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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법정시한(29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27일 열리는 제8차 전원회의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최저임금 심의는 시급·월급 등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인상률 순서대로 이뤄진다. 법정시한을 일주일 남겨둔 22일 회의에서야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 적용 없이 단일 금액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론지으면서 인상률 논의도 미뤄졌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지 9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위원회에서 의결, 제출한 이듬해 최저임금을 매년 8월 5일까지 고시한다. 올해는 고용부 장관이 3월 31일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달 29일이 법정시한이다. 1987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법정시한을 지킨 건 지난해를 포함해 9차례에 불과하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법정시한을 넘긴 7월 초중순에야 이듬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관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심의 때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켰다. 올해는 첫 전원회의부터 파행을 빚으며 최저임금 심의가 지연됐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가 구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법정시한 전 두 번의 회의를 남긴 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법정시한 준수는 불가능해졌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어느 때보다 커서 앞으로의 심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22일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 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현재 물가 폭등, 실질임금 저하가 지속되고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어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점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구속된 김 위원을 해촉하면서 근로자위원 1명을 새로 위촉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한국노총은 김 위원과 함께 농성을 벌였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정부는 “두 사람은 공동정범”이라며 다른 사람을 추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위원 재위촉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최저임금 심의도 지연될 수 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올여름 첫 장마가 시작됐다. 25일 제주에서 시작된 이번 장맛비는 전국적으로 확대돼 시간당 최대 60mm의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26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호남, 충청, 경남에서 출근시간대에 집중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기상청은 이날 제주와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장맛비가 26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25~27일까지 예상되는 강수량은 제주도 100~300mm(산지 등 많은 곳은 500mm 이상), 전라권과 경남권 80~150mm(많은 곳 200mm 이상), 충청권과 경북권 30~100mm(많은 곳은 120mm 이상) 등이다. 26일부터 비가 내리는 수도권과 강원 내륙 등에는 27일까지 30~100mm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에는 10~50mm의 비가 내리겠다. 이번 장마는 시간당 최대 60mm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제주에선 호우특보가 내려졌고 항공편 운항이 잇달아 지연됐다. 비는 27일 오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뒤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전국적으로 또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정부는 25일 부처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장마 관리사항과 대처 계획을 논의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장마가 시작되는 이 시점부터 사전통제와 주민 대피 등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돼 피해가 없도록 총력 대응하겠다”며 “국민께서도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호우 피해가 예상될 경우 즉시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주애진기자 jaj@donga.com제주=박영민목포=이형주 기자}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 금액으로 적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는데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빠지면서 근로자위원이 1명 적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외에는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경영계는 지난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넘어섰다며 구분 적용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올해 심의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은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내년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직후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이어 “구분 적용이 무산된 이상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다음 회의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이날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공장 점거 등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의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 등에선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을 사실상 대법원이 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대법원 “조합원 책임 개별 평가 첫 판결”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의 책임은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를 입힌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당한 노조원들은 2010년 11월 15일∼12월 9일 파업에 동참해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동안 중단됐다며 파업 참여자 A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 2심은 A 씨 등이 공동으로 2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동 불법 행위자는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민법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조가 쟁의의 주체이고 관여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절반씩으로 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공동 분담시키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책임 제한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과 유사하다. 