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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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5-01-20~2025-02-19
미국/북미52%
국제일반14%
유럽/EU7%
인사일반7%
국제경제7%
경제일반5%
남북한 관계2%
산업2%
국제정치2%
국제사고2%
  • “사퇴하라” 민주 지지자들, 바이든 물러나자 700억 후원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결정은 영화 ‘007 작전’처럼 빠르고 소리 없이 이뤄졌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오전 전화로 통보했다. 특히 백악관 및 바이든 대선 캠프의 주요 관계자에겐 발표 1분 전 화상 회의를 열고 사퇴를 알렸다.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완주 의지가 강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내 주요 인사의 사퇴 요구가 계속되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하면 11월 5일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을 거듭 압박해 왔다. CNN은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평했다.다만 이날 하루에만 민주당에는 약 5000만 달러(700억 원)의 기부금이 몰렸다. 2020년 대선 이후 민주당의 하루 온라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규모다.●극비리 사퇴 준비, 숨 가쁜 48시간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퇴를 고려한 것은 19일 오후다. 이후 21일 오후 사퇴를 발표하기까지 숨 가쁜 48시간이 이어졌다.젠 오맬리 딜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MSNBC에 나와 “대통령은 확실히(absolutely)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 대선 캠프에는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항의가 쏟아졌다.악화된 여론을 체감한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 인근 사저에서 사퇴 결심을 굳혔다. 그는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최측근 스티브 리셰티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사저로 오라”고 했다.두 고문은 같은 날 오후 4시경 사저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사람과 밤늦게까지 극비리에 사퇴 서한을 작성했다.그는 성명 작성을 마친 후 질 여사, 아들 헌터 등 가족에게 사퇴 사실을 알렸다. NYT는 “사저 바깥의 관계자 대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1시 45분경 백악관 및 대선 캠프 참모와 단체 통화를 나누며 사퇴를 공개했다. 1분 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X’에 사퇴 성명을 게재했다. 충격에 빠진 일부 백악관 직원은 “가짜뉴스 아니냐”며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질 여사는 ‘X’에 남편의 사퇴 성명을 리트윗한 후 분홍색 하트가 2개 달린 이모티콘을 덧붙여 남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남편의 완주를 강하게 원했던 질 여사에게는 ‘자진 사퇴’처럼 보이는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진단했다.● TV토론 참패 후 예견된 사퇴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그의 사퇴는 시간문제였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토론 때 제기됐던 인지기능 저하 및 건강 이상설 우려를 전혀 잠재우지 못했다.그는 앞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잘못 칭했다. ‘한국’과 ‘북한’도 혼동했다.이틀 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대선 유세 중 벌어진 총격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인 트럼프 후보의 모습과 멍한 표정으로 자주 말실수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왔다.17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 번째로 감염되어 ‘건강 우려’가 재차 불거졌다. 결국 지난해 4월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약 1년 3개월 만, TV토론에서 참패한 지 24일 만에 재선 도전을 접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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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크계 거장’ 故김민기의 인생사…무대 ‘뒷것’ 자처한 순수한 예술인

    배우를 ‘(무대) 앞것’으로, 자신을 ‘뒷것’으로 부르며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비빌 언덕이 되어준 사람. 가수이자 극단 학전(學田) 대표였던 고 김민기 얘기다. 그의 인생을 되돌아봤다.●군부 시절 청춘들 마음 울린 김민기의 노래김민기의 이름이 처음 대중들에게 각인된 건 가수로서다. 1969년 서울대 미대 회화학과 입학한 그는 동문 김영세와 함께 2인조 밴드 ‘도비두’를 결성하며 가요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서울 명동 YWCA 회관 ‘청개구리의 집’이 그의 음악의 태동지였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통기타를 부르고 노래하던 이 공간에서 그는 날개를 달았다.특히 사랑과 이별 이야기에서 벗어나 삶을 성찰한 한 편의 시 같은 아름다운 가사는 한국전쟁 후 새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던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아침이슬’ ‘상록수’ ‘작은 연못’ ‘백구’ ‘봉우리’ 등 이전에는 한국에 없던 노래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가수 한영애는 “중학교 때부터 김민기의 노랫말을 들으며 자랐다. 광장에서, 대학가에서, 어느 곳에서든지 김민기 노래가 늘 울려 퍼져 제게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하지만 그의 노래가 1970~8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 될수록 삶은 고단해졌다. 아침이슬, 상록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1971년 낸 솔로 1집 ‘김민기’도 판매 금지 조치 됐다. 전역 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비밀리에 음악 활동을 계속했지만 군사 정권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숱하게 체포되고 취조를 받았다. 한동안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며 음악과 거리를 뒀다.그를 다시 서울로 불러낸 건 학전이었다. 학전을 차리기 위해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그간 썼던 노래를 모아 총 4장의 ‘김민기 전집’(1993년)을 발표했다. 1971년 낸 첫 음반이 판매 금지 조치 된 후 처음으로 정식 발표한 음반이었다.김민기는 이후 가수로서 자신이 조명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부담스러워했다. 어두운 시절 자신의 노래가 광장에서 불린 것 만으로도 ‘앞것’으로서의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민기와 막역한 사이인 강헌 음악평론가는 “2021년에 ‘아침이슬’ 50주년 헌정 콘서트를 추진할 때 ‘나는 가수로서의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왜 나를 자꾸 앞으로 불러내려고 하느냐’고 화를 냈다. 군부 독재 시대에 노래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뜻이었다”고 했다.●공연계 일군 ‘어른 김민기’이후 그는 학전을 통해 공연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의형제’는 1998년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지하철 1호선’으로 독일 문화훈장인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서항석, 윤이상, 백남준에 이어 네 번째였다.굵직한 배우들도 숱하게 배출했다. 스타 배우들의 ‘사관학교’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관객들에게 ‘독수리 오형제’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배우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김윤석이 대표적이다. 배우 장현성은 “졸업 후 용돈을 벌어야 해서 학전 입단 오디션을 본 게 배우 인생의 시작이었다. 학전에서 작품들을 공부하며 내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대외적 성과뿐만이 아니다. 당시 무법지대나 다름없던 공연계에서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배우와 스탭들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 횟수 등 기여도에 따라 월급에 인센티브를 더해 수익을 나눴다. 학전 출신 배우 오지혜는 “힘없는 연극 배우가 일반 극단에서 계약서 쓰고 공연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라며 “까마득한 후배들을 언제나 존중하셨다. 본인이 모르는 분야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가르친 뒤 무대에 올렸다”고 회고했다.창작뮤지컬로 잘 나가던 그는 돌연 어린이극으로 핸들을 꺾었다. 