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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나 지금이나 정치인의 부인은 고달프다. 지금처럼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대선 주자 부인들은 내조 경쟁에 돌입했다. 예전에는 남편의 건강을 챙기는 조용한 ‘내조형’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부인들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남편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정치적 동반자’인 셈이다. 지난달 퇴임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를 넘어 백악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치인의 배우자는 여전히 가장 힘든 자리 중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너무 열심히 하면 설친다고 하고 너무 안 나타나면 뻣뻣하다고 한다. 스타일리시하면 사치스럽다고 하고 수수하면 초라하다고 한다. 똑똑해서 의견을 또박또박 드러내면 건방지다고 하고 말을 못하면 정치인의 부인감이 못 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는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소통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가교형’ 내조다. 2012년 대선 때 김 씨는 ‘유쾌한 정숙 씨’라는 별명을 얻었다. 항상 밝은 얼굴과 살가운 대화로 캠프와 유세 현장의 활력소가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호남의 밑바닥 민심을 직접 듣고 이를 문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 “사진 찍으러 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언론사 취재는 철저히 거부했다. 5개월이 넘는 ‘조용한’ 그녀의 광주 방문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호남의 민심도 조금씩 변했다. 광주의 한 지인은 “얼마 전 식당에 갔더니 식당 주인과 김 씨가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예전 같으면 손님들 욕 나올까 봐 절대 걸어 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씨를 향해 “너무 나댄다”는 말도 나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동지형’ 내조를 하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 씨는 강경한 이 시장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남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에 적극 응하는 ‘대변인형’ 내조에 치중하고 있다. 내조의 형식은 후보 부인마다 각양각색이지만 정치인 부인의 가장 큰 역할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일치한다.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오랜 참모도 꺼내기 힘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조연이 아닌 ‘최후의 참모’ 역할을 하는 주연이라는 뜻이다. 배우자가 없는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국 사회는 4년 동안 ‘소통 부재’라는 화두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물러나야 할 위기를 겪고 있다. 대선 때 배우자도 검증하거나 퍼스트레이디 사업을 공식화하자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다.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부인도 선택하는 것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각각 ‘정권 교체와 국민통합’, ‘더 나은 정권 교체’를 앞세워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경선의 핵심 포인트는 누가 ‘확장성’이 더 뛰어날지에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과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의 ‘표심’을 누가 붙잡느냐가 경선 구도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국 ‘선두’ vs 안희정, 충청 호남 ‘추격전’ 동아일보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여야 후보를 통틀어 호남과 충청은 물론이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당 경선의 첫 관문인 광주·전라에서 35.6%의 지지를 얻어 다른 후보와 상당한 격차를 두고 1위에 올랐다. 문 전 대표의 뒤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16.9%),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13.1%), 안 지사(10.8%)가 호남에서 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서울(28.0%) 인천·경기(32.0%)뿐 아니라 고향인 부산·경남 지역(24.0%)과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20.2%)에서도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가 충청권 지지를 기반으로 문 전 대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안 지사는 당 경선에서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에서 24.8% 지지를 받아 이미 문 전 대표(28.5%)를 턱 밑까지 따라잡았다. 지역 기반이 겹치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지사가 충청 표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년 여론조사 때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충청에서 각각 17.9%와 7.7%의 지지를 받았다. 안 지사는 한 달여 만에 중도층(4.7%→14.7%)과 보수층(1.1%→10.1%)에서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문 전 대표도 중도층(25.9%→31.4%)과 보수층(5.4%→10.9%) 지지율이 올랐지만 안 지사의 상승폭이 더 컸다. 이념 성향별 지지율 구성에선 문 전 대표가 ‘쏠림’이 나타난 반면 안 지사는 상대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 지지층에서도 안 지사는 모든 연령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아 젊은층과 장년층의 지지율 편차가 큰 문 전 대표와 대조를 이뤘다. 안 지사 측은 “안 지사의 확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강세인 호남 민심 잡기가 관건 안 지사는 충청권의 상승세를 호남으로 확대해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추월해 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본보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3.8%였던 안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한 달여 만에 10.8%로 올라 호남에서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5.6%로 안 지사의 3배가 넘는다. 안 지사가 최근 상승 바람을 타기 시작했지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민주당의 한 호남 의원은 “안 지사의 확장성이 인정돼 호남에서 ‘이 사람으로도 해볼 만하네’라는 인식이 퍼져야 호남에서 어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지율 1위를 계속 달려온 탄력을 최대한 활용해 첫 경선지인 호남부터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고 지지세를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태세다. 