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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삶을 그렸다. 영화 속에서는 김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후 작은 배를 타고 풍랑에 표류하다가 제주도 차귀도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주에서 최서단에 있는 차귀도는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섬이다. 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해안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 ‘생이기정길’은 억새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으로 손꼽히는 길이다. ●격동의 19세기 동아시아의 탐험가 “길이 없다고요?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바다라는 게 모르면 공포의 대상이지만, 알면 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영화 ‘탄생’을 보면 배우 윤시윤이 주인공 역할을 맡은 성 김대건은 최초의 조선인 가톨릭 신부이자 순교성인이라는 틀에서만 가둬놓아선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서양 학문을 배우기 위해 유학한 학생이며, 5개 국어(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를 구사한 언어 천재이자, 서해를 횡단한 모험가였고, 서양의 항해술과 독도법, 측량에 관심 많던 지리학자였다.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유교 사회 조선에서 평등한 나라를 꿈꾸던 선각자였으며, 19세기 열강의 침탈 속에서 한국의 근대를 꿈꾸었던 탐험가이자 국제인이었다. 실제로 김 신부는 옥중에서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지리의 개략을 편술했고, 영국이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김 신부가 15살에 최양업, 최방제 형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길에 오른 후 25살의 나이에 새남터에서 순교할 때까지, 3574일간 마카오와 필리핀, 청나라와 몽골, 만주,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여정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제물포에서 길이 7.5m, 너비 2.7m에 불과한 목선 ‘라파엘호’를 타고 상해까지 갔다가 서해바다의 폭풍우를 뚫고 오가는 장면이다. 김 신부는 이 배를 타고 상해 진자샹(金家巷)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서품을 받았다. 라파엘호는 구약성서에서 토비아의 여행길을 인도해 여행자들의 주보성인이 된 라파엘 대천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조선인 신자까지 총 13명이 탄 라파엘호는 28일간의 표류 끝에 남쪽으로 흘러가 제주도 최서단 섬인 죽도(차귀도)에 닿았다. 배 위에서 망원경으로 한라산을 확인한 김대건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김 신부 일행은 차귀도에서 사제서품 이후 한국에서의 첫 미사를 봉헌한다. 이후 라파엘호는 용수리 포구에 정박해 반파된 배를 수리하고, 식량을 얻어 충남 강경 황산포구에 도착한다. 용수리 포구 주변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다. 입구에는 갓을 쓴 김대건 신부 상이 순례객을 마주하고, 그 뒤로 등대 모양 종탑이 인상적인 기념성당과 배 모양을 형상화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2008년에 건립된 기념성당의 정면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진자샹 성당 정면 모습을 재현했고, 지붕은 거센 파도와 맞서 싸우는 라파엘호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김대건 신부가 바다를 헤치고 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1845년 9월28일 김대건 신부 일행이 차귀도에 표착 후 첫 번째로 봉헌한 미사를 실제처럼 만든 모형도 눈길이 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포구 등 제주 서북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독수리가 지키고 있는 차귀도차귀도(遮歸島)란 이름은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송나라 복주출신의 술사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해 제주의 혈맥과 지맥을 끊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신인 광양당신이 독수리(매)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켰고, 이에 호종단의 배가 난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차귀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귀도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돌아온 라파엘호는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대건 신부의 표착기념 미사를 차귀도에서 봉헌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 차귀도(遮歸島)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22호이다. 본섬인 죽도를 비롯해 주변의 지실이섬(매바위섬), 누운섬(와도)를 포함하고 있다. 섬 곳곳에 집터나 우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한 때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현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차귀도 인근 바다는 물반 고기반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로 유명한 섬이다. 오징어를 줄에 걸어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인 자구내 포구에서 유람선이나 낚시배를 타면 10여 분 만에 차귀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성인 1만8000원)을 타고 들어가면 약 한 시간 정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다. 섬내의 트래킹 코스를 돌며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섬에 들어가면 오른쪽은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왼쪽엔 푸르게 빛나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지는 등대가 있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정기점검 중이라 뜨지 않았다. 그래서 차귀도 낚시체험을 할 수 있는 배(1만2000원)를 탔다. 차귀도에 내려 트레킹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을 한바퀴 돌면서 장군바위와 독수리(매)바위, 병풍바위, 쌍둥이 바위, 와도의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차귀도의 본섬은 대나무가 많아 대섬 또는 죽도로 불려왔다는데, 부드러운 언덕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본섬 옆에 잇는 ‘와도(臥島)’는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눈섬’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곧 날아오를 듯 잔뜩 웅크려 있는 독수리(매)바위는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독수리(매)의 형상이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차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체험객이 70~80cm 정도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를 낚았다. 차귀도 갯바위에 왜 그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길차귀도에서 돌아온 후 김대건 신부표착 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포구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해안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생이기정길’이다. 제주올레길 12코스이기도 한데, 안내표지에는 ‘겨울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갈매기 등이 떼지어 산다’고 돼 있다.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인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한마디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이다. 절벽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억새물결과 그 소리는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이 어우러져 인생샷을 건질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올레 12코스이기도 한 생이기정길(약 1.5km)은 당산봉을 형성한 화산재가 쌓인 위로 용암이 다시 분출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해안절벽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멀리 보이는 차귀도가 각도에 따라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제주도의 오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국적 경치에 취한 순간 외국인 순례객들이 앞서 걸어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 해안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검은 현무암이 평평히 쪼개진 해안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비가 서 있다. 이 곳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언덕에 오르면 작은 만이 나온다. 옥빛 물빛과 생이기정이 더해져 아주 아름답다. 이 만을 향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기에 좋은 명소다. 당산봉의 바다 쪽은 절벽에는 갈매기가 많이 살고 있다. 절벽은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흰색으로 덮여 있는데 갈매기의 배설물로 생긴 것이다. 당산봉 정상까지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신창 풍차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월봉, 산방산까지의 푸른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1821∼1846)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진다. 김 신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작은 배를 타고 출발해 풍랑에 표류하다 제주도 차귀도에 도착한다. 제주 최서단에 있는 섬 속의 섬인 차귀도는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해안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 ‘생이기정길’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인상적인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다.》 ○ 격동의 19세기 동아시아의 탐험가 “길이 없다고요?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바다라는 게 모르면 공포의 대상이지만, 알면 길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영화 ‘탄생’에서 성 김대건은 최초의 조선인 가톨릭 신부이자 순교 성인이라는 틀에서만 조명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서양 학문을 배우기 위해 유학한 학생이며, 5개 국어(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언어 천재였다. 또한 서양의 항해술과 독도법, 측량에 관심 많던 지리학자로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서해를 횡단한 모험가였다. 유교적 신분 질서를 벗어나 평등한 나라를 꿈꾸던 선각자였으며, 19세기 열강의 동아시아 침탈 속에서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었던 국제인이었다. 실제로 그는 옥중에서 조선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지리의 개략을 편술했고, 영국이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5세 소년이었던 김대건이 최양업, 최방제 형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길에 오른 후 25세의 나이에 새남터에서 순교할 때까지, 3574일간 마카오와 필리핀, 청나라와 몽골, 만주, 한반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여정을 보여준다.