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진

최훈진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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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건축디자인 기사를 씁니다. 많이 보고, 듣고, 묻고 쓰겠습니다.

choigiza@donga.com

취재분야

2024-08-28~2024-09-27
사회일반57%
교육17%
보건13%
정치일반7%
사건·범죄3%
기획3%
  • BTS 지민 ‘셋 미 프리…’ 110개국 아이튠스 1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28·사진)이 발표한 첫 솔로앨범 선공개곡 ‘셋 미 프리 파트2’가 110개국 아이튠스 ‘톱 송’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빅히트뮤직이 19일 밝혔다. ‘셋 미 프리 파트2’는 아픔, 슬픔, 공허함을 떨치고 자유롭게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힙합 장르 곡이다. 지민은 이 노래가 포함된 첫 솔로앨범 ‘페이스’를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팬데믹 기간에 그가 느낀 다양한 감정을 앨범에 진솔하게 담아냈다. 앨범 발표에 앞서 지민은 23일(현지 시간) 방영되는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진행자 지미 팰런과 솔로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24일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앨범의 퍼포먼스 무대를 처음 공개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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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팰트로, ‘뼛국물-원시인 식단’ 공개했다 역풍

    “첫 끼로 뼈를 끓인 국물을 먹고, 이른 저녁에는 ‘팔레오 다이어트’(원시인 식단)를 고수해요. 하루동안 많은 야채를 먹죠. 야채 섭취는 해독을 돕는 데 정말 중요해요.” 미국 배우 귀네스 팰트로(51)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건강 비결로 뼛국물과 야채 위주의 다이어트 식단을 소개했다가 섭식 장애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팰트로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기능의학 전문가인 윌 콜 박사가 건강을 주제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건강을 유지하는 기술’에 출연해 자신의 웰빙 습관을 소개했다. 그는 “혈당을 급상승시키지 않기 위해 아침으로 커피나 레몬 등을 넣은 샐러리 주스를 마신 뒤 1시간 동안 운동한다”며 “점심에는 수프와 뼈를 끓인 국물을 즐겨 먹는다”고 밝혔다. 이어 “저녁 식사는 오후 6시 반쯤 먹고 다음 날 낮 12시까지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했다. 그는 저녁식사 식단으로 ‘팔레오 다이어트’를 언급했다. 이른바 ‘원시인 식단’ ‘구석기 식단’으로 불리는 이 식단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야채나 단백질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말한다. 특히 탄수화물은 포함시키지 않는 식단으로 알려져 있다. 팰트로가 출연한 영상이 확산되자 “정상이 아니다” “웰빙이 아니라 섭식 장애”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 칼럼니스트 메건 매케인은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은 사이비 웰빙과 굶주리는 다이어트에 지쳤다”며 “팰트로는 소위 웰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구프’를 만들어 수백만 달러를 벌고 있는데, 나는 그런 건 사지 않겠다”고 비꼬았다. 6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영양사인 로런 캐딜락은 팰트로의 식단을 가리키며 “부디 당신의 건강을 위해 유명인의 얘기를 듣고 따라 하기를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팰트로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랫동안 코로나19를 앓아서 염증 수치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며 “식단을 통해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음식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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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돌아갈 곳이 없어요”… 연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포기를 모르는 어종이 있다. 드넓은 바다에 살며 몸을 살찌우다가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다. 연구자들은 연어가 더 많은 먹이를 찾기 위해 서식지 이동을 택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연어의 회유(回游)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다. 바다로 나갈 때는 포식자를 속이기 위해 피부색을 바닷물고기처럼 바꿔야 하고 강보다 짠 바닷물에 서식하려면 몸의 생화학적 구성도 조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꿋꿋이 회유하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북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등 연어잡이 문화권에서는 회유하는 첫 연어를 잡으면 감사를 표하는 의식을 치렀다. 1997년 논픽션 ‘대구’를 펴내 반향을 일으킨 저자가 2020년 발간한 책이다. 연어를 중심으로 생태계 등 다양한 주제를 가독성 있게 풀어냈다. 연어는 회유 과정에서 길을 잃더라도 새로운 장소를 서식지로 삼아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연어과 어류의 다양성이 풍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만 년 전 대서양과 태평양을 헤엄치며 오가던 연어는 바다가 얼어붙자 각 바다의 특성에 맞춰 살모(Salmo) 속(대서양연어)과 옹코링쿠스(Oncorhynchus) 속(태평양연어)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오늘날 연어의 수는 형편없이 줄었다. 저자는 연어 개체 수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을 두루 짚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848년 사금 발견으로 시작된 금광 개발로 강바닥에 모래진흙이 쌓였다. 연어가 산란할 때 필요한 자갈 바닥은 사라졌고, 아가미로 들어간 진흙 탓에 물고기가 질식했다. 금이 발견된 지 5년이 지나자 새크라멘토강을 찾아오던 봄 연어 떼는 자취를 감췄다. 20세기 세계 각지에 건설된 수많은 댐은 지금도 연어의 회유를 막고 있다. 급속히 진행된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바다의 염분을 낮췄고, 바다의 온도와 염분 농도를 통해 생애 주기 단계를 감지해온 연어는 혼란에 빠졌다. 대서양 연어의 개체 수는 학자들이 멸종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150만 마리 수준으로 추정된다. 19세기부터 각국이 부화시킨 연어 치어를 방류해 급감한 개체 수를 메우고자 했지만 학자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서식지를 되살리는 근본적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연어 양식은 대기업이 벌이는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했다. 노르웨이는 1970년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연어 양식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1997년 양식 연어의 생산량은 자연에 사는 연어의 어획량을 처음 넘어섰다. 오늘날 식탁에 오르는 연어 대부분은 양식 연어다. 연어 양식은 물고기의 배설물로 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식 물고기가 양어장을 탈출해 야생 물고기와 섞이는 문제도 있다. 21세기 들어 캐나다 프레이저강을 찾는 연어의 수가 급감했다. 이는 양어장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야생 연어들이 감염된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되기도 했다. 저자가 극작가, 어부, 항만 노동자,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만큼 다루는 얘깃거리도 풍부하다. 문화·지역별 연어 요리 레시피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저자는 강과 바다를 오가며 서식하는 연어가 사라진다는 건 지구의 생존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묻는다. “물고기가 울 때 누가 그 소리를 듣는가?”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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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모더니스트’ 이상의 일본어 詩 67년만에 재번역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이상(본명 김해경·1910∼1937)이 작품 활동 초기 일본어로 쓴 시 28편을 다시 번역해 엮은 시선집 ‘영원한 가설’(읻다)이 최근 출간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로 일했던 이상은 1931∼1932년 건축 전문 잡지 ‘조선과 건축’ 만평란에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의 유희―’ 등의 시를 일본어로 연재했다. 과거에도 번역본이 있었지만 “21세기 언어로 한 해석과 번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김동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다시 번역했다. 1956년 문학평론가 임종국(1929∼1989)이 처음 번역해 ‘이상전집’(3권)으로 펴낸 지 67년 만이다. 김 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번역 전집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 작업과 적극적 의역이 이뤄진 반면 이번 작업에서는 주석을 배제하고 일본어 시 원문을 면밀히 고증해 가능한 한 직역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번역의 틀에 갇히지 않고 시를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거 번역본은 일본어 세로쓰기 원문처럼 띄어쓰기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선 이상이 띄어쓰기 생략을 의도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당시 표기 관행을 따른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판단하에 오늘날 표기법처럼 띄어쓰기를 모두 살렸다. 옛 어투는 현대어로 바꿨다. 과거 번역본에서 “基督의貨幣는보기숭할지경으로貧弱하고해서”(‘두 사람…2…’ 중)는 “그리스도의 화폐는 볼품없을 정도로 빈약하여”로 번역했다. “慈善家로서의여자는한몫보아준心算이지만”(‘광녀의 고백’ 중)은 “자선가로서의 여자의 발벗고 나설 심산으로”로 바꿨다. “이러구려數字의COMBINATION을忘却하였던”(‘LE URINE’ 중)은 “숫자의 COMBINATION을 그럭저럭 망각하고 있었던”으로 어순을 바꿔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했다. 새로운 번역출간을 제안한 출판사 ‘읻다’의 김현우 대표는 “당시 문인 가운데 이중 언어(일본어, 조선어)로 시를 발표하며 일본 시인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준 이는 이상이 유일하다”며 “한국 근대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이상의 시가 오늘날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길 바란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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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개 역사단체 “정부 배상안, 헌법 정신 위배” 철회 요구