국내 공연계에서 어린이극은 소위 ‘돈 안 되는’ 장르로 꼽히지만 “어린이들이 미래고, 이들이 좋은 공연을 보고 자라야 한국의 미래 문화가 밝다”는 뜻이 컸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학전만큼 아동극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사례는 우리 연극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1990년대 중반 학전이 ‘창작 아동극’에 힘쓰면서부터 아동극의 소재와 관객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뒷것’ 자처한 김민기 학전 폐관 결정최근 수 개월은 김민기에게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자식처럼 생각했던 학전이 창립 33년 만인 올 3월 15일 문을 닫았다. 학전은 수많은 스타 가수와 배우들을 배출해 낸 대학로 소극장이다. 그러나 오랜 경영난에 김민기의 건강까지 악화되며 폐관을 결정했다.학전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탁 운영을 의논하기도 했다. 김민기가 없어도 학전 이름을 유지하며 명맥은 잇자는 것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김민기와 가장 가까이 지내며 폐관 전 마지막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기획한 가수 박학기는 “위탁 운영하다가 담당자가 이리저리 바뀌면 (학전 이름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민기 형님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권력과 극도로 거리를 두며 영원한 ‘뒷것’으로서 학전을 순수한 예술인의 공간으로 지켜 온 김민기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기도 하다. 박학기는 “지난해부터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하지만 민기 형님은 (그들의 행동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학전 폐관의 직접적인 이유는 김민기의 건강 악화였다. 위암이 간으로 전이돼 당장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를 하고 있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고갈되고 통증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학전 출신 배우 이황의는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12월 31일 송년회였다. 치료가 힘든지 기운이 없었다. 모자 쓰고 지팡이 짚고 나와서 ‘고맙다’ ‘미안하다’ 말만 했다”고 말했다. 김민기의 고등, 대학교 동창이자 60년 지기 친구 이도성 씨는 “민기가 항상 말랐었는데 지난해 가을 민기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 보니 많이 부었었다”며 “최근 문병 갔다온 후배들이 민기가 대화도 어렵고 찾아온 사람들 상대하기도 힘들어하는 상태라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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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별세… 암울했던 시절을 밝히던 영롱한 노래들

    김민기의 노래에는 가슴 깊은 곳을 뜨겁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스스로는 어떤 문화나 사상의 상징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은둔했지만 광장에 울려 퍼진 그의 노래는 암울했던 시절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 주었다.1969년 서울대 미대 회화학과 입학한 김민기는 동문 김영세와 함께 2인조 밴드 ‘도비두’를 결성하며 가요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 서울 명동 YWCA 회관의 ‘청개구리의 집’이 김민기 음악의 태동지였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통기타를 부르고 노래하던 이 공간에서 김민기는 1세대 한국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다.재동초등학교 동창인 가수 양희은과의 만남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역시 청개구리의 집에 드나들던 양희은은 한 음악회에서 김민기가 연주하는 아침이슬을 듣고 첫눈에 반했다. 김민기가 찢어버리고 간 악보를 주워다 곡을 달라고 부탁했고, 1971년 발표했다. 당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가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고 유신 반대 운동에서 불렸다.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1979년)는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대표작이다. 김민기가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아침마다 공부를 가르치던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위해 지은 노래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노랫말에 양희은의 맑은 음색이 더해져 ‘서울로 가는 길’ ‘작은 연못’ ‘백구’ ‘아름다운 것들’ ‘봉우리’ 등 이전에는 한국에 없던 노래들이 탄생했다. 양희은은 “김민기는 내 음악의 시작이었고 절정이었다”고 회고했다.하지만 그의 노래가 1970~8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 될수록 삶은 고단해졌다. 아침이슬, 상록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1971년 낸 솔로 1집 ‘김민기’도 판매 금지 조치 됐다. 전역 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비밀리에 음악 활동을 계속했지만 군사 정권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숱하게 체포되고 취조를 받았다. 한동안 농사를 지으며 음악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그를 다시 서울로 불러낸 건 그가 ‘못자리 농사’라 표현한 학전이었다. 학전을 차리기 위해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그간 썼던 노래를 모아 총 4장의 ‘김민기 전집’(1993년)을 발표했다. 1971년 낸 첫 음반이 판매 금지 조치 된 후 처음으로 정식 발표한 음반이었다. 이후 가수로서는 공식 은퇴했다.“나 이제 가노라/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나 이제 가노라…”(‘아침이슬’ 중에서)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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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 오류에 ‘초연결 세계’ 멈췄다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26일 개막할 파리 올림픽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곳곳의 모니터에 ‘죽음의 블루 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이 뜬 사진이 쏟아지며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일본항공(JAL), 독일 루프트한자 등 각국 대표 항공사 소속 일부 비행기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해당 항공사 소속 일부 직원이 직접 비행기 티켓 위에 펜으로 항공편명, 좌석 번호 등을 수기(手記)로 작성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 호주 ABC뉴스 등 각국 일부 방송사는 생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진료 예약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런던증권거래소(LSE)의 데이터와 뉴스 서비스도 일부 중단됐다. 약 2200만 명이 사용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 ‘캐피텍’의 주요 업무도 일제히 멈췄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철도와 항만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신용카드와 온라인 결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역시 “일부 시스템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거론된다. 보안 패치인 팰컨 센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해킹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는 NBC에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취약하고 의존적인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美-日-유럽 등 항공 1400편 취소… “파리올림픽 시스템도 차질”[MS發 글로벌 IT 대란]MS 클라우드 장애에 전세계 혼란… 유럽 방송-병원 시스템도 먹통인도 증권거래소 일부 서비스 안돼… 전문가 “한곳 의존, 예견된 사고”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발(發) 클라우드 장애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향후 IT 발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개 회사의 클라우드 문제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세계’의 그림자다.● 전 세계 IT 대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등의 공항에서 최소 1400편 이상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고 일부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도 멈췄다. 통신 의료 금융 등 산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체크인이 지연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사이버 장애를 일으켰다. 일본과 홍콩 국제공항, 대만 타오위안 공항 등에서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사태는 파리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날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받았다. 현재 비상계획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도 폐쇄했다. 