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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2일로 마무리되자마자 대회 파행 책임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간 책임 공방이 본격화됐다. 국민의힘은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이 전라북도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 감사를 강력 촉구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며 감사원 감사 대신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與 “감사원 감사 착수해야”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감사원이 즉각적이고 대규모의 인원을 파견해 신속한 잼버리 파행의 문제점을 찾아내기를 강력히 요청하겠다”며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준비 과정,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의 준비 과정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이르면 이번주 대대적 감사 착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국민의힘은 특히 잼버리 관련 직간접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본격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 원)을 비롯해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1조9200억 원) 등 이번 대회에 11조 원에 육박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투입됐다고 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성공적으로 치러졌던 1991년 고성 잼버리 직간접 예산은 188억 원에 그쳤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기준 513억 원으로, 새만금에 들어간 11조 원과 비교하면 214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와 관련해 수의계약 건수가 전체 계약 272건 중 188건으로, 69.1%에 육박한다”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북도에 위치한 직원 3명짜리 업체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23억 5900만 원이 넘는 잼버리 관련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野 “감사원 감사 대신 국정조사해야”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책임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한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스카우트 명예총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민과 세계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과 부모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여권은 여성가족부 책임론을 제기하지만, 정부의 (잼버리) 지원위원장인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민주당은 여권에서 주장하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총리실이 자기들 잘못을 어떻게 감찰할지,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했다. 김 부의장은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 조직위, 전라북도의 책임을 규명하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이전 정부가 잘못하고 놓친 게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라고 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김윤덕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 뒤 “5인의 공동조직 위원장 중 한 명으로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하겠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도 16일 시작하는 8월 임시국회에서 잼버리 예산 집행 과정 전반을 도마 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폐영식 이후로도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 등을 지원하라고 한 것에 대해 “국가 예산은 검찰 특활비 용돈처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사진)이 8·15광복절 사면 복권 대상에 오르면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재출마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여권에선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 한다는 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기류였지만 김 전 구청장이 유죄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 복권되자 재출마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지도부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사전회의에서 김 전 구청장 재출마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회의 참석자가 ‘김 전 구청장은 보궐선거에 나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며 “하지만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재출마시키려 사면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재출마에 부정적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다만 김 전 구청장은 본보에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뒤 김 전 구청장 사면 관련 질문에 “전국의 226개 기초단체가 있는데 김 전 구청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공천 원칙’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는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인 보궐선거에 귀책 사유에도 후보를 냈다가 패배하면 지도부 책임론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란 점도 부담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을 재출마시키면 괜히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의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 폭로로 유죄가 확정된 만큼 재출마 명분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별사면도 김 전 구청장의 공무상 비밀 유출이 ‘공익 제보’란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김 전 구청장은 사면, 재출마설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사면이 확정된 바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문자메시지로 답했다. 특사 대상자는 윤석열 대통령 재가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민주당은 김 전 구청장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법치주의 유린” “반헌법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당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구청장 사면은) 사법부 결정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전 구청장의 보궐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역사상 유례가 없는 후안무치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경기 성남시장으로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를 17일 불러 조사한다. 이로써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이후 검찰에 4번째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됐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이 최근 이 대표 측에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하자 이 대표 측은 임시국회가 열린 이후인 17일 출석을 희망했고, 이에 검찰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서 민간에 특혜로 볼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진 이유와 그 과정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백현동 민간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 씨는 두 차례 용도변경 신청을 반려당한 후 2015년 1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했다. 이 대표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치를 때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도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정 씨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한 후 토지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달라’, ‘인허가를 서둘러 달라’는 취지의 정 대표의 요청을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해 관철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사업 참여가 예정됐던 성남도개공은 최종 단계에서 사업에서 배제됐다. 또 시행사는 3000억 원대의 분양이익을, 정 대표는 700억 원대의 개발이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도개공이 참여했다면 공공이 가져갈 수 있었던 수익이 민간업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정 전 실장도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법조계에선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도 이 대표를 조사한 후 검찰이 두 사건을 함께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임시국회가 16일부터 열리고 이후 정기국회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심이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릴 때마다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면서도 “당당히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게 가장 큰 국가폭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살해 협박 및 폭발물 테러를 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이 발송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민주당은 “경찰청에 이 대표에 대한 일본인의 테러 협박 내용이 접수됐다”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는 국회 방호처 경내 경호를 받고 퇴근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7일 0시경 야마오카 유우아키라는 일본인 이름을 쓰는 사람이 “8월 9일 15시 34분까지 이 대표를 살해하지 않으면 서울시 소재 도서관에 설치한 시한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e메일은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가 뒤섞여 작성됐다. 경찰은 8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한 뒤 국회도서관 등에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을 투입해 폭발물 탐지 작업을 진행했다. 국회경비대는 국회 내 순찰을 강화하고 경찰청에 이 대표 특별경호를 요청했다. 