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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멀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공존과 상생의 키워드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미래 세대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는 기업만이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철학이 담겼다. 김 회장은 취임 후 42년 동안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부터 미래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함께 멀리’ 철학이 담긴 한화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한화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 세대의 삶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탄소저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 태양의숲’은 한화그룹이 2011년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에 친환경 숲을 조성해온 프로젝트 활동이다. 2012년 몽골 토진나르스 사막화 방지숲을 시작으로 중국, 한국 등 3개국에 총 9개 숲을 조성했다. 모두 더하면 축구장 200여 개 넓이인 145만 ㎡ 면적에 53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해당 지역의 사막화 방지, 수질 정화, 대기 정화, 토사 유출 방지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는 창의적인 미래 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한화사이언스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한국의 젊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 양성’이라는 모토로 시작한 이 활동은 올해 13회 차를 맞았다. 올해 경진대회의 주제는 ‘환경보전’으로 에너지, 바이오, 기후변화, 물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로 열린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달력 제작 및 무료 배포는 김 회장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담긴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매년 점자달력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전달하는 이 활동은 2000년 도움을 호소하는 한 시각장애인의 메일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시작돼 24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매년 부수가 확대돼 2024년 달력까지 포함하면 누적 발행 부수가 약 92만 부에 이른다. 김 회장은 1999년 한화의 전통과 기술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불꽃놀이 행사를 추진했고 2000년 첫 행사 이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매년 총 10만여 발의 다채롭고 환상적인 불꽃이 100만여 명의 관람객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후 고용이 위축되고 회사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10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 및 파급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20일 밝혔다. 한경협은 2018∼2019년 행동주의 개입에 성공한 해외 67개 기업의 경영 성과를 살펴봤다. 이들 기업의 고용 인원은 2019년 평균 5만3977명이었다가 2020년 4만8609명으로 전년 대비 9.9% 줄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소속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은 2020년과 2021년 고용이 각각 전년 대비 3.3%, 6.9% 늘었다. 자본 대비 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67개 기업은 2019년 139.4%에서 2022년 152.3%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주주 이익 확대는 뚜렷한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한경협은 주장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배당금은 펀드 개입 이후 2020년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2021년에는 전년 대비 0.1% 줄고 2022년에는 12.5% 감소하며 결국 2018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인 배당 성향은 2019년 57.4%에서 2022년 59.1%로 소폭 개선됐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화학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21일(현지 시간) 개최하는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2024’에서 이산화탄소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전시하고 고객 확보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코스모프로프 전시회는 세계 최대 뷰티 박람회로 3000여 개 회사가 참가한다. LG화학은 파트너사인 코스맥스의 부스에서 이산화탄소로 만든 차세대 친환경 소재인 폴리에틸렌카보네이트(PEC) 기반 화장품 용기를 처음 공개한다. PEC는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산화에틸렌을 활용해 만드는 차세대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LG화학은 PEC 제조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핵심 소재(촉매제)와 공정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PEC는 주로 화장품 용기와 식품 포장재에 사용된다. 다른 플라스틱 제품과 섞어서 부드러운 필름부터 단단한 케이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이 6%로 결정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20일 오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어 “외부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치는 낮아지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역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단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회사 결정을 전달했다.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8%였다.김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조치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밀도 있게 높여 나가야 한다”며 “경영진과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했다.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임금인상률 결정과 관련해 “회사 안팎의 여러 경영 상황과 경쟁사의 기본 연봉수준 및 예상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앞으로도 보상과 처우를 개선하고 기본 연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인상해 나가겠다”라고 했다.