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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하락했던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월요일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62%, S&P500 0.24%, 나스닥지수 0.18% 상승 마감했는데요. 이번 주 투자자들의 관심은 12일(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9시 30분) 발표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립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일단 다우존스가 집계한 6월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년 동월 대비 3.1%입니다. 5월의 4.0%에서 크게 떨어질 거란 전망인데요. 일단 시장에선 7월에 연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거라고 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지표는 그 이후 동결일지, 아니면 한 차례 더 인상이 있을지에 대한 신호를 줄 겁니다. BTIG의 톰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면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올해 남은 기간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죠. BCA리서치의 수석전략가 아이린 툰켈은 “(CPI 데이터에서) 긍정적인 놀라움을 얻지 못하면 주식시장이 하락하기 쉽다”면서 “승리를 축하하기엔 이르다”라고 경고합니다.이번 주는 기업의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는 주이기도 합니다. 금요일에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의 2분기 실적이 나올 텐데요. 전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몇주 동안 실적 추정치를 낮춰잡고 있는 추세입니다.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는 블룸버그에 “(주식이 이미 비싸졌기 때문에) ‘실적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해도 시장이 랠리를 펼치긴 어렵다”면서 “기업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온다면 주식시장에 심각한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날 중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도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2% 하락했다는 소식이 충격을 줬기 때문입니다(전년 동월과는 동일).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 동기보다 5.4% 하락해, 애널리스트들 전망치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고요. 위드코로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디플레이션’에 빠질 조짐인데요. 5%라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헤론 림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중국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며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근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은행은 미국 연준 같은 통화부양책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거란 우려는 이날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는데요(8월 인도분 WTI 가격 1.18% 하락). 중국발 ‘D의 공포’가 현실이 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세계경제 흐름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패션 브랜드. 뭔지 바로 떠오르시나요. 바로 쉬인(Shein)인데요. 기업가치 600억 달러의 쉬인이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란 뉴스가 연이어 나옵니다. 만약 IPO가 성사된다면 2021년 중국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 이후 가장 큰 중국계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이라는데요. 혹시 쉬인을 잘 모르시거나 ‘아, 그 중국산 값싼 옷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라고만 알고 계신다면 다시 보셔야 할 겁니다. AI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소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과 잡음도 많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fast fashion)’의 선두주자, 쉬인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H&M∙자라 수준으로 급성장쉬인은 중국인은 잘 모르지만(중국에선 판매하지 않음) 미국을 포함한 세계인이 열광하는 중국 패션브랜드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도 없지만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지난해 230억 달러(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린 온라인 패션 기업이죠. 230억 달러라는 지난해 매출은 스웨덴 H&M(약 210억 달러)보다 많고 자라의 인디텍스(238억 유로)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패션업계의 거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겁니다. 지난 3월 모금라운드에서 평가된 쉬인의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 전 세계 비상장기업 중에선 ‘틱톡’의 바이트댄스(2200억 달러)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1500억 달러) 다음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세계 3위 유니콘입니다. 이런 쉬인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가 쉬인의 IPO 준비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지, 나스닥에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는데요. 현재 본사는 싱가포르이지만,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돼 중국 공장에서 만든 옷을 판매하는 쉬인은 중국계 기업으로 통하죠. 디디추싱의 흑역사(2021년 NYSE IPO 이후 중국 정부 압력에 시달리다 1년 만에 상장폐지) 기억이 아직 생생한 터라, 쉬인이 무사히 뉴욕증시에 데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계 기업 쉬인의 미국 상장을 마뜩잖아 한다는 게 큰 걸림돌인데요. 그럼에도 쉬인의 놀라운 성장세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인 게 사실입니다. 쉬인의 매출은 2019년 40억 달러에서 2020년 100억 달러, 2021년 157억 달러, 그리고 2022년 230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민첩성으로 패션 산업을 바꾸다몇년 전만 해도 존재감 없었던 쉬인은 미친 속도와 충격적인 가격으로 패션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쉬인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5.99달러 티셔츠와 9.99달러 드레스 같은 상품 수십만 개를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쉬인이 1년 동안 새로 생산해내는 스타일이 약 31만5000개라고 합니다. H&M은 연간 4400개 수준인데 말이죠. 매일 신상품이 1000종류씩 올라온다는 쉬인의 홍보문구 그대로인데요. 신상품이 매일 100개도 아니고 1000개라니.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BCG가 지난 3월 낸 보고서에서 이를 분석했는데요. BCG가 분석한 쉬인의 경쟁력 원천은 이겁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민첩한 공급망’. 이에 따르면 쉬인은 신상품을 처음에 100~200개씩만 주문합니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니까 일단 팔아보고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거죠. 사이트에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고객 반응(클릭률, 즐겨찾기, 판매율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합니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는데요. 여기에 AI 예측모델이 500개 이상의 매개 변수(이전 판매량, 제품 기능, 날씨 등)까지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높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주문이 자동으로 생산됩니다.쉬인은 중국 전역에 약 6000개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데요. 이들 공장의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장 빨리 생산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급업체를 찾아 주문을 내죠.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디지털 생산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만 약 2000명이라고 합니다.‘실시간 소매(real-time commerce)’ 또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요에 즉시 반응하는 주문형 소량 생산 모델인데요. 그 결과 쉬인은 변덕스러운 패션 트렌드를 바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BCG에 따르면 쉬인의 재고 회전일수는 평균 40일에 불과합니다. H&M은 4개월이 넘는데 말이죠. 재고가 적다는 건 더 많은 제품을 할인 없이 정가에 팔 수 있단 얘기이기도 합니다. 쉬인 제품 중 할인으로도 소진되지 않는 미판매 재고비율은 2% 미만입니다. 재고가 적기로 유명한 자라의 미판매 재고율이 10% 수준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효율이죠. BCG가 “민첩한 공급망은 패션의 미래”라고 분석한 이유입니다.‘쉬인하울’은 통한다쉬인 창업자 쉬양티엔(Chris Xu)은 언론 인터뷰 한번 한 적 없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인데요. 검색엔진 최적화(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게 하는 것) 시스템을 만든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08년 동료들과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며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을 사용해 온라인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어 2012년 스페인 사이트 개설을 시작으로 여성복 온라인 판매에 뛰어든 게 쉬인의 시작입니다.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쉬인의 ‘디지털 머천다이징’은 엔지니어 창업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데요. 또 쉬양티엔이 쉬인 설립 초기부터 주력한 게 있습니다. 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입니다.‘sheinhaul’로 검색하면 유튜브나 틱톡 영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요. 인플루언서들이 한무더기의 쉬인 옷을 입어보면서 그 느낌을 공유하는 영상입니다. 팔로워들에게 쉬인 사이트 15% 할인 코드를 공유하기도 하죠. 물론 그 옷들은 쉬인이 무료로 보내준 거고, 인플루언서들은 판매수수료와 함께 협찬비를 받습니다. 와이어드 기사에 따르면 쉬인이 관리하는 인플루언서는 패션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는데요. 2020년 인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쉬인 앱을 금지했을 때 쉬인 협찬을 받던 인도 인플루언서만 20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타깃은 명확합니다. 철저히 10대와 20대 여성 고객에 어필하죠. 그 결과 쉬인은 미국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2위(1위는 아마존)에 올랐습니다. 다른 어떤 의류 브랜드보다 틱톡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격과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겁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쉬인의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50%에 달합니다. H&M(16%)과 자라(13%), 패션노바(11%), 포에버 21(6%), ASOS(4%)를 모두 합친 수준입니다.쉬인은 최근 의류가 아닌 생활용품, 주방용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스케처스나 란시노같은 브랜드가 입점해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 3자판매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지난달 미국에 출시한 겁니다. 아마존을 닮아가고 있는 셈인데요. 미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또다른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 기술회사 전문 애널리스트인 마루이는 “쉬인은 단순한 패션회사 이상”이라고 말하는데요. “우리는 쉬인을 자라와 비교하지만 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비윤리적 기업’이란 낙인매력적인 성장스토리를 가진 쉬인이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마진이 작다는 겁니다. 쉬인은 재무제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8억 달러라고 합니다. 매출 대비 순마진율이 3.5%인 셈인데요. 자라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순이익률 12.3%나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11.9%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온라인 마케팅엔 꽤 많은 돈이 듭니다. 쉬인은 모든 주문에 대해 무료배송, 무료반품 정책을 펼치는데요. 이 역시 수익 면에선 썩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입니다. 쉬인은 중국 브랜드인 걸 최대한 숨기고, 심지어 본사까지 지난해 싱가포르로 이전하며 ‘국적 세탁’ 중인데요. 하지만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관련된 신장지역 면화를 조달했을 거란 의혹과 함께(쉬인 측은 이를 부인) 중국 내 협력업체 공장 근로자들이 하루 18시간 이상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IPO를 준비 중이어서일까요. 쉬인도 이런 여론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최근 6명의 인플루언서를 2주 동안 중국 무료 여행에 초청했습니다. 중국의 쉬인 공장과 배송센터를 직접 둘러보고 관련 영상을 찍게 만든 거죠. 그 결과는? 폭망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깔끔한 창고와 행복한 노동자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올리긴 했는데요. 그 홍보영상들에 엄청난 악플이 쏟아지는 역풍을 맞은 겁니다. 놀란 인플루언서들은 줄줄이 영상을 내리거나 사과 영상을 올려야 했죠. 쉬인은 “슬프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고요. 뉴욕타임스 보도대로 “마케터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신장 면화가 아니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면 패스트 패션 산업 자체가 지구엔 해롭습니다. 옷을 많이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쉬인이 연간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30만 톤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가치소비(소비로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를 한다는 Z세대가 실제로는 쉬인을 패션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데요.타임지에 따르면 한 틱톡 인플루언서는 쉬인의 협찬을 받는 걸 두고 비판이 일자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속 가능한 쇼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부유하지 않으면 비싼 친환경적 제품은 못 산다는 뜻).”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논리로 환경에 해로운 소비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그 덕분에 아마도 쉬인은 많은 논란을 딛고 계속 무섭게 성장할 거고요. By.딥다이브만약 SNS에서 쉬인 광고를 본 적 없다면 당신은 쉬인의 타깃 고객이 아닌 겁니다. 기성세대엔 낯설지만 Z세대엔 아주 익숙한 브랜드가 바로 쉬인인데요. 핵심 구매층만 공략하는 절묘한 온라인 마케팅과 국적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전략이 통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무섭게 성장하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만약 성사된다면 중국에서 설립된 기업의 뉴욕증시 IPO로는 역대 두번째 규모가 될 겁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민첩한 공급망’이 쉬인의 성공 비결입니다. 신상품을 하루 1000개씩, 그것도 10달러 안팎의 아주 싼 가격으로 쏟아내고 있죠. 소비자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문에 반영하는 ‘리얼타임’ 커머스입니다.-쉬인을 둘러싸고는 환경과 노동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는데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지만 되레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윤리적 기업’이란 낙인과 매출 성장세는 별개인 걸로 보이긴 합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고용시장의 충격파가 뉴욕증시를 흔들었습니다. 민간 고용시장이 너무 좋은 게 큰 문제인데요.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1.07%, S&P500 -0.79%, 나스닥지수 -0.82%. 이날 급여결제업체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가 6월 데이터를 발표했는데요. 지난달 민간기업의 신규고용이 49만7000개 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예측치(22만개)의 2배 수준을 훌쩍 넘어섰는데요. 고용시장이 아주 심하게 뜨거운 겁니다.이 소식에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5.112%로 상승했습니다. 2007년 6월(5.121%) 이후 무려 16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은 건데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4%를 돌파해 한때 4.08%로 올랐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건데요.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콘 라드너 CIO는 블룸버그에 “미국 노동시장 강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함께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희망도 밀어내 버렸다”고 말합니다. 뜨거운 고용시장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는 거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26일 열릴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91.1%로 더 높아졌습니다. 물론 ADP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건 7일 나올 미국 노동부의 월간 고용보고서인데요.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비농업 신규고용 수치가 5월보다 완화될 걸로 예상했지만, 실제 어떨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FT에 따르면 블룸버그 예측치가 지난 14개월 내내 일자리 데이터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죠. 앞서 5일 공개된 FOMC 6월 회의 의사록에서도 대부분 연준위원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밴티지의 시장 분석가 제이미 두타는 FT에 “11월까지 연준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동전 던지기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당분간 증시는 연준 눈치를 보게 되겠군요.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엔저’ 바람에 일본 증시가 오랜만에 호황을 기록 중이죠.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주식을 1억32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는데요. 1년 전보다 1200% 넘게 급증한 겁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에 이어 요즘은 ‘일학개미’들이 열일 중인데요.그런데 일본 주식시장, 꽤 독특합니다. 주식을 1주씩 사고팔 수가 없고, 100주 단위로 사고팔아야 하는 게 특히 그렇죠. ‘단원주’ 제도라고 부르는데요. 일본 주식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제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시스템이 생겼고, 그것이 일본 증시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일본 주식시장의 단원주 제도와 주식분할 러시 현상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NTT의 ‘주주 회춘’ 작전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 주가가 7월 1일 자로 25분의 1토막 났습니다. 4200엔대이던 주가가 170엔대로 뚝 떨어졌는데요.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1주를 25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을 한 거니까요. 발행주식 수가 25배로 늘어나면서 무려 905억주에 달한다는군요. 일본 상장사 중 주식 수로 단연 1위(2위는 도요타자동차 163억주)!중·소형주도 아니고, NTT 같은 큰 기업이 25대 1로 주식분할을 해서 주가를 1500원 남짓으로 떨어뜨린다? 