는 FTC는 17개 주와 함께 아마존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자를 압박했다’고 문제 제기를 한 상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대해선 40개 주와 함께 ‘잠재적 경쟁자를 매수해 신생 경쟁자를 몰아냈으니 인스타그램 및 와츠앱 인수를 취소하라”란 소송을 치르고 있다. 이미 치른 비용도 엄청나다. 메타는 지난달 30일 텍사스주와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소송에서 패해 14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도 사용자 위치 추적을 문제 삼은 40개 주 검찰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4억 달러를 지출했다”며 “애리조나주와의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이미 8500만 달러를 썼다”고 전했다. EU는 빅테크의 공정한 경쟁을 규율하는 DMA를 시행해 규제를 강화했다. 애플은 6월 EU의 DMA 발효 3개월 만에 처음으로 DMA 위반 기업으로 지목됐다. EU는 애플이 앱스토어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다른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DMA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법 위반이 확정되면 애플은 수십억 유로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메타는 EU로부터 최대 18조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자사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연계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구글은 독점 기업이다. (Google is a monopolist.)”미국 연방 법원이 5일(현지시간) “구글이 검색과 텍스트 광고라는 두 가지 시장 분야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을 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대 인터넷 시대에 있어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소송에서 나온 첫 번째 반독점 판결”이라며 “이 획기적인 판결은 다른 많은 빅테크 기업 소송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배력으로 더 큰 지배력 남용” 지적이날 판결은 2020년 미 정부가 구글에 대해 제기한 소송의 결과로, 해당 소송에서 미 정부는 “구글 검색엔진이 웹 검색의 약 90%를 수행하고 있다”며 “구글이 강력한 시장 진입 장벽을 세우고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만들어 일반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구글이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검색 광고 가격을 자유 경쟁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보다 높게 인상했다”고 지적했다.피드백 루프는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와 유지를 위해 사용해 온 전략적 메커니즘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검색 알고리즘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여 계속해서 이용자를 자사 서비스 안에 확대 유치하는 방식을 말한다.법원은 227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구글이 독점을 불법화하는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며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해 왔다”고 판결했다.무엇보다 법원은 구글이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 및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서 독점적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적하고, 이런 구조가 구글의 반경쟁적 행위와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구글은 삼성과 애플 같은 다른 회사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에서 구글이 자동으로 검색 쿼리를 처리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굳건히 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와 모질라의 파이어폭스와 같은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자동검색 엔진으로 하는 조건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써 왔으며, 2021년에 애플에 낸 가격만 약 180억 달러(약 24조6600억 원)에 달한다. 법원은 “10년 이상 동안 이런 계약을 통해 구글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실제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 다른 빅테크 소송에도 연쇄 영향 미칠 듯 5년 간 이어져 온 이번 소송은 지난해 10주간의 재판을 거쳤고, 여러 증인이 증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구글의 지배력이 (벗어날 수 없는) ‘구글 거미줄(web)’을 만들어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서 지배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용자들은 구글이 유용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며, 구글이 이기고 있는 이유는 구글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었다.그러나 1990년대 MS에 대한 기술 독점 금지 소송 이후 거의 25년 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빅테크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NYT는 “이번 판결은 빅테크 기업들의 권력에 잠재적인 제한이 생겼다는 의미”라며 “구글에 대한 다른 소송 및 애플, 아마존,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운영)에 대한 다른 정부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여러 건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애플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생태계)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벌이고 있고, 구글과는 광고 기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FTC는 메타를 고소해 ‘메타가 신생 경쟁자들을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아마존에 대해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이날 판결에는 반독점 위반에 따라 구글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명시적인 지시가 담겨있진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판사가 구글에 대해 운영 방식을 변경이나 사업의 일부를 매각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구글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끝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마저 폭락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이상적인 ‘골딜록스(Goldilocks·물가 안정 속 성장)’를 지향하다가 적절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사실상 사라지고 성장이 정체돼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금리 인하가 과감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은 다음 달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음 달과 11월 모두 연준이 이른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뜻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말까지 