국회경비대는 “이 대표의 국회 퇴청 시까지 경찰력을 추가 배치해 경비를 강화했다”며 “신속대응 2개 조 및 취약지에 경력 18명을 추가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공보국은 “이 대표는 경찰의 경외 경호는 사양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유엔인권이사회 진정서 서명식’ 등 예정된 공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솔직히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를 칠 줄은 몰랐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언’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당으로선 상당히 뼈아픈 부분일 듯하다. 사실 혁신위는 애초부터 민주당의 주요 관심 사안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은 김남국 코인 사태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5월 14일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일종의 반성문 격으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결의문의 마지막 항목,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정도로만 살짝 언급된 게 혁신위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랬던 혁신위에 그나마 존재감이 생긴 건 이래경 초대 위원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 등으로 임명 9시간 만에 낙마하면서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민주당은 여론에 쫓기듯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다음 위원장으로 앉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실언을 내뱉은 뒤, 해명하고 수습하느라 바빴다. 혁신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에서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언을 주워담았다. 각종 설화로 의원들과의 갈등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 “혁신위가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킨다”(설훈 의원)는 비판을 샀다. 물론 그때도 김 위원장은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고 ‘언론 탓’을 했다.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 후엔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혹평했다가 ‘초선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때도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오해’라는 거다. 그러더니 정치판에서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뒤흔들어 놨다.“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 대 1로 표결을 하냐”는 등의 발언이 노인 폄하 논란으로 이어지자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김 위원장을 엄호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번에도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는 등 이상한 변명만 늘어놓다 결국 나흘 만에 떠밀리듯 ‘뒷북 사과’를 했다. 당내에선 남은 임기 동안 혁신위가 또 말로 사고를 칠 것이란 불안감이 적지 않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혁신위 조기 해체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표에게 본인 사법리스크 외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추가된 듯하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렇게까지 히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진짜 혁신으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1대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망발’에 이은 2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때문이란 게 좀 아프긴 하겠네요.민주당에서 ‘혁신위’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14일 의원총회에서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 도덕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죠. 급히 ‘쇄신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냅니다. 이 결의문 마지막 항목 5번, 그것도 맨 마지막 줄에 ‘당 차원의 혁신기구’가 살짝 언급됐습니다.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얘기는 그날 처음 나왔다. 애초에 의원들 사이에선 관심 사안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의총 도중 박광온 원내대표가 혁신기구 설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의문 초안에도 자세한 내용이 없다 보니 다들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크게 힘이 실릴 조직이 아니었다는 거죠. 혁신위 논의는 실제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도부 의원은 당시 통화에서 “구인난도 문제이지만, 일단 혁신위가 정확히 무슨 일을 정해야 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당장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민주당이 시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민주당은 6월 5일 쫓기듯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선임 소식을 직접 발표하며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맡기겠다.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실과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낙마합니다. 혁신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죠. 당시 당내에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비이재명)’계 원내지도부 등판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대표가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꾸리려다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래경 사태 덕분에 혁신위에도 비로소 존재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이래경 다음 타자는 누구냐”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거죠. ‘김은경’이란 이름이 등판한 건 쇄신 의총으로부터 딱 한 달째 되던 6월 15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프로필부터 낯설었던 탓에 “금융·소비자운동 전문가가 웬 당 혁신을 하느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임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정치권 출신이 아니라 참신하다’는 그 장점이 단점이 되기까진 얼마 안 걸리더군요. ‘김은경호’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그덕댔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첫 기자간담회부터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더라”며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느라 바빴습니다. 혁신위에는 줄곧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 공동본부장 출신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록 대리인 등 이 대표를 지지했거나 이 대표와 연이 있는 이른바 ‘친명’ 인사들로 혁신위가 대거 채워졌다는 거죠.혁신위는 실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적 판단(영역)이라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도 “혁신위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혁신위 스스로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탄핵 사유를 현재까지 발견 못 했다”(서복경 혁신위원)고 하더군요.당연히 비명계 의원들과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윤영찬 의원)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지도부 눈치 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이원욱 의원)이라는 비명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혁신위도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을 향해 실명을 거론하며 “자중하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선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도 했죠. 이에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이 발끈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의 ‘실언 리스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는 “기억에 썩 남는 것은 없다”,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듯했다”고 말해 ‘초선 의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잘 못 알아듣고선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해하더군요.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오해’라는 겁니다.그러더니 선거를 앞두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세대 갈등’ 이슈마저 기어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2030 청년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의 평균 여명이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지요.”논란이 거세지는데도 혁신위는 “김 위원장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한 발언을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저 발언을 그대로 봤을 때 무엇이 왜곡이고 몰아간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오해’라는 주장만 이어갔습니다. 8월 1일엔 “오해가 있었다면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했고 2일에는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언제부터 ‘철없는 직업’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자신의 진위를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한 인터뷰가 후폭풍이 거셌을 때도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앞뒤 자르고 연결했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었죠. ‘오해 탓’ ‘언론 탓’하는 스킬만 봐서는 정치언어를 충분히 잘 아시는 분 같습니다.민주당에선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사고를 더 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혁신위 해체가 혁신”이라며 조기 해체 요구가 이어지면서 당에선 일단 9월 초까지 예상했던 혁신위 임기를 이달 20일 정도로 2주 앞당겨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죠. 10일엔 비명계는 반대하고,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찬성하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시끌시끌한 혁신위로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동훈의 말장난과 너무 뻔한 거짓말, 법사위는 제대로 추궁하라”(2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한 장관은) 왜 이렇게 엷은 미소를 띠고 있나” “가볍기가 깃털 같다”(26일 박범계 의원)“한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화영 전 부지사 접견을) 막고 있다”(26일 주철현 의원)“(한 장관) 참 무례하네, 뭐라고? 