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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4화입니다.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인 피고인 김용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성남시 대형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피고인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1심 판결문의 양형이유 일부 (‘양형판단의 전제’ 전문(全文)은 기사 끝부분에)지난달 30일 대장동 관련 사건 중 처음으로 1심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결과는 유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의 판단이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또 6억7000만 원 추징명령도 내려졌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습니다.●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 인정한 법원이 사건은 엄밀히 따지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메인 사건은 아닙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과,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의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배임 혐의 등 실질적 본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중요한 건 판결문의 내용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148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다른 재판에서도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상당 부분 정리해뒀습니다. 통상 연관사건의 재판을 각각 맡은 합의부 재판장들은 사실관계나 쟁점 판단을 큰 갈래에서 협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향후 다른 재판에도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당시 경기 성남시 인허가권자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와 관련된 직접적인 업무는 공사와 성남시에서 결정하여 추진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자는 시장이던 이 대표였으니, 대장동 사업의 당시 최종 결정권자가 이 대표라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상당부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김용이 받은 돈, ‘이재명 대선 캠프’ 行 의심판결문에는 또 김 전 부원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이재명 대선 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표현들도 곳곳에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들을 보면 범행 시기는 대선 경선 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선 1년 전인 2021년 5∼6월경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총 6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는데, 민주당 경선 준비 자금이 필요했던 시점과 겹쳤다는 것입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전국 단위 조직이 완성된 상태라 조직관리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고, 경선 준비 비용은 자원봉사와 갹출(醵出·여러 사람이 나눠 냄)로 해결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선 준비 규모에 비춰 볼 때 (갹출로)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용 결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 측이 예비경선 후보 등록일 이전부터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2곳을 운영한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갹출만으로는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월세 등을 충당하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부원장이 금품을 받았을 당시 캠프는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봤습니다.법원이 이처럼 경선자금 유입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 원을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주기로 약속했고, 김 전 부원장이 요구한 돈은 이 중 일부”라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올 3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혐의는 일단 제외했습니다.● 법원 “유동규 진술, 실체 밝힐 의도가 우선한 것”법원은 또 대장동 관련 재판의 핵심 증거로 여겨지는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과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도 상당부분 인정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 9월 무렵부터 진술을 번복한 점을 근거로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추가적 수사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검사의 협박이나 회유 등이 행해졌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일괄하여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법 관련 진술과 관련해선 “유동규로서는 자신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관여하였다는 이야기를 굳이 제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본인에 대한 수사가 더 확대될 여지가 있었다”며 “오히려 사안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의도가 우선한 제보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올해 2월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뇌물 수수 혐의 공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서도 “다소 과장이나 거짓이 있을지언정 허언으로 치부할 순 없어 보인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유 전 직무대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재명의 정치적 성공을 바라는 정치적 동지이자 의형제라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 유동규 교통사고로 재판 일정 밀려김 전 부원장은 선고 당일 법원에 출석하며 “(소감 발표는)선고 나고 하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법정구속된 그의 소감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법조계에선 김 전 부원장이 옥중에서 심경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번복한다면 향후 대장동 재판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보는 분위깁니다.다만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선고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1주일 만에 2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 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유 전 직무대리가 이달 5일 오후 8시 반경 경기 의왕시의 한 고속화도로에서 화물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재판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조만간 재판에 출석이 가능할 전망입니다.당초 11일로 예정됐던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배임 혐의 본류 재판은 이달 18일과 22일로 미뤄졌습니다. 그가 증인으로 나와야 하는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 역시 기일이 이달 19일로 늦춰졌습니다.※혹시 재판부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독자들을 위해 재판부의 과거 판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김 전 부원장 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은 조병구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시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었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깨졌고,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다음은 김 전 부원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밝힌 ‘양형판단의 전제’1987년 헌법 개정 이후 1995년경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지방자치법 제1조 등 참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의사결정 및 행정 전반의 권한과 책임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되어 있고, 그 재량의 폭도 넓어 지방자치단체장은 전문성과 리더십 외에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구비하여야 한다. 