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아리랑은 단합과 힘, 추모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6·25전쟁 참전용사입니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영국의 현충일인 제1차 세계대전 휴전일인 1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 무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전 육군 준위인 콜린 새커리 씨(93)가 이같이 말했다. 곧이어 새커리 씨는 비교적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로 아리랑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참전용사가 열창하는 아리랑이 런던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1950년 9월 한국에 파병된 새커리 씨는 2년간 부산에서 압록강 인근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전투를 치렀다. 그는 201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최고령 우승자가 되며 ‘국민 가수’로 불렸다. 올 7월에는 부산을 찾아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됐다.영국은 찰스 3세 국왕 등이 참석하는 현충일 행사에서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을 기렸다. 행사엔 국왕 부부를 비롯해 윌리엄 왕세자 부부 및 리시 수낵 총리 부부도 참석했다.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날 행사를 생중계했다.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비친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영상이 방송으로 송출됐다. 6·25 참전용사인 브라이언 패릿 전 준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우리는 아주 먼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와 친구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 마이크 모그리지 씨는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며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행사를 중계한 BBC 진행자는 “영국에서 6·25전쟁은 1, 2차 세계대전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잊힌 전쟁’으로도 불린다. 당시 약 8만 명의 영국군이 참전했으며, 그중 1100명이 전사했다”고 설명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무장단체의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이 확대되고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란과 연계한 무장단체의 군사적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 단체들이 이용하는 군사시설을 공격했다”며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에 가해진 수차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이번 공격에서 F-15 전투기 2대를 동원해 무장단체의 무기고를 타격했다. 데이나 스트룰 미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는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지난달 17일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기지가 처음 공격당한 이후로 미군을 겨냥한 공격 횟수가 41차례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군의 이란 연계 무장단체 관련 시설 공격은 지난달 27일 이후 두 번째다. 첫 번째 공격이 무장단체로부터 드론, 미사일 공격을 당한 뒤 관련 시설에 대한 보복 공습 성격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무장 세력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계획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도 같은 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거점을 타격해 친이란 무장단체 전투원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 남부의 레이더 기지도 공습했다. 가자지구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거주지와 인접한 땅굴을 차단하고 있다. 지상전 개시 후 130여 개 땅굴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잃고 있으며 5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남쪽으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과 하마스 양측은 카타르의 중재로 일시 교전 중단 및 인질 석방 협상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중동에 급파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스라엘을 거쳐 카타르를 찾았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격을 3일가량 중단하는 조건으로 하마스가 미국인 6명을 포함한 인질 12명을 석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교관 경력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보내 해당 지역 지도자들과 친분이 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근거 없는 헛소문은 제쳐 두라”면서 “인질 전원 석방 없이는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한다는데, 지금껏 죽은 아이들이 하마스와 무슨 상관인가요?”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의 한 식당. 입구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식당을 찾은 이집트인 노하 씨(45)는 격화되고 있는 중동전쟁에 대해 이같이 반문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을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일방적인 ‘인종청소’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함께 분노하고, 찾는 손님들도 비극을 생각해보고 연대하자는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 미국 등에선 주말 동안 ‘반(反)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에 민간인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휴전을 위해선 하마스가 볼모로 잡고 있는 인질부터 먼저 석방하는 게 맞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6일로 한 달을 맞았다.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잔인한 민간인 학살 사례가 알려지며 국제사회에는 이스라엘의 보복을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전쟁이 격화되며 확전 우려와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세계는 친(親)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쪼개졌다. 일시적 교전 중단(pause)이나 휴전(ceasefire)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 이후 세 번째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 테러를 끝내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며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설득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는 교전 중단을 거부한다”며 퇴짜를 놨다. 같은 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가 연설에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아직은 제한적 참전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강경한 방침으로 중동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민간인 희생 늘며 갈등 커져… 아랍권 ‘反유대 불매운동’ 최고조 ‘친이 vs 친팔’ 쪼개진 세계과거 이-팔과 교류했던 아랍국가들맥도널드 등 이 관련 기업 보이콧美-유럽 등 “인질 석방” 집회 이어… “당장 휴전” 이 규탄 시위 잇따라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와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 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 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널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의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널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벡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의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에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反)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 병력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反)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날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백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이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가자지구 내 통신이 막혀 탈출 직전까지도 우리 가족이 출국 허용 명단에 있는지 확인조차 어려웠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로 26일 간 가자지구에 갇혀 있다 2일(현지 시간)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해 탈출한 한국 교민 일가족 5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밤늦게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기자와 만난 이들은 “언제든 소리 소문 없이 폭격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뿐이었다. 국경에 마중 나온 대사관분들을 보니 부모님을 본 것처럼 눈물나게 반가웠다”고 말했다. 한국에 귀화한 팔레스타인계 남편(43)과 한국에 살다가 7년 전 가자지구 시댁으로 이주했던 최모 씨(44) 부부는 첫째 딸(18), 둘째 아들(15), 생후 7개월 된 막내딸과 함께 탈출했다. 최 씨 가족은 전쟁 발발 사흘째인 지난달 10일 피란길에 올랐다. 최 씨는 “남부도시 칸 유니스에 있는 지인 거처로 피란했는데 언제 국경이 열릴지 몰라 온 가족이 (차로 30분 거리인) 국경까지 5, 6번을 오갔다. 연료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갖고 있던 기름을 모두 소진하고 마지막으로 국경을 찾은 순간 국경이 열렸다”고 했다. 현재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한국행을 준비하는 최 씨는 “시댁 식구와 친척들은 아직 가자에 있다. 저희만 도망을 나온 것 같다는 죄책감,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폭격에 소리소문없이 죽겠다 싶어… 겨울옷만 급히 챙겨 탈출” [중동 전쟁]가자 탈출 교민 인터뷰불 피울 연료없어 캔음식으로 연명통신 마비돼 마지막까지 조바심… "韓정부가 구하러 올거라 믿었다" “병원, 종교시설, 학교, 주거지역 등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7년 전 가자지구에 정착해 살아온 최 씨 가족에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낯설지 않다. 최 씨는 “과거엔 이스라엘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특정 군사시설을 노렸는데 이번엔 정말 무차별적”이라며 “이번엔 폭격 첫날부터 우리 가족이 사는 곳 코앞에서도 위협이 느껴질 만큼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았다”고 했다. 가족을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최 씨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련 시설이 각 건물 지하에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평소 드나들던 동네 건물일 뿐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으로 보는 참혹함 그 이상”최 씨 가족의 26일간의 피란 생활은 처참했다. 