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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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1-04~2024-12-04
연극37%
문화 일반37%
문학/출판10%
인사일반7%
음악7%
무용2%
  • ‘오징어 게임’ ‘기생충’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선율

    “제게 어마어마한 극장이 주어져 설레면서도 굉장히 긴장됩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반나절은 연습에 매진하고, 오후엔 이 무대를 어떻게 더 빛낼지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음 달 15, 16일 단독 콘서트 ‘리슨(Listen)’을 여는 연주자 겸 작곡가 정재일 씨(41)가 말했다. 그는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주제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3년 만이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시간에 달하는 공연인 만큼 지루하지 않도록 다채롭게 구성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그를 스타덤에 올려준 영화들의 OST와 올해 발매된 개인 앨범 ‘Listen’ 수록곡 등을 연주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 ‘브로커’ 등 3개 작품 속 음악을 메들리 형식으로 편곡해 들려주고, “꼬마 시절부터 사랑에 빠져 있는” 국악기와도 호흡을 맞춘다. 20여 년을 협업한 이아람 대금 연주자와 소리꾼 김율희, 사물놀이패 느닷이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 3일 발매된 정 씨의 앨범 ‘A Prayer’의 수록곡을 선보인다. 정 씨는 “전통악기와 협업할 땐 연주가 더 자유롭고, 다이내믹해지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정 씨는 1999년 밴드 ‘긱스’에서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후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스크린과 무대를 오갔다. 지난달에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국악, 피아노,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음악을 협연해 현지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런던 심포니 단원들 역시 국악 연주자들의 연습을 본 뒤 전부 기립박수를 보냈다”며 “우리 전통음악 깊은 곳엔 아주 넓은 세계가 있다”고 말했다. 8만∼1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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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전과 작별 아쉬운 중년관객들, 다시 ‘1호선’으로

    “학전은 제가 배우로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갑작스러운 폐관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학전 소극장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배우 황정민이 학전 폐관에 대해 12일 심정을 밝혔다. 그는 배우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학전이 개관한 지 정확히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경영난이 가중된 데다 김민기 학전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내린 결정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10일 열린 대표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첫날 공연엔 중년 관객들이 몰렸다. 허현희 씨(49)는 “사회 초년생 시절 본 공연을 잊지 못한다. 속상한 마음에 부랴부랴 표를 구했다. 대학로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0대 딸과 함께 온 김은성 씨(51)는 “제가 딸 나이 때 봤던 공연을 엄마가 돼 같이 보러 왔다.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예매했는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을 지킨 김 대표는 “그저 모두가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12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의 40대 이상 예매자 비율은 전체의 70.1%에 달했다.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격려를 위해 온라인이 아니라 전화나 직접 방문해 예매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큰 관심을 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첫 공연 전날인 9일 열린 최종 리허설에는 학전 출신 배우들이 여럿 방문했다. 다만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공연되는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된 학전의 간판 공연이다. 독일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의 ‘1호선’을 1990년대 말 한국 상황에 맞춰 각색했다. 영화 ‘기생충’ OST 등을 작곡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편곡했다. 2008년까지 4000회 공연되며 70만 명 이상 관람했다. 거쳐간 배우만 170명이 넘는다. 1991년 문을 연 학전은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뮤지컬 ‘의형제’로 1999년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어린이극 제작에도 매진했다. 단둘이 집을 지키게 된 형제의 좌충우돌을 그린 ‘고추장 떡볶이’는 폐관 전 예정된 마지막 공연이다. 30년 넘게 공연계에서 일한 한 기획자는 “학전은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소극장 시대를 이끌었다. 가난한 창작자들을 위해 편집 설비를 내어주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며 “급등한 유지비, 임대료로 학전마저 버티기 어려운 것이 소극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학전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극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재개관 지원을 비롯해 학전 보전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삼일로 창고극장, 세실극장처럼 단순 재개관을 돕는 건 단기적 해법에 그친다”며 “학전을 전문극장으로 만드는 등 공간의 역사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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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진, 베를린 필 상주 음악가로… 아시아인 두번째

    피아니스트 조성진(29·사진)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가 됐다. 아시아인이 베를린 필의 상주 음악가가 된 건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쓰코(7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안드레아 치치만 베를린 필 대표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이 내년부터 베를린 필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며 협주곡, 실내악곡을 함께 연주하게 된다”고 밝혔다. 치치만 대표는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음악가”라며 “그의 다양한 면모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은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특별한 오케스트라”라며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건 많은 연주자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필과의 협연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베를린에 살고, 음악가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할 때마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2017년 열린 베를린 필 내한공연에서 협연자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6년 만에 내한한 베를린 필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2일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 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 공연 첫날인 11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비롯한 3개 작품을 선보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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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경력 227년’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고도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이 지금 우리 모습”