한국이나 미국 주식시장에 익숙한 분들은 잘 이해되지 않으실 텐데요. NTT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주식거래를 위한 최소 투자금액을 42만엔(약 380만원)에서 1만7000엔 수준(약 15만원)으로 확 낮추기 위해서입니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1주 단위로 사거나 팔 수 없습니다. 기본 단위가 100주이죠.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는지는 뒤에서 좀 더 설명해 드리겠지만, 이로 인해 소액으로 투자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을 골라내도 주가가 비싸서 투자할 수 없는 주식이 허다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기압 제어기기 기업인 SMC 주식에 투자하려면(즉 100주를 사려면) 약 7380만원, 공장자동화기기를 제조하는 일본증시 시총 2위 기업 키엔스에 투자하려면 최소 633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기관투자자라면 모를까, 웬만한 개인투자자에겐 최소 투자금 장벽이 너무 높죠.이렇게 최소 투자금 허들이 높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주주 수가 적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장한 지 오래된 기업은 주주가 점점 늙어갑니다. 젊은이들은 비싼 주식을 살 종잣돈이 없다 보니, 주주로 진입 자체를 못하는 거죠. NTT가 이례적인 25대 1 주식분할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NTT 주식분할 목표는 주주 회춘”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일본 정부는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7년 국영 통신사 NTT를 민영화하고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흥청망청 증시에 돈이 넘치던 시기였죠. NTT 주식 청약은 엄청나게 인기를 끌면서 상장 2주 만에 주가가 30% 뛰기까지 했는데요. NTT는 단숨에 국민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거품 붕괴와 함께 주가가 오랫동안 바닥을 기면서 물려있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요.NTT에 따르면 현재 개인 주주 중 70대 이상이 과반수라고 합니다. 60대 이상이 78%이고요. 그래서 시작된 고민이 바로 상속입니다. 주주가 사망하면 NTT 주식이 자녀에게 상속될 텐데, 상속세를 내야 하는 자녀들은 주식을 어느 정도 팔 수밖에 없거든요. NTT 입장에선 그들이 주식을 싹 다 팔기보다는 일부만 팔고 나머지는 남겨두는 게 주가 면에서 부담이 덜한데요. 그러려면 쪼개 팔 수 있게 거래 단위를 낮춰야 하는 겁니다. 동시에 새로운 젊은 주주를 영입하는데도 주식분할이 효과적일 거라고 기대하는데요.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은 “(이제 NTT도) 미국 아마존 닷컴이나 구글(알파벳)과 같은 금액 규모로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NTT 100주 가격이 15만원 정도이니, 아마존(약 130달러)이나 알파벳(약 120달러) 1주 가격과 비슷하다는 뜻인데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국내 주식이 아닌 미국 주식으로 주식거래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뜻입니다. 주식분할 줄 잇는다NTT만이 아니죠. 주식분할로 최소 투자금액 문턱을 낮춘 일본의 대형 상장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게임회사 닌텐도(지난해 10월 10대 1 주식분할),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올해 3월 3대 1 주식분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론과 게임회사 반다이남코HD(올해 4월 3대 1 주식분할)가 그 예입니다. 산업용 로봇 업체 파낙, 식품회사 메이지홀딩스, 도쿄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실리콘웨이퍼로 유명한 신에쓰화학공업은 모두 올해 4월 1일 자로 5대 1 주식분할을 했고요. 앞에서 설명한 대로 거래를 쉽게 만들어 젊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가장 큰데, 그 배경엔 이게 있습니다. 2024년 시행될 ‘신 NISA’ 제도.우리나라에도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아시나요? 개인들이 이 계좌로 일정 금액 범위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 상품인데요. 영국에서 처음 만든 제도인데, 일본에선 이 계좌를 ‘NISA’라고 부릅니다. 사실 한국에선 주식을 팔아 챙긴 차익에 붙는 세금이 없다 보니(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025년으로 유예) 비과세 혜택을 주는 ISA의 매력도가 그리 크지 않은데요. 일본은 다릅니다.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차익엔 약 20%의 세금을 매기지요. 그래서 일본에선 개인이 주식투자를 할 땐 NISA 계좌가 필수인데요. 현재 최대 120만엔이던 NISA의 투자 한도가 내년 1월부터 3배인 360만엔으로 늘어납니다. 이른바 ‘신 NISA’가 도입되는 겁니다.비과세 혜택이 세 배로 늘어나다니.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식 투자 금액을 늘릴 만한 유인이 되는 건데요. 만약 일본 정부의 희망대로 5년 안에 NISA 계좌 수가 지금(1700만 계좌)의 두배로 늘어난다면 “최대 100조엔 이상의 돈이 움직인다는 계산”(마넥스증권 투자전략가 히로키 타카시)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상장사 입장에선 앞으로 늘어날 개인투자자들을 이제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사실 NISA 투자 한도가 120만엔인 지금은 NISA로 아예 살 수 없는 주식들이 수두룩한데요(예-패스트리테일링은 주식분할을 했는데도 100주에 약 360만엔). NISA에 담기 쉽도록 최소 투자금액 허들을 더 낮출 필요가 있는 겁니다. 올해 부쩍 상장사의 주식 분할이 늘어난 이유이죠. 신에쓰화학도 27년 만에 주식분할을 결정하며 “신 NISA 개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냥 번거롭게 주식분할할 게 아니라, 100주가 아니라 1주씩 사고팔게 제도를 바꾸는 게 낫겠는데?’. 제가 가진 궁금증이 바로 그거였는데요. 하지만 어떤 제도가 유지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그 부분을 들여다보겠습니다.주주 수 늘리고 싶지 않은 이유일본 주식을 100주 단위로 거래하게 하는 건 도쿄증권거래소의 업무규정과 상장 규정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매매단위(공식 용어로 ‘단원’이라고 부름)가 100주로 통일된 건 2018년 10월이죠. 그전까진 상장사가 매매단위를 각자 정했는데요. 총 8종류(1주, 10주, 50주, 100주, 200주, 500주, 1000주, 2000주) 중에 하나로 정하게 했다고 합니다. 단원은 곧 의결권입니다. 예컨대 100주가 1단원인 주식이라면 100주당 의결권 1표를 줍니다. 만약 어쩌다 보니 99주를 갖고 있다면? 의결권을 안 줍니다. 의결권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상장사 입장에선 번거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총회 한번 열려면 의결권 가진 주주들에게 모두 통지해야 하니까요. 그게 뭐 그리 큰일인가 하실 수 있지만, 상장사 입장에선 직접적으로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한국처럼 일본 상장사들도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나 배당금 지급 통지서를 우편물로 발송해왔는데요. 주주 수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연 1000~2000엔의 주주 관리 비용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주식 분할로 소액 투자자가 크게 늘어 주주 수가 급증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반길지 모르지만, 기업 입장에선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겁니다.이런 불만 때문에 지난해 9월 일본은 상법을 개정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우편이 아닌 홈페이지 게시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주주 동의 없어도 됨) 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이 그리 쉽게 태세를 바꾸진 않는 듯합니다. 지난달 14일 일본 다카쓰키시에서 열린 키엔스의 주주총회장을 스케치한 동양경제 기사를 보면 그런 단면을 볼 수 있는데요. 키엔스는 무려 도쿄증시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50% 초과 영업이익률로 유명한 지능형 공장 전문 기업입니다. 하지만 키엔스 주주총회장 바깥엔 안내하는 직원조차 없이 입간판만 덜렁 하나 서 있었죠. 참석자는 60명 정도. 아주 소박하게 진행된 주총에서는 100주당 700만엔이나 되는 주가와 관련해 “10대 1 주식 분할을 부탁한다”는 주주 발언이 역시나 나왔는데요. 나카타 아리 키엔스 사장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투자 단위의 인하를 목소리를 인식하고 있다. 또 주가 수준이 높은 편이 좋다는 의견을 가진 주주가 있다는 것도 동시에 인식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분할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당연히 “존재감이 큰 상장사인데도 투자자에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개인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키엔스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에도 설명이 불충분한 기업으로 워낙 유명하긴 한데요. 기업들이 더 많은 주주, 더 활발한 거래를 선호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시가총액이 비슷한 키엔스(3일 종가 6만9620엔)의 주주 수는 약 2만명, 소니(3일 종가 1만3330엔)는 약 40만명입니다. 라이브도어 쇼크 벗어나서 1주 매매 시대로?사실 일본 증시에는 주식분할과 1주 단위 매매를 둘러싼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2006년 일어난 ‘라이브도어 쇼크’인데요.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단기간 성장했던 라이브도어의 주가조작이 드러나면서 일본 증시가 주가 급락과 함께 패닉에 빠진 사건입니다.당시 라이브도어는 주식분할을 반복하면서 상장 시 1주를 3만주로 불렸는데요(2001년 3분할, 2003년 5월 10분할, 11월 100분할, 2004년 10분할). 거짓 공시와 분식회계 수법까지 써서 주가를 끌어올린 데다, 1주 단위로 매매가 가능하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2006년 1월 이 회사 호리에 타카후미 대표가 체포됐단 소식이 나오자 주식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주문량이 도쿄증권거래소 매매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물량(450만건)에 육박해 시스템이 다운될 위기에 몰리면서 거래소가 매매 전면 중지 조치를 내려야했습니다. 무슨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일본 증시가 멈춰버린 겁니다.이 사건의 원흉은 명백히 부도덕한 주가조작 경영인이죠. 하지만 과도한 주식분할과 1주 단위 매매도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이듬해인 2007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총 8종류였던 매매단위를 하나로 통일시키기로 결정하면서 1주가 아니라 100주 단위를 택한 것 역시 라이브도어 쇼크 트라우마 탓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물론 이젠 라이브도어 따위는 잊고, 미국 주식처럼 1주씩 거래하게 할 때라는 주장은 일본에서 끊임없이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해 사설에서 “1주 단위 매매 실현이란 개혁을 위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썼고요. 일부 투자자들은 “100주 단위 거래는 일본 증시가 개인 투자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열을 올립니다.오죽하면 일본 증권사들이 주식을 1주씩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따로 만들어냈을 정도입니다. 요즘 한국에선 증권사들이 0.1주 단위로 국내나 해외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잖아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본 증권사들은 일본 주식을 1주씩 살 수 있는 ‘단원 미만주’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100주씩 사는 것보다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썩 소비자에 유리한 서비스는 아닌데요. 그럼에도 주식을 소액으로 사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분명한 거죠.기업은 썩 반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에 일본주식의 1주 단위 매매는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계소득 증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개인의 주식투자를 더 활성화해야 하니까요. 다만 설사 제도 개혁의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그게 실현되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참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2007년 100주로 매매단위를 통일시키기로 결정했는데 그 작업이 최종 완료된 게 2018년입니다. 중간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긴 했지만, 11년이나 걸린 겁니다. By.딥다이브이론적으로 주식을 잘게 쪼갠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닙니다. 주식 분할은 기업가치와는 무관하죠. 하지만 주식시장도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개인투자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본의 100주 단위 매매 제도는 이제 좀 고쳐졌으면 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NTT가 1주를 25주로 쪼개는 주식분할을 실시했습니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인데요. 상장주식을 100주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일본에서는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업이 주식분할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마침 내년부터 개인의 주식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 NISA 계좌’가 도입되는데요. 이제 일본 기업들도 개인투자자를 신경 쓰기 시작할 겁니다.-하지만 주식분할로 주주 수가 늘어나면 기업 입장에선 돈이 더 드는 거라서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라이브도어 쇼크’ 사건도 주식분할이나 1주 매매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는데요. 소비자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느려도 너무 느린 일본의 시스템은 따라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는 하반기 첫 거래일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증시는 독립기념일 연휴로 평소보다 세 시간 일찍 폐장했는데요.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03%, S&P500 0.12%, 나스닥지수 0.21% 상승.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리비안이었습니다. 실적 호조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6.9%, 리비안은 17.41%나 뛰었습니다.전날 테슬라는 2분기에 인도한 차량 대수가 46만6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83.5%나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44만5000대를 훨씬 웃돌았는데요.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모델Y 판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20% 이상, 모델3는 11%나 낮아졌죠.이어 3일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차량 인도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2분기에 1만2640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분기 인도량이 약 8000건, 1년 전엔 4500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겁니다. 리비안은 올해 당초 예정대로 5만대의 차량을 인도할 거라고 확인했죠. 지난해 실적(약 2만대)의 두 배 이상입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많은 전기차 회의론자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수요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번 분기는 테슬라에게 트로피 케이스와 같은 분기였고, 리비안은 매우 인상적인 성과로 불꽃을 터뜨렸다”고 평가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8.6%가 전기차였는데요. 1년 전 5.9%에 비해 크게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확실히 열리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테슬라와 경쟁하는 중국의 비야디(BYD) 역시 기록적인 2분기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합친 신에너지차량을 2분기에 70만대 넘게 판매한 겁니다. 물론 그 중 순수전기차는 35만2163대여서, 순수전기차만 따지면 테슬라에 뒤지긴 하는데요. 판매량 증가세는 BYD가 더 가파릅니다. BYD 주가는 3일 중국 선전거래소에서 3.57% 상승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죠.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1분기에 일본을 추월했고요.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강자들의 질주는 계속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범위 불안(Range anxiety)이란 용어를 아시나요? 전기차를 운전할 때 배터리 충전량이 중간에 바닥나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운전자의 두려움을 일컫는 말입니다. 왜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어려운지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단어이죠. 범위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이 뭘까요. 더 큰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 아니면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배터리 교환소? 이건 어떤가요. 달리기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되는 ‘전기도로’. 미래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이나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미국에선 무려 5개 주(미시건∙플로리다∙인디애나∙펜실베니아∙유타)에서 주정부가 이런 전기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나섰죠. 현실로 다가온 ‘동적 무선충전(Dynamic wireless charging)’ 기술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6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달리면 충전’이란 꿈의 기술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한다? 상당히 어려운 기술일 것 같지만 원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핸드폰 무선충전과 같습니다. 구리 코일이 담긴 충전패드를 도로에 매립한 뒤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형성되고요. 전기차 밑바닥에 달린 수신기가 이 자기 에너지를 받아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겁니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코일과 자기장의 ‘오른손 법칙(오른손 네 손가락을 전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감으면 엄지손가락이 자기장의 방향)’ 배우셨죠? 바로 그 원리입니다. 무선이어도 충전 성능 일반 유선 충전기 못지않습니다. 업체마다 기술이 조금씩 다르지만 많게는 급속 충전기 수준의 200㎾ 출력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충전 효율(투입하는 에너지 대비 실제 충전되는 비율)도 90% 수준이고요.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전기도로가 곳곳에 깔려있는 걸 상상해볼까요. 일단 운전자는 엄청 편해집니다. 충전을 신경 쓸 필요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냥 운행하면서 스마트폰 앱이나 차량 버튼으로 ‘충전하기’를 선택하면 알아서 충전이 이뤄집니다. 시간도 엄청 절약되겠죠. 전기차는 더 가볍고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1회 충전에 400㎞씩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겁니다. 동적 무선충전 기술이 자율주행과 결합하면 한층 파워풀해집니다. 24시간 운행하는 자율주행 배송트럭이나 대중교통이 등장할 수 있죠. 물류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겁니다. 물론 이런 이상향에 도달하기까지는 걸림돌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동적 무선충전 사업을 진행 중인 해외 기업 관계자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해봤습니다.“전기도로 확산의 걸림돌은…”노르웨이 기업 ENRX는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의 4차선 고속도로에 설치할 무선충전 시스템을 수주했습니다. 올랜도 근처 516번 도로에 1마일(1.6㎞) 구간의 전기도로를 만드는 건데요. 리처드 반덴둘 ENRX 부사장과의 e-메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합니다(분량 때문에 실제 답변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동적 무선충전 시스템은 도로에 코일을 매립하는 방식인데요. 이 무선충전은 누가 이용할 수 있나요? 특수한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여야 하나요? “수신패드가 장착된 전기차라면 모두 충전이 됩니다. 다양한 전력 요구사항을 가진 여러 유형의 전기차를 수용할 수 있죠. 동적 무선충전시스템은 승용차, 트럭, 버스 등 다양한 차량에서 활용될 때 특히 흥미롭고 비용 효율적입니다.” 현재는 전기차에 무선 충전을 위한 수신패드가 기본 장착돼있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선 이 비용도 추가로 드는데요. ENRX는 수신패드 가격이 미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외신에선 무선충전용 수신패드 설치 비용이 차량당 3000~4000달러일 거라고 추정한 적 있는데요. 