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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교실이 제일 필요한 건 맞벌이 부부죠. 그런데 ‘계륵’ 같아 신청을 포기했어요.” 올해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이모 씨(37·여·서울 마포구)는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대신 전일제 도우미를 구했다. 이 씨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7시 이후. 저녁돌봄을 신청했지만 학교는 신청자가 적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다. 오후 5시 정도에 끝나는 오후돌봄교실을 이용하더라도 어차피 학원을 1, 2곳은 더 다녀야 퇴근 시간과 맞출 수 있다. 이 씨는 “밖에서 아이를 고생시키느니 차라리 집에서 간식도 먹고 쉬도록 했다”며 “도우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퇴사를 하고 내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게 나은지 고민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 아이는 돌봄 공백, 엄마는 경력 공백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했다. 2022년까지 정부가 학교 돌봄 10만 명, 마을 돌봄 10만 명씩 모두 20만 명을 공적돌봄에 추가로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현재 전체 초등학생 267만 명 가운데 공적돌봄 이용률은 12%에 불과하다. 초등 돌봄교실에서 24만 명,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9만 명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초등 돌봄교실 숫자만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가 꼭 찾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교실 수용률은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이 97%, 경기가 94%다. 수용률이 높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개발된 신도시처럼 돌봄 수요가 많은 곳은 돌봄교실이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한다. 과밀학급이 많은 신도시 학교는 돌봄교실 수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기에는 운영시간이 맞지 않거나, 취약계층에 입소 순위가 밀려 이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 돌봄 전담사 한 명당 학생 20명, 아이들 방치 보통 돌봄교실은 학생 20명당 전담사 한 명이 배정된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거나 지켜보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양모 씨(41·여·서울 용산구)는 “아침돌봄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우두커니 앉아있기 싫다고 바로 빈 교실로 갔다. 이런 사실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지침에 따르면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매일 하나씩 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 학교마다 돌봄 서비스 질은 천차만별이다. 운영비와 인건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시도별 재정 상황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 중 1학년 아들과 초등 6학년 딸을 둔 김모 씨(41·여·경북 청도군)는 아이들이 초등 1, 2학년 때 모두 초등 돌봄교실로 보냈다. 처음에는 저녁식사도 제공되고 받아쓰기도 가르치던 돌봄교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습만 시키는 등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초등 3학년부터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곤혹스러운 시기는 방학이다. 방학에도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5시까지 운영해야 맞지만 반나절만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학교로선 비용은 물론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과 5학년 형제를 둔 이모 씨(44·서울 용산구)는 “고학년이 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초등 돌봄교실 이용이 어렵고, 저학년도 일찍 돌아온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결국 점심을 제공하는 영어학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돌봄교실의 안전 문제도 보완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곽모 씨(43·서울 서초구)는 “오전 7시 반경 학교에 보내면 돌봄교실 외에 학교는 텅 비어 있다”며 “딸아이가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교육부가 최근 대학에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각 대학마다 방침이 엇갈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섣부르게 대입 제도에 손을 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연세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동국대 중앙대는 폐지 대신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성균관대는 정원외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 고려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고, 경희대는 이미 논술 전형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 고려대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은 “다음 주 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시요강을 확정하는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며 “응시자가 크게 늘어나면 물리적으로 입학사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대 수시전형에는 2만2500여 명이 지원했다. 이보다 응시자가 늘어나면 인력이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 고교교육 기여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했다. 갑자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고3 교실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학년 2학기 내신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수시 모집 인원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에서도 고3 수업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 경기 소재 고교의 한 진학지도교사 A 씨는 “3학년 2학기는 수시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하거나 수능 준비를 위한 자습이 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오히려 고3 수업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독려하는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울 소재 고교에서 고3을 가르치는 교사 B 씨는 “지금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자유학기제’라고 부른다”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까지 폐지되면 고3 교실은 거의 붕괴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는 수시와 정시 시기를 통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9월 시작하는 수시 지원 시기를 늦춰 수능 점수가 발표되는 12월에 맞추자는 것으로 그동안 상당한 검토도 이뤄져 왔다. 