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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 씨(35·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팀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이때 소주 5, 6잔 넘게 마실 때가 많다. 집에 일찍 들어온 날에는 아이를 재운 뒤 남편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게 일상이다. 김 씨는 “평소 회사일과 육아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집에서의 맥주 한잔”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11일 발표한 ‘201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하는 성인 비율은 10명 중 4명(39%)이었다. 2016년(39.3%)과 비슷한 결과다.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 여성은 5잔(마시는 술의 잔 기준) 이상 마시면 폭음이라고 규정한다. 지난해 남성은 2명 중 1명(52.7%), 여성은 4명 중 1명(25%)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했다. 폭음 비율을 연령대로 보면 남성은 40대(59.1%), 여성은 20대(45.9%)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음주율이 정체된 가운데 여성의 음주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의 폭음 비율은 2013년 21.9%에서 지난해 25%까지 증가했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데다 스트레스로 술을 찾는 일도 많아졌다”며 “주류 회사들이 여성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흡연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국내 성인 흡연율은 22.3%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낮아졌다. 정부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19세 이상 성인 남자 흡연율은 지난해 38.1%로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39.4%)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흡연경고 그림 규정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밖에서 식사하는 등 외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 하루 1회 이상 외식률은 32.6%로 2008년 24.2%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18년 6.7%로 2017년 6.4%에서 조금 올랐다. 특히 2016년까지 낮아지던 여학생의 흡연율은 2017년(3.1%)과 2018년(3.7%) 2년 연속 높아졌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청와대가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 초안 유출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실무자 2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기록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국민연금 개선안이 청와대와 협의 없이 언론에 먼저 공개되자 유출자 색출에 나선 것이다.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제 복지부 연금 실무자들 전화가 꺼져 있었는데 오늘 통화를 해보니 ‘청와대가 국·과장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적법한 절차를 통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냐. 이렇게 강압적인 조사에 나서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박 장관은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정부안을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제도 개선안 일부가 하루 전인 6일 밤 언론에 먼저 보도됐다.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자문안이 공청회 전에 유출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연금 보험료 인상과 같은 민감한 내용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외부에 알려지자 청와대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감찰 활동의 일환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며 “특별감찰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부 내 의견 수렴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이 먼저 외부로 흘러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출된 내용이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 위주로 돼 있어 이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8월 제도발전위의 자문안이 사전 조율 없이 보도됐을 때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높인다거나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춘다는 등의 방침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알려진 연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복지부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김철중 tnf@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에 퇴짜를 놨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8개월간 개선안을 마련해온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들은 “덜 내고 더 받는 방법은 없다”며 “현재 대통령이 가진 인식으로는 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안 보고를 받은 뒤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이 갖고 온 방안이 국민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보고한 국민연금 개선안에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보험료율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를 올리지 않은 채 현행대로 운영하면 2057년 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복지부는 이달 말 연금 개선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지만 전면 재검토 지시로 연내 제출도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는 보험료율 인상이 부담스러워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김철중 tnf@donga.com·문병기 기자}
