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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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02-27~2025-03-29
칼럼100%
  • 아베, 가케학원 ‘관여한 적 없다’더니…커지는 日 사학스캔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논란과 관련해 총리 비서관이 지방자지단체와의 협의에서 ‘총리 안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 부인이 명예교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했다는 모리토모(森友) 스캔들에 이어 가케 스캔들도 재점화되면서 아베 총리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소관 지자체인 에히메(愛媛) 현 문서를 인용해 2015년 4월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당시 총리비서관이 현 관계자를 만나 “이 안건은 총리 안건이 돼 있다”며 “지자체가 죽을 정도로 실현하고 싶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케 학원은 아베 총리의 40년 지기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52년 만에 수의학과 신설 허가를 받아 특혜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에는 내각부가 ‘총리의 의향’을 들먹이며 문부과학성을 압박하는 문서가 재조사 끝에 발견됐다. 이번 문서까지 사실로 드러나면 ‘관여한 적 없다’던 아베 총리 해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나세 비서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현 관계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해 위증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관련 부처에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선 재무성이 모리토모 학원에 “(헐값 매각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쓰레기 철거비가 많이 나와 트럭 몇 천대가 움직였다고 말하는 게 어떠냐”며 허위진술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한편 방위성에선 이라크 파병 부대의 일일보고 등 국회에 ‘없다’고 했던 문서가 매일 발견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아베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깊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지율은 NHK 조사 결과 한 달 만에 6%포인트 떨어진 38%로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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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미투 첫발뗀 여기자 “한국 배울게 많다”

    6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약속 장소에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은 여성이 있었다. 자료에서 본 모습과 전혀 달랐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29) 씨는 “얼굴을 알아볼까 봐 일본에 오면 이렇게 다닌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폐쇄적인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실명 기자회견을 연 첫 사례다. 이토 씨는 2015년 4월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 당시 TBS 워싱턴지국장과 도쿄에서 취업 상담을 위해 만나 식사 후 의식을 잃고 피해를 당했다. 이토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 의지로 호텔에 가지 않았고 합의도 없었다. 명백한 성폭행”이라고 밝혔다. 사건 직후 상담센터에 전화했지만 “직접 찾아와야 상담이 가능하다”는 말에 포기했다. 일본 경찰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 수사가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데이트 강간약 사용이 의심됐지만 지원을 받지 못해 초기 증거가 사라졌다”고 했다. 저널리스트 지망생이던 이토 씨는 ‘스스로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면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신고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 당일 의식을 잃은 이토 씨를 야마구치 지국장이 안고 가는 호텔 폐쇄회로(CC)TV 장면이 발견됐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그런데 막판에 경찰 고위 간부에 의해 직권 취소됐다. 이토 씨는 “현장에 수사관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법원이 발급한 체포영장이 취소된 건 전대미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가까운 야마구치 지국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침묵을 지켰다. 수사 과정에서 이토 씨는 남성 수사관 앞에서 인형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해야 했다. 수사관들이 돌아가면서 “처녀냐”고 묻는 등 상식 이하의 대우도 당했다. 불기소 결정이 나자 이토 씨는 검찰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토 씨는 “일본 언론도 냉담했다.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해 5월 실명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과 그 이후 일본의 반응을 다룬 책 ‘블랙박스’를 내고 주일 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실명 증언의 대가는 컸다. 인터넷에는 ‘일본의 수치’라는 등의 비판과 협박이 쏟아졌다. 혐한(嫌韓) 세력을 중심으로 한국계라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나왔다. 그는 “가족과 친구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꽃뱀이라는 소문 때문에 언론사에서 일하기도 어려워 결국 영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TBS는 나왔지만 여전히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야마구치 측과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토 씨의 기자회견 이후 일본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들이 나왔지만 한국이나 미국처럼 큰 흐름을 형성하진 못했다. 지난달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토 씨는 “사회적 압력이 강한 일본은 내부로부터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유엔이나 해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투 운동이 활발한 한국에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최근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주변에서 폭력을 방관하지 말자는 ‘위투(WeToo)’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토 씨는 자신과 유사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자신을 믿으세요. 지금은 미약하고 반향이 없더라도, 당신의 말이 반드시 나중에 중요한 목소리로 세상에 받아들여질 때가 올 겁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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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방송 레드벨벳 통편집했지만… 주민들, USB 몰래 구해서 봐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 이후 가수 백지영이 부른 노래 ‘잊지 말아요’가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이 8일 전했다. 소식통은 “남조선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USB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가 벌써 북-중 국경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며 “동평양대극장 공연(1일)은 1부,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3일)은 2부로 소개돼 팔린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예술단 공연 실황을 아직 TV로 방영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은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는 2009년 방영된 TV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곡이다. 남북 간 ‘제2차 6·25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리에 몰래 유통되고 있다. 드라마 주제곡으로 듣던 한국 노래를 실제 가수가 평양에 와서 직접 불러 주민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아이리스는 꿈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직접 평양에 온 현실에 놀랐다”며 “백지영이 (북한 최고 악단인) 모란봉악단보다 노래를 훨씬 잘 부른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노래의 후렴구인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우리 이제 헤어지네요/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남북의 안타까운 분단 상황을 연상시킨다. 당시 공연 현장에서도 이 가사에 눈물짓는 북한 관객이 유독 많았다.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도 백지영의 노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에 다녀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고 나자 김정은은 ‘어느 정도 레벨의 가수냐, 저 노래는 최근 노래냐’고 물었다”고 5일 전했다. 유통되는 USB메모리엔 북한 중앙방송이 4일 공연 소식을 전할 때 통째로 편집했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시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소식을 3분 20초가량 방영했지만 이선희의 ‘J에게’ 외에는 우리 가수의 이름이나 노래, 발언을 무음으로 처리했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레드벨벳의 무대는 통째로 들어냈다. 