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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사태’의 수습 방안을 찾기 위해 야당이 요구해 온 조건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시간 벌기용 국면전환 카드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거듭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야당도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준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차후 (총리)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 그런 취지를 잘 살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야당은 그동안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박 대통령이 이 가운데 사실상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인선을 수용하고, 새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내각 구성 권한을 왜 (총리에게) 넘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실질적 권한이 바로 장관에 대한 총리의 임명제청권”이라며 “총리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 등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지, 박 대통령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앵무새처럼 ‘통할’이라는 말만 하고 갔다”며 “내각 지명권을 주고 청와대가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어렵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은 하야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 자신은 아무 입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 카드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며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주신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며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내부적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데 어려운 경제 위기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국회가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은 그동안 영수회담 성사의 조건으로 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해왔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민심이 나날이 악화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엔 종교계 원로들과 만나 여론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7일 오전 청와대로 염수정 추기경을 초청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오후에는 개신교 원로인 김장환 김삼환 목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종교계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현 시국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의견을 경청하면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등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종교계 원로들과의 만남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30일 시민 사회 원로들과 만나 여론을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면담에 대해 “정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에서 정국 수습책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과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은 이날 회담을 공식 제안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한 실장과의 면담 자체를 거부하는 등 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내분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대통령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탈당을 촉구했다.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김성원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 탈당 요구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장택동 will71@donga.com·강경석 기자}
대통령비서실 정비는 일단락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하면서 눈과 귀 역할을 해왔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역할을 누가 대신하고 있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또 박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췄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구속됐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이 새로 충원된 참모들로부터 정국 상황과 수습책에 대해 어느 정도 보고를 받는지는 또 다른 관심 포인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지금이 위중한 국가적 위기라는 걸 비서진이 왜 모르겠느냐”며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매일 대책을 논의하고 박 대통령을 만나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습책 논의는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허원제 정무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등 ‘정무라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비서진이 하루에 2, 3차례 대통령을 만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비선 논란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라도 참모진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과도 소통하면서 정국 수습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의 청와대 시스템하에서는 ‘3인방’ 중 특히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의 문고리 역할이 컸다. 정 전 비서관은 각 수석실 및 정부 부처의 보고 내용을 사전에 검토한 뒤 박 대통령에게 올리고,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최종 정비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부속실을 거쳐 보고서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만 ‘검토’를 하는 역할을 대체할 사람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각 수석실에서 더 철저하게 보고서를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가톨릭과 개신교 원로들을 만난 것은 종교계와의 소통을 통해 ‘최순실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사교(邪敎·사이비종교)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종교계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국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가 ‘책임총리제’ ‘2선 후퇴’에 대해 야당과 다른 견해를 밝히면서 수습 방안을 둘러싼 혼선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염수정 추기경과 김장환 김삼환 목사를 각각 40여 분간 만났다. 청와대는 정진석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에게도 만나자는 의사를 전했으나 정 추기경은 건강상 이유로, 김 대주교는 해외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김장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순종하라’는 의미를 담은 성경 로마서 12장을 읽었다고 한다. ‘민심을 잘 읽고 따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죽으면 산다”며 자신을 내려놓으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고 한다. 김삼환 목사는 “충심으로 직언해줄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말씀을 새겨듣겠다”며 경청했지만 원로들의 조언에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대국민 담화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원로들만 초청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개신교 목사는 “박 대통령이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는데 아직도 폭이 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론 수렴’ 행보를 이어가며 추가 해법을 내놓지 않는 사이에 정국 수습 방안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헌정 중단 사태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의 탄핵이나 하야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다. 