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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3일(현지 시간) 낙점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부터 이곳에서 차세대 HBM을 만들어 미국 빅테크들에 납품할 계획이다. 여러 후보지를 두고 약 2년간의 검토 끝에 인디애나주를 선택한 배경에는 1조 원에 가까운 주 정부의 통 큰 지원에 더해 교통·수도 등 인프라, 지역 대학과의 연계 등 ‘생태계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9200억+교통·수도·인재 ‘패키지 지원’ 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은 “2년 전까지 반도체 공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8개가 생긴다”며 “2022년부터 우리는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꽃피는 등 첨단 제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장관이 언급한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칩스법’에 서명한 해다. 칩스법은 52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보조금으로 아시아에 몰려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고 미국 내 혁신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이다.인디애나주는 중앙 정부 지원에 더해 총 6억8570만 달러(약 9200억 원) 규모의 주 정부 차원의 직간접 지원금에 세액공제까지 약속하며 SK하이닉스 유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2028년 하반기(7∼12월)부터 HBM 등 첨단 AI 메모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주 정부는 △혁신개발지구 지정에 대한 세금 환급으로 5억5470만 달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트레이닝 보조금과 제조 준비 보조금 각각 최대 300만 달러 △건설 단계별 보조금 8000만 달러 등을 지원한다. 이에 더해 퍼듀대의 부지 할인 및 추가 확장 옵션도 6000만 달러 상당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SK하이닉스는 미국 중앙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됐던 인디애나주는 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첨단 반도체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인디애나주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2년 만에 스카이워터, 엔헨스트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다. 2022년 삼성SDI를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며 인디애나주는 2022년∼2024년 1분기까지 총 907억 달러(약 12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로젠버그 장관은 “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 주 정부, 지역 대학, 커뮤니티가 뭉쳐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제공해 ‘실리콘 하트랜드(심장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원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태계’ 패키지를 앞세운다”며 “대학의 반도체 인력, 교통, 수도 등 인프라, 민원 해결 등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주 경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명문대인 퍼듀대는 미국 최초로 반도체 학위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대학이 보유한 연구산업단지를 부지로 할인해 SK에 제공하는 등 인력 양성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기지를 지을 웨스트라피엣과 인디애나폴리스 사이의 콩밭은 다른 첨단 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혁신 산업 단지를 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뿐만 아니라 인력 채용이 용이한지 여부도 투자 지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SK 인수 뒤 첫 미국 공장, ‘투트랙’ 전략 확대 이번 투자 결정으로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앞서 인수 전인 2000년대에 하이닉스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D램 공장을 운영했지만 반도체 시장 침체기였던 2012년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에 공장을 매각했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와 중국 등에 생산시설 투자를 집중해 왔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미국 빅테크 고객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HBM은 성능을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최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HBM 시장의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확대된 투자 인센티브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핵심 연구개발(R&D) 시설과 공정이 있는 국내는 마더팩토리 기지로 두고 미국에 생산 여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기존에 계획된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서 자국 내 고용 및 R&D 기능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지원 유인을 활용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앞으로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이 지난달 SK이노베이션 계열 주요 사장단과 마라톤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계열사 구조 개편 방안을 중간 보고 받았다. 최 회장은 당시 회의에서 SK온과 윤활유 업체 SK엔무브를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과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IET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회사가 분할 설립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투기 등급’으로 강등된 상황이다.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최창원 의장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개편안을 보고받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한 단계 하향한 지 사흘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이 참석했다.이날 회의에서 최 의장은 “위기 극복에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 개편을 위해 컨설팅 기업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 의뢰했던 보고서도 이날 보고됐다. 회의는 오전부터 시작해 6시간가량 치열한 격론이 오갔으며 내내 살얼음판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회의에서 검토된 안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SK온의 기업공개(IPO)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영업이익이 안정적인 SK엔무브(전 SK루브리컨츠)와의 합병 상장안이 논의됐다. SK온이 적자 수렁에 빠진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두 회사가 모두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 안에 있는 만큼 통합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다만 통합안이 현실화되더라도 근본적인 업종 차이와 임직원 반발 등으로 실제 작업은 지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에서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해당 안을 지지한 반면, 일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IET의 일부 지분을 배터리 분야 기업 등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SK는 2019년 SKIET를 물적 분할하며 분리막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데다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SK온의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다.SK이노베이션은 그룹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자회사 SK온의 부진으로 휘청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SK온은 공장당 최소 수조 원대의 초기 투자 금액이 필요했던 만큼 모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투자처로부터 지분 투자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2022년 1조727억 원, 지난해 5818억 원 적자를 냈다. IPO를 조건으로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으나 사업이 어려워지며 IPO 시점도 미뤄지고 있다. 