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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가 야권 대선주자 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국가미래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즉각 도입’ 대 ‘개헌 사항’이라는 논리로 1차 충돌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재차 간접 설전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결선투표 반대는 기득권 정치 논리”라며 “정치권에 의한 단일화가 아니고 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되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기자들이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가 개헌 사항이라 이번에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하자 “그럴 리가 없다”면서 “본인(문 전 대표)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또 2014년 당 대표 선거 때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 아니냐”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과 별도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자신의 언론 인터뷰를 링크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도 “문 전 대표가 발을 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나는) 개헌과 결선투표제를 (모두) 찬성하는데 왜 저를 압박하나”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를 지난 대선 때 공약했다. 제가 가장 먼저 주장했다”며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굳이 무리하게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며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이 소수 진보정당이다.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진보정당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대선부터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2012년 대선 때 ‘결선 투표제 도입은 개헌 사항’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즉각 도입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 분야 답변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5시간 넘게 본회의장 국무총리석을 지켰다. 그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일을 미루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중단하라”며 황 권한대행과의 신경전을 계속했다. 향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황 권한대행의 기를 눌러놓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野 “황 총리, 이완용 같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발언대에 서자 대뜸 이같이 물었다. 황 권한대행은 머뭇거리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러분이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만 탄핵소추로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공세는 이어졌다. 김 의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담화문에서 헌법재판소에 ‘심판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황 총리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느냐.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자신의 답변을 끊으려 하자 “묻는 말에 대답 중입니다”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김 의원이 다시 “그러니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냐”고 따져 묻자 황 권한대행은 “적절치 않은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칠 때 “국민은 박 대통령의 아바타(분신)인 황 총리를 향해 하루속히 물러나라고 한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과 총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 이완용과 같다”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 과장 출신 초선 의원이다. 황 권한대행이 국회 출석을 기피했다는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안 나오려고 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몰아붙였다. 황 권한대행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적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어느 경우에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 상태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자리를 비웠을 때 국가 위기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질문에 나선 여야·무소속 의원 12명 중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을 제외하고는 황 권한대행을 ‘총리’로 호칭했다. 국회 사무총장이 영접을 나오지 않는 등 의전도 ‘총리급’이었다.○ 黃 “트럼프 측과의 채널 100여 회 가동” 야당 의원들이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황 권한대행의 일부 공공기관장 인사 의지에 대해 지적하자 “부득이한 부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국정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의견을 주신다면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우려된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미 대선 기간에 우리 당국자들과 트럼프 측이 100회가 넘게, 많은 채널로 협의했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 주장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 측 스태프(참모진)에게 정보 제공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런 효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당선인 측 반응이 선거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며 “내년 성장률 3% 예측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1∼6월) 중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1∼3월) 상황과 경제 실적치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날 오후 7시 10분 대정부질문이 끝났을 때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 10분의 1 수준인 30여 명에 불과했다. “국정 안정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자”며 황 권한대행의 출석을 압박했던 야권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길진균 leon@donga.com·송찬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촛불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2대 시급과제 △7대 단기과제 △3대 중·장기과제 등 12가지 입법·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단기적으론 ‘최순실 게이트’ 관련 부패 청산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 확대 및 포용적 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중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내용인 데다 일부 위헌 소지 등 법률적 논란도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시급 과제로 ‘박근혜 정권하에 강행된 일방적 국정행위 중단’을 꼽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합의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또 ‘민생 활력 제고’를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 갱신 연한 연장(5년→1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 △농어민 지원을 위한 1조 원 농어촌상생기금법 처리 등을 시급 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민주당은 첫 번째 단기과제로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 처벌을 꼽았다. 