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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남북한이 내놓는 메시지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읽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이자 북한 김정은 승계 첫해이기 때문이다. 1월 1일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2일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가 나온다.대통령 신년사에는 이 대통령이 22일 여야 지도부를 만나 “남북관계는 얼마든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밝힌 기조가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이 대통령이 큰 틀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신년사를 주목해서 보라”고 말했다. 전날 고위 당국자가 “천안함, 연평도 도발은 김정일이 최종 책임자”라며 후계자 김정은과 분리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단행된 5·24 대북 조치의 부분적 해제 등이 신년사에 담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관건은 하루 전에 나올 북한의 메시지다. 북한이 최근 기조대로 ‘불바다’ 운운하며 어깃장을 부릴 경우 남측 메시지도 수위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년사에 담을 각론을 고민하고 있다”며 “북한 신년공동사설을 보고 최종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를 신년공동사설에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던 만큼 주목할 만한 대남 메시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정일 업적 정리, 유훈관철 의지 표명이 70∼80%를 차지할 것”이라며 “상황이 변해도 대외적인 입장을 잘 바꾸지 않는 북한 특성상 대남, 대미 관계 언급은 원칙론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명분축적용 대남 유화 제스처는 있겠지만 겉치레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1월 1일 신년공동사설,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로 잇달아 대화 공세를 이어갔지만 소득이 없었던 ‘학습효과’도 있어 과감한 대화 메시지를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시 남측은 ‘천안함, 연평도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북한의 대화 공세를 외면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김정일 사망’ 정국을 맞아 미뤘던 정부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다시 받으면서 일상적인 업무 체제로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효했던 ‘비상근무 제4호’를 해제했다. 정부 부처는 이번 결정으로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해제했다. 하지만 외교 안보 국방 치안 담당 부서는 비상근무를 지속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당초 김정일의 영결식이 열리는 28일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상근무 제4호를 앞당겨 해제한 데 대해 “국내외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우려하는 문의를 해오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연말 서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비심리 위축요소를 조금이라도 덜자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권력체제 등장에 따른 대북정책 유연성 검토의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인복지의 중심은 가정이고, 가정의 시스템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말했다. 또 “노인들이 일자리를 고민할 때 본인이 쌓은 경력을 생각하면 생산적일 것이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는 “우리 가정이 화목해야만 우리 사회가 밝아질 것이다. 모든 직장, 공직사회도 가정친화적인 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몰고 온 회오리가 한국 정치의 ‘불통 문화’를 흔들고 있다. 한번 성사시키려면 몸살을 앓아야 하는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담도 하루 만에 성사됐고, 야당은 국회로 돌아와 연말 예산안을 합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국회는 22일 본회의와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비상 상황을 맞아 소임에 충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일 뻔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국정을 주도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외형적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합의처리 문화가 정착할지, 민생우선의 일처리 등 국민이 원하는 소통정치가 제 기능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청와대에 모인 여야 지도부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 김진표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마주 앉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회담이 하루 만에 성사됐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반응했다. 이 대통령이 2개월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의제로 야당 지도부를 초청했을 때 민주당은 “일방적인 한미 FTA 비준안 찬성 요구라면 의미가 없다”며 거부했다. 그만큼 김정일 사망 정국을 우려 속에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낸 기폭제가 된 것이다.이 대통령은 회동에서 김정일 사후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 위기상황 초기 단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 표시 △조문단의 제한적 허용 △전방지역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유보 결정을 그 사례로 들었다. 다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통화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후 주석은 우리뿐 아니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나라와도 직접 통화를 하지 않았다”며 거듭 소통에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6년 6자회담 당시 중국인들은 ‘북-중 정상 간에도 전화 통화는 않는다’고 할 정도로 전화 정상외교에 중국이 익숙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 사망을 인지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자 “북한 발표를 보고 알았던 게 사실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몰랐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사항이 있다. 