더불어 그 재량행사에 있어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의 의사결정이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지방의회에서도 예산심의권, 출석요구권, 감사 및 조사권의 행사 등을 통해 적절한 사전, 사후견제가 행해져야 한다.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인 피고인 김용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성남시 대형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피고인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고인들, 유동규 및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의 관여로 인해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공공개발에 있어, 이를 반대하는 지방의회 다수당의 이의가 있음에도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되었고, 이후 공사가 위 민간업자들의 이권개입의 통로가 되었으며,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피고인 김용과 유동규 등은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시장선거일 직전 상대 후보측에 관한 부정적 보도가 이루어지는 데에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활용하였고, 민간업자들은 이들과의 끈끈한 관계로 얻은 개발사업의 기회를 통해 취득한 이익과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실시하는 도시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려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러한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국 법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상 1, 2년마다 바뀌는 재판부 지정(사무 분담) 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법원장과 법원장급 인사 40명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모여 이날 오후 2시부터 정기 전국법원장회의를 개최했다. 조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첫 회의인 만큼 법원장 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주요 안건으로 올라온 재판 지연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놓고 약 4시간에 걸쳐 토론했다.● 법원장들 “잦은 사무 분담 변경으로 미제 증가” 특히 이날 일부 법원장은 재판 지연 해소 대책 가운데 하나로 ‘사무 분담 장기화 방안’을 건의했다고 한다. 최소 사무 분담 기간을 재판장은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배석판사는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판사들이 한 재판부에 더 오래 근무하도록 해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신속한 선고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또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마다 설치한 사무분담위원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실력 있는 법관이 주요 재판부로 갈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고 한다. 매년 전국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 지방법원의 순환인사가 이뤄진다. 이와 맞물려 1, 2년마다 같은 법원 내에서 사무 분담이 변경되면서 재판장의 상당수가 교체되고 배석판사 전원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새 재판부가 꾸려지면 이전 재판부가 진행하던 사건을 파악하느라 인력과 시간이 허비되고, 인사가 임박하면 복잡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전체 절반 이상의 재판부에서 쟁점이 복잡하거나 증거가 방대해 난도가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원장급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잦은 인사이동과 사무 분담 변경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 합리적인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문제”라며 “순환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고, 특정 재판부의 업무 부담이 커져 일선 판사들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도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사무 분담 장기화 과제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대 “법원장 솔선수범해 달라” 조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법부가 직면한 재판 지연이라는 최대 난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여러모로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법원장님들이 솔선수범해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법원장이 직접 장기미제 재판을 처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눴다. 회의가 끝난 후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장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조 대법원장은 일선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 대신 전국 단위로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아 임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재판 중계를 확대하는 방안, 미성년 자녀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 방안 등이 논의됐고, 법관 증원과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제도 도입 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민사소송에서도 항소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이유서를 통해 항소 사유를 미리 밝히도록 할 경우 항소심 재판을 2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의무 제출 제도 관련 보고를 받고 “재판지연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형사소송은 선고 이후 7일 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항소법원으로부터 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민사소송은 판결문 송달 이후 2주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항소이유서 제출도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민사소송의 경우 상대방이 항소했다는 사실만 알고 왜 항소했는지 이유를 모른 채 무작정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소 이유조차 모른 채 4개월 넘게 시간이 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며 상대에게 항의하는 일도 늘고 있다.조희대 ‘신속한 재판’, 민사 항소심부터… 무분별한 항소 줄인다 민사소송도 항소이유서 의무화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또는 40일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각하하는 제도를 만들어 재판 진행을 신속하게 만드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민사소송에서 항소이유서를 의무화하면 불필요한 기일 공전을 방지할 수 있고, 무분별한 항소 제기도 줄어들 것”이라며 “항소심 진행을 평균 2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재판을 열기 전부터 양측 주장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어 재판 진행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형사소송법에는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민사소송법은 관련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1심 판결에 대해 실질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더라도 판결이 확정되는 걸 막고 보자는 취지에서 일단 항소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민사소송의 경우 항소 기록을 접수한 뒤 첫 준비서면을 제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에는 평균 94.8일 걸렸지만, 2021년에는 평균 136.6일 걸리며 소요시간이 50% 가까이 늘었다. 