가족들은 “가자지구 밖에서 사진, 영상으로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참혹함은 강도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폭격의 공포를 버티던 이들은 3일 뒤인 10일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이 ‘대피하지 않으면 당신들 책임’이라는 식으로 대피령을 내리자 언제든 폭격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최 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언제 소리 소문 없이 폭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뿐이었다”며 “온 가족이 겨울 옷만 몇 벌 챙겨 급하게 남쪽 ‘텔 엘 하와’ 지역에 있는 시댁으로 갔다”고 했다. 하지만 점차 폭격 지역이 넓어지면서 시댁 식구들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 있는 지인 집으로 피신했다. 이들은 얼마 뒤 지인으로부터 “당신 가족이 살던 가자시티 인근 집도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자지구의 물자 보급이 차단됐던 데다 연료도 없어 최 씨 가족은 불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콩 캔, 토마토 캔 등을 먹으며 연명했다. 가자지구 내 친척, 친구 및 외부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휴대전화도 꾸준히 충전해야 했다. 최 씨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차량용 배터리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태양열 발전기를 가진 사람에게 부탁해 돈을 주고 보조배터리를 충전해 왔다”며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알려면 계속 뉴스로 전쟁 소식을 알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의 책임을 놓고 가자지구에선 유언비어도 확산되고 있었다. 하마스가 선제공격에 나선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묻자 최 씨 부부는 “누가 전쟁을 좋아하겠나. 다 안 좋아한다. 식민주의가 끝나야 한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자기네 명절이 끝나면 가자지구를 공격할 것이란 사실을 하마스가 예상해 선제공격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거기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생후 7개월 막내딸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2일 마침내 한국 국적자는 이집트와 연결된 남부 라파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최 씨 가족은 출국이 지연되거나 막힐 수 있다는 조바심을 떨쳐 내기 힘들었다. 복구되는 듯한 통신도 탈출 직전 마비가 됐다. 최 씨는 “전화도 20번 걸면 운 좋게 한 번 연결될 정도로 불안정했다”고 했다. 대사관 관계자도 “탈출 가능한 외국인 명단이 어떤 기준으로 발표되는지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최 씨 가족은 국경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 “한국 정부가 구하러 올 것이란 믿음이 확고했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생후 7개월 된 막내딸을 피란길에 데리고 다니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 씨는 “오히려 우리에겐 희망이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 통에 웃을 일이 없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가 웃으면 저희도 따라 웃을 수 있었거든요.” 평소 팔레스타인의 일상을 전하는 유튜버로 활동하던 최 씨의 큰딸은 전쟁 발발 후 영상을 올리며 참상을 전하고 있다. 그는 “아직 제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곳에 있다. 앞으로도 전쟁의 아픔을 알리는 영상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2일(현지 시간) 늦은 저녁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는 일가족 5명을 태운 승합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여느 단란한 가족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은 이날 오전에 처절한 생사의 문턱을 넘었고, 비로소 전쟁이 없는 땅에 도착했으며, 차량으로 약 400km를 달리고 나서야 고국의 안전한 손길이 닿는 곳에 도착했다. 폭격을 피해 피란길에 나선 지 약 23일만, 국경을 넘어 이동한 지 약 9시간 만이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 뒷 칸엔 20여일 간 생존을 위해 메고, 끌고 다녔던 무거운 트렁크와 쫓기듯 들고 나온 짐들이 한가득이다.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봉쇄된 가자지구에 26일가량 갇혀있던 유일한 한국 교민 일가족 5명이 무사히 이집트 국경으로 빠져나와 구출됐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이들은 대사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힘겹게 미소지으며 “국경에 마중 나온 한국 대사관 분들을 봤을 땐 부모님을 본 것처럼 눈물 나게 반가웠다”며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올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동시에 “시댁 식구들, 친척, 지인들을 가자지구 폭격 속에 남겨두고 저희 가족만 나온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죄책감과 미안함도 토로했다.● 탈출 명단 포함됐어도 혹여 틀어질까 조바심중동전쟁 발발 후 전쟁 당사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구호 방안으로 가자지구 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를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우선 탈출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1일에 1차로 일부 외국인들이 탈출했으며 이날 2차로 한국 국적자들도 탈출 명단에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일가족 중 대표로 인터뷰에 응한 어머니인 최모 씨(44)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면서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몰라 마음을 계속 졸였다”며 “혹시나 절차가 지연되면 현지에서 내일(3일)부터 주말이라 업무가 종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국경 검문소에서 신원 확인 및 짐 수색 절차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전쟁 중이니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 시도 맘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대사관 관계자는 “전 세계 외교가가 분주하게 자국민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탈출 가능한 외국인 명단이 어떤 기준으로 발표되는지 어느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었다”며 “당국이 수시로 이집트, 이스라엘 측과 조율하며 읍소했던 게 다행히 통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피령으로 시작된 23일 간의 피난길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매일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폭격의 공포를 버티던 이들은 전쟁 3일 만인 10일 피난을 결심했다. 최 씨는 “7년째 가자지구에 살았지만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폭격의 강도가 전쟁 초기부터 달랐다”며 “게다가 이스라엘군이 ‘대피하지 않으면 당신들 책임’이라는 식으로 대피령까지 내렸는데 도대체 언제 폭격을 한다는 건지도 알 수 없어 불안감에 온 가족이 겨울용 옷가지만 급하게 챙겨 짐을 쌌다”고 했다.불과 2년 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였고 ‘세계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충돌이 잦은 곳이기에 일찍 전쟁이 끝나리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둘씩 들려오는 지인, 친척들의 사망 소식과 무너지는 건물들을 보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이전엔 주거지역 폭격은 흔치 않았거든요. 게다가 학교, 병원, 교회 등 저희 이웃들이 생활하던 모든 곳이 무너지니까 정말 참혹했어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은신처, 터널이 이런 건물들 아래 있다고 폭격하는데 저희들이 지하에 뭐가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알겠어요?”온 가족이 함께 살았던 집은 괜찮은지 묻자 최 씨는 “저희 집도 폭격으로 무너졌다”며 “저희 집이 진짜 무너진 건지 직접 눈으로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일대를 지나던 지인들을 통해 ‘너네 집도 사라졌다’고 들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가자시티에서 남쪽으로 옮겨 잠시 A 씨 남편 부모님의 집인 ‘텔 엘 하와’ 지역에 머물던 일가족은 그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남부 도시 ‘칸 유니스’로 떠났다. 칸 유니스 인근에선 지인 집에 다행히 머물며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 있었다.각오하고 떠난 피난길이지만 예상보다 피난 생활은 더 참혹했다. 최 씨는 “가자지구 밖에서 사진, 영상을 통해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참혹함은 강도가 다르다”고 떠올렸다. 우선 물자 보급이 오랜 기간 차단됐던 탓에 이들은 콩 캔, 토마토 캔 통조림 등을 먹으며 겨우 연명했다. 모아놓은 돈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식량, 물을 구하기도 했다.전쟁 진행 상황이나 탈출 가능성을 끊임없이 파악해야 했기에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전력이 끊긴 상황에서 최 씨 가족을 비롯한 가자지구 주민들은 차량용 배터리를 이용해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태양열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겨우 수급했다. 최 씨는 “태양열 발전기를 가진 사람에게 돈을 주고 보조배터리 충전을 부탁한 뒤 그걸 받아와 가족이 휴대폰 전력을 나눠 쓰는 식이었다”고 했다.● 국경 언제 열릴지 몰라 5, 6번 오가다 극적 탈출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통신시설 파괴로 모든 연락이 두절 됐을 땐 그야말로 ‘암흑 지옥’과도 같았다. 최 씨는 “가족, 지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전쟁, 폭격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가능하던 라디오 전파도 차단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당시 최 씨를 비롯한 피난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라디오 전파까지 교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다.탈출 직전까지도 통신이 불안정해 조바심이 났다. “우리가 탈출 명단에 들었는지도 알기도 어려웠고, 명단에 들어도 혹시나 한국 대사관 측과 연락이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전화도 20번 걸면 운 좋게 그중 한 번 연결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가자지구 남부에 도착한 뒤에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오가며 언제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피난처에서 국경까지 5~6번을 오갔다. 그렇다고 매일 같이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에 담겨 있던 기름마저 점점 고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탈출 직전 검문소로 향했을 때가 저희 차에 있던 마지막 기름이었다”며 “기적적으로 국경이 열려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까지 온 가족을 싣고 달렸던 차는 가자지구에 버리고 나와야 했다.