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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지역 소멸 문제 해결에 기업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18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역경제포럼’에서 “기업인 입장에서 지역 소멸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방향, 방법, 생각’의 3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방향은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하향식)’보다는 민간이 논의를 주도하는 ‘보텀업(상향식)’이, 방법으로는 기업 투자에 필요한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해 시너지를 내는 ‘메가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물이 반쯤 찬 컵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 지역도 텅 비었다는 것보다는 아직 새롭게 채울 공간이 많다는 관점(생각)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한항공은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화 시책에 동참하려 내년 1∼3월 출발 항공권 할인을 진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수년간 항공업계를 취재해온 기자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항공사들에는 여름휴가 시즌만큼이나 겨울철 성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최대한 수익을 올려야 비수기를 버텨낼 수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이 시기에 할인 행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항공사들의 시각도 비슷했다. 대한항공이 스스로 할인에 나섰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물가 잡기 일환으로 운임을 낮추라고 요청했고, 대한항공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제야 ‘정부의 물가 안정화 시책에 동참하려’라는 보도자료 내 문구가 이해됐다. 왜 성수기에 할인을 하는지, 유독 대한항공만 그러는지까지도. 비싼 항공운임을 할인하면 소비자들도 당장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업이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가 아니라 정부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시적으로 항공료를 내리면 항공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고객에게 돌아가던 서비스를 줄일 수 있고, 다른 시기의 항공권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시장 왜곡에 따른 엉뚱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 들어 물가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라면값, 농수산물 가격, 통신비 등이 대표적인 타깃이다. 당연히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요청했다. 서로 눈치만 보던 기업들은 원자재가 인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이달 들어 주류, 우유 등의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한편으론 항공요금을 서민 물가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를 외치니 국토부가 너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거장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저서 ‘자유를 위한 계획’에서 우유 가격이 너무 높다고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과 생산이 왜곡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례를 적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반복되면 점차 사회주의로 빠져들게 된다는 경고도 했다. 미제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물가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특정 품목, 특정 기업을 향한 정부의 ‘두더지 잡기 식’ 정책은 금방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역 소멸 문제 해결에 기업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 회장은 18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역경제포럼’에서 “기업인 입장에서 지역 소멸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방향·방법·생각’의 3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방향은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하향식)’보다는 민간이 논의를 주도하는 ‘보텀업(상향식)’이, 방법으로는 기업 투자에 필요한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해 시너지를 내는 ‘메가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물이 반쯤 찬 컵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 지역도 텅 비었다는 것보다는 아직 새롭게 채울 공간이 많다는 관점(생각)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가능항공유(SAF)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SAF 수입을 늘리면, 한국 정유사들의 대미 항공유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정유사들은 법이 정비돼 있지 않아 SAF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SAF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SAF를 판매하거나 사용할 경우 감축한 수준에 따라 갤런당 1.25∼1.75달러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SAF 생산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사용분으로 소급 적용된다. 재무부는 내년 3월 1일 전에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될 구체적인 감축량 계산법을 추가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SAF란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에탄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50∼80%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정유업계에서는 SAF가 비싸기 때문에 사용 확대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SAF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SAF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31억2430만 달러(약 4조400억 원)였던 SAF 시장은 2027년 215억6520만 달러 규모로 커진다. 한국 정유업계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항공유의 절반가량이 한국산이다.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12만 배럴의 화석 연료 항공유를 수입했는데, 절반이 넘는 6만4000배럴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미국 내 SAF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항공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AF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히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SAF 시장에 발도 디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 이외의 원료로 석유 제품을 만들면 불법이다. 