육영재단과 영남학원 등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연루된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해 부정 축재 재산은 국고로 환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실명법, 금융실명법 등을 개정해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제3자 명의 재산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을 계기로 입학 비리 및 학사관리 특혜를 처벌하는 ‘정유라 방지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단기과제의 시행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하지만 농어촌상생기금법은 대기업의 출연을 받아 1조 원을 조성하자는 취지여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을 비판해 온 민주당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 씨 일가의 부정 축재 재산을 환수하자는 계획도 불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연좌제라는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 씨의 불법 재산을 찾아내 추징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에 공감하지만 사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단기과제로 제시한 ‘예산법안 영향평가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예산과 법안이 특정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에 따른 비용은 추산할 수 있어도 그 효과를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이 중장기적 과제로 꼽은 ‘시민의 정치적 권리 확대’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은 갈등이 예상되는 공공정책과 관련해 일반 시민으로 ‘민회’를 구성한 뒤 여기서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시민의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될 수 있고, 기존의 지방자치의회나 국회의 역할과도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9일 국회의 탄핵안 통과 이후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행보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시민혁명론’을 앞세워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그는 17일 울산 촛불집회에서는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서 가능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정국에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뛰어든 문 전 대표가 빨라진 대선 시계를 염두에 두고 야권 지지층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18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부산에서 본 뒤에는 “부산시민들은 머리맡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원전) 하나 매달아 놓고 사는 것과 같다”며 “사고 발생 가능성이 수백만분의 일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 버려야죠”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혁명 발언에 ‘원전 폐기론’까지 더한 셈이다. ‘촛불 독주’로 민주당 대선 주자 ‘빅2’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오히려 보수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 지지층을 다진 이 시장이 중도·보수 확장에 시동을 걸며 대선 2단계 전략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를 찾은 이 시장은 “법과 원칙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며 ‘진짜 보수론’을 설파했다. 그는 “복지 확대는 세금을 이상한 데 쓰지 말고 청년과 장애인, 노인 복지에 돈을 쓰자는 것”이라며 “성남시가 청년배당과 산후조리 지원 등 복지에 돈을 쓸 때 구미시는 1900억 원을 박정희 대통령 우상화 사업에 쏟아부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날 새벽엔 페이스북에 “등 뒤에 내리 꽂히는 비수. 아프다. 정말 아프다”라고 썼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문 전 대표 지지자 등 야권 내부의 견제성 비판이 가해지자 소회를 드러낸 것이다. 야권 주자 중 유일하게 안정이라는 화두를 잡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재차 협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야권이) 주도권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부패·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을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해법을 찾겠다”고 촉구했다. ‘ ‘촛불 강경파’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외 개헌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선두 주자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17일 광주에서 “대세론을 작동하면 후보의 확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호남에서 상대적 약세인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인의 인기나 과단성에도 불구하고 5년의 성취, 국민의 삶, 국가적 전환에서 뭐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광주에서 “기득권·패권 세력은 절대 헌법 개정을 안 한다”며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는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청권 경쟁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경계했다. 안 지사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이후 반 총장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년 뒤에야 비공개로 조문한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전날 불거진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헌법 쿠데타”라고 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해야 할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주요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 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주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인가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조사 기간 13∼15일)에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는 그해 3월에 45%, 6월에 43%였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15%였고, 국민의당(12%)은 3주 연속 지지도가 하락해 새누리당에 역전당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에서도 새누리당(25%)을 앞섰고, 광주·전라(53%)에서 국민의당(22%)의 2배 넘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다.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길진균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헌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 해야 할 사안이다.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다소 늦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뛰어든 뒤 광범위한 의제와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렵지만 (헌재가)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며 언론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들이 참담하게 무너져 있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장치를 확실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사회개혁 대기구'를 구성해 언론에 대한 적폐 해소 대책 등을 논의해 입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주택과 상가의 전월세를 내년에 한해 올리지 못하게 동결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민들의 어려워지는 살림살이를 감안해 세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공략하는 카드로 내놓을 정책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한 해에 한해 상가 주택 전월세 동결 조치를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우려되는 내수 위축을 막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획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의장은 “당에서는 700만 자영업자, 가족까지 2000만 명, 그리고 2500만 세입자들에게 가계 부담과 영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가 및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을 촉구해 왔다”라며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전월세 부담 문제를 해결한다면 자영업자와 세입자, 특히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한시 적용으로 (법조문을) 약간만 손보면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 상가 계약은 동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이런 제안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인(私人) 간의 거래를 정부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데 가격 동결책은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시장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인 상당수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친(親)서민 정책’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가 자칫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은 내년 1년에 국한될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칫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시장에 ‘임대료는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규제가 늘수록 임대 사업을 하려는 잠재적 공급자들을 움츠러들게 해 장기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주택의 질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동결책이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 증가로 겨우 진정 기미에 접어든 전월세 시장을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동결이 현실화되면 법 시행 직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90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고 집주인들이 나서면서 1989년에만 전년 대비 17.5%, 1990년에는 16.8%나 전세금이 폭등했다. 정부는 야당의 제안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협상 카드’가 되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 동결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인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앞서 야당이 꾸준히 제안했던 전월세 상한제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구가인 comedy9@donga.com·길진균 / 세종=이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듬해인 2014년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그의 남편 정윤회 씨 부부에게 이혼을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출석해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따로 취재해 봤는데…”라며 최 씨 부부의 이혼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1월 6일 (세계일보에) 문건이 보도되고, 2월에 (박 대통령이) 두 사람 이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리고 3월에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그렇다면 비선 실세가 두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줄고, (최 씨가) 슈퍼파워가 됐다는 거냐”고 물었고, 조 전 사장은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다시 “그러니까 최순실이 비선 실세로서 모든 전권을 휘두르게 된 거냐”라고 묻자 조 전 사장은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5년 결혼한 정 씨와 최 씨가 법적으로 갈라서게 된 것은 2014년 5월이다. 최 씨는 그해 3월 정 씨를 상대로 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고 5월 조정이 성립해 이혼이 확정됐다. 당시 두 사람의 이혼 조정안에 담긴 ‘비밀유지 조항’이 화제가 됐다. 결혼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고, 향후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자녀 양육권은 최 씨가 갖게 됐다. 재산도 대부분 최 씨 소유였다. 당시 둘은 위자료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 소송도 하지 않았다. 올해 5월 정 씨가 최 씨를 상대로 돌연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4개월 만에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이혼을 종용했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딸인 정유라 씨(도피 중)와 가까운 한 인사는 “2014년 정윤회 최순실 씨가 이혼한 뒤 정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우리 부모를 이혼시켰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윤회 씨의 아버지 정관모 씨도 올 10월 채널A 인터뷰에서 “며느리였던 최 씨가 아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그 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고 말해 두 사람의 이혼에 박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정윤회 씨는 최 씨와 이혼하기 전인 2012년 대선 때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막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고,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공식 직책을 제의받았지만 ‘비선’ 역할을 고수하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길진균·권오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공개한 ‘최순실 녹취록’에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10월 30일 귀국 직전 측근에게 국정 농단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녹취록과 박 의원에 따르면 최 씨는 10월 27일 측근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네. 고(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라고 말한 뒤 몇 가지를 지시했다. 사이가 틀어진 고 씨가 어떤 불리한 증언을 할지 모르니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씨는 또 “걔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이거’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태블릿P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누군가가 훔쳐서 조작한 것으로 꾸미자는 얘기다. 특히 최 씨는 이 통화 전날인 10월 26일 독일 현지에서 이뤄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본인 인터뷰에 이어 한국에서도 말을 맞추려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 상대방은 최 씨의 최측근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독일 현지에서 최 씨 모녀의 승마장 계약, 법인 설립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노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미르재단 설립 출연금 모금 과정을 폭로한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 교수에게 “실제 이성한이 돈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10월 말쯤 나왔다”며 “귀국 직전 한 얘기인데 이런 지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아이를 낳을 때 돌봐줬다는 이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르재단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무총장이 재단 돈을 일부 횡령한 정황을 최 씨가 알고 재단 일에서 배제했다”며 “이 일로 이 전 사무총장도 최 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이 같은 이 전 사무총장의 약점을 알고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고 씨와의 관계를 숨기거나 축소하기 위한 지시도 했다. 통화에서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빌로밀로의 틀린 발음) 그걸 통해 왔고 그냥 체육관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이라고 했다. 