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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여러분이 평소에 주로 쓰는 소통 도구는 무엇인가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카카오톡과 같이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를 꼽지 않을까 싶은데요.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메신저를 많이 쓰는 한 사람으로서 문자의 장점을 꼽자면 1)대화가 끝난 후에도 다시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2)대화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 다시 추려낼 수 있다인 듯합니다. 반면 업무적인 전화를 할 때는 혹시 놓치는 내용은 없을지 메신저로 소통할 때보다 더 바짝 긴장하며 메모하게 되고요. (그렇게 타자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는 슬픈 전설…)그런데 전화 통화 내용이 날아갈세라 이를 문자로 변환해 마치 상대방과 메신저 대화를 한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리턴제로’인데요. 요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시켜주는 서비스를 일부 대기업에서도 제공하고 있지만, 이같은 서비스를 가장 먼저 출시한 회사는 리턴제로라고 합니다. AI가 핫해진 것을 계기로 최근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39)를 만나 창업기를 들어봤는데요.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13년 전 첫 창업과 카카오 입사, 퇴사 후 리턴제로 창업까지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리턴제로’라는 사명의 의미는 뭔가요.공동창업자 3명이 같이 정한 이름인데요. 옛날 스타일이긴 하지만 C언어 스타일로 코딩할 경우 ‘인클루드(include)’라는 말로 시작해서 ‘리턴제로(return zero)’로 끝내거든요. 저희가 KAIST 전산학과에서 전산동아리를 함께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인클루드’였습니다. 이후 다시 모여서 만든 이 회사는 에러 없이 잘 끝내자, 성공적으로 잘 해보자는 기원을 담아 ‘리턴제로’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분들이, ‘투자를 했는데 그 투자금이 0(제로)이 돼라는 거냐’면서 싫어하시더라고요(웃음). ―대표적인 서비스가 눈으로 보는 AI전화 ‘비토’인데,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는 뭔가요.저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PDA폰을 사용했었는데요. 당시 PDA폰에 전화 통화 녹음기능이 있었습니다. 유용하겠는데 싶어서 통화들을 녹음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걸 다시 듣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스마트폰 시대 되면서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AI가 사람들에게 직접 기여하는 서비스는 뭘지 고민하다가 PDA폰을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의 이용 방식이, 통화 녹음을 하는데 쌓아두기만하고 다시 듣지 않는 게 과거의 저랑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결국 통화 녹음은 죽어있는 데이터로 전락하고요. AI를 활용한 간단한 앱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특히 텍스트로 변환한 통화 음성을 메신저의 말풍선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말풍선을 클릭하면 부분 재생도 가능합니다. 비토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기도 한데요. 처음 비토를 출시했을 때는 해당 기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자로 변환된 것이) 부정확할 수도 있고 어조를 듣고 파악해야할 때도 있잖아요. 해당 기능을 넣으면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비스 출시 한 달 뒤에 추가했더니 그 기능을 메인 기능으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시장이 작은 것 아닌가요. 주요 고객층으로 기업, 기자, 변호사, 보험설계사, 배달직군을 꼽으셨던데요. 큰 시장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업무전화를 활발히 사용하는 사람이 300만 명에서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요. 업무를 실제로 돕는 서비스, 뾰족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시했습니다. ―리턴제로의 경쟁력은 뭔가요. 한국어 음성 데이터로는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요. 그렇다보니 한국어 통화에서는 압도적으로 음성인식을 잘하고 있습니다.또 최근 AI 모델들이 GPU를 사용하면서 비싼 서버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반면 저희는 엔진을 경량화하면서도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실용주의 스타트업을 지향한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죠?저처럼 공대 출신들이 빠지는 함정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얼마나 대단한 진보인지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됩니다. 그런데 기술이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대단한 진보이냐보다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편리하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게 뭔지 제품으로 끝까지 만들어내자는 취지를 담아서 실용주의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실용주의 스타트업’을 내걸 때는 과거의 얻은 어떤 교훈이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요. 2011년 즈음 ‘로티플’이라는 위치 기반의 모바일 소셜 커머스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현재 리턴제로의 멤버인 정주영 CTO와 이현종 개발팀장도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는데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페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컴퓨터에 액티브X를 설치하고 구매하던 시절이라 서비스가 현실에서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컸습니다. 결국 잘 안됐죠. 피벗(pivot·방향전환)을 해야하던 시점에 카카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게 되면서 카카오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 카카오는 직원 100명 수준의 회사였고, 저희가 카카오에서 인수한 첫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인수도 서비스가 아닌 인재 인수에 훨씬 더 가까웠어요. 모바일 앱을 만들어본 개발자가 굉장히 적었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개발자가 로티플에는 10여 명이 모여있었거든요. 이후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고 상장한 뒤인 2016년정도까지 카카오에서 근무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입사를 갈망하는 카카오에서는 왜 퇴사하신건가요. 카카오를 제일 즐겁게 다녔을 때가 2012년즈음으로, 직원 수가 200명 정도로 성장할 때였던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회사가 점점 성장해서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어가니 모르는 얼굴이 많아졌고, 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좀 쉬면서 1년 2개월간 발길 닿는 대로 세계여행을 다니며 창업의 기회를 모색했어요.큰 회사가 탄생할 때는 사람들의 역량도 작용하지만 시대흐름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크게 한번 바뀌는 시대의 파도에 잘 올라탄 회사 중에 좋은 플레이를 하는 회사가 아주 큰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고요. 반대로 말하면 그런 기회가 없을 때 창업하는건 쉽지 않고 더 지루한 일이 될수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6년 알파고가 세상에 나온 것을 보면서 AI가 재밌어보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 기술이 세상을 몇 년 안에 바꾸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창업했고요. (리턴제로는 2018년 3월에 설립됐다.)―그런데 비토만으로는 리턴제로의 AI 기술이 다소 단순해보이기도 합니다.비토가 B2C 서비스라면, 지난해 말부터는 B2B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기업 전용 회의 기록 서비스 ‘콜라보’의 경우 화상회의를 아카이빙하고 보기 좋은 형태로 회의록을 만들어줍니다. 특히 세일즈콜에서 활용될 경우 발화 내용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좋은 세일즈는 고객의 발화비율의 몇%인데, 이번 세일즈에서는 다른 사람이 너무 많이 말했다’라거나, ‘가격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은 전체 회의의 3분의 2 수준이 좋은데 너무 일찍 끝내버렸다’ 등의 분석을 해줍니다.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리턴제로의 계획은 뭔가요.그동안 주력해왔던 음성인식은 로컬 사업에 가까운 측면이 있었는데요. LLM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잘 받아적는 것을 넘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지식 베이스를 포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넓게 파악하는 능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음성을 넘어 업무를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는 AI를 만드려고 합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성장한 국내 비대면 의료 플랫폼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의약계와의 갈등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안이 ‘재진’만 가능하도록 한 게 결정적이다. 