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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충북 충주시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병원 3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사고 발생 9시간 만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이탈한 2월 20일 이후 충청권에서만 병원 이송을 거부당하고 사망한 세 번째 사례가 나온 것이다. 2월 23일에는 대전에서 80대 여성이,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보은군에서 33개월 여아가 각각 병원 7곳, 10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후 사망했다. 이를 두고 부족한 지방 응급의료 인프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신주 깔린 후 병원 3곳 ‘이송 불가’ 4일 보건복지부와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5시 11분경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A 씨(75)가 전신주에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른 주민이 몰던 트랙터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는데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깔린 것이다.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오후 5시 30분경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에 연락해 “전신주에 깔려 발목이 골절된 환자”라고 설명했지만 두 곳 모두 ‘이송 불가’를 통보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외상센터 이송 사안”이라는 이유로, 충주의료원은 “미세 골절 접합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과는 무관하다 ”고 말했다.환자는 사고 발생 1시간을 넘긴 오후 6시 14분경에야 사고 현장으로부터 20km가량 떨어진 충주미래병원으로 옮겨져 발목 수술을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으나 해당 병원에 외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외과 교수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환자는 이튿날 오전 1시 50분경에야 해당 병원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오전 2시 22분경 사망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4일 브리핑에서 “구급대의 환자 상태 평가 때 복강 내 출혈은 의심을 못 했고 수용 요청 때도 해당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충북 응급전문의 17개 시도 중 ‘최소’충북에선 지난달 30일에도 보은군에서 도랑에 빠진 33개월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뒤 대형병원 등 10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하고 사망했다. 이 사건 역시 복지부에서 전공의 사태와의 관련성 등을 조사 중인데 의료계에선 여아의 상태를 감안할 때 더 큰 병원으로 옮겼어도 생명을 구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하지만 전공의 사태와의 관련성이나 개별 환자의 상태와는 별개로 중증·응급 환자 이송 거부 사례가 반복되는 걸 두고 비수도권의 응급의료 인프라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특히 충북의 경우 응급의학전문의 수가 인구 10만 명당 1.4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충북대병원이 유일하며 단양군은 올해 초 단양의료원에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못 구해 연봉을 4억2000만 원까지 올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2년 의료 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98곳(39.2%)이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됐는데 이 중 충북 기초지자체가 8곳이었다. 1시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30분 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지 못하는 인구가 30% 이상인 경우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다.한편 전공의 병원 이탈 후 119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 앞까지 갔다가 받아주지 않아 돌아선 ‘재이송’ 사례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2월 18일부터지난달 27일까지 38일 동안 119구급대의 응급실 재이송은 616건 발생했다. 올 1월 1일부터 2월 17일까지 47일 동안 발생한 재이송이 243건인 걸 감안하면 더 짧은 기간에 2.5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587곳에서 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늘(3일)부터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며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형병원의 중증·응급 환자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공보의 285명을 대형병원에 파견했다. 지자체들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남은 인력만으로는 기존에 제공하던 진료 서비스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 확대를 요구해왔다. 병원의 경우 이미 2월 23일부터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됐다. 복지부는 보건소 246곳과 보건지소 1341곳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경우 공보의들이 섬이나 벽지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경증 질환자나 만성 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민간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화상 전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달 복용하는 약이 어느 정도 정해진 만성질환자는 전화를 통해 처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이 요구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올해 1조4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고위험·고난도 의료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해 행위별 수가제도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또 정부는 8일까지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을 대상으로 내년도 의대 교수 증원 희망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587곳에서 3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보건소 등에 배치됐던 공중보건의(공보의) 수백 명을 대형병원에 파견하면서 발생한 의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오늘(3일)부터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며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비대면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대형병원의 중증·응급 환자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공보의 285명을 대형병원에 파견했다. 지자체들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남은 인력 만으로는 기존에 제공하던 진료 서비스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비대면 진료 확대를 요구해왔다. 병원의 경우 이미 2월 23일부터 비대면진료가 전면 허용된 상태다.복지부는 보건소 246곳과 보건지소 1341곳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경우 공보의들이 섬이나 벽지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경증 질환자나 만성 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민간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화상 전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달 복용하는 약이 어느 정도 정해진 만성질환자는 전화를 통해 처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자 3차 비상진료체계 돌입을 준비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공보의도 추가로 파견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3일 병원장 간담회에서 “정부는 각 의료기관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이 요구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올해 1조4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고위험·고난도 의료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해 행위별 수가제도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한편 정부는 8일까지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을 대상으로 내년도 의대 교수 증원 희망 수요조사를 실시 중이다.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를 바탕으로 학생 증원 규모와 대학 소재 지역의 필수의료 수요 등을 고려해 대학별 교수 증원 규모를 정하고 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에 거주하는 황종일 씨(48)는 밤마다 심하게 기침을 했다. 