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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에너지 사업 부문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 계열사 SK E&S의 합병이 각 사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합병 비율은 1 대 1과 1 대 2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이날 합병안을 승인하면 올 초부터 계속된 SK그룹 구조 개편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 합병 비율 등 구체적인 합병안을 논의한다. 오전 중 SK E&S가 먼저 이사회를 열어 합병 비율 등 최종안을 승인한 뒤 오후에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도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18일에는 SK E&S의 지분 90%를 보유한 모회사인 SK㈜가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8월 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안이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양 사 합병 비율은 1 대 1과 1 대 2 사이 수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의 기준 주가 등 기업 가치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과 SK E&S의 상환우선주를 갖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병 비율을 도출하는 데 막판까지 검토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합병 비율이 1 대 1.5로 정해질 경우 흡수합병 대상인 SK E&S의 주식 1주가 SK이노베이션 주식 1.5주로 교환된다. 현재 SK㈜는 SK E&S 지분 90%, SK이노베이션 지분 36.22%를 보유하고 있다. 1 대 1.5로 교환되면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지게 된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보유 지분이 희석되지만 합병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효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합병안 상정 이사회를 앞둔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11만3300원으로 전일 대비 4.91% 상승 마감했다. SK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그룹 내 에너지 사업 시너지와 함께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자금난 해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SK E&S는 영업이익이 2021년 7241억 원, 2022년 1조7111억 원, 2023년 1조3317억 원으로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는 등 재무상태가 안정된 편이다. 합병 시 SK E&S의 자금력으로 10개 분기 연속 적자인 SK온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SK온은 지난해 연간 58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그룹의 추가적인 에너지 계열사들의 구조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 아래의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 등을 SK온과 후속 합병하는 안이 17일 이사회에서 함께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SK㈜ 이사회에서는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도 상정된다. SK 관계자는 “연초부터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필두로 추진해 왔던 그룹 계열사 통합 및 효율화 작업이 공식적인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의 범위를 넓히며 신시장을 열고 있다. 자세 교정을 유도하고 혈당 관련 지표까지 알려주는 등 관련 기능도 다양해졌다. 박헌수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은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삼성 헬스 관련 브리핑을 열고 10일 공개된 ‘갤럭시 워치7’ ‘갤럭시 워치 울트라’ ‘갤럭시 링’ ‘갤럭시 버즈’ 등 웨어러블 신제품의 헬스케어 기능을 소개했다. 갤럭시 워치7과 갤럭시 워치 울트라에는 웨어러블 최초로 최종당화산물 지표 측정 기능이 들어갔다. 최종당화산물은 지난 2∼3개월간 혈당의 평균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와 상관관계를 갖는 지표다. 사용자의 식단과 생활 습관에 따라 해당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또 손목에 차고 자면 수면 무호흡 여부를 체크해주는 기능도 최초로 탑재됐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받았다. 기존에는 수면 무호흡 증상을 확인하려면 병원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1박 2일에 걸쳐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갤럭시 워치7을 착용하면 사용자의 집에서 수면 중 편리하게 체크할 수 있다. 이번 ‘갤럭시 언팩’에서 최초 공개된 폼팩터(제품 형태)인 갤럭시 링은 심박수 및 심박변이도 측정과 운동 감지 모니터링 기능 등을 제공한다. 갤럭시 버즈는 이용자가 과도하게 목을 숙이는 자세를 10분 이상 유지하면 스트레칭 알림을 보내준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연구를 위해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브리검 여성 병원, 툴레인대 의대 등 선도적인 의료 기관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석박사 인력들에게 직접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소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일부 특성화대학원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 신에너지 정책’을 통해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신에너지 산업군의 석박사 인재 비율을 20%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이에 따라 인재들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며 전문 인력을 지역별로 관리한다. 창저우시의 경우 박사 학위를 보유한 배터리 전문가가 주택을 구입할 때 25만 위안(약 470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100만 위안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CATL과 상하이교통대가 공동 설립한 SJTU미래기술대학, 궈쉬안과 푸단대의 첨단 배터리 공동 연구센터 등 국립대와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원장에 기업인을 선임하는 사례도 많다. 반면 국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5년간 총 187억 원 규모의 사업비로 배터리를 비롯한 산업 특성화대학원 석박사 인력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특성화대학원 네 곳에서 한 해에 10∼15명씩 석박사를 배출해 봤자 수십 명이다. 그마저도 해외로 빠져나가니 태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3사가 주요 생산거점을 충북 청주(LG에너지솔루션)와 충남 서산(SK온) 및 천안(삼성SDI) 등 지방에 두고 있어 우수 인재들이 근무를 꺼리는 문제도 있다. 지방 유입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서는 수도권 입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우수 인력은 대부분 수도권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며 “핵심 산업 R&D 거점에 한해서는 수도권 설립과 지원을 허용하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가로가 더 길어진 ‘갤럭시 Z폴드6’ 화면에 모래밭 위 조개와 소라 사진이 떠올랐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성화하는 별 모양 버튼을 누른 뒤 S펜으로 모래밭 위에 별을 그려 넣자 잠시 뒤 그 자리에 불가사리 사진이 생겨났다. Z폴드6에 추가된 ‘스케치 변환’ 기능은 직접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면 AI가 그림을 사진으로 바꿔준다. 