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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당장 5분 내로 나가라. 불이행하면 체포할 수 있다!” 21일 오후 3시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곱토우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이곳에 국경검문소가 설치돼 있었다. 검문소에서 세관을 거쳐 약 950m만 걸어가면 바로 러시아 영토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검문소 인근에서 시민들을 취재하는 기자를 향해 다가오며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외쳤다. ‘러시아와 군사 충돌 우려가 커져 현지 취재를 왔다’고 설명했지만 이 군인은 상관과 전화통화를 한 뒤 체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도 삭제하게 했다. 차를 타고 국경선 일대에서 조금 물러난 뒤 지나가는 시민들을 다시 취재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 군부대 차량이 기자가 탄 차량을 끝까지 추적해 오면서 “빨리 떠나라”고 소리쳤다. 이날 곱토우카 일대는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 간 우크라이나 사태 담판이 합의 없이 끝난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일대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곱토우카 일대 국경검문소는 2002년 세워졌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있기 전까지 양국이 자유롭게 인적·물적 교류를 이어가던 관문이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공업 지대 공장들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화물 트럭을 타고 이곳을 거쳐 러시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날 곱토우카에 도착하기 4, 5km 전부터 도로 1개 차선에 대형 화물 트럭의 정체 행렬이 보였다. 무려 2km 이상 늘어서 트럭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경선 바로 앞 검문소에 도착한 뒤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래 다툼에 국민만 힘들어”… 러 접경, 검문강화에 화물차 긴 행렬사람-화물 자유롭게 오가던 국경, 양국관계 악화로 통과 절차 강화검문소 앞 ‘만남의 광장’ 이젠 옛일… 우크라 러 수출 8년새 85% 감소실업률 2018년 8.8%서 10.5%로… 주민들 “국민은 먹고사는 게 우선나토 가입이 경제 도움 확신 줘야” “언제 검문을 통과할지 몰라서 일단 화물트럭들이 줄부터 서 있는 겁니다. 고래(러시아와 미국·서방) 다툼에 국민들만 힘들어요.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요.” 21일(현지 시간) 검문소 앞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 A 씨는 익명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곱토우카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이 일대 국경검문소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인적·물적 왕래의 주요 통로였다고 말했다. 특히 검문소 앞 카페는 양 국민이 만나 자유롭게 커피를 한 잔 하던 이른바 ‘만남의 광장’이었다고 밝혔다. ○ 강화된 검문에 화물트럭들 정체 극심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부터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등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곱토우카 일대가 자유로운 교류의 장소가 아니라 군사 긴장 고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됐다. 신원 확인 등 각종 절차가 전례 없이 까다로워지면서 국경을 넘기가 힘들어졌다. 이날 국경검문소 일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썰렁했다. 인근 우크라이나 국경도시인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비탈리 씨는 “예전에는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국경을 통과했지만 이제는 상대국에 가족이 있는지 확인하고 여권도 제시해야 한다”며 “국경 통과 전 검사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물 운송을 위한 각종 서류 절차도 복잡해지면서 화물트럭 정체가 극심해지고 양국 간 수출입 물량과 기업 교류도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30대 여성 안나 씨는 “쉽게 국경을 오가며 러시아에 사는 언니와 국경 앞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여유를 즐겼다”며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가 나빠지면서 국경 일대 분위기가 이렇게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DB)인 ‘컴트레이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기업들의 러시아 수출 규모는 2012년 175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이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면서 2014년 95억 달러, 2017년 39억 달러, 2020년 27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 규모가 2012년 150억 달러에서 2017년 85억 달러, 2020년 63억 달러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이주하는 인구도 2010년 약 200만 명에서 160만 명대로 감소했다. ○ 러시아 침공 우려에 경제도 휘청현지에서 만난 상당수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와 군사 충돌 위험, 미-유럽과 러시아 간 정치적 신경전이 고스란히 서민들의 팍팍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밝힌 키릴 씨는 “나는 우크라이나어도 하고 러시아어도 한다. 원래 양국은 형제와 같은 사이이기도 하다”며 “서로 으르렁대지 말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반 국민들은 먹고사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고조되는 전쟁 위험에 불안한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은 ‘정부가 무작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고집하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해 더 이상의 경기 침체를 막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베르니카 씨(19)는 “학교를 졸업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 (경제) 상황이 정말 어렵다”며 “나토에 가입하면 (우리가)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현명하게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나토 가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나토의 동진(東進)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북부·동부·남부 3면에 12만7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했다. 군사 충돌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악화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마저 겹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극심한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8.8%였던 실업률은 2020년 9.5%, 지난해 최고 10.5%로 악화됐다.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는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다.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침공을 가하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의 경제까지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군사 충돌이 현실화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통제·금융 제재가 거세지고, 러시아가 이에 맞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면 유럽 경제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곱토우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곳은 푸틴이 가장 탐내던 땅이에요. 이번에는 우리 차례가 될지 걱정됩니다.”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중심가에 있는 자유의 광장(Pl´oshcha Svobod,). 이곳에서 만난 시민 언드리 씨(41)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라고 말하면서도 이런 불안감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회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외교적 해법을 끝내 찾지 못하면 언제라도 우크라이나 북동부를 중심으로 배치된 13만 러시아군의 침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날 만난 주민들의 대답에서 묻어났다. 광장 옆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에 핏자국을 그리고 ‘피의 형제’라고 비판하는 사진이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이를 보던 시민들은 고개를 저으며 “푸틴은 전범(戰犯)”이라고 했다.인구 140만 명의 이 도시는 러시아까지의 거리가 불과 30km에 불과한 국경도시다. 수도 키예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다. 특히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탓에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 점령될 가능성이 가장 큰 도시로 꼽힌다. 주민 알렉세이 씨는 “러시아는 너무 나쁘다”며 “침공하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하르키우 주민 중 상당수는 내전으로 얼룩진 동부 돈바스 지역을 피해 2014년부터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돈바스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분쟁 중인 도네츠크, 루간스크 지역 등을 뜻한다. 하르키우는 돈바스에서 250∼300km 거리다. “러 접경, 장갑차-총소리 잦아져… 이번엔 우리 차례 될까 불안” 러, 8년전 돈바스 일부 지역 장악… “다시 침공하면 하르키우 가능성”우크라 국민 “전범 푸틴에 맞서야”… ‘레지스탕스 법안’ 만들고 항전 의지도심 곳곳 “영광 되찾자” 플래카드… 국경거주 한국 교민 탈출 준비“美-러회담 결렬대비, 짐 싸놨다” 21일 만난 하르키우 시민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난 8년 전 악몽이 재연될지 우려했다. 