소식통은 USB메모리 영상을 본 북한 주민도 레드벨벳 노래 ‘빨간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USB메모리는 중국에서 누군가가 한국 녹화방송을 복사해 돈을 받고 북에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선 주로 돈 있는 권력층이 이런 영상을 요구한다. 평양 출신 탈북자는 9일 “중국에서 밀수된 동영상은 수요가 가장 많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평양으로 직행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요즘 외부 동영상을 가장 많이 퍼뜨리는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단속하는 보안원(경찰)들”이라며 “보안서에 압수한 각종 영상물이 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기난으로 지방에서 TV를 거의 볼 수 없지만 태양광 등을 통해 충전시켜 USB메모리 저장물을 볼 수 있는 ‘노트텔’이란 기기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 한국 가수가 평양에서 부른 노래가 북한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탈북 청년은 “2002년 윤도현밴드의 평양 공연 후 가요 ‘너를 보내고’가 전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며 “당시 청년들이 모이면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잊지 말아요’도 당분간 북한 최고 인기 가요 반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유화 모드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한국 가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양강도 삼수군에서 금지된 한국 가요 50여 곡을 듣고 춤을 춘 16, 17세 청소년 6명이 지난달 22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요를 USB메모리에 복사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려고도 했다. 신문은 “반국가음모죄로 2명은 중범죄자들이 가는 교화소에 갔고, 4명은 노동단련형 1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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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팬 패싱’ 씻을까… 아베-트럼프 3번째 골프 회동 추진

    미일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세 번째 골프 회동을 조율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복수의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8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17∼20일 미국을 방문한다. 신문에 따르면 골프 회동은 미국 측에서 제안했으며 일본 측도 “양국 정상이 얘기할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고 호응했다. 장소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미국 방문을 통해 최근 제기되는 ‘저팬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고 굳건한 미일 동맹을 과시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일본 측 관심 사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골프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아베 총리의 비책이다. 아베 총리는 당선 직후인 2016년 11월 뉴욕에서 만났을 때 순금 장식이 달린 한화 500만 원짜리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2월에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27홀을 함께 돌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아베 총리가 2020년 올림픽이 열리는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골프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했다. 미국산 쇠고기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일본 최고 프로 골퍼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선수와 함께 라운딩을 했다. 하지만 이번 골프 회동이 예전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 변화 국면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철강 알루미늄 고율관세 부과 등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한편 교도통신은 7일 북한이 올 들어 일본에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해결이 끝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검토 중인 일본에 납치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북-일 양국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납치 문제 재조사와 제재 해제를 약속했으나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사문화된 상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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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게 자고 라면 가장 많이 먹는 한국 고교생

    한국 고교생들이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가장 늦게 자고, 식생활 습관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가 지난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 고교생 8480명(한국은 1, 2학년, 미중일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다. 한국은 밤 12시 이후에 자는 비율이 69.5%로 중국(11.7%), 미국(17.9%), 일본(45.1%)에 비해 크게 높았다. 기상 시간도 늦었다. 다른 국가 고교생 절반 이상이 ‘오전 6시 반 전에 일어난다’고 답했지만 한국은 10명 중 2명만 같은 답변을 했다. 진흥기구는 “한국의 경우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36.1%로 일본(6.5%), 중국(7.5%)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3회 이상 즉석라면이나 컵라면(instant or cup noodles)을 먹었다는 답변도 한국(17.5%)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국(10.4%), 미국(8.1%), 일본(4.8%) 순이었다. 반면 채소류를 매일 섭취한다는 비율은 30.1%로 한국이 꼴찌. ‘진학·진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58%)과 ‘나는 뭘 해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관적 답변(66.2%)은 4개국 중 가장 많았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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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단독]늦게 자고 라면 많이 먹고 스트레스 많은 한국 고교생

    한국 청소년들이 미국 중국 일본 청소년에 비해 늦게 자고, 식생활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가 지난해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4개국 고교생 약 8500명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11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전국 38개 학교의 고교생 2015명을 조사했다. 취침 시간의 경우 한국은 자정 이후에 자는 비율이 69.5%로 일본(45.1%), 미국(17.9%), 중국(11.7%)에 비해 크게 높았다. 새벽 1시 이후에 잔다는 답변도 27.9%에 달했다. 늦게 자는 만큼 일어나는 시간도 늦었다. 다른 국가 고교생 절반 이상이 ‘6시 반 전에 일어난다’고 답한 것에 비해 한국은 10명 중 2명만 같은 답변을 했다. 기상이 늦은 만큼 아침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는 비율도 가장 높았다.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 측은 “한국의 경우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36.1%로 일본(6.5%), 중국(7.5%)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매일 아침을 먹는 비율이 73.5%였다. 식생활의 질도 좋지 않았다. 최근 일주일 동안 3회 이상 인스턴트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었다는 답변은 한국이 17.5%였다. 중국(10.4%), 미국(8.1%), 일본(4.8%)에 비해 크게 높았다.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3회 이상 먹었다는 답변은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반면 야채류를 매일 섭취한다는 비율과 유제품을 주 3회 이상 섭취한다는 비율은 4개국 중 가장 낮았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학교나 지역의 스포츠 모임에 참가하는 비율은 17.1%로 다른 나라들의 절반 이하였다. 특히 여학생은 수업시간 외에 30분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는 비율이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또 최근 취업난을 반영한 듯 ‘진학과 진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이 58%로 가장 높았다. 일상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답변도 가장 많았으며, ‘뭘 해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답변은 66.2%로, 4개 국 중 유일하게 과반이었다. 다만 한국 고교생은 교우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는 답변은 87.5%로 가장 높았다. ‘부모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고민을 잘 들어준다’는 답변도 4개국 중 가장 높았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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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최대 가상통화 유출’ 코인체크, 日인터넷 증권사에 매각될듯

