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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학생들이 힘들텐데…. 여기까지 와주니 너무 고마워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좁은 골목길. 설 명절에 필요한 음식과 필수 약품 등을 박스에 담은 ‘행복 DREAM 사랑의 상자’를 들고 온 학생들에게 집 안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학생들의 손을 꼭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중앙고등학교와 중앙교우회가 주관한 ‘행복 DREAM 사랑의 상자’ 전달식은 학교 주변에 살고 있는 차상위계층과 저소득층 40가구에 설 명절에 필요한 음식과 약품 등을 직접 찾아가 전달하는 행사였다. 이날 중앙고 보이스카우트 대원 8명의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서승원 지도 교사와 함께 일일이 선물을 포장하고, 배달까지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사랑의 상자 전달식에는 채정석 중앙교우회장과 정문헌 종로구청장, 이용균 중앙고 교장 등 중앙고와 중앙교우회, 종로구청 관계자와 가회동·삼청동 동장 등이 참석했다. 사랑의 상자에는 설날 떡국떡을 비롯해 가정 간편식 육개장, 미역국, 사골곰탕, 장조림, 참치캔 등과 함께 한독약품, 대원제약 등 동문 기업인이 기증한 멀티비타민과 영양제, 감기약 등 약품도 담겼다. 채정석 중앙교우회장은 “종로구에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온 중앙학교가 학교 주변의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며 학생들에게도 매우 좋은 교육적 체험이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일본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는 곳곳에 닌자(忍者) 복장을 한 인형이 숨어 있다. 복면을 한 채 하늘을 날고, 천장에 매달려 긴 칼이나 수리검을 손에 쥐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한 자세다. ‘닌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나고야 미에현의 우에노성 관광을 홍보하기 위한 장치다. 닌자는 약 400년 전 일본 전국시대에 둔갑술로 유명했던 스파이. 나고야 공항 옥상의 ‘스카이덱’에서는 각국의 비행기가 활주로에 뜨고 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 산행에서 가장 진귀한 구경은 상고대다. 상고대를 구경하려면 강원도의 계방산, 태백산, 함백산, 제주 한라산처럼 서울에서 멀고 높은 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도봉산 산행을 갔다가 정상부근 능선에서 탐스럽게 열린 눈꽃과 상고대를 만났다. 포근한 날씨에 도심에서는 전날 내린 눈이 모두 녹았으나, 도봉산 입구에서부터 눈은 그래도 쌓여 있다. 높이 올라갈 수록 나뭇가지가 얼어붙어 그야말로 겨울왕국을 만들어냈다. ‘상고대’는 눈꽃이 아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생기는 눈꽃과 달리 상고대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꽃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면 상고대는 녹아서 사라진다. 상고대가 녹으면서 나뭇가지에 얼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눈 위로 떨어진다. 부스러지는 얼음조각이 흰 눈에 떨어진 모습은 시루에서 막 꺼낸 백설기 떡 같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 바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이다. 비나 눈이 온 다음날 푸근했던 날씨가 밤새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하면 공기 중의 수분이 얼면서 나무에 달라붙어 상고대가 생긴다. 바람에 눈가루가 날려 상고대에 붙으면 점점 두꺼운 상고대로 발달한다. 차가운 바람의 결이 만들어낸 상고대의 얼음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새우의 꼬리처럼 물결을 친다. 눈이 온 다음 날 눈꽃과 상고대가 함께 피어나는 걸 구경하는 것이 최고다.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 부근에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다. 도봉산은 한북정맥 연봉을 따라 내려오다 북한산에 이르기 전에 화강암으로 된 자운봉(739.5m), 선인봉, 만장봉, 오봉 등 위세있는 봉우리가 겹겹이 우뚝 솟아 ‘서울의 금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수려함을 과시하는 명산(名山)이다. 도봉산의 다락능선과 포대능선은 도봉산의 전체 경관 조망이 가능하고, 스릴 있는 암릉과 노송이 우거진 숲속 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등산로다. 포대능선은 6·25 한국전쟁 때 대공포 부대가 있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락능선에서 보면 저멀리 맞은편 포대능선 아래 망월사가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망월사가 결코 작지 않는 절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포대능선 아래에 있는 망월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 639년 해호 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신라의 수도인 경주 ‘월성(月城)’을 바라보며 왕실의 융성을 기원했다 해서 망월사(望月寺)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3·1독립운동 33명 중 만해와 함께 불교를 대표했던 백용성스님이 1905년 선원을 개설하고 제자들을 길렀다. 망월사의 천중선원은 근대의 고승인 만공(滿空)·한암(漢巖)·성월(惺月) 등이 후학들에게 선(禪)을 가르친 유서깊은 선원이다. 주지 스님 집무실 등 요사채가 있는 건물 무위당(無爲堂)에 한자로 망월사(望月寺) 라 쓴 현판이 걸려있다. 현판 내용이 특이하다. ‘주한사자원세개(駐韓使者袁世凱) 광서신묘중추지월(光緖辛卯仲秋之月)’이 눈에 들어온다. 광서는 청나라 11대 황제 광서제를 말하는 연호로, 마지막 황제 푸이(12대)의 바로 전 기울어가던 청나라의 황제다. 1891년 가을에 원세개(위안스카이)가 썼다는 뜻이다. 원세개는 청말 북양대신 리홍장의 총애를 받아 23세의 나이로 임오군란을 진압하기 위하여 파견된 청군(淸軍)과 함께 조선에 왔다. 원세개는 임오군란부터 청일전쟁 발발까지 혼란했던 19세기 말 조선 정국의 중심에 있었다. 1885년 조선주재 총리교섭통산대신이 된 원세개는 서울에 주재하며 내정과 외교를 간섭하고 청의 세력 확장을 꾀했다. 하지만 그는 망해가는 청을 구하지 못했고 동북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일본을 막지도 못했다. 원세개는 쑨원을 강제로 밀어내고 중화제국 황제에 즉위했지만 100일 만에 열강의 반대와 민심에 밀려 퇴위한 뒤 실의에 빠져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원세개는 황제의 사신이었던 만큼 망월사까지 걸어서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세개가 현판을 쓴 ‘중추지월(中秋之月)’은 도봉산의 가을 단풍이 절정인 음력 8월 추석 즈음이다. 격동의 세월에 그가 쓴 글씨는 생각보다 얌전하다. 황제의 사신으로서의 교만함은 보이지 않고, 서당에서 글씨를 처음 배운 학생이 쓰듯이 반듯한 글씨다. 도봉산의 절경에 둘러싸인 망월사에서 차분하게 달을 바라보며 쓴 글씨인 듯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감싸듯 자리한 엘부르즈 산맥 정상은 1년 내내 만년설로 덮여 있다. 흔히 중동이라고 하면 열사의 사막을 연상하는데, 당황스러운 풍경이다. 서울과 같은 위도에 자리한 테헤란은 사계절이 있고 겨울에는 폭설이 내린다. 엘부르즈 산맥 남단에 있는 토찰산 스키장은 테헤란 시내 어느 곳에서도 웅장한 만년설을 보여준다. 해발 3965m 산 정상까지 리프트가 있어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문화적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다. 제다에서는 2021년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홍해 국제영화제’가 열흘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80년대 초에 영화관이 문을 닫았었는데, 2018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사회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35년 만에 영화관 영업을 재개했다. 영화관이 문을 연지 3년 만에 제다에서 홍해국제영화제까지 열려 67개국 138편의 영화가 선보였다. ‘영화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고 영화관 문을 닫았던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다의 축구경기장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는 2019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제다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만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펼쳤다. 아시아 가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도 수도 리야드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사우디 역사상 축구경기장에 남녀가 함께 들어가 춤을 추며 콘서트를 즐긴 것은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는 부산처럼 사우디 최대의 항구도시다. 지금도 사우디 수출입 물동량의 70%가 제다항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제다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문화가 융합되는 도시였다. 우선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기도 했다.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제다 항구에 내린 순례객들은 메카 게이트(Makkah Gate)까지 동서로 길게 늘어선 전통시장인 수크(Souqs) 바닥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시장 골목길은 바다를 건너온 진귀한 물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지금도 제다의 주민들은 “모든 물건은 배에서 내렸을 때가 가장 싸다”는 말을 진리처럼 생각한다고 한다.