차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 친척, 친구들도 가자지구 국경 안쪽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로 국경을 통과한 뒤 대한민국 대사관까지 오는 약 8시간 동안의 여정 중에도 최 씨의 딸은 아끼던 친구들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구하러 올 것이란 믿음 확고해”최 씨는 “저희를 구해준 대한민국 국력을 느꼈다”며 “전쟁이라는 절박함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저희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은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가족에게 한국 국적은 참혹한 전쟁과 고된 피난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탈출 전부터 탈출 이후까지 직접 박진 외교부 장관이 최 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김용현 주이집트대한민국 대사도 이들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이들이 대사관 문턱에 이를 때까지 살뜰히 챙겼다. 현장을 바쁘게 오가며 일가족을 직접 데려오고, 수백km를 달리는 중에도 이들의 안전은 물론 식사, 음료를 챙기던 장준원 영사는 물론 여러 상황을 치밀하게 조율했던 최병선 공사의 공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가족은 “한국 정부가 물심양면 모든 걸 도왔다”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최 씨 가족에겐 10대 첫째 딸과 둘째 아들 그리고 7개월 된 막내딸도 있다. 피난 과정에서 영아를 데리고 다니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 씨는 “오히려 우리에겐 희망이었다”며 웃었다.“전쟁 통에 웃을 일이 없는데 전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가 웃으면 저희도 그제야 ‘하하하’ 따라 웃을 수 있었어요. 막내 아이가 있었기에 우리 가족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여느 또래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첫째 딸(18)과 둘째 아들(15)은 번갈아 막내동생을 안고 어르며 가족을 이끄는 부모님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었다. 평소 유튜브 등에 영상을 올리며 한국, 팔레스타인에서 일상을 전하던 첫째 딸은 “앞으로는 전쟁의 아픔을 알리는 영상을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모든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잃은 최 씨 가족은 일단 한국을 돌아갈 참이다. 이집트 정부가 외국인들을 자국 영토로 대피시켰지만 오랜 시간 머물게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고, 이들이 팔레스타인을 떠나 유일하게 재시작할 수 있는 곳은 7년 전까지 살던 한국뿐이다. “이집트도, 제3국도 저희 가족의 고향은 아니잖아요. 당장 먹고살 방법도 없어 막막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야죠.”인터뷰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기 위해 이들이 몸을 실은 승합차 한가운데에는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영아용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전쟁 속에서 이들을 버티게 한 또 다른 희망이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금은 너무 지쳐서 아무 말도 안 나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한 달 가까이 갇혀 있다가 1일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빠져나온 호주인 A 씨는 탈출 직후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보낸 e메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이 국경이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A 씨는 “25일간 생사를 오가는 위기를 여러 번 넘겼다”고 했다. 가자 출신 호주 국적자인 A 씨는 올 9월 가자 북부에 있는 고향에 갔다. 12년 만의 고향길이었다. 7, 10세 두 자녀도 동행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났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며 발이 묶였다. 이스라엘이 가자 북부 전역에 대피령을 내렸지만 휘발유를 구할 수 없어 A 씨 가족은 움직일 수 없었다. 며칠 뒤 불과 100m 거리에 있는 4층 아파트가 공습을 받아 흔적도 없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일가족은 일단 도보로 피란길에 나섰다. 수소문 끝에 겨우 택시를 구해 처가가 있는 남부 국경도시 라파에 도착했다. 라파 역시 연료와 식량, 식수가 바닥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남부 국경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A 씨는 “장인이 공습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가족들이 먹을 식료품을 배급받아 오곤 했다”고 했다. 전기와 통신이 제한돼 외부와의 소통도 어려워졌다. A 씨는 지난달 20일 인터뷰에서 “(외부와 통신이 끊길 거란) 불안이 크다”면서 “동네 사람들과 하루 한 시간씩 발전기를 돌려 스마트폰과 노트북 충전에만 전기를 썼다”고 공개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일 역시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빠져나온 한국인 B 씨 또한 대사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가족의 가자지구 탈출을 도와준 한국 정부와 대사관에 눈물 나게 고맙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남편을 둔 그는 남편, 세 자녀와 함께 천신만고 끝에 가자지구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일가족 5명의 국적은 모두 한국이다. 그는 “전쟁 발발 후 외국 국적자의 탈출은 가능하다는 말이 많아 희망을 가졌지만 탈출 직전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B 씨처럼 가자지구를 빠져나온 교민들은 이집트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당국이 탈출자 속에 하마스 대원이 섞여 있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이들이 오래 이집트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는 탓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본거지인 가자시티 진격을 눈앞에 뒀다. 이르면 2일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 진입하면 하마스 측과 고강도 시가전을 벌이겠지만 이 지역을 장악하면 7일 전쟁 발발 이후 상당한 전과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 난민촌인 자발리야 캠프를 이스라엘군이 이틀 연속 공습하며 사상자가 늘고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투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가자시티 진격 눈앞”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작전 지휘관인 이치크 코헨 준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병력은 가자지구 깊숙한 곳, 가자시티 입구에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군 대변인도 “지상군과 공군의 합동 작전으로 하마스 최전선 방어선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지상전을 개시한 이래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를 향한 진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공군의 사전 폭격으로 하마스 저항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밖에 주둔한 부대를 찾아 “하마스 땅굴을 공격해 테러범들을 땅굴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에 포탄, 미사일 등을 1만 발 이상 투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군 전사자도 이날까지 16명이 나왔다.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대가는 불가피하다. 끝까지 싸울 것이고 목표에 따라 (공격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민간인 살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틀 연속 자발리야 난민 캠프 일대를 비롯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자발리야에서 적어도 민간인 19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까지 가자지구 사망자는 8796명, 이 중 어린이는 3648명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난민 캠프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틀 연속 난민촌 폭격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휴전 아닌 교전 중지 필요” 전날 휴전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일시 전투 중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힌 미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날 미 미네소타주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랍비라고 밝힌 한 유대계 시민이 ‘당장 휴전(ceasefire)을 촉구해 달라’고 외치자 “교전 일시 중지(pause)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구금된 인질들을 빼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시민이 경비에게 끌려 나가면서 ‘당장 휴전하라’고 재차 외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인에게도, 무슬림에게도 매우 복잡하다. 나는 ‘두 개의 국가’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전쟁 2단계 목표 달성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은 ‘포스트 하마스’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통치해 온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어떻게 새 통치·안보체제를 확립할지를 뜻한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크리스 밴홀런, 리처드 블루먼솔 미 상원의원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주축으로 한 국제평화유지군을 가자지구에 주둔시키는 방안에 대한 초기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패한 뒤 하마스와의 내전에서 패해 쫓겨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다시 장악할 때까지 평화유지군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평화유지군에 미군은 포함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직접 지배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 튀르키예를 방문해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방안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뜻하는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본거지 가자시티 진격을 눈앞에 뒀다. 이르면 2일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가자지구 땅굴 파괴에 박차를 가하며 고강도 시가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가자지구 최대 규모 난민촌인 자발리아 캠프를 이스라엘군이 이틀 연속 공습하며 사상자가 늘고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투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가자시티 진격 눈앞”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작전 지휘관인 이치크 코헨 준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병력은 가자지구 깊숙한 곳, 가자시티 입구에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군 대변인도 “지상군과 공군 합동 작전으로 하마스 방어 전선을 깨뜨렸다”고 말했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밖에 주둔한 부대를 찾아 “하마스 땅굴을 공격해 테러범들을 땅굴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하마스 기습 공격을 받은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에 포탄, 미사일 등을 1만 발 이상 투하했다. 