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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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02-04~2025-03-06
정치일반35%
정당20%
선거20%
인사일반7%
국제일반3%
IT3%
우주/천체3%
언론3%
사건·범죄3%
문학/출판3%
  •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3079명…1973년 이래로 두 번째 낮은 기록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4000명 이하로 떨어진지 3년 만에 ‘3000명대의 벽’ 문턱까지 내려왔다. 통계 수집을 시작한 1973년 이래로 두 번째 낮은 기록이다. 24일 경찰청이 공개한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3079명이었다. 2019년 3349명과 비교하면 270명(8.1%)이 감소한 것이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9명으로 관련 통계 종합이 시작된 2001년 이래 가장 낮았다. 2017년과 비교하면 보행 사망자가 582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노인 사망자도 425명 감소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8년 처음으로 4000명 이하인 3781명을 기록한 뒤 해마다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9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이 11.4%로 17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2021년에는 3000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0명대를 기록하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3년(3049명) 이후 역대 최저치가 된다. 경찰은 도심 제한속도와 주택가 등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각각 시속 50, 3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과 횡단보도 신호 자동 연장 시스템 도입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수준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빅데이터 분석도 추진하는 등 예방 대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

    •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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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이 치매 유발? 접종 앞두고 가짜뉴스 판친다

    ‘백신을 맞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달 8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A동 일대. 평소 광고전단이 붙어 있던 동네 가로등과 전봇대에 이상한 벽보가 붙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민감한 시기인지라 조잡한 벽보였지만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이랬다. “이제 곧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절대 맞으면 안 된다. 백신엔 마이크로 칩이 숨겨져 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경찰은 심각성을 고려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붙잡힌 용의자는 평범한 60대 여성이었다. 인천경찰청은 “A동 일대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담은 벽보를 무단으로 부착한 B 씨를 15일 붙잡아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대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벽보를 받아 와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사람의 일탈행위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의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26일을 앞두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백신 관련 가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에서 떠돌던 낭설들이 이젠 벽보 등으로도 등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접종 시작 뒤에 가짜 뉴스가 더 거세지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 유포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부산경찰청도 22일 “맘카페와 커뮤니티, 온라인 방송 등에서 백신 관련 가짜 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백신을 낙태아의 폐 조직으로 만든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게시물 3건에 대해선 이미 내사에 착수했다. 한 백신 관련 가짜 뉴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약 1만2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푸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노년층들이 이 영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한 허위 정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가짜 뉴스가 더 활개 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접종을 개시한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선 백신을 처음 접종받은 어르신이 목숨을 잃었다는 잘못된 정보가 급격히 퍼졌다. 미국 역시 지난해 12월 백신을 맞은 테네시주의 간호사 티퍼니 도버 씨가 숨졌다는 거짓 정보가 유포됐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유튜브 의존도가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노년층 등이 조작된 정보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관련 가짜 뉴스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관련 불법행위도 엄단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종 관련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포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보고는 현재 없으며,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 마이크로 칩도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통상적인 기존 백신보다 더 많은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증거 역시 없다. 코로나19 백신의 이득이 위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권기범·전남혁 기자}

    •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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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택시비 안내고 튄 손님” 얼굴사진 인터넷에 공개

    “딱 1분만 기다려 주시면 돼요. 도망 안 가요. 빨리 갔다 올게요.” 2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앞. 택시 안에서 승객이 운전사에게 계속 사정했다. 수중에 현금이 없으니 집에서 얼른 가져와 요금을 치르겠다는 호소였다. 결국 운전사는 이 남성을 믿고 택시에서 내리게 해줬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라졌던 승객의 얼굴은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됐다. 자신을 택시운전사의 아들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택시요금 안 내고 튄 거지’라는 제목으로 남성이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의 상황이 담겨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온라인에 띄워 버렸다.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아 남성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됐다. 글쓴이는 “2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아끼려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뻔뻔하게 말을 바꾸면서 전화도 꺼놓거나 받지 않았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온 가족이 상처를 입었기에 얼굴을 올렸다”고 했다. 온라인에선 운전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승객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자칫 글쓴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승객이 잘못했더라도 개인 신상을 함부로 유포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거나 초상권 침해로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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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거래’ 수사받는 김진욱 공수처장, 경찰청 방문해 청장과 면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3일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용 경찰청장과 면담했다. 김 처장은 ‘미공개 주식거래 의혹’으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처장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용 경찰청장과 약 1시간 동안 만나 공수처와 경찰의 업무 협조에 대해 논의했다. 김 처장은 “국가수사본부 출범에 따라 여러 면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도 전반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를 유지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처장의 경찰청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한 시민단체가 김 처장에 대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나노바이오시스’라는 업체 주식을 사들인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고발한 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김 처장은 김 청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에게 “(경찰청 방문은) 예정됐던 예방 일정 중 마지막 일정으로 늦출 사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날 공수처 검사를 선발하기 위해 5개 평가항목을 만들었다고도 밝혔다. 5가지 기준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 자세 △전문지식과 응용 능력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등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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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백신 접종 앞두고…전국적으로 퍼지는 ‘가짜 뉴스’ 에 골치

