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슬람국가(IS)’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이라크에서 정치 개혁이 지체되는 데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해 이라크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 30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43·사진)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그린존’ 콘크리트 차단벽을 무너뜨리고 이라크 의회를 점거했다. 그린존은 의사당과 정부 청사, 외국 공관 등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 설정된 보안구역으로 그린존이 침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본회의장까지 점거한 뒤 “현 내각을 해체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새 내각을 세우라”며 의회와 정부를 규탄했다. 군경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경고 사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6시간 뒤 의사당에서 물러났지만 그린존 안에 있는 의사당 근처 이흐티팔라트 광장에서 밤새워 농성을 이어갔다. 치안 당국은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이번 사태는 시아파 민병대를 이끌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사드르의 연설로 촉발됐다. 그는 이날 “정부와 의회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지지자들이 관공서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 위기와 정치권의 부패로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드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수개월째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 왔다.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는 정치권의 부패와 종파 갈등 해소를 위해 전문 관료로 구성한 이른바 ‘개혁 내각’ 후보자 명단을 3월 말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회는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등 종파와 민족 간의 이해가 엇갈려 비준 기한이 지나도록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르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투쟁을 이끈 현 시아파 지도자 무함마드 무함마드 사데끄 사드르의 아들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는 자신이 조직한 마흐디 민병대를 동원해 반미투쟁에 나섰다. 미군에 쫓겨 2006년 말 이란으로 망명했다 2011년 귀국한 후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한 쿠바의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80)이 사임했다고 로마 교황청이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가톨릭 주교의 정년인 만 75세 때 사직서를 낸 뒤 교황의 재량으로 연장 근무를 해왔다. 오르테가 추기경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사로 미 백악관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35년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대주교를 지내면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아르헨티나 추기경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라틴아메리카 주교 총회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아왔다. 쿠바 태생으로 캐나다 퀘벡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964년 고향인 마탄사스 주에서 사제가 됐다. 1981년부터는 아바나 대주교를 맡아 교황의 쿠바 방문을 3번이나 주선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북유럽의 복지국가 핀란드가 모든 국민에게 월 550유로(약 70만 원)를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복지와 실업문제를 풀기 위해 자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정부 차원에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핀란드 국영방송 YLE 등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 의뢰로 작년 10월 기본소득 모델 연구를 시작한 핀란드사회정책연구소(Kela)는 지난달 말 기본모델 검토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부분 기본소득’ 제도를 정부에 제안했다. 최저생계비 등 기본적인 보장은 기본소득인 월 550유로로 통합해 지급하고 소득과 연계된 연금 등은 개인별로 차등 지급하게 된다. 핀란드 정부는 내년부터 시범실시를 할 방침이다. 전국 130여 만 가구 중 최소 1만 가구를 뽑아 2년간 실시한 뒤 전국적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근로와 직업선택, 창업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다. 기본소득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형식 때문에 급진적인 좌파정책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중도우파의 핀란드 정부는 비대해진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높은 실업급여로 인한 근로의욕 감소를 막기 위해 우파적 시각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추진해왔다. 유하 시필라 핀란드 총리는 “나에게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는 사회보장체계의 단순화”라며 복지정책의 무조건적 확대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월 800유로(약 103만 원)를 지급하면서 최저생계비와 연금 등 모든 사회보장 급여를 대체하는 ‘완전 기본소득’ 등도 검토했지만 근로의욕 고취 효과를 고려해 부분 기본소득 제도를 선택했다. 