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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및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으로 종전 이후 70년이 넘은 지금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쿠릴 4개 섬 반환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지만 양국 입장 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1일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흉금을 터놓고 논의해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진전시키고 싶다”면서도 “러시아와의 교섭은 전후 70년 이상 남겨진 과제로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 타협안 도출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회담이 정례화되는 것이 기쁘다. 이는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고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한다”며 “평화조약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향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양국은 이에 앞서 14일 모스크바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평화조약 문제를 논의했지만 영토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일본이 이 지역을 ‘북방영토’라 부르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쿠릴 4개 섬은 러시아 영토로 이는 협상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방영토 반환’은 아베 총리가 2021년 임기 종료 전에 이루고 싶어 하는 ‘레거시(유산)’ 중 하나. 아베 총리는 이번을 포함하면 푸틴 대통령과 25차례 정상회담을 거듭하며 이를 위한 길을 닦아 왔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1956년 체결한 ‘소일 공동선언’을 토대로 평화조약 체결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4개 섬의 일괄 반환이 아닌 2개 섬 반환을 요구하는 방안으로 선회하는 등 일단 ‘반환’이라는 성과를 얻는 데 중점을 두는 자세를 취해 왔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영토 문제에 진전을 이루고,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큰 틀에서 영토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국은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소일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러시아가 쿠릴 4개 섬 중 2개 섬을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양국은 수교했지만 평화조약은 아직 체결하지 못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전채은 기자}
일본 방위성이 21일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레이더 전파를 탐지했을 때 기록했다는 ‘소리’를 공개하면서 “한국과 더 이상 실무자 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방위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한국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 비춤) 사안에 관한 최종 견해에 대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더 이상 협의를 계속해도 진실 규명에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협의 계속은 곤란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그러나 “계속해서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의 계속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본 사안에 대해 (한국에) 재차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이날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과 함께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을 공개하며 두 소리의 차이를 설명했다.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은 일정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나는 데 비해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은 ‘삑…삑…’ 하는 식으로 소리가 끊겨 들린다는 것. 방위성은 이 음성파일은 한국 초계함 광개토대왕함이 발사한 레이더를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가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 방위성이 경보음을 공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일 측이 제시한 음은 우리가 요구한 (레이더) 탐지 일시, 방위각, 전자파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실체가 없는 기계음”이라고 반박했다. 레이더 전문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이범석 제3기술연구본부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 측이 공개한 전자파 접촉음(레이더 탐지음)은 많이 가공된 기계음이어서 추적 레이더와 관련된 소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사건 당시 초계기에서 기록한 경보음이란 사실을 입증하려면 일본이 당시 시스템 로그파일 등 부가 정보를 적극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국방부의 설명이다. 한편 일본이 이 문제와 관련한 한일 군 당국 간 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최 대변인은 “일 측이 근거 자료 제시 없이 전자파 접촉음만 공개한 뒤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를 중단한다고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손효주 기자}
유머감각이 뛰어나 ‘괴짜 천재’라 불리는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79) 교토산업대 명예교수. 그는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노벨상 수상식 참가 전엔 해외로 나간 적이 없는 토종 물리학자라는 점, 둘째 일본의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젊은이에게 호기심과 동경을 갖고 세계에 도전하라고 열심히 권한다는 점, 셋째 2005년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9조회 설립에 나서고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법제 개정 반대 운동에 나서는 등 우경화에 저항하는 지식인의 자세를 고수하는 점. 이런 그는 2019년 벽두 세계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0일 교토산업대 연구실을 찾았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는 2009년 2월, 2016년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요. “이 나이쯤 되면 최신 연구보다는 시야를 넓혀 젊은이들에게 폐 안 끼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됩니다. 황당하다 싶은 공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얻으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고…. 가령 상대성이론의 ‘동시각(同時刻)’을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는 현재 이 순간과 물리학에서 말하는 4차원 세계의 현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같은…. 다만 건강을 조금 해쳤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 없다던가. 그는 신년 인터뷰에 응해주면서도 날짜를 가급적 늦추려 했는데, 만나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쓰러져 한동안 말을 못 할 정도로 마비가 왔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는 중이다. 유머감각과 재밌는 대목에서 ‘빵’ 터지는 밝은 성격도 그대로였다. ―바깥 활동은 많이 줄인 겁니까. “역시 나이가 나이인 만큼(웃음). 교토산업대와 나고야대, 두 학교를 오갑니다. 주 3일 정도는 근교에 지은 오두막에서 책 읽는 생활을 하지요.” 그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도 매일 1시간씩 정독한다. 집에서 2가지, 학교에서 2가지 신문을 구석구석까지 읽는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에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뭐가 필요한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당장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기초과학까지 투자와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중심주의를 문제로 꼽았는데요, 요즘은 일본도 비슷한 분위기가 돼 가는 듯합니다. “아베 신조 정권 이후 학계에서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모든 게 경쟁체제거든요. 