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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재삼 씨(58·사진)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22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강원일보, 동대문미래창조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강원 영월 출신인 이 작가는 목탄 소재로 자연 풍경을 주로 그려 왔다. 시상식은 박 화백의 탄생일인 다음 달 15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박수근 선생을 감히 평하자면, 인간을 통해 세상을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그린 화가라고 봅니다. 저는 자연과 풍경을 매개로 인간의 심연을 바라보려 애써 왔습니다. 박수근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봄을 맞은 매화 꽃망울이 드디어 터져 오르는 기분이 드네요.” 22일 경기 양평군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8)는 살짝 촉촉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캔버스만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화가들 치고 힘들고 흔들리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겠느냐”며 “박수근이란 거장의 이름이 새겨진 상을 받는다고 하니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며 ‘그간 잘 버텨 왔다’고 격려해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강릉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나와 198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다. 1983년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청년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래 올해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강원 THE STORY’ 전시에 참가하는 등 쉼 없이 달려왔다. 1996년 스페인 한국현대미술작가전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많은 해외 미술계에도 소개돼 왔다.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윤범모)와 박수근미술관(관장 엄선미)이 주관하는 이 상에는 올해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과 박천남 성남아트센터 전시부장,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가는 목탄이란 재료를 가지고 대나무와 폭포, 매화 등을 주요 소재로 채택해 독자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면서 “한국적 전통이 물씬한 박수근 화백을 기리는 미술상의 정체성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 관장은 또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양식을 구축해 온 작가”라며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그 자연물을 여과해 드러나는 예술적 집약성에 대한 추구가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박 부장은 “한국의 토속적인 미감과 질감을 삼투하며 질박한 감성에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박수근 화백의 생일인 다음 달 15일(음력 1월 28일) 오후 2시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2019년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박수근미술관에서도 2019년 5월 4일부터 9월 30일까지 이 작가의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수묵화와 사진, 그리고 서양화. 최근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대성(73) 정재규(68) 김현식 작가(53)의 전공 분야다. 얼핏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세 미술가는 의외의 공통점을 지녔다. 사진이긴 한데 사진이 아니며, 수묵화라지만 현대미술 향취가 짙고, 서양화이건만 동양적 기법이 두드러진다. 강력한 KO펀치를 지닌 변칙복서라고나 할까. 미지의 변주를 선보이는데 오히려 본질을 꿰뚫는 세 작가의 작품을 살펴봤다.○ 찰나의 탈바꿈 정재규 개인전 ‘조형 사진―일어서는 빛’은 말로 풀기가 참 애매하다. 한눈에 봐도 근사하긴 한데, 그 함의를 건져내긴 쉽지 않다. 다만 조형 사진이란 사진을 포함한 기존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립하는 걸 지칭하는 용어다. 정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이렇다. 하나 또는 여러 이미지를 가늘고 길게 절단한다. 이를 가로 세로 ‘베틀이나 올을 짜듯’ 교차 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가 탄생하고 때로는 3차원 착시도 일어난다. 정 작가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이 작가의 개입을 통해 기성품을 미술품으로 바꿔놓았듯, 정보를 전달하는 사진을 조형적인 예술 언어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프랑스에 거주한 지 40년을 맞는 작가의 작품엔 조국을 향한 오마주도 물씬하다. ‘경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항암치료를 받느라 쇠약해진 그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눈빛엔 20대 청년의 도전정신이 뜨거웠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갤러리. 02-720-1020○ 빛의 울림 김현식 작가의 작품도 참 오묘하다. 