    “백신을 맞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달 초 인천 남동구에 있는 A동 일대. 평소 광고전단지가 붙어있던 동네 가로등이나 전봇대들에 이상한 벽보들이 붙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민감한 시기인지라, 조잡한 벽보였지만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이랬다. “이제 곧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절대 맞으면 안 된다. 백신엔 마이크로 칩이 숨겨져 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경찰은 심각성을 고려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붙잡힌 용의자는 평범한 60대 여성이었다. 인천경찰청은 “A동 일대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 벽보를 무단으로 부착한 6 씨를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대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벽보를 받아와 붙였다”고 진술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사람의 일탈행위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단 뜻이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26일을 앞두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백신 관련 가짜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메신저에서 떠돌던 낭설들이 이젠 벽보 등으로도 등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접종 시작 뒤에 가짜뉴스가 더 거세지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유포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부산경찰청도 22일 “맘 카페와 커뮤니티, 온라인 방송 등에서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백신을 낙태아의 폐 조직으로 만든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게시물 3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한 백신 관련 가짜뉴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약 1만20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퓨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노년층들이 이 영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유사한 허위 정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가짜뉴스가 더 활개 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접종을 개시한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선 백신을 처음 접종한 어르신이 목숨을 잃었다는 정보가 급격히 퍼졌다. 미국 역시 지난해 12월 백신을 맞은 테네시 주의 간호사 티파니 도버가 숨졌다는 거짓 정보가 유포됐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유튜브 의존도가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노년층 등이 조작된 정보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관련 가짜뉴스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상시 대응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관련 불법행위도 엄단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종 관련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포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보고는 현재 없으며,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 마이크로 칩도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통상적인 기존 백신보다 더 많은 이상반응을 일으킨다는 증거 역시 없다”고 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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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 국수본부장에 남구준 단수추천

    경찰의 수사 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초대 본부장으로 남구준 경남경찰청장(54·경찰대 5기·사진)이 22일 단수 추천됐다. 경찰청은 “임용후보자 종합심사위원회에서 종합 심사를 진행한 뒤 개정된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위원회 의견 등을 검토한 결과, 남 청장을 추천자로 낙점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은 19일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한 종합심사위원회를 열고 심층 면접과 서류 심사 등을 실시했다. 위원회는 심사 뒤 “초대 국수본부장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조직 내외부에서 폭넓게 최적임자를 선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 국수본부장은 지난달 공개 모집에 5명이 지원했으나, “내부 인사가 선택될 수 있다”는 관측이 경찰 내외부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남 청장은 꾸준히 본부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남 청장은 경찰청 형사과장과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냈고, 2018∼2019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김창룡 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이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마산중앙고 후배이기도 하다. 국수본부장은 치안정감급으로 임기는 2년 단임이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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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학교폭력 초기대응 강조 “상처 극복 쉽지 않아… 충분한 관심이 중요”

    최근 ‘학폭(학교폭력) 미투’는 주로 10∼20년 전 겪었던 피해들이 많다. 오래된 피해라도 심리적 상처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학폭 발생 당시 ‘초기 대응’이 적절히 이뤄져야 극복도 수월하다”고 했다. 초기 대응은 성범죄 피해 회복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중심주의’가 우선이다. 아동청소년인권센터를 운영하는 ‘탁틴내일’의 이현숙 상임대표는 “가해 학생의 징계로 사건이 끝나는 게 아니다. 피해 학생의 심리 회복 상황을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 심리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피해 학생은 2차, 3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학교폭력피해자 전용기관 ‘해맑음센터’의 차용복 교사는 “피해자가 주변 관심을 충분히 받는 경우 학교로 돌아가 잘 적응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 심리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등도 고려돼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의 전덕인 정신의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 주변 지인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지만, 필요할 경우 심리상담이나 약물치료 등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의 접근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지병원의 홍민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사들은 판단과 수사를 하는 전문가가 아닌 만큼 교육청 등이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 많다”며 “의사들이 참여하는 스쿨닥터 같은 기존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예방법은 학생 선도에 목적이 있는데 현실에선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 측이 시달리니 사건 종결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며 “적절한 치유 프로그램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현 newsoo@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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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이용구 폭행’ 내사종결 수사관 입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이 지난해 11월 6일 택시 운전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종결한 서울 서초경찰서 A 경사를 직무유기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인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최근 A 경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직무유기는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지은 사람을 인지하고도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적용된다. 이 차관이 택시 운전사의 멱살을 잡은 행동이 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에 대한 폭행에 해당할 수 있는데도 A 경사가 일반 형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특수직무유기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해진다. 1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되는 형법상 직무유기보다 형량이 무겁다. A 경사의 입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개정 절차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올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혐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간주해 입건된다. A 경사는 경찰의 감찰부서와 수사부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사는 이 차관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의 수사를 받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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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학자 “제가 정인이였다면 제발 빨리 죽여달라 빌었을 것”

