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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출입기자 연례 만찬’에서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뼈 있는 농담’을 거듭 던지며 여유있는 모습을 과시했다. 그는 민형사상 재판으로 자금난에 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을 거듭 조롱했고 트럼프 측에서 공격하는 자신의 많은 나이가 실제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간 꺼리는 듯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도 문제없다는 뜻을 밝혔다.다만 바이든 캠프의 이런 자신감과 달리 이날 행사가 열린 수도 워싱턴의 힐튼호텔 인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시위를 벌였다. 주요 대학의 친팔레스타인 시위 또한 잦아들지 않고 있다. ● 바이든, 거듭 ‘트럼프 조롱’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금난과 지지율 정체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이 파는 성경까지 읽기 시작했지만 ‘다른 신(神)을 두지 말라’라는 성경의 십계명 중 1계명에서 “성경을 내려놨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스로를 신적인 존재로 여길만큼 자기애가 강하며 자금난을 모면하기 위해 59.99달러(약 8만 원)짜리 성경까지 판매하는 상황에 몰렸음을 풍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을 거론하며 ‘졸린 돈(Sleepy Don)’이라고 꼬집었다. 그간 트럼프 측이 자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놀렸던 것을 되갚았다.또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퇴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한 상황을 꼬집으며 “(트럼프와 달리) 나의 부통령은 나를 지지한다”고 말해 현장에 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좌중의 환호를 받았다.공화당 측이 자신의 고령을 거듭 문제삼는 것을 두고 “맞다. 나이가 문제”라며 “난 6살 짜리(트럼프)에 맞서는 어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신연령이 6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셈이다.1921년부터 시작된 이 만찬은 언론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 수천 명이 모인다. 유명 여배우 스칼렛 조핸슨의 남편인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도 이날 행사에서 연설했다.다만 행사장 밖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지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항의하는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정장 차림의 참석자들이 호텔에 들어갈 때 뒤따라가며 반(反)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몇몇 아랍계 기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상자를 보여주는 게시물들을 호텔 앞에 펼쳐놓았다.● 바이든 “트럼프와 토론”…트럼프 “언제든 응할 것”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토론을 하겠다는 뜻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트럼프와 토론하겠냐”고 묻자 “언제 어디에서 할 지는 모르지만 기꺼이 토론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태도에 달렸다”며 그간 모호하게 답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미 대선 후보들은 매 대선마다 3차례의 TV토론을 벌인다. 다만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당시 두 사람은 두 번만 토론했다.이번 대선에서도 9,10월 두 달간 총 세 차례의 토론이 예정돼 있지만 그간 바이든 대통령 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트럼프 측은 거듭 “토론에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앞서 14일 AP통신 , CNN, 폭스뉴스 등 12개 주요 언론사 또한 “대선 후보들은 반드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보같은 바이든과의 토론에 언제든 응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6·25전쟁 참전 공로로 미국과 한국의 최고 훈장을 모두 받은 랠프 퍼킷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2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의사당 내 ‘로툰다’에 안치돼 일반인 조문을 받는다. 의사당 내부 중앙에 있는 2층 높이의 반구형 지역인 ‘로툰다’는 전현직 미 대통령 등 큰 공을 세운 인사가 타계했을 때 이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조문받는 장소로 쓰인다. 로툰다 조문을 받는 한국전 참전용사는 그가 처음이다. 6·25전쟁 당시 평안북도 청천강 이북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진지’를 6차례에 걸쳐 사수한 그의 공로를 미 사회 또한 높이 평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2일 미 의회 기록에 따르면 상하원은 퍼킷 대령의 유해를 로툰다에 안치해 조문을 받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각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상하원 모두에서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결의안을 발의할 정도로 퍼킷 대령에 대한 미 의회의 예우 수준이 높음을 보여줬다. 결의안에는 “그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1950∼1953년 ‘잊힌 전쟁(6·25전쟁)’ 동안 미군으로 복무한 570만 명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의회는 29일 로툰다에서 퍼킷 대령의 추도식을 거행한 뒤 일반인 조문을 받기로 했다. 조문이 끝나면 유해는 그의 고향 조지아주로 옮겨져 영면에 들어간다. 퍼킷 대령은 미 육군 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퍼킷 대령의 휠체어를 직접 밀었고,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도 수여했다. 2021년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그에게 미국 최고 훈격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1926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퍼킷 대령은 1950년 11월 육군 특수부대 제8레인저 중대 지휘관으로 임명돼 6·25전쟁에 참전한 뒤 북한군을 38선 너머로 후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특히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쳤던 ‘청천강 전투’에서 솔선수범해 연합군이 전략 요충지인 205고지를 장악하는 데 공헌했다. 6·25전쟁 이후에는 베트남, 서독 등에 파견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탄소 배출량 감소와 차별 금지 등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추구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했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ESG 반대 세력에 신변 위협을 느껴 지난해 경호비용을 3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미국에서 ESG 경영을 ‘워크(woke·깨어 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라며 공격하는 분위기가 거세지자 경영자들이 경호에 거금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핑크 CEO는 지난해 자택 보안 강화에 약 56만 달러(약 7억7000만 원), 개인 경호에 약 22만 달러를 썼다. 핑크 CEO는 2020년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선언하며 ESG 경영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공화당 등이 거세게 반발했고, 진보 진영조차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핑크 CEO는 지난해 6월 ESG란 용어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흑인이 여주인공인 영화 ‘인어공주’ 등 정치적 올바름(PC)을 앞세운 콘텐츠를 만든 디즈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밥 아이거 CEO는 보안비용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한 120만 달러를 지출했다. 