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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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문화 일반40%
음악30%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 화가 난다, 또 보고 싶다!… 대중문화 ‘분노 콘텐츠’ 바람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분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마다 분노의 원인이나 양상은 다르지만, 분노라는 보편적 감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공통점이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모범적 소수자’로 살아야 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리면서도 인정 욕구, 질투, 불안, 자기혐오 등 현대인의 분노를 자극하는 보편적 감정을 다뤄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극중 못난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대니(스티븐 연)나 자신보다 육아에 더 큰 역할을 하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는 에이미(앨리 웡)의 모습은 국경을 초월해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도 대니, 에이미처럼 화낸 적이 있다”, “분노가 가득한 현대인의 마음을 후벼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로드 레이지’(난폭 운전)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악화시킨 것은 고립감과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현대인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는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보여줬다”며 “‘성난 사람들’은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억압이 해결되지 못하면 개인은 분노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보일 거라는 통찰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성난 사람들’이 분노한 주인공들을 보여준다면 12·12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불의에 무기력한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영화를 보다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느낀 분노를 인증한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심박수 측정 챌린지’가 유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분노가 이어지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약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요즘 세대는 공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지를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은 젊은 세대가 분노할 수 있는 비극적 서사”라고 했다. 사회적 공분뿐 아니라 ‘불륜 서사’도 분노를 유발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약 8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웹툰 원작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친구와 바람이 난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여자의 복수극으로 최고 시청률 9.4%를 달성했다.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툰 ‘재혼황후’도 불륜 소재로 여성들의 공분을 자아내며 네이버웹툰 여성 독자 조회수 1위에 올랐다. 분노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건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 트렌드도 한몫하고 있다. 이융희 문화연구자(전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회당 읽는 시간이 5분 남짓한 웹소설, 웹툰은 독자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해 다음 회차를 구매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콘텐츠 소비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만큼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앞으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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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가지로 그린 동그란 고정관념…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 소녀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온다. 소녀는 바닥에 놓인 나뭇가지를 집어 원 하나를 그린다. 원은 소녀가 두 팔을 벌리면 꽉 찰 듯 작다. 신문을 읽는 중년 남성, 가방을 든 젊은 여성,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혼부부…. 소녀 뒤를 따라 등장한 사람들은 하나 둘 원 안으로 들어간다. 원은 꽉 찼지만, 사람들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녀가 다시 등장해 원을 지운 뒤에야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간다. 다음 달 15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서클’의 한 장면이다. ‘서클’을 연출한 정유미 감독(42·사진)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애니메이션으로 네 번이나 초청받았다. 그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며 “고정된 관념의 벽을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담아내려고 한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클’에선 정 감독 특유의 세밀한 연필 드로잉 기법이 돋보인다. 머리에서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오는 ‘수학시험’(2010년),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연애놀이’(2013년), 집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통해 소멸의 의미를 고찰한 ‘존재의 집’(2022년) 등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의 전작들도 모두 흰색의 평면 공간에 채색 없이 검은 선으로만 그려졌다. 그는 “국민대 회화과에서 순수미술을 배우고, 이후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인생 경로가 작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서양화보다는 동양화를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을 배운 뒤에도 여러 색상보다 흑백에 익숙했죠. 동양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라 신비로운 분위기와 작품의 상징성이 도드라집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펴낸다.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나의 작은 인형 상자’(2006년),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은 ‘먼지아이’(2009년)는 각각 동명의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이 두 작품으로 한국 그림책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2년 연속(2014, 2015년) 수상했다. 특히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라가치상 심사위원회로부터 “시각적 내러티브의 독창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소녀가 직접 만든 작은 인형 상자 안을 여행하는 액자식 구조”라며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작법이 그림책 분야에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이나중 탁구부’ 같은 독특한 일본 만화, 꼭두각시 인형을 사용하는 ‘퍼핏 애니메이션’ 등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다”며 “내 작품은 주로 ‘내면의 아이’(무의식에 담긴 어린 시절의 기억)를 묘사하고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을 보면서 한 장르의 작법을 다른 장르에 적용하는 방식을 즐긴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애니메이션과 그림책 모두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여러 장르를 옮겨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죠.” ‘서클’을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을까. “기회가 되면요. ‘서클’은 7분 남짓의 짧은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림책으로 만든다면 마치 시 같은 독특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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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천성 근육병 딛고 SF작가로… “읽고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저는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컴퓨터 타자를 못 쳐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죠.” 15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최의택 작가(33)는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해맑게 말했다. 