경영 성과급 관련해서는 “직원과 주주, 투자자 등의 입장에서 모두가 납득 가능한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회사는 일부 구성원이 트럭시위를 벌이며 요구하는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익공유제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회사 측은 “대규모 투자로 인해 2026년까지는 잉여현금이 발생하지 않고 주주 배당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성과급은 도리어 회사 미래 성장성을 해치고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는 현존하는 D램 중 최고 성능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올 2분기(4∼6월) 내놓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을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 시간) 자체 개발자 행사인 ‘GTC 2024’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H100’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빠르고 추론 능력은 30배 더 좋아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을 통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꿔 놓겠다”고 장담했다. 삼성전자는 AI를 넘어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을 위한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서 반도체 AGI 컴퓨팅랩을 설립한 사실을 밝히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즉 미래 AGI의 놀라운 처리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AI칩 전쟁… SK ‘8단 납품’ 치고나가자, 삼성 “상반기 12단 양산” SK-삼성, 엔비디아 전시장에AI용 5세대 HBM 실물 배치“첫 양산” 밝힌 마이크론, 납품 미정삼성 “韓-美에 AI칩 연구소 신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잇달아 새로운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소식을 발표하며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2위이자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 및 납품’ 깃발을 먼저 꽂았다. 각각 1, 3위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이에 질세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가 향후 사람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GI 전용 칩 개발에도 나섰다.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역까지 파고들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5세대 HBM에서도 선두 1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TC 2024’ 전시장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5세대 HBM인 ‘HBM3E’ 실물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4세대 ‘HBM3’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도 함께 전시하며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3를 대부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는 19일 5세대 8단 HBM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고객사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발 소식을 발표한 이후 7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엔비디아가 2분기(4∼6월) 출시하는 신제품 ‘H200’ GPU에 탑재될 예정이다. D램의 한 종류인 HBM은 AI 칩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반도체다. AI 학습 속도를 높여줘 이른바 ‘AI 가속기’라고 불리는 GPU가 제대로 된 성능을 구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칩이 필수인데, HBM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에서 올해 20.1%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맹추격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맹추격에 나섰다. 지난달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H200용 5세대 8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HBM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마이크론이 4세대를 건너 뛰고 5세대 양산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실제 납품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마이크론의 HBM은 충분히 검증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단보다 집적도를 높인 12단 HBM3E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양산한다고 한 HBM3E는 D램 8개를 쌓은 8단 제품이다. 삼성은 4개를 더 쌓은 제품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1∼6월) 중 8단과 12단 모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HBM3E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최대 1280GB(기가바이트)다. 풀HD급 영화 약 25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의 처리 속도는 각각 초당 최대 1180GB, 1200GB다.● 엔비디아 영역 파고드는 삼성 “AGI 칩 개발” 삼성은 AI용 메모리에 더해 AI 컴퓨팅을 위한 자체 칩 개발에도 본격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장(사장)은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GI의 길을 열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삼성반도체 AGI 컴퓨팅연구소를 신설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시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메모리칩을 통한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입지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GI 연구소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인공지능 전용칩) 개발자 출신인 우동혁 박사가 이끈다. 경 사장은 “AGI 컴퓨팅랩은 추론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두고 거대언어모델(LLM)용 칩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며 “당장은 대규모 연산이 요구되는 학습 분야는 어렵기 때문에 추론 및 생성 분야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75년 동업을 뒤로하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사실상 무승부로 주주총회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두 집안의 다툼이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올해 기업들의 방향을 정하는 3월 주총이 속속 열리고 있다. 경영권 다툼, 행동주의펀드의 반란 등이 주총의 주요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고려아연-영풍, ‘한 지붕 두 가족’ 갈등 본격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고려아연과 영풍 두 집안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후 고려아연의 첫 정기주총이 열렸다. 경호원들은 입구에서 일반 주주와 대리인 등 관계자를 제외하고 기자와 일반인 등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은 영풍그룹 설립부터 시작됐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그동안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세, 3세로 내려오며 창업주 시기 단단했던 연결고리들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최 창업주 손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가 된 뒤 계열 분리 가능성이 본격화됐다. 