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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장사를 다시 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달라는 것입니다.”1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난 김상헌 씨(59)는 화마가 휩쓸고 간 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과거 서천시장 시절부터 3대째 이곳에서 생활잡화를 판매해 왔다. 그러나 앞선 화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으며 잿더미로 변한 시장 주변을 매일 맴돌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일부 금전적 지원을 받았지만, 사실 하루 자잿값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장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곳엔 나처럼 평생을 몸담고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상인들의 심정은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갈 길 먼 시장 재건축에 속타는 상인들지난달 22일 오후 11시8분경 서천특화시장에는 큰불이 나면서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 227개가 모두 전소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여 일이 됐지만, 여전히 서천시장 건물은 검게 그을린 채 뼈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채 시장 주변으로는 노란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통제선 뒤로 보이는 가게 모습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상태였다. 곳곳에 설치된 안전 펜스에는 ‘붕괴 위험에 따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무단 출입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주차장에는 심리상담 치료를 위해 ‘국립공주병원 충청권 트라우마센터’ 문구가 적힌 대형 승합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상인들의 발걸음은 거의 없었다.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상인들의 마음은 이미 숯덩이처럼 검게 그을려 심리 상담을 받을 여력이 없어 보였다.시장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의 마음도 비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거주 중인 서정희 씨(55)는 “매일 시장 주변엔 경찰차가 다니고 있고, 녹색 민방위복 차림을 한 이들이 무엇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참사 당일 그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이 곳을 찾았는데,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방치된 모습을 보면 덩달아 우울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시장 재건축을 위해선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감식 등이 마무리돼야 하지만 아직 종료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감식 종료 후에는 화재 보상 담당자들의 현장확인 일정까지 남아있다. 새로운 시장을 건축하려면 철거부터 설계, 시공 등 짧게 3단계 행정절차가 남아있는데,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충남도에선 1년 6개월 내 시장 복원을 목표로 내 걸었지만, 건축공사는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다. 도에선 철거와 재건축에는 4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예산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어 시장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시공업자가 재원조달, 설계와 시공 등의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방식인 일괄수주계약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임시시장 개설도 난항상인들이 원하는 임시시장 개설도 최소 두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엔 2월 초까지 충남도 예비비 20억 원과 군비 50억 원을 투입해 특화시장 동쪽 주차장 부지에 ‘임시 상설시장’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천군은 ‘돔 텐트 방식’으로 임시 시장 개장을 고려했지만, 충남도가 임시 시장을 1년 이상 사용해야 돼 돔 텐트보다 내구성이 강한 ‘모듈화 공법’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임시개장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또 상인들까지 해당 부지가 비좁고, 특히 수산물 판매인들의 경우 수조 등 보관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거론된 방식으론 영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협의도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상인들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한 시설과 규모의 임시시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먀 “다양한 의견을 받아 조속히 임시시장을 개설할 수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가 디지털 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도는 전형식 정무부지사 주재로 과학기술위원회를 개최하고 ‘충남도 디지털 산업 육성 및 융합 활성화 기본계획’ 최종안을 심의·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최종안에는 ‘대한민국 디지털 수도 힘쎈충남’이라는 비전 아래 디지털 산업 분야 정책 운용의 기본틀 마련과 중점 추진 정책사업 분야를 발굴·유지·확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중장기 목표로 디지털 분야 산업체 종사자 수를 2021년 기준 4만6000명에서 2026년 6만 명으로 확대, 특허출원 건수 2022년 70건 대비 2026년 120건으로 확대, 2026년 누적 3만 명 인재 양성 등을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총 26개 중점 추진 과제를 추진하고 총 1393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안의 실행력 담보를 위해 소프트웨어(SW) 진흥 거점기관으로 지정된 충남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추진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또 기업 지원, 기반 조성, 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기관별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공유해 중점과제별 추진 속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충남도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선 전국 3위 수준의 지식재산권(특허)을 출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업(ICT·SW)의 경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도는 해당 분야의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 육성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 전담 팀을 구성하고 실무회의 개최, 전문가 및 학계·업계 등과 논의해 이번 계획안을 마련했다. 