인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두 달 후 함께 사는 지인이 결핵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황 씨는 ‘혹시 결핵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결핵 전문 병원인 국립목포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황 씨는 결핵 판정을 받고 이튿날 바로 입원했다. 황 씨는 매일 오전 6시 결핵 약을 복용하고 1시간 후 아침 식사를 한 다음 가벼운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는 “처음 입원했을 땐 숨쉬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다음 달 퇴원한다.● 국내 결핵 환자 여전히 1만 명대 많은 이들이 결핵을 ‘과거의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결핵 환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핵 환자는 전년 대비 4.1%가 줄어든 1만9540명이었다. 이 중 1만5640명은 신규 환자이고 나머지 3900명은 재발 및 재치료 환자 등이다. 결핵 환자는 2011년 5만49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2년 연속 감소세다. 결핵은 예방과 진단, 치료 모두 까다로운 질병으로 꼽힌다. 평생에 걸친 긴 잠복기간과 성인용 백신 부재로 예방이 어렵고 복잡한 진단검사로 결핵 판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또 6∼20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니 환자가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결핵 발생률 2위, 사망률은 4위를 기록했다.● 60여 년에 걸친 국가 결핵 관리 성과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발생 결핵 환자가 1만 명대로 감소한 것은 60여 년에 걸친 결핵 관리 사업 덕분이다. 정부는 1962년 보건소를 중심으로 결핵 관리를 시작했고 1968년 결핵예방법을 제정해 환자 규모를 줄여왔다. 2000년에는 전산을 통한 결핵 정보감시체계를 구축하고 2007년부터는 결핵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결핵관리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 치료까지 철저하게 관리 중이다. 2013년에는 결핵역학조사반을 만들어 추가 전파를 차단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결핵 안심벨트를 통해 취약계층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6년부터는 결핵 치료에 본인 부담금을 없애 진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2018년부터는 찾아가는 결핵검진도 실시하며 검진과 치료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결핵 진단, 치료제, 성인용 백신 등 연구개발(R&D)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결핵 퇴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며 “65세 이상 고령층은 매년 1회 제공되는 무료 보건소 결핵검진을 받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2027년 발생률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지난해 3월 질병청은 ‘제3차 결핵관리종합계획’에서 예방, 진단,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는 병원과 협력해 복약 상담, 확인 등 환자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취약계층 결핵 환자들에겐 따로 보건·복지 서비스와 연계해 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할 경우 결핵이 지역사회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질병청은 고령층을 비롯한 고위험군과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며 ‘결핵 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발생 결핵 환자 중 65세 미만 환자는 8231명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으나 65세 이상 환자는 1만1309명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전체 결핵 환자 중 고령층 비율은 57.9%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50%를 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결핵검진’도 계속 이어간다. 병의원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이동검진차량에 휴대용 X선 장비 등을 싣고 환자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노인정 등 공동 시설을 찾는 방식이다. 흉부X선 검사 결과를 원격으로 실시간 판독해 빠르게 결핵 환자를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시작된 ‘찾아가는 결핵검진’은 지난해까지 누적 약 86만 명이 받았고 751명의 환자를 발견해 치료를 지원했다. 손호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결핵 정책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다만 발생 환자 중 고령층과 외국인 비율이 높다는 점 등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발병률이 높은 대상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결핵 검진 및 잠복결핵감염 예방치료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한 의사단체가 병원을 떠난 파업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위해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음성적으로 일자리를 주선하고 후원금을 모으는 것으로 확인됐다.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행위는 겸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불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회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파업 전공의의 구인 및 구직을 돕고 있다. 이 채팅방에는 17일 ‘개원의-봉직의(월급 의사) 선생님들께, 전공의를 위한 비밀 후원’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전공의 채용을 원하는 개원의와 봉직의는 지역, 병의원 이름, 구인 기간, 주간 출근 일수, 업무 형태, 급여액을 제출해야 한다. 구직을 원하는 전공의들은 이름, 소속 병원, 전공과, 면허 번호, 휴대전화 번호, 의사면허증 사진을 인증하도록 했다. 협의회가 중간에서 양자를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22일 기준 약 290명이 구인구직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은 한 달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초음파를 배우고 싶다” 등의 요구사항을 제출한 전공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채팅방에서 선배 의사들이 후배 전공의들을 비밀리에 후원할 수 있는 계좌번호도 안내했다. 후원금을 모아주는 식으로 전공의들이 파업 기간을 버틸 수 있도록 돕자는 의도로 풀이된다.앞서 정부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더라도 진료유지명령이 유효하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일하면 겸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진료, 수술 등 근무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게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21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이) 5주째 들어서면서 전임의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기도 전에 순직할 지경”이라며 “의사들이 신체적·정신적 극한 상황에 놓인 채 환자를 보게 되면 환자에게도 위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진료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최소 33개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일 전의교협에서 33개 이상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선언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YTN에도 출연해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든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이 장기간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전공의 4개년 차가 한꺼번에 수련을 포기한 상황에서 내년에 입학하는 의대생 수를 늘려봤자 이들이 수련을 마치기까지는 10년이 필요하다”며 “향후 10년간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릴 의대 2000명 증원을 전광석화처럼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원칙 대응을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3월 안으로 돌아오라”며 다음 주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비수도권 병원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현재(45%)보다 높일 계획이다. 