개인정보 문제로 플랫폼 사업자가 초·재진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환경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도 흔들리니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데다 유사 산업 기득권자들의 반발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437개 생길 때 한국에선 4개만 나와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글로벌 리서치 회사 CB인사이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1209개로 2019년(449개) 대비 760개(169.3%)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18개에서 655개로 437개(200.0%)가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4개(40.0%)가 추가되는 데 그쳤다. 한국 유니콘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2%에서 1.2%로 1.0%포인트 뒷걸음쳤다. 압도적 1위인 미국은 48.6%에서 54.2%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중국(24.3%→14.0%)이 다소 주춤했지만 인도(4.5%→5.8%)의 영향력이 커졌다. 2019년 한국보다 유니콘이 적었던 이스라엘(1.6%→2.0%), 프랑스(1.1%→2.1%), 캐나다(0.4%→1.7%) 등도 약진했다. 한국은 특히 핀테크,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업종에서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 기업은 1곳(7.1%)뿐이다. AI는 한 곳도 없다. 헬스케어 부문에선 유일한 유니콘이었던 에이프로젠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다시 ‘제로’가 됐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은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위주여서 안 되는 게 많다”며 “핀테크, 모빌리티, 바이오·헬스케어 등은 이런 규제에 기존 업종과의 충돌까지 크다”고 했다.● 기성 산업과의 충돌에 번번이 막혀 업계에서는 기성 산업과의 충돌 속에서 신산업이 표류하는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택시 업계와의 갈등으로 사업을 접은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나 변호사 업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법률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이다. 타다는 출범 1년 만에 170만 회원을 모집했지만 국회가 법을 바꾸면서까지 타다 사업 모델을 불법으로 규정해 2020년 4월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로톡 역시 한때 회원 변호사가 40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데 ‘타다’ 같은 사례는 기존 법체계와 부딪히는 사업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시그널로 작용한다”며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거든요. 서울헬스쇼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자리였어요. 내년에도 꼭 참가할 거예요.” 15일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 만난 심인순 씨(66)는 “남편이랑 둘이 나들이 겸 나왔는데 건강 정보와 경품이 풍성해서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도심에서 대규모 대면 행사로 열린 서울헬스쇼를 찾은 시민들은 팬데믹이 끝난 일상을 만끽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동안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이 활짝 기지개를 켜고 건강을 챙기며 최신 헬스케어서비스를 비롯한 미래 의료를 체험하는 기회가 됐다. ● “내년에도 참여” 뜨거운 호응 13∼15일 점심시간마다 인근 2030 직장인들이 서울광장을 많이 찾았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박희선 씨(25)는 “입사 이후 체력이 부쩍 약해진 것을 실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혼자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 서울헬스쇼에서 제대로 운동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체육대생인 강정민 씨(20)와 유승근 씨(20)는 “평소 운동을 즐겨서 행사장을 찾았는데 운동뿐 아니라 닭가슴살 등 식이요법 정보도 쏠쏠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운동에 열정적이었다면 5060세대는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체성분을 검사해 주는 고도일병원, 존슨앤드존슨의 백내장·녹내장 체험 부스, 혈압을 측정해 주는 대한고혈압학회 부스 등에 길게 줄을 섰다. 공인중개사 차영익 씨(67)는 “내 건강이 곧 나라의 건강 아니겠나. 서울헬스쇼 참가로 애국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주부 오용순 씨(61)는 “손주 2명을 돌보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면서 부지런히 행사장을 돌았다. 단체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도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어린이집 7세반 아이 28명은 빈백(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에 삼삼오오 누워 재잘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열띤 행사장 분위기에 참가 업체도 ‘뿌듯’14일에는 하늘을 나는 응급실인 닥터헬기 2대가 서울광장 위를 날았다. 시민들은 누구라도 언제든지 응급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닥터헬기를 응원했다. 서울헬스쇼에는 모션인식 기술을 활용한 운동 처방, 3차원(3D) 체형 진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대일 맞춤형 건강 코칭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소개됐다. 부대행사로 열린 심포지엄도 의료의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어 인기였다. 13일에는 ‘메타버스(가상공간)를 향해 가는 첨단 병원들’ 심포지엄과 ‘스마트 케어 기술 기반 돌봄·의료 연계’ 심포지엄이 차례로 열렸고, 14일에는 ‘당뇨병 대란 위기관리와 대응’ 심포지엄이 열렸다. 서울헬스쇼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자 이에 참여한 정부와 기업들도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찾으면서 사흘치로 준비한 경품이 첫날부터 동이 나 본사에서 추가 물품을 긴급 공수한 기업이 많았다. ‘숙면 여행’ 부스를 운영한 유재성 수면코치 겸 에스옴니 대표는 “3년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홍보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 대 1 수면 코칭 때 억눌렸던 감정을 터뜨리며 우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헬스쇼가 팬데믹 동안 겪은 외로움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지난주 목요일(8일)과 금요일(9일), 전북 전주에서는 스타트업 업계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한 번씩 주최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인데요. 투자자를 비롯해 정부, 대기업, 학교, 창업 유관 기관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올해도 이곳에서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요. 연사들이 전한 한국, 미국, 유럽 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상황보다 나은 점도…인재 다양성은 여전히 취약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짚었습니다. 먼저 투자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1~3월) 투자규모는 88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2200억 원) 대비 60%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산출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3~68%로 집계된 글로벌 감소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신규 투자 규모는 13조60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는데, 글로벌 감소폭(30~35%)과 대비해서는 적은 수치입니다. 또 2021년이 투자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투자 규모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신규펀드 결성규모는 17조6000억 원이었습니다. 이 역시 그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곳간에 자금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스타트업들에게는 ‘금고 문이 열릴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인데요.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투자수익률은 2021년 12.4%였으나 지난해는 10%대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시장에서 리스크는 올라갔지만 리턴이 줄고 있는 셈이라 VC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VC의 79%가 투자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응답했다고 하고요. 투자사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글로벌화를 위해서 자금과 인재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한국 생태계는 인재의 인바운드가 특히 취약한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SaaS 투자 늘고 있는 미국…“콘텐츠·게임 분야 강한 LA도 주목할만한 도시” 미국 상황에 대해서는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가 전했습니다. 