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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舍利具·사리를 보관하는 용기)’가 환수가 아닌 임시 대여로 국내에 들어온다. 다만, 사리구 안에 든 사리는 조계종으로의 기증이 결정됐다. 사리와 사리구의 일괄 환수를 추진하던 정부의 당초 방침에서 후퇴한 것으로, ‘반쪽짜리 환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와 별개로 사리는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과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고승(高僧) 등의 유골인 사리의 경우 불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겨진다는 점을 감안해 미술관이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15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정부가 환수를 추진한 국보급 유물인 사리구는 임시 대여로 합의됐다. 미술관이 “사리구가 불법으로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는 한 환수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임시 대여 기간에 전시와 보존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2009년 미술관은 계속된 반환 요청에 사리만 반환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문화재청은 사리와 사리구가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유물이기에 사리만 반환받을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장을 만나 사리구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조계종 주도로 미술관과의 반환 협상이 이뤄졌다. 문화재계에서는 사리구가 80여 년 만에 국내에서 공개되는 의미는 크지만, 향후 사리구 반환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리구 대신 사리만 가져가라는 미술관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사리구는 본래 양주 회암사나 개성 화장사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유출됐다. 보스턴미술관 기록에 따르면 미술관은 1939년 일본의 유명 골동품상인 야마나카 상회로부터 사리구를 구입했다. 문화재계에서는 사리구가 불법으로 밀반출된 증거가 발견되면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반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문정왕후 어보의 경우 6·25전쟁 때 미군 병사에 의해 약탈된 사실이 확인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박물관으로부터 2017년 환수받았다. 문제는 사리구가 야마나카 상회의 손으로 들어간 경위를 밝히는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추후 관련 자료가 발견될 때까지 사리구 반환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마탑형 사리구는 14세기 금속공예품으로 당시 원나라의 강한 영향을 반영해 라마교의 탑 모양을 본떠 제작됐다. 사리구 안에는 팔각지붕 형태의 소형 사리구 5기가 들어 있다. 사리구에 새겨진 명문에 따르면 석가모니와 지공 스님(?∼1363), 나옹 스님(1320∼1376) 등의 사리 19과가 있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4과다. 2013년경 사리구를 직접 조사한 주경미 충남대 강사는 “독특한 양식의 국보급 유물로 이런 양식의 고려 금속공예품은 다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평가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정미는 순백으로 광택을 띠고 겨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 흡사 씻어낸 듯하다.” 일본 언론인 가세 와사부로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정미소 ‘타운센드 정미소’에서 찧은 쌀을 이렇게 묘사했다. 1892년 설립된 이 정미소는 증기 동력으로 작동하는 60마력짜리 엔진과 독일제 정미기 4대를 보유했다. 기계 한 대를 12시간 돌리면 현미 16석과 백미 8석을 얻을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정미소의 역사를 담은 ‘정미소: 낟알에서 흰쌀까지’ 조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도정 방법과 변천, 근대 이후 등장한 정미소의 정착 과정 등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미소는 19세기 말 일제가 값싼 조선미를 도정해 일본 현지로 수출하기 위해 도입됐다. 처음에는 인천, 전북 군산 등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생겼지만 점차 전국으로 확대됐다. 마을이나 조합 단위로 돈을 모아 공동정미소를 설립할 정도로 필수시설이 되면서 1977년 정미소 수는 전국에 약 2만5000개에 달했다. 쌀뿐만 아니라 보리, 밀, 수수, 메밀 등 잡곡을 함께 취급하거나 떡을 만드는 방앗간 겸용 정미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양곡의 생산, 가공, 판매 등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미곡종합처리장’이 생기면서 도정만 담당하는 정미소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1996년 미곡종합처리장 수가 전국에 220여 곳으로 늘면서 정미소는 그해 1만1457곳으로 줄었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옥천 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과거에는 정미소를 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종사자 수가 많았지만 정미업이 점차 사양산업이 되면서 정미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한국인의 ‘밥 문화’를 책임져 온 정미소의 원형에 대한 기록은 보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옛 정미소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운영되는 사례와 ‘쌀 편집숍’ 등 변화를 모색하는 사례 등도 담겼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시커먼 굴 하나가 하품하듯 활짝 열렸다.” 저자는 자신의 거식증이 시작된 14세의 어느 날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체육 수업 중 같은 반 마른 친구가 던진 “나도 너처럼 평범해지고 싶다”는 말에 갑자기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된 것이다. 적당히 말라보이던 허벅지가 친구의 앙상한 다리와 비교하니 코끼리 다리 같고, 점심으로 먹은 스니커즈 초코바가 배 속의 멍처럼 느껴진다. ‘프랑스어 점수가 낮으면 어쩌지’가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한 소녀는 거식증의 굴로 떨어지면서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책에선 미국계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거식증 당사자인 저자가 병을 깊이 탐구한다.