현재 고려아연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 영풍 측은 32%가량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영풍 측의 ‘배당 증액 요구’와 고려아연 측의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다. 배당 증액 요구는 고려아연이 이겼다. 고려아연은 1주당 결산 배당으로 5000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다. 주총 참석자들은 배당금이 크게 늘어날 경우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반면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는 영풍 측의 승리로 끝났다. 고려아연 측은 외국 합작 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 최종 부결됐다. ● 행동주의펀드 반대, 주주가치 제고 기업도 28일 주총이 열리는 한미약품그룹도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밝히며 가족 간 경영권 갈등으로 비화했다. 통합을 추진하는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이를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간 싸움이다. 행동주의펀드의 반대 행보도 이번 주총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상무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다. 박 전 상무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 제안을 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는 입장이다. 2021, 2022년 주총에서도 박 회장과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28일 KT&G 주총에서는 방경만 사장 후보자에 대한 선임 안건이 핵심 쟁점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FCP)와 IBK기업은행이 방 후보 선임을 반대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지분 7.1%를 보유한 KT&G의 최대주주이고 FCP는 0.5% 지분을 갖고 있다.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국민연금은 6.6%다. 앞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배당 증액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기업들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보유 자사주를 매년 1%씩 3년간 소각하는 동시에 배당도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다음 달 중순까지 5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기아는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936억 원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75년 동업을 뒤로하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사실상 무승부로 주주총회를 마무리 했다. 앞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두 집안의 다툼이 더 첨예해 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올해 기업들의 방향을 정하는 3월 주총이 속속 열리고 있다. 경영권 다툼, 행동주의 편드의 반란 등이 주총의 주요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고려아연-영풍, ‘한지붕 두가족’ 갈등 본격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고려아연과 영풍 두 집안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후 고려아연의 첫 정기주총이 열렸다. 경호원들은 입구에서 일반 주주와 대리인 등 관계자를 제외하고 기자와 일반인 등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은 영풍그룹 설립부터 시작됐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그 동안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하지만 2세, 3세로 내려오며 창업주 시기 단단했던 연결고리들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최 창업주 손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가 된 뒤 계열 분리 가능성이 본격화됐다. 현재 고려아연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 영풍 측은 32% 가량 지분을 가지고 있다.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영풍 측의 ‘배당 증액 요구’와 고려아연 측의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다. 배당 증액 요구는 고려아연이 이겼다. 고려아연은 1주당 결산 배당으로 5000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다. 주총 참석자들은 배당금이 크게 늘어날 경우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반면 제 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는 영풍 측의 승리로 끝났다. 고려아연 측은 외국 합작 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 최종 부결 됐다. ● 행동주의펀드 반대, 주주가치 제고 기업도28일 주총이 열리는 한미약품그룹도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밝히며 가족 간 경영권 갈등으로 비화했다. 통합을 추진하는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이를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간 싸움이다.행동주의펀드의 반대 행보도 이번 주총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상무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다. 박 전 상무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 제안을 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3년 간 50%만 소각하겠다는 입장이다. 2021, 2022년 주총에서도 박 회장과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28일 KT&G 주총에서는 방경만 사장 후보자에 대한 선임 안건이 핵심 쟁점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FCP)와 IBK기업은행이 방 후보 선임을 반대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지분 7.1%를 보유한 KT&G의 최대주주이고 FCP는 0.5%대 지분을 갖고 있다.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국민연금은 6.6%다. 앞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배당 증액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기업들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보유 자사주를 매년 1%씩 3년 간 소각하는 동시에 배당도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다음달 중순까지 5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기아는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936억 원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섣불리 지정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첨단기술 전문인력’으로 누군 지정하고 누구는 안 하는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지정을 했다가는 기업 안에서 싸움이 날 게 뻔하거든요.” 