하지만 억울하더라도 이를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요청한 △한미 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 및 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원혜영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하겠다. (조문 등에 대해) 정부가 적절히 대응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 대표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단체를 거론하면서 “북한 돕기에 나선 민간단체를 적극 활용해 북한과 신뢰회복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민간 차원 방북조문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6개월 만의 이명박-박근혜 독대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따로 배석자 없이 20여 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독대는 6월 3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국회 차원의 평양 조문(弔問)에 박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정부의 뜻에 따라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청와대를 떠난 뒤 기자들과 만나 “(독대 자리에서) 현 시국과 예산국회 진행과 관련해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한나라당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박 위원장에게 이 대통령이 적잖은 배려를 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북한 상황에 대한 비중 있는 정보가 공유됐을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평소 지론대로 서민, 복지 정책 강화와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크다. 박 위원장은 황영철 원내대변인을 통해 “회담 내용 중 밖으로 말씀 내놓지 못할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민감한 정치적 내용이 오갔을지도 관심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위원장 중심의 당 운영에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정운영에 있어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한편 박 위원장이 이날 출판기념회를 연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이재오 전 특임장관에게 축전을 보낸 것도 화제였다. 박 위원장은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이 의원님이 미래 희망 책임의 정치를 통해 우리 정치와 국가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다. 박 위원장이 화합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이명박 정부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후 내년 상반기 정식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정당대표를 만나 “(며칠 동안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 보이기 위함이고 북한도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 “김정일이 최종 책임자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책임자인 김정일은 죽었지만, 김정은이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는 확실한 정보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명확하게 김정은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을 구분해 설명한 것이다. 다시 말해 김정일이 사망함으로써 천안함 연평도 사건 사과 문제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이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남북관계를 원하느냐, 비핵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하고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넓어질 것이다. 지금은 ‘관망 모드’다”고 말했다.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가 출범할 2012년에 한반도의 역사가 새로 쓰일 것이란 점에서 민족의 장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큰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란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 MB “정부 조치, 北적대시 않는다는 것 보여줘”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를 부인할 게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 체제가 부자손(父子孫) 3대 세습, 주민의 굶주림, 폭압정치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현 상황의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의 이런 기류는 핵무기 개발,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 도발행위를 단호히 규탄해 온 그동안의 원칙을 훼손시킨다는 보수 지지층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형성된 것이다. 한 참모는 “북한의 변화를 도모할 새로운 창이 열린 지금 타이밍을 놓친다면 ‘더 큰 손실’이라는 생각에 이 대통령이 끌리고 있다”며 “실제 청와대 내엔 보수층의 비판을 받게 되겠지만 피해가지 않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다만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는 “유연성이 필요한 국면은 맞았지만 아직 북한의 태도를 엿볼 단서가 없어 방향은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년사(1월), 김정일 탄생 70년(2월), 김일성 탄생 100년(4월)을 통해 북한이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구상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이 대통령이 신년 연설을 한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유연한 대북인식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남은 10일 안팎의 기간에 북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 변화의 틀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김정일 사망 이후 진행한 토론을 통해 ‘안보위기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청와대가 김정일 사망 정국에서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안보위기 국면을 맞아 최고지휘관인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 시시콜콜하게 설명될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자칫 민감한 시기에 국론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일 사망 사실이 확인된 19일 청와대 입장을 짧게 설명한 후 기자들의 각종 질문에 “이미 발표하고 설명한 내용 이외에 추가로 제공할 정보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20일 김정일 조문 여부에 대한 정부 담화문 발표를 앞두고는 아예 대통령수석비서관급 고위 참모들에 대한 전화 취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정부 담화문 발표 일정도 3분 전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류 장관은 2∼3분간 담화문을 읽은 뒤 발표장을 떠났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말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이리저리 설명하지 않는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청와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벌어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초기 상황 관리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천안함 폭침사건 때는 고위 참모가 “북한의 소행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해 불필요한 논란을 빚었다. 