이 때문에 제다 항구의 시장에는 보석, 포목, 약재, 향신료 상가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순례객들은 제다항구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에 낙타를 타고 메카로 떠났다. 메카 게이트를 통과해서 낙타를 타고 1주일을 정도가면 메카에 도착한다. 메카에서 순례를 마치고 메디나로 가는 길은 낙타로 약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알발라드(Al-Balade)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자즈(Hejaz)’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히자즈 양식은 파사드(전면부)가 화려하게 장식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된 창문은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아 여성들의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면서도, 거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들을 수 있고,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다목적 베란다였다. 로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오는 순례객들이 배에 싣고 온 목재를 활용해 만들었다. 나무가 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히자즈 양식’의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산호 벽돌로 쌓은 곳곳에 각목을 대놓았기 때문에, 건물은 세월탓으로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알발라드 구역은 해질녘 뜨거운 햇볕이 사라질 시간이 되면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사람들도 몰려든다. 해가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또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막의 모래흙으로 빚은 무채색의 도시가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아라비아의 화려한 불빛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다. 제다에는 대저택을 활용해 이슬람 문화와 건축, 과학과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제다 시내에 있는 ‘사우디 홈 뮤지엄(Soudi Home Museum)‘는 집 안에 수많은 장식품과 함께 분수와 폭포로 꾸며져 있어 놀라운 광경을 선사한다. 홍해 연안의 제다에는 후안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홍해 크루즈, 해변 요트클럽의 해상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도로,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많다. 올해 하반기 홍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홍해의 산호초를 즐길 수 있는 스킨스쿠버와 해양스포츠 시설을 갖춘 호텔과 리조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2만8000㎢에 이르는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홍해 프로젝트는 90개 이상의 자연섬으로 이뤄진 군도에서 공항, 요트 정박지, 주택단지, 레크리에이션 시설, 3000개 호텔 객실 등이 건설돼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계획이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가 금지돼 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해변 레스토랑에서 성인 남자 2명이 커피와 케잌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생소했다. 그러나 그만큼 치안은 안전하다. 휴일 저녁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제다 해변의 야외 공원에서 새벽 1,2시가 넘어서도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기간 중에 호텔 옥상 수영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열띤 응원을 하기도 했다. 히잡을 벗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여성들도 보였다. 프랑스와 모로코와의 4강 경기였는데, 사우디 사람들이 무알콜 맥주를 마시며 같은 아랍국가인 모로코팀을 열띠게 응원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제다에서 만난 사우디인들은 한국사람만 보면 “매일 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산다”며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정도는 누구나 할 줄 알고, 한국 음식점도 인기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 알라의 신전인 ‘카바’가 있는 메카는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고, 메디나는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이 평생 꼭 한번 성지순례를 하고 싶어하는 곳. 그래서 메카와 메디나는 비(非) 무슬림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성역이었다. 그런데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비전2030’을 통해 관광대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메디나를 전격 개방했다. 사우디관광청의 초청으로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의 ‘예언자의 모스크(Prophet‘s Mosque)’에 다녀왔다. 병자도, 가난한 이도 “평생의 꿈 이뤘다” 지난달 중순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기차역에는 흰색 수건같은 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흐람(Ihram)’이라고 불리는 순례자의 복장이다. 순례기간 중에는 국적이나 지위고하, 경제적 능력을 막론하고 똑같이 재봉선 없이 통천으로 된 두 쪽의 흰 옷을 입는다. 수영장에서 쓰는 큰 타월 하나로 상체를 가리고, 다른 하나로 하체를 가린 것처럼 보이는 복장이다. 메카, 메디나 성지로 향하는 사람은 비행기, 기차를 타기 전부터 화려한 옷을 벗고 모두 검소한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메카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설법하던 마호메트는 서기 622년 지배층의 탄압을 피해 메카에서 북쪽으로 340km 떨어진 상업도시 메디나로 피신했다. ‘헤지라(성스러운 도망)’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이슬람력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메디나는 ‘선지자의 도시’가 되었고, 마호메트와 후계자인 아부바크르, 우마르가 묻혀 있어 메카 참배 후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붐빈다. 마호메트의 무덤은 ‘예언자의 모스크’의 그린 돔(Green Dome) 아래 내부에 있다. 수많은 첨탑이 서 있는 대리석 광장과 사원 안에는 전세계에서 온 이슬람신자들이 빼곡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바닥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기도 하고, 백발이 된 노인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고 있었다. 인종과 피부색이 달라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간절한 바램으로 성지를 찾아 와 기도하는 모습은 종교를 떠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에 한번은 메카 성지를 순례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이슬람력 12월7~12일에 행해지는 ‘하지’(대순례) 또는 연중 수시로 하는 ‘움라’를 행하기 위해 메카와 메디나로 찾아온다. 사우디정부는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에게 ‘하지 성지 순례 비자’를 발급하는데, 신청한지 평균 3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그린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할머니는 “이곳에 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리석 바닥에 두꺼운 카펫이 깔린 모스크 안에서는 메카에서 가져온 물통에 든 ‘잠잠(Zamzam) 성수’를 마실 수 있었다.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과 그 아들 이스마엘을 사막에 두고 떠난 후 하갈이 천사의 계시로 발견했다는 잠잠 우물에서 나온 성수다. 메카 성지순례에서 아브라함이 건립했다는 ‘카바 신전’과 ‘잠잠 우물’이 가장 중요한 순례지인데, 메디나의 모스크에서도 잠잠 우물에서 가져온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예언자의 모스크’에 입장하기 전에 기자는 이슬람식 흰 모자와 두건을 샀다. 모스크 경내에서는 DSLR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경비원이 제지했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았고, 이슬람식 복장을 갖추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관광객에게는 의무는 아니지만,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현지식 복장을 갖추는 것만으로 큰 호의를 얻을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메디나에는 마호메트가 메디나에 처음 왔을 때 지은 메디나에서 가장 오래된 ‘쿠바 모스크’도 남아 있다. 또한 마호메트가 메디나 주민들에게 환영의 선물로 받은 땅에 조성한 대추야자 농장(알리야 알-마디나 팜)도 유명하다. ‘선지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오아시스 지대인 만큼 펑펑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수로를 통해 흘러가는 사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농장에는 대추야자숲이 정글을 이루고 있는데, 알이 굵고 맛이 달짝지근한 대추야자를 맛보고 선물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연인원 250만 명 규모인 하지 순례객을 2030년까지 500만 명까지 늘리기 위해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18년에 개통된 하라메인 고속철도는 메카~제다~메디나를 이어주는 453km 구간을 시속 300km의 속도로 운행한다. 