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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감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원자력 발전 기업들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등의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 올해 원전 일감을 3조3000억 원 공급하기로 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연구개발(R&D)에 앞으로 5년간 4조 원을 투자한다. 원전 제조기술에 투자한 금액의 일부는 세금에서 깎아줘 1조 원 규모의 설비 및 R&D 투자도 추가로 유도한다.● 원전 기업 특별 금융 지원 2배로 확대 정부는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14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원전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올해 원전 일감을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3조3000억 원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각각 2032년, 2033년 완공 예정인 신한울 3·4호기 원전이 올해 4월 착공하면서 올해 상반기(1∼6월)까지 누적 기준 1조 원 규모의 일감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신한울 3·4호기는 내년 착공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이 시기를 1년 앞당겼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수주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관련 기자재도 발주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선금 특례’를 시행하고 있다. 원전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계약 즉시 계약금의 30% 이내 선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건설에 10여 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계약을 맺더라도 실제 매출은 수년 뒤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원전 업계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융자와 보증 등 특별 금융 지원도 1조 원으로 지난해의 2배로 늘린다.● “원전 지원 법제화해 정책 일관성 확보” R&D 지원 역시 대폭 확대한다. 차세대 유망 기술인 SMR과 4세대 원전기술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조 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한국형 소형 원전인 i-SMR 개발을 위해 올해 관련 예산을 6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9배 늘린 바 있다. 원전 기술에 투자할 때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형원전 및 SMR 제조기술 11개를 추가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세액공제 10%만 받던 중소기업은 18%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견기업은 3%에서 10%로 공제율이 확대된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제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원전 산업 지원 근거를 법제화해 정권이 바뀌는 등 변수가 있더라도 일관성 있게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토론회에선 창원시와 경남 지역의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역량을 활용해 ‘SMR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의 기초를 다진 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며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봤던 이 전 대통령이 1956년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1959년에는 원자력원과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해서 원전의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와 한양대에 원자력공학과를 설치해 연구개발의 토대를 닦았다.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며 “이를 이어받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최초의 원자력 장기 계획을 수립해 우리 원전 산업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14일 경남 창원의 원자력발전소 부품 제작 기업 영진테크윈 공장. 한울 원전에 들어갈 교체용 부품 가공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기계설비 12개 중 9개는 멈춰 있었다. 원전 신규 건설이 쏟아지던 2010년대에는 기계 20여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5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때보다는 사정이 다소 나아졌지만, 아직 공장 가동률은 30∼40%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빛, 한울 원전 부품 제작은 이르면 한 달 뒤면 끝난다. 강성현 영진테크윈 대표는 “신한울 3호기 관련 발주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나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길게는 1년 정도 원전 일감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폐기에도 원전 관련 중소기업 중에선 여전히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원자력 산업 매출액은 탈원전 추진 이전인 2016년의 93% 수준까지 회복됐음에도, 그 온기가 원전 생태계 전반에 퍼지지 않아 ‘일감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후반부 공정을 담당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은 건설이 시작되더라도 곧바로 일감을 받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기계 12개중 9개 놀려… 원전정책 또 바뀔까 투자-채용 못해” 원전 中企 ‘일감 보릿고개’발전기-자동차 부품 납품하며 버텨업체 57% “정책 일관성이 최대변수”민간주도 SMR 등 산업 재편 필요 이날 영진테크윈 공장 한쪽에는 비상용 휘발유 발전기에 들어가는 로터(회전체) 5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원자력발전소 관련 일감이 끊길 때를 대비해 발주를 받아둔 제품이다. 강 대표는 “탈원전 시기엔 항공기나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버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부품업체 중에는 영진테크윈처럼 원전 관련 발주가 줄어들 때를 대비해 다른 일감을 찾는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방문한 창원 소재 금속 도색·도장업체인 ‘코텍’은 최근 수년간 원전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장갑차 등 방산 분야 납품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탈원전 이전까지 연간 15억 원 수준이던 원전 부품 매출은 현재 5억∼1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박대근 코텍 대표는 “아직 원전 관련 부품 수주가 적고 사업도 한정돼 있어 원전 사업만으론 기업을 운영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원전 정책 뒤바뀔지 몰라 신규 투자 못해” 정부는 ‘원자력산업 생태계 회복’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은 회복세가 더디다. 발전소 건설에만 10여 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의 구조 때문이다. 