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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대마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인공호흡을 계속 해보지만 백의 정확한 응수에 속수무책이다. 흑 35부터 41까지 나머지 한 눈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뛰었지만 백 42로 대마의 숨이 끊겼다. 백 42를 두지 않으면 참고 1도 흑 9까지 사는 수가 있다. 흑 43은 부질없는 몸부림. 참고 2도 흑 1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백 10까지 응수하면 대마와의 수상전도 일어나지 않는다. 백 46까지 깔끔한 응수로 사망진단서에 사인까지 한 양상이다. 흑 47, 49는 무의미한 수로 백 50까지 진행되자 마야고는 항복을 선언했다. 예선 4회전까지 3승 1패를 거둔 한돌은 최종국인 5회전 결과와 관계없이 본선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과연 흑 대마가 살 수 있을까. 빈 공간이 많아 쉽게 죽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백 22의 정확한 급소가 놓이자 염라대왕 앞까지는 끌려간 형국이다. 백 26은 자충처럼 보이지만 매우 정교한 수순. 만약 백 26을 두지 않고 그냥 참고 1도 백 1로 틀어막으면 흑이 넉 점을 버리고 교묘하게 살아가는 수가 있다. 백 30 역시 빈틈없는 응수. 흑 대마를 잡으러 가는 한돌의 수읽기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다. 백 34로 우변에서 흑 집을 내는 수까지 막아 흑 대마를 잡을 준비를 다 끝냈다. 백 34가 없으면 참고 2도 흑 2로 뛰는 수가 있어 대마가 살아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공격에 흑은 진퇴양난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실전처럼 흑 9로 이어야 하는데 백 10으로 쭉 뻗자 자체에서 두 집 내기가 버거워 보인다. 흑은 11로 중앙에서 눈 모양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수로 참고도 흑 1처럼 탈출을 꾀하면 어떻게 될까.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백으로선 흑의 탈출을 허용해도 백 8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 참고도 백 12 이후 흑은 ‘가’와 ‘나’의 약점을 동시에 커버할 수가 없어 우변 흑 돌이 백에게 잡힌다. 실전 백 12로 흑 대마가 백의 그물에 갇혔다. 마야고는 흑 13으로 두 눈을 만들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한돌은 백 14, 16으로 차분히 흑의 숨통을 조인다. 흑 대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지만 아직 빈 곳이 많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돌이 어떻게 흑 대마를 사지로 몰아갈지 궁금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사람은 저마다 재물을 탐하지만 나는 오직 내 자녀가 어질기를 바란다. 삶에 있어 가장 보람된 것은 책과 벗하는 일이며 더없이 소중한 것은 부지런하고 알뜰함에 있다. 이를 너희의 가훈으로 삼으라.’ 조선 전기 김종서 장군(1383∼1453)은 후손에게 이런 유훈을 전했다. 그는 함경도 일대 6진을 개척한 이력으로 인해 장군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문인 출신이다. 삶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 책과 벗하는 일이라는 그의 유훈이 사뭇 이해가 간다. 최근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성인들은 보람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중 44.3%, 즉 100명 가운데 44명은 연간 책(전자책·오디오북 포함)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특히 50대 독서율은 전년 대비 8.7%포인트, 60대 이상은 15.8%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의 독서율이 7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더구나 정기적으로 책을 읽는 비율은 2∼3%에 그쳐 국민 대부분은 ‘어쩌다 한 번’ 책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황폐화된 독서 문화가 가져온 결과는 문해력의 저하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한국인의 평균 문해력 지수는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35∼44세부터 평균 아래, 45세 이후에는 하위권, 55∼65세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 인터넷에 텍스트의 내용과 동떨어진 댓글들이 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일까. 