고진석 ENRX 한국지사장은 “가격 충전 전력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합니다(전력량이 커질수록 비싸진다는 뜻). -동적 무선충전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운전자가 충전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서 전반적인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겁니다. 충전 때문에 자주 정차할 필요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죠. 장거리 트럭 운송이나 대중교통에 있어 특히 중요한 점이고요. 오버헤드 전선과 전봇대, 플러그형 충전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도시 경관도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무선충전 시스템은 너무 비싸지 않나요? 동적 무선충전이 널리 확산되는 걸 가로막는 장벽이 뭔가요.“인프라 설치를 위해 상당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기존 인프라(도로)를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도 장벽이 될 수 있죠. 잠재적인 안전과 건강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할 겁니다.” ENRX가 이번에 수주한 플로리다 고속도로 관련 공사비가 무려 1360만 달러(약 176억원)라고 하는데요. 1마일 구간에 이 정도 비용이라면 엄청 비싸긴 합니다. 충전기 가격만이 아니라 도로를 파헤치고 전기를 끌어오는 공사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요. 물론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비용은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답변에서 지적한 안전과 건강문제도 관건인데요. 무선충전 과정에선 전자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도로에 깔린 무선 충전 패드는 아스팔트 안에 매립돼 있어서 손상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비나 눈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는 실제로 사용을 해봐야 알 수 있는데요. 이미 깔렸거나(예-스웨덴 고틀란드섬) 앞으로 건설될 예정인 전기도로 길이는 대체로 길어야 1마일(1.6㎞) 안팎에 그칩니다. 도로에 깔린 게 출력 200㎾의 급속 충전기라고 가정해도, 1마일이면 차량이 100초 만에 통과하기 때문에 실제 충전량은 5.5㎾ 정도(배터리를 10% 충전하는 수준)로 계산되는데요. 정말 충전 걱정 없이 장거리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으려면 훨씬 더 많은 구간이 전기도로화 돼야 한다는 뜻이죠. 아마도 비용 효율성과 안전 문제에 대한 검증을 거친 뒤에야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동적 무선충전 선도국 한국?전기차 충전의 주류로 자리잡기까진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하지만, 동적 무선충전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5개 주정부가 경쟁적으로 전기도로를 깔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아직 초기이지만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건 이스라엘 기업 일렉트리온입니다. 퀄컴의 무선충전 사업부를 인수한 미국의 위트리시티도 유명하고요. 노르웨이 기업 ENRX는 후발주자이지만 인덕션에 쓰이던 자기유도기술을 전기차 무선충전에 적용하면서 이번에 큰 계약을 따냈는데요.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한국 기업은 혹시 없나?사실 동적 무선충전 기술에 있어 한국이 선도국이라 할 만합니다. 원천기술은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했지만 이를 2009년 세계 최초로 실용화해서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만들어 낸 게 KAIST였거든요. 미국 주간지 타임이 ‘2010 세계 최고 발명 50’에 선정할 정도로 꽤 주목 받았던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초기부터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선충전은 물론 전기차도 생소했던 시절이거든요. 시범사업을 위한 전기버스를 완전히 새로 제작해야만 했는데요. 그 버스 한대 값이 5억~6억원이나 들었습니다.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와 구미시, 세종시의 전기버스 같은 시범사업을 벌였지만,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죠. 그 사이에 이스라엘이 치고 나왔는데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2020년 텔아비브에 700m짜리 무선충전 도로를 깔고 전기버스를 운행함으로써 전 세계에 기술의 효율성을 입증해보였습니다. 마침 타이밍도 전기차 시대와 맞물렸죠.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일렉트리온이 해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앞서나가게 된 배경입니다.어찌 보면 한국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건데요. OLEV 개발을 이끌었던 조동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발한 국가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다른 나라에선 쓰려고 하진 않거든요.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기술에서 앞서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우리와 달리 이스라엘은 실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레퍼런스를 가지고 시장을 선점하는 거죠.” 조 교수는 “신사업일수록 국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는데요. 2018년 그가 설립한 와이파워원이라는 기업이 OLEV 기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선전력 분야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봤는데요.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무선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에 아직 기술이 남아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대도시 버스전용 차로 같은 곳에 적용하는 걸 논의해 볼 만하다”는 제안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실까요. 여전히 ‘주행 중 충전’ 시스템은 시기상조일까요, 아니면 이젠 어느 정도 때가 되었을까요. By.딥다이브사실 ‘달리기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이 되다니, 너무 편하고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적 무선충전 기술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대부분의 혁신적인 신기술이 그렇듯이 이 역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까진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기차 운전자를 충전 걱정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동적 무선충전 기술. 이를 적용한 ‘전기도로’가 이스라엘과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그리고 미국까지 곳곳에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충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트럭과 버스 같은 대형차도 아주 큰 배터리를 달지 않고 전기차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하지만 막대한 초기 설비비용과 전자파로 인한 안전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주행 중 충전 기술을 실용화했는데요.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수준의 소소한 시범사업에 그친 채 상용화하진 못했습니다. 그 사이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 기업이 치고 나왔고요. 아직 기술은 남아있으니 한국도 이제 막 열린 이 시장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6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를 날려버리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0%, S&P500은 0.45% 상승했는데요.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거란 우려 때문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보합(0.00%)에 그쳤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는 2%로 집계됐습니다. 잠정치(1.3%)보다 크게 높아졌는데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걱정을 날려버리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6000건 줄었습니다. 감소폭이 20개월 만에 가장 크다는데요. 여전히 노동시장은 뜨거운 겁니다. 이에 경제 상황에 민감한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는데요. 특히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을 가정한 건전성 평가)에 참여한 23개 대형 은행이 모두 이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나온 은행주의 상승폭이 컸습니다. JP모건이 3.49%, 웰스파고 4.51%,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1% 상승을 기록했죠.하지만 지수 오름폭은 크지 않았고 나스닥은 제자리걸음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가 너무 강한 나머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BMO패밀리오피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캐럴 슐라이프는 블룸버그에 “견고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탄력적이라는 걸 의미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도록 용기를 주기도 한다”면서 연준이 7월과 9월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는데요. 만약 정말 연준이 금리를 연내에 두 번 더 올린다면? 자칫하면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코메리카 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린치는 블룸버그에 “대형주와 메가캡 기술주가 급등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잘못된 희망을 반영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실제 이날 나스닥에선 마이크로소프트(-0.24%), 알파벳(-0.88%), 아마존(-0.88%), 엔비디아(-0.72%) 등 주요 빅테크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애플 주가는 0.18%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인 189.59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애플 시가총액은 2조9820억 달러(약 3930조원)로 불어났는데요.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첫 시총 3조 달러 돌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CNBC에 따르면 애플 주가가 190.73달러이면 시총이 3조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2025년 회계연도까지 애플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4조 달러에 이를 거라고 예상했네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전기차를 몰고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하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충전소에 들르거나 케이블을 차에 꽂을 필요가 아예 없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이스라엘 스웨덴 독일과 미국 5개 주(미시간·플로리다·인디애나·펜실베이니아·유타)에서 이런 ‘전기 도로’가 건설됐거나 건설에 들어갔다. 이른바 ‘동적 무선충전(Dynamic wireless charging)’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 무선 충전 동적 무선충전 기술은 휴대전화 무선충전과 원리가 같다. 도로에 매립된 충전패드에 전력을 연결하면 내부의 구리코일에 전류가 흐르면서 자기장을 형성한다. 전기차 아래에 장착된 수신기가 이 자기에너지를 받아 배터리를 충전한다. 운전자는 필요에 따라 충전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충전 효율은 높은 편이다. 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용 무선충전 시스템을 지난달 수주한 노르웨이 기업 ENRX에 따르면 200kW 출력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리차르 반덴둘 ENRX 부사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동적 무선충전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충전에 드는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준다”며 “승용차 버스 트럭 같은 다양한 차량을 모두 충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도로가 곳곳에 깔리면 운전자가 충전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크기는 크게 줄일 수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거론되는 이유다. ●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가 걸림돌 아직 각국은 1∼2km의 짧은 구간에 무선충전 패드를 설치해 시험 운영해보는 단계다. 장거리 고속도로 전체가 전기 도로가 되기까진 걸림돌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건 비용이다. ENRX가 플로리다 4차선 고속도로(올랜도 인근 516번 도로)의 1마일(1.6km) 구간에 무선충전 시스템 설치를 위해 수주한 금액이 1360만 달러(약 176억 원). 충전기 가격도 비싸지만 도로를 파헤치고 전기를 끌어와야 해 공사 비용이 상당하다. 현재 전기차엔 무선충전 수신기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선 이 비용도 추가로 든다. 외신에 따르면 차량당 예상 설치비용은 3000∼4000달러. 스웨덴과 독일, 미 미시간주에서 전기 도로 설치를 맡은 이스라엘 기업 일렉트리온은 이 가격을 1000∼1500달러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전 문제도 있다. 충전 과정에서 전자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로에 매립된 무선충전 패드가 비나 눈에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 실제 사용해 봐야 안다. 반덴둘 부사장이 “잠재적인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규제와 명확한 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 한국은 전기 도로 기술의 선구자 이제 막 열린 동적 무선충전 시장에선 이스라엘(일렉트리온)과 미국(위트리시티), 노르웨이(ENRX) 기업이 앞서나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기술은 한국이 선구자다. 2009년 세계 최초로 달리며 무선으로 충전하는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만들어 낸 게 KAIST였다. 미 주간지 타임이 ‘2010 세계 최고 발명 50’에 선정할 정도로 주목 받았던 기술이다. 하지만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시범사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 무선충전은 물론이고 전기차도 생소했던 시절이다. 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와 구미시·세종시 전기버스 시범사업이 진행됐지만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2020년 텔아비브에 700m의 전기 도로를 깔고, 전 세계에 기술 효율성을 입증해 보였다. 마침 전기차 시대 도래와 맞물리면서 일렉트리온은 잇달아 해외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OLEV 개발을 이끌었던 조동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력에선 차이가 없지만 우리와 달리 이스라엘은 실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치고 나가고 있다”며 “신사업일수록 국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선전력 분야 전문가인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무선충전은 전기차 전환과 대기질 개선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라며 “한국이 선도적으로 개발한 첨단기술인 만큼 지금이라도 대도시 버스전용차로 같은 곳에 적용하는 걸 논의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일본의 몇 안 되는 성장 산업’. 일본의 ‘주간동양경제(슈간도요게이자이)’가 지난달 게재한 애니메이션 산업 특집 기사에 쓴 표현입니다. 요즘 부쩍 일본 애니메이션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제 산업이 급성장 중인 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IP(지식재산권)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죠. 한국 게임이나 웹툰, 드라마 산업을 이야기할 때도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요. 그럼 일본 애니메이션은 산업적으로 무엇이 특별할까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쓴 하나증권 윤예지 애널리스트와 이야기 나눴습니다.10년간 두 배로 급성장-일본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본 적은 별로 없는데요. 이 산업 자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요?“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2021년 기준 2.7조엔 규모입니다. 규모 자체보다 성장률이 매우 놀라운 부분인데요. 2012년도엔 1.3조엔 규모였던 게 10년 만에 2배 사이즈로 커졌습니다.성장이 내수와 수출 중 어디에서 왔느냐도 중요한데요. 지난 10년간 내수 시장은 0.4조엔 정도 성장했는데, 나머지 1조엔 넘는 성장은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50대 50일 정도로 해외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죠. 일본 애니메이션 라이선스를 가장 많이 사가는 국가는 북미, 중국, 대만, 한국 순입니다.”-해외에서 엄청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OTT나 TV, 극장에서 반영하는 게 매출이라고 보통 생각할 텐데요. 보고서를 보니까 거기서 추가로 파생되는 2차 매출 규모가 일본은 상당하더군요.“한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OTT에 파는 게 가장 큰 매출인데요. 일본 애니메이션 내수시장의 전체 파이 중 49%가 굿즈 매출이고요. 또 재미있는 게 아케이드, 그러니까 파친코가 포함돼있는 게임장 관련 매출이 22%를 차지합니다.따라서 이런 2차 판권 매출이 70%가 넘고요. OTT, 극장, TV에 판매되는 매출의 비중은 각각 10% 미만을 차지합니다.”제작위원회와 넷플릭스-일본은 유명한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제작이 된다는데요. 이게 좀 생소한데, 어떤 건지 설명해주세요.“쉽게 말해 제작위원회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함께할 회사들의 모임인데요. 이렇게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십억원의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관련 기업들이 나눠 부담하고 그 과실도 나눠 가지는 구조인데요.제작위원회에 주로 들어가는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원작 만화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 굿즈를 만들 반다이남코 같은 회사, 유통을 담당하는 애니플렉스나 토호 같은 배급사가 있고, 덴츠 같은 광고회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작비를 충당하고, 제작 과정 전반을 감독하고, 제작이 완료된 뒤 IP 사업을 전개할 유통권을 어디다 팔지까지 다 의논하는 하나의 회사(제작위원회)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재무제표를 보면 ‘○○○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가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50% 이상 지분을 태운 제작위원회는 자회사로 들어가기 때문이죠.”-다양한 관련 회사들이 투자금을 모아서 제작하면 제작비를 키우는 효과가 있겠군요. 이런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자리를 잡았다던데요. 그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이라면 뭘까요?“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들려면 수십억원, 규모가 크면 수백억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제작위원회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우리가 잘 된 애니메이션만 봐서 그렇지, 흥행이 안 된 사례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제작위원회의 경우 여러 작품에 나눠서 투자해서, 10개 중 2~3개만 터져도 먹고 살 수 있죠. 단점은 아마 아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엔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제작비가 한 50억원이라고 하면, 제작사가 태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아요. 그럼 대부분 돈이 어디에서 오느냐. 돈이 많은 방송사나 광고회사, 아니면 원작을 가진 출판사에서 오죠.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가장 큰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건 제작사인데도, 돈을 많이 태우지 못하는 환경이다 보니 작품의 창의성과 작품성이 상업성에 의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최근 이 트렌드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어요. 제작사들도 규모를 조금씩 키워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작품이 ‘체인소 맨’인데요. 