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여린 청소년의 자아와 병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담보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아가 수시로 교차한다. 이에 책 두 권을 읽는 느낌도 들지만, 자아를 넘나드는 장면이 결코 부자연스럽진 않다. 3년간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본인 경험에 더해 의사와 상담사, 자신과 같은 시기에 입원했던 다른 환자들을 인터뷰해 알맹이를 풍부히 했다. 저자는 거식증을 ‘공주과’인 예민한 여자애들의 극단적 다이어트쯤으로 치부하는 시선에 반대한다. 마른 여자에 대한 환상을 주입하는 대중 미디어도 거식증을 촉발하는 원인 중 하나일 순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자의 경우 친구의 말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 어렸을 때부터 누적된 “착한 여자아이로 자라야 한다”는 강박이 극단적 식이장애로 터져 나왔다. 그는 “(거식증은) 음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성애화에 대한 공포이자 여성성에 대한 공포였다”고 회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의 90%는 여성이고,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발병한다. 이들은 해로운 완벽주의와 극단적 자기통제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거식증에 걸린 12세 미만 여자아이들의 비율이 늘어났단 사실에 분노한다. 거식증에 걸린 지 30여 년이 지나 세 아이의 엄마가 된 현재, 묻어뒀던 불안정한 자신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공유하는 이유다. 당사자 외 거식증 환자의 부모도 이 책을 참고서로 삼을 만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딸이 거식증에 걸리면 세상은 노골적으로 어머니를 비난해 왔다”고 꼬집는다. 또 “주변 사람들이 환자의 세계를 거식증만이 중심인 세계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경계한다. 환자와 가족의 적절한 분리는 환자의 회복을 돕고 가족 전체가 병마로 굴러떨어지지 못하도록 한다. ‘내 앞에 놓인 샌드위치가 몇 칼로리일까.’ 식단과 체중에 대해 가볍게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책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낮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늘 맛없는 오트밀만을 씹던 저자의 모습과 “눈앞의 피자를 먹어도 될까” 고민하는 스스로를 겹쳐 볼 수도 있다. 솔직하지만 무겁지 않은 문체로 거식증 치료와 회복을 생생히 그려내는 게 매력이다.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병의 유전적 요인, 강박 장애와의 연관성 등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도 소개해 흥미롭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남북 양측의 군사 충돌이 누적돼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1일 비대위 회의에서 “6·25전쟁 발발 책임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어쩌다 난 거다’라는 식의 수정주의 역사관 같은 역사 왜곡을 공당 대표가 한다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남침은) 과거 소련 문서에 다 공개됐다. 의견의 영역이 아니다”며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민주당에 반성과 국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북한의 명백한 남침 사실을 은폐하고 민족사 최대 비극에 대해 양비론을 펼치는 그릇된 주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주장을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펼친 “6·25전쟁은 남북 간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이어진 내전”이라는 수정주의 견해와 유사하다는 것.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의 비밀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6·25전쟁은 김일성이 스탈린, 마오쩌둥과 사전에 협의해 남침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내전의 시각으로 보면 김일성은 독자적 세력으로 정통성이 있고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에 불과한 것”이라며 “수정주의 시각은 전쟁이 김일성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이후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1948년부터 1950년 6·25전쟁 이전까지 소규모의 재래식 전투가 간헐적으로 이어진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전쟁이 촉발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6·25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였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선사시대 한국인의 기록화로 불리는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문화재청은 울산 울주군 반구천 암각화를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반구천 암각화는 각각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각석(글자나 무늬를 새긴 돌·사진)’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통칭한 것이다. 1970년에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기하학적 무늬와 사슴, 반인반수와 더불어 신라 법흥왕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남아 있어 6세기 신라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1971년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4m, 너비 10m의 암반에 고래 등의 사냥 장면이 그려져 있다. 국내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 자료다. 문화재청은 “반구천 암각화는 신석기부터 신라시대까지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의 변화를 집약한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지난해 9월 등재된 가야고분군에 이어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앞서 반구대 암각화는 장마철마다 물에 잠겨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해결책을 놓고 장기간 논란이 이어졌다. 