최 씨는 또 “고원기획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설립된 고원기획은 고 씨의 성과 최 씨가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의 끝 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다. 별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 회사를 굳이 감추려 한 것은 이름을 따 회사를 만들 정도였던 둘의 관계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이 출석하는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 씨의 통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길진균 leon@donga.com·박훈상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민생 현장을 점검하며 보폭을 넓혔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흉내 내지 말라”라며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각과 전 공직자들은 비상한 각오와 겸허한 자세로 굳건한 안보 위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 국방부 해킹 사례에서 보듯 (북한과의) 사이버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라며 철저한 대책을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9일 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직후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했지만 권한대행 자격으로 정식 국무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어 황 권한대행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를 방문해 연말연시 치안 확립과 음주·난폭 운전 단속 등을 주문했다. 또 이날 오후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등 언론계·학계 원로 6명을 만나 국정 공백 최소화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더욱 죄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황교안 총리님, 대통령 되신 것 아니거든요”라고 지적한 뒤 “폼 잡지 말고 (대정부질문에 나와) 본인의 국정 구상을 잘 설명하는 장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17일로 예정된 관세청의 신규 면세점 사업자 발표를 놓고도 황 권한대행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63명은 이날 황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 특혜·비리와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당장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여야 3당이 12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건 국회가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체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나눠 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갈등 상황, 2야(野)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일단 국회-정부 협치(協治)의 닻은 올린 셈이다. 탄핵을 사실상 주도한 촛불 민심을 국회가 바통 터치해 끌어가지 못하면 후폭풍이 국회로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16일 이후로 이날 오후 2시 반 국회에서 만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이 채 안 돼 정 원내대표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여야정 협의체의 한 축이 비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을 사전에 안 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정 원내대표를 만나 만류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1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는 일단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협의체 출범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참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협의기구라는 취지에서 원내대표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협의체는 투 트랙으로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논의를 하는 상부구조와 각 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실무 논의를 하는 하부구조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와 야당 지도부의 상호 불신이 협의체 본격 가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여당의 지위는 물론이고 자격도 없다”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도 “현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상대로 해서 뭘 논의하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새누리당 이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잘 이뤄져서 협치하고 국가와 국민과 외교와 안보를 걱정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느냐”며 “그런데 두 야당도 믿을 수 없고 야당 지도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며 여야정 협의체 자체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당 원내대표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당 대표는 못마땅해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당 대표를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협의체는 3당 원내대표와 황 권한대행이 주체가 돼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까지 협의체 참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가 국정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황 권한대행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부총리 해법 못 찾은 여야 3당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경제부총리 후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유일호 경제부총리로 갈지,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로 갈지 논의했고, 결국 지도부는 유 부총리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 대표는 “우리가 전면적으로 나설 때가 아니다. (우리가 경제부총리를 추천한 뒤)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우리에게 더 나쁘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경제 일반은 유 부총리가 챙기라고 교통정리를 하는 등) 장관급 인사 문제를 국회와의 협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오버이고 적절치 않다. 우려를 갖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향후 여야정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 황 권한대행과 야권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홍수영 기자}
여야 3당은 12일 탄핵 정국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운영에 합의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한 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 결정까지 길면 180일간의 ‘과도 정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 운영에 일단 국회가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탄핵 정국을 지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여야 3당과 정부가 협치(協治)를 복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3당은 여야정 협의체에 누가 참석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는 각 당의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는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맡는 것으로 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회동 브리핑에서 “협의체 상층구조를 3당 대표와 국회의장, 황 권한대행이 맡을지, 아니면 3당 원내대표와 황 권한대행이 맡을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 처리 이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국회가 정부와의 협의체 구성에 첫 삽을 뜬 셈이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협의체 자체를 거부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또 내년 1월 1일부로 국회 개헌특위를 신설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12월 임시회는 1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며 29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20, 21일 예정된 대정부질문에 황 권한대행이 모두 출석해 과도기적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지 국회와 토론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무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를 했지만 균열상을 보이고 있는 여당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출범은 미뤄질 형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어떻게 한다고 해도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 얘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얘기”라고 비난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국회 통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들어갔다.