프랑스 방송사 TF1 진행자 크리스토프 보그랑게랭은 “생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있지만 컨트롤 룸 마비로 생방송을 못 한다”고 말했다. JR서일본에서는 홈페이지 서비스 장애로 열차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사카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USJ)’에서는 결제 관리 체계 이상으로 일부 식당이 영업을 멈췄다. 인도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증권사 ‘5파이사(5paisa)’ 등은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증시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공항, 항공사 운영, 은행 서비스는 거의 중단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블루 스크린 오브 데스(BSOD)’라 불리는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부팅이 되지 않는 장애다. ‘죽음의 블루’라고도 불리는 BSOD는 컴퓨터가 안전하게 작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항공업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MS,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국내 피해 상황 및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안 업데이트와 충돌 원인 이번 대란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 MS는 “서비스 문제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MS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급 복구 패치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초연결 세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특정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파급력이 전례없는 규모의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로 번지게 되는 구조다.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을 지낸 키어런 마틴 옥스퍼드대 교수는 “세계 핵심 인터넷 인프라의 취약성을 매우 불편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이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배포되는 보안패치 업데이트 시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믿었던 클라우드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가 된다”며 “클라우드 업체 한 곳에 의존할 게 아니라 비용이 더 들더라도 2, 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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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서기장 별세…향년 80세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사진)이 19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향년 80세. 관영 난단신문은 쫑 서기장이 노환 및 심각한 질환 등으로 이날 오후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질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 달 간 최고위급 회의에도 여러 차례 불참했다.쫑 서기장은 2011년 제7대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했다. 2021년 3연임에 성공했고 2026년까지 임기를 남긴 상태였다.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며 호찌민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구소련으로 유학을 다녀온 쫑 서기장은 친러, 친중 외교를 펼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실용주의와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향을 강조하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 를 내세웠다.그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하노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쫑 서기장은 또 부정부패를 국가와 당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겼다. 그가 최근까지 ‘불타는 용광로’라 불리는 부정부패 척결 운동에 주력했던 이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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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블루월 무너진다”… 실리콘밸리서도 ‘트럼프 지지’ 목소리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정서가 강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빅테크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의 ‘아바타’로 불릴 만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녔고,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도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현지 유력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친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지에선 테크기업을 규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우경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실리콘밸리의 공화당 지지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블루월이 무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열풍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역시 머스크 CEO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2억 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보기 드문 거액의 후원이다. 올해 대선 기부금 중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기부액은 금융 재벌 티머시 멜런의 5000만 달러(약 691억 원)였다. 페이팔 COO 등을 지낸 투자자이자 머스크 절친으로 알려진 색스 역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후보를 강력 비난했지만, 최근 지지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도 트럼프 슈퍼팩에 큰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는 “투자 사업과 테크, 미국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선 트럼프가 더 맞는 선택”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암호화폐 연구 기업인 메사리의 설립자 라이언 셀키스는 X에 “정보기술(IT) 업계의 ‘블루 월(민주당 지지 지역)’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규제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 실리콘밸리의 이 같은 변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빅테크 반독점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많다. 2016년까지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은 대부분 민주당 몫이었다. 미 정치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크라우드팩에 따르면 2016년 실리콘밸리 지역 정치 기부금의 99%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 동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그에 대한 빅테크 종사자들의 분노, 빅테크를 규제하는 바이든에 대한 환멸이 결합돼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는 이념적으로 공화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업계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총 12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노숙자, 마약, 범죄 등에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정책을 펼쳐온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중도 또는 중도 보수 성향의 현지 인력들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IT기업에 다니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의 진보적인 정책이나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텍사스 등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테크기업으로 옮기는 인력도 있다”고 말했다.● ‘밴스 효과’ 이어질까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세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빅테크 종사자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현지 인맥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밴스 부통령 후보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 색스 전 페이팔 COO, 머스크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 회장과 색스 CEO는 2022년 밴스 부통령 후보가 상원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때 각각 1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후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다수 분위기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지지를 드러낸 이들은 원래도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며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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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뀔때마다 국정원 물갈이… 카드흔적 남긴 아마추어 돼”