최근에야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이 결정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주잔 겉에 편안하게 늘어진 선비 한 명이 그려져 있다. 차가운 액체를 부으니 선비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며 주변에 붉은 꽃이 핀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취객’의 모습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지난달 출시한 굿즈 ‘취객 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중 하나다. 온도가 낮아지면 붉은색이 나타나는 ‘시온 안료’를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지난해 재단의 굿즈 공모전에서 당선된 디자인으로, 인터넷에서 “힙하다” “귀엽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며 출고된 1100개 상품이 완판됐다. 이 굿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18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평안감사향연도’(가로 196.9cm, 세로 71.2cm) 속 취객을 본떠 제작됐다. 김홍도 화법을 이어받은 신원 미상의 화가가 대동강 일대에서 열린 평안감사의 취임 기념잔치를 묘사했다. 취객은 물론이고 아전과 악공, 장사꾼 등 조선 후기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앞서 2020년 박물관은 이 그림과 디지털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특별전을 열었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전 경주대 교수)은 “잔치를 함께 즐기는 민중의 모습이 유머감 있게 묘사돼 작품적 가치가 높다”며 “레트로를 즐기는 흐름과 맞물려 굿즈가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색잔 세트를 디자인한 김지예 씨(34)는 “인터넷에서 평안감사향연도가 ‘조선시대 취객의 모습’이라며 ‘밈’(인터넷 유행)이 된 걸 보고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물관 기념품을 말하는 ‘뮷즈’(뮤지엄+굿즈)가 젊은층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박물관 전시와 맞물려 개별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 매출액은 149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27% 늘었다. 김미경 재단 상품기획팀장은 “처음에는 상품 디자인에만 관심을 갖다가 뮷즈와 연관된 전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뮷즈를 통해 시민들이 진지하고 어렵게 여겨온 문화유산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본뜬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굿즈와 전시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반가사유상의 오묘한 미소와 색색의 파스텔톤이 어우러진 상품으로 2020년 12월 출시 이후 3만2000여 개가 팔렸다. 이는 최근 10년간 출시된 뮷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이 상품은 텅 빈 공간에 반가사유상 2개를 전시해 ‘멍 때리기 명소’로 인기를 끈 박물관의 ‘사유의 방’ 전시와 맞물려 크게 주목받았다. 그룹 BTS의 리더 RM이 이 미니어처를 소장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 출시된 미니어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당 9만9000원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골드 색상은 품절되기 일쑤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된 백제금동대향로를 3차원(3D)으로 프린팅해 제작했다. 이 밖에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본뜬 파우치, 우산 겸 양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뮷즈는 젊은층을 박물관으로 이끄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뮷즈 구입자 중 20대(12.7%)와 30대(48.7%)의 비중이 전체의 61.4%에 달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레트로 열풍에 따른 뮷즈 인기가 문화유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동아일보 사장과 회장,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지낸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선생의 30주기 추모식이 26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선영에서 엄수됐다. 이날 행사는 추모 묵념에 이어 고인 약력 보고와 추모사 낭독, 분향 및 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일민 선생은 동아일보를 창간한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장남으로, 194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1994년 타계 때까지 언론 자유 수호에 힘을 쏟았다. 음악, 무용, 국악 콩쿠르와 문학, 연극, 미술 등의 분야에서 인재양성 사업을 활발히 펼쳐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최맹호 동우회장은 추모사에서 “(선생이) 뼈를 깎아 펜을 만들고 피를 잉크 삼아 신문을 만드셨던 부친의 유지를 받들면서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정론의 역할을 이끌어 오셨다”며 “공익을 우선하시면서 겸양과 인고의 헌신적 자세로 일관하신 언론과 교육계의 큰 어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선생의 집무실은 밝지 않았고 봉투는 연필로 여러 번 썼다가 지운 흔적들이 있었다. 겨울철 가회동 집은 늘 추웠다”며 “근검 절약을 몸소 보여주시던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언론인으로, 인재 양성에 혼신을 쏟으셨던 교육자로서 보여주신 선생의 단아한 정신이 우리 마음속에 남아 앞길을 밝혀주는 횃불이 되고 있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장손인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대표이사 회장, 김태령 일민미술관장을 비롯한 유족과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등 각계 인사 140여 명이 참석했다.남양주=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누구나 한 번쯤은 상온에 보관한 음식에 핀 곰팡이를 보고 난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불쾌한 기분만 들 뿐, 음식을 버리면 곰팡이 퇴치는 간단히 끝난다. 이처럼 생활에 약간의 불편을 초래하는 이 곰팡이가 사실은 몇몇 생물종의 멸종을 부른 ‘파괴자’였음을 안다면 곰팡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있을까. 세계적인 독성학자인 저자는 여러 곰팡이가 자연에서 어떻게 생명을 멸종 위기에 빠뜨렸는지를 추적한다. 