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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업 고충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2020학년도 1학기에 납부한 등록금의 일부를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의 형태로 반환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6차례의 간담회를 가진 끝에 장학금 지급 대상 및 방법을 협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총 30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긴급학업장려금’과 ‘긴급구호장학금’으로 구분해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은 올해 서울대 1학기 학부 등록금의 약 10% 수준이다. 20억 원 규모로 마련된 긴급학업장려금은 올해 1학기 학부 재학생들이 대상이다. 등록금 전액면제자와 휴학생, 자퇴·제적생은 제외된다. 학생 각자가 1학기에 낸 등록금의 본인부담액에 비례해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음대 미대 등 실습 강의가 많아 비대면 강의로 인한 학업 손실이 컸던 전공의 학생들에게는 지급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10억 원 규모인 긴급구호장학금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학부·대학원생들이 대상이다.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소득분위 등을 고려해 지급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긴급학업장려금과 긴급구호장학금을 경우에 따라 중복으로 받을 수도 있다. 건국대는 6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2학기 등록금의 8.3%를 반환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성대, 단국대 등이 특별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요. 이번 주말에도 자리 잡기 힘들 것 같은데요.” 8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출입통제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둘러보던 A 씨(22)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대학 동기 3명과 함께 ‘술자리’를 찾아왔다는 그는 “지난 주말에도 사람이 많아 좋은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평일인데 이 정도면 이번 주말도 엄청 붐빌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한강변 공터에는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마스크는 벗거나 턱까지 내린 상태였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약 4만5000m² 규모 잔디밭은 출입통제 테이프가 쳐져 있었지만, 시민들은 자연스레 통제선 바깥에 모여들었다. 캔 맥주를 마시던 한 시민은 “폐쇄된 곳만 안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에서 재확산되며 방역당국은 ‘제2의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 시민들은 여전히 적지 않았다. 일반주점이 오후 9시부터 영업을 중지하자 야외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늘어났다. 서울시는 8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뚝섬, 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의 밀집지역 출입을 통제했다. 주말인 5, 6일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8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여의도한강공원 등을 돌아봤더니 통제구역 바깥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산책을 나왔던 B 씨(29·여)는 “잔디밭이 막혀 오히려 사람들이 더 좁은 공간에 몰려 앉은 듯하다”고 했다. 지난 주말 사람들이 몰려 논란이 됐던 여의도공원 잔디밭 ‘멀티프라자’와 ‘계절광장’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하지만 오후 9시부터 1시간동안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주변에서 술을 마셨다. 이들 중 45명만 음식을 먹은 뒤 바로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이었다. 한강공원은 현재 매점과 카페 등도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종료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배달존’으로 주문해 술자리를 이어갔다.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유람선 선착장의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선착장 편의점은 민간에서 운영해 영업 자제 권고만 해왔다. 9일부터는 해당 편의점도 오후 9시 이후 영업 종료에 동참한다”고 했다. 별도 통제가 없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도 야외 술자리가 늘고 있다. 9일 오후 9시반경 청계광장부터 광교 사이 300m가량 천변에는 수백 명이 모여 맥주 등을 마셨다. 인근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자 편의점 등에서 맥주와 간식 등을 구입해왔다. 이들도 평균 10명 가운데 3, 4명 정도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다. 나머지는 ‘턱스크’를 하거나 아예 쓰질 않았다. 대학 캠퍼스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다니는 C 씨(24)는 “어두워지는 오후 8시부터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인 오전 2시까지 곳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진다”며 “‘술 게임’을 하는 소리가 늦은 밤까지 기숙사 건물에 울려 퍼질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몇몇 대학의 익명게시판에는 ‘시국을 생각해 자제하자’는 글도 올라왔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고 한다. 송영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공원 잔디밭을 통제한 것은 거리 두기 강화 기간 동안 한강공원을 가급적 찾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통제 전과 이용객 수가 비슷하면 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밀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전채은 기자 /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네요.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차지했네.” 8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출입통제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둘러보던 A 씨(22)는 아쉽다는 듯 한참을 서성거렸다. 대학 동기 3명과 함께 ‘술자리’를 찾아왔다는 그는 “지난 주말에도 왔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평일이라 좀 나을 줄 알았는데…”라며 푸념했다. 실제로 이날 한강변 공터에는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당연히 마스크는 벗거나 턱까지 내린 상태였다. 바로 옆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약 4만5000㎡ 규모 잔디밭엔 출입통제 테이프가 쳐져 있었지만 별 상관이 없는 듯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폐쇄 조치된 곳만 안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에서 재확산되며 방역당국은 ‘제2의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 시민들은 여전히 상당했다. 일반주점이 오후 9시부터 영업을 중지하자, 한강공원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는 8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의 출입을 통제했다. 주말인 5, 6일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8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여의도한강공원 등을 돌아봤더니 통제지역 바깥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사람들이 몰려 논란이 됐던 여의도공원 잔디밭 ‘멀티프라자’와 ‘계절광장’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하지만 오후 9시 이후 최대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먹었다. 이들 가운데 45명만 음식을 먹은 뒤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다른 이들은 마스크에 신경도 쓰질 않았다. 한강공원은 현재 매점이나 카페 등도 9시 이후엔 영업을 종료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배달존’으로 배달을 시켜 9시 이후에도 술자리를 이어갔다.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유람선 선착장 내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선착장 편의점은 민간에서 운영해 영업 자제 권고만 해왔다. 9일부터는 해당 편의점도 9시 이후 영업 종료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별도 통제가 없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이나 대학 캠퍼스 등도 ‘야외 술자리’가 늘고 있다. 9일 오후 9시 30분경 청계광장부터 광교 사이 300m가량 천변에는 200명 넘는 인원이 모여 맥주 등을 마시고 있었다. 인근 식당과 술집이 9시에 문을 닫자 편의점 등에서 맥주 등을 구입해 왔다. 