기후 대응을 강조했던 투자은행 JP모건, 유색인종 채용을 강화한 제약회사 화이자도 CEO 경호비를 대폭 늘렸다. ESG에 이어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도 최근 저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기업 수십 개가 지난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다양성 목표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엔 지난해 미 대법원이 내린 ‘소수인종 우대 대학입학(Affirmative Action)’ 위헌 결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 WSJ는 “다양성 강조가 오히려 차별이란 인식이 많아지며 기업들의 DEI 목표가 정치적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1월 미국 대선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대통령 부인’으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4)가 20일 야당 공화당의 기금모금 행사에 등장했다. 그가 이날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도 상당한 눈길을 끈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의식해 성소수자 등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 온 남편의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와 달리 남편의 재선 유세에 적극 관여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72)는 19일 경합지인 북부 미네소타주를 누비며 특히 여성 유권자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각각 남편의 취약점을 메우기 위한 전현직 대통령 부인의 격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둔’ 멜라니아, ‘성소수자’ 행사서 첫 유세 멜라니아 여사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화당 성향의 성소수자 지지 단체 ‘로그캐빈’이 개최한 비공개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2022년 11월 남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이날까지 한 번도 직접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다. 남편이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지난달 5일 당시 축하 행사에도 불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때도 아들 배런을 돌본다며 워싱턴 백악관 대신 뉴욕 맨해튼에 상당 기간 머물렀다. 같은 달 19일에도 ‘선거 유세에 언제 등장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켜봐 달라”며 애매하게 답했다. 그랬던 멜라니아 여사가 첫 유세 행보로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찾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독일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역시 성소수자인 리처드 그리넬 전 대사가 주최했다. 그리넬 전 대사 또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멜라니아 여사가 성소수자를 위한 공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반겼다. 멜라니아 여사는 앞서 19일 보수 성향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평등은 모든 미국인의 일상이어야 한다”며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선 멜라이나 여사의 첫 행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이고 거친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은 “이번 대선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방카가 맡았던 여성과 성소수자, 진보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제가 멜라니아 여사에게 넘어갔다”고 평했다.● ‘백악관 권력자’ 질 여사, 낙태-교육 의제 강조질 여사는 남편이 상원의원, 부통령일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배우자의 정치 인생에 적극 개입해 ‘백악관의 숨은 권력자’로 불린다. 그는 이번 대선 역시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다. 19일 격전지인 미네소타주를 방문한 질 여사는 교육학 박사 겸 현직 교수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린 ‘교육’ 의제를 강조하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으로 망가졌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힘썼고, 총기 구매 시 신원 조회를 강화해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낙태권 의제를 강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질 여사는 12일 성소수자 지지 행사에 참석해 최근 낙태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깡패”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이어 “내 남편의 연임을 위해 여러분들이 싸워 달라”고도 호소했다. 백악관을 출입했던 케이티 로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최근 출간한 저서 ‘아메리칸 우먼: 현대 퍼스트레이디의 변화’에 따르면 질 여사는 남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고, 공식 일정에도 대부분 동행하며 식사 메뉴까지 세세하게 챙긴다. 특히 ‘충성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남편에 대한 불충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사상 처음 본토를 공격당한 지 엿새 만에 이란의 군사기지에 대한 재보복을 강행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재보복 성격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는 ‘보복의 악순환’을 지속하며 긴장을 높여가는 모양새라 자칫 중동 지역 양대 군사강국 간 본격적인 전면전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ABC방송 등은 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 이란 내 목표물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오전 4시경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350km 떨어진 이스파한 상공에서 무인기(드론) 3기가 목격됐고, 방공체계가 가동돼 모두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익명으로 외신에 “군이 이란 본토를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번 공격과 관련된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스파한에는 이란 육군항공대 기지 등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등 이란의 ‘핵 인프라’가 밀집돼 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시설에 피해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란은 앞서 이스라엘의 재보복 시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으로 갚아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킴 도저 CNN방송 글로벌 이슈 분석가는 “양국 간 이러한 ‘확전 사다리(escalation ladder)’가 정말 끔찍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에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는 19일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낙폭을 줄여 42.84포인트(1.63%) 내린 2,591.86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20원 가까이 오르며 달러당 1390원 선을 돌파했다가 결국엔 9.3원 오른 달러당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도 2.7%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중동의 긴장 고조에 국제 유가도 이날 한때 4% 이상 급등했다.이스라엘, 핵시설 인접 軍기지 공습… 이란, 재보복땐 전면전 위험 [이스라엘, 이란에 보복 공습]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생일이스라엘, 6일前 ‘공격원점’ 타격이란 “드론 3대” 미사일 피격 부인… 외신 “이란 반격땐 5차 중동전 우려” 13일(현지 시간) 이란으로부터 본토에 대한 사상 첫 공격을 받은 뒤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벼르던 이스라엘이 19일 새벽 이란을 타격했다. 