노조법 개정안 3조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재계 “손해배상 청구 원천 제한”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조합원 개인의 귀책사유를 사용자가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동 불법 행위에 대해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민법 760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에서도 이례적 판결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개별 행위자의 책임을 분리해 따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입법으로 처리해야 할 내용을 대법원이 판례로 정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배상금 33억1140만 원 중 18억8200만 원을 감액하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금속노조가 진행한 ‘옥쇄파업’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액수는 대폭 줄인 것이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근 KB신용정보 등 개별 기업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상인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2016년 ‘60세 정년’이 법제화될 때 많은 기업이 이로 인해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을 내놨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관련 궁금한 점을 문답 형식으로 살펴봤다. ―대법원이 제시한 ‘유효한 임금피크제’의 기준은 무엇인가.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퇴직 연구원이 제기한 소송의 판결을 통해 합법적인 임금피크제로 인정받기 위한 4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의 적정성 △업무 강도 완화 등 임금 감소에 따른 적절한 보완 조치 △감액 재원이 제도 도입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이다. 다만 해당 판결은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가 효력이 있는지를 다툰 결과다.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난 정년이 임금 감소에 따른 보완 조치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정년 연장과 함께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모두 유효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정년이 늘어도 그에 비해 임금 감소 폭이 지나치게 크다면 제도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가 KB신용정보의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6년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만 55세부터 성과에 따라 직전 연봉의 45∼70%를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재판부는 “근무기간이 2년 늘어났지만 만 55세 이후 받을 수 있는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합법적인 임금피크제로 인정받기 위한 적절한 임금 감소 폭은 얼마인가. “개별 사안마다 법원에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줄어든 임금뿐 아니라 업무 강도 완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의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이 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당시 판결에 대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라는 뜻은 아니며,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경영계에서는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혼란스럽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 외에 따져볼 부분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도 중요하다. 지난달 30일 대구지방법원 민사14부는 대구·경북 지역의 한 농협이 도입한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서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합은 201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개별 사업장마다 공문을 보내 과반수 근로자에게서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회신된 동의서 대부분이 공문 발송 다음 날 제출돼 근로자들이 모여 토론이나 의견 교환을 가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동의서의 형식과 제출 과정 등을 토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농협이 퇴직자 5명(원고)에게 인당 2400만∼6500만 원씩의 임금피크제 삭감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로 인한 혼란을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 “사실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2016년 60세 정년 법제화 때 고령 근로자일수록 높은 임금을 받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같이 개선해야 했지만 당장 고칠 수가 없어 등장한 제도다. 하지만 이제 60세 정년이 보편화돼 정년 연장의 혜택이 사실상 사라졌고, 근로자 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임금피크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대신할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금의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하루 평균 19건의 괴롭힘 신고가 노동당국에 접수됐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후 올해 4월 말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신고는 2만6955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9건꼴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법 시행 첫해인 2019년 5개월여간 신고 건수는 2130건이었다. 이후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으로 매년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 올해 1∼4월에는 226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인력 파견업체인 더케이텍의 창업주가 회사에서 요구한 자격증 시험에 떨어진 직원들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킨 뒤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 창업주는 평소 직원들에게 자신의 집 쓰레기 분리배출, 병원 진료 예약, 담배 구매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한 임원이 직원들을 상대로 회식 강요 등의 괴롭힘을 일삼아 최근 논란이 된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서도 고용부가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사용자나 그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이 괴롭히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2021년 10월 14일 시행됐다. 