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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맹탕 TV 토론회’를 개선하기 위해 후보 간 일대일 끝장 토론을 15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 측이 “경기 중에 룰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 일대일 끝장 토론이 민주당 경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전날 열린 민주당의 첫 TV 지상파 합동토론회는 90분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여 분이 기조연설, 공통질문 등 사전에 제공된 질문에 따라 답변과 토론이 진행돼 각 후보의 진면목을 검증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희정 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토론하지 못하고, 소통 능력 없는 대통령이 초래한 비극을 우리 눈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며 주제와 시간 제약이 없는 무제한 끝장 토론을 후보 간 일대일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일대일 첫 끝장 토론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갖자고 제안했다. 박 대변인은 “그동안 세 번의 토론이 끝났지만 변별력 없는 ‘맹탕 토론회’란 지적이 나왔다”며 “짧은 시간 여러 후보의 토론이 이어지면서 쟁점은 흐려지고 추상적 공방만 남았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시장 측도 문 전 대표를 향해 ‘끝장 토론’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캠프 김병욱 대변인은 “어제 토론에서 이 시장이 사전 원고와 주제 제한이 없는 ‘무제한 토론’을 제안했지만 문 전 대표만 일정 등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캠프 신경민 TV토론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유토론을 제안한 ‘이 시장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 문 전 대표와의 상호 교감 속에서 나온 발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시장 측은 이날 끝장 토론을 위한 실무 협상에 착수할 것을 각 후보 측에 제안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끝장 토론 제안은 문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후보자 토론 방식은 당의 주관하에 모든 후보의 합의로 결정된 것이다. 남은 경선 일정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지도 의문”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시장 측 김 대변인은 “룰 변경 운운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고, 토론 방식은 방송사 주관하에 후보자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다”며 “다시 한번 문 전 대표 측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결국 후보 간 주도권 토론 등 사전 시나리오가 없는 토론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첫 방송사 합동토론회가 열렸지만 전체 90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여 분 동안 후보들은 준비한 원고를 읽거나 외운 내용을 답한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는 일종의 자유토론 형식인 ‘후보자 주도권 토론’ 36분을 제외하고는 기조연설과 공통 주제에 대한 답변 등 미리 공부한 것으로 대처가 가능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는 주최 측이 각 후보 측에 사전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주도권 토론 역시 4명의 후보가 번갈아 가며 9분 안에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질문을 하며 진행하다 보니 각 후보의 ‘실체’를 철저히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토론회 초반부에 두 후보가 30초간 묻고 40초간 답하는 코너는 답변 시간이 너무 짧아 스치듯 지나가버려 시간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정일권 교수는 “한국의 대선 TV토론회는 후보들의 정견 발표 수준을 못 벗어난다”며 “온 국민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무제한 끝장토론 등 제대로 된 ‘검증’ 장치를 이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TV토론회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주도권 토론 역시 아예 90분간 양자토론을 허용해 ‘끝장토론’을 유도한다. 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해 미리 준비한 답변이 아닌 후보 개인의 생각을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정치권은 13일 헌법재판소 결정 승복을 언급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것은 국민과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죄하고 승복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함께해 주는 것이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도리”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나아가 “박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 불가 방침을 (대선 주자들이) 공동 천명하자”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구속, 불구속을 말하거나 사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승복’을 촉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온도 차가 있었다. 안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기 바란다”며 “그 길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통합으로 이끄는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매우 유감스럽다. 박 전 대통령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이제는 치유와 통합을 통해서 미래로 나가야 될 때”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확대중진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헌법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기대를 저버렸다.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대통령 박근혜로서 국민 통합을 끝까지 외면하면서까지 과연 얻을 게 무엇이냐”며 날을 세웠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과, 민주당 우상호,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 등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4당 원내대표 모임을 정례화해 국정 공백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새로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 통합을 선도하는 역할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 개헌 방향 추진 시기―‘정치가 탄핵당한다는 심정’이라고 했는데….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정경유착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는데, 이런 적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근본 원인이다. 대통령 선거 때 정말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평소에는 대충 번호 보고 뽑다가 문제가 생기면 ‘와∼’ 하는 정치나 선거로는 안 된다. 손가락을 자르니 어쩌니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개헌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하고 정당의 민주화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적폐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다시 (불행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적폐라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제도가 만든 적폐도 있는데…. “사람보다 제도가 만든 적폐 청산이 우선이다. 