연구자금을 얻으려면 신청서를 써야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고…. 연구 환경으로는 최악이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빨리 내는 분야에만 자금이 모이면 기초연구나 젊은 연구자들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전제로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경우 정치가 안정되지 않았던 이유도 큰 것 같습니다. 식민지 시대(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늦게 출발했고 북한과의 대치도 있었지요. 여기에 독재정권이 있었고, 잦은 정권교체로 앞 세대의 것이 모두 부정되는 식이어서는 학술 연구 분야는 꽃피기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도 그렇지만 “요즘 젊은이들 불쌍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과거 강조하셨던 ‘호기심’과 ‘동경’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덕목입니까. “그렇습니다. 하나 더, 패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게 많습니다. 학교만 봐도 과학도 학문도 복잡해져서 한 연구자가 전체상을 볼 수 없고 작은 일밖에 못 하죠. 그래도 패기는 필요합니다. 우리 때는 패전 직후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세계를 상대로 뭔가 해야 한다’는 의식이 충만했습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유학도 기피하고 내향적이 됐습니다. 사회나 국가가 좀 더 힘을 실어주고 등을 떠밀어 줘야 하겠죠.” ―최근 한일관계가 몹시 나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웃 국가란 본래 경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이가 좋기 어렵죠.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일본은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매우 많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랬습니다. 일본이 일어선 것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아닌가요. 일본에는 ‘부자는 싸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잃을 게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사사건건 대결자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후 70여 년이 지나면서 세대가 바뀐 탓도 있겠죠.” ―2015년 안보법제 제·개정 때 목소리 높여 반대 운동을 하셨지만 법안은 통과됐고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집념을 갖고 추진합니다. “과거에는 개헌 운운하면 엄청난 반대운동이 벌어졌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방법도 매우 교묘합니다. 헌법 원문은 두고 조항을 추가한달지….” 그는 개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낡은 헌법이니 현대화하자는 주장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겠다는 겁니다.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저야 이제 다 살았고 내 자식들도 스스로 생각할 나이지만 우리 손자들이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싫습니다.” 그는 슬하에 손자가 4명 있고 이 중 제일 큰 손자가 올해 18세라고 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노인들은 조금이나마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어서 전쟁은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아베 총리를 둘러싼 우익들은 궁극적으로는 패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메이지 유신의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고 싶은 거죠. 천황을 국가원수로 해야 한다거나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적 관점이 자꾸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뒤 태평양전쟁 당시처럼 이상한 판단을 해버리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국일수록 자국이기주의 흐름을 보입니다. “각국의 이기주의가 표면화하고 이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가령 유엔 160여 개국이 대국의 이기주의에 끌려가기만 할까요. 미국의 양심도 믿고 싶습니다. 희망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1기로 끝났으면 합니다. 난 인간의 이성을 믿습니다.” 그는 2008년 노벨상 수상식 참가를 위해 처음 여권을 만든 뒤 여러 나라를 가봤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몽골 베트남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 국한됐다. ―한국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에는 세 번 정도 갔지만 어딜 가나 일본인이 참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그렇게 사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줄이야(웃음). 그 정도로 사람의 교류는 많은데 서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일본인의 나쁜 점은 최근 100년 정도 성공했으니 이웃 나라를 내려다보려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조선이 우위였죠. 서로 좀 더 존경, 존중해도 되지 않을지요. 세계가 자국이기주의로 빠지는 상황일수록 한일 두 나라는 서로 도울 길을 찾아 사이좋게 해나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게 결국은 서로 이익이 될 겁니다.” 그가 강조하는 ‘서로에게 이익’이란 말은 상당히 크게 들렸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마스카와 교수의 결론은 늘 실리적이다. 그는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로도 ‘일본이 평화헌법을 지켜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남아있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했다. 그 돈을 기초과학 연구비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일본의 방위비 증가세는 굉장하다. “저도 전쟁의 도구들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전차를 어떻게 주행시키면 몇 m 강판을 뚫을 수 있는가. 이런 건 물리학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이 정치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아베 정권이 무기개발 연구에 대학 연구실들을 끼워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들의 거부 움직임이 큰 것이 재미있더군요. “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인들입니다. 그들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달라질 거예요.”교토=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유머감각이 뛰어나 ‘괴짜 천재’라 불리는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79) 교토산업대 명예교수. 그는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평생 단 한번도 해외로 나간 적이 없는 토종 물리학자라는 점, 둘째 일본의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젊은이에게 호기심과 동경을 갖고 세계에 도전할 것을 권하는 활동에 열심인 점, 셋째 2005년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9조회 설립에 나서고 2015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법제 개정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일본의 우경화에 저항하는 지식인의 자세를 고수하는 점. 이런 그는 2019년 벽두 일본과 한국, 세계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0일 교토산업대 연구실을 찾았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는 2009년 2월, 2016년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요. “이 나이쯤 되면 최신 연구보다는 시야를 넓혀 젊은이들에게 폐 안 끼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됩니다. 황당하다 싶은 공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얻으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고…. 가령 상대성이론의 ‘동시각(同時刻)’을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는 현재 이 순간과 물리학에서 말하는 4차원 세계의 현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같은…. 다만 건강을 조금 해쳤습니다. 갑자기 말을 못하는 마비 증세가 왔어요. 지금도 좀 이상하지 않나요? 후유증이 좀 남았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 없다던가. 그는 신년 인터뷰에 응해주면서도 날짜를 가급적 늦추려 했는데, 만나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쓰러져 한동안 말을 못할 정도로 마비가 왔다. 