    “우리 정보기관의 나이브하고 아마추어 같은 행태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 수집의 ABC를 망각한 행위를 정보요원들이 수년 동안 반복해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국 연방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공소장에는 국정원의 부족한 정보 역량과 허술한 보안 의식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보 소식통은 “카드 내역을 남기고 면세 혜택까지 받는 등 기본도 안 된 요원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24시간 감시에 노출된 정보 최전선에 배치돼 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국정원의 이런 현저한 정보 역량 저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급을 포함해 직원 수백 명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물갈이되는 국정원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국정원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많다 보니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보요원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정보 수집 역량이 떨어지면서 핵심 정보원 확보에 실패하다 보니 수미 테리 수준 정보원에게도 무리하게 목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정보원 확보 못 해 학자에 목매다 참사”아마추어 수준의 허술함을 드러낸 정보 활동은 “전문성과 역량보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미국 등 핵심 지역 정보 라인을 교체하는 국정원의 고질적인 인사 병폐가 초래한 상징적인 장면”이란 게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평가다.국정원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을 내세워 핵심 요직들을 물갈이하면서 눈에 띄게 정보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에 매달리면서 보수 성향인 테리까지 포섭해서라도 우리 정부 입장을 미 행정부에 무리하게 반영하려다가 벌어진 사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미국에 파견한 정보요원 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보 당국자는 “미국과 소통 가능한 정보 요원들이 나가는 자리에 자기 사람을 꽂다 보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인력 관리가 어려워져 통제에 실패한 것도 이번 정보 참사의 원인”이라고 했다.미 연방 검찰 공소장에는 북-미 정상회담 한 달 전인 2019년 1월 테리가 국정원 관계자 요청을 받고 서훈 당시 국정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전현직 안보 관계자들 간 비공개 회의를 주선한 사실도 적시됐다. 또 당시 서 원장과 만난 미 당국자들이 훗날 FBI 진술에서 “(회의가) 굉장히 비정상적(highly abnormal)이었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전 국정원 간부는 “한미 간 정책적 공감대가 없고 제대로 된 핵심 정보원이 없다 보니 테리 같은 학자에게 의존한 한국 정부의 이런 로비 행태가 미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거슬렸을 것”이라고 했다.현 정부 들어서는 국정원 정상화를 내세워 고위직까지 대거 물갈이했다. 2022~2023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3급 이상 간부 250여 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한직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일어난 1급 인사 파동 과정에서 임명이 철회된 보직에는 미국과 일본 내 정보거점장인 정무2공사 등이 포함됐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현 정부 물갈이 과정에서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해외 정보 업무에 배치돼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물갈이 반복에 전문성-자질 부족 요원 배치”이런 과정에서 정보 업무의 기본마저 무너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국정원 안팎의 지적이다. 통상 미국에 나가는 요원들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엘리트로 꼽히지만 교육 및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미 요원 정도 되면 활동의 99%가 워치(감시)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는다”며 “(이번에 드러난 행태는) 요원 양성 교육 부족이나 자질 부족”이라고 했다. 미국 근무 경험이 있는 다른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주미 대사관에서 숙직하던 우리 행정 직원이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 현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 정부 기관들이 우리를 사실상 24시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번 기소 여파로 우리 정부와 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간 교류가 위축될 조짐도 확인됐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가 테리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우리 정부 산하 연구기관 세미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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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수미 테리에 명품백 선물… 블링컨 회의자료 등 받아”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 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 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외국대리인 등록법(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 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이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로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 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 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 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 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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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수미 테리에 명품백 선물… 블링컨 회의자료 등 받아”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FARA 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를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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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참모 콜비, 韓 거론하며 “미군 재배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측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은 싱크탱크 행사에 나서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강조했다. 한국을 거론하며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헤리티지재단 주최 행사에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군을 세계 전반에 넓게 배치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항하려면 결정적 순간에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은 중국에 비해 약하다”고 했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폴리티코 대담에서 “유럽은 (미국의 방위 조력에 대한)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며 방위비 증액을 거론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CBS와의 인터뷰에선 “한국의 방위비 증액은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정책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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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인 마주친 경찰, 총 겨누자 피해… 그 사이 트럼프에 총격”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벌어진 뒤 경호를 책임지는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은 비밀경호국 수장인 킴벌리 치틀 국장(사진)에게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보안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청문회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2022년 9월 제27대 국장으로 취임한 치틀은 27년 동안 비밀경호국에서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다. 