1.2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은 2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진 모르지만 골딜록스가 물 건너간 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투자운용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연준의 대처(금리 인하)가 늦어져 (경제 상황이)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 침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마저 폭락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이상적인 ‘골디락스(Goldilocks·물가 안정 속 성장)’를 지향하다 적절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사실상 사라지고 성장이 정체돼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금리 인하가 과감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은 다음달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음달과 11월 모두 연준이 이른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뜻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말까지 1.2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은 2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진 모르지만 골디락스가 물 건너간 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투자운용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연준의 대처(금리 인하)가 늦어져 (경제 상황이)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경기 침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2일 전 세계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미국 일자리 보고서와 각종 지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식을 넘어 암호화폐 시장까지 번지면서 4일 비트코인은 두 차례에 걸쳐 6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외신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폭락을 거듭한 대형 기술주에 대한 불안에 일자리 보고서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11월 미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지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이번에 발표된 7월 일자리 보고서는 미국의 고용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미국 경제가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실업률, 고용지수, 제조업지수도 한결같이 어두웠다. 2일 이른바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0에 육박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증시 급락 사태는 주말이 이어지면서 잠시 멈췄다. 하지만 쉬지 않고 돌아가는 암호화폐 시장은 주말에도 파장이 이어졌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 비트코인은 4일 2번에 걸쳐 6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의 급격한 폭락과 경기 침체 우려를 둘러싼 위험 회피 분위기 때문에 하락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 정책에 정책적 오류의 위험이 있다는 분명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연준은 실수를 했다. 금리는 몇 달 전에 인하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간 계속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파월은 여름 휴가를 취소하고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라. 6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압박했다. 시장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정상화를 위한 공격적이고 명확한 신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9월과 11월에 각각 0.5%포인트씩 연내에 총 1.25%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2001년과 2007년 경기 침체 직전에도 연준은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대선에 어떤 영향 줄지도 촉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11월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SJ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광범위한 경제 침체가 나타난다면 이미 엎치락뒤치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대선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정적인 경제뉴스, 해고 증가, 주식 시장 혼란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조 바이든 행정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뜻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가였던 마크 슈머린은 “경제가 침체되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건 당연하다”고 WSJ에 전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 미국 경제는 붕괴가 아닌, 뜨거웠던 상태가 정상으로 식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숫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숫자 그 자체보다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캠프는 실업률 상승을 민주당 공격에 활용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조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경제학자 존 론스키의 말은 곧바로 공화당의 X에 공유됐다. 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새대가리(birdbrain)’, ‘저능아(low IQ)’, ‘또라이(nuts)’, ‘돌처럼 멍청한 인간(dumb as a rock)’…. 11월 대선을 앞둔 요즘, 미국 정치권에 날아다니는 막말들을 보면 씁쓸한 웃음이 난다. 지구 반대편으로 와도 어쩜 정치는 이리 비슷한지…. 나만 옳고, 나만 지지받을 자격이 있다는 그 확고한 믿음은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만큼 인간의 자기본위적 본성이 극대화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머지않아 이런 ‘인간적인(?) 막말’을 그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요즘 미국 유권자들은 ‘욕망’과 ‘테크놀로지’의 컬래버레이션이 낳은, 영악하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세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딥페이크 콘텐츠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서 논란된 ‘바이든 노망’ 가짜 동영상 최근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해리스 영상’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자가 만든 이 영상 속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실 노망이 났으며, 난 나라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선 1도 모른다”고 말한다. 물론 해리스 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영상 속 목소리는 틀림없는 그의 목소리다. 