    “감정인이 변사자였다면 ‘더 괴롭히지만 말고 제발 빨리 죽여 달라’고 오히려 빌었을 것이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입양아 ‘정인이’의 양모를 지난달 살인죄로 기소하는 데는 아이의 부검 결과를 재감정한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이는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인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75)다. 그런데 이 교수는 이번 정인이에 대한 보고서를 몇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바로 재감정 보고서에 담았다가 최종본에선 뺀 ‘감정인의 사적인 기록’이란 대목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각 분야 전문의 등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나누고 양모가 (아이를) 발로 밟았단 사실을 확신했다”며 “재감정을 맡으며 느낀 사적인 소회를 감정서 마지막 단락에 써뒀지만 객관성을 고려해 제출 직전에 뺐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교수는 당시 썼던 이 대목을 동아일보에 일부 공개했다. 사적인 기록이라고 표현했지만, 깊은 공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꿰뚫어본 통찰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교수가 지운 대목을 보면 정인이가 생전에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말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면 정말 ‘차라리 죽여 달라’고 했을 법하다. “정인이 부검 사진을 보면, 가끔 TV 모금 광고에서 마주치는 아프리카 빈곤층 아이와 흡사합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를 어떻게 이리 아무 망설임 없이…. 정말 끔찍한 광경이에요. 아이는 어쩌면 숨진 뒤 구천에서 ‘(죽여줘서) 고맙다’고 했을 거예요.” 사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부검을 맡은 적이 수십 차례다. 서울시 아동학대 자문위원을 맡으며 아이들의 몸에 남겨진 학대 정황을 수도 없이 분석해 봤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번처럼 감정이 요동쳤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그가 떠올렸던 건 2014년 최종 판결이 내려진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었다. 당시 이 교수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가 손상돼 호흡이 안 되는 데다 심낭 내 출혈까지 있었다”며 “계모가 ‘핏기가 없다’라고 진술했을 때는 이미 죽어가고 있던 상황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이 사건은 국내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큰 이정표를 세웠다. 이 교수의 소견을 받아들인 재판부가 “가해자가 의학지식이 없더라도 피해자를 봤다면 생명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음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처음으로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학대 부위가 처음엔 종아리 같은 곳이었다가 조금씩 엉덩이, 옆구리로 바뀐다. 이 교수는 “학대 정황을 숨기기 위해, 혹은 굳은살이 생겨 아이가 덜 아파하면 더 아픈 부위로 옮겨가는 것”이라며 “결국 가슴이나 머리까지 학대 부위가 옮겨가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인이 역시 전신에 걸쳐 지속적이고 악랄한 학대가 가해졌을 겁니다. 이미 알려진 두개골 골절과 장간막 손상, 췌장 절단 외에도 허벅지와 옆구리 등 전신에 발등과 같은 넓은 부위로 걷어차인 흔적이 보였어요. 갑상샘(갑상선) 조직과 턱 아래쪽까지 출혈과 손상이 있었습니다. 이런 흔적은 기도가 있는 목 주변을 손날로 치거나 한 손으로 꽉 움켜쥐며 조를 때나 생길 수 있어요.” 이 교수는 법의학이란 “단순히 시신의 상흔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정인이 부검 보고서에 단순히 ‘둔력에 의한’으로 표현하지 않고 ‘발로 밟아 췌장이 손상됐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인이 겨드랑이 안쪽 뼈에 생긴 움푹 파인 ‘압박 골절’의 원인은, (양모가) 정인이가 방어하지 못하도록 팔을 들게 한 뒤 때렸기 때문일 겁니다. 이 부위를 맞은 정인이는 아마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을 거예요. 제가 이 부위의 고통 정도를 체험해 보려고 실제로 동료에게 부탁해 몽둥이로 맞아본 적이 있어서 아주 잘 압니다.” 이 교수는 이날 인터뷰 자리에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11년째 쓰고 있다는 낡은 노트북엔 사건 부검 등과 관련된 여러 자료와 사진이 가득했다. 인터뷰 중간에도 여러 차례 양해를 구하며 수사기관 관계자들과 통화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또 다른 정인이를 위해 현장 일선에서 싸우고 있다.감정인의 사적인 기록피해자는 생후 16개월(2019. 6. 10.생) 여아로 체중은 3. 23.(9개월) 9㎏, 9. 23.(15개월) 8.5㎏, 사망 당일 9.5㎏(이대목동병원 기록은 9㎏)로, 부검사진을 보면 unicef TV 모금광고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이런 아이를 어떻게 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배를 밟아 죽일 수 있을까? 다시 상상해 보기도 싫은 끔찍한 광경이다.감정인이 변사자였다면 죽기 전에는 “이렇게 괴롭히지만 말고 어차피 죽일거 제발 빨리 죽여주세요”라고 빌었을 것이고, 죽은 후에라도 “밟아 죽여줘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감사표시 했을 것 같다.박종민 blick@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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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간 수입 ‘0원’… 번호표가 생명줄”