이어 “총리에게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주겠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책임총리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모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헌이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에서 물러나 일하는 그런 상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2선 후퇴라는 게 법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총리가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야당은 청와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책임총리제 비슷하게 해서 재가를 본인이 계속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거국내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치는 물론이고 외치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서정보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2주일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고 상황은 악화 일로다. 내용이 부족하거나 순서에 맞지 않는 처방을 내놨기 때문이다. 여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자료 등이 담긴 ‘최순실 태블릿PC’의 존재가 확인되자 박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신속한 대응이었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95초 동안의 사과에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없었다. ‘부실 사과’ 비판 속에 역풍을 자초하는 결과가 됐다.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박 대통령의 사과 닷새 뒤인 지난달 30일에야 이뤄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통령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 수석비서관 4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타이밍이 늦는 바람에 효과가 적었다. 지난주에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개각 발표(2일),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진 인선(3일), 대국민 담화(4일) 등 일련의 조치를 숨 가쁘게 내놨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다. 청와대 참모진을 먼저 정비한 뒤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대통령이 담화를 하고, 야당과 협의하면서 개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또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열흘 전보다 진일보한 사과를 했지만 ‘책임총리제’ 등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여전히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어렵게 내놓은 사과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혼란의 2주일’이 지나면서 이제 박 대통령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도왔던 참모들은 사라졌고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지지율 5%’라는 여론의 강한 찬바람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눈을 국민에게 맞추고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책무는 헌정을 유지하며 국정 혼란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다음 정권이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찔끔찔끔하지 말고 쓸 수 있는 카드를 ‘한목’에 꺼내야 할 때다.장택동·정치부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12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이번 주 안에 여론의 흐름을 돌리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5일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의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청와대는 6일 오후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한 실장은 “5일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국민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12일 열릴 예정인 민중총궐기대회에 5일 집회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4일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수용 불가’라는 응답이 57.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미흡하나 수용’(28.6%), ‘대국민 사과로 충분’(9.8%) 등 10명 중 4명은 ‘수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여론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외하고는 이번 주에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해법 마련에 전념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과제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영수회담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 단초라고 보고 회담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도 야당과 어느 정도 조율이 된 뒤 국회로 보낼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 등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면서 대국민 담화에서 빠진 책임총리 권한 문제를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야당을 설득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회담 성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야당이 김 후보자를 끝내 거부한다면 청와대로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다면 총리 인선 및 거국내각 구성도 정치권에 넘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선을 긋는 효과는 있지만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최저치인 5%(한국갤럽 1∼3일 조사)로 떨어진 4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했다. 이날 검찰 및 특별검사의 수사 수용 방침을 밝히는 등 자신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지난달 25일 ‘95초 대국민 사과’에 비해 한층 진전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책임총리제’나 ‘2선 후퇴’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없었다. 이에 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여론의 반응이 정국 흐름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태는 모두 내 잘못이고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운영 개입 여부에 대해선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최 씨와 관련해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나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을 두고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총리를 지명하게 된 이유와 권한 분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지금 국정의 중심자로서 장관 임명과 해임 권한을 총리에게 준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박 대통령이 명확하게 뜻을 밝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4일 짙은 회색 상하의 차림으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수척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듯 눈자위에 붉은 기운이 엿보였다. 발언 도중 목소리가 여러 차례 떨렸고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이날 담화는 오전 10시 반부터 9분 20초에 걸쳐 생중계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95초 동안 이뤄진 ‘녹화 사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글픈 마음” “괴롭기만 하다” “가슴이 찢어진다” “참담” “사죄” “자괴감” 등 감성적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지자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국정 수습 방안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① 미르-K스포츠 설립 관여 의혹]“국가경제 위해 추진… 수사 걸림돌 될까 말못해”두 재단 거론 안해… “특정인이 이권” 최순실 잘못 강조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일 담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구체적 해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헌신적으로 뛰어줬던 공직자들과 선의의 도움을 줬던 기업인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간접적인 표현만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한 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두 재단 설립은 이와 관련된 일인데 최순실 씨 등이 개입하면서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에 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조사를 받으면서 구체적으로 진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민에게 다시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해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이제 수사 초반인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이 해명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② 최순실과의 관계]“홀로 살며 챙길 개인사, 오랜 인연 최순실 도움 받아”사이비 종교-굿판 부인… 최순실에 의존 이유는 해명 부족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다.