이번에 러시아군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더라도 국지전이 벌어지면 혼란이 클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에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도심에는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영광을 되찾자’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8년 전 악몽 떠올라 불안한 시민들“8년 전 러시아가 침공한 후 고향은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난 13세, 10세 아이가 있는 가장이에요. 러시아가 또 침공하면 안전한 곳을 찾아 다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해요….” 돈바스 지역인 도네츠크에서 2014년 이주한 자영업자 예브게니 씨(44)는 한숨을 쉬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뒤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분리주의자들이 시위를 일으키고 반정부 단체를 구성했다. 이들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예브게니 씨는 “당시 10층 아파트에 살았는데 9층에 로켓이 날아왔다”며 “공권력도 마비돼 식료품 가게, 슈퍼마켓, 전자제품 상가 등이 약탈당하는 대혼란이 벌어졌다”고 회상했다. 돈바스 지역인 루간스크에 가족이 살고 있다는 마리야 씨(33)는 “(루간스크의) 부모님이 ‘총소리와 장갑차 소리가 가끔씩 들리다가 요즘은 자주 들린다’고 말해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돈바스의 기억 때문에 러시아 침공에 대한 하르키우 시민들의 두려움은 더 커보였다. 주민 이라슬라프 씨는 기자에게 “이곳은 푸틴이 가장 빼앗고 싶어 하는 곳”이라며 “전략적 요충지라서 이곳만 차지하면 (우크라이나) 북동부 일대는 장악된다”고 했다. “러시아가 침공하면 2014년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일부가 러시아에 장악된 것처럼 이번에는 하르키우 차례일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4년에도 러시아가 돈바스에 이어 하르키우를 장악할 것이란 소문이 퍼져 수도 키예프로 피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 시민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반군에 대해 “그들은 친러가 아닌 그냥 러시아인”이라며 경멸조로 말했다. 자신을 ‘경제학자’라고 밝힌 세르게이 씨는 “그저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돈바스 지역을 비롯해 우리가 사는 곳은 러시아 땅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힘줘 말했다.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분노도 컸다. 푸틴을 ‘전범(戰犯)’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 일을 한다는 바긴스키 파벨 씨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세계 공동체가 광기 넘치는 푸틴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푸틴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대신 러시아 내부 문제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 반러 정서에 높아지는 나토 가입 여론반(反)러시아, 반푸틴 정서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를 상정한 법안까지 마련했다. 1일 발효된 침략군에 대한 저항운동을 뜻하는 ‘레지스탕스’ 법안이다. 공식 명칭이 ‘국민저항법’인 이 법안은 외세의 대규모 침공으로 정부나 군대가 기능을 잃으면 국민이 조국 보호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민간인도 법적 민병대를 조직해 전투할 수 있도록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민저항법 발효 직후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러시아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여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우크라이나 국제공화연구소(IRI)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들에서 ‘나토 가입 찬성’은 54∼64%로 나타났다. 스티븐 닉스 IRI 국장은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을 서방 군사공동체에 가입해 방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르키우 주민 파벨 씨는 “러시아의 침공 압박에 오히려 우리(우크라이나)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며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800여 명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한국 대기업 10곳, 중소기업 10곳 등이 사업을 하고 있다. 국경지대에 사는 한국 교민 A 씨는 “미-러 회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수도 키예프로 이동하려고 짐을 쌌다. 실제 침공 결정이 난 후 탈출하려면 너무 늦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24일 교민 간담회를 열고 러시아 침공 수위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하르키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가 충돌하는 근원적 배경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논의했다”며 나토 가입 의지를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나토가 동진(東進)을 통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동부 유럽국을 비롯해 소련연방 옛 소속국들이 잇따라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1999년,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이 2004년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 회원국은 30개국으로 늘어났다. 회원국이 늘면서 나토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위가 러시아 국경에서 약 1000km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됐다. 특히 2008년 발표된 나토 정상선언문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러시아가 발끈했다. 이후 2010년 집권한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 가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2014년 민주화운동으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쫓겨나고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뒤 다시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의지와 달리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나토 가입 유예에 나설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도록 보장해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장의 우크라이나 가입을 미루는 합의문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19일 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한다면 거기엔 일할(합의할) 여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갈(move in) 것”이라며 “(침공 시 러시아) 은행들은 달러로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우크라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스위스 제네바 개최 미-러 외교장관 담판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정사실화하며 초강력 금융제재 등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후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방식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시험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태가) 통제를 벗어나게 될까 걱정된다”면서 “(침공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6억 달러(약 7150억 원) 규모의 군사 방어 장비를 지원한 사실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14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최고 경영자들에게 “러시아 침공 시 (반도체 등) 글로벌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 차단 등을 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러, 우크라 침공 3단계 시나리오… ①군사 압박 ②국지전 ③전면전”[우크라이나 일촉즉발]외신들 ‘美-러 최후담판’ 이후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매우 갑자기 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외신들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간 ‘최후 담판’이 결렬될 경우 러시아가 단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러, 침공 위한 단계적 행동 나설 것”영국 BBC방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기술적 조치로 서방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쿠바 베네수엘라 등에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앞서 사이버공격을 중심으로 정보전과 심리전 등을 펼치는 ‘하이브리드 침공’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9일 “(러시아가) 사이버 활동을 이용한 (공격을) 하면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가 교란 전술을 통해 국지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도발해 교전을 유발하면 이 지역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소규모 침공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돈바스 반군 지역에는 러시아 특수부대 300여 명이 주둔해 있다. 