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EBS의 원격수업 시스템 ‘온라인클래스’에 대해 일선 교사과 학생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 가운데는 10명중 8명 이상, 학생들 가운데는 10명 중 4명꼴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학생들은 온라인클래스에 대해 수업듣기가 불편하고, 진도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화상수업이 끊기거나 튕겨져 나오는 비정상적인 경험들을 자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달 19~25일 일주일간 EBS의 쌍방향 실시간 수업시스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신학기에 새롭게 손질한 EBS 온라인클래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교사 572명 가운데 ‘매우 불만족’ 51.9%(297명), ‘불만족’ 34.3%(196명)으로 86.2%가 현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질문에서는 응답자 474명 가운데 ‘매우 불만족’이 12%(57명), ‘불만족’이 29.3%(139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클래스의 문제점(복수응답)에 대해 ‘수업듣기가 불편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78.6%에 달했고 47.6%(226명)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는데도 진도율이 100%가 안되었다’고 답했다. 34.5%(164명)이 ‘화상 수업이 끊기거나 수업에서 튕겼다’고 응답했다.한국교총과 전교조에 속하지 않는 비교적 젊은 교사들의 모임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달 2일 온라인클래스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부와 EBS는 개학후 문제점이 잇달아 발생하자 이달 14일까지 쌍방향 실시간 원격 수업 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16일 “핵심 기능이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일선 수업에서 문제점이 계속 발생하자 최근 3월말까지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기한을 연장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29일 성명을 통해 개학 후 한달 간의 혼란에 대해 교육부와 EBS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교사모임은 “이 같은 사태가 수업 일선 현장을 무시한 채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시스템을 사용할 다양한 구성원으로 자문단을 조직해 꾸준하게 실질적인 자문을 받아아야한다”고 밝혔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한 주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뉴스 가운데 톱 5를 선정했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연예·건강 등 분야 별로 인터넷 독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 뉴스들이다. 지난 주(3월 21~26일) 뉴스의 인물은 단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그에 관련된 말한마디, 일거수 일투족이 거의 매일 클릭 수 최상위권에 올랐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및 선거운동, LH 비리가 그 뒤를 이었고, 사회분야에서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기사가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포츠분야에서는 여자배구. 20일(금) 열린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뉴스가 우울한 소식이었던 한-일전 축구 참패보다 더 많이 찾아본 뉴스였다. 1위 (22일·월)윤 전 총장이 4일 퇴임 후 칩거하다 첫 외부 일정으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방문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실 정치 참여를 앞둔 윤 전 총장의 구상과 의중이 처음으로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이대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더 늦으면 바로잡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와 김 명예교수 간 친분도 있어 만남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기사전문 https://2위 (23일·화)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는 단일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양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하루 만인 22일 오후 8시 반경 마무리됐다. 최소 이틀이 걸릴 것이라 예상됐지만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조사가 마무리된 것. 응답률도 통상의 여론조사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결과는 오세훈 후보가 오차범위 밖 승리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결하게 됐다.기사전문 https://3위 (24일·수) LH 직원들은 본사를 경남 진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부가 주택 특별공급(특공)한 아파트 1373채 가운데 113채(8.2%)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거뒀다.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으로 제공한 편의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다.기사전문 https://4위 (24일·수)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친모 A 씨(48)의 임신과 출산을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원 1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혈액형 진료 기록을 통해 A 씨가 숨진 아이를 바꿔치기한 단서를 잡고 추적 중이다.기사전문 https://5위 여자배구 정규리그 1위팀 GS칼텍스의 주장이면서 리그 MVP 이소영(27)의 인터뷰. 이소영은 26일부터 열린 흥국생명과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에서도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배구여제 김연경(33)이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은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기사전문 https://김광현 기자 kkh@donga.com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개학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일선 학교에선 줌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화상수업 시스템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공공 학습관리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원격수업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판단 착오라고 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실기(失期)해서 줌 같은 외국산 학습도구에 종속당할까 우려됩니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공공 원격수업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이 개학 전에 여러 차례 경고해왔던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전면적으로 체계를 바꾸는 것이 교사와 학생은 물론이고 국가 전반적인 자원 활용차원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EBS 강의, 유투브 콘텐츠 등 제작된 동영상을 틀어주는데 학부모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학생들이 심지어는 강의를 틀어놓고 바깥에 나갔다와도 알지 못하는 부실강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다독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에 각각 37억 원, 23억 원 등 모두 60억 원을 들여 이른바 공공 학습관리시스템 고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자 수업 도중 접속이 수시로 끊기거나, 튕겨져 나가 다시 로그인을 못한다거나, 업로드한 영상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온라인 수업을 도저히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부랴부랴 EBS에 들러 현장점검을 하고, 조기 시스템 안정을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보안문제가 발생하는 등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서울시가 15억 원이나 들여 개발한 원격수업시스템 ‘뉴쌤’의 이용률이 1%도 되지 않고, 교사들은 여전히 줌이나 구글클래스룸 같은 외국 플랫폼 이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산업발전의 경험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정부가 직접 발을 담그는 경우보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지원체계를 구축한 뒤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북돋아줄 경우 크게 발전했다. 에듀테크(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아래 용어설명 참조)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초중고 교육은 공적 영역이라는 명분아래 관련 시장을 정부가 독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서 산업을 일으키기는커녕 부실을 면치 못하고, 산업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중교 원격 수업 부실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원격교육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이길호 에듀테크산업협회장에게 들어봤다.- 3월 초중고가 개학을 하면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원격수업이 파행적으로 되고 있다. 3주차에도 안정화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작년에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고도화 사업을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학습터는 기존의 시스템을 보완한 것이라 상대적으로 많이 안정화되어 있는데 반해 EBS의 온라인클래스는 기존 시스템을 보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새로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온라인개학 초기와 같은 혼란이 불가피했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교육용 시스템은 다른 일반 운영 시스템에 비해 더 복잡하다. 더구나 이번 EBS의 고도화사업에는 전문적 경험이 축적된 에듀테크 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식의 고도화를 왜 하는지 의문이다.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것은 EBS의 과욕이 아닌가 싶다.”- 교육부는 조만간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것인가? “해결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작년 수준의 안정화라면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개학 전 예측으로는 새로 도입한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도구를 제외하고는 작년 수준 속도로 안정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e학습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화상수업도구는 문제가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줌을 대안으로 붙여놓았기 때문에 그나마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니 교사들도 상당수는 줌을 활용하거나 다른 민간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에 EBS는 화상수업도구의 문제 이전에 LMS(학습관리시스템) 자체의 전문성 결여로 인해 다양한 오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개선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화상수업도구가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줌과 같은 것인데, 엄밀한 의미에서 화상수업도구는 거의 없다. 화상회의시스템을 수업용으로 쓰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학습관리 시스템 고도화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화상수업도구를 붙이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교사들이 동영상 강의만 올려놓거나 과제만 주는 방식의 수업이 너무 많아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컸다. 그래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늘리기 위해 화상수업도구를 도입한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운영상의 문제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학습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공시스템으로는 수십만~수백만 명에 이르는 접속자를 수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애초에 단 2개의 시스템으로 수업의 질을 보완할 수 있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수라고 봤다. 현 단계에서 그나마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접속량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학생이 300만 명에 이르는 대학교의 수업이 기술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분산 효과일 것이다. 이것은 화상도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주 쉽게 한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e학습터, 온라인클래스 이외의 민간기업의 시스템을 추가해 보완해야 된다는 것인가. 에듀테크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민간기업의 시스템을 도입을 위해 그런 방안을 주장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나.