이걸 마파(MAPPA)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만들었는데, 마파가 100% 자본을 투자해서 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100%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넷플릭스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오리지널’로 확보하려고 투자를 많이 한다던데요. 영세한 제작사들은 제작위원회가 아니라 제작비를 많이 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그렇죠. 이제 한국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도 넷플릭스가 중요한 시장 참여자가 됐습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제작할 땐 만약 제작비가 200억원이면 20억원의 이익을 챙겨주는 식으로 계약을 하거든요. 흥행과 무관하게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망해가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살려주는 게 넷플릭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도 꽤 많이 제작하고 있고요. 다만 아주 히트한 작품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체인소 맨도 그렇고 귀멸의 칼날, 도쿄 리벤저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스파이 패밀리 등. 만화 팬덤이 아주 큰 작품들은 모두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로 들어갔어요. 즉, 2차 판권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만한 작품은 오리지널로 가지 않죠.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도 히트작들이 계속 나오기는 합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라인업을 보면 마진을 방어해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있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2차 판권 매출을 세게 노려볼 만한 제작위원회 작품이 섞여 있습니다.”-성공이 보장된 작품이라고 여길수록 자기네가 IP를 가져가야 하니까 넷플릭스에 넘기지 않는군요. 한국 드라마 시장 환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그렇죠. 한국 드라마랑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IP가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OTT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OTT한테 IP가 가는 경우가 많고요. 일본은 여전히 제작위원회 형태로 많이 제작되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IP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또 생각해볼 만한 게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그 자체로는 별로 브랜드가 없어요.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중 가장 기대작이 ‘폭싹 속았수다’인데 그 작품이 왜 유명할까요. 출연진(아이유, 박보검)과 작가(‘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때문에 유명한데, 그거 어디서 제작하는지 혹시 아시나요? 팬엔터테인먼트인데요.그런데 우리가 ‘팬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니까 그 작품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중에서 귀멸의 칼날을 만든 ‘유포테이블(ufotable)’ 같은 제작사가 작품을 만든다고 하면 ‘액션신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파’ 같은 제작사가 만든다고 해도 기대된다고 하고요.그래서 드라마 제작은 개인 단위로 팬덤이 생기고 산업의 과실도 몰리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기업 단위로 브랜드 파워와 팬덤이 생깁니다.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드라마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좀 더 나은 선택지인 거죠.”제작사 고마진의 열쇠, IP-그럼 방금 얘기하신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대해 좀 더 여쭤볼게요. 주요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어떤 곳이 있고, 실적이 어떤가요.“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에 가장 유명한 회사는 토에이 애니메이션이고요. 시가총액이 5조원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드라마 제작사보다 훨씬 큰 규모의 회사이죠(스튜디오드래곤 시가총액 1.73조원). 올해 3월 마감된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를 기준으로 매출이 8700억원에 영업이익 2900억원을 냈습니다. 이 정도 어닝이면 역시 한국의 가장 큰 드라마 제작사보다 훨씬 큰 규모이고요.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상당히 가파르게 성장했는데요. 그 이유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년 12월 개봉)가 글로벌 히트했는데, 이게 바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만든 작품이고요. 한국에서는 흥행하진 않았지만 원피스와 나루토 극장판도 토에이가 제작했습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산업을 좀더 설명해 드린다면, 전체 매출에서 영상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매출이 40%가 조금 넘고요. 2차 판권 매출이 50% 가까이 됩니다. 이게 매출에서 그런 거고, 이익을 살펴보자면 2차 판권이 기여하는 이익 비중이 65% 가까이 됩니다. 확실히 고마진의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은하철도999’도 제작한 정말 오래된 기업이더라고요. IP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셈인데요. 그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2차 판권 매출이 불어날 수 있는 사업구조라고 봐야 할까요?“토에이 애니메이션은 판권 매출 중 작품별 비중을 공개하지 않는데요. 아이지포트(IG PORT)라는 중소형 애니메이션 제작사 상장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시총 1500억원 정도인 작은 회사인데, 자기네 판권 매출에서 어떤 작품이 기여하는지를 공개해요. 그중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작품이 ‘공각기동대’인데, 그게 1995년에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히트친 IP, 특히 시리즈 IP가 생기면 그 팬덤이 시즌2로 가면서 더 확장되고, 사람들이 쓰는 돈이 커지면서 회사의 이익은 불어나는 거고요. 그렇게 히트한 시리즈 IP를 가지고 제작사가 이익을 확보하면 새로운 IP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생겨서 선순환 구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듣고 보니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도 웹툰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좀 따라 할 만한 부분은 뭘까요.“저는 한국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웹툰이란 매체가 우리나라엔 익숙하지만 해외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매체인데요.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공통 매체이거든요. 글로벌 팬덤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애니메이션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실제 한국 웹툰이 제작위원회 형태로 일본 제작사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시작됐습니다.”-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제작하는 형태로요?“네. 디앤씨미디어라는 웹툰 CP사가 올해와 내년에 3개 작품을 공개해요. 하나는 올해 4월 공개된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인데요. 제작위원회 형태로 제작이 됐고,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들었습니다. 상당히 준수한 흥행을 했고요. 디앤씨가 가진 IP 중 이런 루트를 걷고 있는 것 중 가장 기대되는 게 ‘나 혼자만 레벨업’입니다.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IP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한국 웹툰이고요. 에이원픽처스(A-1 Pictures)라는 일본에서 매우 인지도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들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트라이를 하다 보면 한국 웹툰 중에서도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그땐 한국 웹툰 기업들이 다 리레이팅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마지막으로 콘텐츠 투자에 관심 있는 저희 구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만약 콘텐츠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본 주식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 투자할 때 반도체를 빼먹을 수 없잖아요. 그것처럼 일본은 콘텐츠 강국이고요, 일본 콘텐츠 기업들을 찾아보면 ‘이게 상장이 되어 있네?’ 싶은 기업들이 많이 상장돼있습니다. 일단 일본 공영방송부터 다 상장사이고요. 공영 방송사의 이익 모멘텀이 애니메이션인 경우도 많습니다.지금이 엔저이기도 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한국과 시차가 없어서 장중에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예전엔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이젠 AI 번역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요. 따라서 일본 주식 투자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By. 딥다이브어쩌다보니 한국 드라마 산업 인터뷰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은 관련 회사들이 ‘제작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작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효과적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1990년대부터 자리잡은 제작방식인데요. 지금도 가급적 인기가 검증된 작품일수록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만들어서 IP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히트친 IP는 제작사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10년, 20년 뒤까지 이익에 기여하기도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2차 판권 사업이 제작사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정도라는군요. *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후퇴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04%, S&P500 -0.45%, 나스닥지수 -1.16%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지수 급락은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훌륭한 7개 주식)’로 불리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빅테크 종목의 주가 하락 때문인데요. 엔비디아(-3.74%)와 메타(-3.55%), 알파벳(-3.27%)은 3% 이상, 마이크로소프트(-1.92%)와 아마존(-1.55%)은 1% 넘게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애플 역시 0.76%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고요.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 중심으로 되돌림이 나타난 건데요.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아담 사한 CEO는 CNBC에 “시장이 매물 소화국면에 있다”면서 “상당한 랠리 이후 하락세는 건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노스웨스턴 뮤추얼웰스매니지먼트의 매트 스터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이 움직임(M7의 주가 랠리)이 나머지 투자 유니버스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약간의 후퇴가 있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설명했고요. M7 종목 중에서도 이날 특히 타격이 컸던 건 테슬라입니다. 지난주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에 이어, 일요일(25일)에 골드만삭스가 등급을 하향조정(매수에서 중립으로)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6.06%나 급락했는데요. 골드만삭스 마크 딜레이니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가격은 인하될 거고, 이에 따라 테슬라의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등급 하향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약업계의 핫 아이템인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엇갈린 소식도 눈에 띄는데요.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3.68%)했습니다. 살 빼는 약인 로티글리프론을 복용한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간 효소 수치가 올라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이와 달리 경쟁사인 일리아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효과를 임상 단계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최고용량으로 36주를 투여했을 때 14.7%의 체중 감소로 이어졌다고 하고요.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68주 동안 체중을 평균 15.1%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주 1회 주사로 맞아야 했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라고 합니다.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주사보다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약값도 더 저렴할 수 있다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치료 초기엔 주사제로 살을 빼고 나서, 어느 정도 체중이 감량한 뒤엔 알약으로 유지∙관리하는 식의 ‘주사+알약’ 조합 치료법으로 가게 될 거란 전망입니다. WSJ는 “제약회사와 투자자들이 체중감량 열풍으로 돈 버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경구용 비만치료제 출시는 월스트리트의 식욕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갈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비가 1000억원 이상이 될 거란 소식 들으셨나요.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액이라는데요. 시즌1(제작비 2140만 달러, 약 253억원)보다 제작비가 4배로 껑충 뛰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될만한 한국 드라마는 정말 팍팍 밀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엄청난 돈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을까’. 앞서 “결국 한국은 원천 IP를 확보하지 못한 채 넷플릭스의 ‘외주제작 국가’가 되는 것”이라던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르는데요. ‘넷플릭스 하청기지화’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디어 연구기업 오픈루트의 김용희 연구위원(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과 그 해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늘어날까-최근 콘텐츠 업계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방한으로 들썩였죠.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릴 거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단 넷플릭스는 왜 K-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넷플릭스가 앞으로 5년간 약 3조20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단일 기업이 특정 국가에 그렇게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이 정도 투자는 분명히 쉽지 않은 결정이죠. 넷플릭스가 왜 그런 결정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익숙한 드라마 주제가 서구권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국가에서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적은 수준의 투자비로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런 국가가 흔치 않죠.”-지난해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IP(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CJ ENM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100%대고 IP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이지만 ‘넷플릭스 거’가 되는 거죠. 이런 계약방식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을 텐데, 어떻게 보시나요.“장점을 먼저 말씀을 드리면 넷플릭스는 ‘콘텐츠가 성공할지 못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작사와 창작자에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해줍니다. 덕분에 제작사는 재투자할 기회를 얻고, 이게 누적되면 제작사가 직접 IP를 확보할 수 있는 자본을 축적할 수 있겠죠. 또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처럼 ‘글로벌한 명성’을 부여해주는 것도 장점입니다.단점은 언론에서 많이 나온 것처럼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함으로써 제작사나 창작자가 그 IP를 재활용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성과를 넷플릭스가 독식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사실 넷플릭스가 그러한 계약 형태를 강제하는 건 아닙니다. 선택 기회를 주죠. 제작사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서 IP를 공동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것인가는 (제작사의) 선택의 문제이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를 치면서 이제는 가급적 IP를 제작사가 갖고 가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야 나중에 부가적인 사업도 할 수 있고, 더 크게 보자면 ‘한국판 디즈니’도 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그 방향성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한국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사업자는 없습니다. CJ ENM이나 SLL이 국내 시장에선 크지만 아시아 넘버원 사업자가 되기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죠.한국형 디즈니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대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수입니다. 예전처럼 콘텐츠 시장이 국가별로 나누어져 있을 땐 ‘한국에서 제일 큰 콘텐츠 사업자’만 꿈꿔도 됐겠죠. 지금은 글로벌 OTT에서 전 세계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업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합니다.”-일각에선 한국 드라마 산업이 원천 IP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결국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며 걱정합니다. 이런 의견엔 동의하시나요?“물론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가장 좋은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려고 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하청기지화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러면 왜 그렇게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을까요. 한국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이 존재합니다. 토종 OTT와 IPTV, 케이블방송도 있죠. 그런데 제작사가 명운을 걸고 만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콘텐츠들을 왜 넷플릭스에 먼저 피칭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만큼 콘텐츠를 그렇게 잘 대우해주고 있는가부터 고민해 봐야죠. 조금 비판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작사 분들은 ‘투자를 크게 해서 크게 가져가겠다’ 또는 ‘실패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부족합니다. ‘절대 실패하면 안 돼’라는 마인드가 많고요. 거기서 좀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선진국보다 투자여력이 부족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콘텐츠 산업이 돈이 되는 산업일까’에 대한 의문이 많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못하고 있는 거죠. 이런 걸 더 산업화할 노력과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넷플릭스에 기대는 산업구조가 되었다고 봅니다.”-하청기지화 되느냐 아니냐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겠네요.