이들 역시 평균적으로 10명 가운데 3, 4명 정도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을 뿐, 나머지는 ‘턱스크’나 아예 착용하질 않았다. 날씨가 선선해지며 대학캠퍼스도 사람이 몰려든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다니는 B 씨(24)는 “날이 어두워지는 오후 8시부터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인 오전 2시까지 곳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진다”며 “‘술 게임’을 하는 소리가 밤 늦은 시간까지 기숙사 건물에 울려 퍼질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몇몇 대학의 익명 게시판에는 ‘시국을 생각해 자제하자’는 글도 올라왔지만, 별 다른 소용이 없다고 한다. 송영민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공원 내 잔디밭을 통제한 것은 거리두기 강화 기간동안 한강공원을 가급적 찾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통제 전과 이용객 수가 비슷하다면 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밀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별거 없어요. 방역당국의 대응지침을 그대로 지켰을 뿐이에요. 짜증 안 내고 잘 따라준 아이들 덕분입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센트럴아이파크 어린이집’은 6일 교사 A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강동구 콜센터 직원의 가족이었다. 별 다른 증상이 없던 A 씨는 확진 이틀 전까지 어린이집에 출근했다. 또 다른 집단감염이 우려됐지만 이 어린이집에서 긴급보육을 받던 원생 23명과 교사 17명은 8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된 뒤 소규모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이 어린이집은 추가 감염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것이다.○ 기본 수칙 지키니 추가 감염 제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 어린이집은 0세인 영아를 제외하면 모든 원생들이 밥 먹을 때와 낮잠 잘 때를 제외하곤 항상 마스크를 끼고 다녔다. 열 체크를 하루에 두 번씩 했고, 교사와 함께 수시로 손도 씻고 소독했다. 거리 두기도 철저히 지켰다.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을 땐 2m 이상 떨어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도록 했다. 놀이를 할 때도 멀찍이 떨어져 앉도록 지도했다. 이런 상황이 어린 원생들에게 가혹하고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최경숙 원장(53)은 “아이에게 강제로 마스크를 쓰고 있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염병 예방 교육과 부모님들의 적극적 협조 덕분에 원생들이 성인보다 더 훌륭하게 따라줬다”고 했다. 학부모 최미경 씨(36)도 “어린이집이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켜준 덕분”이라고 전했다. 맞벌이라 불가피하게 쌍둥이 두 딸(4)의 긴급보육을 맡긴 최 씨는 6일 자식을 돌봐주는 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단 소식에 무척 놀랐다. 하지만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랑 손도 잘 씻고 마스크도 잘 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최 씨는 “아이들이 교사들의 말을 잘 따르며 어른도 힘든 방역수칙을 잘 지켜 무탈하게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트럴아이파크 어린이집의 대응은 딱히 새롭거나 특별할 게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려보낸 대응지침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다만 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고 원칙 그대로 지키려 노력했다”고 했다. 최 원장과 교사들은 방역당국의 대응지침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서로 상의하고 도우며 원생들이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벗지 않도록 신경 썼다. 구청에서 지원해준 소독기로 매일 저녁 어린이집 구석구석을 직접 소독했다. 현재 확진자가 나온 뒤 임시 휴업에 들어간 어린이집 측은 “다시 문을 열더라도 제1원칙은 방역수칙 준수로 삼겠다”고 했다.○ 마스크와 손 청결이 최고의 백신 모범 방역으로 집단 감염을 막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13일 울산의 한 태권도장도 13세 여학생이 확진됐지만 도장의 접촉자 47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태권도장 역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었다. 운동 중 숨이 차서 마스크를 벗을 땐 홀로 떨어져 바깥 공기를 마시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당시 방역당국도 “깜짝 놀랄 정도로 방역을 철저히 했다”고 칭찬했다. 경북 경산중앙유치원도 지난달 23일 확진자가 나왔지만 원아와 교사 등 204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유치원은 ‘안전 길’을 바닥에 그려서 원아들이 등원할 때 자연스레 이동 동선을 잘 지켰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이나 식탁 가림막 설치 등도 잘 따랐다. 집단감염이 나온 곳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지난달 2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스타벅스 경기 파주 야당역점은 확진자 가운데 직원들은 1명도 없었다. 모두 마스크를 성실하게 착용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전채은 기자}
“그렇게 무서운 파도가 몰아치는 건 처음 봤어요.” 7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바닷가는 강풍에 집채만 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한 50대 주민은 “해수면 범람을 막기 위해 세워둔 옹벽이 바닷물에 잠겨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가로등과 도로가 부서지는 등 피해가 컸다. 동해안 대부분 지역은 이와 비슷한 상황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일본을 거쳐 동해안으로 북상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오전 부산 경남 지역을 시작으로 경북 강원 지역으로 북상하며 적지 않은 피해를 일으켰다.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불과 나흘 만에 또다시 태풍이 몰려오며 오후 10시 현재 실종자도 2명이나 발생했다.○ 강풍에 멈춰선 원전… 2명이나 실종 하이선은 특히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졌다. 경북 포항에서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2.3m까지 치솟는 등 영남과 강원 동해안에서 전봇대가 쓰러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차량이 전복되거나 시설물이 쓰러지는 사고도 잇따랐다. 마이삭으로 사망자 2명이 발생했던 부산에선 달리던 차량이 전복되고 토사가 주택을 덮치는 등 피해가 컸다. 오전 7시 50분경 수영구 광안대교에선 1t 트럭이 강풍에 뒤집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다행히 운전하던 60대 남성은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6시 반경 동래구의 한 육교에서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춰 50대 남성이 갇혔다가 구조됐다”고 전했다. 해운대구에서는 시신 1구가 발견돼 태풍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강풍과 폭우로 인명 피해도 벌어졌다. 7일 낮 12시 18분경 경북 울진군 매화면에서는 트랙터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한 남성(60)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울진에는 이날까지 사흘간 237mm의 비가 쏟아졌다. 소방당국은 “강 하류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강원 삼척시 신기면에서도 오전 11시 23분경 한 남성(44)이 실종됐다. 이 남성은 인근 석회석 채굴업체 직원으로 동료 10여 명과 작업을 마친 뒤 철수하다가 작업 지점과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도로 유실로 배수로에 빠지면서 급류에 떠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경주에서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7일 오전 8, 9시경 월성 2, 3호기의 터빈발전기가 자동 정지됐다”고 밝혔다. 터빈발전기는 원자로에서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터빈발전기에서 외부로 전기를 보내는 시설에 문제가 생겨 발전기가 자동 정지됐다”며 “방사선 누출은 없고 원자로도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 소재 기업체에도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제네시스 G90, G80, G70, 투싼, 넥쏘 등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이 이날 오전 8시 반경 강풍으로 정전이 일어나 3시간 만에 복구됐다. 현대모비스 공장도 한때 정전됐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서는 강풍으로 느티나무가 쓰러져 트럭과 주택 대문이 파손됐다.○ 저수지 범람에 대피령… 버스 승객들 고립되기도 강원 고성 지역에서도 저수지 곳곳이 범람 위기에 놓여 대피령이 내려졌다. 고성군은 “토성면 원암저수지 등 관내 저수지의 수위가 급상승해 범람이 우려되자 인근 마을 주민과 278포병대대 장병 등에게 마을회관이나 체육관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했다”고 전했다. 또 양양군 서면 장승천과 현북면 광정천이 범람할 것으로 우려돼 인근 4개 마을 주민 70여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오전 8시 14분경 경주시 현곡면에서는 폭우에 마을버스가 물에 잠겨 승객 5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울릉도를 감싸는 울릉일주도로의 방파제도 곳곳이 파손됐다. 산사태도 잇따랐다. 오전 8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주택가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2층 단독주택을 덮쳤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이 집 안에 갇혔지만 구조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경남 거제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오전 7시경 야산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 주차장을 뒤덮고 일부 동의 현관까지 들이닥쳤다. 흙더미가 동 입구를 막아 아파트에 갇힌 일부 주민들은 출동한 소방차의 사다리를 타고 빠져나와야 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 / 부산=강성명 / 세종=송충현 기자}
