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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의 인도국이 한국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권 씨의 인도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 몬테네그로의 법원은 지난달 그를 미국으로 인도하겠다고 결정했으나 5일(현지 시간) 이를 번복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내린 권 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기각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은 성명을 통해 “피고인 측 변호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 사건을 1심 재판소에 다시 회부했다”고 밝혔다. 기각 이유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고등법원의 판결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5월 해당 화폐가 급락하자 세계 각국의 투자자에게 최소 50조 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급락 한 달 전인 같은 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세르비아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현지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의 체포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지난달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미국행을 명령했다. 그가 경제 사범에게도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하는 미국으로 인도됐다면 최소 20만 명에 해당하는 국내 투자자의 구제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국내 투자자 또한 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당시 붙잡은 민간인 인질을 상대로 각종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4일 발표됐다. 하마스는 그간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줄곧 부인했지만 성폭력 정황을 입증하는 유엔 차원의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마스 피해자들에게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아옐레트 라진 베트 오르 씨(45·사진)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은 성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단지 이스라엘 여성 피해자만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팔레스타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은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여성지위향상위원회 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이후 현지 시민단체에서 하마스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엔 “하마스, 지금도 성폭력 자행” 프러밀라 패튼 유엔 분쟁성폭력 특사가 이끄는 유엔 특사팀은 4일 하마스의 성폭력 실태에 관한 24쪽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마스가 성폭행, 성고문 등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풍부하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인질을 대거 붙잡은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 현장, 레임 키부츠, 232번 도로 등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여성 시신이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특사팀이 올 1월 29일∼2월 14일 이스라엘 현지를 방문해 직접 작성했다. 특사팀은 50시간 분량의 현장 영상과 5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했으며 당시 구조대원, 현장 목격자 등과도 만났다. 패튼 특사는 “당시 생존자와 풀려난 인질들이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들 앞에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폭력의 전반적인 규모와 범위,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개했다. 특사팀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측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실태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이스라엘군 역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구금돼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나체로 신문하거나 생식기를 구타하는 등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스라엘 정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국 여성계, 하마스 피해자 무관심” 오르 변호사는 이날 전 세계 주요 여성단체가 하마스의 성폭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간 여성계가 이뤄놓은 성폭력 방지에 관한 각종 성과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여성 인권은 각국의 외교 및 군사 갈등과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오르 변호사는 이스라엘 측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이스라엘군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번 전쟁이 비록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했지만 이스라엘의 지속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몰려든 가자 주민에게 발포해 최소 118명이 숨지자 국제 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망자 대다수가 압사했다며 조준 사격을 부인하고 있다. 오르 변호사는 “아직도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하마스가 이들을 상대로 여전히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국도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르 변호사 역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급증에 가슴 아프다며 가자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당시 붙잡은 민간인 인질을 상대로 각종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4일 발표됐다. 하마스는 그간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줄곧 부인했지만 성폭력 정황을 입증하는 유엔 차원의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하마스 피해자들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아옐렛 라진 베트 오르(45) 씨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은 성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단지 이스라엘 여성 피해자만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며 “팔레스타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은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의 방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여성지위향상위원회 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이후 현지 시민단체에서 하마스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엔 “하마스, 지금도 성폭력 자행”프러밀라 패튼 유엔 분쟁성폭력 특사가 이끄는 유엔 특사팀은 4일 하마스의 성폭력 실태에 관한 24쪽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마스가 강간, 성고문 등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풍부하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인질을 대거 붙잡은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 현장, 레임 키부츠, 232번 도로 등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여성 시신이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공개했다.이번 보고서는 특사팀이 올 1월 29일~ 2월 14일 이스라엘 현지를 방문해 직접 작성했다. 특사팀은 50시간 분량의 현장 영상과 5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했으며 당시 구조대원, 현장 목격자 등과도 만났다. 패튼 특사는 “당시 생존자와 풀려난 인질들이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들 앞에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폭력의 전반적인 규모와 범위,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개했다.