기본소득 제도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수요 창출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달 스위스에서는 모든 성인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을, 청소년에게는 월 625스위스 프랑(약 75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위트레흐트 등의 지방정부가 월 980달러(약 111만 원) 기본소득을 놓고 시범실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예술협회는 매월 308파운드(약 52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마련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남미의 가난한 나라 에콰도르에서 연일 규모 6, 7의 강진이 계속돼 이재민이 기거할 천막이 부족한 상황이 되자 주한 에콰도르대사관이 한국인들의 온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오스카 에레라 길버트 대사(사진)는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사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50여 차례나 계속되는 여진으로 이재민들의 공포가 극해 달해 체육관 등 벽돌로 지어진 대피소로는 무서워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노숙을 피하게 해 줄 천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천막 1개 가격은 약 250달러(약 28만5000원). 이재민의 노숙 생활이 길어지면서 화장실 등 위생 시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뒤 현재까지 사망 587명, 실종 15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이재민은 2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에레라 대사는 “노숙하거나 차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파악되지 않아 실제 이재민은 훨씬 더 많다”며 “지금은 구조보다 이재민과 부상자 구호에 도움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에레라 대사는 회견 말미에 약간 울먹이며 “한국 사람들이 힘들 때 서로에게 말해주는 ‘파이팅!’의 의미를 안다. 에콰도르 국민들에게 그 ‘화이팅!’ 정신을 고스란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6·25전쟁 때 한국에 쌀을 보내 준 에콰도르를 위해 한국 정부는 7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을 비롯해 민간기업과 시민들이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대사관은 은행계좌(KEB하나은행 630-010454-081, 예금주 주한에콰도르대사관)를 개설하고 한국인들의 도움을 요청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미국에서 ‘한국식 타코’를 선보여 유명해진 푸드 트럭 사업가인 ‘고기BBQ’ 창업자 로이 최 씨(46)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6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다. 한국식 타코는 최 씨가 김치와 불고기를 멕시코 스낵 타코와 결합해 만든 음식이다. 타임은 21일(현지 시간) 최 씨가 거액을 투자받지 않고도 요리사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했고, 자신의 푸드 트럭 이동 일정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지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타임은 최 씨를 포함해 개척자 23명, 거인·거목 15명, 예술가 18명, 지도자 31명, 아이콘 13명 등 5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100명을 발표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최 씨는 대학 졸업 후 직업이 없는 생활을 하다가 26살 때인 1996년 미국 뉴욕 주의 요리학교에 입학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2008년 10월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푸드트럭 ‘고기(Kogi)’에서 ‘한국식 타코’를 선보여 스타덤에 올랐다. 창업 당시 매출액은 200만 달러(약 22억8000만 원)였다. 이후 ‘로콜(Locol)’이라는 신개념 패스트푸드 가게를 열고 빈곤층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패스트푸드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한편 13일 마감된 온라인 독자투표에서 2위에 올랐던 한국의 인기그룹 ‘빅뱅’은 최종심의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대거 투표해 형평을 잃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날 “사드 같은 상층 미사일 방어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한미동맹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군사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사드와 함께 저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체계를 PAC 2에서 PAC 3로 개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브룩스 지명자는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패트리어트 요격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이 한반도 중요 자산을 방어하는 데 요긴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한국은 사드와 같은 상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해 미국과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지명자는 “2월7일부터 한·미 양국 간에 공식 협의가 시작됐다”고 확인한 뒤 “이 같은 협의는 중요한 양자적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준을 통과하면 첫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되는 브룩스 지명자는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독일과 한국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초·중급 장교 시절 공수부대와 보병부대 지휘관을 지낸 야전·작전통으로, 주한미군에서는 대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이 예비역 육군 소장, 형이 예비역 준장을 지냈다.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육사 생도 대장을 지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유엔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2270호)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선박 무두봉 호가 멕시코 정부에 몰수됐다고 연합뉴스가 15일 보도했다. 무두봉 호는 2014년 7월 멕시코 해역에서 좌초됐다 구조된 뒤 안보리 제재 대상임이 밝혀졌고 멕시코 정부가 2년 가까이 억류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멕시코 연방 검찰청은 14일 무두봉 호를 국가 재산으로 몰수하는 명령을 관보에 게재했다. 몰수 효력은 게재 당일 발생했다. 연방 검찰은 “더 이상의 행정력 손실과 국가비용 지출을 방지하고자 무두봉호를 국가재산으로 몰수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북한 선원은 지난해 모두 돌려보냈고, 선박 억류에 따른 정박 비용은 정부 예산으로 부담해 왔다. 