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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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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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사회일반61%
사건·범죄20%
사고10%
문화 일반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경찰, 비정규직 단체 노숙집회 강제해산…양측 충돌에 부상

    경찰이 8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비정규직 노동단체의 1박 2일 노숙 집회를 강제 해산했다. 7일 오후 8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의 집회 참가자 100여 명은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서 본대회를 연 뒤 8일 자정이 되자, 40여 명이 남아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공동투쟁은 당초 경찰에 7일 오후 11시가 되기 전 자진해산한다고 밝혔으나 11시가 지나도 자진해산을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허용된 집회 시간을 넘겼다며 집회 종결과 자진해산을 요구했고 11시 52분경 해산 명령을 시작했다. 경찰은 세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집회를 이어가자 오전 2시 7분경 참가자들을 집회 장소 인근 인도로 이동시키는 강제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집회 참가자 5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이 공동투쟁의 야간 문화제 및 노숙 집회를 강제 해산한 것은 5월 26일과 6월 10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경찰은 이번 집회 역시 당초 허용됐던 집회 시간을 넘겨 위법 상황이 연출됐고 이에 세 차례 해산을 명령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아 공권력 행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이날 공동투쟁이 노숙 집회 중 야간 소음 기준인 65㏈(데시벨)을 넘어섰다며 오후 9시부터 10시 30분경까지 네 차례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고 스피커 1개를 일시보관 조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밤샘 집회가 이어질 경우 집회 참가자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공공 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며 해산 이유를 설명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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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입양인 쉼터, 20년 만에 잠시 쉽니다”

    “해외입양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 하루빨리 다시 세워졌으면 합니다.” 7일 서울 종로구 해외입양인 게스트하우스 ‘뿌리의 집’. 이곳을 운영 중인 김도현 목사(69)는 벽에 붙어 있는 여러 장의 사진을 응시한 채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피부색과 머리카락을 지닌 사진 속 인물들은 영락없는 ‘한국인’인 듯했지만 이들은 국적도, 언어도 모두 제각각 다른 한국계 해외입양인이다. 뿌리의 집은 2003년 7월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이 한국에 방문한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자신이 살던 집을 직접 내놓아 만들었다. 약 20년간 5000명 넘는 해외입양인들이 이곳에서 5만 박 이상을 머물렀다고 한다. 그동안은 무상 임대 형태로 운영됐으나 추가 임대 연장이 어려워지며 지난달 말부터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날 뿌리의 집에서 개원 20주년 및 게스트하우스 운영 종료 기념식이 열렸다. 미국, 벨기에, 독일 등 세계 각지로 입양됐다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이곳을 이용했던 수많은 해외입양인이 게스트하우스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해외입양인 제인 정 트렌카 작가는 축사를 통해 “엄마의 김치 맛을 모르던 우리가 이곳을 통해 집밥을 알게 됐다”며 “이곳의 좋은 기억들을 잊지 않겠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종료됐으나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나 해외입양 인식 개선 등 기존 사업은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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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총 총파업 나흘째… 7000명에 또 막힌 도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이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6일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이번 파업 최대 규모인 약 7000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이번 총파업은 주요 산별노조가 번갈아 참여하며 진행되는데 이날은 마트·백화점·면세점 노조가 참여해 일부 매장에서 업무 공백도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앞에 모였는데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숭례문 구간(약 700m)의 편도 전 차로가 통제됐다. 이 때문에 한때 세종대로 차량 통행 속도가 시속 3km까지 떨어졌다. 인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유모 씨(64)는 “평소 청계천에서 덕수궁까지 5분이면 도착하는데 20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오후 3시부터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본집회가 열렸다. 서울시의회∼숭례문 구간을 점거한 이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4시부터는 중구 서울고용노동청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나뉘어 행진을 이어갔다.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인 집회·시위에 인근 상인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중구 무교로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김모 씨(39)는 “영업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무대 설치나 행진 계획 등이라도 상인들에게 미리 고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백화점 일부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해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파업에 참여한 직원을 대신해 본사에서 비노조 직원이나 수습 직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매장도 있었다. 영업 중단 매장이 많진 않아 백화점과 면세점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진 않았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이날 영업이나 온라인 배송 등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날 근무가 아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총파업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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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수의 추격전… 1km 달려 음주 뺑소니범 붙잡아 [휴지통]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 4일 오후 10시 40분경 서울 동작구 동작역 인근 올림픽대로. 교통사고를 당한 고령의 택시 기사는 추돌 사고를 낸 후 달아나는 40대 남성 A 씨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A 씨는 차가 막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량도 버려둔 채 달아나고 있었다. 마침 방송 촬영을 마치고 주변을 지나던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 이천수 씨(42·사진)는 택시 기사가 애타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 매니저와 함께 즉시 차량에서 내려 남성을 쫓기 시작했다. 