백송부터 개구리, 도롱뇽, 박쥐 등 곰팡이가 피해를 입힌 종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숙주 없이도 흙 속에서 여러 해를 견디는 곰팡이의 놀라운 생명력은 숙주를 멸망에까지 몰아넣는다. 예컨대 항아리 곰팡이는 개구리 피부의 영양분을 흡수해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곰팡이 ‘칸디다 아우리스’는 일본 환자의 귀에서 발견돼 ‘귀 곰팡이’라는 별명이 붙은 뒤 수많은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이 곰팡이는 사람의 혈액에 침투할 경우 심장, 눈, 뇌 등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다. 저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시기에 병이 널리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곰팡이는 먹거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예컨대 바나나에는 수천 가지 품종이 있지만, 우리가 먹는 품종은 대부분이 ‘캐번디시’다. 더 맛이 좋다고 알려진 ‘그로미셸’은 변종 파나마병이라고 알려진 ‘쿠벤세’ 곰팡이에 의해 멸종됐다. 문제는 또 다른 변종 곰팡이가 세계 곳곳의 캐번디시 농장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 바나나 산업이 무너지면 농장 주인, 노동자, 포장 작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밀, 쌀, 옥수수 등 식량 전반이 곰팡이의 위협을 받는 가운데 저자는 “식량 작물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테러가 발생하고 정치, 경제, 사회에 연쇄적으로 거대한 충격이 가해진다. 작물을 공격하는 곰팡이는 결코 공상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곰팡이는 우주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 저자는 1998년 러시아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곰팡이가 퍼져 정거장이 폐기된 사례와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곰팡이가 우주 바깥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시한다. 우주의 진공과 극한의 온도에도 살아남을 곰팡이에 대해 “현재 행성 보호 지침은 곰팡이 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이제는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책은 그동안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곰팡이의 낯선 면을 다룬다. 구체적인 연구 근거를 내세우며 곰팡이의 지독하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을 세세히 그려낸다. 현상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곰팡이로 인한 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등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코로나19를 겪은 인류는 이제 작고 은밀한 파괴자가 초래할 수 있는 ‘곰팡이 팬데믹’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이 동아시아 최대 비석인 광개토대왕릉비를 디지털로 재현(사진)해 24일 공개했다. 높이 7.5m, 너비 2.6m의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에 사진과 영상으로 비석을 구현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 장수왕(394∼491)이 아버지 광개토대왕(374∼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 세운 비석이다. 6.39m 높이의 4개 석면에 1775자에 걸쳐 광개토대왕의 업적, 고구려 건국 신화, 왕릉 관리 규정 등을 기록했다. 4, 5세기 당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의 고대사 연구에 핵심 자료로 평가받는다. 상설전시관 고구려실에선 광개토대왕릉비 원석 탁본도 선보인다.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이 소장했던 것으로, 지난해 박물관이 유족으로부터 구입했다. 원석 탁본은 비석 표면에 종이를 직접 대고 떠낸 탁본으로, 석회를 발라 뜬 탁본보다 연구 가치가 높다. 세계적으로 120여 종에 달하는 광개토대왕릉비 탁본 중 원석 탁본은 18종에 불과하다. 이날 박물관은 올해 주요 사업을 소개하며 인구 소멸 위험이 큰 12개 지역에서 금관, 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6가지 주제로 ‘찾아가는 전시’를 여는 계획을 밝혔다. 박물관 관계자는 “소도시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중요 문화재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4만여 명이 찾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 특별전은 올해 제주, 강원 춘천에서 이어진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렇게 보니 동물 뼈라는 게 잘 보이죠?” 19일 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보존과학실. 박성희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가 경남지역 민속 가면극 ‘오광대’에서 사용된 ‘종가 양반’ 가면이 찍힌 X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가면의 왼쪽 볼에 붙은 부속물은 맨눈으로 볼 땐 그저 나뭇가지 같았지만, X레이 사진에선 뼈마디 12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 연구사는 “가면에 잘라 붙인 동물 꼬리털을 수염으로 활용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털이 빠지고 뼈만 남은 것”이라며 “한국 가면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유물보존 총서 9편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가면’을 발간했다. 이번 총서는 박물관이 보유한 가면 1382점 중 487점을 적외선, 자외선, X레이 등으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2018년 나무로 제작된 가면 일부가 오염돼 응급 보존처리를 하다가 가면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장해 총서를 내게 됐다. 책에는 나무(132점), 바가지(165점), 종이(188점), 금속(2점) 등 재질별로 가면 110점에 대한 세부조사 기록과 나머지 377점에 대한 사진들이 담겼다. 예컨대 바가지 가면 ‘말뚝이’의 X레이 촬영 과정에선 코에서 둥그런 솔방울이 발견됐다. 하인인 말뚝이는 극 중 양반의 무능을 비꼬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박 연구사는 “보통 바가지 가면에는 나무로 만든 코를 많이 쓰는데 솔방울이 쓰인 건 독특한 경우”라며 “각종 자연물을 슬기롭게 이용한 조상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의 털가죽에 바가지를 덧대 만든 ‘모(毛) 양반’ 가면에선 코 모양대로 채워진 털실의 흔적이 X레이로 포착됐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양반 나무가면이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거의 지워진 가면 수염의 먹선을 찾아낸 것. 