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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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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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6~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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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스퍼드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사상 첫 ‘그림 문자’ 뽑혀

    옥스퍼드 사전이 매년 영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어를 뽑아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에 사상 처음으로 문자가 아닌 ‘그림 문자’가 뽑혔다.옥스퍼드 사전은 16일 ‘2015년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을 그린 이모지(emoji)를 선정했다고 CNN머니 등 외신이 전했다. 이모지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畵(e)’와 글자를 의미하는 ‘文字(moji)’의 발음에서 나왔다. 컴퓨터 자판으로만 표현하는 ‘:)’와 같은 이모티콘(emoticon)과 달리 온라인상의 실제 그림이다. 옥스퍼드 측은 지난해 이모지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선정 이유로 밝혔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은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1000개가 넘는 전체 이모지 가운데 사용 빈도가 각각 20%와 17%를 차지했다. 전년에는 각각 4%와 9%에 불과했는데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모지가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스퍼 그래톨 옥스퍼드 사전 회장은 “전통적 문자가 21세기의 시각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것”이라며 “이모지는 유연하고 즉각적이며 분위기를 멋지게 불어넣는다”고 밝혔다. 올해의 단어 후보에 함께 오른 단어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refugee),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럼버섹슈얼(lumbersexual·외모와 패션에 신경 쓰는 젊은 남성), 애드 블록커(ad blocker·인터넷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다크 웹(dark web·특별한 소프트웨어로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 웹) 등이 있었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에는 ‘전자담배’ 혹은 ‘전자담배를 피우다’란 뜻의 ‘Vap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자기 얼굴을 스스로 찍은 사진을 뜻하는 ‘Selfie’(셀피)를 뽑았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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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 46시간만에 佛의 응징… IS 사령부-훈련소 정밀 폭격

    15일(현지 시간) 프랑스의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근거지인 락까 공습은 프랑스와 연합군의 IS 대응 전략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1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IS를 응징하기 위해 처음으로 IS 내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적극 공세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항공모함 파견으로 연합군의 IS 격퇴전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 프랑스 공군은 이날 오후 7시 50분 락까 공습을 단행했다. 파리에서 테러가 처음 발생한 13일 오후 9시 20분 이후 46시간 30분 만이다. 첫 번째 목표는 신병 모집소와 무기고가 함께 있는 사령부 건물이었고, 두 번째 목표물은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였다. 군용기들이 도시 상공을 계속 선회하면서 현지 시간으로 자정 가까이까지 공습이 계속됐다고 현지 민간인 활동가들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활동가들은 “폭탄이 투하됐으며 축구장과 박물관, 의료시설에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약 22만 명의 인구가 사는 락까에는 전기와 수도가 끊어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돼 있던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주 2000 등 전투기 10대를 포함한 항공기 12대가 출동해 20발의 폭탄을 정밀 투하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목표물을 식별해 타격하는 합동직격탄(JDAM)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습은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였을 뿐 아니라 첫 군사시설 공격이었다. 프랑스는 작년 9월 이후 연합군의 시리아 IS 공습에 참여해 왔지만 주로 석유와 가스 시설을 공습했다. IS가 유전 시설을 활용해 밀수 시장에서 군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리아 공습은 의도한 목표에 맞췄다. 공습은 계속될 것이며 IS는 파괴될 것”이라며 락까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움직이는 전쟁기지’인 핵항모까지 동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IS와의 전투를 위해 페르시아 만에 핵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5일 밝힌 바 있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의 IS 대응 전략이 적극적 공세로 바뀜에 따라 핵 항공모함 전단의 연합군 내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수량이 4만2000t인 샤를드골함은 프랑스의 첫 핵항모로, 유럽 국가가 보유한 군함 가운데 가장 큰 핵항모다. 라팔 M, 쉬페르 에탕다르 등 전투기와 미국제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40여 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다. ○ 연합군도 가세 연합군도 IS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은 이날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로 명명된 IS 퇴치 작전에 따라 시리아와 이라크 내의 IS 기지에 대해 18차례에 걸쳐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국 국방매체가 연합군 사령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미국과 프랑스, 호주, 캐나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참여한 연합군이 전투기와 드론(무인기)을 동원해 6차례에 걸쳐 락까를 포함해 하사카, 다이르앗자우르 등을 공습했다. 이라크에서는 모술, 라마디, 신자르 등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드론이 동원된 12차례의 공습이 이뤄졌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미국이 이끌고 있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정보 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 공습을 계기로 IS의 교신 내용 등을 담은 이 정보도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5개국이다. 한편 벤 로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ABC 등 주요 방송에 출연해 “IS를 겨냥한 공습은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지만 미 지상군을 파견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 프랑스가 대응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락까 시리아 북부 락까 주의 주도로 IS의 심장부다. 인구 22만 명으로 군사령부, 각종 행정시설, 무기고, 신병모집소 등 IS의 주요 시설이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이 싸우는 사이에 IS가 이곳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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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2015년들어 8번째 테러… 왜 이슬람 급진세력 표적 되나