특사팀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스라엘 측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실태 또한 공개했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여성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광범위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각국 여성계, 하마스 피해자 무관심”오르 변호사는 이날 전 세계 주요 여성단체가 하마스의 성폭력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간 여성계가 이뤄놓은 성폭력 방지에 관한 각종 성과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여성 인권은 각국의 외교 및 군사 갈등과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오르 변호사는 이스라엘 측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이스라엘군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이는 이번 전쟁이 비록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발발했지만 이스라엘의 지속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몰려든 가자 주민에게 발포해 최소 118명이 숨지자 국제 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됐다.오르 변호사는 “아직도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하마스가 이들을 상대로 여전히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국도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르 변호사 역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급증에 가슴 아프다며 가자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 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 가” 휴전 협상 중단되나 AP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굿즈(기념품·Goods) 구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고백하는 방법이다.” 미국 시계 판매 기업 ‘럭셔리 바자’의 로만 샤프 최고경영자(CEO·49)는 최근 경매로 황금색 ‘네버 서렌더(Never Surrender·절대 항복하지 않는) 하이톱’ 스니커즈를 9000달러(약 1170만 원)에 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신발 박람회 ‘스니커즈콘’에서 선보인 굿즈다. 샤프 씨가 구입한 신발의 판매가는 399달러(약 53만 원). 당시 트럼프 캠프 측은 이 신발 1000켤레를 선보였다. 이 중 10켤레에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겼다. 샤프 씨가 산 신발은 이 10켤레 중 한 켤레로 오른쪽 운동화에 사인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인 값이 1000만 원을 넘는 셈이다. 스스로를 ‘트럼프 지지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샤프 씨는 같은 달 24일 뉴욕타임스(NYT)에 “그 돈이 아깝지 않다”며 기뻐했다. 11월 미 대선이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캐릭터와 각종 일화를 속속 상품화하면서 일종의 ‘굿즈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지난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에 관한 각종 상품을 굿즈로 출시하며 남다른 사업가 기질을 선보이고 있다. 개별 굿즈 상품의 가격은 10∼50달러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그러나 미 전역의 지지자가 사들인 합계 판매 수익은 수백만 달러, 수천만 달러에 육박해 확실한 대선 자금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굿즈를 착용하고 거리 곳곳을 활보하는 구매자 한 명 한 명은 ‘걸어다니는 광고판’ 겸 ‘비공식적 선거 유세원’이 된다. 대선 때마다 주요 주자들이 굿즈 판매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동시에 ‘쩐의 전쟁’ 성격이 강한 미 대선의 상업화를 더 부추긴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 턱받이, 병따개, 골프공… “모든 것을 판다” 미 대선의 ‘굿즈 전쟁’은 2008년부터 본격화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당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티셔츠에 각각 자신을 상징하는 슬로건을 적어 판매했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티셔츠에 “여자가 있을 곳은 하우스”라고 새겼다. ‘백악관’과 ‘집’이 모두 영어로 ‘하우스’로 불린다는 점을 노려 여성들을 폄하하는 표현을 자신의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구호로 역이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과 ‘록앤드롤’을 합친 ‘버락 앤드 롤’이 적힌 티셔츠를 팔았다. 오바마 캠프는 이 외에도 ‘오자마’라 불리는 파자마, 셔츠, 신발 등까지 제작해 3000만 달러를 벌었다. 2012년 대선 때도 굿즈로 4000만 달러를 모았다. 당시 오바마 캠프에 모인 소액 후원금의 8%에 달했다. 2016년 대선부터는 굿즈의 다양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의류, 잡화 등 각종 제품에 이용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벌어진 입 부분을 병따개로 만든 ‘힐러리 병따개’를 선보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했던 진보 성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또한 ‘버니를 느껴 봐(Feel the Bern)’를 새긴 아기 턱받이를 출시했다. 샌더스 캠프와 트럼프 캠프 모두 굿즈 판매를 적극 활용했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평소에도 소수 억만장자와 몇몇 대기업이 자본을 통해 선거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거액 기부를 받는 대신 굿즈를 일종의 ‘풀뿌리 모금’ 방법으로 활용했다. 2016년 샌더스 의원의 후원금 중 6.3%인 1280만 달러가 굿즈 판매 수입이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와 별도로 가족 회사 트럼프그룹에도 굿즈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100달러가 넘는 폴로 셔츠, 고급 목욕가운 등 일반 굿즈보다 비싼 품목을 주로 팔았다. 반대파들은 “선거를 통해 백화점보다 더 높은 이윤을 남기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은 “선거 굿즈의 수준도 올려놨다”고 맞섰다. 올해 대선에서도 눈에 띄는 굿즈들이 속속 등장했다. 공화당 경선에 참여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 일(대통령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여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골프공, 화장품용 파우치 등을 20달러 안팎에 팔고 있다. ● 트럼프, 사법 위험도 돈벌이 이용 4건의 형사 기소는 물론이고 성추행과 명예훼손 등 별도의 민사 재판으로 인해 법률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캠프 자체 추산으로도 최소 약 5억 달러(약 6500억 원)가 필요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트럼프 측은 이런 상황을 굿즈 판매 등으로 타개하려 한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샤프 씨가 산 스니커즈의 출시일 또한 재판과 많은 관련이 있다. 출시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가족 회사 트럼프그룹을 운영하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보유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3억5500만 달러(약 470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트럼프 스니커즈’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올 8월 출시 예정인 두 종류의 운동화 ‘티-레드웨이브(T-red wave)’와 ‘포터스 45(Potus 45)’의 예약 주문도 받고 있다. 가격은 199달러로 두 신발은 같은 디자인에 각각 빨간색과 흰색으로 색만 다르다. 첫 번째 신발 명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 앞글자 ‘T’와 소속 공화당 상징색인 ‘red’(빨간색)를 결합했다. 두 번째 신발은 미 대통령(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의 머리글자 ‘포터스(POTUS)’와 그가 45대 미 대통령이었음을 나타내는 숫자 ‘45’를 사용했다. 이 웹사이트는 두 운동화를 두고 “용기와 신념으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미국인을 위한 대담한 선언”이라는 거창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굿즈 판매 웹사이트에서도 각종 의류, 양초, 탁구채, 선박 깃발, 쿠키 등을 팔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가 됐을 뿐 아니라 지난해 8월 역시 최초로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사진)까지 찍었다. 그는 이 머그샷조차 지지층을 결집하고 돈까지 버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자신이 패한 조지아주의 국무장관에게 전화로 “선거 결과를 뒤집을 방안을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로 지난해 8월 3번째 형사 기소를 당했다. 직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20분간 수감되면서 ‘머그샷’을 찍었고 이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풀려나자마자 이 머그샷을 포스터로 만들고, 머그컵과 티셔츠 등에 담아 판매했다. 포스터는 19.99달러, 머그컵은 25달러, 티셔츠는 29.99달러였지만 해당 굿즈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무려 710만 달러(약 94억 원)를 모았다.● 바이든, 비방 구호를 굿즈로 승화 바이든 대통령의 굿즈 판매 웹사이트에서는 대통령의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또 다른 자아)인 슈퍼 히어로 ‘다크 브랜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크 브랜던 의류와 잡화, 대통령과 부통령의 얼굴이 같이 담긴 각종 스티커와 배지는 물론이고 커피, 휴대전화 케이스, 컵 등도 팔고 있다. 