이날은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1989년부터 재임한 중동의 ‘최장 통치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85세 생일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권력의 핵심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려 이란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두 나라가 전면 충돌을 피하려는 수순이란 분석이 제기됐지만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이다가 자칫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 美 “이스라엘 미사일, 이란 목표물 타격”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 등은 이날 이란 이스파한 북서쪽의 군공항 주변에서 세 건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F-14 톰캣 전투기가 배치된 주요 공군기지에서 방공 포격이 이뤄졌다. 이번 공습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르스통신은 “군 레이더가 표적 가능한 물체였다”며 “이 지역 여러 사무실 건물의 창문이 깨졌다”고만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CNN방송에 “이스라엘이 민간인과 핵시설을 피하고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이어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보복 공격한 뒤에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13일 공습 당시 미사일 발사처로 이용한 곳 중 하나가 이스파한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 원점을 타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이스파한 공격의 배후인지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다만 미 N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줬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공격 사실을 축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란 항공우주국 대변인 호세인 달리리안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현재로선 이스파한을 비롯한 국내에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인기(드론) 세 대가 날아왔지만,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며 “적의 작전은 굴욕적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도 이스파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방송기자가 “도시는 안전하고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뉴스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국영TV 등은 이란이 국경 밖에서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축소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이란의 다음 반응 예측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눈은 양국의 보복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 아니면 여기에서 마무리될지에 쏠린다. 일단 이란과 이스라엘의 주요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공격을 ‘제한적 보복’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공격에 대한 조용한 초기 대응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확대를 피하고 싶어 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마크 매컬리 미 육군 퇴역 소장은 CNN에 “이스라엘이 더 이상 공격하지 말라고 이란에 ‘계산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CNN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추가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면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또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선 ‘보복 강도가 약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X에 “(보복이) 약했다”는 한마디를 올렸다. 이번 공격이 양국 보복전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배경이 드러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갈등 확대를 억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나의 잘못된 계산이나 오해, 실수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3일(현지 시간) 이란으로부터 본토에 대한 사상 첫 공격을 받은 뒤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벼르던 이스라엘이 19일 새벽 이란을 타격했다. 이날은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1989년부터 재임한 중동의 ‘최장 통치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85세 생일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권력의 핵심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려 이란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미국은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두 나라가 전면 충돌을 피하려는 수순이란 분석이 제기됐지만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이다가 자칫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美 “이스라엘 미사일, 이란 목표물 타격”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 등은 이날 이란 이스파한 북서쪽의 군공항 주변에서 세 건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F-14 톰캣 전투기가 배치된 주요 공군기지에서 방공 포격이 이뤄졌다.이번 공습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르스통신은 “군 레이더가 표적 가능한 물체였다”며 “이 지역 여러 사무실 건물의 창문이 깨졌다”고만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CNN방송에 “이스라엘이 민간인과 핵시설을 피하고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이어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보복 공격한 뒤에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13일 공습 당시 미사일 발사처로 이용한 곳 중 하나가 이스파한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 원점을 타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이스파한 공격의 배후인지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다만 미 N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줬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이란 당국은 공격 사실을 축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란 항공우주국 대변인 호세인 달리리안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현재로선 이스파한을 비롯한 국내에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인기(드론) 세 대가 날아왔지만,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라며 “적의 작전은 굴욕적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이란 국영방송 IRIB도 이스파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방송기자가 “도시는 안전하고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뉴스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국영TV 등은 이란이 국경 밖에서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축소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다음 반응 예측할 수 없다”국제사회의 눈은 양국의 보복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 아니면 여기에서 마무리될지에 쏠린다. 일단 이란과 이스라엘의 주요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축소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공격을 ‘제한적 보복’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공격에 대한 조용한 초기 대응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확대를 피하고 싶어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마크 맥컬리 미 육군 퇴역 소장은 CNN에 “이스라엘이 더 이상 공격하지 말라고 이란에 ‘계산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안 이란 외무장관이 CNN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추가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면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또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선 ‘보복 강도가 약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이날 X에 “(보복이) 약했다”는 한마디를 올렸다. 