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을 더 고도화하여 해결해야 된다는 반론도 가능하지 않은가? “민간시스템으로 공공시스템을 보완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국정교과서 방식을 검인정교과서 방식으로 전환해서 전 사회적인 에듀테크 자원을 동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과 기술을 안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공공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해결방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공시스템을 민간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의 고도화는 검인정교과서는 불안하니 국정교과서를 세련되게 만들자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전사회적인 에듀테크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공공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작전을 수립하고, 군대를 배치하고, 보급과 지원을 확보해야하는 지휘관 역할을 교육부가 하면 된다. 나머지는 장교나 병사들에 맡기면 된다. 그게 효율적 자원이용이라고 본다. 지금은 사령관이 직접 총을 쏘는 격이다. 그러다보니 돈은 돈대로 들고 교육 현장의 불만은 가시지 않고 있다.”-원격교육 생태계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이미 협회에서는 작년 온라인 개학할 때 다양한 민간자원의 동원 계획에 대해 방안을 제출했다. 민간자원을 동원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안정성의 문제, 정보보호, 보안의 문제, 윤리성 검증의 문제 등과 같은 것들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집중하고 민간에서는 나머지 기술적인 문제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교육생태계를 구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교육부에서 이런 자원을 동원할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 플랫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기술적이고 물리적인 플랫폼 구축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안타깝다. 이것은 기존의 공공학습 관리시스템의 변형에 불과하다.”- 교육의 공공성 훼손, 사교육비 증가 등 교육당국이 고민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민간자원을 쓰면 유료로 돈을 지불해야 되는데, 공공에서는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공공자원이라고 무상이 아니다. 세금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자원이다. 공공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민간자원을 유료로 쓰는 비용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기술의 발전, 고용효과,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습도구의 발전등과 같은 효과성을 따진다면 민간자원을 유료로 쓰는 이득이 훨씬 클 것이다. 둘째는 학생정보와 같은 교육정보를 민간기업이 활용한다든가, 비정상적이거나 영리적인 운영으로 교육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이미 많은 법, 제도, 기술적 방어 장치를 통해 제어가 가능하다. 셋째는 에듀테크 기업의 영세성, 기술적 취약함 등으로 인한 불안정성이다. 이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지적이다. 공공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에듀테크의 기술적 발전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교육현장에서의 활용도 더디게 만들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에듀테크 기업들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점점 뒤처질 것이다. 3,4년 전 만해도 일본의 에듀테크 기업들이 한국을 자신들보다 많이 앞서있다고 부러워했다. 최근 2,3년 새 일본은 우리나라를 이미 추월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이러닝협회(EIJ)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기관에서도 앞으로도 에듀테크 분야에 대해 폭넓은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그래도 교육당국의 입장에서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는 중요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두 가지 사례를 들고 싶다. 첫째, 이미 대학교에서 운영되는 시스템은 민간의 것이거나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300만 명의 학생이 쓰고 있다. 이런 구조가 훨씬 안정적이지 않은가? 이것은 시스템의 운영에서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것이다. 둘째, 학원이나 교육서비스업체에서도 실시간 화상수업을 폭넓게 하고 있다. 어쩌면 학교에서 수행되는 규모만큼의 실시간 원격수업이 학원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발 빠른 대응을 통해 학교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학원생 수가 늘었다는 학원이 많다. 학원이나 민간업체가 자기들에게 맞는 다양하고 편리한 도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용어설명: 에듀테크=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교육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기술을 의미한다. 쌍방향 원격교육이 대표적이다. 관련 산업이 에듀테크 산업이다. 에듀테크 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약 1600조 원)에서 2025년 3420억 달러(약37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김광현 kkh@donga.com}
“한국의 여성들이 직장에 계속, 오래 다니기 위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결혼과 육아로 발생하는 직장 단절을 없애는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국 및 주요국 여성 고용율을 분석한 결과 18일 내놓은 대책의 핵심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고용 관련 지표들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 기준 60.0%로 OECD 37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3위, 여성 고용율은 57.8%로 31위를 차지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여성 비율 자체가 낮은 데다 실제 일자리를 가진 여성의 비율도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서는 최하위라는 말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의 여성 고용율 그래프 모양이다. 한국은 여성 고용율 그래프가 20대까지 증가하다가 30대 들어 크게 감소하고 40대 후반에 회복되는 ‘M자형’이다. 반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 G5국가의 여성 고용률은 20대부터 점차 올라가기 시작해 45~49세 최고점을 찍었다가 50대 들어 감소하는 ‘∩자형’과 정반대 모양이다. 한국과 G5간 여성 고용률 격차는 35~39세 구간에서 16.6%로 최대로 벌어진다. 이는 한국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이른바 ‘경력단절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최대 고질병인 임금의 이중구조 가운데 하나인 남녀간 임금격차는 한국이 32.5%로 G5의 17.0%보다 월등히 심하다.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직장 경험이 쌓여 직장 내 주요한 위치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할 연령대에서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당사자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적 시각에서 볼 때 인적자원 활용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조사 대상 세계 141개국 가운데 97위일 정도로 최하위권인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개선하는 가운데 결혼 출산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시간제 고용비중을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리스크 없는 벤처는 없다. 바이오 신약개발은 벤처 중의 벤처다. 1년간 1000%가 오른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투기냐 투자냐 논란이 일고 있지만 바이오 신약도 그에 못지않다. 한 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오벤처 신라젠은 14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아직도 가시지 않는 악몽이다. 기대를 모았다가 임상 3상에서 엎어진 경우도 없지 않았다. 반면 일론 머스크를 세계 제1의 부자로 만든 테슬라는 오랫동안 매출 한 푼 없었던 벤처기업이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의약품 ‘휴미라’는 글로벌제약사 애브비에게 작년 한해 23조 원의 매출을 안겨다 주었다. 보통 신약의 이익률이 70~80%라고 하는데 ‘휴미라’ 같은 약품 2,3개만 있으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36조 원)만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들과 바이오벤처들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공했다고 하면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확률의 문제다. 현재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트 신약개발 성공에 가장 근접한 벤처기업으로 ‘메드팩토’가 꼽힌다.● 올해 줄줄이 예정된 메이저 임상학회 연구발표 메드팩트가 임상중인 차세대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은 ‘백토서팁’이다. 백토서팁은 암세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암세포의 성장을 돕고 있는 TGF-β라는 물질을 약화시키는 약제다. 백토서팁으로 암 종양의 외벽을 일단 무력화시킨 다음 치료제로 본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암 치료제와 병용 투여방식으로 임상실험이 진행돼 왔다. 이제까지 진행된 임상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세계 메이저 임상학회에서 잇달아 백토서팁의 임상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4월 10일부터 진행될 미국암학회(AACR)에서 췌장암에 대한 백토서팁의 전임상 결과 희귀질환인 공격성 섬유종증(데스모이드 종양)과 관련한 연구 결과 등 4건의 임상데이터를 발표한다. 이에 앞서 이달 11일 초록이 공개된 바 있다. 6월에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대장암과의 병용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하고, 9월에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11월 미국 면역암학회(SITC)에서는 임핀지와의 병용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2a상 결과를 발표한다. ● 개인 유전체 첫 해독 성공 김성진 사장 메드팩토의 창업자 겸 대표이사인 김성진 사장은 “임상 데이터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메이저 학회 또는 저널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진행된 임상의 결과들에 대해서는 글로벌학회에서도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일반 상장기업들이 매출 영업이익에서 깜짝 놀랄만한 실적을 올렸을 때 부르는 말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들에게는 ‘데이터’가 생명이다. 단계별로 학계와 제약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데이터 서프라이즈’‘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김 사장의 경력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국립암연구소 종신수석연구원이다. 1987~2007년까지 20년간 이곳에서 유전체 연구를 했다. TGF- β를 최초로 발견한 마이클 스폰이 김 사장의 스승이었다. 이 곳에서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2년 호암상 의학상을 받았다. 2007년 가천대학에서 1000억 원의 연구지원을 약속받고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원장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2009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에서 5번째로 개인 유전체 해독에 성공했다. 대상은 자신의 유전체였다. 2010년~2016년에는 차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재직했고 2008년에는 대한암예방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 백토서팁이 항암치료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TGF-β는 모든 암에서 다량 분비된다.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이 벽을 뚫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계는 암치료제와 TGF-β 무력화 약제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치료효율을 높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제약사들이 모두 TGF-β에 대한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백토서팁이 임상에서 가장 앞서 있고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백토서팁은 올해 임상 2상 마무리가 예정되어 있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만이 모든 암에 적용되는 ’항암치료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백토서팁의 시장성은 어떤가“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작년 15조 원쯤 된다. 2025년에는 25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환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비싼 치료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백토서팁과 병용 처방하여 현저하게 치료효과가 높게 나왔다. 또한 키트루다와도 현재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병용임상을 진행 중인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MSD의 키트루다 약품 하나의 매출이 13조 원이었다. 향후 몇 년 내 백토서팁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25조 원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암을 포함하면 시장규모가 몇 백조 원에 이를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GSK가 또 다른 TGF-β 신호전달 저해제인M7824 물질에 관한 기술특허를 50%에 대한 권리로 4조8000억 원(37억 유로)에 사들였다. 이 물질의 가치가 최소 9조 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데스모이드(공격성 섬유종증)라는 희귀질환에서 빠른 승인이 나올 수 있다. 