메디나에 세워진 초현대식 철도역은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문양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 알라의 신전인 ‘카바’가 있는 메카는 무함마드가 태어난 곳이고, 메디나는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이 평생 꼭 한 번 성지순례를 하고 싶어 하는 곳. 그래서 메카와 메디나는 비(非)무슬림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성역이었다. 그런데 ‘비전2030’을 통해 관광대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메디나를 전격 개방했다. 사우디관광청의 초청으로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의 ‘예언자의 모스크(Prophet‘s Mosque)’에 다녀왔다.》 ○ 병자도, 가난한 이도 “평생의 꿈 이뤘다”지난해 12월 중순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기차역에는 흰색 수건 같은 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흐람(Ihram)’이라고 불리는 순례자의 복장이다. 순례 기간에는 국적이나 지위 고하, 경제적 능력을 막론하고 똑같이 재봉선 없이 통천으로 된 두 쪽의 흰 옷을 입는다. 수영장에서 쓰는 큰 타월 하나로 상체를 가리고, 다른 하나로 하체를 가린 것처럼 보이는 복장이다. 메카, 메디나 성지로 향하는 사람은 비행기, 기차를 타기 전부터 화려한 옷을 벗고 모두 검소한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메카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설법하던 무함마드는 서기 622년 지배층의 탄압을 피해 메카에서 북쪽으로 340km 떨어진 상업도시 메디나로 피신했다. ‘헤지라’(성스러운 도망)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이슬람력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메디나는 ‘선지자의 도시’가 되었고, 무함마드와 후계자인 아부바크르, 우마르가 묻혀 있어 메카 참배 후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붐빈다. 무함마드의 무덤은 ‘예언자의 모스크’의 그린돔(Green Dome) 아래 내부에 있다. 수많은 첨탑이 서 있는 대리석 광장과 사원 안에는 전 세계에서 온 이슬람 신자들이 빼곡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바닥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기도 하고, 백발이 된 노인이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읽고 있었다. 인종과 피부색이 달라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간절한 바람으로 성지를 찾아와 기도하는 모습은 종교를 떠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에 한 번은 메카 성지를 순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이슬람력 12월 7∼12일에 행해지는 ‘하지’(대순례) 또는 연중 수시로 하는 ‘움라’를 행하기 위해 메카와 메디나로 찾아온다. 사우디 정부는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에게 ‘하지 성지 순례 비자’를 발급하는데, 신청한 후 평균 3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그린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할머니는 “이곳에 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리석 바닥에 두꺼운 카펫이 깔린 모스크 안에서는 메카에서 가져온 물통에 든 ‘잠잠(Zamzam) 성수’를 마실 수 있었다.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과 그 아들 이스마엘을 사막에 두고 떠난 후 하갈이 천사의 계시로 발견했다는 잠잠 우물에서 나온 성수다. 메카 성지순례에서 아브라함이 건립했다는 ‘카바 신전’과 ‘잠잠 우물’의 순례가 가장 중요한데, 메디나의 모스크에서도 잠잠 우물에서 가져온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예언자의 모스크’에 입장하기 전에 기자는 이슬람식 흰 모자와 두건을 샀다. 모스크 경내에서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경비원이 제지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았고, 이슬람식 복장을 갖추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관광객에게는 의무는 아니지만,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현지식 복장을 갖추는 것만으로 큰 호의를 얻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메디나에는 무함마드가 메디나에 처음 왔을 때 지은 메디나에서 가장 오래된 ‘꾸바 모스크’도 남아 있다. 또한 무함마드가 메디나 주민들에게 환영의 선물로 받은 땅에 조성한 대추야자 농장(알리야 알마디나흐 팜)도 유명하다. ‘선지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오아시스 지대인 만큼 펑펑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수로를 통해 흘러가는, 사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농장에는 대추야자 숲이 정글을 이루고 있는데, 알이 굵고 맛이 달짝지근한 대추야자를 맛보고 선물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연인원 250만 명 규모인 하지 순례객을 2030년까지 50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해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18년에 개통된 하라마인 고속철도는 메카∼제다∼메디나를 이어주는 453km 구간을 시속 300km의 속도로 운행한다. 메카의 관문인 제다 항구에 세워진 초현대식 철도역은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문양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글로벌 문화가 융성한 제다 항구홍해 연안의 제다는 사우디 최대의 항구도시다.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기도 했다. 중세 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제다 항구에 내린 순례객들은 ‘메카 문(Makkah Gate)’까지 동서로 길게 늘어선 전통시장인 수끄(Souq) 바닥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시장 골목길은 바다를 건너온 진귀한 물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지금도 제다의 주민들은 “모든 물건은 배에서 내렸을 때가 가장 싸다”는 말을 진리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다 항구 시장의 보석, 포목, 약재, 향신료 상가에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순례객들은 제다 항구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에 낙타를 타고 메카로 떠났다. 메카 문을 통과해서 낙타를 타고 1주일 정도 가면 메카에 도착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알발리드(Al-Balid)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자즈(Hijaz)’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히자즈 양식은 파사드(전면부)가 화려하게 장식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우디는 홍해 연안을 해양스포츠의 중심지로 만드는 ‘홍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제다는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홍해 크루즈, 해상 모스크와 아쿠아리움,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센터가 밀집돼 있다. ○사우디 여행 팁 사우디의 리야드와 제다는 지난해 9월부터 사우디아 항공 직항편이 개통됐다. 소요 시간은 12시간 40분, 왕복 항공료는 150만 원가량이다. 리야드, 제다, 알울라, 메디나 등 사우디 주요 도시를 여행하는 국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400만∼600만 원으로 다양하다. 사우디만 일주(6박 7일)하는 경우도 있고 페트라, 두바이, 아부다비 등 인근 중동국가를 포함한 상품도 다양하다. 사우디는 금주 국가라 오후 11시에도 카페에서 남자들끼리 커피와 케이크를 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대신 치안이 안정돼 있어 휴일 밤에는 여성들도 오전 1∼2시까지 공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외부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하파와(Hafawa)’ 문화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아라비아커피와 대추야자를 대접하며 환대한다. 특히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사우디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무척 반가워한다. 메디나,제다(사우디아라비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고구려 고분벽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화강암 위에 직접 색을 칠해 그렸다는 점입니다. 동서양의 벽화가 대부분 벽에 석회를 칠한 바탕 위에 그린 것과 다릅니다. 화강암 위에 직접 천연안료를 발라 그린 고분벽화는 채색과 도상이 수려한 걸작입니다.”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 전문가이자 문활람 작가(한국채색화)가 고구려 고분 벽화 바탕재 재현 기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화강말’로 이름 붙인 벽화 바탕재와 안료(특허등록번호 제10-2474297호)는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가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과정을 연구한 것은 일본 도쿄 예술대 박사과정 유학 시절 때부터 시작됐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 박사과정에서 연구를 이어간 문 작가는 지난해 지도교수인 방병선 교수와 함께 고구려 고분벽화를 복원하는 특허물질을 개발하고 바탕재의 복원방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았다.