제도가 잘못 설계돼 있으면 좋은 사람도 버리는 것이고, 특별한 사람만이 잘못된 제도하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정 의장은 개헌에 대해 “국회의원 300명 중 개헌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250명은 될 것”이라며 “개헌이 본격 논의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개헌 청사진을 내놓고 그 약속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는 선거고, 개헌은 개헌이다.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서는 “일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 해 내각제는 국민투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권한을 조정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한가. “개헌안은 대통령이 20일 동안 공고하고, 국민투표도 투표 전 18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그런데 대선까지 60일밖에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심 불량이다.” ―개헌 시점은 언제로 보는지.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 전에, 당장 4월에 개헌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올해라도 할 수 있다.” ―개헌파 의원들은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 발의라도 하자고 주장하는데….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조항에 선거제도 개혁까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 국회-정부 협력 강조… 민생안정-국정공백 최소화가 최우선 정 의장은 ‘포스트 탄핵’ 정국과 관련해 “정치권이 (탄핵을) 승리 또는 패배의 차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민생 안정과 국정 공백 최소화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시국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소통할 계획은…. “그렇게 하는 게 좋다. 그런데 (황 권한대행이) 아직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같은 엄중한 시기에 권한대행을 버리고 뭘 해보겠다고 한다면 국민이 박수를 치겠느냐. 그랬다가는 몰매를 맞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지금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가 없는데….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의사와 유감 표시를 국민에게 하는 게 정상이다.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것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줘야 국민들도 이제는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여론에 대한 생각은….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치권이 그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과 사법부가 잘 판단해서 할 일이다.” 정 의장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집무실에서 TV로 지켜봤다. 그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대한민국이 표류했는데 나라의 표류를 끝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소회를 말했다. ○ 대선 앞둔 정치권은… 누구도 단독국정은 어려워 聯政 필요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돼 20대까지 내리 6선을 한 정 의장은 “국회의원을 쉬지 않고 22년째 하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라고 했다. 네 차례의 대선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는 “이번처럼 사방이 캄캄한 적이 없었다. 대선이 특히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외교, 경제, 안보 등 심각한 상황인데…. “정말 앞이 안 보인다. ‘과거에도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니 이번에도 잘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진지하게 책임 있는 사람들이 특단의 자세로 대응해야 할 상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돌려보내야 하나.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풀 방도가 잘 안 보인다. 다음 정부에도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조기 대선 이후 정국 운영에 대해 정 의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 빨리 국정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각 정당들이 협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래서 연정이 필요하다. 4당 체제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단독으로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아마 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이) 연정 준비를 하지 않겠나.” ―어느 수준의 연정이 필요한가. “소연정이 정상이고 우선이다. 다만 소연정이 불가능하다면 그때 대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연정은 정당성이 있을 때만 용납된다.” ○ 국회 운영 개선 방안… 선진화법, 이젠 ‘식물정부’ 만들 우려정 의장은 ‘국회 선진화법’의 재평가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다만 ‘직권상정’ 등 의장의 적극적 국회 운영 개입에 대해서는 “합의가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생각은…. “‘동물국회’를 끝내자는 반성에서 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식물국회’가 돼버렸다. 이제 ‘식물정부’까지 만들 우려가 있다. (국회가 멈추면) 국정도 표류한다. 선진화법을 폐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정상 국회로 가야 한다.” ―선진화법은 19대 국회에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도, 개헌도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런데 선진화법에서는 3분의 2가 넘는 의원들이 찬성을 해도 입법이 안 될 수 있다. 선진화법을 만들 때는 양당제였는데, 지금은 교섭단체만 4개다. 국회가 발목 잡히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직권상정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은 (직권상정을) 하고 싶었다. 국회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못한 것이다.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칼을 휘두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조기 대선이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 “보완이 필요하다. 조기 대선에서도 인수위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역시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것 아닌가. “어느 당이 집권하든 법적으로 미흡한 사항에 대해 반대하면 안 된다. 