그런데 대입 제도 개편안이라는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수능 최저학력 폐지가 확산되면서 올해 고2가 고3이 되는 내년(2019년)과 고1이 고3이 되는 후년(2020년) 2년간 급속한 ‘교실 붕괴’를 막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 제도 간 ‘도미노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단편적인 정책으로 입시 제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내년 입시를 두고 당장 고2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되면 신고리 원전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열린 시안’ 형태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고대로라면 교육부는 3월 말∼4월 초 복수의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자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이 중 선택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 평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등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일반국민, 전문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31일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여론의 반발로 1년 유예했다. 이마저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여론 눈치 보기’를 하면서 시안 확정조차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시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수능 최저학력 폐지, 정시 모집인원 확대 등 에 급히 손을 댔다가 여론의 비난을 불러왔다. 지난달 30일에는 교육부 박춘란 차관이 각 대학에 정시 모집 확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일 “급격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일부 대학에)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10년간 지속된 수시 모집 확대 정책을 ‘뒤집기’ 하면서 대학과 수험생들의 불만이 크다.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차관의 구두 권고는 비상식적이다. 입시제도는 파급력이 큰 만큼 설득도 하고 의견수렴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 모집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0학년도에는 정시 모집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현재의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연세대는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서울대 한양대는 정시 모집 확대와 관련해 “이미 제출한 대입전형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대입 3년 예고제’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으로 들끓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고2 학부모들이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는지, 수능을 잘 봐도 최저학력 기준으로 쓰이지 않으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정시 모집 인원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지만 ‘연쇄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하얀 야구공이 소리 없이 하늘을 가르자 3루에 있던 타자가 홈으로 뛰어 들어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충북 충주시 충주야구장과 수안보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청주 기드온은 대전 이글스를 상대로 20 대 1 콜드게임(5회)으로 이겼다. 동아꿈나무재단은 2007년부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매년 1500만∼2000만 원씩 후원했다. 2002년 농아교육기관인 충주성심학교가 고교 야구부를 창단해 국내 최초 전국고교 야구대회 출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충주성심학교 농아인 야구단은 선수용 야구장비도, 유니폼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황이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창단해 키워낸 조일연 대한농아인야구협회장은 “동아꿈나무재단이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자 맨땅에서 야구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농아인야구단 출신 선수들은 이제 사회인야구단의 주축이 됐다. 내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릴 세계농아인야구대회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이후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서 자동으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인정돼 농아인 야구선수들이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동아꿈나무재단이 처음 뿌린 씨앗이 농아인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꽃을 피운 것이다. 동아꿈나무재단은 1971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장을 경영하던 현암 오달곤(玄岩 吳達坤) 씨(1985년 작고)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2020년)이 되면 가난한 영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00만 원을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동아일보 사장(1994년 작고)에게 희사하면서 시작됐다. 1975년 광고탄압사태 당시 동아일보가 국민과 애독자가 보내온 성금에 별도 출연금 3억 원을 합쳐 1985년 6월 꿈나무기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33년간 개인의 꾸준한 기부가 동아꿈나무재단을 키워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연세대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인원을 2019학년보다 125명 늘어난 1136명으로 확정했다. 전체 모집인원의 33.1%다. 교육부가 최근 주요 사립대에 정시 선발인원 확대를 타진한 가운데,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1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려 수험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수시 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교 2학년 대입부터 적용된다. 2019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시 모집인원(정원 내 전형 기준)은 78%, 정시 모집인원은 22%였다. 특히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폐지 여론이 비등한 학생부종합전형(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 반영)은 수시 모집인원의 70%를 넘어섰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주요 사립대 총장들에게 연락해 “정시 모집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문의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연세대는 이 회의에 없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방침을 담은 대입전형계획 내부 심의가 끝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보통 각 대학의 대입전형 발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가 끝나고 4월 말에 이뤄진다. 그러나 연세대는 교육당국의 ‘대입전형 흔들기’가 계속되자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등 9개 대학은 이미 대교협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했지만 수시·정시 모집인원 수정을 위해 제출시한을 10여 일 연장하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정시 확대 방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수시·정시 모집인원이 2019학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도 1091명으로 전년보다 120명 확대한다. 