다행히도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는 중이다. 유머감각과 조금 재밌는 대목에서 ‘빵’ 터지는 밝은 성격도 그대로였다. ―바깥 활동은 많이 줄인 겁니까. “역시 나이가 나이인 만큼(웃음). 교토산업대와 나고야대, 두 학교를 오갑니다. 주 3일 정도는 근교에 지은 오두막에서 책 읽는 생활을 하지요.” 그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도 매일 1시간씩 정독한다. 집에서 2가지, 학교에서 2가지를 구독하며 신문을 구석구석까지 읽는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에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뭐가 필요한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당장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기초과학까지 투자와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중심주의를 문제로 꼽았는데요, 요즘은 일본도 비슷한 분위기가 돼 가는 듯합니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두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이후 학계에서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모든 게 경쟁체제거든요. 연구자금을 얻으려면 신청서를 써야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고…. 조금 큰 연구그룹은 문서 담당자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연구 환경으로는 최악이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빨리 내는 분야에만 자금이 모이면 기초연구나 젊은 연구자들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전제로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경우 정치가 안정되지 않았던 이유도 큰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식민지 시대(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늦게 출발했고 북한과의 대치도 있었지요. 여기에 독재정권이 있었고, 잦은 정권교체로 앞 세대의 것이 모두 부정되는 식이어서는 학술 연구 분야는 꽃피기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도 그렇지만 “요즘 젊은이들 불쌍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기회도 가능성도 닫혀버린 세계 앞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과거 강조하셨던 ‘호기심’과 ‘동경’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덕목입니까. “그렇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패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게 많습니다. 가령 학교만 봐도 과학도 학문도 복잡해져서 한 연구자가 전체상을 볼 수 없고 작은 일밖에 못하죠. 그래도 패기는 필요합니다. 우리 때는 패전 직후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세계를 상대로 뭔가 해야 한다’는 의식이 충만했습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유학도 기피하고 내향적이 됐습니다. 물론 사회나 국가가 좀더 힘을 실어주고 등을 떠밀어 줘야 하겠죠.” ―최근 한일관계가 몹시 나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웃국가란 본래 경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이가 좋기 어렵죠.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일본은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매우 많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랬습니다. 일본이 일어선 것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아닌가요. 일본에는 ‘부자는 싸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잃을 게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사사건건 대결자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후 70여 년이 지나면서 세대가 바뀐 탓도 있겠죠.” ―2015년 안보법제 제·개정 때 목소리 높여 반대 운동을 하셨습니다. 그 보람도 없이 법안은 통과됐고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집념을 갖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헌 운운하면 엄청난 반대운동이 벌어졌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대로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방법도 매우 교묘합니다. 헌법 원문은 두고 조항을 추가한달지….” 그는 개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여전히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낡은 헌법이니 현대화하자는 주장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겠다는 겁니다. 누차 하는 말이지만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저야 이제 다 살았고 내 자식들도 스스로 생각할 나이지만 우리 손자들이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싫습니다.” 그는 슬하에 손자가 4명 있고 이중 제일 큰 손자가 올해 18세라고 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노인들은 조금이나마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으므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아베 총리를 둘러싼 우익들은 궁극적으로는 패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메이지 유신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누리고 싶은 거죠. 천황을 국가원수로 해야 한다거나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적 관점이 자꾸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뒤 태평양전쟁 당시처럼 이상한 판단을 해버리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세계는 대국일수록 자국이기주의 흐름을 보입니다. “각국의 이기주의가 표면화하고 이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가령 유엔 160여 개국이 대국의 이기주의에 끌려가기만 할까요. 미국의 양심도 믿고 싶습니다. 희망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1기로 끝났으면 합니다. 난 인간의 이성을 믿습니다.” 그는 2008년 노벨상 수상식 참여를 위해 처음 여권을 만든 뒤 여러 나라를 가봤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몽골 베트남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 국한됐다. ―한국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에는 세 번 정도 갔지만 어딜가나 일본인이 참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그렇게 사인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줄이야(웃음). 그 정도로 사람의 교류는 많은데 서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일본인의 나쁜 점은 최근 100여년 정도 성공했으니 이웃나라를 내려다보려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조선이 우위였죠. 서로 좀더 존경, 존중해도 되지 않을지요. 세계가 자국이기주의로 빠지는 상황일수록 한일 두 나라는 서로 도울 길을 찾아 사이좋게 해나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게 결국은 서로 이익이 될 겁니다.” 그가 강조하는 ‘서로에게 이익’이란 말은 상당히 크게 들렸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마스카와 교수의 결론은 늘 실리적이다. 그는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로도 ‘일본이 평화헌법을 지켜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남아있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했다. 그 돈을 기초과학 연구비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일본의 방위비 증가세는 굉장하다. “저도 전쟁의 도구들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전차를 어떻게 주행시키면 몇m 강판을 뚫을 수 있는가. 이런 건 물리학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이 정치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아베 정권이 무기개발 연구에 대학 연구실들을 끼워 넣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들 측에서 거부하는 움직임이 큰 것이 재미있더군요. “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인들입니다. 그들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달라질 거예요.” 교토=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마스카와 도시히데 프로필>1940년 일본 나고야 출생1962년 나고야대 물리학과 졸업1967년 나고야대 이학박사, 나고야대 이학부 조수1976년 도쿄대 원자핵연구소 조교수1980년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교수1997년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소장2003년 교토대 명예교수, 교토산업대 명예교수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CP 대칭성 깨짐의 기원 발견)2010년 나고야대 소립자우주기원연구기구 기구장}