그걸 반대하는 정치 세력은 미래가 없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다음 날인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와 정치권이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새 출발의 선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치권이 먼저 성찰하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인터뷰 내내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각 정당은 분열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통합을 위해 앞장서 나서는 것이 (수습의) 첫째”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치권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새 출발의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국가 전반으로 퍼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슴을 치는 일이 또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또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아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국회가 정부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회동 의사도 내비쳤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대한민국의 표류가 끝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새 출발을 위한 적폐 청산은 ‘사람보다 제도가 만든 적폐’ 제거가 중요하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등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이 현 상황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과 유감 표시를 국민에게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승복 입장을 표시해 줘야 국민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중진 의원들이 9일 회동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승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동은 정 의장이 여야 각당 5선 이상 의원들을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의원들과 2시간여 회동을 하고 “짧게는 100여 일, 길게는 6개월여 동안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정지돼 있는 상태에서 참으로 많은 국민들께서 고통을 겪고 계셨다”며 “이런 때에 우리 중진 의원님들이 역할을 하셔야 하고 국민들과도 소통하고, 당내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해 우리 정치권부터 국민을 통합시키고, 또다시 대한민국이 전진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 중진 의원들 모두가 내일(헌재 결정)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다시 전진할 수 있도록, 그리고 통합하고 또 국가만을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과 중진 의원들은 남은 3월 임시국회 기간에 국회 차원에서 국정 혼란 해법을 모색하고 국회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박병석 원혜영 이종걸 박영선 의원,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나경원 의원, 국민의당 박주선 부의장과 조배숙 의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성 의원 중에서는 5선 이상이 없어 4선의 박영선, 나경원, 조배숙 의원이 함께했다. 각 당 원내지도부도 탄핵 결정 이후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13일 국회에서 만나 ‘포스트 탄핵’ 정국의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9일 “4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추진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결과에 관계없이 ‘촛불집회’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광장 정치’에서 ‘제도 정치’로의 복귀를 다짐한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제 광장의 민심을 정치권이 현실화시키기 위해 개혁입법 처리 등 정당 정치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근 더불어민주당 탈당설이 흘러나온 김종인 전 대표가 6일 “정쟁과 분열이 나라를 망치도록 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팎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 정치가 대의명분만을 따져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다 따지기도 전에 국난이 코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며 “그 대가는 국민의 피눈물로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최근의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상황을 보면서 과거 우리 역사의 교훈을 돌아본다”며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고 썼다. 병자호란 때 국론 분열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인조가 한 말을 인용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사드 배치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등으로 생긴 국론 분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1월 초를 마지막으로 두 달 가까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았던 김 전 대표가 국론 분열과 정쟁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을 두고 탈당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 즈음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영선 의원 등 일부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들과 연이어 회동을 갖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탈당과 함께 친문(친문재인)과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제외한 ‘비패권주의’ 진영 구성 또는 본인의 대선 출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아일보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싱크탱크 500명, 당당히 이름 밝혀야’라는 요지의 현장 기자 칼럼 ‘기자의 눈’을 게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00여 명에 이르는 교수,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매머드급 정책자문그룹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켰을 때다. 칼럼은 참여한 전문가들의 명단을 떳떳하게 공개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문 전 대표 측은 각 분과위원장, 추진단장 등 23명의 명단만 밝혔다. 칼럼이 보도된 날 기자는 문 전 대표 측의 핵심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항의를 하기 위해 연락했다”고 운을 뗀 그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국민성장은 7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재벌 개혁, 일자리 창출 방안, 외교 전략 등 문 전 대표의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굵직굵직한 공약이 담겼다. 국민성장에 참여한 전문가도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엔 400여 명의 교수, 전문가 등 국민성장 참여자가 얼굴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각계 전문가 70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그룹 ‘전문가 광장’을 출범시켰다. 국민성장 출범 당시 안 전 대표 측 한 핵심 인사는 “(국민성장에 참여한 전문가들) 명단을 한번 보고 싶다. 정말 교수, 전문가가 500명이 모였다면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역시 아직까지 ‘전문가 광장’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간 쌓아온 학식과 경험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국정에 실제 관철하려는 의지를 탓할 순 없다. 좁은 학계에서 “어느 교수가 어떤 후보에게 줄 섰다” “학자가 정치권을 기웃거린다”는 등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력 대선 주자의 자문그룹이 내놓는 정책은 해당 후보가 당선되면 바로 국가의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한 인사 가운데 일부는 청와대 참모나 장관, 차관 등으로 국가 운영에 직접 참여하게 될 것이다. 