평면화인데 입체화 같다. 빛의 잔향이 선처럼 가득 차 있다. 해외에선 이를 두고 ‘작품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빛’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매우 고되다. 일단 투명한 에폭시 레진(열경화성 수지)을 바른다. 건조되는 레진에 선을 그어 홈을 낸 뒤 물감을 칠한다. 이를 닦으면 홈이 파인 부분에 물감만 남는다. 고려청자에 문양을 새기던 상감(象嵌) 기법을 구현한 셈. 김 작가는 “이런 과정을 7∼10번 되풀이한다”며 “한 작품에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전시작품 46점에 펼쳐진 빛의 만찬은 배가 부를 정도. 전시 제목 ‘빛이 메아리친다’처럼 머나먼 우주에서 마주한 듯한 색감이 경이롭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 02-720-1524○ 이상향의 여백 소산(小山) 박대성의 개인전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는 제목이 전시 방향을 잘 드러낸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소산의 그림엔 큐비즘과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극사실주의 등이 담겼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적 수묵화지만, 서양 추상화나 정물화가 겹쳐 보인다. 하지만 작법과 별개로 박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동양회화에서 추구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공력이 엿보인다. 묘사 대상의 기질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최고 이상의 경지’를 일컫는다. 소산은 “내 일생을 다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02-736-102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서울시립미술관의 ‘올림픽 기념전: 화합과 전진’은 추억의 앨범을 열어보는 기분이 든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기원 및 1988년 서울 올림픽 30주년 기념’이란 거창한 기획 의도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 서울 올림픽을 목도했던 관람객이라면 그냥 즐기면 된다. 특히 당시 올림픽 미술감독이었던 서양화가 이만익(1938∼2012)의 판화를 소개한 2섹션이 그렇다. 한국의 설화를 자주 소재로 삼았던 그의 풍미가 올림픽, 특히 ‘호돌이’와 만나 정겹고도 흐뭇하다. 어린 자녀들이 같이 봐도 금상첨화. 그렇다고 1섹션은 그냥 넘기란 소린 아니다.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키아(72)와 미국 팝 아티스트 짐 다인(83), 서양화가 남관(1911∼1990) 등 깜짝 놀랄 ‘빅 네임’들의 판화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로 1988년 올림픽 공식 예술 포스터 판화전시회는 미국 뉴욕 등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전시됐다고 한다. 로이 릭턴스타인(1923∼1997)이나 로버트 라우션버그(1925∼2008)도 참여했던 대단한 순회전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판화와 드로잉 작품은 1, 2섹션 합쳐 37점. 시립미술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02-2230-66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팝아트 거장 5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하이 팝(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전’이 설 연휴를 맞아 특별이벤트를 진행한다. 15∼18일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한 번 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재입장권과 ‘키스 해링’ 하이팝 스티커를 선물한다. 또 가족 단위 고객은 현장에서 30% 할인도 해준다. ‘하이 팝…’은 로이 릭턴스타인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로버트 라우션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등 팝아트 대표 작가의 작품 160여 점을 소개한다. 소정의 금액으로 참가 가능한 ‘프린트 팩토리’는 워홀이 즐겨 사용했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체험하는 공간. 자신이 직접 찍은 팝아트 이미지가 담긴 에코백을 가져갈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와 배우 유준상이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끌며 전시장의 각 섹션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4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M컨템포러리. 홈페이지() 참조. 02-3451-8199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한국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82)과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89)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UFAN X KUSAMA’를 홍콩 센트럴에서 다음 달 17일까지 개최한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창립 20주년과 함께 홍콩 경매 진출 10주년을 맞아 홍콩 현지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한다”며 “개관 기념 첫 전시로 두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 등 시기별 대표 작품과 구사마의 ‘무한망’ ‘호박’ 시리즈 등 주요 작품이 다수 전시된다. 