다크 브랜던은 당초 공화당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방할 때 쓰는 구호 “레츠 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을 비틀어 생긴 캐릭터다. 2022년 초 온라인에서 바이든의 눈에서 적색 레이저 빔을 내쏘는 사진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젊은층들이 다크 브랜던 밈에 환호하자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프는 머그컵과 티셔츠에 다크 브랜던을 그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비방을 굿즈로 승화시킨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종종 소셜미디어에 다크 브랜던 머그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영상을 올린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굿즈 판매액 중 54%가 다크 브랜던 관련 상품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직 대통령인 만큼 백악관 기념품점에서도 그에 관한 다양한 굿즈를 찾아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본떠 만든 머리가 흔들리는 작은 인형, 레이밴 선글라스를 쓴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 등이 각각 39.99달러, 21.99달러에 팔리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2020년 대선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8달러짜리 손소독제도 판매했다. 당시 상대방 후보를 조롱하는 굿즈도 선보였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민주당 바이든 후보 측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논쟁할 때 펜스 부통령의 흰머리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이 일이 큰 화제를 모으자 바이든 캠프 측은 즉각 ‘파리보다 진실’이란 이름의 10달러짜리 파리채를 제작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주황색 파리채를 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나의 대선 캠페인이 계속 날 수 있도록 5달러를 기부해 달라”는 글도 올렸다. ‘파리’와 ‘날다’의 영어가 모두 ‘플라이(fly)’라는 점을 노린 언어유희였다.● 굿즈 판매로 선거 결과도 예측? 굿즈 판매량을 통해 선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굿즈 판매가 활발한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포토카드가 많이 팔리는 멤버의 인기 순위가 높은 것처럼 주요 대선 후보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 온라인 소매업체 ‘카페 프레스’ 집계에 따르면 2008년 대선 당시 주자별 굿즈 주문 제작 비율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을 능가했다. 경선 초반만 해도 무명의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보다 전직 대통령 부인인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굿즈는 오바마의 승리를 예견했던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의 판매량이 클린턴 전 장관의 티셔츠보다 많았다. 다만 굿즈가 기존 지지층의 결집력을 강화할 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선거 전략가 J 마크 파월은 AP통신에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그려진 컵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선물을 준다고 해서 해당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굿즈는 이미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강화할 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가” 휴전협상 중단되나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814년 노르웨이와 전쟁을 치른 후 210년간 중립국 지위를 지켜왔던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26일 확정됐다.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 만인 2022년 5월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신청한 지 21개월 만이다. 지난해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품에 안기면서 나토는 199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로의 진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확장을 하게 됐다. 특히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 발트해를 포위하는 형세가 됐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남동부의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시아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 확장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맞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 ‘푸틴 친구’ 헝가리 총리의 입장 선회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 후 줄곧 가입을 반대했던 헝가리 의회는 이날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나토 가입에 필요한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모두 확보한 스웨덴은 세부 절차를 거쳐 이르면 3월 초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유럽과 대서양 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같이 나토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는 지난해 4월 일찌감치 가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줄곧 친(親)러시아 행보를 유지해온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황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23일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급물살을 탔다. NYT 등에 따르면 스웨덴이 헝가리 공군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자국산 전투기 ‘그리펜’ 4대를 헝가리에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르반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나토 일원이 되는 건 서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또한 지난달 미국산 F-16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스웨덴의 가입을 허용했다. 이에 튀르키예와 헝가리 모두 ‘스웨덴의 가입’과 ‘자국의 공군력 강화’를 맞바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방의 단결을 가로막아 ‘푸틴의 친구’로 꼽히는 오르반 총리의 입장 선회로 푸틴 대통령의 대외 리더십이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연못’ 된 발트해·북극해… 고립된 러 러시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세를 갖췄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이자 핵심 군사기지 ‘칼리닌그라드’가 있다. 이곳에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이 배치돼 있고 인근에 수많은 러시아 함대도 존재한다. 여기에 러시아를 제외하고 북극을 둘러싼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되면서 북극해 또한 나토가 품게 됐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북극에는 러시아 해군 중의 핵심 부대인 북부 함대가 자리잡고 있다. 북극해 일대에는 석유, 천연가스, 니켈, 아연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어 경제적 요충지로도 꼽힌다. 군사 전문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따라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나토 회원국의 탐지 없이 공해로 기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14년 전 폐지했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군관구를 부활시키며 나토 확장에 ‘맞불’을 놓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올해 초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언급하며 “러시아 북서부의 중요한 목표물을 상당한 깊이까지 타격할 수 있는 군대와 무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군관구 부활을 언급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중심으로 불붙은 빅테크 기술 경쟁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로 옮겨붙고 있다.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투자 의향을 밝히자, 테슬라는 하루 만인 24일(현지 시간) 자사 AI 로봇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자사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가 걸어다니는 1분 18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른바 ‘테슬라봇’으로 불리는 옵티머스는 2021년 천명한 테슬라 AI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초 옵티머스 1세대를 처음 공개했으며, 지난해 12월 2세대 로봇도 소개했다. 