지방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을 받아 지방에 남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대 증원 인원을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서울 지역 대학들은 20일 정부 발표 직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방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지역 거점 국립대가 200명으로 서울 지역 주요 의대의 2배 안팎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수험생, 학부모들은 정부를 상대로 정원 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교육부가 서울 지역 의대에는 증원 인원을 한 명도 배분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서울 주요 대학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측은 의대의 반발과 비판을 감수해가며 증원을 추진했는데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기자에게 “배정 결과 발표를 보고 어처구니없었다”며 “다른 서울 지역 총장도 전화해 ‘이게 도대체 무슨 근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더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의대 중에는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증원을 신청한 곳이 적지 않았다. 한 서울 대학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극렬한 반발도 달래가며 신청했는데 벌써 의대에선 ‘결국 정부에 이용만 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한 ‘괘씸죄’로 서울이 증원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울 지역 의대 중 이화여대 의대는 내년도 정원이 현재와 똑같은 76명으로 전국 의대 40곳 중 가장 작은 ‘미니 의대’가 된다. 지금까지는 정원 규모로 전국 의대 중 18위로 중상위권이었다. 현 정원이 86명인 중앙대는 내년에 4번째로 작은 의대가 되고, 정원이 93명인 가톨릭대는 5번째로 작은 의대가 된다. 반면 경인 지역 의대 정원은 2, 3배로 늘어 서울 소재 의대들 사이에선 ‘서울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에 정원을 배분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당초 적은 숫자라도 배분하려고 했는데 배분 과정에서 지역 균형 원칙이 더 강조되면서 방침이 바뀌었다”며 “서울 지역 의대의 경우 신청 규모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지역 일부 의대생과 학부모, 수험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과 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분 배정 처분에 대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서 앞으로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가 20일 내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발표를 강행하자 의사들은 “정부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25일부터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현실화되면 의정 대립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의료 공백으로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정부와 의사 단체 간 대화를 호소했다.● “마법사도 아니고 돈 어디서 만드나”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의사 단체는 일제히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조윤정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이날 발표 후 브리핑을 갖고 “시설을 빼고 당장 건물만 짓는다 해도 몇 년이 걸린다. 전국 의대의 시설과 교원 교수를 모두 생각하면 수백조 원은 필요할 것”이라며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지팡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어디서 만들어 오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발표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와 휴학계를 낸 의대생이 돌아올 길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앞으로 상당수 의대생들이 사병으로 지원해 군의관과 공보의 자원이 격감할 것”이라며 “지금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신규 응급의학과 전문의 배출이 격감하고, 전공의 인력이 없거나 부족한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직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미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서울대와 연세대에 이어 성균관대,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졸속 정책이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시키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 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습할 수 없는 상황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등을 향해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다. 정부는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규모는 확정됐으니 필수의료 분야 보상 강화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의사 단체는 증원 규모가 확정된 만큼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관계자는 “2000명 증원 발표로 협의체 구성 같은 건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아무도, 누구도 나서서 수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의사 단체가 힘을 합쳐 집단 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의교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오후 8시부터 온라인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환자들 “정부-의사 단체 대화해야” 환자들은 이날 정원 배정 발표로 의정 갈등이 더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들은 지금 속수무책”이라며 “2차 병원에서도 중증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되지 않아 다시 서울로 보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정부와 의사들이 지금이라도 적극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장은 “의사들은 환자를 볼모로 진료를 거부한 채 정부와 싸우고 있고 정부도 환자를 볼모로 의사와 싸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환자를 중간에 놓고 서로 양보 없이 대치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환자”라며 “의사 단체가 조속히 대표성 있는 합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부가 전국 의대 40곳의 2025학년도 대학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했다. 총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어난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27곳)는 정원이 현재보다 1639명, 경기·인천 지역 의대(5곳)는 361명 늘었다. 서울 지역 의대는 1명도 늘지 않았다.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가 서둘러 대학별 정원을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의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증원분) 2000명 중 비수도권 대학에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배정했고,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지역 정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서울과 경인 지역 간 과도한 편차 극복을 위해 서울에는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 지방 거점 국립대 중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7곳은 정원이 일괄적으로 200명으로 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보유한 ‘매머드급 의대’가 됐다. 특히 충북대의 경우 현재 49명인 정원이 200명으로 308%나 늘었다. 또 정원 50명 미만이던 ‘미니 의대’들은 80∼100명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들은 정원이 100∼150명 사이가 됐다. 교육부는 배정 기준으로 “비수도권 집중 배정, 소규모 의대 역량 강화, 지방 및 비필수 의료 지원 등 3대 기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 소재 의대 8곳에는 증원분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몇 명이라도 배정할 방침이었는데 지역균형 원칙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배경을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 3.61명, 인천 1.89명, 경기 1.80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다.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늘(20일)부터 14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면 정치권과도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3개 단체는 이날 화상회의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의대 증원]“지방의료 붕괴 막겠다” 82% 배정… 지방거점 국립대, 3~4배로 늘려성균관대-아주대, 40→120명… ‘미니의대’ 80명 이상으로 증원당장 내년부터 시설 확충해야… 교수 확보 등 여건 개선 쉽지않아“해부시신 1구로 40명씩 실습 우려” 20일 발표된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요 지역 거점 국립대 정원을 200명으로 대폭 늘린 것과 당초 “조금이라도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서울 지역에 인원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의료개혁의 가장 절박한 분야는 지역 의료 강화”라고 강조했다.