나중에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연평도 포격도발 당일엔 이 대통령이 마치 “확전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와 여론의 호된 비판을 샀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관련해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 정상들을 통해 들어 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알게 됐더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19일 낮 12시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파악한 것처럼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조차도 그 시점에 알았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7대 종단 대표들을 만나 “국론 분열을 막도록 종교계가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최근덕 성균관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가 19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최고위급 인사로부터 ‘한국이 북한 방송을 보고 알았다지만 우리도 한국보다 먼저 알지 못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18, 19일 이틀에 걸쳐 장쑤(江蘇) 성으로, 대북외교의 핵심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9일 아침에 미얀마 출장을 떠난 것이 중국 정부도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층에게만 김정일 사망 사실을 전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오전 10시엔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설명하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에서 원혜영 공동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나온다. 당초 청와대 회동엔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빠졌다. 선진당 문정림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이 선진당을 제외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는 자당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정치행태”라며 “청와대가 민주통합당에 끌려다니며 결정을 번복한 것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도 “청와대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만 상대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통합진보당은 일정한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청와대가 큰 세력과만 이야기하고 작은 세력과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통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혜영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민간 조문단 범위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중심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민주통합당 측은 설명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사망’ 확인 보도가 나온 이튿날인 2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의 일반주민’을 향해 위로의 뜻을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자체에 대한 공식적인 조의(弔意)를 내놓지는 않았다.정부는 또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 차원의 방북 조문도 불허할 방침을 밝혔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한해서는 방북을 허용하기로 했다. 북한은 과거 깊은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각각 2009년, 2003년 숨졌을 때 공식 조문단을 서울로 보낸 바 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 예상된다.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가 끝난 직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 담화문을 발표했다.청와대는 이날 장관회의 전 북한 주민과 한국민을 동시에 겨냥한 담화문을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남남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큰 원칙이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등 자문교수단 8명과 조찬 회동을 갖고 ‘조문 논란’을 넘어서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 담화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유연한 대응을” vs “독재자 조문 안돼”… 고육지책 선택 ▼또 “정부는 조문단을 안 보내기로 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 전 회장의 유족에 대해서는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여사는 정부 발표를 듣고 “정부가 정말 잘했다. 우리가 가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정부가 나름대로 신속하게 방침을 정한 것은 조문 여부를 놓고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론분열을 막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평가다. 담화문은 ‘보는 각도’에 따라 공식 조의를 삼갔다고도, 우회적 조의를 표했다고도 해석될 수 있게 작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기 국면에서 국론분열은 최악”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사실 정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선 2030세대의 정서를 감안해 “조문 문제에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접수됐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에 젊은 세대가 불안해하는 만큼 최소한 이명박 정부가 ‘상황 관리’에는 성공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나름대로 중립적 방안을 취했다. 가깝게는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멀게는 아웅산 테러(1983년), KAL기 폭파사건(1987년)에 대한 김정일 책임론을 감안해 그를 직접 언급한 조의는 표할 수 없다는 쪽으로 정리됐다.정부는 통상 12월 23일 시작되는 전방지역 초대형 성탄절 트리의 점등을 자제하도록 기독교계에 건의하겠다는 뜻도 담화문에 담았다. 북한은 그동안 수십 m 높이의 초대형 성탄절 트리의 화려한 불빛이 전방에 배치된 북한군과 주민에게 자극적이라는 점에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해 왔다. 김정일 영결식이 열리는 28일에 화려한 불빛을 북쪽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다.군 당국은 이날 군 선교연합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교계에 이러한 뜻을 전달했고, 수용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점등 유보 기간에 대해 ‘금년에는’이란 표현을 썼지만 ‘올겨울’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트리는 1월 중순까지 불을 밝혔다고 한다. 정부 내에서는 한때 “영결식이 끝나는 29일부터는 재점등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담화문에는 전날에 이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안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유지해주기 바란다”는 국민에 대한 당부가 빠지지 않았다. 류우익 장관은 또 “군은 비상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북한에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흔들림 없는 상황장악력을 강조했다.