서울옥션은 올해 10월경 강남사옥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윤석 상무는 “서울 강남구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신축 사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남편의 큰 잘못으로 염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가수 백지영(42·사진)이 남편인 배우 정석원(33)의 마약 투약 사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백지영은 남편이 체포된 가운데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 섰다. 백지영은 “어제 하루 10년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남편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 된 사람으로서 함께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부가 사는 모습을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편과의 결혼식 혼인서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건강하지 않을 때나 언제나 그 사람을 사랑하는 아내로 곁을 지키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누리꾼들은 8일 정석원의 체포 소식이 들렸을 때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리 백지영에게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역경을 많이 겪었는데 힘내라’는 위로와 응원의 글도 많았다. 백지영과 정석원은 2013년 결혼한 뒤 지난해 5월 딸도 출산하며 화목한 연예인 부부로 사랑받아 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내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정강자 화백(1942∼2017) 이름 앞엔 이런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68년 ‘세시봉’에서 고인이 선보인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고발한다는 함의보단 국내 최초의 누드 행위예술이란 잔상이 지금도 크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정 화백이 타계한 뒤 열리는 첫 회고전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어쩌면 그의 진짜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피상적 평가에 가려졌던, 고인의 내면을 비추는 회화 및 조각작품 약 75점이 서울과 천안에서 관객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고인의 작품은 일단 ‘강렬하다’는 표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환생’(1985년)이나 ‘사하라’(1989년) 같은 작품은 날것 그대로의 파닥거림이 넘실댄다. 정 화백은 1970년 첫 개인전 ‘무체전’을 이틀 만에 강제 철거당했다고 한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정부 권력의 남용이었다. 전지영 전시담당은 “상심한 고인은 1977년 싱가포르로 이주했다가 1980년대엔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오랫동안 여행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념했다는 회화에는 이때 깊숙이 팬 상처를 안고 마주했던 오지의 에너지가 오롯하다. 더 흥미로운 건 1990년대부터 몰두했다는 추상작품들. ‘한복의 모뉴먼트’(1998년)처럼 전통문화에 대한 회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격식을 깨려 했던 여성 전사의 변절일까. 아니다. 고인은 생전에 한복 치마를 “수천 년 남성우월주의 지배에서 억압받고 유린당한 우리네 여성의 깃발”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치마끈은 훨훨 풀려난 채 자유롭게 날갯짓한다. 말년에 완성했다는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2015년)와 ‘인생Ⅱ’(2016년)도 매혹적이다. 사막은 피안을 닮았고 바다는 산맥을 품었다. 평생을 경계에 서 있던 작가는 마침내 그 정점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림은 아무 말이 없다. 서울 갤러리에 전시된 대형 솜뭉치도 예사롭지 않다. 정 화백이 대형 목화솜을 굵직한 쇠파이프로 눌러놓았던 1968년 설치작품 ‘억누르다(To Repress)’를 재연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식이 묵직하다. 고인은 이제 짐을 내려놓고 훠이훠이 가벼이 갔을까, 아니면 거기도 비가 내려 되레 무거워졌을까.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5일까지. 02-541-5701.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5월 6일까지. 041-551-51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으로 허미숙 전 C채널방송 사장(66), 상임위원으로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51)을 선출했다. 