    “6개월간 말 그대로 그냥 버텼어요. 일감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수입이 영(0)이에요.” 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프리랜서 미싱사로 일하는 김순이 씨(55)는 마음이 급해 늦은 점심을 먹다 말고 뛰어왔다고 한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공연 의상을 제작해 납품해왔던 김 씨는 코로나19로 일감이 뚝 끊겼다. 생활비도 감당이 안 돼 최근 결국 보험사에서 약관대출까지 받았다. 김 씨는 “빚이 자꾸 늘어 가는 건 둘째 치고,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인 상황”이라며 접수대로 향했다. 이날 센터는 유독 사람들이 몰리며 북적거렸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3차 지원금의 현장 접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가운데 1, 2차에 지원받지 못한 이들이다. 지원 금액은 1인당 100만 원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장 오늘내일을 버틸 소중한 돈이다. 김 씨처럼 온라인 신청이 어려웠거나 촉박하게 서류를 준비한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들며 7개의 신청 접수창구는 쉴 틈이 없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만 30명이 넘었다. 다음 순서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다들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겨우 접수창구에 앉았다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 신청자도 있었다. 한모 씨(57)는 30분 가까이 기다려 순서가 됐는데 일부 서류가 누락됐다는 답에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서류만 봐서 지원 요건이 안 맞는다니 어떻게 하죠. 1월에 수입이 90만 원밖에 안 되는데 그걸 챙겨오지 못했어요. 지난해 12월 소득 증빙 서류만 가져왔는데 ‘소득이 기존보다 25% 이상 줄었다’는 걸 증명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2017년 12월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한 씨에게 100만 원은 너무나 간절한 돈이다. 당장 집 월세가 몇 달째 밀려 있는 상황. 한 씨는 “코로나19 이후 보험 가입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당장 가서 어떻게든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와야 한다”며 센터를 나섰다. 센터에는 서류 미비로 자격이 안 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 따르면 사실 프리랜서 등은 일을 했어도 관련 서류를 떼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소득이 노출되는 걸 꺼려 거부하거나 차일피일 미루기가 일쑤다. 대리운전기사인 이호영 씨(58)가 그랬다. 업체에서 위탁계약서와 소득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1, 2차 때도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최근엔 신용카드 빚까지 계속 쌓여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서류가 부족한 걸 알지만 읍소라도 해볼까 싶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급여 명세가 찍힌 통장 사본만 들고 센터를 찾은 퀵서비스 기사 최모 씨도 “최근 의뢰가 없어 배달 횟수가 0건인 날이 부지기수”라며 “친구에게 빌린 생활비라도 갚아야 해서 왔는데 ‘접수는 받아주지만 지급될지는 모른다’고 하니 앞이 막막하다”면서 한숨지었다.유채연 ycy@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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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 ‘0’…당장 먹고 살 일 걱정”…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접수 ‘북적’

    “6개월간 말 그대로 그냥 버텼어요. 일감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수입이 영(0)이에요.” 1일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프리랜서 봉재사로 일하는 김순이 씨(55)는 마음이 급해 점심도 먹다 말고 뛰어왔다고 한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공연 의상을 제작해 납품해왔던 김 씨는 코로나19로 일감이 뚝 끊겼다. 생활비도 감당이 안 돼 최근 결국 보험사에서 약관대출까지 받았다. 김 씨는 “빚이 자꾸 늘어 가는 건 둘째치고,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 상황”이라며 접수대로 향했다. 이날 센터는 유독 사람들이 몰리며 북적거렸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3차 지원금의 현장 접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가운데 1·2차에 지원받지 못한 이들이다. 지원 금액은 1인당 100만 원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장 오늘내일을 버틸 소중한 돈이다. 김 씨처럼 온라인 신청이 어려웠거나 촉박하게 서류를 준비한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들며 7개의 신청 접수창구는 쉴 틈이 없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만 30명이 넘었다. 다음 순서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다들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겨우 접수창구에 앉았다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 신청자도 있었다. 한모 씨(57)는 30분 가까이 기다려 순서가 됐는데 일부 서류가 누락됐다는 답에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서류만 봐서 지원 요건이 안 맞는다니 어떻게 하죠. 1월에 수입이 90만 원밖에 안되는데 그걸 챙겨오지 못 했어요. 지난해 12월 소득 증빙 서류만 가져왔는데 ‘소득이 기존보다 25% 이상 줄었다’는 걸 증명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2017년 12월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한 씨에게 100만 원은 너무나 간절한 돈이다. 당장 집 월세가 몇 달째 밀려 언제 쫓겨날지 모를 상황. 한 씨는 “코로나19 이후 보험 가입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당장 가서 어떻게든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와야 한다”며 센터를 나섰다. 센터에는 서류 미비로 자격이 안 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 따르면 사실 프리랜서 등은 일을 했어도 관련 서류를 떼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일부 업체들은 소득이 노출되는 걸 꺼려 거부하거나 차일피일 미루기가 일쑤다. 대리운전기사인 이호영 씨(58)가 그랬다. 업체에서 위탁계약서와 소득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1, 2차 때도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최근엔 신용카드 빚까지 계속 쌓여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서류가 부족한 걸 알지만 읍소라도 해볼까 싶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급여 내역이 찍힌 통장 사본만 들고 센터를 찾은 퀵서비스 기사 최모 씨도 “최근 의뢰가 없어 배달 횟수가 0건인 날이 부지기수”라며 “친구에게 빌린 생활비라도 갚아야 해서 왔는데 ‘접수는 받아주지만 지급될지는 모른다’고 하니 앞이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권기범기자 kaki@donga.com}

    •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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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여성·청소년 분야에 우수 인력 배치 공언에도 현장 반응은 ‘썰렁’[THE 사건]