이 먹선이 1965년 촬영된 고성 오광대 영상에 나오는 가면과 일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물체에 적외선을 비추면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그림선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 가능했다. 연구진은 과거 가면극 영상과 사진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소장된 가면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소장 유물들의 상태를 상세히 조사하는 건 보존처리에서 중요하다. 김윤희 유물과학과 연구사는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화재 상태를 육안과 각종 광선으로 살펴 미처 못 본 결함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올해 말 소장 중인 만인산(萬人傘·고을 백성들이 지방관의 공덕을 기리며 바치던 양산)의 보존처리 및 분석 결과를 담은 유물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파주관 1층의 열린 보존과학실에서는 이번 총서에 수록된 가면 중 보존처리를 마친 5점을 볼 수 있는 ‘가면 톺아보기’ 전시가 올 11월까지 진행된다. 이와 함께 경복궁 본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가면과 가면극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 전시가 3월 3일까지 열린다.파주=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챗GPT는 요즘 논문을 쓰는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선 ‘공동저자’나 다름없다.” 인문학 분야 연구자인 박모 씨(30)는 “해외 논문을 번역하거나 요약할 때 챗GPT 사용은 필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2022년 11월 출시된 지 약 1년 만에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학계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젊은 연구자들은 논문의 문장구조를 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오자를 거르는 데에도 챗GPT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박 씨는 “논문 내용을 챗GPT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아직 허술한 점이 많다. 문서의 기본적인 틀을 잡아놓고 보조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통계 데이터 활용이 많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AI 사용은 필수가 되고 있다. 최동욱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 사무차장)는 “통계 프로그램을 돌릴 때 챗GPT를 활용해 실험용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며 “사람 손을 거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챗GPT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 활용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생성형 AI를 이용한 연구의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효과가 대표적이다. 북방 고고학자인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챗GPT로 중국의 유명 유적 ‘삼성퇴(三星堆)’를 번역했더니 ‘한국 기업 삼성이 만들어 준 언덕’이라고 답해 황당했다”며 “챗GPT는 자신이 모르는 지식도 아는 것으로 둘러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의 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특정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를 연구에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챗GPT의 AI 훈련에 자사(自社) 기사 수백만 개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네이버 등 AI 사업자가 데이터를 쓰려면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최근 만들었지만, 현실적으로 무단 사용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에서 AI 활용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는 만큼 합리적인 사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인문정보학)는 “인터넷에 이미 수많은 가짜 정보가 섞여 있지만 우리는 이 중 올바른 정보를 분별하며 사용하고 있다”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올바르게 지식을 탐구하는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학계에서는 AI 활용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연구자들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면 영어 번역 등에서 연구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선 적극 활용하되 저작권과 가짜 정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애를 낳는 게 이렇다는 걸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줬을까요.”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출산 후 만난 산모들로부터 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보다 임신 관련 지식이 풍부한 그 역시 아이를 가진 이후 겪은 신체 변화에 놀란다. 임신선부터 튼살, 탈모에 돌아오지 않는 몸매까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외형의 변화는 일반적인 미적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출산의 배신’은 외형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아가 비집고 들어온 신체 변화는 “9개월짜리 세입자의 엄청나게 요란한 리모델링”에 견줄 만하다. 자궁 용량이 최대 1000배까지 증가하면서 주변의 모든 장기가 영향을 받는다. 신진대사와 혈당 조절 기준도 태아를 위해 변하고, 늘어난 자궁으로 인해 폐의 부피마저 달라진다. 이 책은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시각에 초점을 맞춰 임신, 수유, 양육 등 출산의 모든 과정을 풀어낸다. 