이에 앞서 4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멕시코 정상회담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멕시코는 유엔 회원국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무두봉호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6·25전쟁 당시 장진호(長津湖) 전투에서 혼자 힘으로 진지를 사수하고, 수류탄 공격을 받은 전우들을 위험에서 구한 미 참전 해병 헥터 캐퍼라타 씨가 별세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향년 87세. 1950년 고인은 약 2주간의 훈련을 받은 뒤 미 해병대 일병 소총수로 참전했다. 그해 11월 28일 밤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받았고, 고인은 전우들은 부상을 당한 가운데 혼자 힘으로 다음날 아침까지 진지를 지켜냈다. 혼자 사살한 중공군이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부상당한 전우들이 있는 참호로 수류탄이 날아들었을 때는 이른 집어 내던짐으로써 동료들의 목숨도 구했다. 고인은 이런 공을 인정받아 1952년 미국 군인에게 수여되는 최고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한국의 최고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도 받았다. 장진호 전투는 미 제10군단 예하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 제9병단 7개 사단의 포위를 뚫는 과정에서 2주간 치열하게 전개됐다. 미 해병1사단이 퇴각작전에 성공함에 따라 한국군과 유엔군, 피란민 등 20만 명이 흥남에서 남쪽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32·사진)가 업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가 테라노스의 혈액 진단기기 ‘에디슨’의 부정확성을 문제 삼아 최소 2년간 혈액검사 사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CMS는 테라노스의 캘리포니아 주 연구소의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홈스가 애리조나 주에 있는 연구소를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것도 금지했다. 두 연구소는 테라노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의 핵심 조직이다. CMS는 에디슨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지난해 11월 테라노스 캘리포니아 연구소를 조사한 뒤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라노스는 올 2월 해결 방안을 내놨지만 CMS는 이 방안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사업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명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던 홈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2003년 19세 나이에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하루 1, 2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매달린 끝에 알약 크기의 간편한 혈액 진단기기 ‘에디슨’을 개발해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테라노스의 기술은 기존 검사비의 10%로 각종 질병 진단이 가능해 저소득층과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인류 발전을 위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발전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2014년에는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 원)로 인정받아 이른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내부 고발자들이 테라노스 기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연방 보건당국에 제보하면서 홈스의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태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 뇌에도 이상을 일으켜 운동 능력이나 시력, 기억력에 장애를 입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11일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브라질 헤시페병원의 마리아 페레이라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 6명을 추적 조사해 운동 신경과 시력 등에 이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성 뇌신경 이상’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5~21일 미국신경학회(AAN) 연례 총회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한다. 연구팀은 환자 6명 중 5명은 퇴원 때 운동 기능에 이상이 남아 있었다며 이 중 1명은 시각 장애, 다른 1명은 기억력 및 사고능력 장애도 겹쳤다고 밝혔다. 페레이라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가 이런 뇌신경 손상의 분명한 원인인지는 더 연구해봐야 한다”면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영향을 뇌에 미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앤 슈챗 부소장은 1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 기간을 더 길게 관찰했을 때 소두증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천적 장애와 연관돼 있다”며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미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 센터의 앤서니 포시 소장도 “지카 바이러스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매우 특이한 균”이라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발병한 이후 현재 150만 명으로 늘었다. 북반구 여름철이 다가옴에 따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CDC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서 미 본토로 북상해 현재 50개 주 중 30개가 감염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대를 여행하고 돌아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은 11일 346명으로 이 중 32명은 임신부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10일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힌두교 사원에서 불꽃놀이 불씨에 폭죽 더미가 폭발하면서 건물이 무너져 최소 110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참사는 오전 3시 30분경 콜람 시 푸팅갈 사원에서 불꽃놀이 불씨가 폭죽더미에 옮겨 붙으면서 일어났다. 