전형식 충남도 부지사는 “이번 기본계획안은 2026년까지 1차 계획으로 우선 디지털 분야 공급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성장 지원·인재 양성·기반 조성 등 3개 분야를 입체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해 대한민국 디지털 수도 충남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는 올해 3114억 원을 투입해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안정적인 영농 환경 조성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정비사업은 농촌용수 개발, 농촌용수 관리, 배수 개선, 방조제 개보수, 가뭄 극복 등 20개 분야 총 369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비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확보한 국비 2627억 원과 지방비 등 487억 원이 투입된다. 도는 이번에 확보한 예산으로 저수지·양수장 등 수원공을 개발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해 가뭄에 대비할 계획이다. 또 농업용수의 효율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국지성 호우 대비 배수장 건립 및 배수로 정비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호우 피해 재해 복구 사업비를 극한 호우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해 동일한 피해가 없도록 투입할 예정이다. 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에 대해서도 농식품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추가로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오진기 도 농림축산국장은 “지난해 시군, 농어촌공사와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국회, 농식품부 등 중앙부처를 지속 방문해 지구별 사업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이번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지난해 호우 피해로 농민들이 영농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만큼 올해는 도민이 안심하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충남 미래모빌리티산업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208억 원을 들여 미래차 기술 선점에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주요 과제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연계협력 체계 강화 △미래차 부품 집중 육성 △미래 이동 수단(모빌리티) 생태계 창출 등이다. 연계협력 체계 강화 분야에선 지난해 147건의 맞춤형 사업 연결 성과를 낸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 사업에 1억5000만 원을 투입한다.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위기 대응을 위해 2019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한 매출채권 보험료 지원사업에도 8억2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융합부품 세계화 지원사업 5억 원 등 총 14억7000만 원을 들여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미래차 부품 집중 육성은 수소상용차 부품 성능 검증평가 기반 구축사업 26억 원, 고성능 전기차용 전동화시스템 성능평가 기반 구축사업 65억 원 등 총 91억 원을 지원해 미래 신산업 육성 지원 기반을 마련한다. 미래 이동 수단 생태계와 관련해선 관련 기술 개발, 서비스 실증 사업 등에 19억 원을 투입한다. 이 밖에 자율주행 운행 영역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자율주행 인지 및 운행안전 성능검증 기반 구축사업 27억 원, 올해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종합지원센터 구축사업 56억 원 등 총 102억 원을 투입한다. 도 관계자는 “도내 자동차 부품기업이 지원 정책을 통해 미래차 전환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 발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살려줘.” 20일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한 영구임대아파트. 김모 씨(70)는 자택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다. 홀로 살다 보니 도와줄 가족이 없었다. 그때 김 씨는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스피커(사진)에 이렇게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9분 위급상황을 인지한 돌봄 로봇은 즉시 ICT센터에 통보했고, 이후 119구조대가 긴급 출동했다. 10여 분 뒤 도착한 구조대는 즉각 김 씨의 상태를 살폈다. 김 씨는 머리를 다쳐 출혈이 발생한 상태였다. 협심증과 뇌질환 증상을 보인 가운데 구조대는 신속한 지혈 등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씨는 생명에 지장 없이 현재 퇴원했다고 한다. 응급 상황에서 AI 기반 돌봄 스피커 로봇이 홀몸노인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대전도시공사는 홀몸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SKT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4월부터 돌봄 로봇 AI 스피커 보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 6개 단지, 42곳의 가정에 이런 돌봄 로봇이 설치돼 있다. 