    1월 사상 최대 가상통화 유출 사건이 벌어진 코인체크가 결국 독자 생존에 실패하고 금융회사에 넘어가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인터넷 증권사 모넥스그룹이 매수를 위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수십억 엔(수백억 원)이며 이르면 이번 주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가 확정되면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사장 등 현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와다 사장이 대학 재학 중 창업한 코인체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한 달에 4조 엔(약 40조 원)어치의 가상통화를 취급하는 일본 최대급 거래소다. 하지만 고객 자산을 네트워크와 연결된 채로 보관하는 등 기초적인 보안관리를 하지 않아 1월 말 580억 엔(약 5740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를 도난당했다. 피해자는 26만 명. 회사는 경찰 및 발행단체와 함께 범인을 추적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 금융청은 코인체크에 두 차례 업무개선 명령을 내렸으며 다른 거래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3월 말까지 거래소 5곳이 철수를 결정했다. 신문은 “야후저팬이 자회사를 통해 거래소 지분 참여를 검토하는 등 향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상통화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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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촛불의 힘에 경의… 우리도 승리할것”

    “광화문에서 본 ‘피플 파워’는 정말 대단했고, 경의를 갖게 됐습니다.” 3일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서 만난 스와하라 다케시(諏訪原健·26) 씨는 2016년 12월 서울시 주최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땐 마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었다. 당시 한국에서의 경험은 최근 일본 총리 관저 앞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금요일마다 시위를 주최하는 시민단체 ‘스탠드 포 트루스’의 핵심 멤버인 그는 “일본에 촛불시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진실을 위해 거리에 서자’고 외치는 이 단체는 2015년 안보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 멤버와 젊은 직장인 등이 지난달 만들었다. 이 단체는 모리토모 학원 공문서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스와하라 씨는 “박근혜 대통령 사태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권력자가 사익을 추구했고, 규정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며 “한국에서 촛불로 정권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RegaindemocracyJP’(일본의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응원 글을 올리는 것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스와하라 씨는 “촛불을 들고만 있어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총리 관저 앞 시위에는 지난달 23일 1만 명, 30일엔 1만3000명이 모였다. 현장에는 구호를 외치지 않고 촛불을 들고 서 있기만 하는 구역도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진짜 촛불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택했다. 스와하라 씨는 “일본에선 경찰에게 페트병에 든 물을 뿌리기만 해도 체포된다. 진짜 촛불을 들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주최 측은 매주 LED 촛불과 야광봉 약 2000개를 준비한다. LED 촛불을 직접 준비해 오거나 대량으로 가져와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어 매주 관저 앞에서는 수천 개의 촛불 바다가 펼쳐진다. 비용은 현장 모금으로 충당한다. 스와하라 씨는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내각이 행정에 책임을 진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자신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책임이 없고 관료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시위에 나가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스와하라 씨 역시 실즈 활동을 하며 시위 현장에 나갈 때 부모님이 반대했고 친척으로부터 ‘공산당에 들어갔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한국처럼 개인의 정치적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일본의 과제”라고 덧붙였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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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열도에 K문학 바람… ‘문학 역조’ 시정될까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대형 서점 ‘아카데미아 고호쿠텐’이 한국문학 특설 코너를 만든 것은 지난해 7월. 사쿠라이 노부오 점장은 처음에는 한두 달 정도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책이 술술 팔렸다. 멀리서 트위터를 보고 온 사람도 있었고, 들기 힘들 정도로 여러 권을 한 번에 사가는 고객도 있었다. 결국 ‘상설 같은 특설’ 코너로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사쿠라이 점장은 “공통된 반응은 한국문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만 니혼게이자이, 요미우리, 도쿄 신문에서 한국문학 특집 기사를 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류 붐에 의해 K드라마, K팝 등을 (일본인들이) 가깝게 느끼게 됐다. 다음은 K문학”이라고 단언했다. 한국문학을 시리즈로 내는 일본 출판사만 3곳이다. 왜 갑자기 한국문학일까. 먼저 일본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작품이 늘었다. 과거 일본에 소개됐던 작품은 분단이나 민주화운동을 다룬 것이 많아 한국문학은 저항적이고 무겁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 중인 쇼분샤의 사이토 노리타카 편집대표는 “젊은 작가들은 일본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세련되게 다룬다”고 평가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는 등 국제적 위상도 올라갔다. 동시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늘었다. 실력 있는 번역가도 여럿 등장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사이토 마리코 시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5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번역해 제1회 일본 번역대상을 받았다. 올해 번역대상 후보 18편 중 한국소설은 3편이다. 국가별로는 미국(5편)에 이어 두 번째. 좋은 작품이 한두 권 번역된다고 흐름이 되진 않는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낸 대표적 인물이 한국 책 전문 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다. 그는 2011년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권의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를 냈다. 세련된 표지와 유려한 번역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작품의 인상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K북 진흥회’를 결성하고 일본어로 번역해도 좋을 책을 정리해 정기적으로 일본 출판사에 알렸다. 한국문학 투어를 기획했고, 번역가도 양성 중이다. 대하소설 ‘토지’ 완역이란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도쿄의 고서적 거리인 간다진보정에서 한국 북카페 ‘책거리’도 운영한다. 매년 100개 이상의 이벤트를 여는 한국문학의 전진기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김연수,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이 작은 카페에서 팬을 만났다. 문학에서도 한일 격차는 아직 크다. 한국에 소개되는 일본문학은 매년 1000여 편에 달하지만 일본에 소개된 한국소설은 지난해 23권이었다. 상대국의 문학을 읽는 건 대중가요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또 다르다. 시와 소설을 통해 서로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한일관계가 안 좋을수록 문학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기대하며 응원한다. 브라보 한국문학, 힘내라 김 대표!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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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김여정?… 각국 언론 ‘베이징의 숨바꼭질’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26일 밤 처음 알려지자 미국과 일본 언론은 저마다의 관측을 내세우며 ‘미스터리 풀기’ ‘수수께끼 맞히기’와 같은 취재 및 보도 경쟁을 벌였다. 가장 먼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름을 단정적으로 거론한 외신은 미국 블룸버그통신이었다. 27일 0시 40분경 이 매체는 “김정은이 베이징을 깜짝 방문했다. 이는 그가 2011년 집권한 후 처음으로 갖는 해외 순방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익명의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특정해 보도했다. 