전면전은 ‘최후 수단’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군 당국은 19일 벨라루스에 첨단 방공미사일 운용 포대를 이동시키는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접경 지역과 남부 크림반도, 북부 벨라루스 등에 병력 12만7000명을 배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벨라루스 남동부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바로 진군하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군이 북부와 동부, 남부에서 6가지 루트를 이용해 침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며칠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체 병력은 115만 명으로 러시아(약 350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규모가 작지 않은 나라여서 러시아도 장기전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군이 게릴라전으로 나오면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가 침체된 러시아로서는 큰 부담이어서 초기 전투 승리를 지렛대 삼아 외교적 해결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美-유럽, 대응 레드라인·제재 수위 논란서방 진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 및 제재 수위를 놓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러시아가 경미한 급습(minor incursion)을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내부에서) 다투게 될 것이지만 (대규모 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소규모 침공은 미국의 레드라인(한계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소규모 침공에는 ‘그린라이트(green light·허가)’를 준다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침공 규모에 상관없이 러시아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을 제재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전체 천연가스 공급의 40%를 의존하는 독일 등은 흔쾌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연합(EU) 입법부인 유럽의회의 새 수장으로 지중해 작은 섬나라 ‘몰타’의 43세 여성 의원 로베르타 메촐라가 선출됐다. 그는 인구 50만 명의 소국인 몰타 출신 최초로 EU 최고위직에 올랐다. 1979년 시몬 베유(프랑스), 1999년 니콜 퐁텐(프랑스)에 이어 23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여성 의장이자 역대 최연소 의장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의장 선거에서 메촐라는 총 616표 중 458표를 얻어 2명의 경쟁자를 눌렀다. 이날 선거는 이탈리아 출신의 다비드 사솔리 전 의장이 면역기능 장애로 11일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치러졌다. 메촐라는 이번 선거 전까지 유럽의회 부의장을 맡아 사솔리 전 의장과 함께 의회를 이끌어왔다. 그의 의장 임기는 2024년 7월까지다. 그는 당선 직후 스스로를 “유럽 남부 바다의 작은 섬나라에서 온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당선이 “많은 소녀와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기후변화, 반(反)EU 움직임에 맞서 싸우며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 이제는 여성이 유럽의회를 이끌 때”라고 강조했다. 메촐라는 1979년 몰타 중부 세인트줄리언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유럽법과 정치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3년 몰타의 EU 가입 국민투표 당시 찬성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이끌었고 몰타는 한 해 뒤 EU에 가입했다. 2012년 영국 출신의 캐서린 애슈턴 당시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법률 고문을 맡았고 2013년 중도보수 성향의 국민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뽑혔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에서 선출된 의원 705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낙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언론 질문에 다소 곤혹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가톨릭 국가인 몰타는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낙태 시술을 받는 여성은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메촐라는 의원 시절부터 낙태 합법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낙태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몰타의 입장과 같다”고 답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담판 자리에 다시 앉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네바 회담은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최후의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벨라루스 배치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1, 2월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새로운 군사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정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다음 달 10일 합동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 벨라루스 남부에 군대를 집결시킨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군의) 침공 병력이 거의 완성됐다”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러시아군의 배치 상황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육군 10만6000명, 공군 및 해군 2만1000명 등 총 12만7000명이 투입 준비를 마쳤다. 주요 시설 공격용 중거리미사일인 이스칸데르 발사대 36개를 갖춘 전술부대도 배치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에 러시아군 3000명이 주둔해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재확인했다. CNN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미사일,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군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군사훈련을 돕고 있는 사실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 기업이 국제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을 차단하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 등 제재안도 논의 중이다. 외교적 해법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19일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긴급 회담한다.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18일 모엑스(모스크바 증권거래소) 러시아 주가지수는 6.5% 하락했다. 최근 4일간 13%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블화 가치도 달러당 76.7루블로 9개월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담판 자리에 다시 앉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네바 회담은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최후의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벨라루스 배치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1, 2월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새로운 군사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정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다음달 10일 합동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 벨라루스 남부에 군대를 집결시킨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군의) 침공 병력이 거의 완성됐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 러시아군 배치 상황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육군 10만6000명, 공군 및 해군 2만1000명 등 총 12만7000명 병력이 투입 준비를 마쳤다. 주요 시설 공격용 중거리미사일 발사대 36개를 갖춘 전술부대도 배치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교전 중인 우크라 남동부 돈바스에 러시아군 3000명이 주둔해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재확인했다. CNN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미사일, 방공미사일시스템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군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군사훈련을 돕고 있는 사실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 기업이 국제금융거래를 할 수 없도록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 차단하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 등 제재안도 논의 중이다. 외교적 해법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19일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긴급 회담한다.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18일 모엑스(모스크바 증권거래소) 러시아 주가지수는 6.5% 하락했다. 최근 4일 간 13%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블화 가치도 달러당 76.7%로 9개월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13일(현지 시간) 스웨덴 서부 항만 도시 예테보리. 도심에서 예타강을 건너 북서쪽으로 12km가량을 가니 ‘볼보’의 토르슬란다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964년 문을 연 이 공장 전체 면적은 45만 m²(약 13만6000평)에 이른다. 6500명의 근로자가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스웨덴 최대 자동차 공장이다. 스웨덴의 자랑 볼보의 상징이면서 가장 오래된 이 공장은 지난해 ‘기후중립’ 시스템을 구축했다. 볼보 내 자동차 생산시설로는 최초였기에 스웨덴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화제가 됐다. 기후중립은 탄소중립, 즉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 상태를 뜻한다.○ 가장 오래된 볼보 공장이 이룬 기후중립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토르슬란다 공장은 볼보 최초로 기후중립 자동차 생산시설을 구축한 곳”이라며 “지속가능성을 배제하고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토르슬란다 공장 사용 에너지(전력)의 25%는 ‘바이오가스’로 충당한다.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에서 나온 메탄, 이산화탄소를 에너지화한 것이다. 