    “50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게 ‘고도(Godot)’고, 자유고, 신이에요. 하지만 인간은 ‘오늘은 못 와도 내일은 올 것’이란 희망이 없이는 살지 못해요. 고도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에게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달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배우 신구 씨(87)는 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극은 아일랜드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사뮈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으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야기다. 극단 산울림이 1969년부터 2019년까지 공연하는 동안 전무송, 정동환 등 저명 배우들이 거쳐갔다. 공연 제작사 파크컴퍼니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블라디미르 역은 배우 박근형 씨(83)가, 포조 역은 김학철 씨(63)가, 포조의 노예 럭키 역은 박정자 씨(81)가 맡았는데 신 씨를 포함해 네 배우 모두 이 연극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네 배우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227년이다. 신 씨는 “오랫동안 꿈꿨던 작품”이라며 “나이가 들었고 병력도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내 진을 모두 빼기로 했다”고 했다. 박근형 씨는 “40여 년 전 연극학부 시절부터 동경해 온 작품이다. 그간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아주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사상 여성 배우가 럭키 역을 연기하는 것 역시 최초다. 박정자 씨는 이번 공연이 준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진해 손을 들었다. 그는 “국내 초연 때부터 꾸준히 챙겨보면서 경이감을 느낀 작품”이라며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데 성별은 중요치 않다. 럭키를 연기해야겠다는 동물적 육감이 들었다”고 했다. 1978년 데뷔한 김학철 씨가 이번 무대에선 막내다. 그는 “캐스팅 조합을 듣고 ‘내가 여기 껴도 되나’ 싶어 도망가고도 싶었다. 박정자 선배의 목에 밧줄을 거는 장면은 너무나 송구해 연습 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네 배우 모두 동아연극상 수상자다. 공연은 단일 캐스트로 진행된다. 내년 2월 18일까지, 5만5000∼7만7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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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소극장 학전… 내년 3월 문닫는다

    서울 대학로의 대표적 소극장인 학전(學田)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내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 1991년 같은 날 문을 연 지 꼭 33년 만이다. 김성민 학전 팀장은 9일 “경영난이 이어진 데다 최근 김민기 학전 대표가 위암 판정까지 받아 결국 폐관을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전은 대학로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김 대표가 독일 그립스극장의 원작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손봐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뮤지컬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1990년대 말 한국의 다양한 서민 군상을 담은 이 작품은 2008년까지 약 4000회 공연을 하면서 70여만 명이 관람했다. 스타 배우와 가수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초창기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가 학전 출신으로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29년 전 뮤지컬 무대에 섰던 나윤선은 오늘날 세계적인 재즈 가수가 됐다. 그러나 다른 대학로 소극장과 마찬가지로 관객 감소와 팬데믹 직격탄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폐관 전까지는 대표작들이 공연된다. 10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된다. 내년 1월에는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가 열린다. 2012년 김광석 추모사업회의 주관으로 시작한 ‘김광석 노래 부르기’가 확장된 대회다.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도 3월 초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학전 측은 “그동안 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아티스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공연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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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균-유아인 영화 제작비만 940억 날려… K컬처 ‘마약 리스크’

    연예계 마약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선균, 유아인 등 배우와 가수, 작곡가까지 마약류 투약 정황이 드러나며 연예계를 파고든 마약 실태가 충격을 안겼다. 영화 ‘기생충’(2019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년)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연이은 성공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K컬처’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선균-유아인이 날린 제작비만 940억 원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한국 영화계는 더욱 침체되는 분위기다. 올해 개봉할 예정이던 이선균 주연의 제작비 200억 원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탈출…’은 5월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뒤 해외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제작비 약 90억 원을 투입한 영화 ‘행복의 나라’도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올스톱됐다.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선균이 하차하면서 대체할 배우를 찾고 있고, 그가 주인공인 ‘Dr.브레인 시즌2’는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올해 3월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유아인 역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세 작품의 제작비는 총 650억 원이다. 이선균, 유아인 두 배우가 출연했다가 개봉이 연기된 작품 제작비는 약 940억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연이은 악재에 영화계 패닉 영화계는 팬데믹 이후 좀처럼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약 사태까지 터져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2017∼2019년 각 상반기 평균)의 72.5%였고, 관객 수는 57.8%에 그쳤다. 특히 영화계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이 있던 9월에도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 같은 기간의 52.9%로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 추석에 맞춰 개봉한 대작 한국 영화 3편(‘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1947 보스톤’)도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마약 사태까지 벌어져 걱정이 크다”며 “연말에도 관객 수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제작사 관계자는 “마약 관련 루머만 돌아도 긴장하고 있다”며 “우리 작품에서는 부디 (마약 이슈가)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폭탄 돌리기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외신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스타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미국 배우조합상도 받은 유명 배우”라고 보도했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도 이선균 소식을 전하며 “한국 연예계에서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들의 일탈이 한국 영화·콘텐츠업계의 해외 투자에도 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우 개인의 책임을 실효성 있게 묻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작품마다 계약서가 제각각이고, 위약금 조항 유무와 배상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의 출연료에 비례해 위약금 조항을 넣지만 수백억 원의 콘텐츠 투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이어서 문제를 일으킨 배우의 소속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한 명만 추락해도 도미노 붕괴 이선균과 함께 작곡가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르자 가요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멤버 한 명의 마약류 투약이 팀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2019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마약 사건으로 입건된 후 탈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더이자 프로듀싱 멤버였던 비아이의 탈퇴 후 아이콘의 팬덤 규모나 활동 범위는 현격히 축소됐다.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작곡가이자 가수 돈스파이크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엑스터시를 건네 지난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위상과 영향력이 단시간에 높아지면서 연예인들도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지만 실제로는 부족했다”며 “몇몇 사람에 의해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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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마약 연예인, 자숙후 은근슬쩍 복귀… 日선 거액 손해배상 해야

