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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사진)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의 핵심 인사 8명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인적 쇄신 외에는 아직 뚜렷한 추가 방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31일 일정을 비운 채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국 수습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평상시라면 이날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날이지만 회의를 열지 않았다. 1일 열리는 국무회의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는 물론이고 신임 총리 인사도 가급적 빨리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출근을 한 신임 배성례 대통령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위기가 기회인데 어려울 때 또 기회가 온다”며 “우리 스태프(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실한 마음을 읽어주고 어려울 때일수록 잘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은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개각을 대비한 인사 검증 작업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사표가 수리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이날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외롭고 슬픈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나부터 조사하라’는 자세를 보이면서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해 최 씨와의 관계 등을 소상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니 이에 대해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만큼 추가 입장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경원 이종구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중립거국내각을 위해서는 맨 먼저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만든 당”이라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까지 박 대통령의 탈당에 동조하고 나선다면 청와대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중도 성향의 국무총리를 임명한 뒤 내각에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정치권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날 주장처럼 대통령이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더라도 북핵 대응을 비롯한 외교안보 사안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책임총리제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정 대변인은 이날 “국가안보 문제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지난달 30일 사표가 수리된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수석비서관 자리는 대통령비서실의 핵심 요직이다. 비서실 서열 1, 2, 3위인 세 자리가 모두 비면서 비서실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당장 2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예산안 보고를 누가 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공석이면 정책조정수석이나 정무수석이 대신해야 하지만 모두 빈자리다. 직제상 그 다음인 민정수석은 전날 교체된 데다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건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누가 출석하고 보고할지 국회 운영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진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주 안에 비서실 정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 아래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제일 중요한 비서실장 인선부터 서두르고 있다”며 “인사를 미뤄야 할 이유가 없는 만큼 결정이 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후임 비서실장 후보로는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등 학계 인사들과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 정치인들도 하마평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 후보군에서 탈락한 인사도 비서실장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새 비서실장은 아직도 인선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행 중인 인적 쇄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서 대통령을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고 ‘난파선’이나 다름없는 청와대 비서실을 이끌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쓰나미’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대거 휩쓸려 나갔다. 박 대통령은 30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태와 관련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우병우 민정,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 정호성 부속,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게 됐다. 민심이 분노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와 시국선언까지 잇따르는 상황을 추스르기 위한 인적 쇄신의 첫발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4)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58)을 각각 내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 정무수석비서관의 후속 인사는 조속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교체한 참모들은 대통령 비서진 가운데 핵심으로 꼽힌다. 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 ‘3인방’은 여야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인물로 지목하며 인적 쇄신 대상으로 우선 거론했던 참모들이다. 이 전 비서실장과 김재원, 김성우 전 수석은 최 씨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25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야당은 “만시지탄”이라며 검찰 출신이 또 민정수석에 내정된 데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혹시라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습용 인선이 아닌지 주시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여전히 검찰 통제를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이날 사퇴했다. ‘차은택 사단’으로 분류돼 온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퇴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3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가 이틀째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국가 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임의제출이 법 규정이며 관례”라며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법 절차는 지켜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로 법적으로 압수수색을 위한 청와대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검찰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 집행 요구에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필요한 자료를 건네주겠다”고 반대했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해당 공무소(公務所)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는 111조를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검찰이나 특별검사가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전례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련자의 범위와 사안의 엄중함이 이전 사례들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련성을 인정했고, 청와대의 참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연루돼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는 모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의)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국민의 분노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사건에 특별검사가 도입되면 다시 한 번 압수수색 문제로 청와대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을 ‘더 이상 청와대로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검찰과 청와대는 아슬아슬한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검찰청에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을 알렸음에도 대검은 이를 법무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29일 오후 2시경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청와대는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압수수색에 대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의견 충돌을 외부에 알리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29일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제출할 수 없다’고 하자 검찰은 “필요 없는 자료만 청와대가 넘겨줬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가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을 때에는 “검찰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친 검찰의 공세에 청와대는 30일 주요 수사 대상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보고·결재 공문서 등 주요 자료를 박스 7개 분량으로 제출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정치권과 여론의 인적 쇄신 요구에 1차 응답한 결과다.