독서는 뇌를 발달시키고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독서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늙어가는 뇌가 새로운 자극으로 에너지를 쓰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신체 에너지의 20%를 쓰는 뇌는 가급적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려고 하고, 그를 위해 익숙한 습관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독서를 습관으로 들이지 않았다면 뇌가 독서에 대해 저항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책 읽기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선 책 읽기를 공부 등과 연결하다 보니 책 읽기가 즐거운 경험으로 느껴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면서 집 밖 외출이 제한되고 사람 만나기 힘든 요즘이 책 읽는 습관을 들일 적기다. 독서가 좋다는 뻔한 얘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지금처럼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정신을 가다듬고, 뜻하지 않게 생긴 작은 시간적 여유를 헛되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신하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책들을 읽으라고 유급휴가를 준 것을 ‘셰익스피어 휴가’라고 칭한다. 그만큼 책 읽기를 중시한 것인데, 우리는 굳이 말하자면 ‘코로나 독서 휴가’를 받은 셈이다. 공공도서관들이 문을 닫았지만 드라이브스루 등으로 책 대여는 가능하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서비스도 속속 등장해 마음만 먹으면 책 읽는 환경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독서실태 조사에서 책을 안 읽는 이유로 꼽은 것이 ‘시간이 없어서’였다. 미국 영문학자 수전 와이즈 바우어는 책 ‘독서의 즐거움’에서 “독서는 달리기를 하거나 발성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한 훈련”이고 “매일 30분 독서에 전념할 시간을 만들라”고 했다. 그것도 많다면 단 10분이라도 좋다. 특히 개학이 연기돼 집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은 더 좋다. 사회적 거리는 멀리 두되 책과의 거리는 가깝게 할 때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상변 흑이 살자 실리에서 뒤지게 된 백은 우변 흑 대마를 공략해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공격은 실패를 낳는 법. 먼저 백 96으로 보강하면서 기회를 엿본다. 흑은 ‘설마 대마가 죽겠나’라는 듯 97로 하변 흑 집을 굳혔다. 그렇다면 백도 이젠 공격의 나팔을 불어야 할 때. 백 100은 응수타진. 참고 1도 흑 1로 받으면 백 2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백 104의 헤딩이 묘한 공격. 오히려 상대를 강화시켜 주는 것 같지만 흑의 눈 모양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수다. 흑 107은 생략할 수 없다. 참고 2도 흑 1로 두면 확실히 살지만 백 2로 밀리면 중앙 백 집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흑이 대마 생사를 두고 도박을 걸자 백은 108로 살기를 뿌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77, 79로 평범한 행마로 살자고 했다. 보다 적극적이라면 참고 1도 흑 1로 붙이는 수를 둘 만하다. 백 2로 받으면 흑 7까지 쉽게 수습할 수 있다. 실전보단 통통하게 살 수 있다. 백이 상변 흑돌을 잡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흑 85 때 백은 참고 2도 1로 막고 싶지만 흑 4로 되돌려치는 수에 의해 큰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얼마나 최소한으로 살려주느냐인데 흑 93까지 서로 합리적으로 절충했다고 할 수 있다. 상변 백 진에서 흑이 살아가면서 실리로는 흑이 앞서게 됐다. 