    국내 연예계에서 마약류 투약·흡입이 확산된 데는 일정 기간 쉬다가 복귀하면 아무 제약 없이 다시 활동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후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복귀했다. 이후 영화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케타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2009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배우 주지훈은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활동을 재개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공작’ ‘비공식작전’을 비롯해 드라마 ‘킹덤’ ‘하이에나’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99년 대마초 흡연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신동엽은 이듬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후 자숙 기간조차 없이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류 투약·흡입 후 빠르게 복귀한 여러 선례가 마약에 대해 안일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예인 마약 범죄는 형량이 가벼운 데다 자숙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만들었다. 막대한 돈을 버는 연예인들에게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 및 작품 제작 등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유명 가수 겸 배우인 피에르 다키가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되자 그가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포함해 여러 작품의 상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피에르가 제작사 등에 물어준 위약금은 총 10억∼30억 엔(약 90억∼2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부터 ‘마약 연예인 명단’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은 마약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제작 및 출연한 작품의 방송과 상영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 국내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흡입이 잇달아 알려지며 세계에서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K컬처도 타격을 입게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에 마약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10대들의 팬덤을 중심으로 성장한 K팝은 아이돌 그룹의 반듯한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K팝 가수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식을 함께하며 소속사가 밀착 관리해 스캔들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마약류 투약·흡입이 가요계로 확산될 경우 청정 이미지가 추락하며 K팝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K팝 가수들이 지닌 도덕적인 이미지를 좋아하기에 가수의 마약 범죄 혐의 자체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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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진짜로’ 몇살같아?”… 나를 찾는 80분 여정

    “너 지금 ‘진짜로’ 몇 살이라 생각해? 취향은 있니? 넌 사랑받는다고 생각해? 그걸 믿어?”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26일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Tank;0-24’(사진)의 대사다. 형체 없는 내레이터가 쉼 없이 질문을 던진다. 10대 주인공들은 때론 패기와 무례의 경계에 놓인 말투로, 때론 짐짓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질문에 답한다. 작품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향해 치열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국립극단이 500석 이상 중극장에서 선보이는 청소년극으로 80분간 진행된다.아수라장인 속마음을 나타내는 작품인 만큼 무대미술이 강렬하다. 1막은 형광색 소품과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소란스럽게 꾸며 주인공들의 내면을 대변했다.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한 여신동이 연출과 구성, 무대미술을 맡았다. 마치 소행성에 불시착한 듯 자욱한 연기 사이로 들려오는 신비로운 사운드는 여 연출과 연극 ‘pan123mE1’ 등에서 호흡을 맞춘 혁오밴드의 오혁이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은 오혁이 고등학생 시절 만든 곡을 편곡했다. 허를 찌르는 질문들에 성인 관객도 속수무책이 된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소동이 멈춘 2막은 한 치 앞조차 가늠하기 힘든 암흑 속에서 대사 없이 몇 줄기 빛만으로 펼쳐진다. 불친절한 무언극이 25분간 이어지지만 지루할 겨를은 없다.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을 향한 탐사가 막이 내린 후에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19일까지, 3만∼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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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막신 춤-엄마 발레리노… 웃고 박수치며 보는 발레

    공주도 백조도 아닌 평범한 여성과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발레가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음 달 8∼12일 오르는 국립발레단 ‘고집쟁이 딸’이다. 1789년 프랑스 안무가 장 베르셰 도베르발이 창작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다. 국립발레단은 영국 발레 거장 프레더릭 애슈턴이 재안무한 버전으로 공연한다. 1960년 영국 로열발레단에서 처음 선보인 후 국내에선 지난해 초연됐다. 국내 팬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누구나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고집쟁이 딸’의 5가지 감상 포인트를 알아본다.희극발레 ‘고집쟁이 딸’은 ‘돈키호테’와 함께 희극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유쾌한 서사를 바탕으로 발랄하게 연출했다. 오프닝 때 등장하는 닭들의 행진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이야기는 시몬의 외동딸 리즈가 젊은 농부 콜라스와 사랑을 맹세하며 시작된다. 엄마인 시몬은 리즈를 부유한 포도밭 농가의 아들과 결혼시키기 위해 콜라스와의 만남을 방해한다. 주인공 리즈는 수석무용수 박슬기, 솔리스트 심현희, 드미솔리스트 조연재가, 콜라스는 수석무용수 허서명과 박종석, 솔리스트 하지석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엄마 발레리노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우악스러운 엄마 시몬 역은 전통적으로 남자 무용수가 여자로 분해 연기해 왔다.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를 남자 무용수가 맡는 발레 관습에서 비롯됐다. 솔리스트 배민순과 드미솔리스트 김명규가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정옥희 무용비평가는 “테크닉과 공식 중심으로 창작된 고전 발레와 달리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구체적인 이야기, 유기적으로 연결된 마임 덕에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서민발레 ‘고집쟁이 딸’은 오늘날 남아 있는 발레 중 평민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이다. 귀족 등 상류층이나 신화 속 인물을 내세운 기존 발레와 달리 농촌 서민의 삶을 담아낸 것. 이는 작품이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기 단 2주 전에 초연된 것과 직결된다. 한지영 발레해설가는 “왕실의 호화로운 문화였던 발레가 부르주아 등 시민의 오락거리로 확산하던 시대상과 맞물린다. 발레의 대혁명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나막신 춤 리즈의 성화에 못 이긴 시몬이 신발을 갈아 신고 추는 ‘나막신 춤’은 ‘고집쟁이 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안무가 애슈턴이 영국 랭커셔 지방의 민속춤에서 차용했다. 당시 편곡을 맡은 작곡가 존 랜치베리를 민속춤 공연에 데려가 이와 잘 어울리게 작업하도록 요청했다. 한지영 해설가는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극에 달했던 시대이기에 민속춤을 막간극으로 활용해 흥을 돋웠다”고 말했다.리본 파드되 리본은 주인공의 사랑을 보여주고 춤의 스펙터클함을 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리즈와 콜라스는 1막 1장에서 서로의 몸에 리본을 얽은 채 ‘인간 실뜨기’를 하고, 1막 2장에선 8명의 군무단과 함께 거미집 같은 리본 대형 속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율에 맞춰 아슬아슬한 춤을 춘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리본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두 사람의 감정선을 잘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5000∼10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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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통의 잔해 너머 찬란한 삶이