서류가 접수된 뒤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2017년 평균 133.5일에서 2021년 평균 189.6일로 늘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하더라도 6개월이 지나서야 첫 재판이 열렸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민사소송에도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기한 내 제출하도록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독일은 2개월 이내, 일본은 50일 이내에 내야 한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면 재판부가 미리 쟁점을 정리할 수 있어 재판지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국회에 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의무 제출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66·사법연수원 13기·사진)이 주변 법조인들에게 “덕담 말고 (사법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달라”며 사법개혁 세부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만난 한 전직 고위 법관에게 “나 말고 당신이 (대법원장을) 했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 직전 법조계 고위 인사들과의 차담에서도 후임 선정 절차를 시작한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추천과 관련해 “치우치지 않은 훌륭한 분이 올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고개 숙여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법원장이 최우선적으로 추진 중인 과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혁과 장기미제사건 법원장 투입이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선 “능력 중심으로 법원장 인사를 하겠다는 시그널”이란 반응이 나온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이후 인기영합주의로 흘렀던 법원장 선출 방식을 개선해 누적된 장기미제사건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법관을 법원장으로 등용하겠다는 취지란 것이다. 한 고법 판사는 “법원장이 명예롭기만 한 자리가 아니라 어려운 장기미제사건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 법관이 가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 당일 대법원 재판연구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신속한 재판을 강조하며 판사들이 업무 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열심히 하는 일선 법원 판사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대외적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내년 2월경 예정된 법원 정기인사가 이 같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 철학이 드러나는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2년을 채운 서울행정법원, 서울동부지법 등 총 7곳의 법원장이 바뀔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5일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혁안에 대해 최종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구체적인 인사 방향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첫 재판에 출석해 대마 흡연 등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심리로 진행된 유 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에서 유 씨와 함께 나온 변호인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마 흡연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9L 이상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프로포폴 관련 공소사실은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다소 있어 사실관계와 법리를 깊이 있게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부인했다. 유 씨는 2020년 9월∼2022년 3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며 1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올 10월 불구속 상대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인 스틸녹스·자낙스 총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이고, 올해 1월에는 지인 최모 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유 씨는 이날 재판에서 혐의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재판에 출석하며 “여러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재판을 마친 뒤에는 “공소사실에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재판 과정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사진)이 현행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서 일선 법원 판사들이 투표하는 절차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들의 투표로 후보가 결정되면서 사법행정이 인기 영합주의로 흐르고 재판 지연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각 지방법원의 법원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폐지하고 투표 절차를 없애는 내용의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혁안을 검토 중이다. 개혁안은 조 대법원장의 최종 재가 후 이르면 이번 주 내 확정될 전망이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인 유산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9년 법원장 후보추천제를 도입했다. 각 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 1∼3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제도가 사실상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일종의 인기투표가 되고 있고 사법부의 본질적 목적인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조 대법원장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개혁안은 기존 제도의 폐단으로 지적된 법관 투표를 폐지하는 대신 추천제 골격은 유지하며 전국 단위로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추천은 대법원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에 판사들이 직접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장 인선 자문위는 법원 내규에 정해진 기구로 법원행정처장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법관 3명,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추천한 법관 2명으로 구성된다. 법원 관계자는 “전국 단위 추천이 모아지면 자문위에서 결격 사유자를 배제하고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을 최종 임명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2월 법원장 인사부터 개혁안을 도입하며 현행 추천제의 폐단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 대법원장은 추천제를 완전히 폐지할지 여부도 법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법원장 추천제’, 선거판 조장-재판 지연 초래… 투표 없앤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사법부 개혁 시동曺대법원장, 재판 지연 해결 중점… “모든 국민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법원이 지켜주지 못해 고통 가중”… 법원장들 재판 직접 진행도 추진조 대법원장이 첫 사법행정 개혁 대상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택한 건 스스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한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전임자인 김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 유산으로 꼽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혁을 시작으로 사법부 정상화에 본격 착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속 재판 받을 권리 못 지켜 국민 고통” 현행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2019년 법원 2곳에서 처음 도입된 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올해 12곳에서 추천이 이뤄졌다. 