말이 길다고? 너나 짧게 하시길” (26일 민형배 의원)“한 장관은 마치 내가 매표 행위를 했다는 듯이 매도했다.” (25일 송영길 전 대표)최근 일주일 사이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발언들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한동훈 마니아 수준입니다. 입만 열면 한동훈 탓, 한동훈 타령이니 말입니다. 전선(戰線)도 다양합니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진술을 번복한 것이 “검찰 회유 탓”이라고 합니다. 법무부가 민주당 의원들의 이 전 부지사 접견을 불허하는 배후에도 한 장관이 있다는 거죠.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습니다.그러자 한 장관도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는 길에 기다렸다는 듯 반박하더군요.“북한에 수십억 뒷돈을 준 범죄혐의를 밝혀내서 기소했고 재판이 빨리 진행된 부분은 이미 유죄판결이 났다. 현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등 추가 관련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기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검찰청에 몰려가서 드러눕고, 영치금 보내기 운동도 하고, 성명서를 내고, 가족을 접촉하고 면회해서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하는 행태다. 이건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다.”‘사법 방해’, ‘스토킹’ 등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발끈했습니다.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신 나갔네~”라고 썼다가 “말이 좀 거칠었다면 바꿉니다. 정신 좀 차리시지~”라고 적었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에서 “(농성에서) 드러누운 사람이 없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라고 했다가 진행자인 진중권 교수로부터 “연좌 농성이었는데 드러누운 거랑 앉아있는 거랑 뭔 차이가 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법정 구속된 것을 두고도 한 장관을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26일 법사위 회의에서 박범계 의원은 최 씨 판결을 언급하던 중 난데없이 한 장관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죠. “장관께서 왜 이렇게 엷은 미소를 띠고 있습니까.” (박)“제 표정까지 관리하십니까.” (한)“제가 관리한다고 관리됩니까?” (박)“그러니까요. (최 씨) 사안은 사법 시스템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지금 민주당처럼 이화영 전 지사의 진술을 번복하기 위해 사법 시스템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재판 내내 전혀 없었습니다.” (한)“역시 동문서답이네요. 이화영 이 자도 안 물었는데, 최 씨를 물었는데 이 씨로 대답하네요. 좀 무겁게 법무부 장관답게 하세요.”(박)“그러고 있습니다.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한)(중략)“장관의 말이 하도 기가 막혀서 하는 얘기예요. 제가 그동안 소리 질렀습니까?”(박)“많이 지르셨죠. 말씀하세요.”(한)“가볍기가 참 깃털 같아요.”(박)“제가 훈계 들으러 온 것은 아니고요.”(한)“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개인 박범계가 아니잖소, 그렇지 않습니까”(박)“반말은 하지 말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한)“뭐뭐 하였소가 반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좀 무겁게 답을 해보세요.”(박)전, 현직 법무부 장관이 대체 왜 국회 회의에서 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까요. 저러다 미운 정이라도 들겠습니다. 심지어 박 의원은 저 대화 직후 갑자기 최 씨 판결 얘기 대신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비슷한 시각 국토위 회의장에서 이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실컷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 마저 한 장관에게 따져 물은 거죠.“고속도로 게이트, 어떻게 생각해요.” (박)“국토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원희룡 장관의 국토부 설명이 납득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박)“위원님 댁 앞으로 고속도로가 갑자기 바뀌면 위원님을 수사해야 합니까. 위원님이 어떤 압력을 가했다거나, 양심선언이나, 이런 비슷한 정도의 단서가 있어야 수사를 하지 않습니까.”(한)이 외에도 도처에서 한동훈 이름 석 자를 외치는 중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25일 자신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한 장관이 매표 행위로 매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8일 K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로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대선주자 한번 이겨보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나”라고 하더군요. 이런 민주당 내 ‘기승전 한동훈’의 배경엔 호불호를 떠나 어쨌든 윤석열 정부 최대 화제 인물인 한 장관을 이용해 각자 자기 장사를 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을 겁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좋든 싫든 일단 한동훈과 엮이면 무조건 이슈가 되고 기사로 나오니 너나 할 것 없이 한동훈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서운 정치인들이 일단 한동훈 카드를 꺼내 드는 거란 해석이죠. 돌이켜보면 김남국 의원의 이름을 전국구로 알린 이른바 ‘이모’ 사건도 지난해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네요. 한 장관은 여느 공무원 출신 장관들과 달리 민감한 이슈 관련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변하는 편입니다. 기자들이 괜히 그의 국회 출석 길 인터뷰를 그렇게 열심히 챙기는 게 아니겠죠. 국회 회의장에서도 그동안 의례적으로 의원들 앞에서 몸을 낮추던 이전 장관들과 달리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오히려 더 따지고 듭니다. 클릭 수 ‘대박’이 터지는 기사마다 한 장관이 등판하는 배경일 겁니다. 일단 현재까지 스코어만 따지고 본다면, 민주당 인사들 못지않게 한 장관도 나쁘지는 않은 ‘윈윈’으로 보입니다. 한국갤럽이 5월 30일~6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물었는데, 한 장관(11%)이 이재명 대표(22%)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6월 7~9일 같은 조사에서 4%로 처음 이름을 올린 이래, 지난해 9월 1주(9%), 12월 1주(10%), 올해 3월 1주(11%)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여권 인사 중에선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4%), 안철수 의원(2%)을 제치고 1등입니다. 다만 이런 잦은 등판으로 인한 과도한 이미지 소비가 한 장관에게 계속 유리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의원들과 싸우는 모습도 초반에나 쾌감과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고, 수없이 반복되면 결국 같은 도매금으로 묶이겠죠. 한 장관 특유의 날 선 단어 사용과, 흡사 싸움닭 같은 모습에 이미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보수의 책사’라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 장관과 박 의원 간의 설전을 두고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고 훌륭한 경력을 쌓은 분들이 저런 수준의 상스러운 얘기를 주고받으면 국민들이 뭐라고 그러겠냐”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내 ‘미스터 쓴소리’인 이원욱 의원조차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스토킹’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 “완전히 정치인으로서 할 발언이고 그런 발언을 계속하고 싶으면 장관을 그만두고 나와서 정치인이 돼서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듣는 데 솔직히 불편하다. 상임위 내에서 장관과 의원이 그것도 (박범계 의원이) 다선 의원 아니냐. 장관하셨던 분 아니냐. 이렇게 대화를 오고 가는 것은 지금 청취자분들이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라고 했습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잘 들어봐. 일단 7월 29일이면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 그러면 그때부터 8월 16일 결산 국회까지는 국회가 안 열려 있는 거야. 그때 검찰이 구속영장이 치면 국회의원이고 나발이고, 일반 사람들이랑 똑같이 영장실질심사 받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면 검찰이 일단 윤관석, 이성만 (의원)부터 영장을 치는 거지.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도 구속기소 되고 검찰이 요즘 돈 봉투 사건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더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번에 체포동의안 설명할 때 민주당 의원 20명 정도가 돈 봉투를 받았다고 했잖아. 윤관석이나 이성만 중 한 명만 잡혀 들어가도, 그 건이랑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20명은 벌벌 떨리지 않겠어? 요즘 게다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쪽도 난리잖아. 이재명(대표)에 쌍방울 대북 송금 계획 보고했다고 진술 바꿨다면서. 그럼 검찰이 어떻게 하겠어. 이재명 불러야지. 7월 25일이 이화영 재판이니까 8월 초에는 조사 한번 해야지. 그러고 나서 8월 16일에 국회가 열리겠지? 그때 딱 검찰이 진짜 얄밉게 이재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치는 거야. 그때는 국회 회기 중이라 이재명이 아무리 자기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했다지만 절차상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긴 해야 해. 그때가 진짜 민주당 비극의 서막인 거야. 물론 이재명은 자기가 이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니까 ‘가결해달라’고 하겠지. 근데 돈 봉투 받은 20명 의원은 나름대로 셈법이 복잡할걸. 그 사람들 입장에선 섣불리 이재명 건을 가결해버리면, 나중에 자기들한테도 영장이 날아오면 그땐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잡혀갈 수도 있는 거잖아. 결국 이게 다 같이 불안해져서 서로 지켜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니까. 그래서 이번 8월이 민주당에는 진정한 ‘방탄 시험대’라는 거야.”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냥 의원들 사이 도는 소문”이라며 해준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두 ‘상상’을 전제로 한 ‘설’이라고 했습니다만, 여의도에서의 상상은 현실이 될 때가 많죠.사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깜짝 선언할 때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다 끝났나 보다’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본인도 충분히 시점을 계산해서 던진 카드였을 거란 거죠. 하지만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에선 그 직후로 참 많은 일이 이어졌죠. 일단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나머지 의원들에게도 모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줄 것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당론으로 가결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솔직히 말해서 불체포특권은 이재명이 당 대표되기 전에는 사실 거의 쟁점이 된 적이 없는 사안이었다. 심지어 이재명 본인은 이미 불체포특권을 활용해 한 번 방탄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그래 놓고 인제 와서 왜 나머지 의원들한테는 보장된 헌법적 권리를 포기하라 하는가?”