● ‘빅7’ 국립대 의대 출현 이날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 따르면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충북대, 충남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정원이 58∼151명씩 늘어 200명의 ‘매머드 의대’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충북대 의대는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고, 경상국립대 의대도 76명에서 200명으로 163% 늘었다. 200명 미만을 신청한 강원대와 제주대만 ‘신청 범위 내에서 배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각각 132명, 100명이 배정됐다. 지금까지 단일 의대 기준으로 정원이 가장 많은 대학은 전북대(142명), 2위는 서울대(135명)였다. 하지만 이번 조정으로 서울대는 지방 국립대 ‘빅7’은 물론이고 조선대 원광대 순천향대(각각 150명)보다도 적은 11위가 됐다. 지금까지는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을 산하에 둔 울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가톨릭대 의대가 톱5 의대로 꼽혔는데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기·인천 지역은 정원이 40∼49명이었던 ‘미니 의대’ 5곳의 정원이 80∼130명으로 총 361명 늘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균관대와 아주대의 경우 의대 정원이 각각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가 됐고, 인천에 있는 가천대의 경우 40명에서 130명으로 더 크게 늘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전혀 증원되지 않은 고려대(106명), 연세대(110명) 등보다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정원 50명 미만이었던 미니 의대 17곳의 정원을 최소 80명 이상으로 늘렸다. 미니 의대는 1980년대 정부의 ‘미니 의대 다수 설립’ 정책에 따라 설립됐지만 정원이 적은 탓에 규모의 교육을 수행하기 어렵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동아대 관계자는 “학교 병원이 1000병상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증원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계명대 등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의 경우 100∼150명 수준이 됐다.● 단기간 대폭 증원 ‘겉핥기 실습’ 우려 정부가 비수도권에 증원분을 집중 배정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방에 정착해 지방 의료 붕괴를 막을 의사를 키워내기 위한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지역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마칠 경우 절반 이상이 해당 지역에 정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배정에 참고했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이고 지역병원 수련을 확대하는 등 전 주기에 걸친 지역 의사 확보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정원이 많게는 4배로 늘어나는 만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대는 이르면 예과 2학년부터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으로 조를 짜고 커대버(해부용 시신) 실습을 한다. 그런데 실습용 시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만 늘면 커대버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의 경우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커대버 외에도 단기간에 실습 시설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겉핥기 실습으로 양질의 의사를 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예과 2년을 거쳐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늘어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교수 1000명을 확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기금 교수를 전임 교수로 채용하겠다고 하는데 명찰만 바꾸는 조삼모사”라며 “석사 이상의 학위와 교육 및 연구 경험이 있는 신규 교수 후보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니 의대의 경우 평균 임상의학 교수 수는 학교당 162.7명으로 일반 의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미니 의대는 정원이 2, 3배로 늘어난 만큼 단기간에 교수를 대거 충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부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이 협력하며 교원 확보, 시설·기자재 확충을 적극 지원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은택 nabi@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의대 증원 인원을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서울 지역 대학들은 20일 정부 발표 직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방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지역 거점 국립대가 200명으로 서울 지역 주요 의대의 2배 안팎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수험생, 의대생, 학부모들은 정부를 상대로 정원 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이날 교육부가 서울 지역 의대에는 증원 인원을 한 명도 배분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서울 주요 대학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측은 의대의 반발과 비판을 감수해가며 증원을 추진했는데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기자에게 “배정 결과 발표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다른 서울 지역 총장도 전화해 ‘이게 도대체 무슨 근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더라”고 말했다.서울 소재 의대 중에는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증원을 신청한 곳이 적지 않았다. 한 서울 대학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극렬한 반발도 달래가며 신청했는데 벌써 의대에선 ‘결국 정부에게 이용만 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한 ’괘씸죄‘로 서울이 증원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서울 지역 의대 중 이화여대 의대는 내년도 정원이 현재와 똑같은 76명으로 전국 의대 40곳 중 가장 작은 ‘미니 의대’가 된다. 지금까지는 정원 규모로 전국 의대 중 18위로 중상위권이었다. 현 정원이 86명인 중앙대는내년에 4번째로 작은 의대가 되고, 정원이 93명인 가톨릭대는 5번째로 작은 의대가 된다. 반면 경인 지역 의대 정원은 2, 3배로 늘어 서울 소재 의대들 사이에선 ‘서울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에 정원을 배분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당초 적은 숫자라도 배분하려고 했는데 배분 과정에서 지역 균형 원칙이 더 강조되면서 방침이 바뀌었다”며 “서울 지역 의대의 경우 신청 규모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이날 서울 지역 일부 의대생과 학부모, 수험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과 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분 배정 처분에 대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서 앞으로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가 20일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하는 가운데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174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고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담긴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1068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19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덕수 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전국 40개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다. 정부는 증원분 2000명 중 80%(1600명)는 비수도권, 나머지 20%(400명)는 수도권에 배분할 방침이다. 수도권도 서울보다 경기, 인천 지역 위주로 증원한다. 