해외 기술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첨단기술 전문인력 관리’ 제도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18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초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기업마다 전문인력을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는 이유가 기업 내부의 반발 때문이라는 겁니다. 모든 기술 유출은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그만큼 핵심 인력 관리는 보안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정부의 전문인력 관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은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비밀 유출 금지, 해외 경쟁사 이직 금지 등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해외 기술 유출이 우려되면 정부에 해당 전문인력의 출입국 정보를 신청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업 내부에선 의견이 갈립니다. 기업의 보안·법무 담당자들은 전문인력을 하루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 변호사는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면 막상 실제로 옮긴 것은 맞는지, 새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작정하고 거짓말하면 일일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전문인력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을 우려합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전문인력으로 지정된 사람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할 것이고, 반대로 지정받지 못한 직원은 자신이 저평가 받은 데 불만을 가질 것”이라며 “직원 간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첨단 기술을 노린 해외 경쟁사들의 기술 탈취 시도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하루빨리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산업계의 고민을 조율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KT&G의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에 이어 국제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KT&G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이달 말 주총에서 사측과의 표 대결이 주목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SS는 28일로 예정된 KT&G 정기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 중 방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사실상 권고했다. ISS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국부펀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게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문기관이다. ISS는 KT&G 측이 함께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곽상욱 감사위원 등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 안건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KT&G가 지속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주주들이 손 후보자에 대해 지지표를 결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는 “4년여에 걸쳐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통해 사장 후보를 선정했다”며 “ISS는 명분 없는 반대 권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6.64%·지난해 말 기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8일 주주총회에서 ISS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방 수석부사장은 낙마할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7.11%)도 12일 공시를 통해 KT&G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T&G는 이번 주총 표결에서 현재 이사진 후보로 올라온 인사 3명 중 2명을 선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완패’로 끝났다.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등 5곳의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 △이익 배당 보통주 1주당 4500원, 우선주 1주당 4550원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77%(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가 삼성물산 이사회가 올린 안건을 택했다. 7.01%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행동주의펀드 측의 제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은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며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1이 무재해 40년 기록을 달성해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전남 여수기지에서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무재해 40년은 국내 정유·가스 및 민간 에너지 업계에서 최장 기록이다. 한국 최초의 지하 암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시설인 E1 여수기지는 1984년 3월 운영을 개시한 이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LPG를 공급하고 있다. E1은 정기적인 안전 교육 및 안전사고 대응 모의 훈련, 사내 안전경진대회 개최 등 다양한 안전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 작업에 앞서 직원들이 모여 업무 내용과 안전한 작업 절차 및 위험 요인을 서로 공유하는 안전점검회의 ‘툴 박스 미팅(Tool Box Meeting·TBM)’ 등을 통해 현장 안전 관리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세탁건조기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판매를 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트롬 워시콤보는 시작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세탁물을 따로 꺼내 옮기지 않아도 하나의 본체에서 세탁부터 건조까지 마치는 ‘올인원’ 가전제품이다. 세탁과 건조 용량은 각각 25kg, 15kg이다. 두 기능을 합쳤지만 본체의 크기는 기존 트롬 세탁기 한 대와 동일하다. 3kg 세탁물 기준 세탁부터 건조까지 99분 만에 마무리할 수 있다. LG전자는 제품 크기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건조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트롬 워시콤보 전용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모듈’을 새롭게 자체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기술은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래가 머금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이다. 