그 대신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줄인다. 최저학력 기준 전면 폐지도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수능과 학종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수험생의 부담을 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학종 폐지, 정시 확대’ 등을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촉구하는 청원에 1일 현재 8만여 명이 동의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사실상 수능이 무력화하고, 수능 절대평가나 자격시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가 장기적으로 정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교육당국과 입시업체는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우수 학생을 골라 뽑아야 하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평가할 요소가 없어지면 수시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위권 대학들의 학종 확대에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본인 소유 래미안대치팰리스(94.49m²)를 최근 처분했다. 매매가액은 23억7000만 원으로 현재 시세보다 1억5000만 원가량 싸게 팔았다. 김 부총리는 래미안대치팰리스로 재건축되기 전인 청실아파트를 1984년 4000만 원에 매입해 34년 동안 보유해 왔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부터 사교육 특구인 강남에 집을 보유한 사실이 논란이 돼 왔다. 김 부총리는 최근까지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은 지 좀 됐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시세인 25억 원 안팎에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급매’ 수준인 셈이다. 김 부총리의 한 측근은 “현재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돌려주고, 세금을 납부하면 차익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등록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해당 아파트를 10억 원에 전세를 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양도소득세는 6억∼7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부총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134.55m²) 한 채만 남게 됐다.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 명단에서 빠지게 됐고, 양도소득세 중과조치가 시행되는 4월 전에 이뤄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다음 달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여당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 제안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정책연구소 ‘더미래연구소’는 대입제도 개편안 보고서를 통해 학종을 폐지하고 모든 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내신, 수능+내신으로 선발 인원을 각각 동일한 비율(1 대 1 대 1)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성적만 반영)과 학종(내신 성적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 반영)으로 운영된다. 이 중 학종은 합격, 불합격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 정성평가로 ‘깜깜이 전형’으로 불린다. 또 동아리나 진로 활동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격차가 벌어져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도 받아왔다. 이번 보고서는 복잡한 전형을 단순하게 만들고,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줄이려면 학종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대신 내신이 좋으면 내신으로, 수능을 잘 보면 수능으로, 두루 잘하는 학생은 내신과 수능으로 대학 진학의 기회를 보장받도록 각각 ‘1 대 1 대 1’의 동일한 비율 선발을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수시, 정시 통합선발도 가능해져 대입전형과 일정이 지금보다 간단해진다. 2018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입시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3.7%는 수시로, 26.3%는 정시로 선발됐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학종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려는 상위권 대학과 교육단체 및 교육 관료들의 이상주의가 결합돼 학종이 유지되고 있다”며 “학생부의 비교과활동을 축소하는 정도로는 ‘학종 불공정성’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란 도입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현실을 보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된다”고 덧붙였다. 학종 비율이 높은 수시전형은 수능이 고교 교실을 붕괴시키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커지면서 도입됐다. 이 때문에 수능만 보는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수시 선발비율이 50%였던 2007년 대입을 준비하는 일반고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원이었으나 수시 선발비율이 70% 수준으로 확대된 2017년에는 33만 원으로 9만 원 이상 올랐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 10일 전후 국가교육회의에 상정할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앞두고 최종 조율 중인 가운데 여당발 ‘학종 폐지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 공개 당시에도 민심 이반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걸어 1년 유예됐다.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교육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학년도 대입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적용,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복잡한 변수와도 맞물려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까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무더기’ 검찰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전 목포대 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사위는 이런 과정에서 △불법 여론 조작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행위 등 다수의 위법·부당행위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국정 중등 역사교과서를 발행했지만 탄핵 정국에서 연구학교만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주교재로 사용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진상조사위는 2014년 국정화 준비 과정부터 2016년 국정 교과서 집필 과정, 2017년 배포 과정 등을 조사하며 무려 25명 안팎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인사뿐 아니라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 서남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박모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강모 장관정책보좌관 등 실무자까지 포함했다. 