이에 해외 매체들은 ‘중국의 미스터리한 손님(CNN)’ ‘베이징에 도착한 열차가 김(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워싱턴포스트)’ ‘김정은이 베이징에 있나(뉴욕타임스)’ 등의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확실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강조해 보도했다. ‘베이징의 김정은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던 27일 오후 CNN은 “김정은이 베이징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북한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속보를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를 태운 것으로 알려진 열차가 27일 오후 베이징을 떠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관측을 모두 종합해 전하면서도 ‘1호 열차’가 베이징을 떠날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본 언론 역시 중국을 방문한 이가 김 위원장인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다만 산케이신문은 27일 오후 1시경 익명의 중국 공산당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해 여러 공산당 지도부 인사와 회담을 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중 양국이 올해 초부터 김정은의 방중 시기를 협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이 북한에 핵 포기를 향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번에 방중이 실현된 것은 북한으로부터 전향적인 답변을 얻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후지TV와 요미우리신문 등도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인터넷에는 26일 차량 행렬을 찍은 동영상이 나돌다 삭제됐으며 며칠 전부터 중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보도가 삭제되고, 26일에는 당국에서 북한에 대한 보도를 일절 금지한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김정은 방중설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말을 아꼈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26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줄리아 메이슨 국무부 대변인도 “중국에 알아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 분석을 하는 단계”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하나하나의 보도에 대해 코멘트하진 않겠다”고만 밝혔다. 다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중국을 방문했는지) 지금 정보 수집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해 사전에 최고위급 방중을 몰랐음을 시사했다. 또 “북-중 관계의 진전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고 싶다”고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던 중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한반도)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진핑은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는 3번째 국가 정상이 된다는 사실을 못 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도쿄=장원재/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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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인구감소로 지방의원 할 사람 없어”… 日, 공무원 겸직 허용하거나 보수 인상 추진

    일본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원 확보를 위해 공무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의 경우 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의회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총무성 자문기구는 전날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에게 지자체 공무원과 의원의 겸임을 허용하거나 의원 수를 3∼5명 수준으로 줄이고 보수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의원을 확보하라고 제언했다. 현재 지방자치법은 의회의 감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과 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문기구는 소규모 지자체의 경우 다른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입후보해 지방의원이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라고 제언했다. 지자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단체나 기업의 임원의 겸업도 허용하는 등 다수가 참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신 회의는 평일 야간과 휴일에 주로 여는 방안이다. 두 번째 제안은 겸직·겸업 제한을 유지하는 대신 현재 10명 이상인 의원 정수를 3∼5명으로 줄이고 대신 급여를 대폭 인상해 정책 제안 등 전문성 높은 일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대신 배심원처럼 제비뽑기를 통해 다수의 주민이 조례나 예산 심의에 참가하게 하는 식이다. ‘다수참가형’과 ‘집중전문형’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총무성은 예외를 인정할 소규모 지자체의 규모 등을 검토한 후 내년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의회의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또 전국 927개 정촌(町村) 의회 의장모임에서도 “지방분권 개혁에 역행하며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와 실제 입법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총무성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은 지방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의회가 유명무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 정수는 조례로 정하는데 후보 확보가 어렵다 보니 지자체가 계속 줄여 20년 동안 절반이 됐다. 2015년 지방선거에선 1000명 이하인 지자체의 65%에서 후보자가 전원 무투표 당선됐다. 홋카이도(北海道) 우라호로(浦幌)정 등 4곳은 정원보다 후보자가 적어 결원이 생겼다. 지난해 고치(高知)현 오카와(大川)촌에선 의회를 아예 폐지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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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동영상]北 ‘1호열차’ 베이징에… 김정은 방중說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 회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측의 경호 통제 상황으로 볼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나 적어도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방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 중국의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탔던 특별열차가 중국으로 들어간 것은 맞는 것 같다. 또 중국의 모든 의전이 정상급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문 쪽에서 주중 북한대사관 차량들이 목격됐다. 오후 8시 반경에는 국빈이 묵는 댜오위타이(釣魚臺) 동문으로 들어가는 20여 대의 검은색 차량 행렬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부터 인민대회당 북문 인근 창안제(長安街) 일부가 통제됐고 오후 9시경 국빈 경호급 사이드카들이 등장했다. 오후 10시 10분경 인민대회당을 떠난 대형버스 2대와 구급차를 포함한 차량 20여 대가 정상급 경호를 받으며 10시 반경 댜오위타이로 들어가는 광경이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에 목격됐다. 북한에서 온 최고위급 인사가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를 만난 뒤 댜오위타이에서 묵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방중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김 위원장이 맞다면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중 정상 간에도 긴급 접촉이나 회담이 이뤄졌다는 뜻이어서 외교적 의미와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들은 “25일 북한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에 25일 밤 도착했고, 이때 단둥역 출입이 공안에 의해 통제되고 경비도 삼엄했다”고 전했다. 단둥 현지 주민은 “북한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26일에는 베이징 서역과 인근 공항까지 통제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일일브리핑에서 ‘북한 최고위 인사 방중설’에 대한 질문에 “상황이 파악된 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일일브리핑 내용에선 문제의 질문과 대답만 삭제돼 있었다. 북한을 상대하는 당 대외연락부도 외신들의 문의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니혼TV 계열 뉴스네트워크인 NNN은 “26일 오후 3시경 삼엄한 경비 속에 북한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내를 통과하는 선로 주변에 무장경찰이 배치되는 등 이례적으로 경비가 강화된 와중에 열차가 도착했다. NNN은 “녹색에 노란 선이 들어간 21량짜리 열차는 2011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탔던 열차와 매우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남북,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중국에서는 “중국이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배제당할 수 있다”는 ‘중국 패싱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북-중이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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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턴은 흡혈귀” 비난했던 北, 이번엔 잠잠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2003년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하자 북한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볼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로 지칭하자 이렇게 응수한 것. 