하지만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추천제에 대해 “법원장 후보로 유력한 수석부장판사 등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동료 및 후배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신속한 재판 진행을 독려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 일각에선 “갈수록 법관 인사가 선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투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일선 법원별로 법원장 후보자를 추천받는 게 아니라 전국 단위로 후보군을 추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취임사에서도 재판 지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국민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법원장 재판 투입 등도 조만간 추진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장을 재판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도 조만간 추진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면 장기 미제 사건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기겠다”고 했다.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사건을 챙기도록 해 재판 지연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을 두고 법원 내부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재판을 맡아 진행하면 소속 법관들도 자극을 받아 미제 사건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며 “법관들에게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조만간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과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 등도 공론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피의자에게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조건을 어길 경우에만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은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두 제도 모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개혁은 15일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는 재판 지연 문제 등이 공식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처음 주재하는 회의인 만큼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혁안 등 주요 현안이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법원은 11일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과 동시에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추임 임명의 첫 절차인 대국민 천거를 12∼18일 진행한다. 천거 기간이 끝나면 심사에 동의한 천거 대상자의 명단과 학력, 경력, 재산, 병역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이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 3배수 이상을 추리면, 대법원장이 이들 중 2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임명 제청 과정에도 그런 관심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 즉시 대법관 선정 절차에 돌입했음에도 2, 3개월가량 대법관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대법관 임명 절차가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 등 일정 조율이 난항을 겪을 경우 공백은 더 길어지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후임 대법관 선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지만, 동시에 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검증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무리하게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으로 누구를 기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직 대법관 중 임명되는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원장과 손발을 맞추며 ‘김명수 사법부’에서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법행정 개혁을 추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2021년 임명돼 대법관 경력이 충분한 천대엽 대법관과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한 서경환 대법관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0명의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들이 여야 대립 속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이날 여야 청문위원 13명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서 여야 이견 없이 임명된 첫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지만 민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동의안 표결을 직권상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야당이 수용할 만한 적합한 인물을 지명하면 여야 충돌을 피하면서 합의를 통해 임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올해 9월 24일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후 75일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해소하게 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92명 중 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로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111석)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167석)도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비상장주식 재산 신고 누락 등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35년 만에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보고서에 “조 후보자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며 “재판 지연 문제, 영장 남발 문제 해결을 비롯한 사법개혁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다”고 적시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준 표결 통과 직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며 “재판과 사법행정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 지연 해소에 대해선 “가능한 시행 방안을 찾고 12월에 예정된 법원장 회의에서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인사청문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등 형사 사법체계 개편안도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조희대, 사법개혁 비전 확실”… 現정부 첫 여야 이견없이 임명 [조희대 대법원장 임명]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여야, 청문보고서 만장일치 채택… 野 “도덕적 흠결 없고 판결 균형성”잇단 인사 논란 속 이례적 합의… 尹 “합당한 판결 내린다 익히 들어”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부가 지향해야 할 비전과 방향을 명확히 갖고 있다.” 여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 13명은 8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조 후보자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지명한 인사청문 대상 공직 후보자 가운데 적지 않은 인사들이 재산 문제나 자녀 학교폭력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거나 채택하더라도 적격 부적격 의견이 모두 달렸다. 