하마스는 죽거나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고 밝혔다.지난달 27일 제한적 지상전을 개시한 이래 가자지구 최대도시 가자시티를 향한 진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공군의 사전 폭격으로 하마스 저항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전사자도 이날까지 16명이 나왔다.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대가는 불가피하다. 끝까지 싸울 것이고 목표에 따라 (공격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과도한 민간인 살상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에도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틀 연속 자발리아 난민 캠프 일대를 비롯해 공습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자발리아에서 적어도 민간인 19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까지 가자지구 사망자는 8796명, 이 중 어린이는 3648명이라고 밝혔다.프랑스 정부는 이날 “난민 캠프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틀 연속 난민촌 폭격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휴전 아닌 교전 중지 필요”전날 휴전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일시 전투 중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힌 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날 미 미네소타주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 유대계 시민이 ‘랍비로서 당장 휴전(ceasefire)를 촉구해 달라’고 외치자 “교전 일시 중지(pause)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구금된 인질들을 빼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시민이 경비에 끌려나가면서 ‘당장 휴전하라’고 외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인에게도, 무슬림에게도 매우 복잡하다. 나는 ‘두 개의 국가’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전쟁 2단계 목표 달성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은 ‘포스트 하마스’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언급한 전쟁 3단계는 가자지구 새 통치·안보체제 확립을 뜻한다.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크리스 밴홀런, 리처드 블루먼솔 미 상원의원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주축으로 한 국제평화유지군을 가자지구에 주둔시키는 방안에 대한 초기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패한 뒤 하마스와의 내전에서 패해 쫓겨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다시 장악할 때까지 평화유지군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평화유지군에 미군은 포함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직접 지배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 튀르키예를 방문해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방안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뜻하는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최대 규모 난민촌을 공습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과 휴전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우리에겐 중요한 공격 작전이었다. 하마스 군 사령관과 다수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며 공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까지 “휴전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도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humanitarian pauses)은 가치가 있다”고 밝혔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에 재차 급파하기로 했다. 미국의 개입과 카타르의 중재로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25일 만에 처음으로 외국 국적자와 중상자에 대한 가자지구 밖 피란길도 열렸다.● 이 “필요한 공격” vs 주변국 “민간인 학살”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자발리아 난민 캠프 주택가에 F-16 전투기에서 미사일 7, 8발 가량이 투하됐다. 외신들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50명이 숨졌고 추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목격자를 인용해 “폭격 주변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는 약 11만6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캠프 8곳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 “필요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400여 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사령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제거했으며 다수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민간 건물들을 장악해 은신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선 “하마스 지휘관이 은신한 지하터널 주변 빈 공간을 타격했으나 터널이 붕괴해 인근 건물의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난민 캠프 내 군 지휘관의 존재를 부인하며 “민간인, 어린이, 여성을 학살한 끔찍한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주변 중동 국가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카타르 외교부는 “이번 공격은 민간인을 향한 학살이며 (카타르 등의) 중재 시도를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도 “무차별 공격은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인질 구출 등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전투 중단을 검토할 때다. 이는 양측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태 진화를 위해 3일 블링컨 장관을 다시 이스라엘에 급파한다. 전쟁 발발 후 지난달 11일, 16일에 이은 세 번째 방문이다. 영국, 캐나다 등도 일시 휴전을 촉구했다. ● 전쟁 격화 속 처음 열린 ‘외부 피란길’하마스는 1일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자발리아 대학살로 외국 여권 소지자 3명을 포함해 7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는 않아 반(反)이스라엘 여론 확산을 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세 강화로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지자 가자지구에 있던 외국인과 중상 환자에 한해 이집트로 떠날 수 있도록 이날 오후 라파 국경검문소가 개방됐다. 가자지구 밖으로 나오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따라 외국인 등 400명과 환자 90여 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구호 차량의 통행은 이뤄졌지만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가 미국과 협력해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 간 이번 합의를 중재했다. 다만 이는 미국 등이 언급한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한 일시 휴전’과는 다르다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다. 가자지구에서 휴전은 없을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0일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유엔이 지난달 27일 긴급총회 결의를 통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도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힘을 실어주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에 맞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네타냐후 “현 시점 휴전은 곧 항복”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진주만 폭격, 9·11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하마스와의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하마스, 테러, 야만성에 항복하라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정당방위’인 만큼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 수행 중 공격을 멈추면 하마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이스라엘은 이날 지상군을 증원하고,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외곽에 진지를 구축해 교전을 벌였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북으로 가자지구를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인 ‘살라알딘’에 주둔하며 도로를 봉쇄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포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최초 기습공격 당시 납치했던 여군 오리 메기디시 이병을 전날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을 통해 석방된 인질 외에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자력 구출한 첫 인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진입을 단계별로 확대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에 따른 성과임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수뇌부 사이에선 인질 석방을 위해 하마스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날 자체 방송 채널에 여성 인질 3명을 출연시키는 등 이스라엘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이 여성들은 방송에서 “집에 가고 싶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인질 석방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 지원’ 후티 반군, 사우디 공격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이 휴전 약 1년 6개월 만에 사우디를 공격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 군인 4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휴전협정 체결 후 발생한 첫 사상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9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미 해군이 요격한 이후 발생했다. 