북한은 2008년에도 볼턴을 향해 “미 강경보수 세력들이 6자회담의 파탄과 사태 악화만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볼턴이 미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잠잠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란이 볼턴 임명 소식을 듣자마자 “미국의 최종 목적은 이란 전복”이라며 핏대를 세우는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볼턴이 백악관 중책을 맡아 대북 정책을 세팅할 시점에 괜히 자극하는 게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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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도 타오른 촛불… 시위대 “아베 퇴진”, 시민들은 “스고이”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 앞.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다들 플래카드를 내리고, 촛불을 들어주세요.” 수천 명의 인파가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일제히 발광다이오드(LED) 촛불과 플래시를 켠 휴대전화 등을 들어 올렸다. 비가 조금씩 왔지만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물러나라”, “거짓말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역사적인 광경이 될지 모른다. 꼭 사진을 찍어 달라”고 당부했고 기자들은 촛불 바다를 향해 연이어 셔터를 눌렀다. 여기저기서 “정말 멋지네요”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을 둘러싸고 아베 정권이 코너에 몰린 가운데 총리직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이날부터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정권을 바꾼 촛불이 일본에 상륙한 것이다.○ “촛불로 아베 총리 몰아낼 것” 이날 시위는 2015년 안보법제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의 리더 격이었던 오쿠다 아키(奧田愛基·26) 씨 등이 기획했다. 오쿠다 씨는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촛불 3000개를 준비했다”는 글을 올리며 참여를 촉구했다. 또 포스터를 배포하며 ‘캔들스 라이트업 데모크러시’ 캠페인을 벌였다. 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실제 초 대신 LED 촛불, 야광봉 등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에는 ‘촛불을 들고만 있으면 되니 부담 없이 시위에 갈 수 있겠다’, ‘시위라면 왠지 무섭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촛불이라면 안심이다’, ‘한국을 본받아 일본도 힘을 내자’는 등의 호응이 잇따랐다. 자발적으로 촛불을 준비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이날 현장에서 ‘캔들 스태프’라는 완장을 차고 ‘LED 촛불’을 나눠 주던 쓰노이 덴코(角井典子) 씨는 “지인들과 2000개의 촛불을 준비해 왔다. 한국에서는 촛불이 정권을 바꿨다. 촛불은 부드럽고, 예쁘고, 비폭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복지 관련 일을 한다는 노나카 도시히로(野中俊宏·52) 씨는 “한국처럼 촛불이 힘을 내면 좋겠다. 아베 총리가 물러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거리가 촛불로 가득 찬 모습을 보면서 “스고이(멋지다)”, “기레이(예쁘다)”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날 경찰은 시위대가 도로의 절반만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사람이 몰린 곳에는 인간 띠를 만들어 지정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지정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서 있기만 해도 확성기로 “통행에 방해가 되니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부 시민은 촛불을 든 채 거리를 이곳저곳 오가며 시위를 했다. 이날 시위에는 촛불을 들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해 1만 명가량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촛불시위를 열어 아베 정권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날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운영하는 식당엔 협박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반 외부 행사 참석차 관저를 떠나 촛불을 눈앞에서 맞닥뜨리는 사태를 피했다.○ 우익 “반(反)일본적 한국 따라 하기다” 인터넷에는 사정상 시위에 나오지 못했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이 집에서 촛불을 켠 사진과 함께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촛불시위는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는 모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한국인들의 응원도 쏟아지고 있다. 반면 우익 진영에선 한국의 시위 방식을 따라 한 것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날 촛불시위 직전 관저 앞에서는 ‘아베 총리를 지키자’는 우익단체 집회가 열렸다. 인터넷에는 ‘한국식의 촛불시위는 일본을 흔드는 행동’, ‘데모를 하는 이들은 모두 재일동포나 한국인’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5일 당 대회에서 “행정의 수장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24일) 전국 간사장 회의에 이어 이틀 연속 사과한 것이다. 27일에는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하고 관련 문서를 조작할 당시 이재국장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이 국회에 출석한다. 그의 답변에 따라 정국이 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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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한국 등 철강관세 유예국에 쿼터 부과할수도”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잠정 유예시켰던 한국 등 7개국을 상대로 수입 할당량(쿼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22일(현지 시간) CNN 방송에 나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모든 나라는 쿼터제에 직면할 것이다. 모든 나라에 쿼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쿼터제가 도입되면 약속된 수출 물량만 관세를 면제받고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철강의 경우 25% 관세를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철강 수출 물량을 모두 면제받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잠정 유예 대상 7개국을 모니터링해 적절한 쿼터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개국 모두 관세 면제를 해주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철강산업 가동률 80%, 수입량 1330만 t 감축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런 배경에서 쿼터제를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쿼터제가 도입되면 한국은 관세 면제를 받을 물량과 품목 등을 놓고 미국과 다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미국이 설정한 글로벌 쿼터를 놓고 잠정 유예 처분을 받은 7개국끼리 이를 나누기 위한 협상을 할 수도 있다. 비록 협상이 이루어져도 모든 철강 제품이 관세를 면제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쳐 추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철강 관세를 무기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두 나라와 비슷하다”고 분류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 정부는 USTR가 한국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잠정 유예’ 국가로 지정하면서 4월 말까지 미국 측과 조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4월 중에는 4차 한미 FTA 개정 협상도 진행된다. 미국은 4월 말까지 FTA 협상에서 자동차를 필두로 얻어내고자 하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부품 등은 2017년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미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확대하거나 쿼터를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다. 미국 수출용 픽업트럭(적재함에 지붕이 없는 차량)의 관세 유지도 미국 측 요구사항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4월 예정된 4차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철강 관세 쿼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이 한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을 철강 및 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예외 대상에서 일본을 빼놓은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동맹관계인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의 안보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미국의 결정은) 극히 유감이며 계속해서 예외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국에 끈질기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를 만나 일본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설득에 공을 들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HK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두고 “위대한 남자이며 내 친구”라면서도 “(일본이) 미국을 이용해온 시대는 끝”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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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익과 정권수호 위해?… 스트롱맨-정보기관 ‘은밀한 거래’