변환된 사진 아래쪽엔 AI로 그려졌음을 알리는 별 표시가 뜬다. 삼성전자의 첫 AI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6·Z플립6’ 시리즈가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갤럭시 언팩 2024’에서 베일을 벗었다. 역대 가장 얇은 두께와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AI 기능은 상반기(1∼6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보다 더 강해졌다.● 삼성전자의 첫 AI 폴더블, 더 똑똑해진 손안의 AI 이날 언팩은 파리의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려 이목을 끌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언팩 행사를 개최하는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서 올해 폴더블 언팩 현장을 파리로 선정했다. 언팩 무대에 오른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2019년 처음 폴더블 제품을 출시한 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폴더블 시장을 선도해 왔다”며 “한층 더 발전한 갤럭시 AI와 최적화된 폴더블 폼팩터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Z폴드6·Z플립6는 삼성전자 자체 AI 기능들을 온디바이스(기기 내장)와 클라우드로 제공한다. 대표적인 기능이 실시간 통번역이다. 외국어 강의를 들을 땐 실시간으로 통역된 텍스트가 화면에 떠오른다. 카카오톡, 라인, 구글 미트, 와츠앱, 텔레그램 등 타 업체의 주요 메신저 앱에서도 음성 대화 시 실시간 통역이 제공된다. 삼성 노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음성 녹음 내용을 스크립트로 바로 변환하고 이를 번역·요약할 수 있다. PDF 파일로 다운로드한 문서도 형태 그대로 텍스트만 번역이 가능하다. 비서 기능도 강화됐다. 최신 구글 제미나이를 호출해 AI 비서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 키보드에는 키워드만 쓰면 e메일 본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문구를 알아서 작성해 주는 ‘글쓰기’ 기능이 추가됐다. 카메라 앱에서 사진을 전문가 수준으로 편집할 수도 있다. 이번 AI 폴더블의 출격으로 삼성전자가 하반기(7∼12월) 본격화될 ‘AI 폰 대전’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9월 ‘아이폰16’에 자체 온디바이스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처음으로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아너가 이달 AI 폴더블 ‘매직 V3’ 출시를 예고했다.● 디자인도 혁신, 역대 가장 얇은 Z폴드6 외관 면에서도 혁신이 눈에 띈다. Z폴드6는 전작 대비 두께가 6.1mm에서 5.6mm로 줄어 역대 삼성전자의 폴더블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 무게도 기존 253g에서 239g으로 가벼워졌다. 다소 길쭉한 모양이었던 커버 스크린도 가로 길이를 늘이고 세로 길이를 줄이면서 접었을 때 바(bar) 타입 스마트폰과 유사한 형태가 되도록 바뀌었다. 전작들이 주로 무채색과 블루 톤으로 출시됐던 것과 달리 이번 Z폴드6에는 핑크 색상을 추가했다. Z플립6도 옐로와 피치 등 새로운 색상이 추가되며 선택의 폭이 기존 4종에서 7종으로 늘었다. 국내 출고가는 전작 대비 10만 원 안팎 인상됐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값이 인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Z폴드6는 222만9700원(256GB)·238만8100원(512GB)·270만4900원(1TB), Z플립6는 148만5000원(256GB)·164만3400원(512GB)으로 출시된다. 국내 출시일은 24일이며 사전 판매는 12∼18일 일주일간 진행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삼성전자는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 인피니트 라인’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 순환 운전 기능’을 10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순환 운전은 에어컨을 가동한 후 연동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실내 공간별 온도 차가 감지되면 공기청정기 상단 ‘팝업 청정 부스터’를 작동시켜 빠르게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 기능이다. 부스터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빠르게 확산해 냉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동시에 가동해 냉방 효과를 높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마트 순환 운전 기능은 스마트싱스 ‘에어케어’ 서비스에서 ‘부스터 자동 운전’ 시나리오 설정을 통해 추가할 수 있다. 모드와 부스터, 방향, 각도를 설정할 수 있고 7분간 작동 후 이전 모드로 복귀하는 등 빠른 실내 공기 순환을 위한 편의성을 적용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한국 배터리 업계 매출이 2010년 관련 매출을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성장 일변도를 달려온 배터리 업계가 첫 역성장에 직면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 경쟁을 벌이는 중국 및 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기술력을 높이는 ‘배터리 종주국’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넛크래커 신세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및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올해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1.3%, 27.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2010년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 매출을 집계한 이래, 2017년 SK이노베이션 내 배터리사업부가 만들어진 이래 모두 첫 역성장이다. 삼성SDI의 매출 성장률 전망치는 올 초 15.2%에서 이달 8일 0.7%로 급락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매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중국 CATL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 BYD는 23.1% 성장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부진에도 올해 중국 전기차 내수 시장은 30% 성장할 전망인 데다 해외에서 가성비가 우수한 중국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고객사로 보유한 일본 파나소닉홀딩스도 올해 매출이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중국 제외)은 한중일 주요 기업 6곳이 전체의 92%를 점유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K배터리 3사를 합산한 한국의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 상황이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기차 트렌드가 최근 성능에서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에 한국도 ‘가성비 배터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민간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中 “1회 충전에 1000㎞” 日 “R&D 허브 구축”… 세계 1위 韓 위협中, ‘가성비 LFP배터리’ 편견 깨… 日, 테슬라 탑재 ‘원통형’에 사활“전기차 캐즘에 중저가 기술 각광… 반도체 못지않게 배터리도 중요공급다변화 등 정부차원 지원 시급”올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에서는 중국 CATL이 공개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팩 때문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에너지 밀도가 kg당 205Wh(와트시)에 달해 한 번 충전으로 1000km나 주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저가형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 기술력이 한국 업체가 주력으로 하는 고가형 삼원계 배터리의 중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내년까지 오사카를 일본 최대 배터리 연구개발(R&D) 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다. 