주요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학교당 200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현 정원 135명)보다 큰 매머드급 지방 의대가 다수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많게는 기존의 2, 3배 이상으로 늘려주는 대신 신입생 60% 이상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지역인재를 ‘지역의사’로 양성해 지방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의대가 증원분이 반영된 정원(3623명)의 6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할 경우 최소 2174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 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별 정원 확정은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지방의대 “증원해도 수련병원 부족” 정부 “거점 국립대병원 확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로“지금도 지방 졸업생 절반 수도권行정원 늘리면 ‘의사쏠림’ 심해질 우려”정부 “지역필수의사제 도입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 만들어 실습” “충북대병원은 약 800병상인데 매년 48명가량 뽑는 레지던트에게 간신히 수련을 시키는 수준입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서너 배로 늘어난다고 더 받을 수도 없고 결국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탈할 겁니다.”(충북대병원 관계자) 입학정원이 49명인 충북대 의대는 이달 초 교육부에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만큼 20일 대학별 정원 발표에서 200명 안팎이 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충북대 의대 안팎에선 “4, 5배로 정원이 늘어날 경우 교육도 문제지만 수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내에서 수련이 어려울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수련 후 수도권에 정착할 확률이 높아 ‘수도권 의사 쏠림’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거점 국립대병원을 확대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만들어 최대한 지역 내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도 졸업생 절반이 수도권 ‘이탈’ 지금도 지방 의대 졸업생 절반가량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9067명(46.7%)이 수도권 의대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다. 특히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의 경우 무려 90%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았다. 반면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대생의 경우 97.4%가 수도권에 남아 대조를 보였다. 비수도권 의대에 수련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에서 자리 잡기 원하는 졸업생들이 많다보니 수련 단계에서 이미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1∼6월) 신규 레지던트 모집에서 전국 국립대병원 15곳 중 비수도권 9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개 주요 대학병원은 2028년까지 수도권에 대형 분원 11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총 병상 수는 6600개에 달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수도권 신규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 키울 것” 정부도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과반이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남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수준으로 만들어 전공의 수련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려면 7년 정도 여유 시간이 있다”며 “현재 전북대병원 등이 추진하는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조기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임상교육센터에선 수술기법 연습 등 실습 중심 교육이 진행된다. 또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확대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비수도권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0일 증원을 발표한 후 비수도권 의대에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향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대 교수들이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걸 두고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단계적 증원론’에 대해선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며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야전부대 소속 군의관들도 차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국민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선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28분 가운데 약 18분을 의료개혁에 할애하며 취임 이후 의료개혁 추진 과정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의대 정원 확대 사례 등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완수할 수 없다”며 ‘2000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다음 달 구성하고 “민생토론회 형식의 의료개혁 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계속됐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9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내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25일 대학과 병원에 일괄 제출할 방침이다. 역시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을 결의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료진 상태를 고려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 개편할 수밖에 없다”며 진료 축소 방침을 밝혔다. 부산대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단체에 대해 “위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며 압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원의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상황을 보면서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요청에 따라 야전부대에서 근무 중인 군의관 등 100명을 차출해 민간 병원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미 파견된 20명을 더하면 대형병원으로 차출된 군의관은 총 120명이 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시스템을 대수술하기로 했다. 필수 분야 응급 수술보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수가가 더 높은 현행 구조를 손봐 내년도부터 늘어나는 의대 입학생 중 상당수를 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1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국민 건강 회복이란 성과와 가치에 지불하는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행 건강보험은 의사의 개별 행위마다 수가를 매겨 지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선 희귀질환 같은 어려운 수술을 한두 건 하는 것보다 MRI 촬영이나 혈액 검사 등 쉬운 진료를 여러 번 하는 게 더 이득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행위별 ‘가격표’인 상대가치 점수를 개편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점수는 수술, 입원, 처치, 영상, 검사 등 다섯 분야로 구분되는데 의료계에선 이 중 수술과 입원 및 처치는 저평가됐고 영상과 검사는 고평가됐다고 지적해 왔다. 예를 들어 MRI 등 영상·검사는 수가가 원가의 116%인데 수술은 81.5%, 처치는 83.8%, 진찰·입원은 85.1%에 불과하다. 결국 수술이나 처치는 많이 할수록 적자가 나고, 영상이나 검사는 많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정부는 영상과 검사보다 중증·응급 수술이나 입원 수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개편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가치 점수 산정 권한을 위임받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부 조정에 실패했다”며 “이번에는 정부와 전문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에서 수가 조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경된 수가는 이르면 2026년부터 반영된다. 수가 조정 주기도 6, 7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필수의료 의료진이 대기하는 시간과 당직을 서는 시간 등에 대해서도 수가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그동안 의료계가 수가체계 개편을 오랫동안 요구했으나 무시해 왔던 정부가 왜 이제야 수가체계 개편을 얘기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 동안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보조를 제대로 이행해 오지 않았던 선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에게 이날 의사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 건 처음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설 연휴 기간 홀몸노인을 보살피고 귀가하다가 쓰러진 뒤 뇌사에 빠졌던 60대 여성이 장기 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9일 임봉애 씨(62)가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간과 양쪽 신장을 2명에게 기증했다고 18일 밝혔다. 