    “세상을 바꾸는 건 비관주의자가 아닌 낙관주의자”라는 한 스타 강사의 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라고 조소하던 사람들이 오랜 시간 빠져 있던 염세와 제자리걸음의 굴레에 스스로도 염증을 느껴서일지 모르겠다. 책은 응급실 의사가 환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며 자기 영혼을 치유 받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역경이 곧 성장이라는 오래된 메시지를 진솔하게 또박또박 써나가며 독자가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이를 넘어설 용기를 준다. 책은 멍투성이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왜 응급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홀로 떨던 어린 저자는 아버지와의 몸싸움에서 다친 오빠와 응급실을 가게 된다. 그는 “병원에 모인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 뒤 결국 평온을 얻는 것”에 놀라워하며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름 붙이고, 원인을 밝혀낸다면 이를 해결할 기회도 있다”고 믿게 된다. 레지던트 시절 이후부터는 환자를 보듬으며 자신의 시련과 아픔을 극복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겪은 좌절, 예기치 못한 이혼과 실패 등 끊이지 않는 역경 속에서 저자는 온몸에 폭력의 흔적이 가득한 꼬마 제니,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을 한 군인 비키 등 생존하려는 환자들을 도우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 우울한 과거나 두려운 미래에 함몰되지 않고 “여기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받아야 할 선물조차 영영 받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제목대로 어차피 ‘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라면 잔해더미에서 살다가 죽기를 선택하기보단 잔해를 기어 넘어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부서짐은 수수하고 젠체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주는 놀라운 선물”이라며 “마음이 부서진 자리에 사랑과 평화를 품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자”고 제안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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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공 8.5m 치솟는 그네… 환상의 서커스로 초대

    멕시코의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 ‘신들의 도시’라 불리던 이곳의 작열하는 사막과 거대 건축물 ‘태양의 피라미드’가 서커스 천막 속으로 옮겨왔다. 석양처럼 붉게 타오르는 커다란 원판을 배경으로 공중그네가 상공 8.5m까지 치솟았고, 출연자들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빠르게 회전하자 만화경 같은 환상이 펼쳐졌다. 후프에 양팔과 두 다리를 이용해 바퀴살처럼 매달린 출연자들은 원판 둘레를 따라 돌며 선인장 사이를 오갔다. 멕시코의 신화와 전통을 다채로운 서커스로 표현한 태양의서커스 ‘루치아(LUZIA)’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25일 막을 올렸다. 국내 초연이다. 태양의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해 90개국 1450여 도시에서 3억6500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세계적인 공연 제작사다. 1만6500여 m(약 5000평) 이상의 부지에 원뿔형 텐트를 세워 전 세계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출연자 47명을 포함해 창작진과 스태프까지 총 130여 명이 내한했다. 루치아는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를 합친 단어다. 태양의서커스가 만든 38번째 작품으로 투어 공연 사상 처음으로 물을 활용했다. 매회 재활용해 쓰는 물의 양은 1만 L에 달한다.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감독은 24일 빅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멕시코에서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비를 주요 주제로 내세웠다. 안전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 10년간 기획했고,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년간 초연하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무대 바닥에는 볼펜보다 직경이 좁은 수천 개의 구멍이 있어 공연 중 잠시도 물이 고이지 않았다. 후프엔 자전거 타이어를 둘러 미끄럼을 최소화했다. 공연은 5000송이의 멕시코 메리골드가 펼쳐진 황금빛 무대로 시작된다. 발데즈 예술감독은 “멕시코에서 제단 위에 놓는 메리골드는 죽은 자의 삶을 축복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우물은 마야인 문명을, 이구아나 의상을 입은 여성은 멕시코 초현실주의 운동을 의미하는 등 멕시코 문화를 은유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다니엘 핀지 파스카 감독이 멕시코에서 10여년간 지낸 경험을 녹여냈다. 관능적인 라틴아메리카풍 음악에 맞춰 출연자들은 숨이 멎을 듯한 곡예를 선보였다. 맨몸의 출연자가 10m 높이 허공으로 던져져 붉은 태양을 가로지를 땐 경이롭기까지 하다. 실물 크기의 재규어, 작은 거울 850개가 달린 수영복 등 화려한 인형과 의상도 볼거리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서커스 부회장은 “멕시코 문화를 매혹적이고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훗날 한국의 문화도 공연에 담아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12월 31일까지. 7만∼29만 원. 내년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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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수 없는 무용공연… 佛 안무가의 대본 맞춰 ‘무용 영상’ 재생