당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이 씨와 매니저는 올림픽대로를 1km가량 달린 끝에 A 씨를 붙잡았고 이후 도착한 경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였다. 나중에 이 씨를 알아본 택시 기사는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 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알려져 쑥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A 씨를 입건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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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3000여명… 민노총 총파업 첫날 차로 점거 집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첫날인 3일 택배기사, 가전제품 수리기사 등 특수고용직노동자 3000여 명(경찰 추산)이 도심에서 집회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 파업의 여파로 택배가 지연됐는데, 6일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근로자 파업이 예정돼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집결한 시위대는 남대문 방면으로 약 200m에 이르는 세종대로 편도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벌였다. 또 오후 3시부터 중구 서울고용노동청까지 약 1.3km 구간을 행진했다.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이모 씨(23)는 “광화문에서 강서구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버스만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땡볕 아래에서 하염없이 시위대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집회 준비로 교통이 통제되며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차량들은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중구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새문안교회 구간의 경우 차량 통행 속도가 한때 시속 7㎞까지 떨어졌다. 반대 차로(22㎞)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날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대규모 물류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택배노조 조합원 약 7000명 중 1000여 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배송이 하루 정도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6일 파업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업계 근로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민노총 산하 전국서비스산업노조는 지난달 말 백화점, 면세점 등에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인 만큼 자체적으로 대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만 업계는 영업 중단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면 파업으로 인해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매장은 없다”며 “다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도 일부 민노총 소속 조합원이 특정 시간대에 개별 파업할 예정으로 업무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앞세운 이번 총파업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주요 산별노조가 번갈아 참여하며 진행된다. 2주간 이어질 이번 파업에는 민노총 조합원 약 4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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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고용직 3000여 명 참석…민노총 총파업 첫날 차로 점거 집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첫날인 3일 택배기사, 가전제품 수리기사 등 특수고용직노동자 3000여 명(경찰 추산)이 도심에서 집회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 택배가 지연됐는데, 6일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근로자 파업이 예정돼 있다.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집결한 시위대는 남대문 방면으로 약 200m에 이르는 세종대로 편도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벌였다. 또 오후 3시부터 중구 서울고용노동청까지 약 1.3km 구간을 행진했다.세종대로 사거리 일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이모 씨(23)는 “광화문에서 강서구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버스만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땡볕 아래에서 하염없이 시위대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이날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대규모 물류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택배노조 조합원 약 7000명 중 1000여 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배송이 하루 정도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민노총은 6일 파업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업계 근로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민노총 산하 전국서비스산업노조는 지난달 말 백화점, 면세점 등에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인 만큼 자체적으로 대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다만 업계는 영업 중단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면 파업으로 인해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매장은 없다”며 “다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도 일부 민노총 소속 조합원이 특정 시간대에 개별 파업할 예정으로 업무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윤석열 정권 퇴진’을 앞세운 이번 총파업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2주간 이어질 이번 파업에는 민노총 조합원 약 4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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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6 vs 진보 3… 작년 ‘낙태권 폐기’ 이후 잇단 보수적 판결

    미국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웹사이트 제작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고객의 요청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제작사 대표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과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한 데 이어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결까지 내놓으며 미 보수층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통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콜로라도주에 있는 웹사이트 제작사 대표 로리 스미스가 주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6 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콜로라도주는 일반에 공개된 업체가 인종, 성, 성적 취향, 종교 등을 이유로 고객에게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스미스는 동성 커플의 결혼 웹사이트 제작 요청을 받고 거부하려 했다. 기독교 신자인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요청을 거부할 경우 주법에 따라 처벌받을 상황에 놓이자 해당 주법이 위헌이라며 2016년 헌법소원을 냈다. 