이마티닙라는 치료제가 약간의 효능을 보이는데 백토서팁과 병용하니 ORR(객관적 반응율)이 2배 효과를 보였다. 올해 FDA에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을 할 계획하고 있다. IND 신청 이후 패스트트랙 지정도 신청하여 올해 IND 승인과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까지 기대한다. 그러면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고, 매출도 오르면서 광범위한 효능을 입증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회사인 알렉시온을 42조 원에 사들였다는 것을 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얼마나 희귀질환치료제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골육종 등 다른 희귀질환분야 2개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분야는 “역시 희귀질환분야다. 희귀질환 적응증의 경우 2024년에 치료제 허가를 받아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육종, 췌장암 관련 약제도 올해 안에 희귀질환의약품(ODD)으로 지정받아 IND(임상시험계획)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임상 단계별로 효과가 좋으면 일단 치료제로 판매를 하면서 임상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머크(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슷한 경로로 빨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기초연구를 마쳤고 만족할만한 데이터가 나와 국내에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술이전(라이센싱 아웃)방식인가 아니면 최종 신약 개발까지 가는 방식인가 “투 트랙으로 간다. 기술 이전할 것은 하고 희귀질환 분야는 최종 치료제까지 개발할 것이다. 길리어드, 엠젠이 처음에는 단일약품의 치료제로 1조, 2조 원씩 팔다가 지금은 200조 원이 넘는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됐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바이오분야에서는 90% 이상의 자금이 혁신신약에 투자된다. 우리의 목표는 길리어드 엠젠 같은 글로벌제약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혁신신약 1호가 나올 때가 됐다.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면 몇 조 원씩 팔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가 우리 회사라고 본다.”- 최종 단계에서 실패한 바이오 신약물질이 많았다. 백토서팁에게 그런 위험성은 없나?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 리스크가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고 사기다. 임상 1상에서 최종제품 허가가 나오는 확률이 10% 정도다. 2상까지 마쳤는데 상품화 단계인 3상에서 실패하는 확률도 절반 정도 된다고 본다. 백토서팁의 가장 큰 특징은 ’항암치료 플랫폼‘이다. 비슷한 메카니즘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암에 적용된다는 것이 임상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여러 글로벌제약사들과 여러 종류의 암 치료제와 병용 투여 임상을 거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만 10건 이상이다. 이들 가운데 단 1개만 제품허가만 나오더라도 블록버스터 신약물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올 4월 미국암학회(AACR)에서는 백토서팁 외에 BAG2(유방암 타깃) DRAK1(자궁경부암 타깃)이라는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초연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신약 개발 성공의 확률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부른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다섯 단계이며, 문책 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로 본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과 진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금융권 재취업도 3~5년 금지된다. 금융권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셈이다.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금감원 제재심은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에 대해 각각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가 피해자 구제조치에 대한 약속으로 ‘주의적 경고 상당’이라는 한 단계 낮은 경징계로 결론을 내렸다. 은행장이나 증권사 사장이 일선 창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없지만 관리책임을 이들에게 물은 것이다.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씨 월북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병대 2사단장이 해임되고 관련 군 부대 지휘책임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은 엄중 경고하고, 해병 2사단장 보직을 해임했다. 이들에게 경계 실패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달 4일 국방부는 북한 민간인 해안 귀순과 관련해 22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같은 이유로 해당 부대의 여단장과 전·후임 대대장, 동해 합동작전지원소장 등 4명도 22사단장과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8군단장은 육군참모총장의 서면 경고를 받았고, 그 밖에 18명의 장교와 병사도 인사 조치를 받게 됐다. 3성 장군 군단장과 2성 장군 사단장에게 일선 병사들의 경계 태만에 대해 지휘 책임을 물은 것이다. LH 직원들이 광명 시흥 신도시에서 땅 투기를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신도시 개발 발표 이전에 이들은 일대 토지 2만 3000여㎡(약 7000평) 가운데 일부를 매입했다.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큰 토지를 매입한 직후 1000㎡ 정도로 쪼개기를 한 정황도 있고, 가족 친지들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사들인 농지에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묘목 심기도 했다. 전형적인 토지 투기꾼들의 수법이다. LH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던 2.4대책을 포함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졌고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민변 등에 따르면 LH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10건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이뤄졌다. 이 가운데 9건이 모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2019년 4월~2020년 12월)하던 시기에 이뤄졌다.이들이 국가와 국민에 끼친 해악은 탈북민 월북이나 북한 민간인 귀순에 대한 병사의 경계 실패와 비교할 바 없이 크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변창흠 당시 사장의 관리 책임이 해병대 사단장, 22사단장, 은행장들의 관리 책임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청와대와 여권이 변창흠 장관을 국토부 장관 자리에 그대로 유지시키려면 관리책임을 엄격하게 물은 사단장, 은행장과 변 장관은 뭐가 어떻게 다른 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한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란 말 그대로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이나 기술, 서비스, 제품 등을 말한다. 크게 보면 포드의 T형 모델, 플레밍의 항생제 페니실린, 애플의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벤처기업들 가운데 기술력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지닌 기업들이 적잖다. 아쉽게도 이들 중 상당 수는 가능성에 비해 덜 알려졌거나 충분한 시장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자금, 마케팅, 리더십 등도 중요하다. 진행 과정에서 가능성이 가능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주목을 통해 이런 기업들은 성장하고 꽃을 피울 수 있다. 해당 산업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들을 찾아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기업을 선정하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국내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의 애널리스트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최고 경영자와 창업 계기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사기막골 벤처단지에 있는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인트론바이오)사업장을 방문했다. 윤경원 대표이사 부사장이 설명과 질의 답변에 응했다. 윤 대표는 창업자 윤성준 대표이사 사장의 친동생이다. 윤성준 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과학에서 석사를 마친 뒤 1999년 1월 인트론바이오를 설립했다. 윤 사장은 경영을 총괄하면서 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윤경원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원 EMBA 과정을 거쳐 삼성물산, 한국씨티은행 등을 거쳐 2001년 인트론바이오에 합류했다. 경영관리 전반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창업계기, 재무상황, 향후 비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새로운 기술, 신약 개발 등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윤 사장이 석사를 마친 뒤 5년간 병력특례를 서울대 의대 암연구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게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유전자 시약을 많이 수입해 사용했다. ‘이런 게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이 정도면 굳이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얼마든지 자체 개발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한다. 영업, 관리 분야 사람과 함께 3명이 창업했다. 한 때 잘 나가다 2000년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들은 퇴사했다. 지금은 윤 사장 외에 2006년 합류한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 강상현 박사, 바이오벤처 경력을 가진 전수현 센터장이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인트론바이오의 게임 체인저 병기는? 인트론바이오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박테리오파지’와 ‘엔도리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신약 개발 전문 벤처기업이다. 기존 합성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을 치료하는 ‘슈퍼박테리아 바이오신약’을 개발한다. 관련 핵심 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플레밍이 항생제 발견한 이후 세균 치료는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비슷한 속도로 세균들도 내성을 키웠다. 급기야 어떤 유형의 항생제도 이겨내는 슈퍼박테리아마저 등장했다.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의학계에서는 심각한 이슈로 부각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의 공격을 막는 수동적 개념이 아니다. 반대로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이를 파괴해 내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이다. 항생제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응용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엔도리신(Endolysin)은 세균 증식을 막는 기존 합성항생제와는 달리 특정 세균을 사멸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계열의 항생물질이다. 인트론바이오는 가장 우수한 엔도리신을 찾아서 자체의 단백질공학 기술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신약물질을 만들어 낸다.인트론바이오의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2010년. 한국거래소의 기술성평가제도를 통과하고, 2011년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7번째로 기술성평가제도를 적용받아 상장한 기업이다. 인트론바이오의 게임체인저 병기는 바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 구균)을 타겟으로 한 신약후보 물질 ‘SAL200’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등록해준 성분명은 ‘Tonabacase(토나바케이즈)’다. 세계 항생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다. 인트론바이오는 바이러스(virus)를 타겟하는 파지러스(PHAGERUS) 기술도 개발해냈다. 인트론바이오가 이 기술의 1차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곳은 인체 독감백신이다. 이후 조류독감 백신, 주로 돼지에서 발견되는 G4 바이러스 백신 순서로 개발할 예정이다. 인트론바이오는 이와 함께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박테리오파지를 적용할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올해 안에 미국 임상 IND 신청할 계획 인트론바이오는 신약에 대한 원천기술을 개발, 이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회사다. 최종 신약개발 및 약품 개발은 수조 원이 들어가 벤처로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인트론바이오는 2018년 11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인 로이반트에 ‘SAL200’와 약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센싱-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00만 달러, 개발 상업화에 따른 단계에 따라 지급받는 조건으로 총 6억6750달러를 받는다. 또 약품 개발시 제품 판매의 10% 정도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이 제품에 대한 임상 1상 및 임상 2상은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했다. 