14일 러시아와 일본의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평화조약 체결과 영토 문제 교섭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은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심각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15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의 회담이 끝난 뒤 독자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이견이 남아 있음을 숨기지 않겠다. 입장이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상반됐다”며 일본을 견제했다. 그는 양국이 1956년 체결한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협상을 계속할 의지를 확인했으며 “첫걸음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정당한 결과로 쿠릴 4개 섬이 러시아령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교섭 진전은 어렵다는 것이다. 쿠릴 4개 섬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등은 유엔 헌장과 종전 후 체결된 많은 문서에 규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고노 외상은 기자들에게 “영토 문제를 포함해 우리 주장을 명확히 러시아에 전달했다”며 “앞으로 협의에서 쌍방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대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일본은 러시아가 쿠릴 4개 섬을 불법 점거했다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합법적으로 귀속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의 본격적인 교섭은 22일 모스크바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진행한다. 아사히신문은 15일 “러시아와 일본은 지금까지 정상끼리 합의해도 외무성 등이 반대해 협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 정상의 교섭 진전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1956년 체결된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1956년 선언 당시 양국은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쿠릴 4개 섬 중 2개인)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아베 정권은 4개의 섬 모두 반환이 아니라 2개 반환으로 목표를 수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베 정권은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푸틴 대통령과 큰 틀에서 합의하는 게 목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 성과를 바탕으로 지지율을 높이고 2021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 재임 중에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면 정권의 ‘레거시(유산)’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나중 일을 생각해 미리 신청해 두려고요.” 올해 4월 완성되는 일본 오사카(大阪)부의 합장묘 담당 창구를 방문한 여성(78)은 85세의 남편과 단둘이 산다. 몇 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큰 자택을 비우고 역 근처 작은 맨션으로 옮겼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묘지도 있지만 장남(56)은 후쿠시마(福島)현, 장녀(54)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오사카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자택은 빈집이 될 것”이라며 “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합장묘라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양, 즉 제사를 지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그녀는 집안 묘지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유골을 한꺼번에 묻는 공영 ‘합장묘’가 일본 대도시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와 20개 주요 도시 중 13개 지역은 이미 공영묘지에 합장묘를 설치했고 3개 지역은 새로 만들고 있다. 새로 조성 중인 곳까지 포함해 16개 지자체에서 수용할 유골은 2021년 43만 명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고베(神戶)시는 2018년 7월 합장묘를 신설하면서 당초 50년간 1만 명분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3주 만에 3169건이 몰렸다. 60% 가까이가 생전 예약이었다. 사가미하라(相模原)시에서도 부부용 생전 예약 경쟁률이 50 대 1을 넘었다. 교토시는 아예 추첨제를 도입했다. 대도시권에서 합장묘가 급속히 늘어나는 배경에는 초고령화에 의한 사망자 증가가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15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합장묘는 묘지 사용료가 싸고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도 선호된다. 개별 매장의 경우 묘지 사용료로 최소 100만 엔이 필요하지만 합장묘는 10만 엔 이하다. 이곳에 묻히겠다고 생전에 예약하는 사람들은 단카이세대. 자식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이웃과 함께 묘에 묻히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장의 문제 전문가인 시라하세 다쓰야(白波瀨達也) 모모야마가쿠인(桃山學院)대 교수는 “핵가족의 원형인 단카이세대가 고령화되면서 가족이 묘를 지킨다는 개념은 확연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과 함께 묻히는 것에 대한 저항감보다 비용과 관리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묘지가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2025년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37%, 부부만의 가구가 21%로 전망된다. 이미 묘지의 4분의 1은 관리할 후손이 없다는 통계도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따라 나는 학문의 방법을 배웠다. 학문에는 우선 ‘의심’이 필요하다. 그 의심은 지금까지의 통설에 대한 깊은 회의다. 그 같은 긴 의심의 끝에 직관적으로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내게 된다.” 일본의 고대사 연구자이자 철학자로 ‘평화헌법 개헌’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93·사진) 씨가 12일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고인은 통설을 뒤집는 독창적인 이론으로 일본 고대사 분야에 대담한 가설을 전개해 ‘우메하라 고대학’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1972년 나라(奈良)의 고사찰 호류지(法隆寺)와 관련해 쇼토쿠(聖德) 태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가 숨진 뒤 위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 ‘숨겨진 십자가―호류지론(論)’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뿐 아니라 철학과 문학 종교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1980년대 전반에는 일본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중심 기관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와 직담판해 1987년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를 창설하고 초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젊은 시절 징병돼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어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전력과 개전권 보유 금지)의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다른 석학 8명과 함께 헌법 9조 개정 저지를 목표로 한 모임 ‘9조의 회’를 만들기도 했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구상회의 특별고문으로 일했다. 센다이(仙臺) 출신으로 교토(京都)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소장과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 교토시립예술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볼턴이랑 전화는 종종 하는데 내용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네요.” 