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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 쌍둥이 형제 프로 선수가 함께 라운딩하는 장면이 나왔다. PGA투어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 1월 7일에 37분 차이를 두고 태어난 형 파커 쿠디와 동생 피어슨 쿠디가 주인공이다. 쿠디 형제는 29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메모리얼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 1라운드를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1983년 공식 기록이 집계된 이후로 프로 선수인 쌍둥이 형제가 함께 라운딩을 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RSM클래식에서 데이비드 포드, 맥스웰 포드(22) 쌍둥이 형제가 동반 플레이를 했지만 둘은 아마추어 선수였다. 휴스턴 오픈 1, 2라운드 조 편성은 무작위로 결정됐다. 쿠디 형제는 그동안 주니어,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1, 2라운드 경기를 함께 한 적이 없다. 콘페리(2부)투어를 거쳐 올해 1부 무대에 입성한 쿠디 형제는 1971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찰스 쿠디(87)의 손자다. 동생 피어슨은 “(이번 대회 조 편성을 알리는) 문자를 받고 분명히 오타일 거라 생각했다. 모든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동생 피어슨은 중간 합계 1언더파 69타로 공동 1위 그룹과 5타 차 공동 35위, 형 파커는 이븐파 70타로 공동 54위를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 배구 ‘최고의 창’ 김연경(36·흥국생명)과 ‘최고의 방패’ 양효진(35·현대건설)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 두 선수 모두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챔프전 맞대결이 될 수도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공격 성공률 45.0%로 국내 선수 중 1위(전체 2위)에 올랐다. 상대 블로킹에 막힌 횟수 등을 포함해 계산하는 공격 효율은 김연경(35.8%)이 전체 1위다. 이런 김연경을 상대로 블로킹 성공률(18.2%)이 가장 높았던 선수가 바로 ‘블로퀸’ 양효진이다. 두 선수는 최근 네 시즌 동안 번갈아 가면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기자단 투표가 이미 끝난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도 둘 중 한 명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는 프로배구 무대에서는 라이벌이지만 국가대표팀과 코트 밖에서는 ‘절친’이다. 양효진은 ‘방장’이 될 수 있을 만큼 대표팀 경력이 쌓인 뒤에도 ‘방졸’을 자처하며 김연경과 룸메이트로 지냈다. “둘 다 깔끔한 성격이라 잘 맞는 편”이라는 게 김연경의 설명. 2021년 양효진의 결혼식 때는 김연경이 부케를 받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정도 공유하는 사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엔 태극마크도 함께 내려놨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우승에 실패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현대건설로 이적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 2차전을 먼저 따냈지만 3∼5차전을 내리 내주는 ‘리버스 스윕’ 패배를 당했다. 이에 ‘원맨팀으로는 우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연경이 양효진의 ‘지원 사격’을 받을 수 있는 현대건설행을 고민했던 것. 김연경이 결국 흥국생명 잔류를 선택하면서 이번 시즌에 양효진과 적으로 챔프전에서 만나게 됐다. 김연경은 “또 하나의 빅 매치가 이뤄진 것 같아서 좋다. 많은 팬들에게 좋은 배구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연경 언니는 테크닉이 워낙 좋고 배구를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여서 좋은 경기를 풀어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두 선수 모두 ‘서브’를 승리의 키 포인트로 꼽았다. 김연경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라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 리시브에도 가담해야 한다. 김연경은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도 리시브 효율 팀 내 1위 기록(43.2%)을 남기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현대건설로서는 김연경의 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늘려야 우승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흥국생명은 당연히 양효진의 블로킹 벽을 넘어야 한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전체적인 짜임새에선 현대건설이 한 수 위라고 본다. 다만 흥국생명에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김연경이 있다.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윌로우(26·미국)가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얼마나 덜어 줄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두 기둥이 하나뿐인 여자부 왕좌를 놓고 다투는 2023∼2024시즌 챔프전은 28일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승제 승부에 돌입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나는 단지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겪고 있는 인종차별을 눈물로 호소했다. 비니시우스는 스페인과의 A매치(국가대항전)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소속 팀(레알 마드리드)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데 집중하지만 때로는 불가능할 때도 있다. 경기를 향한 열망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는 이날 40분 가량의 기자회견 동안 세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하나로 성사된 이번 경기엔 ‘하나의 피부, 하나의 정체성’이란 슬로건이 걸렸다. 2018년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비니시우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스페인 검찰에 신고한 사례만 10건에 이른다. 