라고 하더군요. 이런 공개 반발이 이어진 탓에 7월 13일 의총에서는 결의안이 한 차례 부결도 됐습니다. 그러자 ‘역시 더불어방탄당’ 등의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의원들에게 돌린 국민의힘은 기세등등하게 민주당을 몰아붙였습니다.“이재명 대표의 공약이었음은 물론, 얼마 전 대표 연설을 통해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큰 소리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가? 지은 죄가 많아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혁신의 실체는 ‘불체포특권 사수’와 ‘당 대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국민의힘 문종형 상근부대변인)결국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반기를 들었던 의원들에게 전화로 설득작업에 나섰죠. 여기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31명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문을 내면서 동료들을 압박하고 나선 끝에 7월 18일 의원총회에서야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발표가 이뤄졌습니다. ‘정당한’의 판단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죠. 이마저도 ‘의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당론 채택’이나 ‘서약’이 아닌 ‘다수 의원’의 동의만 있으면 채택이 가능한 ‘결의’ 방식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건만 정말 하루 만에 검찰발 리스크가 또 한 번 훅 들어왔습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에 연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도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사전에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19일 전해지면서입니다. 이 전 지사는 이틀만인 21일엔 자필로 쓴 옥중편지를 통해 “쌍방울에 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또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중입니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당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시점 및 검찰 인사 시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인 상황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던진 것 같다”며 “이런 게 분열을 조장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니까 당에는 또 위기가 될 것이다. 당 차원에서 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다른 거 못하고 또 이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됐다”고 우려했습니다.당 지도부와 친명 진영에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기류입니다. 한 친명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의도가 있는 수사이기 때문에 영장은 국회로 무조건 날아온다고 봐야 한다”고 했고, 친명 핵심 의원도 “검찰은 망신 주는 것이 목적이라 무조건 국회 회기 중 영장을 신청할 것이다. 한동훈 장관 입장에서도 국회에 직접 와서 또 한 번 혐의를 읊으려 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의지는 존중하지만 그래도 ‘정당한 영장’이 맞는지를 당 차원에서 다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옵니다. 강선우 대변인은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 입장은 존중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그 (영장) 내용을 보고서는 (당내) 치열한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했죠. 한 친명 의원도 “우리 입장에선 가결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정당한 영장인지는 물론 봐야 하겠지만, 이게 정당하다고 볼 순 없지 않나”라고 하더군요. 8월 중순이면 김은경 혁신위도 마무리 시점이라 지금보다도 더 시끌시끌할 테고, 9월 정기국회 전에 이낙연 전 대표도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모로 민주당의 8월은 어느 해보다 뜨거울 전망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2010년 한 누리꾼이 “가수 타블로가 사실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태의 시작이었다. 타블로는 스탠퍼드대 졸업증명서와 성적표를 제시하며 해명했지만 ‘타진요’ 회원들은 “조작한 것” “학교 측 실수”라며 부정했다. 타블로가 ‘MBC스페셜’ 제작진과 함께 모교를 찾아가 교수와 교무 담당자를 만나 ‘증언’을 확보하고, 카메라 앞에서 성적증명서를 출력해 보여도 타진요에겐 소용없었다. 이들은 “짜깁기 방송”이라며 방송 내용을 불신했다. 걷잡을 수 없는 음모론에 결국 경찰이 나섰다. 2010년 10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대니얼 선웅 리’(타블로 본명)의 학·석사 성적증명서를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의뢰한 결과 문양 및 형식이 일치하는 진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타진요는 “경찰 수사를 어떻게 믿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요청하자”며 경찰도 못 믿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누가 뭘 어떻게 ‘증명’하는가에 관계없이 그냥 타블로가 스탠퍼드 졸업생인 걸 믿고 싶지 않았던 거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쏟아내는 각종 괴담과 불신론을 보고 있자면 13년 전의 타진요가 떠오른다. 민주당은 한국 정부의 발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구 결과도 “못 믿겠다”고 한다. IAEA의 방류 계획 관련 최종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 “일본 정부의 ‘용역보고서’”라고 혹평하더니 “IAEA는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다”라며 IAEA의 자격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IAEA는 1956년 유엔 총회 승인을 거쳐 설립된 유엔 산하 유관기구다. 최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보고서 작성 팀은 11개국에서 온 원전 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그 안에 한국인 과학자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IAEA의 중립성부터 증명하라”며 거듭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와 호주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에게 뉴질랜드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장관은 “IAEA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다만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의미 있는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도 “우리는 IAEA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IAEA에 대한 경의, 국제 안전기준의 존중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국제기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IAEA의 계획을 믿는다는 걸까. 민주당도 “IAEA를 존중하지만, 한국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IAEA의 모니터링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만 냈어도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13년 전 타블로는 “어떤 증명서를 제출하고, 어떤 인터뷰를 해도 믿기 싫은 사람들은 계속 안 믿을 거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그 어떤 검증과 해명에도 괴담과 불신론을 이어가는 것이, 타진요처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믿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혹시 ‘타진요’를 기억하시나요. 2009년 한 네티즌이 “가수 타블로가 사실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게 아니다”라며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을 주장했죠. 그 뒤로 몇 년 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근거 없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사태 초반에만 해도 타블로는 직접 스탠퍼드대 졸업증명서와 성적표를 제시하며 해명에 나섰죠. 하지만 ‘타진요’ 카페 회원들은 “조작된 성적표”, “학교가 동명이인을 착각해 잘못 발급한 것”이라며 부정했습니다. 타블로는 2010년엔 ‘MBC스페셜’ 제작진과 함께 스탠퍼드대를 직접 찾아가 교수와 교무 담당자, 동문을 만나 ‘증언’을 받았습니다. 당시 스탠퍼드 교무 담당자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즉석에서 타블로의 성적증명서를 출력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이미 ‘타블로 학력위조’에 대한 확신에 가득찬 19만여 명의 타진요 회원들에겐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짜깁기 방송” “MBC의 교묘한 편집”이라고 항의하며, 방송 속 내용을 일일이 문제 삼는 등 학력 위조에 대한 ‘셀프 확신’을 이어갔습니다.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음모론에 결국 경찰까지 나섰습니다. 2010년 10월 서울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타블로는 1998년 9월 스탠퍼드대에 입학해 2001년 3월 학사 학위를 땄다. 다음 달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2002년 6월 졸업했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스탠퍼드대로부터 받은 ‘대니얼 선웅 리’(타블로 본명)의 학·석사 성적증명서를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의뢰한 결과 문양 및 형식이 일치하는 진본이다.” “타블로는 1998년 이후 2002년까지 총 19번에 걸쳐 출·입국했다. 이 가운데 국내 체류 기간은 모두 방학 기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영근 당시 서초경찰서 수사과장)당시 경찰은 스탠퍼드대 한인동문회 총무와 대학 재학 시절 타블로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 한국계 미국인 S 씨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여 타블로가 실제 재학하고 졸업한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타블로가 TV 프로그램 등에서 밝힌 국내 체류 시점과 스탠퍼드대 재학 기간이 맞지 않는다는 ‘음모론’을 풀기 위해 타블로의 출입국 기록까지 분석했다죠. 하지만 타진요는 곧장 ‘경찰 불신론’을 주장했습니다. 타진요 게시판에는 “경찰 수사를 어떻게 믿느냐”, “미국 FBI에 수사를 요청하자”라는 글이 쏟아졌고, 서초경찰서에 단체 항의 전화 운동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당시 사회부 기자로 이 사건을 취재했던 저는 솔직히 이들의 ‘무한 불신론’이 정말 황당했습니다. 이쯤 되니 누가 뭘 더 이상 어떻게 증명하는가에 관계없이 그냥 타블로가 스탠퍼드 졸업생인 걸 믿고 싶어하지 않는 집단 같아 보이더군요.13년만에 다시 문득 ‘타진요’의 악몽이 떠오른 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정부의 발표도,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도 모두 “못 믿겠다”라는 더불어민주당 때문입니다. “핵폐수 안전성을 검증하지 못한 깡통 보고서”“중립성을 상실한 정치적 평가”“일본 정부의 ‘용역보고서’”7월 5일 IAEA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종합보고서를 발표하자,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내용이 부실하고 일본 정부의 입김이 많이 반영돼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거죠.