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관여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과의 ‘직거래’가 있었는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를 통해 이익을 챙겼는지 등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는 박 대통령만이 정확히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4일 담화에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개인적 친분에 대해선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만 했던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했다. 최 씨가 의상 공급 등 박 대통령의 ‘잔일’을 맡아 주면서 교류가 이어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어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씨에 대한 신뢰를 최 씨가 악용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족 간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낸” 박 대통령이 왜 최 씨와의 왕래는 끊지 못했고 청와대의 보좌진 대신 최 씨에게 ‘여러 개인사’를 맡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추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심지어 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인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이 종교적으로 연결됐고, 최순실 씨와도 종교적 관계 때문에 가깝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것에 적극 반박한 것이다. [③ 국정운영 어떻게]“대통령 임기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돼야”나를 조사하되 국정 정상화 맡겨달라는 의지 표현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검찰과 특별검사 조사를 수용한 만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임기’ 문제를 언급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해석이 분분했다. 담화의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정치권 안팎의 하야나 2선 후퇴 요구에도 직접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담화에 책임총리제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실제 야권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전제로 야권에 거국내각 주도권을 줄 생각은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 및 특검 수사에 협조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걸 포함한 발언 아니냐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국정 정상화의 절박감을 나타낸 듯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언급에 대해 “정치권이 심각한 국정 공백을 해결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이나 하야를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4일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한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열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며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며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들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어제 최 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맡겨준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와 종교 지도자들,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임명함으로써 정책조정수석을 제외한 수석급 이상 대통령비서실 인사는 마무리됐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은 4선 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지낸 동교동계 인물이다. 특히 19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까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뒤 15년 만에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 두 명의 대통령을 비서실장으로 보좌하는 첫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1999년 당시 이른바 ‘옷 로비 사건’으로 청와대가 흔들릴 때 비서실장으로 투입돼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2012년 10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왔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통해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회복하고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국을 수습하고 대통령이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74세인 한 비서실장 발탁으로 박 대통령이 60대 후반 이상의 원로급을 비서실장으로 선호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허태열·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68세, 김기춘·이원종 전 비서실장은 74세에 임명됐다. 그러나 야권은 박 대통령이 전날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에 이어 연일 야권 출신 인사를 내세워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야권) 코스프레 인사”라며 “제2의 허수아비 실장, 검찰보호 수사보호용 민정수석,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해 나간다면 야권 협조도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와 한 비서실장을 향해 “그분들은 이미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에서 보따리를 쌌던 사람들”이라며 “제발 DJ, 노 얘길 안 했으면 한다. 하늘나라에서 화내신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한 비서실장에 대해 “아주 가깝다”면서도 “대통령이 안 바뀌면 (한 비서실장과) 소통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허원제 정무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국제신문, 경향신문, KBS, SBS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18대 총선 부산진갑에서 당선됐다. 2014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국정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건 검찰 수사 진행 상황과 여론 등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적으론 조사 수용 시 탄핵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씨 사건에 대해 국민이 추호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방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김병준 후보자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재단 모금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도 베일에 싸여 있다. 따라서 최 씨와의 관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기업에 모금을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솔직하게 밝힌 뒤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에도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박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로 ‘수사에 반대한다’는 응답(21.2%)의 3배 이상이었다. 또 박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응답자도 55.3%에 달했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있겠느냐”며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써야 할 상황이고 물러설 곳도 없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74), 신임 정무수석에는 허원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65)을 각각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의 사표를 수리한 데 따른 것이다. 신임 민정,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미 임명됐기 때문에 정책조정수석만 공석으로 남게 됐다. 한 신임 비서실장은 4선 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노사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오랜 경륜과 다양한 경험,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보좌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신임 정무수석은 국제신문과 경향신문, KBS, SBS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일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을 발표함으로써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청와대 참모들은 “신임 총리가 임명되면 내치를 전담하고 박 대통령은 외치만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치에 관해서는 ‘2선 후퇴’라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마이웨이’ 스타일이 또 드러났다는 시각이다.