도시공사 측은 “지난해 보급 이후 긴급 상황 신고 접수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신고 이후 구조까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지난해 대전엑스포시민광장 일원에서 펼쳐진 사이언스페스티벌이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료 및 연령별 타깃 프로그램 발굴, 킬러 콘텐츠 강화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대전시는 ‘2023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과 분석 용역 결과를 정보공개포털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우선 종합평가 결과 지난해 사이언스페스티벌을 통해 대덕특구 50주년 인식 확산 및 과학 수도 대전의 위상 정립에 큰 공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년이 넘는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인 ‘대전 기업전(34社)’과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사회가 자랑하는 첨단 기업을 대외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기업 관계자와 대학생이 참여하는 등 기존보다 축제 참여층이 확대됐다. 축제장 전역에서 펼쳐진 작은 음악회와 거리 공연 등 문화예술 콘텐츠와 특수영상 영화제 토크쇼, 과학 시네마 영상 상영 같은 야간 프로그램 등이 호평을 받았다. 축제 3일간 총 30만300여 명이 방문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이 중 4만7000여 명은 외지인 방문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참가 연령대는 40대가 43.7%로 가장 많았고 10∼30대 40.4%, 50대 9.5%, 60대 6.4% 순이었다. 이는 가족 단위로 자녀와 함께 교육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축제 방문객 유입을 통해 직접지출효과(교통비·숙박비·식음료비 등) 81억 원, 경제적 파급효과(소득유발효과) 32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68억 원 등으로 분석됐다. 특히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선 7점 만점 중 6.01점으로 나타나 전년보다 상승했다. 다만 축제 발전 방안으로 프로그램 고도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사이언스페스티벌의 경우 방문객 목적이 ‘자녀교육’임에 따라 과학교육 인증 프로그램 도입이나 생활기록부 반영 등 교육적 접근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단순 관람 기능보다 방문객이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진단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과학도시로 꼽히는 뉴욕, 첼튼엄, 에든버러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 등이 꼽혔다. 축제 자립성 확보를 위해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먹거리 공간을 대규모로 조성하여 축제장 내에서 소비 활동이 이어지는 경제형 축제 운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참가자들이 꼽은 개선사항은 체험프로그램(31.1%), 편의시설 확충(16.8%), 먹거리(11.7%) 등이었다. 시는 미비점을 보완해 올 하반기 축제를 풍성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는데, 안전사고 없이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 대표 과학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층 발전된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지난해 세종시 버스와 공영자전거(어울링) 등 대중교통 이용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이용객이 1957만 명으로 전년 1752만 명보다 11.7%(205만 명)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714만 명보다 14.2%(243만 명) 늘어난 수치다. 시는 대중교통 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기반 시설 구축을 통해 세종시민의 적극적인 대중교통 이용 동참이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간선급행버스(BRT) 증차와 운행 횟수 증회, 광역노선 1001번 신설, 기존 노선 배차 간격 단축 등이 시내버스 이용객 증가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가 실증 중인 수요 응답형 셔틀 ‘셔클’ 서비스 이용자 수도 서비스 제공 첫해인 2021년 34만 명에서 지난해 기준 66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셔클 이용자 수 증가는 기존 1생활권에서만 이용할 수 있던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2생활권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어울링도 회원이 2022년 20만7488명에서 지난해 24만8120명으로 19.6%(4만632명), 이용 건수도 244만586건에서 245만3124건으로 5.1%(1만2538명) 각각 늘었다. 시는 올해도 대중교통 정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대중교통 소외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기반 시설 확충과 대중교통 공급을 통해 세종시 위상에 맞는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두희 시 건설교통국장은 “광역노선을 포함한 버스 노선을 대폭 확장하고 수요응답형 버스 확대, 충청권 통합환승 요금체계 구축 등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며 “9월 시행 예정인 이응패스 도입 시 대중교통 이용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 김입니까? 러시아에서 맛본 일본 김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네요.” 23일 충남 서천군 수산식품 산업 거점 단지에 문을 연 ‘국제 마른김 거래소’에서 한 해외 바이어가 김 시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이 바이어는 “이 정도 품질이라면 충남산 김이 국제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국내 최초로 서천군에 문을 연 ‘국제 마른김 거래소’는 22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개소식 당일 서천김산업화사업단 주관으로 8개국에서 30여 명을 초청했고, 23일에도 해외 바이어 20여 명의 발길이 이어져 이날엔 첫 계약이 성사됐다.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온 해외 바이어들은 이날 손희자 충남김수협 전무와 상담을 진행한 뒤 한 바이어가 20억 원 규모의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서병관 충남김수협 대리는 “국가마다 김 활용법은 다양하다”며 “러시아는 현지에 일식당이 많아 일본 김밥 재료에 사용되며 최근 동남아 지역은 한국 분식이 유행하고 있어 김을 많이 찾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김 주산지 중 한 곳인 서천 김은 최근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었다. 