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의 전면 재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개선안 논의에 참여했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도발전위는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편을 위해 2017년 12월 출범한 민간 전문가 그룹이다. 김상균 위원장을 포함한 총 16명의 위원은 약 8개월의 논의 끝에 올해 8월 보건복지부에 제도개선 권고안을 제출했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청와대의 재검토 결정에 따라 전문가들이 내놓은 권고안 역시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제도발전위원들은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다. 오건호 위원(‘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면 개혁 출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보험료 인상을 (우리 세대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지도자가 나서서 이걸 ‘부담’이라고 강조한 꼴”이라며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인식 틀에서는 연금 개혁을 못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참모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 위원은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이 문제다. 정치적 실세 그룹에 있는 사람들이 시민단체 쪽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균형된 얘기를 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B 위원도 “합의라는 말이 좋기는 한데, 국민들 뜻을 모아서 한다면 누가 돈을 더 내고 싶겠느냐”면서 “이럴 때 참모들이 지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라며 한탄했다. C 위원은 “청와대가 자문하는 학자들의 말만 듣는다. 방향을 처음부터 강력하게 정해줘도 (연금 개혁이) 될까 말까인데 하나도 정해주지 않고 다시 해오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이번 재검토 지시가 2020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라는 지적도 나왔다. D 위원은 “정권 실세들로부터 ‘보험료를 올리면 다음 총선 어렵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 위원은 “일반적인 법의 순리대로라면 정부가 전문가들의 복수 안을 검토해서 하나의 개선안을 내야 하는데 정부나 여당이 반대 여론이 두려워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tnf@donga.com·박은서·김하경 기자}
11월은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탓에 건강관리가 쉽지 않은 시기다. 특히 갑작스럽게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먼저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의 혈관이 막히는 응급질환으로 일상생활 시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난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를 통해 최근 3년(2015∼2017년)간 월별 평균 급성 심근경색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12월(2만6032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요즘처럼 온도 변화가 심한 환절기인 3월(2만5770명)과 11월(2만5742명) 순이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큰 일교차가 심장 혈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흡연 △비만 △운동 부족 △가족력 등이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남자는 3배, 여자는 6배 정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과 운동 부족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을 일반적으로 10∼20%, 많게는 50%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특히 가족 중 60세 이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면 발병 가능성은 훨씬 높다. 일단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면 당장 응급실을 찾는 게 중요하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아무리 늦어도 증상 발현 후 2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로 스텐트 삽입술과 혈전 용해술 이후 회복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약물 치료도 병행하는데, 이는 앞으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심실의 변화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는 것을 포함해 여러 조합의 개편안을 15일 내놓기로 했다. 국회가 다양한 개편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한 달 늦추고도 결국 선택을 떠넘긴 셈이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발표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경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받을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후소득보장 강화안’과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만 올리는 ‘지속가능성 제고안’ 안에서 보험료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각기 달리해 3개 이상의 다양한 세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 10∼11%로 올린 뒤 소득대체율에 따라 향후 최고 15%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연금은 4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만 원이던 기초연금은 올해 9월 25만 원으로 올랐고 2021년 30만 원으로 다시 오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 세대를 위해 기초연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국민연금 개편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6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한 반면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철중 기자}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13%포인트(인상률은 15.3%) 오른 8.51%로 결정됐다.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경영계는 최근 2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의 누적 인상률이 40%를 넘어섰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올해(건강보험료의 7.38%)보다 15.3% 인상한 건강보험료의 8.51%로 의결했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0년 이후 8년 만인 올해 6.55%에서 7.38%로 12.67% 올랐고 1년 만에 또다시 인상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고령이거나 노인성질환으로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액의 7.38%(올해 기준)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한다. 건보료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와 가입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나눠 낸다. 경영자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2년간 실질적인 장기요양보험료율의 누적 인상률이 47.8%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평균 수준의 월급(월 346만7000원)을 받는 근로자의 장기요양보험료는 2017년 월 1만3898원에서 2019년 월 2만536원으로 늘어난다. 이 수치는 장기요양보험료율 인상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평균 임금 인상률 등을 함께 고려해 추산한 결과다. 