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이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위기 극복 리더십’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국가 대청소를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국정 수습이 중요하다”며 “우선 경제 분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밝혔다. 각각 미래와 수습에 방점을 두고 탄핵 이후 정국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박 대통령 퇴진’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웠다.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여권 지지층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일단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지지층 다지기를 통해 대세론을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내다.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계속할지, 안정을 내세워 속도 조절에 나설지는 주말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정계 개편 등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10일 촛불집회 불참과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방책으로 정계 개편 또는 중도·우파 끌어안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지지율 급상승세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도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한 시간이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국민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잰걸음과 달리 여권 주자들은 코너에 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포기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을 떠나 제3지대에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유 의원은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며 “앞으로 헌법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혁명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 흔적을 지울 수 있다면 여전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히든 카드다.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보수층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결합하지 않고 독자세력화에 나선 뒤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기 대선 일정의 키는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다. 헌재가 1월 중 탄핵 결정을 내린다면 3월에, 6개월의 심리 기간을 꽉 채울 경우 8월에 차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불투명한 대선 일정만큼 대선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6∼8일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18%의 지지율로 각각 20%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2%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대표(8%), 안희정 충남도지사(5%),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 의원(각 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시장의 무서운 상승세 속에 선두 그룹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힌 중간 그룹 대선 주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견제할지 주목된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우경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여의도는 ‘폭풍 전야’다. 야권은 야 3당 및 무소속 의원 172명과 40여 명에 이르는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을 고려할 때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여유 있게 넘겨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이탈 표가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 3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진영은 이날 밤늦게까지 각 진영의 사활을 걸고 ‘머릿수’ 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 ○ 야권 “탄핵대오 굳건” 전원 국회서 대기우상호 “의원직 걸자고 의견 일치”… 재상정 위한 임시국회도 고려안해 야권은 8일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일각에서 거론된 탄핵안 부결 시 탄핵안 재상정을 위한 임시국회 개회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체의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배수진을 치겠다는 취지다. 9일 탄핵안 표결 시점까지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사당 경내와 정문 앞 농성에 들어가며 대오를 굳건히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탄핵만이 유일한 국정 정상화 방안이자 수습 방안이며 적폐를 청산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길”이라면서 “오직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소속 의원 121명 모두 탄핵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내놓기로 하고 사퇴서에 서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걸고 결의를 다지는 차원으로, 오늘 전원이 사퇴서를 쓰는 게 마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소속 의원 38명이 의원직 사퇴서를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의당 촛불집회 및 비상시국 토론회’에서 “어떤 당(민주당)에서 우리를 어떻게 모략하고 험담하더라도,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비박도, 친박도 설득해 탄핵에 가담하도록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사퇴를 넘어 국회 해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표 단속용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박계의 표 계산, 여론 동향 등을 봤을 때 가결은 될 것으로 본다”며 “상황에 따라 210표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이탈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탄핵이 가결되면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결과적으로 돕게 된다고 판단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일부가 ‘딴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다수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당내에서 ‘투표지 인증샷’을 남기자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이탈표를 막고 부결 시 그 책임을 확실하게 새누리당에 돌리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 비박 “소신투표 방해 말라” 친박 견제김무성-유승민 “정의 위해 탄핵”… 나란히 성명 내고 이탈표 단속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것을 놓고 발생할 수 있는 이탈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탄핵 표결은 대한민국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됨을 보여주는 표상”이라며 “최고 권력에 의한 권력의 남용 및 사유화, 측근 비리가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집권을 꿈꾸는 정치 주체들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하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이날 ‘정의로운 공화국을 위한 전진’이라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의 시민”이라며 “탄핵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단죄이지만 정의로운 공화국을 만드는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 기자회견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는 내용의 친전(親展)을 각각 보내 표결에 임해줄 것을 독려했다. 