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면 돌파로 국정 난맥이 더 심각해졌다”는 여론의 역풍이 불면서 정국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역풍 맞는 승부수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앞으로 정국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총리 교체를 발표한 것은 총리 및 장관 임명을 비롯한 국정 운영의 전권을 국회에 넘기라는 야당 방식의 거국내각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낙점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야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라고 봤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의 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야당과 협의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자인 김 후보자가 개헌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 뒤 개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 공백 장기화는 막아야 한다”며 개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사태 속에 경제 위기가 가중되면서 원로들과 재계에서 “경제사령탑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개각 시계가 빨라진 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하야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9.2%, 박 대통령의 하야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67.3%였다. 검찰의 칼끝이 점점 박 대통령을 향하면서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야당은 청와대의 ‘불통’을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개각 발표 전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곧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로 알린 뒤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야당 지도부가 받지 않자 다시 개각 내용을 상세하게 문자로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먼저 “책임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준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진의가 알려지면 여론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3일 기자회견에서 책임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 등을 설명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적 개편 완료 뒤 추가 입장 표명 가능성 박 대통령은 당분간 인적 개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현재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한 인선을 이번 주에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총리가 임명되면 협의를 거쳐 추가 개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최 씨 수사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밝힐 것으로 청와대와 여권은 전망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나도 조사를 받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과 야당의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탈당을 하면서 정치권과 선을 긋는 것도 수습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까지 탈당 요구에 동조하고 나설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정국 수습 방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전격적으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개각을 발표했다. 이에 야당이 “박 대통령이 일방통행 국정운영 스타일을 못 버렸다”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등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개각 철회 요구가 나오고 있다. ‘최순실 정국’의 분수령이 될 이번 개각에서 박 대통령이 끝내 정치권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일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62),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57),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64)을 각각 지명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에게 ‘책임총리’ 역할을 맡겨 정국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냈고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 후보자도 노무현 정부에서 여가부 차관을 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김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며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책임총리 권한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겠죠”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새 총리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줄 것인지 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개각을 단행한 것을 놓고 야당은 개각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인사 발표 전 야당 지도부에 개각 내용을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총리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적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면 임명하기 어렵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개각을 비판하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분노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일방적으로 개각 명단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현 국민대 교수)을 내정했다. 신임 경제부총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인선을 서두른 것은 '최순실 사태'로 흔들리는 국정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볼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며 "현재 직면한 여러 난제들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각을 탄탄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 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된 김 교수를 책임 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3월부터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후보자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경제국장,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박 후보자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현 국민대 교수)을 내정했다. 신임 경제부총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인선을 서두른 것은 '최순실 사태'로 흔들리는 국정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볼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며 "현재 직면한 여러 난제들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각을 탄탄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 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된 김 교수를 책임 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3월부터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후보자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경제국장,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박 후보자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핵심 참모들마저 모두 떠나보낸 ‘고립무원(孤立無援·고립돼 구원을 받을 데가 없음)’의 처지가 됐다. 늘 강인하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던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청와대에서 주한 독일대사 등에게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다. 