고 위원장은 “혐의를 적시할 수 없는데 그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 있는 사람도 일단 수사 의뢰 대상에 넣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공정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교육부 전·현직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로 이미 줄줄이 좌천된 동료를 지켜본 교육부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 A 씨는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했다고 처벌을 요구한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전남도교육감 출마 선언을 한 고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 4시간 이후 고 위원장은 ‘셀프 보도자료’를 배포해 “역사에 중차대한 일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며 “진보 교육감이 돼 전남 교육에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나와 상의 없이 보도자료가 배포돼 죄송하다”며 교육감 관련 언급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수사 의뢰 여부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조사 결과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의실이 확 바뀐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에서 로봇, 빅데이터, 바이오 등에서 일자리 200만 개가 늘어난다. 반면 오래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진다. 대학들은 새로운 기술 습득을 돕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건국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1250여 m² 규모의 공간에 ‘KU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팹랩(Fab Lab)과 독일 뮌헨공대의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처럼 다양한 공작 도구와 재료를 갖춘 공간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시제품을 만들게 된다. 직접 설계·개발→제조→유통·물류 등 전 생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고려대는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식의 창조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SK미래관은 111개 세미나실과 111개 개인집중실로 만들어진다. 수백 명이 한곳에 모여 앉아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을 활용해 교수의 핵심적인 강의를 들은 뒤, 학생들은 조교들과 함께 소규모로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단국대는 4월부터 학생 맞춤 AI프로그램 ‘에듀아이(EduAI)’를 학사 전반에 도입한다. △융합 △창의 △자기주도적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스스로 전공 설계와 취업 준비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에듀아이는 이미 단국대 학사, 학과 강의, 취업 설계 등과 같은 정보를 빅데이터에 기반해 습득했다. 만약 회계학과로 전과를 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에듀아이에게 바로 묻고 최적화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학과를 뛰어넘은 융복합 실험 전공 간 벽을 허물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은 올해 ‘융합학과’를 신설했다. 융합학과는 3, 4학년이 되면 ‘스마트팩토리’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2개 트랙으로 나눠 수업을 듣는다. 2개 트랙 공통 교과목인 빅데이터 활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해 기본적인 융복합 역량을 갖추도록 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올해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들은 1학년 2학기에는 학과를 떠나 예술디자인대학이나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수강한다. 여러 학과의 전공수업을 섭렵하는 융합교육인 ‘경희 공학’의 핵심 모델이다 . 고려사이버대는 올해 인문사회과학과 공학을 포괄하는 융복합적 교육 모델인 미래학부를 신설했다. 미래학부는 빅데이터, 신산업기술경영, 국제협력·다문화 등 3개 전공을 운영하고 최대 3개까지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광운대는 로봇공학에 특화돼 있다. 로봇계의 노벨상인 ‘조셉 앵겔버그’ 수상자인 김진오 교수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 대학생 로봇게임단인 로빛(Ro:bit)이 활동하고 있다. 로봇게임단 로빛은 2006년 창단됐는데 그동안 다수 로봇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왔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로봇·정보기술(IT) 융합 관련 연구를 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AI와 함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분야다. 국민대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를 이끌 인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복합 인재라고 보고 △자동차공학 △자동차IT융합 △소프트웨어 3개 학과의 교과 과정을 통합하여 운영한다. 삼육대는 일반적인 창업교육과 차별화된 ‘창업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창업교육에 소셜, 모바일, 빅데이터 등 최신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접목해 창업과정에서 이를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체인지 메이커 랩(Change Maker Lab)’을 올해 시작했다. ‘체인지 메이커 랩’은 세계적인 창업 교육기관인 핀란드 TA(Timmiakatemia), 스페인 MTA(Mondragon Team Academy)의 핵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된 ‘통합적 몰입, 융합 중심의 창업교육과정’이다. 600시간이 넘는 장기 창업교육 프로그램이지만 파편화된 지식 전달 중심의 단기적인 창업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숭실대는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융합 전공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총 2500명이 넘는 학생이 융합전공을 이수했다. 숭실대 융합교육은 △융합전공(12개) △DIY자기설계융합전공(7개) △연계전공(5개)으로 나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5일 치러진다. 이번 수능을 보는 도중에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대비용 예비 시험지’를 준비했다가 재시험을 치른다. 지난해 수능일을 하루 앞둔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교육당국은 수능 시험지 배포 이후 지진이 나게 되면 1, 2주일 안에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능 시험지를 A, B 두 세트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지진 피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7월 9일 수능 세부 계획을 확정해 공고한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두 가지 버전의 시험지로 지진을 대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수능을 하루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 1주일간 시험이 연기된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당국은 난이도가 동등한 예비 시험지를 만들어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일 전후 지진 발생에 대비해 예비문항을 준비하고 지진 상황에 따른 수능 대책도 교육부와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재시험 대비한 ‘플랜B’ 마련 올해는 수능 시험지 배포 이후 지진이 나는 상황까지 감안해 수능 시험지를 ‘2개 세트’로 제작할 계획이다. 포항 지진 당시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경미한 진동부터 실질적 피해가 우려되는 진동까지 ‘가’ ‘나’ ‘다’ 등 3단계로 대응하게 된다. 