원전 건설은 설계부터 원자로 설치 및 기능 시험까지 여러 공정으로 진행되는데, 후기 공정을 맡은 기업들은 신규 원전 건설이 시작되더라도 5∼8년을 기다려야 일감이 생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상반기(1∼6월) 중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건설이 시작되더라도 그 효과를 많은 기업들이 체감하는 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발전소 내 계측설비를 제작하는 중견기업 우진은 “발전소 내 전류, 전압 등을 측정하는 계측설비는 원전이 80% 이상 완공된 뒤 설치를 시작하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려면 최소 7, 8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탈원전’을 경험한 원전업계에선 신규 원전 건설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말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표한 ‘2022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산업의 경쟁력 확보 제약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514개 기업 중 293곳(57.0%)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답변했다. 언제든 다시 원전산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어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전 부품 기업 대표는 “원전산업은 정책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어 선뜻 인력을 늘리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추가 설비에 투자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민간 주도로 산업 재편해야” 원전업계에 안정적으로 일감을 공급하기 위해선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하고, 정부 주도 대형 원전 건설 중심에서 민간 주도 형태로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전 수출은 장기적으로 업계 전체에 대규모 일감을 공급할 수 있다. 2009년 수출이 성사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은 건설 계약만 20조 원에 향후 운영 및 부품 수출까지 더하면 총 90조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자격 미달로 탈락하며 한국과 프랑스전력청(EDF)의 ‘2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체코 정부는 6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 주도 원전산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민간 원전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 기업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은 원전산업을 민간 주도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여겨진다. SMR은 원전 1기당 건설 단가가 기존 원전에 비해 20분의 1 수준으로 적고 건설 기간도 짧아 개별 민간 사업자가 건설에 뛰어들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두산에너빌리티 등 기업과 손잡고 SMR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이다. 창원=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저장시설이 포화가 된다”고 다시 한번 경고하고 나섰다.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은 수년째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추가 시설을 제때 짓지 못하면 원전을 멈춰 세워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년 앞으로 다가온 원전 저장시설 포화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사용후 핵연료는 향후 추가 원전 건설 등을 감안할 때 2080년경까지 총 4만4692t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장시설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관리 비용이 늘고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어려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수명을 다한 이후에도 수십 년간 열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안전하게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다. 현재는 저장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각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포화 시기는 6년 앞으로 다가왔다.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으로 저장조가 가득 차게 된다. 한수원은 원전 부지 야외에 핵연료 저장시설을 지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설립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2022년 8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안 등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저장시설 용량 및 설립 시기 등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착수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 최대 쟁점은 저장시설 용량이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원전별로 각각 40∼60년인 기존 설계수명 기간에 쌓인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은 운전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김영식 의원 발의안은 노후 원전의 운전 기간 연장을 고려해 설계수명이 지난 뒤 발생한 폐기물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저장 용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장시설의 구체적인 설립 시점을 법안에 포함할지 여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원전 외부 저장시설 부지를 2035년까지 확보하고 2050년부터 처분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시점을 적시해 부지 선정 및 설립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목표 시점을 법안에 적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계에선 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채 더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일부 원전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사용후 핵연료가 원전 부지 내에 일정 용량 이상 차게 되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황 사장은 “대만에서는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발전소를 멈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나서고 있다. 핀란드는 2001년 이미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해 2025년 운영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영구처분시설은 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해두는 저장시설과 달리 지하 암반 등에 묻어 영구히 격리시키는 시설이다. 스웨덴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에 각각 영구처분시설 운영에 들어간다. 