이번에 여야 청문위원 13명이 만장일치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드문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임명동의안 통과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조 후보자에게 대법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이어진 차담회에서 조 대법원장에게 “제가 검사 시절부터 조 대법원장이 합당한 판결을 내린다고 익히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청특위 민주당 간사가 경과 보고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이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상정된 뒤 심사 경과 보고는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맡았다.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 보고를 여당 간사였던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야당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제안한 셈이다. 진 의원은 “법조계에서 폭넓은 신뢰를 받는 법조인” “대법원장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고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후 표결에서 조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292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로 통과됐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이 111명인 점을 감안하면 167명 민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임명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이다. 이날 임명동의안 투표는 무기명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고 자칫 사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해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끝에 오늘 인준 표결을 하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野 “도덕적 흠결 없고 판결에 균형성”국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사법 쟁점에 대해 원칙과 소신을 갖고 답변한 것이 임명동의안 가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보다 사법 정책 현안에 대한 검증으로 진행됐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자괴감이 있다”며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무죄라는 취지로 소수 의견을 낸 것이 보수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권력을 잃은 사람 앞에 증거도 없이 처벌한다면 소수자나 권력을 잃은 사람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라며 “오직 증거법에 따라 판결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군사법원 폐지에 대해 “남북이 대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하지만 민간 법원으로 관할을 넓히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재산 문제 등 도덕적 흠결이 없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내린 판결에서도 균형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 인사가 있을 때마다 각종 의혹이 제기돼 20명의 장관급 후보자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실력과 자질이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철저한 사전검증을 거쳐 인사를 하면 앞으로도 정부 인선에서 얼마든지 여야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 출석 때문에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 의혹 관련과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최대 주 3회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날 재판과 본회의 일정이 겹친 것.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즉각 “당 대표의 재판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8일 오후 2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려 아동학대범죄처벌법 등 민생 법안들이 상정돼 표결됐지만, 회의장 내 이 대표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같은 시간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경기도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발언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이 대표 측은 이날 재판에 불출석하는 안도 고려했으나 재판부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본회의 참석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검찰 측의 주요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어서 이 대표가 직접 참석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말했다.당 일각에선 “이래서 총선은 제대로 치르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투표를 강행했지만, 재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평소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추진 의사를 강조해온 이 대표가 정작 재투표에 임하지 못한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방치된 사법리스크의 비극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선 이 대표가 2021년 허위 발언을 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성남시 실무직원의 증언이 재차 나왔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설령 허위사실이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방어전략을 펼쳤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경 사건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 코인 사기 피의자 탁모 씨(44·수감 중)가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시그니엘 호텔 등으로 피해자들을 불러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그니엘 호텔은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씨(42)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 씨(27)가 사기 행각을 벌일 때 활용한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같은 건물에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탁 씨는 8억8551만 원 규모의 코인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탁 씨는 2019년 9월 시그니엘 호텔에서 피해자 A 씨를 만나 “아모코인 21억 개를 갖고 있다. 현재 가격이 개당 0.45원인데 가격을 띄우는 펌핑작업을 하면 2, 3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투자를 제안했다. 이에 속은 A 씨는 14회에 걸쳐 총 3억9264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탁 씨에게 전달했다. 탁 씨는 며칠 뒤 시그니엘 호텔에서 다른 피해자 B 씨를 만나 “아모재단 계열사를 인수하려는데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투자금의 4배를 지급하겠다”며 7587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탁 씨는 약속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자금이나 수단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약 한 달 뒤인 2019년 10월에도 시그니엘호텔 VIP룸에서 피해자 C 씨를 만나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탁 씨는 “비트코인 인공지능(AI)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실리콘밸리 미국팀과 함께 개발했고, 덕분에 비트코인 수만 개를 보유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1주일 안에 8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 수익을 내고 돌려주겠다”며 6100만 원 상당의 리플코인을 받아냈다. 며칠 뒤 다른 피해자에게도 같은 장소에서 매월 20%의 수익금을 약속한 뒤 3억5600만 원을 편취했다. 그러나 검찰은 탁 씨가 언급한 프로그램 개발팀과 AI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탁 씨는 2017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3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한 전과가 있다. 