다수의견을 작성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수정헌법 1조는 모든 개인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풍요로운 미국을 그리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처벌 조항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념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진보 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오늘 대법원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업체가 보호 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됐다. 현재 보수 성향 대법관은 6명, 진보 성향이 3명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효화한 이후 1년여 동안 미국 사회를 뒤흔들 보수적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념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62년 만에 폐지시켰고, 다음 날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대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의 잇단 보수적 판결은 내년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치러진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여성·진보층이 결집하며 공화당이 예상 밖 고전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반(反)공화당 여론을 강하게 형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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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강국 인도 ‘엘리트 교육’의 그늘… 13세 10명중 3, 4명 기초읽기 안돼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가 세계 무대 중심에 서려는 꿈을 키우고 있지만 ‘질 나쁜 교육’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인도 교육이 상위권 학생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를 배출하는 이면에는 대다수 학생들이 기초학력조차 갖추지 못하는 그늘이 있다.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인구와 경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저학력 젊은이들이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학생 2억6000만 명 상당수 기초학력 미달인도는 인구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할 만큼 젊고 붐비는 나라다. 인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학생 수는 2억6523만 명, 각급 학교는 149만 개교에 이른다. 하지만 인도 전체 어린이의 4분의 3에 이르는 농촌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교육 현황 보고서(ASER·2022)에 따르면 기초학습 능력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학의 경우 5학년(10세) 아동 26%만이 기본적인 나눗셈을 할 수 있었다. 8학년 읽기 시험에서는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아동이 70%도 되지 않았다. 인도는 여전히 고등교육 진학률이 상당히 낮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州)의 초등학교 등록률은 95%인 반면 고등학교 등록률은 57.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인도가 교육의 양적 확장을 꾀하면서 최근 10년간 학교 시설 수준과 상급 학교 진학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성적 추이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격차도 벌어졌거나 비슷하게 유지됐다.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8학년생이 사립학교에서는 80%였지만 공립학교에서는 66%에 불과했다. 2017년 공립학교에 대한 교육당국 불시 조사에서는 교사 4분의 1가량이 결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교육 중심, 교육-빈부 격차 극심이코노미스트는 학력 저하의 주요 원인을 인도 특유의 엘리트 교육에서 찾았다.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인도 정부는 빠르게 근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소수 명문대, 소수 엘리트를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R) 야미니 아이야르 센터장은 인도 교육이 “줄 세우기 식”이라며 “맨 앞 두 줄만 가르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엘리트 교육의 최전선에 델리인도공대(IIT Delhi)가 있다. 1951년 설립된 IIT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수많은 인도계 엔지니어를 배출했다. IIT 입시 경쟁도 치열해 학부모들이 비싼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IIT에 재학 중인 스리카르 안켐 씨는 동아일보에 “상위 1%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입시 전문 학원에서만 생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나 등록금이 저렴한 사립학교에서의 기초교육은 교육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라지 쿠마르 씨는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극심한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 조짐은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20년 상위권 중심이던 교육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전반적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취학 전 교육 강화와 성과에 따른 교사 보상 방침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공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을 감안하면 인도의 교육 개혁이 쉽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인도 정부가 목표한 대로 제조업과 경제를 키우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엘리트가 아닌) 대다수 젊은이들”이라고 짚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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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지지율 44%… 41% 바이든에 첫 오차범위 밖 우세

    잇달아 형사 기소되며 사법리스크가 커져만 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23∼25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1%포인트)한 결과 ‘2024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1%)을 3%포인트 앞섰다.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관련 조사를 실시한 이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이달 9∼11일 실시한 직전 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42%였다. 올 3월 성추문 입막음 관련 문서 조작 등 혐의로 뉴욕지검에 형사 기소된 데 이어 이달 8일 정부 기밀문서 불법 유출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또 기소됐음에도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야당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가상 대결에서 열세를 보였다.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로, 42%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 3650명을 대상으로 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선호도를 묻는 조사에서도 5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 디샌티스 주지사(19%)와의 격차가 38%포인트다. 이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7%),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6%) 순이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지지율 고공 행진이 지속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호위 무사’로 불리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문제는 그(트럼프)가 가장 강력한 후보냐는 것인데 나는 답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커지는 사법리스크가 언제 그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반출한 기밀문서를 일반인에게 보여준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7월 뉴저지주의 한 골프 클럽에서 국가 기밀인 미군의 이란 공격 계획안을 출판업자 등에게 보여주며 “군이 작성해서 나한테 준 것인데 기밀 해제를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비밀문건”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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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우리軍 모든 방향 진격”… 남부 탈환 속도전