“래몽래인이 제작한 ‘재벌집 막내 아들’이나 에이스토리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를 보면 제작사가 스스로 50%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IP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영우나 재벌집 막내 아들 모두 굉장히 큰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단일한 거래 체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너희가 투자를 50% 하면 50%에 맞는 IP를 확보시켜 줄게’라는 개방성 있는 투자정책이죠. 결국 제작사와 창작자, 자본가들의 선택입니다.”반도체처럼 정부가 세제 지원?-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셨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제작사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데, 또 그 중엔 대기업도 있는데 무슨 정부 지원이 필요하냐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반도체나 첨단기술은 정부가 지원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잘 통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아직 그런 인식이 별로 없는 듯한데요. 그럼에도 그 필요성이 있다면 근거가 뭘까요.“콘텐츠 하나가 만들어져서 전 세계인들에게 유통이 되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굉장히 많이 올라갑니다. ‘소프트 파워’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 분야까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럼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도 발전하게 되고요. 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다양한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미 잘 나가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왜 지원해야 되느냐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생각보다 제작사들의 효율성(수익성)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독과 스태프, 출연자 몸값 등 이른바 ‘매출 원가’가 매우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기업 제작사라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선 작은, 중견 수준의 제작사이고요. 반도체의 경우에도 세계 1위인데도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지원해주지 않습니까. 글로벌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인데요.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의 포인트를 한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다시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이 콘텐츠 산업이 그렇습니다. 제작을 꾸준히 해서 제작 역량을 누적시켜놓지 않으면 그 격차가 굉장히 빠르게 (결과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미 정부가 많은 지원 정책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대형 프로젝트를 하기엔 좀 부족하다는 겁니다. 펀드도 있고, 세액공제도 있지만 그게 대규모 작품을 만들긴 부족해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부터 1, 2년 동안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하된다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매우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성공을 보고 전 세계적으로 지금 많은 콘텐츠 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등 우리와 경쟁할 만한 잠재력 있는 국가에서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서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있고요. 이를 통해 다작화, 고품질화가 진행되고 있어서요. 지금 콘텐츠 산업이 잘 나가지만, 그만큼 위기도 빨리 도래하고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넷플릭스 콘텐츠를 봐도 스페인이나 콜롬비아 같은 나라들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더라고요. 경쟁국이 이미 꽤 있는데, 동남아나 동유럽도 치고 올라오려고 하는 중이군요.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OTT가) 중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급하진 않고 있는데요. 중국도 우리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경쟁자입니다. (중국은) 문화적인 부분도 많이 축적돼있고 제작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미국과 중국 갈등이 완화돼서 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된다면 한국엔 분명히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중국 드라마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겠네요.“한국도 이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제작사들은 한국 스태프, 한국 감독, 한국 출연자와 한국 제작자본을 가지고 한국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면 자본은 미국, 출연자는 프랑스, 이런 식의 글로벌한 공동 제작 같은 형태가 많이 필요로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문호가 개방이 덜 돼 있습니다. 교류도 부족하고요.”-위원님 보고서를 보니까 의외로 미국과 영국 같은 매우 앞서있는 선진국도 콘텐츠 사업에 세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한국은 대기업의 경우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제 지원을 해주는데요. 미국과 영국 같은 콘텐츠 선진국들은 최소 제작비의 15%에서 많으면 40%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큰 파급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작품을 만들면 전 세계적으로 관광 명소가 될 뿐 아니라 제작하는 동안 고용과 소비가 발생하죠. 그래서 ‘우리 지역에 와서 작품을 만들어달라’며 제작사에 세금 절감으로 유인하는 겁니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냐면 콘텐츠에 투자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건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수익률을 일부 보전해주는 거죠. 그래서 그 지역에 많이 투자하게 되고요. 그 지역에 제작 설비, 후반 작업, 스텝과 출연진의 숙박 등 연관된 산업이 매우 크게 발전했고 그것이 관광산업으로 연결돼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제도를 유지하거나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콘텐츠 세액공제 제도를 확대하자는 논의하고 있는데요. 만약 세금을 줄여주는 금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같은 100억원을 직접 제작비로 지원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큽니다. 직접 지원해주는 100억원은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되지만, 간접 지원인 세액공제는 누구나 요건만 되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지원을 받기 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죠. ”토종 OTT의 살길은-한국 드라마 산업이 더 커지려면 플랫폼 자체도 더 다양해지고,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 토종 OTT들도 있지 않습니까. 요즘 보면 적자다, 힘들다는 기사만 많이 나오는데요.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까요.“구독자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이 200억원 들여 시리즈물을 만들면 넷플릭스는 2억 명이 수익을 회수시켜주는데 국내 OTT는 500만 명 정도로 회수해야 하는데요. 당연히 효율성 측면에선 차이가 클 수밖에 없죠.그렇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입자와 구독자 수를 늘려야 합니다. 못해도 최소 800만 명 이상은 국내에서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미 구독할 만한 분은 다 구독을 했다는 거죠.그럼 이걸 어떻게 늘려야 하느냐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하거나 B2B 영역에서 새로운 구독자를 만들거나. 예컨대 쿠팡플레이는 다른 구독상품(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에 부가적인 상품으로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죠. 그런 것처럼 티빙과 웨이브도 다양한 다른 구독모델과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3단계, 4단계로 간다면 콘텐츠를 소비하기 좋은 플랫폼이 될 텐데요. 한국에 현재 자동차가 1700만 대가 되니까 만약 다 자율주행차가 된다면 1700만 가입자가 생기게 되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텐데요. 다만 그런 걸 하기 위해 지금 국내 OTT들이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있느냐 하면, 아직까진 투자가 미비합니다. 또 왓챠를 제외하고는 다 대기업 계열 OTT임에도 불구하고(티빙은 CJ ENM 자회사, 웨이브는 SK스퀘어 자회사) 투자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물론 몇천 억원이란 돈이 작진 않습니다만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엔 조족지혈 수준이죠. 하지만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 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고요. 궁극적인 해결책은 한국 OTT들이 규모의 경제가 되는 구독자를 확보할 때까지 이 악물고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엔 해결 방법이 없죠. 그걸 버티기 위해 정부가 세액공제나 펀드로 보조할 필요는 있습니다.”-토종 OTT가 사라지는 건 드라마 산업이나 구독자 이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진 않으니,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긴 한데요. “인터넷 산업은 로컬의 경쟁이 아닙니다. ‘우리가 글로벌한 OTT랑 어떻게 경쟁하느냐’, ‘우리가 그 정도의 투자금을 어떻게 감내하느냐’라고 말하는 건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죠. 물론 넷플릭스만큼 20조원씩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3사가 합쳐서 연 1조원 이상은 매년 투자해야 합니다.”-K-콘텐츠를 응원하는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요?“한국 콘텐츠 시장이 이렇게 풍족했던 시절이 없었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지금은 자본이 축적되고 산업화가 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잘 거쳐야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본과 경험이 누적되면 분명히 콘텐츠 산업도 반도체처럼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 산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국민들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넓은 마음을 가져주세요.” By.딥다이브두 달 전 보내드렸던 OTT와 드라마 산업 관련 레터가 꽤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요. 당시 한 구독자가 ‘정부가 왜 제작사를 지원해줘야 하는지 이해 불가’라는 시니컬한 반응을 남겼습니다. 그걸 보니 저도 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또 다른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좀 설명이 되셨으려나요? 아니면 여전히 납득 불가일까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넷플릭스가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잘될만한 콘텐츠는 넷플릭스로 가져가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넷플릭스 하청기지화’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가 강요한 게 아니라, 우리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인식도 아직 부족하고, 이를 설득해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업화 역량도 부족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제작사는 ‘대형화’로 가야 하고 더 큰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 제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중국 콘텐츠들도 글로벌 OTT 시장에 밀려들 거고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더 빠르게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투자자들의 기술주 사랑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사흘 내리 하락했던 뉴욕증시가 22일(현지시간) 기술주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반전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37%, 0.95%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0.01%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 5.46%나 빠졌던 테슬라 주가가 이날 1.98% 상승했는데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잇따른 투자등급 하향 보고서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겁니다. 앞서 21일 바클레이스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가 “테슬라 주가가 실제 펀더멘털 대비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유지’로 하향했고요. 이어 22일엔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로 꼽혔던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도 투자등급을 하향(비중 확대→비중 유지)했습니다. 조나스는 “테슬라의 최근 랠리는 AI 기대감을 불균형적으로 반영한다”면서 “테슬라가 AI와 자동차회사라고 생각하지만 AI 열풍으로부터의 상승세는 끝났다”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의 AI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고, AI보다는 전기차 제조사라는 사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는 “테슬라에 일년 내내 ‘비중 확대’ 등급을 제시했지만 솔직히 올해 현재까지 111% 급등하는 랠리가 올 줄 몰랐다”고도 덧붙였습니다.연이은 애널리스트의 부정적 분석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장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급락한 게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주식은 아마존인데요. 주가가 4.26% 급등했습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1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AWS 생성형 AI 혁신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영향인데요.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주도해온 투자경쟁에 아마존도 드디어 뛰어든 겁니다.AWS의 아담 셀립스키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를 둘러싼 경쟁을 ‘10㎞ 경주’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걸음 앞선 다른 주자들이 어디 있는지가 정말 중요한가요? 이건 10㎞ 경주입니다.” 다른 업체보다 몇 달 늦게 뛰어들었지만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사실 아마존은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없습니다. 하지만 셀립스키는 “AI가 더 많은 고객이 클라우드에 있기를 원하게 만드는 차세대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며 말합니다. AWS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AWS에서 AI를 훈련시키고 데이터도 저장할 것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아마존에 큰 기회라고 보는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외국인 투자가 밀려드는 자원 부국이자 젊은이들로 가득한 인구 대국. 어디인지 아시겠나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2억7000만명) 인도네시아입니다.요즘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자재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튀긴 주식(주가가 과도하게 뜨거워진 주식)’을 조심하라는 경고음도 나옵니다. 급부상하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증시의 기회와 위험 요인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핫한 니켈, 뜨거운 IPO 시장전 세계 IPO 시장이 ‘빙하기’에 빠졌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1분기 글로벌 IPO 자금 규모(215억 달러)는 전년 동기보다 61%나 줄어들었다고 하죠(어니스트앤영 통계). 단, 인도네시아는 완전히 예외입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IPO에 쏟아부은 금액은 21억 달러. 지난해 1년 치(22억 달러)에 육박할 뿐 아니라, 홍콩∙인도∙한국∙일본을 앞지르는 성과입니다. 전 세계 IPO 시장 중 4위(중국, 미국, 아랍에미리트 다음)에 올랐죠. “정상적이지 않다. 올해가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고가 될 것 같다”(데이터제공업체 딜로직 관계자의 CNN 인터뷰)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도네시아 니켈 생산업체 ‘하리타 니켈(Harita Nickel)’과 ‘메르데카 배터리 머티리얼즈(Merdeka battery materials)’는 지난 4월 증시에 잇따라 성공적으로 데뷔했는데요. IPO에서 이들 기업이 모은 자금이 각각 6억7300만 달러와 6억2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인도네시아 IPO 사상 역대 1위와 2위의 기록을 새로 쓴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눈치채셨겠지만 답은 ‘니켈’에 있습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자, 특히 고성능 배터리(니켈 함량 8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에 꼭 필요한 광물이죠.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1위 국가인데요(2021년 기준). 2020년 1월 니켈 원광(가공 전 단계) 수출을 전격 금지해버렸습니다. 니켈 원광을 사가지 말고, 인도네시아 안에 니켈 제련 공장을 만들라는 거였죠. 채굴부터 가공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한 번에 이뤄지는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원민족주의이자 자원갑질이라 하겠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역시 니켈 수출 금지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위반이라고 이미 판단했죠.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인도네시아가 아닙니다(현재 항소 진행 중). 왜냐, 그 효과가 꽤 극적이거든요. 2022년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4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참고로 한국의 FDI 규모는 지난해 305억 달러). 물론 대부분은 니켈을 포함한 금속 관련 부문이었고요. 인도네시아 니켈협회에 따르면 2018년 15곳이던 니켈 제련소가 올 4월 기준 62곳으로 늘어났습니다. 건설 중인 제련소도 30곳 정도 되고요. 얼마 전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공장을, 폭스바겐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죠. 외국인 투자가 계속 밀려들고 있습니다.자연히 니켈제품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2020년 8억 달러였던 니켈제품 수출 금액이 2022년엔 59억78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는데요. 덕분에 오랫동안(2012~2020년)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던 인도네시아가 2021년부터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이를 두고 블랙록 펀드매니저 에밀리 플레처는 CNN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수출의 가치사슬에서 위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 마감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니켈만 많은 게 아니죠.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수출량도 세계 2위인데요. 올해 6월 10일부터 보크사이트 수출도 금지해버렸습니다. 원래 철광석∙구리∙아연∙납도 수출을 금지하려다가 일단 2024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태라는데요.한마디로 금속을 캐서 파는 ‘광업’ 말고 관련한 ‘제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기업들은 돈이 필요하겠죠. 이런 시설투자금 마련을 위한 광물 관련 기업의 IPO는 계속 이어질 거고, 또 주목받을 겁니다. 일단 올해 안에 금과 구리 채굴업체 암만 미네랄(Amman Mineral)이 역대 최대 규모(10억 달러) IPO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의 IPO 열풍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대통령도 언급한 ‘튀긴 주식’ 주의보그럼 이런 뜨거운 IPO 시장의 열기가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IDX지수는 상승세를 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소폭(2.3%) 하락했는데요. 