    역사 관련 49개 학회와 단체들이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해 “헌법 정신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은 15일 성명서를 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난 70여 년 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규명하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도 같은 정신에서 나왔다”면서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은 침략과 강권의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이번 배상안은 3·1운동과 헌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류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노력했다”면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명시했던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은 과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팽창 정책이 인류 문명에 심각한 위협이었음을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배상안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반인도적 행위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독립선언서에서 언급했듯 후대에 ‘괴롭고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정부는 배상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바”라고 전했다. 최훈진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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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 태평양전쟁 패배 직전 한반도서 자살공격기 500대 편성”

    “특공 공격으로 적의 상륙 선단을 격멸한다.”(일본군의 ‘결호·決號 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 중) 일본이 태평양전쟁(1941∼1945년) 패배 직전 한반도에서 ‘특공기 500대’를 이용한 가미카제(神風) 자살 공격으로 미군의 상륙 함정에 타격을 줘 진공을 막으려 했다는 논문이 나왔다. 결호 작전은 전쟁 말기 일본군이 일본 열도와 한반도의 방어를 위해 수립했던 전략이다.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학회지 ‘한국근현대사연구’ 3월호에 게재 예정인 논문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의 한반도 내 항공기지 건설과 의미’에서 당시 한반도 내 일본의 육·해군 항공기지 47곳의 건설 배경과 실태 등을 고찰했다. 논문은 전쟁 말기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 참모를 지낸 우에히로 지카다카(植弘親孝)의 회고록을 비롯해 일본이 패전 뒤 작성한 방위성 소장 ‘연합군 사령부 질문에 대한 회답’ 문서철 등 그간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료들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에 주둔했던 일본 육·해군은 1945년 ‘최후 결전’을 위해 작전과 지휘 체계를 조율하면서 ‘결호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 문건을 작성했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가 소장한 이 문서철에서 발견된 별지 ‘일본 육군의 항공병력 배치 및 운용계획’에 따르면 제5항공군에 속한 항공기 700대 가운데 약 500대가 특공기(자살 공격기)로 편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연구위원은 “1943년까지만 해도 한반도 내 일본군 비행장의 주목적은 교육과 훈련이었으나, 전쟁의 판도가 열세로 뒤집히자 일제는 한반도를 수백 대의 자살 공격기가 발진하는 ‘죽음의 전장’으로 만들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제는 미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조선에 비행장도 신설했다. 미군의 상륙이 가시화된 1944년 10월부터 1945년 4월 사이 부산 해운대, 전북 무안, 제주 등 총 9개 지역에 비행장을 신설했고, 대전과 울산 등지의 기존 비행장도 증설했다. 1945년 5월에는 전주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등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닉 비행장을 짓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종전 직후 일본 복원청이 생산한 문서인 ‘비행장기록’과 우에히로의 회고록에 나온다. 일제는 항공기지 시설 건설 및 증설을 위해 수많은 조선인 청년을 부대원으로 충원했다. 전쟁 말기에는 야전비행장설정대가 편성되기도 했다. 일제가 가미카제용 특공기를 은닉할 엄체(掩體)를 조선에 총 200개 마련하려던 계획도 ‘결호병참준비요강’을 통해 확인됐다. 엄체는 적의 사격이나 폭격으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나 벽돌 등으로 벽과 지붕을 두껍고 견고하게 만든 설비다. 또 일본 방위성에 소장된 문건 ‘육군비행장 요람’에는 당시 일본군이 비행장 한 곳당 엄체를 많게는 46개나 건설하려 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 문건에는 육군 항공기지의 위치, 비행장 도면, 엄체 개수 등이 수록돼 있다. 엄체는 건설 도중 중단된 것도 적지 않지만 제주, 전남 무안, 경남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도 30여 개에 이른다. 조 연구위원은 “전국에 산재한 엄체 유적을 통해 일제의 계획이 상당 부분 실행에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며 “한반도와 조선인은 ‘본토결전’의 인질로 사로잡힌 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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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태평양전쟁 당시 日, 한반도에 가미카제 특공기 500기 운용 계획