차입금이 치솟으며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총부채도 2020년 23조 원에서 지난해 50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SK그룹 관계자는 “연초부터 여러 가지 개편안을 검토해 왔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근본적인 구조 개편 작업인 만큼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효성그룹 섬유 사업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베트남 바이오 사업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육성에 나섰다. 효성티앤씨는 총 1조 원을 투자해 연산 20만 t의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생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베트남 바리어붕따우성 푸미 2공단에서 열린 비전선포식 및 투자승인서 수여식에서 효성티앤씨는 성 정부로부터 ‘효성 BDO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승인서를 받았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 원료로 주로 쓰이는 화학 소재다. 최근에는 섬유 외에도 자동차용 내장재나 포장재, 신발 인솔, 산업용 콤파운드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사용처가 넓어지고 있다. 바이오 BDO는 BDO 중에서도 기존의 화석 연료가 아닌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제조한 친환경 제품을 말한다. 효성티앤씨는 2026년 상반기(1∼6월)부터 우선 연산 5만 t 규모의 바이오 BDO 생산 판매에 들어가고,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효성티앤씨는 베트남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스판덱스 수직계열화 공장을 확보하게 됐다. 원료부터 섬유까지 바이오 스판덱스 공정의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춘 것은 세계 최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글로벌 친환경 시장 공략을 강화해 효성의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화그룹이 사업군별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일부 사업부 대상 계열사 개편을 추진한다. ㈜한화의 일부 사업을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에 양도하는 한편 모멘텀 부문은 물적분할한다. ㈜한화는 3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양도 및 물적분할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안건은 5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7월 초 시행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결의에 따라 한화오션은 ㈜한화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다. 이차전지·로봇·태양광 관련 사업을 갖고 있던 ㈜한화 모멘텀부문은 물적분할하고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인수한다. 한화는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해 각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자체 사업인 글로벌 고부가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자회사들은 사업군별로 계열화를 강화해 기업 가치를 증대하는 방향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해상풍력·플랜트 사업 양수로 건설 부문 관련 사업 실적과 경력 인력 등을 확보하게 됐다. 한화솔루션도 이번 태양광 장비 사업 양수로 차세대 태양광 기술 관련 장비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그룹 내 혼재돼 있던 태양광 사업을 결집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화는 모멘텀 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인 한화모멘텀을 신설하고 이차전지 장비 사업 전문화를 추진한다.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향후 최소 5년간은 상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5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 인적 분할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30년까지 3000억 달러로, 특히 전기차 시장은 20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인도 산업협력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수니타 모한티 인도 국가투자진흥원 부사장은 “자동차, 배터리 분야와 연관 산업인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분야에서 폭발적인 투자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장에는 인도 진출 및 진출 의향 기업 100여 개사가 참석해 사업 전략을 모색했다. 인도는 2022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1위 인구대국이다. 영원무역은 인도에 12개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고, 크래프톤의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현지 모바일 게임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활발하다. 하지만 다른 국가 대비 대인도 무역 및 투자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박병열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전체 수출의 2%에 불과하고, 해외직접투자(FDI)도 아직 전체 투자의 1% 수준으로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며 “인도의 정책 환경에 맞춘 투자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실 칼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국장은 “반도체 전자부품 생태계 및 공급망 활성화를 위해 직접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새로운 설비투자 연계 제도 신설을 검토 중”이라며 “인도는 2026년까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전자제품을 제조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의 10%인 1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후 인도 뉴델리 시내 최대 상권인 ‘코노트 플레이스’ 한복판. 바삐 움직이는 현지인들과 흙먼지 사이로 ‘SAMSUNG’ 간판이 보였다. 하루 최대 700명이 찾는 삼성전자의 체험 매장인 뉴델리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다. 라훌 싱 스토어 운영 담당 디렉터는 “여긴 100년 전 영국 식민 시절부터 있던 건물이다. 과거엔 GM과 포드가 자동차를 팔았는데, 지금은 삼성이 입주해서 스마트폰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 팔린 스마트폰은 1억4810만 대다. 스마트폰 종주국인 미국(1억830만 대)보다 많고 중국(2억6170만 대)보다 적은 글로벌 2위 시장이다. 