그는 컴퓨터에 설치한 ‘가상 키보드’로 글을 쓴다. 먼저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가상 키보드의 자음이나 모음에 커서를 놓는다. 이후 왼손으로 숫자가 쓰인 매크로 키보드를 누르면 글자가 입력된다. 마우스를 누를 힘이 없어 특별히 고안한 방법이다. 설명을 듣고 따라 해봤지만 자꾸 오탈자가 났다. 타자 속도가 더뎌 한 문장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방식으로 많게는 하루에 1만 자를 쓴다. 200자 원고지 600장 분량의 소설을 2개월 만에 쓴 적도 있다. 비장애인 작가도 소화하기 힘든 속도다. 그는 “피곤해서 몸이 빳빳하게 굳어도 매일 4시간씩 이런 방법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근육병의 일종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이 앓은 루게릭병처럼 몸이 점점 굳는다. 어릴 적부터 걸어본 적이 없고, 휠체어로 학교를 다녔다. 병세는 빠르게 진행됐다.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에 빠졌다.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다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문학소년도, 책벌레도 아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것밖엔 할 게 없어 문학을 시작했다. 문학이 유일한 삶의 탈출구이자 구원자였다. 정보라 작가(48)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래빗홀·2017년)에 실린 단편소설 ‘안녕, 내 사랑’을 읽은 뒤 2018년부터 공상과학(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종이책을 들 수 없어 가족의 도움으로 종이책을 스캔해 PC로 읽고 습작했다. 2021년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아작·2021년)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그의 소설은 비주류에 주목한다. 가상현실 중고교에 유령처럼 등장한 학생들을 다룬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주류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AI) 보육교사에게 돌봄을 받는 자폐아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 ‘보육교사 죽이기’에선 돌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다니지 못해 남들처럼 쓰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소수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SF 작가 70여 명이 소속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로 최근 선출됐다. 그를 비롯해 부대표, 운영이사까지 3명의 간부 모두 데뷔 5년 내 신인 작가들이다. 그는 순수문학계에 비해 ‘문단’ 고리가 약한 장르문학계에서 불거지는 저작권 논쟁 등 창작자 권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15년을 방 안에 살던 내게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들은 소중한 친구들”이라며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동료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계속할까. 그와 그의 어머니 박미서 씨(59)가 담담히 답했다. “소설 쓰는 일에 중독됐어요. 쓸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계속 쓰고 싶어요.”(최 작가) “어떨 땐 아들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그만 쓰면 좋겠다 싶다가도 쓸 때 즐거워하는 걸 보면 말리지 못해요.”(박 씨)천안=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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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해외 대형 출판사들, “AI 번역금지” 국내 출판사에 계약 요구

    북미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를 비롯한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국내 출판사들과의 최근 판권 계약서에 ‘인공지능(AI) 번역기 사용 금지’ 조항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내 번역가들은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AI 번역기 사용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I 활용 논란이 테크업계를 넘어 출판계, 학계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형 출판사인 열린책들은 지난해 12월 해외 유명 출판사와 미국 에세이 작가의 신작 판권 계약을 맺으며 ‘AI 기술을 사용해 책을 번역할 수 없다’는 조항의 삽입을 요구받았다. 김영사도 201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유럽 작가의 장편소설을 재출간하는 과정에서 해외 출판사로부터 ‘AI 번역기 사용 금지’ 요청을 받았다. 국내 번역가가 딥엘이나 파파고, 구글번역기와 같은 AI 번역기를 사용하면 계약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계약서의 번역 관련 조항에는 ‘번역을 정확히 충실하게 해야 한다’, ‘번역가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문장을 수정하거나 축약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최근 들어 AI 번역기 사용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해외 출판사들의 AI 번역 금지 요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대형 출판사 창비의 계열사인 미디어창비와 중형 출판사 동아시아도 각각 어린이책과 논픽션 출간 계약을 최근 맺으면서 해외 출판사의 요구로 AI 번역 금지 조항을 넣었다. 특히 해외 출판사들은 계약서에 ‘표지, 디자인, 오디오북 제작에도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항까지 넣고 있다. 번역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 등 책 제작 전반과 오디오북 등 지식재산권(IP) 활용에도 AI 사용을 막은 것이다. 산하 브랜드만 100여 개에 달해 ‘출판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펭귄랜덤하우스나 세계적 학술 출판 그룹 존와일리앤드선스처럼 유명 저자들의 판권을 대거 보유한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어 국내 출판계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AI 번역기 활용을 금지한 표면적인 이유는 ‘오역 우려’다. AI 번역기가 문장을 직역해 저자의 뜻을 왜곡한다는 것.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연 심포지엄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에선 AI 번역기에 의한 오역 사례가 다수 발표됐다. 예컨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시 ‘해변의 묘지’의 일부분(“바람이 분다. 살아보자꾸나”)을 챗GPT는 “바람이 일어납니다! … 살아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잘못 번역했다. 출판계에선 AI 번역기에 원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유출될 가능성을 해외 출판사들이 우려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사나 논문과 비교해 책은 상대적으로 AI 학습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AI 번역기에 전문이 입력되는 순간 책 내용이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쓰일 수 있다. 표지나 디자인 역시 AI가 제작에 관여하면 AI가 이를 학습할 수 있다. 국내 출판사들은 법적 책임을 우려해 해외 출판사의 요구사항을 번역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국내 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번역가들에게 구두로 AI 번역기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대표도 “번역가들이 AI 번역기를 몰래 사용하다 걸리면 국내 출판사들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AI 번역 금지 조항을 번역가와의 계약서에 따로 넣을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번역 오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번역기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국내 번역가들은 이 같은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한 프리랜서 번역가는 “챗GPT나 파파고를 쓰면 번역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특히 일반 문장들은 거의 완벽한 번역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번역가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중요한 소설보다는 비교적 문장이 단순한 실용서나 학술서 번역에 AI 번역기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AI 번역기를 활용해 번역 건수와 수입이 2배 늘었는데 이를 멈출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번역 시장에선 AI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하고 이를 번역가가 검수해 완성도를 높이는 ‘기계번역 사후교정(MTPE)’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AI 번역 기업 플리토는 MTPE 일감을 대량으로 받아 소속 번역가나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감수만 맡긴다. 