한 수혜자는 임 씨의 간과 왼쪽 신장을 이식받았고, 다른 수혜자는 오른쪽 신장을 기증받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임 씨는 지난달 11일 설 연휴 기간임에도 자신이 돌보는 홀몸노인의 식사를 챙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차 안에서 갑자기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임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임 씨가 생전에 “죽으면 하늘나라 가는 몸인데 장기 기증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떠나고 싶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아들 이정길 씨는 “사실 사흘 동안 엄청나게 고민했다”면서도 “어머니가 가시기 전에 밝힌 뜻을 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임 씨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항상 배우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 한식, 양식, 제빵, 요양보호사 등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임 씨는 그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활용해 아프고 거동이 힘든 이들을 도왔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근무하면서도 10년 넘게 시어머니를 보살펴 효자상을 받았다. 많지 않은 월급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5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의대 본관 4층 ‘첨단·안전 환경 해부학 실습실’. 철제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모니터와 수술등이 매달려 있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씩 조를 짜고 커대버(해부용 시신)로 실습한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실습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별 모니터를 보고 따라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내고 나오지 않아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실습실은 조용하기만 했다. 배장환 충북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심장내과 교수)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조별 인원이 3∼4배 이상으로 늘어나 ‘겉핥기 실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습용 시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면 커대버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6∼8명이 하던 실습 20∼30명이” 동아일보는 14, 15일 현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와 부산대를 찾아 의대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충북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충북대는 전국 40곳 의대 중 희망 증원의 폭이 가장 크다. 정부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200명가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충북대 의대 정원이 4배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실습 시설도 4배로 확충돼야 한다”며 “갑작스레 정원을 크게 늘리면 6∼8명이 하던 실습을 20∼30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은 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등 기초 교양 위주인 의예과 1, 2학년을 마치면 3년차인 본과부터 본격적으로 기초의학 교육을 받는다. 최근에는 대형 강의도 작은 그룹으로 나눠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단기간에 실습 시설 등을 확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급격하게 증원을 하면 실습 여건이 나빠져 일부 학생은 구경만 하는 ‘관광 실습’이 될 것”이라며 “1980년대식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과 3학년부터 시작되는 병원 실습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방문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엔 본원 안에 의대 실습생을 위한 공간이 없어 길 건너 건물 5층의 절반을 실습준비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본과 3, 4학년 250명이 쓸 개인사물함도 부족해 일부 학생들은 가운 등을 강의실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병원 내에 술기(수술 기법) 등을 연습할 시뮬레이션 센터가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 병원엔 이런 공간이 없다. 전자의무기록(EMR)을 보고 환자 사례를 공부해야 하는데, 실습생에게 할당된 공간이 없어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틈틈이 차트를 열람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다양한 환자 사례를 익히기 위해 진료를 참관하는데,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교수와 입원 및 외래 환자도 그만큼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아무리 키운다고 해도 그만한 실습 환경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대학 “2027년까지 교육 인프라 확충” 의대 증원을 희망하는 대학 본부와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대 1, 2년차인 예과에선 실습 과정이 많지 않아 기존 대학 자원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방 거점 국립대 교수를 늘리면 교수 부족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거점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을 근거로 두 배 이상의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원을 현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리기를 희망하는 강원대 김현영 총장은 “예과 학생들이 수업할 강의실 등은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해 마련할 수 있다”며 “증원된 학생들이 본과로 올라가기 전까지 시간을 갖고 실습 시설 등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는 2028년까지 의학계열 학생들이 쓸 건물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설 확충 비용이나 교수 정원을 늘려주면 200명까지는 증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며 “분반 수업과 교과과정 조정 등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고 생명공학 등 일부 분야는 이공계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실습 환경 확충은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 3년생이 돼 병원에서 교육받는 2029년 전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과생 실습병원을 각 의대의 수련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도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며 “수련병원 규모가 작은 의대생들도 다른 병원에서 충분한 실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부산·양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5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4층 ‘첨단·안전 환경 해부학 실습실’. 철제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모니터와 수술등이 매달려 있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씩 조를 짜고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실습한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실습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별 모니터를 보고 따라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내고 나오지 않아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실습실은 조용하기만 했다.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조별 인원이 3~4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겉핥기 실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습용 시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면 카데바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는 14, 15일 현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와 부산대를 찾아 의대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충북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급격하게 증원을 하면 실습 여건이 나빠져 일부 학생은 구경만 하는 ‘관광 실습’이 될 것”이라며 “1980년대식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반면 보건복지부는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며 “분반 수업과 교과과정 조정 등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醫 “실습 아닌 관광 될 판” vs 校·政 “예과 지금도 수용 가능”14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 의대 캠퍼스. 