윤 부사장은 “서울대병원이 가장 엄격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국내외 신뢰도가 높다”며 “성공적인 데이터가 나와 올해 3,4분기에 미국 FDA에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에 대한 비용은 모두 로이반트사가 부담하고 인트론바이오는 이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구조다. 최종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최고 판매액(Peak Sale)은 연 1조~2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매년 1000억~2000억 원의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분자진단 키트가 캐시카우 역할 신약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유전개발처럼 터지기만 하면 대박이지만 그 전까지는 연구를 거듭하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현금이 원활히 조달되지 못하면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다. 초기에 투자해 회사의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던 벤처캐피털 회사가 작년에 털고 나가 한결 가벼운 마음이라고 한다. -현재 인트론바이오의 현금상태는 어떤가? “작년 매출 454억 원에 영업이익 161억 원, 당기순이익 약 15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박테리오파지 기반 기술 개발과 함께 캐시카우 사업으로 진행해온 분자진단사업 분야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결과다. 작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예상치 못했던 실적이 오른 측면도 있다. 연구개발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2019년에 400억 원 증자에 성공했고 이전에 남아있는 자금 등을 포함해 적어도 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할 분야가 많다. 신약물질 R&D에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아껴 써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자금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분자진단사업도 계속 현금창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신규 영업하기가 힘들었다. 작년에 제품이 귀했으니 영업하기 쉬웠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더라도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곳을 대상으로 진단키트 판매 영업을 강화할 생각이다 ”◆진행되고 있는 추가 프로젝트 인트론바이오는 SAL200외 탄저균을 타깃으로 하는 BAL200, 장구균을 타깃으로 하는 EFL200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BAL200은 전 임상을 마치고 올해 임상1상에 진입해 빠르면 2023년에 미국 허가를 받아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DA가 슈퍼박테리아 문제의 심각성과 여론을 고려해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의약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글로벌 대형제약사들도 이에 대해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인트론바이오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대장암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물 사료에 들어갈 친환경적 항생제 개발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대체육 시장이다.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고, 햄버거 프렌차이즈들이 앞다퉈 대체육 패치를 내놓고 있다. 콩을 이용해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은 얼마나 실제와 가까운 식감, 향, 색깔 등을 구현하는가에 달렸다. 인트론바이오는 인공혈액을 개발하던 중 대체육에 들어갈 대체혈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회사의 개발 본류는 아니지만 분자진단분야가 지속적인 R&D를 가능케 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듯 대체육 관련 사업이 뜻밖의 현금창구 역할을 해준다면 장기적인 바이오 신약개발을 위한 버팀목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부사장은 “인트론바이오의 연구개발은 지속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갈 것이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함께 지속적인 R&D 투자와 기술수출을 통한 조기 수익 창출로 기업의 퀀텀 (Quantum)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의 코멘트 한국바이오벤처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을 글로벌시장에서 보이고 있다. K바이오가 기술력과 잠재력에서 아직까지 저평가 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K바이오가 여러 분야에서 퀀텀 점프를 하고 있다. K바이오는 새로운 기회 앞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바이오벤처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점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바이오신약, 분자진단, 동물용 항생제대체재를 개발하는 회사로서 특히, 진단사업 분야에서 코로나 19관련 완제품인 진단 키트뿐 아니라 원재료인 시약원료, 추출, 증폭 제품 등의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조 단위의 기술수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어 눈 여겨 지켜볼 만한 벤처기업이라고 본다.성남=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0.5%인 현재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 7월이후 여섯 번째 동결이다.금통위는 지난해 3월 1.25%에서 0.75%로 기준금리를 낮춰고 5월에 0.5%로 추가 인하했었다. . 이번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 대해서는 연구기관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대부분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이 없는 만큼 일단 동결을 통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23일 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국내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해나가겠다”며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린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뛰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소비 회복 속도가 느리고 고용이 둔화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금리를 다시 올리는데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미국 역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4(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준의 물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고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1.소더비와 함께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뉴욕의 크리스티는 18일(현지시간) 미술품 경매에 암호화폐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일’ 경매에 암호화폐 이더리움 결제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은 코인당 2000달러 안팎, 시가총액 2222억 달러로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2위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2.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가 18일(현지시간) “금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헷지수단으로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인 군드라흐는 대표적인 금 강세론자로 달러 하락과 금 상승에 무게를 둬왔다. #3. 상장지수펀드(ETF)의 고수익으로 잘 알려진 미국 투자사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 캐시우드는 미국 CNBC에 출연해 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에 편입하면 코인당 25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지난해말 이후 오르기 시작해 최근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비트코인에 손대기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4.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자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즉 알트코인(alternative coin)들까지 덩달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지난 일주일간 10%, 3위 에이다는 5%, 4위 폴카닷은 29% 올랐다. 국내 핀테크업체인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국내 알트코인인 페이코인은 17일 하루만에 2000%나 치솟기도 했다.#5. 미국 법무부가 17일(현지시간) 북한 해커 3명을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어치의 암호화폐와 현금을 빼내기 위해 해킹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다발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라고 비난했다.#6.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KRX 금시장에서 1Kg 금 현물의 g당 가격이 6만3900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작년 4월 6일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금리상승 움직임이 보이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밖에도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골드’ 비트코인에 쏠린 관심도 금 가격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7.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적어도 이제 가상화폐는 다눈한 가상이나 사기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화폐로서의 가치 인정 여부를 떠나 투자자들이 금융 제도권 내에서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자사의 자동차 구매를 비트코인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코인당 5만 달러를 돌파하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후 발표되는 암호화폐 관련 뉴스들은 대부분이 암호화폐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관련된 것들이다. 암호화폐는 디지털 결제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미술품 등 실물 상품의 결제로 사용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동시에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정부나 국회에서 이를 제도권 밖에 방치해둘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다만 암호화폐는 주식이나 금과 달리 변동성이 워낙 크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투자를 하거나 빚을 내면서까지 사들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개인 역시 골드만삭스 등 투자전문가들처럼 분산투자의 개념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닭고기·계란 가격이 치솟은 데다 겨울 한파까지 겹쳐 농산물 가격이 뛰는 바람에 생산자물가가 크게 올랐다. 정부는 19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계절적 요인 이외에도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원유 구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쌀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양파·과일 등 물량 출하 확대를 독려 방침이다.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계란에 대해서는 신선란 2400만 개를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04.88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2013년 4월(104.93) 이후 7년 9개월 만의 최대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에서 생산자가 시장에 출하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측정해 지수화한 것이다. 유통단계를 거치기 전인 출고가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특히 밥상물가로 직결되는 농림수산품지수가 137.24로 전월 대비 7.9%나 올랐다. 고병원성AI 확산으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뛰면서 축산물 지수가 11.8% 오른 영향이다. 여기에 겨울 한파가 몰아쳐 양파·파·호박 등 농산물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농산물 지수 역시 7.8% 올랐다.AI, 한파 등 일시적 요인 외에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원유 구리 니켈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리 현물가는 t당 8650달러로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니켈은 1만8000원대를 넘어 연일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안정적 경제환경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아직 물음표”라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한 논쟁은 인플레 우려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비트코인 가격이 한 때 5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하면서 가상화폐의 안전성에 대한 주의보가 또 다시 켜졌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물리적인 실체가 없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만 존재한다. 해커들이 블록체인 및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서 해킹한 뒤 탈취하는 것이 암호화폐 해킹이다. 