한 번역가는 “번역 단가가 낮아 생계 때문에 번역을 그만둔 이들이 MTPE가 늘면서 다시 업계로 돌아오고 있다. AI 번역기 활용의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판사들이 번역가들의 AI 활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책의 특정한 정보가 포함돼 있을 경우 AI 번역기 활용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는 있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방송작가들이 챗GPT가 기존 대본을 짜깁기할 우려가 있다며 파업을 벌인 것처럼 저작권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계가 AI 사용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번역가와 AI 번역기가 공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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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 칸 영화제 초청’ 이두용 감독 별세

    한국 영화사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사진)이 19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멜로 영화 ‘잃어버린 면사포’(1970년)로 데뷔했다. 1974년 한 해에만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속(續) 돌아온 외다리’, ‘배신자’ 등 6편의 태권도 영화를 내놨다. 한국 에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뽕’(1985년)도 고인의 작품이다. 고인은 봉건제도를 비판한 ‘피막’(1980년)으로 베니스 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여인의 기구한 인생사를 그린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년)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한국 영화사 처음으로 초청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호, 딸 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1일 오후 1시 반. 02-2072-2010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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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억하는지, 불안하고 반짝인 그 시절을

    “내가 얼마나 평범해졌는지 봐. 그 옛날에는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어느 날 ‘나’는 옛 연인 마야에게 e메일을 받는다. 마야는 두 아이와 함께 교외의 집에 살고 있다. 매일 달리기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머리는 짧게 자른 상태다. 마야가 보낸 사진을 보며 ‘나’는 마야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물감이 튄 작업복을 입고, 히피풍의 샌들을 신은 채,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림을 그리던 마야의 과거와 현재는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마야에게 왜 그림을 그만뒀냐고 묻지 않는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모두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과거를 곱씹을 뿐이다. 마야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며 하고 싶던 일을 마음껏 하던 그 시절을 말이다. 신간에 포함된 단편소설 중 하나인 ‘넝쿨식물’의 내용이다. 현대 영미문학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그의 첫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은 2011년 한국에 출간된 뒤 절판됐다. 하지만 2019년 한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뒤 재출간돼 화제를 끌었다. 삶의 변곡점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과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장으로 단편소설의 미학을 제대로 살려낸 그의 재능에 한국 독자들이 뒤늦게 반응한 것이다. 신간에 담긴 15편의 단편소설은 대부분 중년의 화자가 청년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이야기다. 물론 친구들과 꿈꾸던 미래(단편소설 ‘라인벡’)처럼 불안하지만 빛나던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무용하지 않다. 어떤 일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정도(단편소설 ‘오스틴’)로 성숙해졌다. 하지만 예술에 전념하던 시기는 떠났고(단편소설 ‘담배’), 촉망받던 예술적 재능이 연기처럼 사라진 사실(단편소설 ‘첼로’)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가끔 친구들과 모여 ‘사라진 것들’을 떠올릴 때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드는 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저 우린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단편 ‘사라진 것들’ 중)을 응시할 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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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사람들’ 보다가 실비아 플라스 읽기[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10개 에피소드엔 명언에서 모티브를 받은 시적인 소제목이 붙어 있다. 특히 3화 소제목 ‘내 속엔 울음이 산다’는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시 ‘느릅나무’의 한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다. 옛 연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의 모습이 나오는 3화 내용과 소제목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에어리얼: 복원본’의 책장을 열었다. ‘에어리얼’은 1963년 실비아 플라스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인 1965년에 처음 출간돼 세계적 찬사를 받은 시집이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시가 수십 편 사라지고, 시의 배열 순서가 바뀌어 작가의 본래 의도와 멀어졌다. ‘에어리얼: 복원본’은 시인이 세상을 떠날 때의 책상 위에 놓인 검은색 공책에 놓인 원고를 그대로 살린 번역본이다. “내 속에는 울음이 살고 있다./밤마다 울음은 날개를 퍼덕이며 나와/자신의 갈고리들로, 사랑할 무언가를 찾는다.”(시 ‘느릅나무’ 중) 플라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바친 시다. ‘성난 사람들’ 3화의 소제목은 이 구절에서 따왔다. ‘I am inhabited by a cry’라는 원문을 넷플릭스는 ‘내 속엔 울음이 산다’, ‘에어리얼: 복원본’은 ‘내 속에는 울음이 살고 있다’로 번역했다.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마치 울음이 집을 짓고 사는 것처럼 묘사하는 문장에서 플라스의 고통이 여실히 느껴진다. 특히 감정인 울음을 날개를 퍼덕이고 갈고리를 뻗친다며 생명체처럼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시집에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한 시들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은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를 거야, 얼마나 자유로운지”(시 ‘튤립’ 중)처럼 자유를 노래한다. “사랑이여, 세상은/갑자기 색깔을 바꾸고, 바꾼다”(시 ‘11월의 편지’ 중)처럼 애정이 담긴 시도 있다. 특히 시집의 첫 단어는 ‘사랑’, 마지막 단어는 ‘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바람기가 가득한 남편과 이혼한 불우한 인생이지만 플라스는 적어도 시집의 시작과 끝에선 희망을 찾으려 한 것이다. ‘성난 사람들’ 1화 소제목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82)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현대인들의 고통을 다룬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깨달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어둠을 알아차림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문장에서 따온 10화 소제목 ‘빛의 형상’은 화해(?)를 모색하는 작품의 결말을 암시한다. ‘성난 사람들’ 정주행 시청을 끝낸 이들이라면 소제목을 곱씹어보며 해석의 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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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 아빠…’ ‘… 투자의 정석’ 재테크 책 인기