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다 장면이다. 김 신부는 제물포에서 길이 7.5m, 너비 2.7m에 불과한 목선을 타고 서해 폭풍우를 뚫고 중국 상하이와 제주를 오간다. 이 배의 이름은 ‘라파엘호’. 구약성서 토빗기에서 토비아의 여행길을 인도한 라파엘 대천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는 상하이 진자샹(金家巷)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조선인 신자까지 총 13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운항해 조선 잠입을 시도한다. 라파엘호는 28일간의 표류 끝에 제주도 최서단 섬인 죽도(차귀도)에 닿았다. 배 위에서 망원경으로 한라산을 확인한 김대건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이후 라파엘호는 용수리 포구에 정박해 반파된 배를 수리하고, 식량을 얻어 충남 강경 황산포구에 도착한다. 용수리 포구 주변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다. 입구에는 먼저 갓을 쓴 김대건 신부상이 순례객을 마주한다. 그 뒤로 등대 모양 종탑이 인상적인 기념성당과 배 모양을 형상화한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08년에 건립된 기념성당의 정면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진자샹 성당 정면 모습을 재현했고, 지붕은 거센 파도와 맞서 싸우는 라파엘호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김대건 신부가 바다를 헤치고 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1845년 9월 28일 김대건 신부 일행이 차귀도에 표착 후 한국에서 첫 번째로 봉헌한 미사를 재현한 모형이 눈길이 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포구 등 제주 서북 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독수리가 지키고 있는 차귀도차귀도란 이름은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송나라 복주 출신의 술사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해 제주의 혈맥과 지맥을 끊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신인 광양당신이 독수리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켰고, 이에 호종단의 배가 난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차귀도(遮歸島)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귀도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돌아온 라파엘호는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래서 지난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제주교구는 김 신부의 표착기념 미사를 차귀도에서 봉헌했다. 차귀도는 1970년대까지 7가구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래서 섬 곳곳에 집터나 우물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아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남아 있다. 낚시로 유명한 차귀도는 자구내 포구에서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람선(성인 1만8000원)을 타면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면 섬 안의 억새가 흔들리는 풍경을 둘러보는 데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섬 트레킹 코스 오른쪽에는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왼쪽엔 푸르게 빛나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지는 등대가 있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정기 안전점검 중이라 뜨지 않았다. 그래서 차귀도 낚시체험을 할 수 있는 배(1만2000원)를 탔다. 차귀도에 내려 트레킹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장군바위와 독수리바위, 병풍바위, 쌍둥이바위, 와도의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차귀도의 본섬(죽도)은 부드러운 언덕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본섬 옆에 있는 ‘와도(臥島)’는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눈섬’이라고도 부른다. 곧 날아오를 듯 잔뜩 웅크리고 있는 독수리바위는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독수리의 형상이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차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체험객이 70∼80cm 정도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를 낚았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차귀도 갯바위에 왜 그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서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길차귀도에서 돌아온 후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포구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해안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생이기정길’이자 제주올레길 12코스이자 성김대건해안길에도 포함되는 구간이다. 안내 표지에는 ‘겨울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갈매기 등이 떼 지어 산다’고 돼 있다.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인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한마디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이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은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이 어우러져 인생 샷을 건질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생이기정길(약 1.5km)에는 용암이 다시 분출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해안절벽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차귀도가 각도에 따라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제주도의 오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국적 경치에 취한 순간 외국인 순례객들이 앞서 걸어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 해안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검은 현무암이 평평히 쪼개진 해안을 넘어 언덕에 오르면 작은 만이 나온다. 생이기정 밑의 바닷물이 옥빛이다. 이 만을 향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숨은 명소다. 당산봉 정상까지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신창 풍차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월봉, 산방산까지의 푸른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중해 남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는 매혹적인 카지노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했다. 벨 에포크 양식의 화려한 입구 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이 지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첫 소설 ‘카지노 로열’의 배경도 이곳. 모나코는 재정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이 카지노 덕분에 세금 없는 나라가 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섬 전체가 테마파크인 제주도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으로도 최고의 여행지다. 숲과 바다에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와 전시가 어우러진 명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천혜의 절경과 원시적인 자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엄마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준다. 제주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행복한 연말 가족여행 코스를 뽑아보았다. 곶자왈 속 놀이공간 인터넷 여행플랫폼 아고다가 전세계 12개 국가 1만4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지에서 할 활동’ 우선순위를 물었다. 제일 먼저는 랜드마크 명소(69%) 방문이고, 두 번째는 놀이공원(55%)이었다. 그 밖에 해변(54%), 박물관(32%), 동물체험(16%)의 순이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 품고 있는 원시림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이 뒤엉킨 모습을 일컫는 ‘자왈’이 합쳐진 토속 방언이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는 약 991.735㎡(30만 평)에 이르는 곶자왈 원시림에 기찻길을 놓고 호수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숲 속을 달리는 장난감처럼 예쁜 기차에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다.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영국에서 주문제작한 링컨기차는 마치 19세기 유럽 시골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한 칸에 4~6명의 인원이 타면 이내 기차는 다음 역으로 출발한다. 기차는 출발 후 에코브리지 역, 레이크사이드 역, 피크닉가든 역, 라벤더&로즈가든 역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기차는 8~10분 간격으로 운행되므로 원하는 역에 내리고, 자유롭게 타면 된다. 에코브리지 역은 호수 위에 약 300m의 수상데크를 설치했다. 피크닉가든 역에는 어린이를 위한 키즈타운과 곶자왈 숲길인 에코로드가 있다. 제주도 보존자원 1호인 화산송이로 전 구간을 포장한 산택코스도 있다. 유모차도 쉽게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길을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보자.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라벤더&로즈가든역에서는 노천 족욕탕, 목장카페에서 조랑말에게 당근주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에도 곶자왈 산책코스가 있다. 마라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놓여 있는 동백꽃 정원에는 벌써 새빨간 동백꽃이 피었다. 야외 자동차 놀이터에는 살아 있는 꽃사슴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사슴에게 당근을 주며, 가까이서 함께 놀 수도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남녀 아이 모두 즐거워하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희귀한 클래식 자동차와 오래된 피아노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동차박물관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미니카를 타고 전시장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최초의 자동차부터 벤츠, 롤스로이스 등 전 세계에서 수집된 100여 대의 클래식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린이교통체험장도 놓칠 수 없다. 세계 여행 명소로 꾸며놓은 도로에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아보는 코너다. 