안 지사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에 공을 들이기 위해 12일 첫 광주 후보토론회를 앞두고 11일부터 1박 2일간 호남을 방문해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보다는 진보 성향 유권자가 많이 참여한다”며 “짧은 기간에 안 지사가 얼마나 지지율을 끌어올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사진)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우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쳤을 때 정권 교체가 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정당 통합이 어렵다면 적당한 시점에 공동 정부 구성을 위한 연립정부 협상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만 될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느냐. 지금의 4당 체제하에서는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가 되니 이런 상황에서는 개혁도, 개헌도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재벌 검찰 언론 3대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 검찰, 언론의 부패한 결탁을 청산하고 민주적 감시와 견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2월 국회의 핵심 과제”라며 상법 개정,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송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민생입법 처리도 챙기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 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득향상 3법’ 처리에 앞장서겠다.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 생활비절감법 등을 추진하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치교체’를 외쳐 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권교체론이 더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이라는 보수 진영의 강력한 경쟁 후보가 사라지면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권교체의 바람을 등에 업은 문 전 대표는 중도와 보수 진영에서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며 본인이 정권교체의 최적임자임을 부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가 오히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0대인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60대인 문 전 대표가 대선 주자 중 ‘최고령’이 되면서, 여야의 50대 후보들이 1위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해 한목소리로 ‘세대교체론’이란 협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이후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로 대선 승부처인 충청의 표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 전통적인 여야 간 경쟁 구도가 야야 간 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대선 판이 요동칠 수 있는데 이 경우 안 지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정권교체의 필요성이 반영된 야권 1위 후보 밀어주기의 성격이 강하다”며 “정권교체가 확실시된다면 유권자는 정권교체 자체보다 ‘더 나은’ 정권교체를 바라면서 새로운 후보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9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영호남에서 함께 지지받는 후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설 연휴 동안 경남 양산시 자택에 머물던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와 만나 “이번 대선을 처음으로 지역주의에서 벗어난 선거로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부산에서 부산·경남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송기인 신부와 시민사회 인사들을 만나 민심을 들었다. 30일 상경한 문 전 대표는 조만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경선캠프 발족 등을 통해 대권 도전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2월 중순이나 3월 초로 예상되는 공식 출마 선언 때까지 정책 발표에 집중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을 캠프 출범에 맞출지, 이후에 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당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후에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당이 예비후보 접수를 시작한 상황 등을 고려해 일정을 조금 당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찾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설 연휴 기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정책 발표를 이어갔다. 이 시장은 30일과 29일 페이스북에 각각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작살내겠습니다” “생리대를 공공재로 다루자”는 글을 올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30일 올린 “지지자 여러분들께 호소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이 시장은 “이기기 위해 싸워야지 싸우기 위해 싸우지는 말자”고 당부했다. 최근 자신과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SNS상에서 비방전을 벌이자 자제를 주문한 것. 그는 글에서 중국의 역사소설 ‘초한지(楚漢志)’의 주인공 유방과 항우의 예를 들면서 “약한 유방 군대가 강한 항우 군대를 왜 이겼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설을 맞아 29일 고향인 충남 논산의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편 김부겸 의원은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 의원은 아직까지 당 경선 예비후보 등록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며 “(후보 등록 여부 등에 대해) 늦어도 다음 달 10일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주자 부인들의 ‘내조 전쟁’도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다니며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알리는 것과 달리 부인들은 조용한 발걸음으로 때로는 동지처럼, 때로는 그림자처럼 무대 뒤에서 소통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부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부 동반 모임 등을 통해 얼굴을 익힌 사이다. 문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 씨(63)는 최근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여사와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동지형 내조 “부족한 2%는 내가” “여보, 이번에 광주에 가보니 지역 분들이 이야기하는 게….”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추석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부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지난해 추석 이후 5개월 동안 매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김정숙 씨가 지역에서 들은 각종 여론을 문 전 대표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것. 