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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다. 한돌은 인공지능 바둑의 최강자로 꼽히는 줴이와의 대결에서 중반까지 팽팽한 형세를 유지하며 선전했다. 특히 초반 25, 29는 매우 신선했다. 승부는 커다란 상변 흑 진에서 백이 살아버리면서 결정됐다. 참고도를 보자. 백 1(실전 82)부터 5까지 선수로 작업을 해놓고 백 7로 특공대를 투입한 것이 결정타였다. 흑 진이 웅장했으나 백 7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흑이 어떻게 했어야 백 7을 막을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가 요원하다. 줴이는 혹시 그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돌은 이 판을 졌지만 예선에서 3승 2패를 기록하며 8강에 올랐다. 대만의 CGI와 4강 진출을 다툰다. 107=88, 166·172·178·184·190=156, 169·175·181·187·193=163. 19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8은 애매해 보이지만 안 받을 수 없는 팻감이다. 흑이 손을 빼면 A로 젖혀 우하 흑 대마가 통째로 잡힌다. 백 90으로 따내자 흑은 패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91로 물러섰다. 백의 자체 팻감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흑 91은 참고 1도처럼 우상 백이 살아가는 것을 막은 수(6=◎). 하지만 우상 귀를 잡아도 형세는 크게 불리하다. 백 92에 흑 93으로 패를 따냈는데 참고 2도 흑 1로 흑 석 점을 살리면 안 되는 것일까. 된다. 하지만 백 8까지 선수하고 10으로 패를 해소하면 흑이 석 점을 살렸지만 선수를 백에게 내줘 실익이 없다. 백 96이 놓이자 한돌은 항복을 선언했다. 87 93=●, 90=84.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현재 국내에서 개봉 중인 영화 ‘주디’에서 주디 갈런드 역을 맡은 러네이 젤위거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메서드 연기라는 칭찬이 모자랄 정도로 주디의 외모와 내면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적지 않았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젊은 주디(다시 쇼)가 무대를 바라보던 모습이다.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무대 뒤로 돌아온 주디는 관객들의 연이은 ‘앙코르’ 환호를 듣는다. “이제 떠나야 한다”, 즉 공연도 끝났으니 우리끼리 즐기러 가자는 동료의 말에 주디는 잠시 망설인다. 이어 커튼 뒤에서 살짝 무대를 보던 그녀가 황홀경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화면 가득 번진다. 주디는 “나중에”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로 뛰쳐나간다. 그가 평생 지고 가야 할 비극의 시작이 가장 환희를 느낀 순간으로부터 비롯됐다면 과한 해석일까. 그때 그가 무대를 선택하지 않고 일상을 선택했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센터장 최인철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을 펴냈다. 2017년부터 카카오와 협력해 서비스한 ‘안녕지수’에 매일 사람들이 응답할 수 있도록 했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행복 수준을 분석했다. 2019년에만 150만 명 가까이 참여했고, 288만 건의 데이터를 수집했으니 신뢰도가 낮진 않을 것이다. 여기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느낀 사람들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스스로를 (객관적인 계층보다) 높은 계층이라고 여긴다 ②행복은 운명이라 여기지 않는다 ③바쁜 삶을 선호하지만 마음속 여유가 있다 ④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⑤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을 느낀다 등이다. 