각종 신호 체계가 갖춰져 있는 코스를 완주하면 어린이국제면허증을 발급해주니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피아노박물관은 베토벤, 하이든, 쇼팽, 리스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피아노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1888년 직접 조각한 단 하나 뿐인 피아노 작품도 전시돼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와 놀기 제주 구좌읍 송당리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있는 ‘스누피 가든’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스누피 캐릭터를 이용한 테마공원이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소년이 키우는 반려견인 스누피는 밝고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인생의 철학을 툭툭 던진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삶에 지친 엄마, 아빠도 스누피의 명대사에 뜻밖의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는 테마파크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에는 피너츠 사색 들판, 찰리브라운의 야구광장, 비글 스카우트 캠핑장, 호박대왕의 호박밭, 루시의 가드닝 스쿨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숲 속에는 수많은 스누피의 페르소나 인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잔잔한 호숫가에 스누피와 단둘이 어깨를 기대고 앉아 있는 뒷모습을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또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스누피 돌하르방’도 커플끼리 사진찍기 좋은 명소다.제주도에서 테디베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테지움과 테디베어뮤지엄이다. 영유아와 함께라면 테지움을 추천한다. 테지움은 무엇보다 인형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테지움 1층은 사파리존으로 기린, 호랑이, 코끼리, 사자, 새, 하마, 악어 등 갖가지 동물 인형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2층에는 테디베어를 테마로 한 아쿠아존과 동화나라가 있다. 4m에 이르는 커다란 테디베어 인형은 아이들이 매달리고 귀찮게 해도 마냥 환한 미소로 맞아준다. 우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건축가 겸 미술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으로 꾸민 테마파크다.양파돔을 비롯한 알록달록 예술작품과 어우러지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겨울에도 물 속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에는 수달, 돌고래, 바다코끼리, 바다거북, 펭귄, 물범 등 바닷속 동물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물고기와 불가사리를 직접 만져보는 ‘터치풀’도 있고,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도록 꾸며놓은 ‘키즈플라넷’도 있다. 오션아레나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초대형 메인 수조에서 진행되는 ‘가오리 식사시간’과 ‘해녀의 아침’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 ‘해녀의 아침’은 해녀 할머니들이 물질 시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엄마 아빠에게도 흥미로운 시간이다.가족과 함께 쉬며 즐기는 카페연말 국내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큰 편리함을 주는 것은 디지털 여행 플랫폼이다. 호텔, 숙소, 항공편 및 액티비티 예약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고다 홈페이지는 호텔을 비롯해 아고다 홈즈 등 폭넓은 종류의 숙소를 구비하고 있어 가족수, 여행목적에 따라 최적의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300만 개가 넘는 숙박 시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고다에서는 호텔, 아파트먼트, 빌라, 장기 투숙(한달 살기) 등 다양한 종류의 숙소를 여행 목적과 예산에 맞춰 쉽게 예약할 수 있다. 항공권과 숙소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서비스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목장 카페 드르쿰다’는 온순한 동물친구를 만나고, 제주의 목가적 경치를 구경하는 카페가 있는 곳이다. 건물 2층에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 확 트인 목장 전경이 보인다. 온순한 토끼와 산양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경치를 즐기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곳. 쉼과 놀이가 적절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합한 공간이다. 당근 먹이를 주는 동물 체험부터 체험 승마와 카트,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오설록 바로 옆에 자리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제주 검은콩 미숫가루 두유, 제주 콩가루 아이스크림, 제주 한라봉티 등 청정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제주 유채꿀이나 제주 감귤, 제주 콩가루 등을 넣은 여러 가지 맛의 오름눈꽃빙수는 사계절 인기다.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제주의 청정 원료인 화산송이, 감귤, 녹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비누를 만든다.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섬 전체가 테마파크인 제주도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으로도 최고의 여행지다. 숲과 바다에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와 전시가 어우러진 명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천혜의 절경과 원시적인 자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엄마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준다. 제주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행복한 연말 가족여행 코스를 뽑아보았다.》곶자왈 속 테마파크 인터넷 여행플랫폼 아고다가 전 세계 12개 국가 1만4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지에서 할 활동’ 우선순위를 물었다. 제일 먼저는 랜드마크 명소(69%) 방문이고, 두 번째는 놀이공원(55%)이었다. 그 밖에 해변(54%), 박물관(32%), 동물체험(16%)의 순이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 품고 있는 원시림 곶자왈이다. 곶자왈 속에는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공원도 있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는 약 991.735m²(약 30만 평)에 이르는 곶자왈에 기찻길을 놓고 호수를 만들었다.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이 모델인 링컨기차를 타면 마치 19세기 유럽 시골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기차가 8∼10분 간격으로 운행되므로 원하는 역에서 자유롭게 내리고, 다시 타면 된다. 호숫가 수상덱을 걷기도 하고, 제주도 보존자원 1호인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곶자왈 숲길도 아이 손을 잡고 걸어보자. 모두 유모차도 다닐 만큼 편한 길이다. 노천 족욕탕, 조랑말에게 당근 주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에도 곶자왈 산책코스가 있다. 마라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놓여 있는 정원에는 벌써 새빨간 동백꽃이 피었다. 야외 놀이터에는 꽃사슴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실내에는 남녀 아이 모두 즐거워하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최초의 자동차부터 벤츠, 롤스로이스 등 클래식 자동차와 오래된 피아노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교통체험장에서는 각종 신호 체계가 갖춰져 있는 코스를 전기자동차를 타고 완주하면 어린이국제면허증을 발급해준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와 놀기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스누피 가든’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를 이용한 테마공원이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소년이 키우는 반려견인 스누피는 밝고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인생의 철학을 툭툭 던진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 아빠도 스누피의 명대사에 뜻밖의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과 숲 속에는 스누피의 페르소나 인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제주도에서 테디베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테지움과 테디베어뮤지엄이다. 영유아와 함께라면 애월읍에 있는 테지움을 추천한다. 테지움은 무엇보다 인형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작가 훈데르트 바서의 양파돔을 비롯한 알록달록한 예술작품과 어우러지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에 있는 아쿠아플라넷에는 수달, 돌고래, 바다코끼리, 바다거북, 펭귄, 물범 등 바닷속 동물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물고기와 불가사리를 직접 만져보는 ‘터치풀’도 있고,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도록 꾸며놓은 ‘키즈플라넷’도 있다. 초대형 메인 수조에서 진행되는 ‘가오리 식사시간’과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물질 시연을 하는 ‘해녀의 아침’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카페 오설록 바로 옆에 자리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는 제주 검은콩 미숫가루 두유, 아이스크림, 한라봉티 등 청정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유채꿀이나 감귤, 콩가루를 넣은 오름눈꽃빙수는 사계절 인기다. 제주의 청정 원료인 화산송이, 감귤, 녹차를 넣은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목장 카페 드르쿰다’는 온순한 동물 친구에게 당근 먹이 주기 체험도 하고, 제주의 목가적 경치를 구경하는 카페가 있는 곳이다. 건물 2층에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 확 트인 목장 전경이 보인다. 연말 국내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큰 편리함을 주는 것은 디지털 여행 플랫폼이다. 호텔, 숙소, 항공편 및 액티비티 예약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고다 홈페이지는 호텔을 비롯해 아고다 홈즈 등 폭넓은 종류의 숙소를 구비하고 있어 가족 수, 여행 목적에 따라 최적의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300만 개가 넘는 숙박 시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고다에서는 호텔, 아파트먼트, 빌라 등 다양한 종류의 숙소를 여행 목적과 예산에 맞춰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아고다에서는 공항이동 교통편, 렌터카 등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항공권과 숙소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서비스한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남동부의 바이로이트는 인구 7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인이 사랑하는 유명한 도시다. 1876년부터 시작한 ‘바이로이트 축제’ 때문이다. 작곡가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박스석을 없애고 무대에만 집중하도록 해 바그너의 ‘음악극’에 최적화된 건축과 음향설비를 갖추고 있다. 여름에 한 달간 열리는 축제는 10년 후의 표까지 예매 완료될 정도로 인기다. 150년 전에 지은 극장 하나가 지금까지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홋카이도는 눈으로 유명한 여행지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였던 오타루는 겨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여름에 시원한 홋카이도는 골프와 단풍여행 명소로도 인기다.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이 바라보이는 니세코와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지역은 온천과 등산, 스키, 골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귀여운 ‘갓파’가 살고 있는 조잔케이 온천 홋카이도 삿포로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시코쓰도야 국립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요테이산과 시코쓰(支芴) 주변이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칼데라 호수(화산의 분출로 생긴 호수)인 시코쓰는 해발 25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이지만, 깊이가 363m나 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은 바다보다 아래다.