    ‘부자아빠의 돈 공부’(동양북스), ‘2024 9대 테마 투자 트렌드’(한스미디어),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리더스북), ‘돌파 매매 전략’(이레미디어), ‘주식 월급 만들기 프로젝트’(아템포)…. 새해부터 출판계에 투자서 붐이 일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투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기존 투자서가 국내 주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해외 주식을 겨냥한 책들이 눈에 띈다. ‘나는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이레미디어)는 일본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해 이익을 거두는 방법을 소개한다. ‘미국주식 처음 공부’(이레미디어)도 미국 주식 투자 입문서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를 처음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 수요가 높아지면서 ‘나는 월급날 비트코인을 산다’(진서원)와 같은 관련 투자서도 나왔다. ‘선생님의 돈 공부―수업은 끝났고요, 재테크 중입니다’(창비교육)처럼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투자서도 있다. 통상 투자서는 40, 50대 중년층 독자가 많지만 최근에는 20, 30대 독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출간된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길벗) 구매자의 28.7%가 20, 30대로 조사됐다. 유튜버가 쓴 이 책이 18일 종합 순위 기준으로 온라인 교보문고 1위, 알라딘 3위, 예스24 5위에 오른 데에는 젊은 독자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아파트 투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모 도움 없이 재테크에 성공하고 싶은 20, 30대 독자가 늘면서 투자서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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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박찬욱 덕분에 한국이름 자부심”… 이성진 감독, ‘소니 리’ 버리고 본명 사용

    “나도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이성진 감독(43)은 지난해 8월 서울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 감독의 활약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미국인들은 ‘이성진(Lee Sung Jin)’이라는 한국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숙제를 낼 때 ‘소니 리(Sonny Lee)’라는 영어 이름을 썼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2003년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월트디즈니 계열 케이블 채널 FXX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 각본가로 참여할 때도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9년 ‘투카 앤드 버티’ 각본을 쓰면서부터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주연 ‘대니 조’로 열연한 스티븐 연(연상엽·41)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2016년 결혼한 그의 아내 조아나 박(박은경)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스티븐 연은 2009년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17년 개봉한 봉 감독의 ‘옥자’에 출연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한국계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2020년 영화 ‘미나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극 중 대니의 동생인 ‘폴 조’ 역의 영 마지노, 대니의 사촌형 ‘아이작 조’ 역의 데이비드 최도 한국계 배우다. 조연인 에드윈(저스틴 민), 베로니카(앨리사 김), 나오미(애슐리 박)도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극 중 일본계 ‘조지 나카이’를 연기한 조셉 리도 2018년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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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전 예산 삭감에… 출판협회 “해외진출 차질” vs 문체부 “정부가 주도”

    국내외 도서전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해외 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가 출협에 지원하는 예산이 지난해 22억9000만 원에서 올해 12억2000만 원으로 46.7%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협은 “문체부는 출협이 수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의 진행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 때문에 많은 출판사가 해외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통령실에 최근 발송했다. 출협은 공문에서 “문체부는 행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문체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출협 지원 예산 중 가장 크게 줄어든 건 해외 도서전에서 주빈국관 설치 예산이다. 출협은 매년 국내 작가, 출판사와 함께 해외 도서전에 참가해 주빈국관을 세우고 국내 책을 소개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국제도서전의 주빈국관 설치 예산으로 출협에 7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편성된 관련 예산 10억 원을 출협이 아닌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배정했다. 또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관 운영 비용 지원도 지난해 6억5000만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줄였다. 출협은 현재 검토 중인 캐나다, 브라질 도서전에서 주빈국 참여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산에 주빈국 사업이 편성돼 있음에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겠다는 문체부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해외 도서전은 외교 성격을 지니고 있어 민간단체인 출협이 아닌 공공기관인 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해외 도서전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7월에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 도서를 홍보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이 지난해 9억7000만 원에서 올해 6억7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출협은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인접 산업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법이 필요한 시기에 예산 삭감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예산 축소는 지난해 회계 처리 논란의 후속 조치라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을 정부와 민간단체 중 누가 출판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올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등 현안이 산재해 있다. 문체부와 출협이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줄이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 개최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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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구 위기와 함께 ‘위대한 성장의 시대’ 막 내릴 것”

    로마의 인구는 황금기로 불렸던 2세기에 110만 명에 달했다. 2000여 년 전에 이미 웬만한 대도시 규모였던 셈이다. 하지만 376∼382년 로마 제국과 고트족 사이에 일어난 ‘고트 전쟁’, 410년 서고트족이 로마 시내를 약탈한 ‘로마 약탈’을 거치며 인구가 급감했다. 7세기 10만∼20만 명, 11세기엔 3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성벽 안쪽의 일부 땅은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질병과 강도가 들끓었다. 버려진 땅이라는 뜻의 ‘디스아비타토(Disabitato)’라 불렸다. 한때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를 통치했던 로마도 사람이 없어지자 쇠퇴한 것이다. 인구 감소가 도시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비단 과거에만 국한될까. 미국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에서 “여러 국가에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역설한다. 근대에 들어선 뒤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고령화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고 국가 경쟁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논리다. “한번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것이다.” 