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현장을 감상하거나, 실제로 똑같은 방식으로 벽화를 그려봐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쉽게 갈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구하거나 교육하고,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감상하게 하려면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해낸 복제품(Replica)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 최첨단 IT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이지요. 그러나 디지털 복원은 현장감을 느끼거나 벽화의 물성(마티에르·matiere)을 제대로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에 화강암 바탕재 재연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재연하려면 진짜 화강암 판석 위에 고분벽화를 직접 그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게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내부 벽면을 장식하는 가로 3m, 높이 3m, 지붕까지 5~6m 높이의 화강암 판석을 쌓아올린다는 것은 엄청난 무게 때문에 재현하더라도 이동과 전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 작가는 화강암 판석의 경량화와 이동성이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만든 화강암 바탕재는 화강암 원석을 잘게 분쇄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화강암을 깬 후 알갱이가 큰 것과 작은 것, 가늘고 고운 것 등 입자별로 다양한 크기로 만든다. 그리고 나무판 위에 전통한지를 바르고, 그 위에 전통 아교를 바른 후 화강암 돌가루를 알갱이별로 다양하게 쌓아올린다. 마지막으로 표면을 연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후 아교를 잘 말리면 화강암 돌가루는 갈라짐이 없고, 탄탄한 화강암 판으로 태어난다. “화강암 돌가루로 만든 화강암 판은 500배 배율의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봐도 화강암 원석과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돌판에 직접 그린 벽화하고 완전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화강암 특유의 마티에르(物性)를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낼 수가 있습니다. 두께가 0.5cm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무게가 화강암 원석보다 100배나 가벼운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아름다움의 비결은 무엇인가. “고구려 벽화의 도상은 거의 완전체다. 같은 현무라고 하더라도 도상의 수려함과 완벽한 비율은 다른 그림과 비교가 안된다. 필치도 색감도 엄청나다. 왜냐하면 석회벽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화강암이라는 원재료 자체에 직접 석채 안료를 발라 원래의 돌이 갖고 있는 영롱한 색감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돌판에 직접 그려진 경우는 없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 동굴에 그린 것이다. 고구려 벽화도 초기에는 석회 벽에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고구려 후기에 조성된 강서대묘, 강서중묘의 사신도는 화강암 돌판 위에 돌가루 천연안료로 그린 전무후무한 기법으로 그려졌다. 또한 고구려벽화를 보면 당시의 생활 풍속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문헌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고분벽화는 고구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문화를 향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예술품이다. 고구려 고분 안의 유물은 이미 도굴되고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벽화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다.” ― 화강암 위에 직접 그린 그림이 왜 회벽에 그린 그림보다 우수한가.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화강암 특유의 울퉁불퉁한 요철이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이유는 요철 사이로 물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요철 부분에 튀어나와 있는 곳에 묻어 있는 물감이 있고, 움푹 들어가 있는 물감이 있기 때문에 색감이 다채롭고 깊이가 느껴진다. 또한 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화강암 위에 돌에서 채취한 천연안료를 직접 발라서 그림은 광물질이 빚어내는 매력과 아름다움이 오랜기간 보존될 수 있다. 반면에 석회벽의 경우에는 석회를 칠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원색이 갖고 있는 색감이 달라진다. 약간의 흰색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석회가 떨어지면 그림 자체도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석회벽에 그린 그림은 오래 보존하기가 힘들다.” 문 작가는 나무로 고구려 강서대묘 석실고분의 구조를 입체퍼즐처럼 짠 다음에, 내부에 자신이 특허를 얻은 화강암 바탕재료인 ‘화강말’을 씌워서 고분벽화를 재연해내는 복원과정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구려 사람들의 돌을 만지는 기술은 어마무시했다.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장군총을 보면 거의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할 수준이다. 엄청나게 무거운 화강암을 정교하게 자르고, 다듬고, 쌓는 기술이 어마어마하다. 45도 각도로 계단식으로 쌓는 ‘들여 쌓기’ 공법이다. 화강암 표면에 홈을 파서 다음에 올라가는 돌을 끼워놓는다. 이게 사실은 고구려에서 성곽을 쌓는 공법인데 이걸 무덤에 적용한 것이다. 강서대묘 석실 내부를 보면 사방의 벽면 위로 지붕이 점점 좁혀지는 형태로 올라가 있는데, 모서리를 받치고 있는 삼각형 모양의 돌이 엄청나다. 삼각형 모양의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놨는데 고구려 사람들은 정말 돌을 갖고 놀았음을 알 수 있다.” 문 작가는 화강암 돌가루를 활용한 바탕재 뿐 아니라 채색하는 전통 안료도 개발했다. 그는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의 색깔이 나는 천연암석의 돌가루로 채색하는 전통안료인 ‘석채(石彩)’는 고구려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미 존재했다”며 “그러나 화강암을 분쇄하고 가공해서 안료로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채색화 화가로서 본 특허물질인 ‘화강말’과 특허기법인 ‘벽화바탕재 재현방법’을 창작작품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무우수 갤러리에서 열리는 문활람 초대 개인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고구려까지’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그는 “고구려의 벽화무덤이 내포하는 영원성과, 사막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생명성은 인류의 공통된 역사를 하나의 시간과 공간으로 엮는 ‘띠’”라며 “인류와 문화의 시원 및 동전(東傳)의 루트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전시를 설명했다. “제가 고구려벽화 고분의 연구복원을 진행하면서 고구려 문화의 기저에는 돌의 스토리가 배경에 있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됐습니다. 천연석채라는 안료의 물성은 우주적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광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광물의 색소는 인위적인 혼합 없이 창조된 그대로의 DNA를 품고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화강암은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 앞 계곡에는 무지개다리인 승선교(昇仙橋)가 있다. 돌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신비한 모습이다. 다리 밑 계곡에서 보면 무지개다리와 물에 비친 그림자가 하나의 원을 이룬다. 다리 너머로 아름다운 누각이 보인다. 선암사 문루인 ‘강선루’다. ‘선암사’의 선암(仙巖)은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위이고, ‘강선루’는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승선교’는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다. 온통 신선들의 놀이터인 셈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3년. 요르단 출장 길에서 만났던 사해(死海) 바다의 분홍빛 노을은 내 깊은 곳까지 고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한군데 잊을 수 없는 유적이 있었다. 바로 페트라의 붉은 사암에 새겨진 웅장한 건축물 ‘알 카즈네’였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마지막 성배’에 나왔던 신비로운 건물이다. BC1세기 경부터 이곳에 살았던 나바테아인들이 세웠던 고대왕국의 수도 페트라 알 카즈네에 가기 위해서는 1.2km에 달하는 반드시 붉은 사암 협곡인 시크(Al-Siq)를 지나야 한다. 협곡의 바위들에는 바람에 의해 풍화돼 신비로운 물결 무늬가 가득하다. 협곡의 아랫부분엔 수로가 형성돼 있어서 사막의 도시 페트라 시민들이 어떻게 빗물을 활용하고 도시를 운영했는지를 보여준다.알시크가 끝날 무렵 거짓말처럼 ‘알 카즈네’가 등장한다. 좁은 계곡의 틈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헬리니즘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이 나오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다. 