지난달 19일 개강했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재학생(590명) 98%가량이 휴학계를 내고 등교하지 않고 있다. 의대 3층엔 20여 개의 소형 강의실이 있다. 병원 진료실만 한 크기로 7, 8명이 앉으면 꽉 차는 공간이다. 주로 본과 1, 2학년생들의 소규모 토론 수업(프로젝트 기반학습·PBL)에 쓰인다. 소화기내과 수업에선 ‘49세 여성 환자가 복통으로 내원했다’ 등 가상 사례를 놓고 병력 확인부터 처방까지 학생들이 모의 진료를 한다. 교수는 학생이 환자에게 필요한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 필요한 검사를 빠트리진 않았는지, 처방이 적절한지 등을 꼼꼼히 조언한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해부학 교수)은 “(현재 125명인 의대)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을 때 지금처럼 PBL 수업을 진행할 교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6~8명이 하던 실습 20~30명이 해야”현재 정원 50명 미만인 지방 국립대들에 대규모 증원이 진행되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는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현재 49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40곳 의대 중 희망 증원의 폭이 가장 크다. 정부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200명가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충북대 의대 정원이 4배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배장환 충북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심장내과 교수)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실습 시설도 4배로 확충돼야 한다”며 “갑작스레 정원을 크게 늘리면 6~8명이 하던 실습을 20~30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의대생은 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등 기초 교양 위주인 의예과 1, 2학년을 마치면 3년차인 본과부터 본격적으로 기초의학 교육을 받는다. 최근에는 대형 강의도 작은 그룹으로 나눠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단기간에 실습 시설 등을 확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본과 3학년부터 시작되는 병원 실습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방문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엔 본원 안에 의대 실습생을 위한 공간이 없어 길 건너 건물 5층의 절반을 실습준비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본과 3, 4학년 250명이 쓸 개인사물함도 부족해 일부 학생들은 가운 등을 강의실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병원 내에 술기(수술 기법) 등을 연습할 시뮬레이션 센터가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 병원엔 이런 공간이 없다. 전자의무기록(EMR)을 보고 환자 사례를 공부해야 하는데, 실습생에게 할당된 공간이 없어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틈틈이 차트를 열람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다양한 환자 사례를 익히기 위해 진료를 참관하는데,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교수와 입원 및 외래 환자도 그만큼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아무리 키운다고 해도 그만한 실습 환경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대학 “2027년까지 교육 인프라 확충”의대 증원을 희망하는 대학 본부와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대 1, 2년차인 예과에선 실습 과정이 많지 않아 기존 대학 자원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방 거점 국립대 교수를 늘리면 교수 부족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거점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을 근거로 두 배 이상의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원을 현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리기를 희망하는 강원대 김현영 총장은 “예과 학생들이 수업할 강의실 등은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해 마련할 수 있다”며 “증원된 학생들이 본과로 올라가기 전까지 시간을 갖고 실습 시설 등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는 2028년까지 의학계열 학생들이 쓸 건물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설 확충 비용이나 교수 정원을 늘려주면 200명까지는 증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증원을 감당할 만큼의 교수 수급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생명공학 등 일부 분야는 이공계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병원 실습 환경 확충은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 3년생이 돼 병원에서 교육받는 2029년 전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과생 실습병원을 각 의대의 수련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도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며 “수련병원 규모가 작은 의대생들도 다른 병원에서 충분한 실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양산·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 수순에 돌입한 의대 교수들이 15일 오후 8시 기준으로 13개 대학에서 총 64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중단, 신규 환자 진료 중단, 외래 축소 등을 예고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의대 20곳은 이날 저녁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25일 이후 대학별로 사직서를 순차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전체 교원(교수)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외래 규모 축소,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및 입원 중단 등 진료 축소 방침도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와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소속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를 모두 합치면 1600여 명에 달한다. 이날 건양대와 아주대, 강원대 교수들도 자체 투표를 통해 70, 80%가량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고 밝히며 사직 수순에 돌입했다.사직서 제출 날짜를 못 박은 곳은 현재 18일 집단 사직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뿐이다. 하지만 가톨릭대와 울산대를 포함해 대학 5곳은 사직을 결의한 채 시점만 조율 중이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중 3곳이 이미 사직 방침을 정한 것이다.또 원광대와 단국대, 전북대 등 7곳은 교수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는 투표 결과를 발표했고, 조만간 사직을 결의할 방침이다. 20개 의대 대표들이 모인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설문이 완료된 16개 대학에서 사직서 제출 찬성이 압도적이었으므로 대학별 사직서 제출을 25일 이후 자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정부도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을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걸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병원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화조사원이 무선전화 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아플 때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의료계 반발 및 의료 공백에 잘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한다(38%)’보다 ‘잘못하고 있다(49%)’는 답변이 더 많았다.18일부터 의대 교수 사직 릴레이… 일부선 “외래 축소 불가피” [의료공백 혼란]교수 6440명 “사직”서울대 등 대형병원 속속 결의 마쳐… “사직서 내도 병원 떠날 가능성 낮아”건대 충주병원 “진료 정상화 앞장”… 뇌혈관학회 “끝까지 병원 지킬것” “사직서를 내더라도 선언적 의미가 강하고 병원을 당장 나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면허정지 위기에 처한 전공의들을 이대로 둘 순 없다는 분위기입니다.”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사직서 제출을 앞둔 교수사회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11일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사직 방침을 밝힌 후 사직 행렬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충북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는 17일까지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의할 예정인데 ‘사직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18일 비대위 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 여부를 논의한다.