다만 해외 바이어들이 김 생산 업체를 개별적으로 방문해 계약을 맺다 보니 시세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에선 거래소에서 입찰 시스템으로 계약을 진행하는데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보니 국내를 찾은 해외 바이어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일부 생산 업체도 고품질의 상품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충남도와 서천군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김산업진흥구역 공모사업에 지원해 국비 50억 원을 확보하고 4억4500만 원을 투입해 거래소를 조성했다. 충남도는 해외 바이어가 상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보고 현장에서 입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고품질의 김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른김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3년간 1년에 4차례 바이어를 초청해 거래소를 운영한 뒤 거래가 안정화되면 상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라며 “5년 동안 8000만 달러(약 1066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을 생산하는 어민들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생산업자 김인태 씨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김이 좀 더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거래소가 활발하게 운영되면 어민 입장에서도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충남의 대표 수산식품인 김 수출액은 지난해 조미김 1억1640만 달러(약 1551억 원), 마른김 5531만 달러(약 737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민선 8기 출범 1년 6개월 만에 25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기업 투자를 유치한 충남도가 새해 외자 유치를 위한 시동을 다시 걸었다. 전략적 타깃 기업 발굴·유치를 통해 ‘외자 유치 비수도권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충남도는 올해 30억 달러 외자 유치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22일 밝혔다. 추진 방향은 전략산업 글로벌 공급망(GVC) 다변화, 온·오프라인 투자 유치 활동 강화로 잡았다. 세부적으로 전략적 타깃 기업 발굴, 현장 중심 국내외 투자설명회(IR) 추진, 우량 기업 인센티브 강화, 외국인투자지역(FIZ) 확장 등을 과제로 추진한다. 특히 도는 바이오·수소·미래차 등 미래 첨단기술 보유 글로벌 우량 외국인 투자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어 품목과 국가 다변화를 추진하고, 제조업 중심 유치 전략을 넘어 관광업이나 물류업 등 대규모 고용 유발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링크트인’에 충남 계정을 개설해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홍보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외자 유치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효과가 상당하고, 수입 대체 및 수출 효과도 크다”며 “충남 전략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탄소중립경제, 미래차, 수소산업 분야 공급망 다변화와 온·오프라인 투자 유치 활동 강화로 목표를 조기 달성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기업 21개사, 25억200만 달러 유치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정사상 처음으로 유럽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글로벌 투자 유치 확대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으며 첨단투자지구 3곳을 지정한 바 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의 수산식품 연간 수출액이 2억 달러 돌파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액이 2억219만 달러(약 27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1억7005만 달러보다 18.9%(3214만 달러)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전국 수산식품 수출액은 30억 달러(잠정)로, 전년(31억2599만 달러)보다 4.9% 감소했지만 충남도는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수출액의 6.8%로 부산, 서울, 전남, 경남, 경기에 이어 6번째로 높다. 특히 수출 효자상품 김 수출액이 4년 사이에 2배 넘게 증가하며 수출을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품목은 총수출액의 91.1%를 차지했다. 조미김은 1억1640만6000달러로 전년 9620만1000달러보다 21% 증가하면서 총수출액의 57.5%를 기록했다. 마른김 수출액은 전년보다 22.5% 늘어난 6773만1000달러로, 총수출액의 33.5%를 차지했다. 김 수출국별로는 전년보다 18.6% 증가한 미국이 4859만8000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순으로 조사됐다. 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간편식 수요가 증가하고 해조류에 대한 소비자의 ‘슈퍼푸드’ 인식이 확산되면서 김 소비가 늘어난 것이 전체 수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김 품목은 2019년 7508만8000달러에서 2021년 1억3511만 달러로 79.9% 급증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큰 수출 증가율을 보인 미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국제 식품 전시회에 참가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해외 대형 유통 매장 내 홍보 판촉 행사를 추진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 지원·정책도 수출액 증가에 한몫했다. 장진원 도 해양수산국장은 “올해도 수출 확대와 판로 개척을 위해 고부가가치 수산식품 개발, 내수 중심의 수산 기업을 수출 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대전시는 올해 청년주택, 주거급여,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 등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1610억 원을 투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시가 추진하는 주거지원 정책에는 청년주택 건설·매입 공급, 주거급여 지급,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공동전기료 지원, 장애인 주택개조사업 지원, 비주택 거주자 이사비 지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건설형 청년주택 공급사업은 구암·신탄진·낭월 등 3곳(824채)의 공사비 485억 원을 투입하고, 매입형 청년임대주택 150채를 162억 원에 매입해 대학생과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8% 이하 5만1728가구에 주택 임차료 등 884억 원을 지원한다. 