    지난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담당부서인 여성·청소년 분야에 우수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전보다 더 기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6일 전국 시·도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경찰청장이 가진 권한 내에서) 특별승진과 특별승급자의 30% 정도를 여성청소년 분야에 할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그 기여도를 인정해 특별승진과 승급자 수를 예년보다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11일 기자간담회 등에서도 “실적이 우수하거나 장기 근무한 학대예방경찰관(APO)은 특별승진과 승급은 물론 관련 수당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우수 인력을 유입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반응은 이와 정반대다. 오히려 인사를 앞두고 여성·청소년 관련 부서로 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A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의 한 경찰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있는 팀원들도 대다수가 부서 이동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장 자리는 응모기간 동안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기간을 추가 연장한 뒤에야 지원자가 나왔다. 일선에서 여청·청소년 분야를 꺼리는 이유는 엇비슷했다. 최근 아동학대 등에 사회적 고나심이 커지며 조금만 실수해도 징계 받는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B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은 “자칫하면 옷 벗을 각오까지 해야 하는데 특진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장 현장에서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제도가 정착화하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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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혜영 “젠더 폭력근절 외친 동지로부터 존엄 훼손 충격”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5일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과 사퇴 사실을 발표한 당의 긴급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깊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며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장애인운동가인 장 의원은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장 의원은 “함께 젠더 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과 정의당은 김 전 대표에 대한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2013년 법 개정에 따라 성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해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거나 제3자 고발이 접수되면 경찰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진술하지 않으면 혐의 입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 의원 측은 피해 진술과 관련한 경찰의 문의에 “현재로서는 그럴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우 minwoo@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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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정보로 주식부당거래 혐의 이유정 前후보자 1심서 무죄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부당 거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53)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철 부장판사는 22일 “취득한 정보가 정확성을 갖췄다거나 구체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투자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장외 매입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의 주가가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하락하자, 해당 회사를 대리하던 변호사들로부터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보유 주식을 팔아 약 8100만 원의 손실을 피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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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업소 ‘문 닫고 몰래 영업’… 14일간 43곳 348명 적발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단속을 피해 몰래 영업하는 업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국에서 보름 가까이 300명이 넘는 업주와 고객 등이 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청은 “4일부터 17일까지 전국에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감성주점 등을 대상으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모두 43건에 348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한 296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합동점검에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겉으로는 문을 잠그고 내부에서 몰래 영업을 하다 걸린 업소가 많다. 16일 오전 2시경 서울 송파구에 있는 유흥주점 세 곳도 문을 걸어 잠그고 사전에 예약한 고객들만 받으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경찰은 현장에서 업주와 고객 등 60여 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일반음식점도 적발됐다. 이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음향과 특수조명 등을 설치한 뒤 예약 손님을 받고 무허가로 클럽식 영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방역 지침을 어긴 52명에 대해서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집합금지 지침에 반발해 영업 강행 의사를 밝혔던 광주 지역 유흥업소 700여 곳은 입장을 바꿔 월말까지 방역 지침을 지키기로 했다. 다만 항의 차원에서 간판 불을 켜두는 ‘점등 시위’는 이어간다. 광주시는 “18일 밤 유흥업소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영업 의사를 철회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21일 예고했던 항의 집회도 취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그 대신 광주시는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유흥업소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방역수칙 완화를 건의할 방침이다. 한 유흥업소 업주는 “가게 월세도 내지 못해 명도 소송을 당한 업소가 수십 곳에 이른다. 피해가 점점 커지면서 모두 공멸할 위기”라고 호소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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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피해자 “남인순, 사과하고 의원직 사퇴하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가족들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사퇴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은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와 남 의원 등을 거쳐 유출된 것에 책임을 져라”라며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의 공개 사과도 함께 요구했다. 피해자 A 씨와 가족들은 18일 피해자지원단체 및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책임 촉구를 위한 입장문’을 내고 “남 의원 등 3인으로 인해 7월에 (피소 사실이 유출되는) 참담함이 발생했다.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특히 남 의원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A 씨는 “고소장을 접수시키기도 전에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며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A 씨 아버지는 “남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즉시 내려놓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검이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피해자 변호인이 여성단체에 지원 요청을 하자, 이를 알게 된 김 전 대표가 남 의원에게 동향을 전달했다. 이후 남 의원은 임 전 특보에게 전화해 “불미스러운 얘기가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물었다. 이후 임 전 특보는 박 전 시장에게 이를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A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도 호소했다. 법원이 14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내용을 공개했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A 씨의 어머니는 “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죽으면 (성추행 사실이) 인정될까’라고 말한다. 모든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했다”며 “우리는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못 지켜줘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A 씨 동생도 “2차 가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누나의 신상이 포함된 정보나 사진이 노출되지 않았는지 수시로 검색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고,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박 전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하는 부분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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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피해자 “남인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 사퇴하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가족들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사퇴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은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와 남 의원 등을 거쳐 유출된 것에 책임을 져라”라며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의 공개 사과도 함께 요구했다. 피해자 A 씨와 가족들은 18일 피해자지원단체 및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책임 촉구를 위한 입장문’을 내고 “남 의원 등 3인으로 인해 7월에 (피소 사실이 유출되는) 참담함이 발생했다.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특히 남 의원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A 씨는 “고소장을 접수시키기도 전에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며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A 씨 아버지는 “남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즉시 내려놓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검이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피해자 변호인이 여성단체에 지원 요청을 하자, 이를 알게 된 김 전 대표가 남 의원에게 동향을 전달했다. 이후 남 의원은 임 전 특보에게 전화해 “불미스러운 얘기가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물었다. 이후 임 전 특보는 박 전 시장에게 이를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A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도 호소했다. 법원이 14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내용을 공개했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A 씨의 어머니는 “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죽으면 (성추행 사실이) 인정될까’라고 말한다. 모든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했다”며 “우리는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못 지켜줘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A 씨 동생도 “2차 가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누나의 신상이 포함된 정보나 사진이 노출되지 않았는지 수시로 검색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고,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박 전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하는 부분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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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땅에 헤딩’ 스페인 축구리그 도전… 커가는 꿈이 최고 수익률