경호국 역사상 줄리아 피어슨(2013∼14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국장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시절에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를 근접 경호한 인연으로 국장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치틀을 임명하면서 “나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비밀경호국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특히 경호원과 경찰들이 암살 시도 용의자에 대한 신고를 받은 뒤 건물 지붕 위에 있는 그를 발견했으나 저격을 막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인 KDKA 방송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지역의 마이클 슬루프 보안관은 “지붕에 있는 총격범을 발견해 다가갔으나 총격범이 총을 겨누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며 “명백한 경호 실패”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실패가 수년간 이어져 온 비밀경호국의 인력 부족이란 고질적 문제가 결과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13일 유세 현장에 투입된 저격수 4팀 가운데 2팀만 비밀경호국 소속이었다. 나머지 2팀은 지역 경찰이 맡았다고 한다. 앤서니 구글리엘미 SS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당일 경호 인력의 상당 부분을 지역 경찰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연방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지냈던 제이슨 체이피츠 전 하원의원(공화)은 “2015년 비밀경호국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경호 업무를 수행할 자원이 부족해 관련 훈련을 받지 않은 지역 경찰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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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설대서 122m 떨어진 높은 건물 통제 제외… “총들고 곰처럼 기어올라” 신고에도 조치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총격범이 어떻게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저격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의 경호 실패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비밀경호국이 추가 경호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비밀경호국은 이를 부인했다. ① 트럼프 저격한 건물, 왜 차단 안 됐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총을 쏜 곳은 연설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22m(400피트) 떨어진 건물 옥상이다. 이곳은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AGR인터내셔널이라는 기업이 소유한 공장으로, 컨테이너 모습을 한 야트막한 건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목초지였으며,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다. 저격하기 최적의 장소였지만 통제가 안 된 것이다. 비밀경호국이 행사 전 설정한 보안 경계에도 이 건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건물을 소유한 AGR인터내셔널 측은 “사전에 이번 행사와 관련해 경찰과 협력했다. 경찰은 회사 주차장에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고, 경비 인원이 주차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과 현지 경찰 간 업무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케빈 로젝은 1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경호 실패냐는 질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만 했다. ② 목격자가 신고, 왜 조치 안 됐나 건물을 기어오르는 총격범을 발견한 현장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는데도 경호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레그 스미스는 BBC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옆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소총을 가지고 있는 게 맨눈으로도 식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경찰에게 ‘건물 지붕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며 “3, 4분 정도 계속 경고했고,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총격 이후에야 총격범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로젝은 “현재까지 평가하기로는 그렇다. 사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협 정보는 없었다”고 답했다. ③ 비밀경호국 왜 보안 실패했나 미국에서는 “어떻게 총격범이 대선 후보와 가장 가까운 건물에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느냐”며 비밀경호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비밀경호국 역사상 가장 큰 악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밀경호국은 전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근접 경호를 맡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비밀경호국 경호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유세에는 엄격한 보안 규정이 적용된다. 유세장 참석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모두 수색하고, 참석자들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행사 전 폭탄 등 위협이 있는지 수색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같은 보안 규정이 있음에도 암살 시도를 막지 못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조지프 라소르사는 로이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경호 능력에 대한 집중 검토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은 22일 비밀경호국 킴벌리 치틀 국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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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트럼프는 美대통령직에 부적합” 사퇴 촉구

    15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미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며 강한 어조로 사퇴를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공식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예정이다. 11일 NYT 편집위원회는 약 5000자 분량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미 역사상 대통령직에 출마한 사람 중 가장 명백하게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대통령에게 중요한 도덕성과 원칙적 리더십, 인격, 언어, 법치주의 등 5개 요소를 조목조목 따지며 “트럼프는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많은 것들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을 흑백으로, 온라인판은 배경 색까지 검은색으로 게재(사진)해 엄중함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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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트럼프, 대통령직에 부적합”…강하게 사퇴 압박