또 박상수 전 KBS 심의실장(64), 이상로 전주기전대 교수(63),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51),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50),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47), 이소영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44)를 위원으로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규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선정성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66·전 C채널방송 사장)과 전광삼 상임위원(51·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선출했다. 또 박상수(64·전 KBS 심의실장) 이상로(63·전주기전대 교수) 심영섭(51·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김재영(50·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윤정주(47·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소영(44·법부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위원을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이날 위원회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는 허미숙 위원(66)과 전광삼 위원(51)을 선출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31일부터 열리는 안지예 작가의 개인전 ‘Reflect; The other’는 살짝 착시현상이 들 수도 있다.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물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첫 개인전을 가지는 안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을 지녔다. 직장인이 한숨 돌리며 내다봤던 창문의 경치, 아니면 도심에서 하늘을 보려다 건물 외벽만 눈에 가득 찬 순간과 닮았다. 실제로 요즘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최신 빌딩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지 않나. 거기에 일그러지고 부유하듯 비치는 표상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잡아냈다. 물론 빌딩에 비치는 건 대부분 또 다른 ‘무생물’ 빌딩이다. 그런데 작가는 흥미롭게도 ‘Big man’ ‘Friends’ ‘Mr. Hide’ 등 대부분의 작품에 인간을 일컫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캔버스에 담긴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일지도. 김정윤 큐레이터는 “작품 속 건물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타자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flect…’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가 올해 상반기 마련한 릴레이전시 ‘실상과 허상’ 가운데 하나. 안 작가를 포함해 젠박 김성중 이수원 김기섭 서윤아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02-737-4678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댄 플래빈(1933∼1996)이란 예술가가 낯설다면, 26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의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은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 전시다. 특히 전시관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은 달랑 45도쯤 기울어진 형광등 하나가 전부다. 털어놓자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도 좀 ‘거시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눈치껏 안다. 참아야 한다. 앤디 워홀(1928∼1987)과 비견되는 작가라는데. 솔직히 워홀 작품도 옛날엔 동네 호프집에 내걸린 그림판으로 더 친숙했지 않은가. 모르니까 평가도 맘대로인 거다. 대신 하나씩 배우다 보면 그게 또 나름 즐거우리니. 실제로 ‘형광등의 작가’ 플래빈은 워홀과 공통점이 꽤 많다. 다섯 살 차의 미국 작가로 첫 전시도 1960년 전후쯤. 당시 현지 미술계 대세였던 추상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팝아트’(워홀)와 ‘미니멀리즘’(플래빈)을 추구했다. 산업재료를 미술로 끌어들였고, 시리즈 연작을 즐겼다. 선구자들이 그렇듯 둘 다 초기엔 욕 많이 먹었다. 이번에 들어온 14점은 플래빈의 ‘욕받이’ 시절이라 할 초기작들(1963∼74년). ‘1963년…’은 바로 그가 처음으로 형광등을 이용한 작품이다. ‘콩스탕탱 브랑쿠시에게’란 부제가 달렸는데, 현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형광등도 어지러운데 시골 벌판에 배배 꼬여 30m 넘게 올라간 기둥이라니…. 하지만 의외로 플래빈 작품은 미주알고주알 따지지 않아도 딱히 불편하지 않다. 설렁설렁 따라 걸으며 각자 ‘필’대로 맛보면 된다. 원래 ‘빛’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고 광합성과 비타민D까지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눈 부라리며 집중할 필요도 없다. 안구만 뻑뻑해질 뿐. 그저 작품에서 뻗어 나오는 빛을 즐기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전시의 ‘앙꼬’로 꼽히는 ‘무제(Untitled)’는 무척 인상적이다. 