이 밖에 중국과 러시아는 시설 부지를 확보했고, 일본과 독일은 부지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발전량 상위 10개국 중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올해 첨단 로봇 기술 개발에 523억 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투자액 125억 원의 4배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첨단 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 같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해당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이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1년 5조6000억 원 수준이던 로봇 시장을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날 신규 과제 지원 사업 1차 공고를 내고 3월까지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기로 했다. 1차 공고에선 제조 및 서비스 로봇 분야를 포함해 총 17개 과제를 중심으로 모집이 이뤄진다. 이번 회차 총 지원 규모는 166억 원이다. 산업부는 올해 4월과 7월 각각 시행될 2, 3차 공고에서 추가로 357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제조 로봇 분야에선 로봇이 고난도 제품 조립 과정을 학습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지원금을 투입한다. 또한 자동차 부품, 기계, 방산 등 14개 대표 제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 로봇 기반 공정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서비스 분야 로봇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의사가 원거리에서 로봇을 조작해 환자의 환부를 살피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진료 로봇이 대표적이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기업이 직원에게 준 출산·보육수당이 현재 비과세 한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출산·보육수당의 비과세 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지급액은 한도에 훨씬 못 미치는 기업이 대다수라 실효성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근로소득 중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 1인당 평균 수당은 67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행 비과세 한도인 연간 240만 원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출산·보육수당은 기업이 근로자와 배우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 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수당이다. 최근 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을 지급하면서 출산수당 등의 비과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업이 한도보다 적은 수당을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월 10만 원 비과세 혜택을 주다가 올해부턴 월 20만 원으로 상향돼 올해는 실제 비과세 규모와 한도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비과세 한도를 높이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실제 세금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출산장려금은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원칙은 기업이 직원에게 뭔가 줬다면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이라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증여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 실장은 “유권해석을 내린 게 아니고 대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 달 초 구체적인 출산장려금 관련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로자와 법인 모두 추가 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국산 및 수입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 침체로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 제조업 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9∼12월) 및 연간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국내 공급은 1년 전보다 2.4% 줄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제조업 국내 공급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1.3%) 이후 3년 만에 감소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국내에 공급된 국산 제품(―2.1%)뿐만 아니라 수입 제품(―3.2%) 모두 전년보다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 제품이 국산 제품보다 더 크게 줄면서 전체에서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7.8%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줄었다. 수입 제품 비중이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내수 불황으로 수입 제품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전자·통신 분야 공급이 10.3% 감소했다.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자동차는 국산과 수입 제품 공급이 모두 늘어 전년보다 8.7% 증가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식료품값 상승률이 넉 달 연속 6%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며 국내 휘발유 가격도 약 두 달 만에 L당 1600원대로 올라섰다.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가 또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과일값 5개월째 25% 넘는 오름세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1월(0.4%포인트)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여도는 각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과실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8% 가운데 0.4%포인트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전체 물가 조사 대상 품목 458개 중 과실류 20개의 가중치가 15.6으로 전체(1000)의 1.6%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그 영향이 매우 큰 셈이다. 가중치는 물가 조사 대상 품목의 상대적 중요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달 과실 물가는 1년 전보다 28.1% 뛰며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기준으로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25% 넘는 오름 폭을 보이고 있다. 과실 중에는 사과(56.8%), 배(41.2%)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과일값 급등은 지난해 여름 이상기후가 이어진 데다 수확기 사과 농가를 중심으로 탄저병, 우박 등으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과, 배 등은 설날 차례상에 올라가는 만큼 외국산 열대과일로 대체가 어려워 수요도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박 등 여름철 과일이 본격적으로 출하될 때까지는 과일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일값이 뛰면서 지난달 전체 식료품 물가도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6%대를 유지하고 있다.