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힌 시코쓰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조잔케이 호헤이쿄 협곡은 거대한 호헤이쿄 댐 위에서 펼쳐지는 붉은빛 단풍 바다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절경이다. 스키와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조잔케이(定山溪)는 도야코 온천, 노보리베쓰 온천과 더불어 삿포로를 대표하는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다. 1866년에 미이즈미 조잔(美泉定山)이라는 수도승이 아이누족 원주민의 안내로 도요히라강(豊平川) 상류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을 발견했다. 조잔은 그곳에 초막을 짓고 몸 아픈 사람들을 데려와 치료했고, 그때부터 이곳의 명성이 조금씩 퍼져 나갔다. 조잔케이 지역에서는 56개의 온천이 발견됐는데, 1분당 8t 이상의 온천수가 샘솟고 있으며, 수온은 80도에 이른다.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는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계곡을 연결해주는 쓰키미바시(月見橋) 다리에 서면 강바닥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온천수가 하얀 김을 내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조잔 스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조잔원천공원(定山原泉公園)이 있다. 공원 안 스님 동상 앞에는 족탕(足湯)이 있어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폭포 밑에는 ‘달걀 삶기 온천수’가 있어 관광객들이 달걀을 가져와 온천수에 삶아 먹기도 한다. 다리 주변에는 조잔케이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거북이와 개구리를 닮은 갓파는 수륙 양생의 상상의 동물로, 머리에는 쟁반을 올리고 있고,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달렸으며, 입이 튀어나온 귀여운 모습이다. 마을 산책길에는 갓파 대왕을 비롯해 엄마 갓파, 아기 갓파 등 곳곳에 숨어 있는 20개의 물 요괴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는 갓파 캐릭터로 만든 쿠션, 티셔츠, 온도계, 장난감 등이 즐비하다. 조잔케이 마을에는 갓파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 모씨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됐는데 탐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야마의 아버지 꿈속에 그가 나타나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익사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조잔케이의 전통 료칸인 시키시마 벳테이(別邸)에서 온천을 한 후 이른 아침 도요히라강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후타미 현수교(二見吊橋)’ 위에서는 화려한 단풍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다리 주변 숲에서는 밤이면 루미나리에 조명 쇼가 펼쳐져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모험’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홋카이도의 니세코 파우더 스키장으로 유명한 니세코의 호텔 리조트의 창가에서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의 설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니세코는 1990년대 호주의 스키어들이 터를 잡으면서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니세코의 스키장이 몰려 있는 안누푸리산 주변에는 현재 한화그룹이 콘도를 짓고 있고, 그 앞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국적 자본이 투자한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하다. 홋카이도의 가을에는 ‘유키무시(雪蟲·눈벌레)’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닌다. 유키무시는 홋카이도 겨울의 전령사다. 스키어와 보더 사이에서 니세코의 눈은 ‘니세코 파우더(Niseko Powder)’라고 불린다. 시베리아의 찬 대기에 부딪혀 홋카이도 니세코에 내리는 눈은 건조하고 가벼워 마치 가루와 같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무려 15m씩 내리는 눈이 니세코를 파우더 스키의 성지로 만들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가루를 헤치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슬로프를 내려올 때의 쾌감은 대단하다. 홋카이도에는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는 불판에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양고기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니세코 로프트 클럽(Loft Club)에서는 1인분(250g)에 2310엔(약 2만2000원)인 양고기가 동그랗게 썰려 나오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 감자, 호박 등 야채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보통 홋카이도식 칭기즈칸은 철판 냄비에 양고기와 야채가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데, 요즘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처럼 환기 장치가 달려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로프트 클럽에서는 별미로 사슴고기 구이도 맛볼 수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살짝 구워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홋카이도에서는 민가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없애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사슴 수가 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가 골칫거리로 떠올라 사슴고기 구이, 사슴고기 버거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의 ‘붓다의 언덕’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는 자연, 바람, 물, 빛을 이용한 종교 건축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콘크리트 벽 사이 틈으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오는 ‘빛의 교회’(오사카), 물 위에 떠 있는 십자가 주변에 자연이 비치는 ‘물의 교회’(홋카이도)로 영적인 충만함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낸 바 있다. 홋카이도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붓다의 언덕(Hill of the Budda)’이 있다. 삿포로시 인근에 있는 북해도 공립공원묘원인 마코마나이 다키노 레이엔(眞駒內瀧野靈園)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신성한 공간인 ‘두대불(頭大佛)’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모아이 거석상이 줄지어 서 있고, 라벤더가 심어진 언덕 위에 불쑥 솟아오른 부처님의 머리가 보여 호기심을 자아낸다. 입구에 다다르니 언덕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석굴이 조성돼 있다. 우선 직사각형의 연못을 만나는데, 영혼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라고 한다. 석굴 입구에서는 불상의 발치만 보이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실크로드의 둔황 석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불상 위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빛의 교회’에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왔다면, ‘붓다의 언덕’에는 불상 위에 원형의 하늘이 신성한 느낌을 준다. 석굴에는 불교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울림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석굴은 물론 불상까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불상의 옷 주름까지 콘크리트로 표현해낸 사각형 판을 붙여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웠다. 불상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정면과 옆면, 어깨, 등까지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지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홋카이도는 눈으로 유명한 여행지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였던 오타루는 겨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여름에 시원한 홋카이도는 골프와 단풍여행 명소로도 인기다.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이 바라보이는 니세코와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지역은 온천과 등산, 스키, 골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귀여운 ‘갓파’가 살고 있는 조잔케이 온천 홋카이도 삿포로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시코쓰도야 국립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요테이산과 시코쓰 주변이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칼데라호(화산의 분화로 만들어낸 호수)인 시코쓰는 해발 25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이지만, 깊이가 363m나 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은 바다보다 아래다.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힌 시코쓰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조잔케이 호헤이쿄 협곡의 거대한 호헤이쿄 댐 위에서 펼쳐지는 붉은빛 단풍 바다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절경이다. 스키와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조잔케이(定山溪)는 도야코 온천, 노보리베쓰 온천과 더불어 삿포로를 대표하는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다. 1866년에 미이즈미 조잔(美泉定山)이라는 수도승이 아이누족 원주민의 안내로 도요히라강(豊平川) 상류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을 발견했다. 조잔은 그곳에 초막을 짓고 몸 아픈 사람들을 데려와 치료했고, 그때부터 이곳의 명성이 조금씩 퍼져 나갔다. 조잔케이 지역에서는 56개의 온천이 발견됐는데, 1분당 8t 이상의 온천수가 샘솟고 있으며, 수온은 80도에 이른다. 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는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계곡을 연결해주는 쓰키미바시(月見橋) 다리에 서면 강바닥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온천수가 하얀 김을 내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조잔 스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조잔원천공원(定山原泉公園)이 있다. 공원 안 스님 동상 앞에는 족탕(足湯)이 있어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폭포 밑에는 ‘달걀 삶기 온천수’가 있어 관광객들이 달걀을 가져와 온천수에 삶아 먹기도 한다. 다리 주변에는 조잔케이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거북이와 개구리를 닮은 갓파는 수륙 양생의 상상의 동물로, 머리에는 쟁반을 올리고 있고,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달렸으며, 입이 튀어나온 귀여운 모습이다. 마을 산책길에는 갓파 대왕을 비롯해 엄마 갓파, 아기 갓파 등 곳곳에 숨어 있는 20개의 물 요괴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는 갓파 캐릭터로 만든 쿠션, 티셔츠, 온도계, 장난감 등이 즐비하다. 