민주당은 IAEA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IAEA를 어찌 믿냐”는 불신론을 이어왔습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종합보고서가 나오기 하루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IAEA 보고서는 과학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정치적 보고서일 우려가 크다”고 했죠. 요즘 민주당 내에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이재정 의원), “IAEA는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다, 원전 국가들이 분담금을 내서 운영하는 기구”(양이원영 의원) 등 IAEA 자격마저 의심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IAEA는 핵확산 방지와 핵 안보, 핵 안전을 다루기 위해 1956년 유엔 총회 승인을 거쳐 설립된 기구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171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고, 이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됩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IAEA는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매년 유엔 총회에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회원국의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 사항 등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한다”며 “유엔 산하에 있는 원자력 분야 전문 독립기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민주당의 ‘IAEA 자격 시비’에 직접 반박했죠.최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민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IAEA는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 관련 팀은 11개국에서 온 원전 안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그 안에 한국인 과학자도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타진요 마냥 민주당의 ‘불신론’에는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들은 그로시 총장이 출국한 뒤에도 IAEA를 향해 “스스로 중립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뭘 얼마나 더 해명하고 증명하라는 걸까요.“우리가 바라는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왜 안전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입니다. IAEA의 중립성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7월 10일 서면 브리핑)“(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에서 음용수 또는 농·공업용수로 쓰도록 일본 정부에 권고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습니다.”(윤준병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 위원·7월 11일)그로시 총장이 한국에 이어 찾아간 뉴질랜드와 호주의 반응을 한 번 보시죠.“뉴질랜드는 방류 계획에 대한 IAEA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다만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의미 있는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10일 뉴질랜드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부 장관)“호주는 IAEA가 계획된 방류가 진행됨에 따라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나 투명성, IAEA에 대한 경의, 국제 안전기준의 존중을 장려한다.”(14일 호주 외교통상부) 이들은 우리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국제기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IAEA의 계획을 믿고 지지한다는 걸까요. 민주당도 “IAEA를 존중한다. 다만 민주당은 한국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IAEA의 모니터링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정도의 날 서 있는 메시지만 냈어도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굳이 출구전략 없는 불신론을 고집한 탓에 오히려 국민 불안감을 더 조장한 건 아니었을까요.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타진요 카페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원조 타진요’는 운영자 ‘왓비컴즈’의 명의도용 문제로 경찰 수사 이후 폐쇄됐지만, 그 뒤로 ‘제2의’, ‘제3의’ 타진요 등 아류들이 남아 ‘음모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더군요. 이 카페에는 아직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기꾼 타블로의 증거 동영상’ 등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의심 대상의 범위를 넓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 등의 학력 위조 가능성까지 주장하고 있더군요.“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잖아요.” 2010년 타블로가 MBC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며 타진요를 향해 호소했던 말입니다. 민주당이 그 어떤 검증과 해명에도 각종 괴담과 불신론을 이어가는 것이, 타진요마냥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믿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만찬 회동을 한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귀국한 지 17일 만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지난 4월 이 전 대표의 장인상 이후 석 달 만이다.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이 대표 측에선 김영진 의원이, 이 전 대표 측에선 윤영찬 의원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방안과 당내 쇄신을 위해 꾸려진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저녁을 먹으며 여러 가지 소회와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며 “특히 이 전 대표가 해외에 머물면서, 또 귀국 후 민주당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점들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양측 모두 이날 회동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만큼 이번 회동이 추후 당내 계파별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정부 규탄 목소리를 낼 경우 이 대표 체제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전 대표가 이 대표 앞에서 쓴소리할 경우 다시 한번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특히 앞서 혁신위가 당의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당 지도부는 미온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전략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쇄신안 1호에 대한 조치가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지적에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는 과정을 밟아 나가겠다”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지난 2일 광주를 찾아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라며 또 “혁신은 민주당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비판한 바 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요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피아구분 없는 ‘난사’가 화제입니다. 2년여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 싸우던 자신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쫓은 거라고 주장하고 있죠.“(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중간에 농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날 자르려면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주면 좋겠다,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나를 유임시켜야 수습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문 전 대통령에게) 갔다. 결론은 똑같았다. 허무한 결론이었다” (6월 30일 유튜브 방송)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이 새벽에 이뤄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습니다. 오후에 제가 들고 간 징계 의결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 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 없어져 버렸습니다.”(7월 3일 페이스북)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재·보궐선거 때문에 (나한테) 물러나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됐다.”(7월 3일 KBS 방송)벌써 몇 년도 더 된 일에 대해 굳이 지금, 이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두고 야권에선 “내년 총선 출사표”(민주당 관계자) “정치적 재기를 하려는 것”,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탁란 정치”(조응천 의원) 라는 해석이 줄 잇고 있습니다. 모두를 ‘돌려 까기’ 하는 추 전 대표도 이재명 대표에겐 우호적입니다. 추 전 대표는 3일 KBS 방송에서 이 대표를 ‘사법 피해자’라고 두둔하며 “검찰 정권이 사법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 보고 ‘당신 때문’이라고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가 아니라는 거죠.다만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도 추 전 대표의 ‘러브콜’은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당연히 부담스럽다”(5일 SBS라디오)라고 했고, 이 대표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 김영진 의원도 “추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사이가 아니다”(4일 YTN 라디오) 라고 부랴부랴 선을 그었습니다.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에 추미애는 ‘조국 급’”이라며 “추미애 얘기가 많이 나올수록총선엔 악영향”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추 전 장관이 총선 한참 전에 떠들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추 전 장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다른 원로들도 이에 질세라 각자 자기 장사에 나서는 역대급으로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1년 전당대회 또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대표적이죠. 송 전 대표는 6월 22일 MBC라디오에서 “(선거운동원도)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6월 22일 MBC라디오)라고 했죠. 이에 “금품을 살포한 적 없다고 극구 부인했으면서, 지금은 제도를 탓하며 인간적인 정에 호소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나”(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핸드폰 포맷은 한 번씩 하는 것 아니냐”(6월 29일 BBS 라디오)라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일축하던 송 전 대표는 요즘은 극우 성향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손잡고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설’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더니, 어쩌면 진정한 좌우 통합일지도 모르겠네요.