타파스미디어는 미국 최초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을 만든 회사로, 설립 8년여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습니다.김 전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의 투자 감소폭은 다른 시장에 비해 적었다고 하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LA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투자는 줄어든 가운데에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섹터별로 살펴볼 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SaaS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고요. 김 전 대표는 요즘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투자 단계로 시리즈 A를 꼽았습니다. 과거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회사들이, 시장 상황이 바뀌고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좌절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그는 상황이 내년쯤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로스앤젤러스(LA)를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바닷가 중심으로 많은 테크 기업들이 모여있어 ‘실리콘비치’라고 표현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LA의 장점으로는 콘텐츠, 특히 게임분야가 강하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그 배경에는 헐리우드에서 3D 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일하던 인력이 영화산업의 비용구조 때문에 계속 있을 수 없어 게임, 메타버스 등의 분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또 롱비치 지역은 물류시장이 발달해 리테일 및 이커머스 분야는 오랜시간 LA에서 강점을 보였다고 합니다. 김 전 대표는 “물론 실리콘밸리도 여전히 강하지만, 한국 회사가 미국 진출을 고려할 때 LA도 좋은 시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초기단계 임팩트 투자 활발한 유럽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강연은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코리아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코렐리아캐피탈의 본사는 프랑스 파리인데, 올해부터 한국에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유럽의 투자 추이는 한국, 미국과 비슷합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이, 기간별로는 2022년 상반기가 최고점이었습니다. 2022년 7월부터는 감소했지만 2018~2020년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국가별로 분석하면 힘들었던 시장으로 영국과 독일을 꼽았습니다. 독일은 2020년까지 프랑스와 2,3위를 다투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는데요. 특히 2021년에는 퀵커머스나 캐시버닝이 높은 모델들이 빠르게 펀딩을 받는 등 폭발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2022년 들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조금 앞서 꺾이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는 누적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2022년에도 계속 성장했다고 합니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핀테크 분야는 꾸준히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또 임팩트 투자의 영향으로 푸드와 헬스 등에도 투자가 이뤄졌고요. 또 코로나19로 인해 VC뿐 아니라 창업자들도 목적 지향적인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임팩트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초기단계의 임팩트 투자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라는 점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언젠가 찾아올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만난 생태계 구성원들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만나요!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한국 대기업들은 경제 성장의 주체이면서, 늘 규제의 타깃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차별적 규제가 342개이며, 특히 103개는 20년이 넘은 ‘낡은’ 규제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사와 다른 규제 환경에 발목이 묶였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대기업 규제가 ‘미래의 대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스타트업, 한목소리로 “‘3% 룰’ 등 규제가 성장 걸림돌” ‘한국형 규제’ 보고서 같은날 발표“50년된 의결권 제한, 족쇄로 작용”“공시규제로 사업전략 노출돼 불리”기업성장 막는 규제 개선 요구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높아지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년 대기업 차별규제 현황 조사’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올해 6월 기준 총 61개 법률상 342개라고 지적했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 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 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집단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네이버, 카카오, 넥슨처럼 창업자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지분만을 갖고 사실상 지배가 이뤄지는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 기업 최대주주와 동일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규제 등 현재의 산업 상황과 맞지 않는 대기업 차별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동일인 개념을 폐지하거나 지배기업 등의 개념으로 대체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히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오르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년 대기업 차별규제 현황조사’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올해 6월 기준 총 61개 법률 상 342개라고 지적했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집단의 최상위 회사를 특정하고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쿠팡 같은 외국인 최대주주의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규제 등 현재의 산업 상황과 맞지 않는 대기업 차별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폐지 혹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동일인 개념을 폐지하거나 지배기업 등의 개념으로 대체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도심서 함께 뛰고 즐긴 축제 “팬데믹 끝난 것 실감”‘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가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작됐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고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의 후원으로 열린 서울헬스쇼(13∼15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린 건강 축제답게 첫날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어 준비된 경품이 동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가족, 동료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서울광장 잔디밭 무대에서 펼쳐진 ‘강철부대’ 출연진의 크로스핏 클래스를 비롯해 ‘도심 속 힐링요가’, ‘직장인 단체줄넘기’ 등에 참여해 함께 운동을 했다. 대다수 행사는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등이 운영하는 79개 부스에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헬스쇼 참여차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왔다는 사회복지사 이광근 씨(34)는 “마스크를 벗고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땀 흘릴 기회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웃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재형(국민의힘)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등이 참석했다.AI로 심전도 분석-거북목 진단 등헬스케어 서비스 체험에 인파 몰려“일상서 손쉽게 건강관리 자신감”릴랙스존서 빈백소파에 누워 ‘힐링’ “가슴 멍울 때문에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고는 있지만 늘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암 종류별로 건강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니 한결 마음이 놓여요.” 