주거급여 수급자 중 취학 등의 사유로 부모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에게는 주거급여를 별도 지급해 청년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에도 힘쓸 방침이다. 노후화된 공공임대주택 3개 단지 3297채의 단열창호 교체, 고효율 보일러 교체 등에 76억 원을 투입한다. 반지하, 고시원, 쪽방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이사할 때 가구당 40만 원을 지원하기 위해 140가구에 5600만 원을 투입해 주거 상향을 유도할 예정이다. 박필우 시 도시주택국장은 “주거지원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총사업비 1610억 원 중 국비 1012억 원을 확보해 지방재정 부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주거복지 도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청년은 물론이고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보다 꼼꼼한 주거복지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선내에 사람 있습니까? 있으면 소리 좀 크게 질러 주십시오.” 18일 새벽 충남 보령시 장고도 인근 해상. 선원 6명이 탄 어선이 전복된 현장으로 출동한 이두환 보령해양경찰서 해양경찰구조대 팀장은 긴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팀장은 뒤집힌 선박 선미 부분에 있는 선원실에 구조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선체를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순간 ‘통통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박 내에 갇혀 있던 선원이 생존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구조대는 배 안에 선원 1명이 갇혀 있는 걸 확인하고 불안해하는 선원을 안심시켰다. 당시 선박 내부에 3분의 1가량 물이 차올랐지만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구조대는 절단기로 선체를 잘라내고 고립된 선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이날 기적 같은 구조 작전이 가능했던 건 군 당국의 협조 덕분이었다. 보령해경은 이날 오전 3시 15분경 보령어선안전조합국으로부터 장고도 남서쪽 1.3해리(약 2.4km) 해상에서 21t급 어선의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비함정과 구조대, 연안 구조정을 급파했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합류한 군 당국이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다가 전복된 선박을 발견했다. 이날 육군 32사단 해안감시부대는 김창곤 대대장 등 24명의 대원이 구조팀을 이뤄 해경과 구조작업을 함께 수행했다. 감시부대는 오전 4시 25분부터 본격적으로 구조현장에 투입돼 열화상 장비를 사용해 전복된 선박을 찾아냈다. 또, 해상에서 구조장비를 이용해 떠내려가고 있던 선원들을 식별하고 해경에 알렸다. 오전 6시 50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철저하게 확인 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당시 선박 근처 바다에 떠 있던 3명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이어 군 당국의 협조로 부표 위로 피신했던 2명을 찾아냈다. 선박 내에 고립돼 있던 1명까지 선원 6명을 전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된 일부 선원은 저체온증 증세를 호소했지만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보령해경은 사고 어선을 인양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보령해경 관계자는 “구조팀들이 선박 주변에서 다이빙 수색을 먼저 시작했고 침착한 대응을 통해 어선 안에 갇혀 있던 선원을 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사고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육군 32사단 해안감시부대는 지난해 10월 보령 대천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22명 전원을 검거하는 데도 큰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보령=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지난해 방문객 100만여 명이 찾았던 대전 ‘0시 축제’가 올해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더욱 알찬 모습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대전시는 최근 ‘2024 대전 0시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축제추진위원회를 열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본격적인 축제 준비에 돌입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축제 기간이 늘어나고, 원도심 전역에서 행사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시는 추진위와 논의를 통해 올해 축제를 8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 구간(1km) 중앙로와 인근 원도심 상권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 축제’라는 테마를 유지하면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대전형 도심 속 문화예술축제 지향, 해외 예술단 초청 등 글로벌 콘텐츠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세부적으로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나타낼 수 있는 구역별 콘텐츠가 대폭 보강될 예정이다. 경연대회를 포함한 대규모 퍼레이드 공연이 매일 열리고, 지역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공연은 원도심 소극장·갤러리·지하상가 등 행사장 전역에서 펼쳐진다. 대전의 상징인 과학 분야와 관련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체험행사를 늘리고, 대전 꿈씨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태어난 마스코트 꿈돌이를 활용한 대규모 포토존을 구성할 계획이다. 