    “특공 공격으로 적의 상륙 선단을 격멸한다.”(일본군의 ‘결호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 중) 일본이 태평양 전쟁(1941~1945) 패배 직전 한반도에서 특공기를 500기를 이용한 ‘자살 공격’(가미카제·神風)으로 미군의 상륙 함정에 타격을 주고 진공(進攻)을 막으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일본 방위성 자료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결호(決號) 작전은 전쟁 말기 일본군이 일본 열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의 방어를 위해 수립했던 전략이다.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학회지 한국근현대사연구(3월호)에 실릴 논문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의 한반도 내 항공기지 건설과 의미’에서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기지 총 47개소의 건설 배경과 추이, 실태와 의미 등을 고찰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전쟁 말기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 참모를 지낸 우에히로 치카다카(植弘親孝)의 회고록을 비롯해 일본 방위성이 소장하고 있는 ‘연합군 사령부 질문에 대한 회답’ 문서철 등 그간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료들까지 분석했다.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기지는 1920년 이른바 ‘간도침공’(일본군이 북간도 한인 37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위해 함경북도 회령에 처음 건설됐다. 하지만 실제로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부대와 기지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건 1941년부터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에히로는 한반도 내 항공기지 건설을 세 시기로 구분했다. 일본군은 1944년 말까지 대소·대미 작전 준비를 병행하다 1945년부터 미국 상륙을 대비한 항공기지를 집중 건설하고, 중국 전선에 주둔했던 제5항공군을 한반도에 이전시켰다. 이와 함께 하늘에서 활주로와 엄체 등이 잘 눈에 띄지 않도록 은닉 비행장(밀양, 전주 등)들을 지었다. 한반도 내 항공기지가 집중 건설된 1944년 신의주·수원·목포 등 9개 지역에 비행장이 신설됐고, 여의도·대전·울산 등지에 기존 비행장이 증강됐다. 한반도에 주둔한 일본 육·해군은 1945년 최후 결전을 위해 작전과 지휘 체계를 조율해야만 했다. 이때 작성된 문건이 ‘결호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이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가 소장한 이 문서에서 발견된 별지 ‘일본 육군의 항공벽력 배치 및 운용계획’을 보면 제5항공군에 속한 항공기 700기 가운데 약 500기가 특공기로 편성돼 있다. 같은 문서철 안에서 발견된 ‘결호병참준비요강’에는 조선 내 총 200개소의 엄체(掩體) 정비 계획이 확인된다. 엄체는 적의 사격이나 폭격으로부터 인원과 장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나 벽돌 등으로 벽과 지붕을 두껍고 견고하게 만든 설비다. 미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일본은 조선에 가미카제용 특공기를 은닉할 엄체의 정비 계획을 세웠지만 완수되지는 않았다.제주, 군산,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엄체는 약 20개소에 이른다. 조 연구위원은 “일제는 한반도를 수백 기의 자살 공격기(특공기)가 발진하는 죽음의 전장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면서 “전국에 산재한 엄체 유적을 통해서도 이 계획이 상당 부분 실행에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와 식민지 조선인은 ‘본토결전’의 인질로 사로잡힌 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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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빛 바랜 기억 속의 우리 엄마들