이에 따르면 행복은 주어지거나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길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다섯째 항목처럼 선택에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합리적인 선에서 만족하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처럼 여겨지지만 모든 선택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면 삶은 불안해진다. 영화에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 걱정되지 않는다는 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느낌으로 바라보는 주디의 표정에서 무대에선 항상 최고이고 싶었던 그의 불안함이 엿보인다. 주디의 딸이자 연기자로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했던 라이자 미넬리는 훗날 “어머니가 약물과 술에 중독돼 있으면서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달라졌다”고 했다. 어린 시절 각성제와 수면제를 번갈아 복용하며 하루 18시간 이상 촬영에 시달렸던 주디는 햄버거 한 조각을 먹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마저 빼앗겼다. 하지만 대스타였던 주디 역시 나이가 들어선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자식은 밖에 내놓은 심장’이라는 대사처럼 무엇보다 좋은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말이다.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현명하게도 40대부턴 행복은 운명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행복 본질주의’에서 차츰 벗어나 노력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믿는다. 주디가 주연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가 격인 ‘오버 더 레인보’의 후렴구는 이렇게 끝난다. ‘why can‘t I?(왜 나라고 할 수 없겠어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면 된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좌하 백의 생사가 걸린 패가 났지만 백으로선 여유가 있는 패다. 패를 져도 딴 곳에서 팻감으로 두 수를 연타하면 충분히 대가를 뽑아낼 수 있다. 흑 67은 아슬아슬한 팻감. 사실 백이 패를 이어도 우변 백 대마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만약 참고 1도 흑 1로 안형을 파괴해도 2, 4로 살 수 있다. 백 68로 받은 것은 백의 팻감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 흑 79의 팻감에 백은 받아줘야 한다. 백이 패를 해소하면 참고 2도 흑 5까지 좌상에서 잡힌 흑돌의 수가 많이 늘어나 수상전에서 백이 곤란해진다. 패가 계속 되고 있지만 백은 흑이 쓰는 모든 팻감을 다 받아주면서 여유 있게 두고 있다. 69 75 81=○, 72 78=66.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연결 자세를 취했을 때 흑 53은 소극적인 수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수가 있어야 패 맛을 없애고 좌변 넉 점도 안정시킬 수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 성급하게 참고 1도 흑 1로 젖히면 백 6까지 쉽게 연결해 간다. 백 58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하 연결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58로 실속부터 챙겨놓은 것은 이후 수순을 내다봤기 때문. 흑 65까지가 외길 수순인데 패가 났다. 하지만 백 58로 이미 실리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 패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를 꼼짝 못 하게 옭아매는 수법인데, 흑이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맥이 탁 풀렸을 것이다. 수순 중 백 62로 참고 2도처럼 둬도 역시 패는 피할 수 없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국면 전환을 위해 41처럼 몸을 돌보지 않는 수를 구사한다. 이때 백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참고 1도 백 1로 흔한 수를 두면 흑 6으로 끊는 수가 있다. 험난한 앞날이 예고된다. 