진동이 크고 실질적 피해가 우려되는 ‘다’ 단계 상황이 발생하면 운동장으로 대피한다. 해당 고사장은 시험이 취소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창훈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수능 당일에 1교시 때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수학 영어 시험이 끝난 다음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별로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전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상황에 따라 △일부 또는 전 과목 △일부 지역 또는 전 지역 재시험을 치를지 각각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대비용 예비 시험지를 준비하려면 원래 시험지와의 난이도 조절이 관건이다. 이 본부장은 “수능 신뢰도가 손상되지 않도록 문항과 전체 세트 난이도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겠다”고 말했다.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 증원, 시험지 보관 및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 수능 문항별 성취기준도 첫 공개 이번 수능이 끝나면 각 문항별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상황을 다룬 문항이 나왔다면 ‘물리’에서 출제됐고, ‘뉴턴의 운동법칙을 1차원 운동에 적용하고 충격량과 운동량 변화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성취기준을 수험생에게 알려준다. 수능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논란과 출제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연계도도 70% 수준(영역별 문항 수 기준)을 유지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이고,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영어 ‘절대평가 효과’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이 갖는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영역 1등급 인원은 10%가 넘을 정도로 다소 쉽게 출제됐다. 필수영역인 한국사의 경우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므로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수능 성적표를 받기 전 가채점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은 무산됐다. 성 평가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수능 가채점 결과 등급별 예상 커트라인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는 “가채점 결과가 실제 점수와 다르면 혼란이 크다”며 가채점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대학들에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진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하루 만인 26일 5만4900여 명(오후 10시 반 기준)이 동의하는 등 빠른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에 응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하려면 영어 2등급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수능 최저학력 폐지 방침과 관련해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입시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입제도의 뇌관인 ‘입시 불공정성’을 건드리게 됐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내신이 우수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수시 선발인원이 70%를 넘은 상황에서 수능 영향력이 약해지면 ‘역전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국 특목고 학생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전형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수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능 최저 등급까지 폐지한다면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 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막막함을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휘문중고교가 속한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학교 강당과 운동장을 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 약 38억 원을 수년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 명문고의 ‘사학 비리’로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A교회의 휘문고 강당 및 운동장 사용과 관련해 민원이 제기돼 지난달부터 시교육청은 휘문의숙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왔다. 본당이 경기도에 있는 A교회는 2003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휘문고 강당과 운동장을 빌려 예배 장소로 활용해 왔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연간 수억 원을 임대료로 받았으나 이 가운데 1억5000만 원만 학교 회계 수입으로 편입했다. 임대료 수입을 축소해 매년 수억 원을 빼돌린 것이다. 법인 계좌와 휘문고 계좌로 임대료가 입금되면 바로 폐쇄하는 수법이 쓰였다. 시교육청은 학교 회계 관리를 주도한 휘문의숙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인 박모 씨 외에 다수 직원이 개인적 착복 등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 이사장 민모 씨와 그의 어머니인 전 이사장 김모 씨에게도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학교 관계자는 “박 씨가 연봉에 비해 평소 씀씀이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현 이사장은 연간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판공비를 사용했다. 인근 다른 학교에 비해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휘문중에서 A교회 측에 ‘학교 운동시설 사용에 따른 비용 청구’ 공문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휘문중고 야구부는 ‘스타 선수’를 길러낸 명문 야구부다. 휘문중 야구부는 A교회가 운동장을 임대한 날에는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학생들이 자비로 외부 운동장을 빌려 훈련했다. 이에 휘문중은 야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9000만 원(버스 임차 및 운동장 대여료 1회 50만 원)과 농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5400만 원을 A교회 측에 청구했다. 지난달 시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해당 금액이 입금됐다. 시교육청은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임시 이사 선임·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휘문고 교실 한 칸 리모델링비가 2500만 원에 달하는 등 공사비 이중 지출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도 비리 의혹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학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번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휘문고 같은 명문 사학조차 아직도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2011년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회계감사 등이 느슨해졌다. 현 이사장 민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환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이다”며 “지난해 처음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카드도 혼자 사용한 것이 아니다.