이 중 한 미사일은 사우디군에 의해 요격됐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사우디가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은 우방국 사우디에 대한 방어를 약속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의 회담 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가 및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파트너를 방어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관련 물밑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과 통화를 한 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카타르 정부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다, 가자지구에서 휴전은 없을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유엔이 지난달 27일 긴급총회 결의를 통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도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힘을 실어주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에 맞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도 공세 수위를 이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네타냐후 “현 시점 휴전은 곧 항복”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진주만 폭격,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하마스와의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 시점 휴전을 요구하는 건 하마스, 테러, 야만성에 항복하라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정당방위’인 만큼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 수행 중 공격을 멈추면 하마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이스라엘은 이날 지상군을 증원하고,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외곽에 진지를 구축해 교전 중이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북으로 가자지구를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인 ‘살라흐 알 딘’에 주둔하며 도로를 봉쇄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포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최초 기습 공격 당시 납치했던 여군 오리 메기디시 이병을 전날 지상 작전에서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을 통해 석방된 인질 외에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자력 구출한 첫 인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진입을 단계별로 확대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에 따른 성과임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수뇌부 사이에선 인질 석방을 위해 하마스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하마스는 이날 자체 방송 채널에 여성 인질 3명을 출연시키는 등 이스라엘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이 여성들은 방송에서 “집에 가고 싶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인질 석방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 지원’ 후티 반군, 사우디 공격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이 휴전 약 1년 6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 군인 4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휴전 협정 체결 후 발생한 첫 사상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9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순항 미사일을 미 해군이 요격한 이후 발생했다. 이 중 한 미사일은 사우디군에 의해 요격됐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사우디가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은 우방국 사우디에 대한 방어를 약속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회담 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가 및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파트너를 방어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관련 물밑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통화를 한 뒤 “미국 시민과 외국인의 출국을 확보하기 위한 카타르 정부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개시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전면전’ 대신 ‘소규모 연속 침투’를 통한 단계적 제거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 피해 우려로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번지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의 생명은 어떻게 되느냐’는 비판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거미줄처럼 퍼진 가자지구 내 480km의 땅굴 ‘가자 메트로’ 등으로 전면전에서의 신속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ABC 방송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이란 등 소위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의 참전 우려도 여전하다.● 전력 우위 살리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부터 가자지구 북서부 2개 도시로 탱크를 앞세운 지상군을 진격시킨 뒤 북부 일부를 점령했다. 27일 150곳, 28일 450곳, 29일 600곳 등 타격 규모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일시에 투입해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하마스 대원들이 숨은 땅굴 등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건물에 침투해 사살하는 등 제한적, 단계별 지상전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설치한 땅굴 내 부비트랩(함정)을 해체하고 주요 연결 지점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탱크와 군용차의 이동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공군, 포병 화력 등의 우위를 살려 하마스 지도부, 핵심 군사시설 등을 파괴하는 ‘외과수술식 타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30일에도 “병력이 하마스 집결지로 이동하다 바리케이드를 친 테러리스트들을 맞닥뜨려 드론 공격으로 20명 이상을 사살했다”며 공군 폭격과 지상군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의 임무에 대해선 “지상군에 공중 우산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 변경의 배경에는 민간인 인질의 안전이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현재 인질이 23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약 230명이 붙잡혔으며 이 중 50여 명이 이미 숨져 200명 미만일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많은 숫자다. 미국의 압박도 상당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형제 칼리드 빈 살만 국방장관도 30일 미 워싱턴을 찾아 확전 방지 등을 논의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줄곧 반대해 왔다.● 이번 주 헤즈볼라 전면 참전 기로 지상전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에 가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벌였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이후에는 교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다음 달 3일 대중 앞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하마스,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고위 간부와 회동한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번 전쟁 발발 후 공개 연설은 처음이다. 헤즈볼라는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나스랄라 지도자가 헤즈볼라를 상징하는 깃발을 응시한 후 지나가는 12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하나님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우리의 종들을 너희에게 보냈다”라는 꾸란(이슬람 경전)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참전 확대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 레바논 연정에 참여 중인 헤즈볼라의 참전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연정 파트너들은 참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개시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전면전’ 대신 ‘소규모 연속 침투’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 피해 등으로 세계 곳곳에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조성된 데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의 생명은 어떻게 되느냐’는 비판이 고조되자 단계적인 하마스 제거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거미줄처럼 퍼진 가자지구 내 480㎞의 땅굴 ‘가자 메트로’ 등으로 전면전에서의 신속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ABC 방송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이란 등 소위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의 참전 가능성 우려도 여전하다. ● 전력 우위 살리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부터 가자지구 북서부 2개 도시로 탱크를 앞세운 지상군을 진격시킨 뒤 북부 일부를 점령했다. 27일 150곳, 28일 450곳, 29일 600곳 등 타격 규모도 확대했다.하지만 현재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대거 투입해 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하마스 대원들이 숨은 땅굴 등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건물에 침투해 사살하는 등 제한적 지상전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설치한 땅굴 내 부비트랩(함정)을 해체하고 주요 연결 지점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가자시티 등 가자지구 내 주요 도시로 탱크와 군용차를 이동시키기 위한 이동로를 구축하고 있다.이를 두고 공군, 포병 화력 등의 우위를 살려 하마스 지도부, 핵심 군사시설 등을 파괴하는 ‘외과수술식 타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미르 아비비 전 이스라엘군 부사령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군은 어떤 모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사들은 50대의 비행기, 포병 등과 함께 기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 변경의 배경에는 민간인 인질의 안전이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인질 숫자가 239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약 230명이 붙잡혔으며 이 중 50여 명이 이미 숨져 200명 미만일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많은 숫자다.