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행보가 본격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28일 밤늦게 수석비서관 전원과 ‘3인방’에 대한 사표 제출을 지시하면서 청와대 인적 쇄신은 본격화됐다. 검찰이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후임자 선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사가 다소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참모들의 사표를 받아들였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사표부터 수리한 건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다른 수석들에 앞서 민정수석부터 내정한 것은 후속 비서진 인선은 물론이고 개각을 위한 인사 검증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워낙 엄중한 상황이고 새 비서진과 개각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교체 대상으로 꼽혀 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주도하기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최재경 민정수석 내정자는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 출신으로, 검찰에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당의 압박에 박 대통령이 ‘핵심 참모 8명 사표 수리’로 대응했을 수 있지만, 당청(黨靑) 간의 교감 아래 중립내각 요구와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거의 동시에 내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8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독대를 하면서 이번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대통령민정수석 교체→청와대 참모진 정비→총리 교체→총리와 협의해 개각’ 순으로 이어지는 인적 쇄신을 통해 이번 사태를 추스르는 것으로 박 대통령이 방향을 잡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및 여권 원로들과 정국 운영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상임고문들을 초청한 자리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한 점 등을 들어 김 전 실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날 사표가 수리된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7월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지만 박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사람을 자를 수 없다”며 야권의 교체 요구를 거부해 왔다. 우 전 수석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권의 거센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도 퇴진하지 않았지만 결국 ‘최순실 사태’는 피하지 못했다. 2014년 6월부터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으로 일해 온 안종범 전 수석은 청와대 내에서 ‘왕(王)수석’으로 불리며 정책 전반과 정무적 사안까지 관여해 온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었으나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국정감사 후 개헌 카드로 청와대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 했지만 최순실 쓰나미에 휩쓸려 4개월여 만에 퇴진하게 됐다. 5월 취임한 이원종 전 비서실장은 4·13총선에서 여당 참패 이후 혼란스러웠던 청와대를 그런대로 잘 추슬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감 때 ‘봉건시대’ 발언 이후 홍역을 치른 이 전 실장은 기자들에게 “저 자신도 반듯하게 일해 보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제 관심은 누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것인지로 옮아가고 있지만 후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선이 길어질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내각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역할을 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우병우 민정·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와 함께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4)을, 신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58)을 각각 내정했다. 최 수석은 사법시험 27회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 전주 대구 인천지검장을 지냈다. 배성례 수석은 KBS와 SBS를 거쳐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며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수석의 후속 인사는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태블릿PC’의 개통자로 지목된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39)의 청와대 입성 전후 행적에 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행정관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밖에서 광고 전문가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2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그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홍보와 상관없는 문구 납품업체 등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블릿PC 명의 업체이자 김 행정관이 2005∼2013년 대표를 맡은 마레이컴퍼니는 팬시용품을 수입해 대형마트 등에 판매하는 유통업체였다. 그가 이사로 등재된 또 다른 업체도 홍보나 뉴미디어와는 무관한 회사였다. 김 행정관 전까지 마레이컴퍼니 대표를 맡았던 A 씨(40·여)는 “김 씨에 대해 처음 듣는다. 창업자 최모 씨의 부탁으로 대표 명의만 빌려줬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사로 선임된 B 씨(38)도 “이 회사 출신인 김 씨가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건 알지만 그 배경이나 인맥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마레이컴퍼니의 전현직 직원들 가운데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배경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행정관의 주거지도 의문투성이다. 마레이컴퍼니 법인등기부에 김 행정관 주소 중 하나로 기재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는 그의 장인인 레미콘회사 대표 배모 씨(73) 부부가 살고 있었다. 배 씨는 2013년 5월과 6월, 현 정부 첫 방미·방중 경제사절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중소기업인이다. 배 씨는 “사위가 여기에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2008년부터 5년간 거주했던 것으로 등기부에 또 다른 주소로 기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공교롭게도 최 씨의 ‘비선 아지트’로 알려진 빌딩의 바로 뒤 건물이었다. 두 건물 모두 최 씨가 운영했던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와 200m 거리였다. 김 행정관은 최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언론 접촉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의 태블릿PC를 최 씨가 갖게 된 경위는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택동 기자}
정권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첫 번째 카드는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제출’이었다. 청와대 인적 쇄신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더 떨어진 데다 참모진 교체 카드 역시 국민과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친 뒤에야 마지못해 끌려가듯 꺼내들어 국면 전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8%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 비율은 74%로 가장 높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9월 둘째 주 이후 6주 연속 하락하면서 학계에서 레임덕(권력 누수)의 기준으로 여기는 지지율 25% 아래로 떨어졌다.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TK(대구경북) 지역과 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은 지난주 52%에서 이번 주 36%로 16%포인트나 떨어졌다. TK 지역 지지율도 8%포인트 하락해 27%였다. 이는 최 씨 국정 농단 의혹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최 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꼽은 사람이 38%로 단연 가장 많았다.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7%가 ‘사실일 것’이라고 대답했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는 여론 악화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국민 사과 이후인 26, 27일 조사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이 주간 평균치보다 3%포인트 낮은 14%였고, 부정평가 비율은 4%포인트 높은 78%였다. 대국민 사과 직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만큼 국민에게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민심의 분노는 깊었다. 