이로 인해 정유사들은 SAF 개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정유사의 사업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 사업을 할 수 있는 법 정비가 이제야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정유사들이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글로벌 SAF 생산자들은 기술과 품질을 높여 가고, 판매 활로를 갖춰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들은 SAF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SAF 후진국이다. 외국 공항들은 SAF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공항에 SAF 급유 시설도 없다”며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 공항을 외면하면 미래 항공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지속가능항공유(SAF)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합성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민 10명 중 5명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 증가와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국민의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해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소비지출을 줄이겠다는 비중은 3.9%포인트 감소했다. 응답자들은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이유로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실직·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 소득 및 기타소득 감소(9.0%) 순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여행·외식·숙박(20.6%) △여가·문화생활(14.9%) △의류·신발(13.7%) 등에서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부족한 소비 여력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42.2%가 부업 및 아르바이트를 꼽았다. 예·적금 등 저축 해지(22.2%),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5.4%) 등이 뒤를 이었다. 민간 소비가 줄면 경제 성장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도한 부채 부담과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내년도 소비지출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금융부담 완화 노력과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민 10명 중 5명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 증가와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국민의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해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소비지출을 줄이겠다는 비중은 3.9%포인트 감소했다.응답자들은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이유로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실직·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 소득 및 기타소득 감소(9.0%) 등 순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여행·외식·숙박(20.6%) △여가·문화생활(14.9%) △의류·신발(13.7%) 등에서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부족한 소비여력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42.2%가 부업 및 아르바이트를 꼽았다. 이어 예· 적금 등 저축해지(22.2%),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5.4%) 등이 뒤를 이었다. 민간 소비가 줄면 경제성장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도한 부채 부담과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내년도 소비지출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금융부담 완화 노력과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확 등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광역버스 업체인 ㈜명성이 항공 사업에 도전한다. 12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명성은 지난달 국토부에 국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명성은 국내엔 없는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의 ‘E190-E2’ 소형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6년 5월 2대를 직접 구매하고, 2027년 3월쯤 1대를 리스 방식으로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명성은 김포에서 울릉과 양양, 제주 공항에 우선 취항할 계획이다.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은 활주로 길이 1200m의 소형 공항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보유한 항공기 중에 울릉공항에 취항할 수 있는 소형 항공기는 현재 없다. 그 틈을 명성이 96∼114인승 제트 소형 항공기 E190-E2를 도입해 파고드는 것이다. E190-E2는 승객과 연료 등을 최대로 싣고 이착륙할 때 1250m 정도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울릉공항 활주로(1200m)보다 길다. 그러나 승객 수와 화물, 연료량 등을 줄여 운항하면 이착륙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울릉공항에 취항할 수 있다는 게 엠브라에르 측의 설명이다. 명성은 김포∼울릉 노선을 계절에 따라 적게는 하루 2회(편도 기준)에서 최대 10번까지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아시아나항공이 12∼21일 열흘간 국내선 항공기 탑승객들의 몸무게를 측정한다. 승객들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승객 몸무게를 재기로 한 건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승객 표준 중량’ 측정을 위해서다. 국토부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 기준에 따라 최소 5년마다 이뤄진다. 측정된 자료는 항공기 무게나 중량 배분을 계산할 때 적용된다. 몸무게 측정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 게이트에서 이뤄진다. 승객 몸무게 측정은 대한항공도 8월 진행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티웨이항공은 올해 1월 각각 승객 표준 중량을 측정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광역버스 및 물류 업체 (주)명성이 울릉공항 개항에 맞춰 항공업에 도전장을 낸다.12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명성은 지난달 국토부에 국내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명성은 국내엔 없는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의 ‘E190-E2’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6년 5월 두 대를 직접 구매하고, 2027년 3월쯤 한 대를 리스 방식으로 추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명성은 울릉과 양양, 제주 공항에 우선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울릉공항 취항 여부다.