이달 14일엔 레알 마드리드의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비니시우스 침팬지”라고 외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1월엔 남성 4명이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인근 다리에 비니시우스의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매달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내가 클럽(레알 마드리드)을 떠나는 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원하는 걸 이뤄주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클럽에 남아 그들이 계속 내 얼굴을 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니시우스는 이달 3일 발렌시아와의 프리메라리가 방문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주먹을 하늘로 내뻗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시상대에서 보여줬던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를 재현한 것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중국 공안에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아 온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32·사진)가 풀려나 25일 귀국했다. 지난해 5월 12일 체포된 지 318일 만이다. 외교 소식통은 “손준호가 최근 석방됐고 오늘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고 25일 전했다. 손준호의 몸 상태는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그동안 중국 당국과 여러 경로로 소통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국내에 있는 손준호 가족과 소통하며 20여 차례 영사 면담을 했고, 변호인 접견 지원 등 필요한 조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2023년 5월 12일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체포됐고 랴오닝성 차오양시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간(37일)이 만료되자 지난해 6월 이후 구속 수사를 벌였다. 외교 당국과 대한축구협회의 석방 노력에도 구속 수사로 전환되면서 수사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손준호는 중국의 축구계 부패 척결 과정에서 구속된 첫 외국인 선수였다. 손준호가 받은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는 중국의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민간인이 자신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것을 뜻한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손준호가 하오웨이 전 산둥 타이산 감독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체포될 당시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손준호 측은 그동안 강하게 부인해 왔다. 외교 당국은 그동안 손준호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나 건강 상태를 계속 확인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에 손준호의 석방 지원을 요청해 왔다. 손준호의 석방은 중국 축구계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손준호의 이번 석방은 중국 측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세리키즈’ 신지애(36·사진)가 박세리의 이름을 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공동 5위를 했다. 신지애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팰로스 버디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5위를 했다. 2018년 LA 오픈으로 창설된 이 대회는 올해 처음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으로 치러졌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신지애는 호스트인 박세리의 초청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어려서 양궁을 했던 신지애는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듬해 골프에 뛰어든 ‘세리키즈’다.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신지애는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에게 직접 부탁해 초청을 받았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선 세계랭킹 포인트가 보다 많이 걸린 미국 투어 대회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신지애는 전날 3라운드에서만 8언더파를 치며 공동 선두로 나서 이날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치렀다. 1, 2번홀 연속 보기로 주춤했던 신지애는 3번, 7번홀 버디로 반등했지만 12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선두 싸움에서 미끄러졌다. 대회가 끝난 뒤 신지애는 “오늘은 바람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신지애는 한국 선수 20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부터 출전한 LPGA투어 7개 대회에서 5차례 톱5에 들었다. 지난해 7월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공동 2위) 이후 8개월 만에 미국 대회에 나선 신지애는 “많은 사람에게서 미국으로 돌아왔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해줘 너무 고맙다. 아직 3월이어서 대회가 많이 남은 만큼 다음 경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지애는 LPGA투어 11승을 포함해 프로 통산 64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 우승은 넬리 코르다(26·미국)가 차지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코르다는 라이언 오툴(37·미국)과의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코르다는 18번홀(파4)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버디 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마쳤다. LPGA투어 통산 10승째를 챙긴 코르다는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4억 원)를 챙겼고 세계랭킹도 2위에서 1위로 오르게 됐다. 박세리에게서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코르다는 “박세리는 골프의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박세리의 대회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하고 우승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남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오스트리아 축구대표팀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사진)가 A매치(국가대항전) 역대 최단 시간 득점 기록을 세웠다. 24일 슬로바키아와의 친선 매치에서 경기 시작 6초 만에 골을 넣었다. 