알카즈네를 지나면 페트라의 도시가 나오는데, 암반 속에 지어진 무덤과 왕궁, 로마시대 경기장, 신전까지 가득하다. BC1세기~AD1세기에 사막의 상업과 무역을 주도했던 캐러반들이 세운 나바테인 왕국은 특히 빗물을 저장하는 댐과 저수지, 수로 등 치수시설에 높은 기술을 갖고 있어 사막에서도 1년 내내 물 부족없이 살 수 있어 여행자와 상인들을 위한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9년에야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관광지로 개방한 고대도시 알울라에서 요르단 페트라와 똑같은 붉은 사암의 웅장한 건축물을 다시 만났다. 바로 페트라를 건설했던 나바테아 문명의 사람들이 와디럼 사막(붉은 모래 사막)을 건너 남쪽에 세운 도시가 알울라의 ‘헤그라’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세기 이슬람 문명 이후의 문화유산만을 국가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문명이 얽혀 있는 문화유산은 외부인들에게 공개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을 발표한 이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알울라는 사우디 관광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헤그라에는 바위 전면부(파사드)을 깎아서 부조처럼 건물의 입구를 표현해놓은 110개의 건축물이 있다. 페트라에 있는 알카즈네 신전과 똑같은 형식으로 깎아낸 건축물이다. 그 중 가장 큰 무덤 건축물은 ‘카스르 알파리드(Qasr AlFarid)’라고 불리는 쿠자의 아들의 무덤이다. 기둥이 4개나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묻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커다란 산에 가까운 붉은 사암을 비계도 설치하지 않고 어떻게 깎아냈을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바위 위에 올라가 발밑을 파내려오면서 전면부를 조각하면서 아래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밑그림도 없이 둥근 바위를 깎아 건축물처럼 만들어낸 솜씨가 놀랍다. 무덤 입구 위에는 독수리와 매 또는 머리카락이 뱀인 메두사의 얼굴이 조각돼 있다. 그 위에는 지붕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데 무덤 주인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를 상징한다고 한다. 헤그라의 가이드는 “나바테아 왕국의 도시 헤그라에서 현재 남아 있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은 도시의 가장 높은 암벽에 조성된 무덤”이라며 “사람들이 살고 있던 주거지와 신전, 우물 등 도시 유적은 땅 밑에 묻혀서 현재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주도하는 발굴팀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서쪽으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카라반 무역이 융성하던 고대왕국 다단왕국(BC 6~1세기)의 수도였으며, 요르단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 왕국의 주요 남부도시였다. 다단 왕국이나 나바테아 왕국 모두 사막의 대상무역으로 융성했던 도시다. 아라바이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예멘으로 들어온 아시아의 향신료와 유황, 몰약 등의 값비싼 물품을 실은 대상들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통로에 자리잡은 사막의 오아시스 무역 도시였기 때문이다. 헤그라에는 대추야자 숲이 울창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암 산맥인 ‘자발 이틀립’에는 바위 틈새 사이로 시원한 천연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좁은 협곡이 있다. 이 곳에는 2000여년 전에 인공적으로 바위 굴을 파놓은 ‘알 디완(Al-Diwan)’이라고 불리는 사각형 홀이 있는데 왕궁의 회의나 연회, 콘서트가 열리던 곳이라고 한다.12미터 높이의 홀은 목소리가 잘 울려 지도자들의 연설 장소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홀 안에는 돌로 만든 널찍한 벤치가 3개의 벽면에 놓여 있는데 로마시대 사람들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음식을 먹으며 연회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나바테아 왕국의 사람들은 천연의 수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헤그라에도 페트라처럼 빗물을 저장하는 탱크와 수로 시스템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바테안 문명인들의 숙련된 물관리에 대한 명성은 이름과도 연관된다. ‘나바테안’은 아랍어 ‘나바투(Nabatu)’에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바투는 ‘우물에서 샘솟는 물’이라는 뜻이다. 헤그라의 ‘디완’에서도 지붕 위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저장해 한쪽으로 흘려 손을 씻거나 음식을 준비하는데 쓴 시설이 남아 있다. 헤그라 바위 협곡에 있는 바위 중에는 우리나라 ‘반구대 암각화’처럼 수천년 전부터 새겨놓은 다양한 문자와 소, 염소, 새를 그린 암각화 그림이 있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들이나 여행자, 순례자들이 신에게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빌고, 제례의식을 하며 남겨놓은 메시지다. 아랍어로 ‘자발(Jabal)’은 산을 뜻하는데, ‘자발 이크마(이크마 산)’은 신성한 명상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곳 계곡 바위에는 아람어, 타무드어, 다단어, 나바테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 온갖 고대 언어로 쓰인 명문과 암각화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곳을 ‘오픈 뮤지엄’ 또는 ‘고대의 트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울라 지역은 수많은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발굴과 연구를 맡고 있다. 자발 이크마에서 만난 프랑스 학자 뮈라테 나탈리 교수는 “바위에 쓰인 수많은 고대 언어는 아랍어의 기원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헤그라에는 나바테아 왕국 이전의 고대도시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다. BC 8세기부터 AD1 세기까지 융성했던 다단 왕국과 리히얀 왕국의 유적이다. 거대한 붉은 암벽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이 남아 있는데, 그 중에는 입구 위쪽에 사자 조각상이 있어 ‘사자 무덤’(Lion Tomb)으로 불리는 무덤이 가장 유명하다. 다단에는 고고학 발굴이 현재 진행 중인데 거대한 저수조 탱크와 하늘의 신인 ‘두 가이바(Dhu Gaybah)’에게 바쳐진 신전도 발견됐다. 신전 주변에는 조각상과 향 촛대, 램프 등의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고, 시장과 주거지, 돌을 깎고 다듬는 공방과 학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헤그라의 황량한 대지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의 기울기가 변할 때마다 바위에 조각된 그림과 글씨들은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대추야자가 우거진 숲 속이나 울퉁불퉁한 바위 계곡 속에 앉아 있다보면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눈을 감으면 사막의 모래에 묻힌 오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 사막과 낙타 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 수도 리야드 공항에 내리는 순간, 사우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깨지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 지난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몇바퀴 선회를 했다. 창 밖을 보니 활주로에 빗방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소낙비를 맞게 될 줄이야! 이날 새벽부터 낮까지 내린 비로 리야드 시내는 물바다가 돼 버렸다. 불과 10~20mm에 불과한 비에도 배수시설이 부족한 사우디에서는 곳곳에서 맨홀이 역류하고 도로가 끊겼다.마중나온 현지 여행사 ‘디스커버 사우디(Discover Saudi)’의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요즘 겨울이다. 해발 700m의 도시 리야드에서 비가 온 것도 신기한데, 날씨도 쌀쌀했다. 영상 12도. 모래사막을 예상하고 반팔만 가져왔는데, 추웠다. 자세히 보니 리야드 남성들은 패딩점퍼를 입고, 여성들은 양털로 짠 두꺼운 아바야(외출할 때 입는 로브 드레스같은 겉옷)를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약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홍해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알아흐사 같은 오아시스 도시에는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펼쳐져 있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북 지방과 남쪽 예멘과 가까운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 가까이 떨어져 눈이 내리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북주 네옴시티 인근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수많은 여성들이 체포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 같은 후견인의 허락없이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취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2016년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이후 석유패권이 사라진 사우디가 석유없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계획이다. 제1의 중동특수가 건설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관광, 금융, 신재생 에너지 등에 집중돼 있다. 네옴프로젝트 말고도 리야드 시내의 중동최대의 금융도시를 표방하는 ‘킹압둘라금융지구’를 비롯해 해양리조트를 짓는 ‘홍해프로젝트’, 할리우드 10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시 ‘키디야프로젝트’ 등 사막과 해안에 엄청난 신도시를 짓느라 전국토가 공사 중이었다. 