정치권은 정부의 결정을 대체로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한나라당은 정부 담화문 내용에 대해 조의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도 북한 주민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뉴스가 나온 첫날 조의를 밝힌 민주통합당은 “정부가 북한 주민에게 위로를 보낸다는 조의를 표명한 것은 참으로 잘한 것이다. 남북관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원혜영 임시 공동대표는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양당의 동시 방북 조문’ 가능성을 타진할 생각이지만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북이 불허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아직 불허가 확정됐다는 말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희호 여사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주역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방북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과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 노 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권 여사가 함께 방북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 여사의 생각”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결정할 일인 만큼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정부 담화문 全文 ::국민 여러분, 정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지 않도록 우방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가면서 상황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현재 우리 군은 비상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북한에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국민 여러분께서는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안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정부는 북한이 애도기간에 있는 점을 감안하여 12월 23일로 예정했던 전방 지역에서의 성탄 트리 점등을 금년에는 유보하도록 교계에 권유하기로 했습니다.국민 여러분께서는 현 북한 상황과 관련하여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이어서 조문단 방북에 관한 통일부의 방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하였습니다.다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하여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19일 ‘김정일 사망’이 초래할 수 있는 안보위기 국면을 맞아 비상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군 당국은 주한미군과의 협력 강도를 높이되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은 현재의 3단계에서 격상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전인 이날 오전에는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정부 관계자는 “군 당국이 추적해 온 사안으로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로 추정된다. 김정일 사망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KN-06 단거리미사일로 약 100km를 날아 동해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섰다.▼ MB, 긴급안보회의 소집… ‘워치콘’은 3단계 유지 ▼이 대통령은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3개 정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초당적 대처를 당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유동적인 상황임을 감안해 회동 일정을 연기했다.○ 이 대통령 “평화와 안정” 강조이 대통령은 19일 오후 3시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고 국제사회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내년 경제전망치가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가신용도가 영향 받지 않아야 한다”며 “연말연시에 경제, 특히 소비가 위축되면 서민생활에 영향이 큰 만큼 국민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각 부처가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동요 없이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밝혔다. 또 복지근로자 격려 일정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20일에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연기했다.이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후 2시), 노다 일본 총리(오후 2시 50분)와 잇따라 통화하며 한미일 3각 공조 의지를 다졌다. 또 오후 5시쯤에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향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중국 정부와는 이날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중 간 조율은 정상끼리가 아닌 양국 외교장관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 공조체제 강화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오후 합참에서 긴급 회동해 한미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서먼 사령관은 오후 3시 20분경 합참 지휘통제실을 찾아 40분간 북한 및 북한군의 동향 정보를 공유하고 양국 군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워치콘’을 3단계로 유지해 안정적인 군사태세를 취함과 동시에 양국 연합감시자산을 증강 운용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지도자가 사망해 북한 내부에서도 충격이 있는 만큼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하지 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 초소에 조기가 게양된 것으로 관측됐지만 도발로 판단할 움직임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당국, ‘실물경제 관리’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생필품 사재기 등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정부는 제1차관을 팀장으로 6개 반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비상대책팀을 당분간 운영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긴급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북한 리스크에 따른 산업시설 점검 및 경제정책을 모니터링할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북한으로부터 해킹,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 각종 인터넷 침해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사이버 위기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 국민의 안위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대외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행정안전부는 이날 공무원 비상근무 제4호를 발령했다. 모든 공무원은 연가를 자제하고 행안부 장관이 통보하는 내용에 따라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행안부는 이번 비상근무 명령에 따라 정부 부처의 실·과·팀별로 필수인력 1명 이상은 24시간 근무하도록 했다. 