암호화폐 보유자는 인터넷을 통해 거래소나 지갑서비스에 로그인하고 사용하는데, 그 순간에 코인이 해커의 지갑주소로 출금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기소된 북한 해커들처럼 국가 안보차원에서 미국 연방경찰이나 연방검찰이 총동원돼 장기적으로 추적하지 않는 이상 일단 해킹을 당해 코인을 빼앗기면 다시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킹 대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거래소도 포함된다. 이번 북한 해커들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2017년 슬로베니아 기업으로부터 7500만 달러, 2018년 인도네시아 기업으로부터 2500만 달러, 지난해 8월 뉴욕의 한 은행으로부터 1180만 달러를 각각 빼돌리려 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검찰과 미 연방수사국(FBI)은 뉴욕 은행에서 해커들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19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미 정부는 이 돈을 회수하면 은행에 돌려줄 예정이다.암호화폐거래소가 털린 경우 해당 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던 이용자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킹에 따른 피해보상 의무가 없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피해를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감수하기도 하고 사용자들과 분담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해킹 피해가 막대하면 피해보상 없이 거래소를 아예 폐쇄하는 일도 있다. 2014년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콕스에서 약 85만개의 비트코인이 해킹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시가로도 약 4억 7300만 달러, 현재 시가로는 약 425억 달러(약46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거액의 피해를 입은 마운트콕스는 파산했다. 개인의 암호화폐 지갑이 해킹당할 수도 있다. 모든 암호화폐는 개인이 코인을 자체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개인지갑을 제공한다. 개인지갑은 사용자의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관리하는데 해커가 PC나 스마트폰에 접속해 보관하고 있던 암호화폐를 훔쳐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해킹을 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이충 다스아카데미 대표는 “암호화폐거래소는 ‘보관’이 아닌 ‘거래’를 위한 곳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거래소에 맡겨두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개인지갑이나 하드월렛(HardWallet)을 이용하고 이에 대한 보안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17일 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점차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뉴욕에서 오전 7시32분(현지시간) 5만191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4분기에 170% 상승해서 연말에 약 2만9000달러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만 70% 넘게 더 오르는 등 급등을 지속하고 있다. 테슬라가 1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상승에 불을 붙였고, 기존 주류 금융업계에서도 점차 가상화폐를 거래 수단이나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한 때 폭등 후 폭락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은 가상화폐의 보유·이전·발행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스터카드도 올해 중 자체 네트워크에서 가상화폐를 지원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미국 마이애미 주정부는 직원의 선택에 따라 봉급을 암호화폐로 지급할 수 있고, 세금 납부도 허용하겠닫고 밝혔다. 이 추세대로라면 장래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디지털 경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디지털경제에 걸맞는 디지털화폐인 암호화폐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지도 모른다는 문제 제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17일 CNBC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알수 있는 미래 범위 안에서는 달러 경제가 계속된다”며 “금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비트코인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달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암호화폐도 달러가 가진 국제통화의 지위에는 위협을 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전쟁 전에는 은행들이 각자 지폐를 발행했다면서, 현재로 비유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이 각기 다른 화폐를 찍어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날 WSJ에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가상화폐들을 사고 있다”면서 “돈을 날리고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실질적인 사용처가 거의 없는 데다 채권이나 증권처럼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실제 통화가 아니라면서 “ECB는 그것을 매수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경제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서도 화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향후 자사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흥훈 블록체인밸리 대표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은 달러와는 다른 쓰임새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처럼 자산의 가치가 있으며 비트코인이 디지털화폐라고 해서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것이며 오히려 금 매장 및 채굴보다 더 한정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다양한 암호화폐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등 몇 개의 기축 암호화폐로 수렴될 것이고 이는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화폐가 따로 있지만 국제결제수단으로 통용되는 화폐는 달러, 엔, 유로화 등 몇 개 안되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게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초대형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답하듯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4만4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는 앞으로 생산할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런 소식에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9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가격이 5084만원으로 5000만 원을 돌파했다. 하루만에 11.04%나 오른 것이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테스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산 다각화와 현금 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 정책을 업데이트했다”면서 “앞으로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적은 있으나 글로벌 제조업체가 자사의 제품에 대한 결제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8일 테슬라의 주가도 크게 올라 전일 대비 1.31% 오른 863.42달러에 마감했다. 주식 시장 참가자들이 비트코인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 찬동한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평소 가상 화폐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일반 투자자들이 단기수익을 목적으로 투자에 매달렸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상승을 포함해 올 들어서만 60%이상 치솟았다. 조흥훈 블록체인밸리 대표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최근에 너무 민감성이 강해졌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그 부분을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이어 “현금 자산 다각화 혹은 투자 분산의 일환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무리한 투자는 삼가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테슬라의 공시를 보더라도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한 것은 최근 현금 사정이 크게 좋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자산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전 청장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도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져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의 기업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결제수단으로서 활용 폭이 넓어지고 화폐의 효용 및 투자결정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안전성이 담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른바 ‘펀드멘털’로서의 가치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행한 교섭단체연설의 제목은 ‘국민이 국가의 역할을 묻습니다. 코로나를 넘어 신복지국가로’이다. 이날 연설은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대선공약의 기초 버전으로 여겨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신복지’는 말 그대로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이것이 당장은 코로나시대, 길게는 양극화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고, ‘시대정신’에 걸맞은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복지의 구체적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퍼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나라 곳간을 풀 때이고 채울 때가 아니라는 말인데,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줄기차게 슈퍼 팽창예산 집행에 매달린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는 ‘예산 잔치’의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이 대표가 제안한 영업제한 손실보상제, 협력이익공유제, 사회연대기금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과 ‘보편적 사회보호’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신복지제도의 세부 내용들은 ‘아낌없이 퍼주겠다’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그 중에서 비교적 재정·기업 등 경제 분야와 직결되는 ‘상생연대 3법’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현실에 적용하기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는 법들이다. 영업제한 손실보상제는 이미 많이 거론된 것처럼 손실보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법으로 제도화한다는 것이 쟁점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다른 주요국들의 사례를 찾아봤더니 법으로 정해 지원하는 국가는 없었다는 말을 했다가 경을 쳤다. 지원하되 법제화가 아니라 해당 재난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좋다는 취지였으나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 “개혁의 저항세력”이란 말까지 들었다. 다음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도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백기를 들고서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협력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방안으로, 국정과제 100대 사업에 포함돼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 대표는 “협력해 이익을 만들고, 그 이익을 부분적으로 공유하자는 것”이라며 “미국 영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는 성공 사례가 많다”고 했다. 부분적으로 옳은 말이다. 선진국에서 도입하는 사례가 많기는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나서 이를 법으로 정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 도요타, 미국 크라이슬러 스코어, 이탈리아 피아트 같은 자동차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성과를 거뒀을 경우 협력업체들에 나눠주는 성과공유제 형태이자 일종의 인센티브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과 협력사들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윤 분배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이 대표는 ‘상생연대 3법’의 하나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자를 돕자는 차원에서 정부 기업 개인이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중FTA 비준 당시 조성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이명박 정부 당시 조성한 ‘새희망 홀씨’를 사례로 들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한중FTA로 인해 돈을 벌게 된 제조업 등 혜택을 보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농어촌에 지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적잖다. 이 대표가 코로나 이익공유제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을 때 정세균 총리는 “이를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후에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나는 그런 용어(이익공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와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았을 정도다.