미국의 압박도 상당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형제인 칼리드 빈살만 사우디 국방장관도 30일 미 워싱턴을 찾아 확전 방지 등을 논의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줄곧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번 주 헤즈볼라 전면 참전 기로지상전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에 가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벌였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이후에는 교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다음달 3일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나스랄라 지도자는 최근 하마스,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고위 간부와 회동한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달 7일 이번 전쟁이 발발 후 공개 연설은 처음이다.헤즈볼라는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나스랄라 지도자가 헤즈볼라를 상징하는 깃발을 응시한 후 지나가는 12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하나님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우리의 종들을 너희에게 보냈다”라는 꾸란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의 참전 확대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 레바논 연정에 참여 중인 헤즈볼라의 참전 결정이 쉽지 많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연정 파트너들은 헤즈볼라의 참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전쟁 2단계’인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북부 일부를 점령한 데 이어 하마스가 만든 지하 터널 ‘가자 메트로’ 인근에서 양측 간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29일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을 사실했다”고 밝혔고, 하마스도 충돌 사실을 인정하는 등 지상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에도 하마스 무기 창고, 은신처 등 목표물 약 600곳을 타격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남아있는 주민과 병원 의료진 등에게는 남부로 대피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또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가자지구는 물론 북부에서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며 ‘2중 전선’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북부에선 레바논의 다수 테러조직을 무력화했고,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했다”며 “남부에서도 하마스의 무인기 공격을 차단하고 추가 지상전을 위한 방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공개했다. 헤즈볼라는 29일 성명을 통해 최고지도자인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가 다음 달 3일 오후 3시 연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7일 전쟁 발발 이후 침묵해 왔다.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과 국지전을 벌여온 헤즈볼라가 이날 연설을 계기로 공식 참전을 선포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밤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개전 이후 최대 폭격을 가하며 작전을 벌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전면전’ 등의 표현을 피했지만 사실상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7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2단계’ 전환을 선언하며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정부를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길고 어렵겠지만 우린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보병·기갑·공병부대와 포병이 가자지구 북부에 주둔 중이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첫 ‘제한적 지상작전’ 실시 사실을 공개하며 작전을 마친 부대를 철수시켰을 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전환 첫날인 27일에는 하마스 땅굴과 벙커 등 약 150곳을 폭격으로 파괴하고, 하마스의 공중전을 맡던 잇삼 아부 루크베흐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8일에는 하마스 지휘소, 대전차 유도탄 발사 원점 등 450곳을 더 타격하며 지상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역에는 확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는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의 미군기지 공격이나 참전 가능성에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이스라엘 “첫 타깃은 하마스 480km 땅굴”… 터널-벙커 600곳 맹폭 환기시설 갖춰 수개월 생활 가능최근엔 지휘소-의무실 등 시설 개선이스라엘 인질 일부 터널에 억류가족들 ‘인간 방패 내세울까’ 발동동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지하도시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가운데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인 ‘가자 메트로(Gaza Metro)’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지하철’ ‘미니 신도시급’으로 불리는 이 터널은 총길이가 약 480km로 서울 지하철의 1.5배로 알려졌다. 깊이도 30, 40m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곳곳에 미로처럼 건설된 이 지하 터널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가전을 수행할 수 없고 인명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선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차려 사실상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로 하마스에 붙잡힌 다국적 민간인 인질의 안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 환기-통신망 갖춰 수개월간 생활 가능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 밤 전폭기로 지하 목표물 약 150곳을 공습했다. 이 공습은 지하 터널과 벙커 파괴를 노렸다. 다음 단계 작전에 들어가기 앞서 하마스가 매복 공격에 활용할 터널을 제거하는 게 1순위였다는 얘기다. 다음 날에는 하마스 지휘소 등 450곳을 더 타격했다. 28일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측에 인계한 2005년부터 가자지구 곳곳에 지하철 노선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하 터널, 즉 ‘가자 메트로’를 구축했다. 특히 최근에는 콘크리트 내벽을 세우고 무기고, 지휘소, 의무실, 군(軍) 통신망, 환기 체계를 갖추는 등 터널 고도화 작업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지하에서도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다. 주(主) 터널은 오토바이 통행이 가능할 정도다. 개당 건설 비용은 최소 300만 달러(약 45억 원)로 추정된다. 이 터널을 이용하면 이스라엘, 이집트 등으로 언제든 침투할 수 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지하 테러도시에서 뿌리 뽑는 것”이라며 터널을 무력화해야 이스라엘에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 주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뇌부가 이 병원 입구를 통하지 않고 터널을 통해 지휘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여러 개 뚫어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지상전이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인명 피해가 큰 전면적 작전 대신 지하 터널 등 가자지구를 정리하며 하마스 숨통을 서서히 조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인터내셔널 에디터는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역을 한 조각씩 치우고(clear slice by slice)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상전에 속 타는 인질 가족 이스라엘군은 28일 기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230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약 50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인질의 생명이 이스라엘군의 맹폭과 지상군 투입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지상전 와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수감자는 663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움직이려는 심리적 테러”라고 일축했다.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대부분이 무장단체 대원이거나 동조자이며 이들을 풀어주면 추가 공격을 돕는 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튀르키예(터키) 공화국이 29일 건국 100주년을 맞았다.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가 정교분리, 여성 참정권 등 세속주의 서구화 정책을 통해 근대국가의 기반을 닦은 것과 달리 100년이 흐른 지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사진)은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이슬람 국가 부활’을 외치며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시도 중인 그는 건국 하루 전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열린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 집회에 참가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이슬람 세력을 선동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 약 150만 명의 군중 앞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두고 “이스라엘은 점령자이며 하마스는 테러조직이 아니다. 하마스는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무자헤딘(자유투사)”이라고 외쳤다. 그는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주요국 또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운집한 군중은 열광적 환호를 보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 등은 그가 전통적인 반유대 정서를 이용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예정됐던 이스라엘 방문 계획도 취소했다. 튀르키예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자국 내 이스라엘 외교관 보호에 소홀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주튀르키예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거센 시위가 벌어져도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최근 튀르키예에서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2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양국 관계를 재평가하겠다”며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독실한 수니파 신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했다. 이후 여성의 히잡 착용,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 금지, 주류 판매 규제, 언론 통제, 소수민족 쿠르드족 탄압 등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폈다. 