김 씨는 최소한의 수행원과 함께 동네 목욕탕을 찾기도 하고 시장 등을 돌며 바닥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가 22일 ‘포럼 광주’ 출범식에서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광주 시민에게 다시 손을 잡아 달라 부탁드릴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몸을 한껏 낮춘 것도 부인에게 들은 생생한 지역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동문인 문 전 대표 부부는 대학 축제에서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문 전 대표는 ‘잊지 못할 은인’으로 “어려울 때 늘 함께해주고 기다려주고 견뎌준 아내”라고 꼽을 정도다. 최근 김 씨는 “지금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그 주인공이 남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서울대 의대 1년 후배인 김미경 씨(54)는 현직 서울대 교수로 ‘조용한 내조형’이었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공개 활동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딸 설희 씨와 함께 촛불집회에 잇달아 참석하기도 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부인 덕에 안 전 대표는 ‘여수 사위’란 별명도 얻었다. 김 씨는 8일에는 여수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직접 출전했고, 17일에는 안 전 대표와 함께 화재 피해를 본 여수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다소 소원했던 주승용 원내대표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하면서 주 원내대표와의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부인 민주원 씨(53)는 고려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학생운동 시절부터 30여 년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다. 특히 노무현 정부 초기 안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 생활을 하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을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다. 안 지사를 대신해 행사장을 찾을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2일 안 지사가 5시간 즉문즉답식 출마선언을 진행할 때 민 씨는 “안 지사가 약간 ‘왕자병’이 있는 것 같다. 선을 넘는다 싶으면 여러분이 다시 선 안으로 넣어 달라”라며 애교 섞인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 조용한 내조 “든든한 조력자” 활발한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조용한 내조’에 치중하는 부인들도 있다.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 씨(72)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이나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에도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다. 애초 반 전 총장의 정치 활동에 반대했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12일 반 전 총장의 귀국길 일정을 함께 소화했고, 13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14일 충북 음성과 충주 등 고향 방문 내내 반 전 총장의 곁을 지켰다. 반 전 총장과 동갑내기인 유 씨는 충주여고 3학년 재학 시절 남편과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반 전 총장이 충주고 재학 시절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으로 입상해 미국 방문 프로그램 학생 대표로 선발되자 당시 환송행사 자리에서 복주머니를 만들어 선물한 인연을 계기로 1971년 결혼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 씨(50)도 남편과 달리 ‘조용한 내조’를 추구한다. 이 시장의 강경한 이미지를 일부 완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홀로 복지관,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남편을 돕는 방식이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 씨는 문화, 예술, 여성, 육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 시장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장소를 비공개 일정으로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시장의 각종 정책 공약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의 각종 정책 공약을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아마 부인일 것”이라며 “남편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부인 오선혜 씨(58) 역시 ‘그림자 내조’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건강 문제 등으로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3 재학 시절 선생님 집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유근형 기자}
―탄핵 심판 결과를 예측한다면…. ▽남경필=5월 10일경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경우 다음 대통령선거는 60일 안에 치러야 한다. 남 지사는 3월 중순에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안희정=결과는 가늠이 안 된다. 다만 예년과 같이 정상적으로 12월에 대선을 치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다면…. ▽남=큰 입장은 존중하겠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게 헌법적 질서인데,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안=(기각은) 국민이 원하는 시대의 정의에 반하는 결정이다. 그러나 그걸 뒤집을 다른 헌법적 절차가 없다. (헌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면?) 상상이 안 가는 혼란 상황이다. ―조기 대선하에 대선 후보가 되면 경기와 충남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임기 1년짜리 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데 그 책임은…. ▽남=중요한 문제인데, 공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더 큰 책임을 맡기 위한 도전이기 때문에 국민께 이해를 구하겠다. ▽안=두 차례 도지사선거를 치르면서 대선 도전이 저의 공약이었다. 국민께서 저를 대선 후보로 결정해 주신다면 (보궐선거) 비용을 치러도 된다고 생각하고 뽑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올해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재·보궐선거일은 4월 12일이다. 3월 13일까지 사유가 정해진 경우가 그 대상이다. 그 이전에 사퇴하지 않는 이상 보궐선거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대선일 30일 이전에 지사직에서 물러날 경우 조기 대선과 보궐선거는 함께 치러진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선 방문 국가는…. ▽남=도지사가 됐을 때와 같은 생각이다. 중국에 친한 지도자가 많지만 제일 먼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그 다음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겠다. ▽안=지금은 우리 안보의 기본 축인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과의 조율이 가장 시급하다. 6월까지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아시아 전략이 수립되는 과정에 한국의 의사를 전달하고 한국의 이해관계를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 (다만) 순서는 상황마다 다르다. (취임 후) 다른 국면이 열리면 필요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나. ▽남=비동맹국가들의 기념일이 굉장히 많다. 