조잔케이 마을에는 갓파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 모씨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됐는데 탐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야마의 아버지 꿈속에 그가 나타나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익사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조잔케이의 전통 료칸인 시키시마 벳테이(別邸)에서 온천을 한 후 이른 아침 도요히라강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후타미 현수교(二見吊橋)’ 위에서는 화려한 단풍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다리 주변 숲에서는 밤이면 루미나리에 조명 쇼가 펼쳐져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모험’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홋카이도의 니세코 파우더스키장으로 유명한 니세코의 호텔 리조트의 창가에서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의 설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니세코는 1990년대 호주의 스키어들이 터를 잡으면서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니세코의 스키장이 몰려 있는 안누푸리산 주변에는 현재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콘도를 짓고 있고, 그 앞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국적 자본이 투자한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하다. 홋카이도의 가을에는 ‘유키무시(雪蟲·눈벌레)’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닌다. 유키무시는 홋카이도 겨울의 전령사다. 스키어와 보더 사이에서 니세코의 눈은 ‘니세코 파우더(Niseko Powder)’라고 불린다. 시베리아의 찬 대기에 부딪혀 홋카이도 니세코에 내리는 눈은 건조하고 가벼워 마치 가루와 같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무려 15m씩 내리는 눈이 니세코를 파우더 스키의 성지로 만들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가루를 헤치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슬로프를 내려올 때의 쾌감은 대단하다. 홋카이도에서는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는 불판에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양고기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니세코 로프트 클럽(Loft Club)에서는 1인분(250g)에 2310엔(약 2만2000원)인 양고기가 동그랗게 썰려 나오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 감자, 호박 등 야채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보통 홋카이도식 칭기즈칸은 철판 냄비에 양고기와 야채가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데, 요즘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처럼 환기 장치가 달려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로프트 클럽에서는 별미로 사슴고기 구이도 맛볼 수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살짝 구워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홋카이도에서는 민가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없애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사슴 수가 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가 골칫거리로 떠올라 사슴고기 구이, 사슴고기 버거도 등장했다”고 말했다.○안도 다다오의 ‘붓다의 언덕’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는 자연, 바람, 물, 빛을 이용한 종교 건축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콘크리트 벽 사이 틈으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오는 ‘빛의 교회’(오사카), 물 위에 떠 있는 십자가 주변에 자연이 비치는 ‘물의 교회’(홋카이도)로 영적인 충만함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낸 바 있다. 홋카이도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붓다의 언덕(Hill of the Budda)’이 있다. 삿포로시 인근에 있는 북해도 공립공원묘원인 마코마나이 다키노 레이엔(眞駒內瀧野靈園)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신성한 공간인 ‘두대불(頭大佛)’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모아이 거석상이 줄지어 서 있고, 라벤더가 심어진 언덕 위에 불쑥 솟아오른 부처님의 머리가 보여 호기심을 자아낸다. 입구에 다다르니 언덕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석굴이 조성돼 있다. 우선 직사각형의 연못을 만나는데, 영혼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라고 한다. 석굴 입구에서는 불상의 발치만 보이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실크로드의 둔황 석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불상 위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빛의 교회’에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왔다면, ‘붓다의 언덕’에는 불상 위에 원형의 하늘이 신성한 느낌을 준다. 석굴에는 불교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울림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석굴은 물론 불상까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불상의 옷 주름까지 콘크리트로 표현해낸 사각형 판을 붙여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웠다. 불상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정면과 옆면, 어깨, 등까지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지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글·사진 홋카이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은 1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매주 주말 ‘2022 하반기 문화예술교육 원데이클래스-예술을 만나자’를 운영한다. ‘예술을 만나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비롯해 전 국민이 체험할 수 있도록 9개 문화예술 분야의 총 13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프로그램은 10~20명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며, 총 60회 내외로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음악 ‘꼬마작곡가(소수정)’ △미술 ‘몸에 좋은 드로잉, 점점크게 점점작게(제롬)’ △무용 ‘몸의 날씨, 마음의 기상청(김유미)’ 등이다. 이외에도 △목공 △건축 △사운드아트 △디지털아트 △환경 △놀이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별로 아동·청소년·성인·가족까지 모든 연령대가 폭넓게 참여 할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예술을 만나자’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의왕시 왕송못과 부산 기장군 아난티코브, 경남 통영시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의왕시에서 진행되는 ‘왕송못 생태시민(김은지)’은 왕송못의 가을 풍경 속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일상 생태드로잉을 진행한다. 기장에서 진행되는 사운드아트 ‘소리여행스케치(정만영)’는 여행지에서 소리를 채집하며 듣고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통영에서는 미술 분야의 원 포인트 일러스트 강의 ‘밥장과 함께하는 유쾌한 그림놀이(밥장)가 진행된다. 참여 신청은 ‘예술을 만나자’ 접수 링크(http://shorturl.at/NPRS0)를 통해 각 프로그램별 일정 3일 전 오후 3시까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별 상세정보는 교육진흥원 누리집 및 공식 온라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진흥원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 원데이클래스 ‘예술을 만나자’는 지난 10년간 운영되어 온 교육진흥원의 전 국민 대상 주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팡테옹에는 돔 지붕에서 바닥까지 67m 길이의 줄과 28kg 황동으로 코팅된 납이 매달려 있는 진자가 있다. 1851년 실험물리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진자는 원래 같은 방향으로만 흔들리는데, 지구 자전의 여파로 미세하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도 나오는 이 진자는 1855년 파리기술공예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팡테옹에도 모작이 설치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공동 제작한 연극 ‘남편 없는 부두’가 12, 1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극장1에서 공연된다. 이 공연은 ACC 국제공동 창·제작 공연사업에 선정된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베트남 문화체육부 소속 베트남국립극장이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식민 지배와 분단의 역사, 민족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이 연극의 원작인 ‘남편 없는 부두’는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베트남의 국민 소설이다. 두 나라의 역사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극적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강인한 인간의 모습을 조명한다. 베트남은 K팝,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한류 영화, 드라마 팬이 많은 신남방지역 주요 협력 국가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번지점프를 하다’ ‘파리넬리’ 등을 연출한 김민정이, 극작은 ‘영웅’ ‘왕세자실종사건’ 등을 집필한 한아름 작가가 각각 맡았다. 베트남국립극장 소속 배우 13명이 출연해 베트남어로 연기하고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지난달 13일 베트남 현지에서 가진 제작발표회는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응우옌쑤언박 베트남국립극장 원장은 “이번 협력은 두 나라 간의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우호와 친밀한 유대감을 보여줄 것”이라며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이번 공연에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가족분들이 많이 찾으셔서 고국의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뮌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술집이다. 동시에 3000명을 수용하며 바이에른 맥주와 하얀 소시지, 슈바인스학세, 프레첼이 인기다. 브라스밴드 공연이 흥을 돋우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들이 건배를 나눈다. 1589년 양조장이 지어진 이곳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히틀러, 레닌 부부도 찾아왔다. 레닌은 방명록에 “훌륭한 맥주가 계급 간의 모든 차이를 없애준다”라고 썼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다. 전국에서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老巨樹) 나무 중에서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다. 현재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등 모두 25그루다. 향교나 서원, 절은 물론 동네 어귀를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일년에 딱 한번 이맘 때 쯤에 황금색 ‘잎비’를 내린다. 그리고 노란색 이불을 환하게 깐다. 일천 번이나 장엄한 잎비를 내린 천년고목 은행나무는 말 그대로 ‘가을의 전설’이다. ●천년고목이 던지는 지혜와 위로 은행나무는 2억7000만년 전, 늦춰 잡아도 공룡시대인 쥐라기 이전부터 지구에 터를 잡아왔다. 