관건은 백이 흑을 살려주면서 하변에 쌓은 두터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일단 첫 번째 목표물은 우변에서 중앙으로 나와 있는 흑 대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인해 우하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가 곤란해진 것 같다. 하지만 백 66으로 붙이자 흑은 더 이상 공격을 멈추고 상변 67로 손을 돌렸다. 대마 공격을 본격화하기에는 아직 주변 여건이 덜 성숙했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백 대마의 탄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일단 백은 68로 참는다. 섣불리 응수하다가 중앙 쪽에서 흑이 두터워지면 백 대마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백 70은 참고 1도 1이 정수. 이 수를 뒀다면 참고 1도 흑 2(실전 흑 71)로 끊는 수는 없었다. 백 72로 참고 2도 1, 3으로 두면 흑의 미끼를 문 셈이다. 흑 8까지 백 다섯 점이 잡혀 백이 위태로워진다. 백 76으로 위에서 눌러 가자 흑이 좀 답답해 보이긴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우변 흑이 공격당하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우하 백이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인다. 백은 중앙으로 탈출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특히 흑 57, 59로 백 말을 가르고 나오자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 우변에서 흘러나온 대마만 수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좌변 백 말도 위기에 빠졌다. 두 대마가 엮이면 백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흑 63은 하변 집을 지키겠다는 뜻이지만 좀 아깝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참고도 흑 1로 들여다보고 3으로 끊는 수는 없을까. 성립만 된다면 바둑이 여기서 끝나는데, 백이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백 4로 붙인 뒤 끊는 수다. 백 8까지 우변 흑 두 점을 잡고 살아간다. 그러나 흑 65로 크게 공격하는 자세를 갖추자 백이 여전히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시급한 순서로 따지면 우변 흑 돌 수습이 첫 번째지만 흑은 41, 47로 하변 실리부터 챙겨 놓았다. 우변은 백이 선공을 와도 어떻게든 타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순 도중 흑 43, 45는 응수타진. 나중에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 흑의 배짱 좋은 행마에 백도 칼을 뽑아 들었다. 백 48로 우변 흑을 갈라놓았다. 지금 상황에선 가장 강력한 수다. 백 48 대신 참고 1도처럼 두는 것은 우변 흑이 쉽게 안정해 백이 실리 부족 사태에 빠진다. 백 50은 꼭 필요한 보강. 만약 흑 돌을 공격하는 데 취해 참고 2도 백 1로 뒀다간 흑 2, 4로 끊겨 우하 백 넉 점이 흑의 손에 들어간다. 그런데 흑 51, 53의 경쾌한 행마가 이어지자 우하 백이 오히려 공격당하는 것처럼 보이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귀를 지켜선 실리에서 백이 앞서게 됐다. 게다가 우상 귀를 중심으로 한 백 세력의 골이 제법 깊다. 마야고는 즉각 흑 33, 35의 특공대를 투입해 백 세력 폭파에 나섰다. 이때 백이 평범하게 참고 1도 백 1로 붙여서는 안 된다. 지금은 흑 12까지 흑이 여유 있게 집을 내고 살기 때문. 흑 ‘가’의 뒷맛도 께름칙하다. 한돌은 백 36으로 크게 공격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때 흑이 참고 2도 1처럼 나와 끊으면 백 2로 먼저 붙이는 수가 날카롭다. 흑 3으로 움츠려 받아야 하는데 백 4, 6으로 우변을 키운다. 백 2로 붙여놓은 수로 인해 하변 흑은 뒷맛이 나쁘다. 흑이 A에 두면 우변 흑 말이 쉽게 사는데 마야고는 흑 39로 하변 집부터 늘리기 시작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귀를 굳혔는데, 백 18로 걸친 것은 뒷북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인공지능(AI)이 백 18을 추천한다. 직관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세계가 있다. 백 22에 앞서 백 A와 흑 B를 교환하는 진행도 있다. 이러면 좌하 백 수습은 실전보다 편할 수 있다. 백 22, 24가 좋은 콤비네이션. 흑 25로 참고 1도 1로 두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정석으로 환원된다. 흑은 25로 반발했고, 백 28까지는 많이 두어지는 정석. 