빈살만 왕세자의 네옴프로젝트 발표 이후 사우디에는 유럽발 관광열풍이 불고 있다. 비즈니스 업무 관련 비자 말고는 좀처럼 관광 비자를 발급하지 않던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온라인으로도 전자 비자를 발급해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었기 때문. 사우디는 그동안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했다. (메카는 아직 이슬람 신자에게만 방문이 허용된다) 지난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제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가 됐다. 리야드 시내 외곽에는 ‘네옴 더라인(The Line) 체험관’이 있다. 더라인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인근 타북지방에 짓겠다고 하는 총연장 170km 짜리 500층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체험관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관처럼 네옴 더라인의 내외부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홍해 연안의 요트 계류장부터, 3차원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물 내부 모습, 거울처럼 반짝이는 외양, 인근 산맥의 트로제나 스키장까지 실물처럼 꾸며놓았다. 그러나 네옴 더라인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비슷한 외관의 모델하우스는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인 알울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 사우디 여행 중에 만나는 가장 놀라운 풍경은 북서부에 있는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마치 화성과 같은 외계의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광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5억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계곡을 이루고, 바람에 의해 풍화와 침식을 통해 기암괴석을 이룬다. 미국의 그랜드캐년 대협곡, 버섯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계(장가계)를 화성에 펼쳐놓은 듯한 풍광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본 듯한 사진이 찍힌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세기 이슬람 문명 이후의 문화유산만을 국가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문명이 얽혀 있는 문화유산은 외부인들에게 공개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을 발표한 이후 알울라는 사우디 관광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또한 2021년 1월에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를 알울라에서 개최해 빈살만이 알울라 공항에서 각국 정상을 영접하는 광경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빈살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알울라 관광지 개막축제는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마라야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500석 규모의 좌석과 음향시설을 갖춘 콘서트홀에서는 일디보, 야니, 라이오넬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찾아와 공연을 했다. 마라야(Maraya)는 아랍어로 ‘거울’이라는 뜻.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로 덮인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콘서트홀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거울로 반사해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건물은 네옴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의 외양과 닮았다. 총 연장 170km에 이르는 ‘더 라인’도 외벽을 거울처럼 반사되는 태양광 패널을 붙여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가 그만큼 생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막의 풍경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알울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코끼리 바위(Elephant Rock)다. 프랑스 북부 에트르타 해변에 있는 코끼리가 사막으로 걸어 온 듯한 풍광이다.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질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코끼리 바위 앞에 있는 모래 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로 놀랐던 것은 사막에 펼쳐진 수영장이다. 명상 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는 기암괴석의 협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집트 레바논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출신 작가들이 만든 5개의 예술작품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중앙의 커다란 바위 위에 파란색 히잡의 여인이 명상을 하고 있는 예술품이다. 이집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 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 가운데 인피니티풀장라니! 요즘 전세계 인스타그램에서 난리가 난 장면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과연 물은 어디서 구했을까. 해비타스 리조트 세일즈매니저인 로완 씨에게 혹시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얻은 물이냐고 물었다. 그는 “해비타스, 반얀트리 리조트가 있는 이 지역은 ‘아샤르 밸리’로 불리는 오아시스 지역”이라며 “땅을 파면 얻을 수 있는 천연 지하수”라고 말했다. 스파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사막의 수영장은 최근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도 2편이 촬영을 마쳤다. 이 수영장에는 스위스, 인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사우디의 공공해변에서는 얼굴과 몸통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알울라의 리조트는 최대한 자연적인 풍광을 살린 건축이 주목을 끈다. 기자가 이틀밤 머물렀던 ‘샤덴(Shaden) 리조트’는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로 둘러싸인 단층짜리 호텔이다. 밤이 내려면 사막의 별과 달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싱그럽다.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대추야자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 중 하나였다. 2024년에 완공 예정인 ‘샤란(Sharaan) 리조트’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발표한 알울라의 핵심프로젝트다. 루부르 아부다비를 설계했던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 알울라의 모래 언덕, 바위 윤곽, 절벽 등 알울라의 초현실적인 자연풍광을 최대한 살리고, 모든 인공적 시설물은 바위 속으로 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개의 빌라, 40개의 주거 단지, 25개의 침실 과 레스토랑, 스파는 모두 동굴 내부에 위치하며, 80m 높이에 이르는 리프트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바람에 의해 풍화된 자연적인 바위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발코니는 사암 산맥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된다. “사막은 언제나 신비로움과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다. ‘살아있는 박물관’인 알울라의 풍경은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순수한 자연풍경 속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특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풍경을 변화시키거나 방해해선 안된다. 단지 시적으로, 철학적으로, 감성적으로 건드릴 뿐이다.” (장 누벨)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사막과 낙타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석유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이달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하고 몇 바퀴 선회를 했다. 창밖을 보니 활주로에 빗방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소낙비를 맞게 될 줄이야! 이날 오전 내내 내린 비로 리야드 시내는 물바다가 돼 버렸다. 강수량은 불과 10∼20mm에 불과했는데도 배수시설이 부족한 사우디에서는 곳곳에서 맨홀이 역류하고 도로가 끊겼다. 현지 여행사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요즘 겨울이다. 해발 700m의 도시 리야드에서 비가 온 것도 신기한데, 날씨도 쌀쌀했다. 영상 12도. 사막 날씨를 예상하고 반팔만 가져왔는데, 추웠다. 