바움가르트너는 상대 선수를 두 차례 제친 뒤 낮게 깔아 찬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의 루카스 포돌스키가 2013년 에콰도르전에서 남긴 기록 7초를 뛰어넘었다. 바움가르트너는 “경기를 하는 내내 이렇게 빨리 들어간 골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이 26일 평양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북한-일본 경기를 취소하고 북한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설명 없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하면서 대체 장소와 날짜를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FIFA는 “북한과 일본의 26일 경기를 취소했다. 북한은 (연기를 원하는) 경기 일정과 평양이 아닌 다른 경기 장소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24일 밝혔다. FIFA는 북한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26일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북한이 0-3 몰수패한 것으로 처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에서 4전 전승(승점 12)을 기록해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각 조 상위 두 팀에 돌아가는 최종 예선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1승 3패(승점 3)가 된 북한은 B조 3위인데 26일 시리아(승점 4)-미얀마(승점 1) 경기 결과에 따라 조 최하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21일 도쿄 방문경기로 치른 일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2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6일 평양 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북한이 이틀 전 불가피한 사정으로 중립 장소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은 6월에 시리아, 미얀마와의 월드컵 2차 예선 안방경기가 남아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말 어려운 질문 같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미국 멕시코 캐나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1-1 무승부) 뒤 공동취재구역에 선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한 뒤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듯했던 발언에 대해 묻자 손흥민은 잠시 머뭇거린 뒤 “내 생각만 했다면 정말 (대표팀을) 그만할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코앞까지 갔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당시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앞으로 대표팀에서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날 “대표팀이라는 자리를 한 번도 당연시한 적 없다. 다시는 이런 약한 생각을 하지 않고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손흥민은 그동안 아버지(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를 비롯해 박지성(전북 테크니컬 디렉터), 차두리(전 대표팀 코치), 기성용(FC서울) 등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손흥민은 “많은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몸이 되는 한,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머리 박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뒤 손흥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준결승전 전날 멱살잡이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고, 태국전을 앞두고 공식 사과하며 수습되는 분위기다. 태국전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과 경기 도중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선수들 모두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팀은 26일 태국 방문경기를 위해 22일 출국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끝난 아시안컵 기간에 주장 손흥민과 아홉 살 후배 이강인이 멱살잡이 다툼을 벌여 심한 잡음을 일으킨 한국 축구대표팀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했던 승리를 따내는 데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한국은 101위 태국과 무승부에 그치면서 4강에서 탈락한 아시안컵 여파를 잠재우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축구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미국 멕시코 캐나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태국과의 상대 전적에서 30승 7무 8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에서 2승 1무가 됐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1차전)와 중국(2차전)을 차례로 꺾었다. 한국은 전반 42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캡틴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로 상대 골문 오른쪽을 뚫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A매치 통산 45호 골이었다. A매치 통산 득점 1위는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58골)이고 2위는 황 감독(50골)이다. 손흥민은 역대 3위다. 이강인은 이날 후반 17분 정우영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날 볼 점유율 78% 대 22%가 보여주듯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승리하지 못했다. 슈팅 수에서 25-6(유효 슈팅 8-2)으로 크게 앞섰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상대 골문을 세차게 두드리던 한국은 후반 16분 동점 골을 내줬고 이후 추가 골을 만들지 못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실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실점 후 어려운 경기를 했다.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태국은 동점 골을 만든 뒤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일명 ‘텐백’ 전술로 나와 한국 공격 라인이 애를 많이 먹었다. 