검증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출범시킨 국가미래연구원은 발기인 7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 가뜩이나 대선 때면 ‘폴리페서’(politics와 professor가 합쳐진 조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대선 주자들의 자문그룹 명단 비공개 방침은 국민에게는 “후환이 없도록 비밀을 지켜줄 테니 마음 편하게 줄 서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정말 신원 공개를 원치 않는 역량 있는 ‘전문가’를 모으는 게 목적이라면 각 대선 주자는 500명이니 700명이니 하는 ‘세(勢) 과시’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승인을 거부하자 야권은 ‘권한대행 탄핵’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절차가 모호해 정치 공세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분간 황 권한대행과 야권의 ‘강(强)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 탄핵 추진 가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이날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자 곧바로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새 특검법안 추진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바른정당을 제외한 야3당은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인 것이 드러난 만큼 함께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연장이라는 국민 요구를 거부한 것 자체가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백번 탄핵돼야 마땅하다”면서도 “황 권한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법상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른정당의 특성상 황 권한대행 탄핵까지 찬성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황 권한대행 탄핵론은 ‘우파의 노무현’으로 만들어 주는 황 권한대행 키워 주기”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이 힘을 모으면 탄핵소추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헌법 71조에 의거해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대통령 탄핵 요건에 준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개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본회의가 열려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여야 합의 없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야권이 탄핵안을 의결하더라도 다시 헌재의 탄핵 심판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야당의 황 권한대행 탄핵 합의는 특검 연장 무산의 책임을 피하려는 야권의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내에서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직무유기 직권남용”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공동책임자여서 그 전부터 (대통령과 함께) 탄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 직무를 대행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탄핵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선(先)총리-후(後)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황 권한대행 “특검 연장, 대선 영향 줄 수도” 앞서 황 권한대행은 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이 대독한 입장 발표문을 통해 특검 연장을 거부한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한 핵심 이유로는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특검의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수사 기간 연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특검의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 (추가) 수사가 미진해 별도의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협의해 새로운 특검 등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매 주말 도심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관련 부처의 법리적인 검토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주말 내내 발표문을 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woohaha@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4일 호남을 방문해 “헌법을 유린한 모든 낡은 정치세력을 일소하겠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과의 대연정, 박근혜 대통령의 ‘선한 의지’를 언급하며 온건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이날 전남 순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낡은 세력 일소는) 헌법의 명령이고 법률의 정의”라며 “제가 법치, 민주주의, 헌법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통합을 얘기하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런 강경한 목소리는 ‘중원 공략’에 힘써 온 안 지사가 방향타를 미세 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독주의 대항마로 떠오른 안 지사는 지난주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야권 전통 지지층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안 지사의 발언이 ‘야권 지지층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있다”며 “당초 안 지사 캠프로 합류할 계획이었지만 지지 세력의 반발로 보류했다”고 말했다. 시대 교체 등 안 지사의 주장에 공감했던 이철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도 “안 지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캠프 합류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안 지사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2%, 안 지사는 21%의 지지율을 기록해 지난주보다 각각 1%포인트 하락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1%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같은 8%의 지지율을 보였다. 안 지사의 상승세가 주춤한 건 안방 격인 충청지역의 지지율 하락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33%)은 지난주보다 9%포인트 오른 반면에 안 지사의 지지율(26%)은 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호남에서도 안 지사의 지지율(18%)은 3%포인트 떨어진 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43%)은 11%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24%에서 20%로 떨어졌다. 반면 안 지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오른 23%로 문 전 대표(19%)를 제쳤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지지율 43%를 기록해 유승민 의원(15%)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확장성’은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대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후보가 못 되고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충청권 후보가 당선되도록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안 지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자 정 전 총리 측은 “덕담 차원으로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당 대표가 자리에 있든 없든 일단 찾아가서 우리의 뜻을 전달합시다.”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마친 후 추미애 당 대표실로 향했다. 이틀간 토론을 한 모임 소속 의원 35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종걸 강창일 김두관 의원이 대표로 나섰다. 