차세대 공정에 특화된 최첨단 시설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싱크탱크다. 이미 올 4월 연면적 7900㎡, 높이 4층짜리 시설을 완공한 데 이어 내년 4월 추가 R&D 시설을 세우겠다는 목표다. 모두 합쳐 1100명의 전문 인력이 배터리 공정 고도화와 양산 장비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가성비를 앞세우던 중국이 기술력을 키우고 일본은 기술 주도권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성장세가 꺾인 K배터리의 ‘글로벌 1위’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한중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위기에 한국 배터리가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 쫓아온 中, 더 앞서가려는 日 중국 기업들은 그간 내수용에 그치던 ‘가성비’ LFP 배터리의 판로를 유럽, 북미까지 확대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4월 공개된 CATL의 배터리는 ‘값이 싸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LFP에 대한 편견을 깼다. 시중에 나온 LFP의 에너지 밀도는 통상 kg당 160Wh 안팎인데 고가형인 삼원계(200∼350Wh)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상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LFP 배터리가 밀도 200을 넘겼다는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을 포함한 삼원계 배터리는 한중일이 시장을 삼분(三分)하고 있지만 LFP는 중국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앞으로 2, 3년 내 LFP 점유율이 삼원계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특히 미국 대비 규제가 느슨한 유럽 시장을 겨냥해 LFP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가 탑재하는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R&D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나소닉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통형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과 가격 장점 때문에 테슬라뿐 아니라 BMW,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탑재하고 있다. 현재 원통형 시장의 주류는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다. 파나소닉은 용량과 출력을 크게 높인 차세대 4680(지름 46mm, 높이 80mm)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캔자스주에 짓고 있는 공장에 기존 투자 액수와 맞먹는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이다. 3월 일본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도 4680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기술과 안전 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곳은 파나소닉”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실탄’ 확보를 위해 자동차 전장(전자 장치) 등 기존 알짜배기 사업들도 대거 정리하고 있다.●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한 산업이 배터리” 중일 경쟁사들의 거센 공세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 46.8%였다. 2021년(55.6%) 이후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반면 중국 CATL과 BYD는 2021년 합계 점유율 14.4%에서 올 5월 30.7%까지 올라왔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세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캐즘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소비자들이 중저가 전기차를 찾자 전기차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에서도 중저가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고성능 중심으로 배터리 사업을 키워 오던 한국은 뒤늦게 가격 경쟁력까지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주도권을 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30%가량 싸다. 하지만 한국산 LFP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르노와 LFP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 규모가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산 시점도 내년 말부터다. 삼성SDI, SK온도 2026년부터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원가도 차이가 난다. 중국은 리튬, 전구체 등 주요 광물 및 소재 공급망과 기술을 확보한 데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반면 한국은 중국에 비해 여전히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높고 이는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호황과 불황을 수차례 이겨낸 반도체와 비교할 때 배터리는 산업의 역사가 짧은 만큼 처음 맞닥뜨리는 위기에 대한 대응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한중일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 대 기업’ 싸움만으로는 시장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단가를 낮추기 위한 핵심 공급망 다변화,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의 시장 선점을 위한 보조금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임원은 “배터리 공장은 장비 국산화 비율이 높아 공장을 지으면 연관된 부품 회사들도 함께 성장한다”며 “반도체 못지않게 배터리에 대해서도 국민적 관심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넛크래커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껍질을 까는 기계. 기계 사이에 낀 호두처럼 기술을 앞세운 선진국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후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가리킨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한국 경제의 수출 역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출 품목별 순위로 조선업을 이미 뛰어넘은 데다 각 지역의 생산 거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이차전지·양극재 합산 수출 실적은 224억8000만 달러(약 31조 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수출 품목별 기준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에 이어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의 수출 실적을 이미 2022년 추월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는 2028년 한국의 5대 수출 품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의 경우 장비 국산화 비율이 매우 높아 국내 장비 기업의 동반 성장에도 기여한다고 배터리산업협회는 밝혔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성장하면 생태계 안에서 중소기업이 함께 과실을 누리는 ‘낙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 3사의 장비 국산화 비율은 LG에너지솔루션 85%, 삼성SDI 95%, SK온 95%였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배터리 3사 설비투자금의 30∼40% 이상이 장비에 투입되는 만큼, 배터리 설비투자가 증가할수록 국내 장비 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국 각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발하고 있다. 