폭죽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사원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인근 주민 자야시리 하리크리슈난 씨는 현지 신문 타임스오브인디아에 “폭발음과 함께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하늘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당시 사원에는 힌두교의 새해를 기념하는 케랄라 주의 ‘비슈’ 축제를 나흘 앞두고 폭죽이 다량 저장돼 있었고, 불꽃놀이 축제를 보기 위해 한두교 신자 등 1만~1만 50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피해가 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오후 화상 치료 전문의 등과 현장을 찾아 “이번 화재로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케랄라 주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불꽃놀이를 허가하지 않았다며 화재 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사망자 1인당 20만 루피(약 346만 원)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이달 20일 호텔 인질극이 발생했던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번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가 무장 괴한의 로켓포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져 3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8일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한때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이 점령했다가 최근 유엔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말리 북부의 키달 지역에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다. 올리비에 살가도 말리 주둔 유엔평화유지군(MINUSMA) 대변인은 “오전 4시쯤 (무장 괴한 일당이 쏜) 로켓포 4~5발이 기지에 떨어졌다”며 “평화유지군 2명과 민간인 1명이 숨졌고 부상자 중 4명은 중태”라고 이날 밝혔다. 숨진 평화유지군 2명은 기니군 소속이며 민간인 1명은 부르키나파소 국적이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안사르 디네’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안사르 알딘’으로도 불리는 이 조직은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로 시작해 2014년부터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코엑스에서 테러를 일으키겠다는 협박 글을 온라인에 올려 한국 경찰을 긴장시킨 조직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 공격을 ‘국제법에 따른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안보리 15개국은 만장일치로 낸 선언문에서 “신속히 조사를 벌여 범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올려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와 부상자들에게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며 “ 범인들은 국제법상 전범으로 단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리에서는 20일 무장 조직 알무비라툰과 연계된 괴한 2명이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 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여 관광객 등 20명을 숨지게 했고, 24일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차량의 이동 도중에 길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탑승했던 유엔 직원 1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아르헨티나에서 12년간 계속돼 온 좌파 정권이 물러나고 우파 정권이 탄생했다. 22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 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56)이 당선됐다. 근래 남미 12개 국가 중 우파 정권이 집권한 것은 콜롬비아와 파라과이에 이어 세 번째다. 야당인 ‘공화주의제안당(PRO)’의 마크리 후보는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58)를 53% 대 43%의 득표율(개표 70% 기준)로 눌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시올리 주지사는 개표가 진행돼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배를 인정했다. 마크리 후보 지지자들은 시내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AFP통신은 마크리의 집권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치를 거의 70년간 지배해온 페론주의의 장악을 깨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페론주의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과도한 복지정책을 추진한 정치 이념으로, 1940년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처음 주창했다. 노동자 계층의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했다가 결국 국가의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남미에서는 좌파 정당들이 경제 사정이 악화돼도 분배 우선 정책을 추진하면서 페론주의에는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에서는 좌우를 떠나 페론주의의 그늘을 벗어난 정치인은 드물었다. 마크리 후보의 승리는 또 12년간 이어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003년 집권했고, 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연임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키르치네르주의(Kirchnerismo)’의 종말”이라고 보도했다. 페론주의를 계승했다고 자처한 키르치네르 부부는 지금까지 인권 탄압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자유시장과 개방경제에 반대해 왔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적극 추진했지만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 논리는 외면해 왔다. 아르헨티나는 1976년 군사정권 집권 이후 경기가 후퇴하며 빈번하게 부도 위기를 겪었다. 특히 1990년대 말에는 미국 달러와 페소화 환율을 1 대 1로 고정시켰다가 2001년에는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맞았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빈사 상태였던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2010년부터 다시 급격히 기울었다. 