● “2, 3월 물가 3% 내외로 상승할 수도” 국내 기름값도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8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00.73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를 보인 건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3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라크의 친(親)이란 민병대가 시리아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배럴당 80달러대로 반등했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 배럴당 77.1달러(약 10만3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말에는 82.4달러까지 올랐다.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르면 이달부터 다시 물가 상승률이 3%대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 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는 한 차례 더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시 휘발유 가격은 L당 200원가량 더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6개월만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낮추려고 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7차례나 연장됐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특정 구성원을 비판하려는 내용이 아니므로 취재원은 모두 익명으로 서술했습니다.아직도 사무관이야? 승진은 대체 언제 시켜준다니?기획재정부에서 일하는 13년차 A 사무관은 지난해 추석을 맞아 친척 집을 찾았다가 들은 이 말이 아직도 비수처럼 가슴에 박혀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데, 비슷한 말을 또 들을 것 같아 걱정된다는 말도 함께요. 기재부 사무관들을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A 사무관처럼 ‘명절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기재부 사무관들의 승진 여부는 종종 이야깃거리가 되곤 합니다. 행정고시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재경직에 합격해 ‘핵심 부처’로 손꼽히는 기재부에 들어간 조카, 사촌의 행보는 친척 중 누구라도 궁금해할 만한 이슈겠죠.A 사무관은 “농담처럼 ‘직장에서 사고쳐서 승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고 웃어 넘기지만 요즘은 정말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늦어지는 승진, 자존심에 상처”기재부는 정부 중앙 부처 중에서 승진이 늦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부처는 5급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까지 평균 8~9년이 걸리지만, 최근 기재부는 짧으면 12년에서 길면 15년 이상까지도 걸린다고 하죠. 자리는 제한돼 있는데, 연차가 내려갈수록 인원은 많아져 “1, 2년차 새내기 사무관들은 4급 승진에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3년차 B 사무관)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승진이 늦는다는 건 여러 문제로 이어집니다. 단순히 친척들 앞에서 면이 안 선다거나 월급(2023년 기준 5급 사무관 1호봉 월급 265만700원)이 적어서 불만인 것만은 아니고요. “조직원들의 자존심에 상처”(13년차 C 사무관)가 생긴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기재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인적인 야근도 버텨내는 사무관들이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는 건데요.다른 부처 동기랑 편하게 전화 통화를 하는데, 이 동기는 이미 승진해서 과장을 달았거든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업무 얘기를 좀 물어봤는데 ‘아, 그건 내가 잘 모르니까 우리 사무관이랑 통화를 한 번 해보라’는 거예요. 기분이 확 나쁘더라고요. 당연히 악의 없이 한 얘기겠지만 솔직히 서운한 거죠. 한편으로는 ‘이 친구는 이미 관리자 시각에서 업무를 대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일선 실무자로만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기분이 참 그렇더라고요.(C 사무관)사실 기재부는 예전부터도 타 부처에 비해 승진이 늦었던 게 사실입니다. 항상 사무관 숫자는 많고 승진 자리는 적어 다른 부처에 비해 2, 3년씩 승진이 늦은 건 예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격차가 5년 이상으로 확 벌어지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방 도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사무관 초년생 때 기재부로 이동한 D 사무관은 “도청에서 6급 주사로 함께 일하던 분이 최근 4급으로 승진했다고 연락이 왔다”며 “지자체에선 승진이 빨라서 이렇게 계급이 역전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고 했습니다.그럼 왜 승진이 점점 늦어질까요? 기재부 안팎에선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기획재정부로 합쳐지면서 인사 적체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뉘어 있던 정부 부처가 하나로 합쳐지면 과장, 국장 등 간부 자리도 구성원 숫자에 비례해 늘어야 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 각 기관은 기획조정실, 대변인실, 인사과 등 지원 부서를 갖고 있는데, 여러 조직이 하나로 합쳐지면 지원 부서도 1개씩만 필요하니 그만큼 자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또 부처 통합 때 인사혁신처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계급별 정원이 줄기도 합니다. ‘기재부 해체’ 공약 은근히 반기기도정리하면 사람은 늘었는데 자리는 줄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승진 대기자는 많아지는데 자리는 그대로니 연차가 낮아질수록 승진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겁니다.그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기재부 해체’ 공약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구성원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재부의 제일 문제는 기획·예산·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이라며 “예산편성 기능을 떼어서 청와대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조직의 권한이 줄어드는 일인데 왜 반길까 싶지만, 조직이 쪼개지면 앞서 말한 지원 부서가 많아져 실·국·과장 등 간부 자리가 늘어나니 승진 기회가 더 생길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재부 사무관이 그만두고 로스쿨에 갔다더라’,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직했다더라’ 하는 얘기는 세종 관가에서 수 년째 돌고 있는 얘깁니다. 일은 많고, 승진은 멀어보이니 다른 길을 택하는 이들이 많은 거죠. 지난해 말에는 저연차 사무관 4명이 한꺼번에 로스쿨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떠나면서 조직이 술렁이기도 했습니다.인사 적체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윗선에서 인사혁신처나 행정안전부 등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부처와 담판을 짓는 것”(11년차 E 사무관)이라는데요. 조직의 수장인 부총리를 포함한 ‘윗선’이 인사 적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아보입니다.