저자가 눈여겨보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비율은 1950년대 전체의 5%였지만, 2010년대 30%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집 7채 중 1채인 빈집은 2040년에는 3채 중 1채꼴로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예측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 일본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한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1970년대 한국에선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유행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1960년 6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치도 나왔다. 저자는 한국이 일본과 함께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섰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인구 축소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인 스타라자고라의 2배에 가깝다. 일자리와 돈을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지방 도시는 소멸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가족수당, 세금 혜택, 보조금 지급, 유급 육아휴직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2050년 무렵이면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다만 미국은 2050년에도 여전히 ‘경제적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 평가한다. 중국, 독일과 비교하면 최근 미국의 출산율 감소 폭이 크진 않고, 15∼30세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이민정책, 중국은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구를 지탱하려 하지만 2050년까진 미국의 우위를 뒤집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간은 그래프와 도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인구 변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의 적절한 주제를 다루면서 “축소 시대가 왔다는 걸 거부하지 말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흥미롭다. 다만 “늦기 전에 (끓는) 솥에서 나올 방법을 우리는 찾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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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순간 찍는 건, 불행할 때 꺼내 볼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예쁜 아치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손때 묻은 카메라가 하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카메라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준다는 것이다. 또 원하는 시점의 미래를 미리 찍어주기도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부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워킹맘…. 운명에 이끌린 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카메라 앞에 선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사진사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 안은 손님을 향해 외친다.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지금 마음에 떠올려 보세요.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손님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12일 출간된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북로망스)의 줄거리 일부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윤정은 작가(41)는 신간처럼 따뜻하고 해맑았다. 왜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힐링 판타지’를 썼냐고 묻자, 그는 “모두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치유 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각해 보면 ‘힐링’이란 말 자체가 ‘판타지’ 아닌가 싶었죠. 사람들의 상처를 판타지로 치유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하하.” 신간은 지난해 3월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의 속편이다. 전작은 국내에서 30만 부 팔리며 2020∼2021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1·2권, 2021∼2022년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1·2권에 이어 힐링 소설 열풍을 이어갔다. 수상 경력은 2012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은상뿐으로, 장편소설을 처음 펴낸 그가 출판계를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는 “광고대행업, 파티플래너, 마케터로 일하며 10여 년 동안 동아일보 등 여러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다 떨어졌다”며 “20대 중반부터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글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작은 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판권 선인세로 영국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 미국 15만 달러(약 1억9700만 원)를 받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15개국 출판사와도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문학동네)의 영국 선인세가 7만5000파운드(약 1억2600만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독자가 위로 받기를 원했다. 세탁소라는 공간이 해외 독자에게도 익숙하고, 최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작과 신작 모두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주제는 같다. 다만 신작은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같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더 따뜻하게 위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속편의 저주’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전작보다 신작을 쓸 때 더 행복하게 썼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그는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젠 상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상 받는 작가보다는 독자 곁에서 호흡하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요. 앞으로는 영화 각본이나 드라마 시나리오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물론 신작이 인기를 끈다면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 3편도 쓸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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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정국, 9주째 ‘빌보드 200’에 K팝 솔로가수 음반으로 최장 기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27·사진)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물며 신기록을 세웠다. 9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정국의 솔로 앨범 ‘골든(GOLDEN)’은 ‘빌보드 200’ 28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12일 이 차트 2위에 오른 뒤 9주 연속이다. K팝 솔로 가수 앨범 중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문 건 최장 기간이다. ‘골든’ 앨범의 타이틀곡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70위에 올라 9주 연속 차트에 들어갔다. 정국의 솔로곡 ‘세븐(Seven)’은 미국 빌보드 글로벌 차트인 ‘글로벌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모두 10위 안에 진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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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형출판사, 중소업체 책 표지 표절 논란