제목도 없는데 주로 ‘장벽(Barrier)’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길이가 40m를 넘어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다. 1.2m짜리 형광등이 60cm 간격으로 뻗어 있는데 울타리인지 책장인지 그물인지 묘하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디아아트(Dia Art)파운데이션 관계자는 “현지 전시장에선 매우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선 예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게 이채롭다”는 감상을 내놓았단다. 역시 빛이란 시공간을 타고 넘는 존재인가 보다. 아쉬운 건 전시 장소다. 찾아가기 너무 힘들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있는데 길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잘만 당도하면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권윤경 롯데뮤지엄 아트디렉터는 “첫 시작인 만큼 플래빈에 이어 ‘사실주의 초상화의 선구자’ 알렉스 카츠의 전시를 준비하는 등 대형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8일까지. 02-1544-7744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연히 들른 거라면 괜히 왔단 후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획전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첫인상은 좀 휑하다. 바깥에 쇼핑몰 윈도처럼 전시된 작품부터 살짝 과학박람회 분위기. 안에 들어서도 금방 적응되진 않는다. 훅 밀려든 온기에 안경에 김이 서린 기분이랄까. 갈팡질팡. 그래도 커피 물 끓을 시간 정도만 찬찬히 걸음을 옮겨 보자. 전시를 마련한 큐레이터 3인(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심심한데 뿌연, 딱 걸리진 않는데 궁금한. 우리가 쉽게 ‘우주’라 부르지만, 실은 쥐뿔도 아는 게 없는 광활한 무대. ‘우리는 별들로…’는 인류의 근원이자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준 별나라를 비추고 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이란 이름 아래 기획자들이 엄선한 작가는 모두 5명. 솔직히 그들의 작품에 모두 별이 담겨 있다곤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별빛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강동주 작가의 유화 ‘155분 37초의 하늘’은 왠지 쓸쓸하지만 항상 그곳을 버티는 밤의 어둠이 존재한다. 보이든 안 보이든 거긴 별빛이 있으리니. 김윤철 양유연 전명은 작가 작품 역시 ‘스페이스 오디세이아’가 넘실거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민하 작가의 17분짜리 영상 ‘Cosmic Kaleidoscope(우주 만화경)’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만하다. 좀 불편한 사운드가 귓등을 때리겠지만, 그게 또 요상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외계. 달에 사는 토끼의 진짜 이름은 뭘까. 감히 스포일러를 저지르면 답은 ‘없다’. 정진우 큐레이터는 “2007년 개관한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며 “몇몇 큐레이터에겐 미국에 있는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기획전 기회도 제공하는 등 해외 활동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모두 잘 되면 좋겠다.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02-708-505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댄 플래빈(1933~1996)이란 예술가가 낯설다면, 26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의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은 당혹스런 기분이 들 전시다. 특히 전시관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은 달랑 45도쯤 기울어진 형광등 하나가 전부다. 털어놓자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도 좀 ‘거시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눈치껏 안다. 참아야 한다. 앤디 워홀(1928~1987)과 비견되는 작가라는데. 솔직히 워홀 작품도 옛날엔 동네 호프집에 내걸린 그림판으로 더 친숙했지 않은가. 모르니까 평가도 맘대로 인거다. 대신 하나씩 배우다보면 그게 또 나름 즐거우리니. 실제로 ‘형광등의 작가’ 플래빈은 워홀과 공통점이 꽤 많다. 다섯 살 터울 미국 작가로 첫 전시도 1960년 전후쯤. 당시 현지 미술계 대세였던 추상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팝아트’(워홀)와 ‘미니멀리즘’(플래빈)을 추구했다. 산업재료를 미술로 끌어들였고, 시리즈 연작을 즐겼다. 선구자들이 그렇듯 둘 다 초기엔 욕 많이 먹었다. 이번에 들어온 14점은 플래빈의 ‘욕 받이’ 시절이라 할 초기작들(1963~74년). ‘1963년…’은 바로 그가 처음으로 형광등을 이용한 작품이다. ‘콩스탕탱 브랑쿠시에게’란 부제가 달렸는데, 현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형광등도 어지러운데 시골벌판에 배배 꼬여 30m 넘게 올라간 기둥라니…. . 하지만 의외로 플래빈 작품은 미주알고주알 따지지 않아도 딱히 불편하지 않다. 설렁설렁 따라 걸으며 각자 ‘필’대로 맛보면 된다. 원래 ‘빛’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고 광합성과 비타민D까지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눈 부라리며 집중할 필요도 없다. 안구만 뻑뻑해질 뿐. 