6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대형 야외 주점을 방불케 했다. 도보로 3분 정도 되는 거리 양쪽으로 술자리가 빈틈없이 펼쳐져 있었다.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모인 시민 400여 명이 피운 모기향으로 시야는 희뿌연했다. 4인용 돗자리에 일행 1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몸을 맞대고 있었고 대부분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쓴 채 음주를 즐겼다. 잔디밭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 술판… 종이컵, 젓가락 돌려써 방역당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침을 13일까지 1주일 연장하겠다고 밝힌 뒤 4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야외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는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한강공원 등 야외에 인파가 밀집될 것을 우려해 ‘공원 내 2m 거리 두기’ ‘마스크 미착용 단속 강화’ 등 방역 지침을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5, 6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 같은 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대학 동기 8명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대학생 이모 씨(21)는 “오후 9시 이후에는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해도 문을 연 식당이 없다. 한강은 야외라 안전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를 포함한 일행 9명은 2, 3인용 돗자리에 빼곡히 붙여 앉아 있었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외에서도 타인과의 간격이 2m 이하로 좁아지면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 씨 일행은 종이컵 하나로 대용량 맥주를 나눠 마시고 나무젓가락 2개로 분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5일 0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편의점은 10분 사이 20여 명이 오갈 정도로 붐볐다. 이곳은 한강공원 바로 옆에 있어 방문객들이 술이나 음식물을 사기 위해 자주 찾는다. 편의점은 방문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등을 기록하는 출입명부를 자체 운영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이 몰리는 바람에 명부는 매장 밖 야외 테이블에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 있는 공공화장실 옆 2평 남짓한 공터에는 40여 명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5일 오전 11시경 경기 과천의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연주대 앞은 ‘셀카족’들로 북적였다. 시민 20여 명이 길게 늘어선 채 삼삼오오 셀카를 찍었다. 좋은 경치를 담으려고 특정 지점에 여러 명이 붙어있었고 3명 중 1명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쓰거나 벗고 있었다. 연주대 왼쪽 구석에서는 20L 통에 막걸리를 담아두고 한 바가지에 3000원씩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대 주변으로 시민 대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막걸리를 마셨다. ○ 단속 공무원 vs 시민·상인들 설전 “2m 거리를 띄우고 기다려 주세요.”(방역 공무원) “장사 말아먹지 말고 빨리 가세요.”(노점상 주인) 5일 오후 8시 반경 한강공원 산책로에 마련된 한 노점상 앞에는 단속 공무원과 노점상 주인 간에 설전이 오갔다. 구이음식을 파는 이 노점상 앞에 10여 명이 한 발자국 정도만 거리를 둔 채 줄서 있는 모습을 보고 공원 소속 공무원이 형광봉을 들고 나와 손님들 사이의 간격을 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안내에 손님들은 “뒤로 자전거랑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간격 벌리다가 자전거에 치이면 어떡하느냐”며 꿈쩍하지 않았다. 노점상 주인은 고성을 지르며 단속 공무원을 바깥으로 밀어냈다. 공원을 찾은 인파에 비해 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단속 공무원 A 씨는 “여의도한강공원 내 주차공간 630여 곳이 순식간에 찰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데 단속 공무원은 9명뿐”이라며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쓰라며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강력한 방역대책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느낄 피로감은 이해가 되지만 타인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지켜야 다시 건강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전채은 / 과천=조응형 기자}
《코로나19 발발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다. ‘언택트 한가위’에 맞게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향에 모일 수는 없어도 얼굴은 보자며 부모님 스마트폰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깔아주거나 노모를 홀로 둘 수 없어 형제끼리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이 나온다. 추석 선물도 손세정제와 물비누, 마스크 등 ‘위생세트’가 인기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마음까지 넉넉한 명절을 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하고 23년 만에 처음이에요. ‘차례상 없는 한가위’는요.” 전남 나주에 사는 간호사 김현주 씨(44)는 요즘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싱숭생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래저래 분위기가 안 좋아졌는데 추석은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 서울과 광주 등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며칠 전 긴 논의 끝에 결국 올해 추석은 모이지 않기로 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장 보는 게 조심스럽고 음식재료 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차례도 생략하기로 했다. 김 씨는 “함께 얼굴 보기 쉽지 않은데 명절조차 가족이 모이지 못해 아쉽고 막막하다”며 “보건소에서 일해 올 초부터 힘들었는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걸로 위안을 삼겠다”고 했다. 그런 부인이 안쓰러웠는지 남편 홍경필 씨(48)는 “고생한 와이프가 평소 좋아하는 ‘스파게티’라도 만들어 대접하겠다”며 다독거렸다. 코로나19 발발 뒤 처음 맞는 민족 대(大)명절.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2020년 한가위는 너무나 생경한 풍경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며 벌써부터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름이 깊다. 가족 모임부터 차례와 성묘, 때마다 주고받는 선물도 고민이다. 한편에선 이럴 때일수록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통해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사는 큰딸은 안 오는 게…” 특히 가족 중에 고령자나 환자가 있는 집안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도권에서 내려올 가족이 있을 경우엔 더 생각이 많아진다. 김 씨 가족도 추석 따로 나기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폐질환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친지들도 “요새 서울이 난리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은 안 오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강원 속초가 고향인 박예슬 씨(26) 가족도 올해는 차례를 생략하기로 했다. 평소 박 씨 가족은 설날 추석이면 할아버지 댁에 30명이 넘는 가족, 친척이 모였다. 하지만 전국에 퍼져 있다가 한데 모이는 게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결국 최소 인원만 모이되 차례는 지내지 말고 조상 산소만 찾아 성묘하기로 했다. 