윗분들 사이에선 여전히 ‘싫으면 나가라’,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사무관이 수십 명씩 들어오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죠. 조직 개편이 쉬운 일도 아니고… 솔직히 큰 기대는 없어요.(E 사무관)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10대 제조업 분야에서 연간 110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제조업 20대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마다 과장급 공무원을 담당관으로 지정해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등 10대 제조업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산업투자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0대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올해 총 110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금리,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는 우리 기업의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 계획의 핵심은 20대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지정하고 프로젝트별로 과장급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하는 것이다. 20대 프로젝트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포항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기지 구축 등이 포함된다. 매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담당관 회의를 열어 투자 애로 사항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산업정책 로드맵인 ‘신(新)산업정책 2.0’ 전략도 발표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분야별 과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반도체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이차전지는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핵심 광물 의존도가 낮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한편 산업부는 대한상의와 협력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총 12건 5조4000억 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현장 애로를 발굴해 5건(2조 원)을 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10대 제조업 분야에서 연간 110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제조업 20대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마다 과장급 공무원을 담당관으로 지정해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 10대 제조업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산업투자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산업부에 따르면 10대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올해 총 110조 원 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금리,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는 우리 기업의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정부 지원 계획의 핵심은 20대 핵심 투자 프로젝트를 지정하고 각 프로젝트별로 과장급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하는 것이다. 20대 프로젝트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포항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기지 구축 등이 포함된다. 매월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담당관 회의를 열어 투자 애로 사항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산업정책 로드맵인 ‘신(新) 산업정책 2.0’ 전략도 발표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분야별 과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한편 산업부는 대한상의와 협력해 지난해 4분기(10~12월) 총 12건 5조4000억 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현장 애로를 발굴해 5건(2조 원)을 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5년간 해외로 유출된 산업기술이 1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건 중 한 건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와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에서의 기술 유출 적발 건수가 38건(39.6%)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6건·16.7%), 자동차(9건·9.4%)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된 기술 중 국가핵심기술이 33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정부는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은 핵심기술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건수만 15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뒤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얻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기술 유출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이 늘면서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 범죄 벌금을 현재 15억 원 이하에서 최대 65억 원 이하로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산업부는 21대 국회 임기 안에 법안을 처리하고 올 하반기(7∼12월) 시행령 개정 등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조항을 두고 산업계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인수하려는 외국인이 인수되는 기업과 함께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인수되는 국내 기업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통지제도 업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해야 판정 절차가 시작되지만 통지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기업에 국가핵심기술 보유 여부를 판정받도록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가 강제로 기술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 노하우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판정 신청 통지는) 수사기관 제보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10년간 서울을 떠난 사람들이 들어온 사람들보다 80만 명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주거였다. 반면 서울로 진입하는 데는 직업과 교육이 크게 작용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서울에서 다른 시도로 전출한 인구는 547만2000명으로 전입 인구보다 86만1000명 많았다. 같은 기간 전입 입구보다 전출 인구가 더 많아 인구가 순유출된 10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전출 사유로는 ‘주택’이 174만1000명으로 전체의 31.