이들은 자리를 비운 추 대표를 대신해 우상호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당 대표가 개헌의 의지와 절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성명서에는 개헌 관련 정책의총을 원내대표가 즉각 개최하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대선 주자들은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고 토론회에 응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잇달아 개헌을 전제로 한 권력구조 형태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민주당 내 개헌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날 개헌파 의원들의 당 대표실 기습 방문도 “개헌을 위한 당론 채택”을 압박하는 일종의 시위였다. 이날 여야 3당과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개헌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했다. 한국당(94석), 국민의당(39석), 바른정당(32석) 등 여야 3당이 힘을 모을 경우 165명으로 개헌 발의선인 150석을 넘어선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 35명이 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개헌안 의결정족수인 200명(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을 채우게 됐다. 그렇지만 대선 전에 실제 개헌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들이 시기적으로 ‘대선 전’이라는 공통분모를 마련했지만 권력구조 형태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바른정당 분권형 대통령제, 한국당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속을 뜯어보면 개헌안이 조금씩 다르다. 1987년 체제의 종식을 위한 이번 개헌론에는 권력 구조뿐 아니라 기본권, 지방분권 등 개헌안에 담길 내용이 방대해 대국민 설명을 위한 공론화 시간도 빠듯하다. 무엇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라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헌을 추진하는 이들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개헌 카드’가 반(反)문재인 진영을 결속하는 핵심적 명분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의 독주가 이어질 경우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대선 전 개헌’을 매개로 후보 단일화까지 논의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개헌파는 대체로 비문(비문재인) 성향 의원들, 특히 문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은 “개헌을 저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개헌이 특정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 안보 이슈로 옮겨 붙고 있다. 당론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국민의당은 15일 당론 철회 의사를 밝혔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은 안보가 보수라는 것을 자처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선제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지금으로선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17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 변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인데, 당 핵심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당론 철회를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의총 통과를 예상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중요한 상황 변화에 대해 입장 변화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를 바꿨다. 범여권은 야권의 사드 관련 입장을 비판하면서 안보 이슈 띄우기에 나섰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이들 손에 대한민국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6일 예정한 노인복지 공약 발표 대신 안보 위기 긴급토론회로 일정을 바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한 대북 억제력을 갖는 일”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마치고 조속히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이라는 이슈의 블랙홀 속에서 불쑥 떠오른 안보 이슈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북한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면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 전남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정치적 암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아주 야만적인 일”이라며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도발을 계속한다면 이제는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던 문 전 대표가 또다시 북한과 김정은을 향해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기회를 주는 게 여러 가지 외교적 카드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16일엔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단장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간사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을 발족하고,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북풍(北風)이 그를 둘러싼 ‘안보관’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 TV 방송에서 “아주 경악할 사건”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내외적 불안 요소에 흔들리지 말자”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 전에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안보 이슈가 올해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안보 이슈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앞으로 필요한 단계에 추가 도발을 하겠다는 신호탄, 예고편으로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군 당국도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안보 불안을 조성할 목적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광명절이라고 부르는 김정일 생일(16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가 표준화·규격화됐다고 주장한 만큼 이번에는 핵탄두 양산을 위한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하루에 여러 번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는 큰 선거 변수로 작용했다. 안보 이슈는 보수 표심을 결집시켜 보수 진영에 호재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오히려 보수 진영이 역풍을 맞는 등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의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견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미사일 관련 입장을 말씀드렸고 사드에 대한 입장도 변동이 없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을 막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를 막으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파문으로 타격을 입은 문 전 대표 측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개성공단 재개 여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수용 문제 등 과거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의 외교 참모인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동맹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안보 불안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보 이슈가 확산되면 야권 내에서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사드 배치와 한미 동맹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중국을 방문했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길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는 온통 정치,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며 “안보는 여야가 마음을 모아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길진균·손효주 기자}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거기까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12일 인터뷰에서 각종 정책과 정치 현안에 대해 시종일관 명확한 견해를 피력했지만 진보와 보수 진영이 첨예하게 맞선 몇 가지 주제는 즉답을 피했다. 