    마을 사람의 반 이상이 죽어 나가던 전쟁 시절, 소설 속 나의 할아버지는 용케 살아남았다. 할아버지를 찾겠다고 죽창과 총을 든 무리가 집에 찾아오면 어김없이 할머니 기길현이 나섰다. 자식을 굶기는 한이 있어도 떡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돌리며 살뜰히 챙겼던 할머니. 그녀의 인심 덕분에 할아버지는 화를 면했다. 표제작인 ‘반에 반의 반’에서 큰아버지가 나에게 들려준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일화다. 2000년 등단 후 독창적인 여성 미학을 보여 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이다. ‘엄마도 아시다시피’(문학과지성사·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여성을 소재로 한 9개 단편을 묶어 펴냈다. 누구나 엄마에 대한 특별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반에 반의 반’은 독자들이 간직하고 있을 엄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작품에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는 정육 기계점을 운영하는 큰아버지를 찾아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가족들은 어느 여름날 계곡에서 알몸이 드러나도록 옷을 훌훌 벗어던진 채 어린아이처럼 물장구치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하지만 큰아버지의 머릿속엔 동네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심을 베풀고, 결국 그 덕에 환란 속에서도 집안과 자식을 지킨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다. “어머니는 믿고 있었던 거지. 그 떡이 언젠가 큰 힘이 되리라는 걸.” 큰아버지의 기억 속 엄마는 역사적인 위기 상황에 지혜로운 처세로 집안을 살린 어른이었다. ‘아버지가 되어주오’는 남편을 ‘그의 아버지가 될 정도로’ 사랑한 여성을 소재로 했다. 소설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위장 이혼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작품 속 나는 스물두 살에 자신을 낳고 평생 권위적인 아버지와 사느라 희생한 엄마에게 ‘진짜 이혼’을 권한다. 하지만 엄마는 “넌 네 엄마 인생이, 그렇게 정리되면, 좋겠니?”라며 지독한 가난과 폭력적인 부모 아래서 성장한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을 듬뿍 받고 유복하게 자란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세상을 품고, 그의 아버지가 되어 그를 키웠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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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채호가 본 민중은 스스로 각성하는 혁명의 주체”

    “패군지장(敗軍之將) 망국지민(亡國之民)으로 이미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지 오랜 저는 십 년간을 정처 없이 방랑하여 뱁새같이 잠자고 두더지같이 마시면서 구차히 쇠잔한 목숨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분연히 일어나 붓을 내던지고 몇몇 열사와 함께 나라를 위해 죽음으로써 적과 싸우기를 기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하고, 어느덧 천한 나이 사십이 지났습니다.” 민족주의 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1880∼1936·사진)가 1922년 가을 중국 공산당 창당 멤버 중 한 명인 리다자오(李大釗·1889∼1927)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편지는 당시 중국 베이징에 머물던 단재의 궁핍과 민족운동의 좌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재는 ‘시경(詩經)’의 시(수리도 솔개도 아닌데 어찌 하늘에 날아오르고/잉어도 다랑어도 아닌데 어찌 연못에 들어가 숨겠는가)를 인용하며 “하염없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고 했다. 신채호가 쓴 조선혁명선언 100주년을 맞아 학계에서 선언의 배경과 의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선언은 일본의 ‘강도정치’가 ‘2000만 조선 민중’의 생존권과 자유를 유린·말살해 왔고, ‘민족 생존’을 유지하려면 “혁명 수단으로 강도 일본을 살벌(殺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월간순국’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선언을 쓸 당시 단재의 고뇌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분석했다. 도 교수에 따르면 단재는 무정부주의 독립운동가 류자명을 통해 중국의 아나키스트를 만났고, 루쉰 등 중국의 혁명적 지성인들도 접하게 됐다. 편지는 그때 만난 리다자오에게 썼지만 실제 보내지지는 않았다. 단재는 무장 전투가 자신과 같은 글쟁이(유생·儒生)에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1922년 지은 시 ‘가을밤 회포를 적음’에서는 “무디어진 붓을 들고 청구(靑丘) 역사 끄적이네”라며 ‘검’을 버리고 ‘붓’으로 돌아온 회한을 노래했다. 도 교수는 “단재는 늘 ‘붓’과 ‘검’ 사이에서 갈등했고, 검이든 붓이든 투쟁을 찬양했다”고 설명했다.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 무력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의 단장 김원봉(1898∼1959)이 단재를 찾아온 건 단재가 이 같은 글을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22년 12월이다. 김원봉은 실의에 빠졌던 단재를 찾아와 선언문 작성을 요청했고, 마음을 다잡아 글을 쓴 단재는 의열단의 ‘조선혁명선언’을 1923년 1월 28일 발표했다. 김기승 순천향대 국제문화학과 명예교수는 ‘월간순국’에 기고한 글에서 “신채호는 1919년 3·1운동 이후 임시정부 활동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의열 투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서 “조선혁명선언에서 민중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폭력적 실천으로 스스로 각성되는 민중혁명의 주체로 선언됐다”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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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 김성수의 삶, 판소리-희곡으로 엮은 책 ‘건국영웅’ 출간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의 삶을 판소리와 희곡으로 만든 책 ‘건국영웅’(춘추관·1만5000원·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장편소설 ‘하의도’(2017년) 등을 쓴 김남채 작가(79)가 인촌의 삶을 소재로 2019년 장편소설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를 쓴 지 4년 만에 새로운 장르로 다시 펴냈다. 김 작가는 8일 전화 통화에서 “인촌 선생은 공선사후(公先私後)를 신조로 민족 산업과 언론, 교육에 자산을 과감히 투척했다”며 “관객 앞에서 판소리로 인촌의 진가를 알리고,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은 173쪽으로, 판소리와 희곡 2가지 작품으로 각각 구성됐다. 판소리는 인촌이 평생의 지기 고하 송진우 선생(1890∼1945)과 함께 일본으로 가 신학문을 공부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았다. 희곡은 광복 이후를 다뤘다. 김 작가는 “대한민국을 건국했던 인촌의 활동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인촌의 희생적 활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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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김광림 시인처럼 亞 시단 교류 힘쓸것”