경총 측은 “2년간 누적 인상률 47.8%는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29.1%)보다도 높다”면서 “경기침체와 고용 악화로 기업과 국민의 지불능력이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수가 인상 등을 고려할 때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해외 선진국들은 올해 물 관리 일원화에 나선 한국과 달리 오래전부터 물 관리 담당부처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3개국에서 환경부처가 주도적으로 물 관리 정책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는 1964년에 물기본법을 제정해 수문 개방 등 수자원 관리를 담당하던 건설성이 환경부로 흡수 통합됐다. 2007년에는 환경부가 생태지속가능발전에너지부(현 생태연대전환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정부 부처 가운데 최상위 부처로 격상했다. 생태연대전환부 산하에는 6개 유역관리기구가 있어 기구별로 자신들이 공급한 물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취수 및 오염 부담금을 걷어 물 관리 사업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영국도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던 수질 개선과 수자원관리 업무를 1993년 환경처로 통합했다. 현재는 2011년 탄생한 환경식품농무부에서 모든 물 관리 정책을 관장하고 있다. 영국의 수자원관리 분야는 완전히 민영화돼 있다. 정부는 산하기관인 상하수도사업본부(Ofwat·Office of Water Service)를 통해 수도사업자들이 수돗물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감독 역할만 맡고 있다. 일본은 물 관리 일원화 이전 한국과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다. 한국의 국토교통부와 비슷한 국토교통성 산하 물관리국토보전국에서 △하수도 △수자원 △하천관리 업무 등 물 관리의 주요 기능을 대부분 수행하고 있다. 그 밖에 일반 하천의 수질 규제는 환경성에서, 먹는 물 관리는 후생노동성에서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물순환정책본부’를 만들어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 물 관리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사실상 통합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국가 사례를 종합하면 △정책 수립 △감독·규제 △물 사업 수행 등 분야에 따라 역할이 분리돼 있다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중앙정부는 주로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을 결정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 정책을 지원하고 수질이나 수량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독립된 산하기관의 몫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자 이번에는 미세먼지가 가을 하늘을 뒤덮었다. 한반도 주변 대기가 정체돼 있어 당분간 미세먼지 공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5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때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충북과 경기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일평균 각각 4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45μg을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은 일평균 36∼75μg이다. 특히 경기와 경북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한때 ‘매우 나쁨’ 수준(75μg 초과)을 크게 뛰어넘는 118μg까지 치솟았다. 서울은 오후 7시 현재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35μg을 기록해 올가을 들어 지난달 15일(36μg) 이후 가장 높았다. 미세먼지가 짙어진 것은 한반도 주변 대기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1일부터 한반도가 고기압권에 들면서 바람 세기가 약해졌고,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점점 쌓였다. 5일에는 중국발 스모그까지 더해지면서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졌다. 당분간 바람이 약한 탓에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6일 서울 경기 등 전국 13개 시도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됐다. 8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뒤 미세먼지는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가운데 한 마리가 등산객에게 음식물을 자주 얻어먹다가 다시 포획돼 우리로 돌아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RM-62’(사진)를 지난달 26일 전남 구례군 일대에서 포획했다고 4일 밝혔다. RM-62는 러시아(Russia)에서 태어난 수컷(Male)이란 뜻과 고유번호가 합쳐진 이름이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동부 지방에서 새끼로 발견된 뒤 반달가슴곰 종(種)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로 건너와 작년 11월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됐다. 하지만 RM-62는 1년 동안 야생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리산 노고단 주변 등산로를 어슬렁거리며 초콜릿, 과일, 음료 등을 받아먹었다. 이에 종복원기술원은 8월과 10월 두 차례 등산로와 멀리 떨어진 천왕봉 근처 계곡으로 RM-62를 옮겼지만 최근 다시 등산객에게 먹이를 얻어먹는 모습이 포착돼 결국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종복원기술원 측은 앞으로 RM-62를 재방사하지 않고 기술원 안의 생태학습장에 머물게 할 예정이다. 문광선 남부복원센터장은 “곰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에게 계속 접근하면 사람과 곰 모두에게 문제”라며 “사람에게 먹이를 얻어먹었던 기억이 한번 각인되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평소 심한 두통에 시달려온 40대 A 씨는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뇌질환이 의심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으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에 MRI를 찍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만류했다. “두통 이외에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 씨가 계속 검사를 요구하자 의사는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로 찍어야 한다고 맞섰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검사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뇌질환 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뇌종양이나 뇌경색이 의심돼 MRI 검사를 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과거에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 판정을 받아야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이제는 결과와 상관없이 검사 전 의심만으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명목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MRI 검사 시 환자 부담은 상급종합병원일 경우 66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48만 원이나 줄어든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선뜻 MRI 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는 MRI의 건강보험 확대를 고시하면서 뇌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증상을 고시에 담았다. 