“(태블릿PC 조작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민주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유감스럽다”(이원석 검찰총장), “살아생전에 이런(송 전 대표와 변 씨가 함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구나”(조응천 의원) 등 경악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죠. 더 나아가 ‘검사 탄핵’까지 주장하던 송 전 대표는 “지금 한가하게 책방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문 전 대통령을 저격하기도 했습니다.민주당 내 ‘OB’ 중의 ‘OB’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요즘 연일 등판 중입니다. 박 전 원장은 7월 5일 CBS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을 향해 “회고록에나 쓸 얘기를 왜 지금 하나. 자기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고, 송 전 대표를 향해서도 “자숙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도 당의 분열을 일으킬 법한 아슬아슬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죠. “문 전 대통령이 한가하게 책방할 때가 아니란 송 전 대표 말에는 동의한다”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주의’ 등의 얘기를 할 땐 전직 대통령으로서 말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빨리 (이 대표와) 손잡고 대여투쟁을 해야지, 왜 한가하게 돌아다니냐”, “문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표에게 이재명 대표를 만나라고 했을 것”이라고 저격했습니다.그 와중에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은 깨알같이 홍보합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 목포나 해남·진도·완도를 고려하고 있다”라 합니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엔 “국가라는 건 김대중 대통령 말씀대로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그의 답입니다. 사고뭉치 원로들과 함께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현역 의원들은 애가 탑니다.한 재선 의원은 “우리는 지금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상황인데, 치어리더들만 잔뜩 들어와서 이미 구장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 관중석 쪽만 잔뜩 흥분시키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김남국 의원 탓을 하더군요. 지난 총선 때 불어 닥친 ‘세대교체론’ 속 당선된 김 의원 같은 젊은 의원들이 코인 사태 등 불미스러운 논란만 일으킨 탓에 OB들에게 “역시 내가 다시 나서줘야겠군”이라고 정신 승리할 명분을 줬다는 겁니다.결국 이들을 자제시킬 자는 누구인가, 이들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를 두고도 당내 고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이 위기일 땐 통상 원로들이 나서서 당의 어른으로서 ‘빌런’들을 제압하고 리스크를 수습해왔는데 지금은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김두관 의원은 “당이 어렵기 때문에 고문들이 당이 통합하고 단합하는 데 역할을 해 주면 좋은데. 오히려 불을 질러놓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7월 7일 BBS라디오)라고 했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도 “원래 당이 어지러울 때 마지막 카드가 ‘원로’”라며 “원로가 쓴소리하고 혼을 내는 모양새로 정리를 해왔는데 지금은 원로들이 가장 주책이다”라고 했습니다.‘어른’이 없다면 ‘리더’인 당 대표가 나서야 하는데, 역시 이재명 대표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죠.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 대표가 그런 말을 할 사람이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원내지도부 의원은 “이럴 때 지도부가 나서서 뭐라고 하면 (추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 모두) 더 좋아할 사람들”이라며 “당이 자신들을 핍박한다고 더 이슈를 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대응이 답이라는 거죠. 당내에선 “그럼 혁신위라도 나서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혁신위는 6일 최근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 ‘쓴소리’를 하면서도 추 전 장관은 언급하지 않았더군요. 당 관계자는 “솔직히 누가 봐도 지금 당의 가장 큰 리스크가 추미애인데, 추미애만 빼고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혁신위는 이번 주 중 당 고문들과의 간담회를 추진 중이라는데, 추 전 장관도 전직 당 대표 출신으로, 고문직을 맡고 있죠. 추 전 장관이 혁신위 간담회에 참석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결국 떠드는 사람만 있고, 말리는 사람은 없네요. 내년 총선까지는 아직 9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만 고통스럽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0일 오후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와 차담회를 갖는다. 지난 5일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다음 공개 일정으로 외교 행보를 택한 것.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이날 이 전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르포르 대사를 만난다. 이날 차담회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 출국해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낸 이 전 대표는 올해 4월 말 1년 간의 연구 결과를 엮어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지난달 12일(현지 시간)엔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김대중 기념 연례 강좌 초청연사로 강연에 나서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는 등 외교 관련 메시지를 이어왔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을 비롯해 국제적, 외교적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얘기했던 방류 안전성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적어도 G7 국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야당은 고속도로 사업비가 늘어난 경우가 이례적이라며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지만 현재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고속도로 사업비는 평균 17.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이후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며 불가피하게 사업비가 증가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비가 예타 이후 5.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통상 있는 일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또 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처럼 종점이 바뀐 사례가 드물다는 입장이지만 1999년 이후 추진된 고속도로 사업 24개 중 14개가 시작점이나 종점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 예타 이후 사업비 50% 급증도 9일 동아일보가 국토교통부에서 진행 중인 고속도로 사업 중 예타를 통과한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노선 17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타당성조사(기본계획) 단계에서 사업비가 증가한 노선은 15개로 집계됐다. 2개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사업비가 늘었다. 17개 고속도로 사업의 예타 대비 기본계획 단계에서의 사업비 증감률은 평균 17.1%로 나타났다. 이는 야당이 예타 통과 이후 사업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7일 BBS 라디오에서 “보통 (예타 이후 사업비를) 바꾸는 경우는 전체 예산이 훨씬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결정이 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별로는 서청주∼증평 고속도로는 예타 통과 당시 1696억 원이던 사업비가 기본계획 단계에서 2551억 원으로 50.4% 급증했고, 동광주∼광산 고속도로의 예산도 2762억 원에서 4031억 원으로 45.9% 늘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처럼 총사업비가 1조 원이 넘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역시 예타 때는 1조9408억 원이던 예산이 기본계획에서 2조7715억 원으로 42.8% 증가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경우 예타안에서 1조7695억 원이던 사업비가 노선 변경안에서 1조8661억 원으로 5.4%(966억 원) 늘었다. 국토부는 “종점 변경에 따른 추가 사업비는 140억 원”이라며 “820억 원은 시작점의 터널 연장과 나들목(IC) 위치 변경에 쓰인다”고 했다. ● 고속道 24곳 중 14곳, 시작점이나 종점 변경 예타 통과 이후 시작점이나 종점 변경이 흔치 않다는 야당 주장에도 정부·여당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신설 구간(확장 제외)의 고속도로 타당성 완료 건수는 총 24건이고, 이 중 14개 노선의 시작점과 종점이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변경됐다. 계양∼강화 고속도로는 2020년 8월 예타를 통과한 뒤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시작점과 종점이 달라졌고,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역시 2019년 예타 면제 이후 타당성 평가 때 시작점과 종점이 바뀌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종점만 바뀐 게 아니라 아예 노선 자체가 바뀐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변경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결정된 것도 아니고,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최적안을 도출한 이후에도 기획재정부와 사업비를 협의해야 하는 등 여러 절차가 많다”고 했다. 교통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 사업은 예타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최적안을 찾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예타안 그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최적의 안을 찾는 과정에서 예산이 늘거나 노선이 일부 바뀌는 일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양이원영 위성곤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11명이 10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겠다”며 일본을 찾는다. 앞서 양이 의원 등은 올해 4월 초에도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를 항의 방문했지만 도쿄전력 및 정부 관계자와 끝내 만나지 못해 ‘빈손 방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 의원은 배우자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으로 2021년 민주당에서 제명당했다. 이들은 10일 오전 출국해 첫 일정으로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해양투기 저지’ 집회를 연다. 