김은미 씨(63)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갤럭시워치로 운동량 등을 파악해 암 관리법을 조언해 주는 메디플러스솔루션의 ‘세컨드닥터’ 앱이 소개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씨는 “혼자 헬스장에 다니면서도 제대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는지 불안했는데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암 관리부터 ‘홈트’까지이날 서울헬스쇼에서는 일상에서 직접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손쉽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헬스케어 기술이 소개됐다. 전문가가 체성분 등 건강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ROTHY.EAP’와 수면 중 산소포화도를 통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식품과 건강 관리법을 제안하는 ‘오투부스터’ 등 갤럭시워치를 활용한 앱들이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LG유플러스 부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화면 속 동작을 따라 하며 땀을 흘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화면 속 트레이너 동작을 따라 하거나 동시간대 다른 이용자와 소모 칼로리를 겨루는 ‘홈트나우’와 ‘코코어짐’ 서비스를 체험하는 이들이었다. 한 관람객은 “‘홈트레이닝 결심’이 늘 작심삼일이었는데 랭킹이 실시간으로 매겨지니 승부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KB헬스케어는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관리를 돕고 성격 유형 검사 등을 제공하는 ‘오케어(O’CARE)’ 서비스를, 하나손해보험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자체 헬스케어 서비스를 각각 소개했다. 스마트워치로 걸음 수를 측정해 목표를 달성하면 편의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서울시의 ‘손목닥터9988’ 소개 부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영진 씨(35)는 “요즘 서울 둘레길 걷기에 심취해 있는데 걸으면서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니 일석이조”라며 기뻐했다.● 모션 인식으로 기자 ‘거북목’ 꿰뚫어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선보이는 인공지능(AI)과 모션 인식 등 첨단 기술도 큰 관심을 모았다. AI 의료기기 업체 뷰노의 부스에는 심전도로 심장 나이와 부정맥 신호를 측정해 주는 ‘하티브’를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스를 찾은 정모 씨(30)는 모니터에 심장 나이가 43세로 표시되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술 좀 줄여야겠네요.” 모션 인식 기술로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를 측정해 주는 한국신체정보 ‘리얼피티’ 부스에서는 기자도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거북목’인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지시대로 팔을 뻗거나 목을 움직이니 1분도 안 돼 “목이 앞으로 39도 굽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업체 ‘지니너스’ 부스에서는 주사위 게임을 통해 약 30만 원 상당의 검사 키트를 나눠줘 참가자가 몰렸다. 보건복지부는 무료로 충치나 잇몸병 등을 검진하며 구강 검진의 중요성을 알렸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릴랙스존도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11시 반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 부스에는 헤드셋을 끼고 수면안대를 한 3명의 시민이 빈백 소파(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에 각각 누워 있었다. 이 부스에 참여한 박모 씨(32)는 “헤드셋 음성으로 알려 주는 긴장 이완 방법을 따라 하니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는 여름용 에어 메모리폼 토퍼와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접 누워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세라젬과 LG전자가 각각 마련한 척추 의료기기 및 안마의자 체험 코너에도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고,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스트레스 완화 음료 ‘스트레스케어 쉼’도 인기를 끌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8214억 원으로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월 투자액 8000억 원대를 회복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1%가량 감소했지만 올해 4월(2639억 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1000억 원대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음원 지식재산권(IP) 전문 운용 스타트업 ‘비욘드뮤직’과 새벽배송 이커머스 ‘컬리’, 전기차 솔루션 ‘대영채비’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 건수도 지난달 106건으로 전달(90건)보다 16건 늘었다. 투자 금액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콘텐츠 및 소셜’ 분야로 2518억 원이었고, 1240억 원을 기록한 ‘유통 및 물류’ 분야가 뒤를 이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2019년 창업한 알고케어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골라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롯데헬스케어가 비슷한 서비스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선보이자 알고케어는 ‘(롯데 측이) 사업 협력을 제안하며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용했다’며 기술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약 6개월간의 분쟁은 롯데 측이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고 향후 양 사가 사업 협력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앞으로는 이 같은 기술침해 분쟁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침해했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피해 금액의 3배에서 5배로 강화된다. 또 기술침해 분쟁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기술침해 행위에 대해 해당 물건 폐기, 설비 폐기 등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금지청구권’ 제도가 도입된다. 내년 7월 이후에는 분쟁 발생 시 부처별 대응 방안을 알리는 ‘범부처 기술보호 게이트웨이’ 서비스도 시작된다. 기술침해 피해 기업에는 경영 안정을 위한 보증을 최대 10억 원 지원하고, 내년엔 기술분쟁 회복지원센터를 신설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정중재 전문기관 설립도 검토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국내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의료 분야뿐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까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건강 관련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수면 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용이 활발한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삼성헬스’다. 수면, 피트니스, 마음건강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삼성헬스는 매달 64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삼성헬스는 2012년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만 해도 간단한 피트니스 트래킹을 지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를 중심으로 헬스 전략을 개편하고 혈압, 심전도 등 다양한 건강 관련 기능을 추가한 데 이어 2021년 갤럭시 워치에 ‘바이오 액티브 센서’를 탑재했다. 바이오 액티브 센서는 삼성 헬스의 미래 전략 중 하나인 수면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가속도 센서를 통해 수면 중 뒤척임 정도를 측정해 수면 사이클을 파악하고, 광학심박센서를 통해 심박과 산소 포화도를 바탕으로 수면의 깊이를 분석한다. 이렇게 수면 데이터가 누적되면 사용자는 8가지 동물 유형으로 정의된 수면 패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추천받고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워치 사용자 중 매주 한 번 이상 수면을 측정한 사용자가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고, 사용자 절반은 매주 수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면 관련 기술 개발은 스타트업에서도 활발하다. 2020년 6월 설립된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를 활용한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수면의 질을 측정하려면 병원에 방문해 신체에 측정 장비를 부착하고 하룻밤을 자야 하는 등 시간과 금전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에이슬립은 기기를 몸에 착용하지 않아도 잠잘 때 내는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이슬립은 최근 수면 단계 측정 기술을 활용해 쾌적한 기상을 돕는 앱 서비스 ‘슬립루틴’도 내놓았다. 사용자가 깊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얕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울리도록 한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알게 되면 다양한 영역과 결합시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코골이가 감지되면 호흡기 건조감을 낮추기 위해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작동시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수면케어 솔루션과 함께 좀 더 전문화된 의료용 기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는 수면을 유도하는 한편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관리해 숙면을 돕는다. 