    러시아가 내부 반란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 주변 요충지를 탈환하는 등 대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들을 인용해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에 있는 다치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헤르손시와 마주 보고 있어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다. 텔레그램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 진격을 염두에 두고 이곳에 교두보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을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는 강 서쪽에 진을 치고 격전을 이어왔다. 올 4월에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드니프로강을 건너 일부 동부 지역 탈환에 성공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사샤 코츠는 이번 다치 탈환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래 처음으로 2014년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 일부를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는 서방 정보당국 분석도 나왔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27일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공수부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크라스노호리우카에서 동쪽으로 소폭 진격했다”고 밝혔다. 크라스노호리우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해인 2014년부터 점령해 온 곳이다. 도네츠크주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을 탈환하며 총 130㎢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동남부 최전선 지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은 “우리 군이 모든 방향으로 진전했다. 매우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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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반격 나선 우크라, 남부 탈환 속도전…“모든 방향 진격”

    러시아가 내부 반란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 주변의 요충지를 탈환하는 등 대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들을 인용해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에 있는 다치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헤르손시와 드니프로강을 두고 마주보고 있어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다. 텔레그램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 진격을 염두에 두고 이곳에 교두보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을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는 강 서쪽에 진을 치고 격전을 이어왔다. 올 4월에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드니프로강을 건너 일부 동부 지역 탈환에 성공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사샤 코츠는 이번 다치 탈환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6일 헤르손주 노바카호우카댐 붕괴 사건으로 러시아 측 방어선이 약해진 틈을 타 대반격을 재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댐 붕괴로 인근 러시아 전진기지가 홍수 피해를 겪자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을 최근 자포리자 지역으로 재배치했다. 또 강의 수위가 낮아지며 모래벌판이 형성돼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을 건너기도 쉬워진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도 우크라이군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 말라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을 탈환하며 총 130㎢ 영토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동남부 최전선 지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군이 모든 방향으로 진전했다. 매우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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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성인 17명중 1명꼴 마약… 10년새 23% 급증”

    전 세계 마약 투약자 수가 최근 10년간 23% 급증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5일 공개한 ‘세계 마약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 마약 투약자 수는 2021년 기준 2억9600만 명으로, 2011년(2억4000만명) 대비 23.3% 늘어났다.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기준 50만 명으로, 2009년 40만 명 초반에서 약 17.5% 상승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1년 내에 대마초를 포함해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사람은 15∼64세 인구 17명 중 1명꼴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년간 펜타닐, 메스암페타민 등 합성 마약이 급증해 암시장 등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UNODC는 지적했다. 합성 마약은 아편이나 코카인처럼 특정 재배 지역 또는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제조하기도 쉬워 거래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보고서는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합성 마약 제조를 주도하며 공급량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편계 합성 마약 오피오이드의 일종인 펜타닐은 북미 지역 내 마약 중독에 따른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2021년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7만 명이 펜타닐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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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마약 투약자 3억명…10년새 23% 급증