사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임신부의 고충이나 개인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 저자는 자신의 출산 경험에 의학적 관점을 함께 제시하며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임신 중 몸의 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늘면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임신의 예측 불가능성도 여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임신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할 때 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저자는 이를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비유하는데 “삼신할미의 카페는 영업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언제 여닫는지도 알 수가 없어 방문할 때마다 허탕을 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우리는 유산이나 난임 등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왜 하필 내가?”와 같은 의문을 갖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확실성을 견디되 자신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어머니다움이 지나치게 이상화된 ‘모성 신화’ 역시 출산의 배신 중 하나다. 어머니는 지극히 헌신적이고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는 모성 신화는 임산부 입장에서 숨이 막힐 수 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임신의 생물학적 책임을 거의 대부분 여성이 짊어진다. 그러나 태어난 자식을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떠넘기지 않고 아빠가 나서도록 육아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출산과 양육이 “숭고한 모성의 완성도, 몸과 마음을 희생하는 비극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심각한 요즘 출산에 대한 신화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젊은층이 출산을 꺼리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이야기는 저출산 정책 보고서 이상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친모는 여전히 아기에게 최선의 옵션이지만,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라는 지적은 남성들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꾸물거림은 게으름이 아닌 감정 조절의 문제입니다.” 신간 ‘나는 왜 꾸물거릴까’의 저자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55·사진)는 꾸물거리는 행동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와 연세대 상담심리연구실 연구팀은 해외 최신 연구 결과와 참고문헌 등을 바탕으로 꾸물거리는 사람들의 성향을 5가지로 분석했다. 이 책에서는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지연 행동을 ‘꾸물거림’으로 표현했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다섯 가지 감정적 성향으로 인해 꾸물거린다. △비현실적 낙관주의 △자기 비난 △현실 저항 △완벽주의 △자극 추구 등이다. 교수는 “시중 자기계발서에서는 25분간 집중하고 5분간 쉬라는 등의 다양한 해결책을 알려주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결심이 오래가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마다 꾸물거리는 이유가 다른데 획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는 자신이 할 일의 예상 소요 시간을 과소평가한다. 실제로 10시간 걸릴 과제를 “2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면서 미루는 것이다. 반대로 완벽주의형은 2시간 걸릴 과제도 10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시작할 엄두를 못 낸다. 이 교수는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해결책을 찾는 것이 꾸물거리는 습관을 고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한 이 교수는 우울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꾸물거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늦게 일어나고, 집을 안 치우고, 운동도 안 하는 등 기본적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 설명했다. 할 일을 하지 않고 꾸물대며 불안에 시달리고, 심지어 심혈관계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꾸물거림에 대해 깊이 연구하다 보니 이 교수 자신은 일의 마감 기한을 늘 이틀 앞으로 생각하는 자신만의 ‘D-2 데드라인’을 갖고 생활하게 됐다. 이 교수는 꾸물거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시도가 작심삼일이 돼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일을 할 때 우리 몸에선 스트레스 방어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유효 기간이 통상 3일”이라며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꾸물거림을 차츰 고쳐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말 일을 미루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일단 15분이라도 해라”라고 조언한다. 드라마를 보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은 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소용없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맘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고요? 그때는 오지 않아요. 일단 15분이라도 해보면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집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앞으로 서울 올림픽 개막식 굴렁쇠나 최초의 스마트폰처럼 생긴 지 50년이 안 되더라도 보존 가치가 크면 문화유산에 준해 국가가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제작 또는 형성된 지 50년이 안 된 문화유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올 9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공포된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개항기 전후부터 현재까지 형성된 문화유산 중 역사·예술·사회적 가치가 인정돼 보존할 필요가 있는 유산을 말한다. 