한 검사는 “과거엔 사기 피의자들이 피해자들을 현혹할 때 주로 사용하던 장소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였는데 최근엔 시그니엘이 대세가 됐다”며 “고급 레지던스, 7성급 호텔이라는 권위를 범죄자들이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사설 플랫폼이 금지되는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시대적 흐름을 직시했다”며 로톡 등 사설 법률플랫폼과의 공존을 시사했다. 다만 법률플랫폼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다시 징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김 협회장은 5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쟁을 피할 수 없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맞서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달 13일부터 자체 개발한 공공 법률플랫폼 ‘나의변호사’에서 변호사 찾기를 비롯해 상담예약 및 결제, 바로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데, 이를 바탕으로 사설 법률플랫폼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김 협회장은 “‘나의변호사’의 최대 장점은 ‘신뢰성’” 이라며 “등록된 변호사 정보에 대해 허위나 과장 광고 등이 없도록 변호사 소개 정보를 철저하게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이 유지되려면 국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당초 사설 법률플랫폼 퇴출 입장을 고수하던 대한변협이 입장을 다소 선회한 건 올 9월 법무부 징계위에서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가 철회된데다, 사설 플랫폼 이슈에 매몰 돼 다른 법조계 중요 현안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대한변협은 사설 법률플랫폼을 통해 과다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김 협회장은 “로톡을 통해 가장 많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18개월간 한 달에 약 100건씩, 총 1801건을 수임했다”며 “특정 변호사를 상위에 노출시키는 등 알고리즘 조작이 의심될 정도의 사례가 나오는 경우엔 다시 징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대한변협은 법무부와 별도로 꾸린 특별위원회를 통해 온라인 법률 플랫폼의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금 조달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가 송영길 전 대표 경선캠프 측 요청에 따라 5000만 원을 전달하고 송 대표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사업가 김모 씨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수감 중),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씨는 2021년 3월 12일 강 전 협회장을 만나 “송영길을 당 대표로 만들려면 자금이 필요하니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같은 해 4월 19일 송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박모 보좌관에게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캠프에 자금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선거가 임박하자 지인에게 급히 수표로 5000만 원을 빌렸다”며 “직원들에게 지시해 수표를 다시 현금으로 바꿨다”고 했다. 이어 “봉투 하나에 현금 5만 원권 두 다발씩을 넣은 봉투 다섯 개를 양쪽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에 나눠 넣고 캠프 사무실에 방문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같은 해 6월 캠프 해단식에서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도 했다. 김 씨는 “자금(사정)이 어려울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제가 캠프에 도움을 준 게 그거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씨가 송 전 대표 측으로 돈을 건넨 점을 모두 인정한 데다 송 전 대표가 이에 감사를 표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송 전 대표를 향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8일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국 법관 대표들은 “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SNS 사용 기준을 만들지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일단 자율 규제에 맡기기로 했다.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99명의 법관 대표들은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해 ‘법관은 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안건을 찬성 53명, 반대 35명, 기권 11명으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SNS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논란이 됐던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사법부 전체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박 판사는 올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박 판사가 지난해 대선 직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 등을 올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 ‘대법원 등이 판사의 SNS 이용 관련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안건은 찬성 46명, 반대 46명, 기권 5명으로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법관의 사생활은 개인의 책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에 미친 영향 등을 놓고도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수직 서열화를 막겠다”며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지만 사법부 안팎에선 “인기투표로 전락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이 나왔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재판 지연의 원인을 심각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선 ‘대법원이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인의 최소 경력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도 가결됐다. 2013년 시행된 ‘법조 일원화’ 제도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하면 바로 판사로 임용하지 않고 5∼10년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나 검사를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판사 부족 사태를 우려해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자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029년부턴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할 수 있게 됐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사진)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장동 관련 사건 중 1심 판결이 내려진 첫 사례다. 판결에서 법원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당시 경기 성남시 인허가권자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또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진술과 증언에 대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향후 쟁점이 유사한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을 수수하고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가적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김 전 부원장을 법정 구속했고,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6억7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법원 “유동규 ‘불법자금 진술’ 신빙성”… 이재명 재판에 영향 미칠듯 ‘대장동’ 김용 징역 5년 법원 “민간업자 유착된 부패범죄”… 檢 ‘성남시에 손해’ 주장 일부 인정유동규 “자금 수혜자는 이재명”… ‘428억 약정설’ 수사 탄력받을듯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 원과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액 중 1억 원도 김 전 부원장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봤지만, 직무 관련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2013년 설·추석 무렵 유 전 직무대리가 전달한 혐의를 받는 2000만 원도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 “유동규 진술 신빙성 있어”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두고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부정확한 진술이 있으나 범행의 주요 부분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했다.