배터리 및 소재 업체는 전기차 공장과 가깝고 리튬과 니켈 등 원료 수입에 유리하면서 부지 확보가 용이한 곳에 생산 단지를 둔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 SK온은 충남 서산, 삼성SDI는 충남 천안에 공장을 두고 있다. 소재·장비 업체들은 충북과 경북, 전북 등 각 지방에 고루 생산 라인을 두고 있다. 신산업 생산단지의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까지 배터리 산업의 사업체 수는 321곳에서 609곳으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고용 인원은 같은 기간 2만1132명에서 3만5100명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아직 한국표준산업분류로 구분되지 않는 만큼 전체 가치사슬에 있는 중소업체들까지 고려할 경우 고용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단행했다. 51년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노조 리스크’를 맞닥뜨린 것이다. 이날 전삼노에 따르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 6540명이 8∼10일 총파업을 시작했다. 6540명은 전삼노 조합원(3만657명)의 21.3%,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4804명·지난해 말 기준)의 5.2%에 해당한다. 전삼노 조합원의 약 80%가 반도체(DS)부문 소속인 만큼 파업 참여 인원의 상당수가 DS 직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노조 추산 4000여 명, 경찰 추산 3100명의 파업 참여자들은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가량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정문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 참석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의 자체 노사협의체인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 5.1%를 거부하고 임금 6.5%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10일까지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사전 대비를 통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생산차질이 파업 목적”… 반도체 반등 타격 우려 반도체 심장부 화성공장서 집회파업 참여 80%가 설비-제조 직군파업 길어지면 생산 차질 가능성“5.2% 강경파에 휘둘려” 지적 속… 전문가 “조직관리 방식 수정 필요”8일 오전 11시 10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 집회가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정문 앞에서 강행됐다. 화성캠퍼스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모두 갖고 있는 삼성 반도체의 핵심부이자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열기도 한 곳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추산 4000여 명, 경찰 추산 3100명의 조합원이 검은 우비를 입고 대오를 갖춰 구호를 외쳤다. “파업의 목표는 생산 차질”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파업 참여자의 상당수가 반도체(DS)부문 소속인 만큼,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긴 터널을 지나 올해 본격적인 반등세에 진입한 상황에서 ‘반도체의 봄’의 수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55명의 사인 거부로 시작된 총파업 파업이 촉발된 직접적 계기는 연봉 인상률에 대한 이견이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5.1%의 임금인상률을 공지했다. 하지만 전삼노는 6.5%를 주장했다. 조합원 중 855명이 연봉 협상에서 사인을 거부한 가운데 일부 강경파 조합원들의 주도하에 총파업이 촉발됐다. 855명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4804명)의 0.7%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전삼노는 △연말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 △유급휴가 일수 하루 추가 등을 주장하며 무노동·무임금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연말 성과급 기준은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투자 자본 등 비용을 제외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로 정한다는 입장이다. 또 휴가 의무 사용 일수를 2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전삼노는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다. 지난달 7일 노조가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첫 연가 투쟁을 진행했으나 소규모 참여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엔 수천 명의 생산라인 직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전삼노는 이번 파업에 참여한 6540명 중 설비·제조 공정 직군 종사자가 5211명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9, 10일은 집회 없이 파업 조합원 1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생산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수 라인이 자동화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설비 점검 등을 진행할 필수 인력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찬물 우려 노조 총파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훈풍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벌어진 만큼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35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삼성전자는 앞으로 노사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삼성전자는 “노조 없이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는 평가와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0년 5월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과거 ‘압도적 1위’로 성과급을 통한 금전적 보상과 1위 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앞으로 삼성의 조직 관리 방식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간 고도성장을 해온 삼성이 글로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예전만큼 큰 파이를 나눌 수 있는 구조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러한 여파가 앞으로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화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훈풍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2분기(4∼6월)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증권가 전망치 8조3000억 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가전·TV 시장 회복세를 맞아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2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으로 5일 잠정 공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뛰어넘은 호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 영업이익은 1452.2% 늘었다. 