최근엔 인플레이션이 30%까지 치솟고 빈민층이 늘었으며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리 후보는 보호무역주의 대신 시장 개방, 성장 우선 정책을 펴겠다며 대권에 도전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주 시올리 후보와의 TV 토론회에서 “10년간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폐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생계비를 국가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복지 정책에도 반대했다. 마크리 후보는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다. 이탈리아 출신 토목건축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거쳤다. 1991년 30대 초반일 당시 갱단에 납치돼 12일 동안 갇혀 있다가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주고 풀려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12년간은 아르헨티나의 명문 프로축구클럽 ‘보카 주니어스’를 운영하면서 대중의 인기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2번의 도전 끝에 2007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우파 정당을 결성해 대권에 도전했다. 마크리의 승리가 확정되면 다음 달 10일 4년 임기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마크리의 승리는 주변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권이 야당 인사를 탄압한다고 비난하며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에서 축출하겠다고 밝혀 왔다. 남미공동시장 내 역학 구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132명의 사망자를 낳은 프랑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꼭 1주일 만인 20일(현지 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이 170명의 민간인을 상대로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면서 지구촌이 IS 공포에 떨고 있다. IS 추종 단체로 알려진 ‘안사르 알딘’이 20일 오전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한 고급 호텔을 습격해 최대 170여 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BBC 등 외신이 전했다. 무장 괴한들은 이날 오전 7시쯤 외교 번호판 차량을 타고 5성급인 ‘래디슨블루’ 호텔을 습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질극은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9시간여 만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가 호텔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 등 총 18명이 사망했다. BBC에 따르면 인질 170명이 붙잡혀 있다가 이 중 30여 명은 말리 특수부대와 미군 등의 공동 구출작전으로 풀려났다. 최대 13명으로 알려진 괴한들은 자동소총을 쏘며 호텔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호텔을 습격한 단체가 IS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딘’이라고 보도했다. 안사르 알딘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코엑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단체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인질 가운데) 한국인이 있는지를 계속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말리 수도 바마코의 최고급 5성 호텔을 습격한 괴한들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딘’으로 알려졌다. ‘안사르 알딘’은 ‘신앙의 수호자’로 불리는 단체로 ‘안사르 디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로 시작했으나 점차 이슬람국가(IS)가 득세를 하자 2014년부터 IS를 추종하기 시작한 단체다. 지난달 코엑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괴한들은 20일(현지 시간) 차량을 이용해 말리 수도 바마코의 외교가에 있는 래디슨블루 호텔에 도착한 뒤 호텔 경비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며 호텔에 난입했다. 이 호텔은 외교가에 있어 외교관들이 많이 묵고, 에어프랑스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텔 관계자는 “무장한 남성 약 10명이 호텔에 도착한 직후 호텔 앞 모든 경비원에게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호텔 7층 복도에서도 총기를 마구 쏘아댔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과 말리인 2명이 사망하고, 호텔 앞을 지키던 경비원 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 호텔을 소유한 미국의 레지도호텔그룹은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말리 군인과 경찰은 190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 주변을 봉쇄한 상태에서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헬기까지 호텔 상공을 선회하며 군경 작전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억류돼 있던 중국인 4명과 에어프랑스 소속 직원 12명 등 30여 명이 풀려났다. 인질로 잡혀 있던 기니의 유명 가수 세쿠바 밤비노 씨는 풀려난 뒤 “총소리를 듣고 깨어났고, 괴한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와 뭔가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 경전 꾸란을 암송해 보라고 하고 암송할 수 있는 인질은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인 20명, 프랑스인, 터키항공 직원 6명 등 138명은 진입 작전이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고 레지도호텔그룹을 인용해 BBC가 전했다. 현재 이웃 국가 차드를 방문 중인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은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대사관은 곧바로 트위터에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외출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말리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은 2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말리 인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바마코는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 지역이며 나머지 말리 전역은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 경보가 내려져 있다. 말리 인구는 1451만여 명(2009년 기준)으로 국민의 90% 정도가 이슬람교도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9년 독립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집단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며 세력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충돌하며 자주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는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확대하자 2013년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말리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허진석 jameshur@donga.com·조숭호 기자}