지난달에도 2세대 로봇이 바구니에서 옷을 꺼내 개는 영상 등을 2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현지 매체들은 테슬라가 이날 갑작스레 추가 영상을 올린 건 ‘의도된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루 전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엔비디아는 ‘피규어AI’에 각각 1억 달러(약 1330억 원)와 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했다. 피규어AI는 2022년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들이 설립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지난달 각각 9500만 달러와 5000만 달러를 피규어AI에 투자했다. LG이노텍(850만 달러)과 삼성(500만 달러)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오픈AI는 피규어 AI 인수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I의 ‘물리적 본체’라고 불리는 휴머노이드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제이 아그라왈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해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거대행동모델(LBM)을 장착한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마지막 퍼즐 조각인 ‘뇌’를 갖게 되면 인간의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무대 조명이 너무 밝아 (얼굴색이 하얀) 백인은 안 보이고 흑인들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23일(현지 시간)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다 되레 인종차별적 농담을 해 비판에 휩싸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인구 510만 명 중 약 25%가 흑인으로, 미국 평균(15%)보다 그 비중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흑인보수연맹(BCF)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흑인들은 너무 심하게 상처받고 차별을 당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며 “그들은 실제로 나를 차별받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4건의 형사기소를 당한 자신과 인종적 편견 때문에 차별적 공권력 행사 등에 시달려 온 흑인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8월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머그샷’(피의자 식별 사진)을 찍은 사실을 거론하며 흑인들 사이에서 그 머그샷이 인기가 많다고도 했다. 그는 “흑인들이 내 머그샷을 들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 그들이 셔츠를 만들고 한 장에 19달러에 팔고 있다. 그렇게 수백만 개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이날 일련의 발언을 두고 인도계인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역겨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가 프롬프터(원고 자막 기기)를 끄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즉석 연설을 하면 실언을 한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는 자신보다 네 살 많은 바이든 대통령의 걸음걸이와 말투를 조롱했다. 이어 올해 78세인 자신의 인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헤일리 전 대사와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을 거론하며 “그들은 이번에도 내가 횡설수설했고 인지장애가 있다고 하겠지만 나는 천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자신이 낫다며 프롬프터를 끄고 즉흥 연설을 했지만 25분간 맥락 없는 발언을 이어가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세계경제는 물론 한반도 안보까지 위협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빨리 패할 수록 모두에게 좋습니다.”24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을 맞는 가운데,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2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는 것 또한 러시아의 한반도 안보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크룩스 대사는 전쟁 장기화로 최근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인터뷰에 동석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 부임 직전 주북한영국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러시아 전쟁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어떤 뜻인가.▽포노마렌코 대사“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폴란드와 몰도바 등을 여러 차례 위협했으며, 독일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8년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저지하는 것은 세계에서 전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최선의 방법이다. 최근에는 파트너국들과 함께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증거를 수집 중이다. 침략국에 무기를 공급한 국가는 우크라이나인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크룩스 대사“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는 이제 북한을 ‘최우방국’이라 부르며 거리를 좁히고, 연일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북-러간 무기 이동은 전쟁을 장기화시킬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국제비확산체제를 훼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된다. 또 러시아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했고 세계의 에너지와 식량 가격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러시아가 빨리 패배할수록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이유다.”―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지원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미 하원은 추가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포노마렌코 대사 “미국의 지원이 하루씩 지연될수록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인의 목숨과 직결된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대(對)우크라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중 한 모든 말들을 실제 이행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 또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에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에 대한 지원 여부를 선택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앞으로도 국제질서의 리더 역할을 유지할 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에도 2022년(311억 달러)보다 많은 425억 달러(약 57조 원)를 제공했다. (단, 63%는 차관 형태다.) 하원이 지원 예산을 통과시켜줄 것이라 기대한다.” ―유럽이 미국 지원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우크라이나가 서서히 패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 해도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러시아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장려할 것”이라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유럽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책은 무엇인가.▽포노마렌코 대사“러시아로 인한 안보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늘리고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이미 유럽과 NATO는 국방정책의 모멘텀을 맞이했다. 유럽의 파트너국들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유럽은 지난달에도 향후 4년간 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크룩스 대사“영국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최대 25억 파운드(약 4조 원)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지원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 그리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 때문에 영국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금까지 880억 유로를 지원했으면서 추가 지원에 합의한 EU 국가들이나, 한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또 영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를 포함해 언제나 미국의 모든 행정부와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 해도 이 관계가 변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범위를 벗어난 핵무기의 보유는 유럽은 물론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영국의 관점이다. 