이 영상은 1억93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X에 공유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논란이 됐다. 트럼프 지지자인 머스크 CEO는 원작자가 ‘패러디’라고 명시했던 내용을 지우고 ‘이거 대박임’이란 말만 달아 공유했다. 해당 영상은 1억3000만 번 조회됐고, 사람들은 ‘진짜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X에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해 해를 끼칠 수 있는 합성되거나 조작된 영상은 업로드 금지’라는 규정이 있지만 정작 X의 경영자인 머스크는 이로부터 자유로웠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사실 이런 세상을 구현할 기술은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개발돼 왔다. 기자가 정보기술(IT) 분야를 취재하던 2013년 만났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연구개발(R&D)센터 소장은 그때 이미 기자에게 음성 조합 기술을 보여 줬다. 처음엔 좋은 의도였다.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게 창의력이죠’란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누구든 1시간 정도 말하게 한 뒤 그 음성을 10분의 1초 단위로 쪼개면 특정 발음을 할 때의 음성을 추출해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사이 기술은 발전했고 이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1시간이 아닌 10초 분량의 목소리만 있으면 음성 조합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이나 제대로 된 법제는 없다. 기술이 제트기면, 법은 달팽이다. 이런 세상의 피해자는 정치인과 연예인뿐일까. 딥페이크는 이미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휴대전화 속 음성파일을 해킹한 뒤 가족의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 돈을 뜯어가는 보이스피싱 악당들부터 동급생의 얼굴을 딥페이크로 조작해 음란물을 만든 국내 한 국제학교 학생들까지,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대로 타인을 이용하려는 괴물은 더 많아질 것이다.평범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딥페이크 이런 세상에서 가짜에 속아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검증 안 된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고, 기술 플랫폼들이 ‘떠먹여 주는(feed)’ 콘텐츠를 보는 세상에선 더욱 그렇다. 당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내가 보는 것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옳은지 그른지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그만 싸우고 욕망에 기술을 악용하는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언젠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자신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연준이 9월 회의 때 금리를 내리면 2022년 초부터 시작됐던 글로벌 고금리 사이클이 2년 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각국도 금리를 이미 내렸거나 내릴 채비에 나서고 있다. 내수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시달리는 한국 역시 조만간 미국을 따라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5.25∼5.50%로 동결하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안정이 유지될 경우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는 9월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0’회에서 여러 차례의 금리 인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올해 남은 9, 11, 12월 등 세 차례의 FOMC에서 최대 세 번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월가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100%로 보고 있다. 금리 선물(先物) 시장 지표로 연준의 금리 정책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현재 시장 참가자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86.5%로 보고 있다. 특히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 한꺼번에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 확률도 13.5%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이처럼 금리 인하에 빠르게 시동을 건 것은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고용시장도 둔화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2022년 7.0%를 넘나들었던 것보다 크게 안정됐다. 동시에 실업률은 2년 7개월 최고치인 4.1%로 올라섰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해진 셈이다. “美, 올해 최대 3번 금리인하 가능성”… EU-中 이미 내려[美 9월 금리인하 시사]끝이 보이는 고금리 시대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에소비-투자도 증가, 경제 변화 전망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우리는 금리를 완화할 여유가 있다”며 “(높은 금리로 인해) 노동 시장이 더 이상 냉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연준이 예상대로 다음 달 금리를 내리게 되면 이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 된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낮췄다가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자 2022년 3월부터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렸다. 이후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과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7월에는 금리를 2001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인 현 수준(5.25∼5.50%)까지 올리고 1년 넘게 유지해 왔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도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올해 6, 7월 두 달 연속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기존 5.0%에서 4.5%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25%로 인하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22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췄다. 1일 영국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기존 5.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5.0%로 낮췄다. 영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각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내릴 준비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는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등 주요 자산 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물 경제 쪽에선 각국의 민간소비와 기업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 현상이 완화돼 아시아 등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가 반등할 여지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이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로 금리 인하 국면은 최소 내년까지는 갈 것”이라며 “미국이 내리면 유럽 등 다른 나라도 따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美 금리인하 신호에 한은도 10월 내릴 가능성… 집값-가계빚 변수[美 9월 금리인하 시사]내수 부진에 경기부양 필요성 커져… 美인하땐 자본 유출 우려도 줄어집값 상승세 조짐에 주담대 급증… 美대선-중동 위기 등에 인하 부담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도 변곡점을 맞이했다. 