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른 지역에 집을 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서울을 떠난 경우가 많았단 의미다. 주택 때문에 서울로 전입한 인구는 97만2000명에 그쳤다. 10년 동안 주택이 76만9000명의 순유출을 유발한 셈으로, 서울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가장 큰 원인이 집이었던 것이다. 서울의 높은 집값이 인구 유출을 초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직업’은 다른 시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주요 사유였다. 10년간 서울로 진입한 461만1000명 중 전입 사유가 직업인 사람은 164만1000명(35.6%)으로 가장 많았다. 직업은 29만4000명의 순유입을 유발했다. 순유입이 발생한 다른 요인은 ‘교육’이다. 교육을 이유로 전입한 사람은 44만6000명, 전출한 인구는 20만1000명으로 24만5000명이 순유입됐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50% 넘게 늘어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20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도 20개월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 증가는 조업일수가 늘어난 영향이 커 조업일수가 다시 줄어드는 이달 수출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8.0% 증가한 546억9000만 달러(약 73조 원)로 나타났다.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22년 5월(21.4%) 이후 20개월 만이다. 최근 수출은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93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6.2% 늘면서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증가 폭으로는 2017년 12월(64.9%) 이후 73개월 만에 최대였다. 반도체는 주요 메모리 기업이 감산을 하면서 수급이 개선됐고, 중국·홍콩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생산기지국에 대한 수출이 회복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달 수출 증가는 지난해 1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해 60억 달러에 그쳤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면도 있다.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24.8% 증가한 62억1000만 달러였다. 자동차는 미국 시장 내 국산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19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대중 수출은 2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월 한 달간 전년 대비 16.1% 늘어난 10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1∼25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가 35.3%, 컴퓨터가 34.4% 늘었다. 미국 대상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보다 26.9% 늘어난 102억2000만 달러로 역대 1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대중 수출 플러스 전환, 수출 플러스,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등 수출 회복의 네 가지 퍼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24일로 1년 전보다 2.5일 늘었다. 지난해 1월이었던 설 연휴가 올해 2월로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7% 늘어 전체 수출 증가율(18.0%)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달은 전년 대비 조업일수가 1.5일 줄어든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도 이달 중 끼어 있어 대중 수출도 상당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한국 서비스업 수출이 4개 분기 연속 줄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세계적으로 서비스 교역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셈이다. 29일 OECD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한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300억1100만 달러(약 40조 원)로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OECD 39개 회원국의 평균 서비스 수출액이 1년 새 9.7%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소 폭도 덴마크(―20.0%)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2022년 4분기(10∼12월)에 5.8%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4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기간 감소한 것으로, 4개 분기 연속 서비스 수출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수출이 회복 중이지만 서비스 수출이 부진한 데는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세계 15위 수준이다. 반도체 등 상품 수출이 세계 6위 수준인 데 비해 순위가 낮다. 지난해 3분기 한국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15.8%로 주요 7개국(G7·29.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꼽히는 해운 등 운수 서비스도 해운 업황 부진으로 약세를 보였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를 거듭함에 따라 그가 재집권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인 관세율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에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평균 3% 수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높이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이 낮은 관세율로 값싸게 들어오는 해외 제품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 달러 가까운 적자의 원인은 유럽, 일본,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온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라며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외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 수출이 줄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445억 달러(약 60조 원)의 흑자를 냈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 대상국이 됐는데, 이는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반면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였다. 