    전 세계 마약 투약자 수가 최근 10년간 23% 급증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5일 공개한 ‘세계 마약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 마약 투약자 수는 2021년 기준 2억9600만 명으로, 2011년(2억4000명) 대비 23.3% 늘어났다.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기준 50만 명으로, 2009년 40만 명 초반에서 약 17.5% 상승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1년 내에 대마초를 포함해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사람은 15~64세 인구 17명 중 1명꼴이라고 밝혔다.특히 지난 10년간 펜타닐, 메타암페타민 등 합성 마약이 급증해 암시장 등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UNODC는 지적했다. 합성 마약은 아편이나 코카인처럼 특정 재배 지역 또는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제조하기도 쉬워 거래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보고서는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합성 마약 제조를 주도하며 공급량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아편계 합성 마약 오피오이드의 일종인 펜타닐은 북미 지역 내 마약 중독에 따른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2021년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7만 명이 펜타닐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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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고진, 러 국방과 권력갈등 폭발… 모스크바 200km앞 진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왜 푸틴의 등에 칼을 꽂았을까. 그 배후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누적된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의 해묵은 갈등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프리고진이 정규군을 이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국면 전환을 노리고 초유의 반란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한 바그너그룹이 불과 36시간여 만에 모스크바와 불과 200km 떨어진 옐레츠까지 손쉽게 진격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가 일개 용병조직에 뚫릴 뻔한 것이다.● 프리고진 vs 쇼이구 ‘파워게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 시간) 이번 반란의 배경으로 프리고진과 쇼이구 장관의 갈등을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프리고진은 정규군의 전술 운용을 줄곧 비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올 1월 자신과 가깝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이 지지부진한 전황의 책임을 지고 지휘권을 상실하자 격노했다. 이때부터 양측의 권력 다툼 또한 본격화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임박한 지난달 프리고진은 정규군이 고의적으로 바그너그룹에 대한 보급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바그너그룹이 혈투를 벌이며 도네츠크, 바흐무트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성과를 냈는데도 러시아군이 이를 인정해 주기는커녕 정상적인 보급조차 방해하고 있다며 “바그너 전사들이 파리처럼 죽어간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정규군의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는 쇼이구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하며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달 10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고, 프리고진은 다음 날 “국방부와 더 이상 계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란이 시작된 23일에는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했다는 영상을 게시하고 “이 ‘인간쓰레기’는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 코앞까지전 세계를 제패하려 했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모스크바 코앞까지 일개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그룹이 진격했다는 것도 많은 의문을 낳는다. 바그너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 인근 옐레츠까지 정규군과 간헐적 교전을 벌였지만 큰 저항 없이 순조롭게 진격했다. 프리고진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군이) 총알 한 발 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군의 대응이 유명무실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정규군이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푸틴 대통령과 정규군 수뇌부의 지도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1일부터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타국 정부가 반란 이틀 전부터 파악한 정보를 러시아군은 입수하지 못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24일 TV 연설에서 프리고진을 향해 “등에 칼을 꽂은 반역”이라고 비판한 뒤 프리고진과 전격 합의한 것,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난 프리고진의 행방이 아직 묘연한 것도 의문을 더한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대립한 쇼이구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 등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쇼이구 장관을 문책하면 프리고진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고, 군 수장에게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진퇴양난이다. 모스크바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24일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 등은 모조리 폐쇄됐다. 당국은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하는 검문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가 고의로 도로를 파헤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모스크바 당국은 시민 안전 등을 위해 월요일인 26일도 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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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저커버그 ‘주먹다짐’ 실현땐 흥행 수입 10억달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CEO의 난데없는 주먹다짐 예고가 실현된다면 격투기 사상 역대 최대 흥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CNBC 방송은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종합격투기 UFC 옥타곤(8각 경기장)에서 맞붙는다면 1인당 유료 시청(PPV) 가격 100달러(약 12만5000원)로 예측할 때 흥행 수입이 10억 달러(약 1조31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격투기 최대 흥행 경기인 2017년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권투 경기 당시 수입 6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격투기 대결로까지 비화된 두 억만장자의 설전은 21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메타에서 곧 출시 예정인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대해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란 질문을 트위터에 띄우면서 비롯됐다. 머스크가 “무서워 죽겠네”라며 비꼬는 글을 올리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했고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받아친 것. 우리 게임 용어로 ‘현피’(사이버 공간에서 다투다가 실제 만나 싸우기)에 합의한 셈이다.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해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22일 미 TMZ스포츠 인터뷰에서 “저커버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머스크가 진심인지 물었다”며 “(내가 머스크한테 물었더니) 머스크는 ‘진지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브라질 유술 주짓수 수련자로 지난달 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머스크도 한 팟캐스트에서 “어려서 유도 가라테 태권도를 배웠고 최근 주짓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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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8만명 파병… 6·25는 잊혀질 수 없는 전쟁”