두통의 경우 △급격한 발생 △발열·오한·구토 중 1개 동반 △수면 중 또는 기상 후 발생 등을 포함해 모두 7가지를 뇌질환 의심 증상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뇌질환 의심 증세로 보고 MRI 촬영 시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웬만한 두통 환자라면 7가지 증세 중 하나 정도는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병원의 신경과 교수는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정부 고시에 담긴 증세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환자는 드물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MRI를 찍어주면 나중에 분명 과잉검사라며 보험료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 MRI 검사에 따른 보험료 청구가 쇄도하면 가뜩이나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감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의심이다. 이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뇌질환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면 MRI 검사 시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상은 대부분 삭감됐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정착을 위해 시행 후 6개월까지의 모니터링 기간에는 진료비를 삭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평소 심한 두통에 시달려온 40대 A 씨는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뇌질환이 의심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받으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에 MRI를 찍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만류했다. “두통 이외에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 씨가 계속 검사를 요구하자 의사는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로 찍어야 한다고 맞섰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검사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뇌질환 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뇌종양이나 뇌경색이 의심돼 MRI 검사를 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과거에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 판별을 받아야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와 상관없이 검사 전 의심만으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MRI 검사 시 환자 부담은 일반 병원일 경우 41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30만 원이나 줄어든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선뜻 MRI 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는 MRI의 건강보험 확대를 고시하면서 뇌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증상을 고시에 담았다. 두통의 경우 △급격한 발생 △발열·오한·구토 중 1개 동반 △수면 중 또는 기상 후 발생 등을 포함해 모두 7가지를 뇌질환 의심 증상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뇌질환 의심 증세로 보고 MRI 촬영 시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웬만한 두통 환자라면 7가지 증세 중 하나 정도는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병원의 신경과 교수는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정부 고시에 담긴 증세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환자는 드물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MRI를 찍어주면 나중에 분명 과잉검사라며 보험료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 MRI 검사에 따른 보험료 청구가 쇄도하면 가뜩이나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감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의심이다. 이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뇌질환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면 MRI 검사 시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상은 대부분 삭감됐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정착을 위해 시행 후 6개월까지의 모니터링 기간에는 진료비를 삭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등장인물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하세요.” 지난달 30일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기자가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를 쓰자 검사를 진행하는 연구원이 이렇게 당부했다. 잠시 뒤 마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연구원의 당부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말할 때마다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컴퓨터 모니터에 나오는 질문을 맞닥뜨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저 혹시 알코올성 치매인가요?” 다행히 결과는 정상이었다. 휴∼.○ 짧은 드라마로 치매 검사 ‘뚝딱’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팀이 개발한 HMD 치매 진단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현재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널리 쓰이는 치매 선별 검사는 숙련된 전문가가 실험을 안내해야 하는 데다 검사를 진행하는 데 1, 2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평소 접하지 않은 문제 유형으로 인해 실험에 참여하는 고령자들이 정신적으로 힘겨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자가 체험한 이번 프로그램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상황을 짧은 드라마로 구성한 뒤 드라마 속 내용을 기억해내는 방식이라 거부감이 적다. 이날 실험을 진행한 최종두 연구원은 “기존 검사가 제한된 시간 안에 단어를 외우는 등 일종의 시험 같다면 이 프로그램은 실험자의 인지기능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체 드라마 상영시간은 7분이지만 등장인물, 배경, 소품, 어투 및 억양 등 모든 요소가 뇌과학 연구기법에 따라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피실험자는 영상이 끝나면 방금 본 영상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특징 자유 기술 △얼굴 매칭 △위치 매칭 등 총 3가지 유형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10∼20분 동안 전체 102개 질문을 통해 피실험자가 정상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치매인지 구분해낸다. 이번 프로그램은 검사의 편리성을 크게 높이면서도 치매 판별의 정확도를 높였다. 