백 42는 과격한 수처럼 보이지만 흑의 약점을 이용해 안전하게 연결하려는 뜻이다. 흑 45, 47은 백을 살짝 유인하는 수다. 백이 우상을 살리겠다고 하다 보면 상변이나 우변에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백 48로 한 쪽을 먼저 살려두는 것이 탄탄대로를 걷는 방법이다. 이제 백은 좌하 귀를 연결해가야 하는데 막상 쉽지 않다. 참고 2도 백 1은 선수이긴 하지만 흑 2로 백 두 점은 포기해야 한다. 이것도 살리겠다고 발버둥치다간 흑 14까지 대형사고가 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은 결국 백 28까지 최소한 빅이 나는 모양이 됐다. 상변 흑 진에서 백이 크게 살아간 셈이니 형세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흑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볼 곳은 좌하 쪽이다. 흑 29로 백을 공격해 한 방 역전을 노린다. 그러나 백은 여유만만. 좌하를 두다가 백 36으로 상변을 보강한다. 당장 두지 않아도 되지만 참고 1도 흑 1처럼 우상 백을 잡으러 올 때를 대비한 것. 우상 백을 살리는 와중에 상변 백 돌의 수가 줄어 수상전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흑은 좌하 백을 무조건 잡아야 형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백 38로 연결할 때 흑 39가 최선의 수. 참고 2도 흑 1로 끊으면 백 6까지의 역습이 두렵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 수상전에서 흑의 장점은 한 눈이 있다는 것. 대신 바깥 수가 적다. 백은 그 반대다. 전보에서 말했듯 백 16이 묘착. 흑 19로 A에 단수하면 백이 19의 곳에 둬 패가 나는데 팻감은 백이 많다. 그래서 흑 19로 버텼는데 백 20이 흑의 약점을 찌르는 수다. 만약 백 20을 두지 않고 참고 1도 백 1, 3으로 수를 내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때 흑은 4로 먼저 먹여치는 대비책을 갖고 있다. 흑 10까지 백이 잡힌다. 백 20을 먼저 두면 흑이 백에게 집을 내주지 않기 위해 참고 2도 1로 이어야 하는데, 이때 백 2로 나오는 수가 성립한다. 흑은 21로 굴복해야 했고, 백 24로 한 집을 내자 흑에게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103까지 한 눈을 만들면서 수상전에서 유가무가를 노리고 있다. 백 104, 106은 수를 늘리는 진행. 여기서 흑이 참고 1도 1로 단수하면 백 16까지 예상되는데 이건 백 승이다. 그래서 모양은 사납지만 흑 107(◎)로 꽉 잇고 버틴 것. 백 108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가착. 이걸 생략하면 흑이 110의 곳에 끼워 백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흑은 109, 111로 가장 타이트하게 수를 줄였다. 그런데 흑 111 대신 참고 2도 흑 1, 3으로 좌상 흑을 아예 살리면 어떨까. 하지만 백에게는 4, 6의 묘착이 있다. 백 10까지 패가 나는데 백 12의 절대 팻감이 자랑거리. 반면 흑은 팻감이 하나도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승부의 호흡이 급박해졌다. 상변 백돌이 사느냐, 못 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백 ◎의 젖힘에 흑이 단수하지 않고 곱게 93으로 이은 것이 정수. 전보 참고도에서 보듯 단수하면 백이 쉽게 산다. 백 94로는 참고도 백 1로 둬도 흑이 백을 잡기는 쉽지 않다. 흑 10으로 끝까지 잡으러 가면, 백 19가 맥점이어서 흑이 오히려 잡힌다. 하지만 흑이 이렇게 무작정 잡으러 가지 않고 백 9의 시점에서 상변을 더 이상 손대지 않은 채 흑 A로 공격하면 국면이 복잡해진다. 줴이가 백 94를 택한 것은 참고도보다 백 94가 더 확실한, 즉 승률이 높은 길이라고 본 것이다. 흑 95는 절대 수인데, 백은 96, 98로 좌상 흑 대마와 수상전을 벌이고자 한다. 얼핏 보면 흑의 수가 많아 보이지만 백도 밖으로 탈출하려고 하면서 수를 늘릴 수가 있어 만만치 않은 수상전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전이 발발했다. 백 86으로 끊는 방향이 심상찮다. 참고 1도 흑 1로 받으면 백 2, 4로 뚫는 수가 생겨 백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실전처럼 흑 87로 이으면? 아무 뒷맛도 없이 중앙이 말끔하게 정리된 것 아닐까. 백의 목표는 중앙이 아니라 상변에 있었다. 백 88로 붙여 상변 흑 진에서 살겠다고 한 것이 승부수. 