축제 기획상품도 마련해 판매하고 먹거리존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관람객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중앙로 무대를 4면 개방형으로 재배치하고, 무더위를 식혀줄 물놀이장과 그늘막 등도 확충해 관람 편의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 0시 축제를 향후 5년 이내 아시아 1위 축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해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대전 0시 축제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93년 대전엑스포 이래 단일 행사로는 최다 방문객인 109만 명, 경제효과 추산 1739억 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축제로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특히 7일간 열린 축제에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재미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배재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목원대와 함께 공동으로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양 대학은 전날 대전시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공유 워크숍’을 열고 대학혁신 사례를 구성원과 공유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학생 교육과 대학 발전, 체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배재대는 성과 사례로 글로벌 리더의 역량 개발을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지원,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도전학기제(꿈드림설계) 등을 발표했다. 목원대는 체험 기반 교양교육과정 운영, 학생 마음건강을 위한 안전망 체계 구축 등을 소개했다.이와 함께 이날 워크숍에선 지난해 양 대학이 공동 운영한 교양교육 과정 사례가 주목받기도 했다. 이들은 2023학년도 2학기에 10개의 교양과목을 공동으로 운영해 314명의 학생 교류를 했다. 각 교원은 상대 대학의 학술지나 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김한수 배재대 국책사업총괄관리단장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은 학생 지원체계 구축과 교육과정 개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역동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신열 목원대 대외협력부총장은 “배재대와 목원대가 스스로 교육체계 혁신 성과를 교류하면서 동반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1년 동안 대학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힘쓴 양 대학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배재대와 목원대는 지난해부터 공동 교양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연합 건축전을 여는 등 대학 간 벽 허물기를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여덟 살 난 막내는 아직도 매일 제 형을 찾는다. 형이 떠난 지 여덟 달이 지났건만. 15일 서울 은평구의 자택에서 만난 황유순 씨(43)는 사진 속 셋째 아들 이주환 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사진을 버리려고 했어요.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서. 그런데 막내가 말리더라고요. ‘형아 기억이 없어질까 봐 싫다’면서….” 주환이는 평생 중증·난치성(1형) 당뇨(소아당뇨)를 앓다가 지난해 5월 열다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뇨 합병증이었다. 스스로 혈당 조절(인슐린) 주사를 놓다가 용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얻은 합병증이었다. 유순 씨는 “만약 법이 지금 같지 않아서, 학교에서 보건교사 선생님이 주사를 놔줄 수 있었다면 주환이가 덜 아프지 않았을까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서 직접 주사 놓다가 합병증 사망 2008년 4월 태어난 주환이는 생후 2개월에 소아당뇨로 진단됐다. 다섯 살 때부터 매일 4번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인슐린을 자동으로 넣어주는 펌프는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쓰지 못했다. 초등학교에선 점심마다 유순 씨가 들르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누나가 주사를 도와줬다. 문제는 중학교에 가면서부터였다. 학교가 집에서 먼 탓에 주환이는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했다. 보건교사가 있었지만 주사를 대신 놔주지 못했다. 학교보건법(제15조의2)상 보건교사가 투약할 수 있는 약물 목록에 인슐린이 포함되지 않은 탓이었다. 어린 주환이는 혈당치에 따라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주사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이때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한 달이 멀다 하고 합병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러다 지난해 5월 4일 ‘그날’이 왔다. 새벽에 집에서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옮겨진 주환이는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엄마, 나 검사 끝나면 맛있는 거 사줘요”라며 애교를 부렸다. 평소 못 먹는 단 음식을 사달라는 그 말이 주환이의 마지막 말이 됐다. 주환이는 다음 날 뇌사에 빠졌고, 3주 후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유순 씨는 “정부는 늘 ‘아이들을 잘 치료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필요할 땐 곁에 없었다. 다시는 주환이처럼 떠나는 아이가 없게 해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생업 포기하고 점심마다 ‘주사 등교’ 소아당뇨 치료의 사각에서 고통받는 아이는 주환이만이 아니다. 16일 오전 11시 반, 세종시 한 초등학교 보건실 침대에 앉은 박율아 양(8)은 덜 여문 손으로 아랫배를 붙들고 주삿바늘을 꽂았다. 점심을 먹기 전에 인슐린을 투약한 것. 보건교사 이은희 씨는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여유가 있을 땐 제대로 주사하는지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지만, 다른 업무와 겹칠 때면 꼼꼼히 못 살필 때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남 함안군에 사는 강성빈 양(14)도 비슷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 서미경 씨(39)는 성빈이가 소아당뇨로 확진된 2017년부터 어린이집 교사 일을 그만두고 매일 점심마다 학교를 찾아 인슐린 주사를 놔줬다. 사는 곳에 소아당뇨를 제대로 관리하는 병원이 드문 탓에 성빈이와 엄마는 서너 달마다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닌다. 11일 취재팀과 만났을 때도 성빈이는 ‘5분 진료’ 후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진료실을 나와야 했다. 