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은 활주로 길이 1200m의 소형 공항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보유한 항공기 중에 울릉공항에 취항할 수 있는 항공기는 없다. 명성이 E190-E2를 도입하는 것도 울릉공항에 취항하기 위해서다. 제트 소형항공기인 E190-E2는 96∼114인승으로 운영이 가능한 항공기다. 항속거리는 약 5200km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주력 기종인 ‘B737-800’ 항공기와 비슷하다.E190-E2 항공기는 승객과 연료 등을 최대로 적재하고 이착륙할 때 1250m 정도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울릉공항 활주로(1200m)보다 길다. 그러나 승객수와 화물, 연료량 등을 줄여서 운항하면 이착륙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울릉공항 취항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엠브라에르 측의 설명이다.명성은 김포~울릉 노선을 계절에 따라 적게는 하루 2회(편도 기준)에서 하루 최대 10번까지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명성은 지난해부터 엠브라에르와 항공기 도입에 관한 협의를 이어왔다. 이번 면허 신청을 위해 양사는 항공기 도입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면허 발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토부는 26일까지 국내 항공사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면허 신청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후 실제 면허를 발급받으려면 자본금과 실제 운영 계획, 승무원과 정비사 채용 계획 등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모두 갖춰야 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가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데 이어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 비즈니스 개발그룹을 만들었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보다 집중하겠다는 행보다. 재계에서는 ‘넥스트 반도체’, ‘넥스트 스마트폰’으로 불릴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지지부진했던 삼성 전체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DX부문에 비즈니스 개발그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개발그룹은 DX부문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백종수 신사업태스크포스장(부사장)이 비즈니스 개발그룹장을 겸직한다. 삼성전자는 DX부문 산하의 모바일경험(MX), 영상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DA) 사업부 등에도 같은 명칭의 사업 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모든 사업 부문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실무 부서를 둔 것이다. 삼성전자를 견인해 온 반도체와 휴대전화 사업 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신규 사업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8월에도 DX부문에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사업화 등을 총괄하는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을 확보한다는 큰 그림에서다. 김강태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이 이 조직을 함께 이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큰 폭의 경영진 교체가 없는 가운데 새로 생긴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른바 삼성의 10년 뒤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임무를 맡긴 곳이다. 삼성전자 소속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조직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단장에는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선임됐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을 지낸 뒤 2017년 삼성SDI 대표로 선임돼 배터리 사업을 이끌었다. 그룹의 중추 사업을 모두 경험한 만큼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규 사업 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획단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의 정성택 부사장과 반도체 전문가 이원용 상무도 합류했다. 결국 미래사업기획단이 삼성 미래 먹거리 발굴의 ‘컨트롤타워’로 중심을 잡고, 각 사업부에 전진 배치된 비즈니스 개발그룹 및 미래기술사무국 등이 실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13년 전인 2010년 신사업추진단을 발족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했다. 이들 사업은 현재 삼성그룹을 이끄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행보에 대해 “기존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만의 참신한 신사업이 없다’는 지적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독일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없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등이 M&A 추진을 계속 시사했지만, 결과로 나타난 것은 없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년도 안 되는 기간에 미래 관련 조직을 연거푸 만들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조바심마저 느껴진다”며 “‘이재용표 신수종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미래 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SK그룹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를 위해 아시아 최초의 연합체를 만들었다. SK그룹은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술 기반의 사전 거래 탄소배출권 시장(EPCM) 연합’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SK㈜, SK E&S, 에코시큐리티, 신한투자증권, PwC컨설팅,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 등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기존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산림보존 사업 등 자연을 기반으로 한 탄소감축 사업 활동을 수행하면 감축 실적을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권리를 발급받았다. EPCM은 인증센터가 탄소 감축 기술에 투자할 명목으로 환경보호크레디트(EPC)를 발행하면 탄소배출 기업(수요자)이 EPC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술 기업(공급자)들은 EPC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한다. 탄소를 배출한 기업들이 인증센터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사는 동시에 탄소 감축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업무협약 참여자들은 내년 EPC 최초 발행을 공동 추진한다. 또 △수소 생산 △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12개 유망 탄소저감 기술을 개발해 EPC의 발행 및 거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2년 만에 또다시 요소 수입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공공비축 물량을 두 배로 늘리고 주유소에 1회 구매 수량 제한을 요청한다. 