기존 근현대 문화유산을 관리할 때는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50년 미만의 유산은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지 50년이 되지 않았어도 보존 또는 활용 가치가 높은 유산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때 사용된 굴렁쇠나 피겨 선수 김연아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신은 스케이트, 국내 최초 스마트폰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소유자로부터 예비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조사,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비문화유산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선정된 문화유산은 보존, 활용에 필요한 기술 및 교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올 5월 예비문화유산 선정을 위한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통해 근대뿐 아니라 현대 문화유산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해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설 연구자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윤채근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58·사진)가 최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전환담(古傳幻談·오래된 괴상한 이야기)’ 집필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됐다. 신간은 윤 교수가 2017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신동아에 연재한 26편의 글들을 묶어낸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이다. 한문소설을 전공한 윤 교수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도록 사료를 기반으로 상상을 적절히 결합했다. 책의 첫 장 ‘왜장 와키자카의 고백’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에게 대패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와키자카는 이순신에 대한 증오와 존경이 담긴 회고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묘지에 이순신의 친필 칠언시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와키자카가 이를 가토의 영전에 바쳤다는 상상력을 가미했다. 윤 교수는 “한산대첩은 일본에 처음으로 ‘우리가 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을 준 전쟁이었다”며 “당시 적장이던 와키자카를 통해 이순신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칭 ‘판타지 덕후’라는 윤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재미있게 고전을 전달하기 위해 내게 가장 익숙한 판타지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책의 ‘식인귀와 함께 걷는 길’ 편에서는 채제공(1720∼1799)이 지은 협객 이야기 ‘이충백전(李忠伯傳)’을 좀비 이야기로 풀어냈다. ‘세종,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편에서는 정의공주가 막내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아버지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에 기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종대왕이 텔레파시로 백성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충을 감지했다는 설정이 들어갔다. 윤 교수는 “10여 년 전 연구년을 내고 1년간 인도 승려가 대륙을 횡단하는 내용의 장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이전에 써놓은 장편소설들을 손질해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7세기 사찰 양식을 대표하는 충남 서산 문수사의 극락보전(사진)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충남도 유형문화재인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16일 예고했다. 문수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극락보전은 1630년대에 중건(重建)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 영조 대인 1728년에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닫집’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내부 중앙에 불상을 모시는 불단을 두고, 뒤쪽에는 벽을 조성해 조선 중기 이전의 구성 양식을 보이는 등 17세기 중건 당시의 형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락보전은 17세기 양식의 단청 무늬와 채색이 주요 부재에 남아 있고, 이후 시기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늙은 부인들은 발을 구르며 남자들의 기개가 부족함을 통매(痛罵·몹시 꾸짖음)했다. 이들은 “일제히 광주로 가서 매 맞고 굶어 죽는 한이 있을지라도 우리를 위해 일하다 철창에서 신음하는 동지와 같이 하자”고 말했다.’ 1925년 10월 23일자 동아일보 5면에 실린 전남 무안군 도초도(현 신안군 도초도) 소작쟁의 사건 기사 중 일부다. 일본인과 조선인 지주들이 소작료를 터무니없이 올려 섬 주민들이 반발하자, 일제는 주동자 20여 명을 체포하는 등 강제 진압에 나섰다. 이에 도초도 주민 200여 명이 나룻배를 타고 목포경찰서까지 몰려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찍힌 시위대 사진에서 맨 앞줄에 앉은 이들은 모두 한복 치마를 입은 중년 여성들이다. 이들은 광주형무소에도 주민들이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하자”며 강하게 맞섰다.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부상자가 여럿 발생했는데, 이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중상자 명단에는 ‘김성녀(金姓女·김씨 성을 가진 여성)’ ‘김소사(金召史·김씨 성의 과부)’ 등 이름 없는 50, 60대 여성 3명이 포함돼 있다. 백정 해방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봉건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있던 1920년대에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가보훈부의 국내 항일운동 서훈자 3060명 중 농민 여성은 2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았으리라는 추정이 나온다. 독립기념관과 한국역사연구회, 역사공장이 공동 발간한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시리즈(전 5권·사진)가 최근 완간됐다. 독립기념관은 2019년 ‘3·1운동에 앞장선 여성들’을 시작으로 항일 무장투쟁, 국내 사회운동, 국외 한인사회, 여성단체를 주제로 한 단행본을 매년 한 권씩 펴냈다. 공동 저자 13명이 집필한 다섯 권을 통틀어 총 10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등장한다. 여성들의 항일운동은 뭍에만 그치지 않았다. 1931년 12월∼1932년 1월 제주도 내 어촌마을 6곳의 해녀 약 1만7000명도 공동 항일투쟁을 벌였다. 