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횡령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박 사무국장은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엄마! 울지 마세요/춘남이 공부 잘하겠습니다/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서명도 못 하냐고 무시하던 택배 아저씨도/이름도 못 쓰냐고 눈 흘기던 은행 아가씨도/우리 엄마한테 혼났을 낀데’(김춘남 할머니의 시 ‘장하다 우리 딸’·경남 함양군 안의중 성인문해학교) ‘요즘은 알파벳을 배우는데/간판에 있는 알파벳을 나도 모르게 읽고 있는 게 신기하다/한자 한자 읽고 쓰고 익혀가는 게/마치 생강을 심고 갈고 거둬들이는 것 같다’(송순희 할머니의 시 ‘생강 거둬들이듯’·전북 군산시 늘푸른학교) 지난해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당선작인 할머니들의 시를 읽다 보면 압축 성장을 겪은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겪은 어려움이 나타난다. 금융지식이 부족해 은행 서류를 처리하기 어렵고, 외래어가 남용돼 영어 간판이나 아파트 이름을 읽을 수 없다. 한글을 모르는 문맹과는 다른 ‘신(新)문맹’이라 할 수 있다. ○ 수준1 비문해 인구 전체 성인의 7.2% 지난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만 18세 이상 성인 4004명을 대상으로 전국 성인문해능력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추정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셈하는 능력이 부족해 기초적인 일상 문제 해결이 어려운 비문해 인구는 전체 성인의 7.2%, 약 311만 명이었다. 보통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이 필요한 수준이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3년 전 조사 6.4%(264만 명)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비문해 수준은 1수준(초등 1, 2학년 학습이 필요)부터 4수준(중학교 수준 이상)까지 4단계로 나눈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1∼3수준 비문해 인구는 모두 22.4%로 성인 5명 중 1명이 해당한다.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혼자 일 처리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 포함된 수치다. 비문해 인구는 특히 노년층에 집중돼 있다. 60대 14.2%, 70대 28.7%, 80대 67.7%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늘어난다. 이세정 국가문해교육센터장은 “정보기술(IT)과 금융 등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노인들의 적응이 쉽지 않다”며 “생활 속에서 지속적인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대학 진학률이 최고 수준인데 비문해 인구는 줄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이다. 서울 및 광역시(5.7%)보다 농산어촌(16.2%)이 비문해 인구가 3배 가까이 높은 이유도 신기술에 대한 노출 빈도가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통장 개설과 약 복용법 배운다 정부는 최근 ‘2018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생활문해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 교통 정보 등 생활문해교과서 3종이 배포돼 있고 약 복용법을 쉽게 설명해 주는 건강문해교과서를 새로 제작한다. 금융문해교과서에서는 ‘여러분이 계 모임 등 모임의 총무가 된 금부자 씨라면 회비 통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 가지고 갔을까요’라는 생활 속 사례를 들어 통장 개설하는 방법을 쉽게 알려준다. 은행에서 각 사람의 예금을 누구의 것인지 구분해서 보관하는 것을 ‘계좌’, 그 계좌에 돈을 넣거나 찾는 일을 기록하는 장부를 ‘통장’이라 부르는 등 금융 용어도 가르친다. 교통안전문해교과서에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가 있거나, 빨간색 배경은 규제 표지이다. 도로의 안전을 위해 금지되는 행위 등을 알리는 표지판’이라며 안전한 교통생활을 안내한다. 이러한 생활문해교과서는 전화(1600-6759)나 국가문해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받아 무료로 배포한다. 가족이 대신 신청할 수 있다. 국가문해교육센터는 정보사회에 적합한 문해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측정 도구를 개발해 배포할 예정이다. 진단 결과에 맞춘 교육 정보도 제공한다. 이번 조사 결과 39.3%가 학습 경로를 ‘독학 또는 가족’이라고 응답함에 따라 개인학습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이달부터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외래어와 생활어휘를 가르치는 ‘영어과 문해교육방송’(26편)을 EBS에서 방영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던 한국외국어대의 A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7일 오후 1시경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의 A 교수가 서울 성동구 자택 보일러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흔적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메모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앞서 14일 페이스북 ‘한국외국어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A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학생이라고 밝힌 3명은 A 교수가 여학생들에게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있느냐” “다리가 늘씬한 게 시원해서 좋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제자들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팔을 올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외국어대는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위원회는 A 교수가 숨지기 전날 그를 면담했다. 학교 측은 A 교수가 사망하자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은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인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이날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의 성추행, 성희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남성 교수 4명과 조교 1명에 대해 학교 측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과장이던 박중현 교수는 학생들을 편집실 등으로 불러 안마를 시키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으며 “허벅지에 살이 많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이영택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을 포옹했으며 배우인 최용민 교수는 2004년 택시에서 극단 동료를 끌어안고 키스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안광옥 강사와 조교 B 씨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조교 B 씨가 박 교수의 안마 지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등 성추행을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측에 박 교수의 파면과 나머지 4명의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학교에 대해선 기관경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사법, 문화, 정치계 등에서 쏟아져 나온 ‘미투’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우경임 기자}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파면됐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사진)이 정부를 상대로 낸 파면 불복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복직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18일 “법무부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1, 2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는 상고 불허 방침을 15일 통보해 와 상고를 포기하고 2심 판결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나 전 기획관은 상고 기한 2주가 경과한 17일 승소가 최종 확정됐다. 