행사장에 들어올 때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는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가진 것은 닷새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혼자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많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새누리당 상임고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문할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이라 다소 놀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이홍구 고건 전 국무총리 등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상당히 가라앉은 분위기로 때때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구체적인 사안을 지적하기보다는 “언론과 국회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 달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 달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늦었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의기소침한 모습이라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면담 직전까지 “단단히 쓴소리를 해야겠다”던 몇몇 참석자도 박 대통령의 침통한 표정에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혼잣말처럼 “제가 사교(邪敎·사회에 해를 끼치는 종교)에 빠졌다고까지 하더군요”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와 ‘종교적인 배경’으로 연결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답답한 심경을 밝히면서 적극 부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직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연일 제기되는 의혹에 해명이나 반박을 하기보다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검찰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고, 안 전 수석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한편 2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 대행 자격으로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최순실 씨가 안봉근 전 대통령제2부속비서관의 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관저에서 숙박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채널A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최 씨가 안 전 비서관의 차량을 타고 관저에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최 씨는 대통령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뒤 잠을 잔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 원장’을 분석해 “2013년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 본관에 669만 원짜리 최고급 침대를 포함해 침대 3개가 반입됐다”며 용도를 따진 게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침대들이 본관이 아닌 관저에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김치냉장고 등 가재도구를 구입한 것도 최 씨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증거라고 채널A는 전했다. 최 씨는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한 뒤 기다리다 안 전 비서관의 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은 안 전 비서관이나 당시 제2부속실 소속 이영선 행정관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대통령 관저를 출입하는 과정에서 윤전추 당시 제2부속실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정윤회 씨도 2014년 5월 최 씨와 이혼하기 전까지는 함께 관저를 출입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외부인이 청와대를 출입할 때에는 예외 없이 청와대를 경호하는 경찰 101경비단의 검문검색을 받는다. 최 씨는 검문검색을 피하기 위해 안 전 비서관의 차량 뒷좌석에 탄 채 장관급이 이용하는 이른바 ‘11문’(청와대 정문)을 통해 관저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차량이 청와대 본관에 가는 것은 검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최 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해 왔다. 지난달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에 관한 질문에 “내가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다”며 “대통령이 그런 것을 용납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jtbc는 1일 최 씨 조카의 처남인 김모 씨가 총무비서실에서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김 씨가 물품구매 담당자로 근무했던 2013년 청와대가 몰카 2개를 구입했으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한 지인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청와대 직원들이 몰카로 서로를 견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최석호 채널A 기자}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2013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박근혜 대통령은 투명한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러나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 4·13총선에서 여당 참패, 북한의 4·5차 핵실험, 경제위기 등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원칙을 믿었다. “비선의 개입을 막기 위해 친동생들과의 왕래마저 끊었다”는 박 대통령의 노력을 믿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통해 그 믿음이 깨졌다. 최순실 씨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아직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박 대통령 행적 중 의문스러운 것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최 씨 때문 아니냐”는 식의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에서 많은 비선이 등장했지만 ‘수렴청정(垂簾聽政·어린 왕이 즉위했을 때 성인이 될 일정 기간 동안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국정을 대리로 처리하던 일)’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은 그동안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은 배신감 때문에 허탈해하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던 사람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시쳇말로 ‘멘붕(멘털 붕괴)’ 상태다.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참모 대부분은 “말이 되는 소리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런 의혹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설마’라는 말도 함부로 하기 어렵게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민주적 통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국민에게 상처를 준 박 대통령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런 비판에 모든 국력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대한민국호’를 끌고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실상 무너졌고, 정부도 흔들리고 있는 지금 그 역할은 국회가 맡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의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국민의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계기로 내년 대선이나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거국중립내각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모인 자리는 제대로 이야기도 꺼내 보지 못한 채 5분 만에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 사태’가 커지자 처음에는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더니 “이제 와서 그런 오물 같은 데다 집을 짓겠다는 것인가”라며 돌연 반대하고 나섰다. 청와대·정부와 함께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은 당권을 놓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계파 간 내홍이 다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위기를 앞세워 ‘무조건 단합’을 주문할 생각은 없지만 실제로 안보·경제 위기는 심각해 보인다. 국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위험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정치인들이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당으로선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 여권이 만든 ‘오물’에 발을 담그지 않는 게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을 생각한다면 좀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여당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 당권 문제나 대선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야 한다. 의원들은 불과 7개월 전 국민들이 왜 자신에게 표를 줬는지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피하기 어렵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