박 씨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발령되자 할아버지가 먼저 차례를 건너뛰자고 제안하셨다”며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자는 얘기도 미리 나눴다”고 했다. 설날이나 추석이면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고향 가는 표 예매도 올 추석은 색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일단 기차표 구하기가 평소보다 몇 갑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탓에 100% 비대면 예매만 가능해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표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2, 3일로 예정됐던 승차권 예매 일정을 8, 9일로 한 주씩 늦췄다. 코레일 관계자는 “원래 입석표를 제외한 좌석은 모두 판매하려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창가 좌석만 발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속버스 승차권 예매를 총괄하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도 “승차권 판매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가급적 통로나 운전기사 뒷자리는 피하고 창가 좌석만 구매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차나 버스 모두 차편을 증설한다고 해도 자리가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비행기는 통상적으로 명절 티켓은 약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와서 좌석 수를 조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상황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모이지 않는 가족도 적지 않다지만, 귀향을 결정한 가족은 안전을 위해 자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서울 직장인 배모 씨(36)는 “가뜩이나 와이프가 임신해 버스나 기차를 타긴 께름칙하다. 부모님은 오지 말라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번 얼굴 보는데…”라며 답답해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도 “평소 같으면 정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렇게 권고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어떤 가족들에겐 이런 고민조차 부럽기도 하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은 진즉에 추석 귀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성림 씨(28)는 일찌감치 가족들에게 일본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국에 오려면 최소 2주 동안의 자가 격리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직장 다니는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우리는 추석이면 친가, 외가를 다 찾아뵙는데 최소한으로 꼽아 봐도 접촉자가 15명이 넘는다. 차라리 만나러 가지 않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생제품을 추석 선물로… 벌초 대행도 인기 손수 해오던 벌초 작업을 올해만큼은 대행업체에 맡기려는 시민도 많다. 전북 전주에서 벌초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석 씨는 “지난해 추석보다 이미 예약 건수가 25% 정도 늘어났다”며 “아무래도 벌초를 가면 인근 산소에 모인 다른 가족과 접촉이 생길 수 있으니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있는 A벌초대행업체도 지난해 대비 예약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고 한다. 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벌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 등에게 영상통화와 화상회의 등을 알려주는 집도 많아졌다. 사정상 고향에 가기 어려워졌지만 얼굴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김모 씨(49)는 “부모님이 코로나19로 가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시면서도 굉장히 쓸쓸해하시는 게 느껴졌다”며 “손자들 얼굴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까는 걸 알려드렸다. 많이 어려워하셨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한가위 선물 풍속도도 바꾸고 있다. 그간 명절 선물은 과일이나 고기 등 식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마스크나 손세정제 같은 위생용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선물용으로 내놓은 ‘위생 세트’는 28일까지 800세트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 세트는 손세정제와 핸드워시, KF94 마스크 등으로 꾸려졌다. 애경산업과 AK플라자가 추석 선물세트로 기획한 위생용품 꾸러미도 지난달 21일부터 1200세트 이상이 팔렸다. AK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내부에서도 놀란 분위기”라고 했다. 오모 씨(53)도 올 추석 과일 바구니에 마스크 30장을 얹어 어머니 댁을 찾을 계획이다. 82세인 어머니가 홀로 추석을 보내게 할 순 없어 형제끼리 추석 전후로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도 냈다. 코로나19에다 수해, 태풍까지 연달아 고초를 겪는 농어민을 돕겠다는 ‘착한 선물’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5)는 평소 선택하던 참기름, 가공육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대신 황태와 전복 등 수산물을 한가득 구매했다. 조 씨는 “고향이 전남이라 그런지 지역 어민들 피해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완도산 전복을 선물해 ‘고향의 맛’이라도 나누려 한다”고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언 기자}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 피해를 끼치면서도 켜다 끄기를 반복하며 평균 소음을 낮추는 등 편법을 쓰는 ‘꼼수 집회’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을 31일 발표했다. 새 규정은 12월 2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집회 소음 측정은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기준치 이상의 소음을 내도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면 법 기준에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시행령은 최고 소음 기준을 신설해 1시간에 3차례 이상 이 기준을 넘어서는 소음을 낼 경우 법에 위반된다. 주거지와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 인근 등 정숙이 요구되는 지역에서 집회를 할 경우 일몰 기준으로 주간 85데시벨(dB), 야간에는 80dB을 넘길 수 없다. 0시∼오전 7시 심야시간대에는 75dB을 넘기면 안 된다. 그 밖의 기타 지역은 어느 때든 95dB을 넘기는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평균 소음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인근 집회의 경우 주간 65dB, 야간 60dB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심야시간 기준을 추가해 평균 소음 55dB을 넘길 수 없도록 했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 등 국경일이나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일 행사에 열리는 집회의 경우도 소음 기준이 강화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오늘부터 일주일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를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30일 “국내 경제가 기약 없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금만 더 인내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맞아 서울시가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했다. 서울 시민을 향한 호소이지만 수도권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2.5단계 적용을 받는 걸 감안하면 2600만 명 모두에게 해당하는 메시지다. 30일 0시 전후부터 수도권 등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휴일에도 도심의 주요 거리는 한산했고, 오가는 차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음식점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영업 중지를 알렸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9일 전국 고속도로 차량 통행 대수는 약 630만 대로, 일주일 전인 22일 약 871만 대보다 28%나 줄어들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선 ‘#자발적자가격리’ ‘#셀프격리’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시민들의 게시물이 수천 건씩 올라왔다. 시민들의 노력에도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3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99명이었다. 닷새 만에 신규 확진이 300명 아래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위험 수위에 있다. 