전자업계는 반도체 시황이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최근 AI 수요가 급등하면서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반등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초 투자업계는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4조∼5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라 DS부문에서만 6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3, 4분기에도 삼성전자는 10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LG전자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1조7009억 원, 영업이익 1조196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증가,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회복 중인 가전 시장과 더불어 유럽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가 성장을 이끌었다. 반도체 훈풍과 전자업계 호실적은 경상수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경상수지 흑자는 89억2250만 달러(약 12조3175억 원)로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53% 급등하며 전체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코스피 역시 이날 1.32% 오르면서 이틀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96% 급등한 8만7100원을 기록했다. 52주 신고가이자 2021년 1월 25일(8만9400원)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LG전자도 2.69% 뛴 11만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AI 바람 타고 반도체 업사이클… 삼성전자 영업익 1년새 16배로[반도체 서프라이즈]2분기 영업익 10.4조원반도체 부문 6.6조 영업익 추산… D램가격 회복-AI 서버용 수요 덕차세대 HBM 하반기 실적 견인 기대… AI탑재 갤 Z플립 등 내주 공개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6배로 폭증한 것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인한 반도체 업황 회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10조 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낸 건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이 시작되던 2022년 3분기(7∼9월·10조8500억 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부문에서 6조 원 이상 전망 잠정 실적인 만큼 삼성전자는 5일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DS)부문에서 6조60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5500억 원, 가전과 TV, 모바일 등을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서 2조9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2년 2분기 9조98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래로 반도체 다운사이클 직격탄을 맞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들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연간 영업손실은 14조8800억 원이었다. 올해 들어서야 1분기(1∼3월) 1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반도체 호실적은 지난해 메모리 업계 감산에 따른 D램 가격 회복과 함께 AI 서버용 수요 확대 덕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서버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초고성능 D램과 낸드가 들어간다. 수요가 몰리는 데다 제품별 평균 판매가격도 오르면서 DS부문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기준 각각 2.10달러, 4.90달러로 2022년 말 수준까지 회복됐다. 양산 직전 단계에 와 있는 차세대 HBM 제품은 삼성전자의 하반기(7∼12월)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앞두고 엔비디아 등 고객사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4일 삼성전자 DS부문은 HBM 개발팀을 별도로 신설하며 차세대 HBM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실었다.● AI 무장한 ‘갤럭시 Z플립·폴드6’ 다음 주 공개 반도체 외 사업부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사들 대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납품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했다. TV 사업을 맡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는 프리미엄 TV 및 성수기 에어컨 판매가 늘며 회복세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부품 가격 상승과 더불어 신제품 출시가 없는 비수기를 맞아 2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 Z플립·폴드6’를 공개한다. 1월 첫 AI 스마트폰으로 선보인 ‘갤럭시 S24’ 시리즈와 같이 삼성전자 자체 AI 기능이 탑재된다.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16’ 9월 출시에 앞서 시장에 출격하는 만큼 하반기 성장세를 견인할지 주목된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7900억 원, 4분기(10∼12월)는 12조7400억 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임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하반기 정보기술(IT) 시장 성수기 진입에 따라 실적 증가 폭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훈풍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2분기(4~6월)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증권가 전망치 8조3000억 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가전·TV 시장 회복세를 맞아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2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으로 5일 잠정 공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뛰어넘은 호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1%, 영업이익은 1452.24% 늘었다.전자업계는 반도체 시황이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최근 AI 수요가 급등하면서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반등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초 투자업계는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4조~5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라 DS부문에서만 6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했다. 3, 4분기에도 삼성전자는 10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LG전자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1조7009억 원, 영업이익 1조196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증가,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회복 중인 가전 시장과 더불어 유럽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가 성장을 이끌었다.