제3국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자연스럽게 할 기회가 많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안 한 것이 무척 아쉽다. ▽안=전쟁 중에도 적장하고 대화를 한다. 남북대화는 조건 없이 해야 한다. ―군 복무 기간 단축과 모병제에 대한 의견은…. ▽남=정치인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서 솔직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인구 감소로) 2022년부터는 군 복무할 청년 절대수가 부족해진다. 군 전력 공백을 고려할 때 복무 기간 단축은 말이 안 되고 군 복무 기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2023년부터 직업군인 전문직업병사를 뽑는 모병제를 시작해야 한다. ▽안=저는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시민의 의무, 국방의 의무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원리다. 다만 복무 기간 단축이나 병력 감축 문제는 군 현대화 전략과 현대전쟁의 전략적 개념을 함께 고민해서 내놔야 할 문제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에 나설 것인가. ▽남=당장 깨자, 말자 할 문제이기보다 진심 어린 사과가 없으면 합의는 미완성이다.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가 없는 합의는 무효다. 합의가 유효하려면 일본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 그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사정 변경의 내용이 있는 만큼 재협상할 수 있는 길을 트겠다. ▽안=반인권적 인권 유린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정부 간 협상으로 갈음할 수도 없다. 정부 협상 문서들도 교묘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일본과) 군사 외교 경제 등 협력할 게 너무 많다. 침략의 역사를 다루는 문제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이를 국민에게 호소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경제 공약은…. ▽남=일자리 대통령이다. 지난해 통계로 한국의 전체 일자리 중 50∼60%를 경기도에서 만들었다.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하면서 당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함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다. 대통령이 되면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 ▽안=30년, 여섯 번에 걸친 역대 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전략을 지속 가능한 발전 철학으로 계승하겠다. 재벌 개혁 역시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다 포함돼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정의로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로 빚어진 조기 대선 정국에서 ‘50대 기수론’이 꿈틀대고 있다. 촛불 민심으로 대표되는 성난 민심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 교체)’ 수준의 새로운 정치 질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 대선 주자 중 상당수가 50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아직 현실의 벽은 높다. 초기 대선 레이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64)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앞당겨진 대선 시계 속에서 50대 기수들의 반전이 가능할까. ○ 경험, 경력으로 무장한 ‘50대 기수’ 현재의 50대는 일제와 전란을 극복하고 고도성장 시대를 산 ‘산업화 세대’와는 다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198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내며 직간접으로 민주화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잇는 박근혜 정부의 파탄으로 산업화 시대에서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며 “세대교체를 통한 산업화 세대의 2선 후퇴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대적 상황이 ‘50대 기수론’의 토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50대 주자들이 대체로 탄탄한 정치 이력과 경험으로 무장한 점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민주당 김부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각각 ‘지역주의 타파’와 ‘개혁 보수’라는 브랜드를 가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행정 경험을 갖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각각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노동자 출신이라는 스토리를 가졌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50대 기수들은 정치 경력, 행정 경험, 도덕성 측면에서 예전 ‘젊은 피’보다 비교적 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은 문 전 대표를, 범보수 진영은 반 전 총장을 내세워 대세론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시도하는 대세론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본인들이 제공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강력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지지라는 정치적 자산을 가졌지만 동시에 확장성 부족이란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역시 유능한 외교관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서 검증을 받은 적은 없다. 두 유력 대선 주자의 이런 불안정성이 50대 기수론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안정적 지도자’라는 믿음 못 줘 이런 시대적, 정치적 여건에서도 50대 기수들의 지지율은 현재 그리 높지 않다. 19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9.0%)과 안 전 대표(7.4%)를 제외한 다른 50대 주자의 지지도는 5%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여권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야권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각각 당 운영을 일정 기간 주도한 결과 50대 주자들이 정치 세력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4·13총선에서 친박, 친문 세력이 공천을 주도했기 때문에 비주류 주자들은 현역 의원 가운데 우군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50대 주자들이 안정감 있는 지도자란 인식을 여전히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 교수는 “현재의 엄중한 시대를 이끌고 가기엔 50대 주자들의 경험이 부족하고 불안하다는 인식을 국민은 갖고 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희망하면서도 한편으론 더욱 안정감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50대 주자들이 유권자들의 ‘세대교체’ 요구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까지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모양새지만 50대 주자들은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있다. 남 지사와 안 지사는 공동 공약을 발표하는 정치 실험을 보여주며 참신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가 손을 맞잡는 모습은 기존 정치 문화에서는 파격에 가깝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은 어필할 시간이 짧아 ‘도전자’인 50대 주자들에게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이들이 이번에 성공하지 못해도 정치 개혁에는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길진균 기자}