직원들이 직접 나서 공장 건물 주변에 설치된 큰 파이프를 가리키며 “바이오가스가 공장으로 유입되는 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25%는 ‘산업폐열’을 활용하는 지역난방을 통해 공급된다. 제조업 공장,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버려지던 에너지로 자동차를 만드는 셈이다. 나머지 50%는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탄소 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확보한 전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한 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차량 생산에만 267만 MWh에 이른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제로에 성공한 것에 대해 스웨덴 언론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과정의 모든 부분에서 천연가스나 석유 등 탄소가 배출되는 에너지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도장 공정이 난제였다. 자동차에 페인팅을 한 후 150∼180도로 건조하는 과정에서 오븐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천연가스, 석유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공정에 ‘바이오가스’를 사용한 것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공장 곳곳에 자동차 생산 중 버려지는 고철을 모아 두는 보관함이 보였다. 산업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공장 내부 쓰레기통도 남달랐다. 음식물 등을 모으는 유기물 분리함은 바이오가스 원료를 보다 쉽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폐열을 확보하기 위한 소각용 함을 따로 둔 분리수거용 쓰레기통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공장 측은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를 줄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약 7000MWh를 감축했다. 스웨덴 가정 450곳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공장 측은 “2023년까지 연간 약 2만 MWh를 추가로 줄이고 2025년까지 자동차 1대 생산당 에너지 사용량을 30% 감축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안나 빌헬름손 개발 부문 매니저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4, 5배로 늘었다. 미래를 위한 체질 개선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에너지 비용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미래와 성과 모두 잡는다”토르슬란다 공장은 자동차의 소재를 통해서도 탄소 배출 저감에 나서고 있었다. PR파트 소속인 메라위트 하테 씨는 ‘가방’을 보여줬다. 가죽처럼 보이는 재질이었는데 ‘노르디코(Nordico)’란 새로운 소재라고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PET)병이나 와인을 마신 후 남은 코르크 등으로 만든 소재다. 토르슬란다 공장 측은 “전기자동차 C40 리차지를 시작으로 볼보 차량 시트에 노르디코를 사용하게 된다”며 “동물 천연가죽 시트는 2030년까지 모두 퇴출시킬 것”이라고 했다. 소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가솔린 자동차가 1만 km 이상 달릴 때 나오는 탄소량에 맞먹는다. 가죽 시트를 쓰지 않으면 그만큼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셈이다. 볼보 공장과 사무실 곳곳에 ‘sustainable and safe way(지속가능하고 안전한)’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볼보는 자동차부품을 재사용해 수명을 늘리는 등 2025년부터 250만 t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억 크로나(약 1331억 원)를 절약하고 2040년까지 생산의 모든 과정에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순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방침이다. 스튜어트 템플러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이사는 “세계 주요국이 탄소 배출 관련 규제와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와 직결되며 그 자체가 큰 사업적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기후중립 움직임의 선두에 선 것으로 평가되는 볼보는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37만여 대였던 볼보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69만여 대로 가파르게 늘었다.토슬란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존슨의 운명은 물론이고 영국 정치권의 미래가 ‘수 그레이’의 손에 달렸다.” 최근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유명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부처 공무원 신분이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파티에 참석했다는 일명 ‘파티게이트(partygate)’ 수사를 전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17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내각부에서는 현재 2020년 5월 존슨 총리가 참석한 관저 정원 음주 파티를 비롯해 2020년 12월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 등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정부 내에서 열린 각종 파티 12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내각부 산하 예절·윤리팀 국장을 맡고 있는 수 그레이(65·사진)라는 여성 공무원이 화제가 된 배경이다. ‘2차관’에 해당되는 고위 공무원이지만, 유명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 하지만 현재 존슨 총리는 야권에서 ‘총리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수시로 “그레이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고 할 정도다. 그레이는 존슨 총리 면담권까지 부여받았다. 그레이는 고졸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일선 공무원으로 영국 행정부에서 일해 왔다. 1980년대 후반에는 남편과 술집을 운영하기 위해 잠시 공직을 떠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국무조정실로 돌아왔고, 이후 강직한 성격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 내각부 윤리팀 국장을 맡아 주요 공직자 비리를 조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만 “그레이 국장의 조사 결과로 인해 총리 사퇴, 장기적으로는 총선에서 보수당 패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성 조사관 한 명이 감당하기엔 정치적으로 너무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레이 국장은 조사를 마친 후 ‘사건 당사자’인 존슨 총리에게 최종 보고를 해야 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쪽 접경국인 벨라루스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합작해 동쪽과 북쪽 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도 미국 영국 캐나다로부터 무기와 군수품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국경지대 군사 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대사관, 영사관의 외교관 및 가족 40여 명이 이달 초 철수해 ‘러시아 침공 임박’과의 연관성 등 해석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볼포비치 벨라루스 안전보장회의 의장은 17일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위해 러시아 군대가 도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탄도미사일, 장갑차 등도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 소유 트럭에 실려 이날 벨라루스에 속속 도착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에 배치된 3만 나토군에 맞서기 위한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동북 양쪽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과 1130km가량 접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국경에 병력 10만 명가량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와 국가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도 서방으로부터의 무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러시아 공조를 다지는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18일 밝혔다. 17일에도 미 상원의원 7명이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군의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또한 이날 하원에 출석해 “러시아 대전차 방어 무기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며 “일부 물량은 17일 이미 보냈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러시아 침공 시 나토 작전을 수행할 특수부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도 무기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독일은 그동안 천연가스 공급 등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데다 군사충돌 시 러시아∼유럽 가스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무기 지원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존슨의 운명은 물론, 영국 정치권의 미래가 ‘수 그레이’의 손에 달렸다.” 최근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유명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부처 공무원 신분이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기간 중 파티에 참석했다는 일명 ‘파티게이트(partygate)’ 수사를 전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내각부에서는 현재 2020년 5월 존슨 총리가 참석한 관저 정원 음주 파티를 비롯해 2020년 12월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 등 코로나19 봉쇄기간에 정부 내에서 열린 각종 파티 12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내각부 산하 예절·윤리팀 국장을 맡고 있는 수 그레이(65)라는 여성 공무원이 화제가 된 배경이다. ‘2차관’에 해당되는 고위 공무원이지만, 유명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 하지만 현재 존슨 총리는 야권에서 ‘총리직에서 사퇴하라’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수시로 “그레이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고 할 정도다. 