한국과 미국 증시가 올해 예상과 달리 랠리를 펼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하리타 니켈 역시 주가가 공모가보다 20% 가까이 하락했고요. 메르데카 배터리 주가는 공모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광물 가격이죠. 지난해 상반기 최고점을 찍었던 니켈 가격은 이후 하락해 올해 들어 28%가량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탓인데요(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 인도네시아가 니켈 공급은 크게 늘렸는데,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반영된 겁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달 “올해 니켈 가격이 인도네시아의 공급 과잉으로 급락할 수 있다”면서 톤(t)당 1만6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했죠(현재는 약 2만3000달러). 하지만 좀 더 길게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요. BNP파리바의 아시아 주식리서치 책임자인 마니시 레이차우두리는 “충분히 긴 시야를 가진다면 이러한 (전기차 관련) 소재는 슈퍼 사이클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시장의 장기 성장성 자체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그보다는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동남아시아에선 최대규모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시가총액이 한국의 35%에 그치는데요. 집중된 소유(유동성 부족)와 낮은 거래량, 부족한 애널리스트 보고서, 그리고 동종 업계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등. 신흥시장 특유의 취약점이 인도네시아 증시의 특징이라는 게 블룸버그 분석입니다. 그 결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종목들도 많죠. 전체 상장 주식의 약 10%인 83개 기업 주가가 지난 3년 동안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1000%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데요.이렇게 요동치는 주식시장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선 ‘억만장자’들이 여럿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800% 뛴 석탄회사 바얀리소스의 로우 턱 퀑 회장은 단숨에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렸고요(포브스 세계 부자 순위 기준 56위, 중국 마윈(63위)이나 일본 손정의(69위) 회장보다 부자). 2021년 초 상장 뒤 5개월 동안 주가가 14배 가까이 오른 데이터센터 기업 DCI인도네시아의 대주주들(오토 토토 스기리, 마리나 부디만) 역시 벼락부자가 됐죠.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채 주가가 끓어오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만큼 빠르게 식어버릴 위험도 큽니다. 유동성이 매우 적어서 주가조작의 가능성도 큰데요. 이런 주식을 일컫는 ‘사함 고렝안(사함=주식, 고렝안=인도네시아 길거리 튀김 음식)’이란 용어까지 통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튀긴 주식’인데요. 맛있지만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는 뜻이 포함돼있죠. 오죽하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매크로(거시경제) 상태가 좋지만 이것(사함 고렝안)을 조심하라. 튀기면 맛있지만, 미끄러지면 인도의 아다니(공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한 인도 대기업)처럼 된다”고 경고했을 정도. 2024년 대선과 남은 변수인도네시아 경제는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줄고는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인도네시아 GDP 성장률이 5.0%로 지난해(5.3%)보다는 낮지만 꽤 탄탄할 걸로 내다보았고요. “내수 회복과 견조한 수출 실적에 힘입어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인데요. 그런데 인도네시아 경제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내년 2월 대선인데요. 2014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의 2기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이 바뀔 예정입니다(3연임은 불가). 조코위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올해 초 76% 기록)로 유명한데요. 인프라 확충과 해외 투자 유치 같은 친시장적 경제정책(이른바 ‘조코노믹스’)이 실제 인도네시아 경제에 활력을 가져온 게 인기 비결이죠. 그래서 ‘2024년 선거가 인도네시아 경제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국내외 관심사입니다. 자칫 정권이 바뀌고 경제정책이 뒤바뀌면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죠. 특히 조코위 대통령이 추진해온 ‘수도 이전(자카르타에서 신수도 ‘누산타라’로의 이전)’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현재까진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뚜렷이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누구든 조코위 현 대통령이 미는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커보입니다. 현지 언론에서 조코위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그 지지율이 4%포인트 올라갈 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인데요. 조코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는 새 대통령이라면 기존 경제정책을 확 뒤집지는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긴 하겠죠. 오히려 “대선 직전엔 소비 지원책이 시행될 수도 있어서 연말 쯤부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KB증권 ‘인도네시아 출장기’ 보고서)는 분석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By.딥다이브‘동남아시아의 전기차 허브’.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 금지를 발표하며 내건 목표인데요. 사실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목표가 거창하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실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원은 효과적인 경제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인도네시아 IPO 시장이 최대 호황입니다. 올해 역대급 IPO가 줄이으면서 홍콩을 추월하는 깜짝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원, 그 중에서도 니켈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 덕분인데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이와 관련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니켈제품 수출이 늘면서 관련 산업이 호황입니다.-요즘은 니켈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네시아 증시가 주춤한데요. 그래도 장기 성장성은 의심할 바 없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증시의 심한 변동성과 내년 대선이란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기술주 랠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거품일까요. 연준은 과연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더 올릴까요, 아니면 동결할까요.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휴장(노예 해방 기념일인 준틴스데이)했지만, 증시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은 쏟아져 나옵니다. 과연 8주 연속 상승을 기록한 나스닥종합지수가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AI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지겠죠. 웨드부시증권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이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AI기술과 관련된 기업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사회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거죠.하지만 회의론도 상당합니다. 글렌비드의 투자전략책임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기술주는 초기 준비단계엔 장기 전망보다 항상 과대광고와 희망으로 가득차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합니다.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특정 산업을 지배할 만한 기업을 골라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죠.연준이 과연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느냐를 두고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연준이 ‘올해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일단 지금의 증시 랠리에서 보듯이 연준의 경고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슈로더의 플랫폼책임자 조나단 맥케이 역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향후 6~12개월 동안 연준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연준이 잠재적으로 ‘일시정지(금리 동결)’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동인들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됐다”고 보는 거죠.심지어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두번 더 인상에 나서는 것보다 내가 NBA 농구선수로 뛰게 될 가능성이 더 크겠다”는 말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본인이 농구를 못한다면서 한 말).반면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아폴론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에릭 스터너는 마켓워치에 “현재 시장은 메가테크 주식에 의해 주도되는 ‘카드의 집’”이라며 “4분기 또는 2024년 초에 경기침체를 맞을 거라고 여전히 생각하기 때문에 방어적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미즈호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매크로전략 책임자인 피터 채트웰 역시 “이번 랠리는 강세장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는데요. 현재의 증시가 “중기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격 조정에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9만 전자’와 ‘13만 닉스’를 올해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데요. 그 배경엔 이게 있습니다. AI(인공지능).챗GPT 열풍 이후 기업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나서자 미국 엔비디아 실적이 껑충 뛰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 이미 전해드렸는데요. 여기에 더해 한국 반도체 기업도 AI 시대의 수혜를 보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신가요. 15일 백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물어봤습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AI와 반도체, 그리고 GPU-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기업이 엔비디아이죠. 이제는 많은 분들이 ‘엔비디아’하면 GPU를 만드는 기업이고, GPU가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라는 걸 알고 계시는데요. 왜 GPU 수요가 AI 시대에 이렇게 폭발하는지부터 설명을 좀 해주시죠.“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는 사실 옛날에도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고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XR(확장현실)∙자율주행∙로보틱스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됐고요.이런 새로운 응용 시장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빠른 속도로 일정한 규칙하에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려면 직렬연산(명령어를 한 번에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의 CPU(중앙처리장치)보다는 병렬연산(동시에 많은 연산을 수행해 속도를 높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적합하죠. 그래서 다른 반도체 칩보다도 GPU에 대한 수요 증가가 AI 시장 성장으로 눈에 띄는 겁니다.”-CPU보다는 GPU가 더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일정한 규칙을 갖고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건 GPU가 더 잘합니다.”-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던데,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 건가요?“일단 GPU가 요즘 들어서 부각되긴 하지만, 예전에도 쓰이고 있었어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PC∙노트북∙스마트폰 같은 전통 IT 기기들에 많이 쓰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엔 GPU보다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같은 다른 칩들이 좀 더 중요했기 때문에 GPU가 많이 주목받진 못했습니다.그런데 최근 들어와서는 GPU가 AI 관련된 서버 쪽에 많이 사용됩니다. 이 AI 관련 서버 GPU에 대한 수요가 지금 폭증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걸 반증하는 데이터가 무엇이냐면, 가격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봤을 때 2022년 1분기엔 GPU 가격이 300달러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는 AI 관련된 하이엔드 GPU 수요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격이 400~500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대비 1.5~1.8배로 올라온 상황이죠. 단기에 수요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따라 그렇게 된 겁니다.”-구글∙아마존∙메타 같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나오던데요. 그렇다 해도 엔비디아가 당분간은 계속 이 시장의 승자로 남을까요? “반도체 분류를 좀 나눠서 보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텐데요. 일단 반도체는 국내 기업이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고, 해외 기업이 주로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그리고 AI 관련된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일단 GPU를 말씀 드렸는데요. 사실 GPU는 지금처럼 AI 관련 시장이 막 태동하면서 학습하는 구간에서 많이 쓰이는 칩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향후 2~3년 동안 AI가 학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 많이 사용될 칩이고요.그 이후엔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입력값을 넣으면 AI가 추론과 연산을 다 해서 결과값을 도출해 내는 거잖아요. 그런 결과값 도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아니라 추론에 대한 칩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추론에 대한 칩인 TPU(구글의 텐서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등이 방금 질문하신 그 AI 반도체 칩인데요. 이런 칩의 수요가 나중에 가서는 GPU보다 더 빠르게 올라올 가능성은 있습니다.간혹 이러한 AI 관련 새로운 칩의 성장성을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아마도 연평균 40~50%의 성장률을 앞으로 5~10년 동안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GPU 판매급증에 웃는 K-반도체-이렇게 AI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활성화되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와 AI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제가 반도체 중에서도 비메모리에 속하는 GPU를 말씀드렸는데요. 그 GPU를 열어 보면 그 안에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라고 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가 들어갑니다. 따라서 앞으로 GPU가 증가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HBM 메모리가 같이 늘어나겠죠. 이런 식으로 같이 성장해나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알아두셔야 할 게, GPU 안에 HBM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래픽D램이라는 것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부 응용처엔 그래픽D램이, 일부 응용처엔 HBM이 들어가는데요.이걸 어떻게 나누는지를 보자면, HBM이 그래픽D램 대비 가격이 3~5배 더 높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HBM은 비싼 제품 위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PC처럼 가격 저항이 높은 제품에는 비싼 HBM을 쓰기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래서 보통 B2B에서 쓰는 데이터센터 향 GPU에 HBM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 GPU가 늘어나고, 그 안에 들어가는 HBM도 같이 늘어납니다.”-HBM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력 면에서 앞서가고 있죠?“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인데요. 글로벌로 봤을 때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정도가 있습니다. 마이크론도 이 HBM이라는 걸 하려고 시도를 계속해왔어요. 시장에서 맨 처음 HBM을 연구개발(R&D)했던 게 2013년 정도인데요. 이후 2015~2017년 마이크론이 열심히 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이크론이 내세웠던 HBM 만드는 방식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하는 방식이 좀 달랐습니다. 그래서 기술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이 있었는데요. 결국 국내 기업들이 그 헤게모니를 가져왔고, 그 결과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쪽에서 합치면 점유율이 90%대 중반이고요. 이제 시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그동안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이야기할 땐 PC 수요나 스마트폰 판매를 가지고 시장을 전망했거든요. 앞으로는 서버 쪽이 더 주된 수요처가 되는 걸까요?“일반 투자자들이 보실 때 헷갈릴 수 있는데요. AI 관련된 서버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서버가 영역이 좀 다릅니다. 메모리 시장을 놓고 보면 크게 4개의 영역이 있거든요. PC, 스마트폰, 서버, 그리고 그래픽이 있습니다.앞서 제가 강조했던 고대역폭메모리 HBM 같은 경우엔 그래픽D램 쪽으로 지금 분류가 되고 있어요. 따라서 이 그래픽 영역이 부각될 수 있고요. 많이들 물어보시는 게 ‘그럼 그래픽D램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성장해왔나요?’라는 질문인데요. 그동안 그래픽D램은 게임 콘솔 쪽에 대부분 사용이 되었는데요. 닌텐도 게임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거기 들어가는 메모리는 기껏 해봤자 5~6GB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성장도 안 하는 시장인데다, 그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도 작기 때문에 사실 시장에서 관심이 없었는데요.최근 여기에 HBM이라는 고대역폭 메모리가 포함되고, 용량도 80~120GB의 엄청 큰 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D램 쪽이 과거와 다른 성장을 보이면서 시장이 폭증할 수 있는 게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쭉 가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사실 지금 당장은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적자잖아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 빠져있는데, 당장 올해 하반기 이 회사들의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세요?“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영역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사실 올해 연간으로 적자일 겁니다. 4분기까지 적자 구간이 지속될 거라고 추정하는데요. 그래도 올해 초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되게 무시무시한 얘기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AI라는 수호천사가 나타나서 SK하이닉스가 적자를 좀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국내 메모리기업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워낙 이쪽(HBM) 대응을 잘해주고 있다 보니까, 두 달 전이나 석 달 전 봤던 실적보다 좋아지고 있는 구간이에요. HBM 덕분에 차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요. 