하지만 올해 4월 말까지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건은 328건에 그쳤다. 고용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도 199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접수된 사건 가운데 신고 취하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근로감독관이 조사하거나 수사한 사건은 1만1220건”이라며 “이 중 사용자가 조사나 조치 의무를 이행해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한 사건이 약 69%”라고 해명했다. 과태료를 부과하기 전 근로감독관의 시정 지시만으로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과태료 부과 건수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예외 없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같은 정책적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와 갈등을 겪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7일 선언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 노조 회계 투명화 추진으로 노정(勞政)이 대립하는 가운데 공식 대화 창구마저 닫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노총은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경사노위를 아예 ‘탈퇴’할지에 대해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에 하수인이 돼 한국노총을 공격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다. 이어 산하 노조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파면될 때까지 응징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건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1월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당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양대 지침을 추진하자 한국노총은 반대하며 노사정위원회(경사노위의 전신) 참여를 중단했다. 勞政갈등 심화속 대화창구마저 닫힐 우려 한노총 “경사노위 불참”금속노조 간부 강경진압에 반발장기화땐 노동개혁 차질 불가피대통령실 “김문수 교체 검토 안해” 그동안 한국노총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이달 1일 노사정 간담회를 열기로 하는 등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경찰이 전남 광양 포스코 하청 노조 농성장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연맹 김준영 사무처장을 강경 진압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유일한 노동계 단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20년 넘게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했고, 경사노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은 일부 의제별 위원회 활동만 중단된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정부의 노동개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의 과제가 첨예한 갈등 구조를 담고 있어 여론 수렴과 노사정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까지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한국노총은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린 민노총과 달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며 ‘정책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누려 왔다. 7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탈퇴 대신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리고, 필요하면 위원장이 언제든 탈퇴를 결단할 수 있게 동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8일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포함한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탈퇴가 아닌 중단 결정은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정부가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당한 법 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노총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경사노위는 7일 입장문을 통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노총의 복귀를 촉구했다. 일각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교체해야 노정 간 대화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이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결정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근로자가 받는 실제 월급과 비슷해 “실업자들의 구직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韓 실업급여 하한액, OECD 최고1일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회원국들의 평균 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은 21.6%다. 하한액을 집계한 18개 회원국의 40세 근로자 평균 임금과 비교한 통계다. 한국은 44.1%로 18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프랑스(26.0%), 일본(22.0%), 미국(12.0%)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은 하한액이 없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진 건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우리나라의 결정 방식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원래 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주지만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선으로 설정했다. 