국내 발생 확진만 최근 2주간 일평균 300.8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에 환자가 급증하던 올 2월 말∼3월 초 이후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선 것이다. 비수도권 확산세도 멈추지 않으면서 30일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확진도 계속 늘고 있다. 9∼15일 서울의 감염 경로 불투명 확진자는 전체의 7.1% 정도였으나, 23∼28일에는 4배 이상인 31.9%로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3∼16일 12.3%에서 17∼30일 21.5%로 증가했다. 최근 2주간 위중·중증 환자도 13명에서 70명으로 급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0일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모두가 흩어지고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국민 모두가 한 팀이 돼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전파 고리를 끊어내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코로나19의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500만 명을 넘었다. 10일 2000만 명을 넘어선 뒤 20일 만에 500만 명이 급증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채은 chan2@donga.com·김소민·조유라 기자}
30대 가장(家長)으로서 정부의 실정을 풍자해 상소문 형식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린 필명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 7조’에 대해 ‘시집 없는 시인’ 림태주 씨(사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올리자 조은산이 다시 반박하는 등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조 씨가 12일 임금에게 신하가 올리는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작성한 ‘시무 7조’ 청원 글은 보름여간의 비공개 기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청원은 27일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20만 동의)을 넘어 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이에 림 시인은 28일 상소문에 임금이 답하는 형식의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는 반박글을 올렸다. 림 시인은 조 씨의 ‘시무 7조’에 대해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 졸렬하고 억지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림 시인은 이어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 일사불란하지 않고 편전(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궁전)에서 분분하고, 국회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 그 활짝 핀 의견들이 지금의 헌법이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 씨가 청원을 올린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림 시인이 2014년 출간한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림태주 시인의 글에서는 밥 짓는 냄새, 된장 끓이는 냄새 그리고 꽃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추천사를 썼다. 그러자 조 씨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백성 1조에 답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씨는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며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5000만의 백성은 곧 5000만의 세상이라 했다”며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 보유율을 들어 3000만의 백성뿐이며, 3000만의 세상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반박했다. 또 “너는 편전과 저잣거리에서 분분한다지만 정작 너는 지상파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전 대통령에게 분해 대사를 읊던 전 정권 시절 개그맨들은 어디서 분분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고 썼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여름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강원도로 여행을 갔던 동창생과 가족 17명이 21일 집단 감염됐다. 18일 동창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1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들은 9, 10일 속초와 고성으로 함께 여행을 갔고, 식사와 스크린골프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직장 동료들과 가족까지 전파됐다”며 “휴가철 야외활동과 여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제주에서는 휴가 온 딸과 접촉한 어머니가 감염됐다. 15일 서울에 사는 딸이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제주 집으로 왔고, 이 여성은 가족 등과 함께 식당, 병원 등을 들렀다. 딸은 20일 확진됐고 어머니는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들과 42명이 접촉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 중이다. 강원랜드 식음료 직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휴가철을 앞두고 카지노 영업장을 하루 동안 임시 휴장했다. 이 직원이 일하는 식음업장도 일시 폐쇄했다. 강원랜드는 이 직원과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15명의 직원을 자가 격리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전채은 / 원주=이인모 기자}
21일 오후 7시경 회색 방역복을 입고 고글을 쓴 경찰 50여 명이 압수물품을 담을 상자를 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입구로 이동했다. 교인들은 ‘교회 뺏지 말고 정권을 뺏어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했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입회인이 도착한 뒤인 오후 8시 40분경 시작됐다. 오후 9시 30분경 사랑제일교회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과 주민 간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회 앞을 지키던 회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향해 “뭐하러 왔느냐”고 따져 묻자 동네 주민들은 “남의 동네 와서 대체 왜 이러느냐”며 맞섰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자 일부는 “내 몸에 왜 손을 대느냐”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1시 반경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현행범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를 언급하면서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발언 이후 8시간 만에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은 20일 오후부터 교인 명단을 확보하려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지만 교인들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20일 오후 5시부터 21일 오전 3시 반까지 ‘밤샘 대치’했지만 교회 측이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달라”며 응하지 않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16일 고발한 서울시는 20일 사랑제일교회를 경찰에 추가로 고발했다. 서울시는 교회가 제출한 명단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교회가 앞서 전달한 900여 명의 교인 명단이 부정확하고, 실제 교인 규모가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는 등록된 정식 교인보다 외부 방문자가 2.9배 더 많아 교회 PC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정확한 교인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과 경찰은 ‘7월 27일∼8월 1일 방문자 명단’과 ‘실제 교인 명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당국이 보유한 명단은 ‘8월 2∼13일 방문자 명단’과 두 차례에 걸쳐 교회 측이 제출한 교인 명단이다. 7월 27∼29일은 확진자가 참여한 가운데 사랑제일교회 부흥회가 열린 날이다. 