삼성전자로선 시장 점유율 1.8%로 급락한 중국을 대신할 가장 중요한 국가가 바로 인도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아시아 7개국이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원(Natural resources) 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수출 전진기지(Export hub)인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성장하는 세계 시장(World market)인 태국 필리핀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중(對中) 수출액은 8.4% 감소한 반면 ‘아시아 뉴(NEW) 7개국’ 대상 수출액은 1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46.9%), 인도네시아(19.5%), 인도(18.9%), 베트남(11.0%), 말레이시아(10.4%) 등 대부분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 성장하는 시장 등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시아 뉴7에 잇따라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아시아 뉴7은 중국 시장의 대체지를 찾아 서진하는 한국, 미국 제재를 피해 남하하는 중국, 아시아 시장 수성에 나선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 뉴7 국가들은 자원 부국일 뿐 아니라 안정된 생산기지라는 공급망 측면, 성장하는 수출 시장이란 측면 등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 재편 구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20억 인구 ‘아시아 뉴7’, 424억달러 흑자 시장 넘어 생산기지로 [창간 104주년]떠오르는 황금시장 선점 경쟁GDP 9300조원 폭발 성장 시장… 낮은 인건비-풍부한 자원도 매력국내 10대그룹 속속 생산기지 구축… 한국 직접투자 5년간 3441억 달러인구 20억5000만 명, 국내총생산 6조8857억 달러(약 9300조 원). 니켈과 코발트 등 풍부한 천연자원….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뉴(NEW) 7개국’이 가진 가치다. 한국은 지난해 뉴7 국가에 중국보다 더 많은 수출을 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선 적자를 봤지만 뉴7과는 423억90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뉴7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뉴7 국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한중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20억 인구의 신흥 시장 “인도 14억 명의 인구는 14억의 기회다. 두꺼운 청년층은 경제 혁신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난해 4월 유엔인구기금의 안드레아 워즈나르 인도 대표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선언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올해 들어 14억4000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14억3000만 명)을 앞질렀다. 이 외에 인도네시아(2억8000만 명), 필리핀(1억2000만 명), 베트남(9900만 명) 등도 인구 강국이다. 경제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한국은 대중(對中) 무역에서 180억 4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반면 27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베트남과 112억 흑자를 낸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뉴7과의 무역수지는 4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를 지난해 뉴7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뉴7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8.0%를 기록했지만 2위 비보(17.0%), 3위 샤오미(16.5%) 등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에선 자동차 시장 1, 2위를 두고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6만7450대(시장 점유율 18.27%)를 판매하며 5만7414대(15.53%)에 그친 도요타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뷰티 시장(한국 37%, 일본 21%), 스마트폰 시장(오포 18.0%, 삼성 17.4%)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10대 그룹 생산기지로 우뚝 아시아 뉴7에는 국내 10대 그룹 소속 기업들의 생산기지도 대거 진출해 있다. 한국보다 낮은 인건비, 재료가 되는 자원 확보의 용이성, 매년 커지는 소비시장 등이 매력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 공장에서 스마트폰과 냉장고,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공장을, LG전자는 베트남에 가전 공장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현지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현지 시장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남아시아, 아프리카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이에 뉴7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이 집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증가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뉴7에 대한 FDI 금액은 △2009∼2013년 1372억 달러 △2014∼2018년 1971억 달러 △2019∼2023년 3441억 달러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굵직한 위기 직후에 일시적으로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는 증가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제재와 높아진 인건비 등으로 베트남에 공장을 대거 옮기는 흐름이 거셌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트남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 뉴7 생산기지는 중국과 달리 선진적인 개방 시장이어서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없다”며 “최근 일본, 중국 기업들이 뉴7 국가에 대거 진출하면서 인력 및 자원 조달 측면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뉴델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방문한 삼성전자 인도 뉴델리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는 월요일 오후였는데도 활기가 돌았다. 20대 학생부터 백발 노인까지 북적거렸다. 음악을 남달리 사랑하는 국민성답게 한국과 달리 ‘오디오(Audio)’ 코너가 소파와 함께 미니 거실처럼 따로 꾸며져 있었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단비 조라 씨는 ‘갤럭시 Z플립·폴드5’ 코너에서 민트와 라벤더 색상 제품을 한참 고민한 끝에 라벤더색의 플립5를 구입했다. 조라 씨는 “아이폰14를 썼는데 시리즈마다 별로 새로울 게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바꿔보려고 한다”며 “여기서도 삼성과 애플이 가장 프리미엄 브랜드여서 애들조차 부모가 ‘중국산 폰을 사주겠다’고 하면 싫어한다”고 말했다.● 14억 인구 인도, 삼성전자 주력 시장으로 14억4000만 명의 인구로 중국(14억3000만 명)을 뛰어넘어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다음으로 크다. 아직 국민의 40%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확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인도를 주력 시장으로 꼽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도 경제는 글로벌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3조3851억 달러(약 4571조 원)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세계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식민 모국이었던 영국(6위)을 뛰어넘은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2023∼2024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7%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인도 시장의 위상을 보여주듯 최근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잇따라 인도를 방문해 현장을 독려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인도 뭄바이 삼성전자 매장을 방문해 “인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삼성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도 올해 1월 ‘갤럭시 S24’ 공개 행사를 마친 후 첫 번째 해외 매체 인터뷰를 인도 현지에서 진행했다. 