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의 금품수수 시기를 2021년 4∼8월경 등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각 범행경위, 범행장소 등을 명확히 구분해 기재돼 있다”며 “정확한 일시를 확정할 수 없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불특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마련해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 변호사에겐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선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단순 전달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선고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1주일 만에 2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 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반면 유 전 직무대리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있는 사실대로 (유죄가) 나온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의)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재판·수사에도 영향 줄 듯 이날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설립됐고,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대장동 재판 중 첫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관련 재판과 수사에서 이 대표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과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서 진행되는 대장동 민간업자 배임 혐의 등 재판에서도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와 주요 증인의 신빙성이 모두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판결문을 검토해 양형이나 법리적인 부분에서 더 다툴 게 있는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약속한 428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부원장에게 흘러갔다는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동력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올 3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며 이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장동 관련 사건 중 1심 판결이 내려진 첫 사례다.판결에서 법원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당시 경기 성남시 인허가권자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또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진술과 증언에 대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향후 쟁점이 유사한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을 수수하고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가적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김 전 부원장을 법정구속했고,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6억7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 원과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액 중 1억 원도 김 전 부원장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봤지만, 직무 관련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2013년 설·추석 무렵 유 전 직무대리가 전달한 혐의를 받는 2000만 원도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또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 “유동규 진술 신빙성 있어”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두고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부정확한 진술이 있으나 범행의 주요 부분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했다.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의 금품수수 시기를 2021년 4~8월경 등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각 범행경위, 범행장소 등이 명확히 구분해 기재돼 있다”며 “정확한 일시를 확정할 수 없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불특정된 것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마련해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 변호사에겐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선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단순 전달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선고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1주일 만에 2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 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반면 유 전 직무대리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있는 사실대로 (유죄가) 나온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의)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재판·수사에도 영향 줄 듯이날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설립됐고,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법원이 대장동 재판 중 첫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관련 재판과 수사에서 이 대표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과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서 진행되는 대장동 민간업자 배임 혐의 등 재판에서도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와 주요 증인의 신빙성이 모두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판결문을 검토해 양형이나 법리적인 부분에서 더 다툴 게 있는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약속한 428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부원장에게 흘러갔다는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동력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올 3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며 이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송 전 시장의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비위 정보를 황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김 대표를 겨냥한 ‘하명 수사’가 있었고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을 기소한 후 3년 10개월 만에야 1심 선고가 내려지면서 송 전 시장은 임기가 이미 끝났고, 황 의원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경찰·대통령비서실 기능 사적 이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 대해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며 이들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송 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김 대표에 대한 수사 청탁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이 (김 대표) 관련 정보를 수집한 후 황 의원에게 전달했고, 황 의원은 김 대표의 측근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황 의원이 김 대표를 수사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수집한 각종 비위 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고 송 전 부시장에게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진석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이 송 전 시장의 공공병원 설립 공약을 지원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도 공약 지원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송 전 시장이 후보가 되도록 한병도 민주당 의원(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경쟁 후보를 매수했다는 혐의도 재판부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후 몸통을 찾아내 다시는 이런 헌정 파괴 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하는 일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 1401일이나 걸린 1심 판결 송 전 시장 등은 2020년 1월 29일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이 계속 지연되면서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1401일이나 걸렸다. 