    국내 대형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인문학서 ‘벌거벗은 정신력’의 표지가 지난해 4월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의 표지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쌤앤파커스는 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8년 국내에 출간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를 ‘벌거벗은 정신력’으로 이달 말 개정 출간한다는 글과 함께 개정판 표지를 올렸다. 개정판 초록색 표지 맨 위엔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LOST CONNECTION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 문구를 넣었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우울증 환자를 인터뷰해 단절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하지만 곧 SNS를 중심으로 개정판 표지가 집중력을 잃어버린 시대를 저격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지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 출판사 어크로스가 출간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주황색 표지엔 맨 위에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STOLEN FOCU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문구를 넣었다. 서체, 부제의 위치, 띠지 스타일 등 디자인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 책의 저자가 같은 데다 책 표지 디자인마저 유사하다 보니 마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출판계에선 두 책의 저자가 같고, 표절당한 책이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가장 사랑받은 책’,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인문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오른 만큼 쌤앤파커스의 의도성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목, 표지를 협의 없이 표절했다는 점에서 대형-중소 출판사의 갑을 관계를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지난해 유난히 주목받은 책인 만큼 쌤앤파커스에서 표절 여부를 모를 리가 없는데, 어크로스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깜짝 놀라 쌤앤파커스에 항의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쌤앤파커스는 표지를 바꾸기로 했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독자에게 같은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사후 재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선 표지, 제목을 따라 하는 ‘카피캣’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이 인기를 끌자 밤에 불이 켜진 건물이 그려진 표지를 내세운 소설책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0년 에세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갤리온)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줄지어 출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표지, 제목, 디자인에 투자해 차별화된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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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내게 글쓰는 바통 넘겨”

    “28년 뒤 또다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제 인생이 더 재밌고 풍요로워졌다고 말하고 싶네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올해 최고령 당선자인 시나리오 부문 정한조 씨(59)는 “28년 전 다른 신문사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뒤 인생이 재밌게 흘러간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치 과거의 제가 미래의 저한테 바통을 넘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이상민(42), 단편소설 임택수(55), 시 한백양(본명 이상정·37), 시조 고은산(본명 고완수·56), 희곡 소윤정(50), 동화 이정민(45), 문학평론 황녹록(본명 황정화·53), 영화평론 민경민(본명 황경민·34)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참석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한백양 씨는 “괴로워지는 와중에도 시 쓰기가 재밌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윤정 씨는 “오랫동안 연극의 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연극은 내게 ‘장롱면허’ 같았다. 어느 날 돌연히 글이라는 것이 저를 찾아와 장롱면허를 가지고 길을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정민 씨는 “2016년 남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됐을 때 이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자리에 정말 설 수 있을지 몰랐다”며 감격했다. 임택수 씨는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무념무상에 이르기 전 생각하고 생각하는 한없이 지난한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고은산 씨는 “시조가 자유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쓰겠다”고 말했다. 황녹록 씨는 “비평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이르고 싶다”고 했다. 민경민 씨는 “스크린 아래 마련된 은은한 등불로 좋은 영화를 꾸준히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민 씨는 “삶과 맞대면하고 말해야만 하는 것을 적겠다”고 말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축사에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40세에 데뷔했다. 오늘 수상자들이 결코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인 최윤 소설가는 “비언어적 시대, 언어가 뒤로 어딘가 숨어 들어간 때에 언어를 선택한 수상자가 귀해 보인다.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이정향 영화감독,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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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 ‘초반 무료’ 폐지法에… “불공정 근절” vs “산업 위축 우려” [인사이드&인사이트]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웹툰계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시행 시 웹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 반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초반 회차 무료 공개 막힐 수 있어”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출판·캐릭터 업체 형설앤과의 저작권 분쟁 도중 지난해 3월 세상을 등지면서부터다. 이 작가와 형설앤이 2007년 맺은 계약에 검정고무신 저작물 관련 사업화를 형설앤이 포괄적, 무제한, 무기한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는 게 이 작가 측 주장이다. 15년간 검정고무신 이름으로 77개의 사업이 이뤄졌지만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고인이 이 기간 받은 금액은 1200만 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신인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영구 양도받는 출판계 계약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제2의 검정고무신’을 막겠다며 입법을 추진했다. ‘검정고무신법’으로 불리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지난해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웹툰계에선 이 법이 포괄적 규제를 명시해 웹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제작과 유통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요 법안 통과를 코앞에 두고도 어느 누구 하나 우리 웹툰계에 여론 수렴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았다”며 “법안 통과 연기를 요청하고 시급히 웹툰업계 각 주체의 해당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웹툰계에선 법안에서 불공정행위로 규정하는 ‘판매촉진비 및 가격할인 비용 전가’ 규정이 웹툰 성공에 상당한 역할을 한 사업모델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초반 회차를 무료로 공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끈 뒤 뒷이야기의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웹툰 플랫폼의 ‘기다리면 무료’, ‘매일 열 시 무료’는 작가에게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불공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때에 부적절한 규제가 시장 확대를 막을 수 있다”며 “법안의 입법 취지는 좋지만 선의가 왜곡돼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초반 회차 무료 공개의 비용을 플랫폼이 모두 감당할 경우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신인 작가 등은 화면 배치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에만 독자가 쏠려 작품 다양성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특히 콘텐츠 제작사(CP)들은 법 규정 중 ‘문화상품을 납품한 후에 해당 문화상품의 수정·보완 또는 재작업을 요구하면서 이에 소용되는 비용을 보상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금지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CP 관계자는 “웹툰 제작 과정에서 작업물의 수정을 요청하는 일은 항상 발생한다. 