이번 공격이 양국 보복전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특히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배경이 드러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갈등 확대를 억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나의 잘못된 계산이나 오해, 실수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일본 의사 수십 명이 구글을 상대로 “구글맵에 실린 악성 리뷰를 방치해 영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들은 “글을 쓴 당사자가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소송은 이례적”이라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도쿄도, 오사카부, 후쿠오카현 등 전국 의료기관 관계자 약 60명이 도쿄지방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의사들은 구글이 악성 댓글을 방조하거나 조장한 책임이 있다며 1인당 2만3000엔(약 20만 원)씩 총 150만 엔의 배상을 요구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의사들은 구글맵에 있는 ‘사용자 리뷰’에 달린 악평들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머리가 돌았다” “살인병원은 꺼져라” 등의 글을 올리거나 낮은 평점을 줘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환자에 대한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어 구체적으로 반론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의사들은 구글에 리뷰 삭제를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사는 “낮은 평가를 지우고 높은 평가를 받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업체들도 있었다”며 “구글이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악플을 쓴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작성자 신원 확인부터 까다로워 원고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구글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는다. 원고 측 변호사는 “구글맵은 세계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사회적 인프라인데도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이 운영하는 불법 유해정보 상담센터에 따르면 일본에서 구글맵과 관련해 접수된 불만은 2022년 180건으로 2020년 103건보다 크게 늘었다. 구글 측은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부를 만한 내용은 줄이려 노력해 왔으며, 문제가 있는 리뷰는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리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삭제 요청을 받으면 일정 기간 이내에 대응하도록 하는 ‘서비스제공자 책임 강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본 의사 수십 명이 구글을 상대로 “구글맵에 실린 악성 리뷰를 방치해 영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들은 “글을 쓴 당사자가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소송은 이례적”이라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도쿄도, 오사카부, 후쿠오카현 등 전국 의료기관 관계자 약 60명이 도쿄지방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의사들은 구글이 악성 댓글을 방조 또는 조장한 책임이 있다며 1인당 2만3000엔(약 20만 원)씩 총 150만 엔의 배상을 요구했다.신문에 따르면 의사들은 구글맵에 있는 ‘사용자 리뷰’에 달린 악평들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머리가 돌았다” “살인병원은 꺼져라” 등의 글을 올리거나 낮은 평점을 줘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환자에 대한 비밀을 지킬 의무 때문에 구체적으로 반론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이에 의사들은 구글에 리뷰 삭제를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사는 “낮은 평가를 지우고 높은 평가를 받게 해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들도 있었다”며 “구글이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현지 언론에 따르면 악플을 쓴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작성자 신원 확인부터 까다로워 원고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구글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는다. 원고 측 변호사는 “구글맵은 세계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사회적 인프라인데도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이 운영하는 불법 유해정보 상담센터에 따르면 일본에서 구글맵과 관련해 접수된 불만은 2022년 180건으로 2020년 103건보다 크게 늘었다. 구글 측은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부를만한 내용은 줄이려 노력해 왔으며, 문제가 있는 리뷰는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리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삭제 요청을 받으면 일정 기간 이내 대응하도록 하는 ‘서비스제공자 책임 강화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현재 평균 7.5% 수준인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율을 25%로 높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재집권 시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느냐와 관계없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미 근로자들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때문에 불공정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것을 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무역법 301조의 적용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통상 관행이나 정책을 조사해 불공정 무역 행위가 확인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에서 펴는 보조금 정책과 그로 인한 과잉 생산으로 인해 중국산 저가 대체재가 넘쳐나면서 고품질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은 멕시코,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우회해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등을 미국 시장에 덤핑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발표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고향이자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전미철강노조 조합원들을 만나기 직전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값싼 중국산 수입품의 홍수로부터 미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유권자들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평했다. 