자세히 보니 리야드 사람들은 패딩 점퍼나 양털 가죽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우거진 오아시스 도시도 많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부크 지방과 남쪽 예멘 인근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부크주 네옴시티 인근에 건설 중인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겨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로 수많은 여성이 체포·구금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가 있는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취업과 외출, 복장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고 개인의 선택에 맡겨졌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빈살만 왕세자가 2016년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중동 특수가 건설 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금융, 신재생 에너지로 넓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광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9년부터 온라인으로도 전자비자를 발급했고,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처음 개방했다. 올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지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에서도 한 번에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요즘 사우디에서 유럽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카라반 무역이 융성하던 고대 다단 왕국(기원전 6세기∼기원전 1세기)의 수도였으며, 요르단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 왕국(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의 중요 도시였다. 약 5억 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풍화와 침식을 거쳐 만들어진 알울라의 독특한 자연 풍경은 마치 외계의 행성처럼 보인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대협곡, 버섯 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튀르키예(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알울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코끼리 바위’.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 질 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바위 앞에 있는 모래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기대하는 순간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수백만 개의 기암괴석 중에는 나바테아 문명인들이 조각해놓은 건축물도 발견된다. 역사문명 지구인 헤그라에는 바위 전면부(파사드)를 깎아서 부조처럼 건물의 입구를 표현해 놓은 110개의 건축물이 있다. ‘카스르 알파리드(Qasr AlFarid)’는 기둥이 4개나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묻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무덤 입구 위에 있는 계단은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를 상징한다고 한다. 헤그라의 바위 협곡에는 ‘반구대 암각화’처럼 수천 년 전의 문자와 암각화도 있다. ‘자발 이크마’ 계곡의 아람어, 타무드어, 다단어, 나바테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 온갖 고대 언어로 쓰인 명문으로 가득하다. 사막을 건너는 여행자, 상인, 순례자들이 남겨놓은 메시지다. 그래서 이곳을 ‘오픈 뮤지엄’ 또는 ‘고대의 트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학자 뮈라테 나탈리 교수는 “바위에 쓰인 수많은 고대 언어는 아랍어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암 계곡인 ‘자발 이틀립’에는 시원한 천연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협곡이 있다. 나바테아 문명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바위에 사각형 홀을 파놓은 ‘알디완(Al-Diwan)’이 있는데 정치적인 토론이나 연회가 열리던 곳이다. 홀 안에 있는 널찍한 돌벤치는 로마인들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음식을 먹으며 연회를 즐기던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바위 벽면에 새겨진 글씨들이 오래된 시간 속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사막의 협곡 속에 지어진 수영장과 콘서트홀알울라의 사막을 다니다 보면 깜짝 놀랄 만한 건축물도 나타난다. 외벽이 온통 거울로 된 ‘마라야 콘서트홀’은 2019년 12월 알울라 개막축제가 열린 곳이다. 500석 규모의 이 홀에서는 일 디보, 야니, 라이어널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홀은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거울이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총연장 170km의 네옴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의 외벽도 거울처럼 반사되는 태양광 패널을 붙일 예정인데, 마라야 콘서트홀은 더 라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처럼 보인다. 기암괴석의 사막의 협곡 속에 펼쳐지는 수영장도 놀랍다. 명상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이 참선을 하는 모습의 예술 작품이 놓여 있는 바위가 있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가운데 인피니티 풀장이라니! 물은 어디서 구했을까. 리조트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오아시스 지역이라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온다”고 했다. 사우디의 공공 해변에서는 온몸을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자가 이틀간 머물렀던 사막의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 속에 숨어 있는 ‘샤덴(Shaden) 리조트’는 단층짜리 낮은 호텔이었다. 밤이 내려면 사막 하늘에 선명한 별이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 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대추야자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 중 하나였다.알울라(사우디아라비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대표 김진태)이 다가오는 2023년 신학기를 맞아 학생·자녀방가구 브랜드 ‘조이’의 신제품 ‘조이S 2’를 출시했다.조이S 2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디지털 기기 활용 온라인 학습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책상에는 태블릿·노트북을 올려두기 편한 ‘멀티 거치대’와 모니터를 설치할 수 있는 ‘와이드 모니터 선반’이 기본으로 설치됐다. 서랍에는 크기별 정리함을 도입해 다양한 학용품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책상, 책장, 옷장, 수납패키지, 침대 등을 다양하게 조합해 취학을 앞둔 자녀가 올바른 생활·학습습관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조이S 2 책상은 일자·단독형 외에도 높이·각도 조절이 가능한 ‘매직데스크(magic desk)’, 각도 조절만 가능한 ‘라이트(LITE) 매직데스크’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조이S가 1200mm 단일 사이즈였던 것과 달리 1400mm 제품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모니터 선반과 2가지 상부장, LED 조명 4종과 조합해 다양한 형태를 완성할 수 있다. 컬러는 화이트를 메인으로 그린·핑크·베이지 포인트 컬러를 적용할 수 있다. 또 콘센트가 부착된 멀티선반과 소서랍 등의 소품을 추가할 수 있다.책장은 층별로 이동 선반과 고정 선반을 교대로 배치해 높이가 높은 물건도 편안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랩도어와 책장 2칸을 막아 주는 2단도어, 3칸을 막아주는 3단도어를 부착할 수 있어 책상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특수장은 자녀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멀티수납장 또는 화장대장을 선택할 수 있다. 수납패키지는 옷장·사이드장·슬라이딩장·4단서랍장·이동식 행거 등으로 구성됐다.조이S 2 침대는 △일반형 헤드 △멀티수납형 헤드 △조명형 헤드 △키즈 수납형 침대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일반형 헤드는 가격 대비 성능비를 높인 모델이다. 멀티수납형 헤드는 매립 콘센트와 오픈 수납공간이 적용돼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조명헤드를 활용하면 침대를 인테리어 포인트 디자인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키즈 수납형 침대는 올인원 대용량 벙커 수납공간과 교구수납장, 오픈 수납공간 등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갖추고 있다.한샘은 조이S 2 출시와 함께 2023년 신학기 시즌을 맞아 신학기 이벤트를 전개한다. 조이S 2·아이디S·코티·티오(온라인 전용) 등 제품이 최대 30% 할인 판매된다. 신학기 이벤트의 키 메시지는 ‘공부도 건강도 처음이 중요하니까’다. 조이S 2가 처음 책상을 사용하는 자녀들의 올바른 자세와 공부 습관 형성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먼저 조이S 2·아이디S·코티를 오프라인 한샘 매장과 온라인 한샘몰에서 구매하는 고객은 최대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책상 구매 고객에게는 △의자 최대 20% 할인 △책상·옷장·조명 10% 할인 등 혜택이 제공된다. 또 침대·슈퍼싱글(SS)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30만원 할인이 즉시 적용된다.한샘몰에서는 전용 상품 ‘티오’ 할인행사가 추가로 진행된다. 다운로드 쿠폰 및 카드할인을 통해 한샘몰 신학기 가구를 최대 3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신학기 가구 구매 고객에게 40만원대 입학 선물이 추첨을 통해 증정된다. 