내부 검증 결과 트롬 워시콤보는 과거 방식인 히터식 세탁건조기와 비교해 에너지가 5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가는 449만 원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8월부터 46mm 원통형 배터리 케이스를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입니다. 2019년에 뛰어든 이차전지 사업이 5년 만에 본격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7일 만난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원시스템즈가 만드는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캔은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인 A사에 공급돼 글로벌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동원참치’를 포장하는 참치 캔을 만드는 회사다. 캔뿐 아니라 페트병, 유리병, 알루미늄, 산업용 필름 등을 소재로 하는 국내 1등 종합 포장재 기업이다. 2019년 이차전지에 미래 먹거리가 있다고 보고 배터리 케이스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테슬라가 표준 규격으로 채택하기로 한 차세대 배터리인 46mm용 캔을 국내 최초로 양산하는 기술력에까지 이르렀다.● 참치캔 만들다 보니 배터리 캔까지 만들어 46mm 배터리 캔은 현재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지름 21mm, 높이 70mm의 ‘21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 거리는 16% 늘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린다. 동원시스템즈는 8월부터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46mm 배터리 캔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 규모는 60kWh(킬로와트시)급 전기차 70만 대에 탑재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22년 아산사업장에 700억 원을 투자해 신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캔을 연간 5억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잇따라 원통형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수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동원시스템즈는 참치 통조림과 음료수 캔 등을 생산하며 쌓은 전문성을 살릴 최적의 분야로 이차전지를 낙점했다. 배터리 케이스에는 스틸 강판, 알루미늄 등 원재료를 다루는 기술부터 내부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150억 원에 인수했다. 조 대표는 “MKC는 설계부터 제조, 가공, 표면 처리까지 배터리 캔의 모든 공정 기술을 보유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었다”며 “MKC를 통해 신사업 관련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우리가 가진 캔 포장 기술을 접목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돼 인수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 독점하는 셀 파우치 시장에 도전장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 양극박’과 파우치형 배터리 외장재인 ‘셀 파우치’ 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 원통형 배터리와 달리 형태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어 공간 효율이 높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셀 파우치 시장은 일본의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에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본격 투자를 시작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R&D 및 시제품 생산을 진행 중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레토르트 식품 포장 용기를 생산하면서 습득한 기술을 접목했다. 조 대표는 “레토르트 식품 포장 용기는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서는 안 되고, 외부 환경에 의해 열을 받거나 빠르게 식더라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러한 동원의 노하우가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작은 흠집도 있어선 안 되는 셀 파우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동원시스템즈의 배터리 부품소재 사업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수주 사업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올해 46mm 배터리 캔에 이어 내년 셀 파우치 사업까지 실적이 본격화되며 고성장할 예정”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북미 진출 후 반응이 뜨겁습니다. 우리와 사업하려고 현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한글 명함을 파서 건넬 정도입니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부사장·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전기차)트렌드코리아’ 전시장에서 7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LG전자는 1월 미국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북미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공장 개소식에 미국 고객사 8곳을 초청해 우리의 품질·생산 시스템을 보여줬다”며 “곧바로 일주일 만에 함께하자는 요청이 잇달아 들어왔고 캐나다도 2월 진출해 현지 충전사업자(CPO) 5곳이 LG와 사업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품질이다. LG전자는 2022년 6월 전기차 충전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한 이후 곧바로 제조업에 진출하는 대신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년가량 공정 개선과 고도화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장 부사장은 “당시 제조사를 인수해 놓고 바로 뽑아내질 않으니 내부에서 욕을 먹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제품 신뢰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새롭게 세팅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LG가 배터리도 잘하니 충전기도 잘할 것이라고 봐주는 기대가 있다”며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 LG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전기차 충전기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스위스 ABB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 부사장은 “북미에서 급속, 초급속 충전기를 순차 출시하고 유럽, 아시아, 중동으로도 시장을 넓혀 2026년까지 ABB를 따라잡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TV에 주로 쓰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도 적용하고 나서자 디스플레이 업계가 본격적인 대량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짓는 8.6세대 IT용 OLED 라인에 생산 설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4월 4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 발표 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해 8일 충남 아산 캠퍼스에서 ‘A6 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증착기를 비롯한 주요 설비를 모두 설치하고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8.6세대 OLED 라인은 전 세계 OLED 라인 중 가장 높은 세대다. 8.6세대 디스플레이 원장의 면적은 현재 시장의 주류인 6세대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이 많아져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OLED 라인은 노트북, 태블릿 등 중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IT 제품군 가운데 노트북은 화면이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에서 OLED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애플은 올해 새롭게 내놓는 태블릿 ‘아이패드’에 OLED를 탑재하기로 했다. 2026년에는 노트북 ‘맥북’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BOE도 지난해 630억 위안(약 11조 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BOE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더라도 품질에선 국내 기업에 비해 한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확정하면서 마련한 재원을 IT, 모바일, 차량용 등 OLED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데 쓴다고 밝혔다.