2012년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에겐 ‘세인트 찰스(Saint Charles)’라는 별명이 있었다. 세인트는 기독교의 성인(聖人)을, 찰스는 ‘(안)철수’를 영어식으로 부른 호칭이다.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안 전 대표의 화법과 행보가 성직자 이미지를 풍긴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까지 과감히 양보했던 그는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2012년 3월 서울대 강연)이라고 했다. 보수·진보를 포괄하는, 또는 뛰어넘겠다는 ‘새 정치’를 외쳤고 그의 지지율은 한때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2012년 한국판 아이젠하워 모델의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 자리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흔히 ‘시민대통령’ 콘셉트로 알려진 1952년 아이젠하워 모델에는 세 가지 원동력이 있었다. 먼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아이젠하워에게는 ‘국민 대표’라고 할 정도의 엄청난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 둘째, 공화당 내 온건파가 유력한 후보였던 강경파의 로버트 태프트를 대신할 만한 인물을 물색하다 아이젠하워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대통령’ 기치 아래 국민적인 아이젠하워 추대운동(Draft Eisenhower Movement)이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의 상황과 일부 통하는 점이 있다.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 다자 구도로 바뀐 것과 보수 진영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점은 2012년 안 전 대표가 맞닥뜨렸던 정치 현실과는 다른, 반 전 총장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다. 반 전 총장에게 거는 기대 속에는 정치를 바꿔 보자고 하는 열망도 담겨 있다. 유엔 수장 자리를 10년 동안 수행한 반 전 총장 개인에 대한 호감도 있지만 답답한 현실과 정치에 대한 불만이 반 전 총장을 불러들였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채워야 할 결정적 덕목이 있다. 아이젠하워의 인기는 정서적 호감을 넘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리더십과 국가 운영에 대한 신뢰가 담긴 지지였다. 반 전 총장은 귀국길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밝혔다. 평생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 전 총장다운, 어느 진영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정치적 선택은 개인적 호불호를 넘어 피아를 나누게 한다. 정치의 숙명이다. 현실 정치에서 ‘진보적 보수주의자’는 중국집에서 ‘짬뽕 같은 짜장면’을 달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사회적 멘토로 살아온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인트 찰스’ 이미지에 스스로 갇혀 버렸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통일된 세계 일류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는 권력의지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반기문은 외교관 반기문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욕을 먹어도 하겠다는 리더의 권력의지가 필요하다. 반 전 총장은 스스로 ‘망가질’ 각오부터 해야 한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조기 대선 1라운드의 승패를 가를 ‘설 민심 잡기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 판도의 1차 분수령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10여 일 동안 기선 제압을 위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14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 문익환 목사 2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15일에는 신영복 교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며 진보 진영의 결집을 모색했다. 이에 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추모비에 헌화하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빈소를 찾는 등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했다. 두 사람 간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 박근혜 (대선)후보가 ‘정치 교체’를 말했다”며 반 전 총장의 ‘정치 교체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치 행태라든지 정치인들의 사고방식, 이런 것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받아쳤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이날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며 설 민심을 잡기 위한 추격의 속도를 높였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 모임 ‘손가락 혁명군 출정식’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선거법에 저촉된다”면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청와대”라고 대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4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전당대회를 열어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진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4선 의원인 박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3번, 원내대표 3번을 지낸 끝에 처음으로 선출직 야당 대표가 됐다. 박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요동치는 다당 체제 정치판에서 당을 키우고 국민의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 / 고양=황형준 / 평택=송찬욱 기자}
지난해 4·13총선에서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위기에 처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한숨을 돌렸고, 지지율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이날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 의원과 김 의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과 인쇄업체 ‘비컴’ 대표 정모 씨 등 피고인 5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됐던 왕 전 부총장은 이날 풀려났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홍보업체가 받은 돈도 정당한 용역 대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에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안 전 대표는 지지율이 추락하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권 차원의 ‘안철수 죽이기’였다는 것이 증명된 판결”이라며 “현재 세간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기획 작품이란 이야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어 “정치공학적 연대론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불사를 것을 선언한다”며 “우리의 힘으로 총선의 기적을 만든 정치혁명의 기세로 정권교체를 할 것을 흔들림 없이 선언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박 의원이 다시 구원투수 역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의원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지만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확인됐다”는 당내 여론을 감안해 당 지도부에서 당원권 회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길진균 leon@donga.com·최고야 기자}