    올해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이어 13일 파리에서 129명의 사망자를 낳은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면서 프랑스가 연이어 테러 표적이 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테러는 미수 사건까지 합치면 올 들어 8번째다. 프랑스가 잇달아 테러의 표적이 되는 데는 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내부적으로는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이슬람교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에 앙심을 품은 ‘외로운 늑대’가 늘고 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는 오랜 경기침체와 이민자 증가 속에 이슬람교도들을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0월 말에는 파리 교외에서 북아프리카 이민자 폭동 사태가 2개월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프랑스 국내 정책도 이슬람 과격 세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프랑스의 한 지방법원은 이슬람교 학생을 위해 운영하던 ‘포크 프리(Pork Free·돼지고기를 넣지 않는 급식)’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의복인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옷)의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4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IS에 참여한 서방국가 출신 중 프랑스 국적자가 가장 많은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방국가 출신이 3400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프랑스 출신이 1200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800명) 영국(600명) 터키(400명) 등의 순이다. 프랑스가 대외적으로 이슬람 과격주의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알카에다 소탕을 위한 공습을 단행했고, 이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년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IS 격퇴를 위해 지난해 이라크 공습에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시리아에서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날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12년 11월 13일, 프랑스는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5일에는 페르시아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보내 IS와의 전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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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 제안 ‘4자 회동’ 11월 셋째주 열릴 듯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과반 의석 확보가 임박하면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수지 여사에게 전화해 NLD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화에서 “새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미얀마의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에게도 전화해 “이번 선거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얀마와의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NLD의 의석은 과반에 임박했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NLD는 하원에서 243석, 상원에서 83석 등 총 326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 수인 329석에 바짝 다가섰다. 329석을 확보하면 3명의 대통령 후보 중 2명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고, NLD 단독으로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도 있다. 개표 지연과 관련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체 없이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부정 의혹이 제기된 52개 사항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타임스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 슈웨 만 국회의장이 수지 여사의 대화 제의에 잇달아 응해 다음 주에 4자 회동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12일 군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NLD의 다수 의석 확보를 축하하면서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면 수지 여사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테인 세인 대통령도 “총선에서 앞서고 있는 것을 축하한다”며 “최종 개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만나자”고 밝혔다. 슈웨 만 국회의장의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지 여사의 편지를 받았다며 국회의장이 회동에 참석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주께 개표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돼 4자 회동은 다음 주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지 여사는 4자 회동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조건 등과 관련된 헌법 조항 개정, 군의 권력 지분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NLD는 선거에서 압승하면 6월에 실패한 개헌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군부로부터 개헌 동의를 얻는 대신에 새 정부가 출범해도 군부에 일정 정도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소수민족 반군과의 협상권, 미국 중국 등과의 외교정책, 소수민족 자치권 확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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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 ‘민주화의 꽃’ 조명 뒤로 ‘군부와 타협-소수민족 외면’ 그림자