파리 연쇄 테러가 벌어졌던 13일 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위험한 순간을 어떻게 맞았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사건 당일 테러가 집중됐던 파리 11구에서 살라 압데슬람으로 추정되는 테러범의 발포 장면을 담은 한 식당 폐쇄회로(CC)TV를 단독으로 공개했다. 식당 이름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에는 무고한 여성 손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격발을 하는 극악무도한 테러범의 행태가 1분여 동안 그대로 담겼다. 오후 10시 34분 9초. CCTV 화면이 이 시각으로 바뀌는 순간 갑자기 총탄이 식당으로 날아들었다. 자유롭고 평화롭던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총성이 잠깐 멈추자 지하실과 위층으로 급히 피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한 남성은 몇 초 되지 않은 짧은 사격 중지 시간을 틈타 식당 안으로 몸을 던져 피했고, 잠시 뒤에는 손에 총탄을 맞은 여성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계산대 뒤로 급히 몸을 숨겼다. 테러범은 식당 밖에서 이처럼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총을 마구 쏘아 댔다. 그야말로 광란의 총격이었다. 차에서 총을 난사한 테러범은 곧 식당 앞 야외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갔다. 여성 몇 명이 총소리에 놀라 테이블 밑에 웅크리고 있던 곳이다. 테러범은 중동전 무장 게릴라처럼 칼라시니코프(AK-47)로 보이는 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여성들을 향해 두어 차례 격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때도 격발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차량으로 몸을 돌렸다. 그 사이 여성 2명은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피함으로써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데일리메일은 이 여성들의 머리 가까이까지 총구를 대고 총을 쏘려 한 테러범은 18일 파리 외곽 생드니 검거작전에서 추가 테러 모의자로 지목된 압데슬람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식당 내부의 테이블 아래에도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많았다. 만약 테러범의 총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야외 테이블에서 여성들을 살해하고, 식당 안까지 들어와 더 많은 인명을 살상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아찔하면서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이 신문은 총 3대의 CCTV 영상을 분석해 약 30발의 총탄이 발사됐고, 식당으로 피자를 찾으러 왔던 남성 1명은 식당 밖에서 총을 맞고 숨졌다고 전했다. 89명이 숨지는 최다의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은 이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13일 밤 이 공연장에서 두 여성의 시신 아래에서 살아난 다섯 살배기 남자 아이가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3일 밤 당시 피투성이인 채로 발견된 이 남자 아이는 칠레 국적의 어머니 엘사 델플라스 씨(35)와 외할머니 파트리시아 산 마르틴 씨(61)가 갑자기 총성이 울리자 본능적으로 소년의 몸을 감싼 덕분에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온 몸으로 총탄을 막아낸 것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파리 연쇄 테러를 총기획한 압델하미드 아부 우드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 프랑스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 아파트에 대한 급습 작전은 18일 오전 4시 20분(현지 시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용의자 2명이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폭했고, 7명이 체포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큰 폭발음과 함께 곧이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동 소총이 발사됐다. 특히 작전 시작 1시간 동안 총성이 끊임없이 울렸고 최소 7번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테러 용의자들이 은신했던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살았던 사브린 씨는 “새벽에 폭발 때문에 잠에서 깼는데, 곧이어 수많은 총소리가 들렸다. 거듭된 총소리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아들과 함께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 아파트에 파리 테러 총책인 아부 우드와 도주 중인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 그리고 치안당국이 새롭게 존재를 확인한 9번째 용의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급습했다. 아부 우드는 당초 시리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랑스 정보기관이 IS 관련 통신들을 감청한 결과 생드니 아파트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찰은 전날 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해 9번째 용의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당초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 용의자 2명만 탄 것으로 파악했지만 모두 3명인 것을 뒤늦게 알고 이 용의자를 뒤쫓던 중이었다. 검거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프랑스 경찰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테러가 아니다. 경찰의 작전”이라고 외치며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권고했다. 일부 주민은 시청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피난했다. 