오후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지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이어 11일엔 원전에 반대하는 일본 국회의원들과 면담하고 12일엔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도보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 주재 외신기자클럽과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단장을 맡은 안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국내외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며 “상세한 일정은 하네다 공항 입국심사 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일정을 미리 공개하면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선 야당 의원들의 ‘무리수 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초당적 의원단이라는 명분을 위해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의원까지 포함한 것이냐”라며 “제1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다른 나라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 과연 외교적으로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국민의힘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사태와 관련해 내년 총선 전 ‘사업 적합성 재검증 뒤 사업 재추진’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9일 검토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뒤 총선을 앞두고 양평 주민의 반발 등 민심이 술렁이자 사업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 대통령실도 이날 “이 문제는 국토부에서 다룰 문제고, 국회 여야 당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밝혀 향후 국회 논의에 따라 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업의 원안 추진을 밀어붙이는 한편 백지화 과정의 진상 규명을 위한 총공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 7월 임시국회에서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업을 좌초시킨 민주당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노선의 적합성 여부를 다시 검토해 실제 양평군민의 바람은 무엇인지, 어떤 게 적정한 노선인지 확인한 뒤 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주장대로 노선이 특혜 때문에 변경된 것인지, 아니면 주민 요구 때문인지 명확히 가려보자는 것. 이 관계자는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받아 재점검할 것”이라며 “총선 전에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적합성 재검토 과정을 통해 사업 중단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양평 주민들의 뜻에 따라 노선을 변경했지만 야당의 무리한 특혜 의혹 제기로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는 것. 대통령실은 국토부와 여야가 해결해야 한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민주당의 책임 있는 변화를 조건으로 사업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토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양평군민의 목소리도 전달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바뀐 기류에 민주당은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양평군민의 15년 숙원사업이 단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며 “마치 이번 사태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며 남 탓 하는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국민께 사죄하고 사임하라”고 했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상면 땅에 김건희 여사 부친의 형제로 추정되는 사람의 필지가 추가로 확인됐으며, 근저당권자는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 씨”라며 “대통령 처가 일가의 땅을 전수조사하고 차명에 대한 부분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원안 종점 인근에는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의 대토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원안은 ‘민주당 전(前) 양평군수 일가 특혜’가 된다”며 “황당 정치 공세는 ‘제 발등 찍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양이원영 위성곤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11명이 10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겠다”며 일본을 찾는다. 앞서 양이 의원 등은 지난 4월 초에도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를 항의방문 했지만 도쿄전력 및 정부 관계자와 끝내 만나지 못해 ‘빈손 방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 의원은 배우자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으로 2021년 민주당에서 제명당했다. 이들은 10일 오전 출국해 첫 일정으로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해양투기 저지’ 집회를 연다. 오후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지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이어 11일엔 원전에 반대하는 일본 국회의원들과 면담하고 12일엔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도보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 주재 외신기자클럽과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단장을 맡은 안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국내외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며 “상세한 일정은 하네다 공항 입국심사 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일정을 미리 공개하면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선 야당 의원들의 ‘무리수 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초당적 의원단이라는 명분을 위해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의원까지 포함한 것이냐”라며 “제1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다른 나라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 과연 외교적으로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을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이 강행 처리됐던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가 한창이던 오후 2시 45분경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이 휴대전화 화면 속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 인터넷 언론사 카메라에 찍혔습니다.“체류 기간이 짧으시기 때문에 너무 동쪽보다는 아사히카와 비에이, 후라노, 오비히로 이런 정도 지역이면 한국인이 많이 없이 치실 수 있고 치토세 공항에서도 2시간 30분 정도면 편도로 차량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자유시간 때 제가 맛집이라든가 쇼핑이라든가 즐기실 수 있는 부분들을 채워 드리는 거라서~.” 포착된 김 부의장의 휴대전화 화면 사진 속엔 전날 밤 한 지인이 일본 골프 여행 일정을 상의하는 문자 메시지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김 부의장은 본회의 당일인 이날 오전 “7월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홋카이도 가이드께서 가능하다고 하니 비용을 보내달라고 해봐”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여당 반발 속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결의안을 내던 그날 정작 김 의원은 일본 골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즉각 부의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3일 YTN 라디오에서 김 부의장을 ‘홋카이도 김’이라고 부르며 “(여행을 가서) 와규(일본산 쇠고기)만 먹고 올 리 만무하다, 수산물도 먹지 않겠는가”라고 비꼬았더군요. 그는 “이렇게 괴담으로 우리 수산업자들이 힘들게 하면서 뒤로는 홋카이도 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게 지금 민주당 정치인들의 본색”이라며 “이를 국민들이 많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거죠. 민주당 내에서도 “결의안을 채택하는 날이었고, 본회의장이었기 때문에 시기상 적절하지 않았고 (김 부의장도) ‘부적절했다 ’든지 언급은 필요할 거 같다”(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3일 CBS라디오)는 지적이 나오고 당에서도 엄중 경고하자 침묵으로 버티던 김 부의장도 4일만에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결의안 채택 중에 개인적인 문자로 논란을 일으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회의 중 사적인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공인으로서 앞으로 더 유념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올렸습니다.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찍혀 곤욕을 치른 의원들은 김 부의장 이전에도 여럿 있었죠. 국회 본회의가 시작하면 본회의장 1층에 있는 의원석 바로 위 2층 방청석 첫 줄에 언론사 카메라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기 좋은 구조인 거죠.“본회의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평소 사진 기자들이 실내에서 쓰는 준 망원렌즈보다 2배까지 줌이 가능한 렌즈를 쓴다. 본회의가 시작되면 고개를 숙이고 폰을 가리려고 하는 수상한 행동을 하는 의원들이 꼭 있는데, 카메라 기자들도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그 쪽으로 시선을 내내 집중하고 의식한다. 다만 대부분 특종은 오히려 그런 경우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 정도로 조심하는 의원들은 잘 안 들키고, 무의식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받자마자 폰 화면을 켜는 다선 의원들이나 뒤에 기자들이 진 치고 있다는 걸 아직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주로 걸린다.” 국회를 오래 출입한 사진 기자의 설명입니다. 본회의장이 사진 찍기 좋은 ‘명당’이라는 거죠.21대 국회 들어서도 여러 사례가 있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아무래도 ‘체리따봉’ 사건이겠죠.지난해 7월 26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속 이모티콘 한 개가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징계 중이던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에 권 의원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체리가 따봉하고 있는 이모티콘으로 답변하면서 이른바 ‘체리따봉’ 사건으로 불린 겁니다. 이 사진 한 장이 국민의힘 내부 권력 투쟁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말을 들었죠.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 이어 9월엔 이재명 대표도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속 이같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보다가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발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보좌관. 