뉴델리 거리 곳곳에는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들이 있었다. 한 브랜드만 취급하지 않고 주로 삼성과 중국 비보, 오포의 제품을 나란히 전시해 놓았다. 현지 중산층 이상이 찾는 멀티콤플렉스몰에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들어온 중국 ‘원플러스’의 전용 스토어가 속속 입점하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점유율 18.0%를 차지하며 2위 비보(17.0%), 3위 샤오미(16.5%)를 꺾고 2018년 이후 5년 만에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2022년의 경우 삼성전자는 점유율 17.6%로 샤오미(20.7%)에 뒤처졌다. 중국 업체들은 다수의 대중 시장을 노려 초저가 라인까지 포함해 다양한 제품군에서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인도인의 취향에 맞춰 꽃무늬 패턴 등 화려한 외부 디자인도 적극 채택한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및 플래그십 모델을 앞세워 프리미엄 제품 소비층을 대거 가져왔다.● 수제 요거트 냉장고부터 피클 전자레인지까지 일찌감치 시장을 개방한 베트남 등과 달리 인도는 폐쇄성이 커 현지인의 구매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95년 첫 인도 시장 진출 이후 30년간 꾸준히 현지의 독특한 특성들에 맞춘 ‘인도 특화 제품’으로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인기 제품인 ‘커드 마에스트로’ 냉장고는 수제 요거트인 ‘커드’를 좋아하는 인도 소비자들을 고려해 인도에서만 선보인 제품이다. 냉장고 커드 코너에 우유 등 재료를 넣어두면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발효 상태가 유지된다. 뉴델리 매장에서 만난 가전 코너 담당 리샤브 반살 매니저는 비스포크 냉장고의 스크린을 눌러 인도 전통 튀김만두인 사모사 레시피를 보여주며 “이대로 만든 뒤 스마트 오븐에 넣고 냉장고 스크린에서 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스포크 수요층은 집이 넓고 조리 공간이 분리돼 있는 곳이 많다”며 “부엌 냉장고 스크린으로 거실에 있는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레인지에는 피클을 만들 수 있는 피클 모드와 전통 빵인 ‘난’ 제조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인도에 첫 ‘AI 세탁기’로 선보였던 ‘AI 에코버블 세탁기’는 영어뿐만 아니라 힌디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적용했다. 박종범 삼성전자 서남아총괄장(부사장)은 “삼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일부 대중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며 “인도 내 연구, 디자인, 생산 역량을 갖춘 에코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전략 제품뿐 아니라 인도 특화 제품들을 강화해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뉴델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CEO. 쟁쟁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진인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도 출신이란 것이다. 명실상부 전 세계 연구개발(R&D)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인도에는 ‘삼성의 두뇌’도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4개 연구소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전 인도 뉴델리에서 약 20km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위치한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은 모바일 서비스 및 기능 개발에 특화돼 있다. 인공 호수와 분수, 정돈된 화단과 넓은 보행로 사이를 백팩을 멘 2030세대 직원들이 분주히 오갔다. 힌디어 대신 영어로 적힌 간판이 있었다면 실리콘밸리로 착각할 법한 이곳엔 2000여 명의 삼성전자 현지 연구 인력이 근무한다. KOTRA의 ‘2024 인도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매년 인도공과대학(IIT), 국립공과대학(NIT) 등 유수 공대에서 엔지니어만 150만 명을 배출하고 있다. 또 매년 250만 명의 학생이 컴퓨터, 전기전자, 화학, 기계공학, 금속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날 만난 류경윤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장은 “인도 전국에 있는 23개 국립공대인 IIT 중에서도 10위권에 속하는 톱티어 학생들이 이곳에 입사한다. 인도의 연간 수험생 4000만 명 중 0.04%에 속하는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노이다 연구소는 한국의 경기 수원 연구소와 실시간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원팀’으로 움직인다. 인도 현지 제품뿐만 아니라 북미 등 주력 시장에 수출되는 ‘갤럭시 S24’ 등 플래그십 제품들의 핵심 기능을 공동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연구소 외에도 디자인 연구소, TV 제품에 특화된 델리 연구소, 인도 IT 인재들이 밀집한 벵갈루루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벵갈루루 연구소의 경우 삼성전자의 해외 연구소 중 가장 규모가 큰 연구소로 성장하기도 했다. 노이다 연구소와 같은 건물에 있는 디자인 연구소에는 디자인 부문 인도 최상위 대학인 국립디자인학교(NID) 출신 인재 수십 명이 근무 중이었다. 다양한 스마트폰 색상 데모와 시제품들이 선반과 책상마다 늘어서 있고 회의실 벽면에는 아이디어 노트들이 빼곡했다. 창가에 마련된 원탁에는 제품 디자인 시안을 놓고 세 명의 디자이너가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선 복잡한 힌디어 스마트폰 키보드를 자음·모음의 세로형 키보드로 새롭게 개발해 기존 키보드 대비 속도는 20%, 정확도는 30% 높인 ‘인디아 키보드’를 히트시켰다. 박경대 디자인연구소장은 “가로형 냉장고 손잡이, 바퀴 달린 세탁기 등 현지 맞춤형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며 “언어부터 집 구조, 일상 문화까지 고려한 모든 요소가 디자인에 담겨야 인도 현지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노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중국 로보락에 대항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격에 나선다. 그간 국내 업계에는 없었던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 및 세탁 건조 기능이 한 제품에 들어간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이달 중 출시하면서다. 1일 생활가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 LG전자도 이달 중 앞다퉈 일체형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4300억 원 규모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로보락(점유율 35.0%), 에코백스(13.0%) 등 중국 업체들이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1위 로보락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S8 프로 울트라’ 제품은 일체형 로봇청소기다. 로봇청소기 한 대가 먼지 흡입, 물걸레 청소를 다 하고 청소기가 머무는 스테이션(정거장)에서 먼지통 청소와 걸레 세척까지 해주는 제품이다. 사람의 손이 덜 가는 만큼 로봇청소기 중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여겨진다. 가격도 160만 원대로 고가이지만 온·오프라인에서 품절 사태가 날 정도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이 크다. 2020년 11월 한국법인을 설립한 로보락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그간 물걸레와 먼지 흡입 두 가지 기능이 한 번에 들어갈 경우 청소 성능이 떨어지거나 ‘걸레 냄새’가 날 수 있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일체형 제품 출시를 미뤄왔다. 