검거 작전이 진행되는 생드니를 향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은 두절됐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이날 작전은 7시간 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 40분경 마무리됐다. 테러 용의자 1명이 아파트 안에 숨어 저항하면서 오랜 시간 대치가 이어졌다. 작전 초반 여성 용의자 1명이 자살폭탄 벨트를 터뜨려 자폭했다. 나머지 남성 용의자는 경찰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프랑스 군경은 아파트 안에서 3명을 체포하고, 같은 거리의 다른 아파트에 있던 집주인 등 다른 용의자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테러 용의자들에게 집을 빌려준 집주인은 체포되기 전 AFP통신에 “친구 중 1명이 벨기에에서 온 자신의 친구 2명에게 며칠간 아파트를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 줬다. 테러범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생드니는 11·13 파리 테러 당시 공격 목표였던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가 있는 지역으로 무슬림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2005년 이민자 주도의 폭동 사건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알제리와 튀니지 모로코 등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사실상의 ‘게토(격리지역)’이다. 이민자들은 약 4만 명으로 주민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민자 통합 정책이 실패하면서 생드니의 청년 실업률은 프랑스 평균 청년 실업률의 배인 50%에 이른다. 특히 테러범이 숨어 있던 아파트가 있는 코르비용 거리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북쪽으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실시된 생드니 검거 작전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작전에 투입된 군경을 격려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도 검거 작전 직후 “아부 우드가 해당 아파트에 있다는 첩보를 받고 검거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아부 우드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검찰은 ‘아부 우드가 사살됐거나 체포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누가 체포됐는지 밝히기 어렵다. 확인하는 절차가 끝나면 (체포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올랑드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마뉘엘 발스 총리 등과 비상회의를 열고 작전을 지휘했다. 이번 작전에서 경찰은 5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군견 1마리가 죽었다. 총격전 끝에 용의자 7명을 체포하고 용의자들이 숨어 있던 아파트를 찾아냄에 따라 파리 테러 관련 수사는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기록이나 서류 등에서 핵심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허진석 jameshur@donga.com·이설 기자}
옥스퍼드 사전이 매년 영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어를 뽑아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에 사상 처음으로 문자가 아닌 ‘그림 문자’가 뽑혔다.옥스퍼드 사전은 16일 ‘2015년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을 그린 이모지(emoji)를 선정했다고 CNN머니 등 외신이 전했다. 이모지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畵(e)’와 글자를 의미하는 ‘文字(moji)’의 발음에서 나왔다. 컴퓨터 자판으로만 표현하는 ‘:)’와 같은 이모티콘(emoticon)과 달리 온라인상의 실제 그림이다. 옥스퍼드 측은 지난해 이모지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선정 이유로 밝혔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은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1000개가 넘는 전체 이모지 가운데 사용 빈도가 각각 20%와 17%를 차지했다. 전년에는 각각 4%와 9%에 불과했는데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모지가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스퍼 그래톨 옥스퍼드 사전 회장은 “전통적 문자가 21세기의 시각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것”이라며 “이모지는 유연하고 즉각적이며 분위기를 멋지게 불어넣는다”고 밝혔다. 올해의 단어 후보에 함께 오른 단어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refugee),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럼버섹슈얼(lumbersexual·외모와 패션에 신경 쓰는 젊은 남성), 애드 블록커(ad blocker·인터넷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다크 웹(dark web·특별한 소프트웨어로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 웹) 등이 있었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에는 ‘전자담배’ 혹은 ‘전자담배를 피우다’란 뜻의 ‘Vap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자기 얼굴을 스스로 찍은 사진을 뜻하는 ‘Selfie’(셀피)를 뽑았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15일(현지 시간) 프랑스의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근거지인 락까 공습은 프랑스와 연합군의 IS 대응 전략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1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IS를 응징하기 위해 처음으로 IS 내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적극 공세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항공모함 파견으로 연합군의 IS 격퇴전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 프랑스 공군은 이날 오후 7시 50분 락까 공습을 단행했다. 파리에서 테러가 처음 발생한 13일 오후 9시 20분 이후 46시간 30분 만이다. 첫 번째 목표는 신병 모집소와 무기고가 함께 있는 사령부 건물이었고, 두 번째 목표물은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였다. 