무엇보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사례로 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성공사례가 아니라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는 기금이다. 원래 취지대로라면 FTA로 혜택을 봤다는 기업들의 출연금이 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중FTA로 본 혜택이 거의 없을 내수 위주의 공기업 출연금이 전체의 70~80%에 달한다. 2017년부터 10년 1000억 원씩 1조 원 목표로 진행된 이 기금은 3년차인 2019년 목표치인 3000억 원의 24%인 731억 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민간기업은 11.3%에 불과하고 공기업이 88.6%를 냈다. 이후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조성기금 1243억 원 가운데 민간기업은 29.4%에 머물러 있고, 공기업 출연금이 877억 원으로 70.6%를 차지한다.‘새 희망 홀씨대출’은 은행들의 수익이 막대한 데 저신용자 서민들은 은행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익을 내놓으라는 정치인들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도입된 제도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은행의 영업이익 10%를 서민대출로 법제화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영업이익 10%를 서민대출에 할당해 각 은행에서 갹출했다. 강제로 당하느니 자발적으로 내자는 취지였다는 게 당시 은행연합회장의 해명이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실패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마치 상생협력의 성공모델처럼 소개된 데 이어 여당 대표마저 이를 다시 인용한 셈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또 자발적인 동기로 포장된 관치금융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인 ‘새 희망 홀씨’가 상생모델로 다시 등장했다니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연설의 제목으로 삼은 ‘국가의 역할’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국세청: ‘한국판 뉴딜’에 호응하면 세무조사 면해준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판 뉴딜’에 삐딱한 기업은 세무서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당할 수 있다.금융위원회+여당: 시중은행들은 올해 수익이 좋았지만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주식배당을 줄여 자금을 쌓아두라. 단 코로나 이익공유제에는 적극 참여하라.IMF: 한국은 공매도 재개할 때가 됐다. 안 그러면 큰 댓가를 치를 것이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들에 불리하게 짜여졌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라.오늘 전해진 3가지 불편한 개입 뉴스와 그에 대한 해석이다. 1. 국세청. 김대지 국세청장 주재로 올해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가 28일 열렸다. 김 청장은 “세금의 부과·징수와 관련된 전통적인 세정의 역할을 넘어, ‘급부행정’의 영역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급부’란 뭔가를 준다는 의미다. 국정과제에 충실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적극적인 세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근로장려금 등에 대한 세제혜택과 함께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위해 각종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소득주도성장 이후 경제분야 최대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한국판 뉴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세청은 이미 설치돼 있는 ‘민생지원소통추진단’에 한국판 뉴딜 분과를 새로 만들고, 전국 세무서에는 ‘한국판 뉴딜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예산을 지원받거나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제외 또는 유예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세금의 색깔을 따져서는 안된다. 정책상 지원이 필요하면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세법을 고쳐 세제 지원을 하는 것이 기본이고, 이는 국세청이 아닌 기획재정부 등 일반 부처와 국회가 할 일이다. 정권의 색채가 뚜렷한 특정 사업에 국세청까지 나서 세무조사를 면제해주는 것은 부적절하고 한편 불안 불편한 개입이다. 국세청 세무조사에는 ‘전가의 보도’ 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해당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 개인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는 반면 정책과 어긋나는 대상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의 칼을 휘둘러왔다. 권위적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전 정권의 비리를 들춰내고 우호적이었던 기업인, 연예인을 골탕 먹이는데 세무조사가 곧잘 동원되곤 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판 뉴딜’의 MB판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가 정권 교체 이후 많은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당하고 곤욕을 치렀다. '한국판 뉴딜'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이 혜택이 추후에 특혜로 해석되지 말란 법이 없다. 2. 금융위원회. 엄격히 말하면 금융위와 정치권이다. 금융위는 28일 국내 은행 지주회사 및 은행의 배당률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관리를 하라는 취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지주의 배당 폭을 15~25%로 제안한 바 있다. 늘 뒷북 감독, 규제라는 말을 들어왔던 금융당국으로서는 지시 감독이 아니라 말 그대로 권고에서 그친다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제는 청와대, 여당이 내는 메시지와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호응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자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최대의 타깃은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기업들은 그 자발적 기부금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면서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서고 감옥까지 가는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민간에서 이익공유제를 위한 큰 자금이 나올 곳은 사실상 시중은행밖에 없다. 한중 FTA에서 이득을 본 기업이 피해를 본 농어촌을 돕기 위해 마련한 농어촌상생기금 역시 ‘자발적’으로 추진됐지만 73%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출연했다. 시중은행 경영진에서는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줄이고 자본을 쌓아두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익공유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에게 배당을 줄이라는 권고를 하고, 집권 여당은 은행에게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주장을 하게 되면 결국 배당을 줄인 돈을 이익공유제로 내놓으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3. IMF.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28일 IMF 연례협의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시장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고, 경제 회복도 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우어 단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공매도 금지를 통해 균등의 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큰 비용은 공매도를 주요한 헷지 수단으로 여기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시장 이탈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개인 투자자의 우려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규제나 시장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을 통해 대응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부 당국도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우어 단장의 발언은 원론적 내용이긴 하지만 시점 상 민감한 발언일 수 있다. 국제금융기구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비중과 영향력이 급증했고, 공매도 재개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공포감을 이해한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했다. 바우어 단장은 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피해를 입은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며, 영구적인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우어 단장의 발언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IMF가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영업자 지원 같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지 언제인데 오지랖 넓은 행동이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처 3개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해 “중기부 등 부처와 당정이 함께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손실보상은 법제화를 통하고 세부사항은 중기부 중심으로 논의해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마뜩찮아 하는 기획재정부를 제쳐두고 만만한 중기부에게 손실보상 법제화 총괄을 맡기는 방향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재정을 통해 집행되고 재정을 담당하는 부처인 경제콘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담당하는 것이 상식이고 법 규정이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보내는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손실보상이 이뤄지려면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이 필요하다. 국채 발행도 추경 편성도 정부 담당부처는 기재부다. 중기부에서 주도해 법안을 만들고 손실보상 피해규모, 지급 범위 등을 정하더라도 지원 금액을 정하려면 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나서 국회와 협의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올해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결정할 때도 결국에는 여야 모두의 100%지급방안에 밀려 ‘홍두사미’로 끝나긴 했지만, 홍남기 부총리가 70% 선별지급 주장을 한 것은 예산을 담당하는 장관의 권한과 역할이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의 법제화를 두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법제화를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격노하고 ‘개혁저항 세력’ ‘개혁반대 세력’ ‘사필귀정’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기재부를 압박했지만 재정과 관련 의견을 내는 것은 법에 정해진 기재부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홍 부총리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기획재정부 곳간 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홍 부총리의 입장을 편들었다. 여당 대표가 보기에도 한 정부 내의 총리가 부총리를 ‘구박’하는 것으로 비친 것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재정건전성이 집단자살을 방치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홍 부총리를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차관의 발언에 대해 정세균 총리의 반응을 본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제 논의를 위한 고위 당정청회의에 감기 몸살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25일 오전 홍 부총리는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정해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총리 여당대표를 포함한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 3명이 격돌하는 가운데 이를 교통 정리할 곳은 현실적으로 청와대 즉 대통령 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어제 경제팀장이자 재정운용의 책임을 가진 기재부가 아니라 중기부가 다른 부처와 함께 협의하라고 했다. ‘중기부 등 부처와 함께’라고 한 대목은 대통령이 스스로 ‘경제팀장’이라고 부른 홍남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공개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례에 드문 일이다. 홍 부총리의 처신은 앞으로 두 가지 있다.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정치권에 연약한 저항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에는 당청의 의견대로 결론이 나고 마지못해 따라가는 ‘홍두사미’ ‘홍백기’ 모습을 다시 한번 보이는 것이다. 홍 부총리의 원만한 성격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총리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의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많다. 또 다른 하나는 진짜 물러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작년 11월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려다가 여당의 반대로 부딪혀 무산됐을 때다. 다음날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자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업무에 복귀했다가 야권으로부터 ‘정치쇼’를 한다는 비난을 들은 바 있다. 