지난해 12월 말 기자가 정부 관계자에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여전히 북핵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통화는 여전히 하는데 북핵 이슈를 다루는 채널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외교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 시리아 철군 등 중동 이슈에 집중하면서 정의용 실장과 북핵 관련 소통이 과거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 때에 비해 덜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은 화려해 보이지만 동시에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이 중재 역할을 맡으면서 남북미 3각 구도 중심으로 흘러왔던 한반도 외교전이 한층 복잡해질 텐데, 정작 이를 구체적으로 이끌고 갈 4강 외교는 북핵에 다걸기해 온 청와대 주도의 정상외교에 가려진 채 제 힘을 못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북-중 정상회담으로 새해 한반도 외교전의 서막을 연 북한이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 등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면 갑작스레 한반도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구멍 커지는 4강 외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북핵 외교는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게 확실시된다. 그러나 비핵화 정상외교의 주변에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양자 외교 갈등의 불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자나라인 한국의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미국 협상팀을 압박하면서 분담금 협상의 추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대미외교의 첨병으로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 프로세스를 설파해야 할 주미 대사관의 역할도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남북 관계 과속 논란 당시 한국 외교관을 만난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주미 대사관이 싱크탱크와의 접점을 넓히겠다고 나섰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日 갈등 증폭에도 불통-中 사드 갈등 속 외교 공백 레이더 갈등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일본 외교가에서는 “한국과의 소통이 고민”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일 외교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룰 만한 외교전문가가 없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이수훈 주일 대사는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에게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지만 “지금이 그런 말할 때냐”는 냉랭한 반응만 맞닥뜨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특사로 문 대통령을 만났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려 연락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과의 관계도 녹록지 않다. 2017년 10월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 ‘봉인’에 합의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단체관광 제한 등 사드 보복의 빗장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방중 이후 북-중의 밀착이 강화되면서 사드 문제가 다시 한중 관계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노영민 전 주중 대사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영전하면서 현재 주중 대사는 공석이다. 노 전 대사의 복귀 이후 한중 양국은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재개관 문제에 대한 후속 논의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협상 기지개 켜는 北, 정보력 약화 우려 일각에선 4강 외교의 허점을 두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외교 분야 주류 교체 과정에서 축적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강 외교 경험이 있는 전문 외교관을 대신해 실용적 균형외교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다자외교 전문가들이 중용되면서 외교의 기초 체력, 펀더멘털이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 특히 한미일 공조가 퇴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공유 창구도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현 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자산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한미 국가안보회의(NSC) 라인과 남북 정보 라인”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일본과도 별도의 양자협상 테이블을 차릴 경우 한국의 비교우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유엔사령부(유엔사)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유엔사령부 직무 겸직을 줄이는 한편 유엔사령부에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유엔군 참가 16개국의 요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미 제7공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던 유엔군 부사령관 자리를 캐나다군 중장에게 양보했으며 사관급에서도 미군이 맡았던 자리를 영국·호주·캐나다군에게 넘겨주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 전략을 유엔군의 ‘재활성화’라 부른다. 이는 최근 한반도에서 평화협정 체결 움직임이 나오고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미군의 영향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엔사령부에 힘을 실어줘 자국의 ‘아군’을 늘리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9월 25일 미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령부 관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엔군, 한미연합군,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한 그의 발언에 대해 신문은 전직 한국군 장교를 인용해 “유엔군의 기능을 강화하고 싶은 미국의 전략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군은 과거 비무장지대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그 대응을 한국군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는 유엔군이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반을 만들려 한다는 것. 신문은 이같은 움직임은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노 정권이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유사시 미국에 맡겼던 한국군의 작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버웰 벨 당시 주한미사령관은 대신 유엔사령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재활성화’를 추진할 생각을 주위에 내비쳤다는 것. 신문은 나아가 “유엔군의 지위가 높아지면 일본 후방사령부의 역할도 강화될 것”이라는 한국 전문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유엔사령부는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유엔의 군사 작전을 위해 설립됐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6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나중 일을 생각해 미리 신청해두려고요.” 올 4월 완성되는 일본 오사카(大阪)부의 합장묘 담당 창구를 방문한 여성(78)은 85세의 남편과 단둘이 산다. 몇 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큰 자택을 비우고 역 근처 작은 맨션으로 옮겼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묘지도 있지만 장남(56)은 후쿠시마(福島) 현, 장녀(54)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오사카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자택은 빈집이 될 것”이라며 “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합장묘라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양, 즉 제사를 지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그녀는 집안 묘지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유골을 한꺼번에 묻는 공영 ‘합장묘’가 일본 대도시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와 20개 주요도시 중 13개 지역은 이미 공영묘지에 합장묘를 설치했고 3개 지역은 새로 만들고 있다. 새로 조성 중인 곳까지 포함해 16개 지자체에서 수용할 유골은 2021년 43만 명 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면서 과열양상까지 보였다. 