군용기들이 도시 상공을 계속 선회하면서 현지 시간으로 자정 가까이까지 공습이 계속됐다고 현지 민간인 활동가들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활동가들은 “폭탄이 투하됐으며 축구장과 박물관, 의료시설에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약 22만 명의 인구가 사는 락까에는 전기와 수도가 끊어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돼 있던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주 2000 등 전투기 10대를 포함한 항공기 12대가 출동해 20발의 폭탄을 정밀 투하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목표물을 식별해 타격하는 합동직격탄(JDAM)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습은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였을 뿐 아니라 첫 군사시설 공격이었다. 프랑스는 작년 9월 이후 연합군의 시리아 IS 공습에 참여해 왔지만 주로 석유와 가스 시설을 공습했다. IS가 유전 시설을 활용해 밀수 시장에서 군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리아 공습은 의도한 목표에 맞췄다. 공습은 계속될 것이며 IS는 파괴될 것”이라며 락까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움직이는 전쟁기지’인 핵항모까지 동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IS와의 전투를 위해 페르시아 만에 핵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5일 밝힌 바 있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의 IS 대응 전략이 적극적 공세로 바뀜에 따라 핵 항공모함 전단의 연합군 내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수량이 4만2000t인 샤를드골함은 프랑스의 첫 핵항모로, 유럽 국가가 보유한 군함 가운데 가장 큰 핵항모다. 라팔 M, 쉬페르 에탕다르 등 전투기와 미국제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40여 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다. ○ 연합군도 가세 연합군도 IS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은 이날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로 명명된 IS 퇴치 작전에 따라 시리아와 이라크 내의 IS 기지에 대해 18차례에 걸쳐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국 국방매체가 연합군 사령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미국과 프랑스, 호주, 캐나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참여한 연합군이 전투기와 드론(무인기)을 동원해 6차례에 걸쳐 락까를 포함해 하사카, 다이르앗자우르 등을 공습했다. 이라크에서는 모술, 라마디, 신자르 등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드론이 동원된 12차례의 공습이 이뤄졌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미국이 이끌고 있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정보 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 공습을 계기로 IS의 교신 내용 등을 담은 이 정보도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5개국이다. 한편 벤 로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ABC 등 주요 방송에 출연해 “IS를 겨냥한 공습은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지만 미 지상군을 파견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 프랑스가 대응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락까 시리아 북부 락까 주의 주도로 IS의 심장부다. 인구 22만 명으로 군사령부, 각종 행정시설, 무기고, 신병모집소 등 IS의 주요 시설이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이 싸우는 사이에 IS가 이곳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올해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이어 13일 파리에서 129명의 사망자를 낳은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면서 프랑스가 연이어 테러 표적이 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테러는 미수 사건까지 합치면 올 들어 8번째다. 프랑스가 잇달아 테러의 표적이 되는 데는 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내부적으로는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이슬람교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에 앙심을 품은 ‘외로운 늑대’가 늘고 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는 오랜 경기침체와 이민자 증가 속에 이슬람교도들을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0월 말에는 파리 교외에서 북아프리카 이민자 폭동 사태가 2개월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프랑스 국내 정책도 이슬람 과격 세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프랑스의 한 지방법원은 이슬람교 학생을 위해 운영하던 ‘포크 프리(Pork Free·돼지고기를 넣지 않는 급식)’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의복인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옷)의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4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IS에 참여한 서방국가 출신 중 프랑스 국적자가 가장 많은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방국가 출신이 3400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프랑스 출신이 1200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800명) 영국(600명) 터키(400명) 등의 순이다. 프랑스가 대외적으로 이슬람 과격주의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알카에다 소탕을 위한 공습을 단행했고, 이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년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IS 격퇴를 위해 지난해 이라크 공습에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시리아에서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날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12년 11월 13일, 프랑스는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5일에는 페르시아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보내 IS와의 전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