그레이는 존슨 총리 면담권까지 부여받았다. 그레이는 고졸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말단 공무원으로 영국 행정부에서 일해왔다. 1980년대 후반에는 남편과 술집을 운영하기 위해 잠시 공직으로 떠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국무조정실로 돌아왔고, 이후 강직한 성격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 내각부 윤리팀 국장을 맡아 주요 공직자 비리를 조사했다. 다만 가디언은 “그녀의 조사 결과로 인해 총리 사퇴, 장기적으로는 보수당 총서 패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성조사관 한 명이 감당하기엔 정치적으로 너무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레이 차관은 조사를 마친 후 ‘사건 당사자’인 존슨 총리에게 최종 보고해야 한다. 토슬란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서부에 위치한 항만도시 예테보리. 도심에서 예타강을 건너 북서쪽으로 약 12㎞ 가량을 가니 ‘볼보’의 토슬란다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964년 문을 연 이 공장 부지의 전체 면적은 45만㎡(13만6000평)에 이른다. 6500명의 근로자가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스웨덴 최대 자동차 공장이다. 스웨덴의 자랑 볼보의 상징이면서 가장 오래된 이 공장은 지난해 ‘기후중립’ 시스템을 구축했다. 볼보 내 자동차 생산시설로는 최초였기에 스웨덴은 물론 유럽 전체에서 화제가 됐다. 기후중립은 탄소중립, 즉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 상태를 뜻한다.● 가장 오래된 볼보 공장이 이룬 기후중립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토슬란다 공장은 볼보 최초로 기후중립 자동차 생산시설을 구축한 곳”이라며 “지속가능성을 배제하고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전기나 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나서 공장 건물 옥상에 설치된 큰 파이프를 가리키며 “바이오가스가 공장으로 유입되는 관”이라고 설명했다. 토슬란다 공장 사용 에너지(전력)의 25%는 ‘바이오가스’로 충당한다.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에서 나온 메탄, 이산화탄소를 에너지화한 것이다. 또 다른 25%는 ‘산업 폐열’을 활용하는 지역난방을 통해 공급된다. 산업폐열은 연료 등 물질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 및 처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을 뜻한다. 제조업 공장,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버려지던 에너지로 자동차를 만드는 셈이다. 나머지 50%는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탄소 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확보한 전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공장이 자동차 1대를 만들면서 사용한 에너지는 890kWh(킬로와트시)다. 한 해 제작하는 자동차 수는 약 30만 대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267만MWh(메가와트시)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제로(0)에 성공한 것에 대해 스웨덴 언론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후중립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자동차 생산 과정의 모든 부분에서 천연가스나 석유 등 탄소가 배출되는 에너지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도장 공정이 난제였다. 자동차에 페인팅을 한 후 150~180도로 건조하는 과정에서 오븐이 필요하다. 오븐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태워버리기 위한 소각로도 있다.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천연가스, 석유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공정에 ‘바이오가스’를 사용한 것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공장 내부에는 자동차 생산 중 버려지는 고철을 모아두는 보관함들이 보였다. 산업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 생산 과정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만난 토슬란다 직원들 대부분이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장 내부에 설치된 쓰레기통도 남달랐던 이유다. 음식물 등을 모으는 유기물 분리함은 바이오가스 원료를 보다 쉽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외에도 폐열 확보하기 위한 소각용 함을 따로 두는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맞게끔 제작된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공장 측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 양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약 7000MWh를 감축했다. 스웨덴 가정 450곳이 1년 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공장 측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2023년까지 연간 약 2만 MWh를 추가로 줄이고 2025년까지 공장 내 생산하는 자동차 1대 당 에너지 사용량을 30%까지 감축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안나 윌헴슨 개발 부문 매니저는 “기후중립 전환 속에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이전보다 4, 5배로 늘었다”면서도 “미래를 위한 체질 개선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는 에너지 비용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미래와 성과 모두 잡는다” 토슬란다 공장은 자동차의 소재를 통해서도 탄소 배출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 볼보 PR파트 소속인 메라윗 하테 씨는 ‘가방’부터 보여줬다. 가죽처럼 보이는 재질이었는데 ‘노르디코’(Nordico)‘란 새로운 소재로 만든 가방이라고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PET)병이나 와인을 마신 후 남은 코르크 등을 활용해 만든 소재다. 토슬란다 공장 측은 “전기자동차 C40 리차지를 시작으로 볼보 차량 시트에는 노르티코를 사용하게 된다”며 “시트에 동물 천연가죽을 사용하는 것은 2030년까지 모두 퇴출시킬 것”이라고 했다. 2025년까지 신차에 사용되는 소재의 25%를 재활용 또는 친환경 바이오 물질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공장 측은 단순히 동물복지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자동차 시트에 사용하는 소가죽이 온실가스 배출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소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최대 120㎏에 달한다. 가솔린 자동차가 1만 ㎞이상 달릴 때 나오는 탄소 양에 맞먹는다.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나 차지한다. 자동차 시트에 가죽 시트를 쓰지 않으면 그만큼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만난 볼보 관계자들은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공장을 비롯한 사무실 곳곳에도 ’sustainable and safe way‘(지속가능하고 안전한)란 문구가 붙어있었다. 볼보는 자동차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수명을 늘리는 등 2025년부터 250만 t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억 SEK(스웨덴 크로나·약 1331억 원)를 절약하는 한편, 2040년까지 자동차 생산 모든 과정에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자원고갈, 환경오염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순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탄소중립 전환과 친환경 기조가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기도 하는 상황. 유럽에서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이 일어난 탓에 기존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 체계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체계로 조절하는 시기를 늦추자는 ’속도조절론‘까지 나오고 있다. 볼보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이자 최고의 성과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볼보는 2040년까지 모든 제작 공정이나 출시 제품을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차와·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늘리고 2030년에는 완전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스튜어트 템프라 볼보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이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탄소중립을 공식화했고 유럽연합(EU), 영국 등 세계 주요국이 탄소 배출 관련 규제와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 구조로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와 직결되며 그 자체가 큰 사업적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기후중립 움직임의 선두에 선 것으로 평가되는 볼보는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37만여 대였던 볼보의 승용차 판매량은 2014년 46만여 대, 2018년 64만여 대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69만여 대다. 