소아당뇨 환자의 부모 중 한 명이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잦은 또 다른 이유는 혈당 관리가 24시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3시 21분, 율아의 혈당치가 떨어져 자동 경보가 울리자 부모가 급히 깨워 포도 주스를 먹였다. 잠결이라 주스 섭취를 거부하는 아이를 달랜 부모는 이후로도 30분 넘게 아이의 혈당 그래프를 지켜봐야 했다. ● “마약 의심 신고 받기도”… 편견과 싸워야 소아당뇨를 앓는 아이와 그 가족은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주환이는 공원에서 주사를 놓다가 ‘마약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파출소에 간 적도 있다. 유순 씨는 “아이 투병 일기를 보여주고 간신히 풀려나오면서 서글펐다”고 말했다. 성빈이는 학교에서 인슐린을 주사할 때 친구들이 볼세라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간 적이 있다. 위생도 문제지만, 혹시 급성 합병증으로 쓰러져도 자칫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율아의 아버지도 딸이 식당에서 구석 자리를 찾으며 “여기선 주사 놓는 거 안 보이겠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율아는 요즘 “나쁜 사람을 잡아서 혼내주는 멋진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율아 아버지의 고민은 깊어진다. 어떻게 하면 상처가 되지 않게 말할까. 우리나라에선 소아당뇨가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있는 질병’으로 분류돼 경찰관 결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학교 내 중증·난치성(1형) 당뇨 환자의 치료 사각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10년째 제자리다. 보건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약물 목록에 혈당 조절(인슐린) 주사를 포함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논쟁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국회엔 ‘보건교사가 인슐린 투약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19대 국회 폐원과 함께 폐기됐다. 2017년 3월 국회가 재차 관련법 발의를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했을 땐 보건복지부가 “보건교사가 인슐린을 투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의료기관 내’로 정한 의료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2021년 10월엔 ‘소아당뇨 관리 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이번엔 복지부가 반대했다.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법의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소아 등만을 대상으로 새 법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말 3111명이던 전국 초중고 소아당뇨 환자는 2023년 4월 3855명으로 1년 4개월 만에 23.9% 늘었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기 부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산증을 겪은 환자만 2022년 한 해 733명이었다. 환자 관리를 위한 지침조차 불명확해 보건교사의 혼란도 크다. 2019년 교육부가 배포한 소아당뇨 학생 관리 지침에는 인슐린 주사 투여에 관한 내용은 없고,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의 지지자 역할을 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손모 씨는 “지침이 불명확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일부 교사는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 주기도 하지만, 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지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교사에게 인슐린 주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주되,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두식 변호사는 “명백한 입법 공백”이라며 “보건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투약 기록도 명확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소아당뇨 환자 단체와 현장 의료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19일 개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충남도는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초동 진화로 대형 산불 확산 방지에 주력할 산불 진화 헬기 5대를 전진 배치했다고 17일 밝혔다. 도가 임차한 산불 헬기는 KA-32A 기종 4800L급 2대, S-61N 기종 3400L급 1대, AS-365 기종 910L급 1대, S-61N 기종 3785L급 1대 등 중형 헬기 5대다. 산불 진화 용수만 총 1만7695L 이상 실을 수 있다. 도는 헬기가 산불 발생 시 20분 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도내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홍성, 논산, 천안, 보령, 서산 지역에 각각 배치했다. 봄·가을철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에 공중 산불 예방 순찰을 하며, 산불 발생 시 즉시 이륙해 진화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윤효상 도 산림자원과장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산불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다음 달부터 5월 15일까지 시군, 읍면동 등 216개 기관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해 봄철 산불 예방에 집중하고 초동 진화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는 등 ‘2045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도는 16일 대회의실에서 김태흠 도지사를 비롯해 이정섭 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 이구용 부위원장 등 제2기 위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45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최종안을 심의·의결했다. 최종안은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힘쎈충남’이란 비전 아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45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는 8대 부문 24개 과제와 114개 세부과제를 담았다. 