이번 손실보상법 법제화 관련 논란은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전에 직속 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에 의해 노골적으로 무시당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 홍 부총리의 거취가 주목되는 시간이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 역시나 ‘항복 선언’한 기획재정부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영업 손실 보상대책과 관련해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 국회 논의 과정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차관은 “정세균 총리가 지시한 대로 국회에서 논의할 준비를 우리가 충실히 해야 한다”며 “저희가 반대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를 1차로 조사한 내용을 소개한 것인데 그렇게 (반대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해명했다. 정 총리는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해 재정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 총리의 주문에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다. 홍 부총리는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여당, 총리 등 상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직접적인 저항도 반대도 하지 않으면서 ‘다만’이라며 그래도 미약하나마 저항한 흔적을 남겨놓는 홍남기식 특유의 처신 및 어법이다. #정 총리의 내용 없는 분노정 총리는 손실보상에 대한 법제화에 대해 곤란하다고 비쳐진 기재부 차관의 발언에 대해 격노했다.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 “개혁저항 세력, 반대세력”이란 표현까지 동원했다. 정 총리의 발언은 기재부 차관의 발언 가운데 어디가 잘못 됐는 지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특히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는 표현은 정치인들이 전문성 갖춘 직업 공무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마치 ‘영혼 없는 공무원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라는 말이 생략돼 있는 느낌마저 준다. 정치인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비슷한 발언이 최근 있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脫) 원전 정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 착수한 데 대해 “소중하고 신성한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그 권한을 권력으로 휘두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다.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 등의 업무처리가 적정한지를 살피는 지 검사 감독해서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피는 기관이다. 마찬가지로 기재부는 어느 정권이냐에 상관없이 나라 곳간 관리를 잘 해 국민이 낸 세금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살피는 기관이다. #할 일 하고 욕먹은 기재부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방식이 법제화를 통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인지, 앞에서 집행한 나라들은 어떻게 하는 지를 조사하는 것은 기재부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고 오히려 이를 게을리 하면 직무유기감이다. 기재부가 앞서 살펴본 나라는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이다. 김용범 차관의 설명대로 법제화를 통해 지원한 나라는 없었다. 그래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규모와 속도가 한국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코로나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휴업보상금으로 하루 6만 엔(약 6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긴급사태 선언 때의 4만 엔(약 40만 원)을 6만 엔으로 올렸다. 이번 긴급사태 예정 기간은 한 달이므로 영업일수를 따져 최대 180만 엔(약 1800만 원)까지 지급한다. 휴업이라고 해도 종일 휴업도 아니고 오후 8시 이후의 휴업이다. 독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12월 16일부터 부분 봉쇄에 들어가면서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떨어진 업체에 대해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액의 75%까지 보상하는 조치를 취했다”(동아일보 1월 14일자 송평인칼럼 ‘분노하라! 자영업자들이여’) 정 총리의 질책이나 의원들의 발의안을 봐도 자영업자의 지원에 대한 취지만 장황할 뿐이지 이를 법으로 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지, 외국의 벤치마킹할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면 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 가능한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소명”이라고 한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 발언이다. 하지만 부총리의 ‘다만’이라는 넋두리 독백 이상의 실질적 의미는 없어 보인다. #손실보상 법제화가 최선일까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못하다고 인정하는 전문가, 일선 공무원들도 반드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지원해야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4차까지 진행된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기존의 법 조항에 근거해 여야와 정부가 합의해 규모를 정하고 비교적 신속하게 집행됐다. 오히려 별도 법으로 규정해놓으면 지원대상 선정, 피해 규모 산정, 집행 절차 등이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태풍 등 주로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를 구제해주는 재난안전법의 경우 예컨대 태풍이 모두 지나간 뒤, 엄격한 손해사정을 통해 피해자 피해규모를 정해 지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위법이 되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로서는 절차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신속하고 유연하게 집행하려면 오히려 정부와 여야가 논의해 추경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 나은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제화할 경우 정치인들이 ‘이런 지원 법을 내가 혹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생색내기 외에 어떤 실익이 있을까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 봐야할 문제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丁 총리, 재차 법제화 강조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정한 방역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미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방역에 따른 조치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개선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법제화 지시 이유정 총리는 “지난해 정부는 네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고 올해 연초부터 맞춤형 피해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픔을 온전하게 치유해드리기에 부족함이 많다.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희생을 계속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와 유사한 신종 감염병이 더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제도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어 “금년에 입법이 이뤄지도록, 가능하면 상반기 중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법제화 시기까지 언급했다.▲丁 총리, “기재부는 개혁 반대 세력”정 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뒤인 ‘제2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은 “해외 같은 경우 1차적으로 살펴본 바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서 지원패키지를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날 저녁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 데 대해 “정부 일각에서 그걸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의아스럽다. 그런 문제를 이미 지시해놓은 상태인데, 결국 옳은 게 관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세력도 있고, 저항세력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지냈고 현재 내각을 총괄하고 있는 정 총리 입장에서 볼 때 일개 차관이 자신의 지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에 대해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개혁의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라며 심지어는 마치 기재부의 입장이 마치 악인 것처럼 ‘사필귀정’이란 말까지 꺼낸 것은 오버 액션이다. 또 한편에서 그만큼 정 총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 법제화, 오히려 실익없어 정세균 총리는 내각의 수반이기 이전에 정치인이다. 잠재적인 대권 후보 가운데 한명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반면에 공무원 특히 나라 곳간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에 의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재정 악화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주도해 법안을 마련할 경우 남의 돈 즉 세금으로 자기 생색내기가 주특기인 국회의원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재정에서 뒷감당하기 어렵다. 법제화를 하면 독감 등 전염병 확산이 생길 때마다 지원 요청이 쏟아질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제안한 내용을 보면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를, 영업제한 업종에는60%를, 일반 업종에는 50%를 보상해주고 한다. 소요 비용으로 월 24조7000억원이다. 보상 기간이 6개월만 잡아도 148조2000억원이다. 공무원 봉급, 국방비, SOC, 복지비 등 모두를 포함한 올해 예산이 558조원이다. 둘째, 법제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원이 안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손실보상을 법규정을 못 박아 두면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법으로 손실본실 대상자, 지원 규모, 손실 금액 등을 지정해두면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규모가 먼저 확정돼야한다. 사후적 지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현행 재난지원법이 그렇다. 태풍 등에 의한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에 대해 지원하려면 손해 사정에 따른 피해자, 피해규모가 확정돼야한다. 신청, 심사, 결정 등의 집행 절차가 더욱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원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정부와 여야가 정하면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법제화하지 않아도 지원범위, 금액 규모를 정해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정 총리가 기재부에 지시를 했으니 손실보상 법제화는 정부 입법의 형태로 진행될 것인데 이 경우 법안 마련,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면 아무리 빨라도 2,3개월의 절차가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 丁 총리 지시 거스를 수 있을까홍남기 경제부총리 행보가 주목된다. 정세균 총리로부터 ‘개혁의 방해세력’으로까지 지목된 마당에 법제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보여준 홍 경제부총리의 태도만 미뤄보면 조만간 정부 입법으로 정부의 집합금지 제한 조치를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보상 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홍 부총리는 선별지급을 주장했다가 정부 여당에 야당까지 전원지급을 주장하는 바람에 저항의 목소리 한번 내본 것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의 일시적 완화를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많은 이가 공감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계획없다”는 말 한마디에 그대로 묵살됐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이나 다주택자 양도세인하에 비해 훨씬 더욱 강력한 주의 신호가 들어와 있다. 홍 부총리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보상한다’는 선언적 차원에서 그치길차선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 법제화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법률안 시행령 등에 보상 대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고 반면에 ‘보상해야한다’는 선언적 원칙적 내용만 담을 수 있다. 정 총리와 국회의원들이 생색을 내고, 현실적으로 손실보상에 대한 집행이 시기를 놓지지 않고 재정에 대한 심각한 압박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규정만 만들어 놓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한다. 기재 부 역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입법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에 의해 지원규모와 대상을 정해 즉각 지원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굳이 법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이유를 최근 정치권의 행태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들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해가 뜨기도 전인 캄캄한 새벽에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트럭들이 아파트 동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날 저녁에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친 신선한 식재료들이 문 앞에 딱 도착해 있다. 