그런데 흑 29는 어땠을까. 좋은 곳이긴 하나 지금은 참고 2도 흑 1처럼 귀를 차지해야 했다. AI 시대에는 29처럼 모양 좋은 수보다는 귀의 실리를 먼저 차지하는 수가 좋다고 평가받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예선에서 네 번째로 만난 상대는 홍콩의 ‘마야고(MAYAGO)’다. 마야고는 흑 3으로 바로 3·3에 들어간다. 한돌은 흑 7까지 가장 간명한 정석을 이끈 뒤 잠시 고민한다. 어느 곳의 빈 귀를 차지해야 할까. 한돌의 선택은 우상 귀 백 8이었다. 우하 귀를 차지해도 차이는 없다. 백 10으로는 참고 1도처럼 낮게 걸치는 수도 있다. 실전처럼 높게 걸치면 흑 11은 절대에 가깝다. 흑 15로 A에 둘 수도 있다. 흑 15로 둔 것은 하변에 흑집을 크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만 약간 엷은 모양이다. 프로기사들은 백 16 대신 참고 2도 백 1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흑 2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6까지 이어지는 진행이 백에게 달갑지 않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국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쌍두마차인 줴이와 골락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와중에 NHN이 개발한 한돌이 뒤늦게 등장했다. 아직 줴이와 골락시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바둑 인공지능은 바둑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인공지능 연구 수준과 연계돼 있다. 바둑 인공지능이 강하면 인공지능 전체 수준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돌이 중반까지는 선전했다. 초중반 한돌이 소소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골락시도 실수를 범해 형세가 맞춰졌다. 한돌의 마지막 실수는 흑 119. 이렇게 한 점을 때려낸 것은 흑 대마를 안전하게 살리려는 뜻이었으나 백에게 선수를 내주는 바람에 124의 곳을 빼앗겨서 한발 뒤지게 됐다. 한돌이 참고도처럼 뒀으면 여전히 형세 불명이었다. 골락시에겐 졌지만 이미 2승을 거둔 상태라 본선 진출 가능성은 높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제 백은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흑을 궁지로 몰아넣거나 흑 말을 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냥 흑이 해달라는 대로 해줘도 괜찮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인간처럼 욕심이나 두려움 등 감정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흑 89 때 참고 1도 백 1로 끊어 잡으러 가선 안 된다. 흑 8까지 되치기를 당한다. 흑 99도 정수. 흑이 100의 곳에 둬 패를 만드는 수단이 있으나 백이 패를 하지 않고 A로 이은 뒤 선수를 잡아 105의 곳을 두면 오히려 흑이 손해. 결국 백 106이 놓이자 흑이 돌을 거뒀다. 계속 둔다면 참고 2도 흑 1로 이어야 하는데 나중에 백 ‘가’의 끝내기도 남아 있다. 계가하면 반면 승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8일 열린 KB국민은행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한국물가정보 팀이 셀트리온 팀을 꺾고 종합 전적 2-1로 우승을 차지했다. 팀 우승 상금은 2억 원. 한국물가정보 팀의 신민준 9단이 28연승 중이던 신진서 9단을 꺾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신진서 9단은 이번 바둑리그에서만 22승 무패를 달렸으나 마지막 판에 아쉽게 패했다. 최근 신진서 9단의 기세로 볼 때 이세돌 9단의 32연승 기록을 깰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상변 백 대마 수습의 길은 간단했다. 백 70, 72로 우직하게 막자 사는 궁도가 확보됐다. 이래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 백은 쓸데없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어 흑 73 때 백이 참고도 1로 욕심을 부리면 흑 2로 백 한 점이 선수로 잡혀 차이가 확 줄어든다. 흑은 75부터 백 대마를 건드려 본다. 흑 79가 흑심을 품은 수지만 백 80, 82가 정확한 응수. 상변 백이 완생하면서 백의 승리는 점점 굳어져 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변 백 대마가 살았기 때문에 흑은 이제 점점 급해질 수밖에 없다. 