서울시 측은 “교회 측이 재개발조합에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교인 4000명’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교인 명단을 허위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측은 21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 전까지 등록 교인과 방문자 등의 명단이 보관된 곳을 봉인하고, 그 앞을 지켰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의료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전 목사는 21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 성명서에서 “저로 인해 많은 염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외부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전 목사가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역 공안 통치’라고 비판하면서 일부 교인들이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19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한 교인은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행방이 묘연해진 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인 상태로 발견됐다. 17일 경기 포천시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으며 난동을 부린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일 1명이 발생한 후 9일 만인 21일 낮 12시 기준 전국 11개 광역단체에서 732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오후 6시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3415명을 조사한 결과인데 검사대상자 중 양성률이 21.6%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감염 위험성이 크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참여한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도 71명으로 늘었다. ‘n차 감염’도 문제다. 콜센터와 교회, 학교, 병원 등 19곳에서 100명에게 전파됐다. 한성희 chef@donga.com·이지훈·전채은 기자}
법원행정처는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법원에 2주 동안 휴정해달라고 권고했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 2월 24일 한 차례 ‘휴정 권고’를 내린 데 이어 179일 만에 또다시 휴정을 권고한 것이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21일 법원 내부 게시망인 ‘코트넷’에 “2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긴급을 요하는 구속, 가처분, 집행정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 기일을 연기하거나 변경하는 등 휴정기처럼 재판 기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재판장들께서 적극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판사와 일반직 직원들을 상대로 “한 주에 한 번 이상 ‘공가’를 사용해 법원 안의 밀집도를 완화해 달라”고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직 판사가 21일 처음으로 코로나에 감염된 점을 감안해 휴정 권고를 내렸다. 이에 앞서 전주지법에서 민사단독 판사로 근무하는 A 부장판사가 이날 오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부장판사는 잠복기였던 17일부터 21일까지는 재판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난주인 10일부터 14일 사이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판을 진행했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판사와 법원 직원 등 16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소속인 경찰관 한 명도 21일 코로나19로 확진됐다. 경찰청은 확진 경찰관이 근무하던 건물 13층의 모든 사무실을 폐쇄했고, 접촉 직원들을 추려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고도예 yea@donga.com·전채은 기자}
여름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강원도로 여행을 갔던 동창생과 가족 17명이 21일 집단 감염됐다. 18일 동창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1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들은 9, 10일 속초와 고성으로 함께 여행을 갔고, 식사와 스크린골프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직장 동료들과 가족까지 전파됐다”며 “휴가철 야외활동과 여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제주에서는 휴가 온 딸과 접촉한 어머니가 감염됐다. 15일 서울에 사는 딸이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제주 집으로 왔고, 이 여성은 딸과 가족 등과 함께 식당·병원 등을 들렀다. 딸은 20일 확진됐고 어머니는 다음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들과 42명이 접촉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 중이다. 강원랜드 식음료 직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휴가철을 앞두고 카지노 영업장을 하루 동안 임시 휴장했다. 이 직원이 일하는 식음업장도 일시 폐쇄했다. 강원랜드는 이 직원과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15명의 직원을 자가 격리 했다. 학교와 학원 등에서도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동구 초·중학생 4명이 감염됐다. 20일 상일여중 학생 2명이 확진됐고, 하루 전 강동초 학생 2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강동유소년스포츠센터 40대 여성 직원과 가족 등 4명도 확진 통보를 받았다. 길동 이루니키즈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보육교사 1명도 확진됐다. 강동구는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자신의 신장 한쪽과 간 일부를 타인에게 기증하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50대 목사가 600번째 헌혈을 했다. 13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헌혈센터에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준비한 표세철 목사(58)의 600회 헌혈 기념식(사진)이 열렸다. 자연스레 왼쪽 팔을 걷어붙이고 앉은 표 목사는 헌혈 도중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표 목사는 “600번째 헌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1978년 우연한 기회로 처음 헌혈을 시작한 표 목사는 40여 년간 기회가 될 때마다 헌혈을 해왔다. 1991년과 2002년엔 각각 자신의 신장과 간 일부를 타인에게 기증했다. 1988년 늑막이 결핵균에 감염되는 결핵성늑막염을 앓으며 투병 생활을 했던 게 다른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각별히 여기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표 목사는 서울 노원구의 한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며 지역 아동과 장애인, 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표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이웃과 생명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헌혈 가능 연령인 69세까지 헌혈 800회를 채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10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 6개가 교차하는 건널목에서 정중앙의 대각선으로 그어진 횡단보도 한가운데가 갑자기 푹 꺼졌다. 갑작스레 생긴 지름 1.5m, 깊이 3m 크기의 싱크홀에 주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주민 박모 씨(57)는 “비가 많이 와서 지반이 꺼진 것 같다. 만약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었거나 차량이 지나가던 중이었다면 어쩔 뻔했느냐”며 몸서리를 쳤다. ○ 최장 장마에 급증하는 도로 위 ‘지뢰’ 전국에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각지의 도로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도로 위의 지뢰’라고 불리는 싱크홀이나 포트홀은 이달 들어서만 전국에서 수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10일 오후 1시 28분경 광주 남구 백운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도 조선대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 지름 60c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주말 동안 큰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도 지름 3∼4m에 깊이 2m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전날 오후 4시 12분경엔 부산 금정구 서동도서관 앞 도로에 폭 50cm, 깊이 80c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시가 응급 보수한 포트홀이 3149개소인 데 반해 이달 들어 10일까지 열흘간 보수한 포트홀은 총 7071개소였다. 싱크홀은 지하수의 압력 등 지반 환경의 변화로, 포트홀은 낡은 아스팔트에 물이 스며들어 균열이 발생하면서 생긴다. 강우량이 많은 올 7, 8월엔 싱크홀과 포트홀이 1, 2월에 비해 많게는 8배가량 늘어났다. ○ 싱크홀보다 포트홀 사고 확률 더 높아 이번 폭우로 발생한 싱크홀과 포트홀로 다친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싱크홀과 포트홀 피해를 줄이려면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엔 감속 운전하는 게 최선이다. 사전에 구멍을 발견하고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 중 꺼진 땅을 발견했을 땐 급제동이나 급격한 핸들 조작을 하는 대신 감속하며 구멍을 에둘러 지나가야 한다. 