올해 하한액은 하루(8시간 근로 기준) 6만1568원으로 상한액(6만6000원)과 4432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매달(30일) 최소 184만7040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인데,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을 고려하면 실업급여가 오히려 많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실업급여가 오히려 실업자의 구직 의욕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OECD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 근로자가 실직 후 6개월간 받는 급여(실업급여, 실업부조 등)의 소득대체율이 한국은 106%로, OECD 평균(69%)을 크게 웃돌았다. OECD는 지난해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 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으로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 취업 시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며 “그래서 근로자가 굳이 일을 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개편에 반발… 전문가 “개선 필요”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올 3월 고용보험위원회 내에 ‘소득기반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조정하고 반복 수급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연도 기준 직전 5년 동안 실업급여를 3번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는 2018년 8만2000명에서 2022년 10만2000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면 반복 수급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안전망이 축소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4일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면 저임금 취약계층 근로자의 생계 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며 TF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제도는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 대신 실업급여가 정말 필요한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실업급여 하한액 규정을 없애는 대신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주는 개별연장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야당의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의결과 관련해 경제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십 년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정안은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 특정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재차 반대했다. 이 장관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산업현장의 극심한 갈등과 법률 분쟁의 폭증을 초래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입법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환영 성명을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그나마 노동권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대통령은 거부권 정치를 중단하고 입법부를 존중하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고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국제노동기준, 법원의 판단에 맞게 신속하게 노조법 2, 3조 개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국내 게임회사 컴투스에서 일하는 유수연 씨(32)는 퇴근할 때마다 사내 인사시스템에서 ‘퇴근’ 설정을 한다. 출근과 퇴근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시간이 기록된다. 퇴근 때는 그날 자리를 비운(이석·離席) 시간과 횟수도 자동으로 측정된다. 20분 이상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석’으로 기록된다. 유 씨는 매일 ‘회의 참석’ ‘개인 휴식’ 등의 이석 사유를 작성한 뒤 퇴근한다. 이렇게 누적된 출퇴근 기록을 토대로 하루 평균 8시간을 넘겨 일한 달에는, 단 1분 초과 근로에 해당하는 수당도 받을 수 있다. 유 씨는 “야근을 해도 일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 불필요한 야근도 줄었다”며 웃었다. 컴투스는 2021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포괄임금제는 일정한 시간의 연장·휴일·야간 근로를 한다고 가정해 정해진 금액의 수당을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이른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실제 일한 시간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선 컴투스 사례처럼 철저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동아일보는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 기획으로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할 해법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일한 만큼 수당 받고 출퇴근도 더 자유롭게 “직원들의 이번 달 총 근로시간과 연장, 휴일 근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16일 서울 금천구 컴투스 사무실에서 만난 서효진 인사운영팀 대리는 인사시스템의 관리자 화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렇게 누적된 직원들의 근무 기록을 통해 월 단위로 초과 근무 수당이 지급된다. 컴투스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달라진 건 수당뿐만이 아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던 필수 근무시간 ‘코어(core)타임’이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로 줄었다. 기존에도 유연근무를 통해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협업 등으로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코어타임을 지키려면 출퇴근 시간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코어타임이 짧아지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자유롭게 유연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대리는 “자리를 비운 기록을 포함해 더 정교해진 출퇴근 관리로 업무 집중도를 높인 덕분에 코어타임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었다”며 “일이 없을 때는 일찍 퇴근할 수 있어 직원들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 씨도 “업무 성격상 월초에 일이 몰리는 편인데 그때 야근을 많이 하는 대신 월말에는 일찍 퇴근해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다른 직원인 김지인 씨(34)는 “출근이 30분 늦어지면서 오전에 은행이나 병원도 들를 수 있고, 덜 바쁠 때 일찍 퇴근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서 대리는 “아침에 10분 일찍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을 10분만 쓰고 계속 일할 때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컴투스뿐만 아니라 카카오, NHN,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IT·게임업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추세다.● ‘공짜 노동, 장시간 근로’ 악용되는 포괄임금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법원 판례를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관행적 제도지만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0인 이상 사업체의 37.7%가 ‘고정 OT(연장 근로·overtime)’를 포함한 포괄임금제를 적용했다. 