    1988년 이후 27년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아웅산 수지 여사는 누가 뭐래도 미얀마 민주화를 이끈 최대 주인공이다. 그러나 비폭력 저항과 인권 투쟁의 상징인 수지 여사 앞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2012년 이후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권력욕이 강한 정치인’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지 여사는 1988년 어머니 간호를 위해 영국에서 일시 귀국했다가 민주화 시위를 목도하고 출국을 포기한 채 민주 투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당시 500만 군중이 모인 민주화 집회에서 민주적인 정부 구성을 촉구한 것이 출발선이었다. 군부에 의해 1989년 처음 시작돼 3차례에 걸쳐 가택 연금을 당했다가 2010년 11월에야 풀려났다. 1999년 남편이 암으로 숨질 때도 미얀마를 출국하면 입국이 막힐 것을 우려해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인도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정신과 불교의 영향으로 평화적 저항을 주창한 그는 2011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2012년 국회에 입성해 정치 활동을 하면서 ‘야심에 사로잡힌 현실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얀마 현행 헌법이 직계 가족 중 외국인 가족이 있는 자의 대통령 출마를 금지함에 따라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그가 “대통령 위에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 비판의 큰 줄기는 수지 여사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목적으로 군부와 협력하고 소수민족의 인권 등에는 애써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미얀마 인구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불교도가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과 충돌해 200여 명이 숨지고 14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사태에 대해 수지 여사는 “폭력이란 양쪽 모두로 인해 저질러진다”는 취지로 양비론을 펼쳤다. 로힝야족을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지 여사는 정부군이 다른 소수 민족인 카친족을 공격해 사상사가 발생했을 때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군사 정권에 협력하는 듯한 이런 행보에 대해 NLD 내부에서도 젊은 당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지 여사의 정치적 행보는 결국 집권과 개헌을 위한 의원 정족수 확보에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번 총선에서 NLD가 과반을 넘긴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미얀마 정국은 개헌 논의로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다. 군부가 이미 25%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현 여당은 8.3%의 의석만 차지해도 개헌 저지가 가능하다. 그동안 수지 여사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금기시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얀마의 칼럼니스트인 우 시투 아웅 민 씨는 선거 전인 올해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독재적인 정치결정 스타일로 인해) 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는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고, 똑똑한 정치인 축에는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화의 꽃’과 ‘야심찬 현실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수지 여사에 대한 평가는 집권 후 로힝야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지 “장미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장미” ▼‘대선 못나가도 실질적 대통령’ 선언… “집권땐 무슬림 로힝야족 보호”국명도 ‘버마’로 유턴 가능성… 美, 中견제 위해 협력강화 나설 듯 미얀마 총선 승리를 이끈 아웅산 수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70)가 10일 영국 BBC와 첫 언론 인터뷰를 하고 대통령직에 관계없이 국정을 주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때문에 자신이 내년 초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단독 집권 가능” 자신감 피력 수지 여사는 이날 양곤의 자택 정원에서 진행된 퍼걸 킨 BBC 기자(5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헌법이 국정 운영에 큰 장벽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운 존재(It‘s a name only, A rose by any other name)’를 인용하며 헌법의 대선 출마 제한 조항은 자신에게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수렴청정인 이 조치가 헌법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이 문제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취하고 국민과 소통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만모한 싱 전 총리를 내세워 2004년부터 10년간 인도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온 소냐 간디 전 인도 국민회의당 대표의 예에서 보듯 수지 여사가 내년 대선에서 자신의 대리인을 NLD 후보로 내세우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군 최고사령관 출신으로 수지 여사를 오랫동안 보좌해 온 틴 우 NLD 부의장(88), NLD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윈 흐테인 NLD 중앙집행위원(73) 등이 후보로 꼽힌다. 수지 여사는 자신이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문제를 도외시해 왔다는 지적에 대해 “집권하면 무슬림 공동체를 보호할 것”이라며 “이들을 탄압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다스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편견과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절대다수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 증오와 공포를 자양분 삼아 살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수지 여사는 “NLD 단독 집권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루 전 NLD 수뇌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자. 상대편을 자극하지 말자”며 신중론을 편 것과 다르다. 이번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달라져 과거처럼 부정선거를 자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군부도 25년 전과 달라 뉴욕타임스(NYT)는 수지 여사의 말대로 군부가 1990년 총선처럼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10일 보도했다.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내무부와 국방부 등 핵심 부처의 장관 임명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과 투자 이권을 차지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수지 여사가 향후 헌법 개정과 군부 개혁에 나선다면 군부의 태도가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할 목적을 지닌 미국은 친(親)서방 성향인 수지 여사의 승리를 미국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양국 협력을 강화할 뜻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는 과거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11월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당시 20년 넘게 유지해 왔던 경제 제재를 풀어 줬던 미국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남아 있는 인권 및 무기 금수 제재를 해제할지도 관심사다. NLD가 집권하면 미얀마가 ‘버마’라는 과거 국명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군부는 ‘8888 학살’ 1년 뒤인 1989년 버마라는 국명이 미얀마의 135개 민족 중 최대 민족인 버마족만 중시한다는 뜻으로 쓰인다며 이를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바꿨다. 반면 수지 여사와 반독재 투쟁가들은 군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단으로 국명을 바꿨다며 줄곧 ‘버마’를 사용해 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하정민 dew@donga.com·이설 기자}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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