    “6·25전쟁은 더 이상 잊혀질 수 없는 전쟁입니다.” 22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54)는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6·25전쟁 기념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국 수도 런던 템스강과 국방부 건물 중간에는 2014년 한국 정부가 선물한 6·25전쟁 기념비가 서 있다. 다음 달 런던 왕실 근위기병대 연병장 호스가드광장에서 참전용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정전 70주년 행사가 열린다. 한때 영국에서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인식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했지만 전쟁 피해는 여전했음에도 영국 정부는 파병을 결정했다. 클레멘트 애틀리 당시 총리는 한국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내각 반대파에 “멀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병은) 의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1953년 정전 이후 귀국한 참전용사들은 경제 위기 등 불안정한 국내 상황과 마주했다. 크룩스 대사는 참전 배경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인간에 대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한국과 영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런 가치를 함께 지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70년 전 영국이 수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에 부임하기 직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평양에서도 대사로 일했다. 세계 외교관 가운데 한국과 북한에서 모두 대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한 국경 폐쇄 직전) 북한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영국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과 평양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크룩스 대사는 “서울은 자유롭고 활기찬 반면 평양은 엄격하고 규율 잡힌 모습”이라며 “오랜 분단에도 양쪽은 유머, 가족에 대한 사랑 같은 일정 부분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6·25전쟁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1084명을 파병해 1106명이 전사했다. 현재 영국에는 6·25전쟁 참전용사 600∼700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산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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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저커버그 결투 하나…성사땐 10억달러 흥행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CEO의 난데없는 주먹다짐 예고가 실현된다면 격투기 사상 역대 최대 흥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은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종합격투기 UFC 옥타곤(8각 경기장)에서 맞붙는다면 1인당 유료 시청(PPV) 가격 100달러(약 12만5000원)로 예측할 때 흥행 수입이 10억 달러(약 1조31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격투기 최대 흥행 시합인 2017년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권투 경기 당시 수입 6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격투기 대결로까지 비화된 두 억만장자 설전은 21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메타에서 곧 출시 예정인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대해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는 질문을 트위터에 띄우면서 비롯됐다. 머스크가 “무서워 죽겠네”라며 비꼬는 글을 올리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했고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받아친 것. 우리 게임 용어로 ‘현피(사이버 공간에서 다투다 실제 만나 싸우기)’에 합의한 셈이다.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해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22일 미 TMZ스포츠 인터뷰에서 “저커버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머스크가 진심인지 물었다”며 “(내가 머스크한테 물었더니) 머스크는 ‘진지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브라질 유술 주짓수 수련자로 지난달 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머스크도 한 팟캐스트에서 “어려서 유도 가라테 태권도를 배웠고 최근 주짓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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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린 크룩스 대사 “英, 6·25전쟁 8만명 참전…멀지만 파병은 의무”

    “6·25전쟁은 더 이상 잊혀질 수 없는 전쟁입니다.” 22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54)는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6·25전쟁 기념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국 수도 런던 템즈강과 국방부 건물 중간에는 2014년 한국 정부가 선물한 6·25전쟁 기념비가 서있다. 다음달 런던 왕실 근위기병대 연병장 호스가드광장에서 참전용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정전 70주년 행사가 열린다. 한때 영국에서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인식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했지만 전쟁 피해는 여전했음에도 영국 정부는 파병을 결정했다. 클레멘트 애틀리 당시 총리는 한국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내각 반대파에게 “멀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병은) 의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1953년 정전 이후 귀국한 참전용사들은 경제 위기 등 불안정한 국내 상황과 마주했다. 크룩스 대사는 참전 배경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인간에 대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라며 “지금 한국과 영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런 가치를 함께 지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70년 전 영국이 수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스 대사는 한국에 부임하기 직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평양에서도 대사로 일했다. 세계 외교관 가운데 한국과 북한에서 모두 대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한 국경 폐쇄 직전) 북한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영국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과 평양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콜린스 대사는 “서울은 자유롭고 활기찬 반면 평양은 엄격하고 규율 잡힌 모습”이라며 “오랜 분단에도 양쪽은 유머, 가족에 대한 사랑 같은 일정 부분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6·25전쟁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1084명을 파병해 1106명이 전사했다. 