단순히 피실험자가 맞힌 정답 개수로 치매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 실험자들의 정답 패턴을 측정하는 등 기계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실제 일반인과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매 환자 등 52명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93.8∼95.1%의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이 검사를 통해 치매와 정상인의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아밀로이드 양성’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검사를 표준화한 뒤 내년 상반기 각 보건소나 노인 관련 시설에 보급할 예정이다.○ 치매안심센터 통해 치매 진단 가능 스스로 치매가 의심된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 가운데 현재 212곳에서 치매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간단한 선별 검사부터 시작해 치매 확진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지원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센터를 찾아가기 어렵다면 ‘찾아가는 치매검진’ 서비스를 신청해도 된다. 60세 이상 노인이 센터를 방문해 치매 검사를 원할 경우 1단계로 선별검사(MMSE-DS)부터 시작한다. 이 검사는 기초적인 단계로 ‘올해가 몇 년도인가’ ‘지금 무슨 계절인가’ 등 간단한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1단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2단계 진단검사(SNSB)를 진행한다. 만약 2단계에서 치매가 의심된다면 치매안심센터의 의사가 소견서를 작성해준다. 치매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마지막 감별검사는 혈액 검사와 CT다. 치매안심센터와 연계된 협약병원에서 이 검사를 진행한다. 60세 이상이면서 중위소득 12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542만 원 이하)에 해당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최대 11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나덕렬 교수는 “아직 치매를 되돌릴 방법은 없지만 늦출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은 존재한다”며 “치매를 두려워하기보다 조기 진단을 통해 선제적으로 치매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이하 간호취업센터)는 취업을 원하는 간호사들에게 ‘맞춤형’ 상담을 통해 필요한 교육이나 일자리를 연결해준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간호취업센터는 2015년 9월 1일 중앙센터 1개, 권역센터 6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로 출범했다. 현재 2개소(경기, 경남)가 추가돼 전국에 8개의 권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현역으로 활동하지 않는 ‘유휴 간호사’는 약 3만5000명에 이른다. 간호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한번 직장을 잃게 되거나 일을 쉬면 다시 복직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간호취업센터는 재취업을 원하는 유휴 간호사들이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알선해준다. 전국 3500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500개 의료기관이 현재 유휴간호사를 위한 훈련과 실습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유휴 간호사는 2015년 102명, 2016년 894명, 2017년 1223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유휴 간호사의 재취업 목표치는 1400명이다. 간호대학 졸업예정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대학으로 찾아가는 리더십 및 진로·면접기술 교육 △우수 중소병원과 함께하는 취업박람회 등도 제공한다. 이 밖에 의료기관의 간호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조직 갈등 관리 및 인사·노무 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규·재직 간호사를 위한 역량 강화 및 직무스트레스 해소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1년 이상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를 채용하고 훈련 과정을 제공할 경우 해당 병원에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간호취업센터 측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간호 인력이 대형병원이나 수도권에 쏠리는 현상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가하는 간호취업센터는 현장에서 취업을 원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해준다. 현장 참여자들이 실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상담 신청도 받는다. 우수 간호 인력을 찾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도 상담을 진행한다. 간호취업센터를 통한 구인 신청 방법과 구직자 매칭 프로그램을 안내해주고, 의료기관에서 원할 경우 유휴 간호사를 위한 실습 교육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 및 혜택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요양원을 세우면 3년 안에 빚을 갚는다.” 요양원 관계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빠른 고령화로 노인 재활, 돌봄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요양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전국의 민간 요양원은 3810개. 이 기관들의 운영비 중 80%는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충당한다. 이 돈이 제대로 쓰이면 상관없지만 요양원 대표가 외제차를 굴리고 술값으로 탕진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요양원은 ‘제2의 사립유치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 “아무리 불러도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안 보여요.” 지방 A요양원의 환자들은 항상 답답함을 호소했다. 요양원 측은 입소 당시 ‘간호사 2명, 요양보호사 5명을 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몸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간호 인력을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요양원은 간호 인력의 근무시간을 허위로 부풀렸다. 간호사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일하게 해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오후 6시까지 근무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 요양원은 환자 수에 따라 적정 인력을 갖춰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식사까지 만들도록 강요받아 병실 못지않게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요양원은 이런 방식으로 3년간 보험 급여 2억 원가량을 부당하게 챙겨오다 올해 7월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전국에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시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사설 요양원은 정부로부터 운영비의 80%를 지급받는다. 