수정 비용을 일일이 지급해야 하면 작품 수정 자체를 요청하지 않아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창작자 보호 위해 입법 필요” 반면 출판계나 작가들은 ‘제2의 검정고무신’ 사건을 막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네이버, 카카오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의 횡포를 막고,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해 12월 27일 성명서를 내고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을 지지했다. 출협은 성명서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 유통사들은 규제 법안이라며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태계 조성에 협력해주기를 바란다”며 “국회는 해당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웹콘텐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출협은 초반 회차 무료 공개가 온라인 플랫폼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이 부담해야 할 마케팅 비용을 작가가 떠안는다는 것이다. 박용수 출협 전자출판·정책 담당 상무이사는 “초반 무료 공개로 플랫폼에 유입되는 독자가 증가해 플랫폼의 광고 수익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유료 결제는 늘지 않아 작가가 이득을 보지 못하는 구조”라며 “과거 웹툰 플랫폼들이 독자에게 무료로 일부 작품을 제공하면서 작가에게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한 적이 있다. 법을 통해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으로 ‘판매촉진비 및 가격할인 비용 전가’를 금지하면 작가의 수익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도 있다. 독자가 무료로 웹툰을 보지 못하면 유료 결제가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45.6%가 웹툰 유료 결제 경험이 있었다. 특히 1주일에 1번 이상 유료 결제를 한다는 이들이 전체의 21.7%로 유료 결제 비율이 적지 않았다. 또 웹툰 유료 결제 경험자 중 한 달에 5000원 이상을 쓴다는 비율도 53.5%로 유료 결제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웹툰계 관계자는 “독자들의 결제를 유도하려면 작가들이 내용이 참신하고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며 “작가의 수익이 늘면 제작환경도 개선돼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웹툰 작가들도 법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 웹툰 작가는 “법안이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인 만큼 제대로 입법이 이뤄진다면 작가들의 권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웹툰 작가는 “검정고무신 사건 이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법안 통과가 힘들다”고 했다. 권혁주 웹툰작가협회장은 “물론 법안 자체의 취지는 좋지만 쇠뿔 뽑다가 소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법안 통과 과정에서 시행령을 섬세하게 조정하고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비용 분담 등 사회적 합의 필요” 현재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통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체위로 법안이 환송됐다. 법사위 논의 단계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와 겹쳐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해당 법안이 다양한 규제를 포괄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간 조정도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이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하고 있는데,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세부 조문을 수정할 예정이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법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우려를 반영하겠다. 법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창작자 보호 법안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전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정부 부처가 웹툰계와 협의를 통해 방향성을 정하고 반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반 회차 무료 공개에 드는 비용을 플랫폼과 CP가 분담하도록 정부가 유도하려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창작자뿐 아니라 플랫폼 등 웹툰계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 법 조항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문화부 기자 hoho@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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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강, 하루키… 미각 동원해 다시 읽기

    “오이.”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민음사)에서 여자 주인공 미도리가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자 암 투병 중인 아버지는 이렇게 답한다. 미도리는 “좋다”며 먹기 좋은 크기로 오이를 자른다. 김을 말아 간장에 찍은 뒤 이쑤시개를 꽂아 아버지에게 오이를 먹인다. 아버지는 몇 번이나 씹어 목 안으로 넘기고선 “맛있다”며 웃는다. 미도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먹는 게 맛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음식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신간에서 이 장면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5)의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는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아픈 이와, 수분을 한껏 머금은 아삭한 오이가 빚어내는 생기의 대조가 극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하찮게 보일 법한 식재료를 최소한의 손길로 음식으로 승화한다는 것은 일상에서든 소설에서든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음식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은 각 시대상을 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의 장편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들은 절인 라임을 먹는다. 당시 바닷물에 절인 상태로 들여온 라임은 생과일로 분류되지 않아 관세가 낮았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앨리스 워커(80)의 장편소설 ‘컬러 퍼플’(문학동네)에서 미국 남부에 사는 흑인들은 비스킷을 자주 찾는다. 팽창제가 비싸 백인들이 먹는 스콘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강(54)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창비)에서 주인공은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남편과 싸운다. 비록 15년 전 소설이지만 대체육이 늘어나고, 채식주의 식당이 늘어난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조남주(51)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에는 가족을 위해 식사를 차려야 했던 엄마의 고달픈 삶, 이창래(59)의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알에치코리아)에는 미국식 중식을 먹으며 살아온 재미교포들의 인생이 담겼다. 오늘은 ‘먹방’ 유튜브 대신 이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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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의 사랑이 펴낸 첫 책, 혹은 유고작[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문학 담당 기자는 매년 12월이면 전화로 신춘문예 응모자에게 당선을 통보한다. 얼굴을 마주 보진 못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대충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다. 올해엔 유독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에 무게감이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은 채 “정말요?”라고 수차례 물어보는 당선자도, “기다렸다”며 담담하게 답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오랫동안 문학의 길을 꿈꿔 왔다는 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저자의 유고 산문집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가난 탓에 친구 집에서 ‘도둑 독서’를 했던 문학소녀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생계 때문에 공장에서 일하며 ‘공순이’로 살아야 했다. 