고베(神戶)시는 2018년 7월 합장묘를 신설하면서 당초 50년간 1만 명분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3주만에 3169건이 몰렸다. 60% 가까이가 생전예약이었다. 사가미하라(相模原) 시에서도 부부용 생전예약 경쟁률이 50배를 넘었다. 교토시는 아예 추첨제를 도입했다. 대도시권에서 합장묘가 급속히 늘어나는 배경에는 초고령화에 의한 사망자 증가가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 연간 사망자는 151만 명에 달하게 된다. 합장묘는 묘지 사용료가 싸고 관리가 필요없다는 점에서도 선호된다. 개별 매장의 경우 묘지 사용료로 최소 100만 엔이 필요하지만 합장묘는 10만엔 이하다. 이곳에 묻히겠다고 생전에 예약하는 사람들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 자식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이웃과 함께 묘에 묻히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장의문제 전문가인 시라하세 다쓰야(白波瀨達也) 모모야마(桃山)학원대 교수는 “핵가족의 원형인 단카이세대가 고령화되면서 가족이 묘를 지킨다는 개념은 확연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과 함께 묻히는 것에 대한 저항감보다 비용과 관리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묘지가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2025년 전체 세대에서 1인 세대의 비중이 37%, 부부만의 세대가 21%로 전망된다. 이미 묘지의 4분의 1에서 계승자가 없다는 통계도 나온다. 관리되지 않는 묘들은 무연고 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공무원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제도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끌어올리고 △60세 이상 공무원 급여를 60세 전의 70% 수준으로 억제하며 △60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관리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정년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해 2021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정년 연장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중 60세 이상 급여를 60세 전의 70% 수준에서 억제하는 것은 ‘한시적 조치’로, 60세 미만의 급여와 연계해 조정한다는 규정을 뒀다.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에 손을 대 50대부터 60대의 급여 인상 커브를 완만하게 만들어 총인건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50대부터 급여 수준이 서서히 억제되는 형태가 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 제도를 정부와 민간기업이 모두 실시하고 있으나 급격한 임금 삭감이 문제가 됐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2015년 6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년 전인 60세 직전 임금을 100이라 가정할 때 61세의 임금은 대기업(종업원 1000명 이상)의 25.8%에서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이 지난해 12월 기업 대표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용을 연장할 때 임금 수준은 ‘정년 전의 70%’와 ‘50%’가 각각 18.6%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60세 이상 공무원이 개인의 체력과 사정에 맞춰 단시간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60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관리직에서 제외하는 ‘관리감독직 근무상한연령’(가칭)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전문성이 높아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위 등에 한해 유임을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둔다. 이 경우 60세가 돼도 급여 삭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년 연장의 시기와 속도는 2021년도에 61세부터 2년에 1세씩 연장하는 안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이 경우 2029년 65세 정년제도가 완성된다. 다만 일각에서 3년에 1세씩 연장하자는 안도 있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공무원 고용 체계의 변화가 민간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방공무원 고용체계도 자동으로 수정하게 된다. 후생노동성의 2017년 조사에서는 정년이 65세인 기업 비율은 20%에 못 미쳐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65세까지인 현행 ‘계속고용 연령’을 70세까지로 연장하고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70세 이후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신문은 이번 공무원 정년 연장은 그 일환으로 일본의 고용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한꺼번에 손대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9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한국 법원으로부터 압류 통보가 온 것이 확인됐다며 한국 정부에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양국 간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후 일본이 청구권협정 협의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招致)해 이같이 요청했다. 외무성은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일한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 요청’ 담화도 발표했다. 외무성은 담화에서 “지난해 10월 30일 및 11월 29일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권협정 제2조에 분명히 반하는 것”이라며 “양국에 청구권협정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신일철주금의 자산 압류가 확인되는 대로 한국 정부에 청구권협정 제3조 1에 기초한 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는 정부가 9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한국법원으로부터 압류 통보가 온 것이 확인됐다며 한국 정부에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양국간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한일 기본조약 체결 후 일본이 청구권 협정 이후 일본이 청구권협정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외무성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대사를 초치(招致)해 이같이 요청했다. 이어 외무성은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일한청구권협정에 일한 청구권 협정에 따른 협의 요청’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요청‘ 담화도 발표했다. 외무성은 담화에서 “지난해 10월 30일 및 11월 29일 일본기업에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일한 청구권협정 청구권 협정 제2조에 분명히 반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것을 포함,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청해왔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치는 구체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장했다. 이어 담화는 ”이같은 가운데 9일 오후 일본기업에 재산 압류 신청이 승인됐다는 취지의 통지가 온 것이 확인됐다“며 ”한일 양국에 청구권협정의 청구권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는 것은 것이 분명하며 이에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협정 제 3조 1에 기초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신일철주금의 자산압류가 자산 압류가 확인되는 대로 한국 정부에 청구권 협정에 따른 협정 협의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했다. 한일청구권 협정 제 3조는 협정에 대해 관한 양국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발생하면 우선 양국간 협의를 하고 하고, 협의가 안되면 안 되면 제3의 중재위에 의한 중재 절차에 들어가며 들어간다. 이후 최종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수순을 밟게 돼 있다. 밟는다. 이를 감안할 때 일본의 이번 양국간 협의 요청은 요청이 ICJ 제소를 위한 명분쌓기가 될 수 있다.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공무원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제도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끌어올리고 △60세 이상 공무원 급여를 60세 전의 70% 수준으로 억제하며 △60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관리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정년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 2021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연장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중 60세 이상 급여를 60세 전의 70% 수준에서 억제하는 것은 ‘한시적 조치’로, 60세 미만의 급여와 연계해 조정한다는 규정을 뒀다.