흡입 로봇청소기와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따로 출시하는 대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페어링(연결)을 통해 순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편의성을 앞세운 중국 제품들이 시장을 잠식해나가자 일체형 제품을 내놓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LG전자가 이달 중 내놓을 일체형 로봇청소기 신제품은 걸레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세제 자동 투입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위해 전용 세제를 개발해 제품 구입 시 제공한다. 또 AI 기술을 적용해 장애물과 바닥 재질을 감지하고, 삼성과 로보락에 이어 자사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가운데 처음으로 라이다(LiDAR) 센서를 채택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통해 사물과의 거리 및 특성을 감지해 자율주행차에 주로 쓰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에서 공개한 일체형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콤보’를 이번 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제트봇 콤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 인식·주행 성능을 높였다. ‘AI 바닥 감지’ 기능을 통해 마룻바닥과 카펫을 구분해 재질에 따라 흡입 강도를 조절하는 등 맞춤 청소를 할 수 있다. 카펫을 만나면 자동으로 물걸레를 들어 올려 오염물질이 묻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3차원(3D) 센서와 사물 인식 카메라로 1cm 높이 장애물도 인식하고 피할 수 있다. 인식된 사물에 따라 거실, 주방 등 집 안 공간을 자동으로 구분해 매핑(지도 그리기)도 한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1년 2100억 원에서 2022년 29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4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그간 로보락에 이어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며 일체형 로봇청소기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시장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제 국내 기업들이 참전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2분기(4∼6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가 11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에 반등 신호가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30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2분기 제조업 BSI’를 조사한 결과 1분기(1∼3월) 전망치(83)보다 16포인트 상승한 99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2021년 3분기(7∼9월·103) 이후 최고치이자 3년 만에 기준치(100)에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BSI 전망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실적 개선 영향으로 수출기업 전망이 호전되면서 수출기업(102)과 내수기업(98) 간의 체감경기 전망이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114)는 최근 생산 및 수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준치를 상회했다. 또 ‘K뷰티’ 인기의 영향으로 화장품(124)과 의료정밀(119) 업종 모두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소재 가격 반등으로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전기(117)도 2분기 호조 전망이 높았다. 반면 철강(92), 정유·석유화학(97)은 중국의 내수 부진 및 공급 확대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 전망이 제한됐다. 비금속광물(90)은 전방산업인 건설업 위축에 더해 유가, 연료비 인상 등 제조원가 부담으로 지수가 기준치를 하회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효성그룹은 올해에도 고객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경청하는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 경영’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VOC, 애자일(Agile·민첩한) 경영, 데이터에 근거한 치밀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이 세 가지 경영이념을 실행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든 고비들이 닥쳐 오더라도 서로 돕고 협력해 이겨내며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효성은 올해 △VOC를 경청함으로써 고객 가치 창출 △최고 품질과 고객 신뢰에 기반한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마케팅 강화 △책임경영 실천 △디지털전환(DX)을 통한 업무 체계 고도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북·중남미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9개국에 119개의 사업장을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해외 제조법인·무역법인·사무소를 기반으로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효성은 현지에서 직접 고객과 시장, 경쟁 현황 등 심층적 분석에 기초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같은 효성의 글로벌 1위 제품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신규 기술 개발과 제품의 시장 진입 기회도 확보하는 등 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VOC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효성티앤씨는 유럽연합(EU)이 2025년 탄소국경세 전면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유럽 현지에서 원료부터 친환경적인 소재(바이오 소재)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리사이클 섬유와 함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스판덱스를 중심으로 친환경 섬유 소재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모든 의류에 적은 양이지만 꼭 필요한 효성티앤씨의 대표 섬유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효성첨단소재 역시 유럽 고객의 친환경 니즈에 맞춰 전 세계 타이어코드 업체 최초로 친환경 소재 국제 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향후 글로벌 타이어 고객사들과 발맞춰 2050년까지 모든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효성은 또한 오랜 시간 축적된 소재기술과 자체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2013년부터 전주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탄소섬유는 강도가 철보다 10배 이상 높아 주로 △수소연료탱크 △전선심재 △태양광 단열재 △스포츠 등의 용도로 사용돼 왔다. 효성첨단소재는 우주·항공 산업분야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는 고객사들의 수요를 선제 파악하고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T-1000급 탄소섬유 개발에 2017년부터 착수해 개발에 성공했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항공기 동체 및 부품,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발사체 등에 활용된다. 기존 소재인 알루미늄과 비교해도 훨씬 가볍고 높은 탄성과 강도를 지녔다. 효성첨단소재는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을 통해 우주·항공 소재의 국산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효성그룹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 경영방침 발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직접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룹사 전반에서 많은 임직원이 생성형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함으로써 업무 혁신을 가속화하자”고 밝혔다. 