반도체 훈풍과 전자업계 호실적은 경상수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경상수지 흑자는 89억2000만 달러(약 12조3000억 원)로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53% 급등하며 전체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코스피 역시 이날 1.32% 오르면서 이틀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96% 급등한 8만7100원을 기록했다. 52주 신고가이자 2021년 1월 25일(8만9400원)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LG전자도 2.69% 뛴 11만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 내 20대 청년층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고참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는 방안을 짜내고 있다. 은퇴한 70세 시니어 벤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경륜을 발휘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개봉 영화 ‘인턴’(사진)이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약 3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법적 정년인 60세가 넘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현직과 동일한 처우로 재고용하거나 아예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8월부터 퇴직하는 65세를 재고용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적 정년 이후에도 10년을 더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투자 대상이 내연기관차,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다양해지며 숙련 기술직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고령 직원 지키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그룹 계열사 인증 부정과 품질 문제가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기능을 전수하기 위해 시니어 사원이 활약할 곳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분야에서도 시니어 직원들의 노하우는 환영받고 있다. 일본 가전제품 양판점 노지마의 경우 2021년부터 고용 연령 상한을 폐지해 70대뿐만 아니라 80대 직원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 노지마 측은 이와 관련해 “판매와 점포 개발, 본사 업무 등 시니어 직원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전문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인력의 퇴사를 우려해 2019년 ‘유워크(U-Work)’라는 인재 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사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특정해 단기 업무를 맡기는 제도로,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지만 급여와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 월마트도 고령 인력을 재교육해 일대일 쇼핑 응대 서비스인 ‘퍼스널 쇼퍼’에 배치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약생필품 유통기업 CVS는 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연장자의 조언을 더 신뢰한다는 자체 조사에 따라 50세 이상 직원들을 상담원으로 전면 배치하며 주목받았다. 고령층 일자리 확대는 은퇴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내며 사회적으로도 소득세 세수 확대,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고령 인력의 신체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중노동, 반복작업 등 작업 공정에 협업 로봇을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직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용 조건, 근무 형태, 임금 체계 등에서 유연성을 확보해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은퇴한 70세 시니어 벤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연륜을 발휘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개봉 영화 ‘인턴’이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기업들은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퇴직자들의 노하우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대응책에 나섰다.65세 이상 고령자 약 3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초고령사회 일본은 가장 적극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해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65세 이후에도 일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66%에 달했다. 이에 법적 정년을 넘긴 직원들에 대해서도 현직과 동일한 처우로 재고용하거나 아예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속속 늘고 있다.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8월부터 인사제도를 개편해 퇴직하는 65세를 재고용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의 법적 정년(60세)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년 후에도 10년 더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회사가 점점 더 숙련 기술직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고령 직원 지키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요미우리신문은 “그룹 계열사 인증 부정과 품질 문제가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기능을 전수하기 위해 시니어 사원이 활약할 곳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분야에서도 시니어 직원들의 노하우는 환영받고 있다. 일본 대표 가전제품 양판점 노지마의 경우 2021년부터 아예 고용 연령 상한을 폐지했고 70대뿐만 아니라 80대 직원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 노지마 측은 이와 관련 “판매와 점포 개발, 본사 업무 등 시니어 직원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고령 인력을 지속 고용하는 사례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전문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인력의 퇴사를 우려해 2019년 ‘유워크(U-Work)’라는 인재 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사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특정해 단기 업무를 맡기는 제도로,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지만 급여와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미국 월마트도 고령 인력을 재교육해 일대일 쇼핑 응대 서비스인 ‘퍼스널 쇼퍼’에 배치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약생필품 유통 기업 CVS은 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연장자의 조언을 더 신뢰한다는 자체 조사에 따라 50세 이상 시니어 직원들을 상담원으로 전면 배치하며 주목받았다.