    《“스트롱맨들이 주도하는 정보기관 전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에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62)을 지명하자 국내 정보 전문가들이 내놓은 말이다. 이들은 “해스펠의 경력과 업무 스타일은 전형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며 “CIA의 정보활동이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사회가 국가 혹은 정권의 명운을 둘러싼 ‘정보기관 대전(大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로 예정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음지’의 CIA가 사실상 전면에 나섰다. 영국 내에서 벌어진 러시아 전직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영국과 러시아 간 외교 분쟁이 폭발하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벌어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카타르 단교 사태(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주도) △터키의 반(反)정부 세력 숙청 같은 사건에서도 정보기관들이 이슈의 중심으로 부각됐다.》 국익인지, 정권 수호인지 양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그 중심엔 스트롱맨들이 있다. 정보기관 KGB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에 맞서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패권 지향적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강한 정보기관’을 권력의 기반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 스트롱맨들의 정보기관 사랑 ① CIA와 손잡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CIA를 찾아 “나는 여러분을 1000% 지지한다”고 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CIA와 아주 불편한 관계였던 만큼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어쨌든 트럼프는 이후 일관되게 CIA에 힘을 실어줬다. 한 정보 전문가는 “대통령 당선 후 접한 CIA의 정보 역량은 ‘공직’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흥분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CIA와 ‘암묵적 거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정도였다. CIA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첫 CIA국장으로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내정자)는 과감한 조직 개편과 발탁 인사를 통해 CIA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수석 졸업한 폼페이오는 5년간 군 생활을 한 뒤 군수업체를 창업해 운영하다 극보수 성향을 띠는 티파티의 지원을 받아 6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북핵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북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코리아미션센터(KMC)를 만들었다. 수미 테리 전 CIA 분석관(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실 선임연구원)은 “CIA 내 특수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쟁 등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전에 총력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전격 수락 결정에는 수시로 받아본 CIA의 북한 정보 분석 보고서가 중요한 정세 판단의 기준이 됐던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정보국장(DNI)을 통해 ‘북한정보증진법’을 발의해 대북 정보 수집에 체계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한미군 제501정보여단 휘하에 대북 휴민트(인적 채널) 전담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물론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은 가장 어려운 일로 꼽힌다. 통신감청, 인공위성 및 정찰기를 통한 정보 수집, 휴민트 활용, 탈북자 면접 등 입체적 수단을 총동원하지만 워낙 북한 권력층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②‘정보 굴기’ 꿈꾸는 시진핑 중국은 ‘대국(大國)’ ‘굴기(崛起·우뚝 섬)’ ‘G2(주요 2개국)’ 등을 강조하며 미국과 맞설 정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역량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중국은 철저하게 ‘정보 소외감’을 맛봐야 했다.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만난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정 실장과 면담 및 오찬을 약 4시간이나 하고 시 주석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 정 실장을 따로 만난 건 그 이유였다. 북한과의 고급 정보 채널이 막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강한 정보기관 만들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고, 변화도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013년 당에 국가안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국가 정보 역량 강화 작업을 지휘해 왔다. 국가안전위원회는 중앙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를 중심으로 군, 외교부, 공안, 안보 관련 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통합 관리 및 대응해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도 불린다. 특히 국가안전부는 최근 해외 요원 파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 기업인, 경영인, 금융인, 학자, 기자 등으로 위장한 요원 파견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첩보 및 정보활동은 물론이고 휴민트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국가안전부의 해외 요원이 4만여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시리아와 파키스탄 같이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며 중동과 서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나라에서도 정보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가 개입한 비밀전쟁을 정리한 책 ‘CIA 블랙박스’의 저자인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관계학)는 “중국은 이미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정보 역량을 축적한 상태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전 세계적인 휴민트 구축에 초점을 맞춰 정보기관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일본판 CIA’ 설립 노리는 아베 1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김정은의 언행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당초 15분이던 면담 시간은 65분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베 총리는 면담 후 배석자들에게 서 원장이 전한 김정은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분석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을 만났다는 서 원장의 ‘드문 경험’을 정리해 향후 대북 전략 수립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배석자 중에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도 포함됐다. 국가안전보장국은 2013년 설치된 NSC 사무국 역할을 하며 야치 국장은 ‘아베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야치 국장이 정책 결정과 정무적 검토를 맡는다면 기타무라 정보관은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한다. 2011년 12월부터 줄곧 총리 직속 첩보조직인 내각정보조사실(내조실)을 책임지고 있는 기타무라 정보관은 아베 총리를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집계에 따르면 취임 후 4년여 동안 659회나 만났다고 한다. 하루에 여러 번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 국정원과 미국 CIA의 공식 상대도 내조실이다. 다만 내조실은 인원이 170명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원천 정보 수집은 법무성 소속 공안조사청, 경찰 공안파트, 방위성 정보본부(DIH), 외무성 정보파트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각 조직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도 최근 정보기관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대외 정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정보기관, 이른바 ‘일본판 CIA’ 설립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것. 