    “아버지(김광림 시인)의 뒤를 이어 1980년대 돈독했던 한국과 대만, 일본 시인들의 관계를 되살리고 싶습니다.” 대만 현대시인협회장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상호 대만 슈핑과기대 교양학부 교수(62)가 최근 선출됐다. 김 교수는 8일 전화 통화에서 “대만, 일본 시인들과 형제처럼 지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30년간 대만 시인들과 많이 교류했더니 회장이 됐다”며 “재임 기간 아시아 시단의 교류에 적극 나설 시인들을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회장 임기는 3년이다. 중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인 김 교수는 경기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대만으로 유학 가 중산대에서 중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에 정착했다. 2000년 7월 대만 현대시인협회 창립 때부터 회원으로 활동했다. 한국 국적인 김 교수를 위해 협회는 대만 국적자가 아니어도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회칙을 바꿨다. 김 교수는 “대만 현대시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는 28대 한국시인협회장(1992∼1994)을 지낸 김광림 시인(94)의 아들이다. 김 시인은 1981∼1993년 대만 시인 천첸우(陳千武·1922∼2012), 일본 시인 다카하시 기쿠하루(高橋喜久晴·1926∼2008)와 함께 아시아현대시집 시리즈 출간을 주도하며 아시아 시단 교류의 첫 단추를 끼웠다. 김 교수 역시 한국에서 아시아 문예지를 발간하는 ‘푸른세상’과 대만현대시인협회를 연계해 2013년부터 해마다 ‘아시아 시 감상축제’를 개최해 왔다. 2006년 김 시인의 시선집 ‘반도의 아픔’, 2013년 문덕수 시인(1928∼2020)의 시선집을 각각 대만과 중국에 번역 출간했고, 국내에는 천첸우 시인의 시집을 번역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11년 병중에 있던 천 시인를 보러 대만에 오신 아버지가 서로 다신 못 볼 거란 생각에 하염없이 손을 흔들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1905∼1928) 연구회장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올해 5월 조 의사와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 대한독립 4대 의사를 조명하는 학술회의를 한국외국어대에서 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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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이어 돈독했던 한국, 대만, 일본 시인 관계 되살릴 것”

    “아버지(김광림 시인)를 이어 1980년대 돈독했던 한국과 대만, 일본 시인들의 관계를 되살리고 싶습니다.” 최근 대만 현대시인협회장으로 선출된 김상호 대만 슈핑과기대 교수(62·사진)는 8일 전화 통화에서 “대만, 일본 시인들과 형제처럼 지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저도 대만 시인들과 교류를 많이 했더니 이렇게 회장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28대 한국시인협회장(1992~1994년)을 지낸 원로 김광림 시인(94)의 아들인 김 교수는 1988년 유학을 계기로 대만에 정착한 뒤 2000년 7월 대만 현대시인협회 창립 때부터 활동한 멤버 중 한 명이다. 한국 국적인 그를 위해 협회는 대만 국적자가 아니어도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회칙을 바꿨다. 덕분에 협회 창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협회장이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김 교수는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대만 현대시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부담도 된다”며 웃었다. 그는 아시아 시단 교류의 첫 단추를 뀄던 아버지 김 시인을 따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김 시인은 1980년 일본 도쿄에서 제1회 아시아시인 회의에 참석한 뒤 1981~1993년 대만 시인 천첸우(陳千武·1922~2012), 일본 시인 다카하시 기쿠하루(高橋喜久晴·1926~2008)와 함께 아시아현대시집을 출간했다. 1997~2006년에는 동아시아 시서전(詩書展) 개최에 힘을 모아 아시아 시단의 교류의 활성화를 꾀했다. 김 교수 또한 국내에서 아시아문예지를 발간하는 ‘푸른세상’과 대만현대시인협회를 연계해 2013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까지 해마다 ‘아시아 시 감상축제’를 개최해왔다. 올 10월에는 서울에서 축제가 열린다. 그는 “아버지께서 2011년 병중에 있던 천첸우 시인을 보기 위해 대만에 마지막으로 오셨는데, 두 분이 서로 다신 못 볼 거란 생각에 하염없이 손을 흔들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회장 재임 기간 아시아 시단의 교류에 적극 나설 시인들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꾸준히 한국과 대만에서 양국의 시집을 번역 출간하는 등 가교 역할도 해왔다. 그는 2006년 김 시인의 시선집 ‘반도의 아픔’, 2013년 문덕수 시인(1928~2020)의 시선집 ‘문덕수 시선’을 대만과 중국에서 각각 번역 출간했다. 국내에는 천첸우 시인 등 대만 시인의 시집을 번역해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은 100년 전부터 비슷한 역사를 겪어 그런 현실이 반영된 목소리가 담긴 시가 많은 반면, 일본은 서정시가 주를 이룬다”면서 “한번은 일본 시인이 ‘쓸 게 많아 좋겠다’는 농담을 던져 속으로 참 괴로워 ‘쓸 것 없어도 좋으니 그런 역사를 안겪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받아친 기억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28년 대만 타이중 역전에서 일본 왕족 구니노미야 구니요시(久邇宮邦彦)를 척살한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1905~1928) 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2005년 대만 역사사전을 보다 일본의 시각으로 왜곡된 내용이 있어 ‘뒤집어 놔야겠다’고 결심한 뒤 타이중 시정부와 싸워 2018년 조 의사 거사 장소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면서 “올 5월에는 한국외대에서 대한독립 4대 의사인 안중근(1878~1910), 조명하, 이봉창(1901~1932), 윤봉길(1908~1932)을 조명하는 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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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번역 신인상, 올해부터 “기계와 공동번역 불가”