탄핵 이후 펼쳐질 대선 국면에서 안 전 대표가 ‘통합’과 ‘화합’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안 전 대표는 “지금은 굉장히 민감한 시기”라며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하루하루 잘 넘기는 게 중요한 시국”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과 정치권이 오히려 상황들을 악화시키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 심판론을 앞세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박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는 대비되는 입장이다. 재차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나름의 판단과 생각은 있지만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 국면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떻게 하면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많은 국민이 동의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에 방점이 있다”며 ‘처벌’보다는 ‘포용’에 무게를 싣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일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안 전 대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오랜 논쟁 중 하나인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서도 안 전 대표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답을 미뤘다. 그는 당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인지에 대해 “당 후보가 되면 (의원직 사퇴 여부 등은) 혼자의 결정이 아니다”며 “당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사진)는 12일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 임금이 대기업의 75∼80% 수준이 되도록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향후 3년이 대학 졸업생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이고 청년실업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고 한시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투 트랙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기업과 민간이 주체이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거듭 비판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정부는 교육개혁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투자, 공정한 시장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 예산을 모두 회수해 부처 한 곳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촛불집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안 전 대표는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국방안보 분야 자문역으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10일 연수를 받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부인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휘말린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보인다. 전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멀리서나마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5·18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백번 천번 송구하고 부끄러운 마음 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존경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무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는 한 치의 변함이 없다”며 “표현의 부족으로 심려를 끼치게 돼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휘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잘못”이라고 말해 국민의당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전 전 사령관이 미국행을 밝힌 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전인범 장군을 영입한 건 문재인 전 대표이고 전인범 장군의 5·18 모욕 망언은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이라고 연일 공세를 폈다.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인 것 같다”며 “캠프에 직책이 있었던 것도 아닌 만큼 캠프 차원에서 나설 일도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밤 한 방송의 토론회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승복하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정치인으로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죠”라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과거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혁명 이야기를 한 것은 촛불 시민 혁명이라는 정신적 혁명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혁명을 제가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해선 “안 지사는 무섭게 커 나가는 지도자이고, 언젠가는 충남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서 한국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지사를 ‘미래’의 지도자로 치켜세우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한편 문 전 대표는 13일경 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캠프를 공식 발족할 계획이다. 개헌보고서 파문에 휩싸였던 민주연구원 진성준 부원장은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하기로 하고 이날 상근부원장직을 사임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고 탄핵을 기각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것이 박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정권을 연장하려는 세력들의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느낀다”며 ‘탄핵위기론’을 거듭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 참석에 집중하기 위해 예정됐던 지방 일정도 취소했다. 