현재는 그 전 단계로 2015년 12월 외무성 내부에 국제테러정보수집유닛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총리 직속 첩보조직인 내조실을 비롯해 외무성, 경찰청, 방위성, 공안조사청 출신 80여 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국 대사관에 파견돼 정보 수집 및 현지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한다. 아베 정권이 대외정보 전문 기관 설립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동안 해외 정보 수집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2013년 알제리에서 일본인들이 납치돼 10명이 숨지고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2명을 참수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강한 정보기관 만들기에 나서는 신흥국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관 강국 외에도 다양한 국가가 정보기관 육성과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는 사우디, UAE, 터키 등 중동 나라가 많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나라의 중앙 정보기관인 총정보국(GID)이 ‘앙숙’ 이스라엘의 모사드와도 비밀리에 정보 교환 및 협의에 나서고 있는 것. 2015년 국제사회와 핵 합의를 맺은 ‘공통의 적’ 이란의 부상에 대비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9월에는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가 비밀리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말까지 현지에서 나왔을 만큼 두 나라 정보기관 간 협의가 과거보다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프랑스 등과 다양한 군사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UAE도 정보기관 역량 강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UAE는 CIA와 용병업체인 ‘블랙워터’에서 활동했던 인력을 고용해 자국의 정보원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들은 높은 임금과 최고급 빌라 등을 제공받으며, 아부다비에서 약 30분 떨어진 사막에 마련된 특수 훈련소에서 UAE 정보기관 요원을 교육한다. FP는 UAE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직접 정보기관 역량 강화 작업을 지휘한다고 전했다. 에릭 프린스 블랙워터 창업자와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테러 수석보좌관 같은 인사들은 무함마드 왕세제를 대상으로 자문활동을 펼쳤다. UAE는 지난해 6월 발생한 카타르 단교 사태가 발생하기 전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이란을 옹호했다’는 가짜 뉴스를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에 올리는 해킹을 진행한 배후란 의심도 받고 있다. 이런 소문은 미 정보당국에서 흘러나왔고 카타르는 “중동의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UAE가 단교 사태의 핵심 역할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용도로 정보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 국가정보청(MIT)은 자국 내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2016년 7월 이후 16만여 명을 체포하고 15만여 명의 공무원을 파면하는 ‘숙청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IT는 최근 스위스에 주재하는 터키 외교관들이 터키계 스위스인 사업가를 납치하려다 실패한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한 터키 소식통은 “치안이 불안한 동남아와 서남아 등에서 반정부운동을 하다 납치된 사람이 많다”며 “터키 당국이 스위스 같은 선진국에서도 납치를 추진했다는 것에 경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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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시위’ 日 첫 상륙…시민 5000명 모여 “아베 퇴진” 외쳐

    “다들 이제 불을 들어올려 주세요. 플래카드는 내려 주시고요.”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 앞. 약 5000명의 시민들이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일제히 발광다이오드(LED) 촛불과 플래시를 점등한 휴대전화 등을 치켜들었다. 순식간에 관저 앞은 촛불바다가 됐다. 한국에서 역사를 바꾼 촛불시위가 일본에 처음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스고이(멋지다)”, “키레이(예쁘다)”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 촛불시위를 기획한 오쿠다 아키(奧田愛基·26) 씨는 “정말 멋진 광경이다. 역사적인 장면이 될지 모르니 기자분들도 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아베 총리는 거짓말을 멈춰라”, “총리를 그만둬라.”, “(총리 부인) 아키에는 국회에 나와라.” 오쿠다 씨는 2015년 안보법제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의 중심인물로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이 본격화된 후 관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촛불시위를 결심한 후 LED 촛불 3000개를 준비했다. 또 트위터를 통해서도 “촛불이나 라이트를 들고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에 응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준비했다. 관저 앞에서 만난 쓰노이 덴코 씨는 “한국에서는 촛불이 정권을 바꿨다. 멋지고 비폭력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지인들과 자비로 2000개의 촛불을 사 왔다”고 말했다. 야광봉 500개를 가져온 호토 히로시(56) 씨는 “해외에 사는 이가 자신은 참가하지 못하니 대신 나눠 달라고 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비가 조금씩 내리는 와중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사임’, ‘내각 총사퇴’ 등이 써진 플래카드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 관계 일을 한다고 밝힌 노나카 도시히로(52) 씨는 “아베 정권이 끝장날 때까지 시위에 나오겠다”고 했다. 관저 앞 데모는 재무성이 문서조작을 인정한 12일 1000여 명으로 시작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날은 수천 명이 국회와 관저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재점화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지역도 오사카(大阪) 삿포로(札幌)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저 앞 시위와 지지율 하락으로 코너에 몰린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번 일로 행정 전체의 신뢰가 손상된 것은 통한의 극치”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국유지 헐값 매각 당시 이재국장으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이 27일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그의 증언에 따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유지를 헐값에 분양받아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은 23일 구치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 “국유지 매각 협상에 대해 아키에(昭惠) 여사에게 하나하나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아키에 여사를 국회에 불러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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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한국 촛불서 배우려는 일본의 反아베 시위대

    19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중의원 의원회관으로 이어지는 약 300m의 보도에는 ‘아베 사임’ ‘내각 총사퇴’ 등의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가득했다. 지난주부터 급속히 확산 중인 반(反)아베 시위였다. 언뜻 봐도 2000명 가까이 돼 보였다. 인파를 헤치며 나가는데 낯익은 이름이 들렸다. 마이크를 잡은 남성은 “이웃 나라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이 끌어내렸다. 우리도 시민의 힘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물러나게 하자. 20만 명이 국회를 포위하자”며 열변을 토했다. 일본의 평화인권 운동가 후쿠야마 신고(福山眞劫) 씨였다. 그는 “작년, 재작년 서울에 갔을 때 촛불시위의 에너지를 직접 느꼈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이날 시위에서 연사들은 “박근혜처럼 아베도 감옥에 보내자”, “일본에서도 촛불혁명을 이루자”고 외쳤고, 참가자들은 “그러자”고 호응했다. 한국 기자라면 다들 반색했다. 매일 시위에 온다는 40대 주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큰 힘이 된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실제로 한국 누리꾼들은 ‘#RegaindemocracyJP(일본의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본의 시위를 응원하는 글을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짓겠다며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내세워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모리토모(森友)학원, 이를 감추려 공문서에서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지운 재무성의 문서 조작 등. 이런 행태들에서 박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와 이에 가담한 공직자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일본은 열차·비행기가 지연돼도 항의하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라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최선을 다해 일을 처리한다는 사회적 신뢰 때문이다. 