추운데 일어나 동네 슈퍼까지 걸어 나가 두부 콩나물을 사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지 오래다. 특히 장볼 시간이 많지 않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서비스다. 4차 산업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다. 반면 모든 산업의 발전이 그렇듯 이커머스의 발전도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측면도 있다. 전통 유통산업의 위기다. 동네 구멍가게, 전통시장에 가야할 이유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전통시장, 동네슈퍼가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없으니 찾을 곳은 정치적 해결 밖에 없다. 이른바 ‘상생’ 모토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방안은 함께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한편 보기 싫은 배송 트럭들이 못 다니도록 아예 법으로 막아버리는 것이다. 더 이상 단순 명료할 수 없다. 표가 아쉬운 지역구 의원, 선거를 앞둔 대선 후보, 시장 후보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형국이다.○줄줄이 쏟아지는 유통규제더불어민주당의 신영대 의원을 포함한 몇 명의 의원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는 대형 마트만 주 2회(일요일) 휴무해야하고 전통시장 인근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들은 한결같이 이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복합쇼핑몰도 주 2회(일요일)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백화점까지 포함시키자는 개정안도 있다. 의원 개인들의 의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서울 망원시장을 찾은 뒤 가진 상인간담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주된 것이 쇼핑몰에 대해 의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이지만 그것도 서둘러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복합쇼핑몰 뿐만 아니다. 쿠팡 같은 E커머스 업계의 영업시간과 판매품목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개정안도 검토되고 있다.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전통시장 상인, 골목 가게 주인 등 지역 상인들의 견해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E커머스 업체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새벽배송 로켓배송은 영업시간, 취급 품목의 제약을 받게된다. 새벽 시간 배송이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최대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서울 강북 어느 곳에 전통시장이 하나 있다면 일산을 넘어 거의 DMZ 근처까지 더 이상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못 박겠다는 것이다. 황당하긴 하지만 이런 법안들도 180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밀어붙인다면 입법화되는 게 요즘 추세다.○‘봉봉이아빠’의 호소 ‘봉봉이아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유통업체 근무자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유통법 개정안 재검토를 요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이 ‘당원’이라고 밝힌 그는 유통업 개정안 움직임의 불합리한 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요약하면 첫째, 대형 유통업체 다니는 월급쟁이 직원도, 거기에 입점한 사람도 소시민이다. 대형유통 규제로 결국 다니는 직원들과 입점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대형유통의 고용창출효과와 비교해 전통시장은 지역민 고용효과가 있는지 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통시장은 현금영수증 누락 등으로 세수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되지만, 대형마트와 직원, 입점업체는 거래액을 국세청에 매달 신고하고 있다. 어떤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겠는가. 셋째, 이커머스와 전통시장은 기본적으로 고객층이 다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커머스 고객들이 불편한 전통시장을 찾을 거라고 보는가. 이커머스 규제를 통해서 전통시장이 활력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미래산업인 이커머스 산업 규제는 시대퇴행적이다. 넷째, 전통시장을 살리시려면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과 상인들이 고객의 니즈를 찾을 수 있게 지원을 해야지, 그들 표심을 위해서 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유통경제를 망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정부 여당은 ‘상생’ 명분을 내세우며 힘으로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법 개정안 처리 이전에 이 4가지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자) 반대 의견, 당론은 미지수나경원 전 의원은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배송서비스 규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백화점과 달리 대기업 제품보다 중소기업 제품이 많다. 대표적인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와 롯데몰에선 입점 업체의 60% 이상이 중소기업 브랜드다. 주말 영업이 제한되면 이들 역시 매출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소상공인을 잡아먹는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점포 영업이 어려워지면 누구부터 일자리를 잃나. 바로 거기서 일하는 청년 종업원들이다. 새벽배송·로켓배송이 끊기면 또 어떻게 되겠나. 배달노동자의 일감이 끊긴다. 온라인 판매로 그나마 코로나19 위기를 버티는 업체들은 판로가 막힌다. 그러면 그 관련 업체들도 도미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국민의힘 당론이 아니라 나 전 의원 개인의 견해다. 막상 법안이 발의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전통시장을,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명분에 맞서 막연한 소비자들의 표를 기대하며 정면에서 반대할 수 있는 지역구 의원이 몇이나 될지 두고 볼 일이다.○말없는 다수 대변할 소비자 단체는 ‘꿀 먹은 벙어리’ 복합쇼핑몰, 로켓배송, 새벽배송 규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소비자들이다. 불편하지만 생계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 결사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뿐이다. ‘우버’는 물론이고 ‘타다’ 서비스의 좌절 과정과 흡사하다.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면 많은 밤길 택시 잡기 어려운 승객들을 포함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겠지만 택시기사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들이다. 이들은 광화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에 나섰고 서고 여러 명의 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 여당이 나서 ‘타다’를 전면 금지시켰다. 택기기사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의견 수렴과정에서 타다 서비스의 이해관계자 중 한 축인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흩어져 있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야할 단체로 자청한 기관들이 이른바 소비자단체들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는 한국YWCA연합회, 한국부인회, 소비자시민모임, 대한소비자연맹, 대한부인회 등 11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이들 단체 가운데 누구 하나 이렇게 소비자들의 이익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미래산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들 단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흔한 성명서조차 하나 내지 않고 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쇼핑몰 휴일개점 규제는 말없는 대다수 소비자의 침묵 또는 방관, 관여도가 높은 이해관계자의 높은 목소리, 표와 이미지를 계산하는 국회의원이 어우러져 결국 무산된 ‘타다’ 서비스 시즌2가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사례를 들어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그런 선례가 과거에 있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때 농업 또는 수산, 축산, 이런 분야에는 많은 피해를 입히게 되지만 또 한중FTA를 통해서 제조업이라든지 공산품 업체라든지 오히려 혜택을 보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며 “그 당시에 그런 기업들과 공공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서 피해를 입는 농어촌 지역을 돕는 이른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름이 어떻게 붙든 그런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그런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대상들을 돕는 그런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고, 그 운동에 대해서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름이 어떻게 붙든’ 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총리의 최근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먼저 꺼내 든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정 총리가 “상생 정신을 적극 찬성하지만,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후에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나는 그런 용어(이익공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설명대로라면 코로나19와 한중FTA 상황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 사안에 의해 피해를 받는 측과 혜택을 받는 측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 해결방안을 위해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 민간 즉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다는 점, 그리고 그 자발적으로 나선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익공유제’의 선례로 꼽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과연 성공적으로 추진됐을까. 2015년 11월 한·중FTA 비준을 앞두고 FTA로 인해 대기업을 위주로 한 제조업은 중국 수출로 돈을 벌겠지만 한국의 농수축산업은 중국 수입물로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됐다. 당시 농업계에서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해 정부와 기업이 피해 농가에 대해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여야정이 나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설치, 조성, 용도 등을 규정하는 3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2017년부터 시행됐다. 매년 1000억원씩 모아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 농가를 돕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2017~2019년 첫 3년간 출연액은 731억7428만원으로, 3년 목표치인 3000억원의 약 2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공기업이 88.6%를 냈고 민간기업은 11.3%에 불과했다. 5년차에 접어든 올해 이달 18일 현재 조성된 기금은 총 1164억원으로 이 가운데 공기업이 853억원으로 73%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출연금은 217억원으로 19%에 그치고 있다. 농어민들을 달래기 위한 기금은 필요하고 기업의 참여는 부족해 한중FTA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공기업들이 대부분의 자금을 출연하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가 작년 국회에 제출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금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인센티브 미흡을 꼽았다.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조성된 ‘기업상생기금’의 경우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은 동반성장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가 면제되는 큰 혜택이 주어지는 데 비해 농어촌상생기금은 그만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한중FTA에 따라 이익을 보는 기업과 손해를 보는 기업을 구분하기 훨씬 더 어렵다. 또 한중FTA는 전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지만 코로나19는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닥친 재해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정부의 집합금지 또는 제한조치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영업 중소기업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이 깃발을 든 관제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세제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그것을 두고 민간의 ‘자발적’ 출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개별 대기업들로서는 인센티브에 끌리거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성의를 표시하는 수준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선례로 든 ‘농어촌상생기금’은 본받아야할 모범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할 매우 부적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