그저 작품에서 뻗어 나오는 빛을 즐기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전시의 ‘앙꼬’로 꼽히는 ‘무제(Untitled)’는 무척 인상적이다. 제목도 없는데 주로 ‘장벽(Barrier)’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길이가 40m를 넘어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다. 1.2m짜리 형광등이 60㎝ 간격으로 뻗어있는데 울타리인지 책장인지 그물인지 묘하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디아아트(Dia Art)파운데이션 관계자는 “현지 전시장에선 매우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선 예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게 이채롭다”는 감상을 내놓았단다. 역시 빛이란 시공간을 타고 넘는 존재인가보다. 아쉬운 건 전시장소다. 찾아가기 너무 힘들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있는데 길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잘만 당도하면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권윤경 롯데뮤지엄 아트디렉터는 “첫 시작이니만큼 플래빈에 이어 ‘사실주의 초상화의 선구자’ 알렉스 카츠의 전시를 준비하는 등 대형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8일까지. ※콘스탄틴 블랑쿠시=Constantin Brancusi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연히 들른 거라면 괜히 왔단 후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획전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첫인상은 좀 휑하다. 바깥에 쇼핑몰 윈도우처럼 전시된 작품부터 살짝 과학박람회 분위기. 안에 들어서도 금방 적응되진 않는다. 훅 밀려든 온기에 안경에 김이 서린 기분이랄까. 갈팡질팡. 그래도 커피 물 끓을 시간 정도만 찬찬히 걸음을 옮겨보자. 전시를 마련한 큐레이터 3인(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심심한데 뿌연, 딱 걸리진 않는데 궁금한. 우리가 쉽게 ‘우주’라 부르지만, 실은 쥐뿔도 아는 게 없는 광활한 무대. ‘우리는 별들로…’는 인류의 근원이자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준 별나라를 비추고 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이란 이름 아래 기획자들이 엄선한 작가는 모두 5명. 솔직히 그들의 작품에 모두 별이 담겨 있다곤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별빛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강동주 작가의 유화 ‘155분 37초의 하늘’은 왠지 쓸쓸하지만 항상 그곳을 버티는 밤의 어둠이 존재한다. 보이든 안 보이든, 거긴 별빛이 있으리니. 김윤철 양유연 전명은 작가 작품 역시 ‘스페이스 오디세이아’가 넘실거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민하 작가의 17분짜리 영상 ‘Cosmic Kaleidoscope(우주 만화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만하다. 좀 불편한 사운드가 귓등을 때리겠지만, 그게 또 요상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외계. 달에 사는 토끼의 진짜 이름은 뭘까. 감히 스포일러를 저지르면 답은 ‘없다.’ 정진우 큐레이터는 “2007년 개관한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어고 있다”며 “몇몇 큐레이터에겐 미국에 있는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기획전 기회도 제공하는 등 해외활동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모두 잘 되면 좋겠다.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1일부터 열리는 안지예 작가의 개인전 ‘Reflect ; The other’는 살짝 착시현상이 들 수도 있다.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물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첫 개인전을 가지는 안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을 지녔다. 직장인이 한숨 돌리며 내다봤던 창문의 경치, 아니면 도심에서 하늘을 보려다 건물 외벽만 눈에 가득 찬 순간과 닮았다. 실제로 요즘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최신 빌딩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지 않나. 거기에 일그러지고 부유하듯 비치는 표상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잡아냈다. 물론 빌딩에 비치는 건 대부분 또 다른 ‘무생물’ 빌딩이다. 그런데 작가는 흥미롭게도 ‘Big man’ ‘Friends’ ‘Mr. Hide’ 등 대부분 작품에 인간을 일컫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캔버스에 담긴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일지도. 김정윤 큐레이터는 “작품 속 건물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타자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대변해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flect…’ 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가 올해 상반기 마련한 릴레이전시 ‘실상과 허상’ 가운데 하나. 