    《서울대 졸업장, 탄탄한 일자리, 고액 연봉…. 한때 남들이 우러러보는 스펙을 좇았지만, 어릴 적 품었던 자기만의 꿈에 도전해 ‘영꿈(Young+꿈) 통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배우 프로필을 100번 넘게 돌려 99번 거절당하고, 6번 도전한 스페인 축구단 입단에서 5번 실패했지만 결국 이뤄낸 짜릿한 성취로 꿈에게 진 빚을 갚는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대 나와서 왜 연기를 해요?” 2018년 3월에 있었던 한 독립영화 오디션장. 막 연기를 마친 김재은 씨(28)를 지켜보던 한 영화 관계자는 심드렁하게 툭 내뱉었다. 연기에 대한 평가도 없이, 그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도 모르는 한마디. 재은 씨는 한참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진심을 몰라주는 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거든요. 그저 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건데, 누군가는 다른 조건들에만 관심을 갖죠. 연기에 도전할 때마다 자주 그런 상처를 받아요. 어떤 이들은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라고도 하지만, 꿈은 누가 대신 꿔주는 게 아니잖아요.”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만의 ‘영꿈(Young+꿈) 통장’을 가진 청년들은 곧잘 이런 벽에 부딪힌다. “왜 그 좋은 걸 마다해?” 조건을 박차고 나와 꿈에 투자하는 이들은 때론 괴짜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꿈 통장은 눈앞의 ‘수익률’을 생각하며 만드는 게 아니다. 통장을 개설하는 것 자체, 그 도전하는 과정이 청년들이 꾸는 꿈이다.○ 진심을 채워가는 꿈의 통장 재은 씨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건 스물세 살이 되던 2016년. 유치원 때부터 맘속에서만 품고 있던 ‘워너비(wannabe)’의 세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물론 주위에서 반대가 엄청났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인턴 생활을 하며 모았던 돈을 몽땅 연기학원에 쏟아부었다. 2017년엔 아예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1평짜리 연습실도 빌렸다. 전력투구를 위한 투자였다. 차근차근 정열을 쏟아부으면 지금은 마이너스인 영꿈 통장이 플러스로 바뀌리라.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제 영꿈 통장은 해질 대로 해진 노트 한 권이에요. 표를 만들고 날짜와 함께 그날 연습할 배역을 적어뒀죠. 연습 때마다 까만 동그라미를 하나씩 칠했어요. 이 노트 한 권을 채우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네요. 제 꿈을 향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어요.” 노력은 결국 길을 터줬다. 2018년 가을, 재은 씨는 한 독립영화에서 3분 동안 중국어 독백 장면을 찍었다. 어려운 중국어 대사를 오디션에서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현장에서도 “감정 표현이 좋았다”는 칭찬을 받았다. 늦깎이 연기자 재은 씨의 영꿈 통장에 가능성이 비치던 순간이었다. 아직도 재은 씨의 영꿈 통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소규모 영화와 연극 수십 편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이젠 학교만 물어본 뒤 기회를 주지 않던 시절은 벗어난 셈이다. “당장 10만 원, 100만 원이 제 인생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회사에 들어갔겠죠. 물론 그것도 성취감이 있지만 제가 꿈꾸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죠. 영꿈 통장에 근사한 연봉을 채우진 못했지만 제 ‘진심’을 입금했어요.” ○ 연봉은 제로라도 마음만은 부자 축구선수 구성은 씨(28). 웬만큼 축구에 해박한 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일단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그런데 소속팀 이름을 대면 다들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한다. ‘우니온 엘리파(C. D. Union Elipa).’ 레알 마드리드 같은 1부 리그가 아닌 6부 리그 축구팀이다. 사실 성은 씨는 ‘축구 선수를 경험해본 적 없었던’ 축구선수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는 아마추어임에도 남다른 실력으로 국내 K3리그(당시 4부 리그)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그저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뿐이었다. 입단까진 성공했지만 수준 차라는 벽만 여실히 절감했다. 그는 군대에 갔다. 하지만 그는 휴면계좌로 잠들어 있던 영꿈 통장을 한시도 잊지 못했다. 어린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동은 언제나 그를 들썩거리게 했다. 차범근축구교실에서 배운 게 다지만 무모한 꿈이라도 상관없었다. 전역한 뒤 그 무모함을 갈아 넣을 마이너스통장을 발견했다. 2018년 당시 스페인 7부 리그에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꿈 FC’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택배기사, 기간제 교사 등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연봉은 없다. 성은 씨도 무작정 스페인으로 건너가 1년 동안 선수로 뛰었다. 2019년엔 본격적으로 영꿈 통장을 만들었다. 제대로 스페인 지역 리그 선수가 되겠다는 게 목표였다. 5전 6기 끝에 소속 팀을 찾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 와 있는 동안 방출됐다. 통장엔 잔액도 없이 마이너스만 늘어갔지만 성은 씨는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8월 다시 스페인으로 건너가 입단 테스트에 도전했다. 그렇게 찾은 소속 팀이 현재의 우니온 엘리파다. 지금도 성은 씨는 버는 돈이 거의 없다. 스페인은 3부 리그 이상은 올라가야 주급이라도 나온다. 그나마 유튜브에서 자신의 일상을 소개한 것이 호응을 얻어 그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그의 꿈을 응원하는 수백 개의 댓글은 그에겐 통장 이자만큼이나 소중하다. “더 잘해서 더 높은 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죠. 현실적으로 4, 5부 리그만 올라가도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이렇게 도전하는 자체로도 ‘뭐든 인생에 얻는 게 있을 거야’란 자신감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불어난 팬들은 엄청난 수익이고요.”○ 꿈을 잃으면 어떤 일도 즐겁지 않아 여섯 살 때부터 이어가던 피아니스트라는 ‘영꿈 통장’. 하지만 김수진 씨(34)는 고교 2학년 때 그 통장을 해지했다. 지극히 뻔하고 현실적인 이유였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다. 모아뒀던 악보를 다 버리고 2005년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피아노는 취미가 됐다. 