아울러 북한 역시 ‘핵 동결’이 아닌 CVID(비핵화)만이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영국의 입장이다.”―최근 동부 요충지였던 아우디이카에서 우크라군이 후퇴했다고 밝혔는데. 현재 전황과 피해현황은 어떠한가.▽포노마렌코 대사“2년간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절반 이상을 해방시켰고, 러시아 흑해 함대 3분의 1을 침몰시켜 러시아의 해상봉쇄도 해제시켰다. 현재까지 러시아 전선에서 러시아인 4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난관은 올 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월 ‘엉터리 선거’(러시아 대선)를 앞두고 작은 성과라도 세우기 위해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북한산’ 미사일과 이란의 공격용 드론 등으로 대규모 공습을 늘리면서 지난해 우리는 6000회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다. 여기에 전체 46만 러시아군을 우리 영토에 투입시키는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1km²의 땅을 얻기 위해 평균 400명의 러시아군을 희생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현재 방어태세로 전환했으며, 군인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해 더 나은 전선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러시아가 전쟁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에 입힌 피해 규모는 4110억 달러(약 546조 원)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법 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전쟁 범죄 건수만 12만5000여 건으로, 이 중 수백 건은 어린이 학살범죄에 관한 것이다. 정부에 등록된 국내 실향민만 6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학교, 요양원 등에서 살고 있다. 바흐무트, 아우디이우카 등 도시들은 흔적만 남아 있고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가 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30%가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와 불발탄으로 위험해진 상태이며, 문화유산 827개와 학교 2000곳을 비롯한 민간시설 약 15만 곳이 훼손 및 파괴됐다.”―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총사령관을 해임하면서 내분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들 또한 만 2년을 채운 전쟁에 대한 피로감도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전쟁을 둘러싼 여론이 어떠한가. 영국에서는 지원 반대 여론은 없었나.▽포노마렌코 대사“우선 최근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듯 우크라이나의 내부 분열 의혹에 관한 소문의 상당수는 러시아 정권이 불화를 조장하고 우리 국민들의 결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조작하고 퍼뜨린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민주적인 국가로, 물론 군사 및 정치적 지도자들 사이에 의견차가 있을 수 있고, 최근 군사 지휘권을 개편한 것은 전황에 맞는 전략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본다. 대통령이 후임으로 임명한 대부분의 지휘관들 역시 2014년 돈바스 전쟁 때부터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과 함께 러시아를 상대했던 훌륭한 장교들로 전쟁을 잘 이끌 것이다.또한 전쟁 중의 삶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힘들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크룩스 대사“영국인들은 전쟁 이후 14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자신의 집에 받아들였다. 저는 이것이 영국인들이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연민과 연대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EU와 NATO 가입을 위한 논의는 지속 중인가. 지난해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핀란드, 스웨덴의 가입에조차 제동을 걸었었는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포노마렌코 대사“우선 EU 가입은 여전히 우리 외교정책 중 최우선 과제다. 당초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운동은 ‘유럽’의 일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열망에 의해 추진됐다. 우리는 이를 지금까지도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EU 가입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정치인, 외교관, 시민사회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난해 12월 드디어 EU 이사회가 마지막 절차인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움을 이어갈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서 유럽 통합을 견인하는 일종의 기관차가 됐다. 침공 이후 몰도바 또한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고, 조지아도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다만 NATO 가입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를 가입국으로 초대할 지는 아직 협상 중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NATO 가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우리 뿐만이 아니란 것이다. NATO 또한 유럽 대륙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투 준비가 된 군대를 얻게 되는 셈이다.”―휴전 및 전후 처리와 관련해 동맹국들과 논의 중인 내용이 있나. 앞으로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나.▽포노마렌코 대사“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러시아가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평화 회담’이 아닌 사실상 ‘(우크라의) 항복 내지는 점령 회담’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약탈한 뒤, 추후 더 많은 것을 물어뜯을 틈을 노리고 있다. 우리의 평화공식에는 러시아의 적대행위 종식 뿐 아니라, 식량·에너지 안보, 핵 안전, 환경 보호, 인권 및 유엔 헌장의 존중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영토에서의 완전한 철수와 이 조건들의 이행 없이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평화 이행계획의 세부적인 초안을 짜기 위해 실무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80개 이상의 국가, 그리고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현재로서는 전쟁이 끝날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침략자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더 잘 갖출 수록 전쟁도 더 빨리 끝날 것이다.”―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포노마렌코 대사“꼭 필요한 의약품, 구급차 등을 줄곧 지원해주고 계신 한국에 감사하다.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았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각국의 무기 지원이 많이 이뤄질수록 러시아를 더 빨리 몰아낼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편에서 서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크룩스 대사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지는 2년 째지만, 30년 전 젊은 외교관 시절에도 한국에서 근무한 나에게 한국은 굉장히 뜻깊은 국가다. 최근 K-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나와 같은 애정을 갖게된 것을 보며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유럽 뿐 아니라 우리 공동의 가치와 번영, 그리고 안보가 이번 전쟁에 걸려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인들의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전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한반도 안보까지 위협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빨리 패할수록 모두에게 좋습니다.” 24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을 맞는 가운데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2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는 것 또한 러시아의 한반도 안보 위협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 몰도바 등도 노리는 러시아를 저지하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최근 러시아군의 공세로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등 전세가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각국의 무기 지원이 많이 이뤄질수록 러시아를 더 빨리 몰아낼 수 있다”고 촉구했다. 