종갓집에 시집간 뒤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편과 황혼 이혼을 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고, 심장병과 청각장애의 고통도 겪었지만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책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인다. 저자는 20여 년을 호스피스 암 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하루하루 통증과 사투를 벌이는 환우들을 보며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나를 버리려던 생각은 사치였다”고 고백한다. 강원도에 작고 오래된 집을 사 이사한 뒤 아흔 살이 넘은 옆집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고선 “오래 묵은 지폐에서 할머니 냄새가 났다. 명절에 다녀간 자녀들이 준 용돈이리라”고 묘사한다. 책엔 저자의 딸이 쓴 글도 실려 있다. 저자는 2021년 7월 시니어문학상 당선 소식을 들은 지 1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후 ‘실버 취준생 분투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딸은 저자가 그동안 쓴 글을 펴내기를 원했을지 고민하다 출간을 결심했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 달린 수많은 응원 댓글 때문이다. 저자의 딸은 이렇게 고백한다. “독자들은 힘든 삶에도 어머니가 지켜낸 곧은 심성과 따뜻한 시선, 특유의 위트와 희망을 읽어내 주셨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며, ‘삶’과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추모를 전해 주셨습니다.”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평균 연령은 47.9세다. 2022년(37.4세)과 2023년(34.8세)보다 10세 이상 높다. 개인적으론 올해 당선작엔 문학에 대한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겪지 못하곤 풀어내지 못할 이야기도 많았다. 물론 나이 들어 당선된 당선자들이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을지, 꾸준히 글을 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 저자가 쓴 글들이 독자들의 추모에 힘입어 산문집으로 출간됐듯, 독자들의 응원이 당선자들을 ‘진짜 작가’로 성장시키길 바랄 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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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적 조회수 550만 ‘황형준의 법정모독’, ‘포스트 윤석열: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로 출간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동아일보 디지털콘텐츠로 연재됐던 시리즈 ‘황형준의 법정모독’이 단행본 ‘포스트 윤석열: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인물과사상사)로 출간됐다. 연재 시리즈는 동아닷컴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누적 조회수 55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신간은 올해 4월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2027년 3월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을 다룬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등이다. 신간은 연재 시리즈의 골격을 유지하되 일부를 새로 쓰거나 보완했다.특히 신간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각 인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 입문 뒤엔 어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쳤는지,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지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객관적, 합리적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또한 인물들이 보완하고 시정해야 할 지점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신간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인간적 모습도 담겼다. 저자는 한 위원장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동훈과 유시민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말과 글이 논리정연하고, 타고난 ‘쌈닭’”이라고 했다.저자는 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용과 관용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준석은 한국의 오바마를 꿈꾼다. 47세 나이로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통합과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가 배워야 할 덕목이 적지 않다”고 했다.저자는 2007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에서 근무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당, 청와대, 기획재정부를 담당했다. 2010년 삼성언론상, 2018년 336회 이달의 기자상, 2022년 대한민국언론대상 최우수상, 2023년 한국신문상을 수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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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과 허구의 조화… 역사와 문학은 오래된 공범”

    “역사와 문학은 아주 오래된 ‘공범’(?)입니다. 여러 언어로 쓰인 문학적 걸작들엔 문학과 역사, 전설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죠.” 지난해 11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사마르칸트’(교양인·사진)의 레바논 출신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75)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미지수 x’를 만들어낸 페르시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의 실제 삶에 문학적 상상력을 버무려 쓴 이 작품을 통해 사실과 허구가 섞인 이야기의 특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하이얌이 살던 세계에 익숙해지기 위해 당대 페르시아 책을 많이 읽으며 작품을 집필했다”며 “소설가로서 내 임무는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본질을 전달하는 믿을 만한 서사로 빈칸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1072년 청년 오마르가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오마르는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하던 한 노인을 구하다가 여러 사건에 연달아 휘말린다. 특히 그는 소설에서 전쟁을 겪고, 박해를 받아 쫓겨 다니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오마르의 삶을 통해 폭력과 고통에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레바논에서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가 내전이 발발하자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장편소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1983년·아침이슬) 등 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써 온 그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그는 “난 종파 간 폭력이 얼룩진 레바논에서 태어나 전쟁과 혁명이 가득한 중동에서 자랐다”며 “폭력이 적게 일어나는 국가에 살더라도 세계적으로 폭력이 벌어지고 있기에 폭력에 대해 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 등 상황은 사실 더 나빠지고 있다”며 “지도자들이 협력할 마음을 지니지 않는다면 이런 유혈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은 오마르가 시집 ‘루바이야트’를 쓰며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펼쳐내는 과정도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펼쳐낸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을 비롯해 영미 문학에 영향을 끼친 ‘루바이야트’를 통해 중동 문화의 아름다움도 전한다. 그는 “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명과 사람들의 사고방식, 열망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타국에 대한 혐오, 편견, 원망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레바논 민족의 수난을 담은 장편소설 ‘타니오스의 바위’(1993년·정신세계사)로 1993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았다. 2022년엔 소설가 박경리(1926∼2008)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대를 관찰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작가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 국가의 역사를 파고든 에세이 ‘잃어버린 자의 미로(Le labyrinthe des égarés)’를 출간했다”며 “새 소설 집필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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