    15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미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며 강한 어조로 사퇴를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공식적으로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예정이다.11일 NYT 편집위원회는 약 5000자 분량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미 역사상 대통령직에 출마한 사람 중 가장 명백하게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대통령에게 중요한 도덕성과 원칙적 리더십, 인격, 언어, 법치주의 등 5개 요소를 요목조목 따지며 “트럼프는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많은 것들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흑백으로, 온라인판은 배경색까지 검은색으로 게재해 엄중함을 강조했다는 평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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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공조 안되고 제보도 묵살… “비밀경호국 역사적 실패”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총격범이 어떻게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저격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의 경호 실패라고 맹비난하고 있다.①트럼프 저격한 건물, 왜 차단 안 됐나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 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총을 쏜 곳은 연설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20~150m(약 400~500피트) 떨어진 건물 옥상이다. 이 건물은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AGR 인터내셔널이라는 기업이 소유한 공장으로, 컨테이너 모습을 한 야트막한 건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목초지였으며,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다. 저격하기 최적의 장소였지만 통제가 안 된 것이다. 비밀경호국이 행사 전 설정한 보안 경계에도 이 건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WP에 따르면 건물을 소유한 AGR 인터내셔널 측은 “사전에 이번 행사와 관련해 경찰과 협력했다. 경찰은 회사 주차장에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고, 경비 인원이 주차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과 현지 경찰 간 업무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케빈 로젝은 1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경호 실패냐는 질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만 했다.②목격자가 신고, 왜 조치 안 됐나건물을 기어오르는 총격범을 발견한 현장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는데도 경호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레그 스미스는 BBC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옆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소총을 가지고 있는 게 눈으로도 식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경찰에게 ‘건물 지붕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며 “3, 4분 정도 계속 경고했고,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총격 이후에야 총격범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로젝은 “현재까지 평가하기로는 그렇다. 사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협 정보는 없었다”고 답했다.③비밀경호국 왜 보안 실패했나미국에서는 “어떻게 총격범이 대선 후보와 가장 가까운 건물에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느냐”며 비밀경호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비밀경호국 역사상 가장 큰 악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비밀경호국은 전 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근접 경호를 맡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기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비밀경호국 경호를 받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로 외부 활동을 늘리고 있는 최근 경호가 더욱 강화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유세에는 엄격한 보안 규정이 적용된다. 유세 장 참석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모두 수색하고, 참석자들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행사 전 폭탄 등 위협이 있는지 수색하는 것은 기본이다.이 같은 보안 규정이 있음에도 암살 시도를 막지 못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조셉 라소르사는 로이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경호능력에 대한 집중 검토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전직 요원은 폴 에클로프는 “요원들이 사전에 시야가 확보된 모든 옥상을 조사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총격범이 (수색에 앞서) 몸을 숨겼거나 무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위협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미 하원은 22일 비밀경호국 킴벌리 치틀 국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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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맘-은둔-구원투수… ‘3인 3색’ 미국 퍼스트레이디[글로벌 포커스]

    “사랑하오, 질리(Jilly·질 바이든 여사 애칭). 우리 앞에 다가올 여정에서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2)이 취임식을 앞두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평생을 꿈꿔 왔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찾은 단 한 사람. 바로 부인 ‘질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처가다. 질 바이든 여사(73)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대통령직 수행에 그가 필요하단 걸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바이든 대통령보다 질 여사에게 더 이목이 쏠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대통령의 대선 완주 여부는 질 여사의 의중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어느 나라건 퍼스트레이디는 최고 통치자와 운명 공동체다. 최측근 참모이자, 정치적 부침을 함께한다. 특히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퍼스트레이디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으는 중요한 자리다. 최근 미 대선 레이스가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면서 3명의 전현직 퍼스트레이디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의 대선 향방에 키를 쥔 질 여사와 다시 한번 퍼스트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그리고 이미 8년의 백악관 생활을 거쳤으나 최근 본인이 유력 대선 후보감으로 하마평에 오른 미셸 오바마 여사다. 대통령 내조부터 사회활동, 패션까지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미 대통령 영부인 3명을 비교해 봤다.● ‘워킹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미 정계에서 손꼽히는 잉꼬부부다. 두 사람의 삶을 돌아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질 여사에게 크게 의지하는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두 사람은 1975년 바이든 대통령의 친형 프랭크의 주선으로 만났다. 상처(喪妻) 뒤 크게 다친 두 아들을 홀로 기르던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것만 봐도 질 여사의 굳은 성정이 엿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전 부인 닐리아와 딸 나오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당시 사고로 다친 아들 보와 헌터를 간호하기 위해 워싱턴과 델라웨어 자택 왕복 4시간 거리(약 400km)를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한 차례 결혼했으나 아이가 없던 질 여사는 두 아들의 엄마를 자처했다. 결혼 전부터 유치원생인 보와 헌터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며, 바쁜 바이든을 대신해 함께 저녁 시간을 보냈다. 세상을 떠난 친엄마 가족들과 아이들이 계속 연락하도록 돕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나의 삶, 신념, 정치’에서 1977년 보(당시 7세)와 헌터(6세)가 “우리(보, 헌터)는 질과 결혼해야 한다”고 졸랐다고 회고했다. 두 아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질 여사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여전히 각별한 사이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에도 ‘워킹맘의 삶’을 이어가는 건 질 여사의 강한 개성을 잘 보여준다. 