    “저는 안무가지만 이 공연을 하는 이가 무용수일 필요는 없어요. 움직임과 언어, 이성과 감성 사이에 우선순위는 없기 때문이죠. 균형을 맞춰 관객이 최대한 주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하길 바랄 뿐입니다.” 31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개최되는 다원예술축제 ‘옵/신 페스티벌’에서 강의형 퍼포먼스 ‘제롬 벨’을 공연하는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59)의 말이다. 서울 동대문구 김희수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14, 15일 국내 초연되는 이 공연에 춤추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벨이 제작한 대본과 프로토콜에 따라 이영준 비평가 겸 서울과기대 교양대학 교수가 홀로 무대에서 무용 영상을 재생하고, 대본을 ‘발화’하며 동작을 취할 뿐이다. 벨은 작품을 통해 ‘이것은 춤인가?’를 비롯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올해 총 11개국 19개 작품이 펼쳐지는 ‘옵/신 페스티벌’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 등과 함께 ‘회고전’을 주제로 참여한다. ‘제롬 벨’은 2005년 이후 그가 국내에 선보인 6개 공연 등을 포함한 전작들을 통해 그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전이다.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무용수의 초상’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작품들을 일대기로 소개한다.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2005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으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았을 당시 은퇴를 앞둔 코르드발레(군무단) 무용수인 베로니크 두아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시리즈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후 초상화 시리즈는 ‘세드리크 앙드리외’(2009년), ‘이사도라 덩컨’(2019년)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공연을 위해 그는 대본과 프로토콜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낼 사람을 김성희 옵/신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부터 추천받았다. 이영준 비평가가 그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준 뒤 벨을 대신해 ‘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설명한다. 해외 공연에서 제3자가 공연을 이끄는 건 제롬 벨 무용단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과 직결된다. “올여름은 아포칼립스처럼 끔찍했어요. 파리는 10월이지만 7월 같고요. 원격 퍼포먼스라니, 실험적이긴 하지만 저는 예술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석 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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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콜 쏟아진 K콘텐츠… ‘명당’ 1층 입구에 한국관 내줘

    프랑스 칸에서 16∼19일(현지 시간) 열린 제39회 글로벌 방송콘텐츠마켓 밉콤(MIPCOM). 과거 미국, 프랑스 등 ‘콘텐츠 강국’의 전유물이던 1층 입구 ‘명당’을 꿰찬 건 한국공동관이었다. 다큐멘터리 ‘귀족식당’을 제작한 빅하우스엔터테인먼트의 부스엔 사흘간 프랑스TV, 기네스북 등 30여 개 업체 관계자들이 쉴 새 없이 모였다. 이선영 빅하우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일류 회사들이 먼저 콘텐츠 아이디어까지 제시하며 공동 제작하자는 러브콜을 보내 놀랐다. 비인기 장르이던 다큐멘터리까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체감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사들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 콘텐츠 마켓 밉콤에 참가했다. 올해 100여 개국 관계자 1만1000여 명이 찾은 밉콤에는 미국 워너브러더스, 영국 BBC스튜디오 등이 바이어로 참석했다. 한국에선 역대 최다인 34개사가 참여했다. 올해 밉콤에서 달성한 총 수출 상담액은 5345만 달러(약 722억 원)로 지난해(3293만 달러·약 445억 원)보다 62%나 늘었다. 한국은 국가 공동관 중에선 유일하게 야외 테라스 부스까지 차렸지만 해외 바이어들이 대거 몰리며 테이블을 추가로 마련해야 했다. KT스튜디오지니 부스를 찾은 중동 지역 최대 통신사 에티살랏의 바이어 메가 쿠카르 씨는 “K드라마는 군더더기 없이 분명한 서사, 팬층이 확보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이 강점”이라며 “작품당 수십 편을 넘기는 다른 아시아 지역 콘텐츠와 달리 6∼12편으로 구성돼 시청자와 배급사 모두에 접근성이 높다”고 했다. 지식재산권(IP)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IP 활용도를 높인 콘텐츠로 바이어들의 호응을 샀다. 채널A ‘흐르지 못하는 강 오카방고’ 등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와일드테일은 동물 실사화 애니메이션으로 해외 5개사와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한종 와일드테일 PD는 “굿즈 제작에 유리하고 향후 인공지능(AI) 기술과도 결합이 가능해 반응이 좋았다. ‘코리안 프리미엄’까지 붙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해외 관계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중소 제작사 글로벌 도약지원 사업에 선정돼 IP 개발을 지원받은 12개사가 참여했다. 배우 변요한 주연 드라마 ‘블랙아웃’(방영 예정)을 제작하고, 드라마 ‘미생’(2014년) ‘시그널’(2016년) 제작에 참여한 이재문 히든시퀀스 대표는 “최근 국내 제작 비용이 급등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건 필수가 됐다. 밉콤은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회”라고 했다. K드라마와 영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이들 작품에 출연한 주연 배우들이 나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민다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 부장은 “예전에는 한국 예능을 현지화해 방영하는 계약 위주였다면 최근엔 한국 예능을 그대로 방영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주연 배우 조인성과 차태현이 출연하는 예능 ‘어쩌다 사장3’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칸=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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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기타와 집시 기타, 호흡 맞추니 깊은 울림