내수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세 둔화로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지만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가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중동 확전에 따른 유가 변동, 환율 불안 등도 한은이 마음 놓고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 미국이 내리면 10월 인하 가능성 현재 경기와 물가 지표만 놓고 보면 한은은 지금 당장이라도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물가상승률은 올 4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에 머무르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이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마이너스(―0.2%)로 추락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 한국과의 금리 차(2.0%포인트)가 줄어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려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라며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2023년 1월 현 수준(3.50%)까지 높이고 1년 6개월 이상 유지하고 있다. 한은의 긴축은 고물가 고환율 등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고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 내수 및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와 여당 등도 최근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및 가계부채가 변수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한은에 큰 부담이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최근 불붙은 아파트 가격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8% 올랐다. 19주 연속 상승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값 상승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점도 섣부른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 국제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국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다만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에 기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대책 효과 등을 살핀 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내수 침체를 고려하면 한은이 이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대출 규제 시행 이후인 10월에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선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르면 11월, 현실적으로는 내년 1월에야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5.25∼5.50%로 유지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결정문 수정과 추후 이어진 기자회견을 통해 안정세를 찾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데이터의 이변이 없는 한 9월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연준 발표가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면서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연준은 최근 이어진 인플레이션 하락세와 노동시장 냉각을 반영해 통화정책 결정문의 곳곳의 표현을 수정했다. ‘고용이 여전히 강세다(remained strong)’는 이전 문구를 ‘둔화됐다(moderated)’로 바꿨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remained low)’는 표현은 ‘증가됐지만 낮게 유지되고 있다(moved up but remains low)’로 고쳤다. 무엇보다 달라진 부분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던 표현을 ‘두 가지 책무를 모두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바꾼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책무라 ‘물가’와 ‘고용’을 모두 안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날 결정문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리면 고용이 타격을 받고,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결정을 내리는 게 아주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의 물가와 고용은 우리가 그간 보길 원했던 딱 좋은 추세를 보이고 있고 더 이상의 고용 냉각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다음 금리 결정시기인 9월까지 갑작스런 인플레이션 상승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를 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일각에서 최근의 빠른 고용 냉각 추세를 고려할 때 9월이 아닌 이번 7월에 당장 금리를 인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위원 중 그런 의견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현 금리 유지를 지지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11월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연준은 절대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며 개입 받고 싶지도 않다”면서 “오직 데이터에 근거해 무엇이 미국인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지만 따져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연준이 ‘2% 달성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하게 봐 온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6월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상승해 이미 2%대에 진입한 바 있다. 6월 미국의 실업률도 4.1%로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지며 고용 시장의 빠른 냉각을 반영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연준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금의 물가와 고용상태는 정확히 우리의 기대와 부합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본 건 불과 한 분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데이터를 통해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경제정책에서 마치 안정된 듯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 변경으로 갑자기 상승하며 더 큰 피해를 줬던 것을 걱정한 것이다.