그는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출퇴근하는 ‘투 잡 영부인’이다. 30년 넘게 교편을 잡았고, 현재도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저소득층 등에게 영작문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질 여사는 학생들에게 정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엄격한 편이다. ‘바이든 부통령’이던 시절, 한 학생은 TV를 보다 “왜 영작문 교수님이 미셸 오바마 영부인 옆에 앉아 있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다. 질 여사는 백악관 홈페이지 소개란에 “가르친다는 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힐 만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질 여사의 패션은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평소 특별한 메시지가 없는 단색 투피스나 원피스를 선호한다. 공식 석상에서 한 번 입었던 원피스나 드레스를 여러 번 다시 입기도 한다. 최근 질 여사는 이례적으로 메시지가 담긴 패션을 선보였다. TV토론 다음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때 ‘투표하라(Vote)’는 문구가 적힌 원피스를 입은 것. 사퇴 압박을 거부하고, 대선 완주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질 여사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과도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쟁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한동안 냉랭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사퇴 압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을 제대로 못 읽고, 계속 완주를 강조하고 있는 건 질 여사의 ‘완주 의지’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NBC방송은 최근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대선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한) 보좌진과 가족들 사이의 견해차가 극심해지며 백악관이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탑에 갇힌 라푼젤’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4)는 미 역대 최고의 ‘은둔형’ 퍼스트레이디였다. 2017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영부인이 뉴욕 트럼프타워 자택에 남아 백악관에 입주하지 않은 건 초유의 선택이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들 배런을 전학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으나, 백악관 입주를 거부한 영부인은 전례가 없었다. 당시 멜라니아 여사의 뉴욕 칩거는 5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배런의 등하교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맡았으며, 그는 극도로 외출을 꺼렸다. WP는 “베테랑 파파라치조차 어딨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맡았다. 이방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부인이 낳은 장녀로 멜라니아 여사보다 겨우 열한 살 어리다. 존재감을 잃어가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탑에 갇힌 라푼젤’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소셜미디어에선 ‘멜라니아에게 자유를(#FreeMelania)’이라는 웃지 못할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유고슬라비아(현 슬로베니아) 출신 이민자다. 모델 활동을 위해 1992년 서유럽으로 이주했다 1996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24세 연상인 남편을 만난 건 1998년 한 파티에서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부인과 막 이혼한 바람둥이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두 사람은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2005년 결혼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이듬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2006년 태어난 아들 배런이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6년 대선 때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0년 찍은 패션지 나체 화보가 공격의 소재로 활용돼 ‘로키(low-key)’ 행보를 택했다는 게 중론이다. 드물게 나선 행사에선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섰는데, 미셸 오바마 여사의 8년 전 연설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백악관 입성 뒤에도 전임자 미셸 여사와 자주 비교됐다. 미셸 여사는 대통령 임기 첫해 74번 연설했지만, 같은 기간 멜라니아는 고작 8번 연설했다. 미셸 여사의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은 미 전역에서 인기였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16개월 만에 내놓은 사이버 왕따 예방 캠페인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트럼프야말로 소셜미디어에서 정적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 가해자”란 반응이 많았다. 세간의 시선은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에 집중됐다. 모델 출신인 그가 고른 고가의 디자이너 제품은 언제나 화제였다. 때론 부적절한 패션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8월 하이힐을 신은 채 허리케인 수해 현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이듬해는 ‘난 신경 안 써(I really don’t care)’라고 적힌 외투를 입고 불법 이민 아동 격리시설을 방문해 구설에 올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멜라니아 여사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편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이래 유세에 동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달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TV토론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의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16년 마이크 펜스 전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꿔다놓은 보릿자루(wallflower)가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백악관 고위급 인사도 멜라니아와 상의하곤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가장 큰 정치 자산’ 미셸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60)는 가정적인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금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후 금연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미셸이 무서워 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셸 여사는 2000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시카고 일리노이주 4선 연방 하원의원이던 보비 러시에게 도전할 때 극구 말렸다고 한다. 정치평론가 에드워드 클라인은 저서 ‘아마추어’에서 “결국 오바마는 미셸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며 “가족을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뜨렸고, 안정적 미래를 만들려던 미셸의 희망을 깨뜨렸다”고 했다. 이에 미셸 여사는 이혼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여사가 백악관 입성 뒤 각별히 챙긴 건 두 딸의 건강한 식사였다. 식단을 위해 백악관 주방에 유기농 식품을 준비해주길 부탁했다. 특히 2009년 3월부터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 채소밭을 만들어 직접 가꿨다.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은 공적 활동으로 이어졌다. 텃밭을 가꾼 다음 해부터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인 ‘레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시작했다. 5가지 채소 먹기, 5번 점프하기 등을 전파한 운동은 건강한 생활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을 크게 높였다. 그렇다고 ‘안주인’ 역할에만 머물렀던 건 아니다. 남편만큼 뛰어난 연설 능력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힘을 지녔다. 종종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구원투수 역할로 연설을 맡아 남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asset)이란 평가도 받았다. 재선 운동 시기인 2012년 9월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미셸 여사의 연설은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된다. 미셸 여사는 “버락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다. 그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누구를 사랑하건 그는 이 나라의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CNN방송은 “9회말 터뜨린 결승 만루홈런”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연설도 큰 호평을 받았다. 