    짧은 노래인 ‘카바티나’ 선율이 연주되자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지중해 금빛 햇살로 물드는 듯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8)와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43)이 손끝으로 섬세하게 빚어낸 선율은 여느 대형 악기에 견줘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울림이 컸다.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8일 열리는 두 사람의 합동공연 ‘투 기타즈’ 중 한 대목이다. 2021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 당시 기타 공연으로는 드물게 전석 매진돼 화제가 됐다.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13일 두 사람을 만났다. 박규희는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아시아 및 여성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박주원은 아이유,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과 작업한 스타 기타리스트다.‘천생연분’이란 말에 펄쩍 뛰며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이들이지만 기타와 함께한 궤적은 마치 운명처럼 닮아있다. 데뷔 시기(2010년)도, 기타를 난생 처음 손에 잡은 때(1989년)도 같다. 바이올린에도 발을 들여봤지만 결국 기타 외길을 택한 것마저 같다. 박규희는 “‘투 기타즈’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LG아트센터로부터 합동공연을 제안받은 데서 시작됐다”며 “언젠가 같이 공연하자고 기약 없는 연락만 주고받다 진짜로 만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공연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친숙하고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구성된다. 그중 ‘겨울날의 회상’은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연주하는 곡이다. 박주원은 “서정적 표현에 강한 규희가 연주할 때 귀가 더 즐거웠다. 주된 선율을 규희에게 맡기고, 나는 반주를 받쳐주는 식으로 편곡했다”며 “서로 장르가 아예 다르다보니 마음 편히 다양하게 도전한다”고 했다. 지난해 성악가 유채훈이 게스트로 출연했고, 올해는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가 호흡을 맞춘다. 공연에서 선보이는 곡들은 미니앨범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임에도 합동공연은 성장의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공연을 통해 데뷔 후 처음 서로의 장르에 도전했다. 박주원은 “작고 부드러운 소리로 공간을 압도하는 ‘중원의 사령관’같은 규희를 보고 많이 배웠다. 제가 이전에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같기만 했다면 이젠 여리고 예쁜 소리도 낼 줄 안다”며 웃었다. 박규희는 “정확성에 골몰한 과거와 달리 주원 오빠와 팝, 남미 음악 등을 연주하며 그루브감을 키웠다”며 “어떤 곡이 주어져도 자신의 개성을 적재적소로 녹여내는 그는 ‘센스의 귀재’”라고 말했다.“가수로 따지면 규희는 성악가, 저는 록밴드 보컬이에요. 장르가 다른 기타리스트가 한 무대에 오르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죠. 그렇지만 놀랄 만큼 합이 잘 맞아요. 공연을 통해 기타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랍니다.”(박주원)4만~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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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경을 딛고 앉아 나는 쓰네

    역경을 딛고 ‘선다’는 표현이 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친 기자는 주저앉은 상태에선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었다. 책은 휠체어와 평생을 보낸 공상과학(SF) 작가가 쓴 에세이다. 장애가 있는 삶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저자는 장애를 “딛고 앉는다”. 선천성 근위축증이란 장애를 ‘쿨한 척’ 애써 외면하고 살던 저자는 2021년 SF문학상을 수상하며 반강제로 정체성이 조명된 뒤에야 이를 수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이유를 들며 자신의 장애가 자랑스럽다고 내세우는 게 아니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지 않고, 장애인으로서 나의 삶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장애를 가진 작가로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꾸밈 없이 담겼다. 미국 SF 작가 스티븐 킹이 한 번에 한 단어씩 쓴다고 하면 저자는 “한 번에 한 자모씩”, 분당 최대 50타로 온 힘을 다해 눌러쓴다. 소수자성에 기반한 국내 SF 소설들이 진정한 SF가 아니라는 일부 견해에 대해선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밀려난 사람들이 SF를 통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쓰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전략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95%를 차지하는 비장애인 독자가 장애인의 삶을 외부에서 조망하고 자의적으로 독해하기를 거부한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풀어낸 속마음은 독자를 저자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자신의 글이 ‘치밀히 계획된 사회운동’은 아니라고 하지만 더욱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장애에 대한 타자화를 멈춰 세운다. 저자는 소외된 사람이었다가,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반복하며 끝끝내 제목처럼 ‘가장 보통의 인간’이 된다. 그 가운데서 가장 특별한 건 시종일관 사푼거리는 발랄함이다. 장애를 경험했든, 경험하지 않았든 즐거이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나의 가벼운 에너지가 누군가에겐 충전이 되는 에너지였으면 좋겠다”며 모두를 끌어안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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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본 연극을 책으로… 여운 간직 ‘굿즈’로 각광