과제를 들여다보면 ‘건물’ 부문에서 21개 사업을 추진해 2018년 802만 t 대비 2045년에는 8만2000t으로 90% 감축한다. ‘수송’ 부문은 내연기관 중심 수송체계 개편을 통해 탄소배출 없는 청정한 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6개 사업을 추진해 462만7000t에서 69만4000t으로 85%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농축수산 부문에서 저메탄 축산 환경 조성 및 친환경농업 육성 등 11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충남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절반인 29기가 몰려 있고, 석유화학과 제철 등 고탄소 산업이 밀집해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도록 탄소중립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도 및 시군 탄소중립 관련 부서, 도민 설명회 등 30회 이상의 회의 및 의견 수렴을 거쳐 2022년 12월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 태안군이 들개로 인한 안전사고 및 가축 피해 예방을 위해 올해부터 ‘들개 전문 포획단’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야생동물 포획·구조 경험이 있는 군민 5명으로 구성된 포획단은 최근 태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들개 관련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민원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들개로 인한 농가의 가축 피해 신고는 태안 지역에서만 연평균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도 관내 농가에서 염소 10여 마리와 닭 100여 마리가 들개 피해를 본 바 있다. 들개는 야생화된 유기견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들개의 경우 예민하고 공격성이 강해 포획이 쉽지 않다”며 “마을 주변 밭작물을 훼손하고 가축을 습격해 죽이는 등 재산상 피해를 주는 데다 개물림 사고 등 안전사고의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처음 운영에 나서는 포획단은 이달 5일 발대식을 마쳤다. 이들은 각 읍·면별 마을 이장의 협조를 받아 들개의 출몰지를 사전 조사하게 된다. 또 군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포획틀과 포획망 등을 사용해 포획한 후 태안군 유기동물 보호소로 안전하게 옮겨 보호할 예정이다. 군은 포획단 대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보험에 가입하는 등 안전한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추후 반응이 좋을 경우 지속·확대 운영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들개 피해를 막기 위해선 먼저 유기견의 들개화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반려인들의 내장형 동물 등록이 꼭 필요하다”며 “군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이번 포획단 운영에 군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들개로 인한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천 강화도의 경우 지난해 무리 지어 다니며 농작물과 가축에게 피해를 준 들개 155마리를 포획하기도 했다. 강화군은 들개를 포획한 경우 성견은 마리당 50만 원, 강아지는 마리당 15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제주 지역에선 2020년부터 3년간 들개 1000여 마리를 포획했으며 가축 피해도 2020년 21건, 2021년 22건, 2022년 33건 등이 발생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 태안군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노선 연장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1일 태안군에 따르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은 충남 서산부터 경북 울진까지 330km를 연결하는 대형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이다. 사업비만 약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채택됐지만, 경제타당성에 발목이 잡혀 별다른 진전이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추가 검토 사업 지정과 함께 지난해 사전타당성 용역 착수, 현재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동서횡단철도가 건립되면 3개 시도 13개 시군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노선 개통 및 철도 운영 시 해당 구간 소요 시간은 기존 6시간에서 2시간대로 대폭 단축돼 관광은 물론이고 물류와 산업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계획된 노선(안)에서 태안 지역은 제외돼 있다. 군은 중부권 최서단인 태안까지 철도가 연결돼야 진정한 동서횡단철도 노선이 완성된다고 보고 노선 연장에 대한 당위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태안 지역은 현재 고속도로와 철도가 모두 통과하지 않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노선 연장 시 열악한 교통 실정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최동·서단 연결로 국토 균형 개발도 기대된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군은 군민과 함께 결집력을 형성해 노선 연장에 대한 당위성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다. 군은 10일 가세로 군수와 군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태안군 연장 제2차 실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군민 50명을 실행위원으로 위촉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군은 군민과 함께 회의를 갖고 동서횡단철도의 태안 연장에 대한 공감대를 모았다. 실행위원 50명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태안군 연장을 위한 서명운동 추진 등 대내외 유치 활동을 전개한다. 군도 관련 부처와 상위기관을 지속해서 방문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가 군수는 “동서횡단철도의 태안 연장은 열악한 태안의 실정에 비춰 볼 때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업 중 과업이다”라며 “태안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에 태안의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군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