일본인 지도자인 이시이 마사타다 태국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 모두 굉장히 열심히 뛰었다. 한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시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승점 1점(무승부)이 목표”라고 말했었다. 1990년 4월생으로 A대표팀 역대 최고령 발탁 선수 기록을 세웠던 주민규(울산)는 이날 선발 출전해 후반 17분까지 뛰면서 대표팀 역대 최고령(34세) A매치 데뷔 기록까지 남겼다. 종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튀르키예전에 출전했던 한창화(1922∼2006)의 32세다. 지난달 아시안컵 기간에 벌어진 이른바 ‘이강인 하극상’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선 이날 태국전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경기장엔 6만4912명의 관중이 찾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최대 수용 인원 6만6704명에 1792명이 모자랐다. 하지만 킥오프에 앞서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를 비롯한 팬들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나가’라고 외치며 축구협회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표팀 임시 사령탑 황 감독은 “승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남은 방문경기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 방문경기를 치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최소 경기 5000만 달러 상금’ 기록을 새로 썼다. 셰플러는 18일 끝난 PGA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상금 450만 달러(약 60억 원)를 챙겼다. 이로써 개인 통산 상금을 5350만 달러(약 717억 원)로 늘린 셰플러는 역대 최소인 113번째 경기 만에 상금 5000만 달러를 넘겼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LIV골프로 이적해 활동 중인 욘 람(30·스페인)이 지난해 세운 141경기인데 셰플러가 28경기를 앞당겼다. 셰플러는 2022∼2023시즌에 2101만 달러(약 282억 원)의 상금을 벌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셰플러는 11일 끝난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우승 상금 400만 달러)에 이어 2주 연속 투어 정상에 오르면서 두 대회에서만 상금 850만 달러를 받았다. 셰플러는 PGA투어에서 통산 상금 5000만 달러를 돌파한 15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PGA투어 통산 상금 역대 1위는 1억2095만 달러(약 1620억 원)를 기록 중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다. 우즈는 177경기 만에 상금 5000만 달러를 넘겼다. 우즈가 2013년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를 당시 우승 상금은 171만 달러(약 23억 원)로 올해 대회의 38% 수준이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아시안컵 대회 기간에 주장 손흥민과 멱살잡이 다툼을 벌여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강인이 19일 입국해 축구 대표팀에 합류했다.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21일, 26일)을 위해 소집된 23명의 국가대표 중 가장 늦은 대표팀 합류다. 이강인은 전날 소속 팀 파리 생제르맹의 프랑스 리그1 경기를 뛰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강인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카메라 앞에서 한 차례 고개를 숙였고 팬들이 건네준 선물을 받은 뒤 곧바로 차량에 올라 공항을 떠났다. 오후 늦게 입국한 이강인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엔 참가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태국과의 경기 하루 전인 20일 훈련에 참가해 아시안컵 기간 하극상 사태 이후 처음으로 손흥민과 함께 그라운드에 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을 20일 훈련에 앞서 이강인은 취재진 앞에 서서 아시안컵 기간 하극상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할 예정이다. 하극상이 벌어진 아시안컵 기간 이후 처음 다시 모인 대표팀은 아직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19일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 조규성 홍현석 등 유럽파 5명이 합류한 가운데 진행된 훈련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축구대표팀이 국내에서 하는 훈련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건 드문 일이다.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감독은 소집 첫날인 18일 선수들의 언론 인터뷰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또한 드문 일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아직까지 심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한다”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50년 역사상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4·미국)와 두 차례 정상을 차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도 타이틀 방어엔 모두 실패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상금이 가장 많이 걸린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린다. 셰플러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잰더 쇼플리(31·미국) 등 공동 2위 그룹 3명을 1타 차로 제치고 통산 8승째를 거둔 셰플러는 우승 상금 450만 달러(약 60억 원)를 챙겼다. 이번 대회에 걸린 총상금은 2500만 달러(약 333억 원)다. 11일 끝난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우승 상금 400만 달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한 셰플러는 일주일 새 상금으로만 850만 달러(약 113억 원)를 벌었다. 선두 쇼플리에게 5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셰플러는 이날 4번홀(파4) 이글로 역전극의 시동을 걸었다. 92야드(약 84m) 거리에서 웨지로 친 공이 그린 위에서 두 차례 튀어 오른 뒤 홀 안으로 들어갔다. 셰플러는 이후 전반 버디 3개, 후반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선두에 올랐다. 1타 차 공동 2위로 뒤이어 경기를 한 쇼플리, 브라이언 하먼(37·미국), 윈덤 클라크(31·미국)가 모두 18번홀(파4)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연장 없이 승부가 갈렸다. 