전용 무선이어셋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케어 사운드를 들려주는 한편, 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사용자가 즐겨 듣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 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줌으로써 주파수 차이를 이용해 잠이 들게 하거나 특정 수면 상태로 전환을 촉진하는 뇌파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20년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 ‘LG 메디헤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는 만성 통증 완화 의료기기인 ‘LG 메디페인’도 선보이는 등 의료기기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의료용 모니터들은 비슷한 색상도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 수술, 진단, 임상을 더 용이하게 했다. 자동차 영역에서도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움직임이 불고 있다. 기아는 EV9에서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부분에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바이오 페인트나 BTX 프리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물질들은 백혈병이나 편두통,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밀폐된 차량에서 이러한 페인트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BTX 프리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면 건강 유해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좀 특별한 인물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스타트업 업계, 특히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는 유명한 박미라 미라파트너스 대표(47)입니다. 1999년 VC 업계에 첫발을 디딘 박 대표는, 대한민국 VC 1세대로 꼽히는데요. 18년 동안 VC 업계에 몸담고 있던 그가 2017년 미라파트너스를 설립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VC에서 시작하셨다고요.대학 때 전산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자마자 우연한 기회에 벤처캐피탈에 오게 됐어요. 제일창업투자를 시작으로 업계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미시간벤처캐피탈 ,이앤인베스트먼트, 라이프코어파트너스까지 창업투자회사(창투사)들과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에서 관리역으로 근무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게 재밌다고 느꼈는데요. 거기에 더해, 막 시장에 나온 스타트업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잖아요. 그런데 VC 업계에 있으면 이런 스타트업들이 내놓는 신문물들을 먼저 접하게 된다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왜 VC에 더 있지 않고 미라파트너스를 설립하시게 된 건가요.미라파트너스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비상장시장의 참여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백오피스를 ‘Team as a Service(TaaS)’로 아웃소싱하는 회사인데요. 행정업무의 전반적인 업무를 팀 단위로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행정업무를 요청만 하면 미라파트너스가 하나의 관리팀이 돼 업무를 해드리게 되는데요.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는 SaaS와 차이가 있죠. 미라파트너스의 업무는 크게 펀드와 VC의 행정관리, 스타트업의 행정관리로 나눌 수 있고요. 때문에 주요 고객은 개인, 액셀러레이터(AC),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VC, 창투사, 신기사 등과 스타트업입니다.오랜 시간 VC 업계에 종사하면서 문제의식이 생겼고,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VC 관리역들이 하는 업무들은 매뉴얼화돼있거나 정형화돼있지 않아 애로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제가 2015년부터 펀드 행정업무에 대한 강의를 해왔는데요, 업계에 새로운 인재들은 많이 유입되는데, 업무가 매뉴얼화돼있지 않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업무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예컨대,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창투사 신기사 등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 절차나 서류 이런 게 매뉴얼화돼 전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동안은 업계가 좁다 보니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거나 소개받아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아 설립하는 식이었거든요.그리고 정부자금을 받아 VC가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를 하는데, 세무적인 이슈나 준법감시 등의 업무를 ‘잘 몰라서’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 정부 자금도 줄어들 수 있거든요. 그러면 시장 활성화에 더욱더 도움이 되지 않죠.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행정업무를 할 수 있는 관리역들이 부족해서 업계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같은 고충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2017년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VC가 만드는 펀드에 대한 행정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회사로 시작했고요. 그다음에 스타트업 행정지원까지 영역 넓혔습니다. 미라벤처스를 자회사로 설립해 투자도 하고 있고요.―스타트업 행정지원까지 영역을 넓힌 이유는 뭔가요?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풀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거까지 물어봐도 되나’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선뜻 물어보기 창피해하는 창업가도 많았습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경력이 있는 창업가라고 하더라도, 인사팀이나 총무팀에서 알아서 해줬던 일을 본인이 창업해서 하려 하다 보니 어떻게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요. 창업가들이 행정업무를 보는데 시간 뺏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편하게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동네 의원 같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라파트너스를 쓰지 않고, 내부에 관련 인력을 두면 되는 것 아닌가요?내부에 ‘관리역’을 두고 이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시장이 커지면서 관리역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관리 업무는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배워가야 하고, 해당 업무를 했던 사람에게 배워야 해서 체계화된 교육 등을 통해 배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대형 회사들은 관리 업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소형 VC들은 이를 상대적으로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리스크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 단순반복적인 에러를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나요?미국에 ‘카르타(Carta)’ 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스타트업의 주주명부를 관리합니다. LP들에게 펀드 매니지먼트도 제공하고, VC 펀드 관리도 제공합니다.―장기적인 비전은 뭔가요.단순히 업무를 지원하는 것 외에 데이터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팩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판단하거나 후속 투자를 연계한다거나, 액셀러레이터들은 엑싯하고 후기 투자자는 딜소싱을 하는데 팩트를 기반으로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입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소아청소년과 대란’이 심각한데도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했고, 처방받은 약 역시 대부분의 환자들은 퀵서비스나 택배로 수령할 수 없어 환자들의 불편만 키운 ‘반쪽짜리 시범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휴일·야간 소아 환자, 비대면 처방은 불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선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정부는 이런 입법 공백을 막고자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가 기준이다.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및 등록장애인, 감염병예방법상 1, 2급 감염병의 확진자 등은 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보고 이들에게는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기로 예외를 뒀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도 재진이 원칙이다. 