국면의 흐름을 반전시킬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중앙 백도 두터워 꽤 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흑 57은 중앙 백 두터움을 견제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수. 흑 ⊙로 끊은 돌을 활용해 상변 백 대마 전체를 한번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아주 낮은 성공 확률이긴 하지만 이렇게 두지 않으면 비벼볼 언덕이 없다. 백 60은 이상한 행마 같지만 흑의 노림을 꿰뚫어보고 대비한 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수는 참고도 백 1이지만 흑 2를 선수하고 4, 6으로 두면 정말 상변 백 대마의 삶이 위태로워진다. 흑이 65까지 한 점을 살려보지만 백 66의 행마가 제격이다. 백 60의 효과다. 흑은 67, 69로 끈질기게 대마를 노려보는데 힘이 부쳐 보인다. 백이 상변 대마를 깔끔하게 살린다면 결정타가 될 것 같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변 백 대마는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흑 43은 둔탁해 보인다. 원래 참고 1도 흑 1처럼 두는 것이 날렵하다. 하지만 백이 12까지 두 집을 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서 흑 43으로 틀어본 것인데, 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변부터 챙긴다. 흑 47은 백 대마가 좌변에서 한 집 내는 수를 없앤 것. 이제 백은 중앙으로 돌파하거나 내부에서 두 집을 내고 살아야 한다. 그 와중에 백 48이 타이밍 좋은 응수타진이다. 백 50으로 젖힌 수가 흑의 자충을 이용한 타개책. 연결은 할 수 없지만 백 56으로 중앙에서 한 집을 낼 수 있다. 참고 2도 흑 1로 대시해도 백 2가 선수여서 삶이 확보돼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끊음은 비상수단. 일단 축이 성립하지 않기에 가장 강력하게 백을 압박하는 수다. 백도 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일단 백은 32, 34로 축처럼 몰다가 36으로 잇는 것이 최선의 방어다. 흑은 39를 선수한 뒤 손을 돌려 41로 좌변 한 점을 살렸다. 상변에 한창 불이 붙었는데 한가하게 흑 한 점을 살린 것은 뜬금없는 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와 같은 수다. 참고도를 보자. 흑이 상변 백을 계속 공격하려면 5까지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백은 16까지 모든 돌을 말끔하게 수습할 수 있다. 이 진행은 흑이 불리하다. 그래서 흑 41로 지킨 뒤 좌변 백 대마를 노리겠다는 것. 백의 타개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로 맛 좋게 백 한 점을 따낸 뒤 23까지 완벽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 완벽함이 문제였다. 흑은 완생하는 대신 선수를 빼앗겼고, 현재 가장 명당인 24의 곳을 백에게 넘겨줬다. 참고도를 보자. 흑 ⊙처럼 따내지 말고 참고도 흑 1로 이었으면 선수를 잡을 수 있었다. 백 2로 이어 흑 대마가 실전처럼 100% 살아가진 못한다. 하지만 선수를 잡아 흑 3∼7로 두면 공격당할 걱정은 없다. 여기에 상변에 대한 주도권도 흑이 가져올 수 있어 실전에 비해 훨씬 활발한 모습이다. 이랬으면 형세는 알 수 없었다. 백 24는 아무리 봐도 탐나는 곳이다. 흑은 더 이상 고삐를 늦출 수 없다. 흑 27로 상변에 침투한 뒤 29로 끊어 강수를 날린다. 흑 29로 끊은 건 축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 중반 승부처를 맞이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 귀 백은 잡을 수가 없다. 흑이 백을 잡으려면 백 12 때 참고 1도 1로 늘어 둬야 한다. 하지만 참고 1도 백 22까지 외길 수순을 거치면 흑이 안 되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흑 13으로 막았고, 사실상 우상 귀 백은 살았다. 하지만 골락시는 손을 돌려 백 14로 좌하 귀 흑을 잡았다. 만약 백이 우상 귀를 살렸으면 흑은 당장 좌하 귀로 수를 내러 간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패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백이 패를 질 경우 손실이 크기 때문에 4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흑은 5, 7로 쉽게 살 수 있다. 좌하와 우상은 크기가 비슷하지만 골락시는 뒷맛이 개운하게 사라지는 실전을 택한 것이다. 서로 바꿔치기한 셈인데 중앙 흑 19가 이상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