파월 의장은 “(경제 지표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는) 테스트가 충족된다면 9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며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데이터의 총체성, 생성되는 전망, 위험 균형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다음 FOMC회의는 9월 17일과 18일에 열린다. 9월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그 범위는 0.25%포인트 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고용 냉각을 고려해 0.5%포인트가 인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가능성”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연준의 결정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고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9.46포인트(0.24%) 오른 4만842.79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85.86포인트(1.58%) 상승한 5522.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51.98포인트(2.64%) 오른 1만7599.4에 거래를 마쳤다.최근 ‘인공지능(AI)주 거품 우려’에 하락을 거듭해 온 엔비디아는 12.81% 치솟으며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기업 AMD는 4.36%, 애플은 1.5% 올랐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31·임실군청)가 파리 올림픽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김 선수의 스타일에 반한 팬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액션 영화에 섭외해야 한다”고 극찬했다. 지난달 30일 뉴욕포스트 등은 이번 올림픽에서 김 선수가 영화 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포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왼쪽 눈 커버와 오른쪽 눈 위에 렌즈가 달린 은색 하드웨어에 흥미를 느꼈다”며 “그를 영화에 출연시켜야 한다는 평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특히 X 등에선 김 선수를 ‘궁극의 강자’로 칭하며,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했던 영화 ‘존 윅’을 연상시킨다고 칭송했다. 한 틱톡 이용자의 김 선수 편집 영상은 하루 만에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와 42만 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글로벌 남성 패션잡지인 GQ도 가세했다. 미국판 GQ는 홈페이지에 ‘한국의 샤프슈터 김예지, 2024년 올림픽 스타일 스타’란 기사에서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가장 놀라운 스타일은 개막식의 3인조 아방가르드 광대 복장이 아니었다”며 “사람들은 한국 사격 선수 김예지를 파리 올림픽의 가장 차가운 스타일 스타(coldest style star)로 꼽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된 영상은 사실 이번 올림픽은 아니다. 김 선수가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모습이었다. 당시 검은 모자와 경기복을 착용한 김 선수가 차가운 표정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자세와 표정을 보여준 게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의외의 반전은 허리춤에 달린 코끼리 인형이다. 외신들은 “다섯 살 된 딸의 인형”이란 디테일까지 전하며 그의 ‘반전 매력’에 관심을 보였다. 머스크 CEO 역시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그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김 선수의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 경기는 2일 본선, 3일 결선이 열린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성년자들이 페이스북, X,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때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게 기업들이 이들을 보호하고, 이를 어길 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는 법안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SNS 이용으로부터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이번 법안은 수년 간의 논의를 거쳐 추진된 기술 규제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하원을 통과해야 하고, 실제 규제 적용시 모호한 부분들이 많아 적잖은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어린이 및 10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안’ 및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안’을 찬성 91명 대 반대 3명으로 통과 처리했다. 법안에는 온라인 업체들이 미성년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 수치 기본값을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유사한 콘텐츠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시 유사 영상이 계속 자동재생 되면서 청소년들을 중독 내지 과몰입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이번 법안은 SNS에 정신 건강 장애, 학대, 성적 착취 등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주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유해 콘텐츠에는 괴롭힘, 폭력, 자살 조장, 섭식 장애, 약물 남용, 마약 및 담배, 술과 같은 불법 제품 광고 등도 포함된다. 만약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하거나 기능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법안은 나아가 SNS에서 17세 미만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부모 및 미성년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이른바 ‘지우기 버튼’을 만들도록 했다.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법제화되려면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공화당은 기술 규제 등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라 최종 법제화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합의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소셜 미디어와 다른 온라인 플랫폼이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며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무법 상태인 온라인에 노출돼 있고 현재의 법과 규제는 이에 대비하기 충분치 않다“고 하원의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31·임실군청) 선수가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김 선수의 스타일에 반한 해외 팬들이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과거 영상을 밈으로 만들어 화제인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액션영화에 섭외해야 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30일 뉴욕포스트 등은 이번 올림픽에서 김 선수가 마치 영화 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포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왼쪽 눈 커버와 오른쪽 눈 위에 렌즈가 달린 은색 하드웨어에 흥미를 느꼈다”며 “그를 영화에 출연시켜야 한다는 평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특히 X 등에서는 김 선수를 ‘궁극의 강자’로 칭하며,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했던 영화 ‘존 윅’을 연상시킨다고 칭송했다. 