그럼에도 마땅한 감시체계를 갖추지 않아 각종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유치원 비리와 똑 닮은 요양원 최근 경기도 회계감사에서 적발된 성남시의 B요양원 대표는 자신이 타는 벤츠 승용차 리스 보증금과 월 사용료, 보험료 등 7700만 원을 요양원 운영비에서 충당했다. 더 나아가 나이트클럽 술값, 골프장 이용료, 가족들 여행비, 자녀 교육비 등 1800만 원을 운영비에서 썼다. 정부 보조금을 유흥비 등에 쓴 사설 유치원 비리의 복사판이다. 유치원과 요양병원에 이어 요양원까지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요양원은 재활과 돌봄에 초점을 둔 생활시설이다. 노인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을 합친 형태로 치료가 주목적인 요양병원과는 다르다. 요양병원은 노인 질환을 앓거나 외과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주로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다른 병원들처럼 환자를 돌보는 비용 일부(평균 65%)를 건강보험으로 충당한다. 반면 요양원은 요양비의 80%를 국민이 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에서 충당한다. 환자 본인은 전체 비용의 20%만 내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요양병원과 달리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만 들어갈 수 있다. 또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정원의 10% 넘기기 일쑤 요양원 가운데 입소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양원은 보통 촉탁의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방문해 입소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 곳이 있다. 올해 초 C요양원은 촉탁의가 직접 방문하지 않은 채 환자도 아닌 요양원 관계자들에게 환자 상태를 묻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80대 어머니를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모신 회사원 김모 씨는 “중증 치매와 당뇨병을 앓고 계셨는데, 어느 날 면회를 가니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 혈관이 막혀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촉탁의가 입소자 수십 명을 돌보면서 형식적 진료만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자 수를 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D요양원은 보건당국에 시설 내 20명을 수용하겠다고 등록했지만 실제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환자 3명을 더 입소시켜 수천만 원의 장기요양 급여를 타냈다가 적발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상당수 요양원이 관행처럼 정원의 10%를 넘겨 환자를 받는다”며 “정작 비용이 드는 간호 인력은 줄여 환자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랏돈은 들어가지만 감시체계는 허술 환자가 입소하는 방식의 사설(법인 제외) 요양원은 지난해 말 기준 3810곳으로 2010년(2281곳)에 비해 67% 늘었다. 가정을 방문해 고령자를 돌보는 재가(在家)서비스 업체까지 합치면 전국에 약 2만 곳에 달한다. 이런 장기요양시설에 지원한 노인장기요양 급여는 지난해에만 4조9714억 원에 이른다. 한 해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 2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사회복지시설에 속하는 요양원은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회계정보를 정부 관리시스템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사회복지시설을 검사하기가 어렵다 보니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올해 5월에서야 시스템 도입이 의무화돼 그동안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있으면 요양원 설립이 가능한 점도 요양원 남발과 질 저하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요양원을 세우려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2년 가까이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실제 요양시설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추가해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 기자}
요양병원은 국내 ‘실버산업’ 열풍을 타고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과당경쟁에 내몰린 요양병원들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환자 장사’에 열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형 시설을 갖춘 기업형 요양병원이 많아지면서 병상 수는 2008년 7만6608개에서 지난해 29만467개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런 증가세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당 장기요양병원 병상 수는 61.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OECD 평균(49.1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요양병원이 많다는 것으로, 국내 요양병원이 공급 과잉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요양병원이 급증한 것은 일반병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의사 2명으로 80명까지 돌볼 수 있다. 병실당 병상 수도 새로 짓는 병의원의 경우 최대 4개까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일반병원과 달리 환자 1명당 정액수가를 주는 보험체계도 요양병원 비리를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환자만 유치하면 돈을 벌 수 있기에 요양병원들은 ‘가짜 환자’들을 양산한다. 거처와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자들도 손해 볼 게 없다.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환자의 소득에 따라 병원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그 차액을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이렇게 요양병원을 이용한 환자들 때문에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부담한 비용은 2조4025억 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공립 요양병원은 2017년 말 기준 92곳으로 전체 요양병원의 6%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요양병원이 과잉 상태인 만큼 국공립 요양병원을 무턱대고 늘리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병원 설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부실 요양병원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의 본래 취지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잘하는 곳은 수가를 더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히려 지원 금액을 낮춰 다른 형태로 기능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철중 tnf@donga.com·김하경 기자}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설치된 직장어린이집이 대부분 정원 미달 상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입소까지 석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반 어린이집과 대비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공공기관 및 공기업 직장 어린이집 총 549곳 가운데 34곳(6%)만 정원을 채워 운영하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총 3만4946명으로 당초 정원(4만3671명)보다 8725명 적다. 