서울시도 오후 2시부터 24시간 비상대비체제에 돌입해 정수장, 지하공동구, 주요 통신시설과 지하철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김정일 사망’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보수집 및 판단 능력의 부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북한이 ‘특별 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10시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안보 당국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중대 방송’은 이따금 나오는 반면 ‘특별 방송’ 형식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예후였다.하지만 청와대의 움직임에선 급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통령은 71세 생일을 맞아 아침에 참모들과 케이크를 잘랐다.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북한 동향을 논의했다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이 대통령이 낮 12시 조선중앙TV ‘특별 방송’을 직접 시청했는지, 방송 전에 김정일 사망 소식을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그 시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결국 “청와대는 몰랐다”는 게 좀 더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망 시간인 17일 오전 8시 반부터 무려 51시간 반 동안 북한의 권력 공백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정보 부재 속에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4시간 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정승조 합참의장도 안보위기를 상정한 행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 장관은 오전 내내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국방개혁법안을 논의하다가 낮 12시 20분 국방부 상황실로 돌아갔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전방부대를 순시하던 중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귀경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마침 18일 맹장수술을 받았고 병가를 하루 쓴 뒤 20일 출근한다.정보 전문가들은 “후계구도가 안정화되기 전 상황인 만큼 김정일 유고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졌을 것”이라며 불가항력이란 점을 호소하고 있다.실제로 북한의 미국 내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북한 유엔대표부도 TV 보도 이후에야 사망 사실을 알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현지 시간 일요일 오후 11시에 나온 깜짝 뉴스 직후 현지 언론의 방송카메라에 유엔대표부 소속 북한 외교관들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던 것이다.그렇다고 해도 한국 정보당국이 중국이나 미국 등 주요국과의 정보공유가 아니면 북한 내부의 민감한 사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1차 북한 핵실험 계획도 북한이 중국 등 제3국에 알려준 것을 전달받는 방법이 유일한 창구였고, 2차 실험 땐 그나마도 정보를 받지 못했다. 올 5월 20일 김 위원장의 중국 동북 3성 방문 때도 우리 정부는 출발 이후 4, 5시간 동안 “3남인 김정은이 동행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다가 비판을 자초했다.한미 간 정보공조가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도 김 위원장의 사망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사전 통보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 CNN은 중국 정부가 김정일 사망을 미리 알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전 통보를 묻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오후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전 군은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위기조치반 및 작전부서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경계태세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비상경계태세 강화조치를 하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현재 전방지역의 북한군이나 북중 국경지대에서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휴가와 여행 등이 엄격히 제한되며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전체 재외공관에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1시 현재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지하 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점심 식사를 취소하고 급히 청와대로 들어와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이 대통령은 이날 교토(京都) 영빈관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양국은 공동번영과 역내 평화, 안보를 위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해 한국과 일본의 미래관계에 걸림돌이 생겨선 안 된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한일정상회담 발언 90% 위안부에 할애 ▼양국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종종 거론됐지만 이날처럼 이 문제만 고강도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57분 동안의 회담에서 의례적 인사말을 제외한 발언의 90%를 위안부 문제에 할애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노다 총리는 이에 “(한일 수교협상 때 완전히 종결된 사안이라는) 우리의 법적 입장은 반복하지 않겠다. 일본은 인도주의 배려를 해 왔고 앞으로도 인도주의 견지에서 지혜를 내겠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한 걸음 더 나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가 세워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께 철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안 일어났을 일로,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 한분 한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평화비가 세워질 것”이라고 맞받았다.그러자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 뒤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이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일 정상 만찬이 시작되기 전 수행원 대기 장소에서 겐바 외상이 비공식적으로 얘기를 걸어왔다”면서 “겐바 외상은 독도 구조물 설치와 국회의원 방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했다.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7일 오사카 동포간담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영원히 한일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교토=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뒷북 반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정상회담 직후 노다 총리는 자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17일 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이 청와대 외교안보 책임자를 만나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이 대통령의 압박으로 끝나자 일본 우익을 의식해 ‘일본 정부도 할 말은 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청와대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반응했다. 