줄곧 우크라이나에 의약품, 구급차 등을 지원한 한국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난해 미국이 2022년(311억 달러)보다 많은 425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며 지속적 지원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전쟁 장기화로 최근 서방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인터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 주기 위해 크룩스 대사도 이례적으로 동석했다. 한국 부임 전 주북한 대사를 지낸 크룩스 대사 역시 북-러 무기 거래를 거론하며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은 지난달 올해 최대 25억 파운드(약 4조 원)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 및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그 자체를 옹호하기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엄청난 수집광으로 알려진 영국의 전설적인 가수 엘턴 존(77·사진)이 21년 만에 자신의 소장품들을 경매에 내놨다. ‘얼굴 없는 화가’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뱅크시의 작품도 포함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TY)는 “20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엘턴 존의 소장품 900여 점에 대한 경매가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번 경매는 1000만 달러(약 133억 원)가량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매에 나온 소장품들은 대부분 존이 미 애틀랜타 자택에 보유하고 있던 것들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수집품들과 함께 살아가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소문난 수집광이다. 최근 그의 동성 남편이자 매니저인 데이비드 퍼니시가 “존의 물건들로 집이 꽉 찼다”고 불평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이 저택이 경매에서 720만 달러에 팔리면서 약 1200m²(약 365평) 규모인 집 안을 가득 채웠던 소장품들도 내놓기로 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경매는 2003년 그가 런던 자택 소장품들을 경매에 내놓은 지 21년 만이다. 존의 방대한 예술 컬렉션은 미술계에서도 언제나 화제였다. 큐레이터 네드 리프킨은 “그의 예술품들은 매우 체계적이다”라며 “경매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가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경매에는 영국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작품 ‘꽃을 던지는 사람’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마스크를 쓴 남성이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그림으로 예상 낙찰가는 100만∼150만 달러다. 존이 뮤지컬 ‘아이다’ ‘빌리 엘리엇’ 음악을 작곡할 때 사용한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도 경매에 나온다. 예상 낙찰가는 3만∼5만 달러. 이 밖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뿔테 안경 여러 점과 공연 의상, 보석 등도 목록에 올랐다. 카르티에가 1991년 400개만 제작한 한정판 시계 ‘크래시’는 예상 낙찰가가 7만∼10만 달러에 이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높은 임대료와 세금 등을 이유로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떠났던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붐이 일자 속속 실리콘밸리로 귀환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인재 확보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스탠퍼드,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인근 명문대에서 배출하는 기술 인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022년 어도비가 인수한 AI 스타트업 ‘피그마’, 또 다른 AI 스타트업 ‘스케일’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에릭 토렌버그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실리콘밸리로 돌아왔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브렉스’의 공동창업자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사를 갔다가 실리콘밸리로 귀환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지난해 말 돌아왔다. 본사를 실리콘밸리로 옮기거나 기존 사무실을 확장하는 AI 기업도 많다. 음성 AI 스타트업 ‘델파이’는 마이애미 본사를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AI 대표 기업 오픈AI 역시 최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많은 기업이 탈(脫)실리콘밸리 행보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일반화한 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이미 비싸기로 유명했던 실리콘밸리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또 펜타닐 등 마약의 범람, 경범죄에 관용적인 캘리포니아주 법 체계 등으로 일대 범죄율이 치솟자 많은 투자자와 기업이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치안이 안정적인 마이애미, 텍사스주 오스틴 등으로 둥지를 옮겼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법인세율은 8.8%로 플로리다주(5.5%)보다 훨씬 높다. 개인에게 부과하는 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 및 텍사스주와 달리 최고 13.3%의 소득세도 내야 한다.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2021년 실리콘밸리를 떠나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챗GPT’ 등 AI 관련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반전됐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애미 일대의 벤처 투자 규모는 한 해 전보다 70% 급감했지만 실리콘밸리의 투자율은 12%밖에 줄지 않았다. 그간 실리콘밸리를 종종 비판했던 머스크마저도 요즘 AI 업무를 보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입을 모아 ‘AI 인재 영입 경쟁’을 꼽았다. 벤처회사 CRV의 맥스 게이저 총괄파트너는 WSJ에 “AI 산업이 IT 산업 중에서도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관련 인재가 모여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샤인 벤처캐피털의 창업자 모 코이프먼 또한 “스탠퍼드대 등 인근 명문대와의 인접성을 포기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 귀환을 더 적극적으로 촉구한다”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2년을 맞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가 17일(현지 시간) 러시아에 완전히 함락됐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 감소로 고전하는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 판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임은 물론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초기 몇 달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진단했다. 다음 달 대선에서 5선을 시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요한 승리”라고 반기며 주요 치적으로 삼을 뜻을 분명히 했다.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관은 이날 “군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다”며 “더 유리한 전선에서 방어를 이어간 후 반드시 수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아우디이우카 점령 사실을 공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곳의 화학공장 건물 위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아우디이우카는 2014년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하는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잠시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가 곧 통제권을 되찾은 곳이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이곳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2022년 2월 전쟁이 발발한 후 양측은 이 일대에서 혈투를 벌여 왔다. 