나 전 기획관은 2016년 7월 한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파면됐다. 교육부는 이른 시일 안에 공무원징계위원회에 다시 징계를 요구하면서 직위해제를 할 예정이다. 법원 판결이 징계가 과하다는 취지이므로 파면·해임을 제외한 감봉 정직 강등 등 중징계 처분이 예상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상승으로 2013년보다 13.3%나 뛰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5일 전국 1484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29.5%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답해 실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5620억 원) 늘었다. 초중고교생 수가 전년보다 2.7%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더욱 가파른 셈이다. 학교별로 보면 월평균 △초등학생 25만3000원 △중학생 29만1000원 △고등학생 28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8%, 5.7%, 8.4% 올랐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등학생의 경우 사교육비 증가 원인으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꼽았다. 실제 교과과목별 사교육비를 전년과 비교해보면 상승폭이 국어가 14.2%로 가장 컸고 영어가 0.5%로 가장 낮았다. 예체능 사교육비 증가세도 가팔랐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2.9% 올랐다.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데 대해 류정섭 교육안전정보국장은 “물가상승률과 돌봄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교육비가 오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교육비 부담으로 자녀를 적게 낳고, 적은 자녀에게 ‘올인’하면서 다시 사교육비가 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 수가 적을수록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가 많았다. 자녀가 1명일 때 평균 사교육비가 29만3000원인데 2명일 때는 29만 원, 3명 이상일 때는 20만8000원으로 줄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고령사회연구원장)는 “한국에선 사교육비 부담으로 희망 자녀와 실제 자녀 수에서 차이가 난다”며 “자녀를 많이 낳는 대신 잘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사교육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육 때문에 사교육을 한다는 응답도 늘었다. 사교육 목적을 ‘보육’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교과과목에선 8.8%, 예체능에선 16.9%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각각 1.4%포인트와 2.3%포인트 오른 수치다.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영양사 김모 씨(36·경기 수원시)는 “오후 5시 퇴근 전까지 아이를 일명 ‘학원 뺑뺑이’ 돌릴 수밖에 없는데, 교과 공부만 시킬 수 없어 피아노와 태권도학원을 번갈아 보낸다”고 말했다. 학교 안 돌봄 공백이 해소되면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드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초등학생 기준으로 방과 후 돌봄 교실에 참여하면 월평균 7만7000원,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면 월 5만 원의 사교육비를 참여하지 않는 학생보다 덜 지출했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 저학년이 이른 하교를 하면서 사교육은 돌봄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2.3%로 중학생(66.4%), 고등학생(55%)에 비해 훨씬 높았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초등학교 3학년생을 둔 맞벌이 부부 조모 씨(39·서울 마포구)는 새 학기에 남편과 함께 담임선생님과의 학부모 상담에 갈 예정이다. 학교에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저녁 상담을 마련한 덕분이다. 조 씨는 “남편도 아이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지만 ‘상담을 하러 연차휴가(연가)를 내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며 “연가 부담이 줄어든 데다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학부모 상담주간을 시행하는 전국 초중고교(1만655곳) 가운데 61.1%(6511곳)가 오후 6시 이후 저녁 상담을 운영한다. 지난해 6040곳보다 471곳 늘었다. 현재 맞벌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50%에 달한다. ‘칼퇴근’을 하더라도 오후 6시 이전에 학교에 가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는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연가를 쓰거나 전화나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교사와 약식 상담을 해왔다. 교육부는 학부모 상담 우수학교 41곳을 선정해 모범사례도 발표했다. 서울 강동구 묘곡초는 저녁 상담을 독려하기 위해 교무업무지원팀이 남아 교사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야간 경비도 강화해 빈 교실에서 교사 혼자 남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대구 장동초는 전화 상담이 어려운 다문화가족이나 낮에 학교에 오기 힘든 한부모가족을 위한 저녁 상담을 상담주간(7일) 내내 운영했다. 또 희망하는 아빠를 대상으로 오후 7∼9시에 학부모 교육 및 학교교육 설명회를 운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새 학기가 시작됐다.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낸 초등 1학년생 부모들은 유독 마음을 졸인다. 자녀가 수업은 잘 따라가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매일 학교 문을 들어서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된다. 초등 1학년생이 개학 한 달 동안 겪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하나, 지각을 자주 한다 초등 1학년생은 학업보다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처음 규칙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은 규칙을 이해하고 배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늦잠을 자다가 자주 지각을 한다면 등교 시간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보통 오전 8시 30∼50분에 등교하므로 1시간 전에는 일어나는 것이 좋다. 늦어도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등 등교 시간에 생체 리듬을 맞춘다. 시간을 나눠 쓰는 법도, 수업시간 동안 진득이 앉아 있는 법도 처음 배운다. 수업시간(40분)과 쉬는 시간(10분)을 구별하고, 각각 시간에 맞게 행동하도록 알려준다. 둘, 급식을 먹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놀려고 급식을 먹지 않거나 편식을 심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매일 점심을 학교에서 먹기 때문에 급식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성장에 지장을 준다. 식사 습관이 완성되지 않아 의외로 급식을 힘들어한다면 평소 집에서 젓가락 사용하기, 흘리지 않고 먹기 등을 연습해 둔다. 먹을 수 있는 만큼 덜어 먹고, 식사 후 식판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싫어하는 반찬이라도 조금씩 담아 맛을 느끼도록 한다. 