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꾸린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15일 오후 대학 20곳이 모인 가운데 대학별 의대 교수 사직 현황 등을 취합했다. 그 결과 대학 16곳은 설문을 완료하고 4곳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측은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되 22일에 다시 회의를 열고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사직 수순 돌입 의대 늘어의대 교수들은 대학마다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의견을 모은 후 사직 동의 비율이 많으면 교수협이나 비대위 회의를 열어 사직을 결의하는 순서를 밟는다.이미 사직을 결의한 의대 5곳은 사직서 제출 시점을 조율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협 비대위의 경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는데 시점이 정해지면 일괄 제출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원광대, 대구가톨릭대, 단국대, 전북대 등 의대 7곳은 자체 설문에서 “사직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이 77~97%에 달해 조만간 사직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상당수 대학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가해지는 경우” 지체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수들까지 병원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와 의사단체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47%였고 ‘규모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였다.●일부선 “병원 지키겠다” 움직임도반면 일부지만 ‘끝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의사들은 15일 “조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민과 의대생, 전공의들을 향해 사과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협의와 합의를 촉구했다.또 건국대 충주병원은 전날(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료 정상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응급의료진 7인이 24시간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전문의 5명으로 구성된 심장뇌혈관센터를 가동 중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 병원 이름을 거론하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또 병원 안팎에선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도 실제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사직서를 병원이 수리할 가능성은 없다. 극히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진료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을 이탈할 경우 업무개시명령 및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방침이다.한편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빅5 병원의 경우 하루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500억 원이었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최근 2배인 1000억 원으로 늘렸다. 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대 의료원은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가 수련기관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더라도 내려진 진료유지명령이 유효하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 10명 이내의 전공의가 다른 병원에 중복 인력 신고된 사례가 파악됐다”며 “현재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진료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다른 병원 근무는) 겸직을 금지하는 수련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타인 명의로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될 뿐 아니라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민법 660조를 근거로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가 제출 후 한 달이 되는 19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진료유지명령을 들어 반박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5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1년이 경과하면 언제든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다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25일까지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 250명가량을 대형병원 등에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11일 투입된 공보의와 군의관 158명을 더하면 400명 이상이 투입되는 것이다. 전 실장은 최근 투입된 공보의가 의료사고 시 법적 보호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규 근무 인력과 동일한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보험료 추가분을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대형병원들이 많게는 하루 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2배인 1000억 원으로 늘리기도 했다.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하루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하루 10억 원대의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빅5 병원이 포함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 수가 과거 대비 40% 가량 줄었고 수술은 절반가량이 됐다.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매출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병원들은 긴축경영을 선포하고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금기창 연세대 의료원장은 전날(14) 직원들에게 “부득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며, 사전에 승인된 사업이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한 번 더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서울대병원의 경우 기존에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최근 2배로 늘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경영상 대비를 하기 위해 미리 증액을 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대 병원 일부는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사립대에 저금리(연 2.67%)로 빌려주는 금액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또 병원 상당수는 직원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사실상 무급휴직을 강제하다시피해 간호사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가 소아 중증 진료 강화를 위해 5년간 1조3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맞춤형 지역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를 도입하고, 지역의료발전기금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의 필수의료·지방의료 강화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연이어 관련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5년간 약 1조3000억 원을 지원해 소아 중증진료를 강화하고 2세 미만 소아의 입원 의료비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아가 야간과 휴일에도 병원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소아과 전공의와 소아 분야 전임의에게 매달 100만 원 지급 △소아 진찰료 2배 인상 △2세 미만 영아의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률 5%에서 0%로 경감 방침 등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소아 관련 추가 대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맞춤형 지역 수가’도 도입된다. 정부는 올해 분만에 대해 선제적으로 지역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이 있는 모든 의료 기관에 분만 1건당 55만 원의 수가를 주는 방식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분만 의료 기관에는 여기에 1건당 55만 원을 더 준다. 복지부 관계자는 “분만 외에도 지역에서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하는 경우 추가로 보상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맞춤형 지역 수가를 위해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을 표시한 ‘의료 지도’도 만들 계획이다. 지역의료 인력 확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