인간의 언어로 승부수지 줴이 정도 실력의 인공지능이 상변에서 산다는 확실한 계산이 서지 않으면 감행할 수 없는 수다. 백 86도 분명 상변 백의 삶과 관련 있는 수다. 거꾸로 얘기하면 한돌의 위기 상황. 흑은 반드시 백을 잡거나 상응하는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백 92는 수습의 맥. 평범하게 참고 2도 흑 1로 받았다간 백 10까지 상변에서 알뜰하게 살아버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좌하 귀 3·3으로 들어온 데 대해 백은 어느 방향으로 막아야 할까. 흑 ●가 찰거머리처럼 딱 붙어 있어 하변으로 막고 싶지는 않다. 만약 하변으로 막으면 참고도가 예상된다. 백은 흑 8 이후 ● 때문에 하변에서 손을 뺄 수는 없고 9, 11로 둬 하변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변 모양만 보면 백이 나쁘지 않은데 선수를 빼앗기는 것이 기분 좋지 않다. 흑이 A 부근에 두면 상변 흑 모양이 모두 집이다. 하변 백 진은 상변 흑 진만 못하다. 그래서 백 70으로 막아 좌변을 키운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백 74의 곳을 선착하면 형세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줴이의 판단. 백 76으로 우상 백을 돌보자 흑은 77로 좌변 백을 삭감하러 나섰다. 물론 백이 곱게 물러서 좌변을 지킬 리는 없다. 백 78, 흑 81로 중앙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응수타진에 백이 어떻게 받든 흑의 의도에 넘어가게 된다. 줴이는 아예 응수하지 않고 백 62로 우상 귀에 들어가 역으로 흑의 응수를 물어봤다. 흑이 A 정도로 막으면 백은 활용했다고 보고 손 뺄 가능성이 높다. 흑 63은 백 62를 크게 잡으려는 강수. 여기서 백이 손을 빼면 우상 흑 집이 뒷맛 없이 크게 굳어진다. 백 66의 날일자는 의외로 탄력적인 수. 참고 1도 백 1처럼 안전 위주로 두면 흑 2, 4로 하변 흑 모양이 거대해진다. 흑이 참고 2도 1로 끊는 것은 백 2가 있어 우상 백이 그냥 잡히진 않는다. 백 4까지 최소한 패가 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우상귀가 별 볼 일 없어지자 백68, 흑69로 서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붙임에 흑 51로 딴전을 피우는 듯한 응수는 의외였다. 보통 참고 1도 흑 1로 늘어 둔다. 백 6까지 예상되는데, 흑백 모두 확실한 모양을 갖춰 불만 없다. 흑 51은 참고 1도보다 훨씬 부드러운 행마다. 백 52, 54의 삼단젖힘은 흔한 행마법. 백 60까지 흑은 실리를, 백은 두터움을 챙겼다. 한돌과 줴이 모두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 가며 국면을 이끌고 있다. 이때 한돌이 과감하게 흑 61로 붙였다. 흔하지 않은 수법인데, 흑의 의도는 백이 참고 2도 1로 늘면 흑 10까지 귀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때 61로 붙여 놓은 게 이득이라는 뜻. 백은 어떻게 받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막은 수는 이른바 응수타진. 백이 참고 1도 1로 받으면 흑 10까지 서로 안정된 길을 걷는다. 흑은 ‘가’가 선수여서 걱정할 곳이 없다. 흑 47로 우변을 선점한 것이 한돌이 구상한 그림이다. 흑 대마 형태가 참고 1도보다는 엷지만 백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훨씬 세다. 백 50은 이런 형태에서의 맥점인데, 그전에 백 48을 둔 것이 섬세한 수순이다. 만약 백 48을 생략하면 어떻게 될까. 줴이는 참고 2도 백 1로 붙일 때 흑 2로 바로 막아버리는 것을 걱정했던 것 같다. 백 3 때 흑이 ‘나’로 막으면 실전과 같다. 하지만 흑이 4로 먼저 공작을 해놓고 ‘나’ 부근에 다시 손을 돌리는 것이 백의 입장에선 까다롭다. 따라서 백 48의 선수는 흑의 변신을 막는 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귀에서 흑백의 힘겨루기가 발생했다. 자체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데 주변 상황과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관건이다. 백 32 외에도 여러 응수 방법이 있다. 우선 참고 1도 백 1로 뻗는 것도 정석. 하지만 흑 2, 4로 쉽게 수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백 9까지 정리된 뒤 흑 10으로 좌하 귀에 선착하면 흑 만족이다. 참고 2도 백 1로 뻗는 수도 11까지 실전과 비슷한 형태의 바꿔치기가 일어나는데, 흑 12로 상변을 벌리는 모양이 좋다. 