중국을 상대로 적자가 난 건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계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이 감소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서 세계 교역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침체했다”며 “미국이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편다면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직접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러면 국내에 유입될 고용이나 세금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것이 IRA의 핵심인데, 트럼프의 구상대로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미국 시장에 전기차와 배터리 등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동안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정책이 모두 폐기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이를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설 명절을 맞아 한우를 최대 반값까지 깎아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 등과 함께 2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12일 동안 농협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등 마트를 포함한 전국 온·오프라인 29개 업체, 1885개 매장에서 한우 할인판매 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선 평소의 30∼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한우를 구매할 수 있다. 1등급 등심은 100g당 6450∼8180원에 판매된다. 이 밖에 1등급 양지는 4620원 이하, 1등급 불고기·국거리류는 3020원 이하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부담은 낮추고, 최근 산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엔 소비 촉진을 통해 도움을 주고자 준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해상 운임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가 물류비 지원 한도를 늘리고 선복(배의 화물칸)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제4차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수출입 물류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1단계 조치로 현재 2000만 원인 수출바우처 내 물류비 지원 한도를 3000만 원으로 즉시 상향하기로 했다. 수출바우처는 중소기업 등이 수출 사업을 할 때 물류, 마케팅, 컨설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또 KOTRA의 미주·유럽향(向) 중소기업 전용 선복도 40% 이상 확대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등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상 운임비가 한 달여 만에 2배 이상 오르는 등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2월 15일 1093.5포인트에서 이달 19일 2239.6포인트로 뛰었다. 운임비가 추가 상승할 경우 2단계 조치로 31억 원 규모의 하반기(7∼12월) 지원분 수출바우처를 시기를 앞당겨 투입한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해 운임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3단계 비상 조치로 추가 물류비 지원 확대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운임이 늘고 있지만 선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도입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앞으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때 신규 대출금을 받아 기존 은행에 상환해도 이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이 직접 상환하는 경우에만 소득공제가 가능했다. 또 국내에서 제작비를 80% 이상 지출하는 영상 제작사는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부분 지난해 7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과 올해 1월 나온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변화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우선 주담대를 갈아탈 때 이자 상환액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1월 이후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신규 대출금으로 기존 주담대 잔액을 상환한 경우 올해 연말정산을 할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진 금융기관 간 거래로 잔액을 상환하는 경우에만 소득공제가 가능했다. 일부 인터넷은행에선 은행 간 상환이 되지 않는 점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자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주택 가액도 ‘6억 원 이하’로 5년 만에 1억 원 상향된다. 주택연금을 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이자 비용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집값 기준도 기준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아진다. 아이를 3명 이상 기르는 다자녀 가구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살 때 300만 원까지 개별소비세가 면제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자녀가 취학, 질병 등의 이유로 함께 살지 않더라도 이러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제작비를 국내에서 80% 이상 쓴 영상콘텐츠 제작사는 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영상콘텐츠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최대 15%로 높였는데, 여기다 4개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15%포인트를 더 공제해 주기로 했다.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등 핵심 기술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담겼다. 최대 40%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신성장·원천기술에 방위산업 분야가 신설됐다. 추진체계, 군사위성체계, 유무인복합체계 기술 등이 포함된다. 또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발맞춰 대형 원전 제조 기술도 신성장·원천기술 중 에너지·환경 분야에 포함됐다. 부가가치세(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범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연 매출 8000만 원에서 높이기로 했다. 간이과세 대상은 부가세율이 1.5∼4.0%로 일반과세자(10%)보다 낮게 적용받는다. 시행령으로 높일 수 있는 간이과세 기준은 최대 1억400만 원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는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사이로 추산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대부분의 세수 효과는 지난해 정기국회 세법 개정 단계에서 반영돼 추가 세수 감소가 많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먼저 컴퓨터를 끄고 퇴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최근 기재부 직원 모두에게 이 같은 단체 쪽지를 보냈습니다.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일이니 간부들부터 모범을 보여 일찍 퇴근하라는 내용인데요. 기재부는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공식 유연근무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중에 추가로 일하고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자체 규정입니다. 하지만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늦게 퇴근할 때는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먼저 일어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걸 전해 들은 최 부총리가 메시지를 낸 겁니다. 