순이익도 2015년 45억 SEK(약 5900억 원)에서 2016년 75억 SEK, 2017년 102억 SEK, 2018년 98억 SEK, 2019년 96억 SEK 수준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람의 안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볼보가 ’지구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함께 내세우면서 안전, 환경 같은 가치를 선점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는 “자동차는 제조 과정은 물론 소재 단계와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 문제 등으로 가장 큰 환경적 도전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안전이라는 가치에 이어 기후변화 이슈를 선점한 볼보의 전략은 여러 기업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토슬란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도형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소련 소속이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전 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련과 제정 러시아에 대한 국민 향수를 자극해 장기 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소련의 부활’ 꿈꾸는 푸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0일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회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회담에 이어 13일 미국 러시아 등 57개국이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도 서방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주재 미국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긴장 고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실제 군사 충돌로 번질지는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1991년 12월 26일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직후 소련의 주축인 러시아는 한때 극심한 사회 혼란과 경제난을 겪었다. 몰도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나머지 14개국은 독립을 이뤘다. 역설적이게도 소련 붕괴 30년이 흐른 지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 소속이었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조지아 내 미승인 독립국 남오세티야, 몰도바 내 미승인 독립국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에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 지역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에는 치안 안정을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파견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정정 불안이 옛 소련의 재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나토가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 같은 수사(修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의 확장을 제어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다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 등으로 러시아 견제에 다소 소홀해진 틈을 타 ‘강한 러시아’를 주창해온 푸틴의 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내내 옛 소련 국가에 개입한 푸틴푸틴 대통령은 2005년 국회 연설에서 “소련 붕괴가 20세기의 최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 집권 이후 줄곧 옛 소련 붕괴에 대한 아쉬움,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러시아는 2002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창설했다. 6개국 내 군사 위협, 비상사태, 국제 테러 등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속 대응군을 만든 것이다. 이달 2일부터 시작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도 CSTO군이 파견됐다. 이번에 파견된 2500명의 대부분은 러시아군으로 추정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CSTO군의 임무가 시위 진압 외에도 러시아가 운영하는 카자흐스탄 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보호할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 정부에 맞서 분리주의 운동을 벌이던 남오세티야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며 조지아도 침략했다. 전쟁 개시 불과 5일 만에 일방적 승리를 거뒀지만 미국이 군사 개입을 선언하자 철군했다. 아직까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전쟁으로 남오세티야는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심심찮게 남오세티야에서는 러시아와의 합병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또 2015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과 유럽연합(EU) 같은 단일 시장을 만들겠다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도 출범시켰다. 푸틴은 2020년 8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6연임 부정선거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공수부대가 포함된 군대를 투입해 루카셴코를 도왔다. 한 달 후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을 벌이자 양측의 영유권 분쟁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또 군대를 보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폴란드가 중동 난민의 월경 문제로 갈등을 빚자 지난해 11월 벨라루스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보내고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달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투입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소련의 붕괴는 비극이었다”며 한때 정보기관 KGB 요원이었던 자신 또한 경제난에 택시를 몰아야 했다고 했다. 또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우리는 스스로를 12개로 나눴다”고도 주장했다. 옛 소련 15개국 중 반러 성향이 짙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3개국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다. 그는 옛 소련 소속국 중 2004년 나토에 가장 먼저 가입해 확고하게 서방의 편에 선 3개국을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와 군사 및 경제 통합을 가속화해 옛 소련, 나아가 제정 러시아 시절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이달 10일 카자흐스탄에 CSTO군을 파견한 것을 두고 “외부세력과 테러범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을 보호했다”고 자찬했다. 특히 주변국의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색깔혁명은 조지아(장미혁명·2003년),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2004년), 키르기스스탄(튤립혁명·2005년), 아르메니아(벨벳혁명·2018년) 등 옛 소련 국가에서 반정부 시위로 친러 정권이 붕괴된 사건이다. 러시아는 줄곧 서방이 배후에서 색깔혁명을 주도했다고 주장해 왔다. 앞으로도 인접국의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개입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반러 정권이 들어설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초강대국으로 남기를 원한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그는 러시아의 영향권에 대해 18, 19세기 지도자처럼 사고한다”고 평했다. 우준모 선문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역시 “러시아는 예전부터 옛 소련 국가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을 열망해 왔다”며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개입,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등도 이런 큰 흐름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광폭 행보의 자금줄은 천연가스옛 소련의 영광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의 광폭 행보를 가능케 하는 원천은 바로 천연가스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2019년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의 가치가 844억 달러(약 101조28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0%와 맞먹는다. 또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약 35%가 러시아산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는 이 비율이 40%로 올라간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은 “러시아는 소위 ‘에너지 이중가격제’를 통해 친러 국가에 시장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벨라루스 같은 수혜국 역시 이를 시장에 다시 팔아 수입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방식의 경제 원조에 군사 지원까지 더해져 옛 소련 국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러시아산 가스는 크게 세 경로를 통해 서유럽으로 향한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1’, 폴란드를 통과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지난해 말 완공됐지만 미-러 갈등 등으로 정식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노르트스트림2’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부터 발트해를 거쳐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잇는 1230km의 해저 가스관이다. 다른 2개 가스관과 달리 육로를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개통되면 연간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약 4분의 1인 550억 m³의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로 공급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푸틴 정권의 인권 탄압,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등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 관련 기업을 제재하고 독일에도 가스관을 잠그라고 압박해왔다. 