셋, 학교에서 용변을 참는다 학교에 처음 가면 화장실 이용도 아이에겐 도전이다. “더럽다”며 화장실을 가지 않거나 용변을 참고 집에 오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 화장실 환경도 낯설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줄을 서서 기다려 용변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줄서기, 노크하기, 휴지 사용하기 등 화장실 이용법을 설명해 준다. 용변이 급할 때는 참지 말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도록 지도한다. 넷,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지 않는다 아이가 하교하면 바로 알림장을 확인한 뒤 아이가 스스로 준비물과 숙제를 챙기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한다.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스스로 옷, 학용품, 장난감 등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유치원처럼 선생님이 수업 준비물을 일일이 챙겨주지 않는다. 서랍 속에서 책을 한참 찾아야 한다거나, 사물함이 뒤죽박죽이라 학용품을 찾을 수 없으면 수업에 지장에 생긴다. 연필이나 지우개 등 학용품에 반드시 이름을 적어 물건을 잘 관리하도록 한다. 다섯,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수줍어 말을 못 하는 아이, 논리적인 표현이 어려운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을 수 있다. 우물쭈물하는 자녀를 재촉하거나 성급히 꾸짖기에 앞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들어주고, 적절히 칭찬해 주면 자연스럽게 의사 표현력이 길러진다. 바른 언어습관도 길러준다. 존댓말을 익히도록 가르치고 상스러운 욕설을 하면 엄하게 제지해야 한다. 여섯, 한글 쓰기를 어려워한다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은 학교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이 바뀌었다. 연필 잡는 방법, 한글 획순대로 쓰기 등 기초부터 학교에서 배운다. 1학기에는 받아쓰기도 하지 않는다. 국어 진도에 맞춰 ‘가 나 다’부터 배워도 문제가 없다. 지나친 선행이나 반복 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편이 낫다. 다만 자녀가 글을 읽을 때 단어를 빼먹는다거나 다른 단어로 말한다면 난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강요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일곱,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초등 1학년생은 가정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학교라는 공동생활로 옮겨가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학기 초 1, 2주 동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주 머리와 배가 아프다고 한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짜증이 늘었다 △학교 이야기를 물어보면 화를 낸다 △잘 먹지 못하고, 먹고 난 후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한다 △갑자기 눈을 깜박이는 등 ‘틱’ 현상이 나타난다면 ‘새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아이들은 심리적인 상태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일시적인 현상으로 “잘할 수 있어”라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본다. 특히 부모의 긴장이나 불안이 아이에게 전이되도록 하면 안 된다. ‘학교=즐거운 곳’임을 알려준다. “너 이제 학교에 가면 선생님께 혼난다”고 하거나, 자녀 앞에서 선생님 험담을 해서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선 안 된다.(도움말=서울시교육청,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찬반이 팽팽하던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이 신청 학교의 50%까지 확대하는 절충안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자율학교 등에서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사가 교장 자격증이 없더라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신청 학교의 15% 이내에서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신청 학교의 15%라는 제한 비율을 아예 삭제해 전면 확대를 예고했다. 찬반 논란에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셈이다. 2012년 본격 시행된 교장공모제는 대상 학교에 따라 △초빙형(일반학교) △내부형(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 △개방형(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중고 특목고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일반학교가 아닌 자율학교는 시도교육감이 지정한 혁신학교 자율형공립고 등으로 전국 1655곳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활성화되면 평교사가 교장이 될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 그동안 한국교총은 “기존 승진 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라며 반발했고, 전교조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이뤄진다”며 확대를 주장했다. 입법예고 기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접수된 각계 찬반 의견은 개정안 찬성이 931건, 반대가 929건으로 비슷했다. 제한 비율 50%는 찬반 의견을 반영한 수치다. 또 시도별로 교장공모제를 학교 1곳만 신청해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신청 학교가 6곳 이하면 15% 제한에 걸려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를 1곳도 지정할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기준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장은 내부형 공모제 56명, 개방형 공모제 33명으로 전체 국공립 초중고교 9955곳의 8.9%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330곳의 97.3%가 올해 1학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전년보다 인하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4곳 가운데 8곳, 전문대 136곳 가운데 1곳만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사립대학으로 1% 안팎 인상률을 책정했다. 인상한 4년제 대학에는 덕성여대 및 영남신학대, 인천가톨릭대, 중원대 등 신학계열 대학 7곳이 포함돼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지난해 등록금이 다른 4년제 대학에 비해 100만 원 이상 낮은 데다 입학 정원 규모가 작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재학생들과 합의해 등록금을 1.4%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등록금을 올린 나머지 대학들도 재정 악화 및 입학 정원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대부분 대학은 재정 악화를 호소하면서도 정부의 등록금 억제 정책에 백기를 들었다.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올해는 1.8%까지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각종 대학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2010년부터 이 같은 정책이 계속되면서 대학들은 “교육 투자가 위축되고 교육력 상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평균 739만9000원, 4년제 국·공립대는 연평균 413만5000원이다. 2010년 등록금과 비교해 8년간 각각 1.7%, 4.1%씩 낮아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올해 1월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의 정부투자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8.8% 수준”이라며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을 확대해달라”며 교육부에 건의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