최악의 고용 절벽 앞에서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지 한참 됐지만 정치권은 뒷짐만 지고 있다. 조기 대선에 몰두하느라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당근과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정국 속 일자리는 뒷전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623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29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목표로 잡은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7만2000명 줄어들었던 이후 7년 만에 취업자 증가폭이 가장 낮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정치권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한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1, 2월 임시국회에서 당력을 집중할 ‘우선 법안’ 목록에서 일자리 창출 법안은 찾기 어렵다.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민생개혁 등 5개 분야 21개 우선 법안 가운데 일자리 관련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며 민생을 챙겨야 할 여당은 당 내홍 때문에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 관련 발언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10일 “서민, 복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으로 20대 국회에 설치된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7월 20일 공식 출범한 뒤 두 차례의 전문가 토론회와 한 차례의 현장 방문을 했지만 활동 기간이 종료된 12월 30일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12월 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올해 6월 말까지로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의 출범 목적 자체가 4차 혁명에 대비한 미래 산업 연구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며 “지금의 일자리 문제는 다른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일자리 공약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자리 공약의 윤곽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민간이 자생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후보는 드물다. 단기적인 취업률 증가를 노린 고육책이 대부분인 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뜬구름 정책’도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키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지만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공공 일자리 확대에 쏠려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도 보육·의료부문 공공 일자리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취업 희망자가 많은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정당과 후보들은 정부 주도로 대·중소기업 간 급여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져 있다는 비판이 많다. 조동훈 한림대 교수는 “영업 유지도 어려운 한계기업이 많은 상황이라 임금 인상을 강제하더라도 회사들이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수요·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 미스 매칭’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세종=천호성 기자}
최악의 ‘고용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청년층 실업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일자리 대책에는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어 구직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이는 실업자의 기준을 ‘구직 기간 4주’로 바꿔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9.8%로 역대 최고였던 2015년 수치(9.2%)를 1년 만에 경신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첫째 목표로 ‘일자리를 늘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꼽았지만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정은 말로만 ‘일자리 창출’을 외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과 개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의 블랙홀 속에서 일자리 관련 법안과 정책들은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 주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주요 주자들은 “촛불민심에 부응하겠다”며 사회 분야 개혁을 공약 1호로 앞세우고 있어 ‘일자리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권은 노동계 등의 표심을 의식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 노동개혁 관련 사안에는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자리 창출력이 큰 ‘서비스업 활성화’나 ‘노동 개혁’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소야대 국회 속에서 당분간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9일 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17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선 주자들이 조속히 대책을 내놓고,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장기 계획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길진균 leon@donga.com·유성열 / 세종=박희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일정과 규칙을 이달 중에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당내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룰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대선 레이스 본격 시동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당내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며 “당내 경선을 위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늦어도 설 연휴 전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대선 후보들을) 일일이 만나 뵙고 (경선 룰과 관련해)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주자 후보 경선의 시작 선언인 셈이다. 