한일 정상 만찬이 시작되기 직전 수행원들이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겐바 외상이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비공식적으로 말을 걸어온 것을 마치 ‘회담을 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당시 겐바 외상은 “독도에 한국 정치인이 방문하고 접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고, 우리 당국자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겐바 외상이 맞불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내부조율을 거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내에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일본 언론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체로 문제 제기 사실 전달에 그치면서 양국 관계 강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고 분석했다.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올 들어서만 벌써 열여섯 분이 돌아가셨다. 이제 63명이 남았고, 평균 나이가 86세나 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계치를 인용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전통 사찰인 료안지(龍安寺)를 함께 산책하는 일정은 당초 예정된 25분의 절반으로 축소돼 팽팽했던 회담 분위기를 엿보게 했다.○ 이 대통령, “제2, 제3의 평화비 세워질 것”이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두고 “과거를 잊지 말되 미래로 가자”는 톤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에게 “일본 정부가 인식을 바꾸면 당장 해결할 수 있다. 법 이전에 국민 정서의 문제”라고 강조했고,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소녀상) 철수를 요청받았을 때는 “성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제2, 제3의 평화비가 세워질 것”이라고 받아쳤다. 평소 일본을 중국의 ‘거친 굴기(山+屈 起)’를 함께 넘어갈 파트너로 여겨온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었다.이 대통령은 회담 이틀 전인 16일 청와대에서 최종 점검회의를 열어 발언 수위를 최종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는 △군위안부 문제는 양국 외교실무자가 아니라 한일 정상끼리 해결할 문제이며 △차가운 ‘법률의 문제’ 대신 ‘한민족의 한(恨) 보듬기’로 접근하며 △일본이 강하게 원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할 수 있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대통령의 결심 배경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가 흔들릴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군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과정은 복합적이다. 우선 8월 “정부가 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손놓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행정 부작위’ 판결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이 대통령은 이후 9월 뉴욕에서 노다 총리와 약식 회담을 했고, 10월 서울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3국에서 열렸거나 손님으로 모신 회담에선 엄중한 문제를 꺼내기가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토 회담이 군위안부 할머니의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은 주말에 열렸다는 점도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작심 발언을 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이 대통령은 올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참석차 원전 피해가 난 후쿠시마 지방을 방문했을 때 과거사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적잖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일본 측이 ‘독도 이야기를 꺼내겠다’고 해 청와대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 역대 정부는 현실의 한계 절감위안부 문제가 정상외교 차원에서 처음 불거졌던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14일 1000회를 맞은 수요 집회도 이때 시작됐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는 서울에서 “과거 일본의 행위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반성과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일본은 이른바 1965년 ‘김종필-오히라 각서’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식민지 배상요구는 완전 종결됐다는 주장을 반복했었다.김영삼 정부는 진실 규명과 사과는 요구하지만 배상 청구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일본에서 진실을 밝혀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금과 영구임대주택 우선입주권 지급 등 경제적 배상은 정부가 맡았다.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연행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교훈 삼겠다는 의지표명을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그 대신 일본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라는 민간기금을 만들어 편법이란 비판을 샀다.김대중 정부에서는 정상외교 차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초강경 외교로 일본과 대립했으나 위안부 문제는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평가다.교토=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사진)는 16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다가 순직한 이청호 경사의 인천 자택을 찾아가 유가족을 위로했다. 부인 윤경미 씨는 12일 발생한 사고 이후 쇠약해진 탓에 김 여사가 머문 20여 분 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여사는 유족에게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해 얼마나 놀라셨느냐. 나라를 위해 일하다 돌아가셨으니 나라와 국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사고 발생 후 두 차례 쓰러져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버틴 윤 씨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세 남매에게 “아버지께서 훌륭한 일을 해오셨다”며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나를 할머니라 생각하고 언제든 연락해라. 할머니도 전화하고 항상 관심을 갖고 의지가 되어주겠다”고 격려했다. 아이들은 “네”라고만 답할 뿐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이길호 청와대 온라인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이 경사의 가족들이 해경 관사 운영규정에 따라 향후 2개월 내에 관사를 비워야 할 것으로 알려진 부분을 언급하면서 “사실과 다르다. 