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당장은 6세대 중심으로 가되 8세대 투자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옴디아에 따르면 IT용 OLED 시장 매출은 2024년 25억3400만 달러(약 3조3400억 원)에서 2029년 89억1300만 달러로 연평균 2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르면 2년 뒤 일반 주유소와 비슷하게 5분 만에 충전을 끝내는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충전 시간은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혔는데 급속 충전 기술이 전기차 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을 극복할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6∼8일 사흘간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이차전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앞다퉈 초급속 충전 배터리 기술력을 선보였다. SK온은 초급속 충전이 되는 어드밴스트(Advanced) SF와 함께 이를 탑재한 기아 EV9을 전시장에 내세웠다. SK온은 2021년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SF 배터리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충전 시간은 유지하되 이보다 에너지 밀도를 9% 높인 어드밴스트 SF 배터리를 출시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가 늘어난다. 기존 SF 배터리를 탑재한 제네시스 eG80의 충전 후 최대 주행거리는 427km이고 어드밴스트 SF 배터리를 쓰는 EV9은 501km다. SK온은 급속충전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한 SF플러스(+) 배터리도 공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5분 충전으로 300km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2030년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이미 2년 전 7분 급속충전 기술도 개발했지만 2030년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충전기 용량 등 인프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급속 충전 배터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출력 충전기가 충분히 보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삼성SDI는 5분 충전에 300km 주행이 가능한 시기를 2026년으로 바라봤다.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9분 충전하면 600km를, 5분이면 절반인 300km 주행이 가능하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평균 5분 주유로 600km 달리는 내연기관차처럼 동일한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라며 “2026년 9분 만에 충전되는 배터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고 부사장은 “전기차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주행 거리는 하루 100km 안에서 해결됐다”며 “5분 충전으로 300km만 가도 대부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처럼 초고속 충전 배터리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충전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배터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2019년 업계 처음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양산하며 20분 만에 80% 이상 충전 가능한 기술을 구현했다. 포르셰가 올 초 공개한 전기 스포츠 세단인 타이칸 신형에도 실리콘 함유량을 높인 해당 배터리가 탑재됐다. 타이칸은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4∼10배 높이면서 충전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고부가 소재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디스플레이 산업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연구 영역이 무궁무진한 미개척지입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무한한 도전이 가능한 곳입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6일 대전 KAIST를 찾아 ‘삼성디스플레이, 상상을 뛰어넘는 여정’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별강연에는 KAIST 학부 및 대학원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사장은 “재료, 기계, 광학 등 이종 기술을 결합하고 최적화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경험은 통찰력 있는 산업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글로벌 리더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여정에 학생들도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토를 ‘아름답고 벅찬 우리의 미래’라고 지었는데 그 미래가 실제 현실이 돼가고 있다”면서 “학생들 가슴속에 있는 아름답고 벅찬 미래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현실로 가꿔가길 기대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이날 특강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KAIST 디스플레이 연구센터 3기 협약식도 진행됐다. 연구센터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디스플레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14년 출범한 연구 기관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석유화학 원료, 소재, 타이어의 대표 기업이 뭉쳐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학적 재활용 상업시설을 갖춘 SK케미칼과 글로벌 1위 타이어코드(소재) 기업 효성첨단소재, 국내 점유율 1위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삼각편대다. 갈수록 확대되는 전 세계 탄소감축 규제 속에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친환경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업종 3개 기업이 힘을 합친 것이다. SK케미칼, 효성첨단소재, 한국타이어 등 3사는 순환재활용 페트(PET)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재활용·재생 등 지속가능한 원료 비중이 45%인 타이어다. 