미 CNBC 방송도 “중국의 덤핑 수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가 공허한 위협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내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잉 생산한 제품을 헐값에 수출하면서 전 세계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중국의 과잉 생산과 광범위한 거시경제 불균형을 다루는 것이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은 16일 화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은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지만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양국의 팽팽한 이견만 확인했다는 평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기후변화 여파로 전 세계 바다에서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白化)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높아진 수온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산호초의 대규모 폐사와 심각한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산호초감시국(CRW)은 15일 “산호초가 있는 전 세계 바다의 54%가 백화 현상을 일으킬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화 현상은 1998년 처음 발견됐고 2010년, 2014∼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4차례 관측됐다. 이미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올해 약 80%에 백화를 겪으며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인근 해안에서는 급격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일부 산호들이 백화 현상을 겪을 새도 없이 조직 표면이 벗겨지면서 곧바로 죽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백화 현상이 4차례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RW의 감시 책임자인 데릭 맨젤로 박사는 가디언에 “열 스트레스를 받는 산호 지역이 매주 약 1%씩 증가하고 있다”라며 올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산호초가 해양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해양 생물의 4분의 1에 서식지를 제공하는 등 생물 다양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산호는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조직 내에 공생하던 조류를 뱉어내면서 색을 잃고 성장도 멈춘다. 또한 해수온이 떨어져도 질병에 취약해지고 번식력이 약화된다. 지난해 평균 기온은 1850년 관측 이래 사상 최고였던 14.98도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겨울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산호초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 CNN은 “2050년경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약 2도 오르면 전 세계 산호의 99%가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밤(현지 시간)부터 5시간가량 이어진 이란의 공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지만, 그 대가로 많게는 약 1조8000억 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을 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참모총장 재정고문을 지냈던 람 아미나흐 예비역 준장은 14일 온라인매체 와이넷 인터뷰에서 “공습 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3’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등을 운영하며 40억∼50억 셰켈(약 1조5000억∼1조8000억 원)이 들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해당 비용은 4단계로 이뤄진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비용만 추산한 것일 뿐, 이란 무인기(드론) 등 발사체를 격추하기 위해 전투기 수백 대를 운용한 비용은 제외한 것이라고 한다. 아미나흐 준장은 “애로는 한 번만 쏴도 350만 달러(약 48억 원)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이스라엘은 이날 5시간 공습을 막기 위해 1년 치 국방비의 약 8%를 써버린 셈이다. 지난해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배정된 예산은 600억 셰켈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재무부가 올해 1월 밝힌 국가 전체 예산(5820억 셰켈)과 비교해도 약 0.8%를 차지한다. 아미나흐 준장은 “이란은 앞으로 5년 동안 이런 공격을 50번 이상 더 할 수 있다”며 “대응을 충분히 하려면 국방비가 최소 2배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침공을 받은 뒤 올해 국방 예산을 2배로 늘렸다.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발행한 국채도 80억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다. 하지만 국방 예산 증대가 이스라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고비용 구조인 현 방공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레이저 기반 차세대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빔’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100kW급 출력의 레이저빔으로 박격포탄 시험 요격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 번 쏘는 데 2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편 IDF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란과 이라크, 예멘, 레바논에서 약 350발의 미사일과 드론이 발사됐고, 여기에 실린 폭발물은 60t이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115∼130발의 탄도미사일 중 약 절반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추락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피하려 했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미 CNN방송) 13일 밤, 14일 새벽(현지 시간)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은 11월 미 대선 구도에 작지 않은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이란의 이스라엘 선박 나포를 보고받은 뒤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이날로 19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집권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였다. 이에 확전을 막으려 안간힘을 써 왔던 상황에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때 ‘외교의 달인’으로 불리며 외교만큼은 합격점을 받아 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해 자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아졌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및 구호단체의 희생이 늘며 그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슬람계 유권자 등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에 그쳤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유약한 지도력 탓”이라며 맹공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우리(미국)가 드러낸 나약함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오늘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의 11월 대선 레이스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성추문 입막음’ 재판이 15일부터 미 뉴욕에서 시작된다.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그의 첫 형사재판 향방을 좌우할 배심원단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법원은 미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을 위해 배심원 12명과 대체 배심원 6명을 선정한다. 원칙적으로는 맨해튼 거주자만 자격이 있으나, 영국 방송 BBC는 “재판의 화제성을 고려하면 맨해튼 인근의 루스벨트섬 주민까지 범위를 넓혀 최대 500명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심원 선정을 위해 8일 공개된 질문지엔 총 42가지 질문이 담겨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주로 이용하는 언론매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 팔로 여부,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세력 ‘큐어논’ 지지 여부 등도 물어본다. 