비주류 진영 비상시국위원회는 당내에서 적어도 35명 안팎의 찬성표를 확보해 탄핵소추안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중간 지대에 있는 의원들이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넣은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침 밤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성실성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점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계 측으로부터 회유를 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대통령이 자진사퇴 뜻을 밝혔는데 두 번 죽이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탄핵 반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계 쪽에서 ‘탄핵에 반대하자’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주류 측은 “권력을 이용한 위압을 활용해 소신 투표를 방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 친박 “세월호 7시간 포함, 반감 부를것”탄핵내용 불편해하는 중립파 공략… ‘비박 김무성에 당권’ 회유說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8일 탄핵 반대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진영 황영철 의원을 향해 “그런 말 하고 다니려면 당을 깨고 나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황 의원이 전날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이나 가방을 전달한 의혹을 두고 ‘뇌물 수수’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은 비주류 진영 의원들에게 “우리(친박계)가 왜 부역자냐”라고 따졌다고 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탄핵안이 가결돼도 분당(分黨), 부결돼도 분당”이라고 했다. ‘탄핵 찬성파’라면 차라리 확실히 각을 세워 계파 결집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이날 야당이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한 것과 관련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 대표는 오전 ‘당 대표-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집어넣은 사람은 물론이고 찬성하는 사람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비주류 강성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이 문제(세월호 7시간)를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입장은 중립에 가깝지만 탄핵안 내용 자체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샤이(shy·부끄러워하는) 반탄핵파’를 자극해 탄핵 반대 지역으로 완전히 끌어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가결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인사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당이 완전히 박살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촛불 민심보다 정치적인 득실을 부각시켜 표를 챙기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주류 좌장격인 김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길 테니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일절 그런 일(탄핵 반대 조건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송찬욱 기자 s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국회 의사국은 즉각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전달한다. 청와대가 등본을 접수하는 순간부터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된다. 조약 체결 및 비준권, 국군통수권 등 헌법과 법률상 규정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그 직무를 대신한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무총리 문제를 풀지 못했다. 황교안 총리(사진)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면서도 ‘국회 추천 총리’를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선총리 후탄핵’을 주장했던 국민의당도 새 총리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경우 촛불 민심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황 총리가 대한민국의 8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문제는 길게는 6개월에 이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과 60일 이내 대선 규정을 고려할 때 ‘황교안 대행 체제’가 내년 8월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황교안 대행 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황 총리가 단순한 권한대행을 넘어 적극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탄핵 이후 정국이 빠르게 조기 대선 국면으로 이동할 경우 야당은 공정한 대선 관리를 앞세워 황 총리 퇴진 요구 등 정치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황 총리 체제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놓고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야권 일각에선 황 총리도 탄핵하고 새 총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촛불 민심이 바라는 ‘국민 추천 총리’를 국회가 동의하고, 그 다음에 황 총리가 물러나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새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황 총리가 물러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한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교본’으로 권한대행 체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조짐을 보이자 가장 먼저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황 총리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방과 치안 분야를 최우선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순실 관련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추모 국장이 퇴직한다.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추 국장은 전날 이뤄진 국정원 정기인사에서 일부 1급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내리는 ‘퇴직 대기’ 발령을 받았다. 국회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수차례에 걸쳐 추 국장이 최순실 씨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이병호 국정원장 등 지휘라인을 건너뛰고 우 전 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추 국장이 최 씨와 정윤회 씨 등을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최근까지 추 국장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했다. 