이에 GS그룹은 올해 들어 과거 정보기술(IT)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던 DX 활동을 사업 현장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한 달간 각 계열사의 DX 담당 인력 약 40명을 한자리에 모아 합동 근무를 시행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의 고충을 해결하는 프로토타입 경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각 계열사 현업으로 돌아가 현장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AI 특공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 차원에서는 GS그룹 내 사장단이 모두 참여하는 ‘AI 디지털 협의체’를 매 분기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장단이 직접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외부 강의와 사내 혁신 사례 발표 등을 계획하고 있다. 허 회장은 이와 관련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충 사항)를 해결하는 것이 곧 사업의 본질이며, 생성형 AI 같은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룰 수 있느냐가 앞으로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가 고객과 자신의 업무를 연결하는 지름길이라는 열린 자세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허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와 GS퓨처스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GS 각 계열사들이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도록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신년 임원 모임에서는 “경기 침체나 사업 환경 악화를 방어적으로 대하기보다 미래 신사업 창출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자”며 “순조로울 때 보이지 않던 사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나 새로운 사업 기회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GS가 착실하게 준비해 온 신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간’이다”라고 언급했다. 허 회장은 1월 9, 10일(현지 시간) CES 현장을 찾아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그룹들뿐만 아니라 구글, 인텔, 아마존,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의 전시관까지 두루 살펴봤다. 특히 AI와 로봇 등의 기술이 에너지, 유통, 건설 산업 분야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집중 관찰했다. CES 참관 직후 허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GS의 벤처투자법인(CVC)인 GS퓨처스를 찾아 북미 지역의 신기술 투자와 사업화 동향을 점검했다. 허 회장의 GS퓨처스 방문에는 GS퓨처스를 통해 탐색한 신기술과 투자회사의 역량을 GS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연결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GS퓨처스는 허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설립돼 실리콘밸리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기술 탐색과 투자를 해왔다. 지금까지 투자한 사례만 약 70건, 금액으로는 1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투자 사례로는 자이모켐(바이오케미컬 생산대사 최적화 기술)과 젤토(합성단백질 제조 기술), 에어룸(탄소포집 활용 기술) 등 산업 바이오와 탄소포집저장(CCUS) 관련 투자를 통해 GS의 친환경 신사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텔의 AI 부문이 분사한 아티큘레이트 등에 투자하면서 생성형 AI를 통한 사업 혁신에도 주목하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과 계열사들은 올해 대내외적인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구성원 역량을 총결집해 생존력 확보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 성장의 발판이 되는 내실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계열사 SK엔무브(전 SK루브리컨츠)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라 냉각 플루이드 제품군을 확대하며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SK엔무브는 SK텔레콤, 영국 액체 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차세대 냉각 및 솔루션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2월 체결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4’ 현장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서상혁 SK엔무브 e-Fluids 기업간거래(B2B)사업실장, 이종민 SK텔레콤 미래연구개발(R&D) 담당, 데이비드 크레이그 아이소톱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3사는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기술 협력을 진행한다. SK엔무브의 냉각 플루이드를 아이소톱의 액체 냉각 솔루션에 탑재해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각 사는 실제 AI 서버 사용 환경에 맞는 액체 냉각 기술의 효용성을 분석하고, SK텔레콤에서 개발 중인 액체 냉각 핵심 시스템인 통합 냉각분배장치 기술을 위해서도 협력한다. 액체 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 플루이드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전력 소모 및 운영 비용을 개선할 수 있어 새로운 열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수조형 액침냉각 방식, 정밀액체 냉각 방식 등이 있다. SK엔무브는 기존 수조형 액침냉각 솔루션에 적합한 냉각 플루이드에 이어 아이소톱의 정밀액체 냉각 솔루션에 적합한 냉각 플루이드를 개발하며 다양한 액체 냉각 솔루션별 최적화된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냉각 플루이드를 직접 활용한 열관리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3억3000만 달러(약 4400억 원)에서 2032년 약 21억 달러까지 연평균 21.5%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2022년 SK엔무브는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어 미국 수조형 액침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GRC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PC 제조 및 정보기술(IT) 기업 델테크놀로지스와 액침냉각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화학 계열에서도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종전에 구축한 스마트 플랜트에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 솔루션’을 사업화해 국내 에너지·화학산업 현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에너지와 PTC코리아는 지난달 21일 울산 중구 SK행복타운에서 스마트 플랜트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PTC는 IoT, AR 등 디지털 혁신을 위한 플랫폼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사는 SK에너지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에 PTC코리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시스템의 수준을 한층 높일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그룹은 올해 산업계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사업을 핵심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 두 축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올 1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 분야 성장동력과 올해 경영전략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AI 반도체 전략에 대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 상황을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위한 ‘토털 솔루션’ 방식의 접근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조직 개편에서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새롭게 편제하는 등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 개선에 힘을 싣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이 효과를 낸 것이다. 