구멍을 발견한 즉시 비상등을 켜 주위 차량에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내줘야 추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구멍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그대로 차량을 몰았다가는 단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포트홀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 차량의 타이어에 펑크가 나거나 휠이 찌그러지는 등 단독 사고의 형태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충격으로 급격히 주행 방향이 바뀌며 다른 공작물이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통상 싱크홀보다는 포트홀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싱크홀은 눈에 잘 띄어 접근 차단과 복구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반면 포트홀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포트홀을 발견했을 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교통부 등에 마련된 신고센터에 즉시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이 꺼지는 순간 도로 위를 지나고 있지 않더라도 인명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차량이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려다 다른 차량과 부딪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이라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크기가 작은 포트홀은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 운전자가 육안으로 판별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여름철엔 도로 관리 기관의 각별한 유지·보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소영 기자 ::싱크홀(sink hole):: 지반 환경에 변화가 생겨 갑자기 땅이 꺼지는 현상::포트홀(pot hole):: 도로 균열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그릇처럼 움푹 파이는 현상}
노점상을 하면서 모은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한때 200억 원대 자산을 일궈 ‘슈퍼 개미의 신화’로 불린 표모 씨(66)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표 씨는 한때 국내 기업의 불합리한 배당정책에 항의하는 소액주주 운동가로 활동했지만 주가조작의 유혹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표 씨에게 지난달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직원 박모 씨(62) 등 5명에게는 징역 2∼5년이, 2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법원에 따르면 표 씨 등은 2009년 8월경 코스닥 상장사인 건물관리 용역업체 A사 주가를 조작할 계획을 짜고 A사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표 씨는 지인들에게 A사의 주식을 추천한 후 박 씨 등에게 소개해 주식 매매 권한을 일임하게 했다. 2011년 11월경 표 씨 일당은 A사 주식의 60% 상당을 장악했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표 씨 일당은 A사의 주식을 시세보다 높게 거래하는 등 방식으로 주가를 높였다. 2011년 2만4750원 수준이었던 A사 주가는 2014년 6만6100원대로 올랐다. 이들은 주가를 10만 원대까지 올린 뒤 외국계 펀드를 유치하거나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려 했으나 같은 해 8월 말부터 주가가 하락하며 주식을 투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형적인 시세조종범의 형태”라고 밝혔다. 표 씨는 2006년 2월 모 제약사의 배당금 정책에 항의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표 씨는 “순이익 281억 원을 낸 회사가 어떻게 10억6400만 원만을 배당할 수 있느냐”며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했다. 한때 이 제약사의 주식 4.99%를 보유해 ‘슈퍼개미’로 불렸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어머니가 늘 ‘파김치’가 돼 잠드셨어요. 온 가족이 계속 집에 붙어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개강한 뒤 집에서 1학기를 보낸 대학생 박채연(가명·21) 씨. 그는 6개월 내내 ‘주말 같은 매일’을 보내는 어머니가 참 안쓰러웠다. 회사원 아버지는 재택근무, 고등학생인 남동생도 온라인 개학을 하며 박 씨 가족 모두가 집에서 생활한 것이다. 가족이 나름대로 돕는다고 도왔지만 살림을 꾸리는 어머니는 갈수록 녹초가 되는 날이 늘었다. 어머니는 “사람 3명 늘었는데 집안일은 5배 이상 많아졌다”며 푸념했단다. 빅데이터 분석기관 ‘생활변화관측소’가 2020년 1∼6월 ‘의미가 가장 많이 변화한 키워드’를 집계한 결과 상위권에 ‘파김치’란 단어가 등장했다. 물론 파김치는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원래도 몸이 지친 상태를 뜻해 의미가 바뀌었다고 보긴 힘들다. 연구팀은 “관련 키워드가 확 바뀐 경우”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에서 파김치는 1, 2월까지만 해도 연관어가 ‘맛집’ 등 음식과 이어지는 게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거세진 3월부터 파김치는 부쩍 ‘엄마’ ‘코로나’란 단어와 함께 언급됐다. 집에 머무는 가족이 늘며 가사가 크게 늘어난 주부들과 “파김치가 되다”란 관용적 표현이 연결되고 있단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빅데이터에서 또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 단어도 있다. ‘달고나’다. 원래 달고나는 길거리에서 포도당 덩어리에 소다를 넣어 만들어 팔던 불량식품의 대명사다. 최근 여기서 착안해 커피가루와 설탕, 우유 등을 배합해 만든 달달한 커피를 옛 달고나와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달고나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달고나 커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3월 이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뒤 빅데이터에서 달고나의 언급량은 평소보다 500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바로 달고나 커피는 “4000번을 저어야 겨우 한 잔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든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이들이 오히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효율 커피 만들기에 빠져든 것이다. 실은 힘들어했던 박 씨의 어머니를 도와줬던 것도 달고나였다고 한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을 본 그는 평소 커피를 즐기는 어머니를 위해 달고나 커피 만들기 세트를 주문했다. 저녁마다 가족이 모여 거품기를 저어대며 집 안에선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중요하다’와 이어지는 ‘○○력’이란 키워드 언급 순위를 살펴보면 2017∼2019년 5, 6위에 불과하던 ‘면역력’이 2020년 그간 부동의 1, 2위였던 ‘능력’ ‘실력’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집’과 연관된 감정 중에는 코로나19 이전 35위였던 ‘답답하다’가 코로나19가 도래하며 1위로 급등했다. ‘온라인’과 결합되는 단어의 순위도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판매’ ‘게임’ ‘쇼핑몰’ 등이 주로 이어졌던 것에 비해 2월 이후엔 ‘개학’ ‘수업’ ‘예배’ 등이 많이 언급됐다.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기자}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논술 교사 해진영 씨(41). 그는 7월 강원 영월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배시시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특히 해 씨의 시선이 닿은 곳은 어느새 자신의 원피스를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큰딸 오효주 양(11). 해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춘기를 맞은 딸에게 어떤 엄마가 돼 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6개월간 집에서 부대끼며 솔직히 답답한 적도 많았지만 우리 가족은 훨씬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도 바꿔놓았다. 감염으로 고통 받은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제 타인과의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 담긴 ‘언택트(untact)’는 국내외에서 일상이자 문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언택트한 세상은 그저 모든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진 않았다. 진흙탕에도 꽃은 피어나듯, 또 다른 방식이 영글고 있었다. 