국정 수습에 실패하면 임기 말 6%까지 떨어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12%를 기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28일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연기한 채 수습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어 이날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대국민 사과 이후 사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30일 청와대 참모진 경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석 참모들의 일괄 사표가 ‘자발적 제출’이 아닌 ‘제출 지시’라는 형식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교체 대상과 폭이다. 26일 바로 사표를 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 거금 모금 의혹에 깊이 연루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관심은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 여부다. 만약 3인방 교체 없이 청와대 인사가 마무리된다면 국민의 비판 여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최순실 씨의 비밀 의상 사무실을 들락거린 부속비서관실의 윤전추 행정관과 최 씨 태블릿PC의 명의 업체 대표였던 김한수 행정관 등 최 씨와 깊이 관련된 인사들의 인사 조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이후 후속조치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주목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국정 개입 의혹 확산으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밤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최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정무적 책임이 있는 이 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 인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3인방’까지 사표 제출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르면 주말에 인사가 이뤄질 수 있지만 후임자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다음 주에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씨의 흔적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재계와 관가에도 넓게 퍼져 있다. ‘최순실 사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이들이 최 씨와 어떤 관계이고, 최 씨가 국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 ○ 청와대부터 명백히 밝혀야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연결 고리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인물은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고 있고, 최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일부 문서파일의 작성자가 정 비서관으로 돼 있다. 정 비서관은 “매일 자정에나 퇴근하는데 언제 가서 전달하느냐. e메일로도 전한 바 없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다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정 비서관은 최 씨가 언제까지, 어떤 자료를 받아봤고 연설문 작성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정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최 씨와의 연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세 사람은 모두 최 씨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보좌하게 된 공통점이 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및 운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다. 안 수석은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좋은 취지의 재단을 잘 만들었다’고 격려한 게 전부”라고만 하고 있다. 안 수석이 최 씨와 함께 모금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 씨와 안 수석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체육인재 전지훈련 예산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했지만 안 수석은 “최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최 씨가 갖고 있던 태블릿PC의 소유주인 ‘마레이컴퍼니’의 대표를 지냈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씨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태블릿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지만 열쇠를 쥔 김 행정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설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대선 때 이뤄진 일인 것 같은데 확인해봐야 한다”는 정도의 반응만 내놓았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윤전추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우 수석의 발탁, 윤 행정관 입성에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 해명 없이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윤 행정관이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의상을 준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이 최 씨 관련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와 관가에도 드리운 그림자 전경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대기업들은 미르에 486억 원, K스포츠에 288억 원의 돈을 모아 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부회장은 먼저 안종범 수석과 최 씨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두 재단의 설립을 지시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오류투성이 설립 신청서까지 내가며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와 두 재단의 이사진을 구성할 당시 최 씨나 주변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이 말해야 할 때다. 이 부회장은 최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을 사적 용도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맺은 장애인 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올 1월 13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 신청 하루 만에 문체부가 허가를 내준 과정에 개입했고,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다. 최 씨를 만난 적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최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 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지도교수를 지냈다. 김 전 장관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내준 과정, 두 재단이 거액을 조성한 과정 등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통화에서 “차 씨의 추천으로 장관이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창덕·전승훈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국정 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대한민국호’가 침몰 위기다. 하지만 최 씨를 포함해 관련자들은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의혹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면 최 씨 의혹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있는 그대로 ‘양심 고백’을 하고 법과 여론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27일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 등 7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해명을 늘어놓으며 “당장은 귀국할 수 없다”고 밝힌 최 씨의 소재 파악은커녕 범죄 혐의도 특정하지 못한 채 국제사법공조에 따른 강제소환 검토만 운운하고 있다. 정치권도 ‘최순실 특검’에는 합의했지만 특별검사 임명 절차와 수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언제 합의가 이뤄져 특검 수사가 진행될지 기약할 수 없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규명되기엔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이에 민심은 급속히 흉흉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일간 집계에서 26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17.5%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10%대 지지율은 처음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하야’ ‘탄핵’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악의 국정 마비 위기 상황인데도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 등 청와대 참모들은 최 씨 관련 의혹을 부인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진상을 밝힐 의지도 없어 보인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문체부 2차관 등 문체부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을 빨리 정상화하려면 최 씨 관련자들이 더 이상 박 대통령 뒤에 숨지 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고백해야 하며 그에 따른 인적 쇄신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 확산으로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을 일부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청와대 핵심 참모 3, 4명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 대상에는 특히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르면 27일 박 대통령이 결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실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취임 첫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지금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박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대표가 전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문하며 집중 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특검에 부정적이던 새누리당도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특검을 수용했다. 