민간 기업의 추가 계약으로 국내에 약 3개월 20일분의 요소가 확보됐다고 밝힌 정부는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수입 확대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제11차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차량용 요소의 경우 최근 롯데정밀화학이 베트남으로부터 5000t을 수입하기로 계약하면서 국내 확보 물량이 이달 1일 점검 당시 3개월분에서 약 3개월 20일분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는 정부는 베트남 외에도 대체 수입처를 찾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협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카타르, 인도네시아, 일본 등이 대체 수입국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운송비 문제로 중국산보다 10∼20%가량 비싼 제3국의 요소를 살 때 드는 추가 비용을 지원금 형태로 기업에 지급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조달청은 현재 6000t인 차량용 요소 공공비축 물량을 빠른 시일 안에 1만2000t으로 늘리기로 했다. 30일 쓸 수 있는 공공비축 물량을 60일 사용분으로 늘리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요소수 제조 업체를 위해서는 보유 중인 비축 물량 2000t을 조기 방출한다. 정부는 사재기 등을 막기 위해 주유소에 1회 요소수 구매수량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노력도 요청하기로 했다. 차량용 요소수 수급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현재 일부 온라인을 제외하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요소수 수급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과는 외교적 협의도 이어간다. 정부 관계자는 “2년 전 요소수 사태 때도 1개월여 만에 중국이 다시 수출을 재개한 바 있다”며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고위 당국자와의 면담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간 기업들은 요소 재고를 확보해 두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료 업체 A사 관계자는 “요소를 미리 대거 사둘 수 있지만 이를 쌓아두고 관리하는 게 전부 비용이다”라며 “공급 차질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올 들어 10월까지 1000만 달러(약 131억 원) 넘게 수입한 품목들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것들이 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 웨이퍼, 불화수소 등 반도체 주요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는 80% 안팎이었다. 중국의 요소 수출 물량 제한으로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요소뿐만 아니라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해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수출 통제에 나서면 국내 산업계가 ‘셧다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1000만 달러 이상 수입 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은 393개였다. 이 중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은 216개로 전체의 55%였다. 일본(13%), 미국(9.4%)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와 2021년에도 절대의존품목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주요 원자재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불화수소의 대중 의존도는 62%이고, 네온과 제논은 각각 81%, 64%다. 중국이 수출 보고를 의무화하며 이미 수출 통제에 나선 희토류 금속은 올 상반기(1∼6월) 중국에서 들여온 비중이 79.4%였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의 대중 의존도도 85.8%다.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 중 하나인 희소금속 비축량은 목표로 잡고 있는 양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정부가 비축 관리를 하는 14종 희소금속의 평균 비축량은 39.8일분이다. 비축 목표가 180일분인 희토류를 제외한 것으로, 나머지 금속의 비축 목표는 100일분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의존도가 64%인 리튬 비축량은 5.8일분에 불과하다. 중국에서의 리튬 수급이 중단되면 기업이 문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안 된다.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건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비용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요소의 수입 비용은 중국산이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하다. 기업 입장에선 물류 비용 등 수입 비용이 저렴한 중국산을 제외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산업계에선 높은 중국 의존도로 중국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 관련 업체 A사 관계자는 “요소 수출 제한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며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 즈음 비료 가격 추이를 살피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중국이 국내 비료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봄을 앞두고 수출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 비축 물량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7일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법안에 올라갔지만 기존에 밀려 있는 법안이 많아 바로 법사위에서 통과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법을 통해 공급망을 지원하게 되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자원 부국이 자원을 가지고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암흑기를 지나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이 늘고 있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7∼9월) 전 세계 D램 매출은 총 134억800만 달러(약 17조6000억 원)로 전 분기보다 18% 늘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52억5000만 달러로 전 분기(45억3000만 달러)보다 15.9%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38.9%로 전 분기보다 0.7%포인트 내려갔지만 1위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매출은 46억2600만 달러로 전 분기(34억4300만달러)보다 34.4%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2분기(4∼6월) 30.1%에서 3분기 34.3%로 오르면서 2위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점유율 2위 자리에 오른 데 이어, 3분기에 삼성전자를 4.6%포인트 차로 따라붙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10년 전부터 HBM 시장을 개척했고, 엔비디아 등에 HBM3 독점 공급을 하는 등 글로벌 D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3분기 글로벌 시장 낸드 매출은 2분기보다 2.9% 증가한 92억2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낸드 매출은 29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와 자회사 솔리다임의 3분기 매출은 18억64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11.9%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18.6%에서 20.2%로 상승하면서 3위에서 2위로 올랐다. 