동로마 제국의 문화유산이며 자신의 집권 전 박물관으로 쓰이던 ‘아야 소피아’도 이슬람 사원으로 바꿨다. 3선 총리에 오른 뒤 4선을 금지하는 집권 정의개발당 당규로 추가 집권이 어려워지자 2014년 튀르키예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의원내각제하 대통령 직접선거에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 이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제로 바꿔 집권을 연장했다. 이로 인해 세속화 정책을 주도해온 군부 등과와의 갈등이 커졌지만 2016년 쿠데타를 진압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올 5월 대선에서 또 승리해 사실상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27일(현지 시간) 밤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채 개전 이후 최대 폭격을 가하며 작전을 벌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이 ‘전면전’이나 ‘침공’ 등의 표현을 피했지만 사실상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네타냐후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7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2단계’ 돌입을 선언하며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정부를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길고 어려울 것이며 우린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앞서 같은 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군대가 그 땅(가자지구 북부)에 주둔 중이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첫 ‘제한적 지상작전’이라며 작전을 마친 보병·기갑부대를 철수시켰을 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폭격으로 하마스 땅굴과 벙커 등 약 150곳을 파괴했고, 하마스의 공중전을 맡던 이삼 아부 루크베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도 “가장 길고 야심찬 지상공격” “아주 대규모의 군사작전”이라며 지상전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중동 전역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는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의 미군기지 공격이나 참전 가능성에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총소리가 들리면 늘 죽음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스라엘 주민) “1948년 첫 나크바(아랍어로 ‘재앙’·당시 대규모 강제 이주를 말함) 이후 두 번째 나크바가 올까 두렵다. 이 땅을 떠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 1000명 이상을 학살하며 촉발한 중동전쟁의 오래된 근원은 사실 땅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표현을 빌리자면 더 정확하게는 ‘누가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있는 땅에 살 권리가 있는가’다. 이스라엘 땅은 어디서 시작하며 팔레스타인 땅은 어디서 끝나는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주변 중동 국가들은 100년 넘게 갈등과 충돌의 나날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복잡하고 뿌리 깊은 난제를 해결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동안 몇 차례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21세기 들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하마스의 유례없는 이스라엘 본토 침공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가자지구 공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반복되는 ‘피의 보복’을 더욱 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두 민족의 100년 분쟁사 속에서 이번 중동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들여다봤다.● 英, 팔레스타인 위임통치의 비극 역사학자이자 주미 이스라엘대사를 지낸 마이클 오렌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6일 전쟁’을 다룬 저서 ‘전쟁의 6일(Six Days of War·2002년)’에서 “가볍게 말해, 시오니즘(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이 없었다면 분쟁도 없었다”고 했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던 유대인들이 다시 시온(이스라엘)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온주의가 분쟁의 시초라는 것이다. 19세기 말 시온주의를 앞세운 동유럽 유대인들은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400년간 지배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쟁의 씨앗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싹텄다. 독일 편을 든 오스만 제국 제압을 위해 영국은 오스만 제국 지배에 저항하는 아랍 민족주의 세력과 자본을 쥔 유럽 유대계 세력의 지원이 필요했다. 영국은 1915∼1916년 오스만 제국에 봉기하는 조건으로 전후 팔레스타인에 아랍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맥마흔 선언’을 작성한다. 2년 뒤에는 유대 자본을 받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에 유대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밸푸어 선언’도 만든다. 결국 영국 뜻대로 패전한 오스만 제국은 해체되고 영국은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게 된다. 문제는 영국이 유대인과 아랍 민족에게 한 모순되는 약속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 갈등은 고조됐다. 1930년대 들어 독일 나치 정권의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피해 대규모 이주한 유대인들은 땅을 더 많이 매입해 정착촌을 늘려갔다. 두 민족의 무력 충돌을 우려한 영국은 1939년 백서(White Paper)를 통해 밸푸어 선언 효력을 사실상 폐기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나크바 2차대전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문제를 매듭지을 능력이 없던 영국은 막 창설된 유엔에 책임을 넘겼다. 유엔은 1947년 종교적으로 양측에 다 중요한 예루살렘은 국제 관리 아래 두고 나머지 땅을 두 국가로 분할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유대인 세력은 대부분 찬성했지만 아랍 세력은 ‘인구 대부분인 팔레스타인인에게 불리하다’며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각지에서 두 민족 간 유혈 충돌이 늘어났다. 영국 위임 통치 만료 다음 날인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이튿날 팔레스타인 세력과 힘을 합친 아랍 국가 동맹군이 이스라엘을 침공(1차 중동전쟁)했다. 하지만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잘 무장된 이스라엘이 승리하며 건국 당시보다 더 많은 영토를 장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70만 명이 고향을 떠나거나 이스라엘군에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팔레스타인인은 이를 ‘재앙’ ‘전멸’이라는 뜻의 아랍어 ‘나크바’라고 불렀다. 이들은 대부분 요르단이 장악한 서안지구와 이집트가 획득한 가자지구로 몰려갔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역사학자 라시드 할리디는 저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에서 유대인 정착 과정과 시온주의는 서구 열강을 등에 업은 식민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FP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을 때 주민들은 (나크바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피 명령에도 가자지구 북부 주민 수십만 명은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 떠나지 않고 있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등 주변 아랍국은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 1967년 6월 전쟁(6일 전쟁),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등으로 충돌했다. 모두 뛰어난 전략과 서방의 지원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서안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을 손에 넣었다. 그 결과 가자지구 등으로 유대인 집단 이주가 시작되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세력은 테러를 비롯한 유혈투쟁으로 맞섰다.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1964년 설립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대표적이다. PLO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학살, 항공기 납치, 폭탄 테러 등으로 팔레스타인 분쟁을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잇따른 화해 결렬과 가자지구 봉쇄 이제 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초점이 맞춰졌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기습 공격과 민간인 학살의 씨앗이 이때 잉태됐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불안정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도 가시화했다. 1978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수립하는 구상이 짜였다. 하지만 자치정부 수립 과정은 지지부진했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은 1987년 이스라엘 점령에 항거하는 1차 인티파다(봉기)를 일으켰다. 그해 이슬람 성직자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 존재 절멸’을 목표로 이집트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둔 하마스를 설립했다. 1993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공인하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라빈 총리는 이 협정에 반발한 이스라엘 극우파 청년에게 2년 뒤 암살됐다. 협정 결과 PA가 수립됐지만 이스라엘을 인정한 데다 부패 의혹 등으로 오히려 하마스가 지지 기반을 넓혀 갔다. 양측 유화파 입지는 줄어들었다. 2000년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이자 훗날 총리가 되는 아리엘 샤론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성지(聖地)가 모두 있는 동(東)예루살렘 이슬람교 알아끄사 사원을 방문하면서 두 번째 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충돌과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 5년여 지속된 유혈 분쟁을 끝내기 위해 2005년 미국 러시아 유엔 등이 중재에 나서 ‘중동 평화 로드맵’이 만들어졌다. 로드맵을 승인한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군과 정착민을 철수시켰다. 또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권리를 처음 인정했다. 하지만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PA에 승리하고 이듬해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스라엘 존재를 부정’하는 하마스에 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지중해 연안을 제외한 3면을 총연장 65km, 높이 6m 장벽으로 막고 주민 이동 및 물자 반출과 반입을 제한했다. 주민들은 실업률 50%라는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서안지구에는 오슬로 협정에 어긋나는 유대인 정착촌이 급격히 늘었다. 