현재 영국에는 6·25전쟁 참전용사 600~700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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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에브리싱, ‘인권 탄압’ 가리고 ‘개혁 군주’ 이미지 원해 [글로벌 포커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추진, 이란 시리아 캐나다 등과의 잇따른 외교 정상화, 국제 스포츠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천문학적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인권 탄압국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적 고물가, 미중 패권 갈등 등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사우디의 지정학적 이점이 이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있다. 그는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정보요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후 미국 등 서방 주요국으로부터 살해 배후로 지목돼 사실상 ‘기피 인물’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만나는 사이가 됐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한국 부산, 이탈리아 로마와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LIV 골프 창설,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합병을 넘어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인수 등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우디가 ‘중동의 수니파 맹주’를 넘어 ‘국제사회의 맹주’를 노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제사회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왕세자-국가 모두 ‘이미지 개선’ 절실 사우디가 국제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함마드 왕세자 개인과 국가 모두 이미지 개선이 절실한 상황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전제 군주’가 아닌 여성 인권 신장, 적대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이뤄낸 ‘개혁 군주’로 재평가받기를 원한다. 사우디 또한 석유에만 의존하는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특히 산업 다각화 분야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는 이웃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을 속히 추격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야 절대 왕정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민심 이반의 싹을 애초에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5년 부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한 후부터 국내외에서 내내 논란에 휩싸였다. 사우디는 초대 이븐사우드 국왕이 숨진 1953년부터 살만 국왕의 즉위까지 62년간 형제 계승 제도를 이어왔다. 이븐사우드 국왕이 여러 부인으로부터 45명의 왕자를 둔 탓에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특정인이 아닌 여러 왕실 남성이 돌아가면서 즉위해야 한다는 암묵적 전통이 지켜졌다. 살만 국왕도 처음에는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를 왕세자로 지명했다. 불과 2년이 흐른 2017년 6월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촌 형을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왕족, 고위 인사 500여 명을 리야드 리츠칼턴 호텔에 감금한 후 숙청했다. 카슈끄지 암살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대파 탄압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자국 영토도 아닌 타국 영사관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한 인체 훼손 살인이 벌어지자 세계가 경악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줄곧 배후설을 부인했지만 2021년 초 미 정보당국은 “살해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반적인 국민의 삶 또한 아직 선진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민 3400만 명 중 약 20%(약 680만 명)가 빈곤층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700만 명에 달한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후 여성 운전 허용 등을 도입했지만 전반적인 여성 인권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해 유명 여성 운동가 누라 빈트 사이드 알 까흐타니는 여성 인권 향상을 촉구하는 트위터를 올렸다는 이유로 무려 45년 형을 선고받았다. 석유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도 문제다.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왕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 세계 스포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6000억 달러(약 78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 역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인 금고’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야시르 알 루마이얀 PIF 총재는 과거 인터뷰에서 “투자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내가 아닌) 무함마드 왕세자”라고 밝혔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석유의 시대가 10, 20년 이상 지속될지, 아니면 조만간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우디가 산업 다각화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고 평했다. 최근 사우디가 ‘수소 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고유가-中 밀착’에 서방 구애 쇄도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원유 수출국이라는 지위,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사우디가 반드시 필요한 서방 주요국의 상황 등도 사우디의 거침없는 행보를 가능케 했다. 사우디는 세계 원유 매장의 약 17.2%, 수출의 약 16.5%를 차지하고 있다. 산유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세계 공급망 교란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사우디의 전략적 중요성이 극대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미 대선 과정에서 “집권하면 사우디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진보 세력이 인권 탄압에 민감한 데다 이란과의 핵 협상 복원 등을 이뤄내면 사우디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내내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 9%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 지난해 7월 사우디를 찾았다.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직접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우디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같은 해 10월 감산을 발표했고 지금도 이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못지않게 인권을 중시하는 트뤼도 총리 또한 2018년 사우디가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사우디 출신 여성 운동가 사마르 바다위를 억류하고 카슈끄지 암살까지 자행하자 사실상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고물가가 이어지고 2021년 기준 최대 수출국인 사우디 시장이 사라지자 캐나다 역시 백기를 들었다. 캐나다는 사우디에 운송 장비를 포함해 연 22억 캐나다달러(약 2조 원) 규모를 수출한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두 나라는 지난달 외교 관계 복원을 공식 선언했다. 사우디의 중국 밀착 행보는 미국의 불안감을 키웠다. 사우디는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비밀 회담을 열었다. 