걱정하지 말라”며 관사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수행한 순길태 인천해양경찰서장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꼼꼼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대비해 농축수산업 시설 현대화에 매년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 전략품목 육성을 통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고, 농협 개혁을 통해 국내 농산물 유통망도 개선하여 물가 안정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2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농식품부는 먼저 잇단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뿐만 아니라 호주, 콜롬비아 등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국내 농업계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자생적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앞으로 10년간 농어업 시설 현대화에 연평균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낙후된 시설 때문에 가축 질병 발생에 취약한 축산 분야 등에 현대화 자금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농식품부는 인삼, 파프리카, 굴, 막걸리 등 25개 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해 올해 76억 달러 규모인 농식품 수출을 내년엔 100억 달러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종자 산업, 관상어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분야 신성장동력 산업도 확충해 장기 수출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한편 농식품부는 국내 물가 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 변동의 폭을 줄이기 위해 농협의 유통 판매 역량을 강화하는 농협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50%가 농협을 통해 판매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고 “농촌이 선진화돼야 진정한 선진사회가 된다”며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고 정책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농촌에 대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단지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 농민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마주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점이 절묘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열고 있는 집회가 1000회를 맞은 바로 그 주말이다. 이번 교토 방문은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16일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여 온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한일 정상회담 때) 그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의 앞날을 위해 정상끼리 본격적으로 논의해 넘어야 할 숙제라고 이 대통령은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발언’이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발언 수위를 놓고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일, 한중 관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이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가장 쉬운 선택은 일본을 몰아붙여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말을 꺼내는 것이다. 우파의 눈치를 보는 일본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고,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지지율을 높이는 부수 이익도 챙길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일본 역사문제를 놓고 자주 꺼내 들었던 카드다. 하지만 이 대통령으로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간 과거사 충돌을 가장 즐길 쪽은 베이징이라는 점도 이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교가에선 종종 “한일 간 틈새가 벌어지면 베이징은 숨어서 웃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덜 자극적인 수사(修辭)로 미래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무라인은 ‘나꼼수’식의 3류 조롱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한때 ‘방일 연기’까지 검토했으나 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칠게 굴기(山+屈 起)하는 중국을 앞두고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변함없지만 과거사를 제쳐놓는다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라는 게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MB(이명박 대통령) 맨’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때 여권 초강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자기희생을 통해 변혁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시점에 공개된 이 대통령의 생각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이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변화에 나서 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여권 초강세 지역’은 서울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 강동갑, 양천갑, 경기 성남 분당갑·을 등 수도권 10곳과 대구·경북 지역일 것이라는 해석이 청와대 내에서 나온다. 현재 MB 맨 중에선 박형준 전 대통령사회특보가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수영을 다지고 있다. 이동관 전 언론특보도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이상휘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각각 대구와 포항에서 출마할 의지를 밝힌 상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쉽게 당선되려 하지 말라는 뜻이지 특정 지역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한나라당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멤버들이 20일 청와대를 방문해 비서관과 행정관 등 300여 명을 상대로 풍자극을 펼친다.15일 청와대에 따르면 초청된 개콘팀은 ‘비대위’ 등 2개 그룹이다. ‘비대위’는 경찰 간부 역할을 맡은 개그맨 김원효 씨가 경찰이 왜 10분 만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을 구출해낼 수 없는지를 “안 돼” 하며 빠른 어조로 설명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사회풍자 프로다.