이달 취임한 최 부총리는 형식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매주 일요일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 날짜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 대표적입니다. 부총리와 1, 2차관 등 고위급 간부들이 경제 현안을 논하는 회의인데, 그동안은 일요일에 열려 기재부 직원 상당수가 일상적으로 주말 근무를 했습니다. 회의 안건을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에 출근하거나 회의 결과에 따라 월요일 아침까지 제출할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일요일 저녁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 회의 시간이 금요일 아침으로 바뀌면서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선 “주말에 연락 걱정 없이 편히 쉴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22일 기재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금요일로 회의를 옮기는 게)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생각해준 분께 감사하고, 채택해준 부총리께도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또 최근 간부회의에서 “(나에 대한) 형식적인 의전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기재부 내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높은 업무 강도와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젊은 사무관들이 기재부를 기피한다는 말이 벌써 수년째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사무관은 “업무 효율화가 계속돼 동료들이 떠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오늘은 직원들이 4시 퇴근하는 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하고 있는 업무는 신속히 마무리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생략해서,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합니다.특히,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먼저 컴퓨터를 끄고 퇴근해 주시기 바랍니다.가족, 친구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면서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하여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기재부 직원 모두에게 이 같은 단체 쪽지를 보냈습니다. 오후 4시에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일이니 간부들부터 모범을 보여 일찍 퇴근하라는 내용인데요.기재부는 공식 유연근무일로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10조)에 근거해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을 일부 조정해 일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는 월~목요일에 일부 추가 근무를 하고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자체 규정을 운영 중입니다.하지만 윗사람 눈치 때문에 실제로 일찍 들어가기는 어려울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연근무일은 초과 근무를 2시간 일찍 찍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죠. 최 부총리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셈입니다. 한 90년대생 사무관은 “금요일에 일이 없을 때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라 만족스럽다”고 평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항상 강조해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부총리가 단체 쪽지를 보낸 것이 암묵적으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명분’이 된 분위기”라고 했습니다.정기 간부회의 날짜 옮겨 주말 근무 최소화이달 취임한 최 부총리는 근무 시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매주 일요일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 날짜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책점검간부회의는 매주 부총리와 1·2차관, 1급(실장·차관보 등), 국별 정책국장까지 모여 경제 현안을 논하는 회의입니다. 그동안은 이 회의가 일요일에 열리는 바람에 기재부 내 상당수 직원이 일상적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일요일 회의 안건을 준비하기 위해 각 국별 사무관이 최소 1명 이상 토요일에 출근해야 했고, 회의 결과에 따라 월요일 아침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 저녁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잦았다는 겁니다. 한 사무관은 “일요일 회의에서 무슨 내용이 나올지 몰라 주말에도 항상 온콜(on-call·연락 대기) 상태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했습니다.이 회의 시간이 금요일 아침으로 바뀌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는 게 기재부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회의 자료를 평일 근무 시간에 준비할 수 있고, 회의 결과에 따른 보고서도 금요일 오후에 작성하고 퇴근하면 되니 주말에 연락 걱정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겁니다. 22일 기재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금요일로 회의를 옮기는 것이)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생각해준 분께 감사하고, 채택해준 부총리께도 감사하다”며 “급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주말에도 일하는 게 맞지만 정기 회의가 일요일이라 불필요한 주말 근무가 많았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간부회의서 “형식적 의전 말고 실적” 강조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는 만큼 ‘성과를 내라’는 압박도 상당하다는데요. 최근 간부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나에 대한) 형식적인 의전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기재부 간부들 사이에선 ‘야근하라는 것보다 오히려 더 무서운 이야기’라는 말도 나옵니다. 기재부 근무 시절 꼼꼼한 일 처리로 유명했던 최 부총리인 만큼 ‘성과를 내라’는 주문이 간부들로선 상당한 압박이라는 겁니다.기재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로 유명합니다. 예산, 세제를 비롯해 경제정책 전반을 운영하는 기재부는 정부부처 중에서도 가장 바쁜 곳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많은데요. 이 때문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사무관들이 기재부를 기피한다는 얘기는 벌써 수 년 째 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의 ‘형식보단 실적’ 메시지는 2030 사무관들 사이에선 일단 환영받는 분위깁니다.야근, 주말 근무를 해야 제대로 일하는 거라는 분위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최근 저연차 사무관들이 로스쿨, 사기업 등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난 것도 이런 분위기 영향이 컸고요. 부총리께서 앞으로도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기재부 A 사무관)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