올해 하반기 지나면서 AI 말고도 기준의 PC나 모바일 서버 쪽에서도 매크로(거시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좀 나아진다면 내년엔 하이닉스가 다시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을 겁니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적자를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요?“하반기에 가면 메모리 쪽에서 HBM 덕분에 회복할 수 있는 구간이 올 것 같고요. 삼성전자의 파운더리쪽 같은 경우도 하반기 지나면서 가동률이 조금씩 올라갈 걸로 기대합니다. 정리해봤을 때 내년 1분기, 2분기 지나면서는 지금과는 다른 숫자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고?-말씀하신 대로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관련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잘하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기회가 온다는 건 좋은 스토리인데요. 하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 아직은 그런 기대감이 숫자로 찍히진 않은 상황이라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사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연초 대비 다들 크게 올랐어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뺀 중소형주 같은 경우엔 대부분 100% 이상 오른 상황이어서요.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 모두 세게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주가 레벨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2분기에 생각보다 HBM을 잘 팔았기 때문에, 오히려 2분기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3, 4분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저는 두 가지 콘셉트로 말씀드리고 있어요. 일단 먼저 조심해야 하는 건 테마주로 묶어서 올라가는 게 있습니다. 실제로 AI 반도체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진 않은데 그냥 테마로 올라가는 종목들은 나중에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증권사 리포트에 담긴 실제로 펀더멘탈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종목 위주로 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로는 지금 주가 레벨에서도 볼 만한 종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해서 제가 커버하고 있는 대덕전자 같은 회사들은 AI시장 성장에 따라서 이제부터 숫자(실적)가 찍힐 기업들이거든요. 지금은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숫자가 생각보다 더 좋을 가능성이 열려있고요. 이렇게 실적이 분기 단위로 개선이 될 수 있는 회사들에 조금 더 주목하시길 바랍니다.사실 1~2분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했고요. 비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을 하면 밑에 있는 부품업체 입장에선 물량이 줄어들기 떄문에 실적이 안 좋아요. 그래서 2분기 실적이 7월, 8월쯤 쏟아져 나올 텐데, 그때 안 좋은 숫자를 보시더라도 이후 3분기, 4분기부터 숫자들이 많이 올라올 거기 때문에 분기 단위로 숫자가 계속 올라올 회사들 위주로 집중하셔야 합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메모리 쪽 비중이 크고 메모리 업황에 따라 주가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하면서 재고를 줄여나간 것까지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3분기, 4분기는 이제 ‘가격’이란 지표를 꾸준히 따라가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3분기 현물거래가격(Spot price) 반등과 4분기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 반등을 감안해서 본다면 업종 주가는 여기서 단기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는 내년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y.딥다이브드디어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치려나요. 예전엔 반도체에 투자할 때 메모리와 비메모리, D램과 낸드플래시 정도만 구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GPU와 HBM, TPU와 NPU까지. 점점 알아야 할 게 많아집니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습니다. AI 학습에 필요한 ‘빠른 속도로 일정한 규칙을 갖고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잘하는 칩이 GPU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GPU에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보게 됐습니다. 이 시장은 내년, 내후년까지 쭉 성장을 이어갈 겁니다.-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반도체 업종 주가가 이미 많이 뛰었습니다. 앞으로는 기대감이 실적으로 증명돼 분기 실적이 점점 좋아질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경고를 무시한 채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습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1.26%, S&P500 +1.22%, 나스닥지수 +1.15%.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입니다.전날 연준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에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는데요. 꽤 매파적인 입장이었지만 시장은 이를 완전히 무시한 듯합니다. 연준의 발표가 일종의 ‘블러핑(bluffing∙허세)’라고 보기 때문이죠. 자산관리회사 글렌메드의 투자전략 책임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면서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정말 정말 빨리’ 외면한다”고 말했습니다.양호한 경제지표도 증시 랠리에 일조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5월 소매지출은 전월보다 0.3%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0.2% 감소할 거라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을 뒤집은 건데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걱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입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데요. 뱅가드의 앤드류 패터슨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의 강세는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갖고 있고, 임금이 오르고, 저축을 하고, 더 부유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거죠. 침체돼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활력을 되찾은 것 역시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날 주식시장에 데뷔한 지중해식 레스토랑 체인 카바(티커는 CAVA)는 주가가 99% 뛰었습니다. IPO 가격인 22달러에서 43.78달러로 주가가 수직 상승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IPO시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침체를 겪었는데요. WSJ에 따르면 IPO 시장에서 레스토랑 산업이 다른 분야보다 유망하게 평가된다고 합니다. 메뉴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베이커리 카페 체인점을 운영하는 파네라 브랜드도 IPO를 준비 중이고요. 브라질식 스테이크하우스 체인인 포고데차오의 모회사 포고호스피탈리티 역시 올해 기업공개를 목표로 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혹시 반려동물 키우시나요? 공원에 가도, 쇼핑몰을 가도 부쩍 반려동물을 동반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반려동물 관련 용품 판매도 늘어난 게 눈에 띕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인데요.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가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구조적 성장’에 놓인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인데요. 최근 글로벌 펫 케어 산업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독립리서치사 밸류파인더의 이충헌 대표를 인터뷰해 이야기 나눴습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10년 새 두배로 커지는 시장-글로벌 펫 케어 산업,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돌보는 산업이 어느 정도 규모라고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나요?“펫 푸드(사료)와 펫 헬스케어, 펫 테크를 총칭해서 ‘펫 케어 산업’이라 부르는데요. 2017년 210조원이던 시장 규모가 2027년엔 430조원으로 배 이상 성장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반려견과 반려묘의 개체 수가 각각 4억7000만 마리, 3억7000만 마리나 되는데요. 특이하게 유럽 연합과 러시아는 반려견보다 반려묘를 이미 더 많이 키우고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반려묘가 반려견보다 더 많아질 거란 통계도 나옵니다. 주변을 봐도 1인 가구 미혼 직장인은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는데,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미국입니다. 미국에선 약 66%, 그러니까 세 가구 중 두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한국은 10가구 중 3가구꼴이어서, 그 비율이 2배 이상 차이 납니다.펫 케어 시장 중 가장 크게 떠오르는 시장은 중국과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의 경우 그동안 연평균 18.6%의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왔죠.”-중국과 브라질 같은 신흥국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요. 중국 시장이 왜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요. 일단 출산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통계를 보면 중국 출산율이 1.2명 정도인데요. 출산율이 낮아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아기 대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자’가 되는 겁니다. 또 생활 소득이 증가하면서 예전엔 ‘개나 고양이는 사람 먹다 남은 거 주변 된다’고도 여겼지만 요즘엔 인식이 많이 높아졌어요. 이런 부분이 산업 성장의 요인이고요.우리가 ‘시장이 구조적 성장을 한다’고 말하려면 P(가격)와 Q(수량)가 동반성장을 해야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덜 팔리고(Q 감소), 가격을 내리면 많이 팔린다(Q 증가)고 얘기하는데요. 지금 반려동물 산업은 생활소득 증가로 P가 늘어나고요, 1인 가구 증가로 키우는 사람이 많아져 Q도 늘어납니다. 이렇게 P와 Q가 동반 성장을 하는 게 시장이 2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이유라고 봅니다.”펫푸드 가격이 무섭게 뛰는 이유-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이 구조적 성장에 놓여있는 셈이로군요. 이 펫케어산업 중 가장 큰 게 아무래도 펫푸드 시장인데요. ‘펫플레이션’이란 말이 있더군요. 펫푸드 가격이 아주 빠르게 올라서 사람이 먹는 음식값보다 물가상승률이 크다고요. 왜 그럴까요.“사료 얘기를 하기 전에 명품회사 얘기를 잠깐 하면요. 명품 브랜드가 펫 관련 제품을 많이 판매합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강아지가 덮고 있던 루이뷔통 담요가 700만원짜리여서 화제였죠. 또 구찌에서 강아지 침대를 판매 중인데 1180만원, 그리고 에르메스의 밥그릇이 150만원대. ‘저걸 누가 사’라고 핫겠지만, 바로 이런 게 판매된다는 사실의 연장선에서 강아지 사료 값이 사람 음식 값보다 더 많이 오른다는 걸 이해하시면 될 텐데요. 일단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반려동물 먹이는 음식을 잘 바꾸질 못합니다. 이걸 ‘락인 효과’라고 하는데요. 사료를 바꾸면 어떤 알러지가 있을까봐, 그리고 내 반려동물이 먹기를 싫어할까봐 잘 못 바꾸는 거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사람이 먹는 음식류의 인플레이션이 평균 7.7% 였는데, 펫푸드 관련 물가상승률은 14.6%로 두배 수준이었습니다. 락인효과 때문에 판매가격을 올리기가 더 쉬운 겁니다. 한마디로 ‘나는 라면을 먹어도 내 강아지 고양이는 좋은 걸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고요. 반려동물용 건식 사료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2022년 가격이 2020년보다 103% 증가한 제품도 있습니다(네슬레 퓨리나 사의 ‘메릭 캣 그레인 프리’ 제품). 30~50% 올린 제품도 많고요. 팔리니까 가격을 올리는 거죠.또 프리미엄 사료 시장도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반려동물 식품업체 츄이 쇼핑몰에서 ‘휴먼 그레이드 사료(사람이 먹는 식품처럼 만들어진 고급 사료)’ 중에서 가장 비싼 건 342달러, 그러니까 40만원이 넘습니다. 반려인의 생활 소득이 증가할수록 이런 부분은 더 증가할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보고서를 보니까는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수입산 사료를 많이 먹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잘 나가는 글로벌 브랜드 사료가 좀 비싸도 뭔가 좋을 거라고 보고 사먹이는 것일 텐데요.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가 공고하다면 국내 업체들은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요? 말씀하신 락인효과도 있고요.“쉽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일단 작아요. 2021년 국내 펫푸드 시장이 1.5조원이었고 2027년에도 2.2조원 정도로 전망되니까요. 아직 우리나라는 이제 개화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그리고 로열캐닌 같은 해외브랜드가 우리나라 펫푸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요. 우리 강아지나 고양이한테 더 비싼 걸 먹여야겠다고 생각해 해외브랜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이 시장을 공략하려면 첫번째로는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요, 두번째로는 앞으로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게 될 거라서 반려묘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세번째로는 ‘습식 사료’를 공략해야 하는데요. 펫푸드 종류를 크게 보면 건식과 습식이 있죠. 건식은 딱딱한 거고, 습식은 수분이 70% 이상 함유된 건데요. 사람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지만, 전 세계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50%가 노령화가 진행됐습니다. 사람도 늙으면 마른 오징어 같은 질긴 건 먹기 힘들잖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똑같아요. 노령화가 진행되면 건식 사료보다는 습식 사료를 먹어야 하고요. 또 반려동물을 다이어트 시키기 위해서도 건식보다는 습식을 먹여야 합니다. 수분이 많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포만감이 더 빨리 오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펫푸드 기업이 몇 곳 있지만, 앞으로 해외로 더 진출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과 반려묘 시장, 습식 관련 제품에 집중하는 게 방법일 겁니다.”고령견 늘면 이것도 커진다-다음으로 펫 헬스케어와 펫 테크 산업에 대해서도 좀 여쭤볼게요. 말씀하신 대로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고령화되면서 건강에 쓰는 비용도 점점 많아진다는데요. 아직까진 펫헬스케어라는 용어가 좀 낯선데, 이 시장이 실제 커지고 있나요?“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동물 헬스케어 시장이 지난해 188조원인데 2032년 300조원까지, 그러니까 50% 이상 성장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중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해 116조원으로, 2032년 180조원으로 증가할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시장이죠.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소형견을 많이 키우잖아요.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종을 키우시는 분들은 슬개골 탈구가 오거나 하면 많이 마음 아파하시는데요. 이런 게 결국 펫 헬스케어의 영역입니다. 대체로 펫헬스케어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습니다. 화이자의 농업부서로 설립한 ‘조에티스’처럼 오래된 기업이 있고요. 1983년 설립된 동물용 의료기기 회사 ‘아이덱스 래보라토리스’ 같은 기업도 있죠.펫헬스케어나 펫테크 모두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삼성전자가 펫케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보도도 최근 나올 정도로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펫테크 기업을 보면 사람의 지문처럼 강아지 코에 있는 ‘비문’을 이용해서 강아지를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됐고요. 국내 통신 3사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강아지와 놀아줄 때 공을 던져주는 걸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공을 램덤으로 쏴주는 장난감 ‘펫토이’를 LG유플러스가 만들었고요. SK텔레콤은 AI 기반으로 수의 영상진단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내놨습니다. KT는 ‘반려견 디바이스 팩’이라고 해서 자동 급식기를 판매 중이고요. 이 밖에 상대적으로 작은 비상장 기업들도 많습니다. ‘핏펫’은 반려동물을 위한 간이 건강점검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인데, 시리즈C까지 553억 원의 투자를 유치를 받았고요.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쇼핑몰로, GS리테일과 IMM이 2021년에 공동인수했습니다. ‘어바웃펫’은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을 당일 또는 새백배송해주는 쇼핑몰인데 GS리테일이 인수했는데요. 마치 컬리와 비슷한 사업모델인데, 어바웃펫도 매출실적은 잘 나오지만 수익성은 아직 개선해나가는 단계이긴 합니다. 이 외에도 이커머스, 헬스케어, 자동화기기, 펫시터 중개 서비스 등 매우 많은 펫테크 업체들이 있고요. 이런 회사들은 분명히 시리즈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향후에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아무래도 한국 기업이 앞서 있는 게 IT 기술 쪽이라서, 아무래도 펫테크 쪽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할 수 있을 여지가 있을까요?“펫테크 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다만 상장까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증시를 보면 ‘1호 상장’이란 단어가 많이 나와요. 예컨대 1호 상장 와인유통기업도 있고, 펫푸드 쪽엔 프리미엄 펫푸드 1호로 상장한 업체도 있고요. 이제 펫테크 업체도 그런 기반이 갖춰져야 할 겁니다. 1호 상장이 나오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볼 때 ‘저런 기업이 상장하니까 이 시장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라고 여길 수 있거든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런 게 상장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의 성장 속도를 가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런데 어디에 투자하지?-성장의 결과로 상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장 자체가 성장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럼 투자 전략에 대해 좀 여쭐게요. 설명을 들으면서 이 산업이 커지고 유망한 건 알겠는데, 이를 어떻게 투자로 연결할 수 있을까요?“펫푸드∙헬스케어∙테크 산업을 말씀드렸는데, 관련 기업은 많지만 규모가 너무 작거나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단 펫푸드는 직접적으로 투자할 기업이 매우 적은데요. 예를 들어 하림, 풀무원, 동원F&B 같은 회사는 본업이 아닌 플러스 알파로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직접 투자 대상이라고 하긴 어렵고요.스몰캡 중엔 대주산업과 오에스피가 관련 기업입니다. 이 중 오에스피는 최근에 중국기업에 5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공시했어요. 한국 펫푸드 기업이 성장하려면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회사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다만 시가총액이 워낙 작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실적으로 가시화되는지를 보시고 조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펫헬스케어 쪽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있지만 아직 임상 단계여서 가시적인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펫테크는 ‘통신 3사+비상장 기업들’인데요. 아직 투자 시리즈를 많이 받은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이야기가 나오진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이 성장한다는 건 누구나 다 이해하지만 아직은 이를 투자로 연결시키기까지의 간극은 좀 큰 편입니다.”-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투자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좀 공부를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겠군요.