    “기계와의 공동 번역은 불가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조만간 발표할 ‘2023 한국문학번역상 번역신인상’ 공모 요강에 이 같은 요건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으로 번역신인상 응모자는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작품을 제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번역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1일 열린 번역신인상 제도 개선 자문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번역원은 ‘기계와의 공동 번역’ 불허 방침에 대해 “신진 번역가를 발굴하고, 이들이 번역을 지속할 계기를 제공하자는 상의 취지에 맞게 윤리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번역신인상은 번역가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인 만큼 AI 번역은 배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응모 요건 개정은 2022 번역신인상 웹툰 부문 수상자인 일본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 씨가 수상 작품(국내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 번역에 AI 번역기인 ‘파파고’를 일부 활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이뤄졌다. 당시 마쓰스에 씨는 “파파고는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을 뿐이고, 논문 자료 등을 조사해 맥락을 파악한 뒤 작품 흐름에 맞춰 번역했다”고 해명했다. 번역원도 재심을 거쳐 마쓰스에 씨의 수상을 그대로 인정했다. 번역원은 “외부 자문위원 3명으로 구성된 재심의위원회의 검토 결과 (마쓰스에 씨의 번역 작품에는) 한국의 전통 무속문화를 알기 위해 자료 조사를 풍부하게 하고 과도한 의역을 삼가기 위해 반복해 수정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문화적 이해를 하기 위해 애썼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논란을 계기로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외부 자문단 회의를 거쳐 AI 번역기를 사용한 작품의 출품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요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번역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AI 번역을 배제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응시자가 AI 번역기를 사용한 후 여러 번 다듬어 티가 나지 않는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번역원은 5월 26일 ‘AI 번역 현황과 번역의 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AI 번역의 수용 범위와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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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신인상 응시 자격에 ‘기계와의 공동번역 불가’ 추가

    “사람 또는 기계와의 공동 번역은 불가하고 타의 작품 표절이 확인되는 경우 수상을 취소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이번 주 내 발표할 2023 한국문학번역상 번역신인상 공모 사업요강에 이 같은 내용의 응시 자격 요건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으로 번역신인상 응모자는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작품을 제출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번역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1일 진행된 번역신인상 제도개선 자문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번역원은 ‘기계와의 공동 번역’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방침에 대해 “가능성 있는 신진 번역가를 발굴하고, 이들이 번역을 지속할 계기를 제공하자는 상의 취지에 맞게 윤리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일본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씨가 작업 과정에 AI 번역기인 파파고를 일부 활용한 번역 작품으로 2022 번역신인상 웹툰 부문을 수상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AI 번역의 허용 범위에 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번역원은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자문단 회의를 거쳐 신인번역상 응시 자격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번역원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마쓰스에 씨의 수상은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번역원은 “번역원의 외부 자문위원 3명으로 구성된 재심의위원회의 검토 결과 (마쓰스에씨 응모작에는) 한국의 전통 무속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풍부한 자료조사와 과도한 의역을 삼가기 위한 반복 수정 등 상당한 노력과 문화적 이해가 반영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또 이번 사안을 계기로 5월 26일 ‘AI번역 현황과 번역의 미래’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어 AI번역의 수용 범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신인번역상 요강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번역가)는 “번역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AI번역을 배제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응시자가 AI번역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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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이제 넌 내 곁에 없지만, 이 슬픔도 지나가겠지?

    조이에게는 보랏빛 작은 물고기 친구 베타가 있다. 조이는 어항 속 베타의 곁에서 늘 책을 읽고, 간식을 먹고, 창밖을 봤다. 베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어느 날 조이가 집에 오니 베타가 사라졌다. 아빠는 베타가 죽어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조이의 마음은 소용돌이친다. “마음속이 새카매졌어.” 조이는 이 기분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슬퍼지고 눈물이 났다. 조이는 “이런 기분이 계속되는 걸까?”라고 묻는다. 영원히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날 조이는 꿈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눈물 속을 헤엄쳐 찾아온 베타였다. 조이는 꿈속에서 베타와 함께 창밖을 본다. 가득 찼던 슬픔이 마르고, 다 마를 때까지. 조이는 더 이상 슬픔이 두렵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맞게 된 소중한 친구와의 이별을 그렸다. 언제나 함께할 줄 알았던 베타의 죽음으로 조이가 느끼는 슬픔, 충격, 혼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꿈속으로 찾아온 베타를 만나고 슬픔을 이겨낸 조이는 들판에 핀 보랏빛 꽃을 보며 미소 짓는다. 슬픔아, 안녕.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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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의식 속 ‘지위 욕구’가 당신을 움직이고 있다