지난해 5월 인근의 또 다른 요충지 바흐무트를 러시아에 내준 우크라이나는 “아우디이우카만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며 대대적인 병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지원 감소로 포탄 등 우크라이나군의 물자 부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병행하자 열세에 놓이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를 3개 방면에서 에워싸자 우크라이나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NYT는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아우디이우카 점령이 바흐무트 점령 이후 최고 성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최근 몇 주간 600마일(약 960㎞)에 달하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했으며 아우디이우카의 함락으로 크레미나, 마린카, 로보티네 등 인근 도시의 방어선 또한 위태롭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을 반대하는 야당 공화당을 향해 “미 의회가 손 놓고 있어 초래된 결과”라며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올해 전 세계 억만장자가 번 돈은 대부분 인공지능(AI)에서 나왔다.” 세계 500대 부호가 올 들어 번 돈의 96%가 AI 관련 자산에서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분석했다. AI 관련 산업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기존 부호를 더 큰 부호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억만장자도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는 13일과 14일 양일간 각각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모두 제치고 미 시가총액 3위 기업에 올랐다. 이제 엔비디아보다 앞에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뿐이어서 AI 산업의 위력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 500대 부호, 올 들어 AI로 1240억 달러 벌어 블룸버그가 전 세계 부호의 재산을 집계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세계 최고 부자 500명이 번 돈의 96%인 총 1240억 달러(약 165조 원)가 AI 관련 자산에서 나왔다. AI가 세계 최고 부자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약 한 달 반 동안 AI로 가장 많은 돈을 번 부자는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모기업 메타의 저커버그 CEO였다. 그의 전체 재산은 약 1700억 달러이며 이 중 대부분인 1610억 달러가 AI 관련 자산이다. 특히 올해 늘어난 AI 관련 자산이 371억 달러이다. 메타는 지난해 AI를 최우선 사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2’를 출시했다. 올해도 AI 산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2위는 196억 달러를 번 황 CEO, 3위는 161억 달러를 번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각각 차지했다. 4위는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은 주역인 MS의 스티븐 발머 전 CEO, 5위는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이다. AI 산업의 활황은 신규 부호 또한 대거 탄생시켰다. AI용 고성능 컴퓨터를 제조하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공동 창업자 찰스 리앙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3배 늘어 현재 62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AI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알렉스 카프 공동 창업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도 7일 하루에만 약 31% 올랐다. 그의 재산 역시 28억 달러가 됐다. 재일교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자산 또한 올 들어 37억 달러 늘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5%를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매출 증가와 주가 상승 덕이다.● 엔비디아 호황에 TSMC-AMD도 수혜 블룸버그는 500대 부호 중 최대 승리자가 황 CEO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미국 뉴욕 증시의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2.46% 오른 739.0달러로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 또한 1조8253억 달러(약 2438조 원)를 기록해 알파벳을 제쳤다. 주가는 올 들어 49% 올랐다. 최근 1년간의 상승폭 또한 221%에 달한다. 주가 상승세가 전문가 예측보다 훨씬 빠른 탓에 많은 월가 애널리스트 또한 목표 주가를 상향하는 데 애먹을 정도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엔비디아 시총은 약 1년 반 전인 2022년 8월만 해도 3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거듭하여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가 됐다. 약 8개월 만에 MS와 애플에 이어 시총 ‘2조 달러’ 기업을 넘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호황 덕에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주가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15일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전일 대비 7.89% 오른 697.0대만달러로 마쳐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경쟁사인 미 반도체업체 AMD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리사 수 AMD CEO의 순자산 또한 12억 달러로 추산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를 빠져나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편에선 2급지 등이 활력을 얻는 등 ‘청신호’도 관찰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병행이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자리잡으면서 우려하던 저성장 현상은 이로 인해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다.13일(현지 시간) 이 매체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대도시에서 노동자와 자본이 이탈하면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수년간 저성장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지만, 팬데믹 이후 이러한 개념이 대대적으로 재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지난해 5월 미국 인구조사국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실제로 과거에는 ‘휴양지’로 여겨졌던 남부 지역 인구는 2022년 128만 명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15개 도시 중 9곳도 이 지역에 있다. 반면 같은해 뉴욕, 워싱턴DC, 보스턴 등 미국 최대 도시들이 포진해 있는 북동부 지역에서는 약 46만 명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처럼 ‘마천루 시대’를 이끌던 뉴욕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경게 침체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WP는 우선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활성화로 인해 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업과 원활하게 네트워킹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WP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피닉스, 잭슨빌 등 비교적 물가가 싼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주로 어린 자녀를 둔 밀레니얼 세대 중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인 점에 주목했다.또한 이 매체는 대도시 주택은 진붙부터 포화 상태로, 팬데믹 이전부터 사람들이 남부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도시에 거주하기 위해 지불하던 값비싼 임대료와 주택담보대출 이자의 일부를 사업과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게된 점도 긍정적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대규모 유입자를 받아들인 도시들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봤다. 실제로 2급지로 여겨졌던 피닉스와 샌안토니오는 미국 10대 도시에 진입했으며, 잭슨빌과 샬럿 또한 인구 100만 명을 앞두고 있어 ‘떠오르는 도시’로 불린다.이같은 인구 변화가 이미 남부 지역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0년대에 들어 테슬라를 비롯해 오라클·휴랫팩커드·드롭박스 등 IT 기업들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 남부의 텍사스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게다가 반도체와 녹색 에너지에 대한 정부와 민간 투자가 늘면서 남부에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미국의 공공 정책기관인 경제혁신그룹(EIG)의 경제학자 벤자민 글래스너는 “사람들이 이동함에 따라 남부의 선벨트(텍사스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어지는 남동부 신흥산업지대)에서 사업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WP는 유입 인구가 늘자 플로리다 등 지역들도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주택 위기 및 임대료 인상의 부작용을 겪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뉴욕의 상업부동산 침체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은행을 흔드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도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이 중남미 불법이민자 급증에 따른 국경 통제 실패를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사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3일 통과시켰다. 