한 틱톡 이용자는 ‘난 김예지에게 좀 미쳐있다’는 글과 함께 편집 경기 영상을 올려 하루 만에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와 42만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김 선수의 스타일이 화제가 되자 글로벌 남성 패션잡지인 GQ도 가세했다. 미국판 GQ는 홈페이지에 ‘한국의 샤프슈터 김예지, 2024년 올림픽 첫 돌파 스타일 스타’란 기사에서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가장 놀라운 스타일은 개막식의 3인조 아방가르드 광대 복장이 아니었다”며 “사람들은 이미 일요일에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딴 31세의 한국 사격 선수 김예지를 파리 올림픽의 가장 차가운 스타일 스타(coldest style star)로 꼽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첨단 스포츠웨어를 입어 공상과학(SF)영화 암살자를 연상시키는 김 선수의 패션을 세세하게 분석했다.소셜미디어에서 더 큰 화제가 된 영상은 이번 올림픽 경기 장면은 아니다. 김 선수가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장면이었다. 당시 김 선수는 검정 경기복에 검은 모자를 착용해 올 블랙룩을 선보였다.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사격 자세와 내려보는 시선,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마치 ‘암살자’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점수를 확인하는 모습이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의외의 반전은 허리춤에 달린 말랑말랑한 코끼리 인형이었다. 외신들은 “한국 매체들에 따르면 다섯 살 된 딸의 인형”이라는 디테일까지 전하며 ‘반전 매력’에 관심을 보였다. 머스크 CEO 역시 당시 영상을 공유하며 “그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고 적었다.한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김 선수의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 경기는 다음달 2일 본선, 3일에 결선이 열린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42번가 타임스스퀘어 광장. 일대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한낮의 열기와 시큼한 냄새로 가득했다. 냄새를 따라 눈을 돌리니 바삐 걸음을 옮기는 관광객들 사이로 미동도 없이 시멘트 바닥에서 잠든 맨발의 노숙인이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마약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20대 청년 노숙인이 괴성을 지르며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있었다. 그는 행인들 사이를 쏘다니며 욕설도 쏟아냈다.》익명을 원한 인근의 한 잡화점 사장은 “난 백인이 아니지만 11월 대선에서 무조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가게 앞에 노숙인들이 진을 치면서 매출이 약 25% 떨어졌고 부동산 가치도 급락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숙인들이 종종 매장을 급습해 물건을 훔치거나 밤에 칼로 직원을 위협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맨해튼이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렸던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대선에서는 이 짜증나는 상황을 해결해 줄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그간 미 정치권에서는 대도시 거주자, 비(非)백인계 등은 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최근 몇 년간 노숙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뉴욕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불법 이민자, 마약 중독자, 노숙인 등을 ‘약자’로 여겨 이들에게 온정적인 정책을 편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책 때문에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대도시의 ‘친민주당 성향 저소득층’이 공화당을 지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가 이번 대선에서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 노숙인 7만 명…20년 최고치 지난달 뉴욕시 당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뉴욕에만 약 7만 명의 노숙인이 있다. 이 중 최소 4100명이 보호소가 아닌 거리, 지하철 등에서 잠을 잔다. 노숙인 시민단체들은 “너무나 과소평가돼 있어 의미 없는 숫자”라고 지적하지만 이 수치 기준으로도 뉴욕 노숙인 수는 최근 20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노숙인이 급증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계속되고 있는 집값 상승이다. 둘째는 불법 이민자 유입이다.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사태 뒤 미 전역의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의 기존 최고치보다도 30% 이상 올랐다. 맨해튼 기준으로도 방 하나짜리 아파트 가격이 코로나19 사태 전 방 두 개짜리 아파트 값보다 비싸졌다. 이는 그만큼 집값을 내지 못해 거리로 밀려나는 미국인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65세 이상 노인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모두 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에서 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 뉴욕은 미 대도시 어디에도 없는, ‘잠잘 곳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침대를 보장해야 한다’는 일명 ‘쉼터에 대한 권리’(Right to Shelter)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법 이민자들까지 대거 뉴욕으로 유입되면서 쉼터는 이제 일주일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을 만큼 완전 포화 상태다. 주로 남부 텍사스주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이 차로 29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뉴욕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불법 이민자들을 무료 버스에 태워 뉴욕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국경지대에 접한 우리가 겪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당신들도 한번 느껴보라’는 취지다. 애벗 주지사는 뉴욕은 물론이고 수도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주요 대도시로도 불법 이민자를 실은 버스를 보냈다. 이로 인해 ‘텍사스주에만 도착하면 비행기처럼 큰 무료 버스가 있다’는 소식이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 퍼졌고, 더 많은 이민자가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장 많은 불법 이민자를 ‘수송 당한’ 뉴욕은 지난달까지 총 4만5033명의 불법 이민자를 받았다. 이들 중 많은 수는 노숙인이 됐다. 결국 뉴욕은 2022년 이후 노숙인이 가장 많이 늘어난 도시로 변했다. 쉼터를 불법 이민자들이 차지하면서 집을 잃은 미국 시민이 쉼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NYT는 “처음 쉼터에 대한 권리 법이 만들어진 1981년만 해도 뉴욕 주민을 위한 125개의 침대만 마련하면 됐지만 지금은 6만5000명의 이주민을 포함해 12만 명 이상이 쉼터에서 산다”고 전했다.● 시민 “불법 이민자로 우리 혜택 줄어” 불만 뉴욕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맨해튼 거주자 마크 씨는 “평생 세금을 낸 미국 시민은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는데 불법으로 넘어온 외국인이 쉼터뿐 아니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선불) 카드까지 제공받는 상황이 공평하지 않다”고 했다. 