지난해에는 주력 제품인 DDR5와 HBM3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 양산과 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한편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 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다른 한 축인 SK텔레콤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 참가해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에게 주목받으며 성황리에 전시를 마무리했다. 행사 기간 중 SK텔레콤 전시관은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을 체험하고자 하는 관람객들로 가득 찼으며 총 7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MWC 주 전시장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3홀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고객지원 AI 컨택센터(AICC) △챗봇이 구현된 버추얼 에이전트 △AI 기반의 스팸·스미싱 필터링 시스템 등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여러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AI 기반 6G 시뮬레이터와 오픈랜, AI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기술 및 조비 에비에이션과 협력해 제작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시제품 등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시장 메인 입구에 배치된 대형 키네틱 발광다이오드(LED)는 영상의 내용에 따라 물결치듯 화면이 움직이며 시선을 끌었다. SK텔레콤은 MWC 2024 현장에서 도이치텔레콤, e&, 싱텔,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통신사용 LLM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 등 5개 나라 언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는 본사 사옥인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가 1987년 완공 이후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음 달 1일 새롭게 문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LG에 따르면 LG트윈타워는 지난해 2월 리모델링이 시작된 지 1년 2개월 만에 로비와 아케이드 등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에 해당하는 공용공간이 전면 탈바꿈했다. 이번 리모델링 대상 면적은 축구장 세 개 크기에 달한다. 새롭게 오픈한 저층부 공용공간은 ‘커넥트윈(Connectwin)’으로 명명했다. ‘트윈타워를 연결한다’는 의미와 함께 ‘성공적인 회사 생활을 위한 연결’을 의미하는 ‘커넥트 투 윈(Connect to Win)’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공용공간의 새 이름을 공모하는 투표에서 임직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공사는 1980년대 초 LG트윈타워를 설계한 미국의 건축사무소 SOM이 공간 디자인을 다시 맡았다. LG는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LG트윈타워 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공간과 공간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커넥트윈 곳곳에 휴식 공간과 미팅 장소를 대폭 늘렸고 카페도 4곳 마련했다. 지하에 동남향 천장을 만들어 자연채광과 개방감을 더했으며 건물 출입구 앞에는 분수와 야외 정원을 만들어 자연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KT&G의 새 대표이사 사장에 방경만 후보(53·사진)가 최종 선임됐다. 9년 만의 수장 교체다. 2003년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내부 출신이 이끌어온 KT&G에 이번에도 내부 인사가 수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방 사장의 선임을 반대한 최대주주 IBK기업은행과 행동주의펀드가 추천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방 사장에 대한 주주들의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T&G는 28일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 대표이사 사장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기업은행(7.11%)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0.45%)가 방 사장 선임에 반대했지만 3대 주주 국민연금(6.64%)과 사내 기금, 산하 재단 우호 지분(9.9% 추산) 등이 찬성하면서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신임 방 사장은 1998년 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쳤다. 브랜드실장 재임 시절 국내 점유율 1위 브랜드인 ‘에쎄 체인지’를 출시했다. 방 사장은 이날 “KT&G는 3대 핵심 사업(해외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건강기능식품)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총 직후 29일자로 조직개편·인사를 단행하며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부사장)을 ‘2인자’ 격인 수석부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KT&G 추천 인사였던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을 제치고 기업은행과 FCP 등이 추천한 손 교수가 선임되면서 방 대표 선임에 반대했던 주주들이 경영에 개입할 길이 열렸다. 앞서 FCP는 사내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후보자 중 상위 득표자 두 명을 선임하는 ‘통합집중투표제’를 요구해 관철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장기화되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 화웨이의 굴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애국 소비’ 바람을 타고 자국 내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뺏어온 데 이어 삼성전자가 왕좌를 지켜온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사상 첫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中 시장서 애플 점유율 뺏는 화웨이 27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간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애플의 점유율은 50.4%→48.3%→44.9%로 급감했다. 반면 자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화웨이는 18.9%→22.2%→30.8%로 약진했다. 2015년 중국 업체들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이 1.8%에 그쳤다. 애국 소비를 등에 업고 자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공세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26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주 동안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급락했다. 