공룡이 바라보던 그 은행나무가 지금도 거의 진화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두고 ‘살아 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칭했다. 세계 최고령의 은행나무는 중국 구이양(貴陽) 서쪽에 있는 수나무로 4000~4500살쯤 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의 수령은 1100년 가량이다. 지난 1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6호) 앞에는 평일인데도 아침부터 장엄한 단풍을 보러온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은행잎은 아침 햇살이 비치자 투명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이 불 때마다 춤을 춘다. 수령 800~1000년으로 추정되는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2m, 최대 둘레 16.27m에 이른다. 한 그루의 나무인데도 마치 10여개의 나무가 한꺼번에 자라서 이룬 숲처럼 보인다. 나무 주변을 한바퀴 돌면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가 만들어낸 넉넉한 풍채와 변화무쌍한 위용을 볼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버섯처럼 솟아오르는가 하면, 한쪽방향으로 휘청이기도 한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엉덩이처럼 둥그런 두 덩어리로 서 있는 모습이 앙증맞기도 하다. 가슴 아픈 사건이 많은 스산한 가을에 은행나무의 넉넉하고 넉넉한 품은 커다란 위안을 준다. 경건한 마음으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가을이 깊어갈 때 우리의 마음도 익어가길 기도한다. 은행나무는 국내에 불교가 전래될 때 중국에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스님이 지팡이를 꽂으니 자랐다는 등 신비로운 전설도 내려온다. 경기 양평 용문사에는 아파트 14층 높이인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는 42m, 수령은 1100여 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았고, 가장 키가 큰 나무다. 신라의 마지막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으니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말도 있다. 세종 때는 장·차관급인 정3품 당상관 품계를 받을만큼 중히 여겨졌다. 화재로 타버린 천왕문 대신 은행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천왕목(天王木)으로 불린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이변이 생길 때마다 큰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고종이 승하했을 때 커다란 가지 한 개가 부러졌고, 8.15광복, 6.25전쟁, 4.19, 5.16 때에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한다.지난 1일 용문사 은행나무는 ‘잎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단풍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영화같은 풍경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떨궈버리는 장면인데도 천년고목은 조금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길어봐야 백년 남짓 사는 사람에게, 천년세월 동안 범상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온 은행나무의 정신적 가치는 어떤 것과도 비교불가다. 나도 노거수처럼 늙어가고, 언젠가 저렇게 떠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노랗게 변화하는 신비한 공간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 노거수(老居樹)를 보러 멀리서 찾아왔는데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나무 아래 형광등을 켠 듯 환하게 깔린 은행잎을 보는 것만으로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환희다. 서울의 가로수 은행나무는 단풍잎이 떨어지는대로 치우기 바쁘지만, 절이나 향교, 서원에 있는 단풍잎은 노란색 단풍으로 카펫을 깔아 오랫동안 특별한 감흥을 던져준다. 영주 부석사의 일주문부터 안양루와 석등,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은 은행나무 단풍잎이 만든 황금터널을 너머 극락세계로 가는 길이다. 경남 밀양의 금시당도 오히려 단풍잎이 다 떨어진 11~12월에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몰려든다. 금시당은 조선 명종 때 좌부승지를 지낸 이광진(1517~?)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와 1566년에 지은 별장이다. 정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이광진이 직접 심은 것이라 하니, 수령이 450년 가량 된 셈이다. 은행나무 잎이 거의 다 떨어진 후 금시당은 더 환상적이고 신비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한옥과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마치 옐로우 물감을 쏟아 부은 듯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변한 느낌을 준다. 1996년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 궁중악사 종문(한석규)과 미단공주(진희경)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죽은 뒤 암수 은행나무 두그루로 환생한다. 그리고 1000년 뒤에 미단공주의 은행나무는 침대로 만들어지고, 은행나무에 깃들인 미단공주의 영혼이 현실에서 나타나 벌어지는 판타지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보듯이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된다. 암나무에서만 은행나무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어느 지자체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은행 열매 때문에 멀쩡한 암나무 가로수를 베어내기도 한다. 서울 성균관 문묘(文廟)에는 수령 약 400년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수령 400년 가량의 문묘 은행나무는 인천 강화 전등사, 강릉 주문진읍 장덕리 은행나무와 함께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부와 수행, 일상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를 뿜는 열매가 맺히니, 제발 열매를 맺지 않게 해달라고 제사를 거듭 드리자 성별이 바뀌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묘 은행나무 단풍은 담장 밖에서 성균관 명륜당의 기와지붕의 곡선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 더 멋있다. 가을이 되면 담장 앞 포토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성균관처럼 옛 선비들이 공부하는 향교나 서원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 이유는 공자가 제자들과 강학했던 행단(杏亶)의 고사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때 산동(곡부)의 공자묘 대전(大殿)을 이전 확장하면서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강당의 옛 터가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 공자의 45대손인 공도가 이곳에 살구나무를 심었고, 금나라 때에는 행단(杏亶)이라 쓴 비를 세웠다. 행(杏)은 살구나무라는 뜻도 있지만 은행나무라는 의미도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여겨 배움의 공간 곳곳에 사대부의 상징물로 심었다. 천연기념물 제562호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는 자연 생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타원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말에 찾아갔을 때 아직 단풍이 충분히 들지 않았는데, 초록색 바탕에 일부 노란색 단풍이 폭포수처럼 층층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더욱 선명해서 아름다웠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수령 8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중 수폭(나무넓이)가 가장 넓어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있는 나무다.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라는 혹이 생기기도 한다. 생김새가 여인의 유방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기능은 공기 뿌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가장 비싼 은행나무로 회자된다. 1990년 당시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은행나무는 수몰 위기에 처했다. 결국 은행나무는 60억 원을 들여 4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옮겨심어 700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나무를 들어 올리니 무게가 680톤이나 나갔다고 한다. 해마다 은행나무가 떨군 노랑 단풍으로 카펫을 까는 아름다운 길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홍천군 내면 광원리를 비롯해 괴산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나주시 남평읍, 거창군 거창읍 의동마을,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등이 유명하다.그중에서도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말 그대로 황금터널이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분에 선정된 길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 중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아산시에서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라 여유롭게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정류장 갤러리 옆에 6개월 뒤 수신인에게 편지를 전하는 빨간색 ‘사랑의 우체통’도 인기다.18년째 전국의 오래된 나무를 찾아다니고 있는 ‘노거수(老巨樹) 답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은행나무는 생존력이 강할 뿐 아니라 조선시대 유교에서 신성시하며 보호했기 때문에 거대한 크기로 잘 보존돼 있는 나무가 많다”며 “수백년 살아남은 노거수 중에서 은행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 등과 달리 선명한 빛깔로 단풍이 들기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전국의 은행나무들을 찾아다니며 감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다. 전국에서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老巨樹) 중에서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다. 현재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서울 성균관 문묘 은행나무, 경기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강원 원주시 반계리 은행나무 등 모두 25그루다. 향교나 서원, 절은 물론 동네 어귀를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1년에 딱 한 번 이맘때 황금색 ‘잎비’를 내린다. 그리고 노란색 이불을 환하게 깐다. 일천 번이나 장엄한 잎비를 내린 천년 고목 은행나무는 말 그대로 ‘가을의 전설’이다.○천년 고목이 던지는 지혜와 위로 은행나무는 2억7000만 년 전, 늦춰 잡아도 공룡시대인 쥐라기 이전부터 지구에 터를 잡아왔다. 공룡이 바라보던 그 은행나무가 지금도 거의 진화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두고 ‘살아 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칭했다. 세계 최고령 은행나무는 중국 구이양(貴陽) 서쪽에 있는 수나무로 수령이 4000∼4500년쯤 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의 수령은 1100년가량이다. 1일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6호) 앞에는 평일인데도 아침부터 장엄한 단풍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은행잎은 아침 햇살이 비치자 투명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이 불 때마다 춤을 춘다. 수령 800∼1000년으로 추정되는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2m, 최대 둘레 16.27m에 이른다. 한 그루의 나무인데도 마치 10여 개의 나무가 한꺼번에 자라서 이룬 숲처럼 보인다. 