안 작가를 포함해 젠박 김성중 이수원 김기섭 서윤아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령 3만 호를 맞은 동아일보는 ‘문화주의를 제창한다’는 사시에 어울리는 다양한 예술 전시를 개최해 큰 관심을 받았다. 1970, 72년엔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이 주최하는 ‘동아 국제 판화 비엔날레’가 당시 경복궁에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다. 미국 독일 브라질 등 세계 30개국 작품이 모였는데, 그 시절 ‘비적성공산국가’였던 체코 루마니아의 작품도 국내에 소개했다. 이 밖에도 1970, 80년대 척박한 상황에서도 ‘동아미술제’ ‘오스트리아 전시회’ 등을 꾸준히 개최했다. 창간 70주년을 맞았던 1990년엔 세계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 ‘인상파―현대미술 걸작’ 전시를 선보였다.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르 드가 등 지금 들어도 가슴이 뛰는 거장들의 작품들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덕수궁에서 열렸던 ‘위대한 회화의 시대―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과 2010년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서울시립미술관)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네덜란드 회화 전은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남자’ 등 렘브란트 판 레인의 걸작을 3점이나 전시해 개막 3일 만에 1만6000여 명이 몰리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앤디 워홀전 역시 박찬욱 영화감독과 빈 소년합창단 등 유명인사들까지 찾으며 35만 명이나 관람했다. 최근 열린 동아일보 주관 전시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2016∼17년 국립중앙박물관과 울산박물관에서 열린 ‘이집트 보물’전은 무려 46만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무민을 다룬 지난해 ‘무민 원화’전과 2014년 일본 현대 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를 소개한 ‘구사마 야요이―A Dream that I dreamed’전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헐, ‘에쵸티’도 돌아와?” 웬일일까. 새해 복 많이 받으래도 듬성듬성 답하던 ‘까똑 방’이 난리가 났다. 누군가가 한 방송에서 H.O.T 재결합 공연을 추진한단 소식을 올리자, 순식간에 온갖 반응이 쏟아졌다. 하긴 1996년 데뷔했던 ‘아이돌의 시조’. 40대라도 관심 가질 만하지. 하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와, 걔들 2001년에 해체했어? 우리 딸이 2002년생인데. 그때 와이프랑 경주에 놀러갔다가….” “1996년이면 내가 군대 제대해서 복학했지. 첫날에 술 마시고 뻗어가지고….” 그럼 그렇지. 그들에게 중요한 건 ‘에쵸티의 귀환’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잠깐 몰려온, 어린 시절 향수에 흠뻑 젖은 거였다. 그땐 그랬지, 그땐 참 좋았지. 추억은 방울방울 얽히고설키더니 결국 1980년대쯤 가서야 마무리됐다. 그리고 ‘까똑’은 다시 침묵. 그래도 고맙다, 에쵸티. 아마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잠시나마 신났으리라. 진짜 당신들의 복귀 무대를 마주하면 ‘치맥’도 찾게 되리니. “쇼는 계속돼야 한다.”(퀸의 ‘The show must go on’) 삶이 그리 이어지는 것처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는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후계자다.”(프랑스 미술평론가 질 바스티아넬리) 프랑스 미술계에서 ‘현대의 야수파’ 작가로 불리는 피에르마리 브리송(63)의 국내 첫 개인전 ‘지중해’가 열렸다. 브리송은 1972년 17세에 오를레앙에 있는 샤를페기센터에서 첫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화가. 40여 년 동안 지중해와 인물, 바다, 영웅과 인간이란 주제에 천착해 왔다. 접거나 오리거나 물감을 칠한 종이들로 캔버스를 채우는 방식으로 예술세계를 표현하길 즐긴다. 대담한 원색을 강조해 강렬한 개성을 표출했던 마티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는 ‘지중해’와 ‘붉은 아칸서스’ ‘아르카디아 댄스’ 등 모두 13점을 선보인다. 올리브나무와 함께 지중해 혹은 고대 그리스를 상징하는 아칸서스 나뭇잎은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 아르카디아 역시 고대 펠로폰네소스 지역에 있었다는 ‘이상향’을 뜻한다. 최근 국내 개인전을 맞아 내한했던 브리송은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지중해의 평화와 시적인 느낌을 관람객들도 맛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의 첫인상은 남부 유럽을 여행하다가 어느 민박집에서 마주칠 법한 ‘고풍스러운 벽지’가 떠오른다. 코발트블루와 같은 밝은 톤의 색감과 세월을 짐작할 수 없을 듯한 거친 질감은 시공간을 초월한 몽롱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평론가 바스티아넬리는 “브리송의 작품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대한 영원한 찬사”라며 “특히 코린트 양식의 기둥과 궁전을 장식하는 아칸서스 나뭇잎은 지중해 특유의 후각적인 분위기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원래 다음 달 8일까지 예정됐던 전시는 관객들이 몰리며 28일까지 연장됐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올리비아박갤러리. 02-517-3572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