우크라이나 또한 노르트스트림2가 개통되면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자신의 지위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의 비상사태 때 서방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전 유럽을 상대로 가스 패권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는 수송로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러시아가 서방의 반발을 알면서도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대군을 배치한 것은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노르트스트림2를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걸핏하면 가스관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는 갑자기 EU에 더 많은 가스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틀 새 약 25% 급락했다. 노르트스트림2 정식 개통에 대한 독일의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불참해 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23% 치솟아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이달 5일에도 미-러 갈등 등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에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30% 이상 올랐다. ○ 장기집권·경제난에 대한 반발 무마 용도 푸틴의 행보가 그의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내부 반발을 무마하려는 용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20년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쳤다. 그때까지 집권하면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31년)을 뛰어넘어 제정 러시아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이 된다. 이로 인한 국민 피로감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따르면 2017년 ‘러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푸틴을 꼽았지만 2021년 2월 같은 조사에선 이 수치가 32%로 떨어졌다. 경제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세계 원자재 가격이 치솟던 2000년대 한때 러시아 경제는 연 8%의 고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자 2013∼2019년 실질 가계 소득이 매년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엔 아예 성장률이 ―3.0%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옛 소련과 제정 러시아의 부활이라는 민족주의 감성 자극, 서방이라는 ‘외부의 적’ 등을 이용해 돌파하려 한다는 의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의 개입주의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평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가 12일(현지 시간) 만났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앞서 10일 미국-러시아 담판에 이어 이날도 성과가 없어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러시아 회담 전망도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토와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4시간 동안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었다. 양측이 2002년 설치한 협의기구인 NRC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병합 후 관계가 악화돼 2019년 이후 열리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는 앞서 미국에 요구한 안보협정 내용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에 나토 병력과 무기 배치 중단 등 ‘나토 동진(東進)’ 제한을 거듭 내세웠다. 러시아 대표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외교부 차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과 군사 지원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나토 30개 회원국 대표는 한목소리로 이를 일축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각국은 자국 안보와 외교정책에 맞게 스스로 동맹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 10만 명이 모여 있는데 러시아는 서방 탓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루시코 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악화된다면 유럽 안보에 예상할 수 없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동유럽에 나토군을 증강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 OSCE와 러시아의 협상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가 12일(현지시간) 만났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앞서 10일 미국-러시아 담판에 이어 이날도 성과가 없어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러시아 회담 전망도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토와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4시간 동안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었다. 양측이 2002년 설치한 협의기구인 NRC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병합 후 관계가 악화뒤면서 2019년 이후 열리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는 앞서 미국에 요구한 안보협정 내용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에 나토 병력과 무기 배치 중단 등 ‘나토 동진(東進)’ 제한을 거듭 내세웠다. 러시아 대표 알렉산더 그루슈코 외무부 차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과 군사 지원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나토 30개 회원국 대표는 한 목소리로 이를 일축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각국은 자국 안보와 외교정책에 맞게 스스로 동맹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 10만이 모여 있는데 러시아는 서방 탓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루슈코 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악화된다면 유럽 안보에 예상할 수 없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동유럽에 나토군을 증강 배치할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 OSCE와 러시아의 협상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風土病)으로 관리하자’는 주장이 유럽에서 제기됐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면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WHO는 3∼9일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 대비 55% 증가한 1515만466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풍토병” vs “시기상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1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치명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집계를 멈추고 독감처럼 다루자”고 주장했다. 산체스 총리는 “코로나19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다루는 방안을 유럽 국가들에 제안했으며 논의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다른 호흡기 질환처럼 코로나19 증세의 경중을 따진 뒤 중증 환자만을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나왔다. 백신 담당 정무차관을 지낸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은 9일 BBC에 “영국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길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자문 마이크 틸데슬리 워릭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도 “오미크론은 코로나19 풍토(병)화의 첫 버전”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달 4일 21만870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사망자는 48명이었다. 이에 WHO는 코로나19의 풍토병 전환은 ‘위험 요소가 많다’며 반대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비상대응팀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너무 빠르게 진화해 풍토병으로 판단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WHO에 따르면 올 1월 첫째 주 유럽에서만 700만 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그 2주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WHO는 두 달 안에 유럽 인구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각국서 커지는 오미크론 대응 혼란오미크론 감염자 급증에 따른 각국 혼란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사들이 학생 코로나19 검사 지침 완화에 반발해 13일 파업하기로 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가짜 코로나19 백신을 수십 명에게 놓은 간호사가 경찰에 체포됐다. 정부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나서면서 가짜 백신, 허위 백신여권 범죄가 급증했다고 안사통신은 전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내려진 2020년 5월 런던 총리관저에서 100여 명이 정원 파티를 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보리스 존슨 총리에 대한 사임 요구가 거세다. 11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존슨이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총리직 유지’ 응답은 27%였다. 이날 전국 학교에서 대면 수업이 재개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부족해 큰 혼란을 빚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일부 학교에서 보관 중이던 진단키트 100만 개는 겨울폭풍으로 파손됐다. 