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에 손을 대 50대부터 60대의 급여인상 커브를 완만하게 만들어 총 인건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50대부터 급여수준이 서서히 억제되는 형태가 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 제도를 정부와 민간기업이 모두 실시하고 있으나 급격한 임금삭감이 문제가 됐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2015년 6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년 전인 60세 직전 임금을 100이라 가정할 때 61세의 임금은 대기업(종업원 1000명 이상)의 25.8%에서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이 지난해 12월 기업 대표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용을 연장할 때 임금수준은 ‘정년전의 70%’와 ‘50%’가 각각 18.6%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60세 이상 공무원이 개인의 체력과 사정에 맞춰 단시간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60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관리직에서 제외하는 ‘관리감독직 근무상한연령(가칭)’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전문성이 높아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위 등에 한해 유임을 인정하는 예외규정을 둔다. 이 경우 60세가 돼도 급여삭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년연장의 시기와 속도는 2021년도에 61세부터 2년에 1세씩 연장하는 안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이 경우 2029년 65세 정년제도가 완성된다. 다만 일각에서 3년에 1세씩 연장하자는 안도 있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공무원 고용 체계의 변화가 민간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지방공무원 고용체계도 자동으로 수정하게 된다. 후생노동성의 2017년 조사에서는 정년이 65세인 기업 비율은 20%에 못 미쳐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65세까지인 현행 ‘계속고용연령’을 70세까지로 연장하고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70세 이후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신문은 이번 공무원 정년연장은 그 일환으로 일본의 고용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한꺼번에 손대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7일부터 일본을 떠나는 내외국인에게 1인당 1000엔(약 1만400원)의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걷는다. 이는 지난해 4월 11일 일본 국회에서 가결된 관련법에 따른 것이다. 부과 대상은 2세 이상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일본에서 해외로 향하는 여객선과 항공기 요금에 출국세가 더해진다. 다만 항공편 환승을 위해 입국해 24시간 안에 떠나는 여행객, 악천후나 비상사태 등으로 일본 항구에 부득이하게 정박한 국제 크루즈 승객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국의 대사나 국빈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일본 정부는 출국세 도입을 통해 2019년 한 해에만 500억 엔(약 5200억 원) 규모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확보된 세수는 공항의 입출국 절차를 원활하게 하는 안면인식 게이트 정비, 관광지 다언어 해설 강화, 캐시리스 결제에 대한 대응 정비 등에 사용된다. 한국은 1997년부터 항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출국납부금으로 항공기는 1인당 1만 원, 선박은 1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했으나 2004년부터 외국인도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금 공무원은 특정인에 대한 봉사자가 돼 버린 느낌이 있다.” 일본 원로 정치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2·사진) 전 중의원 의장의 일갈이다. 그는 7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의 제1번지(기본 원칙)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의 주제는 ‘다약(多弱) 야당의 나아갈 길은’이란 제목 아래 야당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2012년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이어지면서 ‘아베 일강(一强)’의 모습이 일본 정계를 뒤덮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고노 전 의장은 “권력을 한곳에 집중해서 민주주의가 잘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 1, 2년 사이 국회에서 공무원의 답변 거부와 공문서 조작 문제가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공무원이 특정인에 대한 봉사자가 돼 버린 듯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회에서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를 겨냥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 및 이와 관련한 문서 조작 사태로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고노 전 의장은 “민주주의는 야당의 존재 없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갑자기 다수결로 결정하면 그것을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현재 야당들의 문제점은 선거에 약하다는 점”이라며 “선거에서는 다른 당과 협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방적으로 이념만 주장하면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무력해진다”고 일침을 놓았다. 일례로 그는 1986년 자신이 이끌던 ‘신자유클럽’이 자민당에 합류했을 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이걸로 레프트윙이 넓어졌다. 잘됐다”고 기뻐했던 일을 털어놨다. 고노 전 의장은 “정권을 맡을 때도, 야당이 집권 여당의 폭주를 멈출 때도 전선은 가능하면 넓은 쪽이 좋다”며 “집권당을 무너뜨리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므로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전 의장은 1993년 자민당이 야당이던 시절 총재를 지냈고 같은 해 관방장관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현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그의 장남. 2009년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017년 8월 일본 미에(三重)현 공업단지 인근에서 브라질 국적의 소녀(당시 6세)가 학대를 당한 흔적을 가지고 숨진 채 발견됐다. 소녀는 같은 해 봄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브라질인 어머니가 “브라질인 학교로 전학시키겠다”며 학교에 ‘제적’을 요청했다. 불과 1개월 전 일이었다. 만일 이 소녀의 국적이 일본이었다면 초등학교는 먼저 앞으로 옮길 학교를 확인하고 전학 직전까지 학적을 유지해 교육의 기회를 이어준다. 하지만 외국 국적의 아이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행정기관에서는 전학할 학교를 확인할 의무가 없었고 학교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취학불명’인 상태의 사각지대에서 어머니와 동거하던 남성의 학대 끝에 무참한 모습으로 발견돼야 했다. 일본에 주민등록을 둔 초·중학교 취학연령의 외국적 자녀들 중 적어도 약 20%인 1만 6000명이 학교에 다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취학불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의무교육 연령대의 외국인 자녀가 많은 상위 10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2개월간 자체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100개 지자체에 주민등록된 6~14세 아동은 7만 7500명으로 이중 5만 7013명이 공립 초중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다. 또 3977명은 외국인학교나 프리스쿨 등에 다니고 있었다. 취학불명인 약 20%는 △집에는 있지만 취학하지 않았거나 △일본에 주민등록을 남긴 채 귀국한 사례 △사립이나 외국인학교에 다니지만 파악이 안 된 경우 등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추정했다. 지자체 별로는 주민등록자수가 약 4800명으로 가장 많은 요코하마 시에서 30%에 해당하는 약 1400명이, 2번째로 많은 오사카시에서 30%인 1307명이, 세 번째인 도쿄도 에도가와구에서는 절반인 1030명이 ‘취학불명’이었다. 