나무 주변을 한 바퀴 돌면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가 만들어낸 넉넉한 풍채와 변화무쌍한 위용을 볼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버섯처럼 솟아오르는가 하면, 한쪽 방향으로 휘청이기도 한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엉덩이처럼 둥그런 두 덩어리로 서 있는 모습이 앙증맞기도 하다. 가슴 아픈 사건이 많은 스산한 가을에 은행나무의 넉넉하고 넉넉한 품은 커다란 위안을 준다. 경건한 마음으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가을이 깊어갈 때 우리의 마음도 익어가길 기도한다. 은행나무는 국내에 불교가 전래될 때 중국에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스님이 지팡이를 꽂으니 자랐다는 등 신비로운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양평 용문사에는 아파트 14층 높이인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는 42m, 수령은 1100여 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았고, 가장 키가 큰 나무다. 신라의 마지막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으니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말도 있다. 세종 때는 장차관급인 정3품 당상관 품계를 받을 만큼 중히 여겨졌다. 화재로 타버린 천왕문 대신 은행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천왕목(天王木)으로 불린다. 1일 용문사 은행나무는 ‘잎비’를 내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단풍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영화 같은 풍경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떨궈 버리는 장면인데도 천년 고목은 조금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길어봐야 백년 남짓 사는 사람에게, 천년 세월 동안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온 은행나무의 정신적 가치는 어떤 것과도 비교 불가다. 나도 노거수처럼 늙어가고, 언젠가 저렇게 떠나가기를 소망해 본다.○노란 카펫이 깔리는 신비한 공간 수백 년 묵은 은행나무를 보러 멀리서 찾아왔는데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나무 아래 형광색으로 환하게 깔린 은행잎을 보는 것만으로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서울의 가로수 은행나무는 단풍잎이 떨어지는 대로 치우기 바쁘지만, 절이나 향교, 서원에 있는 단풍잎은 노란색 카펫으로 남아 오랫동안 특별한 감흥을 던져준다. 경남 밀양시의 금시당이 대표적이다. 금시당에는 오히려 단풍잎이 다 떨어진 11, 12월에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몰려든다. 금시당은 조선 명종 때 좌부승지를 지낸 이광진(1517∼?)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와 1566년에 지은 별장이다. 이광진이 직접 심은 은행나무의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진 후 금시당은 노랑 물감을 쏟아부은 듯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신한다. 경북 영주시 부석사의 일주문부터 안양루와 석등,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도 은행나무 단풍잎이 카펫처럼 깔린 황금터널이 극락세계로 인도한다. 1996년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 궁중악사 종문(한석규)과 미단 공주(진희경)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 죽은 뒤 암수 은행나무 두 그루로 환생한다. 그리고 1000년 뒤에 미단 공주의 은행나무는 침대로 만들어지고, 은행나무에 깃들인 미단 공주의 영혼이 현실에서 나타나 벌어지는 판타지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보듯이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된다. 암나무에서만 은행나무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은행알 때문에 멀쩡한 암나무 가로수를 베어내기도 한다. 서울 성균관 문묘(文廟)에는 수령 약 400년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문묘 은행나무는 인천 강화군 전등사,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은행나무와 함께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부와 수행, 일상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를 뿜는 열매가 맺히니, 제발 열매를 맺지 않게 해달라고 제사를 거듭 드리자 성별이 바뀌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묘 은행나무의 단풍은 담장 밖에서 명륜당 기와지붕의 곡선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 더 멋있다. 성균관처럼 옛 선비들이 공부하는 향교나 서원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 이유는 공자가 산동성 곡부에서 제자들과 강학했던 행단(杏檀)의 고사 때문이다. 송나라 때 공자의 45대손인 공도가 이곳에 살구나무를 심었고, 금나라 때에는 행단이라 쓴 비를 세웠다. 행(杏)은 살구나무라는 뜻도 있지만 은행나무라는 의미도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여겨 배움의 공간 곳곳에 사대부의 상징물로 심었다. 천연기념물 제562호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는 자연 생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타원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말에 찾아갔을 때 아직 단풍이 충분히 들지 않았는데, 초록색 바탕에 일부 노란색 단풍이 폭포수처럼 층층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더욱 선명해서 아름다웠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수령 8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중 수폭(나무넓이)이 가장 넓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낸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가장 비싼 은행나무로 회자된다. 1990년 당시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은행나무는 수몰 위기에 처했지만 60억 원을 들여 4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옮겨 심어 700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나무를 들어 올리니 무게가 680t이나 나갔다고 한다. 해마다 은행나무가 떨군 노랑 단풍으로 카펫을 까는 아름다운 길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리를 비롯해 충북 괴산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전남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나주시 남평읍, 경남 거창군 거창읍 의동마을,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등이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충남 아산시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말 그대로 황금터널이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분에 선정된 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의술과 예술은 모두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질병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고, 삶에 풍요를 더하는 고귀한 가치를 지녀왔습니다.” 11~25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갤러리 SP에서 열리는 ‘Ars Longa’ 전시회를 기획한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이래 의술과 예술은 늘 함께 영감을 주고 받아왔다”고 설명한다. 푸른문화재단과 청년의사가 공동주관하는 이 전시의 부제목은 ‘의술과 예술: 인간의 치유를 향한 끝없는 길’이다. 전시에는 총 25명의 작가가 의술을 주제로 150여 점의 장신구·가구·오브제·설치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의학사적 측면에서 주술적 치료·신화·민간요법에 관한 작품,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안과·피부과 등 전문과에서 다루는 신체기관이나 의료기구 및 약품을 구현한 작품이 선보인다. 또한 병원 공간과 어울릴 만한 작품, 삶과 죽음에 관한 근원적인 철학 등 의술을 연상시키는 작품까지 폭넓게 전시된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유명한 문장은 Ars를 기술, 즉 테크네(technē)가 아닌 예술(Art)로 오역해 탄생한 것으로, 본래 인간을 치료하는 기술인 ‘의술’을 익히고 베푸는 길은 끝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대에 이르러 Ars가 점차 “미(美)를 규범이나 목표로 하고 있는 활동으로서의 ‘예술’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니 근사하게 오역된 셈이다. ‘Ars Longa’의 중첩된 의미처럼 의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전시는 시작된다.”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도처에 질병이 도사리는 시대에 자신을 아끼지 않고 희생하는 의료인들을 기리고,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올해는 특히 ‘의술’이라는 전시 주제에 맞춰, 창립 30주년을 맞는 의료전문지 ‘청년의사’와 공동 주관하여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경복궁을 배경으로 사당탈을 쓴 50여 명의 아이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이 아닌 현대적인 리듬과 악기가 섞인 퓨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최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에 올라온 리을무용단 ‘춤춤춤, 놀자’ 영상 속 모습이다. ‘춤춤춤, 놀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꿈의 무용단 사업의 일환으로, 홍보대사로 선정된 ‘리을무용단’이 추진하는 아동·청소년 무용 교육 프로그램이다. 꿈의 무용단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무용 분야로 확대한 것으로, 현재 리을무용단(전통무용)을 비롯해 김주원(발레), 안은미(현대무용), 제이블랙&마리(실용무용)가 홍보대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여름 진행된 ‘춤춤춤, 놀자’ 프로젝트는 전통무용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전통무용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즐기고 재밌게 놀 수 있도록 ‘놀이’ 문화로 접근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리을무용단 이희자 단장은 “아이들에게 전통과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아이들의 문화에 직접 스며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답은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 문화’에서 찾았다.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퍼져 나가는 유행, 그리고 그것을 모방하고 파생시키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다. 꿈의 무용단은 단순히 ‘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외에도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밈의 ‘창의성’과 ‘주체성’에 주목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무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흥미’를 스스로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전통춤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리을무용단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최신 춤과 동작을 태평무, 강강술래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무용에 접목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적, 백, 황, 흑, 청)에 담겨 있는 인간의 5가지 감정(희, 노, 애, 낙, 욕)을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에 대입시켜 아이들의 공감과 재미, 익숙함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이 과정을 통해 제작된 ‘춤춤춤 날아올라’ 영상은 총 5개의 주제로 나뉘어 공개됐다. △1부는 적·희(喜), ‘수다는 즐거워’ △2부는 백·노(怒), ‘뿌리 깊은 나무’ △3부는 황·욕(欲), ‘할머니는 요술쟁이’ △4부는 흑·애(哀), ‘한걸음, 한걸음’ △ 5부는 청·낙(樂), ‘춤춤춤, 놀자’로 구성했다. 