정보위 관계자는 “이 국정원장이 지난달 29일 정보위에서 ‘감찰 결과 추 국장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며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이나 파면 등 징계를 밟지 않고 퇴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 출신인 추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고 2013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2014년 국정원으로 복귀한 추 국장은 국내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제○국’ 국장을 맡아왔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은 6일 한목소리로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뇌물죄 성립의 전제 조건인 ‘대가성’을 놓고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날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다”면서 기금 출연의 강제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면, 경영 특혜,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질의를 받고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으로,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각 기업이 실제로 공익 차원에서 돈을 냈을 가능성도 있지만 총수들이 대가성을 한사코 부인한 것은 형법 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피하기 위해 준비한 답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3자 뇌물죄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을 독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 등의 행위에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면 재벌 총수들 역시 뇌물 공여자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대가성’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시종 “뭔가 바라고 돈을 낸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총수들은 끝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이 지난해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 원 상당을 송금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자칫 ‘대가성’으로 연결될 경우 관련자들이 뇌물죄 처벌 대상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과 기업 간에 이뤄진 일련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암묵적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국정조사에서 풀지 못한 재벌들의 기금 출연 이유는 특검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최근 “재단 기금 문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를 봐야 한다”며 뇌물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관한 수사는 검찰에서 이미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을 직접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삼성그룹과 추가 출연금을 냈다가 되돌려 받은 롯데그룹, 최 씨 소유 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뇌물 혐의를 받는 주요 대상들이다.길진균 leon@donga.com·배석준 기자}
#. 대선주자 지지율 3위 이재명 현상하야 정국 앞장서 지지율 파죽지세"나 사이다야"#.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박탈한 후 구속해서 형사처벌해야 한다""(세월호 7시간 의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상당하다""(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끌어 잡아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주자"#. 인구 100만 명의 경기 성남시 이재명 시장.야권 대선주자 중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한 그는 박대통령 구속 수사 등 선명한 구호를 외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 안팎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죠. 이는 지지율 20% 안팎에 갇힌 문 전 대표, 10% 안팎으로 정체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5% 언저리까지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비되죠.#. 이에 이 시장의 '촛불 지지율 독주'가 후발 주자의 노이즈 마케팅 수준을 넘어 대선 후보 빅3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입니다.나 빅 3??(이재명) vs 나 떨고 있니 (문재인-안철수)#. 그는 서울에서 지지율 18.4%로 문 전 대표(19.3%)와 박빙이죠.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시장은 야권 후보 중 대구경북 지지율이 12.3%이고 호남에서도 15.4%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야권의 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유력 차기 주자로 각인된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기 전인 10월 중순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5% 안팎.촛불집회가 본격화한 11월 초부터 지지율이 수직 상승해 대선 구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이전까지는 연말 7¤8%, 내년 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했는데 지지율 상승 속도가 빨라 나도 놀랍다"#.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그의 거칠고 투박한 화법에 호응한다고 평가합니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화법과 행동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먹힌다.국민의당, 정의당, 무당파의 지지를 빠르게 흡수했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이 시장이 촛불민심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다. 좌고우면하는 듯한 다른 주자들과 달리 선명한 화법으로 대중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 지지율 1위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재명 시장을 의식합니다"사이다(이재명)는 금방 목이 마르지만 고구마(문재인)는 배가 든든하다"(문재인)vs"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사이다를 먼저 마신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워야 한다"(이재명)#.다만 이 시장의 상승세가 촛불 정국 이후에도 지속될 지 의문입니다. 국가를 통치할 정치·행정 역량을 검증 받아야 하니까요.과격한 좌파 이미지, 박사모 성남 지부장 형 이재선 씨(57)와의 심한 가족 갈등 등도 부담입니다.#. "현재의 지지율은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재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거둔 실적만 가지고 5000만 인구의 국가 경영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엄경영 시대연구소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시장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도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역할을 할 뿐 최종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죠. #.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자신만만합니다."대선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이 인정받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자신을 흙수저가 아니라 무(無)수저로 칭하는 이재명 시장그의 지지율 고공비행은 어디까지일까요?과연 그가 각종 논란을 잠재우고 야권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2016.12.06 화원본 | 길진균·황형준·한상준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해야 된다.” 5일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박지원 원내대표(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래야 박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9일로 예정된 탄핵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까지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결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수성의 귀재”라며 “9일 이전에 눈물로 마지막 호소를 해볼 것 같다.