“내년 안에는 올 것 같다는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아무래도 IPO 시장이 좀 살아나면 기회가 올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그 관련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펫보험 시장도 이제 손해보험사만이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진출하게 되었고요. 최근엔 반려동물 진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시켜주는 방안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하거든요. 그만큼 금융권과 당국에서도 매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인 겁니다. 따라서 고양이, 강아지들을 키우시면서 내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상장한다면 그걸 투자하고도 한번 연관시켜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지인이 반려견을 ‘유치원’에 보내고, 반려견용 실내 수영장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요.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한 단계일 뿐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강아지와 고양이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이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하면서 기대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글로벌 ‘펫케어’ 산업은 2017년 210조원에서 2027년 430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겁니다.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지만 중국과 브라질의 성장률이 특히 높습니다.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언젠가는 반려묘가 반려견 수를 추월할 수 있습니다.-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펫푸드 시장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뜨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로 인해 딱딱한 건식사료보다는 부드러운 습식사료 수요도 늘어납니다. 다만 ‘락인효과’ 때문에 국내 기업이 뚫기란 쉽지 않은 시장이기도 합니다.-IT기술을 활용한 펫테크 시장도 열리면서 관련한 스타트업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아직은 비상장 기업이지만 언젠가 상장을 한다면 펫테크 관련 투자가 본격화될지 모릅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본격적인 강세장 분위기인가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금리 동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6%, S&P500 +0.93%, 나스닥지수 +1.53%. 특히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나란히 지난해 4월 21일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네요. 13~14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관측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는데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10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이 드디어 멈추게 되는 겁니다. 다만 변수는 13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될 겁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월가에선 5월 CPI 상승률이 4.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3월 5%, 4월 4.9%와 비교해 물가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거란 뜻이지요. JP모건자산운용의 글로벌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숫자(지표)는 추가 긴축을 지원하지 않을 거고 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투자환경은 장기금리 인하와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골드만삭스도 강세장 지속을 내다봤는데요. 이 회사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주식 전략가는 “다른 부문이 기술주의 뜨거운 랠리를 따라잡으면서 이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정반대의 예측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S&P500이 24% 상승한 뒤 새로운 저점으로 돌아간 1940년대 약세장과 비슷한 장이 펼쳐질 걸로 보고 있죠. 이날 증시에선 테슬라는 주가가 2.22% 오르며 249.8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2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역대 최장기록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130% 넘게 올랐군요. 크루즈 업체 카니발 주가가 12.48% 급등한 것도 눈에 띕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이 카니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한 영향인데요. 경기침체가 임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크루즈산업은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주가가 덜 오른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도 주가상승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데요. 카니발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배달 음식 많이 시켜 먹는 편이신가요? 코로나로 특수를 제대로 누렸던 음식 배달 플랫폼의 성장세가 요즘 주춤하다고 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 대신 외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비싸진 배달비도 부담스럽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나 우버이츠(Uber Eats)는 실적이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인플레이션에도 배달 음식은 못 끊는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엔데믹 시대에 배달앱은 어떻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미국의 도어대시 사례와 함께 국내에선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 이야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미국 도어대시는 왜 아직 잘 나가나‘코로나 땐 필수품이었지만 이제 사치재다.’ 미국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던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배달 음식을 두고 이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배달비 아까운데 누가 굳이 배달시켜 먹겠냐며, 배달앱의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실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면 매장에서 직접 사서 포장해가는 것보다 평균 6달러의 비용(배달료+각종 수수료)이 더 든다고 합니다(팁을 뺀 금액 기준).그런데 웬걸,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도어대시나 우버이츠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도어대시는 40%, 우버의 음식 배달서비스는 8% 매출 성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매출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제 없지만(2020년 4월엔 전년 대비 162% 증가), 엔데믹에도 미국인들이 배달을 줄이거나 하진 않은 겁니다. 무엇이 배달앱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까요. 5월 4일 도어대시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토니 쉬 CEO(창업자)가 한 발언을 통해 힌트를 몇 가지 찾을 수 있는데요(참고로 도어대시는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절대강자. 일명 ‘미국판 배민’). ① 탄탄한 진성 고객=대시패스(DashPass)는 월 9.99달러를 내면 배달비가 무료인 도어대시의 구독서비스입니다. 2021년 1000만명이던 대시패스 회원은 지난해 말 1500만명으로 50%나 증가했죠. 당연하게도 대시패스 구독 고객은 주문을 더 많이, 더 자주하고 충성도도 높습니다. 가입자 중 68%가 한 달 뒤에도 가입 상태를 유지한다는데요. 이에 도어대시는 각종 제휴(카드사, 로큐, 아마존프라임 등)를 통해 대시패스 구독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② 식료품∙편의점 쇼핑도 한 번에=저녁 식사로 팟타이를 해 먹고 싶은데 재료가 없다면? 한밤중에 갑자기 아기 기저귀가 떨어졌다면? 도어대시가 음식 배달에 이어 공략하고 있는 주요 영역이 바로 이런 식료품과 편의점, 소매배달입니다. 세븐일레븐∙세포라∙타깃∙오피스디포 같은 다양한 영역의 ‘비(非)레스토랑’ 매장이 7만 5000개 이상 입점해 있다는데요. 북미에서 가장 많은 소매점이 입점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토니 쉬 CEO는 “우리는 이제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식료품∙편의점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경쟁업체인 미국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를 앞선다는 뜻). 대시패스 가입자는 이런 소매상품 배달비도 공짜이기 때문에 더 많은 대시패스 구독자를 유치하는 효과까지 톡톡히 거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③ 그래도 중심은 ‘음식’=그렇다면 이런 ‘버티컬 서비스’를 더 활성화해서 ‘탈 레스토랑’을 하는 게 배달앱이 나아갈 길일까요? 토니 쉬 CEO는 그래도 핵심은 레스토랑 비즈니스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일주일에 20~25회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성장을 위한 큰 활주로가 남아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식료품이나 편의점 배달을 이용하려는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음식 배달을 시키던 고객이 2번, 3번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요. 결국 배달 경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죠.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레스토랑이 더 추가돼야 하는데요. 올 1월 도어대시가 스타벅스를 유치한 게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이전까지 스타벅스는 우버이츠만 이용). 돈 벌기 어려운 사업구조?여기까지만 보면 배달플랫폼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어쩌면 가능할 수 있겠다 싶은데요. 사실 좀 더 냉정하게 보자면 도어대시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보다는 이겁니다. 수익성.기본적으로 배달앱은 육체노동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비용(인건비)이 많이 들고 돈 벌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죠. 도어대시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 40% 증가했지만, 비용도 40% 늘었습니다. 영업 적자를 언제나 벗어날지 알 수 없죠. 가격(배달비)을 올리면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어렵습니다. 경쟁회사와 눈에 띄게 서비스가 차별화되지 않는 데다, 고객들이 언제든 다른 앱으로 떠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식당이 음식을 더 빨리 조리하거나 배달원이 더 빨리 배달하도록 만들긴 어렵죠. 공장 생산시설처럼 로봇으로 당장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미래의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그럼 어떤 식으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파트너 빅토리아 로드는 ‘일괄처리’를 하나의 답으로 제시합니다. “수학은 플랫폼에서 작동한다. 동시에 픽업해서 동시에 배송하는 주문이 많아질수록 주문당 배송비용은 낮아진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는 “일괄처리는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이 계속 이를 실험할 거고,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이 작업을 더 잘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괄처리를 다른 말로 하자면 스태킹(Stacking), 즉 ‘다건배달’입니다. 그리고 실제 국내외 배달 플랫폼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죠. 그 효과는 어떨까요.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을 만나 물어봤습니다.효율성과 만족감 사이AI가 배달 거리와 음식 조리 시간, 라이더 위치까지 고려해 여러 주문을 묶어서 한꺼번에 배차를 해줍니다. 요기요가 채택한 배달방식(요기요 익스프레스)인데요. 음식이 식기 전에 배달 될 수 있는 동선이라면 2~3건의 주문을 묶기도, 또는 한 집만 배달하기도 합니다. 배달의민족의 배민1이나 쿠팡이츠의 단건배달(한번에 1개의 주문만 처리)과는 다르죠.왜 이런 기술을 개발했냐고 묻자 “라이더와 식당 사장님, 고객, 그리고 플랫폼 운영사라는 4개 플레이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한꺼번에 많이 배달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라이더, 조리가 끝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라이더가 오길 바라는 사장님, 배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내 음식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길 기대하는 고객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는 겁니다.위대한상상 측은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3년 동안 운영하면서 AI 배달의 효율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른바 ‘전투콜(좋은 배달주문을 잡기 위해 앱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사라져 안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는데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게 가능할까요? 이 회사의 최재원 로지스틱스부문 PO “아직까지 100% 만족은 못 시킨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AI가 추천한 최적의 경로대로 라이더가 배달을 해도 고객 불만이 접수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라이더가 왜 이렇게 돌아서 오지?’ 또는 ‘왜 내 음식을 더 나중에 배달하지?’라는 불만이 생기는 겁니다. 이에 대해 황성민 로지스틱스부문 실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실제 고객 불만 사례를 들여다 봤더니 AI 시스템이 최적이라고 한 경로가 실제로 더 효율적인 게 보이더라고요. 시스템은 인간과 달리 과거 데이터를 참고해 미래 예측까지 하니까 더 멀리 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고객의 정서적 부분까지 만족시켜줘야 하긴 합니다. 그래서 더 고민되고 어렵습니다.”배달의 효율성과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결론은? 고객의 선택지를 늘리는 게 될 텐데요. 요기요는 쿠팡이츠나 배민1 같은 방식의 ‘단건배달’을 도입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하는군요.단건배달로 승부하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오히려 다건배달을 새로운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은 4월부터, 쿠팡이츠는 이달 9일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각각 ‘알뜰배달’과 ‘세이브배달’이란 이름으로 새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요기요 익스프레스처럼 비슷한 동선에 있는 주문을 묶어 라이더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배달료를 낮출 수 있고요.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이탈하자 이제 비용 효율성이 더 중요해진 겁니다. (5월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46만명으로 1년 전(3209만명)보다 8.2% 감소.) 결국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렇게 3대 배달앱은 서로를 닮아가게 되는군요. 국내 배달앱들이 앞에서 설명드린 도어대시의 전략을 따라가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요기요는 멤버십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죠. 특히 이달 들어 내놓은 ‘요기패스X’는 월 9900원 이용료를 내면 배달비가 공짜(1만7000원 이상 주문시)라는 점을 내세웁니다.영역 확장도 가속화하는 중입니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장보기 즉시 배달서비스)와 배민스토어(편의점∙건강식품 등), 요기요는 ‘요마트’와 ‘요편의점’이란 이름으로 음식배달이 아닌 ‘퀵커머스’ 분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열리기 시작한 퀵커머스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최재원 PO의 이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배달과 식료품배달, 모두 ‘배달’이란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계속 피자 한 판(음식 배달 시장)을 갖고 이렇게 나눠 먹기만 할 건 아니니까요. 다른 피자들을 찾아 나갈 겁니다.” By.딥다이브배달비가 뛰고 고객이 이탈하자 요즘 배달앱들이 다시 공격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고객을 반짝 끌어모아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객은 금방 떠나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엔데믹 시대가 왔지만 미국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는 오히려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구독서비스를 통한 진성고객 확보와 퀵커머스 분야의 빠른 성장 덕분입니다.-그런데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까요. 배달앱이란 사업구조 상 쉽지 않은 과제인데, 기술을 활용해 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제 요기요가 AI를 이용한 ‘다건 배달’ 서비스를 해보니,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데요. 하지만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까지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고민이라고 합니다. 결국 고객 선택지를 늘리고 퀵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식으로 대응 중입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연준의 금리인상은 끝나가고 있는 걸까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0%, S&P500 0.62%, 나스닥지수 +1.02%.이날로 S&P500지수는 약세장을 끝내고 강세장에 진입했습니다. S&P500지수 종가(4293.93)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2일의 저점(3577.03)에서 20% 상승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약 8개월의 약세장은 1940년대 이후 가장 긴 S&P500 약세장이었다고 합니다. 강세장 진입을 이끈 건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인데요. 다음주로 다가온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뛸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 것도 지수 상승에 기여했습니다.사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증시엔 비관론이 넘쳤는데요. 예상보다 빠른 강세장 전환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예상보다 탄력적인 판매, 낮은 에너지 비용, 달러 약세 덕분에 기업 이익 전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긍정론을 펼칩니다(JP모건 프라이빗 뱅크). 반대로 지금의 상승세가 너무 소수 기업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은데요. 현재 미국 증시의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로 2000년 닷컴버블 당시(20.3%)보다 높습니다. 블룸버그는 “편중효과가 엄청나다”면서 “메가캡(시가총액 20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주)의 인기는 자신감 부족을 반영한다”고 분석합니다. 앞으로도 쭉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고 보기엔 뭔가 이상하다는 지적인데요. 이날도 메가캡 주식들은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테슬라는 이날 4.68% 올라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 기록인데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중국 사업 확장 기대감+트위터 관련 오너 리스크 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날 특히 눈에 띄는 종목은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입니다. 2분기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이 5000만 달러 이상이 될 거라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56% 뛰었는데요. 610만 달러 손실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완전히 뒤집은 겁니다. 카바나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약 98%나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할 거란 전망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