외국적 아이들의 취학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외국적의 경우 일본인과 달리 자녀를 초중학교에 보낼 의무가 없으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외국인 생산직 노동자에 문호를 여는 법안을 사상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2019년부터 향후 5년간 34만명대의 외국인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신문은 “외국인 자녀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대책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맡겨져 있어 문제”라며 “미취학인 채 방치된 아이들이 없도록 외국인노동자 자녀에 대한 교육문제에 국가가 나서 지표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대한 징용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원고 측 변호사와 지원단체가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회의를 열고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사죄와 배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변호사 측과 지원단체는 이달 협의를 요청한 뒤 다음 달 말까지 답변을 요구하기로 했다. 만약 답변이 없거나, 답변을 해도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압류 절차를 통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1억∼1억50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근로정신대에 근무한 피해자의 배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대법원은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미쓰비시중공업이 80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2000년 5월 처음 시작된 소송이 18년 6개월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하지만 소송이 지연되는 가운데 원고 5명은 모두 숨졌다. 소송의 원고 대리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압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제소하지 않았던 징용 피해자를 포함해)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화해를 원한다”고 말했다.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 내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으로는 1000건이 넘는 특허·상표등록과 관련 회사에 대한 채권이 있다고 평가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국방부가 레이더 조준 논란과 관련해 일본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영상을 8개 언어로 전파하기로 하면서 ‘레이더 갈등’이 점차 한일이 서로 물러서기 어려운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불거진 과거사 갈등이 군사 분야로까지 번지면서 한일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일본의 입장을 반박하는 영상에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자막을 입혀 유튜브에 게재하기 위해 번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 한국어와 영어 자막으로 제작한 4분 27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한 데 이어 추가로 6개 언어 자막이 들어간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배포하겠다는 것. 일본의 주장이 국제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제작한 이 동영상은 지난해 12월 20일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북한 어선에 대한 구조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본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당시 일본 초계기가 위협 저공비행을 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국방부의 반박 영상에 대해 “일본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방위성은 “광개토대왕함의 초계기에 대한 화기관제(추적) 레이더 조사는 예측 불가한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로 매우 유감”이라며 “향후 한일 방위당국 간 필요한 협의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정면 맞대응을 피한 채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나 레이더 갈등이 한일 군사당국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제 여론전으로 비화되면서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6일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이번 사안을 언급할 경우 한일관계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레이더 논란은 양국 군 당국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양국 군 당국 실무진끼리는 해결하자는 의지가 있지만 양측 국가 지도자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상 직접 대응하는 국면”이라고 했다. 특히 군 내부에선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휘청거리던 한일 간 안보협력이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관계는 북한을 압박할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갈등 국면은 북한이 박수치며 좋아할 상황”이라고 했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11월 체결한 GSOMIA는 한반도 유사시 한층 신속한 군사적 대응을 위해 북핵 및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비롯한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GSOMIA 연장에 부정적이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아직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지난해 8월 이 협정을 1년 연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GSOMIA는 한일 양국이 서로가 필요해 어렵사리 맺은 협정인 만큼 양국 모두 GSOMIA까지 건드리는 부담을 지려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정부 입장에선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안을 꽃놀이패가 될 수 있는 만큼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를 신청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제법에 근거한 의연한 대응을 하기 위해 관계부처에 구체적 조치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송된 NHK ‘일요토론’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와 관련한 압류를 향한 움직임은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로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 “(이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배상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3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PNR’의 한국 자산을 압류해 달라며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기업에 자산보전 조치가 취해질 경우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하는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검토에 들어갔다고 5일 보도했다. 이 같은 수순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 경로로 해결하며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3국을 포함해 중재 조치를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ICJ에 회부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만약 법원이 압류 조치를 내리면 일본 측은 정부 간 협의 신청을 거쳐 중재 수순을 밟겠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한국에 대한 공세에 나선다는 노림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총리는 헌법을 바꿔 2020년 시행하겠다는 방안에는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스케줄(일정)을 정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7년 5월 ‘평화 헌법’의 핵심 조항으로 불리는 9조 1항(전쟁·무력행사 영구 포기)과 2항(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남겨두고 자위대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구체적 개헌안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추진에 대해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도움)가 되므로 미국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