형식적이었거나 그다지 필요하지 않던 사이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함께 사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등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른바 ‘딥택트(deep+contact)’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폭은 줄이고 깊이에 집중 2017년부터 해마다 4000∼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마음 상태’를 연구해온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7월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세미나에서 “가족 친구와 같은 소수 사람들과 접촉하는 ‘딥 콘택트’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2017년과 2020년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비교해본 결과 실제로 친밀한 사람들과 있을 때 그것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접촉은 줄어들고, 사람들의 행복에 진짜 도움이 되는 친밀한 관계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춘기 딸을 가진 해 씨도 사실 올 초에 효주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주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해 씨까지 덩달아 예민해지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해 씨는 수업을 쉬고 자녀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상황은 조금씩 바뀌었다. 딸을 가까이에서 찬찬히 지켜볼 기회가 늘어나자 해 씨는 마음에 여유가 생겨났다. 처음엔 다소 불편해하던 효주도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 씨는 “요즘은 과거엔 아이가 좀처럼 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표현도 자주 한다”며 웃었다. 코로나19로 친한 친구들과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해 씨네 가족은 언젠가부터 ‘가족 나들이’를 다니게 됐다. 가끔이라도 짬을 내 오롯이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지곤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온 가족이 밥상에 마주 앉기 힘들었다던 회사원 김용범 씨(46). 맞벌이를 하는 김 씨 부부와 중학생 두 딸은 평일은커녕 주말에도 식사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질 못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우리 집에선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일이 사라졌었다. 언젠가부터 서로 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집 안에는 묘하게 냉랭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가족의 식사 습관을 강제로 바꿔놓았다. 부부는 재택근무, 딸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나가지도 못하니 매일매일 한 식탁에 마주 앉아야 했다. 처음엔 딸들은 물론 부부도 식사시간이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조금씩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소재도 다양해졌다. 블록이나 모형을 조립하는 공통의 취미도 생겼다. “왜 이런 행복을 지금껏 몰랐는지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세상을 고통에 빠지게 한 코로나19가 우리 가족에겐 새로운 삶을 찾아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직접 접촉하지 않는 ‘온라인 딥택트’도 활발이런 딥택트는 단순히 가족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아무리 친하더라도 만남을 자제하고 있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또 다른 딥택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뤄졌던 단순한 관계가 좀 더 깊은 속내를 공유하는 사이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윤아영(가명·32)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주변이 뒤숭숭해지면서 모임을 이어주던 끈이 갈수록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넘게 생각을 공유했던 이들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윤 씨는 모임 회원 7명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던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서 팟캐스트(인터넷방송) 콘텐츠를 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반응과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회원들의 참여도와 집중도가 크게 상승했다. 팟캐스트 제작이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줬다. 회원들끼리도 자연스럽게 훨씬 돈독해졌다. 윤 씨는 “뭔가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한층 더 ‘깊은 관계 맺기’를 추구했더니 그간 매너리즘에 빠졌던 모임이 확 탈바꿈했다. 회원들도 서로가 모두 놀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기뻐했다. 사회생활에 바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관계를 온라인에서 회복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소진(가명·26) 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동안 소원했던 고교시절 친구 4명과 다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계기는 직장에서 화상회의에 익숙했던 한 친구가 제안한 ‘랜선 생일파티’였다. “학교 다닐 땐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던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하나둘씩 취업하면서 각자의 삶이 바빠지자 자연스레 연락도 뜸해졌죠. 거의 3년 가까이 한자리에 모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우리에겐 기회였어요.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회식도 사라지니까 온라인으로나마 서로 편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된 거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트북 화면으로 모인 김 씨와 친구들. 김 씨는 친구들이 보내준 모바일 선물 쿠폰으로 산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친구는 정말 성심껏 각자의 방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은 새로운 생일 파티. 김 씨는 “평생 기억에 남을 생일을 보낸 기분”이라며 “그날을 계기로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랜선으로 함께 모인다”고 말했다.○ “딥택트, 코로나19 극복하는 심리적 동력 될 수도”물론 딥택드 문화에 마냥 찬사를 보내긴 어렵다. 깊은 관계라는 게 맘처럼 쉬운 일도 아니며, 오히려 나쁘지 않던 관계를 망칠 때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딥택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내원하는 환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대면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며 고립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딥택트’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환자들 상당수가 가족과 친구로부터 커다란 심리적 위안을 얻어 병을 치유해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도 “감염병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딥택트 관계에서 오는 안정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너무 딥택트에 안주해선 안 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듯 인간관계나 접촉의 폭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심 단장은 “너무 딥택트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관계에 선을 그어버리는 편협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딥택트 또한 어디까지나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KBS 여의도 본사에서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던 스튜디오를 향해 둔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5일 오후 3시 40분경 KBS에서 둔기를 휘두르며 유리창을 깨뜨린 40대 남성 A 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KBS쿨FM ‘황정민의 뮤직 쇼’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던 공개 라디오홀 대형 유리창을 향해 둔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이로 인해 라디오홀의 일부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사건 당시 라디오홀에선 MC인 황정민 아나운서와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인 김형규 씨가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난동에 놀란 이들은 스튜디오 바깥으로 급히 피신하기도 했다. ‘황정민의 뮤직 쇼’는 이날 스튜디오 모습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중계하는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해 이런 과정이 모두 화면에 담겼다. 두 사람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 측은 “본사 안전요원들이 잘 대처해 공개 라디오홀 바깥에 있던 시민들 중에도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한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등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