포괄임금 계약을 하더라도 미리 약정한 초과 근로시간보다 더 일하면 그만큼 추가 수당을 줘야 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임금 체불, 장시간 근로 등의 오남용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3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유연화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놨을 때도 노동계는 “포괄임금제가 만연한 현실에서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공짜 노동’만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괄임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포괄임금 계약을 법으로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경우 근로시간 측정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빈발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무에 대한 예외 적용이 불가능해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덜 일하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할 수 있어 근로자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도 포괄임금을 전면 금지하는 것보다는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부터 포괄임금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기획 감독을 진행 중이고, 다음 달 오남용 방지 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가 근본 해법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이 아닌 ‘철저한 근로시간 관리’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매달 고정 수당을 주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해 근로자와 기업이 애초 정한 것보다 더 일했을 때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결국 근로시간 기록, 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를 토대로 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이나 장시간 근로를 제대로 감독하고, 포괄임금제를 쓰는 기업은 직원들에게 제대로 추가 보상을 해주면 된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사용자가 임금 대장에 ‘근로시간’만 기록하게 돼 있다. 그 외에는 기록해야 할 출퇴근 시간 등 자세한 내용과 방식을 규정하지 않아 허술하게, 혹은 허위로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로시간 기록,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한다. 2019년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시스템 구축은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말한 대로 연장 근로를 총량으로 관리하거나 초과 근로시간을 적립해 장기 휴가로 쓰는 방안 모두 근로시간 기록, 관리와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포괄임금제 연장, 야간, 휴일 등 초과근로에 대해 일일이 근로시간을 계산해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합의한 ‘정해진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예외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기업에서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지만 계산 편의 등을 이유로 활용하는 고정 수당 방식인 ‘고정 OT(연장 근로·overtime)’ 계약도 넓은 의미의 포괄임금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A 씨는 회사와 포괄임금 계약을 맺었다. 포괄임금이란 한 달에 일정 시간 연장 근로나 휴일 근로를 한다고 가정해 미리 정한 금액의 수당을 받는 것이다. A 씨 회사는 출퇴근할 때 출입증을 찍지만 별도로 근로시간을 측정하지는 않는다. A 씨는 “모바일 메신저로 밤늦게까지 상사가 수시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주말에도 일을 하지만, 회사는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야근 수당, 휴일 수당을 주지 않는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24일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월 26일부터 운영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이달 18일까지 약 270건의 포괄임금 오남용 관련 익명 신고가 접수됐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판례를 통해 인정되는 제도다. 하지만 기업들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포괄임금을 악용해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 광고대행업 종사자 B 씨도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나 업종이 아니고, 지문 인식 방식으로 출결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포괄임금을 적용받고 있다”며 회사를 온라인 신고센터에 신고했다. 그는 “회사가 법정 연장 근로 한도(주 12시간)를 넘겨 일을 시키면서도 추가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부는 신고와 제보를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기획 감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감독을 시작한 16개 사업장과 신고센터에 접수된 익명 제보를 통해 특정한 87개 사업장에 대한 기획 감독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반기(7∼12월)에는 포괄임금 오남용이 많은 IT, 사무관리, 금융, 방송, 통신 등의 직종을 대상으로 감독을 할 계획이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A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사측과 맺은 단체협약(단협)에는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하면 해고한다’고 규정돼 있다. B공무원노조와 소속 기관이 체결한 단협에는 ‘노조 간부 인사에 대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둘 다 노동관계법 등 현행법 위반이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공공기관, 교원 등 공공 부문 479개 기관의 노사가 체결한 단협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79개 기관(37.4%)에서 이처럼 불법이나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17일 발표했다. 정책 결정이나 임용권 행사 등 교섭 사항이 아닌 내용을 단협에 넣거나, 법령에 반하는 단협의 효력을 법보다 우선 인정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정원을 줄이는 걸 금지하거나,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 추천 위원을 30% 이상 참여시켜야 한다는 단협 조항도 있었다. 한 공무원노조 단협에는 ‘노조 활동을 하다 질병, 사고가 발생하면 공무상 재해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노조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사측의 인사권, 경영권에 간섭하는 내용이 포함된 단협도 135개 기관(28.2%)에서 발견됐다. 한 공공기관 단협에는 노조 간부가 조합 활동을 하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퇴직시키거나, 해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국가 예산으로 ‘노조 워크숍비’ ‘문화활동비’를 지원 받은 교원 노조들도 있었다. 연합단체나 전국 단위의 공무원·교원 노조 48개 중 6개(12.5%)에서는 위법 소지가 있는 노조 규약도 확인됐다.