그사이 송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퇴임했고, 황 의원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모두 채울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었고, 기소 1년 4개월 만인 2021년 5월에야 첫 공판을 열었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 판결을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며 휴직을 신청했고 재판장이 교체된 뒤에야 재판이 속도를 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후보가 임기를 거의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기소 후 6개월 내 1심 선고를 하도록 했다.● 임종석 조국 재수사 여부 주목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선거 개입을 인정함에 따라 앞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재수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서울고검은 2021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이광철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에 대해 국민의힘이 항고한 사건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과 공판 내용을 분석한 뒤 심도 있게 검토해 (재수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4·사진)에게 1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8년 11월 검찰이 임 전 차장을 구속 기소한 지 5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된 것이다. 선고는 내년 2월 5일 이뤄진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 남용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일선 법관에게 재판 결과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며 특정 판결을 요구하거나 유도해 우리나라 사법부의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이렇게 구형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사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임 전 차장이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피고인과 공범들이 내세운 사법정책적 목적은 사법부 조직을 위한 사적 이익 추구로 변질했고 재판은 이용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후 진술에 나선 임 전 차장은 “(이 수사는) 존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재판 거래를 ‘사법 농단’이라는 거창한 프레임하에 기정사실임을 전제로 시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차장검사·사진)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1월 12일 이뤄진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손 전 정책관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 결심공판에서 공수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공무상 비밀 누설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손 전 정책관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과 자료 등을 전달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고발장에는 여권 인사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공수처는 “검찰총장 비호와 본인의 감찰 무마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국기 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손 전 정책관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짧지 않은 공직 생활 중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과 공모해 고발 사주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국 법원 법관들이 다음 달 4일 회의를 열고 현직 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유의할 점을 논의하기로 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 논란이 됐던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전체 법원의 신뢰성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 달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3년 제2회 정기회의’를 열고 법관이 SNS를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24명이 참석한다. 박 판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올 8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후 자신의 SNS에 쓴 글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박 판사는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지자 닷새 후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이날 회의에선 국회 인준이 부결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신고 누락과 관련해 공직자 재산신고 시스템 개선 방안에 대한 질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또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 비방 현수막을 건 시민단체를 법원행정처가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도 행정처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들이 다음 달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대한 유의사항을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다.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3년 제2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안건을 논의한다고 26일 밝혔다. 회의에는 전국 법원의 판사 124명이 참석한다.SNS와 관련해선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SNS 활동이 논란이 되면서 논의 대상에 올랐다. 박 판사는 올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 직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회의에서는 대법원장·대법관 인사청문회 지원절차 개선안, 법관 임용 최소 법조 경력 기간 단축,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 등도 의안으로 논의될 예정이다.법관대표들은 법원 현안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설명도 요청할 방침이다. 우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공직자 재산신고 시스템 개선방안에 대한 질의가 예정되어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이 전 후보자의 재산 누락을 인지했는지, 이같은 문제에 대한 방지책이 검토되고 있는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진행중인 법원장 인사에 대한 질의도 이어진다. 특히 새 대법원장 임명 전까지 유보하기로 한 법원장 추천제 등의 지속 여부 등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관대표들은 또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를 법원행정처가 형사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행정처의 설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