하지만 꿈을 잃은 청년에게 길고 긴 방황이 찾아왔다. 대학을 졸업해도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2011년 첫 직장에 들어간 뒤 2년 동안 이직만 여러 차례. 채워지지 않는 뭔가로 가슴이 뻥 뚫려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문화단체 사무국에서 일하다 예술인들을 마주하며 깨달았다. ‘내 꿈은 피아노구나.’ “음대를 가려고 정말 죽을 듯이 노력했어요. 레슨비를 벌려고 하루 6시간씩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한 푼도 안 썼어요. 거의 10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치니 손가락이 다 굳어 정말 애먹었죠. 하지만 일하고 밥 먹고 자는 시간 말곤 오로지 연습만 했어요.” 수진 씨는 2012년 기적처럼 음대에 합격했다. 합격한 뒤엔 더 미친 듯이 정열을 쏟아부었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만 하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 됐다. 해지했던 영꿈 통장은 다시 살아나 부풀어 올랐다. 석사 과정을 마친 수진 씨는 현재 예술경영박사 과정까지 밟고 있다. “피아노를 다시 할 수 있어 행복해요. 그것뿐이에요. 안 했으면 평생 후회했겠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했어요.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어 만족스러워요. 정식 연주자가 되지 못해도 좋아요. 제 영꿈 통장은 ‘무엇이 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사는가’예요.”○ 습생이에서 스타 인플루언서로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허영주 씨(29)는 10년 전엔 ‘습생이’이라 불렸다. 습생이란 연예기획사 아이돌 연습생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오랜 노력 끝에 데뷔도 했다. 스무 살때 ‘더 씨야’란 걸그룹 멤버였다. 데뷔만 하면 스타가 될 줄 알았던 꿈은 금방 깨졌다.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습생이 때만큼 연습하고 연습했지만 무대에 설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몇 년간 습생이로 부은 ‘영꿈 통장’이 드디어 황금 알을 낳을 줄 알았건만. 이자는커녕 원금 회수조차 어려운 통장이 돼버렸다. “매일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남 탓만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누군가가 키워주지 않아서 이런 거라고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게 잘못이란 걸 깨달았죠.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죠. ‘댐에 물을 채우는 시간을 갖자.’ 성공 말고 성장에 투자해보자. 그게 목표이자 꿈이어야 한다고요.” 영주 씨는 남이 관리해주길 바랐던 통장을 다시 자기 품으로 찾아왔다. 자기만의 장점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소속사와 계약이 끝난 뒤 동생 정주 씨와 함께 ‘듀자매’란 그룹을 결성했다. 아직 대중가수로서 뭔가를 이루진 못했지만 지금 그들은 ‘틱톡’ 팔로어가 550만 명이 넘는다. 국내에서 틱톡 팔로어 순위 20위 안팎일 정도의 ‘인플루언서’가 됐다. 이젠 수입도 꽤 커졌다. “당연히 수입이 생긴 것도 고맙죠. 하지만 ‘나 스스로 우뚝 섰다’라는 자부심이 더 소중해요. 고난의 시간을 겪으며 쌓은 노력이 이제 행복이란 이름으로 영꿈 통장에 쌓이는 거죠.” “1년간 책 100권보다 매일 2장씩 읽기 목표로… 소소한 도전이 자신을 키워”위기 때 ‘진로적응성’ 높이는 법 ‘3포 세대’ ‘N포 세대’도 옛말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뒤엔 그냥 다 포기해야 한다. 이 시대 청년들은 불안을 일상으로 품고 지낸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게 꿈이다. 영꿈 통장을 마련해 엎치락뒤치락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두려움과 역경에도 청년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높이 샀다. 양은주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꿈 통장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난관 극복의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위기에 굴하지 않고 도전했던 경험이 나중에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진로 상담 분야에 ‘진로적응성’이란 용어가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어떤 도전이건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을 곱씹어가는 것 자체로 인간은 자신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통제력, 확신을 갖는 능력이 진로적응성이다. 청년의 영꿈 통장은 이런 진로적응성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이런 진로적응성은 ‘작은 도전’을 해결해보는 경험을 통해 키워 나갈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큰 도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목적보다는 가능성의 폭을 열어놓는 것만으로도 영꿈 통장은 커질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소한 도전’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독서라는 목표를 세웠을 때 “1년 동안 책 100권을 읽어야지” 같은 거창한 목표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매일 책 두 페이지씩 읽겠다”는 가벼운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매일 맛보는 게 중요하다. 그 결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무기력을 극복하고 꿈도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이나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사건 사고 등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한 뒤 개인적인 역량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이전보다 크게 향상되는 현상을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부른다. 도전과 실패의 경험은 상처로 남지만 이를 극복해 아물고 딱지가 떨어지면 더 단단하고 건강한 새살이 돋아난다. 조용래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여건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걸 인정하고 적응하면서 내면의 긍정적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한다”며 “도전을 계속하고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특별취재팀 ::▽팀장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강승현 신희철 이소연 김태성 이청아(이상 사회부) 전채은(문화부) 신지환(경제부) 기자}