    국내 창작 연극·뮤지컬의 희곡이 관객들에게 ‘굿즈’로 각광받고 있다. 대본이 여운을 간직하고 작품을 곱씹기 위한 소장품이 된 것이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창작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출판사 이음과 손잡고 개막과 동시에 희곡선으로 출간했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은 현재 공연되고 있는 창작뮤지컬 ‘쇼맨…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대본을 자체 제작해 13일부터 극장 로비에서 판매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 대본 소장에 대한 관객 요청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은 올해 상반기(1∼6월) 공연한 창작 연극 ‘몬순’, ‘보존과학자’(걷는사람)의 희곡을 공연 기간부터 현재까지 극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2021년부터 국립극단 희곡선을 발간하고 있는 김은경 걷는사람 편집장은 “희곡 부문에선 1쇄를 넘는 경우가 드문데 올 4월 ‘몬순’(사진) 초연 개막일 직전에 출간된 희곡은 약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다”며 “연극을 본 관객의 수요가 몰리면서 공연 기간과 직후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 ‘태양’ 공연을 기념해 출간된 리커버에디션 희곡선(알마)은 당시 제작한 200부가 모두 나갔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작품이 아닌 국내 창작극을 소장하려는 이유는 뭘까. 희곡선을 담당하고 있는 강지웅 이음 편집자는 “신진 창작자들이 쓴 희곡엔 사회를 바라보는 젊은층의 시선이 잘 담겨 있어 20, 30대 중심인 관객층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했다. 이어 “언제 다시 공연될지 모르는 ‘작은 분야’인 만큼 작품을 책으로 간직하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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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로미오와 줄리엣’…

    외국 단체의 내한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커스부터 발레, 연극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LUZIA)’가 25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국내 초연된다. 태양의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해 90개국 1450여 도시에서 3억6500여 명의 관객을 모은 세계적인 공연 제작사다. 2016년 세계 초연된 ‘루치아’는 투어공연 사상 처음으로 물(매회 1만 L)과 회전무대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멕시코의 강렬함을 콘셉트로 총 47명의 출연자가 라틴아메리카풍 음악에 맞춰 스윙 등 각종 곡예를 선보인다. 멕시코 신화 속 동물에 착안한 코스튬 등 1000벌의 의상을 활용해 볼거리가 화려하다. 12월 31일까지, 7만∼29만 원. 내년 1월부턴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13∼15일 세계 유명 발레단인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2019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신데렐라’ 이후 4년 만의 내한이다. 현대발레의 거장으로 꼽히는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요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셰익스피어의 동명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슬로모션 등 실험적인 연출과 흑백의 미니멀한 무대가 마요 버전의 백미다. 발레단 내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자 수석무용수인 안재용이 티볼트 역으로 출연한다. 8만∼28만 원.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12∼15일 말레이시아 예술단체 파이브 아트센터의 연극 ‘노셔널 히스토리’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무대에 오른다. 1948년부터 1960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말레이시아에서 무장단체로 활동한 말라야 인종해방군과 영국 연방군이 벌인 게릴라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뤘다. 전석 3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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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 시간) “말할 수 없는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썼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1928년 소설가 시그리드 운세트가 수상한 후로는 95년 만이다.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 ‘3부작’, ‘아침 그리고 저녁’을 비롯해 희곡,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1990년대 중반 발표한 희곡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포세의 작품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라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2003년 프랑스 공로훈장,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는 ‘3부작’을 비롯해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 ‘보트하우스’ 등이 출간됐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다.“생존투쟁의 그늘 파고들어… 입센의 재림” 노벨문학상,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희곡-산문 넘나들며 작품 활동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려“죽음-가족 등 소재로 인간 본질 탐구”혼란이 넘치는 시대,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5일(현지 시간) 선정된 포세는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포세의 작업은 노르웨이의 언어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예술적 기교와 섞었고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 소식을 들은 포세는 “벅차고 다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극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건 영국의 해럴드 핀터(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그는 희곡, 소설, 시,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썼다. 한림원은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재림’이자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환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포세가 희곡과 산문을 넘나들며 경계를 부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하르당에르피오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비교문예학을 전공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고,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약 40편의 희곡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희곡과 소설뿐만 아니라 시, 에세이, 동화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 중간쯤에 있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매일 생존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비극을 산문과 희곡을 넘나들며 선보였다. 대표적인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은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연작소설집 ‘3부작’(새움)은 3편의 중편소설을 묶었다.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하고 비루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다. 동화 ‘오누이’(아이들판), 희곡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등 여러 작품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달 20일엔 빛을 사랑했지만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일생을 그린 산문 ‘멜랑콜리아 I-II’(민음사)가 나온다. 포세는 한때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정민영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는 “죽음, 가족, 남녀관계 등 보편적 소재를 시적으로 깊게 다루는 작가”라며 “극단으로 치닫고 혼란스러워지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는 점에 한림원이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는 “포세의 작품엔 눈 덮인 산과 호수 등 북유럽의 풍광과 감성이 탁월하게 담겨 있다”고 했다.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 교수는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삶과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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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계 ‘밀캠’ 골머리… 돈받고 버젓이 불법 유통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가 지난달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단 생중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일 공연에는 걸그룹 레드벨벳 소속 가수 웬디가 ‘나’ 역으로, 배우 리사가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했다. 2시간 35분의 전막 공연은 실시간으로 녹음돼 음성 라이브 방송 X(트위터) ‘스페이스’에서 공유됐다. 공연계에서 밀캠(무단 녹화), 밀녹(무단 녹음) 문제가 무단 중계, 불법 유통으로 악화되고 있다. 불법 녹화·녹음본의 유통은 빨라지는 추세다. 기자가 직접 구매를 시도해 보니 포털사이트에서 원하는 공연 영상을 검색해 판매자와 오픈채팅으로 거래한 후 자료를 내려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판매자별로 수백 편이 건당 5000∼1만 원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판매자들은 ‘구매자에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심시켰다. 제작사들은 무단 영상에 대한 제보를 받아 건별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그러나 전담 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오디컴퍼니 대표)은 “비밀채팅방, 비공개 댓글을 통해 무단 영상이 일대일로 거래돼 증거자료를 모으기 어렵다. 다만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헤비업로더를 대상으로 연내 형사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판매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저작권법상 허락 없이 녹화할 수 없는 영화와 달리 공연은 규정이 없다. 무단 촬영자를 극장에서 적발해도 ‘개인소장용’이라고 주장하면 제재하기 힘들다. 윤금용 한국저작권보호원 법제지원부장은 “저작물 복제·배포 권리는 창작자에게 있기에 무단 촬영한 영상은 저작권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이 소장하는 건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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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추석연휴, 전시-영화-공연 ‘문화 나들이’ 떠나볼까