노숙인과 관련된 사건사고 또한 시민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노숙인의 마약 문제, 정신건강 이상 등이 얽혀 최근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는 행인을 구타하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을 선로로 밀쳐 죽거나 다치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절도 사건 또한 빈번해져 최근 뉴욕 내 주요 상점에서는 자물쇠가 달린 유리 진열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안에 보관된 상품들은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치약, 칫솔 같은 평범한 생필품이다. 노숙인이 주로 이런 물건을 노리는 탓이다. 카페 안으로 뛰쳐 들어와 카운터 앞에 놓인 팁을 넣는 통을 들고 도주하거나, 냉장 매대에 전시된 음료수를 훔쳐 달아나는 상황도 빈번하다. 최근 뉴욕포스트는 맨해튼, 퀸스, 브롱크스,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 등 뉴욕 내 5개 자치구의 이민자 쉼터 설치 현황을 분석하며 “절반의 쉼터가 퀸스 등 가장 가난한 지역에 몰려 있다”고 꼬집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제3세계’”라며 “우리 지역에 범죄를 가져오는 게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낸다. 공화당이 민주당을 공격할 때 불법 이민자 의제를 항상 거론하는 이유 또한 이런 민심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캘리포니아주도 노숙인 캠프 해체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노숙인을 몰아내는 데 더 큰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25일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또한 지역 내 수천 개 노숙인 캠프를 해체하라고 명령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그동안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도 최소 18만 명의 노숙인이 캘리포니아에 있다는 ‘현실’과 커지는 주민들의 불만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보수파와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세력은 그간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지만 노숙인 의제에서 ‘특이한 동맹’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30∼31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신호를 보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최근 고용 시장 둔화 등으로 미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이번 FOMC 회의에서 당장 7월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낮다”며 “대신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이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8회 연속 동결하겠지만, 금리 인하 방향을 정하고 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다. WSJ가 연준이 금리 인하 신호를 내놓을 것으로 보는 데는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개선됐고, 고용 시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지만 5월(2.6%)보다는 낮아졌다. 또 실업률은 지난해 말 3.7%에서 지난달 4.1%로 상승해 고용이 둔화되고 있는 게 뚜렷해졌다. 지난달 실업률은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각에선 최근 경기 지표를 고려하면 연준이 7월에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너무 뜸을 들이면 오히려 경제가 연착륙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은 미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는 걸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은 올해 최소한 두 번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던 점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 그리고 미 소비자 심리 지수가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점 등도 금리 인하를 앞당겨야 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WSJ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2년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오판하는 바람에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고용시장 둔화에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은 9월에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고 있다. 9월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낮아질 가능성은 11.3%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아시아 증시는 29일 강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 전날 대비 2.13% 오른 38,468.63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1.23%)와 대만 자취안지수(+0.20%) 등도 올랐다. 특히 SK하이닉스(+1.98%)를 비롯해 일본 도쿄일렉트론(+3.67%), 대만 TSMC(+2.16%) 등 최근 낙폭이 컸던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정부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그룹 안다리엘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 ‘림종혁’을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림 씨 체포를 위해 현상금으로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내걸었다. 림 씨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군사기지, 병원 등을 해킹해 다수의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25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림 씨는 군사시설과 의료기관 등을 해킹하고 돈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림 씨는 3개월 이상 NASA 컴퓨터 시스템과 텍사스 랜돌프 공군기지, 조지아 로빈슨 공군기지 등에 접근해 상당량의 데이터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NASA와 미국 군사 기지를 포함한 11개 미국 주의 17개 기관과 중국, 대만, 한국의 방산업체 및 에너지 회사도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또 림 씨 일당은 캔사스주의 한 병원을 랜섬웨어로 해킹해 의료 서비스를 중단시킨 뒤 “1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주소로 보내지 않으면 모든 파일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사업을 망가뜨리겠다”고 협박했다고 AP는 전했다. 실제로 이 병원은 컴퓨터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10만 달러를 림 씨 측에 지급한 뒤, 이를 FBI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미 수사 당국은 블록체인 추적을 통해 림 씨가 중국 은행을 통해 돈을 세탁한 다음 이를 이용해 컴퓨터 서버를 구매하고 전 세계의 방위, 기술 및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추가로 진행한 것도 확인했다. AP는 FBI 고위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정찰총국이 전투기, 미사일 방어 시스템, 위성 통신 및 레이더 시스템의 세부 정보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