또 △침대·책상·옷장 룸패키지 30% 할인 △책상 구매시 조명 최대 50% 할인 △옷장 3통 구매시 1통 50% 할인 △침대·옷장 구매시 침대 30%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한샘 정유진 서재·자녀방 상품부서장은 “앉는 자세가 완성되고, 정리하는 습관을 잡아야 할 초등학교 입학 시기 자녀에게 적합한 조이S 2 제품을 선보이면서, 합리적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프로모션을 함께 전개하게 됐다”며 “내년 신학기를 맞아 서재·자녀방을 구성하려는 계획이 있는 고객들이라면 가까운 한샘 매장 또는 한샘몰을 찾아와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가 신진 예술가들을 위한 미술전시장과 음악회 공간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행장 윤종원)은 올해 본점 로비에서 설치미술·회화 분야의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 ‘IBK 아트스테이션’을 총 3회에 걸쳐 개최했다. 본점 로비의 전시 공간은 가로 45m, 세로 25m, 높이 7m로 널찍하고 층고도 높아 규모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설치미술 작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행은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직원과 시민에게 위로와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청년 음악인들이 출연하는 ‘IBK퇴근길 뮤직 라이브’도 개최했다. 콘서트는 본점과 한남동 고객센터, 부산 지역 등 총 11회 차에 걸쳐 진행됐다. 윤종원 은행장은 “한 곡의 음악으로도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퇴근길 음악회가 직원들에게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이어 11월 2∼6일에는 본점 옆 성큰가든과 지하 아케이드에서 시각예술 전시 및 아트마켓 ‘더아트프라자’도 열었다. 을지로 인근 직장인과 시민 1만30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룬 더아트프라자는 창작자와 기획자, 갤러리 등 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를 연결해 지원하는 전시 행사. 입장료·참가비·수수료가 없는 대안적 아트마켓이다. 이번 전시는 기업은행 본점이 위치한 을지로 지하상가 공실을 재생해 작품을 전시했다. 지하상가에 있는 꽃집, 양복점 등의 공간 특성을 살려 플라워숍, 의상실, 디저트숍, ATM 등의 콘셉트로 연출된 12개 공간에서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기업은행은 이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인증하는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글진흥원(원장 손수호)은 26일 ‘2022년 공공문장 바로 쓰기 자치단체장’ 대상 수상자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교육 부분), 조규일 진주시장(문화 부분) 박경귀 아산시장(소통 부분), 이민근 안산시장(관광 부분)을 선정했다. 또 ‘2022 문화재 안내문 바로쓰기 대상’은 박일호 밀양시장이 받았다. 이 상은 바르고 쉬운 공공 문장을 일선 행정에 구현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상으로 2013년 제정됐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읽는 각종 안내문 등을 알기 쉽고 정확한 글로 선보이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에 애쓰는 등 공공문장 바로 쓰기에 모범을 보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우리글진흥원은 이와함께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시민운동상’ 대상 수상자로 서장원 씨(22․대학 3년)을 선정했다. 서 씨는 공공기관에서 잘못 쓴 공공문장을 지난 1년간 33회에 걸쳐 바로잡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강에 황토돛배가 오가던 시절→황포 돛배’(마포구 안내문), ‘장애인에 대한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댄스 프로그램’→‘장애인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댄스 프로그램’(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등이다. 우리글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말글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공공언어 사용에서 전 국민의 모범이 되게 하자는 운동이다. 공공기관이 만드는 공문서 등을 사전 감수하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며 잘못된 공공문장을 시민들이 바로잡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내외 오페라 극장에는 객석에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진 곳이 많다. 이런 전통은 BC 6세기에 만들어진 디오니소스 극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아래에 있는 세계 최초의 공연장으로, 맨 앞줄 67개의 등받이 의자는 특권층이나 후원자의 전용석이었다. 의자 아래 대리석에는 ‘디오니소스 엘레우테리오스의 신관을 위한 의자’라는 등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벨기에 수도 브뤼셀 대성당의 제대 앞에는 펠리컨 조각이 있다. 펠리컨 어미 새는 자식들에게 먹일 먹이가 없으면 자신의 가슴을 뜯어 피를 흘려 자식에게 먹인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펠리컨은 중세 유럽에서 예수의 수난과 희생의 중요한 상징이 돼 왔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도 가슴에 피 흘리는 펠리컨 어미를 자신에 빗대 ‘영국 성공회의 어머니(mother of the Church of England)’라 칭하기도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9세기 말에 지은 베를린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은 장중한 석조건물 위에 투명한 유리돔이 얹혀져 있다. 히틀러 시절 방화로 불타기도 했던 이 건물은 베를린과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1999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은 벽만 남기고 건물을 모두 뜯어낸 뒤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돔을 덮었다. 돔 내부에 만들어진 경사로를 방문한 시민들은 발아래에서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통공예를 현대에 맞게 재탄생시킨 공예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공예축제인 ‘2022 공예트렌드페어’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막했다. 11일까지 열리는 이 공예전문 박람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주최한다. 소비자와 공예가를 잇는 교류의 장인 ‘공예트렌드페어’에는 공예작가, 화랑(갤러리), 공방, 기관 등 330여 개사가 참여한다. 올해는 양태오 총감독과 함께 주제관, 갤러리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공진원(KCDF) 사업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마련했다. ‘주제관’에서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공예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예는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손으로 만들어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며, 지속 가능한 신소재나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제관에서는 이러한 공예의 속성을 살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인 ‘획일화된 일상’, ‘인간성 상실’, ‘자연과 환경 파괴’라는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는 공예작가 42개 팀의 작품을 전시한다. ‘갤러리관’에서는 전문 갤러리와 문화예술기관의 작품을 전시하고, ‘브랜드관’에서는 공예기업과 공방들의 시장성 있는 공예품을 소개한다. ‘창작공방관’에서는 역량 있는 공예작가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공예품을 선보인다. ‘대학관’에서는 대학/대학원생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고, ‘공진원(KCDF) 사업관’에서는 공진원의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특히 올해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사전 전시와 해외홍보, 실시간 구매, 전문안내(도슨트), 신진작가 발굴 등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다양한 출품작들은 지난 6월부터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전시하고 있으며, 주제관은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국내외 관람객들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 공간(뷰잉룸)으로도 구현했다. 행사 기간 중 현장에서는 공예 분야 전문가 12인이 특별 전문 안내원(도슨트)으로 나서 다양한 시각으로 박람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참가사 공모시 전년 대비 지원신청사가 약 40% 증가해 공예트렌드페어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보인 바 있다”며 “이번 공예트렌드페어가 유통과 교류의 장으로서 다채로운 공예작품들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께도 깊은 영감을 주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스페인 서부 대서양 주변에는 항구도시 바이오나가 있다. 1493년 3월 1일 콜럼버스 아메리카 원정대 3대 중 하나인 라핀타호가 가장 먼저 도착한 항구다. 항구에는 라핀타호와 똑같은 형태로 복원된 배가 떠 있다. 전장 17m의 라핀타호는 테니스 코트보다도 작은 크기다. 저렇게 작은 범선으로 대양을 건너 인도까지 갈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주변에는 이사벨라 여왕과 신대륙 원주민을 조각한 ‘두 세계의 조우’ 작품이 세워져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