최근 유럽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신뢰성 검증을 거쳐 최종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로 아이온은 해당 업체의 신차용 타이어로 장착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타이어 개발은 원료물질을 공급하는 화학업체와 이를 가공한 소재 기업,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 등 서로 다른 업종의 국내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아이온은 세 회사가 2년 넘게 협력한 끝에 만들어진 결실이다. 한국타이어가 먼저 유럽 완성차 고객사의 친환경 타이어 수요를 포착하고 국내 핵심 화학 및 소재 기업들에 협력을 타진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 타이어 수요는 커지고 있었고 한국이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힘을 합치게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 확대와 함께 타이어도 친환경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 환경 규제에 맞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저탄소 타이어 채택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의 적극적인 주문에 SK케미칼은 순환재활용 페트인 ‘스카이펫 CR’을 공급하고 효성첨단소재는 이를 원료로 고강도 타이어코드를 개발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는 섬유 재질의 핵심 소재다. 특히 전기차는 400kg이 넘는 배터리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무게를 버티기 위해 가볍고 내구성이 우수한 타이어코드가 각광받고 있다. 3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친환경 타이어 콘셉트나 시제품 용도가 아닌 완제품으로서 상용화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라고 강조했다. 분쇄, 세척 등 물리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화학적 재활용’은 분자를 분해하는 고난도 화학 기술이 요구된다. 그만큼 더 맑고 고품질인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서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 진출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콘티넨탈은 지속가능 원재료가 65% 담긴 울트라콘텍트 NXT 타이어를 출시해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양산에 들어갔다. 미쉐린도 2022년 친환경 소재 45%를 함유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내년부터 이를 자체 표준 타이어로 활용할 예정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타이어 성능에 준하는 정도로 친환경 타이어를 구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 타이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친환경 타이어 시장은 앞으로 10년 뒤 지금보다 2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6억8000만 달러(약 45조 원)에서 2033년 857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9.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기 침체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 등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술력’으로 차별화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며 살아나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924억 원을 조달한다고 4일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확보 재원의 32.2%인 4159억 원을 IT, 차량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사업 확대에 쓸 계획이다. 나머지는 생산 안정화 등 운영비 및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 조달 규모 확정에 앞서 진행한 우리사주 사전청약률은 120%에 달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초과 청약됐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는 내부 직원들의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선제적으로 실탄을 마련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앞으로 반등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올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수출액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1.1%, 12.1% 줄며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반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는 6.5% 늘어난 197억9300만 달러(약 26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을 이끌 핵심 원동력은 OLED로 특히 TV, 스마트폰, 노트북·태블릿 등 IT 기기 분야에서의 기대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하는 가운데 OLED TV는 전체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12.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TV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본격 뛰어든 것도 호재다. OLED T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필요한 패널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OLED를 공급받고 있다. 중소형 패널에서는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애플이 올해부터 아이패드 신제품에 OLED 화면을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LG 양사 모두 애플에 OLED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기술력 때문에 공급사는 (중국이 아닌) 국내 패널업체로 한정됐고 이에 따라 공급가액 역시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했다. 기기에 인공지능(AI)을 심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한국 고사양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 등 AI폰과 2024년형 LG 그램 및 갤럭시 북 등 AI노트북들이 올해 대거 출시되며 그동안 얼어붙었던 IT 기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월 31일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달 27일 기준 100만 대를 넘기며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단 기록을 세웠다. AI노트북인 갤럭시 북4 역시 국내 출시 두 달 만에 10만 대 넘게 팔리며 역대 최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TV에서 삼성이 LG OLED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노트북에서는 LG가 삼성 OLED를 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육아와 가사 때문에 그만두겠습니다.” 삼성전자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용 반도체 개발팀을 이끌던 손모 씨는 2022년 8월 회사에 이런 이유를 대며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해 9월 손 씨는 퇴사한 뒤 나흘 만에 미국 경쟁사 퀄컴으로 이직했다. 