일제의 어업령에 따라 설립된 해녀조합에서 감태와 전복 값을 강제로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일경에 맞서 호미와 빗창을 휘두르고, 주동자를 체포하러 온 배를 에워싸며 시위를 벌였다. 이 중 100여 명이 일제에 검거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제주 해녀들의 집단행동은 최대 규모의 항일 여성운동이었다. 그러나 항쟁을 주도한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세 해녀만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시리즈 전반을 기획한 이지원 대림대 교수(한국근현대사)는 “독립운동 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일제의 재판 기록으로 확인된 여성 독립운동가 자료는 남성보다 적다”며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이나 아들을 지원한 경우 ‘사적 영역’으로 취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에선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의 딸로만 여겨졌던 여성 광복군의 활약상도 새롭게 조명됐다. 예를 들어 지복영은 교과서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의 딸로만 간략히 언급돼 있지만 그는 여군으로서 항일 무장투쟁에 참여했다. 16세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만주로 온 오희영은 지복영과 함께 적진 부근에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한승훈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여성 광복군은 30여 명이지만 증언 등을 토대로 보면 100여 명의 여성이 광복군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양 지도를 탐구하면 제3국이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문화복합공간 순화동천에서 만난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57·사진)의 말이다. 이날은 독도재단과 한국해연구소가 함께 연 ‘해양 경계선이 그려진 고지도 속 독도’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 전시에서는 이 소장이 모은 서양 10여 개국의 지도 24점이 공개됐다. 모두 1870∼1910년대 영국, 독일, 튀르키예, 미국 등에서 제작된 지도들이다. 1870년대는 이양선(조선 후기 한반도 바닷가에 나타난 서양의 배)이 한국에 드나들면서 서양이 독도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시기다. 이 소장은 “당시 지도들을 확인해 보니 공통적으로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었다”며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도 독도를 대한제국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가 모은 고지도들은 대부분 각 나라가 인정한 교과서용 지도이거나, 명성 있는 지도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소장은 지도 제작 업체의 온라인 아카이브 등을 뒤져 지도를 찾아냈다. 가령 1901년 독일에서 제작된 ‘슈틸러 교육용 지리부도’ 내 아시아 지도에는 독도와 불과 87.4km 떨어진 울릉도가 명백히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다. 독도가 너무 작아 지도에 직접 표시되진 않았지만, 울릉도 바로 옆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도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1877년 미국 아돌프 폰 슈타인베어가 제작한 ‘아시아의 자연 및 정치 지도’, 1905년 튀르키예에서 메흐메드 렘지가 제작한 ‘군사학교용 지리부도’ 등에서도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는 일본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이 소장은 독도에 대한 제3국의 시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이 아닌 나라들의 고지도를 모았다. 해양 경계선을 근거로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찾기 위해서다. 이 소장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지리적 인식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독도 문제를 다룰 때 한국과 일본의 고지도뿐 아니라 제3국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소장은 “앞으로 과거 서양 지도 제작자들이 왜 독도를 일본 해양 경계선 바깥으로 그렸는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자료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대본이 폐기 직전 발견돼 경매에서 2만2000파운드(약 3700만 원)에 낙찰됐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경매사 핸슨 로스가 진행한 경매에서 26년 전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프렌즈 대본이 2만2000파운드에 팔렸다. 예상가 600∼800파운드(약 100만∼134만 원)를 크게 웃도는 액수로, 낙찰자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본은 프렌즈 시즌4의 2부작 에피소드 ‘로스의 결혼식’이다. 1998년 영국의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끝난 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버려졌지만 촬영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직원이 쓰레기통에서 대본을 주워 보관했다. 1999년 퇴사한 직원은 집으로 대본을 가져갔는데, 20년 후 이사 청소를 하던 중 잊고 있던 대본을 발견해 경매에 내놨다. 경매업체는 “(대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며 “프렌즈 마지막 에피소드가 20년 전인 2004년 방영됐지만 수백만 명이 여전히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프렌즈’는 10년간 10시즌에 걸쳐 방영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톰 크루즈(사진) 주연의 영화 ‘탑건3’의 제작이 확정됐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현재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3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탑건: 매버릭’(탑건2)의 공동 각본가였던 에런 크루거가 시나리오 작업을 맡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탑건3 출연을 최종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그가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사인하기까지 절차 몇 가지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2022년 개봉한 탑건2는 1986년 개봉한 탑건의 속편이다. 톰 크루즈는 전편과 속편 모두 주인공 매버릭을 연기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