법원은 배심원단 보호를 위해 이들의 신상은 비공개할 방침이다. AP통신은 “법원의 목표는 무당파 중도층을 찾는 게 아니라 증거와 법을 바탕으로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배심원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러미 설랜드 전 맨해튼지검 검사는 BBC에 “뉴욕 주민 대다수는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트럼프 일가 뉴스에 노출돼 왔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배심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과 트럼프 법무팀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특정 배심원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각각 10번씩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배심원 견해를 검증하기 위해 이들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검토할 전문가를 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면 현재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뉴욕타임스(NYT)와 미 시에나대가 7∼1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바이든 전 대통령을 1%포인트 앞섰다. 4∼8일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41%)이 4%포인트 더 높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64%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美 물가상승률 예상치 웃돌아… 환율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원-달러 환율이 1360원을 뛰어넘으면서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일제히 강세를 나타낸 결과다. 이에 따라 일본 엔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올 상반기(1∼6월)에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고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고금리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졌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연이어 웃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상반기(1∼6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연준이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less)’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고용, 물가 등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회복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경기 둔화가 없는 가운데 성장세가 이어져 인플레이션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총선 이후 물가 관리가 시급한 한국은행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 올해 금리 인하 안 할 수도”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5%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3.4%)를 웃돌았다. 물가상승률이 세 달 연속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 탓에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크게 후퇴했다.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언제 할지’가 아니라 ‘할지 말지’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아예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했다.월가에서는 올 초만 해도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1.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하 시점도 6월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인하 시점을 빨라도 7월로 보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에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가능성도 기존 98%에서 50%로 대폭 낮아졌다. 올해 전체 기준금리 인하 예상 폭 또한 0.4%포인트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3월부터 6차례에 걸쳐 총 1.5%포인트 내릴 것이라던 올 초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한은, 총선 이후 물가 관리 ‘비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올해 4분기(10∼12월)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 경기의 예상 밖 호조세로 인해 한은의 물가 관리 부담은 더 커졌다. 미 달러화 강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을 비롯해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고환율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올해 물가 전망(2.6%)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364.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경기 호조세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 될 수 있다”며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향후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가계 및 기업 부채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 최대 2%포인트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부동산 PF나 가계 부채 문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까지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나 한은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이 10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의 범죄인 인도를 다시 승인했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이 이날 보도했다. 수도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은 지난해 내렸던 범죄인 인도 허가 심사를 반복한 결과 권 씨의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5일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내려졌던 권 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파기 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권 씨를 어느 국가로 인도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이 내릴 예정이다.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말하는 등 그동안 수차례 권 씨의 미국행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그의 미국 송환 가능성이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권 씨 측은 금융 범죄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권 씨는 테라·루나 급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다. 지난해 3월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던 것이 발각돼 체포됐다. 체포 당시부터 한국과 미국은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당초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항소법원이 한국 송환으로 바꾸었지만 이 역시 무효화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예측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세계적인 영국 이론 물리학자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가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에든버러대는 이날 “힉스 교수는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감았다”고 밝혔다. 고인의 이름을 딴 힉스 입자는 입자물리학의 핵심 중 하나인 ‘표준 모형’의 필수 요소다. 