삼성이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해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손 씨가 이직한 지 6개월 뒤였다. 손 씨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기술 유출 우려로 미국 퀄컴 및 자회사 등 관련 회사에 이직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받은 건 지난해 11월, 이직 후 1년 2개월 만이었다. 핵심 기술을 넘기기엔 충분한 기간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내 대기업의 핵심 기술 인재를 포섭하려는 해외발 기술 유출 시도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퇴사자들이 ‘육아’ 또는 ‘협력사 이직’ 등으로 위장하는 탓에 기업이 해외로의 이직 사실을 알아차리긴 어렵다. 뒤늦게 이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더라도 법원 결정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기술 전문 인력을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사로 갑니다” 알고 보니 해외 경쟁업체로 3일 본보가 국내 대기업이 제기한 해외 전직 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판단한 결정문 3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직원들은 모두 거짓말로 둘러대고 해외 경쟁사로 이직했다. 직원이 퇴사한 후 법원이 ‘이직 금지’ 결정을 내리기까지 7∼14개월 걸렸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노무 전문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 해외 이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가처분 소송뿐”이라며 “일반적인 가처분 소송들은 보통 2, 3주 안에 끝나는데 전직 금지 가처분은 재판부가 판단에 신중을 기한다며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사업전략팀장이었던 추모 씨는 회사에 “협력업체에 이직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5월 퇴사했다. 하지만 추 씨가 LG디스플레이 고객사에 “제가 (중국 후발업체) TCL로 이직했고 곧 인사드리겠다”고 연락하면서 해외 이직 사실이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추 씨가 퇴사한 뒤 4개월 뒤에야 법원에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의 이직 금지 결정은 퇴사 후 7개월 뒤에 나왔다. LG디스플레이 해외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각종 판매 및 기술정보를 관리하던 김모 씨는 “자녀 교육 문제, 노후 대책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지난해 1월 퇴사했다. 하지만 역시 고객사에 “TCL로 이직한다”고 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8월에야 이직 제한 결정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직한 직원이 해외 경쟁사로 갔는지 그곳에서 뭘 하는지 아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경쟁사의 관계사나 손자회사 같은 곳으로 가면 더더욱 추적도 어렵고 법망을 피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가처분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법원이 전직 제한 기간을 1, 2년밖에 두지 않기 때문에 이미 전직 제한 기간이 소용없게 돼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술 유출 관련 전직 금지 가처분의 경우 해당 근로자가 다루던 기술이 실제 보호 대상인지를 따지는 데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 재판부가 심리에 신중을 기해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정부 인력관리 제도 감감무소식 이날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지난해) 12월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전문 인력을 지정하고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전문 인력’으로 지정된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 유출 방지, 해외 이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보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전략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면 정부에 해당 전문 인력의 출입국 정보 제공을 신청해 받을 수도 있지만 답보 상태다. 앞서 정부는 2021년 12월에도 국가 핵심기술 인력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출입국 모니터링 등 이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제도 역시 개인정보 및 직업 자유의 침해 등 문제로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 수렴 및 신청 절차를 거쳐 올 상반기(1∼6월) 내 전문 인력을 1차 지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적거리는 한국과 달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인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심 기술 보유자가 중국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심사 및 허가를 받도록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00만 대만달러(약 4억2000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변호사)는 “미국도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정보·수사 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인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고 전 세계 각국이 특히 중국을 겨냥한 대응에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기술 유출은 대부분 인력 유출에서 시작되는 만큼 국가 경쟁력 보호를 위한 인재 관리는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며 핵심 인재들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년만 못한 성과급 등 처우 불만에 해외 경쟁사로 이직할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2023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기술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인력 이동’을 꼽았다. 반도체 분야 기업은 47.1%, 디스플레이 기업은 56.4%가 이같이 답했다. 1년 전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각각 17%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재계에서는 올해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력 유출 위험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 1월 2023년도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연봉의 0%로 확정했다. 전년도에 50%가 지급된 것과 대비된다. 아직 노사 협의가 끝나지 않은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탓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직원들의 자발적 이직과 경쟁 회사의 스카우트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특히 반도체 등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성과급이 바닥을 치며 국내 인재들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당장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