이번 대회로 셰플러는 최종 라운드에서 전세를 뒤집은 개인 ‘역전 타수’ 기록을 종전 2타(2022년 피닉스오픈,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5타로 늘렸다. 이날 셰플러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 다시 앉게 돼 기쁘다.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려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은 매우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 도중 목 염좌 증상을 호소한 셰플러는 이날 목 뒷덜미에 테이핑을 한 채 경기에 나섰는데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대회가 끝난 뒤 셰플러는 “나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시우(29)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든 김시우의 세계랭킹은 9계단이 올라 44위가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근 공개된 독일 남자 축구대표팀의 새 유니폼이 도마에 올랐다.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방문경기 유니폼인데 축구 강국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독일 팬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 독일축구협회는 “새로운 팬 세대와 독일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독일 팬들은 ‘전차군단’으로 불려온 대표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 축구대표팀을 발레단에 비유하며 “나는 핑크 발레복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한 팬도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건국대 김홍록(22)은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내 부문 남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양 손가락으로 소속 대학을 의미하는 알파벳 ‘K’를 만들어 보였다. 오른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대학 육상부 친구들의 축하에 미소 가득한 얼굴이었다. 서울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11년 만에 대학생 우승자가 나온 순간이었다. 건국대 4학년으로 육상부 주장인 김홍록은 이날 2시간14분20초를 기록했다. 대학생이 서울마라톤 국내 남자부 정상에 오른 건 2013년 한국체대 성지훈 이후 11년 만이다. 김홍록은 작년 이 대회에서 3위를 할 때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15분27초)을 1분 이상 앞당겼다. 또 심종섭(33·한국전력·2시간15분47초·국내 2위) 등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한국 남자 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대한육상연맹은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학교 3학년 이후부터 풀코스 마라톤에 출전할 것을 권하고 있어 대학생 우승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세계육상연맹(WA)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엔 19세 이하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김홍록은 자신의 다섯 번째 풀코스 도전을 앞두고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겨울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왼쪽 앞정강이근을 다쳐 이날도 다리와 발목에 테이핑을 한 채 레이스에 나섰다. 대회 2주 전엔 장염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마음고생으로 대회 전날엔 밤잠도 설쳤다. 이번 대회에선 약 30km 지점부터 홀로 질주했다. 레이스 경쟁을 벌인 선수가 있었다면 기록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결승선까지 마지막 3km를 남기고는 맞바람이 강해져 어려움을 겪었다. 김홍록은 레이스를 마친 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풀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지만 스스로는 합격점을 주지 않았다. 점수로는 100점 만점에 65점을 매겼다. 김홍록은 “11년 만의 대학생 우승은 기쁘지만 목표로 삼았던 2시간11분대 기록에는 미치지 못해 많이 아쉽다. 그동안 내 강점으로 여겼던 후반부 지구력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오히려 숙제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홍록은 “황영조, 이봉주 선배님 같은 선수로 성장해 침체해 있는 한국 마라톤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는 게 목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풀코스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엔 오세훈 서울시장,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 알베르토 운치니 만가넬리 아디다스 글로벌러닝 총괄대표, 박철호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김재호 동아일보 회장, 이인철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그동안 ‘봄 배구’를 TV로만 보면서 늘 씁쓸했다. 이제 봄 배구의 압박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니 신이 난다. 코트 위에 서면 짜릿할 것 같다.” 프로 데뷔 5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정호영(정관장·미들 블로커)의 말이다. 2017∼20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연달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정관장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를 확정해 7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는다. 프로배구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6시즌 이상 봄 배구 가뭄에 시달려본 팀은 정관장뿐이다. 정호영은 광주체육중 3학년 때 성인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진주 선명여고 2학년이던 2018년에는 3학년 선배 박은진(미들 블로커)과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끌기도 했다. 