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면 위원장 직권으로 조합원 자격을 정지하거나, 사무총장 등 노조 임원을 조합원 투표가 아닌 ‘지명’ 등으로 선출하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불법 또는 불합리한 단협 조항이 확인된 기관의 노조 중 절반가량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이었다. 고용부는 시정명령, 자율 개선 유도 등으로 조치할 방침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정부 주장은) 노사 자치 교섭과 단협을 존중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6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23∼34도로 예보됐다.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고, 일부 강원 동해안과 경상권 내륙에서는 33도 이상인 곳도 있겠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0도, 대구 33도, 광주 31도로 예상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 역시 12∼22도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중순인데 한여름과 비슷한 날씨가 나타나는 이유는 중국 상하이 부근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햇볕을 받아 가열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로 인한 고온 현상이 17일까지 계속돼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폭염특보를 실제 온도뿐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뜻하는 체감 온도 기준으로 발표한다. 2020년부터 시범 운영한 방식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7, 8월 폭염특보 발표 횟수가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측은 “폭염특보의 피해 예측성이 향상돼 피해 예방 활동을 더 실효성 있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노동조합 등 구성원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구성원 동의가 없어도 유효하다고 인정해 왔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현대자동차 간부 사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인 회사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동안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필요하다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동의 없는 취업규칙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왔다. 앞서 현대차는 2003년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자 노조 동의 없이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만들어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를 25일로 제한했다. 간부사원들은 변경한 취업규칙 중 연월차 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받지 못한 휴가수당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노동법의 경직성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는 판례로 자리 잡아 왔다”며 “경직된 판결을 내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법원이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그 취업규칙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새 판례를 세운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레미콘 트럭 기사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거부할 경우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건설노조가 채용을 강요하면 징역형 등 형사처벌하고, 건설 현장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불법 행위를 수사하도록 법을 개정한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11일 국회에서 민당정협의를 열고 ‘건설 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을 이같이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레미콘 트럭이나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을 거부하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경우나 월례비 등 부당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 최장 6개월 사업정지 혹은 사업자 등록 취소 처분을 받는다. 국토부 측은 “타워크레인뿐 아니라 레미콘 트럭도 멈추면 건설 현장이 셧다운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했다. 건설노조 등의 채용 강요는 과태료 처분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징역형과 벌금 등 형벌 처분이 가능해진다. 건설산업기본법에도 ‘부당 금품 수수’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 ‘공사 방해’ 등 기존에는 모호했던 불법 행위를 규정하고, 신고포상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국토부 산하 5개 국토관리청 4∼9급 공무원을 특사경으로 지정하고 수사권을 부여한다. 전국 건설 현장이 연간 17만여 곳에 이르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이 10명에 그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건설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 후 재입국 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인다. 불법 외국인력 고용이 적발됐을 때 제재 범위도 적발 사업주의 전체 사업장이 아닌 해당 사업장으로 한정한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운행기록장치를 의무화하고, 연내 타워크레인 관련 표준임대차 계약서 도입도 추진한다. 건축 전 과정의 영상 기록도 의무화한다. 사측 책임과 처벌도 강화한다. 부실시공에 따른 사망사고 땐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한다. 또 불법 하도급을 막기 위해 발주처와 원청 건설사에 하도급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불법 하도급 적발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 건설사가 10년 내 2회 불법 하도급이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고, 해당 원·하도급사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 자료 현장조사를 거부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37개 노조에 대한 과태료 통지서를 발송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르면 정부기관 행정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가 부과된 노조들은 이의 제기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국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는 1510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5만5000명(2.4%) 늘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가입자는 236만4000명으로 22만7000명(10.6%) 늘었다. 전 연령대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건 60세 이상이 유일하다. 반대로 29세 이하 가입자(247만6000명)는 3만1000명(―1.2%) 줄었다. 