    •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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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5억 증발’ 카지노서 81억 뭉칫돈… 꼬리 무는 미스터리

    금고에 있던 현금 145억여 원이 사라졌다는 논란이 일었던 제주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의 또 다른 금고에서 81억 원이 넘는 현금이 발견됐다. 지난해 말 행적을 감춘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직원과 관련된 제주 모처에서도 20억 원 이상의 현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랜딩카지노에서 145억6000만 원이 사라졌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뒤 카지노 금고를 확인한 결과 5만 원권 지폐로 81억5000만 원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 현금이 랜딩카지노의 VIP 물품 보관소에 있는 개인 사물함 형태의 금고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145억 원이 사라졌다는 고객 금고와는 다른 금고”라며 “사라졌다던 현금의 일부인지, 아니면 다른 돈인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돈과 별개로 카지노 자금을 담당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온 말레이시아 여성(55)과 연관된 제주의 한 장소에서도 현금 20억 원 이상이 발견됐다. 역시 5만 원권 지폐로 수백 장을 한 다발씩 묶어뒀다고 한다. 당초 이 현금이 발견된 곳은 해당 직원의 숙소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여직원이 살던 거주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중동 지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직원은 제주신화월드 개장 때부터 임원급으로 근무해 왔다. 경찰은 여직원이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관여한 공범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 중국계 남성을 특정해 뒤를 쫓고 있다. 현재 이 남성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으며, 이미 출국금지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를 벗어나 서울이나 인천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빼돌린 거금을 해외로 직접 가져갈 수 없으니 중국계 범죄조직을 통해 ‘환치기’해 해외로 밀반출하려고 해당 남성이 국내에 머물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 원화로 조직에 주면 수수료를 떼고 제3국에 있는 여직원에게 외화로 바꿔 전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랜딩카지노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처음엔 현금 발견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경찰이 사실을 밝혔는데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카지노 측은 수사 의뢰 당시 피해 금액을 145억 원으로 적시했으나, 처음 경찰에 자문을 요청할 때는 훨씬 작은 액수로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2018년 개장한 제주신화월드는 홍콩 상장법인 랜딩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투자했다. 랜딩인터내셔널 최대 주주인 중국인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은 2018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중국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뒤 경영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여직원은 양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이 현금은 양 회장이 마련해 놓은 비자금이거나 카지노 VIP가 맡겨 놓은 돈일 수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반부패 관련 수사 활동을 강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금고의 현금 소유자가 중국인 카지노 VIP라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권기범 기자}

    •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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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BTJ열방센터 엄정 대응”… 8600명 동원해 방문자 추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만 500명이 넘는 집단 감염으로 번진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와 관련해 진단 검사에 비협조적인 방문자들에 대해 경찰이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역학조사 방해 혐의를 받는 센터 관계자 2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사에 불응하는 이들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거나 검사를 거부하는 BTJ열방센터 방문자의 소재 확인을 위해 8602명으로 꾸려진 신속대응팀을 동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BTJ열방센터를 방문한 사람은 모두 2797명이다. 이 가운데 67%인 1873명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먼저 신속대응팀은 연락이 닿지 않는 방문자의 주소지를 직접 방문해 거주 여부를 확인한다. 직접 만나지 못할 땐 소재를 파악해 방역당국과 연결해준다. 전국적으로 신속대응팀이 동원되는 건 지난해 8월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 대한 소재 파악 이후 처음이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11일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센터 방문자 상당수가 방역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 사실을 부인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단 검사 명령에 불응하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TJ열방센터 관련 누적 확진자는 12일 0시 기준 576명에 이른다. 아직 전체 방문자의 33%만 검사를 받은 상황이라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대본에 따르면 진단 검사 대상인 센터 방문자 2797명 가운데 지금까지 12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가운데 53명은 9개 시도, 27개 종교시설 및 모임에서 450명에게 추가 감염을 일으켰다. 대전 7곳, 충북 6곳, 광주 5곳 등이다.권기범 kaki@donga.com·김소민 기자}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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