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여사는 당시 “나는 매일 아침 흑인 노예들이 지은 집(백악관)에서 눈을 뜨고,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뛰노는 두 딸을 본다”며 “힐러리라면, 내 딸과 우리 자녀들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란 역사의 탄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WP는 “남은 기간 동안 이를 뛰어넘는 연설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극찬했다. 변호사 경력, 명연설,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미셸 여사는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도 거론된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는 미셸 여사가 11월 대선에 출마하면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셸 여사는 “정치에 관심 없다”고 밝혀 왔다. 영부인 시절 미셸 여사는 180cm의 큰 키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자주 입었다. 또 메시지도 담아냈다. 2016년 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 때 입은 동성애자 미국인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의 노란 드레스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찬성한다는 메시지를 패션으로 표현했단 분석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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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하원, ‘中흑연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 금지 법안 가결

    미국 하원이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법안을 9일(현지 시간) 통과시켰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나 법안이 최종 통과될 시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산 흑연에 대한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수입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날 “중국에 미국인들의 세금이 흘러가고 있다”며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에 IRA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법안을 찬성 25 대 반대 14로 통과시켰다. 앞서 올 5월 미 재무부는 중국산 흑연을 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는 2026년 말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으나 이를 앞당겨 폐기하려는 것이다. 흑연은 배터리의 핵심 광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중국산 흑연을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현실을 미국 측에 꾸준히 호소해왔다. 다만 이번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한다 해도 IRA를 주요 치적으로 꼽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북미에서 생산됐다 해도 해당 전기차의 주요 부품은 중국산이 많아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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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에 스러진 올림픽의 꿈… 우크라 유망주 400명 숨져

    “내 딸을 침략자가 점령한 나라에서 살게 할 수 없다.” 러시아에 침공 당한 조국을 위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외쳤지만 지난해 3월 전선에서 숨진 우크라이나의 복싱 유망주 막심 할리니체프(22·사진)의 사연이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재조명됐다. 9일 AP통신은 할리니체프 같은 우크라이나 체육 유망주들이 러시아와의 전쟁 중 최소 400명 이상 숨졌다고 보도했다. 할리니체프는 2017년 유럽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2018년 여름 청소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2021년 인터뷰에서 “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을 반드시 파리 올림픽에서 풀겠다”고 외쳤지만 그 꿈을 영영 이루지 못했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루한스크 전선에서 사망했고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최근 할리니체프가 훈련하던 체육관에서는 그의 추모식이 열렸다. 그의 딸 바실리사(4)는 고사리 같은 손에 아버지가 쓰던 커다란 글러브를 낀 채 밝은 표정으로 링 위를 돌아다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쟁 발발 후 최소 500개가 넘는 우크라이나 스포츠 시설이 파괴됐다. 이 여파로 우크라이나는 파리 올림픽에 역대 최소 규모인 23개 종목, 140명의 선수만 출전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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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유망주 400명 희생…전쟁에 스러진 올림픽의 꿈

    “내 딸을 침략자가 점령한 나라에서 살게 할 수 없다.”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조국을 위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외쳤지만 지난해 3월 전선에서 숨진 우크라이나의 복싱 유망주 막심 할리니체프(22)의 사연이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재조명됐다. 9일 AP통신은 할리니체프 같은 우크라이나 체육 유망주들이 러시아와의 전쟁 중 최소 400명 이상 숨졌다고 보도했다. 할리니체프는 2017년 유럽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2018년 하계 청소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2021년 인터뷰에서 “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을 반드시 파리올림픽에서 풀겠다”고 외쳤지만 그 꿈을 영영 이루지 못했다.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루간스크 전선에서 사망했고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최근 할리니체프가 훈련하던 체육관에서는 그의 추모식이 열렸다. 그의 딸 바실리사(4)는 고사리 같은 손에 아버지가 쓰던 커다란 글러브를 낀채 밝은 표정으로 링 위를 돌아다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전쟁 발발 후 최소 500개가 넘는 우크라이나 스포츠 시설이 파괴됐다. 이 여파로 우크라이나는 파리올림픽에 역대 최소 규모인 23개 종목, 140명의 선수만 출전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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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룸버그, 존스홉킨스 의대에 1.4조 기부 “저소득층 중퇴 막아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미국 뉴욕시장(82·사진)이 의료 분야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기부했다. 이에 따라 이 학교 의대 학생의 약 3분의 2가 지원을 받게 됐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자선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기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가을 학기부터 가구 소득이 30만 달러 미만인 존스홉킨스대 의대 학생들은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는다. 소득 17만5000달러 이하 학생들은 등록금 면제에 더해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졸업생은 평균 10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이번 기부로 2029년경에는 졸업생의 평균 학자금 대출이 약 6만 달러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재단은 2018년에도 이 학교에 18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졸업생의 약 9%에 그쳤던 저소득층 학생 비중이 21%로 늘었다. 재단은 이번 기부가 코로나19를 거치며 악화된 미 공중보건 체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의료 분야의 교육비가 비싸지면서 재능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의대를) 중퇴하고 있다. 의사들도 공중보건의가 아닌 수익성 좋은 일부 분야로만 몰리면서 공중보건 분야의 의료진이 부족해지고 수준 역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 또한 재단의 연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의료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분야의 높은 교육 비용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월가에 뛰어들어 금융정보 회사 ‘블룸버그’를 창업했다. 포브스 기준 1062억 달러(약 148조6800억 원)를 보유한 세계 15위 부호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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