고령 가입자가 늘어나고 청년 가입자가 줄어드는 추세는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모두 만 60세를 넘어서면서 60세 이상 인구가 크게 늘었다”며 “이들은 과거 고령층과 달리 계속 일할 의사가 강하기 때문에 60세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렵고 노후 준비가 부족해 소득이 필요한 고령층이 계속 일하려는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가 올해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외국인 고용보험 적용 확대의 영향도 있다. 고용허가제(E-9, 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2021년 1월 30인 이상 사업장부터 올해 1월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고용보험이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이들 외국인 가입자를 빼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4만1000명 늘어나는 등 올해 4개월 연속 20만 명 중후반대 증가 폭을 보였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달부터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으려면 보다 강화된 ‘재취업 활동’ 인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변경된 실업급여 요건이 지난해 7월 신규 신청자부터 일부 적용됐고, 이달부터는 모든 수급자로 확대 적용됐다. 정부는 형식적으로만 구직 활동을 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무늬만 구직자’를 걸러내기 위해 재취업 활동 인정 요건을 강화했다. 실업급여 제도 자체가 본래 재취업을 원하는 실직자에게 구직 기간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강화된 재취업 활동 인정 요건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재취업 활동을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이전까지는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동안 ‘4주에 1번씩’ 재취업 활동을 하면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모든 수급자가 실업급여 수급 기간과 횟수에 따라 다른 재취업 활동 기준을 적용받는다. 1∼4회 차 실업급여를 받을 때는 기존처럼 ‘4주에 1번’만 재취업 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5회 차 이상 받을 때는 ‘4주에 2번씩’ 재취업 활동을 해야 한다. 해당 기간에 실제로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구직 활동도 반드시 1번 이상 해야 한다.” ―재취업 활동은 어떤 걸 해야 하나. “구직 활동 외에 취업 상담 프로그램이나 재취업 촉진 교육에 참여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어 그동안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영어 학원 수업을 들어도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어학 학원 수업을 듣는 것처럼 구직 활동과 거리가 먼 활동은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단기 취업특강이나 직업 심리검사 등 취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횟수를 제한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동안 취업특강 참여는 3번, 직업 심리검사 참여는 2번만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식이다.” ―갑자기 실업급여 인정 요건이 강화된 이유가 뭔가.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구직활동 촉진을 위한 실업 인정 및 재취업 지원 강화’ 지침을 마련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면 교육을 없애고 구직 활동 요건도 완화했는데 이를 다시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이 지침을 시행했지만 당시 이미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이후 신규 신청자만 강화된 요건을 적용받았는데 이달부터 모든 수급자가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실업급여를 오래 받거나 반복해서 신청하는 사람은 재취업 활동을 인정받기 더 어려워졌다는데 . “그렇다. 장기 수급자나 반복 수급자에게는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해 이들이 빨리 다시 취업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다. 실업급여를 210일 이상 받고 있는 장기 수급자는 8회 차 급여를 받을 때부터 ‘매주’ 재취업 활동을 해야 한다. 8회 차 이후에는 구직 활동만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받는다. 직전 5년 동안 실업급여를 3차례 이상 신규 신청한 반복 수급자는 회차에 상관없이 반드시 구직 활동을 해야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입사 지원 서류만 내고 면접을 보지 않아도 구직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구직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됐기 때문에 취업할 생각 없이 형식적으로 지원 서류만 제출해서는 실업급여를 받기 힘들어졌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입사지원서나 면접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에 불참하거나, 합격했는데도 취업을 거부한 사실이 적발되면 실업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구직 기회 자체가 적은 고령 실직자가 차별받게 되는 건 아닐까. “정부는 고용 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장애인은 예외적으로 재취업 요건을 강화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실직자는 실업급여 수급 횟수와 상관없이 기존처럼 4주에 1번만 재취업 활동을 하면 된다. 이들은 일반 수급자와 달리 미용 봉사처럼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해도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여름방학을 앞두고 기업들의 여름 인턴 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채용 연계형 인턴을 뽑는 곳도 많아 취업준비생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8일 취업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이달 LG CNS, 코오롱베니트, CJ제일제당, 한화정밀기계 등이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한다. 상반기(1∼6월) 신입 채용을 마무리한 기업들이 하반기(7∼12월) 채용과 연계한 인턴십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LG CNS는 15일까지 채용 연계형 ‘DX Core 인재 아카데미’ 지원을 받는다. 채용 직무는 △클라우드 설계(Cloud Architecture) △DX 엔지니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현대화(Cloud Application Modernization) △UX·UI 등이다.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지만 이공계열 등 직무와 관련 있는 전공을 이수한 경우 우대받을 수 있다. 인턴 합격자는 8주 동안 인턴십을 한 뒤 최종 면접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코오롱베니트도 16일까지 여름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DBA(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미들웨어 엔지니어, 신사업 개발, 정보기술(IT) 구매 등이다.