‘나눔 콘서트’로 이름 붙은 이번 행사는 개그맨 박성호 씨 사회로 진행되며 장애인 합창단 혹은 어린이 핸드벨 공연단도 별도의 공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직원들의 모금을 위한 행사지만 비대위 등 개콘팀이 사회현실을 반영한 공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청한 소외계층을 감안해 재미도 추구하겠지만 ‘따끔한 비틀기’ 공연을 통해 청와대 참모들의 소통 지수를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좌절과 불안에 싸인 젊은 세대가 어떤 것에서 웃음을 찾는지를 민감하게 살펴 온 개콘팀 개그맨을 초청하기로 했고, 그 가운데 ‘비대위’팀을 우선 초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가 그동안 정부부처 사이의 관할 다툼 등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청와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부쩍 젊은층과의 소통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14일에는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7, 18일 일본 교토를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14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다자외교 참석 이외의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09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정상회담 계획이 출국 사흘 전 발표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양국은 일찌감치 정상회담을 준비했지만 지난달 말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의제에 포함할지를 놓고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14일은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개최해온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는 날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이 어떻게 언급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가 8월 30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두 차례 양자 협의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 적극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사건이 터진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부담이 된다. 12일 발생한 중국 어부의 한국 해경 살해사건이다. 중국의 ‘몰염치 외교’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부상(浮上)하는 중국이 거친 외교를 계속하고 있어 한일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비’를 설치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관방장관이 나서서 철거를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 정부는 “1000회 평화집회를 연 피해자의 간절함이 담긴 것”이라며 철거를 거부했다. 양국 정부는 정상회의 의제에 군 위안부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민의 한국 해양경찰 살해사건을 놓고 정작 가해자인 중국 정부는 ‘고자세’, 피해자인 한국 정부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만 존중할 뿐 주변 국가들을 무시하는 듯한 중국 정부의 오만한 ‘중화(中華)주의’ 외교 행태를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한국 정부의 고질적인 ‘사대(事大) 무기력증’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해경 특공대원 고 이청호 경사(40) 피살사건 하루 만인 13일 낮 12시 반에서 오후 1시 반 사이 베이징(北京) 소재 한국대사관에 새총 또는 공기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직경 7mm 안팎의 은색 쇠구슬이 날아들어 대형 강화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본 곳은 대사관 내부 경제동(棟) 1층 남쪽 코너에 있는 직원 휴게실로 약 5mm 두께의 대형 강화 유리창에 작은 동전 크기의 구멍이 뚫렸으며 구멍 주위로는 방사형으로 길게는 1m가량의 금이 10여 개 생겼다고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밝혔다.망치로 쳐도 파손되기 쉽지 않은 강화 유리가 손상될 정도로 파괴력이 강했던 만큼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대사관 측은 판단하고 있다. 1992년 주중 한국대사관 개관 이래 공격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14일 오전 이 사건이 언론에 먼저 보도된 뒤에야 피해사실을 공개했다.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에 온 첫 보고시점도 14일 오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도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이날 점심 무렵까지 한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중 대사관이나 외교부가 늑장 보고를 했거나 우리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보고를 받고도 쉬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외교부는 “13일 주중 대사관으로부터 구두 보고를 받았고, 14일 전문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 中 앞에만 서면 기죽는 한국 외교… 中 무례 외교 키웠다 ▼이번 해경 살해사건을 포함해 중국 정부는 시종 ‘무례 외교’를 반복해 왔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해경 살해사건이 나고 하루가 지난 13일에야 “불행한 사건이다.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따른 것이었고, 유가족에 대한 조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 관광객, 한국인 남편의 폭력으로 숨진 베트남 신부를 위해 한국 외교부가 빈소를 찾아 위로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10월 중국 어민의 흉기 난동으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진압했을 때 중국은 “한국의 ‘문명적인 법 집행’(文明執法·문명집법)이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논평을 냈다.이런 중국의 고압적 자세의 배경에는 자신이 상대해야 할 강대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한국 외교관의 태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우리 외교관들이 워싱턴과 베이징을 상대할 때 네트워크를 맺는 데만 매달려서야 되겠느냐”며 ‘관계 우선-전략 나중’ 행태를 지적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여권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한중 양국의 비대칭적 외교관계는 단적으로 양국 대사의 격(格)에서부터 알 수 있다.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는 부임 직전에 외교부 판공청 주임을 역임한 국장급 인사다. 반면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는 외교차관을 지낸 장관급(14등급) 외교관이다. 전임 류우익 대사는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중국은 지난해 주북 중국대사로 차관급을 임명해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자국 이익을 따지느라 과학적 진실은 외면한 채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로 일관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해경 살해 및 쇠구슬 피격 사건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선 “사람이 죽어도 쉬쉬했는데 그깟 쇠구슬 따위야”(s5414)라는 냉소부터 “진저리가 처진다. 이건 대한민국에 총을 쏜 것이다. 주권은 이미 침해당한 게 확실하다”(JeonInSeong) 등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14일에도 보수단체의 항의시위는 계속됐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200여 명(경찰 추산)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해경 살해한 중국 해적 조업 만행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날에 이어 중국대사관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전날처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거나 대사관에 계란을 던지지는 않았다. 내년 1월로 추진해 온 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인사는 “중국 정부의 오만함으로 나빠진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과연 정상적으로 방중이 성사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한국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건의 추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