표준 모형이란 자연계의 기본 입자들이 중력을 제외한 상호작용을 통해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빅뱅 등 우주 탄생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힉스 교수는 1964년 이 입자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입자의 존재가 공식 확인된 것은 48년 뒤인 2012년이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빅뱅 머신’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로 입자 충돌 실험을 하며 실체가 드러났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물리학계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혁신적이었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CERN이 이듬해 세미나에서 성공을 공식 발표하자, 당시 83세였던 힉스 교수는 눈물을 흘리며 “내 평생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가족에게 냉장고에 샴페인을 넣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힉스 교수는 2013년 힉스 입자 존재를 예측한 공로로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힉스 입자는 한국계 미국 물리학자 이휘소(벤저민 리) 박사가 쓰면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다만 힉스 교수는 앙글레르 교수를 비롯해 비슷한 가설을 제시한 다른 물리학자들의 공로를 무시하고 자신이 영광을 독차지한 것 같아 불편하게 여겼다고 한다.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란 별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계기도 흥미롭다.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이 1993년 펴낸 책 ‘신의 입자’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사실 레더먼은 힉스 입자가 발견이나 측정이 극도로 어렵다는 이유로 ‘빌어먹을(Goddamn) 입자’라고 불렀으나 출판사의 권유로 ‘신(God)의 입자’로 순화했다고 한다. 정작 무신론자였던 힉스는 이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던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킷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미 국립보병박물관은 퍼킷 대령이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밝혔다. 사인은 파킨슨병 합병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1926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퍼킷 대령은 1945년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입학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1950년 11월 육군 특수부대 제8레인저 중대 지휘관으로 임명돼 한국 땅을 밟았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같은 해 9월 인천상륙작전을 실행한 직후로, 제8레인저 중대는 북한군을 38선 너머로 후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퍼킷 당시 중위는 평안북도 청천강 이북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진지를 6차례에 걸쳐 사수했다. 그는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한국군과 유엔군이 크게 기습을 당했던 ‘청천강 전투’에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개활지로 뛰어나가 사격을 자신에게 유인하며 연합군이 205고지를 장악하는 데 공헌했다. 6·25전쟁 이후에는 베트남, 서독 등에 파견됐고 1971년 전역했다. 그는 “리더는 아무리 고난이 닥치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Be there)”라는 좌우명을 갖고 솔선수범을 실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퍼킷 대령의 휠체어를 직접 밀고 무대에 올라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달아줬다. 현직 한국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 무공훈장을 수여한 첫 사례다. 퍼킷 대령은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도 미국 최고 훈격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30년 이상 퍼킷 대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존 록 대령은 당시 “퍼킷 대령은 자신의 참전이 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기여했다는 데 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수훈십자훈장, 은성·동성무공훈장 등 미 육군 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그는 현자가 아닐지도, 어쩌면 우자이거나 광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자기계발서에서 길 잃었던 내 우문에는 현답을 내놨다.“석두냐? 네가 바뀌어야 할 문제를 왜 남에게 묻냐” 라고.“확실하게 믿는가.믿는다면 공부하고,공부했으면 증명하라.증명해야 네 것이며,네 것이면 세상에 베풀라.”누덕누덕 기운 남자의 두루마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둘둘 천을 괴어 머리 위로 올린 팻말이 내게 호통을 친다. 배낭에는 어딘가 잘못된 피카츄와 큼직한 리트리버 강아지, 아이언맨 건틀릿 주먹인형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건대 로데오거리와 캠퍼스를 오가는 명랑한 20대들과는 사뭇 다른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람. 그에게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다.주말 건대입구역에는 현자가 있다?두툼하고 네모진 글자들이 팻말 위에서 바리톤으로 왕왕 댔다.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단어들만 가득하다. 팻말 가장자리에도 작은 글씨들이 둘러쳐져 있다.“‘어쩌라구’ 듣지 말라. 인생의 패배자처럼 보인다.왜 남에게 ‘어쩌라구’ 묻는가. 석두냐.”‘석두냐, 왜 네 일을 남에게 묻는가, 돌대가리냐… ’ 그의 글씨가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지난번 영화를 보러 왔을 때도, 그보다 더 전에 백화점에 가던 날에도 남자는 저 자리에 있었다. 팻말의 내용은 매번 달라지지만, 누더기 차림새는 그대로다.그는 누구에게 말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저 자리에 서있는 것일까? 다행히 횡단보도의 녹색 불이 켜져 나는 메아리에서 벗어났다. 궁금한 것은 다음 기회로, 일단은 목적지인 영화관을 향해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3년 전 일이다. 이후엔 그를 더 마주치지 못했고, 질문들은 깊은 곳에 묻혀 잊혔다. 그러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쭉 넘기다가 불현듯 스크롤을 멈췄다. 익숙한 바로 그 팻말이었다. “인생은 모두 부업일 뿐….”주변 간판이나 홍보물로 보아 2015년 말 즈음,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찍힌 것으로 보였다. 영감을 주는 문구나 사진을 공유하는 계정에 2월 초 올라온 이 사진엔 3만5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존멋” “개쩐다” “개힙하다”와 같은 직설적 감탄사가 넘실대는 와중에 “대한민국에서 환생한 하이데거”와 같은 댓글도 공감을 얻었다. 그가 사이비 종교인이라는 의혹도 있었다. 갑자기 발동이 걸린 나는 그의 어록(?)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하나둘씩 수집해냈다. 그는 화양동을 벗어나 신촌과 종로, 강남까지 훑고 다닌 모양이었다. 공부와 관련된 문구 중에서도 가장 기막혔던 것은 나 역시 건대 앞을 지나다 본 적 있는 이 문장이다.“니가 부처나 예수라면 나 같은 놈 구원하겠냐. 공부해 스스로 구원해야 가장 완벽한 구원이다.”● 나는 자기계발서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내가 처음으로 읽은 자기계발서는 스티븐 코비의 명작을 아들이 청소년 버전으로 다시 쓴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이었다. 그 책을 닳도록 읽었다.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또래들의 사례들을 보고 또 볼 때마다 나 역시 역경을 넘어서는 데 성공하는 것만 같았다.성인이 된 뒤에도 한동안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명쾌한 가르침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사례.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계발되고 있다는 자기최면에 빠졌다.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가장 중요한 문제를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실은 그냥 책상머리나 이불 바닥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을 뿐,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도 역경을 넘어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론엔 빠삭해졌지만 정작 나 자신의 행동은 계발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퇴근 후 시간이 남으면 참새 방앗간처럼 회사 앞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코너를 들러보곤 한다. 