지난해 3분기 일본 키옥시아에 점유율 2위를 내준 지 1년 만의 탈환이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이 삼성전자(2조 원)였고, 2위는 SK하이닉스(6790억 원)였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순매수 1, 2위가 이차전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 수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약 3조7000억 원 규모의 수출 성과를 냈다.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는 3조4474억 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대,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8월 K9 212대를, 11월 천무 218대를 1차로 계약했다. 이번 계약은 K9의 남은 계약 물량(460대) 중 일부인 152대를 2027년까지 공급하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K9 자주포 및 자주포용 155mm 탄약과 K9 유지·보수를 위한 종합군수지원 패키지를 공급한다. K9 유지에 필요한 부품 현지 생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와 수출계약을 체결한 K2 전차 180대에 사격 통제시스템을 공급한다. 계약 규모는 약 2574억 원이다. 사격 통제시스템은 전차의 두뇌로 불린다. 포와 포탑, 조준경 제어, 탄도 계산, 자동추적 기능 등을 수행하면서 화력 체계를 통제하고 각종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전차의 생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와의 전력거래계약(PPA) 체결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왔는데,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해외 사업장에서 PPA를 검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전기 가격이 불안정해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유럽 폴란드에 있는 삼성전자 브론키 공장은 조만간 재생에너지 PPA를 위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수요자(기업) 간 직접 거래를 의미한다. 삼성전자 폴란드 공장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전기량은 약 7500MWh(메가와트시)다. 세금 등을 제외한 한 달 평균 전기료는 27억∼3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이 PPA를 추진하는 건 RE100(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RE100에는 삼성을 비롯해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30여 곳이 가입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RE100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성의 주요 고객들도 제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RE10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노력이 미진하면 고객사나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왔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방식이다. 석탄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아도 REC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전력을 공급받으면서도 손쉽게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탄소저감 효과는 떨어진다. 반면, PPA는 안정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신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PPA 비율이 높다. 미국 애플은 PPA 비중이 전체 전기 사용량의 63%나 된다. 국내 기업들의 PPA 비율이 낮은 건, PPA를 해본 적이 거의 없고, REC 구매를 통해 손쉽게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유럽 지역의 전기료가 너무 높아 지금 PPA를 체결하면 고점에서 계약하는 것이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전기료가 전쟁 전보다 최대 8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간 약 1000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은 올해 초부터 PPA 구매를 검토했다. 그러나 전기료가 높고, 재생에너지 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아 PPA 추진이 더딘 상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이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성금 50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성금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23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삼성이 전달한 성금은 청소년 교육과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 사용된다. 특히 회사 기금 외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부금도 성금에 포함됐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이 199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연말 성금은 올해까지 총 8200억 원에 이른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 처리한 지 2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 3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특정 이해관계가 있거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대결과 독선을 선택했으니 그에 합당한 대결과 저항으로 가겠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다만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국민의힘이 의석 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재의결은 어렵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급 회의에 불참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거부권 행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거부권 행사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환영했다.