특히 마지막 5부는 메인 프로젝트인 만큼 가장 한국적인 장소인 경복궁에서 5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창작무용을 펼쳐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놀라운 결과로 나타났다. 초기 낯설어하고 수동적이었던 아이들은 프로그램 회차가 거듭될수록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리을무용단 이자헌 주 강사는 “초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전통무용에 대해 아이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무용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와 춤을 자신들의 즐거운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전통무용이 원래 이렇게 재밌었던 춤이었나요?”라고 물어올 정도로 즐거움을 표출했다. 참가자인 윤채은 학생(11)은 무용가가 되겠다는 꿈을 굳혔다. 그는 “케이팝뿐 아니라 한국 전통무용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무용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희자 단장은 “이번 ‘춤춤춤, 놀자’를 진행하며 아이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무용가들도 스스로 창조해 내는 ‘자기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아이들과 어른 무용가들이 함께 춤추고 촬영하면서, 서로의 것에 스며들며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자기를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가면 빨간색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를 만날 수 있다. 백파이프는 가죽으로 만든 공기주머니에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주머니에 달린 여러 개의 관을 울려 연주한다. 야외에서 춤곡이나 군대 행진곡에 많이 쓰인다.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영면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생전에 오전 9시면 침실 창가에서 백파이프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레스터스퀘어가 매력적인 서울의 밤으로 꾸며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과 런던아시아영화제(집행위원장 전혜정)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 ‘서울 나잇’이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영국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영화제의 특별한 이벤트로 떠올랐다. 서울관광재단은 영국을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아시아영화제로 성장하고 있는 런던아시아영화제와 꾸준한 협력을 통해 영국에서 서울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특히 올해는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서울 방문에 대한 의지가 높아진 분위기를 타고 “런던에서 한국영화를 보고 서울을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서울 나잇’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서울 나잇’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개막한 런던아시아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 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런던의 랜드마크인 레스터 스퀘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데온 극장 2층 행사장을 ‘서울 나잇’으로 꾸미고, 통창으로 이뤄진 행사장 전면을 서울의 다채로운 모습의 이미지로 채워 현지 영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제에 참가한 관객들이 ‘헌트’ ‘비상선언’ ‘오마주’ 등 한국 영화를 관람한 뒤 ‘서울 나잇’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서울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배우 이정재의 연출작 ‘헌트’가 현지에서 단연 화제인 가운데, 개막식에 참석한 이정재와 임시완, 이정은 등 스타들도 행사 리셉션이 열리는 ‘서울 나잇’ 현장에 방문하며 관심을 높였다. 이 곳에는 배우 이정재의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 코스튬 촬영 부스도 마련돼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서울 나잇’을 통해 서울의 맛집 등 여행 정보를 담은 서울관광 홍보 책자를 현지 영화 관계자 및 영화 팬들에게 배포했다. 또한 ‘서울 미리 가보기’ 부스를 마련해 서울을 상징하는 소품을 들고 스티커 사진을 찍거나, 서울의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인생샷 촬영 기회도 제공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관객들이 한국영화나 OTT 플랫폼의 K콘텐츠를 보고 많이 궁금해하는 서울의 풍경과 서울의 음식 등 문화를 영화제를 통해 경험하게 하고자 마련한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참여한 모든 관객이 사진을 찍고 서울에 대한 궁금증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며 “참여자들의 편지와 사진들은 서울관광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울관광재단과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이번 ‘서울 나잇’ 이전에도 서울을 영국에 알리는 다양한 기획으로 주목받아왔다.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서울의 지붕 밑’ ‘서울의 휴일’ 등 서울이 배경인 고전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마련해 1960년대 서울의 모습과 당시 결혼 풍속 등을 소개했다. 고전 작품으로 서울의 과거 모습을 처음 접한 영국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한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서울관광재단과 협력해 서울을 영국 등 유럽에 알려왔고, 그 협업은 올해 ‘서울 나잇’까지 이어졌다. 한편 런던아시아영화제는 30일까지 런던의 중심가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 극장 등 런던 시내 주요 극장 5곳에서 관객을 만난다. <비상선언> <오마주> <범죄도시2> 등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영화 흐름을 이끄는 중국, 일본, 홍콩 등의 작품 50여 편을 선보인다. 김은미 서울관광재단 글로벌마케팅팀장은 “영국은 K콘텐츠의 인기로 서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은 국가다”라며 “앞으로도 문화 콘텐츠와 협업해 현지에 효과적으로 서울관광의 매력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예술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용·미술·음악 분야 비대면 콘텐츠 영상 42개를 보급한다.24일 교육진흥원에 따르면 ‘2022 어디서든 예술치유 – 비대면 콘텐츠 보급’ 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국민들의 심리적 우울감 해소와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일상에서 보다 쉽게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무용·미술·음악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술치유팀이 콘텐츠 기획에 참여한 ‘어디서든 예술치유 비대면 콘텐츠’는 오는 24일부터 내년 10월까지 약 1년간 KT IPTV 및 교육진흥원 유튜브를 통해 제공된다. 폐쇄시설 이용자 대상 예술치유 프로그램(교육형) 영상 36개와 일반 국민 대상 예술치유 힐링 영상 6개까지 42개다. 교육형 영상은 코로나19 시기 외출이 제한되고 외부인 출입도 자제됐던 폐쇄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자의 ‘열두 달’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치유 힐링 영상은 ‘날씨와 장소’를 주제로 하는 분야별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심리적 치유를 제공한다. 시청자의 오감을 촉진하고 내면의 우울함·불안감·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예술치유 영상을 제작·배포하게 됐다”며 “국민들이 예술을 통한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를 위로하고 회복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2022 어디서든 예술치유’ 비대면 콘텐츠는 KT 지니 TV 채널 883번에서 제공되며, 교육진흥원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내년은 프랑스 몽생미셸이 1000주년을 맞고, 파블로 피카소 서거 50주기, 르망 24시 100주년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습니다. 프랑스에 여행오세요.” (코린 풀키에 프랑스 관광청 한국지사장) 프랑스 관광청(Atout France)은 25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French Days in Seoul 2022)’ 행사를 가졌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첫 대면 행사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인 22개 프랑스 관광업체가 참여했다. 프랑스 관광청이 주최하는 연례행사인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은 프랑스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한국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는 미디어 워크숍, 여행사 워크숍 그리고 VIP만찬 행사로 구성되었으며, 한국 여행업 종사자들도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약 230여 명이 참가하며 프랑스 여행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코린 풀키에 한국 지사장은 “올 여름이 프랑스에 25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다”며 올여름 활기를 되찾은 프랑스의 주요 관광 수치를 공유했다. 그는 “한국의 프랑스행 항공편 탑승률은 6월에 80% 넘어섰고 현재는 90% 가량을 기록 중”이라며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도 ‘한국~파리’간 노선은 끊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파리’ 직항편은 2019년 대비해서 단 한 편을 제외하고 회복했다. 매일 운항했던 에어프랑스가 현재 주 6회편으로 운항 중이다. 프랑스관광청이 밝힌 스카이스캐너의 한국인 해외 항공권 여행 수요에 따르면 목적지 중 프랑스가 전 세계에서 7위, 유럽에서 1위를 기록했다. 코린 풀키에 지사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한해 최소 75만명이 한국 여행객이 프랑스를 찾았는데 이 수준을 회복하고 더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프랑스관광청은 내년엔 미식과 남프랑스를 중점으로 한국 여행객에게 프랑스의 매력을 알릴 예정이다. ‘프랑스 미식여행’ 캠페인은 부르고뉴 프랑슈콩테부터 오베르뉴론알프, 프로방스까지 관통하는 미식 루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방스 지역의 아름다운 면모를 알리기 위해 진행된 25일 저녁 VIP만찬 행사 ‘프로방스 갈라 디너’는 마르세유 프로방스 공항, 마르세유 관광 안내사무소, 엑상프로방스 관광 안내사무소의 공동 후원으로 진행 되었다. 행사에는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서울시 관광협회 양무승 회장 및 국내 여행업계 주요 인사, 인플루언서가 참석했다. 싱어송라이터 유발이의 샹송 공연, 프라고나르 향수 만들기 아틀리에, 럭키드로우 등이 진행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19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관광산업 모델 변화 및 발전에 투입하는 ‘데스티나시옹 프랑스(Destination France)’ 계획을 발표했다. 프로방스 갈라 디너행사의 축사를 맡은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현재 한국의 프랑스행 항공 탑승률은 약 90%에 이르고 있으며 주요 여행사들의 프랑스 여행 예약률도 높은 수치를 보인다”며 “프랑스는 향후 10년간 프랑스는 세계 1위 여행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나라, 지속 가능한 관광을 선도하는 여행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