관저 앞 시위와 30% 안팎까지 떨어진 내각 지지율은 그 오랜 신뢰가 배신당한 결과다. 돌이켜 보면 아베 정권에선 유난히 법과 원칙이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방위성은 지난해 초 남수단에 파견된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를 폐기했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바람에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당시 방위상이 사임했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 때는 문부과학성이 ‘총리의 의향’을 언급한 문서를 숨겼다가 전직 사무차관의 폭로 후 재조사해 14건을 찾아냈다. 올 초엔 후생노동성이 ‘없다’고 단언했던 재량노동제 자료가 창고에서 나왔다. 정권에 불리한 자료라면 일단 은폐하고 보는 일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시위대의 분노가 아베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기자는 2015년 안보법 제정·개정 때 12만 명(경찰 추산 3만 명)이 국회를 에워싼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여당은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거리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끌어내린 경험이 없는 일본의 한계를 실감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아직까지 시위 규모는 크지 않고, 아베 총리는 강행 돌파할 태세다. 3년 전 시위의 주역이었던 학생단체 실즈의 전 리더 오쿠다 아키(奧田愛基) 씨는 최근 SNS에서 “촛불 3000개를 준비했다”며 한국을 본뜬 대규모 촛불시위를 제안했다. 만약 관저 앞에 촛불의 바다가 펼쳐지면 아베 총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시위대는 ‘한국도 대통령을 몰아내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다’며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일본의 촛불민심이 최고권력자를 끌어내린다면,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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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출 코인 추적 포기… 해커가 이겼다

    올해 1월 일본에서 발생한 580억 엔(약 5860억 원·당시 시가 기준) 규모의 사상 최대 가상통화 도난 사건을 둘러싼 사이버 추격전이 해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경찰 수사가 난관을 겪고 있어 범인의 정체와 사라진 가상통화의 행방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가상통화 도난이 완전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EM 재단 “도난 가상통화 추적 종료” 선언 가상통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를 발행한 싱가포르의 NEM 재단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18일부터 도난당한 가상통화의 추적 표시를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 추적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따로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출된 NEM의 60%인 350억 엔(약 3540억 원)가량이 이미 다른 가상통화로 교환돼 더 이상의 추적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재단은 1월 26일 사건 발생 직후 ‘모자이크’라는 특수 기술을 이용해 유출된 NEM에 ‘장물’ 표시를 붙이고 실시간 추적 시스템을 가동했다. 또 전 세계 가상통화 거래소에 도난품을 취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사건 발생 이틀 뒤 제프 맥도널드 재단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도난당한 가상통화의 소재를 모두 파악했으며, 훔친 가상통화로는 달러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가상통화와도 못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훔친 가상통화를 계좌 수십 개로 쪼개며 시간을 벌던 해커는 지난달 7일 익명성이 매우 높은 ‘다크웹’에 영문 사이트를 열고 ‘대량의 NEM을 할인해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통화와 교환하겠다’고 공지했다. 다수의 소액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질 경우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스템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거래 후 전자태그가 다시 붙을 때까지 3분가량 걸리는데 빠르게 거래를 거듭하는 방식으로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장물인지 모르고 거래했다가 나중에 전자태그가 따라붙은 선의의 피해자도 생겨났다. 그 사이 재단과 경찰은 유출된 NEM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으면서도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상통화 거래는 익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좌를 알아도 계좌 주인을 파악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한번 거래하면 돌이킬 수 없어서 거래를 취소할 수도 없고, 비밀 키를 모르면 몰수할 수도 없다. 해커 측은 이후 아예 태그를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 잡을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일본 경시청은 10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유출 경위와 사라진 NEM의 행방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단서가 극히 부족해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해외 서버를 경유한 해커가 e메일을 통해 직원의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었고, 이후 원격조종을 통해 송금에 필요한 비밀 키를 빼냈다는 정도다. 수사에 진전이 없다 보니 경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범인을 잡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5일 “해킹이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내각 사이버보안센터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은 고객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코인체크의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사장을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코인체크는 12일 피해자 26만 명에게 460억 엔(약 4650억 원)을 보상했다. ‘보상을 피하려고 폐업할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을 깬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월 4조 엔(약 40조 원)어치의 가상통화를 취급하면서 매달 수백억∼수천억 원을 벌었던 거래소가 기초적인 보안관리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발행단체, 회사가 총력전을 폈지만 범인도, 도난품도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가상통화 해킹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본 금융청은 8일 가상통화 거래소 2곳에 업무정지 명령을, 7곳에 업무개선 명령을 내리는 등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관련 규제가 논의되면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새로 계좌를 개설하는 이들이 현저히 줄면서 한때 ‘가상통화 대국’으로 불렸던 일본의 가상통화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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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양이 인공 혈액 개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주오(中央)대가 고양이 수혈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혈액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고양이를 수술할 때 수혈이 필요하면 다른 고양이의 혈액을 사용해야 했는데 채혈 후 보관 가능 기간이 수일에 불과해 수급을 맞추기 어려웠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오대 고마쓰 데루유키(小松晃之) 교수 연구팀과 JAX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내 일본 실험시설을 활용해 인공혈액 성분을 합성했다. 연구팀은 먼저 무중력 상태에서 단백질 결정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ISS 내 시설에서 고양이 혈액에 포함된 ‘혈청 알부민’을 결정화했다. 그리고 그 구조를 파악한 후 합성을 통해 인공혈액 성분을 만들어 냈다. 이 신문은 “(개발한 인공혈액은) 혈액형에 따른 차이도 없어 (어떤 고양이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말 형태로 저장할 수 있어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9일 영국왕립화학회 학술지 전자판에 게재했다. JAXA는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발명”이라며 “앞으로 동물 수혈 치료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추가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실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개 인공혈액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는 953만 마리의 반려묘가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것으로, 협회가 1994년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반려견(892만 마리)을 앞섰다. 가족구조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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