현직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1876년 윌리엄 벨크냅 당시 전쟁장관은 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때는 뇌물수수라는 개인 비리 혐의가 탄핵소추의 이유였다. 마요르카스 장관의 해임 여부는 탄핵심판권을 가진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집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어서 최종 해임 가능성은 낮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무위원 탄핵마저 정쟁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하원은 마요르카스 장관의 탄핵안을 전체 450석 중 찬성 214표, 반대 213표로 가결시켰다. 공화당은 앞서 6일에도 이를 하원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당시 당내 이탈표로 부결됐다. 5일 만에 다시 탄핵안을 올렸고 6일 표결 때 암 치료 때문에 불참했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단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됐다. 가결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 게임을 위해 명예로운 공무원을 표적으로 삼은 공화당 의원들의 행동은 위헌적”이라고 반발했다.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이민자가 대폭 늘었다며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국경장벽 건설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실시했고 재집권 시 이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지원 비용을 줄여 이민자 단속에 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현직 장관을 개인 부패나 기타 위법행위 혐의가 아닌 정책을 둘러싼 견해차로 탄핵한 것을 두고 비판이 상당하다. 헌법에는 탄핵 기준을 중범죄나 경범죄 등 범죄를 저질렀을 때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독재자를 권력에서 내몰기 위한 의회의 가장 강력한 도구였던 탄핵이 정쟁의 무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켄 벅 하원의원도 “정책 차이가 있다면 탄핵이 아닌 다른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서서히(slow motion)’ 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하루 1만 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올해 최소 450만 발의 포탄을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 하루 1만2000발의 추가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하루 2000발의 포탄만 사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 일대에서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일부는 최근 하루에 쏠 수 있는 포탄 수를 3발로 제한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출 형태가 아닌 이상 어떤 나라에도 원조 형태의 돈을 줘서는 안 된다”며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야당 공화당이 1당을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미 하원에서도 600억 달러(약 81조 원)의 지원 예산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디언은 미 정치의 여파를 분석한 기사에서 “유럽이 미국의 지원 공백을 채우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슬로 모션’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의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도 높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올렉산드르 파울류크 전 국방부 1차관을 신임 지상군 사령관으로 발탁했다. 전쟁 첫해인 2022년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을 맨손으로 찢을 준비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호전적 성향이다. 발레리 잘루지니 전 총사령관은 대반격 상황을 ‘교착 상태’로 언급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불화설이 계속되다가 결국 경질됐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시판 성냥이 아니라 주문 제작한 성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네스북에 등재할 수 없다.” 프랑스 모형 제작가 리샤르 플로 씨(47)가 성냥 70만6900개를 투입해 7.19m 높이의 에펠탑 모형을 완성했지만 최근 영국 기네스북으로부터 등재를 거절당했다. 6일(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기네스북 측은 플로 씨가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 성냥 제조업체로부터 유황 머리가 없는 성냥 몸통만 구입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과거 기록은 시판 성냥으로 이뤄졌는데 플로 씨만 시판 성냥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플로 씨는 성냥 에펠탑을 만들기 위해 최근 8년간 약 4200시간을 투입했다. 사용된 성냥의 무게만 15kg에 달했다. 지난달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 남서부 샤랑트마리팀에서 처음 공개됐고 지금까지 약 4000명이 작품을 관람했다. 플로 씨 이전에 가장 높은 성냥 에펠탑을 만든 사람은 레바논인 투피크 다헤르 씨다. 다헤르 씨는 2009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6.53m의 성냥 에펠탑을 공개했다. 특히 하반신이 마비된 그가 휠체어를 탄 채로 이 작품을 완성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다헤르 씨는 약 600만 개의 성냥을 사용했다. 소요된 비용은 1만1000달러(약 1485만 원), 제작 시간은 2316시간이었다. 플로 씨는 기네스북의 등재 거절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기네스북이 자신의 작품은 물론이고 그 안에 담긴 제작자의 의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초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기네스북 측이 이에 대응할 의무가 없어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 씨는 새 작품을 제작하며 좌절감을 털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나는 실패에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한다”며 다른 작품을 통해 반드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한 세계기록을 세우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가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3차원(3D) 프린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시판 성냥이 아니라 주문제작한 성냥으로 만들었기에 기네스북에 등재할 수 없다.”프랑스 모형 제작가 리샤르 플로(47) 씨가 성냥 70만6900개를 투입해 7.19m의 에펠탑 모형을 완성했지만 최근 영국 기네스북으로부터 등재를 거절당했다고 르피가로 등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기네스북 측은 플로 씨가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내 한 성냥 제조업체로부터 유황 머리가 없는 성냥 몸통만 구입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과거 기록은 시판 성냥으로 이뤄졌는데 플로 씨만 시판 성냥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플로 씨는 성냥 에펠탑을 만들기 위해 최근 8년간 약 4200시간을 투입했다. 사용된 성냥의 무게만 15kg에 달했다. 지난달 그가 거주하는 남서부 샤량트마리팀에서 처음 공개됐고 지금까지 약 4000명이 작품을 관람했다.플로 씨 이전에 가장 높은 성냥 에펠탑을 만든 사람은 레바논인 투픽 다헤르 씨다. 다헤르 씨는 2009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6.53m의 성냥 에펠탑을 공개했다. 특히 하반신이 마비된 그가 휠체어를 탄 채로 이 작품을 완성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다헤르 씨는 약 600만 개의 성냥을 사용했다. 비용은 1만1000달러(약 1485만 원), 제작 시간은 2316시간이었다. 플로 씨는 기네스북의 거절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기네스북이 자신의 작품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제작자의 의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초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기네스북 측이 이에 대응할 의무가 없어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플로 씨는 새 작품 제작을 통해 좌절감을 털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지 언론 르파리지앵에 “나는 실패에 갇혀있는 것을 싫어한다”며 다른 작품을 통해 반드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한 세계 기록을 세울 뜻을 비쳤다. 그가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3D 프린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