자기계발서는 언제나 선반마다 적어도 한 권씩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 최면에라도 빠지고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철저히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본다.작년 이맘때, 서점가를 장악했던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어본 적이 있다. 출판사가 대놓고 전자책을 무료로 공개한 것이 궁금증을 부채질해서다. 홀연히 나타난 익명의 선지자가 미물들에게 기꺼이 내려주시는 공짜 샘물처럼 보였다.막상 읽어보니 “당신 삶은 당신의 것이다” 류의 독설 모음집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인내심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이 멍청한 놈들아. 이제 내 말을 믿어라” 같은 문장들에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그래 놓고선 얼마 전 베스트셀러 코너를 또 들렀다. 요새는 ‘일류의 조건’이란 책이 새로, 아니, 18년 만에 복간돼 다시 인기인 모양이었다. 소개를 훑어보니 결국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숙달하면 성공한다”라는 내용이다. 머리로는 얼추 다 아는, 익숙하고 유익한 교훈이다. 나는 이런 것에 살짝 지친 지가 오래됐다. 좀 더 정확히는, 매번 머리로만 알고 멈춰버리는 나 자신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사람은 무엇에 감응하는 것일까그랬던 나를, 우연히 소환된 ‘건대입구역 현자’의 기억이 강타했다. 공부하는 것을 넘어, 증명하는 것마저 넘어, 네 것으로 만든 그것을 세상에 베풀어야 한다고,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떡 버티고 시위하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유독 그날의 모습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나의 마음속 깊은 곳이 제대로 찔렸기 때문일 것이다.“석두야”를 외치는 누더기 현자에게는 감응하면서, “멍청한 놈아”를 외치는 세이노에게는 왜 코웃음을 쳤냐고 묻는다면 나도 명확히 말하긴 어렵다. 그는 어쩌면 우자(愚者)이거나 광인(狂人)일지도 모른다. 그가 누구더러 보라고 대로변에서 묵직한 글자들을 이고 지고 서 있는지도 알 수 없다.다만 자기계발서에서 자기 계발의 답을 찾고자 해왔던 나는, 그의 글자들에서 우문의 현답을 발견한 것 같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들을 자꾸 ‘머리로만’ ‘책으로만’ 다시 확인하지 말라는 것 말이다. 오래된 진리나 잘 정립된 이론, 멋들어진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갑자기 마주친 뜬금없는 글자들에 마음이 움직일 때가 있는 법이다. ‘뚜벅이’인 나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별 목적 없이 그런 것들을 수집하기를 좋아한다.온라인에서 발굴해낸 그의 문구를 몇 가지 더 공유한다. ‘자기만의 우문현답’의 실마리를 누군가는 찾기를 기원하며.[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천루 도시’이자 광역권 인구가 약 2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 일대에 5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대표 명물 ‘자유의 여신상’은 물론이고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들이 강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현지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다. 비슷하거나 더 강한 지진이 몇 주 내에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23분경 발생한 이번 지진의 진원은 뉴욕시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뉴저지주 헌터든카운티였다. 진원의 깊이는 4.7km였다. 뉴저지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1884년 규모 5.0의 지진 후 240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북동쪽으로 350km 이상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구체적으로 어느 단층이 이번 지진을 유발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경계에 인접해 있는 미 서부에서는 지진이 잦지만, 동부의 지각 변동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이번 지진 발생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진 당시 ‘자유의 여신상’에 설치된 웹캠을 통해 전해진 실시간 영상에는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담겼다. 뉴욕 퀸스의 JF케네디 국제공항, 뉴저지주 뉴어크의 리버티 국제공항 등 일대 공항에서는 잠시 항공기 이착륙을 정지했다가 곧 재개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도 “난 괜찮아(I AM FINE)”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진에 따른 피해는 일부 건물이 손상되는 정도에 그쳤다. 다만 앞으로 여진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안심하기는 어렵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한 달 안에 규모 4.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확률을 16%로 예상했다. 과거 사례를 토대로 분석하면 향후 1주일간 규모 2.0 이상 여진이 최대 27건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고층 빌딩들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1995년 이후에 지어졌기 때문에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닥치지 않는 이상 안전하다. 하지만 20만 채에 이르는 주택 상당수는 지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3월 고용시장이 월가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보이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시장 일각에서 기대했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의 금리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 인사들 “되레 금리 인상해야 할 수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5일(현지 시간) 연준의 정책 결정을 감시하는 ‘그림자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필요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매파’ 성향 인사로 꼽히는 그는 “기준금리를 너무 이른 시점에, 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하하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두 달간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고르지 않거나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은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같은 날 연설에서 “물가상승률 둔화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험에 비춰 생각하면 금리 인하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4일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늘었다. 월가 예상치 20만 건은 물론이고 2월(27만 건)보다도 많았다. 3월 실업률 역시 3.8%로 2월(3.9%)보다 낮았다. 고금리에도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10일 발표되는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주시하고 있다. 물가지표마저 상승세를 보인다면 시장의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 꺾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대다수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두 차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은 조기 금리 인하 어려워질 수도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도 최근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9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 시장에서 연준이 연내 6차례까지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커졌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은이 국내 경기보다는 다시 연준의 통화 정책 등 대외 요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은은 미국과 금리 차가 더 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6월에서 8월 이후로 늦춰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