이를 통해 2016년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에 처한 후 7년간 단절됐던 두 나라의 외교 관계가 복원됐다. 5월에는 역시 시아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장기 집권 중인 시리아와도 다시 손을 잡았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줄곧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며 외교 관계를 끊었지만 12년 만에 관계가 회복됐다. 특히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가 중국 주재로 이뤄졌다는 점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동 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해야 하는 데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 정상화 주선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은 최근 잇달아 사우디를 찾아 “이스라엘과 연내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후 중국이 원유 거래의 위안화 결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1974년 두 나라의 원유 거래 시 달러로만 결제하겠다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확립했다. 이후 사우디는 원유 판매 대금으로 얻은 달러로 미 국채와 최신식 무기를 사들여 미 경제와 달러의 위상을 높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페트로 위안화’가 가시화하면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인 패권 카드 하나가 위협을 받는다. ‘위안화 국제화’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의 협조가 절실하다.● ‘아랍의 봄’ 재연 방지에 총력 사우디가 주요 스포츠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국제사회 내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국내 민심 이반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목적도 크다. 즉,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스포츠를 이용한 부정적 이미지 세탁)’의 진정한 목적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뜻이다. 사우디는 극단주의에 가까운 엄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와 오일머니로 전제 왕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상당한 잡음을 일으키며 권력을 장악한 데다 여성 인권 향상,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 등 그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한 수니파 보수층의 반발이 적지 않다. 오일머니로 뿌려대던 각종 보조금 지급 같은 현금 복지 또한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10,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체를 강타한 ‘아랍의 봄’ 같은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면 무함마드 왕세자 개인의 안위를 넘어 절대 왕정의 존속이 위협받는다. 또한 사우디는 젊은 국가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 인구의 63%가 30세 미만이다. 왕실 내 반대파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청년층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사우디는 ‘아랍의 봄’ 재연을 두려워한다. 스포츠는 젊은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평했다. 이에 사우디가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포츠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PIF는 2021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유명 축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 내로라하는 축구 스타들도 거액의 연봉을 받고 각각 사우디 리그로 이적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7월 포뮬러원(F1) ‘애스턴마틴’ 팀의 2대 주주가 됐다. PIF가 아예 F1 협회 전체를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인수하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PIF가 NBA,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 등의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NBA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농구단은 야구단보다 선수가 적어 운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한국, 미국, 일본, 중남미 일부 국가가 주로 선호하는 야구와 달리 농구의 인기는 범세계적이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스포츠는 투자 대비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국내외에서 동시에 관심을 받기도 쉽다”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매우 용이하다고 진단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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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된 잠수정 CEO 부인, 111년前 타이태닉 희생자 고손녀였다

    타이태닉호 잔해 탐사에 나섰다 18일(현지 시간)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해저탐사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부인이 실제 111년 전 타이태닉호 침몰 사망자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 시간) 타이탄 소유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스톡턴 러시 CEO의 부인 웬디 러시가 타이태닉호에서 함께 숨진 ‘스트라우스 부부’의 고손녀라고 전했다. 스트라우스 부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타이태닉호 사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연 중 하나다.이시도어 스트라우스와 부인 아이다는 1912년 4월 10일 타이태닉호 일등석에 올랐다. 2200명 승객을 태운 타이태닉호는 당시 영국 사우스햄스턴 지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첫 출항을 앞두고 있었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공동 소유주였던 이시도어는 당시 타이태닉호에 탄 승객들 중 가장 부유한 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시도어는 일등석 승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아이들 등 다른 승객들을 위해 구명보트에 오르는 것을 거부했다. 아이다 역시 남편과 끝까지 함께 하기를 결정했다. 노부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꼭 붙든 채로 갑판 위에 서서 함께 물에 잠겼다고 한다. 이시도어의 시신은 사고 2주 후 수습됐다. 아이다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이들 부부의 사연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1997년)에서도 등장했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선실 안 침대에서 포옹한 채로 최후를 기다리는 한 노부부의 장면이 이들 부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 부부의 고손녀인 웬디는 타이태닉호 잔해가 발견된 그 다음 해인 1986년 러시 CEO와 결혼했다. 이후 웬디는 최근 2년간 총 3차례 걸쳐 타이태닉 잔해 탐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있으며, 회사 후원재단 이사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고 NYT는 전했다.타이탄 수색 작업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잠수정의 위치는 오리무중한 상태다. 18일 실종된 이 잠수정에는 탑승객 5명이 최대 96시간 동안 숨 쉴 수 있는 공기만 공급된다. 미 해안경비대는 22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면 공기가 소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이탄의 골든타임이 상당히 임박한 가운데 이들의 구조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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