경선 룰 마련은 이달 중순까지 기본적인 틀을 먼저 갖추고 여기에 주자별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승조 당헌당규위원장과 함께 경선 룰 작업을 총괄하는 안규백 사무총장은 “이달 안으로 후보별 캠프의 입장을 반영해 경선 규칙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모바일투표나 결선투표 등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각 후보 진영은 ‘결과의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경선 룰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에는 ‘국민경선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 외에 경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각 진영이 다자 협상을 통해 경선 룰을 확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며 경선 룰에 대해 사실상 백지위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룰 논의 과정엔 참여하겠지만 유·불리를 따져가며 어떤 방안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결선투표제와 모바일투표 도입 등에 대해 당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다. 2012년에는 논란 끝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됐지만 문 전 대표가 총 50% 이상을 득표하면서 결선투표는 무산됐다.○ 당내 주자들의 치열한 수 싸움 당내 대선 주자들은 모두 “당이 정한 룰을 따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2012년 경선의 골자인 △국민경선 △결선투표제 △모바일투표 등을 두고 유불리를 따지며 치열하게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문 전 대표나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국민경선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비주류 의원들은 아예 당원과 비당원의 표에 차별을 두지 않는 완전국민경선을 지지하고 있다. 친문 진영의 높은 당원 장악력을 고려한 전략이다. 결선투표제 역시 비주류 후보들에게는 ‘막판 뒤집기’를 노릴 수 있는 승부수인 만큼 양보할 수 없는 룰이다. 다만 모바일투표는 비주류 후보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바일투표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후보들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의견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룰과 별개로 당의 ‘공정한 경선 관리’를 촉구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논란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추 대표가 이날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을 징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주류 진영은 “추 대표의 공정한 경선 관리가 의심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다른 대선 주자들도 보고서 편향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들은 소속 모임별로 이번 주에 공정한 경선 관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당내의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2일 확인됐다. 민주연구원장은 친문 진영의 김용익 전 의원이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현행 5년 단임제로 대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며, 개헌을 한다면 대선 후에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개헌특위(여야 36명) 위원으로 소속 의원 14명을 임명했다. 보고서에는 또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란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개헌이 주요 내용이지만 민주당 개헌특위 위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의원은 “당의 공식 기구가 편향적인 보고서를 만든 것도 모자라 친문 인사들에게만 전달한 것은 개헌 논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친문 측은 이날 “보고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한 몇몇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5명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친문 인사에게만 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
여야 지도부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새해 정치 일정을 시작했다. 일여삼야(一與三野) 구도 속에서 야 3당은 각자 노선에 따라 참배 대상을 차별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 양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각각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생략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양김(兩金) 묘역만 찾는 모습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같은 야당이지만 보수의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개혁보수신당의 행보는 달랐다. 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이날 이, 박 전 대통령 참배를 시작으로, YS와 DJ 묘역까지 찾았다. 보수와 중도 진영을 함께 껴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강경석 coolup@donga.com·길진균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인선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이론적으로는 내년 1월 1일부터 특위 운영이 가능하다”고 조기 가동 의지를 나타냈다. 개헌 특위의 활동 기한은 내년 6월 30일까지이고 여야 의원 36명이 참여한다. 민주당은 5선의 박병석 원혜영 이종걸, 4선의 강창일 변재일 이상민, 3선의 백재현 이인영 이춘석 의원 등 특위 위원 14명을 선정했다. 간사는 이인영 의원이 맡는다. 국민의당도 4선의 김동철 비대위원장을 간사로 6선의 천정배 의원과 초선의 송기석 이상돈 이태규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아직은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회가 29일 새누리당 분당 후 첫 본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4당 체제를 가동했다. 3각 분할이던 의회 권력이 네 갈래로 나뉘면서 정국 운영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이어 신당도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이 이날 4선의 주승용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여야 4당은 새로운 원내 지도부 구성을 마쳤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누리당 정우택, 개혁보수신당(가칭) 주호영 원내대표 등 4당 원내 지도부는 30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첫 회동을 연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 정수 조정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4당 원내대표가 처음 머리를 맞대지만 앞으로 20대 국회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20대 국회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힘겨루기 속에서 국민의당이 사안별로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었다. 