다만, 휴일과 야간에는 초진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지만 약 처방은 불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뒀다. 예컨대 의사로부터 “아이 상태가 심각하니 응급실에 가라” “해열제를 먹이고 푹 쉬게 하라”고 상담을 받을 순 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의료계는 소아의 경우 고열이나 복통 등 증상 발현 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와 부모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면서도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하지만 영유아일수록 야간 응급 상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도 상담만 받고 처방을 받지 못해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면 누가 이용하겠냐는 것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야간·휴일 소아 환자의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의 최종 내용은 지난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 수가 인상에 환자 부담도 늘어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의약품을 수령하는 방식은 크게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으로 나뉜다.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서 수령 방식을 결정한다. 퀵서비스나 택배로 집에서 약을 받는 재택 수령이 가능한 대상자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병원에 가기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약을 타기 위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약사 단체들은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파손되거나 변질되는 문제,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근거로 처방약 배달에 반대해 왔다. 반쪽자리 시범사업에도 환자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수가는 진찰료의 30% 수준으로 추가 지급하고 약국의 경우 약국관리료 및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를 더해 지급한다. 비대면 진료 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도 이에 비례해 30% 비싸진다. 감기 진료를 받을 때 대면 진료는 3000원(30%)을 내고, 비대면 진료는 3900원(39%)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기후투자는 하이 임팩트(큰 혁신), 하이 리턴(높은 수익)입니다.”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39)는 기후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8년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설립한 소풍벤처스는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로, 2016년부터 한 대표가 이끌어오고 있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적·환경적 가치까지 달성하는 투자를 말한다. 소풍벤처스는 2020년부터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해오고 있다. 최근 1년 새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처투자사들이 성과나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을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의 효용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요즘 같은 시기에 위험한 것 아닐까. 한 대표는 “투자는 모험자본이라 리스크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리턴(수익)이 큰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 혁신적인 솔루션을 내놓게 되면 그만큼 리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사업에 세액공제와 보조금 등의 형태로 369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핵심원자재법, 탄소중립산업법 등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며 맞불을 놨다. 한 대표는 “기후와 관련해 각국의 정부 보조금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며 “경제 위기 및 불황이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기후 관련 투자가능 자금은 늘어난 추세”라고 짚었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기술 스타트업 창업 속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딘 편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기후기술 스타트업은 단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딥테크(첨단기술) 수준에 가까운 기술이 필요해 창업 자체의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둘째, 인력 풀이 작다는 점이다. 인재들은 대부분 의대에 진학하거나 대기업 연구소, 국책기관이나 연구실 등으로 쏠리고 있다. 셋째, 국내 기후기술 업계는 주로 대기업이 이끌면서 B2B나 B2G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창업가의 접근이 어렵다. 소풍벤처스는 투자뿐 아니라 기후기술 관련 액셀러레이팅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한 대표는 “기후 문제는 기업만 잘한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처음 창업을 했고, 이후 두 번 더 창업한 뒤 소풍벤처스에 합류했다. 그는 “돈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미션이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첫 창업 때까지만 해도 돈을 목적으로 생각했었다”라며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소셜벤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창업보다 투자가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임팩트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기후 관련 스타트업은 대표적으로 분산전원의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기업 ‘식스티헤르츠’, 액화수소 탱크를 만드는 ‘하이리움’, 담수화 시설에 탄소포집 기술을 제공하는 ‘캡쳐식스’ 등이 있다. 한 대표는 “앞으로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기후기술 기업을 찾아 투자할 예정”이라며 “자본이 더 큰 소셜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러 사례들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나왔다. 16일 GS25는 AI를 활용해 만든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을 17일 선보인다고 밝혔다. 맛, 도수, 레시피, 디자인, 상품명, 가격 등 상품 기획 전 과정에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챗봇 서비스 ‘아숙업(AskUp)’이 활용됐다. ‘맛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알려줘’, ‘캔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아숙업에 물어봐 상품을 기획했다. 아숙업하이볼은 아숙업의 추천 레시피대로 레몬향의 상큼함과 위스키의 오크향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캔 디자인도 아숙업의 답을 반영해 민트색과 노란색을 교차로 적용해 맛을 색으로 표현했다. 알코올 도수는 5.5도, 캔당 가격은 4500원이다. GS25는 하이볼을 시작으로 다른 차별화 상품까지 AI 응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아숙업에 20여 개의 주요 질문을 해서 상품을 기획했는데, AI가 제품 디자인과 상품명까지 일관된 콘셉트로 추천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설립된 후 100만 명의 아숙업 이용자를 확보한 업스테이지는 이날 창사 이래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회사의 솔루션인 ‘다큐먼트 AI팩’과 ‘아숙업 서제스트(AskUp Seargest)’도 선보였다. 광학문자판독(OCR) 기술 기반의 다큐먼트 AI팩은 이미지나 PDF 형식의 문서를 텍스트로 변환한다. 아숙업 서제스트는 아숙업과 검색·추천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으로, 초개인화된 추천을 채팅 형태로 제공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하이볼은 AI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하고 재미있는 기술인지 보여주고자 기획했다”며 “국내외 기업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투자 시장 침체기라고는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최근 몇 년 새 한국에서 창업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죠. 창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했지만,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공공 및 민간 창업지원기관, 정부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도 크게 기여한 것 같아요.그런데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창업을 준비할 때나 스타트업을 설립 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는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창업하려는 마음 혹은 혁신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어떻게 해야 먹을 수 있는 걸까요? (창업의 꿈을 단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저로서는 정말 궁금한 지점이었습니다.)