고령층 일자리 확대는 사회적으로도 소득세 세수 확대,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는 “고령층의 은퇴 시기를 늦춘다면, 가구 간 근로 및 사업소득 격차가 줄게 되어 소득 불평등 확대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올해 상반기(1∼6월)에 이어 하반기(7∼12월)에도 경력사원을 대거 채용한다. 앞서 5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채용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9일까지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모집 직무는 총 800여 개이며 선발된 인원들은 화성·기흥·평택, 천안·온양, 수원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사업부별로 메모리사업부에서는 차세대 플래시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솔루션,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제품 개발 등 직무를 수행할 인재를 모집한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서는 오토모티브 센서 픽셀을 비롯한 반도체 소자 개발 등을 담당할 경력 사원을, 파운드리사업부는 수율 분석과 제품 불량 해결 등을 맡을 경력사원을 각각 채용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75형(189cm) 이상 초대형 프리미엄 인공지능(AI) TV 신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75형 이상 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전작 대비 판매량이 약 3배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리즈가 선전한 이유로 강화된 AI 기능을 통한 화질 업스케일링, 사운드 최적화 등 차별화된 시청 경험과 AI를 통한 에너지 절약 모드 등을 꼽았다. ‘2024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는 전작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에 기반해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분석하고 업스케일링해 저해상도 영상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스포츠 종목을 자동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기도 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GS그룹은 사내 혁신 아이디어 경연 행사인 ‘GS그룹 해커톤’을 3, 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코엑스서울에서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GS 해커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현장 업무에 즐겁게 활용하자는 의미를 담아 ‘PLAI(PLAY+AI) 위드 GenAI(생성형AI)’라는 주제로 열렸다.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과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자리다. 개최일인 3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와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참가 팀들은 저마다 편의점, 주유소, 건설 현장 등 업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거나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올해 상반기(1~6월)에 이어 하반기(7~12월)에도 경력 사원을 대거 채용한다. 앞서 5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채용이다.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9일까지 경력 사원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모집 직무는 총 800여 개이며 선발된 인원들은 화성·기흥·평택, 천안·온양, 수원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사업부별로 메모리사업부에서는 차세대 플래시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솔루션,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제품 개발 등 직무를 수행할 인재를 모집한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서는 오토모티브 센서 픽셀을 비롯한 반도체 소자 개발 등을 담당할 경력 사원을, 파운드리사업부는 수율 분석과 제품 불량 해결 등을 맡을 경력 사원을 각각 채용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업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중국 업체들의 주력 무대였던 LFP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수주 낭보를 띄웠다.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 여파로 전기차 시장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며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차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가운데, 고급 배터리에 집중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저가형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기업 장악한 LFP 무대 진출 1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내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간 약 39GWh(기가와트시)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는 보급형 순수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번 공급 계약은 LFP로 대표되는 중저가 배터리 제품군에서 처음으로 중국 업체를 제치고 얻어낸 대규모 수주다.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 3사는 초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이자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 생산에 집중해 왔다.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효율이 좋아 주행 거리가 길지만 생산비가 높고 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CATL, BYD, 궈시안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풍부한 자국산 원재료를 기반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에 주력하며 틈새를 넓혀 왔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부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저가형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린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도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7%를 차지했던 LFP 배터리 비중은 지난해 37%로 늘었다.● 셀투팩 기술 처음 적용…호주서 대규모 리튬 확보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계약을 따낸 데는 품질과 안정성, 혁신성이 주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르노향 LFP 배터리에 혁신 기술인 셀투팩(Cell to Pack)을 처음 적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3월 ‘인터배터리 2024’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공개한 셀투팩 기술은 기존 배터리 폼팩터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한 기술이다. 