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그동안 받지 않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용서를 빌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내년 4월에서 1, 2월로 앞당기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박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은 처음에 민생경제 파탄 등을 이유로 하야, 탄핵 주장에 (국민의당보다) 소극적이었다”며 “단독 영수회담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의 회동, 지금 이 사달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느냐”고 추미애 대표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1월 말 퇴진 주장이 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되려는 꼼수 아니냐”고 했다. “야당은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각오로 탄핵 가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민주당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그렇게 숟가락을 얹으면 안 된다. (2012년) 대선에서 져서 의원직 사퇴를 했나, 정계 은퇴를 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날 당 중앙위원회에선 김동철 의원(4선·광주 광산갑)이 후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인구 100만 명의 경기 성남시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가 화제다. 이 시장은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한 데 이어 박 대통령 구속 수사 등 가장 선명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후 이 시장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5% 안팎을 나타내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오차 범위 내에서 이들과 경쟁하며 사실상 ‘빅3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이 시장의 ‘촛불 독주’는 이제 후발 주자의 노이즈 마케팅 수준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지지층과 무당파 흡수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기 전인 10월 중순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5% 안팎으로 야권 대선 주자 예닐곱 명 중 5, 6위권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지난달 초부터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시장은 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나도 깜짝 놀랄 정도”라며 “촛불집회 이전까지는 연말 7∼8%, 내년 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11월 5주 차 주간 집계(11월 28일∼12월 2일)에 따르면 이 시장의 지지율은 14.7%다. 문 전 대표(20.8%)와 반 총장(18.9%) 바로 뒤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9.8%)와는 4.9%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이는 ‘촛불 정국’에서 20% 안팎의 박스권에 갇힌 문 전 대표와 10% 안팎으로 정체된 안 전 대표, 그리고 5% 언저리까지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뚜렷이 대비되는 ‘이재명 현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차적으로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이 시장의 거칠고 투박한 화법에 호응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전 대표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또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저는 든든한 사람”이라며 우회적으로 이 시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대중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며 “대중의 언어로 대중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상승세는 촛불집회의 계기가 된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10월 25일) 이전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리얼미터의 10월 3주 차(17∼21일) 조사 때 이 시장의 지지율은 5.3%였다. 6주 만에 9.4%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그의 지지율은 거의 모든 연령층과 지역에서 골고루 상승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무당파에서의 지지율은 이 기간 각각 3.9%→12.6%, 3.2%→10.5%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정의당 지지층의 38.2%가 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이 시장의 신선한 화법과 행동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무당파의 지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자의 이 시장 지지율도 9.3%→20.8%로 올랐다. 이 시장은 ‘과격한 좌파’ 이미지도 갖고 있다. 그는 “나는 실용주의자”라고 반박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은 진보 성향 비중이 매우 크지만 나는 진보와 중도 성향 지지자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자(진보 33.7%, 중도 21.0%)와 달리 이 시장에 대한 지지자(진보 20.2%, 중도 18.4%) 성향의 편차는 크지 않았다. 다만 이 시장이 내놓은 정책은 좌파에 가깝긴 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시장의 상승에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 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그런 체계적인 조직이 없으며 만들 생각도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야권은 역대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이 시장 지지율 상승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의 지지율 18.4%로 문 전 대표(19.3%)와 오차 범위 안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시장은 야권 후보 가운데 대구경북(12.3%)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와 함께 호남에서도 15.4%의 지지를 얻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 전 대표 27.1%, 안 전 대표 16.5%에 뒤이은 것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안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야권의 주요 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유력 차기 주자로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샌더스 효과’ 기대하는 민주당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는 우리가 바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대세론으로 자칫 ‘어답문(어차피 답은 문재인)’으로 격하될 수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도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 줄 좋은 일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시장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도운 버니 샌더스의 역할일 뿐 최종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대선 경선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상승세가 촛불 정국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시작될 검증과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정치·행정적 역량을 검증받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자극적 언사로 촛불 민심을 자극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현재의 여론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탄핵 정국이 지나가면 진보·중도·보수의 지형이 3 대 3 대 4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재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거둔 실적만 가지고 5000만 인구의 국가 경영에 그대로 대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5일 “이 시장은 촛불 민심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다”라며 “좌고우면하는 듯한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선명한 화법으로 일반 대중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