    1980년 4월 9일 영국 웨일스의 한 학교 운동장. 보육원에서 막 도망쳐 나온 두 10대 소년 벤과 브라이언이 있다. 벤은 운동장에 쌓여 있는 부서진 가구로 장난을 치다가 의자를 내리쳐 브라이언을 살해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벤에게 교도소는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 안에서 학업에 열중해 형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감옥의 변호사’가 되어 재소자들을 도왔다. 명성을 얻게 된 그는 가석방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부했다. 2012년 47세가 돼 출소한 그는 절망했다. “교도소에서는 제 자리가 어디쯤인지 알았어요. 지금 전 완전히 길을 잃었어요. 완전히 무너졌어요.”저자가 인간의 지위 욕구를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다. 교도소에서 변호사라는 독보적 지위를 누린 그가 자유를 얻고도 불행에 빠진 건 그를 우쭐하게 만들어줬던 지위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 인간은 행복이나 자유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저자는 실제 우리 내면이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더 나은 지위’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뇌과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오가며 인간의 행동 메커니즘을 ‘지위를 얻기 위한 게임’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지위 욕구의 근원을 수만 년 전 부족 단위로 수렵·채집을 하며 산 인류의 역사에서 찾는다. 오래전 삶의 양식에 맞춰 진화해온 우리 뇌는 예나 지금이나 높은 지위를 가질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낳고 풍부한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위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이야기 속 ‘영웅’이라고 스스로를 의식한다. 신경과학자들이 ‘해석자 모듈’이라고 부르는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자각, 기억 등을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지위 욕구를 채우며 사는 게 아니라, 좀 더 원대한 삶의 가치를 지향하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면 게임의 존재 자체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게임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위 욕구의 노예가 된 극단적 사례도 다뤘다. 연쇄살인마 3명과 아돌프 히틀러다. 연쇄살인범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들이 유년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모욕감을 겪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욕감은 지위와 지위를 얻는 능력을 박탈당한 상태다. 저자에 따르면 살인범들은 힘이나 두려움을 무기로 자신이 박탈당한 지위를 차지하고자 범행을 저지른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바라본다.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모욕감을 이용해 지위 게임을 벌여 국민을 선동했다는 분석이다. 전쟁 전 부유하고 발전했던 국가인 독일은 패전 후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식민지를 포기해야 했으며 강대국 서열에서 밀려났다. 시대가 변할 때마다 지위의 상징은 늘어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상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경쟁한다. 더 나은 지위를 얻기 위해 계속 발버둥쳐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지위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승리해서도 안 된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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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졌던 본능 ‘지위 욕구’를 파헤친다…“우리 삶은 지위 얻기 위한 게임”

    1980년 4월 9일 영국 웨일스의 한 학교 운동장. 보육원에서 막 도망쳐 나온 두 10대 소년 벤과 브라이언이 있다. 벤은 운동장에 쌓여 있는 부서진 가구로 장난을 치다가 의자를 내리쳐 브라이언을 살해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벤에게 교도소는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 안에서 학업에 열중해 형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감옥의 변호사’가 되어 재소자들을 도왔다. 명성을 얻게 된 그는 가석방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부했다. 2012년 47세가 돼 출소한 그는 절망했다. “교도소에서는 제 자리가 어디쯤인지 알았어요. 지금 전 완전히 길을 잃었어요. 완전히 무너졌어요.” 저자가 인간의 지위 욕구를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다. 교도소에서 변호사라는 독보적 지위를 누린 그가 자유를 얻고도 불행에 빠진 건 그를 우쭐하게 만들어줬던 지위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 인간은 행복이나 자유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저자는 실제 우리 내면이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더 나은 지위’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뇌과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오가며 인간의 행동 메커니즘을 ‘지위를 얻기 위한 게임’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지위 욕구의 근원을 수만 년 전 부족 단위로 수렵·채집을 하며 산 인류의 역사에서 찾는다. 오래전 삶의 양식에 맞춰 진화해온 우리 뇌는 예나 지금이나 높은 지위를 가질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낳고 풍부한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위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이야기 속 ‘영웅’이라고 스스로를 의식한다. 신경과학자들이 ‘해석자 모듈’이라고 부르는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자각, 기억 등을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지위 욕구를 채우며 사는 게 아니라, 좀 더 원대한 삶의 가치를 지향하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면 게임의 존재 자체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게임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위 욕구의 노예가 된 극단적 사례도 다뤘다. 연쇄살인마 3명과 아돌프 히틀러다. 연쇄살인범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들이 유년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모욕감을 겪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욕감은 지위와 지위를 얻는 능력을 박탈당한 상태다. 저자에 따르면 살인범들은 힘이나 두려움을 무기로 자신이 박탈당한 지위를 차지하고자 범행을 저지른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바라본다.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모욕감을 이용해 지위 게임을 벌여 국민을 선동했다는 분석이다. 전쟁 전 부유하고 발전했던 국가인 독일은 패전 후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식민지를 포기해야 했으며 강대국 서열에서 밀려났다. 시대가 변할 때마다 지위의 상징은 늘어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상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경쟁한다. 더 나은 지위를 얻기 위해 계속 발버둥쳐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지위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승리해서도 안 된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다.”최훈진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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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애 류성룡 삶, 세계에 알려야” 영문 전기 美서 출간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영문 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사진)이 최근 미국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IEAS)에서 출간됐다. 영문학자이자 고전번역가인 최병현 한국고전세계화연구소장(73·전 호남대 교수)은 2일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지만 역사적 인물은 해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저술 계기를 밝혔다. 최 소장이 7년에 걸쳐 쓴 560쪽 분량의 이 책에는 류성룡의 생애는 물론 1592년 임진왜란을 둘러싼 한중일 삼국의 갈등과 격변의 역사적 배경도 담겼다. 최 소장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조선의 시각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류성룡은 학문적 성과뿐 아니라 이순신 등 명장을 발탁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류성룡이 임진왜란 극복을 이끌어간 과정을 기술한 ‘징비록’을 영문으로 번역해 2002년 출간한 바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최 소장은 20년 넘게 우리 고전의 영문 번역에 힘썼다. 번역한 목민심서(2010년), 태조실록(2014년), 북학의(2019년)가 하버드대와 하와이대에서 출간됐다. 최 소장은 “1997년 서울 용산의 미국 메릴랜드대 서울분교에서 초빙교수로 한국문학을 가르쳤는데, 영문으로 된 한국문학이나 역사책을 한 권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며 “우리 역사와 고전문학을 알리기 위해서는 영문으로 된 텍스트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뿌리가 되는 고전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류성룡 전기가 한국의 역사적 인물들이 세계에 알려지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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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주의 같은 야만에 대항할 때 우리가 가진 걸 지켜낼수 있는 법”