백 32를 선택한 이상 흑 39까지는 외길 수순. 백 42 때 흑 43이 묘한 응수타진. 백이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변화의 양태가 사뭇 달라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이 상변을 당장 삭감하는 것은 곤마로 몰릴 공산이 크다. 백 22로 멀찌감치 진영을 갖추고 상변 흑 진의 삭감을 꾀하는 것이 고수다운 행마. 흑 25는 인공지능(AI)의 파격. 진짜 좋은 수인지는 AI의 계산 능력에 달려 있는데, 인간이 지금 단계에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참고 1도 백 1로 받으면 흑 2가 준비돼 있다. 흑 4까지 서로 기세의 대결인데, 흑은 우변을 막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백이 참고 2도처럼 한발 물러 받아도 흑 4까지 꽤 괜찮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이후 ‘가’로 씌우는 수를 노린다. 결국 백 26의 곳이 대세의 요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흑 27에 이은 29로 또 한 번의 파격. 초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를 둘 때 축머리가 좋지 않다면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는 수가 있다. 흑 7로 백 한 점이 축으로 잡히면 흑의 자세가 너무 두터워진다. 지금은 백의 축이 좋기 때문에 참고 1도 3이 아니라 실전처럼 15로 끊는다. 흑 17은 코붙임의 맥점으로 꼭 기억해둬야 한다. 백 18로 후퇴하는 것은 정수. 기분 같아서는 참고 2도 백 1로 나가고 싶지만 흑 8까지 백이 고생을 자청하는 꼴이다. 백 ‘가’로 끊는 수가 있는 것 같지만 흑 ‘나’로 씌워 한 점을 버리면 그만이다. 백 20까지 정석 완료. 백 20을 생략하면 흑에게 선수로 막히는 것이 좋지 않다. 흑 21로 상변에 큰 세력을 형성했는데 백은 어떻게 삭감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올스타전이 내달 10일부터 열린다. 바둑리그 출전자 10명을 극복팀(신진서 변상일 이동훈 나현 최정 9단)과 기원팀(박정환 신민준 박영훈 이영구 윤준상 9단)으로 나눠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을 펼친다. 올스타전은 2019-20 KB리그의 번외 경기로 마련됐다. 한편 이번 시즌 KB리그 MVP는 한국물가정보를 우승으로 이끈 신민준 9단이 수상했다. 한돌의 예선 마지막 상대는 인공지능(AI)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줴이(絶藝)다. 서로 예선 통과가 확정돼 부담 없는 탐색전이라 할 수 있다. 흑 1∼5는 한돌이 중요 경기에서 자주 사용하는 포진. 흑 9는 참고도 흑 1로 둘 수도 있다. 백 2, 4까지 진행된 뒤 흑은 손을 빼고 우하귀에 걸치거나 3·3에 침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이다. 백 10은 축이 좋을 경우에 두는 수. 만약 축이 나쁘면 A의 날일 자로 둬야 한다. 백 10은 인공지능이 유행시킨 정석 중 하나로 실리에 민감한 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변과 중앙에 걸친 흑 대마가 몰살하면서 바둑이 끝났다. 그러나 흑이 잘못 둔 수가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지적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흑 29로 백의 우상귀 3·3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마 몰살에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다. 참고도를 보자. 흑 대마가 몰리기 직전 상황이다. 이때는 오히려 흑 1, 3으로 우하 백 대마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백 16 때 마야고(흑)는 더 이상 공격이 어렵다고 보고 흑 17부터 상변 백 진에서 사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그 결과 얻은 두터움으로 백이 흑 대마에 대해 빈틈없는 공격(백 108)을 시작하자 흑 대마는 살길이 없었다. 상변을 부순 흑의 판단이 잘못됐거나, 상변에서 사는 과정 중 잘못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한돌은 예선 5회전에서 세계 최강 줴이(絶藝)를 만난다. 150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