보수신당의 가세로 여야가 1 대 3으로 재편됐지만 정책이나 사안별로 2 대 2 또는 3 대 1의 혼란스러운 합종연횡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새누리당이 수세에 몰리는 1 대 3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촛불민심 속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보수신당 역시 경제 민주화 등을 내세우며 ‘개혁 선명성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신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은 이날 “부패 스캔들 대처와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을 추진하겠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헌법정신을 유린한 심각한 사건으로 철저히 규명할 생각”이라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방어벽을 높게 쌓아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선 한 석 차이로 재적의원 3분의 1인 100석이 무너진 게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원내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야 3당이 힘을 모을 경우 국회선진화법을 동원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안별로는 보수신당이 새누리당과 손잡는 2 대 2의 균형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 ‘좌클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보수신당은 ‘안보는 보수’라는 가치를 굳건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수신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한미 동맹 등 안보 현안을 두고는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별 인연 없는 4당 원내대표 4당 원내대표들이 서로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게 또 다른 특징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호남(전남 고흥) 출신으로 새누리당 정우택(부산), 민주당 우상호(강원 철원), 개혁보수신당 주호영(경북 울진) 원내대표와 모두 출신 지역이 다르다. 정치에 입문한 배경도 다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한 운동권)에서 정치권에 진입한 반면 주승용 원내대표는 옛 김한길계 출신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에서 활동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충북도지사)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여서 새누리당 대 반(反)새누리당 구도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4당 체제로 국회가 재편되면서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 원내 1당으로 본회의장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2당으로 밀리면서 ‘상석(上席)’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대신 새누리당은 의장석을 바라보고 맨 오른쪽에,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보수신당은 맨 왼쪽에 자리했다. 이날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분당(分黨)을 실감했다”는 말들이 나왔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황형준 기자}
외신이 종종 ‘한국의 트럼프’로 소개하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사진)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일본 언론과 충돌했다. 이 시장은 이날 일본 교도통신 기자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의견을 묻자 “피해자(위안부) 의사에 반하는 합의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분명히 말하건대 일본은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기 5년 전까지 대한민국을 무력 침공·점거한 침략 국가”라며 “침략 사실을 제대로 인정, 반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독도 도발을 통해 침략 의사를 일부 노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GSOMIA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일본은 외교,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우방국가이지만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 여러 태도를 보면 군사적 측면에서 적대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을 두고 ‘침략 의사’, ‘적대성’ 등 자극적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도쿄신문 기자는 기자간담회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식민체제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도, 무라야마 총리도 반성하고 정중히 사과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 시장은 “정권마다 말이 바뀌고 어떨 때는 부인하고, 각료들 발언을 보면 ‘필요하니까 반성한다고 말해 주지 뭐’ 이런 느낌”이라며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안보’를 강조하는 행보로 돌아온다. 문 전 대표는 26일 ‘책임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두 번째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주부터 재개한 정책 행보의 2탄이다. 탄핵 정국 이전 문 전 대표의 정책 행보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우클릭 전략의 하나였다.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준비된 후보’ 또는 안정감을 부각시킨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촛불 민심에 직면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고 올라오자 문 전 대표는 다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가 대청소’라는 슬로건 아래 안보 이슈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행보가 대선 다자 구도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개혁보수신당 후보,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쟁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온다. 4자 대결을 펼쳐 민정당 노태우 후보(36.64%)가 당선됐던 1987년 모델을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40% 안팎의 득표율이면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도 지지층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성남시장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과 함께 헌법재판소까지 행진을 했다. 25일엔 서울역 광장에서 KTX 해고 여승무원들과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연이어 방문한 뒤 전남 순천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반면 제3지대 세 불리기에 나선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의 양로원을 찾아 위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