팔레스타인인 약 300만 명이 거주하는 이곳에 현재 이스라엘인 약 66만 명이 정착촌 200여 곳에 살고 있다. 2014년 7월 서안지구 정착촌 이스라엘 소년 3명이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 살해됐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2005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해 작전을 벌였다. 2021년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끄사 사원을 습격해 양측은 11일간 로켓 공격을 벌였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유로 “(이스라엘의) 알아끄사에 대한 적대 행위”를 들었다.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로 간주되는 이곳은 무슬림 아닌 사람은 특정 시간대에 정해진 구역만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립정부를 구성한 극우 성향 정치인 등이 미국 등의 만류에도 이곳을 찾으면서 하마스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해석도 있다.● ‘두 국가 해법’, 최선은 아니라 해도… 중동 전문가들은 알아끄사에 대한 적대 행위가 이스라엘 공격의 진짜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것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들의 관계 정상화가 분쟁을 먹고 사는 하마스와 그 배후인 이란에 모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중동 평화가 오면 하마스로서는 이스라엘과 아랍국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사우디와 중동 맹주를 다투는 이란은 아랍국가 사이의 외로운 섬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진다. 하마스와 이란의 이 ‘중동 평화 훼방’ 구상은 현재까지 먹혀드는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을 제외한 세계 여론은 하마스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판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비판으로 크게 나뉜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보면) 하마스가 오히려 승리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명분도 잃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봉쇄된 (가자지구) 공간에 폭탄 6000발을 퍼부어 어린이가 죽고 국제법이 흔들리며, 장기 봉쇄로 주민 삶이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국제사회가 잘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아프리카중동연구부장)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라는) 전쟁 2단계에 역점을 두고 기습 공격을 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시가전이 교착 상태에 빠져 민간인 피해만 늘어난다면 국제사회 여론은 더 나빠져 이스라엘이 ‘외교적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로를 “궤멸시키겠다” “파괴하겠다”면서 먼저 무기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볼 때 이번 전쟁이 곧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한국이스라엘학회장)는 “하마스에 있는 ‘후드나(장기 휴전)’ 개념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비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계략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다시 공격할 힘을 비축하기 위한 시간 벌이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이 수습된다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다시 땅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졌다면 지금까지 두 민족 분쟁사는 강도와 내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 미덥지는 않더라도 ‘두 국가 해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 교수는 “동예루살렘 귀속 문제나 난민 발생 우려 등으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두 국가 방안 말고는 답이 없다”며 “(지금 같은 방식으로) 섞여 살면 갈등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온건파 파타가 가자지구를 통제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 해도 하마스가 반대하면 가자지구 서안지구 이스라엘의 3국가 3체제 방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교수는 “지난 50년간 충분히 논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긴 더 어렵다.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군이 25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안으로 탱크, 보병부대 등을 투입해 하마스 진지를 공격한 후 철수했다. 이번 공격은 7일 전쟁이 발발한 후 가장 큰 규모의 가자 침투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측은 26일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전면적 지상 침공 시) 당신의 비극을 기쁨으로 바꾸겠다”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단계의 전투(대규모 지상전)를 위한 준비로 기바티 보병 여단 주도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며 밤사이 가자지구에 병력을 진입시킨 사실을 밝혔다. 이어 “탱크와 보병부대가 다수의 테러리스트 조직, (하마스의) 기반시설, 대전차미사일 발사 진지 등을 표적 공격했다. 병사들이 임무를 마치고 이스라엘 영토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탱크 여러 대가 가자지구 안쪽으로 진입하고, 목표물이 포격으로 폭발하는 모습을 담은 1분 9초짜리 흑백 영상도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25일 TV 연설을 통해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내각 결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몇 시간 후 전격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 주둔 미군의 안전을 위해 방공망 확충을 마칠 때까지 지상전을 수일 동안 미뤄 달라고 이스라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 급습은 이를 사실상 외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도 하마스에 억류된 민간인 인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상전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주장도 속속 제기된다. 같은 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대원 500여 명이 이번 공격 전 최소 수주간 이란에서 특수전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하마스 죽은 목숨” 네타냐후 연설 직후, 가자 장벽 부수고 급습 이스라엘軍, 가자지구 심야 공격美 만류에도 지상전 강행 태세WSJ “가자 축소판 만들어 사전훈련”땅굴 공격할 ‘스펀지 폭탄’ 준비 “가자지구 안팎, 땅 위 혹은 지하에 관계없이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TV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의사를 강조했다. 그날 밤 이스라엘군은 “다음 단계의 전투를 위한 준비”라며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지구에 탱크, 보병부대 등을 앞세워 전격 진입했다. 23일에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국지적인 교전을 벌였지만 대규모 병력을 앞세운 것은 처음이다. 7일 전쟁 발발 후 “하마스 궤멸”을 선언하며 지상전 개시 시기만 조율하던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과 압박에도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굳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탱크로 불도저처럼 장벽 밀어 이스라엘군이 2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1분 9초짜리 영상에는 장갑차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거나, 탱크가 포탄을 발사하자 가자지구 내 건물 등이 폭발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여러 대의 탱크가 불도저처럼 장벽을 밀어버리는 등 추후 보병의 진입 및 시가전에 대비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이번 작전을 “비교적 대규모의 지상 급습”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납치한 220여 명의 민간인 인질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가능성,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설치한 지하터널 등으로 자국 군 피해가 커질 가능성 등을 우려해 좀처럼 지상전 개시 시점을 잡지 못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 또한 지상전을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전쟁 전부터 낮은 지지율을 보였고, 전례 없는 참사로 안팎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전을 강행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25일 연설에서 “전후(戰後)에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사태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관계자 살레흐 알 아루리는 26일 성명을 통해 “적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저항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지상군 진입에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5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만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상전 개시와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 등이 전쟁을 격화시킬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틀 가자-스펀지 폭탄으로 땅굴전 대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이스라엘군이 남부 네게브 사막 일대에 일명 ‘리틀 가자(Little Gaza)’로 불리는 가자지구 축소판을 만들어 지상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8층 건물, 학교 등 600개의 구조물을 세웠다. 하마스의 비밀 땅굴, 이슬람 사원, 시장 등도 실제 가자지구 내부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특히 25일 모의 훈련 때는 좁은 거리와 미로 같은 터널로 침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검은 티셔츠를 입은 ‘가짜’ 하마스 대원이 투입돼 이스라엘군과 총격을 주고받거나 건물 창문 사이에서 테러범을 색출하는 훈련도 있었다. 이 인근에도 수천 명의 예비군이 대기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군이 지하터널에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스펀지 폭탄(sponge bomb)’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비닐봉지에 두 종류의 액체를 분리해 담아놓은 형태다. 액체를 분리한 금속 막대를 제거한 후 터널 입구에 던지면 두 액체가 섞이면서 폭발력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외에도 특수 공병대는 지상·공중 센서, 지표 투과 레이더, 지하에서의 시야 확보가 가능한 특수 장비 등으로 땅굴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면적인 지상전 개시에 따른 확전 우려 또한 여전하다.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협상이 무산되거나, 가자지구 주민 등 민간인에 대한 살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