검찰로부터 이 대표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으로, 김 보좌관은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썼죠. 다만 메시지 발신 시각은 오전 11시 10분이었지만, 이 대표가 굳이 메시지를 다시 본 시각은 오후 3시 5분이었습니다. 이 대표의 본회의장 자리는 맨 뒷줄이라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도 찍기 어려운 각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 보이게끔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죠.역시 검찰 수사를 받던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올해 4월 본회의 도중 자신의 사건 담당 판사에 대한 프로필을 알아봐달라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에게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찍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이 외에도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딴짓’을 하다 ‘딱’ 걸려서 망신당하는 ‘흑역사’도 비일비재하죠.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지난해 11월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21대 전반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권 의원은 청소년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앞서 2013년엔 심재철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휴대전화로 여성 나체 사진을 보는 모습이 찍혀 국회 윤리특위 위원직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의원들의 ‘휴대전화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하는 보좌관들 입장에선 한숨만 터져 나옵니다. 국회 경력 10년이 넘는 한 보좌관은 “의원들 휴대전화가 매번 ‘타깃’이 되는 걸 알고 있으니까 화면에 보안필름도 붙여보고, 가급적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보지 말아달라고도 요청드린다”며 “다만 연세가 있으신 의원은 보안필름을 붙이면 자기가 답답해서 안 보인다고 자꾸 떼더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보좌관은 “김영주 부의장의 사진 사태로 봤을 때 오히려 다선 의원들이 갖는 안일함과 부주의함을 엿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선 중진일수록 여유가 있다보니 본회의장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거겠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그런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 보좌관은 “누가 봐도 질 선거에 기어이 나가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며 “자기는 이길 것이란 확신처럼, 나는 안 찍힌다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휴대전화를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본회의 중 심심하니까”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한 전직 보좌관은 “국회의원들이 하루에 받는 문자와 연락이 수백 통이 넘는데, 법안 통과할 때 심심하지 않나. 그 때가 한가하니까 그냥 열어서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본회의 도중 애초에 왜 휴대전화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지적도 있습니다. 이럴거면 아예 학교처럼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못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싶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막가파식’ 발언, 저급한 발언 등을 청취하며 점점 하락하는 민주당의 수준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 “(국민의힘이)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한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여야가 연일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막말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진 거야(巨野)의 잇단 입법 독주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어가는 ‘전임 정부 탓’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폭언 수위가 연일 고조되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까지 각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발언들을 남발하고 있어 여야 협치가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말 주고받으며 감정싸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일 울산시당 워크숍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부의되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데에 대해 “마약” 표현까지 꺼내며 맹비난한 것. 민주당은 즉각 ‘막말’이라고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사과하지 않고 뭉개면 그에 적절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가) 할 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후쿠시마 선동 행위, 괴담 정치에 대해 먼저 사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가 양극단의 정치를 이어오다 보니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독한 말로 대응하면서 ‘막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끈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이에 김 대표가 다시 “(‘쿠데타’ 발언 등으로 볼 때) 민주당은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역공하는 식이다. 최근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자 민주당 내에서 “정신병원에나 가라”(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거친 반발이 이어졌다.● 총선 앞두고 ‘상대방 죽이기’만내년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각자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막말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대회에서도 지지층을 겨냥한 자극적인 말 폭탄이 쏟아졌다. 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은 무대 위에서 “나는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스스로를 ‘민주당의 핵사이다’라고 소개하며 전날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수조 물 떠먹는 ‘국짐당’ 의원들을 심판하자”라고 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장 일본 후쿠시마로 가서 핵 오염수를 한번 마셔보고 가족들에게도 권유하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차라리 똥을 먹겠다’는 발언은) 15년 전 광우병 선동을 하며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라던 한 연예인과 데자뷔된다”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손쉬운 경쟁인 ‘상대방 죽이기’만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막가파식’ 발언, 저급한 발언 등을 청취하며 점점 하락하는 민주당의 수준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 “(국민의힘이)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한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여야가 연일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막말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진 거야(巨野)의 잇단 입법 독주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어가는 ‘전임 정부 탓’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폭언 수위가 연일 고조되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까지 각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자극적인 수위 높은 발언들을 남발하고 있어 여야 협치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 막말 주고받으며 감정싸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일 울산시당 워크숍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돼서 오로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부의되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데에 대해 “마약” 표현까지 꺼내며 맹비난한 것. 민주당은 즉각 ‘막말’이라고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사과하지 않고 뭉개면 그에 적절한 당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가) 할 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후쿠시마 선동 행위, 괴담 정치에 대해 먼저 사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가 양극단의 정치를 이어오다 보니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독한 말로 대응하면서 ‘막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끈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이에 김 대표가 다시 “(‘쿠데타’ 발언 등으로 볼 때) 민주당은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역공하는 식이다. 최근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자 민주당 내에서 “정신병원에나 가라”(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의 거친 반발이 이어졌다. ● 총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용 내년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각자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막말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대회에서도 지지층을 겨냥한 자극적인 말 폭탄이 쏟아졌다. 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은 무대 위에서 “나는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스스로를 ‘민주당의 핵사이다’라고 소개하며 “수조 물 떠먹는 ‘국짐당’ 의원들을 심판하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전날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 속 바닷물을 손으로 떠마시며 수산물 안정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장 일본 후쿠시마로 가서 핵 오염수를 한번 마셔보고 가족들에게도 권유하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차라리 똥을 먹겠다’는 발언은) 15년 전 광우병 선동을 하며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 라던 한 연예인과 데자뷔된다”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가장 손쉬운 경쟁인 ‘상대방 죽이기’만 이어가고 있다”라며 “양당은 완벽한 정치 기득권 구조 속에 국민들의 정치혐오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자기 이익을 지키고 늘리기 위한 것 외에 국민을 위한 것은 전혀 안중에 없다”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