정관장은 박은진을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정호영을 그다음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할 때만 해도 ‘봄날’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두 선수 합류 이후에도 포스트시즌행 티켓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딱 승점 1이 부족해 ‘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전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정호영과 함께 만난 박은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 봄 배구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단단하게 포스트시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트 중앙에서 뛰는 미들 블로커에게는 블로킹만큼이나 속공도 중요하다. 박은진은 이번 시즌 전반기(1∼3라운드)에 속공 성공률 45.2%에 그쳤다. 정호영(47.3%)도 속공 성공률 50%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박은진은 후반기 들어 이 부문 1위(56.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호영도 같은 기간 속공 성공률 4위(52.7%)다. 두 선수가 살아나면서 정관장은 날개 공격수 메가(인도네시아), 지아(미국) 쌍포에 의존하던 공격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팀 성적도 당연히 올랐다. 전반기에 7승 11패(승점 24)에 머물렀던 정관장은 후반기 들어 13승 3패(승점 37)를 기록 중이다. 최근 7연승 중인 정관장이 13일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물리치면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8연승)도 세울 수 있다. 정호영은 “예전에는 코트 위에 있는 6명이 모두 잘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다. 지금은 누구 하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다른 팀원들이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가장 낮은 곳에서 포스트시즌 일정을 시작하지만 마냥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더 낮은 팀이나 선수)로 평가할 수는 없다. 시즌 초반부터 2강으로 평가받았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6라운드 맞대결에서 모두 물리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봄 배구 무대에서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여자부 역대 포스트시즌 시리즈 34번 가운데 15번(44.1%)이 하위 팀의 승리로 끝났다. 박은진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두 팀을 연달아 이기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법이다. 다들 ‘해보자’라는 마음이 강해서 나 또한 봄 배구가 기대된다”면서 “팬 여러분이 오래 기다려 주신 만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정호영도 “오래 기다려온 한(恨)을 뜨거운 응원으로 풀어주시면 선수들도 더욱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장은 22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 이후 12년 만의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미국프로야구 신시내티에서만 17시즌을 뛴 조이 보토는 7일 소셜미디어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보토는 추레한 옷차림에 손에는 빵을 든 채 처량한 자세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야구 배트를 세워뒀다. 노숙 생활 루머에 휩싸였던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파파라치 컷을 패러디한 것. 보토는 “야구가 그립다”며 새 시즌이 되도록 팀을 구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소개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은 보토는 결국 9일 토론토와 계약에 성공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야구의 봄이 돌아온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9일 오후 1시 수원(LG-KT), 사직(SSG-롯데), 창원(KIA-NC), 대전(삼성-한화), 이천(키움-두산) 등 전국 5개 구장에서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키움과 LG를 제외한 8개 구단은 10경기, 두 구단은 8경기를 소화한다. 대신 키움과 LG는 ‘서울시리즈’ 일정을 맞아 한국을 찾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LA 다저스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시범경기 개막을 가장 반기는 건 역시 한화 팬이다. MLB에서 뛰다가 12년 만에 한국프로야구로 복귀한 류현진(37)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가장 먼저 ‘직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KIA전과 17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해 투구 수를 끌어올리면서 23일 잠실에서 LG와 맞붙는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9일 경기에는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는데도 표가 1만 장 넘게 팔렸다. 경기장에서 류현진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면서 “류현진이 시범경기에 처음 나서는 12일은 평일(화요일)이어서 무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분이 찾아오실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1군 붙박이 선수 대부분은 시범경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마음이 무거운 선수가 적지 않다. 투수와 타자 모두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한미일 프로야구 가운데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ABS를 활용하기로 했는데 선수들 대부분은 스프링캠프 때까지 ABS를 접하지 못한 상태다. 한 베테랑 타자는 “기존보다 스트라이크 존 좌우 폭이 넓어진 데다 타격 자세와 상관없이 키를 기준으로 상하 존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면서 “시범경기 때 몸소 느껴 보면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O는 ABS 도입을 통해 과거에 91% 수준이었던 스트라이크 판정 정확성을 96%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범경기 때는 베이스도 달라진다. KBO는 지난해까지 가로세로 각 15인치(38.1cm)였던 베이스 크기를 이번 시즌부터 MLB처럼 18인치(45.72cm)로 3인치(7.62cm) 늘리기로 했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수비 시프트 제한 규칙도 시범경기부터 적용된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건 이제 야구팬들 사이에 상식처럼 통한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부터 잘한다고 나쁠 건 없다. 