여야는 27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특검 방식 및 특검 추천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실익이 없고 정략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거대 정당이 찬성하고 있어 특검은 무난히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은 최 씨부터 귀국시켜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 확산에 따른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오랫동안 교체 요구가 나왔던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고심했다. 25일 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핵심 참모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참모는 “분위기 일신을 위해 비서진이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근혜 대통령 주변 문제인데 비서진이 사표를 내는 게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공개 요구했고, 박 대통령이 “당의 제안에 대해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당 폭의 청와대 비서진 교체는 피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수석비서관 이상은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비서진 교체 폭과 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수석비서관 이상이 전원 사퇴하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 수석, 정 비서관 등 3, 4명 정도가 물러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7월부터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강남 땅 특혜 거래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 수석이 검찰의 최 씨 사건 수사까지 지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우 수석이 지휘하는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정 비서관은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교체 요구가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비서관들이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하겠느냐”며 옹호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해당 참모들이 비서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박 대통령이 결심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다음 주 초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르면 27일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개각에 대해선 여론 흐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에게 연설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과 유출 경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무·경제·교육문화 등 각 수석비서관실은 먼저 해당 분야별로 주요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만든다. 이를 취합해 연설문 초안을 만드는 역할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맡는다. 각 수석실은 초안을 검토한 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다듬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원고를 만든다. 박 대통령이 원고를 다시 한 번 점검해 수정한 뒤 연설문 최종본이 나오는 구조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연설문 내용이 상당히 바뀔 때가 종종 있다”며 “최종본은 행사 직전에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최 씨에게 전달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원고로 보인다. 최 씨의 PC에서 발견된 연설문에는 수정 흔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최종 수정 단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실무 작업을 맡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 원고를 보내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씨가 아니라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에게 문건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유출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는 이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자료 전달은 e메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안에는 내부망과 외부망에 접속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청와대 문건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정황이 있다는 점도 e메일 발송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문서 관리는 엄격히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를 하면 e메일 발송자를 찾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연설문 유출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포함될지 등 따져 봐야 할 쟁점이 많다. 연설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유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파문 사건에서 법원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공개가 예정된 연설문이라도 연설 전까지는 기밀등급이 부여된 자료이므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훈상·신나리 기자}
25일 오후 3시 43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네이비색 재킷과 정장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476자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1분 35초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발표 말미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박 대통령이 본인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이 많이 놀랐을 테니 직접 설명을 드려야겠다”라며 참모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전날 저녁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청와대에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도중 소식을 접한 이정현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대응 방법을 논의한 뒤 청와대 관계자에게 연락해 “박 대통령이 회의 석상이 아닌 직접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경위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 씨와의 인연, 대통령 취임 전과 후의 최 씨의 역할,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내 준 이유 등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랜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홍보에서 도움을 받았고, 취임 초반까지 최 씨의 의견을 들었다는 취지다. 이번 사안은 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설문을 최 씨에게 전달한 청와대 참모를 문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연설문 전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는 어차피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문책이 있더라도 수사를 지켜보면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즉각적인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의견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해명을 할 예정이지만 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어물쩍 넘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에게도 연락해 “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대면한 건 지난해 8월 6일 노동 개혁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 발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낮에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오찬 등의 일정이 있어서 회견 시점이 오후로 정해졌다. 전날 밤 보도가 나온 이후 청와대는 계속 침울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씨 문제가 불거지자 ‘식물 청와대’로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한 뒤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 사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무슨 내용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전인 이날 오후 2시 비가 내리는 청와대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나라의 심각한 사태를 모르는 건지 할 말이 없네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 즉 ‘메시지를 전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말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 무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박 대통령은 주요 기념일 경축사 및 기념사, 국회에서의 연설,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을 통해 자주 메시지를 밝혀 왔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방향 및 평가가 담겨 있다. 