물론 도전정신이 타고난 사람도 있을테고, 평소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나 자신이 하던 연구에서 구체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을까요? 그래서, 한국에서 혁신가 양성을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국내 한 비영리기관을 취재해봤습니다. ‘타이드인스티튜트’라는 곳인데요. 특히 미국의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는 이곳 프로그램 ‘TEU(Tide Envision University)’은 어떻게 혁신을 독려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혁신가 길러내는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우선 싱귤래리티 대학은 어떤 곳일까요? 싱귤래리티 대학은 미래학자 겸 구글 이사였던 레이 커즈와일이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민간 창업 혁신 대학인데요.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본래는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나사(NASA)로부터 공간을, 구글 등에서 자본을 지원받아 10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거대한 문제를 발견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술에 대한 교육을 제공했다고 합니다.국내에도 이 싱귤래리티 대학 출신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인데요. 본래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갔던 고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싱귤래리티 대학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싱귤래리티 대학에 간 첫날, ‘향후 10년 이내에 적어도 10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혁신가가 돼라. 이 세상의 기술들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어서 해결 못 할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이곳에서 공상과학과 같은 기술들을 체험하고, 이런 기술로 비즈니스를 하는 혁신가들을 만나면서 ‘그 메시지가 가능하겠다’고 깨달았다고 하고요.싱귤래리티 대학에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고 대표는 귀국 후 2011년 한국에서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3년 싱귤래리티 대학처럼 10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시작했고요.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면밀한 설계 과정을 거쳐 2019년 지금의 TEU 프로그램을 런칭했다고 합니다.● “혁신정신의 씨앗 뿌려 혁신가 육성”TEU 프로그램의 취지는 창업가 육성에 있다기보다는,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혁신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단순히 어떤 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죠. 실제로 보고 느끼고 사용해보고 솔루션을 도출하고 실행에 옮겨야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그래서 TEU에서는 연사들을 초빙하는 한편 현장 견학을 통해 연사들의 비즈니스와 기술을 직접 눈으로 보도록 한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팀을 꾸려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도 경험하고요. 또 연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비즈니스를 펼쳐나가는지 참가자들이 가늠해볼 수 있도록 계속 쌍방향 소통을 할 기회도 제공합니다. 그동안 초빙한 연사들은 미국 스탠포드대,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대학 교수부터 스타트업 대표, SF작가, VC관계자, 그린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갖거나 통찰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현재는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TEU MED도 운영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예술, 농업, 모빌리티 등 주제 중심으로 스핀오프 모델을 확대시켜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타이드인스티튜트 관계자는 “계속 미래를 보여주고,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혁신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며 “실제로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는 본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다른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하기도 하고, 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TEU 프로그램의 취지는 요즘처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와 반대되는 듯 보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추후 회수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투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타이트인스티튜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마니가 산삼을 캐고 나면 다시 산삼 씨앗을 주변에 뿌리고 돌아온다고 합니다. 자신이 다시 그 자리에서 산삼을 캐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자녀가 발견할 거라고 기대해서도 아닙니다. 그다음 세대에 누군가가 수확할 것을 생각하고 뿌리는 것인데요. TEU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삼이 될지, 아니면 썩어서 없어질지 모르는 씨앗이지만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혁신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마음속에 이노베이터 정신을 심어놓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들어 고용 불안을 체감하는 직장인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가 올해 1분기(1∼3월)와 지난해 1분기 블라인드 한국 가입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련 키워드의 올해 검색량이 지난해 대비 3.3배 증가했다. 특히 ‘권고사직’의 검색량은 9.3배 늘었다. 업계별로 분석하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업계 재직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이 9.4배 불어나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광고(8.6배) △회계·컨설팅(8.4배) △게임(7.3배) △정보기술(IT·5.9배)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검색량이 가장 적게 증가한 업계는 △자동차 △상사 △호텔·레저 △외식 △조선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직장인들이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과 함께 검색한 키워드 상위 10개에는 △수습 △당일해고 △부당해고 △위로금 △대기업 △계약직 △이직 등이 있었다. 지난해 1분기 연관 검색어 50위권 밖이었던 ‘당일해고’는 1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블라인드의 가입자가 늘어 검색량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주제의 키워드 검색량이 1년 만에 3.3배 증가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엔데믹과 경기침체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인공지능(AI) 플랫폼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가 오픈AI의 GPT-4를 활용한 대화 기능과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일일 사용량 제한이나 요금 부과 없이 무료로 공개한다고 4일 밝혔다. 뤼튼은 GPT-4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자체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의 초안 작성을 돕는 툴과 챗봇 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GPT-4 대화 기능을 유료 가입자에게는 무제한으로 제공했지만 무료 이용자에게는 일일 이용건수를 100건으로 제한해왔다. 오픈AI도 GPT-4를 월 20달러에 유료로 제공하고 대화 수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뤼튼은 GPT-4가 이전 버전과 달리 최신 자료까지 학습해 답변이 한층 정확해졌고 한국어 답변 성능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서비스 이용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무제한 무료 공개를 결정했다. 뤼튼은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도 미국의 스태빌리티AI(Stability AI)를 이용해 사용량 제한 없이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 말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별도 요금 없이 전체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올해 3월 말 퍼블릭 이미지 생성AI로 잘 알려진 미드저니가 무료 시험판 서비스를 중단했고, 스태빌리티AI도 사용자가 직접 접속해 이용할 경우 무료 생성 수에 제한을 둔 점을 고려하면 뤼튼의 무제한 개방 결정은 파격적이다. 뤼튼 관계자는 “비영어권에서 생성AI 생태계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이용 경험이 더욱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뤼튼만의 기업 철학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요즘은 누구를 만나든 ‘챗GPT 써봤어?’라는 질문이 단골로 나오는 듯합니다. 