현행법상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가 500명 이상이면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소속 근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녀를 수용할 의무는 없다. 반면 일반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려면 평균 106일 기다려야 했다. 만약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면 평균 대기일수는 176일로 크게 늘어났다. 국공립을 기준으로 광역단체별 평균 대기일수는 서울이 310일로 가장 길었고 경기 235일, 세종 226일, 부산 206일 순이었다. 장 의원은 “국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 어린이집은 정원에 여유가 있을 경우 지역사회의 다른 아이들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주도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구성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위원장인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를 포함해 14명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이달 1일 위촉했다고 28일 밝혔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하며 새로 설치한 기구로 기존 9명이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지침이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기업 중 횡령이나 저배당 등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을 가려내고, 주주대표 소송 등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 핵심 조직이다. 위원회는 △주주권 행사 분과 △책임투자 분과로 나뉜다. 주주권 행사 분과 위원은 9명으로, 이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기준과 중요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 가운데 3인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판단을 요청한 사안 이외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직접 의결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로드맵에 따라 앞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도 하게 된다. 5명으로 구성된 책임투자 분과는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한 활동을 진두지휘한다. 국민연금이 따라야 할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금운용본부가 책임투자를 잘 지키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는 7월 말 독립성과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가입자대표가 추천한 전문가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위원회 구성을 보면 14명 가운데 9명 정도가 정부와 산하 연구기관 추천 인사, 노동계 인사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시중에서 유통 중인 햄 통조림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가공업체인 대상의 천안공장에서 만든 ‘청정원 런천미트’(115g) 제품이 세균발육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하도록 했다고 24일 밝혔다. 청정원 런천미트 같은 혼합프레스햄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도록 멸균 상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으로 세균이 나와서는 안 된다. 회수 대상은 2016년 5월 16일 생산됐고 유통 기한이 2019년 5월 15일인 제품이다. 총 생산량은 11만4012개다. 지난달 말 불량식품 신고센터를 통해 ‘햄이 노랗게 변하고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공장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세균이 검출됐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된 고객센터나 판매처를 통해 반품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는 24일 청정원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임 대표는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측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런천미트를 포함해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또 회수 대상 제품이 아니더라도 고객이 원할 경우 대상에서 만든 모든 캔햄 제품을 환불해줄 예정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30)는 지인으로부터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을 위한 정부 공제 사업에 신청해 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검색했지만 여러 제도 가운데 자신에게 딱 맞는 사업이 무엇인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 청년센터’에 접속하면 비슷한 청년정책별로 신청 자격과 혜택의 차이점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어 유용하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정책을 한눈에 확인하고 관련 상담을 실시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청년센터’를 이달 18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청년센터에선 PC나 모바일로 △취업 △창업 △주거 △금융 등 청년의 삶과 관련한 정책 148개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청년센터는 정부의 다양한 청년 지원 사업들을 소개하고 신청하는 공간이 달라 서로 장단점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청년 구직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현재 해당 사이트에는 명칭이나 성격이 비슷한 정책 두 가지를 비교해주는 게시물 24건이 올라와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취업 전 3개월부터 취업 후 3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는 ‘청년 내일채움공제’와 취업 후 1년 뒤 신청하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의 주요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에게 맞는 정책을 파악했다면 몇 번의 클릭으로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해 신청할 수 있다. 정부 정책 외에도 구직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각종 정보를 이 사이트에 모았다. 청년들이 무료로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전국 85곳의 상세 위치를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다. 무료 공간의 내부 모습이나 이용 가능 시간 등 세부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29일부터는 온라인 청년센터에 접속하면 카카오톡과 연동해 청년지원정책 관련 상담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상담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12월부터는 전화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