기존에는 배터리 셀을 모듈로 합친 뒤 팩에 조립하는 방식이었는데 셀투팩 기술에 따라 팩에 직접 배터리 셀을 조립하게 되면서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그만큼 더 많은 셀을 넣을 수 있게 됐다. 또 자체 개발한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한편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리튬 광산업체 라이언타운과 대규모 리튬 정광 공급 및 전환사채(CB)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원자재로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원료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15년간 총 175만 t의 리튬 정광을 추가로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약 500만 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량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일 무노동·무임금 파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과의 대화가 사실상 결렬되면서다. 전삼노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앞서 3차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회의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교섭이 무산됐다면서 “오늘부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달 27일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노사 간 임금 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 조정 결과 발표 지양 △일회성 여가 포인트(50만 원) 지급 △휴가 의무 사용 일수 2일 축소(재충전 휴가 2일 미사용 시 보상) △노사 간 상호협력 노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삼노는 △연봉 계약을 거부한 855명 조합원에 대한 임금 인상 △성과급(OPI) 제도 투명화 △유급휴가 일수 확대 등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올해 들어 10여 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임금인상률로 5.1%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6.5%를 주장하며 집회, 연가투쟁 등 창사 이래 첫 단체 행동을 이어왔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2만8397명으로, 전체 삼성전자 직원의 23.6% 수준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방한 중인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개별 회동한다. 방한 기간 중 팜민찐 총리가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이 직접 수행을 맡기로 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일 오전 팜민찐 총리와 개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에 팜민찐 총리와 면담이 예정돼 있는 10여 개 기업 중 유일하게 30분가량 장시간 단독으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날 저녁에 예정된 방한 사절단 환영 만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이 참석한다. 3일에는 전 부회장이 팜민찐 총리 방한 일행과 함께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팜민찐 총리는 최근 베트남 내 반도체 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과는 베트남 방문 시에도 이미 수차례 회동하는 등 친분이 깊다”고 말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한-베트남 경협위원장) 등 국내 기업인 350여 명과 베트남 정·재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23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진에 각각 미팅을 요청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처리 용량이 점점 더 커지면서 초고성능 메모리칩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들던 기존의 범용 D램은 스펙이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었기에 중앙처리장치(CPU)에 얹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 새로운 메모리칩은 엔비디아의 GPU와 호환성,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엔비디아는 개발 초기부터 자사 기술진과의 로드맵 공유와 개발 협업을 요청했다. 글로벌 메모리 1등이자 그간 업계 기술 탈취와 유출을 숱하게 보아왔던 삼성은 이에 선뜻 응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2등 SK하이닉스는 모든 청사진을 공유하겠다며 적극 협조에 나섰다. 2024년 현재 동네 어르신도 한 번씩은 들어봤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시작이다. 이를 들려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SK는 삼성에 비해 절박함이 있었다. 반면 삼성은 총수 부재 상황에서 수세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술 보안을 최우선해 온 삼성이 초기 개발 과정을 공유하긴 어려웠을 수 있다. 삼성은 1992년 12월 글로벌 D램 1위를 차지한 이래 30여 년간 CPU 시대에서 메모리 업계 최강자로 표준을 선도했다.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사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맞춰 나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낯섦도 있었을 것이다. 급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2등이 되어 보면서 삼성 안에선 당혹감이 새어 나온다. 처음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다는 소식이 쏟아질 때는 “초기 커뮤니케이션에서 밀렸다”는 질책이 있었다. 뒤이어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할 즈음엔 ‘설마’ 했던 기술적 위기론이 회사를 흔들었다. 삼성이 메모리에서 30년의 1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어쩌면 2등, 3등 기업이 갖고 있을 절박함은 흐려졌을지 모른다. 그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두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말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인사팀은 근무 불량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주 52시간 자율근무제를 악용해 사원증을 태깅(접촉)만 하고 집에 가는 식으로 연차를 아끼거나, 외부 미팅을 빌미로 외출해 개인 일정을 보는 식이었다. 개발 현장에서 “이 납기로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도 영업부서는 차마 상부 보고를 못 하니 수율이 기준 이하인 상황에서 고객사를 만나는 경우도 늘었다. 외부 파트너사에서도 신호는 오고 있다. 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소 고객사를 대하는 TSMC와 삼성전자의 태도는 극명히 다르다. TSMC는 고객사 규모와 상관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을’의 자세로 챙기는데 삼성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2019년 삼성은 글로벌 메모리 1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세웠다. 유일무이한 종합반도체 기업에 도전하는 동안 놓치는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만들고, 다시 고객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삼성은 지금 ‘2등의 절박함’을 되새길 때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