당초 주말 동안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뒤 다음 날 전북 전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11일 대구에서 바로 상경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또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1일 광화문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광주에서 각각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의원들도 광화문 촛불집회에 가세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촛불집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저는 일관되게 대통령 탄핵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도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촛불을 더 밝히자고 하는 말은 부적절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으로서 헌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다만 박 대표 등 일부 소속 의원은 광주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빨라야 3월 초에나 가능하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탄핵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당력을 집중하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헌재에 대한 압박과 함께 지지층 결집을 노린 다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헌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전날에 이어 거듭 ‘탄핵 기각 위기론’에 군불을 땠다. 지지층을 겨냥한 나름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보수층의 탄핵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야권도 헌재를 압박 또는 방어할 필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재결집하며 대선 지형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촛불정국의 최대 수혜자였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역시 시민들을 ‘촛불광장’으로 다시 불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촛불혁명이 좌초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국민들이 다시 (박 대통령) 퇴진 투쟁으로 갈 것이고 이번에도 제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다시 한 번 촛불민심을 앞세워 지지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헌재가 조속히 탄핵심판을 마무리지어 주는 게 이 갈등과 혼란을 빨리 매듭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하는 안 지사는 11일 광주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촛불정국’의 재점화는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도·보수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권교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경우 선명성이 강한 주자에게 지지가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주장하는 ‘더 나은 정권교체’보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1위 후보를 밀어주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위기론’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여기엔 보수와 진보 지지층 간에 대치의 골이 깊어질수록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이나 제3지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최고위원·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로 개최한 민주당은 비공개회의에서 11일 촛불집회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선주자와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9일엔 의원총회를 열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지연 전술’을 성토하고 촛불집회 참석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촛불집회 참석에 신중한 모습이다. 안 전 대표 측은 “11일 집회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역풍을 맞았던 만큼 여론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수술을 꼼꼼히 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안 된다”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헌재가 결정 시기를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고 본다”고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한 송영길 의원이 첫날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송 의원은 8일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대해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며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지적했다. 캠프 총괄 책임자가 자기 후보 공약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다. 송 의원은 이어 “당에서 정리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 없는 이상적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며 “이런 메시지가 정리가 안 된 채 나가고 있다. 후보와 상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우리 캠프나 선대위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후보는 접니다”라고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반문(반문재인) 진영 의원들과 가까운 송 의원은 당내 통합 차원에서 문 전 대표의 총괄로 영입됐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이날 “일자리라는 게 그런 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을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재단 정치경제포럼’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든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재원을 무엇으로 다 충당할 것이냐”며 “결국 증세를 하지 않고 재원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다들 조급해서 저러는 것 아니냐. 큰 흐름을 봐야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손학규 의장의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의 통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손 의장이 이날 통합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전화로) 먼저 가서 잘하라고 했다”며 김 전 대표도 적절한 때 합류할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 것과 온도차가 있는 반응이었다. 김 전 대표는 오히려 “‘먼저’는 무슨, 내가 국민의당 갈 일 있나”라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자기네들끼리 할 거라는데 그걸 내가 뭐라 그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3월 초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주목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하겠느냐. 탄핵은 역사적인 결정인데 (헌재 재판관들이) 그걸 쫓기듯이 하겠느냐”며 3월 초 탄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날 그가 “탄핵 국면이 끝이 나야지 대통령 선거고 뭐고 이루어지는 거 아냐”라고 말한 데는 3월 이후 대선 구도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일각에선 3월 초 탄핵이 무산될 경우 개헌론이 한 번 더 불붙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 전 대표가 당에 남아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원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안 지사 지지율이) 더 오를 수 있겠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있는데 후보가 될 수 있겠나”라며 안 지사의 경선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