여권의 실질적 수장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배신의 정치”라는 강렬한 표현으로 여당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게 중요한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실별로 의견을 종합한 뒤 비서진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들고, 다시 박 대통령이 수정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언론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에게 미리 보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25일 이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지만 최 씨가 메시지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면 최 씨의 메시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그동안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게 아니라 최 씨 연설을 들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를 보도해 온 기자로서도 참담한 심정이다. 설령 최 씨가 표현을 다듬는 자문 역할만 했다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공식 직위가 없는 최 씨에게 그런 일을 맡겨야 할 만큼 청와대 비서진은 능력이 없다는 뜻인가. 정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최 씨를 비서로 임명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했다. 본인이 직접 관련된 이번 사건에는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묻고 싶다. 장택동·정치부 will71@donga.com}
24일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자료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침묵했다. 청와대 주요 수석비서관들과 홍보라인은 일제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는 “전혀 내용을 모른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최 씨가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 청와대가 “말이 되느냐”고 적극 반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의 주요 연설이나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앞두고 수석실별로 자료를 올리면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든 뒤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비서실에서 올린 초안과 박 대통령의 검토를 거쳐 나온 최종본에 차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해왔다.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수정한 것으로 여겨왔지만 실제로는 최 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최 씨에게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발언 자료가 전달됐다면 청와대 내에서 누가 최 씨에게 자료를 보냈는지가 의문이다.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메시지를 관리하는 역할은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맡아왔다. 정 비서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최 씨에게 자료가 전달된 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청와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비선 실세는 없다. 최 씨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 씨가 호가호위하고 다닌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뒤 최근까지 개헌을 ‘블랙홀’이라며 시기상조론을 펼쳐 왔다. 그러다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격 ‘개헌 카드’를 제시한 걸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미루면 개헌을 추진할 때를 놓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야당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비선 실세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靑 “더 늦어지면 개헌 일정 차질”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대북 외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개헌 논의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의 기존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인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발표하자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다만 국정과제 이행에 집중하기 위해 논의를 미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까지 끝낸 뒤인 올해 말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씨 의혹 등 때문에 발표 시점이 당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이미 추석 연휴 기간에 개헌 결심을 굳힌 뒤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최 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 “지금 개헌 추진을 발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개헌 일정을 감안해 원래대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더 늦어지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다면 개헌에 반대할 텐데 개헌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국 주도권 회복 위한 포석” 분석도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난관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지난주 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4·13총선 전에는 박 대통령이 개헌 관련 보고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여소야대 체제로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고 최 씨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개헌 제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추진은 정치판을 흔들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선호하는 권력구조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하면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이 약 40분간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총 23차례 박수를 받았지만 대부분 새누리당 의석에서 나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그런데 비선 실세들은?’이라고 쓴 소형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과 5부 요인 간의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경질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의혹만 갖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가 있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내년 대선을 1년 2개월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의혹 등으로 곤경에 빠져 있는 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야권 대선 주자들이 “‘최순실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개헌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7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국회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 요구에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며 반대해 오다 이날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박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내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개헌 논의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며 “국회 논의를 봐 가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및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환영 의사를 밝히며 “‘제로그라운드(원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에도 합의를 못 하면 난도가 높은 개헌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새누리당에서 자꾸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개헌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개헌론에 부정적인 태도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의원들이 개헌 논의를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을 이같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는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보안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은 24일 브리핑에서 “그날(10일) 사실은 내가 예산안 시정연설문에 포함된 개헌 관련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해) 앞서 나가서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어 (언론에) 말을 했고 곧바로 정 원내대표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6월 9일 정무수석으로 임명됐을 무렵부터 수석들과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최종 보고서는 추석 연휴 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