류현진의 팀 동료인 노시환(24)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홈런 공동 1위(5개)에 오른 뒤 정규시즌 때도 홈런왕(31개)에 올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번 시즌 무관(無冠) 위기에 놓인 ‘독일 프로축구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뮌헨은 6일 라치오(이탈리아)와의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안방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지난달 15일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뮌헨은 1, 2차전 합계 3-1로 승리를 거두고 5년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뮌헨은 이날 해리 케인이 멀티 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케인은 전반 38분 헤더로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21분엔 3-0을 만드는 쐐기골을 넣었다. 이로써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6호 골을 기록한 케인은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뮌헨은 6일 현재 분데스리가 2위(승점 54)인데 선두 레버쿠젠(승점 64)에 10점 뒤져 있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리그 10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데 레버쿠젠의 최근 기세를 감안하면 뮌헨이 전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레버쿠젠은 공식 경기 34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다. 뮌헨은 지난해 11월 독일축구협회컵 2라운드에서 3부 리그 팀 자르브뤼켄에 1-2로 져 탈락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에 실패하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뮌헨 소속인 한국 축구대표팀 센터백 김민재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김민재가 뮌헨 유니폼을 입은 이후 국가대표팀 차출이나 부상이 아닌 이유로 벤치를 지킨 건 처음이다. 이날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은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1, 2차전 합계 4-1로 8강에 올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PSG의 이강인은 후반 11분 킬리안 음바페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의 챔피언스리그 첫 도움이었다. 8강 대진 추첨은 15일 진행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경훈(33)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5개월 만에 ‘톱10’에 들었다. 이경훈은 5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코스(파71)에서 끝난 코그니전트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4위를 했다. 이경훈은 전날 최종 4라운드에서 13번홀까지 버디 3개, 보기 1개로 두 타를 줄였는데 악천후로 경기가 순연됐다. 이날 공동 16위로 남은 5개 홀 경기를 치른 이경훈은 14번(파4), 17번(파3), 18번홀(파5)에서 버디 3개를 추가하면서 상금 34만4250달러(약 4억6000만 원)를 챙겼다. 이경훈은 최근 3개 대회 연속으로 컷 탈락하며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반전의 분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공동 7위) 이후 5개월 만의 톱10이다. 이경훈은 “그동안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며 “이번 주를 계기로 자신감도 찾았고, 좋아진 점도 봤다.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정진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14일 개막) 출전을 앞둔 이경훈은 “어릴 때부터 꿈에 그리던 대회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호주 교포 이민우(26·사진)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공동 2위를 했다. PGA투어 34개 대회 만에 거둔 최고 성적이다. 이민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세계랭킹 5위 이민지(28)의 동생이다. 오스틴 에크로트(25·미국)가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이번 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PGA투어에 데뷔한 에크로트는 50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162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를 거머쥐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2년 만의 필드 복귀로 관심을 모았던 재미교포 골퍼 앤서니 김(김하진·39)이 고개를 숙였다. 앤서니 김은 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로열그린스 골프앤드컨트리클럽(파70)에서 끝난 LIV골프 3차 대회에서 3라운드 최종 합계 16오버파 226타로 53위에 머물렀다. 2라운드 도중 기권한 매슈 울프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1, 2라운드 각각 6오버파를 기록했던 앤서니 김은 이날 3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를 적어 냈다. 최종 스코어 16오버파는 우승자 호아킨 니만(17언더파)과 33타, 52위 허드슨 스와퍼드(5오버파)와도 11타 차이가 난다. 16오버파는 로열그린스 골프앤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역대 세 번의 LIV골프 대회에서 나온 최악의 스코어다. 종전 기록은 2022년 팻 퍼레즈, 2023년 체이스 켑카가 기록한 6오버파다. 앤서니 김은 그린 적중률(48%)과 페어웨이 안착률(38%)에서도 대회 참가자 중 하위권이었다. 그린 적중률은 유일하게 50%에 미치지 못했다. 앤서니 김은 “분명히 힘든 한 주였지만 다시 프로골프를 하게 돼 기쁘다.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발전시켜야 할 점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금 5만 달러(약 6600만 원)를 받은 앤서니 김은 8일 홍콩에서 시작하는 4차 대회에도 출전한다. 앤서니 김은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혜성같이 등장해 투어 3승을 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2012년 아킬레스건 수술 후 골프계를 떠났었다. 니만은 지난달 1차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400만 달러(약 53억 원)를 챙겼다. 니만은 한 달 사이에 상금으로 828만5000달러(약 110억 원)를 벌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