플로리다주에서는 교사에게 지급된 진단키트 일부가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행할 제재와 관련해 한국을 주요 협의 대상국으로 꼽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중국 화웨이식’ 고강도 수출 규제와 관련해 유럽과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도 러시아 제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美, 韓도 러 제재 협의 주요 대상국 꼽아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가 긴급한 글로벌 도전과 관련해 협의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는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모든 동맹국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산(産)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한국과 유럽의 휴대전화나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제재가 검토되고 있다”며 한국산 전자제품 수출 통제를 콕 집어 보도했다. 10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를 마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중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나 전자제품 수출 금지 등에 나설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란 등과 달리 고강도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데다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실제 제재가 이루어지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러, 첫 고위급 협상서 평행선8시간에 걸친 전략안정대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평행선을 달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 요구를 이어갔고, 미국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non-starter)”라고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했다. 럅코프 차관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반대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일단 추후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조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담 결과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줬지만 실제 침공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의 핵심 축인 유럽연합(EU) 내에선 우크라이나 협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EU 리더들이 외교적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의 여당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대로부터 ‘해초 공격’을 당했다. 오미크론 변이 출연으로 유럽 주요국 의회에서 백신 의무화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를 주도하는 정치인을 향한 ‘안티 백신’ 세력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앵포 라디오 등에 따르면 캐나다 근처 프랑스령 생피에르에미클롱섬을 지역구로 둔 여당 소속의 스테판 클레로 하원의원은 9일 이 섬에서 백신 반대 집회에 나선 시위대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클레로 의원이 시위대와 대화를 시도하던 중 해초를 가득 실은 트럭이 다가오자 일부 시위대가 클레로 의원을 향해 해초를 집어 던진 것. 클레로 의원은 “의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건 자유지만 타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10일 언론에 “참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사건”이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프랑스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하루 일일 확진자가 연일 30만 명 이상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은 74%, 부스터샷 접종률은 36%에 그치고 있다. 이에 의회는 백신 접종자만 식당, 카페 등 출입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백신 패스 법안이 진통 끝에 6일 하원을 통과해 17일경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어 반대론자들의 저항이 격렬해지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법안에 찬성하던 아녜스 피르맹르보도 의원도 2일 살해 협박이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백신 접종 의무화가 추진 중인 독일에서도 1일 백신 반대론자들이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의 지역 사무소를 공격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행할 제재와 관련해 한국을 주요 협의 대상국으로 꼽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중국 화웨이식’ 고강도 수출규제와 관련해 유럽과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도 러시아 제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美, 韓도 러 제재 협의 주요 대상국 꼽아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가 긴급한 글로벌 도전과 관련해 협의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는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모든 동맹국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산(産)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한국과 유럽의 휴대전화나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제재가 검토되고 있다”며 한국산 전제제품 수출 통제를 꼭 집어 보도했다. 10일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부 차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를 마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중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나 전자제품 수출 금지 등에 나설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란 등과 달리 고강도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데다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실제 제재가 이뤄지려먼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러, 첫 고위급 협상서 평행선이날 8시간에 걸친 회의 전략안정대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평행선을 달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 요구를 이어갔고, 미국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non-starter)”라고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반대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일단 추후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조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담 결과에 따라 푸틴이 언제든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줬지만 실제 침공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에 초점을 맞춘 미국, 브렉시트로 정신없는 영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한 독일 등 러시아가 유리한 상황을 활용해 나토 확대를 막아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의 핵심축인 유럽연합(EU) 내에선 우크라이나 협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EU 리더들이 외교적 협상테이블에서 제외되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담판을 위한 전략안정대화(SSD)에서 만났다. 하지만 러시아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배치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철수부터 요구하고 나서면서 출발부터 팽팽한 신경전으로 흘렀다. 이날 담판에 앞서 전날 셔먼 부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럅코프 차관은 국방부 차관과 함께 제네바 미국대사관에서 2시간가량 ‘2+2 실무 만찬’을 했지만 이견만 노출했다.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주권과 영토 보전, 주권국가가 동맹을 선택할 자유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유럽 동맹 및 파트너들 없이 유럽 안보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라는 러시아 요구에 선을 그었다. 럅코프 차관은 만찬 뒤 “(10일 회담에서) 다가올 이슈들의 핵심 논의에 바로 돌입할 것이기 때문에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토 동진(東進) 중단 등에 대한 미국의 확약을 요구하며, 별 소득이 없다면 연쇄 회담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12일에는 나토-러시아위원회(NRC),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담이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가를 연쇄 회담 전초전부터 미-러가 격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극적인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9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는 유럽에서의 새로운 무력 충돌에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러시아 제재 준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은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등 대(對)러 강경파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0일 잇단 방송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돌파구가 생기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옛 소련 지역 국가들을 다시 러시아 세력권으로 두는 것”이라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매우 단호하게 다룰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