    “한국과 대만은 제국주의라는 야만의 문명을 딛고 민주주의라는 새 문명을 세웠습니다. 야만에 대항할 때 비로소 우리가 가진 걸 지켜낼 수 있는 법이죠.” 최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도둑맞은 자전거’(비채)는 대만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우밍이 국립둥화대 교수(52)의 작품이다. 2018년 대만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호주 일본 스웨덴 등 7개국에서 번역됐고, 대만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우 작가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식민 통치 시기인 20세기 초 대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세계의 독자와 공명하는 건 전쟁이 주는 공포와 고통, 안타까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 청이 1992년 타이베이의 대형 상가 중화상창이 철거된 다음 날 자취를 감춘 아버지와 자전거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다. 식민 통치기 일본군에 복무한 대만인들은 종전 후 득세한 중국군에게 색출될까 두려워 과거를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전쟁이 남긴 아픔이 다양한 인물의 서사로 펼쳐진다. 우 작가가 자전거를 소설의 소재로 삼은 건 식민 통치기 전투기공장으로 징집당한 10대 초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 ‘수면의 항로’(2007년)와 관련이 있다. “주인공 싼랑이 마지막에 자전거를 세워두면서 끝나는데, 독자 한 분이 ‘그 자전거는 어떻게 되느냐’는 e메일을 보내셨어요. 자전거의 행방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답신한 뒤 조사를 하고 상상을 펼쳐 ‘도둑맞은 자전거’를 썼습니다.” 우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등장인물들처럼 스무 대가 넘는 고물 자전거를 수년간 수집했다고 한다. 오래된 자전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소설의 씨앗이 된 것. 소설에는 일본군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하에 동남아 침공 작전을 벌이면서 말레이반도 밀림 지대 전투를 위해 현지 주민들의 자전거까지 몰수해 편성한 ‘은륜(銀輪·자전거)부대’의 역사가 녹아 있다. 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내게 소설은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코끼리의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한 대목을 소설의 가장 특별한 부분으로 꼽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도구로 쓰였던 코끼리가 타이베이 동물원으로 돌아온 뒤 함께 전쟁을 치렀던 인간을 알아보는 대목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세계문학강독 수업을 하는 그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흰’ 등을 학생들과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며 “조남주 신경숙 작가와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집필 중인 차기작은 대만 원주민과 시멘트 공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환상과 신화적 요소를 가미한 ‘해풍주점’(가제)이다. 프랑스 문학상인 리브르 앵쉴레르상을 수상한, 기후변화를 소재로 쓴 소설 ‘복안인’(2011년)은 내년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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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밍이 “야만에 대항할 때 우리가 가진 것 지켜낼 수 있어”

    “한국과 대만은 제국주의라는 ‘야만’의 문명을 딛고 민주주의라는 새 문명을 세웠습니다. ‘야만’에 대항할 때 우리가 가진 걸 지켜낼 수 있는 법이죠.” 최근 국내에 장편소설 ‘도둑맞은 자전거’(비채)를 출간한 대만의 ‘국민작가’ 우밍이 국립동화대 교수(52)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식민 통치 시기인 20세기 초 대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세계의 독자와 공명하는 건 우리가 전쟁이 주는 공포, 고통, 안타까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8년 대만에서 처음 출간된 ‘도둑맞은 자전거’는 호주, 일본, 스웨덴 등 7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르며 대만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은 주인공 ‘청’이 1993년 타이베이의 대형 상가 중화상창이 철거된 다음날 실종된 아버지와 함께 자취를 감춘 자전거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다. 식민 통치기 일본군에 복무한 대만인들은 종전 후 득세한 중국군에게 색출될까 두려워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야 했다. 전쟁의 시대가 남긴 아픔이 소설 속 다양한 인물의 서사로 펼쳐진다. 작가가 자전거를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건 전작인 ‘수면의 항로’(2007년)와 관련이 있다. 이 소설 역시 일본 통치기에 전투기 공장으로 징집당한 10대 초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싼랑’이 마지막에 자전거를 세워두면서 끝나는데, 독자 한 분이 그 자전거는 어떻게 되느냐는 메일을 보내주셨죠. 자전거의 행방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답신을 보낸 뒤 끊임없는 조사를 거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도둑맞은 자전거’를 썼습니다.”(우 작가) 작가는 수년간 직접 고물 자전거를 수집하러 다녔다고 한다. 그는 “글을 쓰면서 스무대가 넘는 고물 자전거를 수집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한 건물에 10년 넘게 방치된 자전거의 사연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의 역사가 소설의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내게 소설은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자전거 수집가’가 되어 집필한 이번 소설은 오래된 자전거에 배어있는 사람들의 발자취, 그중 전쟁사를 들여다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군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 하에 동남아 침공 작전을 벌이면서 말레이반도 밀림 지대의 전투를 위해 현지 주민들 자전거까지 몰수해 편성한 ‘은륜(銀輪·자전거)부대’의 역사가 소설에 녹아있다. 작가는 코끼리의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한 대목을 소설의 가장 특별한 부분으로 꼽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도구로 쓰였던 코끼리가 타이베이 동물원으로 돌아와 전쟁터에서 함께 전쟁을 치렀던 인간을 만나 알아보는 대목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학 강단에서 세계문학강독 수업을 하는 그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등 작품을 학생들과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며 “조남주 신경숙 작가와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집필 중인 차기작은 대만 원주민과 시멘트 공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환상, 신화적 요소를 가미한 소설 ‘해풍주점’(가제)이다. 기후변화를 소재로 프랑스 문학상인 리브르 앵쉴레르상을 수상한 소설 ‘복안인’(2014년)은 내년 국내 출간 예정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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