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 온라인 인성검사, 1·2차 면접순으로 진행된다. DBA와 미들웨어 엔지니어 직무 지원자는 코딩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3개월 인턴십 과정을 마치고 최종 합격하면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19일까지 ‘서머 인턴십’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분야는 식품사업과 공통부문으로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전형을 별도로 운영한다. 두 전형 모두 올해 7, 8월 4주간 인턴십을 하고 내년 1월 입사가 가능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6월 중 1차 면접을 통해 인턴십 참여자를 선정하고 4주간의 인턴십이 끝나면 8월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한화정밀기계는 21일까지 공작기계사업부 연구개발(R&D) 부문 채용 전제형 인턴을 모집한다. 채용 직무는 기계 설계, 선행 연구, 제어 설계 등이다. 오픽 IL 이상 또는 토익스피킹 5급 이상의 영어회화 점수를 받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인턴 합격자는 7, 8월 인턴십을 거쳐 최종 합격하면 올해 9월부터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부장은 “스펙 쌓기 성격이 강한 체험형 인턴과 달리 정규직 채용 전 단계의 역할을 하는 채용 연계형 인턴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직무 적합성과 관심도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악의 가뭄을 겪던 남부 지방에 최근 닷새간 많은 비가 내리면서 반년 넘게 제한급수가 이뤄지던 섬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점차 해소되는 모습이다. 31년 만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던 광주도 위기를 벗어났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3일 0시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누적 강수량은 전남 장흥군 관산읍 348mm, 고흥군 나로도 349mm, 순천시 202mm 등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반년 넘게 주 1, 2회만 급수가 이뤄지던 완도군 5개 섬의 경우 10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25%에서 63%로 급증해 8일부터 제한급수가 해제된다. 완도군 금일도 주민 주모 씨(62·여)는 “편하게 물을 쓸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광주의 식수 3분의 1을 책임지는 전남 화순군 동복댐은 지난달 5일 저수율이 18%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비로 34%까지 급증했다. 식수 공급 가능 기간도 209일로 늘며 31년 만에 광주에서 제한급수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사라졌다. 임동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물운용총괄과장은 “제한급수를 실시할 위기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일 경남 남해 진주 밀양, 전남 순천 해남, 전북 부안 군산 등에서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5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가 하루 동안 내렸다. 제주에선 4일 서귀포에 288mm의 비가 쏟아져 역대 5월 하루 강수량을 경신했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근로자의 날(노동절)’인 1일 양대 노총이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나란히 ‘법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노동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양쪽이 타협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계 “정권 심판” vs 尹 대통령 “법치”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등 15개 시도에서 1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5·1 총궐기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1년은 굴욕 외교에 의한 외교 참사, 경제와 민생 파탄, 검찰 공화국 공포정치를 통한 노동 탄압의 1년”이라며 “총파업 투쟁을 통해 정권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민노총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청역 1번 출구까지 6개 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3만 명(주최 측 추산)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의 노동절 집회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반(反)노동정책에 맞서 끈질긴 투쟁의 대장정에 돌입하겠다”며 “정부가 노동 혐오를 멈추지 않고 반성과 정책 변화 없이 불통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동자 저항의 불길이 정권 전체를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오후 2시부터 여의도공원 앞에서 5개 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종로와 여의도 일대 집회에 3만8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노총 조합원 4명이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집회가 끝난 뒤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한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4시 40분경 용산구 삼각지파출소 앞에서 대통령실 쪽 길목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밀쳤고, 그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한 4명에 대해 수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 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도 대전 방문 일정에서 “노동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서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위한 노사 법치 확립과 노동 약자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정 관계 격랑…“대화와 타협 필요” 노동계와 정부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면서 향후 노정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노조 회계 투명화 등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은 6월 최저임금 인상 투쟁, 7월 총파업 등을 거쳐 하반기(7∼12월)까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올 3월 대정부 투쟁기구를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간 양측이 대립으로 일관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노동계는 그간 방치됐던 잘못된 관행을 고치라는 정부의 경고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고, 정부도 노동계를 적으로 돌린 채 개혁을 추진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궁극적 해법은 대화와 타협”이라며 “양쪽 모두 타협적인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노조를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식으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며 “노동계를 포함한 사회 각층의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노동개혁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