생성AI에 대한 이슈가 몇 달째 뜨겁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서비스들도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생성AI 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스테파니는 얼마 전 한국의 생성AI 스타트업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해외 생성AI 스타트업 몇 곳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떤 기업이 크게 성장했는지 살펴보다 보면 미래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유명인사 챗봇 생성해 소통 가능케한 스타트업, 설립 16개월 만에 유니콘2021년 11월 설립된 미국의 생성AI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닷AI’는 올해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습니다. 매출이 전혀 없는 데다 설립된 지 불과 16개월밖에 안 된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것인데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투자가 이뤄진 것을 보면 AI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고조됐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인 듯합니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두 명으로,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 대표와 노암 사지어 대표인데요. 이들은 ‘람다’의 전신을 개발한 구글 개발자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릭터닷AI는 일반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는 B2C 회사인데요. 지난해 9월 대화형 AI 서비스를 출시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의 챗봇을 생성해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인데, 다른 챗봇과 달리 사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특징입니다. 캐릭터닷AI 측은 이미 월 1억 명 이상이 방문하고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이용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문자 입력하면 이미지 뚝딱 ‘스태빌리티AI’, 저작권 침해 논란도2019년 설립된 스태빌리티AI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입니다. 이미지 생성분야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는 기업인데요. 지난해 10월 1억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스테이블 디퓨전’은 문자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줍니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오픈소스 코드를 깃허브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비디오 게임 디자인부터 광고까지 사용자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여담이지만 스태빌리티AI는 저작권 침해 논란이 된 AI 스타트업 중 한 곳이기도 한데요. 올해 1월 미국 최대 규모의 이미지 플랫폼 기업인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가 우리가 소유한 이미지의 라이센스를 적합한 절차를 거쳐 취득하지 않은 채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마케팅에 도움되는 문구 생성해 유료 회원수 10만 명 도달미국 텍사스에 기반을 둔 ‘재스퍼’는 이미 국내에도 꽤 많이 알려진 스타트업입니다. 2020년 설립돼 2021년부터 문자 생성 AI플랫폼 ‘재스퍼AI’를 운영해왔는데요. 이 플랫폼은 오픈AI의 GPT3 언어 모델을 활용해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나 제품 광고 문구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줍니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광고가 최상단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이는 문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사용자가 광고를 노출시킬 채널과 형식, 어조 등을 선택하면 이에 맞는 문구가 생성됩니다. 실제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만큼 유료 회원수도 점점 늘어 최근에는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1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냈고요. 재스퍼는 지난해 1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유니콘에 등극한 생성AI 스타트업은 전무한 상황이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성AI 분야가 시장에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만큼, 응용 분야의 생성AI 제품과 서비스를 선점하는 전략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스타트업도 승산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최근 몇 달 사이에도 생성AI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얼마나 잘 적응해 서비스를 유용하게 활용하는지는 저희에게 남겨진 과제인 것 같습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AI를 도입한 컴퓨터 비전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제조 및 유통 산업군에서 업무를 효율화하거나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2020년 설립해 지난해 12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산업용 딥러닝 컴퓨터비전 솔루션 스타트업 ‘아이브(AiV)’는 제조업 제품의 불량 검사 및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 회사들은 제품에 생기는 스크래치처럼 정형화하지 않은 패턴으로 나타나는 불량 상태의 경우 눈으로 검사해 왔다. 하지만 육안 검사는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제조업 회사들은 결국 공정 작업을 개선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아이브는 이런 제조업 현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고충)를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했다. 불량 상태를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광학계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인식한 정상적인 상품의 데이터와 불량 데이터를 인공지능 신경망에 학습시켰다. 이어 학습된 AI 모델은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한다. 성민수 아이브 대표는 “솔루션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는 2차 전지 배터리팩과 자동차 부품이지만 모든 제조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도입한 컴퓨터 비전 기술은 패션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컴퓨터비전과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시각 지능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딥픽셀’은 가상 피팅 솔루션 ‘스타일AR(StyleAR)’을 개발해 미국 CES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회사는 사람의 손과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추적하는 AI 기술을 집중적으로 고도화시켰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자신의 손이나 얼굴을 비추면 AI가 이를 인식해 액세서리 제품을 화면상에서 가상으로 피팅시켜 보여준다. 롯데면세점, 골든듀, 한컴스토어 등 90여 개 업체가 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훈 딥픽셀 대표는 “패션 제품은 개인의 경험이나 취향이 중요해 착용한 모습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위생이나 도난 우려로 직접 착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온라인에서는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가늠해보기 어렵다”며 “가상 피팅 솔루션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거나 반품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AI 모델이 커지면서 가동 속도를 높이고 운용 비용을 줄이는 것도 AI 스타트업들의 과제가 됐다. 스타트업 ‘클리카’는 AI B2B 솔루션을 제공해 비전AI의 자동 경량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사가 클리카의 솔루션을 사용해 AI 모델을 업로드하고 간단한 설정을 하면 자동으로 경량화 및 최적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받게 된다. 고객사는 이를 클라우드 서버나 반도체 칩 등 원하는 디바이스에 배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는 영역을 AI 비전이 커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스탠퍼드 의대, 미국 국립수면재단과 공식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체결했다고 같은 달 30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미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중소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이뤄졌다. 에이슬립은 두 건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산학연 협력모델 기반의 ‘슬립테크 클러스터’ 계획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미국 국립수면재단 등 연구기관, 스탠퍼드 의대 등 학계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포함해 국내에서 꾸준히 연구협력을 이어온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과의 협력 역시 슬립테크 클러스터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