노란봉투법 거부권에… 與 “문제있는 법안” 野 “절대군주 착각” 尹, 방송3법과 함께 거부권 행사정부 “노조 특혜-방송 중립성 훼손”재계 “노란봉투법 근로자 피해 볼것”노동계 “사용자 입장만 수용한것”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민주당은 “대통령은 자신이 절대군주라고 착각하느냐”며 맹폭한 반면에 국민의힘은 “문제가 있는 법안들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르면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부권 행사 뒤 재표결에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고 국민의힘이 의석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은 낮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가운데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와 거부권으로 맞서는 정부 여당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노조 특혜·방송 중립성 훼손”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개정법으로 인해 오히려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이 늘어나거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사측이 개별적으로 귀책 사유를 파악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진 추천 권한을 시민사회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업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방송 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를 환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개정안이 만약 시행됐다면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고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 업체 근로자들이 입었을 것”이라고 했다.● 野·노동계 “정략적 이유로 거부권” 반발민주당은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합의가 높고, 또 실제 법안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은데 정략적인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들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은)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노동자와 그 가족 전체가 삶의 벼랑 끝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을 막고자 한 법안”이라며 “그러한 법안을 외면한 대통령과 여당은 정말 비정하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방송 3법에 대해서도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에 최소한의 공정 보도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의, 정말 최소한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즉각 반발하며 투쟁 의사를 피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그토록 노사 법치주의를 외쳤던 정부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 단체 입장만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7.8% 늘며 6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수요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58억 달러(약 72조8748억 원)로 1년 전보다 7.8% 늘었다. 10월 들어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후 2개월째 늘어난 것이다. 수출 증가는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은 95억 달러로 12.9% 늘어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외에 석유화학(5.9%), 바이오헬스(18.8%), 이차전지(23.4%)도 각각 18개월, 17개월, 8개월 만에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도체 수출 증가는 가격 인상이 한몫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D램 범용제품(PC향 8Gb 2133MHz)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거래가격)은 1.55달러로 전달보다 3.33% 올랐다. 올 9월 1.30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두 달 연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또 다른 메모리 주요 제품인 낸드플래시 범용제품(메모리카드·USB향 128Gb MLC)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도 4.09달러로 전달 대비 5.41% 올랐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021년 7월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10월부터 반등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는 10월 말 3분기(7∼9월)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 들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은 극심했던 다운턴(하강)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은 한동안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IT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고금리로 위축됐던 IT 분야 투자 수요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며 “한국 수출은 긴 터널 끝에 다다른 상황으로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 회복 추세가 아직 더디기 때문이다. 또 기저 효과 및 재고 소진에 따른 단기적 반등인지, 본격적인 업황 회복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수요가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낸드는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반도체 수출 증가 흐름이 계속되려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세트 제품’의 수요 증가가 필수”라고 말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달 114억 달러로 올 들어 월간 기준 연고점을 찍었다. 8월부터 4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다. 대미(對美) 수출은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0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은 520억 달러로 11.6% 줄었다. 원유(―2.7%), 가스(―45.0%), 석탄(―40.0%) 등 에너지 수입이 22.2%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흑자였다. 월간 무역흑자로는 2021년 9월(42억8000만 달러) 이후 26개월 만에 최대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디스플레이 정철동 사장이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며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정 사장은 “7년 만에 여러분 곁으로 돌아와 새롭게 인사드린다. CEO로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활력 넘치고 팀워크가 발휘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분이 LG디스플레이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정 사장은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해 40년 넘게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의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LG디스플레이에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동안 몸 담았다. ‘애플통’ 이라 불릴 정도로 고객 네트워크가 좋아서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정 사장은 2018년 말부터 LG이노텍 최고경영자로서 실적과 성장을 견인했다. 2019년 8조 원대 였던 LG이노텍의 매출은 지난해 20조 원에 육박했다.정 사장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고객과 약속된 사업을 철저하게 완수해 내고, 계획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가격·납기 등 기업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현장에서 많은 소통을 하며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