반면 화웨이는 플래그십 ‘메이트60’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64% 급등했다. 2018년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가 시작된 뒤 집중포화를 맞고 수년간 고전하던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화웨이는 기술과 가격 면에서도 기존의 ‘저가폰’ 인식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메이트60 시리즈에 자체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적용한 5세대(5G) 칩을 탑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메이트60의 가격은 6999위안(약 130만 원)으로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5’(5999위안)보다 비싸다. 중국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이 아이폰에서 화웨이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폴더블폰서 삼성 제치고 1위 전망도 화웨이는 그간 삼성전자의 독주 무대였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작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공백기를 틈타 올 1분기(1∼3월) 사상 처음으로 화웨이가 분기 기준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채널컨설턴트(DSCC)는 1분기 업체별 폴더블폰 출하량을 삼성전자 68만8000대, 화웨이 158만7000대로 전망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래 화웨이가 처음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아너도 폴더블폰 ‘매직V’ 시리즈의 1분기 출하량이 50만1000대로 전망되며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너는 지난해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갤럭시보다 얇고 가볍다”며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굴기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패널과 칩셋 등 모바일용 부품에서도 자국산 생태계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에서 1위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인 2위 BOE의 격차는 매 분기 좁혀지는 추세다. 옴디아에 따르면 폴더블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올 1분기 BOE(출하량 점유율 55%)가 삼성디스플레이(27%)를 처음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중 갈등 국면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주춤했지만 절치부심해 다시 저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시장은 공들인다고 열리는 곳이 아니어서 힘들지만, 결국 장기적으론 중국 고객사들도 품질에 따라 움직일 거라 믿고 계속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앞으로 반도체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사범에게 법원이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흉기를 소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법원이 징역 5년까지 선고하기로 했다. 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키거나 시가 10억 원 이상의 마약을 밀수한 사범에겐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전체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새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우선 양형위는 별도의 양형 기준이 없었던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을 신설해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고쳤다. 기업(피해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어긴 경우도 선고형량을 가중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로 기술 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양형 기준은 올해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된다. 양형위의 이 같은 결정은 기술 유출 관련 양형 기준이 턱없이 낮아 반도체 등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153건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적발됐다. 이 중 47건(30.7%)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유독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어 온 만큼 (양형위의) 이번 조치로 잠재적 위협에 경종을 울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양형 기준은 흉기 등을 소지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는 징역 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일반 스토킹 범죄도 최대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 형량을 높이면서, 벌금형은 예외적으로 내리도록 했다.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위반한 스토킹 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도 신설해 죄질이 나쁠 경우 징역 2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스토킹 범죄의 ‘동종 전과’ 범위에는 약취·유인범죄가 포함돼 이런 전과가 있을 경우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마약류 범죄의 권고 형량도 대폭 높였다.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킨 사범이 영리 목적을 가졌거나 상습범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마약 유통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마약가액 10억 원(필로폰 약 10kg 분량) 구간의 범죄 유형을 새로 신설하고, 이 기준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마약 중독의 ‘관문’으로 꼽히는 대마는 단순 소지·투약도 무겁게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범죄의 가파른 확산세와 10대들의 마약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국경제인협회는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8.6으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BSI 전망치는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4월 전망치는 여전히 기준선 100을 하회했지만, 수치 자체는 2022년 5월(97.2)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20.0) △석유정제 및 화학(109.4) △식음료 및 담배(105.9)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104.0)이 특히 호조 전망을 보였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여가, 숙박 및 외식(121.4)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107.1) △도·소매(101.9)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한경협이 조사한 3월 BSI 실적치는 96.8이었다. BSI 실적치는 실제 기업이 체감한 경기 수준을 나타낸 숫자다.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으나 전월(90.2)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해 3월(6.8포인트) 이후 최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심리가 여전히 부진하나 수출 개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기 심리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화솔루션은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인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56)를 선임했다고 26일 밝혔다. 한화그룹 내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건 처음이다. 박 신임 의장은 영국 런던정경대와 미국 위스콘신대 등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국제무역 및 국제관계 분야 전문가다. 한화솔루션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위원장, 감사위원 등을 지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