    《달이 환하게 가득 차 오르는 추석이다. 연휴 기간 나들이에 문화생활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볼 공연과 영화, 전시, 책이 풍성하다. 본보 공연, 전시, 영화, 출판 담당 기자들이 추석 연휴에 즐길 만한 추천작을 각각 추려 봤다.》 英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마지막 기회… 장욱진 60년 활동 조명 회고전 열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52점을 선보이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10월 9일 막을 내린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거장 카라바조(1571∼1610)의 명작은 물론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터너, 마네, 모네, 고갱 등 서양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석 당일에만 휴관하기 때문에, 이번 연휴가 명작을 만날 막바지 기회다. 통상 해외 전시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N차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 풍속화나 18세기 영국 초상화 등 국내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미술 경향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은 1920년대부터 1990년 작고하기까지 장욱진의 60년간 활동을 조명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일본에서 발견된 1955년 ‘가족’도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관에서는 김구림, 정연두 개인전을 연다. 과천관에서는 이신자 회고전을, 청주관에서는 피카소 도예전을 각각 볼 수 있다. 서울관은 추석 당일, 과천·덕수궁·청주관은 10월 4일 대체 휴관한다.항일운동 소재 ‘도적’ 가족 모두 즐길만… 강동원 주연 ‘천박사…’ 영화 예매율 1위 추석 연휴를 겨냥해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은 ‘도적: 칼의 소리’다. 1920년대 중국 북간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선식 서부극’으로, 배우 김남길 서현 이현욱 이호정 등이 출연했다. 조선, 중국, 일본 문화가 한데 모인 북간도의 이색적인 풍경에 말을 타고 윈체스터 장총을 쏘는 시원한 액션이 더해졌다. 항일운동을 소재로 삼아 가족들이 추석에 둘러앉아 함께 즐길 만하다. 총 9화가 22일 공개됐다. 27일 개봉한 배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예매율 1위를 달리며 추석 극장가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퇴마사 행세를 하며 사람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던 천 박사(강동원)가 악귀 범천을 만나게 되면서 진짜 퇴마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반인반신의 범천 역은 배우 허준호가 맡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답지 않게 러닝타임이 98분으로 짧다. 12세 관람가로 연휴 저녁에 가족들이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다.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이달 초 개봉한 유재선 감독의 ‘잠’을 아직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들 작품도 관람하길 권한다.하루키 6년만에 장편소설 ‘도시와…’ 출간, 그림책 ‘세상에서…’은 고향 풍경 담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768쪽·1만9500원·문학동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가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30대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소녀를 떠올린 뒤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6일 출간된 뒤 예스24에선 3주 연속, 교보문고에선 2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동명의 중편소설을 고쳐 썼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팬들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두툼한 ‘벽돌책’인 만큼 연휴에 도전할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델핀 페레 지음·백수린 옮김·128쪽·2만 원·창비)은 정겨운 고향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 그림책이다. 엄마의 고향을 찾은 아이는 시골집 다락에 올라 엄마의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어 본다. 엄마가 갖고 놀던 장난감, 엄마가 즐겨 불렀던 피리,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들…. 엄마의 추억이 보물상자처럼 아이에게 닿는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이 책 속의 엄마와 아이처럼 가족들과 옛 추억을 나눠 보면 어떨까. 지난해 프랑스 아동문학상 ‘소시에르 상’ 수상작이다.국립창극단 ‘심청가’ 4년만에 무대에… 연극 ‘더 파더’ 전무송-현아 부녀 출연 이번 추석에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국립창극단의 ‘심청가’가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진책이 극작과 연출을,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 부르는 ‘범피중류’ 장면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안무를 짰다. 민은경, 이소연, 유태평양 등 창극단 소속 간판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연휴 기간에는 관람 전 창극단 단원들에게 ‘심청가’의 한 대목과 추임새를 배워 볼 수 있다. 2만∼5만 원. ‘진짜 부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연극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배우 전무송(81)과 딸 전현아(52)가 아버지와 딸을 연기하는 연극 ‘더 파더’가 공연된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이 원작이다.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았다. 공연은 치매에 걸린 가운데 위신을 지키려는 노인 앙드레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딸 안느의 이야기를 다룬다. 4만5000∼5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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